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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북-미 정상회담이 다음 달 중순 이전에 열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2월 둘째 주 개최 전망도 정부 고위 관료의 입을 통해 나왔다. 이런 가운데 올 상반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4월 북한에 이어 5월 방한하는 것을 정부가 협의하는 것으로 전해져 남북미중 정상외교가 속도감 있게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10일 기자들을 만나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2월 둘째 주(3∼9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시 주석을 만난 지 한 달 만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핵 담판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 한 외교소식통은 “2월 말∼3월 초로 예상됐던 회담 시기가 좀 당겨지는 분위기”라고 했다. 대미 협상 총책인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의 뉴욕행도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 고위 당국자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평양행 가능성에 대해선 “지난번 고위급 회담(지난해 11월 8일)을 뉴욕에서 하기로 했다. 거기(평양)에서 하는 것은 모르겠다”고 했다. ‘김영철의 뉴욕행이 재현되느냐’는 질문엔 “그렇다”고 했다. 북-미 고위급 회담의 핵심 논의는 정상회담 의제일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미국의 선(先)보상, 미국은 북한의 선비핵화에 각각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이다. 이 고위 당국자는 ‘북-미 간 이견이 좁혀지고 있느냐’는 질문에 “뭐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의지는 양국이 다 있는데 밀고 당기는 협상이 쉽지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해 “유엔 제재가 덜 미치는 대상이라는 평가도 있어 미국이 여러 가지 카드 중 하나로 쓸 수 있고, 북한도 경제협력 첫 성과로 여길 수 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11일 더불어민주당 한반도비핵화대책특별위원회 간담회에서 “현금이 유입되지 않는 방식으로 개성공단 (재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있는지 연구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공단 재개의 걸림돌로 꼽히는 ‘벌크 캐시’(대량 현금)의 대북 유입 금지(유엔 안보리 결의 2094호)를 우회할 방법을 정부가 찾겠다는 뜻으로 해석돼 논란이 예상된다. 앞서 2차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거론됐던 후보들은 점차 대상이 좁혀지는 분위기다. 한 정부 당국자는 “하와이는 북한 공관이 없어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몽골은 (추위도 문제지만) 화력발전소가 많아 공기가 너무 안 좋다”고 했다. 판문점도 가능성이 낮아 베트남이 유력해진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시 주석이 올 상반기 북한에 이어 한국을 찾을 가능성도 높아졌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같은 날 국회를 예방한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을 만난 자리에서 “시 주석이 4월 북한을 방문할 것으로 예정돼 있는 것 같고, 아마 5월에는 우리나라에 올 가능성이 매우 있어 보인다”고 했다. 노 실장은 이후 기자들을 만나 “한중 간에 그런 것에 대해 소통하고 있는데 구체적인 일정이 나온 것은 아니다. 언제부터 언제 사이 정도만 나와 있다”고 설명했다.황인찬 hic@donga.com·한기재·박효목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8일 북-중 정상회담에서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고충을 밝히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북한의 주장은 응당한 요구”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비핵화 과정을 함께 연구하고 조종할 뜻을 처음 공개 선언했다.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미국이 제재와 압박에로 나간다면 새로운 길을 모색하겠다”며 밝힌 비핵화의 새로운 길, 즉 ‘플랜B’를 북-중이 머리를 맞대고 만들 수 있다고 동시 압박에 나선 것. 그러면서도 김 위원장은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국제사회가 환영할 성과를 내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결국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회담 성과를 내려면 북한에 줄 당근을 제대로 준비하라고 베이징에서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 김정은, 시 주석에 ‘비핵화 협상 중간보고’ 조선중앙통신은 10일 정상회담 결과를 전하며 북-중의 비핵화 공동 연구·조종을 첫머리에 올렸다. “(북-중 정상은) 조선반도(한반도) 정세 관리와 비핵화 협상 과정을 공동으로 연구·조종해 나가는 문제와 관련해 심도 있고 솔직한 의사소통을 진행하였다”는 것. 지난해 6월 19일 3차 북-중 정상회담 때만 해도 “중국과 함께 영구적이고 공고한 한반도 평화체제 건설을 추동하겠다”(김 위원장)고 했던 북-중 공조 방향을 더 선명히 제시한 것이다. 이런 공조 선언은 앞서 신년사에서 제시한 ‘새로운 길’처럼 백악관을 겨냥한 대미 압박용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당시 밝혔던 “다자협정도 적극 추진하겠다”는 것과도 궤를 같이한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중국이 우리를 지지하고 있으니 미국이 상응조치를 내놓을 때라고 북한이 압박한 것”이라고 했다. 조성렬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은이 언급한 새로운 길은 병진노선으로의 회귀라기보다는 결국 중국과 밀착해 비핵화 판을 자기 것으로 바꾸려는 의도인 것 같다”고 했다.김 위원장은 앞선 1∼3차 방중 때보다 이번에 중국에 더 의지하는 모습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시 주석에게 “조미(북-미) 관계 개선과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과정에 조성된 난관과 우려, 해결 전망에 대해서 말했다”고 전했다. 한마디로 그간 비핵화 협상 상황에 대한 ‘중간보고’를 한 셈이다. 2017년 중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을 이어가던 때와 다르게 철저히 ‘아우’임을 내세운 것. 한 외교소식통은 “중국을 지렛대 삼아 대미 협상을 높이는 한편 협상 결렬에 대비한 플랜 B 준비 과정에 본격 들어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김 위원장에 대해 시 주석은 “조선(북한)이 주장하는 원칙적인 문제들은 응당한 요구이며 조선 측의 합리적인 관심 사항이 마땅히 해결돼야 하는 데 전적으로 동감한다. 유관 측들이 이를 중시하고 타당하게 문제를 처리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의 후견인임을 재확인한 것이다.○ 시진핑, “北中 70년 순치(脣齒·입술과 이) 관계” 시 주석은 미국과 비핵화 협상에 난항을 겪다가 35번째 생일날 자신을 찾아온 김 위원장을 환대했다. 시 주석은 8일 인민대회당에 차린 생일상 앞에서 “올해는 중조 외교 관계 설정 70돌이 되는 해”라면서 “70년 중조(북중) 두 당, 두 나라 인민은 순치의 관계를 맺고 서로 지지해 왔다”고 했다. 시 주석은 김 위원장의 평양 방문 요청을 수락하고, 관련한 계획을 북측에 전하기도 했다. 다만 중국 관영언론엔 이런 내용을 찾아볼 수 없어 미국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풀이가 나왔다. 올해 남북한 방문 의사를 밝혔던 시 주석이 (북-미 정상회담 후) 봄에 평양을 찾고, 가을에 서울을 찾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발표문에는 없지만 중국의 북한에 대한 경제 지원이 논의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했다.황인찬 hic@donga.com·이지훈·한기재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8일 중국 베이징을 전격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다. 지난해 3월 첫 방중 이후 10개월 동안 무려 네 번째 시 주석을 찾은 것이다. 신년사에서 미국을 겨냥해 ‘새로운 길’의 가능성과 ‘다자협정’을 언급한 김 위원장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시 주석과 협상 전략을 논의하고 종전선언을 넘어 중국을 포함시킨 평화협정 논의를 본격화한 것으로 관측된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10시 45분경(현지 시간) 전용열차를 타고 베이징역에 도착한 뒤 영빈관인 댜오위타이(釣魚臺)로 이동했다. 부인 리설주, 여동생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이 처음 방중길에 나란히 동행했다.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리수용 국제부장, 리용호 외무상 등 핵심 대미라인과 박태성 과학교육상, 노광철 인민무력상 등 핵심 실세들도 따라나섰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인민대회당에서 시 주석과 약 1시간 동안 정상회담을 가졌다. 시 주석과의 회동은 지난해 6월 20일 이후 202일 만이다. 당시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마치자마자 시 주석을 찾았던 김 위원장이 이번엔 2차 북-미 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찾은 것이다. 북한은 비핵화 방식과 대북제재를 놓고, 중국은 무역전쟁을 둘러싸고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만큼 북-중이 ‘2인3각’으로 올해 어떻게 미국에 대응할지를 모색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다자협상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한 만큼 비핵화 협상의 틀에 중국을 공식적으로 포함시키는 것도 논의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김 위원장이 베이징에 도착한 후 가진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 변수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중국은 줄곧 한반도 핵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추진하는 데 중요한 동력이었다”며 비핵화 협상의 ‘상수’로서 평화협정 논의에 보다 적극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회담을 마치고 인민대회당에서는 대규모 환영 연회가 열렸다. 이날은 김 위원장의 35번째 생일이어서 시 주석이 생일잔치를 열어 준 셈이 됐다. 김 위원장은 9일엔 베이징 인근 톈진(天津) 등으로 경제시찰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이 새해 첫 정상외교로 북-미와 북-중 회담을 저울질하다가 중국으로 방향을 틀자 트럼프 행정부는 공식 반응을 삼간 채 베이징발 메시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번 북-중 교류가 2차 북-미 정상회담의 디딤돌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베이징=윤완준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총 98회의 공개 활동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공개 활동 10번 가운데 4번은 경제 부분이어서 ‘병진노선(핵과 경제 동시개발)’에서 ‘경제 건설 총력전’으로 노선을 바꾼 것을 행동으로 보여준 셈이다. 4일 통일부가 공개한 ‘2018년 김 위원장 공개 활동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활동은 98회로 2017년(94회)과 엇비슷했다. 하지만 2013년 212회였던 것에 비하면 최근 절반가량으로 준 것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2013년은 집권 초기 정권의 안정을 다지기 위해 전국을 돌던 시기였다. 2017년은 핵 도발, 지난해는 비핵화 대화의 해였다. 핵 관련 행보를 할 때 활동이 신중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공개 활동 가운데서는 경제 분야가 41건으로 가장 큰 비중(41.8%)을 차지했다. 김 위원장의 경제 현장 연쇄 시찰에 나섰던 7월(16건)과 8월(10건)에 집중됐다.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비핵화 의지를 드러내며 경제 발전을 강조할 때다. 반면 2017년 김 위원장의 경제 공개 활동은 26건으로 전체의 27.7%에 그쳤다. 지난해 ‘대외·기타’ 분야 공개 활동은 28건으로 28.6%를 차지했다. 여기에는 북-미 정상회담과 세 차례 남북 정상회담 등이 포함됐다. 2017년에는 단 1건에 불과했는데 ‘대외’ 분야가 아니라 ‘기타’로 분류된 강기섭 민용항공총국 총국장의 빈소 방문이었다. 2012년 집권 후 줄곧 대외·기타 부분 활동이 한 자릿수였던 것을 감안하면 지난해가 김 위원장의 외교 무대 데뷔 원년이었던 것이 통계로 드러난 것이다. 지난해 군 관련 활동은 8건(8.2%)으로 2017년 42건(44.7%)에서 대폭 감소했다. 한미가 연합훈련을 취소하며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에 일단 화답한 것이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이탈리아 당국에 망명 의사를 밝힌 조성길 주이탈리아 북한대사관 대사대리는 부친과 장인이 대사를 지낸 외교관 집안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선 평양 중심가인 고려호텔 옆에 거주하는 등 경제적으로도 최상류층이었다고 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유럽 지역 금고지기 역할을 하면서 김 위원장이 타는 영국제 호화 요트와 고급 와인 등 사치품을 평양으로 조달하는 데도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양의 치부를 가장 잘 아는 인물 중 한 명인 셈이다. ○ 3개 언어 능통한 ‘외교 금수저’ 3일 태영호 전 주영국 북한대사관 공사와 정보당국에 따르면 조 대사대리의 부친은 1980년대 아프리카 국가의 대사를 지냈고 2000년 사망했다. 장인은 리도섭 전 주태국 대사다. 리도섭은 외무성에서 우리로 치면 의전국장 자리를 오래 맡았으며, 김일성 정권 때 정상 행사를 관리했다. 주홍콩 총영사도 거쳤다. 이들 외교 사돈 집안은 나란히 고려호텔 옆에 있는 평양의 외무성 아파트에서 살았는데, 이는 평양에서 손꼽히는 고급주택이다. 조 대사대리의 아내는 리광순이며 평양의과대학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태 전 공사는 “조성길 장인하고 저는 오랫동안 같이 근무했다. 조성길은 저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경제력과 가문이 좋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조 대사대리는 44세(혹은 48세)이며 평양외국어대 프랑스어과를 나왔다. 1999년경 외무성 근무를 시작한 경력 20년의 외교관이다. 2015년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북한대사관에 3등 서기관으로 갔고, 2017년 1등 서기관으로 승진했다. 그러다 2017년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이탈리아 정부가 당시 문정남 대사를 추방한 뒤 대사대리를 맡았다. 현지에서는 아내, 아들 1명과 생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정보 소식통은 “독일과 영국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이탈리아도 북한 외교관들이 선호하는 부임지 중 하나”라고 했다. 조 대사대리는 영어뿐만 아니라 프랑스어와 이탈리아어에도 능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대사대리와 친분이 있던 태 전 공사는 이날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조성길은 유럽에 오래 있었던 인물이다. 프랑스어와 이탈리아어에 능숙하고 똑똑하다”고 했다. 망명 배경에 대해서는 “북한에서는 모두 충성도 높은 것처럼 행동하니까 (속내를) 알 수는 없다. 다만 김정은 체제에 대한 염증과 자유에 대한 갈망, 그리고 자녀의 미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조성길 ‘신년사 소파’ 조달했나 조 대사대리는 북한의 외화벌이 기관인 노동당 39호실의 유럽지국 총책임자였던 김명철이 2015년경 이탈리아로 망명한 후 그를 대신해 당의 유럽 자금총책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각종 외화벌이에 나서는 한편 평양 지도층으로 가는 사치품과 밀수품 조달에 매달렸다는 것이다. 앞서 김 위원장이 절친인 미국프로농구(NBA) 출신인 데니스 로드먼과 함께 탔다는 영국제 호화 요트도 이탈리아를 거쳐 평양으로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밀수품엔 고급 와인뿐만 아니라 이탈리아제 고급 가구 등도 포함된다. 태 전 공사는 “김정일도, 김정은도 사무실 내부 인테리어를 보면 이탈리아식이다. 이번 신년사도 (노동당 본청) 접견실에서 했는데 가구들을 보면 이탈리아제와 유사하다”고 했다. 북한의 밀수 상황뿐만 아니라 비핵화와 관련된 정보들도 조 대사대리의 입을 통해 흘러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 대사관이 바티칸 교황청도 상대하는 만큼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 관련 정보도 나올 수 있다. 태 전 공사는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핵 관련 정보다. 김정은이 내부적으로 어떤 과업을 주고 어떤 전략전술을 쓰고 있는지, 조성길이 대한민국에 온다면 많은 정보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황인찬 hic@donga.com·홍정수 기자}
다음 주로 예상되는 올해 첫 한미워킹그룹 화상회의에서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들의 공단 현지 점검 사안이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일 신년사에서 “전제조건과 대가없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용의”를 밝혔지만 제재 때문에 관련 사업 재개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우선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것부터 한미가 논의하면서 비핵화 협상의 물꼬를 트겠다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2일 “공단 재개와 관련해 우선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입주 기업인 방북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 한미워킹그룹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부가 한미 협의를 강조한 것은 지난해 10월 말 추진했던 기업인 방북이 무산된 것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당시 비핵화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공단 재개 움직임이 이뤄지는 것을 불편해한 미국이 제동을 걸었다는 관측이 많았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2일 브리핑에서 “(공단 기업인) 방북 자체가 제재에 저촉된다고 보진 않고 있다”고 했다. 한편 김 위원장의 신년사를 계기로 중국 기업들이 북한 내 사업 기회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가 2일 보도했다. 중국 톈진에 있는 식품가공기기 제조업체 성앙다(聖昻達)기계 유한공사 관계자는 “북한에 선진화된 식품가공기기가 부족한 만큼 시장 잠재력이 크다고 판단한다”며 신년사를 북한 시장 탐사에 좋은 신호로 평가했다. 랴오닝성 단둥(丹東) 소재 여행사 두 곳은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면 특히 여름철에 중국인 관광객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황인찬 hic@donga.com·위은지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올해 처음으로 소파에 앉아 신년사를 읽었다. 김일성 때부터 최고 지도자의 신년사는 연단에 서서 진행돼 왔지만 집권 8년 차를 맞은 그가 푹신한 소파를 택하며 보다 안정감 있는 분위기 연출에 나선 것이다. 일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오벌 오피스(집무실) 모습이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신년사를 벤치마킹하며 정상 국가 이미지 강조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1일 조선중앙TV 등을 통해 30분간 공개된 김 위원장의 신년사는 시작부터 예년과 달랐다. 평양 노동당 본청으로 보이는 건물 복도로 김 위원장이 들어서자 ‘집사’로 통하는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허리를 숙여 맞았다. 여동생 김여정 당 제1부부장, 조용원 당 부부장이 수행하며 계단을 함께 내려가 신년사 장소로 이동했다. 1인용 가죽 소파에 앉은 김정은은 짙은 남색 양복에 푸른색 계열 넥타이를 맸다. 연설문 종이를 손에 들고 간간이 보기는 했지만 주로 앞에 놓인 프롬프터를 보며 읽는 듯했다. 김 위원장의 뒤편 벽에는 김일성 김정일의 대형 초상이 걸려 있었으며, 책상 위 탁상용 액자에도 김일성 김정일 얼굴이 있었다. 김정은 신년사에 선대의 모습이 등장한 것은 처음. 신년사 내용에 정통성을 부여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신년사 녹화 과정도 은연중에 공개했다. 김 위원장 뒤편에 놓인 탁상시계가 연설 시작 때 0시 5분을 가리켰고 끝날 쯤엔 0시 55분이었다. 50분 촬영한 것을 30분으로 편집해 내보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보안을 우려해서인지 방송 도중 이 시계를 잠시 모자이크 처리하기도 했다. 촬영지는 일단 김 위원장 집무실이 있는 노동당 본청으로 보이지만 정보 당국의 분석 결과 앞서 북한 매체가 공개한 김 위원장의 집무실, 접견실과는 구조나 집기물이 달랐다. 이 때문에 신년사 녹화를 위해 인테리어를 바꿨거나 별도의 세트를 마련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고풍스러운 소파와 책상, 은은한 전구색 조명이 등장해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집무실과 닮았다는 평가도 나왔다. 또 신년사 도입부에 당 본청 야경이 서서히 줌인 되다가 녹화 장소로 넘어가는 것은 시 주석의 신년사를 참고한 듯했다. 시 주석의 신년사도 인민대회당, 톈안먼(天安門) 등 야경으로 시작된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언제든 또다시 미국 대통령과 마주 앉을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미국이 우리 인민의 인내심을 오판하면서 일방적으로 그 무엇을 강요하려 들고 공화국에 대한 제재와 압박에로 나간다면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2차 정상회담에 나설 용의는 있지만 대북제재 해제 등의 상응조치가 없다면 대화판을 흔들 새로운 카드를 내밀 수도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길’을 트럼프 대통령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새해 상반기 비핵화 협상 흐름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1일 오전 9시 조선중앙TV 등을 통해 30분간 공개된 신년사에서 “조선반도에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 체제를 구축하고 완전한 비핵화로 나가는 것은 나의 확고한 의지”라며 이같이 말했다.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어 “미국이 상응한 실천행동으로 화답해 나선다면 (양국 관계가) 빠른 속도로 전진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 뒤 “(북-미) 상대방이 서로의 고질적인 주장에서 대범하게 벗어나 호상(상호) 인정하고 존중하는 원칙에서 공정한 제안을 내놓고 올바른 협상 자세와 문제 해결의 의지를 갖고 임한다면 서로에게 유익한 종착점에 가닿게 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12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제안한 미 민간단체의 대북 인도적 지원을 위한 방북 허가 수준을 넘어서는 더 큰 ‘비핵화 당근’을 내놓으라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를 향해선 “외세와의 합동군사연습을 더 이상 허용하지 말아야 하며 외부로부터의 전략자산을 비롯한 전쟁장비 반입도 완전히 중지되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주장”이라고 했다. 지난해 남북, 북-미 정상과 만나 합의한 ‘완전한 비핵화’는 북핵뿐만 아니라 한반도 전체의 비핵화인 만큼 B-1B 전략폭격기(‘죽음의 백조’) 등 북한을 겨냥한 미국의 핵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전개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남북) 군사적 적대관계 해소를 조선반도 전역에로 이어놓기 위한 실천적 조치를 취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다자협상” “전제조건이나 대가 없는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 관광 재개할 용의” 등을 밝히며 남북 교류와 긴장 완화에도 적극 나설 것을 강조했다. 정부는 신년사가 공개되자 내부 조율을 거쳐 5시간 뒤 원론적인 반응을 짧게 내놨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신년사에는 남북 관계의 발전과 북-미 관계의 진전을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고 본다. 김 위원장의 확고한 의지는 새해에 한반도 문제가 순조롭게 풀리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하리라 기대한다”고 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북한이 비핵화 조치에 대한 ‘상응 조치’로 제재 완화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지만 아직 북한에 대한 제재 완화를 시행하기엔 이르다는 의견이 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과 관련해서는 대부분 연령, 지역별로 찬성 의견이 고르게 높았다. 역사적인 답방을 통해 김 위원장이 비핵화 약속을 보다 명확히 하고, 이를 적극 실행해 나가기를 기대하는 바람이 큰 것으로 보인다. ○ 제재 완화 ‘시기상조’ 목소리 높아 동아일보 신년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 정책의 경우 ‘잘했다’는 답변(60.0%)이 ‘잘 못했다’는 답변(30.3)%의 두 배가량이었다. 지난해 대화 국면에서 조성된 한반도 안정 분위기를 긍정 평가한 것. 2017년도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발사, 6차 핵실험 등으로 한반도에 긴장 분위기가 고조됐지만 지난해 남북 정상회담을 세 차례 치르며 대립보다는 대화로 국면이 일단 전환됐다. 하지만 북한 비핵화 의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여전하다. 대북 제재 완화의 시점과 관련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전까지 대북 제재를 풀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47.6%를 차지했다. ‘제재 완화와 비핵화를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은 31.5%였다. 비핵화 진전을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어느 정도 ‘단계적인 주고받기’가 필요하다는 것에 세 명 중 한 명만 공감한 것. ‘대북제재를 먼저 풀어 비핵화를 이끌어 내야 한다’며 보다 적극적인 제재 완화 입장을 밝힌 답은 16.9%에 그쳤다. 비핵화 대화 국면에서 남북의 관계개선 속도가 북-미의 속도를 앞서간다는 우려가 나왔지만 한미 공조에는 큰 이상이 없다고 생각하는 의견이 많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와 비교해 현재 한미동맹 변화상을 묻는 질문에 ‘변화가 없다’는 의견이 37.4%로 가장 많았다. 지난해 11월 30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아르헨티나를 방문한 자리에서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여섯 번째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 등 비핵화 국면에서 한미 정상은 비교적 자주 만났다. 한미워킹그룹 회의 등 양국 실무진도 빈번하게 만났다. 그러나 ‘한미동맹이 보다 약화되었다’(30.6%)란 답은 ‘보다 강화되었다’(26.0%)는 답보다 다소 많았다.○ ‘김정은 서울 답방’ 찬성 65.9%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해를 넘겨 2019년 초 이뤄질지 관심을 모으는 가운데 여론 조사에선 답방에 긍정적 답변이 높았다. 앞서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지난해 12월 30일 김 위원장의 친서 내용을 전하며 “김 위원장이 평양에서 합의한 대로 올해(2018년) 서울 방문을 고대했지만 이뤄지지 못해 못내 아쉽다. 상황을 주시하면서 서울을 방문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고 전한 바 있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서울 답방에 ‘매우 찬성한다’(19.3%), ‘찬성하는 편이다’(46.6%) 등 찬성 의견이 65.9%에 달했다. 반면 ‘매우 반대한다’(12.8%), ‘반대하는 편이다’(16.5%) 등 답방 반대 의견은 29.3%였다. 4.8%는 모름이나 무응답이었다. 조사 대상 3명 중 2명이 찬성 의견을 밝힌 것은 지난 한 해 대화 국면 속에서 김 위원장이 기존 부정적 이미지 전환에 일정 부분 성공했고, 답방을 통해 비핵화 조치가 속도감 있게 진행되기를 바라는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연령대별로는 40대의 답방 찬성 비율이 77.7%로 가장 높았고 60대 이상이 52.4%로 가장 낮았다. 지지 정당별로는 자유한국당 지지자가 답방 반대 64.0%, 찬성 29.3%로 유일하게 반대 의견이 더 많았다. 광주·전라는 답방 찬성 답변이 89.6%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대구·경북의 경우 찬성 비율(52.1%)이 가장 낮았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일부 대북제재 완화에 반대하거나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에 반대하는 의견이 적지 않은 것은 결국 여전히 ‘북한이 진짜 핵을 포기하겠느냐’는 의구심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정부의 관리 소홀로 경북에 거주하고 있는 탈북민 1000명의 개인정보가 해킹으로 유출됐다. 탈북민의 주소 등 신변을 위협할 수 있는 개인정보가 해킹된 것은 처음이다. 경찰은 북한 소행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28일 통일부 등에 따르면 탈북민 정착을 지원하는 경북 지역 하나센터에서 직원이 사용하던 PC에 담겨 있던 엑셀 파일이 유출됐다. 해당 파일에는 탈북민 997명의 이름, 생년월일, 주소 등 개인정보가 담겨 있었다. 탈북민 개인정보가 통째로 유출된 것은 처음이다. 해킹범은 11월 초 한 포털사이트 계정으로 고려대 박사과정 학생을 사칭하며 북한 관련 설문조사에 응해 달라는 e메일을 보냈다. 직원이 센터 컴퓨터로 e메일을 열고 설문지가 담긴 첨부 파일을 내려받자 미리 심어둔 악성코드에 감염되면서 내부 자료가 유출됐다. 탈북민 개인정보가 담긴 문서는 암호를 설정하고, 인터넷 연결이 안 되는 PC에 저장하도록 하는 이중 보안규정이 모두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찰은 탈북민의 개인정보를 노린 북한의 해킹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앞선 북한의 해킹 수법과 비교하고 있다. 일각에선 남북 화해 무드 속에 정부의 느슨한 대응으로 북한의 사이버 공격 대응에 구멍이 생긴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올 들어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물론이고 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사칭한 e메일이 적발되는 등 북한으로 추정되는 사이버 공격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 하지만 정부는 북한이 해킹한 것인지에 대해 “해킹 주체는 수사 중으로 아직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공안당국 고위관계자는 “2014년 한국수력원자력 해킹 때 정부가 합동수사단을 구성하는 등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던 것과는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황인찬 hic@donga.com·조동주·장관석 기자}
정부가 신변 안전을 보장해 줄 것을 믿고 한국을 찾은 탈북민 약 1000명의 이름과 주소지 등 개인 정보가 관리 소홀로 유출된 것이 확인되면서 정부에 대한 책임론이 강하게 일고 있다. 특히 경찰이 북한 소행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정부가 탈북민에 대한 신변 위협을 자초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 ‘한 달 넘어’ 해킹 확인, ‘일주일 지나’ 피해 통지 28일 통일부 등에 따르면 이번 해킹은 올 11월 초 해킹범이 고려대 박사과정 학생 명의로 ‘한반도 비핵화’와 ‘북중 관계 전망’ 등 두 가지 주제에 대한 연구를 위한 설문조사를 사칭하는 e메일을 보내면서 시작됐다. 수신인은 탈북민의 국내 정착을 돕는 경북지역 하나센터 대표 e메일(포털사이트 계정)이었다. 수법은 치밀했다. 해킹범이 보낸 e메일에는 ‘비핵화와 북중 관계 전망 연구를 하려고 북한 전문가와 탈북민 등에게 설문조사를 수차례 하겠다’는 본문과 함께 설문지가 한글 파일로 첨부돼 있었다. 이를 본 직원이 센터 컴퓨터로 메일을 열고 설문지가 담긴 첨부 파일을 내려받자 미리 심어둔 악성코드에 감염되면서 내부 자료가 대거 유출됐다. 컴퓨터 안에는 탈북민들의 개인정보가 복수의 엑셀 파일 형태로 담겨 있었다. 해킹범은 설문조사에서 많이 사용되는 ‘델파이 기법’을 통한 조사를 사칭하며 메일을 보냈다. 델파이 기법은 전문가 등에게 수차례 피드백을 거쳐 특정 이슈의 미래를 예측하는 설문조사 모델이다. 정부 당국자는 “(이번 해킹으로) 탈북 여종업원 등 상대적으로 민감한 탈북민에 대한 정보가 유출되지는 않았다”고 했다. 국가정보원이 최초로 해킹 사실을 인지한 건 해킹이 이뤄진 지 한 달이 훌쩍 넘은 12월 중순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해킹을 인지한 관계기관의 통보를 받고 경북도, 하나재단 등이 경북 하나센터에서 현장 조사를 펼쳤다”고 했다. ‘늑장 확인’ 뒤엔 ‘늑장 대처’가 이어졌다. 19일 하나센터의 해킹 사실을 확인한 뒤에 탈북민에게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통보하기 시작한 것은 8일이 지난 27일이었다. 피해 탈북민들은 이름, 생년월일, 주소지가 신원을 알 수 없는 해킹범에게 노출된 사실을 전혀 모른 채 일주일 넘게 보냈다. 게다가 통일부가 경찰에 수사 의뢰를 한 것도 사건 발생 후 한참 지난 27일이었다. 통일부 당국자는 후속 조치가 늦어진 것에 대해 “다른 하나센터에 대한 현장 점검을 실시했고, 개인정보 유출 내용을 정확히 확인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고 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피해자 통보 및 수사 의뢰 결정은 관리기관인 통일부 소관”이라고만 했다. 경찰은 탈북민 개인정보를 노린 북한 소행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 중이다. 경찰은 해킹에 쓰인 인터넷주소(IP주소)를 추적하는 한편으로 감염에 쓰인 악성코드가 그동안 북한이 해킹 때 써온 것과 유사한지 살펴보고 있다. 과거 북한에서 사용한 악성코드처럼 내부 곳곳에 북한식 어휘가 담겨 있는지도 분석 중이다. ○ 해킹 잇따르지만 정부 “북한 소행 확인 안 돼” 전문가들은 올해 한반도 대화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사이버 공격이 잦아졌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민간 보안기관이 발간하는 해킹 동향 보고서에는 2014년 한국수력원자력 해킹의 주범 ‘킴수키’ 등 해킹그룹이 새로운 악성코드를 제작해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보고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정양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통일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탈북민 지원 기관인 남북하나재단을 상대로 2014년부터 올 8월까지 총 3546건의 해킹 시도 및 사이버 공격이 있었다. 하루에 두 번꼴로 탈북민 자료를 빼내기 위한 공격이 있었던 것이다. 여기에 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사칭한 e메일이 정부 관계자에게 발송된 사실이 지난달 알려졌다. 이달 중순엔 북핵과 주한미군 등 최고급 군사정보를 취급하는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백승주 의원(자유한국당)의 상용 e메일 계정이 해커들의 해킹에 뚫린 것이 확인되기도 했다. 한 수사기관 관계자는 “백 의원 해킹을 시도한 인터넷주소가 ‘러시아’로 나왔지만 러시아 소행이라고 아직 단정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일각에선 남북, 북-미 대화 모멘텀을 이어가려는 정부가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해킹 문제가 불거지는 것을 최소화하려는 ‘로키(low key)’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은 최근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채택에 동참한 한국에 대해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는 상황.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 북한을 9년 만에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한 데도 북한의 소니픽처스 해킹 사건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공안당국 고위관계자는 “북한 소행 가능성이 높은 해킹 사건의 주체를 적극 파헤치기도, 파헤친다고 해도 그것을 발표하기가 사실 어려운 분위기”라고 말했다.조동주 djc@donga.com·장관석·황인찬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사진)의 나이가 1988년생으로 올해 서른 살이라고 정부가 공식 발표했다. 통일부는 27일 펴낸 ‘2019 북한 주요 인물정보’ 책자에서 김여정의 출생 연도를 밝혔다. 지난해 같은 책자에서는 ‘연도 미상’이라며 ‘87년생, 88년생, 89년생 설(說)이 존재한다’고 했다. 한 정부 당국자는 “여러 정보를 종합적으로 판단했다. 이후 수정될 가능성은 없다”고 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1월 김여정을 인권 침해 혐의로 제재 대상에 올리면서 1989년생으로 명시한 바 있다. 당시 통일부는 “87년생이라는 설만 있고 공식 기록을 낼 수 없다”고 했다. 정부 당국은 올해 활발해진 남북 교류 과정에서 김여정의 나이를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의 출생일에 대해서는 ‘1984년 1월 8일(82, 83년생 설이 있음)’이라는 전년도 표기를 유지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김일성의 둘째 부인인 김성애의 사망 연도가 2014년인 것도 공식 확인했다. 다만 사망 사실을 언제 인지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금을 높이라는 압박성 발언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11∼13일 서울에서 열린 제10차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협상에서 미국이 현재 5년인 해당 협정의 유효기간을 1년으로 대폭 줄이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방위비 협상을 벌여 한국의 분담금 증액을 압박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27일 “미국이 최근 서울에서 열린 10차 회의에서 이번에 정할 방위비 분담금의 유효기간을 1년으로 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한미 양측이 분담금 총액에 대한 입장 차가 현격하게 큰 상황에서 미국이 ‘1년 안’까지 들고 나오자 연내 협상이 끝내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는 2014년부터 올해까지 적용되는 현재 분담금 협정의 경우 유효기간을 5년으로 하고 해마다 4%를 넘지 않는 선에서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인상토록 했다. 이에 따라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은 2014년 약 9200억 원이었고 올해는 약 9602억 원으로 인상됐다. 하지만 미국의 요구대로 매년 협상을 하게 되면 한국은 분담금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실제로 미국은 현재보다 50% 인상된 연간 12억 달러(약 1조3000억 원) 수준을 요구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보도한 바 있다. 10차 방위비 협정은 내년 1월 1일부터 적용되지만 연내 타결은 무산된 상황이다. 아직 한미는 내년 방위비 협상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황인찬 hic@donga.com·신나리 기자}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 오찬에서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갑니까”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26일 남북 철도 착공식에 북측 주빈으로 참석했다. 냉면 발언 이후 처음으로 남북 공개 행사장에 나선 그는 앞서 입담을 과시하던 모습과는 달리 행사 내내 말을 아꼈다. 검은색 반코트 차림의 리선권은 기념촬영 때도 입을 굳게 다물고 담담한 표정이었다. “착공식 소회는 어떻습니까”란 질문엔 “감개가 무량합니다”라고만 했다. “실제 공사는 언제 할 수 있을 것으로 보냐”는 질문엔 “남측과 협의할 겁니다”라고 답했다. 질의응답이 이어지는 듯하자 북측 보장성원이 서둘러 제지에 나섰다. 리선권은 행사장을 떠날 때 사진기자가 근접 촬영을 시도하자 손사래를 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이날 오전 개성으로 향하기 전 서울역에서 “(제가) 오늘 공식 발언 안 한다. 리 위원장도 저와 같이 말 안 할 것이다. 저희는 그냥 (행사를 빛내는) 고명이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조 장관이 이례적으로 ‘리선권이 오늘 말 안 할 것’이라고 예고한 것. 냉면 발언 논란의 확산을 막고, 내년에도 ‘조명균-리선권’이 고위급 회담에 각각 나설 수 있게 남북의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개성=공동취재단·황인찬 기자 hic@donga.com}
26일 북측 개성 판문역에 반질반질한 회색빛 콘트리트 침목이 등장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검은색 유성펜으로 침목 위에 ‘함께하는 평화 번영, 함께하는 남북 철도, 도로 연결’이라고 적었다. 김윤혁 북한 철도성 부상은 ‘동·서해선 북남철도 도로련결 및 현대화 착공식을 기념하며’라고 눌러 적었다. 한때 대북 제재망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던 남북 철도 착공식이 유엔 제재 면제 승인을 받고 우여곡절 끝에 이날 열린 것이다.○ 25분 만에 끝난 착공식 이날 오전 10시 열린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은 비교적 조촐했다. 간이 단상에 남북 귀빈 12명이 앉았고, 이를 마주 보고 남북 참석자 200여 명이 플라스틱 간이 의자에 옹기종기 앉았다. 행사도 단출했다. 착공사, 침목 서명식, 궤도 체결식(침목을 조이는 행사), 도로표지판 제막식, 북측 취주악단의 기념 공연이 25분간 이어졌다. 김윤혁 부상은 착공사에서 “북남 철도·도로 사업의 성과는 우리 온 겨레의 정신력과 의지에 달려 있으며 남의 눈치를 보며 주춤거려서는 어느 때 가서도 민족이 원하는 통일열망을 실현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북남 철도·도로 협력의 무진장한 동력도 민족 내부에 있고 전진속도도 우리 민족의 의지와 시간표에 달려 있다”고 했다. 비핵화와 국제사회의 제재 등과 연결시키지 말고 ‘우리민족끼리’ 철도·도로 연결에 속도를 내자는 것이다. 김 장관은 철도·도로 연결을 통해 “물류비용을 절감하여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더욱 높이고, 이를 통해 얻은 경제적 편익은 남과 북이 함께 향유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분단으로 대립하는 시대는 우리 세대에서 마무리돼야 한다”면서 “담대한 의지로 우리 함께 가자”고 했다. 철도 연결을 통한 북한 경제 발전의 미래상을 제시한 셈이다. 이날 착공식에는 중국, 러시아, 몽골 등의 고위급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광복절에 제안한 동아시아철도공동체 구상에 포함되는 국가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추궈훙(邱國洪) 주한 중국대사는 “이번 착공식으로 남북 관계에 큰 진전을 이루게 됐다”며 “남북 관계가 평화와 비핵화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안드레이 쿨릭 주한 러시아대사는 “남북 철도 연결은 유라시아로 연결된다. 서울에서 모스크바까지 갈 수 있어서 관심이 있다”고 했다. 다만 사업 참여에 대해선 “좀 검토를 해봐야 한다”며 말을 아꼈다.○ 착공식은 내년 비핵화 협상의 마중물 의미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남북 정상이 합의한 ‘연내 착공식’ 약속은 지켜졌지만 실제 공사가 언제 시작될지는 불투명하다. 문 대통령 또한 1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마치고 뉴질랜드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실제로 착공 연결하는 일을 한다면 그것은 국제 제재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며 “착공이 아니라 어떤 일을 시작한다는 하나의 ‘착수식’이라는 의미에서 착수식은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한 바 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이날 행사 뒤 “착공한 건 아니고 착공식 행사를 했다”며 웃었다. 실제 철도가 깔리고 열차가 지나가려면 북한의 가시적인 비핵화 조치 이후에나 가능하다는 게 외교가의 중론이다. 이런 까닭에 이날 착공식은 교착 상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을 이끌 마중물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가 많다. 21일 한미워킹그룹회의에서 연내 착공식 개최에 한미가 공감대를 형성한 데 이어 24일 유엔 안보리에서 제재 면제 조치를 받은 배경이기도 하다. 이날 남북 고위급 회담 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10월 15일 고위급 회담 이후 두 달여 만에 만났다. 조 장관이 21일 방한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면담한 것을 감안하면 미국 쪽 기류를 리 위원장에게 전달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런 가운데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 이날 행사장 한편에서 조평통 인사에게 대화를 촉구하는 말을 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박 의원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답방을 하고 비핵화하겠다는 ‘서울 선언’을 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화에 나서라고 해야 한다. 그럼 미국 여론도 달라진다”고 했다.개성=공동취재단·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북한 조선종교인협의회가 남측 종교계에 이례적으로 성탄절 축하 ‘영상 메시지’를 보내온 것이 뒤늦게 확인됐다. 북측에서도 종교 활동이 이뤄지는 모습을 영상을 통해 공개하면서 “북한에도 종교 활동이 있으니 내년 프란치스코 교황 방북 추진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메시지를 주려는 것으로 보인다. 25일 통일부에 따르면 조선종교인협의회는 최근 남측 천주교와 개신교의 공동단체인 ‘한국 그리스도교 신앙과 직제협의회’에 성탄절을 축하하는 1분 38초 분량의 영상을 보냈다. 영상은 21일 성공회 서울대성당에서 열린 성탄음악회에서 공개됐다. 남측 단체가 먼저 영상을 요청해 북측이 e메일을 통해 전달했으며 이 과정에서 반입 승인 등 필요 절차를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영상엔 평양 장충성당에서 북한 신자들이 미사 보는 장면, 봉수교회 예배 장면 등이 나오면서 “북남 공동선언의 이행은 북과 남의 우리 신앙인들의 공동의 소명이며 책무”라는 등의 문구가 등장한다. 크리스마스트리도 나온다. 앞서 교황청 관계자가 7일(현지 시간)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교황의 내년 북한 방문은 성사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상황에서 북측이 이번 영상 공개를 통해 교황 방문의 불씨를 살리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북핵이라는 월척을 낚아 보겠다는 ‘강태공’ 같다. 화가 날 법도 한데 표정에 큰 변화가 없다.” 최근 한미 워킹그룹회의에서 대북 유화 메시지를 내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크리스마스이브에 대북 브리핑까지 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놓고 한 외교 소식통은 이렇게 말했다. 8월 23일 취임 후 카운터파트인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을 만나지 못했지만 북한을 끈질기게 설득하는 그의 ‘뚝심 행보’가 한미 외교가에서 서서히 주목받고 있다는 얘기다. 비건 대표는 의회와 백악관에서 20년 넘게 일했고 대표를 맡기 전까지 14년 동안 포드자동차의 국제담당 부회장으로 일했지만 북핵에는 문외한이다. 그러다 보니 최 부상과의 실무접촉 시도가 번번이 무산되자 북핵 무대에서 ‘낙동강 오리알’이 됐다는 평가도 많았다. 그러나 19일 한미 워킹그룹회의차 방한한 뒤부터 그의 무게감이 드러나고 있다. 한국 정부에 일절 알리지 않고 인도적 지원 목적의 미국인 방북 허용 검토라는 깜짝 카드를 공개한 데 이어 판문점을 극비리에 방문하는 등 자신만의 방식으로 북한에 시그널을 보내고 있는 것. 앞서 비건 대표는 10월 29일 북한의 지명이 적힌 영문 지도를 들고 외교부를 찾는 쇼맨십을 보여주기도 했다. 처음엔 냉랭했던 북한도 점차 비건 대표가 어떤 인물인지, 최선희를 보내 만나도 될 정도로 트럼프의 신임을 얻고 있는지를 파악하고 있다고 한다. 한 외교 소식통은 “비건에 대해 평양에선 전혀 정보가 없다. 지금까지는 서로 간을 보는 시기였다”며 “내년 초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 이후 북한이 대화 무대로 복귀한다면 비건이 본격적으로 활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올해 북핵 협상을 실무 주도했던 앤드루 김 미 중앙정보국(CIA) 코리아임무센터장이 그만둔 만큼 북한도 좋든 싫든 비건을 접촉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소식통은 “필요하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거치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할 수 있다는 배짱이 있더라. 북한도 이 대목에 관심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남북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이 26일 북한 개성 판문역에서 열린다. 유엔을 비롯해 중국 러시아 몽골 등 고위급 인사들도 참석한다. 24일 통일부에 따르면 착공식은 판문역에서 이날 오전 10시부터 1시간 동안 축사(착공사) 및 침목서명식, 궤도체결식, 도로표지판 제막식, 기념촬영 순으로 진행된다. 행사 뒤에는 개성공단 내 송악플라자에서 오찬이 열린다. 앞서 남측 참가자들은 행사 당일 오전 6시 45분경 서울역에서 행사를 위해 제재 면제를 받은 남측 열차 9량에 나눠 타고 개성으로 간다. 남북 정상은 없지만 장관급 인사들이 대거 참석한다. 남측은 조명균 통일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및 각 당 원내대표, 남북관계 및 철도·도로 관계자 등이 참석한다. 개성을 고향에 둔 김금옥 할머니 등 이산가족 5명, 2008년 12월까지 경의선 남북 간 화물열차를 마지막으로 몰았던 기관사 신장철 씨, 한국교통대 학생, 남북협력기금 기부자 등도 참여한다. 북측에선 조 장관의 카운터파트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을 필두로 방강수 민족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 박명철 민족경제협력위원회 부위원장, 김윤혁 철도성 부상, 박호영 국토환경보호성 부상 등이 참석한다. 리 위원장은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 갑니까’ 발언 논란 이후 남북 행사에 처음 등장한다. 당초 북측은 내각 부총리급 인사의 참석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남북관계를 맡는 장관급 인사인 리 위원장을 주빈으로 내세워 남측과 격을 맞추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광복절에 제안한 동아시아철도공동체 구상에 포함되는 동북아 6개국(남북, 일본, 중국, 러시아, 몽골)에선 일본을 제외하고 모두 참여한다. 옌허샹 중국 국가철로국 차관보, 블라디미르 토카레프 러시아 교통부 차관, 양구그 소드바타르 몽골 도로교통개발부 장관, 강볼드 곰보도르지 몽골 철도공사 부사장, 안드레이 쿨리크 주한 러시아대사, 추궈훙 주한 중국대사, 에르데네투야 남스라이 주한 몽골대사대리, 아르미다 알리샤바나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이사회(UNESCAP) 사무총장 등이다. 통일부는 “착공식 이후에 추가·정밀조사, 기본계획 수립, 설계 등을 진행해 갈 예정이다. 북한의 비핵화 진전 및 대북 제재 상황을 보며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을 지속할지를 판단하기 위한 시한을 내년 3월경으로 잡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국 정부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내년 초 북-미 간 실질적인 비핵화 협상이 재개되지 않을 경우 북-미 갈등이 심화되는 것은 물론이고 어렵사리 조성한 한반도 대화 기류 및 남북 관계 유지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곳곳에서 “시간이 얼마 없다”는 말이 들리고 있다. 24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19∼22일 방한 기간에 한미 당국은 북-미 비핵화 협상을 촉진시키기 위한 방안을 집중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건 대표는 남북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 제재 면제 조치, 대북 타미플루(독감 치료제) 지원 허용 등을 공식 발표하면서 한국 정부에도 교착 상태를 풀기 위한 역할을 당부했다고 한다. 대북제재를 저촉하지 않는 범위에서의 인도적 지원 등 남북 교류가 북-미 비핵화 협상의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올해 말까지 타미플루 20만 명분을 북한에 보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가 올해 처음 대북 인도적 지원에 나서는 것이다. 타미플루 20만 명분은 연내 경의선 도로를 통해 북한에 전달될 것으로 보인다. 남북은 시간 절약 등을 위해 별도 회의 없이 문서 교환으로 실무작업을 마치기로 했다. 타미플루가 북한에 지원되는 것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12월 50만 명분의 치료제가 넘어간 이후 9년 만이다. 정부가 비건 대표 발표 직후 기다렸다는 듯이 타미플루 대북 공급 계획을 마련한 것은 뭐든 가시적인 조치를 취해야 내년 초부터는 비핵화 협상의 동력을 재점화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은 무산되고 북-미 간 대화 중단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정부 내에서도 과연 비핵화 협상 무드가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한 해에 남북 정상회담을 세 차례나 할 정도로 고강도 대화 카드를 썼지만 북-미 간극은 여전한 상황인 만큼 한국 정부가 타미플루 긴급 북송 정도로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겠느냐는 회의감도 감지되고 있다. 게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자체 설정한 비핵화 협상 데드라인인 내년 3월은 마침 내년 한미 주요 군사훈련의 재개 여부가 본격적으로 논의될 시점이기도 하다. 그만큼 내년 초가 되면 북-미, 남북 간 신경전이 최고조에 이를 수 있다는 것. 이와 관련해 아산정책연구원은 내년도 전망보고서에서 “미국은 내년 3월까지는 협상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한미 연합훈련인 키리졸브·독수리 훈련을 연기할 가능성이 높지만 이후에도 실질적인 비핵화 협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올해 중단했던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을 내년 8월엔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때문에 정부가 북한의 눈치만 보지 말고 적극적으로 비핵화에 나서라고 김 위원장에게 요구해야 한다는 주장도 잇따르고 있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정부는 북한이 핵무기 폐기를 하지 않는 한 추가적인 대북 지원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천명해야 한다. 심지어 9월 평양정상회담에서 북한과 체결한 남북 군사합의도 재검토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제재 완화를 주장하던 북한이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19∼22일 방한해 인도적 지원 재개 등 유화 발언을 쏟아내고 간 다음엔 정작 별 반응을 보이질 않고 있다. “비핵화 전 제재 완화는 없다”고 으름장을 놓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돌연 제재에 유연한 입장을 보인 배경을 파악하는 데 분주한 것으로 보인다. 그 대신 북한은 유엔총회 본회의가 채택한 북한인권결의안에 한국 정부가 참여한 것을 맹비난했다.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23일 논평에서 “남조선 당국이 미국의 반공화국 인권 모략책동(북한인권결의안 채택)에 지지를 표방했다”며 “앞에서는 신뢰와 화합을 운운하고 뒤에서는 외세의 동족압살책동에 추종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선전 매체 메아리도 “반공화국 인권 소동에 집요하게 매달리고 있는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의 도발적이며 악의적 행위들은 반드시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싸잡아 비난했다. 북한의 메시지는 결국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내년 신년사를 통해 공개될 가능성이 크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신년사에 핵 추가 생산 표현이 들어가느냐, 미국을 향한 비난 메시지가 담기느냐에 따라 협상 판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