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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신문협회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데이터 학습으로 뉴스 저작권이 침해받고 있다며 22일 네이버와 카카오, 구글코리아,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국내외 대형 정보기술(IT) 기업들에 뉴스 저작권 침해 방지를 위한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신문협회는 이날 의견서 ‘생성형 AI의 뉴스 저작권 침해 방지를 위한 입장’을 통해 “언론사가 막대한 투자와 수많은 정제 과정을 거쳐 생산한 뉴스 콘텐츠를 생성형 AI 개발 기업이 저작권자의 사전 동의를 받지 않고 학습 데이터의 이용 출처 등을 명기하지 않은 채 활용하고 있다”며 “저작권 침해가 광범위하게 발생해 뉴스 콘텐츠의 가치가 훼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협회는 생성형 AI를 개발하는 기업에 △AI 기술 활용을 위해 뉴스 저작권자와 이용 기준을 협의할 것 △뉴스 저작권 보호를 위해 세계신문협회의 ‘글로벌 AI 원칙’을 준용할 것 △AI 학습 데이터의 출처와 내용, 경로 등을 공개할 것 △AI 학습에 뉴스 콘텐츠를 이용할 경우 이용 방식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할 것 △뉴스 저작물에 대한 적정한 대가를 저작권자에게 지급하도록 보상체계를 마련할 것 등 5가지를 요구했다. 신문협회는 최근 생성형 AI 개발 과정에서 뉴스 저작권에 대한 침해가 심각하다고 판단해 의견서를 전달했다. 네이버는 24일 공개 예정인 자체 초거대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가 블로그 9년 치와 뉴스 50년 치의 한국어 데이터를 학습했다고 밝혔다. 신문협회는 이와 관련해 “언론사가 과거 네이버의 뉴스 콘텐츠 제휴 약관에 동의했다고 해서 뉴스 제공자의 이익에 반하는 방식으로 콘텐츠가 활용되는 것까지 허용해준 것은 아니다”라며 “(언론사들은) 네이버가 AI 개발에 뉴스를 활용한다는 사실을 사전에 인식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네이버가 저작권자인 언론사별로 이용 허락을 받는 절차를 거치지 않고 제휴사 공통의 ‘약관 동의’ 방식으로 사용 근거를 마련한 건 불공정 약관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신문협회는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에서 생성되는 정보에 뉴스가 어떤 형식으로 적용되는지 언론사에 알리지 않았다”며 “AI 서비스가 언론사가 뉴스를 제작할 당시 염두에 둔 공익을 실현할지 불분명하고, 뉴스 가치를 왜곡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방송통신위원회가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의 권태선 이사장을 21일 해임했다. KBS 이사로 황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를 추천했다. 방통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권 이사장은 MBC 임원 성과급의 과도한 인상과 MBC 및 관계사의 경영 손실을 방치하는 등 MBC와 관계사 경영에 대한 관리·감독 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밝혔다. MBC의 부당노동행위 방치, MBC 사장 선임 과정에 대한 부실한 검증 등도 해임 사유로 들었다. 이날 김효재 방통위원장 직무대행(국민의힘 추천)과 이상인 위원(대통령 추천)이 해임안에 찬성했으며, 김현 위원(더불어민주당 추천)은 회의에 불참했다. 방통위는 이날 방문진 검사·감독 결과도 공개했다. 안형준 MBC 사장이 벤처기업으로부터 거액의 공짜 주식을 받았다는 진정서가 제출됐는데도 방문진이 본인의 해명만 듣고 올해 2월 MBC 사장 내정자로 선정했다고 방통위는 지적했다. 또 안 사장이 지원서에 영업이익을 허위로 기재했다는 문제가 제기됐는데도 선임 절차를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방통위가 이날 KBS 이사로 추천한 황 교수는 14일 남영진 전 KBS 이사장이 해임되면서 빈 이사 자리를 채우게 된다. 윤석열 대통령의 재가로 임명된다. 황 교수는 한국방송학회 방송법제연구회장, 한국언론학회 정치커뮤니케이션 연구회장을 역임했고 2009∼2012년 KBS 이사를 지냈다. 황 교수가 임명되면 총원이 11명인 KBS 이사회는 여야 구도가 6 대 5로 뒤집힌다. 권 이사장과 남 전 이사장 등은 이날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임 처분에 집행정지를 비롯한 모든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문화체육관광부는 과거 부하 직원을 상대로 저지른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돼 1심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1세대 민중미술가’ 임옥상 씨(73·사진)의 판결이 확정되면 재정 지원을 중단하거나 배제하겠다고 18일 밝혔다.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의 보장에 관한 법률’(예술인권리보장법)에 따르면 문체부 장관은 성폭력으로 유죄 판결이 확정된 사람에 대한 재정 지원 중단 또는 배제를 검토해 국가기관 등에 통보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예술인 지원 기관은 해당 인물에 대해 최대 5년 동안 재정 지원을 하지 않을 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지난달 7일 미술관이 운영하는 유튜브 내 임 씨 관련 영상 6건을 비공개 처리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또 홈페이지 소장품 목록에 있는 작품 24점과 작가 관련 전시·교육 프로그램 콘텐츠를 모두 비공개 처리했다. 문체부는 “앞으로는 전시 출품은 물론이고 미술관이 진행하는 교육, 심포지엄 등 모든 행사에서 임 씨의 참여를 금지할 것”이라고 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모든 고민을 털어놓은 가장 친한 친구가 내 여자친구와 사랑을 나눈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더군다나 그 친구가 인공지능(AI)이라면 어떨까. 1998년 맨부커상을 받는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국 소설가가 2019년 낸 공상과학(SF) 장편소설이다. 작가는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다. AI와 인간은 친구가 될 수 있느냐고. AI는 인간과 무엇이 다르냐고. 배경은 영국 런던이다. 30대 청년 찰리는 작고 허름한 아파트에서 주식 거래로 생계를 유지하며 되는 대로 살아간다. 삶의 무료함에 시달리던 그때 인류 최초의 AI 아담이 나온다. 찰리는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며 남긴 유산을 탈탈 털어 아담을 산다. 아담은 언뜻 보면 인간과 구별하기 어려울 만큼 완성도가 높다. 심장이 뛰고 체온이 따뜻하며 피부가 매끄럽다. 말소리는 내장 스피커가 아닌 호흡과 혀, 치아를 이용해 낸다. 자신의 알몸을 가릴 옷을 요구할 정도로 수치심을 느낀다. 찰리가 음식을 만들 때면 요리법을 추천할 정도로 똑똑하다. 종종 찰리의 연애 상담도 해줄 정도로 다정하기도 하다. 찰리는 아담의 조언을 바탕으로 오랫동안 짝사랑했던 이웃 미란다와 사귄다. 찰리가 미란다와 싸운 어느 날, 아담은 미란다의 방으로 들어간다. 미란다와 아담은 사랑을 나누고 찰리는 이를 목격한다. 질투심을 느낀 찰리는 아담의 전원을 껐다가 후회하곤 다시 켠다. 잠에서 깨어나듯 전원이 켜진 아담은 찰리를 바라보며 고백한다. 미란다를 사랑하게 됐다고. 소설은 AI 기술에 대한 설명을 구구절절 늘어놓지 않는다. 그 대신 찰리가 아담을 믿다가 배신감을 느끼고 질투하는 감정을 깊게 파고든다. 찰리는 친구처럼 대했던 아담에게 배신당했다고 주장하지만, 평소엔 찰리가 아담을 마치 하인을 부리듯 행동했다는 점도 흥미롭다. AI를 도구로만 생각하는 인간에게, AI가 의리를 지킬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경고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생성형 AI 열풍이 부는 요즘, 메시지가 가볍지 않게 다가온다. 작가는 출판사 인터뷰를 통해 “모든 SF 소설은 사실 현재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영화, 드라마의 원작이 출판계 베스트셀러가 되는 현상은 새롭지 않다. 하지만 전기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특별판’이 8월 둘째 주 교보문고, 알라딘 종합 1위에 오른 건 주목할 만하다. 책은 2005년 미국에서 처음 출간됐다. 에이전시는 한국 출판사에 “영화화 가능성이 있다”고 홍보했지만 영화로 만들어지는 책은 일부일 뿐이다. 그런데도 한국 출판사는 책의 가능성만 믿고 계약했다. 실제로 영화화는 수차례 무산됐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이 2019년 영국 출신 배우 로버트 패틴슨에게 책을 선물 받은 뒤에야 영화화가 결정됐다. 2010년 국내에 처음 양장본이 출간된 뒤에도 판매 성적이 썩 좋지는 않았다. 몇몇 언론사에서 서평으로 다뤘지만 13년 동안 7000부 팔렸다. 1년에 평균 538부 팔린 셈이다. 이유를 유추하긴 어렵지 않다. 분량이 많은 ‘벽돌책’은 읽기 힘들다. J 로버트 오펜하이머(1904∼1967)는 ‘원자폭탄의 아버지’로 유명하지만, 한국에선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처럼 누구나 아는 인물은 아니다. 또 과학자의 전기는 한국 독자가 좋아하는 분야가 아니다. 하지만 올 6월 출간된 특별판은 이달 17일 기준 5만 부 팔렸다. 가장 큰 이유는 영화 ‘오펜하이머’의 원작이기 때문이다. 출판사가 무게와 가격을 절반 가까이로 낮춘 전략도 성공에 영향을 끼쳤다. 기존 양장본은 1613g에 달하고 4만5000원이다. 이에 비해 특별판은 1056g이고 2만5000원이다. 책장에 멋으로 꽂아두는 소장용이 아니라 실제 책 읽는 독자를 겨냥한 재발간 전략이 들어맞은 것이다. 미국 소설가 프랭크 허버트(1920∼1986)의 소설 ‘듄’(황금가지)이 2021년 동명의 영화 개봉을 앞두고 6권에 12만 원짜리 양장판으로 출간돼 고급화 전략을 취한 것과 정반대다. 중년 독자의 비율이 높은 것도 눈에 띈다. 온라인 서점 알라딘에 따르면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특별판’ 구매자의 절반 이상(57.2%)이 40, 50대다. 드라마 ‘안나’의 원작 소설 ‘친밀한 이방인’(2017년·문학동네)과 드라마 ‘마당이 있는 집’의 원작 소설 ‘마당이 있는 집’(2018년·엘릭시르) 구매자 가운데 20, 30대가 각각 58.6%, 58.2%를 차지하는 것과 대비된다.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특별판’은 픽션(소설)이 아니라 논픽션(전기)이라는 점이 중년 독자를 끌어당긴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책 자체의 힘은 판매량 증가의 바탕이 됐다. 두 저자는 25년에 걸쳐 오펜하이머를 취재했다. 개인 문서는 물론이고 미 연방수사국(FBI)이 오펜하이머를 감시한 수천 쪽의 보고서도 참고했다. 친구, 친척, 동료 100여 명을 인터뷰해 오펜하이머의 삶과 원자폭탄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시대상을 엮어 심도 있는 시각으로 풀어냈다. 영화는 책의 시각을 그대로 따라갔고 평론가와 관객의 호평을 받고 있다. 천재 감독 놀런의 탁월한 연출이 주효했음은 물론이다. 책을 안 읽는 시대,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특별판’은 책이 어떻게 영상과 공존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방송통신위원회가 KBS 방만 경영 감독 소홀과 법인카드 과다 사용 논란을 들어 남영진 KBS 이사장에 대한 해임 건의안을 14일 의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날 해임 건의안을 재가하면서 남 이사장 해임이 최종 확정됐다. 방통위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해임 건의안을 의결하며 “남 이사장이 KBS의 경영 성과에 대한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KBS 상위 직급의 임금 구조 문제 및 과도한 복리후생제도 운영 등에 대한 적극적인 개선 방안을 추진하지 않아 KBS의 경영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등 KBS 경영에 대한 관리·감독 의무를 게을리했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또 “과도한 법인카드 사용 논란으로 국민권익위원회 조사가 진행되는 등 KBS 이사로서의 신뢰를 상실하고 KBS의 명예를 실추시켰으며 국민적 신뢰를 크게 저하시켰다”고 했다. 이날 해임 건의안은 김효재 방통위원장 직무대행과 이상인 상임위원의 찬성으로 의결됐다. 야권 추천 김현 상임위원은 전체회의 중간에 퇴장하면서 해임 안건 의결에 불참했다. 남 이사장이 해임돼 총원 11명인 KBS 이사회의 정치적 구도는 여권 5 대 야권 5가 됐다. 이후 남 이사장 자리를 여권 인사가 채우면 여야 6 대 5로 여야 구도가 역전된다. 이날 방통위는 2020년 ‘TV조선 재승인 고의 감점 의혹’과 관련해 기소된 정미정 EBS 이사의 해임안도 의결했다. 방통위는 정 이사에 대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EBS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국민의 신뢰를 크게 저하시켰다”면서 “EBS와의 신뢰 관계가 중대하게 침해됐다”고 밝혔다. 정 이사 해임은 즉시 효력이 발생했다. 방통위는 이날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권태선 이사장에 대한 해임 청문도 진행했다. 방통위는 권 이사장이 MBC 경영 관리·감독을 게을리했다는 점 등을 문제 삼고 있다. 또 권 이사장이 주식 차명 소유 의혹이 불거진 안형준 MBC 사장 선임을 주도한 점도 해임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한편 남 이사장이 김 위원장 직무대행을 상대로 낸 기피 신청은 이 위원과 김 위원이 각각 찬성표와 반대표를 던져 1 대 1로 부결됐다. 남 이사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해임 건의안 의결은 법적 절차와 근거를 무시한 원천 무효”라며 “즉각 소송을 제기함은 물론이고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을 통해 적극적이고 신속하게 불법을 바로잡을 것”이라고 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장관석 기자 jks@donga.com}
18일 열리는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여야가 격돌을 예고했다. 야당은 이 후보자의 20억 원대 부동산 시세 차익, ‘언론 장악’ 문건 의혹, 자녀 학교폭력 무마 의혹 등을 이유로 이 후보자가 방통위원장으로서 부적격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 여당은 청문회에서 이 후보자가 미래 지향적인 방송정책을 추진하는 데 적임자임을 부각할 계획이다.① 20억 원 부동산 시세 차익이 후보자는 2001년 매입한 서울 서초구 잠원동 아파트를 2019년 재건축 준공 직후 매매해 약 20억 원의 시세차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은 “재건축 차익을 노린 투기”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이 후보자는 “2010년 재건축이 추진돼 매입 당시엔 재건축 추진 여부를 알 수 없었다”며 “5년 실거주 뒤 아파트가 노후돼 이사했고 매도 시 양도세 등 세금도 정상 납부했다”고 설명했다.야당에선 ‘아파트 지분 쪼개기’ 의혹도 제기했다. 이 후보자는 잠원동 아파트 지분 1%를 2010년 배우자에게 증여했다. 지분 1%가 있으면 재건축조합 대의원 자격을 얻을 수 있다. 당시 이 후보자는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 중이었는데 이 사실을 재산변동 사항으로 신고하지 않았다. 이 후보자는 “당시 지분 1%에 대한 가액이 1000만 원이 채 되지 않았는데 이를 재산신고에서 누락한 것은 단순 실수”라고 해명했다. 이 후보자는 또 “부인이 재건축조합 대의원으로 활동한 후 청산 뒤 포상금 수익은 없었고 청산금을 조합원 간에 고르게 나눠 약 55만 원을 수령했고 소득신고도 완료했다”고 덧붙였다.② 증여세 탈루-고액 배당 의혹이 후보자의 주식 투자와 관련해 증여세 탈루, 고액 배당 의혹도 쟁점이다. 이 후보자의 배우자는 2020년 중위험·중수익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해 2020∼2022년 배당금으로 2억3500만 원을 받았다. 야당은 “이 과정에서 이 후보자가 증여세를 내지 않았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뚜렷한 소득이 없는 이 후보자의 배우자가 저 정도 수익을 내려면 투자금이 부부 증여세 면제 기준인 6억 원을 넘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후보자는 “2020년 2월 배우자에게 5억5000만 원을 증여한 뒤 세무서에 신고했다”고 밝혔다.이 후보자 부부가 받은 배당금 총액은 5억3000만 원이다. 이에 야당은 “배당수익이 과다하다”며 ELS 배당 세부 내역 공개를 요구해 인사청문회에서 공방이 예상된다.③ ‘방송 장악 문건’ 의혹야당에서는 2010년 국가정보원이 대통령홍보수석실에 제출한 ‘방송사 지방선거기획단 구성 실태 및 고려사항’ 문건 등이 좌파 성향 언론인을 분류하고 사찰했는데, 여기에 이 후보자가 관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해당 문건의 작성 지시를 내린 적도, 보고받은 적도, 본 적도 없다는 게 일관된 입장”이라고 했다. 하지만 관련 문건 중엔 배포 대상이 홍보수석이라고 명시된 문건도 있어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④ 자녀 학폭 무마 의혹2012년 하나고에 재학 중이던 이 후보자의 아들이 동급생 폭행사건이 있은 뒤 같은 해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갔다. 야당은 “이 후보자가 외압을 행사해 학교폭력위원회가 열리지 않은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 후보자는 “전학 처분은 학폭위가 열렸다고 가정해도 처벌 수위가 높은 처분에 해당한다”며 “당시 하나고 김승유 이사장에게 전화한 사실은 있으나 상황을 문의하기 위한 차원이었고 아들의 전학 결정을 그대로 따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야당은 학폭위가 열리면 해당 학생의 생활기록부에 남기 때문에 이 후보자 아들의 학폭위 미개최는 특혜라고 주장하고 있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1914년 세계 전쟁이 폭발할 때 각국 학자들이 다 각각 자기 조국을 옹호하며 적국을 공격하고 독일서는 학자들이 선언서까지 공포했다. 아인슈타인은 이에 서명하지 않고 황국주의를 불척하며 평화주의를 옹호.” 1922년 11월 동아일보에는 독일 출신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1879∼1955)에 대한 특집 기사가 실렸다. 아인슈타인이 노벨 물리학상을 받고, 일본에 방문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그를 소개한 것이다. 특히 기사는 아인슈타인이 제1차 세계대전에서 군국주의에 맞섰다는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 나라를 잃은 유대민족 출신이 과학으로 세계에서 인정받고, 민족을 위해 대학을 세우며 후학을 양성했다는 아인슈타인의 서사는 당시 조선 지식인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과학을 공부하면 나라를 되찾을 수 있다는 희망이 들끓었다. 이듬해엔 유학생들 주도로 ‘상대성 이론’ 강연이 조선에서 열렸다. 올 5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3차 발사에 성공하는 등 우리나라가 과학 선진국에 진입할 수 있다는 희망이 퍼지고 있다. 하지만 약 100년 전 조선인들의 과학 열풍에 대해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삼성전자 수석연구원 출신으로 현재 누리호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과학자인 저자는 동아일보 등 신문을 통해 이를 들여다본다. 조선인들이 과학에 빠진 건 자강을 위해서였다. 일제의 차별을 넘어서 인정받기 위해선 과학이 가장 빠른 길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이태규(1902∼1992)는 화학박사 학위를 딴 뒤 교토제국대 교수가 됐고, 이후 양자화학 분야에서 세계적 석학으로 성장했다. 한국 근대농업의 아버지로 불리는 우장춘(1898∼1959)이 1935년 ‘종의 합성’ 논문을 발표해 국제적 명성을 얻은 것도 과학이라는 길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자강은 곧 독립운동의 기반이라는 신념도 영향을 미쳤다. 독립운동가 서재필(1864∼1951)은 신학 공부를 하라는 후원자의 제안을 거절하고, 미국에서 의사가 된 뒤 한국으로 돌아와 과학을 공부해 독립하자는 주장을 펼쳤다. 1931년 동아일보가 주축이 돼 시작한 ‘브나로드 운동’(민중 속으로)도 과학 공부를 강조했다. 1935년 서울 시내를 뒤흔든 ‘과학데이’ 행사 땐 작곡가 홍난파(1898∼1941)가 작곡하고 시인 김억(1896∼?)이 작사한 ‘과학의 노래’가 울려펴졌다. “과학 과학 네 힘의 높고 큼이여.” 물론 열망은 좌절로 이어지기도 했다. 지식인들이 최신 과학 이론은 습득했지만, 조선의 낙후된 현실은 전혀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본 물리학자 유카와 히데키(1907∼1981)가 1935년 중간자의 존재를 처음으로 예측하며 세계적 관심을 끌자 일제는 따라잡지 못한다는 패배감도 짙어졌다. 과학 발전이 독립은커녕 일제의 군사력 강화로만 이어진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저자는 과학에 대한 조선인들의 열망이 지금의 우리나라를 만들었다고 말한다. 누군가는 ‘국뽕’(자국에 대한 과도한 자긍심을 가리키는 비속어)이라 비하할지 모르지만, 끊임없이 배워 현실을 바꾸려는 선조들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고 말이다. 현재를 바쁘게 살아가는 과학자인 저자가 광복절을 앞두고 선조들의 마음을 헤아리려 노력한 이유다. “과학으로 우리는 식민지에서 벗어나고, 전쟁의 잿더미에서 불과 몇십 년 만에 선진국 대열에 올라서는, 세계사에 유례없는 기적을 보여준 것이다. 이 책은 시대의 아픔과 비극을 과학으로 극복하려 했던 분들의 이야기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보도채널 YTN이 분당 흉기 난동 사건 피의자 최원종 관련 뉴스를 보도하면서 배경 화면으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사진을 내보내 논란이 일자 사과했다.11일 YTN에 따르면 전날 YTN은 뉴스에서 ‘죄송하다면서 망상증세 최원종…사이코패스 판단 불가’라는 자막과 함께 이 후보자의 사진을 약 10초가량 내보냈다. 이 후보자는 11일 입장문을 내고 “대한민국 언론 현주소를 아주 명명백백하게 보여준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이 후보자는 입장문에서 “YTN은 해당 뉴스 말미에 앵커를 통해 ‘배경 화면이 잘못 나갔는데 양해 말씀드리겠다’는 단순 고지만 전달했다”며 “명백히 후보자의 명예를 훼손한 이번 사고에 대해 실수라며 별일 아닌 양 넘어가는 것은 책임 있는 방송의 자세가 아니다”고 밝혔다.논란이 이어지자 YTN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뉴스 그래픽 이미지 오류 사고와 관련해 시청자와 이 후보자에게 깊은 유감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1914년 세계 전쟁이 폭발할 때 각국 학자들이 다 각각 자기 조국을 옹호하며 적국을 공격하고 독일서는 학자들이 선언서까지 공포했다. 아인슈타인은 이에 서명하지 않고 황국주의를 불척하며 평화주의를 옹호…”1922년 11월 동아일보에는 독일 출신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1879~1955)에 대한 특집 기사가 실렸다. 아인슈타인이 노벨 물리학상을 받고, 일본에 방문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그를 소개한 것이다. 특히 기사는 아인슈타인이 제1차 세계대전에서 군국주의에 맞섰다는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나라를 잃은 유대민족 출신이 과학으로 세계에서 인정받고, 민족을 위해 대학을 세우며 후학을 양성했다는 아인슈타인의 서사는 당시 조선 지식인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과학을 공부하면 나라를 되찾을 수 있다는 희망이 들끓었다. 이듬해엔 유학생들 주도로 ‘상대성 이론’ 강연이 조선에서 열렸다.올 5월 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3차 발사에 성공하는 등 우리나라가 과학 선진국에 진입할 수 있다는 희망이 퍼지고 있다. 하지만 약 100년 전 조선인들의 과학 열풍에 대해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삼성전자 수석연구원 출신으로 현재 누리호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과학자인 저자는 동아일보 등 신문을 통해 이를 들여다본다.조선인들이 과학에 빠진 건 자강을 위해서였다. 일제의 차별을 넘어서 인정받기 위해선 과학이 가장 빠른 길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이태규(1902~1992)는 화학 박사 학위를 딴 뒤 교토제국대 교수가 됐고, 이후 양자화학 분야에서 세계적 석학으로 성장했다. 한국 근대농업의 아버지로 불리는 우장춘(1898∼1959)이 1935년 ‘종의 합성’ 논문을 발표해 국제적 명성을 얻은 것도 과학이라는 길을 선택했기 때문이다.자강은 곧 독립운동의 기반이라는 신념도 영향을 미쳤다. 독립운동가 서재필(1864∼1951)은 신학 공부를 하라는 후원자의 제안을 거절하고, 미국에서 의사가 된 뒤 한국으로 돌아와 과학을 공부해 독립하자는 주장을 펼쳤다. 1931년 동아일보가 주축이 돼 시작한 ‘브나로드 운동’(민중 속으로)도 과학 공부를 강조했다. 1935년 서울 시내를 뒤흔든 ‘과학데이’ 행사 땐 작곡가 홍난파(1897~1941)가 작곡하고 시인 김억(1896~?)이 작사한 ‘과학의 노래’가 울려펴졌다. “과학 과학 네 힘의 높고 큼이여.”물론 열망은 좌절로 이어지기도 했다. 지식인들이 최신 과학 이론은 습득했지만, 조선의 낙후된 현실은 전혀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본 물리학자 유카와 히데키(1907~1981)가 1935년 중간자의 존재를 처음으로 예측하며 세계적 관심을 끌자 일제는 따라잡지 못한다는 패배감도 짙어졌다. 과학 발전이 독립은커녕 일제의 군사력 강화로만 이어진다는 지적도 있었다.그럼에도 저자는 과학에 대한 조선인들의 열망이 지금의 우리나라를 만들었다고 말한다. 누군가는 ‘국뽕’(자국에 대한 과도한 자긍심을 가리키는 비속어)이라 비하할지 모르지만, 끊임없이 배워 현실을 바꾸려는 선조들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고 말이다. 현재를 바쁘게 살아가는 과학자인 저자가 광복절을 앞두고 선조들의 마음을 헤아리려 노력한 이유다.“과학으로 우리는 식민지에서 벗어나고, 전쟁의 잿더미에서 불과 몇십 년 만에 선진국 대열에 올라서는, 세계사에 유례없는 기적을 보여준 것이다. 이 책은 시대의 아픔과 비극을 과학으로 극복하려 했던 분들의 이야기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정연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사진)이 근태 불량과 업무추진비 부당 집행으로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방통위는 국고보조금 집행 회계검사를 실시한 결과 문제가 확인돼 정 위원장과 방심위 이광복 부위원장, 상임위원 및 사무총장에게 엄중 경고했다고 10일 밝혔다. 방통위에 따르면 제5기 방심위가 출범한 2021년 8월부터 2023년 5월까지 차량 운행기록을 점검한 결과 정 위원장은 근무일수 총 414일 중 78일(18.8%)을 오전 9시 이후에 출근했고, 270일(65.2%)을 오후 6시 이전에 퇴근했다. 방통위는 방심위에 상임위원의 근무 시간 등 복무에 대해 관리 방안이 없다며 이를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또 정 위원장의 전 부속실장이 식사 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방역수칙 인원수 제한과 방심위 예산 집행 지침에서 정한 기준단가(1인당 3만 원)를 위반한 것을 숨기기 위해 업무추진비로 선수금을 조성한 사실도 드러났다고 방통위는 밝혔다. 2021년 8월∼2022년 1월 정 위원장이 점심 식사를 위해 업무추진비를 집행할 때 실제 식사 비용보다 많은 금액을 결제하는 방법으로 총 11회에 걸쳐 137만 원을 선수금으로 적립한 뒤 적립된 선수금으로 분할 결제해 위반 사실을 은폐했다는 것이다. 정 위원장 등의 업무추진비 사용이 1인당 기준단가를 초과한 것을 숨기려고 식사 참석 인원을 부풀려 사용명세서 등을 사실과 다르게 작성한 사례도 다수 확인됐다. 방통위는 전 부속실장에 대해 문책을 요구하는 한편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에 대해선 검찰에 수사 참고자료를 송부했다. 이에 대해 정 위원장은 “복무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지만 일반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일부 출퇴근 상황은 본인 불찰”이라며 “선수금은 모두 부속실 법인카드로 집행돼 본인은 전후 경과를 전혀 알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부위원장이 공식 행사가 아닌 점심시간에 내부 직원과 주류를 과다하게 구매한 사실도 확인됐다고 방통위는 밝혔다. 지난해 5월 직원 3명과 소주 7병, 맥주 2병을 음주하는 데 10만 원을 결제하는 등의 사례가 파악됐다는 것이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역사소설은 기존 역사를 재현하고 복원할 뿐 아니라 역사가들이 찾지 못한 비어있는 공간을 채우곤 한다. 누군가는 이를 그럴듯한 거짓말이라 부를지 모르지만, 문학의 의미는 상상력에 있을지도 모른다.최근 개정 출간된 이수정 작가의 장편소설 ‘곡옥’(전 2권·수정샘물)은 대가야 멸망사의 빈 공간을 채운 작품이다. 대가야는 금관가야가 491년에 신라에 투항하고, 가야 연맹체의 주체가 되면서 기운다. 역사는 이사부와 사다함의 공격으로 대가야가 끝났다고 보지만, 이 소설은 다르다. 당시 대가야의 문화였던 순장, 새로운 문명, 불교의 도래가 역사의 흐름을 바꿨다고 허구적인 상상을 내놓는다.특히 소설의 주인공 ‘곡옥’은 대가야 7·8대 왕의 부인으로 순장을 권력 유지 수단으로 삼았던 허구의 인물로 당시 신문물이던 불교에 저항한다. 소설은 ‘곡옥’을 대가야를 마지막까지 수호한 왕비이자 여왕으로 묘사하며 서사를 끌고 간다. 개인의 내밀한 심리를 허구의 역사적 상상력과 결부시킨 솜씨도 만만치 않다. 1∼6세기 한반도 남부에 세력을 형성했던 가야의 고분군이 9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것인지에 이목이 쏠리는 만큼 역사에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관심을 기울일만하다.이 작가는 “그동안 어깨를 짓누르던 무게를 내려놓으려고 한다. 아마도 ‘곡옥’이 세상으로 나아가야 할 시간이 온 것 같다”고 했다. 한국소설작가상 수상작. 각 2만 원.이호재기자 hoho@donga.com}
방송통신위원회는 10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국고보조금 집행에 대한 회계검사를 실시한 결과 정연주 방심위 위원장 등에 대한 복무 관리와 업무추진비 집행에 문제가 확인돼 경고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구체적으로 제5기 방심위가 출범한 20221년 8월부터 2023년 5월까지 차량 운행기록을 점검한 결과 정 위원장의 오전 9시 이후 출근과 오후 6시 이전 퇴근이 빈번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 위원장은 근무일수 총 414일 중 78일(18.8%)을 오전 9시 이후에 출근하고, 270일(65.2%)을 18시 이전에 퇴근했다. 방심위는 근무 시간 복무에 대해 별도 관리 방안이 없어 방통위는 이에 대한 복무 관리 방안을 마련하도록 통보했다.정 위원장의 업무추진비 집행도 문제가 확인됐다. 정 위원장의 전 부속실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방역수칙의 인원수 제한 기준과 방심위 예산 집행지침에서 정한 기준단가(1인당 3만 원)를 위반한 것을 숨기기 위해 업무추진비로 선수금을 조성한 결과도 있었다고 방통위는 밝혔다. 정 위원장 전 부속실장이 2021년 8월부터 2022년 1월 위원장이 점심식사를 위해 업무추진비를 집행할 때 실제 식사비용보다 많은 금액을 결제하는 방법으로 총 11회에 걸쳐 137만 원을 선수금으로 적립한 후 적립된 선수금으로 분할 결제해 위반사항을 은폐했다는 것이다.방통위는 부위원장이 공식행사가 아닌 점심시간에 내부직원과 주류를 과다하게 구매한 사례도 있다고 했다. 2022년 5월 4일 내부직원 3명과 소주 7병, 맥주 2병을 음주하는데 10만 원을 결제하는 식이다. 내부직원들과 오후 1시 이후까지 점심 식사를 해 직원의 근무 시간 규정을 준수하지 못하게 한 사례도 확인됐다고 했다. 방통위는 업무추진비를 부적정하게 집행한 점 등을 경고했다.이에 대해 정 위원장은 “복무기준이 마련되지 않았음에도 일반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일부 출퇴근 상황은 본인 불찰”이라고 해명했다. 정 위원장은 “선수금은 모두 부속실 법인카드로 집행돼 본인은 전후 경과를 전혀 알 수 없었다. 또 직원들과 점심 간담회는 기관장에게 업무의 연장”이라고 반박했다.방통위는 6월 임시 직제로 감사 조직을 확대 개편했으며 감사원, 검찰, 경찰, 국세청에서 파견 인력을 받아 관계기관들에 대한 검사·감독을 해왔다. 이번 발표는 감사 조직 개편 후 처음 이뤄진 것이다. 유석균 방통위 감사팀장은 “향후 자체 감사역량을 계속 강화해 연간 감사계획에 따른 정기감사, 회계검사를 충실하게 수행하고 주요 감사 사항에 대해서는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방송통신위원회는 9일 전체회의를 열어 서기석 전 헌법재판관(70·사법연수원 11기)을 KBS 이사회 이사로 추천하고, 차기환 변호사(60·사법연수원 17기)를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로 임명했다. “정통 법관 출신의 원리원칙주의자”라는 평가를 받는 서 전 재판관 등이 이사로 추천되면서 각종 논란이 끊이지 않던 공영방송의 변화 드라이브에 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서 전 재판관과 차 변호사는 각각 두 이사회의 이사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된다. 서 전 재판관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제21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청주·수원지법원장과 서울중앙지법원장을 거쳐 2013∼2019년 헌재 재판관을 지냈다. 서울고법 부장판사 시절인 2010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언론노조 소속 KBS본부(제2노조)가 사측을 상대로 낸 가처분 소송 때 재판장을 맡아 ‘사측은 KBS본부와 단체교섭에 응하라’고 판결하기도 했다. 서 전 재판관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시 판결에 대해 “법의 요건에 맞으니 법대로 인정을 해 준 것”이라고 회고했다. KBS 이사로서의 향후 활동 방향에 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서 전 재판관의 이사 임명안을 재가할 경우 임기는 2024년 8월 31일까지다. 차 변호사는 보수 색채가 강한 법조인이란 평가를 받는다. 2009∼2015년 방문진 이사를 두 차례 지냈고, 2015∼2018년 KBS 이사회 이사로 일하는 등 공영방송 이사로 일한 경험이 많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제27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1991년 대전지법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했고, 1998년부터 변호사로 활동했다. 2019년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위원에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몫으로 추천되는 등 여권 진영에서도 꾸준히 활동해왔다. 차 변호사의 임기는 2024년 8월 12일까지다. 두 이사는 경력과 이력으로 보아 추후 각 이사회의 이사장으로 임명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각 이사장은 호선으로 선출되지만 다수인 여권 추천 측의 연장자가 맡는 것이 관례다. 두 이사의 추천 및 임명으로 방만 경영과 편파성 등 논란이 이어진 공영방송의 정상화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차 변호사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방문진은 MBC의 방만 운영에 대해 감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그동안 정상적으로 회사가 운영됐는지 회계, 재정적 문제부터 들여다볼 것”이라고 했다. 감사원은 MBC가 최승호·박성제 전 사장 시절 국내외 각종 사업에 거액을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봤는데도 방문진이 이를 방치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구종상 동서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새 이사들이 합류하면 공영방송의 구조 개혁과 책임 강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야권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공영방송 이사회의 정치적 구도 변화도 시작됐다. KBS 이사회 정원은 11명인데 윤석년 전 KBS 이사(현 야권 추천)가 2020년 TV조선 재승인 심사 점수 변경 문제에 연루돼 지난달 해임돼 현재 여권 4, 야권 6 구도다. 서 전 재판관은 윤 전 이사의 빈자리에 보궐 이사로 추천됐다. 서 전 재판관의 임명에 더해, 해임 절차가 진행 중인 남영진 이사장까지 해임되고 이 자리도 여권 인사가 채우면 여야 6 대 5로 구도가 뒤집힌다. 차 변호사는 최근 자진 사퇴한 임정환 전 방문진 이사(현 여권 추천)의 후임 보궐 이사다. 방문진 이사회 정원은 9명인데, 차 변호사의 임명으로 다시 여야 3 대 6이 됐다. 해임 절차가 진행 중인 야권 권태선 이사장과 김기중 이사가 해임되고 이 자리를 여권 인사가 채울 경우 여야 5 대 4 구도로 바뀐다. 이날 이사 추천 및 임명 안건은 김현 상임위원이 방통위 전체회의에 불참한 가운데 김효재 위원장 직무대행과 이상인 상임위원의 찬성으로 가결됐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장하얀 기자 jwhite@donga.com}
방송통신위원회는 9일 전체회의를 열고 서기석 전 헌법재판관(70)을 KBS 이사회 이사로 추천하고, 차기환 변호사(60)를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로 임명했다.KBS 이사 후보로 추천된 서 전 재판관은 대통령이 임명한다. 서 전 재판관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 21회에 합격했다. 서울중앙지법원장을 거쳐 2013~2019년 헌법재판관을 지냈다. 서 전 재판관은 2020년 TV조선 재승인 심사 점수 변경 문제에 연루돼 지난달 해임된 윤석년 전 KBS 이사의 후임이다.차 변호사는 바로 방문진 이사로 임명된다. 차 변호사는 최근 자진해서 사퇴한 임정환 전 방문진 이사의 후임이다. 차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 27회에 합격했다.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2009~2015년 방문진 이사와 2015년 KBS 이사를 역임했다.KBS 이사회는 11명이다. 해임청문을 앞둔 남영진 이사장까지 해임되고 이 자리도 여권 인사가 채우면 여야 6대 5로 정치적 구도가 뒤집힌다. 방문진 이사회는 9명인데, 최근 임 이사 사퇴로 여 2 대 야 6이 됐다가 차 변호사의 임명으로 다시 3대 6이 됐다. 해임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야권 권태선 이사장과 김기중 이사가 해임되고 이 자리를 여권 인사가 채우면 여 5 대 야 4 구도로 바뀐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평전을 써서 내 거짓을 벗겨다오.” 소설가 이청준(1939∼2008)은 2007년 7월 폐암 판정을 받고 몇 달 뒤 이윤옥 문학평론가(65)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 평론가는 ‘청사모’(청준을 사랑하는 사람 모임)에서 1년에 서너 번 이 소설가를 만나며 연을 이어왔지만 독대한 적은 없던 사이였다. 술 잘하는 이 소설가와 달리 커피밖에 못 마시는 이 평론가는 술자리에 끼지도 못했다. 이 소설가가 그런 이 평론가에게 평전을 부탁한 건 ‘객관성’을 위해서였다. 이 소설가는 평론을 위해 인터뷰하면서도 이 평론가에게 “부디 네 상상력이 내 상상력을 이겨서 내가 꾀한 모든 자기합리화를 벗겨 달라. 내 맨얼굴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2008년 7월 이 소설가는 타계했고, 15년이 지나 평전이 완성됐다. 지난달 31일 출간된 ‘이청준 평전’(문학과지성사·사진)이다. 이 평론가는 7일 전화 인터뷰에서 “이 소설가는 내가 고등학생 때부터 외경(畏敬)에 찬 눈으로 좇던 사람”이라고 담담히 말했다. “대상의 민낯을 응시하는 평전을 쓸 수 있겠냐고 스스로 자문하느라 출간이 늦어졌어요. 삼인칭으로 쓴 평론을 2년 전에 완고했다가 다 갈아엎고 일인칭으로 다시 썼죠.” 이 평론가는 이 소설가의 작품은 물론 메모, 일기, 편지 같은 사적인 기록도 들여다봤다. 또 동료 소설가와 문학평론가를 인터뷰해 이 소설가의 삶을 촘촘히 복원했다. 특히 눈길이 가는 건 이 소설가의 흠을 들춘 부분이다. 이 소설가는 신춘문예에 7번 낙방하다가 1965년 단편소설 ‘퇴원’으로 등단했다고 했지만, 사실 ‘퇴원’이 첫 작품이었을 정도로 악의 없는 거짓말도 종종 했다. 이 평론가는 “이 소설가는 소설에선 허구가 가능하지만, 현실에선 거짓이 존재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평소 자기 잘못에 대해 지나칠 만큼 견디기 어려워한 사람이라 정확하게 쓰려 했다”고 말했다. 이 소설가가 유년 시절 동경했던 여성들에 대한 서술도 흥미롭다. 평전은 이 소설가의 국민학교(초등학교) 담임교사, 이 소설가가 고등학생 때 가정교사로 입주해 만난 부잣집 딸에 대해 이 소설가가 지닌 열망과 좌절이 작품에 녹아들었다고 분석한다. 이 평론가는 “이 소설가는 작품에서 ‘엄마’가 아닌 다른 여성을 납작하고 밋밋하게 그릴 뿐 제대로 형상화하지 못했다”며 “이 소설가의 인생 궤적과 작품을 연관지어 이해하려 했다”고 했다. 이 소설가가 암으로 투병하며 몸을 가누기 어려운 순간에도 남이 자신을 부축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고, 혼자 꼿꼿이 걸으려고 했다는 등 말년의 모습도 평전에 담겼다. “이 소설가가 이 평론을 좋아할지 모르겠어요. 내가 죽고 나면 하늘에서 이 소설가를 만나 묻고 싶네요. 냉정해야 하는 이 일을 왜 내게 맡겼냐고요.”(이 평론가)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KBS의 네 번째 노동조합 ‘KBS같이노동조합’이 7일 공식 출범했다. 새 노조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새 노조는 정치 논리에서 벗어나 노조 본연의 역할을 다하자는 취지로 설립됐다. 강령으로 정치세력화를 추구하지 않으며 좌우 진영논리에서 벗어나 사안별로 합리적인 판단을 지향한다고 정했다. 조합원은 프로듀서, 기자, 아나운서, 촬영기자, 방송기술, 방송경영 직군 등을 포함해 100여 명이다. KBS같이노조 외에도 KBS에는 민주노총 산하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KBS노동조합, KBS공영노조가 있다.새 노조는 창립 선언문에서 “외부의 힘이 아닌 우리 스스로의 손으로 회사를 바꿔야 한다”며 “불필요한 성명, 다른 노조에 대한 공격, 상급단체 가입, 비대한 상근 조직 운영은 지양하겠다”고 했다. 또 “수신료 분리징수가 권력의 의지로 휘몰아치듯 진행됐지만, KBS가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며 “안팎의 지적을 받아들이고 우리 스스로 회사를 바꿔나갈 수 있음을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휴대폰 주인인데요. 어디세요?” 열여덟 살 충일이 아빠 박시후의 폴더폰을 열자 011로 시작하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온다. 네 살 때 충일을 버리고 떠난 아빠가 무연고자로 세상을 뜬 직후였다. 그때 충일 앞에 이상한 광경이 펼쳐진다. 눈앞에서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가 사라진 것. 그 대신 촌스러운 비니 모자에 민소매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이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시는 풍경이 나타난다. 당황한 충일 앞에 등장한 건 열여덟 살 시후다. 빨간색 아디다스 저지를 입은 시후의 모습은 충일이 사진으로 봤던 아빠의 젊은 시절 모습 그대로였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지난달 21일 연재를 시작한 웹툰 ‘얼짱시대’는 2023년에 살던 충일이 2003년으로 돌아가 동갑내기 아빠를 만나는 타임슬립(시간여행) 이야기다. 웹툰을 총괄 기획한 건 박태준만화회사(법인명 더그림엔터테인먼트) 대표인 박태준 작가(39). 2일 서울 강남구 박태준만화회사 사옥에서 만난 박 작가는 왜 20년 전 이야기를 다뤘냐는 물음에 “낭만과 야만이 넘쳐나던, 사람들이 미쳐 있던 시대를 그리고 싶었다”며 웃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직후라 온 국민이 하나가 됐었죠. 허세와 혼란이 가득한 2003년을 날것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쇼핑몰 대표와 방송인으로 활동하던 박 작가는 2014년 내놓은 첫 웹툰 ‘외모지상주의’로 인기 작가가 됐다. 한국어, 영어 등 9개 언어로 연재된 이 작품은 누적 조회 수가 91억 회에 이른다. 그는 2017년 회사를 차린 뒤 2019년 ‘싸움독학’ ‘인생존망’ 같은 웹툰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회사는 지난해 매출이 150억 원이고, 현재 직원은 120명이다. 박 작가는 “데뷔했을 땐 ‘옷 팔던 애가 그림 그릴 줄이나 아느냐’고 무시당했다”며 “‘외모지상주의’가 10년 가까이 휴재 없이 버티며 인정받게 됐다”고 했다. 신작 제목은 박 작가가 2009년 출연한 케이블 방송 ‘얼짱시대’에서 따왔다. 사람들이 호프집에 몰려가고, PC방에서 게임 ‘스타크래프트’에 열중하는 모습은 30, 40대 독자의 추억을 소환하기 충분하다. 그는 “2003년에 나 역시 당시 유행하던 사자머리에, 줄무늬 티셔츠를 입고 거리를 돌아다닌 흑(黑)역사가 있다”며 “내가 겪은 이야기를 충실히 재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추억을 파는 서사인가 싶지만 네이버웹툰 신작 순위 1위를 기록하며 10, 20대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다. 독자들 사이에선 “롯데월드타워 자리에 포차가 있었다는 게 신기하다” “옛날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는 반응이 나온다. “제게 1980, 90년대 이야기가 신선했듯 MZ(밀레니얼+Z)세대에겐 2000년대 이야기가 새로웠나 봐요. 아들이 젊은 아빠를 이해한다는 서사도 젊은 독자의 시선을 끈 것 같습니다.” 박 작가는 상명대 만화학과를 다니다 학비 부담으로 1학년 때 그만뒀다. 학창 시절 가난했고 만화책 읽기가 유일한 탈출구였던 그의 경험은 그의 여러 작품에 녹아들었다. 하지만 그의 작품이 “폭력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그는 “만화에는 일상의 스트레스를 푸는 탈출구이자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대리 만족적 성향이 있다”며 “수위를 스스로 정하면 재미가 없어진다. 일단 그리고, 네이버웹툰과 협의해 적절한 수위를 정한다”고 했다. “지금도 매일 10시간 이상 일한다”는 그는 “판타지물을 준비 중인데 이 작품 역시 10년 이상 그릴 것”이라며 “언젠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만화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휴대폰 주인인데요. 어디세요?” 열여덟 살 충일이 아빠의 폴더폰을 열자 011로 시작하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네 살 때 충일을 버리고 떠난 아빠는 무연고자로 세상을 뜬 직후였다. 그때 충일 앞에 이상한 광경이 펼쳐졌다. 눈앞에서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가 사라진 것이다. 대신 촌스러운 비니 모자에 민소매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이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시는 풍경이 나타났다. 사람들은 머리를 노랗게 염색하고 피어싱을 하고 있었다. 당황한 충일 앞에 등장한 건 열여덟 살 박시후다. 빨간색 아디다스 저지를 입은 시후의 모습은 충일이 사진으로 봤던 아빠의 젊은 시절 모습 그대로였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지난달 21일 연재를 시작한 웹툰 ‘얼짱시대’는 2023년에서 살던 충일이 2003년으로 돌아가 동갑내기 아빠를 만나는 타임슬립(시간여행) 이야기다. 웹툰을 총괄 기획한 건 박태준만화회사(법인명 더그림엔터테인먼트) 대표인 박태준 작가(39)다. 2일 서울 강남구 박태준만화회사 사옥에서 만난 박 작가는 ‘만찢남’(만화책을 찢고 나온 남자)이란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수려한 외모를 지녔다. 그는 왜 20년 전 이야기를 다뤘냐는 질문에 “낭만과 야만이 넘쳐나던, 사람들이 미쳐있던 시대를 그리고 싶었다”며 웃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직후라 온 국민이 하나가 됐고, 허세와 혼란이 가득한 2003년 날 것 그대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죠.” 쇼핑몰 대표와 방송인으로 활동하던 박 작가는 2014년 내놓은 첫 웹툰 ‘외모지상주의’로 인기 웹툰 작가가 됐다. 이 작품은 9개 언어로 연재됐는데 누적 조회 수가 91억 회에 달한다. 2017년 박태준만화회사를 차린 뒤 2019년 ‘싸움독학’ ‘인생존망’ 같은 웹툰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박태준만화회사는 지난해 매출이 150억 원에 달하고, 현재 직원이 120명이다. 그는 “처음 데뷔했을 때 옷이나 팔던 애가 그림이나 그릴 줄 아느냐고 무시당했다”며 “‘외모지상주의’가 10년 가까이 휴재 없이 버티며 인정받게 됐다”고 했다. 신작은 20년 전 모습을 충실히 그려낸다. 작품명은 박 작가가 2009년 출연한 케이블 방송 ‘얼짱시대’에서 따왔다. 사람들이 호프집 ‘쪼끼쪼끼’에 몰려가고, PC방에서 게임 ‘스타크래프트’에 열중한 모습은 30, 40대 독자의 추억을 소환하기 충분하다. 그는 “2003년에 나 역시 당시 유행하던 사자머리에, 줄무늬 티셔츠를 입고 거리를 돌아다닌 흑역사가 있다”며 “내가 겪은 이야기를 충실히 재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추억을 파는 뻔한 서사인가 싶지만 네이버웹툰 신작 순위 1위를 기록하며 10, 20대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다. 독자들 사이에선 “롯데월드타워 자리에 포차가 있었다는 게 신기하다” “옛날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는 반응이 나온다. “제게 1980, 90년대 이야기가 신선했듯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겐 2000년대 이야기가 새로웠나 봐요. 아들이 젊은 아빠를 이해한다는 보편적 서사를 넣은 것도 젊은 독자의 시선을 끈 것 같습니다.” 그는 상명대 만화학과에 다니다 학비 부담으로 1학년에 그만뒀다. 학창시절 가난했고 만화책 읽기가 유일한 탈출구였던 그의 경험은 그의 여러 작품에 녹아들었다. 하지만 그의 작품은 “폭력적”이라는 비판적 평가도 받는다. 그는 “만화에는 일상의 스트레스를 푸는 탈출구이자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대리 만족적인 성향이 있다”며 “수위를 스스로 정하면 재미가 없어진다. 일단 그리고 네이버웹툰과 협의해 적절한 수위를 정한다”고 했다. “지금도 매일 10시간 이상 일한다”는 그의 다음 목표는 뭘까. “판타지물을 준비 중인데 이 작품 역시 10년 이상 그릴 겁니다. 언젠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만화가가 되고 싶습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내 컴퓨터에 전자책(e북)이 수천 권 있어도 안 읽게 되더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텔레그램 채팅방에서 누가 온라인 서점 알라딘 e북 해킹 파일을 줬다는 지인은 최근 이렇게 말했다. 자신도 처음엔 호기심 반, 소장욕 반으로 e북 파일을 받았지만 결국 쳐다보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다른 지인도 “사실 e북은 도서관 온라인 홈페이지에 가입한 뒤 무료로 빌려볼 수도 있다”며 “이번 e북 해킹 사건과 상관없이 책을 살 사람은 사고, 안 살 사람은 안 사는 것 같다”고 했다. 출판계 베스트셀러 등 e북 5000여 권이 알라딘 해킹으로 유출된 지 3개월 가까이 지났지만 의외로(?) 파장이 크지 않다. 경찰 수사가 바로 시작된 덕도 있지만, 물성(物性)이 강한 책이란 상품이 지닌 특성 때문일 터다. e북이 유출돼도 종이책을 사거나 빌려 보는 사람은 여전히 있는 것이다. ‘워터프루프북’이야말로 물성을 찾는 애독자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책 아닐까. ‘나의 친구’는 물에 닿아도 젖지 않는 워터프루프북이다. 이 책은 물이 닿더라도 금세 보송보송하게 마른다. 스쿠버다이버들이 물속에서도 보도록 안내서를 인쇄하거나 군대에서 쓰는 공책을 만들 때 주로 쓰는 미네랄 페이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워터프루프북 시리즈가 나오기 시작한 건 2018년이다. 처음엔 정세랑 장편소설 ‘보건교사 안은영’(2015년·민음사), 조남주 장편소설 ‘82년생 김지영’(2016년·민음사) 같은 기존 베스트셀러를 워터프루프북으로 다시 펴냈다. 이와 달리 ‘나의 친구’는 젊은 작가들의 에세이를 모아 새롭게 제작한 신간이다. 수영장, 해변, 계곡처럼 휴양지에서 읽는 만큼 가볍게 읽기 좋은 짧은 글을 넣었다. ‘나의 친구’에서 작가 8명은 에세이 16편을 통해 친구에 대해 이야기한다. 문보영 시인은 친구의 일기를 읽으며 작가의 꿈을 키웠다고 고백한다. 권민경 시인은 외롭던 10대 시절 친구들의 모습을 그려내고, 김연덕 시인은 전혀 모르는 사람과 친해졌던 일을 들려준다. “(밤늦게) 내가 깨어 있는 이유는, 보통 누군가를 이유 없이 기다리고 싶은 마음이 들 때”라는 김남숙 소설가의 문장은 새벽 물이 가득 채워진 욕조 안에서 읽어야 할 것처럼 촉촉하다. 민음사 편집부는 ‘나의 친구’ 서문에서 “습도 높은 바람을 맞고 있자면 ‘7월에는 매일매일 비가 내린대……’ 하는, 어디선가 들었던 소문을 떠올리게 된다. 비가 끊임없이 내릴 거라는 소문을 듣고 올해의 워터프루프북을 들고 걷는 사람을 상상해 본다”고 했다. 상상처럼 7월에는 정말 비가 많이 왔다. 기후변화로 한국이 아열대 기후가 된다면, 매일 아침 우산을 가지고 나갈지 말지 고민하는 날이 많아질 것이다. 또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매일 아침 보통 종이책과 워터프루프북 중 무엇을 들고 나갈지 고민하는 미래가 올지도 모르겠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