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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한국 경제에 위기와 기회가 동시에 찾아오고 있다. 산업 현장에 귀 기울이고 불필요한 규제를 신속하게 푸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이진복 국회 정무위원장) “최근의 글로벌 경기 개선세가 계속된다면 앞으로 몇 년간이 한국 경제에 산적한 문제를 과감히 해결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 될 것이다.”(임종룡 금융위원장) 23일 ‘2017 동아국제금융포럼’에서 축사를 맡은 여야 의원들과 금융당국 수장은 한국 경제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경제 재도약에 필요한 조언들을 내놓았다. 이들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 경제와 금융 시스템이 체질 개선을 이뤘지만 미흡한 점이 여전히 많다고 입을 모았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외환위기를 극복했다고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뜨리지 말고 더 과감하게 기업 구조조정을 하고, 노동시장을 개혁했다면 경제 체질은 훨씬 더 강해졌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경제 규모는 세계 10위권에 진입했지만 기업 지배구조는 후진성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임 위원장은 “한국 금융은 20년 전에 비해 코스피 시가총액이 10배 이상 증가했을 정도로 양적, 외형적으로 성장했지만 글로벌 경쟁력은 낙후돼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말했다. 조경태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은 “낮은 경제 성장률, 급증한 가계부채, 높은 청년 실업률 등으로 20년 전에 버금가는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한국 경제와 금융이 한 단계 도약하려면 지속적인 구조 개혁과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의원은 “정경 유착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기업들은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선진화된 지배구조를 갖춰 정치권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 위원장은 “새로운 도약을 위해 경제의 역동성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비합리적인 규제를 제거하고 사회 전반적으로 혁신 의지를 확산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국회가 규제 완화의 발목을 잡는 존재라는 지적이 많지만 새로운 시대를 맞아 한국 경제와 금융이 성장할 수 있도록 국회도 많은 지원을 하겠다”고 말했다.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꼽히는 가계부채가 올해 1분기(1~3월) 17조 원 넘게 불어 사상 최대 규모인 1360조 원에 육박했다. 다만 금융당국의 전방위적 ‘대출 조이기’로 브레이크가 없던 급증세는 다소 꺾이는 분위기다. 하지만 절대적인 증가 규모가 여전히 큰 데다 취약계층이 몰려있는 제2금융권의 빚 증가세가 계속되고 있어 안심할 단계가 아니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문재인 정부는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을 150% 이하로 관리하는 ‘총량 관리제’를 준비하고 있다. 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 말 현재 가계신용(가계부채) 잔액은 작년 말(1342조5000억 원)보다 17조1000억 원(1.3%) 늘어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가계신용은 은행 보험사 대부업체 등 금융권에서 받은 가계대출(1286조6000억 원)과 결제하기 전 카드 사용 금액(판매신용·73조 원)을 합한 것으로 실질적인 가계 빚을 보여준다. 1분기 가계부채 증가액은 분기 기준으로 2015년 1분기(13조 원) 이후 2년 만에 최저치다.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10~12월·46조1000억 원)는 물론이고 지난해 1분기(20조6000억 원)와 비교해도 크게 줄었다. 저금리와 부동산 규제 완화 등이 맞물려 가계 빚이 폭증했던 2015, 2016년과 같은 급증세는 어느 정도 진정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증가세가 완전히 꺾였다고 보기에는 여전히 이르다는 지적이 많다. 가계 빚이 급증하기 전인 2010~2014년의 1분기 부채 증가액은 약 4조5000억 원에 그쳤다. 올 1분기 증가액의 약 4분의 1 수준이다. 지난해 동기 대비 증가율을 봐도 1분기에 11.1% 증가하면서 2015년 3분기 이후 7개 분기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이어갔다. 또 서민과 자영업자들이 돈 빌리기가 어려워진 은행 대신 제2금융권을 찾는 ‘풍선효과’가 계속되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1분기 은행 가계대출 증가액은 1조1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조6000억 원)의 5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반면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비(非)은행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은 1분기 7조4000억 원 늘어 작년 1분기(7조6000억 원)와 비슷한 증가세를 이어갔다. 가계부채의 질이 나빠지고 서민층의 소비 여력이 더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문소상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3월 중순 이후 비은행권도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도입 등 리스크 관리 강화 정책이 시행돼 대출 수요가 넘어가는 효과가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전 금융권에 조속히 도입하는 등 부채 증가 속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이자만 따지는 현행 총부채상환비율(DTI)과 달리 DSR는 모든 대출의 원리금을 따져 대출 한도와 금리를 정하는 깐깐한 지표다. 금융위 관계자는 “DSR 로드맵을 다음 달 마무리하고 4분기에 DSR 표준모형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정임수기자 imsoo@donga.com}
공산품 가격이 떨어지면서 생산자물가가 두 달 연속 소폭 하락했다. 하지만 달걀값이 1년 새 2배 가까이 뛰는 등 축산물 가격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는 102.58로 전달보다 0.1% 하락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3월에 이어 두 달째 내렸지만 하락 폭은 크지 않은 모습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4.0% 올라 6개월 연속 상승세가 지속됐다. 생산자물가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생산자물가 상승세가 주춤한 것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공산품 가격(―0.2%)이 화학, 금속 제품을 중심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또 작황이 좋아진 농산물 가격도 5.8% 떨어졌다. 배추가 전달보다 19.5% 내렸고 양파(―19.1%), 토마토(―15.7%) 수박(―13.8%) 등도 하락 폭이 컸다. 반면 축산물 가격은 돼지고기(9.4%), 달걀(11.0%) 등이 일제히 뛰면서 3.5% 상승했다. 특히 달걀값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96.7% 급등했고 닭고기(42.4%) 오리고기(42.8%)도 1년 새 큰 폭으로 올랐다.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공산품 가격이 떨어지면서 생산자물가가 두 달 연속 소폭 하락했다. 하지만 달걀 값이 1년 새 2배 가까이 뛰는 등 축산물 가격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는 102.58로 전달보다 0.1% 하락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3월에 이어 두 달째 내렸지만 하락 폭은 크지 않은 모습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4.0% 올라 6개월 연속 상승세가 지속됐다. 생산자물가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생산자물가 상승세가 주춤한 것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공산품 가격(―0.2%)이 화학, 금속 제품을 중심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또 작황이 좋아진 농산물 가격도 5.8% 떨어졌다. 배추가 전달보다 19.5% 내렸고 양파(―19.1%), 토마토(―15.7%) 수박(―13.8%) 등도 하락 폭이 컸다. 반면 축산물 가격은 돼지고기(9.4%), 달걀(11.0%) 등이 일제히 뛰면서 3.5% 상승했다. 특히 달걀 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96.7% 급등했고 닭고기(42.4%) 오리고기(42.8%)도 1년 새 큰 폭으로 올랐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한국이 외환위기를 겪은 지 20년이 흘렀지만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이나 재벌에 집중된 경제력 등은 여전히 미완(未完)의 구조개혁으로 남아 있다.” 1997년 외환위기 때 한국의 구제금융 협상을 진두지휘한 장미셸 캉드쉬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84)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그는 “외환위기 때 취해진 일련의 개혁 조치들을 통해 한국 경제와 금융시스템은 체질 개선을 이뤄냈다”면서도 “하지만 당시 위기를 초래했던 일부 구조적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1997년 12월 3일 당시 캉드쉬 총재와 임창열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 장관이 구제금융 합의서에 서명하는 순간 많은 국민은 눈물을 흘리며 울분을 토해냈다. IMF가 뭔지도 몰랐던 한국인에게 이 세 글자는 경제위기의 대명사로 각인됐고, 혹독한 기업 구조조정과 뼈를 깎는 개혁을 요구했던 캉드쉬 전 총재는 ‘저승사자’로 통했다. 1987년부터 2000년까지 13년간 최장수 IMF 수장을 지낸 캉드쉬 전 총재는 현재 병상에 있어 외부 활동을 접고 있다. 병상에서도 그는 20년 전 위기의 순간을 생생히 전달하며 한국 경제에 대한 충고와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한국인에게 IMF는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당시 한국에서 IMF가 ‘해고당했다(I am fired)’는 뜻으로 쓰였다는 걸 안다. 일찍 잠자리에 들지 않는 아이들에게 ‘캉드쉬가 잡으러 온다’고 말할 정도로 IMF에 대한 한국인의 불만이 컸다. 하지만 내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은 ‘금 모으기 운동’처럼 위기 극복과 국가 재건을 위해 혼연일체가 된 한국인의 애국심, 인내력, 자긍심이다.” 2008년 초 장롱 속 금붙이를 해외로 내다팔아 외화를 한 푼이라도 더 모으자는 ‘금 모으기 운동’이 시작됐다. 그해 1분기(1∼3월) 243만 명이 165t의 금을 내놔 22억 달러 규모의 외화벌이를 했다. ―IMF의 조치가 가혹했다는 평가가 많은데…. IMF는 구제금융의 대가로 살인적 고금리 정책, 재벌체제 개혁, 노동시장 유연화, 금융시장 개방 등을 요구했다. 또 김대중, 이회창 등 당시 대선 후보들에게까지 ‘각서’를 받았다. “당시 긴박했던 협상 상황에서 IMF가 내건 조치가 완벽할 수는 없다. 하지만 당시 바닥난 외환보유액을 채우기 위해선 고금리 정책이 필요했다. 무엇보다 IMF 조치의 근본적 목표는 한국이 국제사회의 신뢰를 다시 얻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중도에 IMF가 제시한 프로그램들을 수정했다면 글로벌 시장의 이해를 얻지 못했을 것이다.” ―당시 상황이 얼마나 급박했나. 1997년 7월 태국 밧화 폭락으로 시작된 금융위기는 아시아 전체로 번질 조짐을 보였다. 한국에 들어왔던 외화자금은 썰물처럼 빠져나갔고 국내 기업의 해외 돈줄이 막혔다. 외신은 그해 11월 초 한국의 가용 외환보유액이 20억 달러라고 보도했다. “1997년 10월경 IMF는 한국 측에 외환보유액 수치 등 당시 재정 현황에 대한 자료를 요구했지만 한국 정부는 이를 거부했다. 한국 정부는 IMF에 손 내밀기보다는 미국, 일본 등 우방국에 지원을 요청하며 사태를 악화시켰다. 결국 한국의 요청으로 11월 16일 극비리에 한국을 방문해 당시 강경식 재정경제원 장관, 이경식 한국은행 총재와 회동을 가졌고 그때서야 자료를 볼 수 있었다. 이어 11월 23일 IMF 실무협의단이 방한해 한국이 12월 초 파산할 위험에 놓였다는 걸 알았다. IMF와 한국 정부는 구제금융 협상에 들어가 불과 열흘 만에 최종 합의를 이뤘다.” ―당시 개혁 조치들이 한국 경제를 어떻게 바꿔놓았나. “1998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비밀회동을 했을 때 그는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120% 달성하겠다. IMF가 제시한 목표는 30년간 내가 싸워왔던 목표와 일치한다”고 말했다. 이렇듯 한국 정부는 IMF가 제시한 개혁 조치들을 단계별로 잘 이행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 경제와 금융 시스템은 체질 개선을 이뤄냈고, 이례적으로 빠른 시간 안에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가장 영향력 있는 신흥국이자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정부의 과도한 경제 개입, 재벌에 집중된 경제구조, 정치인과 재벌 간의 밀착 관계(정경유착) 등의 문제는 아직 완벽하게 해결되지 않았다. 1997년에도 IMF가 지적했던 문제들인데 2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하다. 전직 대통령도 삼성그룹 등과 여러 문제를 겪지 않았나.” ―한국 경제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어떤 조치가 필요한가. “우선 최근 회복세를 보이는 거시경제 지표들을 잘 관리해야 한다. 무엇보다 한국 경제가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투명한 경제’로 가야 한다. 기업 경영은 물론이고 정부와 기업 간의 관계에서도 투명성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아울러 중소기업도 대기업처럼 연구개발(R&D), 직업훈련 등에 힘을 쏟을 수 있는 환경이 뒷받침돼야 한다. 현재 한국 경제는 이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알고 있다.” ―한국 경제의 위험 요소는….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의 최대 위협은 인구 고령화다. 급속한 고령화로 경제의 역동성이 떨어질 수 있어서다. 인구통계 관련 전문가가 아니어서 구체적 처방을 내릴 수는 없지만, 한국도 일본처럼 고령층이 더 오래,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높은데…. “4차 산업혁명이 핵심인 인공지능(AI)과 로봇의 발전은 ‘일자리 창출’보다 ‘일자리 파괴’를 불러올 것이다. 하지만 이런 파괴적 변화가 위험요소는 아니라고 본다. 일자리의 평균 9∼10% 정도가 사라지겠지만 이는 평생직업훈련이나 연구개발 등을 통해 세계 각국이 감내할 만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세계 경제에 대한 전망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 등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고 있지만 이는 오래 지속되지 못할 것이다. 결국은 분별력이 보호무역주의를 촉발한 분노를 넘어서고, 개방경제가 신(新)고립경제를 이길 것이라고 본다. 물론 각국 정부가 경제 개방으로 피해를 입는 사람들을 더 의식하겠지만, 자본주의 체제에서 보호무역처럼 기업 경제를 저해하는 정책은 유지될 수 없다.”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 정임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둘러싼 ‘러시아 스캔들’에 세계 금융시장이 휘청거렸다. 미 증시가 급락하고 달러화가 약세를 보였다. 한국 등 아시아 증시도 하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금융투자 전문가들은 미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트럼프 랠리’(트럼프 정부의 정책 기대감에 따른 상승장)의 막을 내리고 금융시장의 단기적 불확실성을 키울 것으로 예상했다. 17일(현지 시간) 미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78% 하락한 20,606.93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들어 최대 하락폭이다. 이날 하루 만에 지난 한 달간의 주가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나스닥지수도 2.57% 하락한 6,011.24로 6,000 선을 위협받았다. 투자심리가 불안할 때 급등해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지수(VIX)는 전날보다 42.72% 치솟았다. 그동안 미 증시는 트럼프 정부의 대대적인 감세와 인프라 투자 등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에 힘입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순항했다. 하지만 미 대선 기간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의 내통 의혹 및 연방수사국(FBI)에 대한 수사 외압설에 이어 미 법무부가 특검 수사까지 결정하자 시장이 출렁거리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제 ‘트럼프 페이드(fade·쇠퇴)’가 시작됐다”며 트럼프 랠리가 막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로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 고조되면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미 연방기금금리선물시장에 반영된 6월 미국의 금리 인상 확률은 종전의 74%에서 62%로 하향 조정됐다. 미국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달러 가치는 추락했고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엔화는 강세를 이어갔다. 이날 국제외환시장에서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0.67% 하락한 97.45로 약 6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반면 엔-달러 환율은 1.9% 하락(엔화 가치는 상승)해 110엔대까지 떨어졌고 국제 금값은 2% 가까이 뛰었다. 달러 약세에도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신흥국 통화는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1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6.2원 상승(원화 가치는 하락)한 1124.5원에 마감했다. 아시아 증시도 미 증시 급락 여파에 하락세를 보였다. 이날 서울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는 전날보다 0.27% 하락한 2,286.82에 장을 마쳤다. 코스피는 장중 한때 2,260 선 후반까지 밀려났지만 외국인이 장 막판 매수로 전환하면서 낙폭을 줄였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최근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가 급등했는데, 트럼프 리스크가 증시 조정의 방아쇠를 당겼다”고 분석했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전날보다 1.32% 하락 마감했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도 0.46%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미국발 정치적 불확실성이 세계 금융시장의 단기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국내 시장에 미칠 충격은 제한적이라는 신중한 견해도 나온다. 국내 기업 실적이 좋은 데다 수출이 개선되고 있는 만큼 미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른 충격이 단기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홍춘욱 키움증권 글로벌전략팀장은 “트럼프 정부의 정책 추진 동력이 약해지면 보호무역주의 압력도 줄어들어 교역이 늘고 지정학적 긴장감이 감소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신민기 minki@donga.com·정임수 기자}
국제유가 상승의 여파로 지난달 수출입물가가 석 달 만에 반등했다. 1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물가지수 잠정치는 81.79로 3월보다 0.5% 상승했다. 2, 3월 연속 마이너스를 보이다가 3개월 만에 오름세로 돌아선 것이다. 지난해 4월에 비해서는 9.3% 상승했다. 농림수산품, 광산품 등 원재료 수입물가가 2.5% 올랐다. 특히 철광석(29.7%), 천연가스(7.0%)의 상승 폭이 컸다. 수입물가가 오른 데는 국제유가 상승이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두바이유 평균 가격은 배럴당 52.3달러로 1개월 새 2.1% 올랐다. 최근 국제유가가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어 이달 수입물가도 오를 가능성이 높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비회원국의 대표 격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내년 3월까지 원유 감산을 연장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수출물가지수(85.46)도 3월보다 0.5% 올라 석 달 만에 반등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8.7% 뛰었다. 2009년 3월(17.4%) 이후 8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품목별로 플래시메모리(9.0%), D램(5.6%) 등 전자기기와 윤활유(13.9%), 휘발유(4.5%) 등 석유제품 가격이 많이 올랐다.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맹주 역할을 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OPEC 비회원국을 대표하는 러시아가 다음 달 종료 예정이었던 원유 감산을 내년 3월까지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국제유가가 2% 넘게 뛰며 강세를 보였다. 15일(현지 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6월 인도분은 전날보다 2.1% 오른 배럴당 48.8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는 장중에 배럴당 49.66달러까지 오르기도 했다. 사우디 석유장관과 러시아 에너지부 장관이 중국 베이징에서 만나 감산 연장에 합의하자 유가가 급등한 것이다. OPEC 회원국과 비회원국을 대표하는 두 나라의 합의로, 현재 감산에 참여하고 있는 다른 산유국들도 감산 유지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정식 합의는 24, 25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OPEC 총회에서 결정된다. 다만 감산 연장 조치에도 국제유가가 지속적으로 오르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9월 말 OPEC가 감산에 나서자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를 넘겼다. 하지만 미국이 셰일오일 생산량을 늘리자 유가가 다시 50달러 밑으로 추락했기 때문이다. 한편 국제유가 상승으로 이날 미국 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물론이고 독일, 영국 증시가 줄줄이 사상 최고치를 갈아 치웠다. 달러화도 약세를 보였다. 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7.6원 하락(원화 가치는 상승)한 1116.0원에 마감했다. 이건혁 gun@donga.com·정임수 기자}
한풀 꺾이는 듯했던 가계대출 증가세가 봄 이사철을 맞아 다시 확대됐다. 가계부채가 급증했던 지난해보다는 증가폭이 완화됐지만 여전히 부담이 되는 규모라는 분석이 많다. 1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 말 현재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정책모기지론 포함)은 718조6000억 원으로 한 달 새 4조6000억 원 늘었다. 가계부채가 급증했던 지난해 4월(5조2000억 원), 2015년 4월(8조5000억 원)에 비해서는 증가폭이 둔화됐다. 하지만 예년(2010∼2014년) 4월 평균 증가액(2조2000억 원)과 비교하면 여전히 2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올 들어 월간 기준으로 최대 증가액이기도 하다. 특히 아파트 집단대출이 꾸준히 나가는 가운데 봄 이사철을 맞아 주택 거래가 늘면서 주택담보대출이 지난달 3조3000억 원 증가했다. 한은 관계자는 “작년보다 급증세가 둔화됐지만 증가세가 완전히 꺾였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올 들어 시장금리 상승, 리스크 관리 등으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안정화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금융위 속보치에 따르면 지난달 가계대출은 은행과 비은행권을 합쳐 7조3000억 원 늘었다. 3월 증가액(5조5000억 원)보다 증가했지만 지난해 같은 달(9조 원)보다 줄었다. 금융위는 “5월 이후 분양 물량 확대로 대출 증가세가 다시 커질 수 있어 밀착 관리감독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이달 말부터 통장이나 신분증이 없어도 은행 창구에서 손바닥만 갖다 대면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는 서비스가 도입된다. KB국민은행은 이달 말부터 전국 50여 개 영업점에서 손바닥 정맥을 이용해 본인 확인을 하는 ‘손쉬운 뱅킹’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15일 밝혔다. 지점 창구 업무에 손바닥 정맥 인증을 적용한 것은 국민은행이 처음이다. 앞서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은 무인점포 자동화기기(키오스크)에 정맥 인증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손쉬운 뱅킹은 영업점에서 손바닥 정맥 정보를 한 번 등록해 두면 통장이나 카드가 없어도 지점 창구에서 대부분의 업무를 볼 수 있는 방식이다. 지점 내 자동화기기(ATM), 대여금고도 이용할 수 있다. 창구와 ATM에 설치된 인식기에 손바닥을 대면 정맥 인증을 통해 본인 확인이 된다. 다만 통장 개설, 펀드 개설처럼 현행법상 실명 확인이 필요한 일부 업무는 주민등록증 등 신분증을 챙겨야 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대출 업무도 정맥 인증만으로 볼 수 있도록 서비스 범위를 점차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현재 서울 여의도·서여의도 영업부 등 2개 영업점에서 이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서비스 대상 영업점을 이달 말 50여 개 점포로 확대하고 단계적으로 전국 지점으로 늘려갈 계획이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재벌 개혁’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의 칼날이 삼성, 현대자동차, 한화그룹처럼 금융 계열사를 여럿 거느린 대기업집단으로 향하고 있다. 우선 금융당국이 대기업 계열 금융사 전체를 한꺼번에 감독하는 ‘통합감독 시스템’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통합감독 체계가 도입되면 금융당국의 감독·검사 권한이 비(非)금융 계열사를 아우르는 대기업집단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재벌 기업에 대한 정부의 장악력이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재벌 금융 계열사 통합감독 도입 탄력 1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금융그룹 통합감독’ 시스템 도입과 관련한 논의에 착수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통령 업무보고 때 금융그룹 통합감독 체계에 대한 준비 사항과 향후 추진 계획을 보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금융당국은 KB금융, 하나금융 같은 금융지주그룹에 한해 계열사 전체를 묶어 리스크를 따져보고 자산 건전성 등을 감독하는 통합감독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 현대차 한화 동부 롯데그룹처럼 보험, 증권, 카드 등 다수의 금융 계열사를 둔 대기업들은 관련법상 금융지주회사로 분류되지 않아 통합감독의 대상이 아니다. 문 대통령의 공약은 통합감독을 이들 대기업집단에도 확대해 감시를 강화하자는 것이다. 그룹 내 금융 계열사와 비(非)금융 자회사 간의 자금 거래로 부실이 발생해도 이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게 근거다. 2013년 동양증권을 통해 부도 직전의 자회사 기업어음(CP) 등을 불완전 판매해 막대한 투자자 손실을 입힌 ‘동양그룹 사태’가 대표적인 사례다. 동양 사태 이후 금융위는 2015년 금융그룹 통합감독 시스템 도입을 추진하기로 하고 공청회를 열었다. 금감원도 지난해 금융지주감독팀을 금융그룹감독팀으로 개편하는 등 내부 준비에 나섰다. 하지만 재계의 반발과 공정거래위원회 규제와 중복될 수 있다는 지적 등이 나오면서 도입에 진척이 없었다.○ 삼성그룹 등 재계 긴장 통합감독 규제를 받을 대기업집단의 기준은 △금융 계열사 자산 5조 원 이상 △금융자산 비중 40% 이상 등 다양한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선정 기준에 따라 삼성, 현대차, 한화 등 4∼10개의 대기업집단이 감독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그룹 통합감독이 이뤄지면 이들 대기업집단도 금융당국으로부터 자본 적정성 평가를 받게 된다. 계열사 간 출자 금액을 차감한 뒤 그룹 전체의 자본이 충분한지 확인하는 게 핵심이다. 당국이 연결재무제표에 포함되지 않은 다른 계열사와의 자금 거래를 쉽게 파악할 수도 있다. 또 금융지주사처럼 그룹 내 대표 금융회사를 정하고, 이 대표 회사가 계열사들의 재무 현황과 리스크 관리 실태 등을 당국에 의무적으로 보고하는 방안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통합감독 시스템 도입에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곳은 삼성그룹이다. 어떤 기준이 도입되더라도 삼성은 통합감독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 금융 계열사의 맏형 격인 삼성생명은 당장 자본 적정성이 크게 낮아질 수 있다. 지난해 말 삼성생명의 자산 264조6538억 원(연결재무제표 기준)에는 삼성전자 주식 보유액만 약 19조 원이 포함돼 있다. 통합감독 시스템에선 계열사 간 출자한 자본은 적격자본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이 때문에 자본 적정성을 개선하기 위해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 일부를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정임수 imsoo@donga.com·주애진 기자}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개월 연속 올려 잡았다. 수출과 기업 투자에서 훈풍이 계속되는 데다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앞세운 문재인 정부의 경기 부양 기대감이 맞물린 결과다. 14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바클레이스,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10개 글로벌 IB가 내놓은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달 말 현재 평균 2.6%로 집계됐다. 3월 말 2.5%에 비해 0.1%포인트 상향 조정됐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국내 성장률 전망치를 꾸준히 낮춰 왔던 해외 IB들이 이례적으로 3, 4월 두 달 연속 전망치를 올린 것이다. 특히 그동안 한국 성장률 전망을 어둡게 봤던 노무라가 2.0%에서 2.4%로 0.4%포인트나 올려 잡았다. 바클레이스(2.6%) JP모건(2.6%) 도이체방크(2.5%) 등도 전달보다 전망치를 0.1%포인트씩 상향 조정했다. IB들은 글로벌 경기 회복과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한국 기업의 수출과 설비투자가 꾸준히 호조세를 보이는 데 주목했다. 기지개를 켠 국내 수출은 지난달 510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2% 늘었다. 2014년 10월(516억 달러)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실적이다. 문재인 정부가 조만간 10조 원 규모의 추경 편성 등을 통해 경기 부양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이런 분위기에 영향을 미쳤다. 바클레이스, 노무라 등은 “대선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하반기 새 정부의 추경 편성 등에 힘입어 내수 심리가 호전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해 한국 성장률을 2.9%로 내다본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새 정부의 일자리 창출과 사회복지 지출 중심의 내수 진작 노력이 수출 주도의 경기 회복세와 더불어 성장률을 추가로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수의 IB는 한국의 기준금리가 올해까지 동결될 것으로 내다봤다. 경기 회복 기대감이 높지만 여전히 가계부채가 높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어 금융 안정에 중점을 두고 통화정책이 운용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노무라는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치인 2%를 넘어서고 미국 기준금리가 1.75∼2% 수준에 도달하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자리 잡은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는 ‘부채 총량 관리’ 카드를 꺼내들었다. 1344조 원을 넘어선 가계 빚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늘지 않도록 관리하겠다는 뜻이다. 고금리 폭탄에 시달리는 서민을 위해선 현재 연 27.9%인 법정 최고금리를 20%까지 끌어내리기로 했다. 생계형 대출자의 빚을 탕감해 주는 대책도 추진된다. 전문가들은 정책 취지는 좋지만 부작용을 막을 수 있는 보완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문 대통령은 가계부채 해결을 위한 7대 해법을 제시했다. 이 중 핵심은 부채 총량 관리다.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가계신용 기준) 비율이 150%를 넘지 않도록 제한을 둬 빚 규모나 증가 속도를 잡겠다는 구상이다.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12년 말 133.1%에서 지난해 9월 말 151.1%로 뛰었다. 소득은 제자리인데 빚은 빠른 속도로 불어난 탓이다. 문 정부는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을 통해 가계소득을 늘리는 한편 대출 문턱을 높여 이 비율을 제한할 방침이다. 지난 정부에서도 금융당국은 올해 부채 증가율을 한 자릿수로 관리하겠다며 사실상의 대출 총량 규제에 나섰지만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손정락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그동안 정부가 묵시적으로 했던 부채 총량 관리를 정책 목표로 내걸었다는 점에서 큰 변화”라고 평가했다. 다만 가계소득 확대 정책이 미비한 상황에서 총량 관리를 위해 대출 문턱만 높일 경우 애꿎은 실수요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정부가 총량 수치에만 매달리면 금융회사들이 저신용, 저소득층 대출부터 줄이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민들의 이자 부담을 줄이는 해법으론 법정 최고 금리를 낮추는 방안이 추진된다. 우선 대부업법상 최고 금리(27.9%)와 개인 금전거래에 적용되는 이자제한법의 최고 금리(25%)를 일원화한 뒤 이를 단계적으로 연 20%까지 낮출 계획이다. 또 대출자가 부담하는 이자 총액이 원금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된다. 이미 국회에 관련 법안이 발의돼 있다. 일각에서는 일본 등 선진국이 이미 이자율 상한선을 20%로 내렸으며 한국도 1%대 기준금리를 고려하면 최고 금리를 낮출 여력이 충분하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최고 금리를 더 낮추면 저축은행과 대부업체의 대출 심사가 깐깐해져 취약계층이 제도권 금융 밖으로 밀려날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찮다. 빚더미에 짓눌린 서민들에게 재기의 기회를 주기 위해 회수 가능성이 없는 빚을 탕감해 주는 방안도 시행된다. 국민행복기금을 통해 채무 재조정을 진행 중인 1000만 원 이하, 10년 이상 장기 연체 대출이 대상이다. 카드 가맹점 우대 수수료를 적용받는 영세·중소 가맹점을 대폭 확대하고, 중소 가맹점 수수료를 현행 1.3%에서 1.0%로 낮추는 방안도 추진된다. 600만 명에 이르는 자영업자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민간 실손의료보험의 보험료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공약도 내놨다. 이를 두고 금융회사의 가격 결정에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인터넷전문은행의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 제한) 완화와 관련해 사실상 반대의 뜻을 밝혔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신한은행이 세계 17개국에서 사회공헌 활동에 나섰다. 글로벌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글로벌 리딩뱅크’로의 도약을 앞당기겠다는 취지다. 신한은행은 지난달부터 두 달간 ‘글로벌 원 신한’ 자원봉사 대축제를 진행하고 있다고 9일 밝혔다. 이 행사는 신한은행 전 임직원이 참여하는 대표적인 자원봉사 활동으로 올해로 10년째를 맞았다. 특히 올해부터는 해외 17개국에서 일하는 임직원들도 참여하는 글로벌 행사로 확장됐다. 신한은행이 2020년까지 아시아 리딩뱅크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내놓은 데 이어 글로벌 사회적 책임(CSR)을 강화한 것이다. 현재 신한은행 17개국 해외 법인과 지점의 임직원들이 현지 자원봉사 활동에 나섰다.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7개국에서는 현지 수요에 맞는 물품 기부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베트남에서는 직원 100여 명이 생활형편이 어려운 현지 주민을 위해 자전거 기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인도에서는 직원 200여 명이 보육원 등에 가전제품을 기증하고 있다. 캄보디아, 미얀마, 인도네시아에선 현지 학교에 PC 보급 행사를 펼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글로벌 사회공헌 활동은 판매채널, 국경의 경계가 무너지는 디지털 시대를 돌파할 열쇠”라며 “다양한 사회공헌 모델을 발굴해 CSR를 선도하는 은행이 되겠다”고 말했다.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KB국민은행이 흥국생명과 KDB생명의 고액 저축성보험 판매를 중단했다. 보험사의 대표적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지급여력비율(RBC)이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150% 밑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이달 2일부터 가입금액이 5000만 원을 넘는 흥국생명과 KDB생명의 저축성보험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1인당 5000만 원까지는 원금과 이자를 보호받을 수 있어 판매 중단 대상에 넣진 않았다. 국민은행이 이같이 조치한 것은 흥국생명과 KDB생명의 RBC 비율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RBC 비율은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는 자본 여력을 나타내는 비율로, 수치가 높을수록 보험사가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능력이 크다는 뜻이다. 감독당국은 RBC 비율을 150% 이상 유지할 것으로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말 현재 흥국생명과 KDB생명의 RBC 비율은 각각 145.4%, 125.7%로 150%를 밑돌았다.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프랑스 대통령 선거가 중도 신당 ‘앙마르슈(전진)’ 에마뉘엘 마크롱의 당선으로 마무리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 ‘마크롱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23일(현지 시간) 프랑스 대통령 1차 선거에서 마크롱 후보가 1위를 차지하며 당선 가능성을 높이자 유럽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가 상승세를 탔다. 이번 마크롱의 당선으로 ‘프렉시트(프랑스의 유럽연합·EU 탈퇴)’ 가능성이 사라져 유로화가 강세를 보이고 미국 등 글로벌 증시도 웃었다. 코스피도 3% 넘게 오르며 2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글로벌 증시에 달콤한 ‘마크롱 효과’ 8일 금융투자업계가 지난달 21일과 프랑스 대선 2차 선거(7일·현지 시간) 전날인 5일 주가를 비교한 결과 프랑스 증시는 7.38% 올랐다. 유럽 대표 지수인 유로스톡스50 지수가 같은 기간 6.35% 오른 것을 비롯해 이탈리아(8.82%), 독일(5.55%), 영국(2.57%) 등 유럽 주요국 지수가 일제히 상승했다. 마크 시들 피델리티인터내셔널 유럽 주식 부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유럽 전반에 정치 리스크가 크게 줄어들었다. 당분간 유럽 증시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프랑스 대선 결과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은 유럽 밖으로 퍼졌다. 한국 코스피가 3.52% 올랐으며 미국도 2% 넘게 상승했다. 전우석 대신자산운용 글로벌운용본부장은 “마크롱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유럽 내 자금이 주식 등의 위험자산으로 되돌아와 증시 상승세를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프렉시트 우려로 존폐 위기에 놓였던 유로화 가치는 마크롱의 당선으로 6개월 만에 최고치로 올라섰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7일(현지 시간) 국제외환시장에서 유로당 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0.3% 상승한(유로화 가치 상승) 1.1023달러에 거래됐다. 친(親)EU를 지향하는 마크롱의 승리로 유럽 통화 동맹의 미래가 안정됐다는 안도감이 커지면서 유로화 가치가 상승세를 탄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서는 시장 친화적인 마크롱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가 1.15∼1.2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코스피, 사상 최고치 경신으로 화답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프렉시트를 글로벌 경제의 최대 위협 요인 중 하나로 꼽아 왔다. 프렉시트는 EU 체제를 흔들고, 세계 경기 회복세를 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크롱의 당선으로 프렉시트가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됐다. 신환종 NH투자증권 글로벌크레딧팀장은 “극단적 선택 없이 프랑스와 EU가 경기 회복을 꾀할 시간을 벌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프랑스의 낮은 잠재성장률과 높은 실업률 등의 문제는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김위대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마크롱이 해법을 빨리 내놓지 못한다면 정치적 영향력이 크게 약해질 수 있다. 다음 달 프랑스뿐 아니라 영국도 조기 총선을 앞두고 있어 유럽의 정치적 상황에 대한 시장의 경계감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U가 정치적 불확실성을 일단 봉합하면서 한국 경제에도 일정 부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마크롱 당선자의 친(親)기업적이며 개방경제 지향적인 성향은 프랑스 및 EU와의 교역에 안정감을 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유로화 가치 회복에 따른 달러화 약세로 원화 가치가 강화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민병규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원화 강세는 최근 국내 증시를 끌어올린 외국인투자가의 국내 주식 매수세를 부채질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서울 증시에서 코스피는 프랑스 대선 결과 등의 영향으로 올해 들어 최대 상승폭인 2.30%(51.52포인트) 오르며 2,292.76에 거래를 마쳤다. 사상 최고치를 새로 쓰며 2,300 선에 바짝 다가섰다. 대장주 삼성전자가 3.3% 오른 235만1000원에 거래를 마쳐 사상 최고가를 다시 갈아 치웠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주가 상승세에 주식 투자를 머뭇거리던 자금이 프랑스 대선 결과를 확인하며 몰려든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이건혁 gun@donga.com·정임수·신민기 기자}
‘축제가 디지털 금융 기술을 만났다.’ 삼성카드가 봄 대표 음악축제인 ‘홀가분 페스티벌’에서 다양한 디지털 서비스를 선보여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삼성카드는 7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홀가분 페스티벌’을 열었다고 밝혔다. 이 페스티벌은 2015년부터 매년 5월 열리는 피크닉 형식의 콘서트다. 돗자리에 앉아서 인기 가수들의 공연은 물론이고 다양한 이벤트와 먹을거리 등을 즐길 수 있어 가족 단위 관람객들이 많이 찾는다. 특히 올해는 삼성카드의 다양한 디지털 서비스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디지털 스퀘어’가 11개 부스 규모로 마련돼 관람객들의 호응이 높았다. 젊은 부부들은 삼성카드가 운영하는 모바일 육아 커뮤니티 ‘베이비스토리’, 유아교육 커뮤니티 ‘키즈곰곰’ 등을 체험할 수 있는 부스를 많이 찾았다. 삼성카드는 올해 4월 선보인 ‘스마트오더’ 서비스를 이번 페스티벌에 적용했다. 스마트오더는 삼성카드 앱으로 미리 음식을 주문하면 기다릴 필요 없이 음식을 받을 수 있는 온·오프라인 연계(O2O) 서비스다. 페스티벌에 참여한 관람객들은 이 서비스를 이용해 편리하게 푸드트럭 등을 이용할 수 있었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앞으로도 고객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실용적인 디지털 상품과 서비스를 선보여 ‘디지털 1등 카드사’로서 성과를 가시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지난해 법인이 발급받은 신용카드가 13년 만에 처음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침체와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등으로 기업들이 허리띠를 졸라맨 결과로 풀이된다. 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법인이 발급받은 신용카드는 786만9000장으로 전년 말(815만9000장)보다 29만 장 감소했다. 같은 기간 개인이 발급받은 신용카드가 283만5000장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연간 기준으로 법인카드 발급 장수가 줄어든 것은 2003년 이후 처음이다. 법인카드는 2011년 600만 장을 넘어선 뒤 매년 증가세를 이어가 2015년 처음 800만 장을 돌파했다. 특히 2015년부터 국세 카드납부 한도가 폐지되면서 각종 공과금을 카드로 내는 회사들이 대폭 늘었다. 하지만 지난해는 경영 환경을 둘러싼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비용 절감에 나선 기업들이 늘면서 법인카드 발급이 줄어들었다. 실제 지난해 7개 그룹(삼성 현대자동차 SK LG 한화 한진 CJ) 상장 계열사 75곳의 판매관리비 등 영업비용은 1년 새 0.3% 늘어나는 데 그쳤다. 여기에다 조선·해운업 구조조정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부터 카드사들은 구조조정 관련 업종 기업들의 카드 한도를 줄이는 등 리스크 관리를 강화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1983년 1월 첫발을 내디딘 코스피가 34년 만에 2,240 고지를 넘어서며 새로운 역사를 썼다. 1997년 외환위기부터 2000년 정보기술(IT) 버블 붕괴, 2002년 신용카드 대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숱한 고비를 넘겨온 결과다. 코스피가 처음 1,000 선을 돌파한 건 1989년 3월 31일(1,003,31)이다. 1980년대 저금리 저유가 저달러 등 ‘3저(低) 호황’으로 한국 경제가 고속 성장하면서 증시도 활짝 폈다. 당시 주가 상승세를 이끈 주역은 ‘중동 특수’를 누린 건설과 무역, 금융 등 3개 업종이었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3저 호황이 막을 내리고 세계 경제가 침체되면서 코스피도 부침을 이어갔다. 주춤하던 주가는 1997년 외환위기를 맞아 추풍낙엽처럼 떨어졌다. 대기업이 무너지고 외국인투자가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자 1998년 6월 코스피는 280까지 주저앉았다. 경제가 외환위기 충격을 극복하자 코스피도 되살아났다. 1999년 IT 벤처 투자 열풍을 타고 1997년 7월 코스피는 다시 1,000 선을 넘어섰다. 날개를 단 듯 보였던 코스피는 금세 IT 버블 붕괴라는 강펀치에 고꾸라졌다. 2001년 미국 9·11테러까지 겹쳐 코스피는 한때 400대로 떨어졌다. 2000년대 중반 세계 경제가 되살아나고 국내외 저금리 속에 막대하게 풀린 돈이 증시로 유입되면서 코스피는 다시 상승세를 보였다. 2005년 2월 다시 1,000 선에 안착한 뒤 2007년 4월 1,500 고지를 처음 넘어섰고, 그해 7월 25일(2,004.22) 단숨에 2,000 선까지 뚫었다. 당시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선두로 국내에 적립식펀드 투자 열풍이 불면서 증시 호황의 버팀목이 됐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코스피 2,000 시대는 불과 몇 달 만에 막을 내렸다. 2008년 5월 1,900대였던 코스피는 10월 말 890대까지 추락했다. 2010년 이후 금융위기 후유증으로 경기 회복이 더딘 선진국과 달리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은 빠른 속도로 활력을 되찾으면서 글로벌 자금이 몰려들었다. 여기에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대표 기업들의 뛰어난 실적, 국내 경제의 탄탄한 기초체력이 더해지면서 코스피는 2011년 5월 2일(2,228.96) 역대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업종)’으로 불리던 대형 수출주가 상승 동력이 됐다. 이후 2017년 5월 새로운 최고점이 나올 때까지 코스피는 6년이나 1,800∼2,100 사이의 답답한 ‘박스권’에 갇혀 있었다.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이르면 이달 말부터 증권사들은 기업분석 보고서(리포트)에 목표 주가와 실제 주가의 차이를 수치로 적어 넣어야 한다. 또 고위험 투자 상품을 소비자에게 권유하는 행위를 제재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마련된다. 금융감독원은 4일 이런 내용의 ‘자본시장의 불합리한 관행 개선 및 신뢰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증권사는 애널리스트가 제시한 목표 주가와 실제 주가의 차이인 괴리율을 반드시 숫자로 공시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괴리율이 그래프로만 표기돼 일반 투자자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다. 금감원과 금융투자협회는 11일 괴리율 공시 개정안을 공개하고 업계의 의견 수렴을 거쳐 25일 관련 규정 개정을 완료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금융회사 판매직원이 투자자의 성향에 적합하지 않은 상품을 권유했을 때 이를 처벌할 수 있는 근거를 자본시장법에 마련할 방침이다. 현재는 직원이 ‘안정형’ 투자자에게 고위험 상품을 권유하고서도 ‘부적합 확인서(투자자에게 적합한 상품보다 손실 위험이 더 크다는 것을 고지했다는 서류)’를 형식적으로 받아 책임을 피해가고 있다. 금감원은 ‘미스터리 쇼핑(암행 검사)’ 등을 통해 고위험 상품을 권유하는 행위에 대한 단속을 강화할 계획이다.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