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선

최지선 기자

동아일보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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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서 벌어지는 특별한 일들을 기록합니다.

aurinko@donga.com

취재분야

2024-10-31~2024-11-30
미국/북미69%
국제정치15%
국제정세5%
인사일반5%
중동3%
유럽/EU3%
  • 할리우드가 만든 아시안에 의한, 아시안을 위한 코미디

    ‘아시안의, 아시안에 의한, 아시안을 위한’ 코미디 영화가 할리우드에 등장했다. 주연 배우 전체가 여성 동양인 배우인 영화 ‘조이 라이드’다. 북미에서 메가히트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2018년)의 각본가 아델 림이 처음으로 메가폰을 잡았다. 영화는 아시아계 미국인이 가진 정체성 고민에서부터 성적 욕망까지 날것 그대로 보여 준다. 백인 위주의 할리우드에서 대상화된 아시안이 아닌 ‘진짜 아시안’의 모습이다. 넷플릭스 드라마 ‘에밀리 파리에 가다’에서 에밀리의 단짝 친구인 민디로 출연한 한국계 미국인 애슐리 박이 주인공 오드리 역을 맡았다. 영화 후반에 한국도 배경으로 등장한다. 30일 개봉하는 ‘조이 라이드’는 백인 양부모에게 입양된 오드리(애슐리 박)와 그 친구들이 다 함께 중국으로 가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을 담았다. 백인 부모 밑에서 잘나가는 변호사가 된 오드리는 자신의 뿌리는 찾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며 산다. 그러던 어느 날 진급이 걸린 중요한 중국 출장을 가게 되고,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친엄마를 찾아 나서게 된다. 오드리의 단짝인 롤로는 중국계 미국인인 셰리 콜라가, 중국에서 배우로 일하고 있는 캣은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조이 왕 역으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던 대만계 미국인 스테퍼니 슈가 맡았다. K팝에 심취한 롤로의 사촌동생 데드아이 역은 중국계 미국인 사브리나 우가 연기했다. 이들은 ‘아시아인은 내성적이고 예의 바르다’는 편견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 롤로는 남녀 성기를 본떠 만든 도구로 설치미술 작업을 하는 작가이고, 캣은 자신의 은밀한 부위에 악마 문양 문신을 했다. 데드아이는 성적 정체성이 불분명한 괴짜 같은 인물이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가족과의 관계, 사회 속에서 느끼는 이질감으로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한국계 미국인이자 드라마 ‘로스트’의 권진수 역으로도 잘 알려진 배우 대니얼 대 킴도 카메오로 깜짝 출연한다. 말레이시아 이민자 출신인 림 감독은 “할리우드에서 A급 영화에, 더군다나 코미디 장르에 아시안을 주연으로 쓰지 않는다. 그래서 영화 연출을 맡게 된 것이 꿈같다”고 했다. 그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아시아인들은 수백 년 동안 미국에서 타자로 인식돼 왔다”면서 “엄마로서 제가 아시아인들의 저속하고 선정적인 면을 영화로 드러내 제 아이들이 이곳에서 (아시안이 아닌) 똑같은 평범한 한 사람으로서 받아들여진다면 그렇게 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3-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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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한 남자’가 내 삶 구원해줬다”

    올해 일본 아카데미상 8관왕에 오른 영화 ‘한 남자’가 30일 개봉한다. 이름과 정체성에 대해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는 미스터리물이다. 주인공 키도 역을 맡은 배우 쓰마부키 사토시(43)는 “이 영화가 제 삶을 구원해줬다”고 했다. ‘한 남자’는 불의의 사고로 죽은 남편의 이름을 비롯해 과거까지, 모두 다른 사람의 것이었다는 걸 알게 된 아내 리에(안도 사쿠라)가 변호사인 키도(쓰마부키 사토시)에게 남편의 과거를 조사해 달라고 의뢰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제70회 요미우리 문학상을 받은 히라노 게이치로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영화는 일본의 사회 문제 중 하나인 ‘조하쓰’(蒸發·자발적 실종)를 소재로 한다. 하루아침에 이름과 신분, 가족과 직업 등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새로운 신분으로 사는 사람의 이야기를 다룬다. 영화 속에서 신분을 바꾸고 감쪽같이 새 삶을 산 다이스케(구보타 마사타카)의 행적을 쫓는 키도 역시 ‘재일교포 3세’라는 감추고 싶은 정체성을 갖고 있다. 아들을 다정하게 대하다가도 사소한 일에 불같이 화를 내거나 겉으로는 단란한 가정으로 보이지만 아내와 무언가 어긋나 있는 복합적인 모습을 가졌다. 한국을 찾은 쓰마부시 사토시는 25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소설) 원작자가 말한 ‘분인주의’라는 게 있다. 사람은 상대에 따라 여러 모습으로 변하는 다양한 얼굴을 갖고 있다는 의미로, 키도가 그런 특징을 지닌 인물”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에게 다양한 모습이 있다고 인정하는 것이 우리가 삶을 다르게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며 “그런 생각이 저를 구원했다”고 말했다. ‘한 남자’는 3월 열린 제46회 일본 아카데미상을 휩쓸었다. 최우수 작품상과 감독상, 최우수주연남우상 등 총 8개 부문에서 상을 받았다. 지난해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3-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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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워라밸이 뭔가요?” 학교로 출근하는 사람들

    최근 한 젊은 초등 교사가 학교에서 세상을 등지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교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다. 그동안 학교는 아이를 보내는 곳으로만 여겼지 학교로 출근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이는 많지 않았다. 교육자가 직업인으로서의 고충을 바깥으로 꺼내놓기 어렵게 만드는 분위기도 있었다. 저자들은 10년가량 중고교 교사로 일하면서 느낀 고충을 에세이로 풀어냈다. 어딘가에 비슷한 경험을 한 교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동료 교사들이 위로받고,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었으면 하는 마음에 출간했다고 한다. 기나현 교사는 교직 생활 초기 담임 업무를 하며 학부모들에게 받았던 상처를 털어놓는다. 퇴근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전화를 받지 않는다며 내리 10통이나 하던 학부모, 학교폭력 사안으로 전화를 걸었는데 ‘담임 교사입니다’가 아니라 ‘담임이에요’라고 말했다며 “학부모를 깔본다”고 폭언을 내뱉은 학부모 등 별별 경험이 담겼다. 그래도 기 교사는 “학부모와 교사는 결국 하나의 팀”이라며 “두려울 수 있지만 진실한 마음은 통하는 법”이라고 했다. 휴대전화가 생기면서 교사에게 ‘워라밸’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단어가 됐다. 신영환 교사는 “사소한 불편함까지도 호소하는 민원 전화가 시도 때도 없이 온다. 정신없이 민원 처리만 하다가 하루가 다 갈 때도 있다”고 토로한다. 학교에서 아이들의 보호자 노릇을 하는 것에 더해 수업과 기획, 행정 업무까지 처리하다가 과호흡 증세가 올 만큼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한다. 그는 교사가 스스로 너무 많은 짐을 지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하며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무엇보다 행복한 교직생활을 하려면 성장하는 기쁨을 맛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기 교사는 ‘쌤스타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과 소통하기 위해 만든 인스타그램 부계정이다. 이 계정을 통해 다른 교사들과 창의적인 수업 방법을 공유하게 됐고, 현직 교사와 임용 준비생 등 5000명이 넘는 팔로어를 만났으며, 연수 기회도 얻었다. 그는 “성장을 원한다면 더 넓은 곳으로 발을 내디뎌야 한다”며 교사들에게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3-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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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봉준호 키즈’ 유재선 데뷔작 ‘잠’… 칸 “작품-상업성 모두 잡아”

    ‘둘이 함께라면 극복 못 할 일이 없다.’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하는 만삭 임신부 수진(정유미)과 현수(이선균)의 집에 걸린 가훈이다. 태어날 아기를 기다리던 부부를 시험하듯 어느 날 결혼생활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위기가 찾아온다. 매일 밤 현수가 수면 중 이상 행동을 하기 시작한 것. 냉장고에서 생고기와 날계란을 꺼내 미친 듯이 먹는가 하면 키우는 강아지를 냉동고에 넣는 등 밤이면 기괴한 일을 벌인다. 수진은 현수를 고쳐보려고 갖은 애를 쓰지만 매일 잠들기가 두렵다. 아기가 태어난 뒤 수진의 노이로제는 극에 달해 한숨도 자지 못한다. 결국 수진은 아기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평소와 다른 행동에 나선다. 다음 달 6일 개봉하는 영화 ‘잠’ 이야기다. ‘봉준호 키즈’로 불리는 유재선 감독(34·사진)의 데뷔작인 ‘잠’은 올해 5월 제76회 칸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돼 작품성과 상업성을 모두 잡았다는 평가를 들었다. 연세대 국제대학 경제학과를 졸업한 유 감독은 봉 감독의 넷플릭스 영화 ‘옥자’ 연출부에서 영화를 배웠다.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23일 만난 유 감독은 영락없는 신입사원 같았다. 질문에 시종일관 신중하게 단어를 고르는 그에게서 첫 작품을 내놓는 새내기 감독의 설렘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는 “보통 이런 장르는 주인공이 공포의 대상으로부터 도망 가는 이야기이지만 이 소재는 공포의 대상이 가장 사랑하고 지켜주고 싶은 사람”이라며 “공포의 대상과 함께 그 공포를 정면으로 돌파해야 한다”고 했다. 영화의 배경은 집 안이라는 좁은 공간이지만 러닝타임 내내 지루할 틈이 없다. 귀신이나 피 없이 현수가 돌아보는 장면만으로도 잔뜩 긴장하게 되는 똑똑한 공포영화다. 유 감독은 ‘잠’ 시나리오를 다 쓰고 봉 감독에게 먼저 보여줬다. 봉 감독의 차기작 연출팀으로 일하기 전 미팅을 하려던 자리였다. 가벼운 마음으로 내민 시나리오에 봉 감독은 “내 영화는 됐고, 이 영화에 집중해라. 지금 당장 캐스팅해도 손색이 없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배우 정유미와 이선균에게 영화 출연을 제안한 것도 봉 감독이다. 유 감독은 “관객들이 영화를 보는 1분 1초가 다 재밌게 느껴지면 정말 좋겠다”며 “봉 감독님 이름에 누가 되지 않게 많은 분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3-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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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스크걸’로 OTT 첫 도전한 고현정, “캐스팅에 감사… 정말 잘하고 싶었다”

    “작품에 굉장히 배고파 있었어요. 이런 장르물에 저를 떠올려준 것에 감사했고 정말 잘하고 싶었습니다. 제가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1990년) 말숙이 역을 통해 배우로 데뷔했는데 더 늙기 전에 그런 밝은 역도 다시 도전하고 싶어요.” 18일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마스크걸’의 주인공 김모미 역으로 처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작품에 도전한 배우 고현정(52)의 말이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마스크걸’은 공개 3일 만에 280만 뷰를 기록하며 글로벌 톱10 비영어 부문 시리즈 2위에 올랐다. 살인과 불륜, 폭행 등 소재가 자극적이라는 지적이 있지만 주연 배우들의 연기력과 작품의 흡인력에 대해서만큼은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배우 이한별, 나나, 고현정이 각각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성형수술 전, 성형수술 후, 교도소에 수감된 김모미를 맡은 3인 1역 드라마다. 고현정은 살인을 저지르고 교도소에 수감된 김모미 역을 맡았다.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24일 만난 고현정은 중년의 수감자 역을 맡은 것에 대해 “제 나이와 비슷한 역할을 연기해서 아주 좋았다”고 말했다. 김모미는 10년 동안 만나지 못한 자신의 딸을 김경자(염혜란)가 해치려고 하자 탈옥을 감행한다. 고현정이 연기한 모성애는 보통의 모성애와는 다르다. 속을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말 없이 딸이 무사한지 확인만 하는 건 고현정이 직접 아이디어를 낸 장면이라고 한다. 그는 “원래는 대사가 있는 장면이었다. 그런데 어떤 말이건 너무 구차할 것 같았다”고 했다. 살인을 저지르고도 태연히 살아간 김모미라면 일반적인 모성애가 아니라 좀 더 복합적인 감정이 뒤섞였을 거라 생각하고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한다. ‘마스크걸’은 고현정뿐만 아니라 배우 안재홍(주오남 역), 염혜란 등 다른 주연 배우들의 연기도 화제가 되고 있다. 그는 “두 배우가 초반에 나오는데 ‘아 내가 밀렸다. 졌다, 한참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자극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항상 개인사가 작품을 뛰어넘지 못하는 것 같아 반성도 됐다”고도 덧붙였다. 고현정은 1989년 미스코리아에서 입상한 뒤 배우로 데뷔했다. 신인 시절부터 외모로 주목받은 탓에 다양한 배역을 맡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고 했다. 그는 “저를 장르물에 캐스팅해준 게 신기할 정도였다. 이런 배역에 관심이 있지만 제 생각을 (대중과) 나눈 적이 별로 없어서 이런 작품이 제게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외모로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빈껍데기가 되기 않기 위해 노력했다. 많은 제작사에서 저를 작품에 써주시면 좋겠다”며 연기 욕심을 드러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3-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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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진서 9단, ‘바둑계 올림픽’ 응씨배 우승

    한국 바둑 랭킹 1위인 신진서 9단(23·사진)이 세계 최대 바둑 대회인 응씨배 정상에 올랐다. 한국 선수가 응씨배에서 우승한 것은 2009년 이후 14년 만이다. 중국 상하이에서 23일 열린 제9회 응씨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 결승 3번기 2국에서 신 9단은 셰커(謝科·23) 9단을 226수 만에 백 불계로 꺾고 종합전적 2-0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대국 시작 5시간 10분여 만에 승리를 거뒀다. 신 9단은 이날 시상식에서 단일 바둑 대회로는 최고 상금인 40만 달러(약 5억3600만 원)와 우승 트로피를 받았다. 신 9단은 응씨배 우승으로 메이저 세계대회 통산 5회 우승이라는 기록을 세우게 됐다. 신 9단은 “응씨배만을 위해 국가대표팀에서 공동 연구를 하고 시간 안배를 위해 포석 준비도 많이 했다”며 “믿고 응원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신 9단은 이번 우승으로 명실상부한 ‘바둑 황제’에 올랐다. 20세이던 2020년 LG배 우승을 시작으로 2021년 춘란배, 2022년 LG배와 삼성화재배에서 우승하며 메이저 세계대회를 제패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총 63승 7패를 기록해 90%라는 놀라운 승률을 올렸다. 바둑계에 인공지능(AI)이 나온 뒤 이와 가장 근접한 수법을 구사한다고 해 ‘신공지능’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신 9단의 우승으로 한국은 통산 6번째 우승을 기록했다. 1988년 창설된 응씨배는 4년마다 열려 ‘바둑계의 올림픽’으로 불린다. 한국은 응씨배 1회 대회 때 조훈현 9단의 대역전승을 시작으로 서봉수 유창혁 이창호 9단이 연속으로 우승해 4회까지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2009년 최철한 9단이 우승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3-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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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사이드&인사이트]‘허리’ 사라진 한국 영화… 올해 수익 낸 중소형 작품 고작 1편

    《“블록버스터가 아닌 중소형급 허리 영화가 아주 중요합니다. 큰 영화는 큰 영화대로 잘되고, 소소한 재밌는 이야기가 또 만들어져야 관객들도 질리지 않죠. 맨날 블록버스터 영화만 보고 싶지 않은 사람들도 있거든요. 보는 사람이 다양하게 골라서 볼 수 있는, 편하게 보고 나서 생맥주 한잔하고 싶은 그런 영화가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15일 개봉한 중소형급 영화 ‘달짝지근해: 7510’에서 주인공 치호 역을 맡은 배우 유해진은 요즘 영화계의 대작 쏠림 현상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유해진은 이제 영화계에 거의 남지 않은, 영화에만 출연하는 진짜(?) ‘영화배우’다. 팬데믹 때 영화 개봉과 제작이 무기한 중단되면서 영화배우와 감독, 유능한 제작진 대다수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제작으로 넘어갔기 때문이다.》그나마 남아 있던 영화계 투자금은 위험을 줄이기 위해 대작에 몰렸다. 한 영화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팬데믹 이전이라면 손익분기점을 가뿐히 넘겼을 영화들이 고전하면서 투자자들이 신중해졌다. 흥행이 확실한 대작에만 투자하는 경향이 커져서 중소형 영화 제작 자체가 쉽지 않다. 투자가 잘 안되니 좋은 작품이 더 안 나오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손익분기점 넘은 중소형 영화 ‘전멸’ 팬데믹 이전과 비교하면 제작비 100억 원 미만의 중소형 영화 부진은 확연히 드러난다. 2019년 개봉한 영화 중 관객 수 1위는 제작비 약 85억 원을 들인 이병헌 감독의 ‘극한직업’이었다. 1600만 명이 관람해 전국 매출 약 1400억 원(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을 기록했다. ‘명량’(2014년·관객 1760만 명)에 이은 역대 한국 영화 관객 수 2위다. 2019년 개봉한 한국 영화 중 손익분기점을 넘긴 상업 영화는 19편이다. 그중 제작비 100억 원 미만인 영화는 13편이다. ‘82년생 김지영’(제작비 74억 원), ‘돈’(80억 원), ‘악인전’(80억 원), ‘가장 보통의 연애’(67억 원) 등이 그해 개봉한 영화 관객 수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항거: 유관순 이야기’와 ‘벌새’는 제작비 10억 원 미만의 독립 영화지만 각각 115만 명, 14만 명이 관람하며 큰 성공을 거뒀다. 반면 올해 개봉한 영화 중 손익분기점을 넘은 중소형 작품은 단 1편이다. 공포 영화 ‘옥수역 귀신’으로, 25만 명이 봤다. 관객 수가 많지 않았지만 저예산 공포 영화여서 손익분기점(20만 명)을 넘길 수 있었다. 올해 개봉한 영화 중 관객 수 ‘톱10’에 드는 중소형 작품은 ‘리바운드’뿐이다. 제작비 약 70억 원이 들었고 68만 명이 관람해 손익분기점(190만 명)을 넘기진 못했다. 추석과 연말 개봉작들이 남았다는 점을 감안해도 팬데믹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올해 손익분기점을 넘은 중소형 영화는 사실상 ‘전멸’ 수준이다.● 신인 감독·배우 발굴, OTT에 빼앗겨 중소형급 영화가 흥행에 고전하면서 전체 영화 제작 생태계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장 타격이 큰 건 신인 창작자들이다. 젊은 감독, 작가, 배우 등 창작자들은 보통 독립·예술 영화로 경력을 쌓은 뒤 투자를 받아 상업 영화로 데뷔하는 수순을 거친다. 하지만 팬데믹으로 투자자들이 영화계를 많이 떠난 데다 그나마 남은 투자자들은 검증된 베테랑 감독들의 대작에 몰리고 있다. 대작의 주연과 조연은 대부분 인지도가 높은 유명 배우들이 차지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영화로 데뷔하는 신인 배우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영화계가 팬데믹 기간 ‘동맥경화’를 겪는 사이 OTT가 그 빈틈을 메웠다. 넷플릭스는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신인 창작자들을 빨아들였다. 이들을 활용하면 적은 비용으로 현지에서 어떤 콘텐츠가 잘되는지 실험해 볼 수 있다. 운 좋게 작품이 잘될 경우 이익을 최대한으로 뽑아낼 수 있다. 창작자 입장에선 투자를 못 받아 제작이 무기한으로 밀리는 것보다 OTT를 통해 데뷔하는 쪽이 낫다. 넷플릭스 드라마 ‘고요의 바다’(2021년)의 최항용 감독, ‘소년심판’(2022년)의 김민석 작가, ‘인간수업’(2020년)의 배우 남윤수 박주현 등이 넷플릭스를 통해 데뷔한 신인들이다. 다만 넷플릭스 등 OTT는 제작비를 지원하는 대신 지식재산권(IP)에 대한 권리를 모두 가져가는 방식으로 계약을 맺는다. 흥행 수익은 창작자에게 거의 떨어지지 않는 구조다. 신인 창작자일수록 수익 배분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인다는 맹점이 있지만 영화계 투자 자체가 위축된 상황에서는 선택권이 별로 없다. 한 대형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영화감독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영화를 스크린에서 상영하는 걸 꿈꾸지만 팬데믹 이후 신인 감독들에게 그런 기회의 폭이 좁아진 게 사실”이라며 “배우뿐 아니라 작가, 배우, 제작진이 OTT로 넘어가 아직 돌아오지 않다 보니 중소형 영화 제작 자체가 잘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게다가 비성수기에 개봉해 사랑받던 중소형 작품들이 없어지니 관객들은 볼만한 블록버스터가 개봉할 때만 연례행사처럼 극장을 찾고 있다. 올해 5월 정부가 사실상 엔데믹을 선언했지만 영화계의 기대만큼 관객 수가 회복되지 않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영화산업 매출액은 6078억 원으로 팬데믹 이전의 70% 수준에 그쳤다.● 한국 영화 다양성에 악영향 중소형 영화가 부진하면서 한국 영화의 다양성이 줄어들고 있다. 중소형 영화들이 주로 다루는 코미디, 드라마, 로맨스 영화가 사라지고 있는 것. 올해 손익분기점을 넘은 영화는 모두 범죄물이다. 지난달 제22회 뉴욕 아시안 영화제에서 영화 ‘킬링 로맨스’(2023년), ‘유령’(2023년)으로 최우수 연기상을 수상한 배우 이하늬는 파격적인 중소형 코미디물인 ‘킬링 로맨스’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색깔 있는 한국 영화가 원래도 부족했는데 더 없어지고 있다. 그게(개성이) 한국 콘텐츠의 힘인데 우리 스스로 그 힘을 잃어가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색깔 있는 감독이 계속 힘 있게 작업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고 이 영화는 꼭 세상에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박기수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요즘 관객들은 미리 유튜브 등을 통해 영화 소개 영상을 본 뒤 이 작품이 어떤 즐거움을 줄지 명확한 기대가 생겨야 극장으로 향한다”며 “자연스레 많은 자본, 유명한 배우가 기존에 없던 낯선 이야기를 하는 블록버스터, 액션 영화로 승부를 보고자 하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진단했다. 블록버스터 영화는 할리우드 영화와 경쟁해야 하는데 아직 우리나라의 자금력과 기술력이 할리우드를 따라가기에는 부족해 외화를 선호하는 경향이 심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중소형 영화가 부진하면 정말 한국 영화 위기가 시작될 것”이라면서 “중소형 콘텐츠가 잘돼야 검증받은 좋은 제작자들이 더 크고 좋은 작품을 만드는 생태계 선순환이 된다”고 했다. 이어 “콘텐츠 대전환기에 다양한 영화가 개봉할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최지선 문화부 기자 aurinko@donga.com}

    • 2023-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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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무기 되찾아라”… 스테이섬, 헬기조종까지 직접 액션 연기

    액션에 유머를 한 숟가락 얹어 유쾌하게 연출하는 가이 리치 감독이 액션 첩보물 ‘스파이 코드명 포춘’으로 돌아왔다. 할리우드 대표 액션 배우인 제이슨 스테이섬이 특수요원 역을 맡았고, ‘로맨스 장인’이라 불리는 배우 휴 그랜트가 세계 무기 암거래 큰손을 연기한다. 영화는 세계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신무기 ‘핸들’을 무장 괴한들이 탈취하면서 시작된다. 무기 중개상 그레그 시먼즈(휴 그랜트)가 이 장치를 팔아넘기기 전에 되찾아야 하는 상황. 영국 정부는 전설적 스파이 오슨 포춘(제이슨 스테이섬), 해킹 천재 세라(오브리 플라자), 백발백중 저격수 J J 데이비스(버그지 멀론)를 섭외한다. 그레그를 속여 집에 침투하기 위해 그가 좋아하는 할리우드 배우 대니(조시 하트넷)까지 모아 ‘드림팀’을 꾸린다. 56세인 스테이섬은 나이가 무색하게 흐트러짐 없는 탄탄한 액션 연기를 선보인다. 그는 톰 크루즈와 함께 대표적인 ‘노(no) 스턴트 배우’로 유명하다. 20대 때 영국 다이빙 국가대표였던 그는 1998년 스크린 데뷔 후에도 킥복싱, 주짓수 등을 통해 다진 몸으로 육해공 액션을 직접 소화해 왔다. 이번 영화에서도 헬기까지 실제로 조종하는 등 모든 액션 장면을 직접 연기했다. 그는 영국 매체 콜라이더와의 인터뷰에서 “몸이 닳고 있는 게 느껴진다”며 “이제는 조금 더 똑똑하게 액션 연기를 하려 한다”고 했다. 리치 감독의 장점인 유머 코드는 영화 곳곳에 녹아난다.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1998년) ‘스내치’(2000년) ‘젠틀맨’(2020년) 등 빠른 템포와 유머를 갖춘 리치 감독의 범죄 오락 영화는 국내에도 팬층이 두껍다. 이번 작품도 스페인과 튀르키예, 프랑스 등을 오가는 화려한 로케이션과 빠른 전개, B급 유머가 뒤섞여 리치 감독의 영화를 좋아한다면 즐겁게 관람할 수 있다. 휴 그랜트는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움직이는 냉혈한이지만 할리우드 배우를 좋아하는 순수함이 있는 코믹한 인물을 잘 표현해 냈다. 리치 감독은 대본에 의지하기보단 현장에서 즉석으로 그의 연기를 이끌어 냈다고 한다. 30일 개봉.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3-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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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객수 뻥튀기’ 메가박스-CGV 등 69명 檢 송치

    좌석이 매진된 것처럼 조작해 영화 관람객 수를 부풀린 멀티플렉스 3사와 배급사 관계자들이 무더기로 검찰에 넘겨졌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메가박스, CGV, 롯데시네마 등 멀티플렉스 3사와 배급사 24개 업체 관계자 등 총 69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고 1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8년 3월부터 올 6월까지 상영된 영화 323편의 영화 박스오피스 순위를 끌어올리기 위해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통합전산망에 발권 정보를 허위로 입력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특정 영화가 개봉할 때마다 새벽 시간 등 일부 상영 회차의 좌석이 매진된 것처럼 조작하는 방식으로 박스오피스 순위를 끌어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방법을 통해 허위 발권된 표는 약 267만 장에 달한다. 관객 수가 부풀려진 영화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주인공으로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그대가 조국’도 포함됐다. 이 영화는 지난해 5월 개봉 이후 2주 만에 누적 관객 30만 명을 돌파하는 등 총 33만 명의 관객을 동원해 2022년 독립영화 최고의 흥행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심야·새벽 시간에 상영된 577회 중 199회가 매진된 것으로 나타나 관객 수를 조작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찰은 해당 기간 개봉한 영화 462편, 배급사 98개사를 대상으로 수사를 진행했는데 이 중 최소 323편의 영화 관객 수가 조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조작에 가담한 이들 중 관객 수를 2만 명 이상 부풀린 경우를 중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관객 수 등 자료를 전송하는 주체가 영화 상영관으로 한정돼 범행을 공모한 영화 배급사에 대해선 처벌할 규정이 없다”며 “문화체육관광부와 영진위 측에 제도 개선을 건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메가박스, CGV, 롯데시네마 등 멀티플렉스 3개사 측은 “검찰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송유근 기자 big@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3-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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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인사건 휘말린 ‘인터넷 마스크걸’의 삶

    신이 내린 몸매를 가졌지만 얼굴이 콤플렉스인 김모미. 낮에는 평범한 회사원으로 일하다가 밤이 되면 마스크를 쓴 채 인터넷 방송 BJ ‘마스크걸’이 돼 끼를 분출한다. 어느 날 마스크걸에 집착하던 회사 동료 주오남에게 우연히 정체가 탄로 나고, 살인 사건에 휘말리며 김모미의 삶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른다.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드라마 ‘마스크걸’이 18일 공개된다. 배우 고현정, 나나와 신인 이한별이 3인 1역을 맡는 연출로 공개 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성형 전 얼굴을 가린 채 인터넷 방송 BJ ‘마스크걸’로 일하는 김모미는 이한별이, 성형 후 쇼걸 ‘아름이’로 무대에 서는 김모미는 나나가, 살인 혐의로 복역 중인 중년의 김모미는 고현정이 각각 연기했다. 김용훈 감독은 서울 종로구 한 호텔에서 16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3인 1역 연출에 대해 “굉장히 어려운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 명이 연기하도록 성형 전후 모습을) 특수 분장으로 테스트해 보니 오히려 배우 표정이 어색하고 불안하게 느껴져서 3인 1역을 강행했다”고 했다. 고현정은 “저만 해도 10대, 20대, 30대일 때를 생각해 보면 (각 시기가) 많이 다르다. 기존에 없던 시도여서 기회가 주어져 감사했다”고 말했다. 드라마는 총 7부작으로 각 회차마다 다른 등장인물이 주인공이 돼 서사를 깊이 있게 풀어낸다. 특히 영화 같은 미장센이 눈에 띈다. 제69회 칸영화제에서 한국인 최초로 벌컨상(미술 등에서 뛰어난 기량을 보여준 이에게 수여하는 상)을 받은 류성희 미술감독이 참여했다. 주오남 역은 배우 안재홍이 맡았다. BJ 마스크걸에 집착하는 인물로, 배가 나오고 정수리에 탈모가 있는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2시간 동안 특수분장을 받았다. 예고 영상에 그의 모습이 단 1초 나오지만 알아보지 못할 만큼 놀라운 변신으로 화제가 됐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3-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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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객 수 조작 의혹’ 영화·배급사 69명 검찰 송치

    좌석이 매진된 것처럼 조작해 영화 관람객 수를 부풀린 멀티플렉스 3사와 배급사 관계자들이 무더기로 검찰에 넘겨졌다.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메가박스, CGV, 롯데시네마 등 멀티플렉스 3사와 배급사 24개 업체 관계자 등 총 69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고 16일 밝혔다.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8년 3월부터 올 6월까지 상영된 영화 323편의 영화 박스오피스 순위를 끌어올리기 위해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통합전산망에 발권 정보를 허위로 입력한 혐의를 받고 있다.이들은 특정 영화가 개봉할 때마다 새벽 시간 등 일부 상영 회차의 좌석이 매진된 것처럼 조작하는 방식으로 박스오피스 순위를 끌어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방법을 통해 허위 발권된 표는 약 267만 장에 달한다.관객 수가 부풀려진 영화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주인공으로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그대가 조국’도 포함됐다. 이 영화는 지난해 5월 개봉 이후 2주 만에 누적 관객 30만 명을 돌파하는 등 총 33만 명의 관객을 동원해 2022년 독립영화 최고의 흥행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심야·새벽 시간에 상영된 577회 중 199회가 매진된 것으로 나타나 관객 수를 조작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경찰은 해당 기간 개봉한 영화 462편, 배급사 98개사를 대상으로 수사를 진행했는데 이 중 최소 323편의 영화 관객 수가 조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조작에 가담한 이들 중 관객 수를 2만 명 이상 부풀린 경우를 중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경찰 관계자는 “관객 수 등 자료를 전송하는 주체가 영화상영관으로 한정돼 범행을 공모한 영화배급사에 대해선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며 “문화체육관광부와 영진위 측에 제도 개선을 건의할 예정”이라고 했다.메가박스·CGV·롯데시네마 등 멀티플렉스 3개사측은 “검찰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송유근 기자 big@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3-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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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 묻은 손으로 ‘피의 대숙청’ 고발

    “저들이 반역자나 테러범이 되면 그땐 너무 늦은 거야. 그래서 오늘, 지금, 미리 처형하는 거지.” 제78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이자 소련의 스탈린 공포정치 시대에 자행된 ‘피의 대숙청’을 고발한 영화 ‘볼코노고프 대위 탈출하다’가 23일 개봉한다. 역사상 가장 끔찍한 대량 학살 중 하나로 손꼽히는 ‘피의 대숙청’(1937∼1938년)은 스탈린 체제에 비판적인 사람들을 색출해 처형한 사건이다. 피해자는 95만 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영화의 배경은 이오시프 스탈린(1878∼1953)의 공포정치가 극에 달했던 1938년 소련이다. 공산당 고위 정치인 세르게이 키로프가 암살된 이후 스탈린은 반혁명분자 색출을 지시했고, 무분별한 숙청이 시작된다. 볼코노고프 대위(유리 보리소프)는 반혁명분자 색출을 주도한 비밀경찰 조직 엔카베데(NKVD)의 일원이다. 어느 날 무고한 사람들을 사지로 몰아넣던 그의 눈앞에서 상사가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지고, 아무런 거리낌 없이 시신을 쓰레기처럼 가져다 버리는 조직의 모습을 보며 그는 자신 역시 이 광기 어린 집단의 톱니바퀴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는 자신이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무고한 숙청자들의 명단을 훔쳐 탈출을 감행하고, 유가족들을 찾아가 용서를 구한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러시아 배우 유리 보리소프는 무고한 사람들을 처형했다는 죄책감과 용서받고 싶다는 욕심 안에서 허우적대는 한 남자의 모습을 설득력 있게 연기했다. 광기가 엿보이면서도 슬픈 눈빛이 인상적이다. 그는 2021년 제74회 칸 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영화 ‘6번 칸’의 남자 주인공 료하 역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번 영화의 연출은 나타샤 메르쿨로바 감독이, 각본은 알렉세이 추포프가 맡았다. 부부인 두 사람은 넷플릭스의 첫 러시아 오리지널 드라마인 ‘안나K’의 공동 감독으로 발탁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메르쿨로바 감독은 “보리소프의 본모습을 끄집어내기 위해 그와 함께 시나리오를 읽은 다음 다시 수정하기를 반복했다”고 밝혔다. 시나리오 수정본을 27개나 만들고 나서야 촬영을 시작했다고 한다. 영화는 첫 장면부터 마지막 장면까지 매 순간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진다. 농담 한마디에도 반혁명분자로 몰려 총살당했던 아슬아슬한 시대를 살아간 이들의 심정이 그대로 다가와 고통스럽다. 메르쿨로바 감독은 “이 영화는 공포심에서 영감을 얻었다. 영화의 근원은 폭력과 침탈에 대한 우리의 두려움이다. 스스로를 구하려는 이기적인 동기에서 출발하지만 타인의 고통을 체감하고 진정으로 뉘우칠 수 있도록 성장하는 한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3-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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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웅과 매국노 오간 천재과학자… 놀런이 그린 ‘오펜하이머’

    “나는 이제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다.”(J 로버트 오펜하이머) 1945년 8월 6일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된 사건은 한 남자의 인생과 인류의 미래를 완전히 바꿨다. ‘원자폭탄의 아버지’라 불리는 J 로버트 오펜하이머(1904∼1967)의 생애를 담은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신작 ‘오펜하이머’가 15일 개봉한다. 영화의 원작은 2006년 퓰리처상 수상작인 오펜하이머 전기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다. 북미 등 선 개봉 국가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개봉 3주 만인 10일(현지 시간) 6억 달러(약 7992억 원)의 수익을 내며 흥행 중이다. 이는 ‘다크나이트’(2008년), ‘인셉션’(2010년), ‘인터스텔라’(2014년) ‘덩케르크’(2017년) 등을 연출한 놀런 감독의 작품 중 역대 다섯 번째로 많은 수익이다. 영화는 180분 동안 원자폭탄 개발과 투하 직후인 1940, 50년대를 쉴 새 없이 관통한다. 제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0년대 초반, 미국 정부는 원자폭탄을 만들기 위해 뉴멕시코주 로스앨러모스에 거대 연구단지를 지어 ‘맨해튼 프로젝트’를 가동한다. 오펜하이머(킬리언 머피)는 로스앨러모스 연구소 소장으로 임명돼 약 6000명의 과학자와 기술자를 지휘하며 맨해튼 프로젝트를 이끈다. 그리고 3년여 만에 원자폭탄 개발에 성공한다.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실험에 성공했다는 기쁨도 잠시,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실제 사용되면서 그는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원자폭탄으로 인한 참상을 본 오펜하이머는 수소폭탄 개발과 군비 확장에 반대한다. 1950년대 매카시즘 광풍이 미국을 뒤흔들면서 정부는 좌파 지식인들과 어울린 그의 과거 행적을 문제 삼았고 소련 스파이라는 의혹에 휘말리기에 이른다. 영화는 오펜하이머의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졌던 1954년 비공식 청문회 장면을 중심으로 시대를 오가며 전개된다. 오펜하이머가 회고하는 장면은 컬러로 표현했다. 오펜하이머에게 적대적이었던 미국 원자력위원회 의장 루이스 스트로스(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장면은 흑백 IMAX 필름으로 촬영했다.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한 군인 레슬리 그로브스 역은 맷 데이먼이, 오펜하이머의 연인 진 태틀록 역은 플로렌스 퓨가 각각 맡았다. 영화는 긴 러닝타임을 흡입력 있게 끌고 간다. 놀런 감독은 단 한 컷도 컴퓨터그래픽(CG)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원자폭탄 실험 장면은 CG 없이 철저한 자료 조사를 통해 거대한 버섯 모양 불기둥이 밤하늘에 솟아오르는 모습을 실제와 거의 유사하게 구현했다고 한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원자폭탄 투하 장면은 보여주지 않는다. 천재 과학자지만 정치에서는 무력할 수밖에 없었던 한 인간이 혼란의 시대를 온몸으로 겪어낸 과정을 섬세하게 그린다. “사람들은 누가 원자폭탄을 만들었느냐가 아니라 누가 투하 명령을 내렸느냐에 관심을 가진다”고 한 해리 트루먼 대통령의 말은 오펜하이머가 처한 상황을 압축적으로 드러낸다. 오펜하이머는 높아진 명성을 즐기는 듯하지만 원자폭탄이 일본에 투하된 후 죄책감으로 신경쇠약에 시달린다. 원자폭탄 개발 후 벌어지는 마녀사냥은 시대가 어떻게 한 인간을 영웅으로 만들었다가 역적으로 몰고 가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놀런 감독은 “다양한 지점에서 오펜하이머의 정신 속으로 파고들어 관객을 그의 감정적 여정 속으로 안내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시각적 효과가 뛰어나고 사운드가 특히 빼어나 돌비 시네마 등 사운드에 특화된 극장에서 관람하기를 권한다. 오펜하이머는 명예를 회복하지 못한 채 1967년 후두암으로 사망했다. 미국 정부는 오펜하이머가 사망한 지 55년이 지난 2022년에야 “그의 충성심과 애국심을 확인했다. 스파이 혐의를 철회한다”고 밝혔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3-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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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고가 검진의 악순환… 이대로 괜찮을까

    건강검진이 보편화되면서 현대인들은 질병을 조기에 진단하면 치료가 가능하고 기대수명이 늘어날 것이라 믿고 산다. TV를 켜면 나오는 수많은 건강 프로그램에선 소화가 안 되면 위암을, 편두통이 오면 뇌종양을 의심해 볼 수 있다고 공포심을 조장한다. 사람들의 불안한 마음을 파고든 병원은 더 비싼 정밀검사를 부추긴다. 류마티스 내과 의사인 저자는 한국이 ‘검사(檢査) 천국’이 된 이유를 병원의 수익 창출 시스템에서 찾는다. 사립 병원들은 낮은 진찰료로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손실을 메우기 위해 고가의 검사를 무분별하게 실시한다. 의사가 환자를 제대로 진료하고 검사가 필요한지 판단하는 시간은 주어지지 않는다. 돈이 되지 않아서다. 의사는 ‘3분 진료’에 내몰리고, 환자는 이 검사 저 검사 다 받았건만 개운치 않은 마음으로 진료실을 나서게 된다. ‘검사 결과를 제대로 보기나 한 걸까’ 하는 의심과 공포가 환자 마음속에 피어나고, 다른 대형 병원에서 똑같은 검사를 다시 하는 ‘의료 쇼핑’에 이르게 된다. 저자는 한국의 의료인력 인건비 대 검사비의 보상 수준이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기 힘들 만큼 비정상적이라고 지적한다. 그 결과 급하지 않은 검사를 굳이 매년 하도록 하고, 치료가 필요한 수준이 아닌 질병의 씨앗을 발견해 수검자의 스트레스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병원은 환자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진료의 질을 올리기보다는 고가의 검사 장비를 구입하고, 장비 비용을 보전하기 위해 검사를 권하는 악순환의 굴레다. 망가진 현장을 바꾸기 위해서는 의료 수가 문제가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의료 재원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분배돼야 하는데 이를 위한 공적 담론의 장을 만드는 건 정부 책임이라는 것. 또 고혈압마저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보는 환자 쏠림 현상도 사라져야 한다. 1차 병원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려면 한 환자를 한 번에 15분 이상 진찰하는 시스템이 정착돼야 한다는 주장이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3-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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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실의 아픔을 겪고 나면… 각자의 방식으로 추모하고, 남은 하루를 또 살아간다

    “사소한 행복을 찾아 나가다 보면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어. 어떤 상황이라도.” 흰 쌀밥과 따뜻한 된장국, 그리고 마주 앉아 함께 젓가락을 들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당신도 괜찮은 하루를 살고 있다는 걸 알려주는 영화 ‘강변의 무코리타’가 23일 개봉한다. 영화 ‘카모메 식당’(2007년)으로 한국에 잘 알려진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신작이다. ‘무코리타(牟呼栗多)’는 불교의 시간 단위로 약 48분을 의미한다. 노을이 지기 시작해 어두워질 때까지 만큼의 시간을 추상적으로 표현한 말이기도 하다. 영화는 야마다(마쓰야마 겐이치)가 강변의 낡은 ‘무코리타 연립주택’에 들어가면서 시작된다. 엉망으로 살던 과거에서 벗어나기 위해 작은 어촌 마을 공장에 취직한 그는 공장 사장의 소개로 무코리타에 입주한다. 무코리타 사람들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피부로 느끼며 산다. 집주인 미나미(미쓰시마 히카리)는 암으로 잃은 남편을 떠나보내지 못하고 있고, 이웃집 시마다(무로 쓰요시) 역시 아들을 잃은 아픔을 가슴에 품고 산다. 싱글대디 미조구치(요시오카 히데타카)는 어린 아들과 묘석을 방문 판매하러 다니며 문전박대를 당하는 게 일상이다. 돈이 없어 쫄쫄 굶으며 방바닥에 누워 혼자 배고픔을 달래던 야마다의 일상은 이웃집 시마다의 오지랖으로 점점 바뀌어 간다. 시마다는 방범창을 벌컥 열어 야마다에게 직접 기른 오이와 토마토를 건네주고, 야마다가 쓴 목욕물을 자기도 쓰겠다며 욕실로 뛰어 들어간다. 야마다가 마침내 기다리던 월급을 받아 흰 쌀밥을 짓자 부리나케 밥그릇을 가져와 “같이 먹어야 맛있다”며 맞은편에 앉는다. 그 뻔뻔함에 황당해하던 야마다도 점점 웃음을 되찾아 간다. 그런 야마다에게 평생 얼굴도 모르고 산 아버지의 고독사 소식이 전해진다. 그에게 아버지의 유골은 심적, 금전적인 부담이 될 뿐이다. 유골을 처리하지도 못하고 단지 안에 보관하고 있는 그에게 무코리타 사람들은 “장례식을 열자”고 제안한다.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차려입고 강변으로 향하며 야마다 아버지의 명복을 빈다. 영화는 상실의 아픔을 겪은 사람들이 어떻게 각자의 방식으로 추모하고, 남은 하루를 살아가는지 따뜻한 시선으로 보여준다. 오기가미 감독 특유의 재기발랄함이 죽음이라는 주제를 너무 무겁게 느끼지 않게 하는 매력이 있다. 식탁에 빙 둘러앉아 스키야키를 나눠 먹는 무코리타 사람들은 피가 섞이지 않아도 밥을 같이 먹는 게 식구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한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3-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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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순수-새콤 사랑 이야기… 내 굳은살 안에도 말랑한 마음이 있었네요”

    “순수한 사람들의 새콤한 사랑 이야기로 봐주면 좋겠어요. 순수함을 그리워하면서 영화를 찍다 보니 제 굳은살 안에도 말랑한 마음이 남아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데뷔 25년 만에 첫 코믹 로맨스물에 도전한 배우 유해진(53·사진)의 말이다. 노름꾼 양아치 조폭 광대 해적…. 그의 역대 필모그래피는 험악하고 기구한 인물 역할로 빼곡하다. 쌍꺼풀 없는 눈과 튀어나온 광대와 입, 그을린 피부는 주로 겁을 주거나, 겁을 먹는 역할에 최적화돼 어느 영화에서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런 유해진이 처음 도전한 코믹 로맨스물 영화 ‘달짝지근해: 7510’이 15일 개봉한다. 유해진의 상대역은 무려(?) 배우 김희선이다. 영화는 어리숙하고 어딘가 조금 모자란 남자 치호(유해진)가 씩씩한 싱글맘 일영(김희선)을 만나 처음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과정을 담았다. 유해진 특유의 코믹한 연기에 김희선의 통통 튀는 매력이 더해져 잔잔한 웃음과 감동을 전한다. 팬데믹 이후 씨가 마른 한국 로맨스 영화판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완득이’(2011년) ‘증인’(2019년)의 이한 감독이 연출을, ‘극한직업’(2019년)의 이병헌 감독이 각본을 맡았다. 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유해진은 개봉을 앞둔 배우답게 부담감과 걱정이 많은 얼굴이었다. 그는 “(개봉 직전) 이때쯤 되면 늘 힘들다”면서 “반응이 두려워서 언론 시사회 때 극장에 들어가지 못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의 걱정이 무색할 만큼 시사회 반응은 좋았다. 내내 크고 작은 웃음이 계속 터졌다. 그는 “시나리오를 봤을 때 재밌게 느껴졌던 부분들이 영화에서 잘 살았을지 궁금했는데 재밌게 봐주셔서 다행”이라고 했다. 영화는 어렸을 때 사고를 당해 조금 어리숙하지만 천재적인 능력으로 제과회사 연구원이 된 치호가 백수건달인 형 석호(차인표)의 도박 빚을 갚아주다가 대부업체 직원인 일영을 만나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일영 역을 맡은 김희선은 이 작품으로 19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했다. 유해진은 “사랑 이야기를 하는 영화인데 서로 케미가, 호흡이 안 맞으면 어떡하나 걱정이 됐다. 상대역이 누구라도 걱정을 아주 많이 했을 것”이라면서 “희선 씨가 워낙 밝고 에너지가 많아서 찍는 내내 참 행복했다”고 했다. 김희선은 7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유해진 씨가 로맨스 상대역이라고 했을 때 고민할 생각도 안 했다. 예능에서 본 모습이 소탈하고 성격이 좋아 케미가 당연히 좋을 거라 생각했다”고 했다. 유해진은 특히 순수한 사랑을 진정성 있게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 극중 치호는 농담이 농담인지 모르고, 유머도 달달 외워야 구사할 수 있는 사회성이 부족한 사람으로 그려진다. 그는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처음 찾아온 사랑이 얼마나 크게 느껴졌겠느냐”며 “(일영과) 처음으로 헤어지는 장면을 찍을 때 엄청 울었다. 치호에게 감정 이입해서 첫사랑이 떠난다고 생각해보니 상대를 잡지도 못하는 그 감정이 엄청 날 거 같아 주저앉아 울었다”고 했다. 그는 “저도 잊고 있었던 감정, 내가 이렇게 사랑을 했었지 하는 생각들이 많이 떠올랐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윤제균 감독이 ‘영화를 보고 많이 웃었고 세 번 이상 울었다. 다음엔 정통 멜로를 해도 좋겠다’고 하더라”며 “큰 영화는 큰 영화대로 더 잘 되고 우리 영화같이 편하게 보고 나서 생맥주 한 잔 하고 싶은 ‘안블록버스터’도 계속 만들어져야 관객들도 질리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3-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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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널A ‘하트시그널4’ 4주 연속 화제성 1위

    채널A 예능 프로그램 ‘하트시그널4’(사진)가 콘텐츠 분석 회사의 조사에서 비드라마 화제성 부문에서 4주 연속 종합 1위를 차지하며 인기를 확인했다. 9일 K콘텐츠 경쟁력 분석회사 굿데이터코퍼레이션에 따르면 ‘하트시그널4’는 4주 연속 ‘TV-OTT’ 섹션 비드라마 분야에서 화제성 1위를 차지했다. 뉴스 기사와 블로그, 카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발생한 프로그램 관련 정보 및 이에 대한 누리꾼 반응을 분석한 결과다. 프로그램의 인기에 출연자들도 화제가 되고 있다. 출연자 중 한 명인 신민규는 8월 첫 주를 포함해 프로그램 첫 방송 후 4번째로 출연자 화제성 부문 1위에 올랐다. 앞서 출연자 김지영(2회), 이주미(1회)도 화제성 1위에 올랐다. ‘하트시그널4’는 청춘 남녀 8명이 ‘시그널 하우스’에 모여 살면서 서로의 마음을 탐색하고 연예인 예측단이 이들의 선택을 추리하는 리얼리티 연애 예능 프로그램이다. 매주 금요일 오후 10시 50분 채널A에서 방송된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3-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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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천서 부산까지 쉴틈없는 영화제 릴레이

    팬데믹으로 개봉을 미뤘던 영화들이 본격적으로 관객들을 만나면서 국내 영화제도 풍부한 볼거리를 갖고 돌아왔다. 10일 제천국제음악영화제를 시작으로 8, 9월 무더위를 달래줄 영화제와 영화 관련 행사가 연달아 열린다. 10월에는 한국 최대 규모 영화제인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개막을 앞두고 있다. 특히 올해 영화 행사는 팬데믹 기간 동안 폭발적으로 성장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의 위상을 확인할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BIFF 기간(10월 4∼13일)에 맞춰 부산에서는 처음으로 ‘국제 OTT 시상식’이 열린다. 한국에서 OTT 콘텐츠만을 대상으로 세계 규모 시상식을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장 가깝게 다가온 행사는 제19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다. 10일부터 15일까지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영화와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즐길 수 있는 행사가 여럿 마련돼 있다. 개막작은 ‘뮤직 샤펠’(2023년)이다. 올 3월 별세한 영화 음악의 거장 사카모토 류이치(坂本龍一·1952∼2023) 추모전도 열린다. ‘남한산성’(2017년) ‘마지막 황제’(1988년) 등 사카모토가 음악 감독으로 참여한 영화 4편과 그의 생애를 담은 다큐멘터리 ‘류이치 사카모토: 코다’(2018년)를 감상할 수 있다. 11일과 12일 충북 제천 청풍랜드에서는 가수 10CM, 권진아, 샘 김 등이 참여하는 ‘원 썸머 나잇’ 콘서트가 열린다. 24일 개막하는 제2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이번 영화제에는 총 71개국 1251편의 영화가 출품됐고 최종 131편이 선정됐다. 정주리 감독의 ‘다음 소희’(2023년) 황윤 감독의 ‘수라’(2023년) 등 화제를 모았던 올해 개봉작들을 만날 수 있다. 올 1월 별세한 배우 윤정희(1944∼2023)를 추모하기 위해 그의 대표작인 영화 ‘시’(2010년), ‘야행’(1977년)도 상영한다. 다음 달에는 춘천영화제,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등이 개막을 앞두고 있다. 한바탕 인사 내홍 끝에 이용관 이사장이 사퇴하면서 늦게나마 개막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는 BIFF에선 10월 8일 열리는 ‘ACA(아시아콘텐츠어워드)&글로벌 OTT 어워드’가 눈길을 끈다. 기존엔 심사 대상을 아시아 지역 OTT 콘텐츠로 국한했지만, 올해부턴 국제 콘텐츠로 확대했다. 작품상에 해당하는 베스트 크리에이티브상과 연기상을 비롯해 올해는 리얼리티&버라이어티상을 신설했다. 이외에도 이달 17일부터 사흘간 서울 마포구 인디스페이스에서 열리는 2023 한국영화 다양성 주간에서는 빠르게 변화하는 OTT 플랫폼 환경을 직접 겪고 있는 영화인들이 대화를 나누는 미디어 다양성 포럼이 열린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3-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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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풀 원작 한국형 히어로물 ‘무빙’ 드라마로 출격

    누적 조회 수 2억 뷰를 기록하며 인기를 모았던 웹툰 ‘무빙’이 드라마로 만들어져 디즈니플러스에서 9일 공개된다. 하늘을 날고 절대 다치지 않는 초능력자들이 힘을 숨기고 살다가 이들을 해치려는 세력을 만나며 벌어지는 이 드라마의 원작자 강풀 작가는 “너무나 ‘애정하는’ 작품이어서 끝까지 책임을 지고 싶어 각본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강작가는 앞서 작품 여러 편이 영화 등으로 만들어졌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직접 드라마 각본 작업에 참여했다. 서울 강남구 한 호텔에서 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강 작가는 “드라마 각본에만 3년을 매달렸다”며 “만화를 그리면서 풀지 못했던 이야기가 많았다”고 말했다. ‘무빙’은 초능력을 가진 전·현직 국정원 비밀 요원 장주원(류승룡) 김두식(조인성) 이미현(한효주)과 초능력을 물려받은 고등학생 김봉석(이정하) 장희수(고윤정) 이강훈(김도훈)의 이야기다. 배우 차태현(전계도 역) 류승범(프랭크 역)이 원작 만화에는 등장하지 않았던 캐릭터를 연기해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최근 공개되는 시리즈물로는 드물게 20부작이다. 한 번에 몰아 보는 시청자가 많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특성상 최근 시리즈물은 6∼10회가량이 많다. 하지만 강 작가가 20부작으로 만들자고 고집을 부렸다고 한다. 강 작가는 “20부작으로 만들면 제가 직접 각본을 맡겠다고 했다. 등장인물 각각의 서사를 깊게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드라마를 연출한 박인제 감독은 “20부작 내내 관객들이 (긴장을) 놓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노력했다. 사랑과 액션이 있는 종합 선물 세트 같은 드라마”라고 말했다. ‘무빙’이 디즈니플러스의 구원투수가 될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디즈니플러스는 2021년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후 이렇다 할 흥행작을 내놓지 못했다. ‘무빙’에는 제작비로 약 500억 원이 투입됐다. 역대 한국 드라마 제작비 중 최대 금액이라고 제작진은 밝혔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2021년) 제작진이 참여했고, 통상의 블록버스터 영화보다 세 배가 많은 컴퓨터그래픽 작업을 진행했다. 9일 7개 에피소드를 공개하고, 이후 매주 2회씩 순차 공개한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3-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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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다 vs 우주, 테러 vs 재난… “오감 자극, 스크린 앞으로”

    ‘비주얼 전쟁.’ 엔데믹 이후 첫 여름 성수기를 맞아 펼쳐지는 한국 대작 영화 4편의 진검승부는 ‘누가 더 관객의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느냐’에서 갈릴 것으로 보인다. ‘밀수’(지난달 26일 개봉), ‘더문’(2일 개봉), ‘비공식작전’(〃), ‘콘크리트 유토피아’(9일 개봉)까지,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감독들이 만든 이 영화들은 팬데믹 시기 휴대전화 화면으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시청하는 데 익숙해진 관객을 스크린 앞으로 다시 데려오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 투자·제작사 관계자들은 “이전에는 100만, 200만 관객은 거뜬히 넘었을 작품들이 고전하는 걸 보면서 스크린만이 줄 수 있는 압도적 볼거리의 매력을 극대화한 영화들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오감 자극하는 스크린용 영화김용화 감독의 ‘더 문’은 달과 우주를 생생하게 구현했다. 달에 착륙하는 장면에선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의 전문가들로부터 조언을 구해 지구 중력의 6분의 1 상황에서 먼지의 흩날림 규모와 속도까지 사실적으로 구현했다. 우주에서 훨씬 더 날카로운 빛의 질감을 표현하기 위해 조명도 최소한으로 사용했다. 주인공 선우 역의 도경수는 와이어에 매달려 실감 나는 무중력 연기를 했다. 달 표면에서 걷는 장면은 컴퓨터그래픽(CG)이 아니라 실제로 몸에 힘을 주며 느릿느릿 걸었다고 한다. 특히 아이맥스 영화관에서 보면 실제로 우주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통상 쓰이는 것보다 높은 6.5K 해상도의 카메라로 촬영한 것이 빛을 발한다. 사운드에도 힘을 줬다. 김 감독은 “우주는 진공 상태지만 영화의 생동감을 위해 약 700개의 오디오 채널을 통해 소리를 표현했다”고 했다. 해녀들이 주인공인 류승완 감독의 ‘밀수’는 실감 나는 장면을 구현하기 위해 CG를 덜고 야외 수조 세트에 실제 배를 띄워 촬영했다. 굴착기로 수면을 때려 만든 파도 역시 진짜 바다처럼 느껴진다. 영화의 백미인 바닷속 액션 장면에서 배우들은 육지에선 보기 어려운 자유로운 움직임을 보여주고, 특히 수직적인 움직임이 색다르게 다가온다. 수중 발레 전문가들로 액션팀을 구성했다. 화면 비율이 영화 초반부 1.85:1이었다가 뒤에 2.39:1로 변경되는 것도 특징이다. 류 감독은 “영화 속 과거와 3년 후를 구분하기 위해 비율을 바꿨다”고 했다. 풍부한 극장용 사운드 시스템을 통해 듣는 1970년대 OST도 귀를 즐겁게 한다. 가수 장기하가 음악감독을 맡았다. 개봉 일주일 만인 1일 관객 수 200만 명을 돌파했다.● 해외 로케 ‘정공’ vs 참신한 소재김성훈 감독의 ‘비공식작전’은 영화의 70%를 모로코와 이탈리아 등 해외에서 촬영해 이국적인 풍경을 강조했다. 외교관이 동료를 구출한다는 설정답게 투박하면서도 강렬한 액션과 자동차 추격 장면으로 승부를 걸었다. 실제 좁은 모로코 골목을 차로 도주하는 장면은 ‘미션 임파서블7’의 레이싱 장면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박진감을 준다. 야간 추격신은 한 장면을 촬영하는 데 2주가 걸렸다고 한다. 해 질 무렵 땅과 하늘의 색깔을 완벽하게 구현하기 위해서다. 엄태화 감독의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참신한 소재로 풀어냈다. 대지진으로 모든 건물이 무너지지만 ‘황궁아파트’만 살아남으며 벌어지는 사람들 간의 갈등을 그렸다. 완전히 폐허가 된 서울 모습을 구현한 CG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제작진이 직접 서울 곳곳을 찍은 사진을 토대로 지진이 난 실제 현장 자료를 참고해 2년여에 걸쳐 이미지를 구현했다고 한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3-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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