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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월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인수 과정에서 시세조종 등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56)이 23일 피의자 신분으로 금융감독원에 출석해 10시간 넘게 조사를 받았다. 금감원은 카카오가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에스엠의 주식을 사들이는 과정에 김 센터장이 개입했는지를 집중 추궁했다. 금융권은 이번 수사의 불똥이 카카오가 보유한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에 대한 대주주 자격 문제로 번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 김범수 시세조종 개입 여부 집중 추궁 이날 오전 10시경 서울 영등포구 금감원에 출석한 김 센터장은 ‘주가 조작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등 언론의 각종 질문에는 대답을 삼갔다. 그는 대신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고만 밝힌 뒤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의 조사를 받았다. 카카오의 지분 약 13%(특수관계인 포함 땐 24%)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김 센터장은 이날 부장검사 출신인 한 대형 법무법인 소속 변호인과 함께 출석했다. 특사경은 이날 김 센터장을 상대로 올 2월 에스엠 인수전 당시 경쟁 상대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2400억 원을 투입해 에스엠의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 가격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보고를 받거나 지시를 했는지 따져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브는 에스엠의 주식을 주당 12만 원에 공개 매수해 지분 25%를 확보하려 했지만 공개매수 기간 주가가 이를 웃돌아 경영권을 확보하지 못했다. 특사경은 카카오의 실무진 사이에서 당시 주가를 12만 원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는 취지로 오간 대화 내용을 확보한 상태다. 앞서 금감원은 이달 19일 같은 혐의로 배재현 카카오 공동체투자총괄 대표(43)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신병을 확보했다. 배 대표는 계열사 전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CA협의체’에서도 투자 부문을 총괄하는 등 카카오의 자금줄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 대표 측은 “하이브의 공개매수에 대항하기 위해 합법적인 장내 매수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카카오 측은 이날 김 센터장의 조사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특사경이 조만간 김 센터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포토라인까지 세워 조사를 받게 했다는 것은 곧 구속영장을 신청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고 했다. ● 형사처벌 땐 카뱅 대주주 자격도 위태 금융권에서는 향후 김 센터장과 배 대표가 기소돼 형사처벌을 받게 되면 최악의 경우 카카오가 핵심 금융계열사인 카카오뱅크에 대한 대주주 자격을 잃을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금융당국은 법인 대표자나 종업원 등이 자본시장법을 위반할 경우 법인을 처벌하도록 한 자본시장법상 ‘양벌 규정’ 적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뱅크를 규율하는 ‘인터넷전문은행법’은 대주주의 사회적 신용 요건으로 최근 5년 동안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등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 센터장 등에 대한 유죄가 확정되면 카카오뱅크 지분 27.17%를 보유한 대주주 카카오가 해당 법령에 저촉되는 것이다. 따라서 금융당국에선 ‘대주주 적격성 충족 명령’을 내릴 수 있는데, 카카오 입장에서는 카카오뱅크의 지분을 팔아 대주주 자격을 잃는 것 외에는 사실상 방법이 없다.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올해 공모주 최대어로 주목받았던 SGI서울보증보험이 코스피 상장을 철회했다. 서울보증보험의 상장으로 공적자금을 회수하려던 예금보험공사(예보)의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졌다.서울보증보험은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논의 결과 이번 기업공개(IPO)를 철회한다고 23일 밝혔다. 앞서 국내·외 연기금, 보험사 등 기관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했으나 희망 수준의 몸값을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모가를 3만9500~5만1800원 사이로 책정하길 희망했지만 하단 가격으로도 최소한의 모집금액을 채우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예보 관계자는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연 5%를 상회하고, 이에 따라 배당주 투자 매력이 약해지면서 서울보증보험 수요예측이 부진했던 것 같다”고 IPO 철회 배경을 설명했다. 상장이 무산되면서 예보의 공적자금 회수 계획도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현재 예보는 서울보증보험 지분 94%를 보유 중이다. 예보는 그동안 서울보증보험에 투입한 10조2500억 원의 공적자금 중 약 57%를 아직 회수하지 못했다. 서울보증보험 관계자는 “향후 시의적절한 시점에 기업가치를 재평가 받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주식 시세를 조종했다는 의혹이 창업자에게까지 미치면서 카카오 내부에서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여기에 회사 차원에서의 자본시장법 위반이 확정되거나 대주주 적격성에서 문제가 될 경우 카카오뱅크 등 금융 계열사를 떼어내야 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특히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사진)을 23일 단순 참고인이 아닌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정보기술(IT) 업계 등에 따르면 특사경은 김 센터장이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할 경우 포토라인을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특사경은 김 센터장 측의 출석일 변경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23일 오전 10시까지 조사를 받으러 출석하라”고 통보한 상태다. 그러나 카카오 측은 “김 센터장의 23일 출석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출석일 조정 가능성을 여전히 남겨 두고 있다. 앞서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는 2400여억 원의 자금을 투입해 에스엠 주식 시세를 조종한 혐의 등으로 19일 구속됐다. 특사경은 김 센터장이 출석하면 에스엠의 시세 조종 관련 내용을 보고받았거나 직접 지시했는지를 조사할 계획이다. 일각에선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다는 것은 금감원 측이 김 센터장의 관여 정황을 파악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IT 업계에선 이번 사법 리스크가 카카오의 미흡한 경영 체계에서 비롯됐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 카카오 내부에선 에스엠 인수 건이 배 대표 중심으로 추진되면서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못한 채 폐쇄적으로 의사 결정이 이뤄진 점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카카오가 3월 에스엠 주식 공개매수를 선언할 때부터 임직원들 사이에선 ‘무리한 투자’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이런 의견이 경영진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카카오 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배 대표가 에스엠 인수 건을 비롯한 주요 투자 전략 관련 정보를 독점하고 보고해온 터라 현재 시스템으로 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IT 업계 한 관계자는 “일반적인 회사는 의사 결정 과정에서 법무팀이나 재무 담당 임원의 합의를 받고 정보 공유를 하지만 카카오는 그런 구조 없이 자율에 맡겨두는 경향이 컸다”면서 “단기간에 성공을 일궈내면서 의사 결정 과정을 통제하고 합의하는 체계를 카카오에선 오히려 ‘뒷다리 잡는다’고 부정적으로 보는 인식이 있었는데, 결국 터질 문제가 터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카카오 최고위 경영진의 사법 리스크는 금융 계열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선 재판 과정에서 카카오가 회사 차원에서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게 사실로 밝혀질 경우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 등 금융 계열사를 분리해야 할 수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인터넷은행특례법에 따르면 인터넷은행의 지분 10%를 넘게 보유한 주주는 최근 5년간 조세범처벌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공정거래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6월 말 기준으로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지분 27.17%를 보유하고 있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시세 조종은 자본시장법과 금융 관련 법령 위반 행위”라며 “유죄가 확정되면 5년간 의결권 행사를 못 하게 되고 이 경우 지배주주인 카카오의 지위가 흔들리는 만큼 금융위원회가 매각 처분 명령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우리금융지주가 경기도에 기반을 둔 상상인저축은행의 인수를 추진한다. 금융위원회가 최근 매각 명령을 내린 상상인 계열의 저축은행 두 곳 중 하나만 사들이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는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검토하기 위해 국내 대형 회계법인을 자문사로 선정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상상인,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두 곳 중 상상인저축은행만 인수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우리금융지주가 상상인저축은행 한 곳만 인수를 검토하는 것은 영업 반경을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현재 계열사 우리금융저축은행이 충북 청주시에 본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의 지점은 충남 천안시(본점)와 대전 유성구에 있다. 우리금융지주 입장에서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인수로 시너지를 모색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회계법인 고위 관계자는 “충청권역에서 두 곳의 저축은행을 보유하는 건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리금융이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려 하는 건 맞지만 무리한 확장은 지양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우리금융지주가 눈독을 들이고 있는 상상인저축은행은 경기도 분당·일산·부천·안양시 등 이른바 ‘1기 신도시’에 지점을 보유하고 있다. 자산규모는 3조2867억 원으로 우리금융저축은행(1조6100억 원) 대비 두배 가까이 많은 수준이다. 우리금융지주가 상상인저축은행을 인수할 경우 총 자산규모가 약 5조 원까지 불어나 SBI, OK, 한국투자저축은행 등에 이어 업계 7위권까지 도약할 수 있다.우리금융지주의 이 같은 행보에 금융당국 입장에서도 고민이 커지게 됐다. 상상인 계열의 두 저축은행을 쪼개서 매각한다면 상대적으로 비수도권 지역에서 영업을 하는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의 매력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다른 회계법인 고위 관계자는 “비수도권 저축은행의 경영권 매물이 숱하게 나와 있지만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향후 금융위와 우리금융지주가 어떤 식으로 물밑 협상을 이어가느냐가 거래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위는 앞선 4일 상상인에 보유 중인 두 곳의 저축은행을 6개월 내로 매각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두 회사가 위법 행위를 저질러 상상인이 대주주로서 자격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외국인 투자가들이 최근 두 달간 국내 상장 주식을 3조 원 가까이 팔아 치운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이 고금리 기조를 지속하는 와중에 한국은행은 금리 동결을 이어가면서 외국인의 자금 유출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감독원이 19일 발표한 ‘외국인 증권투자 동향’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달 국내 증시에서 1조7120억 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8월에 1조1790억 원을 순매도한 데 이어 두 달 연속으로 ‘셀(Sell) 코리아’ 행보를 이어갔다. 이에 따라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주식 잔액은 663조7000억 원으로 한 달 새 15조4000억 원 줄어들었다. 전체 시가총액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6.7%였다. 지역별로는 영국(3조 원), 스위스(7000억 원) 등 유럽 투자자들의 순매도 추이가 두드러졌다. 반면 미국(1조2000억 원)과 캐나다(6000억 원) 등 미주 지역 투자자는 국내 주식을 사들였다. 외국인은 채권 시장에서도 6370억 원 규모의 상장 채권을 순회수했다. 채권을 매수한 규모보다 만기 상환받은 금액이 많았다는 의미다. 이날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고금리 장기화를 시사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현재 2%포인트인 한미 금리 차가 벌어져 외국인 매도세를 더 부추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서도 19일까지 유가증권 시장에서 1조1639억 원을 순매도했다. 17, 18일 이틀을 제외하면 매일 순매도세였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을 반영해 시장 금리가 상당히 높은 상황”이라며 “한미 금리 차가 확대되거나 장기간 유지되는 것 자체가 금융시장에 상당한 부담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직후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이 경쟁적으로 끌어모은 고금리 예·적금의 만기가 임박한 가운데 금융당국이 과도한 자금 유치 경쟁을 막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금융권 수신 경쟁이 심화돼 예·적금 금리가 치솟게 되면 오름세인 시장 금리가 더욱 뛸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2금융권에서 1년 전 판매한 연 5∼6%대 고금리 예금 상품들의 만기가 이번 주부터 순차적으로 도래한다. 저축은행업권의 고금리 예금의 만기는 올해 말까지, 상호금융권 상품 만기는 다음 달부터 내년 1월까지 집중적으로 몰려 있다. 금융권에선 지난해 4분기(10∼12월) 늘어난 수신 규모가 약 100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2금융권에서는 이미 고금리 상품들이 잇달아 출시되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국내 저축은행 79곳 가운데 19곳(약 24%)이 연 4.5% 이상의 1년 만기 예금 상품을 판매 중이다. 서울행복신협 등 상호금융권에서는 연 5%에 달하는 상품도 출시했다. 우리, SC제일은행 등 1금융권에서도 4%대 예금을 내놓기 시작한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금융권의 고금리 수신 경쟁이 과열되면 자금 쏠림 현상 등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경계하고 있다. 예금 금리가 꿈틀대면 대출 금리가 상승하고, 시중의 유동자금이 대거 이동하는 ‘머니 무브’ 현상이 촉발될 수 있어서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은행들이 현금성 자산을 늘려야 하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 정상화 시점을 올해 말에서 내년 6월로 연기하기로 했다. 앞서 금융위는 은행권의 안정적인 자금 확보를 돕기 위해 이달 초부터 은행채 발행 한도를 폐지한 바 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날 금융시장 현안 점검·소통 회의에서 “금리 경쟁이 지나치게 확산되면 자금 불균형에 따른 유동성 문제가 심화될 수 있다”며 “올 4분기 만기 도래 자금 규모가 예년 대비 다소 큰 만큼 경각심을 갖고 자금 흐름을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2010년 신한금융지주 임원들 간 경영권 갈등으로 촉발된 이른바 ‘신한금융 내분 사태’가 13년 만에 사실상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다. “억울하게 사장직에서 물러났다”며 신한은행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전을 벌였던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과 은행 측이 전격 화해한 데 따른 것이다. 17일 양측은 이날 서울고법에서 열린 조정기일에서 “미래 지향의 호혜 정신에 터잡아 원고(신 전 사장)의 명예 회복과 신한의 발전을 위해 상호 협력하기로 한다”고 합의했다. 양측은 또 “부끄러운 과거사로 상처받은 신한금융그룹 주주와 임직원, 고객 등 관계자 여러분들에게 유감과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이 사건은 2010년 9월 신한은행 측이 신 전 사장(당시 신한금융지주 사장)을 이희건 신한은행 명예회장의 자문료 15억 원 횡령 및 불법 대출에 대한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고, 이를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신한은행이 전임 은행장이자 ‘금융지주 2인자’인 신 전 사장에 대해 공개적으로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초유의 사태에 한동안 금융권이 풍파에 휩싸였다. 당시 은행 측의 이러한 행보에 ‘금융지주 1인자’였던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의중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신 전 사장은 당시 “횡령 혐의는 2008년 라 전 회장의 지시로 현금 3억 원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생긴 일”이라면서 “비서실에 현금이 없어 내 명의 계좌 등에서 돈을 썼고, 이를 이 명예회장의 자문료로 보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불법 대출 관련해서는 “은행장은 결재선상 밖에 있어 불법 대출이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법적 공방이 벌어진 가운데 라 전 회장이 금융실명제를 위반해 차명계좌를 보유한 사실이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 드러나기도 했다. 결국 라 전 회장과 신 전 사장은 그해 10월과 12월 자리에서 물러났다. 당시 신 전 사장이 회삿돈으로 마련한 현금 3억 원이 대선 축하금 명목으로 조성돼 정치권 실세에게 흘러갔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끝내 규명되지 못했다. 이후 신 전 사장은 업무상 횡령에 대해선 일부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을 제기하며 은행 측과 법적 공방을 벌여 왔다. 신 전 사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미 당시 사건의 책임자들은 회사를 떠난 상태”라면서 “후배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어 소송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했다. 다만 신 전 사장은 횡령금으로 지목돼 유죄 판결이 나 은행 측에 갚은 2억6100만 원은 라 전 회장이 부담해야 한다며 제기한 구상금 청구 소송은 이어갈 예정이다.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보험사들이 보험금 분쟁으로 최근 3년간 총 440억 원이 넘는 소송 비용을 치른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가 소비자를 상대로 무분별한 소송에 나서지 않도록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1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보험업권은 2021년부터 올 상반기(1~6월)까지 총 442억2300만 원의 소송 비용을 부담했다. 연도별로 2021년 180억1830만 원, 2022년 171억5700만 원, 올 상반기 88억8300만 원을 지출했다. 매년 170억 원 안팎의 비용을 꾸준히 써왔다는 얘기다. 보험사들이 소송 지출을 이어온 것은 보험금 산정, 지급 과정에서 소비자와의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3년간 손해보험 민원 중에서 ‘보험금 산정 및 지급’이 차지한 비중은 전체의 약 52%였다. 생명보험 부문에서도 이 같은 유형의 민원이 보험 모집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편이었다.박 의원은 “고객이 낸 돈으로 운영하는 보험사들이 역설적으로 매년 170억 원 이상을 고객에게 돈을 덜 주거나 주지 않기 위해 사용해왔다”며 “보험사가 일반 소비자를 상대로 무분별하게 소송을 하지 않도록 금감원이 지도해야 한다”고 말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정부가 내년 2월 만기가 돌아오는 문재인 정부의 ‘청년희망적금’을 올 6월 출시된 ‘청년도약계좌’로 연계해 납입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3일(현지 시간)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청년희망적금의 만기 도래 금액을 청년도약계좌로 전부 납입한 고객도 청년도약계좌의 여러 혜택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에서 내놓은 청년희망적금은 2년 동안 매달 50만 원 한도로 납입하면, 지원금까지 합쳐 연 10% 안팎의 이자 수익을 거둘 수 있게 설계됐다. 만기는 내년 2월이며 약 200만 명의 가입자가 1인당 최대 1300만 원 안팎의 금액을 환급받을 예정이다. 이렇게 환급받은 목돈을 청년도약계좌로 연계해 납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청년도약계좌는 5년간 매달 70만 원 한도로 납입하면 최대 5000만 원을 모을 수 있는 상품이지만 청년희망적금 만기환급금에 대해선 일시 납입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1260만 원을 일시 납입한 청년은 매달 70만 원씩 18개월 낸 것으로 간주해 19개월 차부터 70만 원씩 내면 된다. 5년 뒤 만기환급금은 4940만 원으로 연 3.4% 이자를 주는 일반 저축상품보다 407만 원의 추가 수익을 낼 수 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SC제일은행은 13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박종복 현 SC제일은행장(68·사진)을 차기 행장 후보로 단독 추천했다고 16일 밝혔다. 임추위는 박 행장에 대해 “전문성과 소통 능력, 리더십을 바탕으로 재무적 성과를 꾸준하게 달성해 왔다”고 평가했다. 박 행장은 2015년 1월 스탠다드차타드(SC)금융지주 회장 겸 은행장으로 임명됐으며, 2018년과 2021년 은행장으로 재선임됐다. 이번 임추위에서 행장으로 선임되면 네 번째로 연임하게 되는 것이다. SC제일은행은 18일 주주총회, 31일 이사회 승인 절차를 거쳐 차기 행장 선임을 확정할 예정이다. 차기 행장의 임기는 2024년 1월 8일부터 1년이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자산 2조 원 이상의 상장 법인이 자사의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현황을 상세하게 공개하는 ‘ESG 공시 의무화’가 종전 계획보다 1년 이상 늦춰지게 됐다. 공시 기준이 아직 명확하지 않아 기업 일선에서 관련 공시를 바로 도입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금융당국이 받아들인 것이다.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16일 ‘ESG 금융추진단’ 제3차 회의를 열고 국내 ESG 공시 의무 도입 시기를 2026년 이후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당초 2025년부터 도입 예정이었지만 금융위는 기업들의 준비 기간이 추가로 필요하다 보고 공시 의무화 시점을 미루기로 했다. 김 위원장은 “주요 선진국의 ESG 공시 의무화 시점이 미뤄진 데다, 주요 참고 기준이라 할 수 있는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의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이 6월에야 확정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금융위는 2021년부터 ESG 공시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금융 선진국 사이에서 ESG 정보 공시를 자본시장 선진화에 필수적인 요소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은 2018년부터 ‘비재무정보 보고 지침’을 통해 공시 의무화를 시행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올 3월 기후 관련 정보에 대한 공시 의무화를 밝힌 바 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부동산 펀드를 운용하는 과정에서 취득한 재개발 정보로 수십억 원의 부당 이득을 챙긴 자산운용사 대표가 금융감독원에 적발됐다. 금감원은 16일 마스턴투자운용에 대한 잠정 검사 결과를 발표하며 대주주이자 대표이사인 김 모 씨의 미공개 직무정보 활용, 펀드 이익 훼손, 부당한 영향력 행사 등 위반 행위를 발견했다고 밝혔다.금감원의 검사에 따르면 김 씨는 자사의 펀드가 부동산 재개발을 위해 토지 매입을 진행한다는 내부 보고를 받고, 특수관계법인의 명의로 해당 토지를 저가에 선(先)매입했다. 이후 단기간 내 자사 펀드에 비싸게 매각하는 방식으로 수십억 원의 차익을 챙겼다. 이 과정에서 특수관계법인에 대한 자금 지원이 금지돼 있는데도, 김 씨는 토지 매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회사의 예금을 부당하게 담보로 제공했다. 금감원은 김 씨가 직무정보로 부당이득을 취하는 불공정 거래 행위를 했다는 입장이다.김 씨는 양질의 프로젝트에 대한 진행 경과를 보고 받고 특수관계법인 명의로 선행, 우회 투자에 나서기도 했다. 자사의 투자 금액을 축소하는 대신 김 씨와 연관이 있는 법인들의 투자 기회를 확보해주는 방식을 활용했다. 금감원은 김 씨 본인과 배우자, 자녀 등이 대주주인 계열사에 대한 수수료를 증액하는 등의 부당 지원에도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금감원은 검사 결과 확인된 김 씨의 위법, 부당 행위에 대해 엄정 조치하기로 했다. 위법 사실에 대해서는 수사 당국에 통보를 마친 상태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 같은 행태가 만연하면 자산운용사의 전반적인 신뢰가 낮아질 수 밖에 없다”며 “시장 참여자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자는 차원에서 잠정 검사 결과를 발표하게 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마스턴투자운용 관계자는 금감원의 이번 검사 결과에 대해 “공식 입장이 없다”고 답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올해 은행권에서 대규모 횡령 등 금융사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일부 국내 은행이 지난해 금융당국이 제시한 준법감시인력 충원 비율을 아직 충족하지 못했거나 가까스로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윤주경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NH농협은행의 준법감시 부서 인력은 53명으로 전체 임직원 수(1만6112명) 대비 0.33%에 그쳤다. 금감원은 지난해 11월 700억 원대 횡령 사건이 벌어진 우리은행 사태를 계기로 일반 은행의 전체 임직원 수 대비 준법감시인력 비율을 올해 말까지 최소 0.40%를 넘기도록 했지만 NH농협은행은 아직 이를 충족하지 못한 것이다. NH농협은행 측은 “인사를 1년에 두 번 하는 시중은행들과 달리 1년에 인사가 한 번뿐이라 관련 인원이 아직 보충되지 않았다”면서 “연말 인사 때 관련 인력을 대폭 늘릴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임직원 1만6000명이 넘는 국내 최대 규모의 KB국민은행은 금감원이 제시한 비율을 가까스로 넘겼다. KB국민은행의 준법감시 부서 인력 비율은 0.41%(68명)로 지난해 말보다 3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KB국민은행에선 8월 초 직원들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120억 원대 부당 이득을 챙긴 사건이 적발돼 내부통제 부실 문제가 도마에 오른 바 있다. 우리은행(0.68%)과 신한은행(0.64%), 하나은행(0.61%)은 전체 임직원 수 대비 준법감시 부서 인력 비율이 0.60% 선을 넘겼다. 금감원은 은행의 내부통제에 필요한 최소한의 관련 인력 비율을 0.80%로 보고 2027년 말까지 이를 충족할 것을 의무화한 상태다. 올해 8월 말 기준 국내 20대 은행의 준법감시 부서 인력은 689명으로 지난해 말보다 104명 늘어났지만 전체 임직원 수 대비 0.63%에 불과한 실정이다. 준법감시 인력이 적다 보니 은행권의 자체 감사 역량도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회 정무위 소속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실이 금감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주요 11개 은행에서 자체 감사를 통해 최근 5년(2018∼2022년) 동안 10억 원 이상 대규모 금융사고를 적발해낸 사례는 6건(35.29%)에 그쳤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상습음주운전자, 술 마시면 車시동 안걸려 이르면 내년 말부터 상습적으로 음주운전이 적발된 운전자는 차량에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를 달아야 한다. 국회는 6일 본회의에서 시동잠금장치 도입을 골자로 한 도로교통법 일부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시동잠금장치는 자동차에 시동을 걸기 전 호흡을 불어넣어 음주 여부를 판단받는 장치다. 술을 마신 경우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법안에 따르면 음주운전으로 처벌받은 이가 5년 이내에 또다시 음주운전으로 적발될 경우 차량에 시동잠금장치를 부착하는 조건으로 면허를 재발급받게 된다. 면허 취소 기간만큼 시동잠금장치를 의무 부착해야 한다. 경찰청은 향후 5년 동안 약 2만2000명이 이 장치를 부착할 것으로 예상했다. 설치 비용은 음주운전자가 부담해야 한다.서류 발급 없이… 실손보험금 자동 신청 이르면 내년부터 환자가 병원에서 서류 발급 등 복잡한 절차 없이 실손의료보험 보험금을 자동으로 청구할 수 있게 된다. 국회는 6일 본회의에서 실손보험 청구 과정 간소화를 골자로 한 보험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가 실손보험 청구 절차 개선을 권고한 지 14년 만이다. 이 개정안에는 실손보험 가입자가 병원에서 진료만 받으면 보험금을 전산으로 자동 신청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동안은 실손보험 보험금을 청구하려면 가입자가 병원이나 요양기관에서 보험 청구를 위한 서류를 발급받고 이를 온라인, 팩스 등으로 전송해야 했다. 학폭 피해학생 요청때 가해자 출석정지 내년 3월부터 학교폭력 피해 학생이 요청하면 학교장이 즉시 가해 학생에게 출석정지(학교폭력심의위원회 징계처분 6호)나 학급교체(7호) 조치를 내릴 수 있게 된다. 학폭위 조치 전에 학교장 직권으로 가해 학생을 다른 학급으로 옮기는 것도 가능해진다. 교육부는 6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 통과됐다고 밝혔다. 개정안에는 가해 학생 처분을 강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가해 학생이 피해자나 신고자에 대한 ‘접촉 협박 보복행위 금지(2호)’ 처분을 위반하면 출석정지부터 퇴학(9호)까지 처분이 가능해진다. 또 교사의 정당한 학폭 대응이나 학생 생활지도에 대해서는 민형사상 책임을 면제하도록 했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이르면 내년부터 환자가 병원에서 서류 발급 등 복잡한 절차 없이 실손의료보험 보험금을 자동으로 청구할 수 있게 된다. 국회는 6일 본회의에서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청구 과정 간소화를 골자로 한 보험업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가 실손보험 청구 절차 개선을 권고한 지 약 14년 만에 개정안이 통과하게 된 것이다.이 개정안에는 실손보험 가입자가 병원에서 진료만 받으면 보험금을 전산으로 자동 신청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동안은 실손보험을 청구하려면 가입자가 병원이나 요양기관에서 보험 청구를 위한 서류를 발급받고 이를 온라인, 팩스 등으로 전송해야 했다. 청구 절차가 복잡하다보니 소액 보험금 수령을 포기하는 가입자가 많았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실에 따르면 청구되지 않은 실손보험금은 2021년 2559억 원, 2022년 2512억 원 수준이었다.보험업계에서는 개정안 통과로 업무 효율성, 보험 산업에 대한 소비자 신뢰 등이 높아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다만 의료계의 반대 기류가 여전히 뚜렷해 법안 통과 이후에도 논란은 당분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에서는 이 개정안이 민간 보험사에만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란 입장이다. 또 보험사가 확보한 전산 정보를 악용해 가입자의 보험 가입과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법안이 공포되면 1년 뒤(30병상 미만의 의원급 의료기관은 2년 뒤)에 시행되는 만큼, 이르면 내년 말부터 간편한 전산 청구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 가능성에 제동을 걸었다. 김 회장이 연임에 도전하려면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가 연령 제한 규정을 바꿔야 하는데, 이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이 원장은 KB금융지주 차기 회장 선임 절차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이 원장은 5일 ‘비대면 금융사고 예방 추진을 위한 협약식’에 참석한 후 기자들을 만나 “회추위가 열린 뒤 현재 회장의 연임을 가능하도록 바꾸는 건 축구 시작하고 중간에 룰(규칙)을 바꾸는 것”이라며 “그동안 DGB금융의 노력을 봤을 때 그렇게 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DGB금융은 지난달 차기 회장을 선출하기 위한 회추위를 열었다. 김 회장이 연임에 한 번 더 도전하기 위해선 이사회가 지배구조 내부 규범을 바꿔야 한다. 현행 규정에서 회장직의 연령을 만 67세로 제한하고 있어, 내년 3월로 만 69세가 되는 김 회장이 연임에 도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에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내며 DGB금융을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그는 “연임을 준비하는 최고경영자(CEO)는 경쟁자 대비 정보력, 친분 등에서 모두 우위에 있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며 “금융사들이 이런 문제의식에 공감한다면 각자 사정에 맞는 솔루션을 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KB금융지주의 차기 회장 승계 절차에 대해서도 또 한 번 비판했다. 그는 “선임 절차에 대한 평가 기준, 방식을 정한 뒤 공론화를 통해 후보군이 경쟁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원칙”이라며 “하지만 KB금융은 회장 후보군을 먼저 정한 이후에 평가 기준과 방식을 정했다”고 지적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연봉 6000만 원, 신용점수 900점대 후반인 직장인 이재훈 씨(36)는 최근 한 캐피털 회사에서 연 9%대의 금리로 2000만 원을 대출받았다. 두 달 전 대출받은 시중은행을 다시 이용하려다 거절당했기 때문이다. 이 씨는 “총부채상환비율(DSR) 한도에 여유가 있는데도 은행에서 ‘대출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신용점수가 2등급인 고신용자도 은행권에서 대출을 받기가 예전보다 많이 힘들어졌다”고 토로했다. 고금리 현상이 이어지면서 신용점수가 높은 소비자들도 신용대출을 받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900점대 신용점수를 보유한 사람들도 은행권 대출을 받지 못해 저축은행, 캐피털 등 2금융권에서 급전을 마련하는 상황이다. 4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KB국민, 신한, 우리, 하나,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에서 신규로 신용대출을 받은 고객의 평균 신용점수는 925.13점이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4.29점 높아진 수준이며 올 1월과 비교해도 10.13점이나 높은 수치다. 그만큼 ‘초우량 고객’들만 시중은행의 대출을 이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통상 은행권에서는 3등급(약 850점 안팎)까지를 고신용자로 분류한다. 시중은행이 대출 문턱을 높이는 것은 연체율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국내 은행 연체율은 0.39%로 전달 대비 0.04%포인트, 가계 신용대출 연체율도 0.71%로 지난달보다 0.09%포인트 상승했다. 시중은행의 한 대출 담당자는 “주택담보대출과 달리 신용대출은 담보가 없어 심사 절차가 더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며 “내부에서 연체율 관리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어 대출자의 부실 가능성을 면밀하게 따지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금융 소비자 10명 중 4명의 신용점수가 900점 이상이다 보니 ‘신용점수 인플레이션’ 현상이 생겼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신용평가회사 코리아크레딧뷰로(KCB)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신용점수 900점 이상 고객 비중은 전체의 약 41.9%로 3년 전에 비해 6%포인트가량 높아졌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공과금 납부 여부가 신용점수에 반영되면서 고객들의 신용도가 최근 2년 사이 전반적으로 높아진 편”이라며 “신용평가사 점수로는 대출자의 우량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워 당행이 자체 개발한 신용 모형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씨처럼 2금융권에서 자금을 마련하는 고신용자가 늘어나면서 중저신용자가 자금을 마련할 창구가 좁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8월 기준 가계 신용대출을 취급한 31곳의 저축은행 중 16곳이 신용점수 600점 이하 고객에게 대출을 해주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엔 9곳에 불과했으나 1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저축은행 고위 관계자는 “고신용자가 2금융권의 대출을 이용하면서 중저신용자들이 대출 받을 금융기관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며 “중저신용자에게 대출을 예전처럼 공급하려면 원가를 낮춰야 하는데, 예·적금과 금융채 금리 모두 상승하고 있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금융위원회가 상상인에 보유 중인 두 곳의 계열 저축은행을 매각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업계 7위권 저축은행이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4일 금융위는 정례회의를 열고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의 대주주인 상상인에 대한 주식 처분 명령을 의결했다. 주식처분 명령이란 대주주가 보유한 저축은행 주식 10%를 제외한 나머지를 매각하라는 의미다. 현재 상상인은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의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다.금융위는 상상인에게 두 곳의 저축은행 지분을 6개월 내로 처분할 것을 명령했다. 상상인 입장에선 두 저축은행 지분 90%를 내년 4월 초까지 처분하거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의 방식으로 행정소송에 나서야 한다. 일각에선상상인이 금융당국 명령에 불복해 행정소송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금융위는 두 저축은행이 위법 행위를 저질러 상상인이 대주주로서 자격이 없다고 판단한 건 과거에 벌인 위법행위 때문이다.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는 저축은행법이 규정하는 영업구역 내 의무대출 비율을 지키지 않았으나 준수했다고 허위 보고했다. 또 대주주가 전환사채를 저가에 취득하는 방식으로 부당이익을 제공하기도 했다. 금융위는 2019년 12월 두 저축은행에 과징금을 부과하고, 유준원 상상인 대표에게 직무정지 3개월을 처분한 바 있다. 당시 유 대표는 금융위를 상대로 중징계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대법원이 올해 5월 금융위의 징계가 적법하다고 최종 판결을 내렸다. 올해 6월 말 기준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의 자산 합계는 4조8796억 원이다. 이는 SBI, OK, 한국투자, 웰컴저축은행 등에 이어 업계 7위에 해당한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한국과 일본의 금융당국 수장이 만나 감독, 정책 등의 현안을 논의하는 ‘정례회의(셔틀회의)’가 7년 만에 다시 열린다. 3일 금융위원회는 일본을 방문 중인 김주현 위원장이 구리타 데루히사(栗田照久) 일본 금융청장과 만나 금융당국 간 셔틀회의 재개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이번 만남은 양국 정상 간 셔틀외교 복원 등 한일 관계 정상화에 따른 것으로 금융위원장과 일본 금융청장이 만난 건 2015년 이후 8년 만”이라고 설명했다. 한일 금융당국 간 회의는 올해 12월 19, 20일 서울에서 열기로 했다. 김 위원장과 구리타 청장은 기후 변화, 금융서비스 디지털화 등에 대한 경험을 공유하고 향후 이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 금융 안정과 금융시장 육성을 위해 상호 간의 협력도 강화할 계획이다. 한일 금융당국이 정례회의를 재개하는 것은 2016년 6월 이후 약 7년 만이다. 앞선 7월에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구리타 청장을 만나 셔틀미팅 재개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양국 간의 금융 교류를 도모하기 위해 2∼4일 일본 도쿄를 방문하고 있다. 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주최하는 ‘지속가능 포럼’ 연설자로 나섰고, 4일에는 양국 금융권이 공동 출자하는 스타트업 전용 펀드 ‘퓨처 플로 펀드’ 출범식에 참석할 예정이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자산 규모 2조 원 이상인 금융회사의 여성 등기임원 비율이 11%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윤영덕 의원이 금융감독원·은행연합회·생명보험협회·손해보험협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자산총액 2조 원 이상인 금융사 74곳의 등기임원은 총 461명이었다. 이 중 여성은 52명으로 약 11%에 불과했다. 손해보험업계의 여성 등기임원 비율이 16%로 가장 높았고 생명보험(14%), 은행(11%), 증권(9%) 등이 뒤를 이었다. 여성 등기임원이 단 한 명도 없는 금융사도 30곳이나 됐다. 등기이사를 남성으로만 채운 곳은 증권사(15곳)가 가장 많았고 은행(8곳), 생명보험(6곳), 손해보험(1곳) 순이었다. 지난해 8월 시행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자산총액 2조 원 이상의 상장사 이사회를 특정 성별이 독식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상장사만 대상으로 하고 있어 사실상 금융지주만 적용을 받고 있다. 계열사인 비상장 금융사들은 법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의원은 “금융사들이 다양성과 투명성을 높일 수 있도록 여성 등기이사 영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등기임원이 특정 성별로 편중될 경우 편향적인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