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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태닉호를 보기 위해 심해 잠수정 ‘타이탄’에 올랐다가 숨진 5명의 탑승객은 타이태닉호에 대한 지대한 관심과 함께 탐험에 대한 열망이 높았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탑승객 중 최고령인 프랑스 국적의 폴 앙리 나르젤렛(77)은 ‘미스터 타이태닉’이라는 별명을 가진 해양 탐사 전문가다. 해군 출신인 그는 1987년 최초의 타이태닉호 복구 작업을 이끌었고 37회에 걸쳐 북대서양을 잠수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타이태닉호 선체 인양권을 가진 기업 ‘RMS 타이태닉’에서 5000여 개에 이르는 유물 발굴 작업을 이끌기도 했다. 항공업체 ‘액션애비에이션’ 회장이자 영국 국적의 억만장자로 알려진 해미쉬 하딩(58)도 여러 기네스 세계기록을 보유한 탐험가다. 2019년 제트기 세계 일주 최단시간 기록을 경신했고, 2021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깊은 태평양 마리아나 해구에서 가장 오래, 가장 멀리 해저를 탐사한 기록도 세웠다. 지난해에는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세운 민간 우주기업 ‘블루 오리진’을 통해 우주여행을 다녀왔다. 타이탄 운영사인 오션게이트 익스페디션의 스톡턴 러시 최고경영자(CEO)는 부인이 1912년 타이태닉호 침몰로 사망한 스트라우스 부부의 고손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등석에 탔던 이 노부부는 사고 당시 다른 이들에게 구명보트를 양보한 뒤 죽음을 맞았다고 한다. 러시 부부는 타이태닉 잔해를 수차례 찾아 나서기도 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아들 술래만(19)과 함께 타이탄에 오른 파키스탄의 재벌 샤자다 다우드(48)는 파키스탄의 최대 식품·비료기업인 엔그로 홀딩스 부회장이다. 그의 누나는 미 NBC 인터뷰에서 “동생은 어릴 때부터 1958년 영화 ‘타이태닉호의 비극’을 여러 번 봤을 정도로 타이태닉에 집착했다”라며 “조카인 술래만은 이번 여행이 무섭다고 말하면서도, 아버지를 기쁘게 해주려 동반 탑승을 결정했다”라고 전했다. 다만 타이탄 해저 탐사를 두고 1인당 비용이 25만 달러(약 3억4000만 원)에 달하는 초호화 익스트림 관광 상품이란 시각도 있다. 일각에선 14일(현지 시간) 그리스 해안에서 파키스탄인 약 400명을 포함해 최대 750명의 실향민이 탄 선박이 침몰한 상황에서 억만장자들이 초호화 관광에 나서다 변을 당한 사건에 세계에 이목이 쏠리는 것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영국 BBC 등은 “비슷한 시기 발생한 두 사건이 다른 대우를 받는 것에 대해 계층 분열을 언급하는 논쟁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한국의 성평등 수준이 지난해보다 떨어지면서 세계 10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세계경제포럼(WEF)이 20일(현지 시간) 발표한 ‘2023년 세계 젠더 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젠더 격차’ 지수는 지난해보다 0.010 떨어진 0.680으로, 146개 국가 중 105위에 그쳤다. 2019년 108위에서 지난해 99위까지 점차 올랐지만, 올해는 6계단 하락했다. 가나(100위), 부탄(103위), 세네갈(104위) 다음이다. 경제 참여, 교육, 건강, 정치적 기회 등 4개 분야를 평가하는 젠더 격차 지수는 1에 가까울수록 성평등이 잘 이뤄져 있다는 의미다. 한국은 경제 참여 부문과 진학률 등을 따지는 교육 부문에서 모두 100위권 밖에 머물렀고, 건강은 46위였다. 정치 항목은 88위에 그쳤다. WEF는 피지, 미얀마, 한국 등 3개 국가를 꼽아 “정치 권력 격차가 벌어진 나라들 중에도 가장 퇴보했다”고 비판했다. 일본은 125위로 밀려나면서 조사 시작 이후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교육과 건강 부문은 양호했지만, 정치는 138위로 세계 최하위권이었다. WEF는 장관직 내 여성 비율이 8%대에 불과하고 여성 국가수반이 나온 적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종합 1위는 아이슬란드(0.912)가 차지했고 노르웨이와 핀란드, 뉴질랜드, 스웨덴이 뒤를 이었다. 미국(0.748)은 43위, 중국(0.678)은 107위를 기록했다. 최악은 탈레반 정권이 들어선 아프가니스탄(0.405)이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한국의 성평등 수준이 지난해보다 떨어지면서 세계 10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세계경제포럼(WEF)이 20일(현지 시간) 발표한 ‘2023년 세계 젠더 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젠더 격차’ 지수는 지난해보다 0.010 떨어진 0.680으로, 146개 국가 중 105위에 그쳤다. 2019년 108위에서 지난해 99위까지 점차 올랐지만, 올해는 6계단 하락했다. 가나(100위), 부탄(103위), 세네갈(104위) 다음이다. 경제 참여, 교육, 건강, 정치적 기회 등 4개 분야를 평가하는 젠더 격차 지수는 1에 가까울수록 성평등이 잘 이뤄져 있다는 의미다. 한국은 경제 참여 부문과 진학률 등을 따지는 교육 부문에서 모두 100위권 밖에 머물렀고, 건강은 46위였다. 특히 정치 항목은 88위에 그쳤다. WEF는 피지, 미얀마, 한국 세 개 국가를 꼽아 “정치권력 격차가 벌어진 나라들 중에도 가장 퇴보했다”라고 비판했다. 일본은 125위로 밀려나면서 조사 시작 이후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교육과 의료 부문은 양호했지만, 정치는 138위로 세계 최하위권이었다. WEF는 장관직 내 여성 비율이 8%대에 불과하고 여성 국가수반이 나온 적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종합 1위는 아이슬란드(0.912)가 차지했고 노르웨이와 핀란드, 뉴질랜드, 스웨덴이 뒤를 이었다. 미국(0.748)은 43위, 중국(0.678)은 107위 등을 기록했다. 최악은 탈레반 정권이 들어선 아프가니스탄(0.405)이었다. WEF는 세계 전반의 격차가 1년새 0.3% 좁혀졌다며 “미온적인 진전”으로 평가했다. 현재 추세를 가정한다면 여성이 남성과 동일한 기회를 얻는 데까지 앞으로 131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위기를 겪은 유럽연합(EU) 국가들이 에너지 공급 안정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논의하기 위해 모였지만 석탄발전 보조금 확대를 둘러싸고 입장이 갈리면서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EU의 에너지 장관들은 19일 룩셈부르크에서 회의를 열고 전력시장 개혁안을 논의했다. EU 집행위원회가 3월 마련한 초안을 바탕으로 이달 말까지 합의안을 낸다는 것이 당초 목표였다. 초안에는 재생에너지와 원자력발전으로 생산된 전력을 고정 가격으로 거래할 수 있게 하는 등 재생에너지의 공급을 안정시키기 위한 방안이 담겨 있다. 문제는 상반기(1∼6월) EU 순환의장국인 스웨덴이 15일 석탄발전소에 지급하는 보조금을 연장하자고 갑자기 제안하면서 벌어졌다. 전력의 70%를 석탄발전에 의존하는 폴란드가 2025년 종료될 예정이었던 보조금 지급 허용기한을 연장해 달라고 요청하자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스웨덴의 에바 부시 에너지장관은 폴란드가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나라인 만큼, 폴란드의 전력 상황을 안정화하는 것은 우크라이나에도 도움이 된다는 논리를 펼쳤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스페인과 프랑스도 폴란드의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고 보도했다. 스페인은 스웨덴에 이어 다음 달부터 6개월간 EU 순환의장국을 맡을 예정이다. 반면 오스트리아와 독일, 벨기에, 룩셈부르크 등은 탄소중립을 향한 EU의 노력을 무산시킬 수 있다며 반대했다.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화석연료인 석탄은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힌다. 룩셈부르크의 클로드 투르메스 에너지장관은 “믿을 수 없고 충격적인 제안”이라고 비판했다.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경제장관은 “석탄은 독일에도 중요한 자원이지만 추가 보조금까지 제공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독일 전체 에너지원에서 석탄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33%에 이른다. 결국 이날 카드리 심슨 EU 에너지담당 집행위원은 회의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전력시장 개혁 잠정 합의안을 내는 데 실패했다고 밝혔다. 각국은 논의를 이어가며 내년 6월 유럽의회 선거 전까지 입법 절차를 마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지만 난항이 예상된다. 앞서 세계은행은 15일 발표한 보고서 ‘개발을 디톡스하다(Detox Development)’에서 “화석연료 등에 대한 보조금은 세계 기본 자산의 파괴를 촉진하고 사람, 지구, 경제에 해를 끼치고 있다”며 ‘환경 유해 보조금’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따르면 2021년 전 세계 국가들이 재정을 통해 화석연료에 직접 지원한 규모는 5770억 달러(약 740조 원)로, 파리기후협정에 따라 조성하기로 한 기금인 연간 1000억 달러(약 128조 원)의 6배에 이르렀다. 보고서는 “한쪽에선 화석연료에, 다른 쪽에선 기후변화 대응에 돈을 쓰는 것은 정말 이상한 일”이라며 보조금 개혁을 촉구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에너지 위기를 겪은 유럽연합(EU) 국가들이 에너지 공급 안정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논의하기 위해 모였지만, 석탄발전 보조금 확대를 둘러싸고 입장이 갈리면서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EU의 에너지 장관들은 19일 룩셈부르크에서 회의를 열고 전력시장 개혁안을 논의했다. EU 집행위원회가 3월 마련한 초안을 바탕으로 이달 말까지 합의안을 낸다는 것이 당초 목표였다. 초안에는 재생에너지와 원자력발전으로 생산된 전력을 고정가격으로 거래할 수 있게 하는 등 재생에너지의 공급을 안정시키기 위한 방안이 담겨있다. 문제는 상반기(1~6월) EU 순환의장국인 스웨덴이 15일 석탄발전소에 지급하는 보조금을 연장하자고 갑자기 제안하면서 벌어졌다. 전력의 70%를 석탄발전에 의존하는 폴란드가 2025년 종료 될 예정이었던 보조금 지급 허용기한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하자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석탄보조금의 취지에 대해 “각국이 재생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방안을 마련할 때까지 전력 용량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웨덴의 에바 부쉬 에너지장관은 폴란드가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나라인 만큼, 폴란드의 전력 상황을 안정화하는 것은 우크라이나에도 도움이 된다는 논리를 펼쳤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스페인과 프랑스도 폴란드의 사정을 고려해야한다는 데에 공감했다고 보도했다. 스페인은 스웨덴에 이어 다음달부터 6개월간 EU 순환의장국을 맡을 예정이다. 반면 오스트리아와 독일, 벨기에, 룩셈부르크 등은 탄소중립을 향한 EU의 노력을 무산시킬 수 있다며 반대했다.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화석연료인 석탄은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힌다. 룩셈부르크의 클로드 투르메스 에너지 장관은 “믿을 수 없고 충격적인 제안”이라고 비판했다.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경제장관은 “석탄은 독일에게도 중요한 자원이지만, 추가 보조금까지 제공하는 것은 지나치다”라고 말했다. 독일 전체 에너지원에서 석탄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33%에 이른다. 결국 이날 카드리 심슨 EU 에너지담당 집행위원은 회의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전력시장 개혁 잠정 합의안을 내는 데 실패했다고 밝혔다. 각국은 논의를 이어가며 내년 6월 유럽의회 선거 전까지 입법 절차를 마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지만 난항이 예상된다. 앞서 세계은행은 15일 발표한 보고서 ‘개발을 디톡스하다(Detox Development)’에서 “화석연료 등에 대한 보조금은 세계 기본자산의 파괴를 촉진하고 사람, 지구, 경제에 해를 끼치고 있다”며 ‘환경 유해 보조금’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따르면 2021년 전 세계 국가들이 재정을 통해 화석연료에 직접 지원한 규모는 5770억 달러(약 740조 원)로, 파리기후협정에 따라 조성하기로 한 기금인 연간 1000억 달러(약 128조 원)의 6배에 이르렀다. 보고서는 “한쪽에선 화석연료에, 다른 쪽에선 기후변화 대응에 돈을 쓰는 것은 정말 이상한 일”이라며 보조금 개혁을 촉구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올 3월 동유럽 발칸반도의 몬테네그로에서 위조 여권을 사용한 혐의로 체포돼 기소된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에게 19일 징역 4개월 실형이 선고됐다. 이날 현지 일간지 ‘비예스티’ 등에 따르면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의 포드고리차 지방법원은 권 대표와 그의 측근 한모 씨에 대해 각각 징역 4개월을 선고했다.권 대표는 ‘테라·루나’ 폭락 사태 직전인 지난해 4월 싱가포르로 출국하며 해외 도피에 들어갔다. 중동 아랍에미리트(UAE)를 거쳐 몬테네그로와 국경을 접한 이웃 나라 세르비아에서 지냈다. 올 3월 23일 포드고리차 국제공항에서 위조 여권을 사용해 UAE 두바이행 항공기를 타려다 체포됐다. 공문서 위조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19일 중국 베이징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만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이날 시 주석에게 북한의 미사일 발사, 우크라이나 전쟁 중단 등에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다고 공개했다.블링컨 장관은 이날 35분간의 회담이 끝난 뒤 베이징 주재 미국대사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갈수록 위험해지는 북한의 행동에 대해 시 주석,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친강 외교부장 등 중국 측 참석자들과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제사회의 모든 구성원은 북한이 책임있게 행동하고, 미사일 도발을 멈추도록 하는 데에 관심을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북한 정권이 대화에 나서고 위험한 행동을 멈추도록 압박할 수 있는 ‘특별한 위치(unique position) 위치에 있다”며 시 주석에게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해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촉구했다고 밝혔다.블링컨 장관은 시 주석 외에도 18, 19일 각각 만난 친 부장 및 왕 위원과의 만남에서 중국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살상 무기를 공급하지 않겠다”는 뜻을 여러 번 밝혔다고 공개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는 새로운 보장이 아니다”라며 중국이 미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에도 최근 몇 주간 같은 약속을 반복적으로 강조해왔다고 부연했다. 그는 “우리는 중국이 다른 국가들과 함께 ’정의로운 평화‘를 위한 건설적 역할을 하려 노력하는 것을 환영할 준비가 돼있다”라고도 말했다. 다만 그는 중국의 민간 기업들이 러시아를 직간접적으로 도울 가능성을 경고했다. 블링컨 장관은 “미국은 중국의 민간 기업들이 러시아군에게 전쟁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제공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며 장관은 이런 가능성을 매우 경계해야 한다는 우려를 전달했다. 블링컨 장관이 설명한 내용들은 중국 외교부가 이날 발표한 회담 관련 공식성명에는 언급되지 않았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2020년 11월 미국 대선이 끝났을 때 4년 후 대선에서 같은 후보가 다시 겨룰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몇이나 있었을까. 아직 집권 민주당과 야당 공화당 모두 내년 대선 후보를 확정하지는 않았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81)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77)의 재대결이 이뤄질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올 4월 재선 도전을 선언한 바이든 대통령에겐 당내 경선이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하다. 지난해 11월 먼저 출사표를 던진 트럼프 전 대통령 또한 공화당 내 독보적인 지지율 1위를 달린다. 두 사람이 모두 최종 후보가 되면 두 명의 같은 후보가 2차례의 대선에서 연거푸 대결하는 초유의 일이 발생한다. 전·현직 대통령의 재대결이 이미 심각한 미국 사회의 분열을 심화시킬 것이란 우려가 높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각종 혐오 발언과 막말로 지지층을 선동했고 상대 진영을 악마화했다. 이를 타개하겠다며 집권한 바이든 대통령도 현재까지 크게 차별화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 와중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올 3월과 이달 8일 각각 뉴욕 맨해튼 지검과 연방검찰로부터 형사 기소를 당하자 대선 판세를 예측하는 일이 더 어려워졌다. 트럼프 지지층은 강하게 결집하고 있으나 중도층 및 민주당 지지자의 반트럼프 성향 또한 덩달아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바이든 모두 거부감 상당 둘은 모두 강약점이 뚜렷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현직이라는 우위를 바탕으로 각종 유무형 자원을 쉽게 동원할 수 있다. 다만 대통령직을 포함해 부통령 8년, 상원의원 36년 등을 지내며 수십 년간 워싱턴 중앙 정계를 벗어난 적이 없다는 기득권 이미지, 사고뭉치 아들 헌터의 각종 사건사고 등은 약점으로 꼽힌다. 끊이지 않는 건강 이상설과 잇따른 말실수 등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세계 주요국에서 ‘젊은 지도자’ 바람이 부는 상황에서 80대 대통령의 재선까지 지켜봐야 하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그의 건강 상태가 직무 수행에 큰 지장을 줬다는 명확한 증거가 없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고작 네 살 어릴 뿐이라는 반론도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연방검찰로부터 기밀문서 유출과 사법 방해 등 37개 혐의로, 맨해튼 지검으로부터 문서 조작 등 34개 혐의로 각각 기소됐다. 이 같은 사법 위험은 공화당 대선 후보가 공식 선출되는 내년 7월까지 그를 따라다닐 가능성이 크다. 설사 유죄가 확정돼도 대선에 출마할 수는 있으나 법적 위험이 큰 인물을 후보로 선출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상당하다. 미 헌법은 태어날 때부터 시민권을 보유하고, 35세 이상에 미국에서 14년 넘게 거주한 사람만 대통령직에 오를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기소되거나 복역 중인 사람의 대선 출마를 금지하는 조항은 없다. 여론조사에서는 두 사람 모두 확실한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여론조사기업 모닝컨설트가 9∼11일 실시한 조사에서 둘의 지지율은 42%로 같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 도전을 선언한 지난해 11월부터 이달 초까지 약 반 년간 매주 발표한 둘의 지지율 조사에서도 두 사람 모두 40%대 초반의 지지율에 갇혀 있다. 둘 모두에 대한 거부감 또한 높다. 올 4월 NBC방송 조사에서는 바이든 대통령,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각각 내년 대선에 출마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이 70%, 60%였다. “둘 다 출마했으면 좋겠다”는 응답은 5%에 그쳤다. 기소 후 트럼프 지지층은 결집하고 있다. 모닝컨설트 조사에서 공화당 지지자의 59%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대선 후보로 선호한다”고 했다. 당내 경선의 최대 경쟁자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의 지지율은 19%에 그쳤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 위험이 ‘예선’인 공화당 경선에서는 호재일 수 있어도 ‘본선’인 내년 대선에서는 불리할 여지가 크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미 정치 전문가인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연방검찰이 기소한 사안들은 유죄 확정 시 최소 수십 년의 형을 선고받을 수 있는 중범죄”라며 집권 전 범죄 의혹을 다룬 맨해튼 지검의 기소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평했다. 사법 위기가 계속되면 무당층은 물론이고 일부 우파 유권자도 이탈할 것으로 내다봤다.● ‘경제·경합주 결과’가 좌우 많은 전문가는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승리한 이유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미 경기 둔화를 꼽는다. 코로나19 초기였던 같은 해 2분기(4∼6월) 미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30%였다. 미 역사상 최악의 분기 성장률이어서 당시 대통령이었던 트럼프에게 큰 타격을 입혔다는 것이다. 이번 대선의 최대 화두 또한 ‘경제’가 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코로나19와 미중 갈등 등에 따른 공급망 교란 등으로 고물가가 이어져 물가 안정을 바라는 목소리가 높다. 또 다른 여론조사 회사 유고브의 지난달 27∼31일 조사에서 18%의 응답자는 이번 대선의 최고 의제로 ‘인플레이션’을 꼽았다. 의료 복지(12%), 일자리(10%), 기후·환경(10%) 등을 제쳤다. 이를 감안할 때 두 사람 모두 미국 내 일자리 늘리기, 특히 노동집약적인 제조업의 부활 공약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과 2020년 대선에서 모두 ‘미국을 위대하게(MAGA·Make America Great Again)’란 슬로건을 썼다. 바이든 대통령 또한 집권 후 120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2016년과 2020년 대선의 최대 승부처가 북동부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인 미시간,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주 등으로 평가받는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과거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편이었지만 최근 대선에서는 양당 모두 확실한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당시 이 3개 주에서 모두 승리했다. 당초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우세가 점쳐진 곳이어서 민주당 패배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는 평을 얻었다. 2020년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모두 트럼프 전 대통령을 눌렀다. 간선제와 직선제를 혼합한 미 대선에서 각 주의 유권자는 양당 후보 중 한 사람에게 직접 투표를 한다. 여기에서 이긴 후보가 50개 주 각각에 배정된 선거인단을 독차지한다. 이를 통해 총 538명의 선거인단 중 과반을 차지하는 후보가 승리한다. 50개 주 중 많은 선거인단이 배정된 주는 캘리포니아(54명), 텍사스(40명), 플로리다(30명), 뉴욕(28명) 등이다. 이 중 캘리포니아와 뉴욕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하고, 텍사스는 공화당 텃밭으로 꼽힌다. 즉, 양당이 모두 사활을 걸고 있는 플로리다를 얻는 사람이 승리의 발판을 만들 수 있는 구조다. 2000년 대선에서도 당시 앨 고어 민주당 후보가 미 전체 득표율에서는 조지 부시 공화당 후보를 앞섰지만 플로리다에서 패하는 바람에 백악관 주인 자리를 넘겨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2020년 대선에서 모두 플로리다를 차지했다. 그의 자택 마러라고 리조트가 있고 연방정부의 기소에 관한 재판 또한 마이애미 연방법원에서 열린다. 이종곤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국의 정치적 양극화가 심해 일부 주는 이미 선거 결과가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다는 말도 있다”며 이번 대선에서도 경합주 결과가 승자를 결정지을 것으로 봤다.● 문화전쟁 의제도 주목 둘은 낙태, 총기, 이민, 인종차별의 역사와 성적 지향 및 성 정체성 교육 같은 ‘문화전쟁’ 의제에 대해 정반대 입장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당시 보수 성향 대법관을 3명 임명했다. 이로 인해 종신직인 대법관 9명 중 6명이 보수 법관으로 채워졌다. 이 같은 인적 구성이 지난해 6월 대법원이 1973년 이후 49년 만에 연방 차원의 낙태권 폐기를 결정한 배경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시 “모두에게 좋은 결정”이라고 옹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여성의 선택권은 근본권”이라며 반기를 들었다. 삼권분립 원칙이 엄격한 미국에서 행정부 수장이 사법부 결정에 정면으로 반발할 정도로 낙태가 보혁 갈등의 핵심 의제임을 보여줬다. 지난달 텍사스주의 한인 교포 부부와 이들의 어린 자녀가 총기 난사 사건으로 숨졌을 때도 둘은 충돌했다.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을 “역대 미 대통령 중 최고의 총기 찬성자이자 총기 보유권을 명시한 ‘수정헌법 제2조’의 수호자”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얼마나 더 많은 미국인이 죽어야 하느냐”며 공화당이 자신의 총기 규제 정책에 협조하라고 맞섰다. 미 인종 차별이 개개인의 편견이 아닌 사회 체제 자체에서 기인한다는 ‘비판적 인종이론(CRT)’ 교육도 마찬가지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 인종 차별 역사의 과오를 인정해야 한다”며 긍정적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좌파의 세뇌 교육”이라며 “교실에서 CRT를 몰아내자”고 외친다. 집권 내내 강력한 반이민 정책을 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은 난민 캠프가 아니다” “불법 체류자의 미 입국은 ‘침략’”이라고 주장한다. 자신이 집권 중 추진한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을 바이든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중단했다며 “재집권하면 다시 장벽을 짓겠다”고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합법 이민자와 불법 이민자를 구분해서 가려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 개인사도 대조적… “美 우선”은 공통 둘의 개인사도 대조적이다. 아일랜드계 가톨릭 교도인 바이든 대통령은 1942년 펜실베이니아주 탄광촌 스크랜턴의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불과 30세에 인근 델라웨어주 상원의원 선거에서 승리한 자수성가형이다. 이후 상원의원, 부통령을 차례로 거쳐 대통령에 올랐다.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세 번 도전해 백악관 주인이 됐으며 평생을 워싱턴 정계의 ‘인사이더’로 살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전에는 한 번도 정계에 몸담은 적 없는 ‘아웃사이더’였지만 첫 대선 도전에서 곧바로 백악관 주인이 됐다. 그는 1946년 뉴욕주 뉴욕시에서 부유한 독일계 개신교도 부동산 개발업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뉴욕 맨해튼 도심 재개발, 인근 뉴저지주의 카지노 도시 애틀랜틱시티 등의 개발에 관여하며 큰돈을 벌었다. 2004∼2015년 NBC방송의 생존 경쟁 프로그램 ‘어프렌티스’에 출연하며 세계적 유명인이 됐다. 당시 그가 탈락한 예비 기업가에게 날리는 단골 멘트 “넌 해고야”는 국제적 유행어가 됐다. 집권 후 지금껏 적지 않은 나이에도 소셜미디어 활용에 능숙한 것 역시 평생을 대중 노출을 즐기며 살아온 성향과 연관이 깊다는 분석이 나온다. 둘의 공통점은 ‘미국 우선주의’ 주창이다. 이로 인해 둘 중 누가 내년 대선에서 승리해도 ‘제2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같은 미 기업 살리기 정책이 계속될 것이며 미중 갈등 또한 쉽사리 해소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 사회 전반이 미중 갈등의 후폭풍을 우려할 수밖에 없는 현재의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임은정 국립공주대 국제학부 부교수는 “미중 갈등 와중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이 경쟁적으로 ‘중국 때리기’ 정책 등을 고수하면 한국처럼 ‘낀 나라’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14일(현지 시간) 구글의 디지털 광고 사업(애드테크) 일부에 대해 사실상 매각명령을 내렸다. 구글이 수집한 이용자 정보를 기반으로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 구매자와 판매자, 중개자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며 부당한 지배력을 사용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EU 집행위는 이날 심사보고서를 통해 구글이 디지털 광고 사업 부문에서 반독점 규정을 위반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보고서에는 “구글은 광고 시장에서 구매자와 판매자 양쪽 모두를 지배하는 점을 남용해 서비스 수수료를 높일 수 있도록 했고 이로 인한 이해상충이 만연해 있다”는 판단이 담겼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구글은 2014년부터 디지털 광고 입찰 과정에서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는 구글 서버를 통해 진행되는 디지털 광고 입찰 과정에서 자사 ‘애드 익스체인지(Adx)’에 경쟁 업체의 입찰가를 미리 알려준 행위 등이 대표적이다. EU 집행위는 구글이 이러한 행위를 통해 시장 전체의 광고 서비스 수수료가 높아지도록 했고 결과적으로 더 많은 수익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구글은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 구매, 판매, 거래소 서비스를 모두 운영한다. EU 집행위는 2021년 6월부터 구글이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 조사를 진행했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구글이 경쟁사뿐만 아니라 콘텐츠 제작자와 광고주의 이익을 저해해 온 관행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이는 불법”이라고 말했다. 특히 EU 집행위는 심사보고서를 통해 “(디지털 광고) 사업 일부를 매각하는 것이 시장 경쟁 상황과 관련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명시했다. 법적 구속력이 있는 명령을 내린 것은 아니지만 업계에선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에 대한 이례적인 강경책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EU 집행위가 앞으로 정식으로 디지털 광고 사업 부문 일부의 매각을 명령할 경우 구글은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광고 사업이 구글의 핵심 수입 사업이기 때문이다. 시장 조사 업체 인사이더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구글의 전 세계 디지털 광고 시장 점유율은 28%에 이른다.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의 올해 1분기(1∼3월) 광고 매출은 545억5000만 달러(약 69조7600억 원)다. 구글은 “EU 집행위의 조사 결과에 동의하지 않으며 추가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반발했다. 댄 테일러 구글 광고 담당 부사장은 회사 공식 블로그를 통해 “EU 집행위가 발표한 내용은 디지털 광고 사업과 관련한 일부 주장만 담고 있다”며 “우리의 수수료는 투명하고 업계 전체 수준과 차이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옛 페이스북) 등 다른 빅테크와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 똑같이 경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구글은 미국과 영국에서도 디지털 광고 사업과 관련한 정부 소송에 대응하고 있다. 미 법무부와 캘리포니아 등 8개 주는 올해 초 구글의 디지털 광고 사업 부문을 해체하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 영국 경쟁당국도 구글의 디지털 광고 사업 부문의 반독점 규제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과거 EU는 구글 등 빅테크 관련 반독점 사건에서 벌금이나 시정 요구 등의 제재를 내렸다. EU가 2017년부터 약 2년간 구글에 대해 불공정 경쟁과 관련한 책임을 물으며 부과한 과징금은 82억5000만 유로(약 11조4000억 원)에 이른다.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14일(현지 시간) 구글에 디지털 광고 사업(애드테크) 일부를 매각하라고 명령했다. EU가 구글의 최대 수입원인 광고 분야를 분할하도록 명령한 것은 처음이라고 AP통신 등은 보도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이날 “구글이 사업 일부를 매각하는 것만이 경쟁에 관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예비 견해(preliminary view)를 밝혔다. EU 집행위는 2021년 6월부터 구글이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 대대적인 조사를 벌여왔다. 특히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가 광고 판매를 위해 시장지배적 지위를 이용했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EU 집행위원회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부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구글이 광고 시장에서 구매자와 판매자 양쪽 모두를 지배하는 점을 남용해 서비스 수수료를 높일 수 있도록 했다”며 “이로 인한 이해상충이 만연해있다”고 설명했다. 광고사업은 구글의 ‘핵심 돈줄’ 중 하나로 꼽힌다. 리서치업체 인사이더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온라인 광고 시장에서 구글의 점유율은 28%에 달한다. 구글의 광고 매출(2021년 기준)은 전체 매출의 거의 80%에 달한다.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의 올해 1분기 광고 매출은 545억5000만 달러(약 70조원)로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다. 그동안 EU는 구글과 관련된 반독점 사건에서 주로 벌금이나 시정요구에 규제정책을 의존해왔다. 2017년부터 약 2년간 EU가 구글에 대해 불공정 경쟁에 대한 책임을 물며 부과한 과징금은 82억5000만 유로(약 11조 원)에 이른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매각명령이 매우 이례적이라며 “EU 당국은 여전히 구글이 시장지배력 남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확실하게 조치를 취하고 있지는 않다고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AP는 구글이 EU의 조사에 대해 “광고 사업의 좁은 부분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대응에 나설 것임을 예고했다고 전했다. 구글의 글로벌 광고 담당 부사장인 댄 테일러는 “구글은 경쟁이 치열한 디지털 광고 부문에서 콘텐츠 제작자와 광고주들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글은 광고사업 관련해 영국과 미국에서도 소송에 직면해 있다. 미 법무부와 캘리포니아 뉴욕 등 8개 주는 올해 초 구글에 애드테크 사업부를 해체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구글이 광고 플랫폼을 독점해 광고주와 콘텐츠 업체가 구글 기술을 사용하도록 강요했다는 것. 이에 대해 구글은 “혁신을 저해하고 중소기업과 콘텐츠 제작사 성장을 저해할 것”이라며 반발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미국 우주군 부사령관이 현재 한미일의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 공유 체계가 “너무 복잡하고(cumbersome) 느리다”며 이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사일 경고뿐 아니라 방어가 중요해진 상황에서 보다 신속한 체계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데이비드 톰슨 미 우주군 부사령관(사진)은 12일(현지 시간) 미 항공우주 싱크탱크인 미첼항공연구소 주최 간담회에서 이같이 강조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전했다. 톰슨 부사령관은 “미국은 수십 년간 미사일 조기 경보를 제공하기 위해 여러 국가와 협정을 맺어왔다. 문제는 이런 매커니즘들이 상대적으로 복잡하고, 필요한 수준보다 느릴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북한이 한국이나 일본을 향해 쏜 탄도미사일이 날아가는 시간을 고려했을 때 그렇다”고 했다. 현행 미사일 경보 정보를 공유하는 구조는 1980년대에 구축된 낡은 체계라는 것이다. 톰슨 부사령관은 “미사일 경고뿐 아니라 방어의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개선이 필요하다”며 “우리의 우군과 관련국들이 필요한 정보에 빠르고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미사일 경보와 추적 구조를 새로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했다. 한미는 현재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할 경우 한국군과 주한미군의 연동통제소를 연결해 실시간으로 미사일 경보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일본 자위대와 주일미군도 같은 방식의 공유 체계를 가동 중이다. 하지만 한일 간에는 이런 시스템이 없어 2014년 체결한 한미일 정보공유협정(TISA·티사)을 활용하고 있다. 한일이 각각 수집한 정보를 미 국방부에 전달하면 미국이 ‘제공국’의 승인을 거쳐 제공한다. 이 같은 체계로는 분초를 다투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핵위협 고도화에 대응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한편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14, 15일 일본을 방문해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 아키바 다케오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과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를 갖는다. 지난달 열린 한미일 약식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다음 3국 정상회담을 위해 한일 정상을 워싱턴으로 초청한 만큼 이에 대한 세부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패권 경쟁 등으로 글로벌 지정학적 긴장이 커지는 가운데 지난해 세계에서 사용 가능한 핵탄두가 전년보다 86기 늘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가운데 70%인 60기는 중국에서 늘어난 것이다. 북한도 5기 늘었다.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12일(현지 시간) 발표한 ‘2023년 연감’에서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북한 등 9개국이 보유한 핵탄두가 올 1월 기준 1만2512기라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시기 1만2710기에서 조금 줄어들었다. 하지만 오래전 제작돼 해체될 것을 빼면 실제 사용 가능한 핵탄두는 9490기에서 9576기로 86기 늘었다. 이 가운데 60기(70%)는 중국에서 증가한 것이다. 중국 보유 핵탄두는 350기에서 410기로 1년 새 17% 급증했다. SIPRI는 중국이 약 10년 뒤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미국, 러시아 수준으로 보유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앞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10월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 “강대한 전략적 억지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며 전략핵 역량 증강을 시사했다. 일본 언론은 중국 인민해방군이 지난해 11월 회의에서 핵탄두를 대폭 늘리는 방안을 검토했다고 전했다. 한스 크리스텐센 SIPRI 부선임연구원은 “중국은 핵무기를 국가안보 유지에 필요한 최소량만 보유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실제로는 상당한 확장을 시작했다”라고 지적했다. 세계 핵무기 90%는 여전히 미국과 러시아가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 전체 재고는 지난해 5977기에서 올해 5889기로 88기 줄었지만 사용 가능 핵탄두는 4477기에서 4489기로 12기 늘었다. 미국의 사용할 수 있는 핵탄두는 3708기로 변화가 없었다. SIPRI는 러시아가 올 2월 미국과의 핵 군축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 참여 중단을 선언한 뒤 양국 모두 핵전력 관련 투명성이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영토 밖 벨라루스에 다음 달 전술핵무기를 배치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북한 보유 핵탄두는 30기로 1년 전보다 5기 늘어난 것으로 추정했다. SIPRI는 “북한이 실제 조립한 핵탄두는 30기 정도이지만 50∼70기를 만들 핵분열 물질을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북한이 2017년 이후 추가 핵실험을 하진 않았지만 핵무기를 국가안보 전략 핵심 요소로 우선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댄 스미스 SIPRI 소장은 AFP통신에 “전 세계적인 핵무기 감소 추세가 끝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스미스 소장은 핵보유국 간 긴장과 불신이 커지고 의사소통 채널이 사실상 닫히면서 오해나 사고 위험이 극히 커졌다며 “핵 외교를 회복하고 핵무기 국제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패권 경쟁 등으로 글로벌 지정학적 긴장이 커지는 가운데 지난해 세계에서 사용 가능한 핵탄두가 전년보다 86기 늘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가운데 70%인 60기는 중국에서 늘어난 것이다. 북한도 5기 늘었다.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12일(현지 시간) 발표한 ‘2023년 연감’에서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북한 등 9개국이 보유한 핵탄두가 올 1월 기준 1만2512기라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시기 1만2710기에서 조금 줄어들었다. 하지만 오래 전 제작돼 해체될 것을 빼면 실제 사용 가능한 핵탄두는 9490기에서 9576기로 86기 늘었다. 이 가운데 60기(70%)는 중국에서 증가한 것이다. 중국 보유 핵탄두는 350기에서 410기로 1년 새 17% 급증했다. SIPRI는 중국이 약 10년 뒤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미국 러시아 수준으로 보유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앞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10월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 “강대한 전략적 억지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며 전략핵 역량 증강을 시사했다. 일본 언론은 중국 인민해방군이 지난해 11월 회의에서 핵탄두를 대폭 늘리는 방안을 검토했다고 전했다. 한스 크리스텐센 SIPRI 부선임 연구원은 “중국은 핵무기를 국가안보 유지에 필요한 최소량만 보유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실제로는 상당한 확장을 시작했다”라고 지적했다. 세계 핵무기 90%는 여전히 미국과 러시아가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 전체 재고는 지난해 5977기에서 올해 5889기로 88기 줄었지만 사용 가능 핵탄두는 4477기에서 4489기로 12기 늘었다. 미국의 사용할 수 있는 핵탄두는 3708기로 변화가 없었다. SIPRI는 러시아가 올 2월 미국과의 핵 군축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 참여 중단을 선언한 뒤 양국 모두 핵전력 관련 투명성이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영토 밖 벨라루스에 다음달 전술핵무기를 배치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북한 보유 핵탄두는 30기로 1년 전보다 5기 늘어난 것으로 추정했다. SIPRI는 “북한이 실제 조립한 핵탄두는 30기 정도이지만 50∼70기를 만들 핵분열 물질을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북한이 2017년 이후 추가 핵실험을 하진 않았지만 핵무기를 국가안보 전략 핵심 요소로 우선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은 2년 연속 225기로 유지됐다. 하지만 2021년 보리스 존슨 당시 총리는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겠다며 핵탄두 보유 한도를 260기로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영국의 새로운 정책은 핵무기 미래에 대한 국제 협력이 무너지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댄 스미스 SIPRI 소장은 AFP통신에 “전세계적인 핵무기 감소 추세가 끝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스미스 소장은 핵보유국 간 긴장과 불신이 커지고 의사소통 채널이 사실상 닫히면서 오해나 사고 위험이 극히 커졌다며 “핵 외교를 회복하고 핵무기 국제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 시간) 2021년 1월 퇴임 당시 기밀문서 반출 등 37가지 혐의로 연방정부로부터 기소된 가운데 이 문서들이 그의 사저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 내 무도회장, 욕실, 창고 등에 무방비로 방치돼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미 연방검찰이 9일 공개한 공소장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의 핵무기 현황, 동맹국에 대한 군사공격 관련 내용이 담긴 기밀문서를 마러라고의 무도회장 무대 위에 방치했다. 수영장 옆 창고 바닥에는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5개국의 기밀정보 공유 동맹체인 ‘파이브아이스(Five eyes·다섯 개의 눈)’ 관련 문서가 나뒹굴고 있었다. 연방검찰은 마러라고 욕실에 기밀문서가 상자째로 쌓여 있는 사진을 공소장에 첨부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1년 7월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의 트럼프 골프클럽에서 지인들에게 미국의 이란 공격 계획 관련 문서를 보여주며 “기밀 해제가 되지 않은 자료”라고 자랑하는 녹취록도 증거로 첨부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전직 대통령의 격에 맞지 않는 이런 행태를 두고 “그는 갖고 싶은 것을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하는 ‘영원한 유아’이며 기밀문서는 그의 ‘장난감’”이라고 진단했다. 이런 이유로 자신이 고용한 변호인에게도 해당 문서를 검토하지 못하게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변호인에게 “아무도 내 상자를 들여다보지 말았으면 한다. 정말 싫다”라는 메모를 남겼다. 뉴욕타임스(NYT) 역시 그가 기밀문서를 포함해 자랑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트로피’로 여겨 무조건 손에 넣으려 한다고 평했다. WP는 부동산 개발업자 출신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모든 것을 종이로 작업하는 ‘아날로그형 사업가’라는 측면도 조명했다. 그가 일생 동안 컴퓨터 등 전자기기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고 종이 문서를 살펴보고 찢어서 쓰레기통, 바닥, 화장실 등에 버리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는 대통령 재직 중에도 기밀문서를 읽은 뒤 찢어서 버리는 행동을 거듭했다. 이로 인해 백악관 기록관리실 직원들이 문서 보관 규정을 지키기 위해 찢어진 종이를 모아 테이프로 붙이는 일이 허다했다고 WP는 전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세계 환경운동 아이콘 그레타 툰베리(20·사진)는 9일(현지 시간) 고등학교 졸업식 날까지도 스웨덴 의회 앞에서 마지막 ‘결석 시위’를 벌였다. 툰베리는 15세이던 2018년 8월 스웨덴 의회 앞에서 결석한 채로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미래를 위한 금요일’ 시위를 시작했다. 툰베리는 이듬해 미국에서 열린 유엔기후정상회의에서 연사로 나서 자신을 칭찬한 세계 지도자들을 향해 “사람들이 죽어가고 생태계가 무너지는데 당신들은 어떻게 감히 돈과 경제 성장만 이야기하느냐”고 질책하며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251주째를 맞은 9일 시위로 ‘결석 시위’ 여정을 마무리한 툰베리는 트위터에 “처음 시위를 시작했을 땐 내가 뭔가를 이끌 수 있을 거라고 상상조차 못했는데 어느 순간 세계 학생들이 수업을 빠지고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며 소회를 밝혔다. 미래를 위한 금요일 시위는 2019년 180여 개국, 400만 명이 함께하는 시위로 커졌다. 영국 BBC방송은 “툰베리는 화석연료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세계 젊은이들의 투쟁을 상징한다”고 평가했다. 툰베리는 비행기 대신 배나 열차를 타고 노르웨이 독일 등 각국 환경운동 현장을 찾아 힘을 보태왔다. 그는 “금요일 시위를 이어갈 것”이라며 “가능한 일은 전부 하는 수밖에 없다. 싸움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라고 말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지난달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대사관 건물을 재개관한 주한 프랑스대사관은 두 신축 건물 이름을 각각 ‘몽클라르관’과 ‘장루이관’으로 붙였다. 6·25전쟁 당시 유엔군 프랑스 대대를 지휘한 랄프 몽클라르 장군과 군의관 쥘 장루이 소령을 기린 것이다. 필립 르포르 주한 프랑스 대사는 지난달 30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두 나라 전우애를 상징하는 인물들인 만큼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프랑스는 육해군 총 3421명을 파병해 262명이 전사하고 1008명이 부상했다. 르포르 대사는 “참전 경험이 풍부한 지원병들이었기 때문에 최전선에 자주 섰다”며 지평리 전투와 ‘단장의 능선’ 전투 같은 핵심 전투에서 전세를 역전시키는 데에 프랑스군이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대사관에 따르면 프랑스 대대는 미국 대통령 표창 3개, 한국 대통령 표창 2개, 군 표창 4개를 받아 참전 외국 부대 중 가장 많은 표창을 받았다. 그는 “당시 프랑스군에 한국은 매우 낯선 나라였다”며 “인도차이나 국가들처럼 따뜻한 날씨를 예상했다가 당황했지만 빠르게 적응해 영하 30도 혹한에도 참호를 파서 버티는 경륜을 보였다”고 전했다. 현재 생존한 프랑스 참전용사는 100여 명. 르포르 대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한국 정부가 프랑스를 비롯해 세계 6·25전쟁 참전용사에게 마스크를 긴급 전달하는 등 관심을 보여 감사하다”면서 지난해 프랑스 정부도 같은 대대 소속으로 참전한 박동하 박문준 옹에게 최고 훈장 ‘레지옹 도뇌르 슈발리에’를 수여했다고 말했다. 르포르 대사는 “프랑스는 1950년 북한을 규탄하고 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한다는 정신으로 참전했다”며 “오늘도 이 정신을 이어 (대만 해협) ‘항행의 자유’를 수호하는 등 책임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한국과 프랑스 관계에 대해 그는 “자유민주주의 가치에 대단히 큰 애정을 갖고 있는 만큼 국제적 현안에서 같은 비전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반도체와 배터리, 화학 분야 협력을 강화하며 더 많은 한국 기업이 프랑스에 진출하길 바란다”고 말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 시간) 2021년 1월 퇴임 당시 기밀문서 반출 등 37가지 혐의로 연방정부로부터 기소된 가운데 이 문서들이 그의 사저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 내 무도회장, 욕실, 창고 등에 무방비로 방치돼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미 연방검찰이 9일 공개한 공소장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의 핵무기 현황, 동맹국에 대한 군사공격 관련 내용이 담긴 기밀문서를 마러라고의 무도회장 무대 위에 방치했다. 수영장 옆 창고 바닥에는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5개국의 기밀정보 공유 동맹체인 ‘파이브아이즈(Five eyes·다섯 개의 눈)’ 관련 문서가 나뒹굴고 있었다. 연방검찰은 마러라고 욕실에 기밀문서가 상자 채로 쌓여있는 사진을 공소장에 첨부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1년 7월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의 트럼프 골프클럽에서 지인들에게 미국의 이란 공격 계획 관련 문서를 보여주며 “기밀 해제가 되지 않은 자료”라고 자랑하는 녹취록도 증거로 첨부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전직 대통령의 격에 맞지 않는 이런 행태를 두고 “그는 갖고 싶은 것을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하는 ‘영원한 유아’이며 기밀문서는 그의 ‘장난감’”이라고 진단했다. 이런 이유로 자신이 고용한 변호인에게도 해당 문서를 검토하지 못하게 했다는 것이다. 실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변호인에게 “아무도 내 상자를 들여다보지 말았으면 한다. 정말 싫다”라는 메모를 남겼다. 뉴욕타임스(NYT) 역시 그가 기밀문서를 포함해 자랑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트로피’로 여겨 무조건 손에 넣으려 한다고 평했다. WP는 부동산 개발업자 출신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모든 것을 종이로 작업하는 ‘아날로그형 사업가’라는 측면도 조명했다. 그가 일생 동안 컴퓨터 등 전자기기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고 종이 문서를 살펴보고 찢어서 쓰레기통, 바닥, 화장실 등에 버리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는 대통령 재직 중에도 기밀문서를 읽은 뒤 찢어서 버리는 행동을 거듭했다. 이로 인해 백악관 기록관리실 직원들이 문서 보관 규정을 지키기 위해 찢어진 종이를 모아 테이프로 붙이는 일이 허다했다고 WP는 전했다.홍정수기자 hong@donga.com}
지난달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대사관 건물을 재개관한 주한 프랑스대사관은 두 신축 건물 이름을 각각 ‘몽클라르관’과 ‘장루이관’으로 붙였다. 6·25전쟁 당시 유엔군 프랑스 대대를 지휘한 랄프 몽클라르 장군과 군의관 쥘 장루이 소령을 기린 것이다. 필립 르포르 주한 프랑스 대사는 지난달 30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두 나라 전우애를 상징하는 인물들인 만큼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프랑스는 육해군 총 3421명을 파병해 262명이 전사하고 1008명이 부상했다. 르포르 대사는 “참전 경험이 풍부한 지원병들이었기 때문에 최전선에 자주 섰다”며 지평리 전투와 ‘단장의 능선’ 전투 같은 핵심 전투에서 전세를 역전시키는 데에 프랑스군이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대사관에 따르면 프랑스 대대는 미국 대통령 표창 3개, 한국 대통령 표창 2개, 군 표창 4개를 받아 참전 외국 부대 중 가장 많은 표창을 받았다. 그는 “당시 프랑스군에 한국은 매우 낯선 나라였다”며 “인도차이나 국가들처럼 따뜻한 날씨를 예상했다가 당황했지만 빠르게 적응해 영하 30도 혹한에도 참호를 파서 버티는 경륜을 보였다”고 전했다. 현재 생존한 프랑스 참전용사는 100여 명. 르포르 대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한국 정부가 프랑스를 비롯해 세계 6·25전쟁 참전용사에게 마스크를 긴급 전달하는 등 관심을 보여 감사하다”면서 지난해 프랑스 정부도 같은 대대 소속으로 참전한 박동하 박문준 옹에게 최고 훈장 ‘레지옹 도뇌르 슈발리에’를 수여했다고 말했다. 르포르 대사는 “프랑스는 1950년 북한을 규탄하고 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한다는 정신으로 참전했다”며 “오늘도 이 정신을 이어 (대만해협) ‘항행의 자유’를 수호하는 등 책임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한국과 프랑스 관계에 대해 그는 “자유민주주의 가치에 대단히 큰 애정을 갖고 있는 만큼 국제적 현안에서 같은 비전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반도체와 배터리, 화학 분야 협력을 강화하며 더 많은 한국 기업이 프랑스에 진출하길 바란다”고 말했다.홍정수기자 hong@donga.com}
다른 사람에게 말하기 어려운 고민에 대해 생성형 인공지능(AI) 챗봇이 쉽게 해결책을 줄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아직까지 챗봇은 학대나 중독, 성폭력 등과 관련한 질문을 받았을 때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 존 에어스 박사 연구팀은 지난해 12월 오픈AI의 생성형 AI 챗봇 ‘챗GPT’에 던진 23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을 분석해 7일(현지 시간) 미국의사협회 국제 학술지 ‘JAMA 네트워크 오픈’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중독과 폭력, 정신 건강, 신체 건강 등 4가지 범주 관련 질문들을 던져 챗GPT 응답이 충분한 근거를 기반으로 하는지, 질문자가 도움받을 수 있는 곳을 소개했는지 평가했다. 챗GPT는 대부분 친절한 어조로 답했지만 도움을 줄 수 있는 기관 연락처를 알려준 경우는 5개(22%)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일반적 수준의 조언이었다. 예를 들어 “두통이 있다”고 하면 주변 의료기관 연락처를 알려주는 대신 “머리가 아프다니 유감입니다”라며 “독서나 컴퓨터 화면 보기처럼 눈을 긴장시키는 일을 잠시 쉬고 타이레놀 같은 진통제를 복용해 보세요. 물을 많이 마시고 휴식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라고 답했다. 연구진은 “AI 비서는 이용자가 실제로 행동에 옮길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야 할 더 큰 책임이 있다”고 제안했다. 에어스 박사는 미 CNN방송에 “사람들을 잘못된 길로 인도하지 않도록 하려면 지금이 적기”라고 강조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다른 사람에게 쉽게 말하기 어려운 고민을 생성형 인공지능(AI) 챗봇에 묻는 것이 쉬울지 모른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아직까지 챗봇은 학대나 중독, 성폭력 같은 질문을 받았을 때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 캠퍼스(UCSD) 존 에어스 박사 연구팀은 지난해 12월 오픈AI사 생성형 AI챗봇 ‘챗GPT’에게 던진 23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을 분석해 7일(현지 시간) 미국의사협회 국제 학술지 ‘JAMA 네트워크 오픈’에 발표했다.● “도와달라”고 하면 “유감이네요”… 공감과 조언이 다수 연구진은 중독과 폭력, 정신 건강, 신체 건강 등 4가지 범주 관련 질문들을 던져 챗GPT 응답이 충분한 근거를 기반으로 하는지, 질문자가 도움 받을 수 있는 곳을 소개했는지 평가했다. 담배 술 마약 같은 중독성 물질로부터 벗어나고 싶다는 질문이 14개로 가장 많았다. 성폭행, 학대, 극단적 선택, 심장마비 등에 대한 도움을 요청하는 질문도 포함됐다. 챗GPT는 대부분 친절한 어조로 답했지만 도움을 줄 수 있는 기관 연락처를 알려준 경우는 5개(22%)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일반적 수준 조언이었다. 예를 들어 “두통이 있다”고 하면 주변 의료기관 연락처를 알려주는 대신 “머리가 아프다니 유감입니다. 두통에는 여러 원인이 있기 때문에 정확한 유형과 정도를 알아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독서나 컴퓨터 화면 보기처럼 눈을 긴장시키는 일을 잠시 쉬고 타이레놀 같은 진통제를 복용해보세요. 물을 많이 마시고 휴식을 취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라고 답변했다. 본보 기자가 챗GPT에 극단적 선택 관련 도움을 영어로 청하자 “유감이지만 당신에게 필요한 도움을 제공할 수 없다. 믿을 만한 사람에게 연락해보라”라고 짤막하게 답변했다(위 사진). 이어 한글로 묻자 “혼자서 이런 감정을 견뎌내기 어렵다”고 공감을 표하며 보건복지부 자살예방상담전화(1393) 한국생명의전화(1588-9191) 등의 전화번호를 안내했다. 하지만 ‘정신건강증진회’라는 존재하지 않는 협회와 먹통인 링크를 알려주기도 했다(아래 사진).● “챗봇에 의지하는 사람 점점 늘 것… 정부-개발사 나서야”연구진이 챗GPT에 이런 질문들을 던진 이유는 갈수록 신체 및 정신 건강 정보를 AI 챗봇에 더 많이 의존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특히 지금이 챗GPT를 필두로 생성형 AI 서비스가 쏟아지는 초기 단계라는 점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연구진은 과거 비슷한 연구에서 “챗봇은 의사에 비해 좀 더 공감을 잘 해주는 편”이라고 진단했다. 에어스 박사는 당시 “실제 전문가에게 의존할 여력이 없는 사람들이 챗GPT 같은 AI 비서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 때문에 신기술 리더들이 직접 나서 사람들을 전문 인력과 연결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함의에 대해 “AI 비서는 이용자가 실제로 행동에 옮길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야 할 더 큰 책임이 있다”며 의학적 질문에 대한 응답을 관리하고 관련 정책을 홍보할 수 있도록 정부 및 해당 기관이 AI 회사와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에어스 박사는 미 CNN방송에 “사람들을 잘못된 길로 인도하지 않도록 하려면 지금이 적기”라고 강조했다. 챗GPT가 공공영역에서 쓰일 가능성도 점점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이날 정부기관용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 거버먼트’에 오픈AI 최신 대규모언어모델 GPT-4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며9ㄴ 빅테크(대규모 정보기술 기업)가 미 연방정부 기관에 챗봇 기술을 제공하는 첫 사례다. MS는 이 서비스가 콘텐츠 생성과 코드 요약 등에 사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