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정부가 이른바 ‘현대판 음서제’라 불리는 기아 등 일부 기업의 노사 단체협약과 관련해 시정명령 개시 절차에 돌입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안양지청은 이달 초 기아 노사 양쪽에 ‘단체협약 제26조(우선 및 특별채용) 1항’이 관련법을 위반했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다. 문제의 조항에는 질병으로 사망한 조합원의 직계가족 1인, 정년 퇴직자 및 25년 이상 장기근속자의 자녀를 우선 채용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고용부는 이 조항이 헌법에 명시된 평등권과 고용정책기본법에 나오는 취업 기회의 균등 보장 등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이달 중순 공문을 수령한 기아는 자율적으로 개선에 나설지 등에 대해 검토 중이다. 기아 노조에서는 시정명령 절차에 돌입하겠다는 정부 조치에 크게 반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부가 7월 조사한 결과 단체협약에 고용 세습 조항이 존재하는 기업은 기아를 포함해 현대제철, STX엔진, 현대위아 등 63곳에 달한다. 고용부 관계자는 “일부 사업장은 자율적으로 개선했는데 기아를 포함한 20여 곳은 여전히 문제 조항을 포함하고 있어 지방노동위원회에 의결을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노동위에서 위법 판결이 나오면 고용부는 곧바로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주애진 기자 jaj@donga.com}
24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파업을 시작으로 다음 달까지 노동계 총파업이 줄줄이 이어진다. 물류, 철도, 지하철 등 국가 기간산업 중심의 파업이 예고되면서 어려운 경제 상황과 맞물려 파업의 피해가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화물연대는 24일 0시부터 2만5000명의 조합원들이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22일 밝혔다. 안전운임제의 일몰 제도를 폐지하라는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물류 운송을 거부하겠다는 것이다. 올해 일몰 예정인 안전운임제를 연장, 확대하는 방안을 두고 올해 6월 총파업을 벌였다가 잠정 합의 끝에 철회했는데 5개월여 만에 다시 투쟁에 나선 것이다. 그 다음날인 25일은 민노총 공공부문 비정규직노조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가 총파업을 벌인다. 돌봄전담사와 급식조리사 등 약 5만 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돼 급식·돌봄 공백이 우려된다. 이들은 급식실 산업재해 대책 마련,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반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은 30일부터 서울시의 인력 감축 계획 철회를 요구하며 무기한 파업에 나선다. 다음달 2일에는 철도노조가 국토교통부의 인력 감축과 철도 통합 등의 정책에 반대하며 총파업을 벌인다. 이번에 예고된 파업들은 대부분 민노총 산하 노동조합이 정부를 상대로 특정 사항을 요구하는 ‘대정부 투쟁’의 성격이 강하다. 이 때문에 연말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란봉투법) 등의 노동 관련 입법과 노동개혁안 발표를 앞두고 민노총이 대정부 세력 과시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민노총은 22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파업 총력 투쟁을 선포했다. 또 개혁 입법을 쟁취하기 위한 농성 투쟁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양경수 민노총 위원장은 “노동 현장에서 죽음이 끊이지 않고 어느 곳 하나 안전하지 않은 세상인데 윤석열 정권과 국회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말했다. 노란봉투법 입법, 안전운임제 일몰 폐지, 교통·의료·돌봄 민영화 중단 및 공공성 강화 등을 정부와 국회에 요구하기도 했다. 민노총은 다음달 3일에는 대규모 전국노동자대회를 열 계획이다.정부는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노동계 파업까지 덮치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미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의 ‘3고(高)’ 현상으로 산업계가 어려움을 호소하는 와중에 화물연대 파업으로 물류 운송까지 차질을 빚으면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산업계는 앞서 6월 화물연대 총파업 때 약 2조 원 규모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앞으로 개별 기업 노조의 파업도 잇따를 전망이다.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3사인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노조는 다음 달 처음으로 공동 파업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3사 노조는 다음 달 6, 7일 순환 파업, 13일 전면 파업에 나설 예정이다. 3사 노조는 기본급 인상과 임금피크제 폐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연말 공공부문 파업으로 시민들의 불편도 예상된다. 고속철도와 지하철 등의 교통수단이 파업으로 운행에 차질을 빚으면 출근길 대란 등이 우려된다. 특히 서울교통공사 노조의 파업은 30일부터 무기한 예정돼 있어 이 같은 우려를 키운다. 맞벌이 학부모들은 25일 학교 비정규직 파업으로 급식과 돌봄에 공백이 생길 것을 걱정하고 있다. 인천 남동구에서 초등학교 2학년 딸을 키우는 강모 씨는 “연차휴가를 다 썼는데 갑자기 아이를 어디다 맡겨야 할지 모르겠다”며 난감해했다. 파업과 함께 노동계가 잇따라 대규모 집회에 나서며 이로 인한 불편도 커지고 있다. 22일에도 민노총 산하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이 서울 도심에서 연 집회로 장시간 차량 정체가 발생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21일 노동계를 향해 “어려운 경제 여건을 감안해 파업이나 집회를 자제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결해나가는 데 동참해달라”고 당부했다.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2년 7개월 동안 화장품 판매 업체에서 일했던 30대 A 씨는 스스로 일을 그만둔 뒤 다른 회사에서 90일 미만 단기계약직으로 일했다. 단기계약이 끝난 뒤인 9월부터는 실업급여를 받고 있다. A 씨는 원래대로라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다. 다니던 직장을 자발적으로 그만뒀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기계약을 거치면서 ‘비자발적 퇴직자’로 분류돼 실업급여 수령이 가능해졌다. 2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A 씨처럼 자발적 퇴직 후 우회적으로 실업급여를 받은 ‘우회 수급자’가 올해 1∼9월 4만5087명이었다. 자발적 퇴직 후 새로 취업한 사업장에서 90일 미만으로 일하고 비자발적으로 그만둔 사람을 집계한 숫자다. 실업급여를 받으려면 실직 전 18개월 중 180일 이상 고용보험에 가입하고, 비자발적으로 일을 그만둬야 한다. 다만 이 두 가지 조건을 한 곳에서 충족할 필요가 없다. 이 때문에 고용보험 조건을 충족한 직장에서 스스로 그만둔 뒤 짧게 근무한 곳에서 해고, 권고사직, 계약만료 등 비자발적 퇴직 조건을 충족하는 식으로 실업급여를 받는 게 가능하다. 이 같은 실업급여 우회 수급자는 매년 늘고 있다. 2019년 3만302명에서 2021년 4만7152명으로 2년 만에 55.6% 늘었다. 이들이 받아간 실업급여 금액도 이 기간 1567억 원에서 2963억 원으로 불어났다. 실업급여 우회 수급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하지만 실업급여를 받을 목적으로 일을 그만둔 뒤 일부러 단기계약직으로 일하는 등 악용 소지가 적지 않다. 고용부는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우회 수급자의 경우 실업급여 신청 후 실제 지급까지 걸리는 기간을 1주에서 4주로 늘리는 법 개정안을 지난해 11월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1년 가까이 논의가 지지부진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정부가 지난달 20대 근로자 사망사고를 낸 SPC 계열사 SPL에 대해 ‘일자리 으뜸기업’ 선정을 취소하기로 했다. 고용노동부는 18일 으뜸기업 선정 취소 심사위원회를 열고 SPL에 대한 선정 취소를 의결했다. 이 회사의 제빵공장에서 지난달 15일 근로자 A 씨(23)가 소스 배합기에 몸이 끼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가 난 배합기에 안전장치가 부착돼있지 않았고, SPL이 사고 발생 다음 날 공장을 재가동하는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이 취소 사유로 작용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2주 정도 마지막 의견 청취 절차를 거친 후 SPL에 공식 취소 통보가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사고 이후 SPL이 2020년 일자리 으뜸기업으로 선정돼 3년간 정기 근로감독을 면제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일자리 으뜸기업이란 양질의 일자리 창출 공로를 인정받은 기업을 선정해 각종 혜택을 주는 제도다. 선정 기업은 3년간 정기 근로감독을 면제 받고 각종 장려금, 융자금 등을 우선 지원 받을 수 있다. 근로감독 면제와 별개로 산업안전감독은 받기 때문에 그동안 SPL에 대한 산업안전감독은 이뤄졌다. 이번 취소 결정은 2018년 일자리 으뜸기업 제도 도입 후 2번째다. 앞서 직장 내 괴롭힘 등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네이버에 대해 올해 4월 으뜸기업 선정이 취소된 바 있다. 고용부는 일자리 으뜸기업에 대한 혜택이 과도하다는 지적을 수용해 정기 근로감독 면제 혜택을 제외하는 방안을 포함해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주 52시간제 개편 방안을 마련 중인 전문가들이 현재 ‘주(週)’마다 적용되는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최대 ‘연(年)’ 단위까지 다양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전문가들이 다음 달 13일 최종안을 내놓으면 이를 반영해 근로시간제도를 개편할 방침이다. 정부의 노동개혁을 위한 전문가 기구인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17일 간담회를 열고 검토 중인 근로시간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앞서 6월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동시장 개혁 방향을 발표하면서 전문가들로 구성된 이 연구회에 구체안 마련을 맡겼다. 연구회가 검토하는 근로시간제 개편의 핵심은 1주일인 연장근로시간의 관리 단위를 늘리는 것이다. 현행 주 52시간제에서는 1주일에 기본 근로시간 40시간, 연장근로시간 12시간까지 일할 수 있다. 여기서 연장근로 12시간을 주간 단위로 규제하는 게 아니라 월, 분기, 반기, 연간 등의 단위로 잡고 ‘주당 평균’ 12시간 연장근로를 허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업무 스케줄에 따라 월말, 연초 등 특정 시기에 연장근로를 몰아서 하는 게 가능하다. 연구회는 구체적으로 △월 단위(1안) △월·분기·반기 단위(2안) △월·분기·반기·연 단위(3안)의 세 가지 안을 제시했다. 관리 단위를 복수로 제시한 2, 3안은 전체 사업장에 일괄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장마다 업무 특성을 고려해 하나의 관리 단위를 선택하는 방식이다. 아직 구체적인 운영 방식은 나오지 않았다. 연구회 측은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지금보다 늘리면 ‘11시간 연속 휴식 보장’ 조치 등을 도입하겠다. 이를 감안하면 관리 단위를 늘리더라도 주당 근로 가능시간이 최대 69시간으로 제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근로시간 저축계좌제 도입… 연장-휴일근로 모아 휴가로 사용 주52시간제 개편 검토안특정시기에 집중근무 가능하게연장근로 관리 최대 1년 탄력적용노동계 “기업 입장만 대변” 반발법 개정 필요… 야당 설득도 과제 정부가 연구회를 통해 주 52시간제를 개편하려는 것은 산업과 사업장마다 다른 업무 환경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아서다.○ 근로시간 ‘선택권’ 늘리기아이스크림 공장이나 에어컨·난방기 제조업체처럼 계절적 수요가 몰리는 업종에서는 연장근로를 주 단위로 지키기 어렵다는 하소연이 많았다. 연구개발(R&D)이나 영화·드라마 촬영 등 특정 시기에 집중 근무해야 하는 업종 역시 어려움을 호소했다. 정부는 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탄력적 근로시간제, 선택적 근로시간제(선택근로제) 등의 유연근무제를 확대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이에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늘려 사업장과 근로자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이 이번 개편안의 핵심 내용이다. 마찬가지로 선택근로제의 정산 기간과 대상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한다. 선택근로제는 정산 기간(1∼3개월) 동안 평균 주 52시간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근무시간을 조정하는 제도다.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도 도입한다. 근로자가 연장·야간·휴일근로를 하면 이를 시간으로 저축해 뒀다가 원할 때 휴가로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추가 근로를 휴가로 저축하면 임금을 더 받는 것보다 높은 할증을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예를 들어 연장근로 1시간을 했다면 원래 1.5배의 가산수당을 받는데 시간으로 저축하면 2시간을 적립해 주는 식이다.○ 노동계 “기업 입장만 대변”17일 연구회가 공개한 방안은 앞서 6월 고용부가 발표한 개편 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당시 ‘월 단위 등’으로 제시했던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구체화하면서 ‘연 단위’까지 열어 놓은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그간 노동계는 관리 단위를 월로 늘리는 안에 대해서도 “주 52시간제를 무력화한다”며 정부를 비판해 왔다. 이번에 반기, 연 등으로 확대하는 안이 나옴에 따라 노동계의 반발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이날 연구회 검토안에 대해 “결국 기업이 원할 경우 장시간 압축노동을 가능하게 하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연구회가 제시한 11시간 연속 휴식제나 휴가 확대 방안 역시 “주어진 연차 휴가도 제대로 소진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일한 시간만큼 임금을 주지 않는 수단으로 악용될 것”이라며 “이번 개편 논의는 노동자가 아닌 기업 입장만 대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연구회 좌장인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개편 검토안이) 주 52시간제를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다”라며 “현 제도가 효율적이지 못하다고 보고 선택권을 넓히자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연구회 소속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관리 단위가 길어질수록 필요한 건강권 보호 조치를 병행해서 보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 달 13일 최종안 발표연구회는 이날 공개한 안을 토대로 추가 논의를 거친 뒤 다음 달 13일 최종 권고문을 내놓는다. 연구회가 근로시간제와 임금체계,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편안을 모두 담은 권고문을 내놓으면 정부는 이를 반영해 필요한 입법 조치 등에 나설 계획이다.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 확대는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라 야당과 노동계를 설득해야 한다. 연장근로를 할 때 거쳐야 하는 근로자 동의 절차를 어떻게 보완할지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현재 근로기준법에는 주 12시간 연장근로에 대해 ‘당사자 간 합의’해야 한다고만 명시돼 있다. 연구회 소속의 한 교수는 “거대 야당이 입법 주도권을 쥔 만큼 실제 입법까지 험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서울 용산구에서 쌀국숫집을 운영하는 박모 씨(61)는 정부에 신고하지 않고 외국인 유학생 2명을 아르바이트생으로 쓰고 있다. 최근 한국인 아르바이트생 구하기가 어려운 와중에 외국인 유학생들은 취업 시간 제한이 까다로워 신고해도 허가가 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박 씨는 “근처에서 외국인 유학생을 고용한 식당은 대부분 (나처럼) 불법 고용일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자영업 구인난이 심해지면서 박 씨처럼 외국인 유학생을 아르바이트생으로 고용하는 가게가 늘고 있다. 하지만 유학생은 취업 허용 시간이 주중 10∼35시간으로 제한돼 있어서 아예 신고를 하지 않고 불법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 아르바이트에 나서는 외국인 유학생 수는 갈수록 늘어나는데 이들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인난에 급증하는 유학생 알바 14일 법무부에 따르면 올해 1∼9월 시간제 취업 허가를 받은 외국인 유학생은 1만3224명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유학생 신분(D-2, D-4 비자)으로 입국한 외국인에게 학업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취업을 허용하고 있다. 시간제 취업에 나선 외국인 유학생 수는 매년 증가해 2017년 4171명에서 지난해 1만2370명으로 늘었다. 올해는 9월까지 이미 지난해 전체 허가자 수를 넘어섰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자영업 구인난과 비싼 생활비를 충당하려는 외국인 유학생 수요가 맞물려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감소했던 대면 서비스업 수요가 회복하면서 구인 수요는 늘었지만 배달 등 플랫폼 노동 증가로 식당, 카페 등에서 일하는 사람은 줄었다. 서울 중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최모 씨(45)는 “구인 공고를 냈더니 연락 온 사람 6명이 전원 외국인 유학생이었고 한국인은 한 명도 없었다”고 했다. 문제는 유학생 취업 조건이 까다로워서 정식 허가를 받고 일하는 사람이 적다는 점이다. 유학생의 취업 허용 시간은 학위 과정과 한국어 능력에 따라 다르다. 예를 들어 학사과정 3, 4학년은 한국어 능력(토픽, KIIP) 4급 미만이면 주중 10시간, 4급 이상이면 25시간까지 가능하다. 원래 주중 최대 20시간이었지만 올해 5월부터 추가 조건을 충족하면 최대 가능시간을 5시간씩 늘려줬다. 단, 요구되는 한국어 수준을 갖춘 경우 주말과 방학에는 시간제한이 없다. 이와 별개로 외국인 유학생은 직전 학기 학점이 평균 2.0을 넘지 않으면 시간제 취업이 아예 불가능하다. 자영업자들은 이 같은 기준이 ‘비현실적’이라고 주장한다. 서울 광진구의 한 치킨집 사장은 “지금 일하는 유학생 알바는 정식 신고를 했지만 정해진 시간을 넘겨 일하고 있다”며 “법에 정해진 대로 주중에 하루 2∼5시간만 일한다면 학생들은 생활비를 벌기 힘들고, 우리는 하루에 아르바이트생을 2, 3명씩 써야 해 불가능한 구조”라고 말했다. ○ 불법 내몰리지 않게 제도 보완해야불법으로 일하는 유학생들은 불안함과 어려움을 호소한다. 당국 허가 없이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베트남 유학생 A 씨는 “불법인 걸 알지만 정해진 시간만 일해선 학비와 생활비를 충당하기 어렵다”며 “주변 친구들도 대부분 시간제한 때문에 불법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가를 받았지만 정해진 시간을 초과해 일했던 카자흐스탄 유학생 B 씨(28)도 “한국 주거비와 물가가 비싸 유학생 대부분 알바를 병행한다”며 “나처럼 신고한 뒤에 몰래 정해진 시간을 넘겨 일하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인도네시아 유학생 C 씨(25)는 “한국 학생은 성적이 낮아도 알바를 할 수 있는데 외국인만 학점이 낮다고 못 하게 하는 건 부당하다”며 “적발되면 강제 출국당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불법 알바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유학생의 경우 학업이 우선이라는 제도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불법 고용이 증가하는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금처럼 불법 고용을 방치하면 유학생들이 임금체불이나 최저임금 미지급 등 여러 부당 노동행위에 노출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류지웅 동국대 법과대학 연구교수는 “여러 제약 때문에 유학생들이 불법에 내몰린다면 제도를 현실성 있게 바꿔야 한다”며 “제도 도입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취업 시간 제한을 완화하는 등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소설희 인턴기자 이화여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서울 용산구에서 쌀국수집을 운영하는 박모 씨(61)는 정부에 신고하지 않고 외국인 유학생 2명을 아르바이트생으로 쓰고 있다. 최근 외국인 유학생이 아닌 한국인 아르바이트생 구하기가 어려운데 유학생들은 취업시간 제한이 까다로워 신고해도 허가가 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박 씨는 “근처에서 유학생을 고용한 식당은 대부분 (나처럼) 불법 고용일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자영업 구인난이 심해지면서 박 씨처럼 외국인 유학생을 아르바이트생으로 고용하는 가게가 늘고 있다. 하지만 유학생은 취업 허용시간이 주중 10~35시간으로 제한돼 신고 없이 불법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 아르바이트에 나서는 외국인 유학생 수는 갈수록 늘어나는데 이들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인난에 급증하는 유학생 알바 14일 법무부에 따르면 올해 1~9월 시간제 취업 허가를 받은 외국인 유학생은 1만3224명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유학생 신분(D-2, D-4 비자)으로 입국한 외국인에게 학업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취업을 허용하고 있다. 시간제 취업에 나선 외국인 유학생 수는 매년 증가해 2017년 4171명에서 지난해 1만2370명으로 늘었다. 올해는 9월까지 이미 지난해 전체 허가자 수를 넘어섰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자영업 구인난과 비싼 생활비를 충당하려는 외국인 유학생 수요가 맞물려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감소했던 대면 서비스업 수요가 회복하면서 구인 수요는 늘었지만 배달 등 플랫폼 노동 증가로 식당, 카페 등에서 일하는 사람은 줄었다. 서울 중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최모 씨(45)는 “구인 공고를 냈더니 연락 온 사람 6명이 전원 외국인 유학생이었고 한국인은 한 명도 없었다”고 했다. 문제는 유학생 취업 조건이 까다로워서 정식 허가를 받고 일하는 사람이 적다는 점이다. 유학생의 취업 허용시간은 학위과정과 한국어 능력에 따라 주중 10~35시간으로 다르다. 예를 들어 학사과정 3, 4학년은 한국어 능력(토픽, KIIP) 4급 미만이면 주중 10시간, 4급 이상이면 25시간까지 가능하다. 단, 요구되는 한국어 수준을 갖춘 경우 주말과 방학에는 시간제한이 없다. 원래 주중 최대 20시간이었지만 올해 5월부터 추가 조건을 충족하면 최대 가능시간을 5시간씩 늘려줬다. 이와 별개로 외국인 유학생은 직전 학기 학점이 평균 2.0을 넘지 않으면 시간제 취업이 아예 불가능하다. 자영업자들은 이 같은 기준이 ‘비현실적’이라고 주장한다. 서울 광진구의 한 치킨집 사장은 “지금 일하는 유학생 알바는 정식 신고를 했지만 정해진 시간을 넘겨 일하고 있다”며 “법으로 정해진 대로 주중에 하루 4, 5시간만 일한다면 학생들은 생활비를 벌기 힘들고 우리는 하루에 아르바이트생을 2, 3명씩 써야 해 불가능한 구조”라고 말했다. ● 불법 내몰리지 않게 제도 보완해야 불법으로 일하는 유학생들은 불안함과 어려움을 호소한다. 당국 허가 없이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베트남 유학생 A 씨는 “불법인 걸 알지만 정해진 시간만 일해선 학비와 생활비를 충당하기 어렵다”며 “주변 친구들도 대부분 시간제한 때문에 불법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가를 받았지만 정해진 시간을 초과해 일했던 카자흐스탄 유학생 B 씨(28)도 “한국 주거비와 물가가 비싸 유학생 대부분 알바를 병행한다”며 “나처럼 신고한 뒤에 몰래 정해진 시간을 넘겨 일하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인도네시아 유학생 C 씨(25)는 “한국 학생은 성적이 낮아도 알바할 수 있는데 외국인만 학점이 낮다고 못하게 하는 건 부당하다”며 “적발되면 강제출국 당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불법 알바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유학생의 경우 학업이 우선이라는 제도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불법 고용이 증가하는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금처럼 불법 고용을 방치하면 유학생들이 임금체불이나 최저임금 미지급 등 여러 부당 노동행위에 노출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류지웅 동국대 법과대학 연구교수는 “여러 제약 때문에 유학생들이 불법에 내몰린다면 제도를 현실성 있게 바꿔야 한다”며 “제도도입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취업시간 제한을 완화하는 등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소설희 인턴기자 이화여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유령 근로자’ 50여 명을 모집해 허위로 임금체불 신고를 시킨 뒤 대지급금 6억7000여만 원을 가로챈 사업주가 구속됐다. 13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전주지청은 허위 근로자 50여 명을 모집해 간이대지급금을 부정수급한 A 씨(59)를 임금채권보장법 위반 혐의로 11일 구속했다. A 씨가 이렇게 챙긴 대지급금은 6억7000여만 원에 이른다. 대지급금이란 기업 도산 등으로 근로자가 임금을 받지 못했을 때 정부에서 사업주를 대신해 일정 범위 내에서 체불임금을 먼저 지급해주는 제도다. 정부는 이 돈을 나중에 사업주에게 돌려받는다. 도산한 기업의 근로자가 받을 수 있는 도산대지급금의 상한액은 2100만 원이다. 지방고용노동관서가 체불 사실을 확인하는 등의 경우에 주는 간이대지급금의 상한액은 퇴직자 1000만 원, 재직자 700만 원이다. A 씨는 자신이 운영하던 사업장의 경영이 악화되자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 그는 2020년부터 6명의 모집책을 동원해 생활고를 겪거나 빚에 시달리는 50여 명을 모집해 전북 남원시 사업장 1곳과 경남 함양군의 사업장 2곳에 근로자로 허위 등록했다. 허위 등록된 근로자들에게는 “나중에 대지급금을 변제하면 문제가 없다”고 속였다. 이들이 임금체불을 당했다고 노동청에 신고해 간이대지급금을 받으면 A 씨는 이 금액의 대부분을 편취해 자신의 생활비와 채무 변제 등에 사용했다. 이번 사건은 남원시 사업장에서 다수의 임금체불 진정서가 접수된 것을 수상하게 여긴 담당 근로감독관이 수사에 착수하면서 적발됐다. 수사가 본격화되자 A 씨는 허위 근로자들에게 출석 조사일을 연기하라고 하거나 허위 진술을 지시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한 정황도 포착됐다. A 씨는 이와 별도로 지인 20여 명을 자신의 사업장에 허위 등록한 뒤 고용보험에 가입시켜 실업급여 1억7000여만 원을 부정하게 받게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전주지청은 A 씨를 구속 수사하는 한편 나머지 가담자들까지 수사를 마무리한 뒤 조만간 이들을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4차 산업혁명에선 모든 산업이 반도체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반도체 인력 수요가 계속 팽창할 것입니다.” 국민의힘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양향자 의원(무소속)은 8일 서울 용산구 한국폴리텍대 서울정수캠퍼스에서 열린 특별강연에서 이렇게 전망했다. 이날 강연은 ‘과학기술 패권국가―세계를 선도하는 부민강국으로 가는 길’을 주제로 폴리텍대 재학생들에게 신기술 인재 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열렸다. 폴리텍대는 경기 안성시 반도체융합캠퍼스 중심으로 전국 4개 캠퍼스에서 반도체 분야 9개 학과를 운영하고 있다. 양 의원은 “세계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미국이 중국을 제재하는 상황은 대한민국에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이는 기술 인재가 얼마나 준비되어 있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에 여러분이 이 기회를 확실하게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 ASML과 대만 반도체 기업 TSMC의 기업 가치가 2년 전 대비 성장했고 앞으로도 반도체 시장은 유망하다”며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력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 본인이 실력만 갖추고 있다면 기회는 무궁무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삼성전자 임원이 (연봉을) 많이 받는데 글로벌 기업들은 더 많이 주고 (인재를) 데려갈 역량이 있다”며 “역량을 갖춘 기술자들은 자신의 몸값을 무궁무진하게 올릴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양 의원은 1985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메모리사업부 상무까지 지낸 반도체 엔지니어 출신 국회의원이다. 삼성전자 최초의 고졸 여성 임원으로 지명도를 얻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김수연 인턴기자 성균관대 경제학과 수료}
《4차 산업혁명으로 달라진 일자리 환경에도 한국의 임금체계는 여전히 1987년 이후 강화된 호봉제에 머물고 있다. 저성장·고령화 시대에 근무연수 중심의 급여 체계는 한계에 부닥쳤다. MZ세대는 공정한 보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전문가들은 고령자 고용, MZ세대의 공정 요구, 임금 격차 해소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을 해법으로 임금 개편을 꼽는다. 하지만 노사 간 이해관계가 복잡해 쉽지 않은 과제이기도 하다. 》연공서열에 묶인 임금체계… ‘공정 보상’ 요구하는 청년들 대형 조선사에서 용접을 하는 10년 차 직원 A 씨는 지난해 연봉 5800만 원을 받았다. 반면 중장비가 움직일 때 주변을 통제하는 신호수인 20년 차 직원 B 씨는 지난해 6600만 원을 받았다. 대형 조선사 생산직은 연차별로 임금이 오르는 호봉제를 적용받는다. 현재 업무 강도는 A 씨가 훨씬 높지만 ‘선배’인 B 씨가 더 많은 연봉을 받는 이유다. 이 회사 관계자는 “예전엔 젊은 직원들이 ‘나도 나중엔 저렇게 편해지겠지’ 하고 생각했지만 요즘은 업황이 어렵고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져 호봉제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연차 높은 직원이 업무와 관계없이 많은 급여를 받는 것은 비단 이 조선소만의 현상이 아니다. 지난해 30년 이상 일한 국내 근로자 평균 임금은 1년 미만 근로자의 2.87배에 달했다. 유럽연합(EU)의 1.65배(2018년)를 크게 웃돈다. 급변하는 산업 환경에도 여전히 연공서열에 묶여 있는 한국의 임금체계 개편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부작용 커지는 호봉제7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100인 이상 사업체 중 연차에 따라 임금이 오르는 호봉제를 운영하는 곳은 전체의 55.5%였다. 특히 규모가 큰 1000인 이상 사업체의 호봉제 비율은 70.3%에 달했다. 한국이 유독 근속 30년 이상 근로자와 1년 미만 근로자의 임금 격차가 큰 것은 이런 호봉제 유지의 영향이 적지 않다. 고도성장기에 장기근속을 유도하려고 확산된 호봉제는 급변하는 산업 환경과 저성장·고령화 시대를 맞아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호봉제 비율이 높은 공공부문은 부분적으로만 성과를 반영한 임금체계를 도입하면서 임금이 왜곡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한 공공기관에 2000년 입사해 2014년 부장으로 승진한 C 씨(48)는 지난해 7246만 원을 받았다. 반면 입사 동기인 D 씨(48)는 2020년 부장으로 승진했는데, 600만 원가량 더 많은 7876만 원을 받았다. 이 기관은 평직원에겐 호봉제를, 부장 이상 관리자에게는 성과를 반영한 연봉제를 적용한다. 7년 늦게 승진한 D 씨가 호봉제를 더 오래 적용받으며 임금이 역전된 것이다. 기관 관계자는 “먼저 승진한 사람이 더 보상받아야 하는데 실상은 그 반대”라고 말했다. 대기업의 정규직 중심으로 운영되는 호봉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를 키우는 요인이기도 하다. 대기업 직원은 한곳에서 20년 넘게 일하며 매년 임금이 오르지만 중소기업 직원은 열악한 근로조건과 잦은 사업체 변경 등으로 장기근속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 MZ세대 “지금 일한 만큼 받아야 공정”최근 20, 30대 젊은 직원들이 공정한 보상을 요구하고 나선 점도 임금 개편에 힘을 싣고 있다. 이직이 활발한 젊은 세대들은 ‘나중에 더 받기’보다 ‘지금 일한 만큼 받기’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본보가 취업플랫폼 캐치에 의뢰해 지난달 20, 30대 직장인 12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71.9%(863명)가 연차에 따른 호봉제에서 직무급 또는 성과급으로 바꾸는 것에 찬성했다. 8년 차 직장인인 한 응답자(36)는 “어려운 직무를 맡은 직원과 상대적으로 업무 강도가 낮은 직원이 같은 급여를 받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응답자(23·여)도 “하는 일 별로 없는 사람들이 연차가 많다고 고액의 임금을 받는다”며 “시대가 바뀌었으니 호봉제는 폐지돼야 한다”고 했다. 3년 차 공무원인 30대 김모 씨(여)는 “같은 7급인데 호봉이 높다는 이유로 월급을 더 받는 사람들을 보면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열심히 한다고 더 받는 것도 아닌데 열심히 할 유인이 없다”고 했다. 임금체계 개편에 부정적인 응답자들도 대부분 호봉제를 옹호한다기보다는 바뀔 임금체계의 공정성을 신뢰하지 못하기에 반대했다. 임금체계 개편에 반대한 응답자(337명)의 65.9%(222명)는 ‘평가 기준이 공정하다면 찬성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임금피크제 대체할 근본 해법 시급 전문가들은 2016년 60세 정년 법제화 때가 국내 임금 개편의 최적기였다고 꼽는다. 하지만 당시 정년을 늘리는 대신에 고령 근로자의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라는 임시방편을 도입하는 데 그쳤다. 최근 제조업 고령화가 더욱 심해지면서 산업계에선 정년 연장과 임금피크제를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한계에 봉착한 임금피크제를 대신할 근본적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고령화 시대 인력 수급과 고령자 고용 안정 등을 위해 과도한 연공(年功) 중심의 임금체계를 바꾸는 건 시급하고 절박한 과제”라고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9월 ‘2022년 한국 경제 보고서’에서 “한국 정부는 사회적 파트너들과 협력해 (연공서열 중심의) 임금을 직무 요건과 능력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임금직무혁신센터 소장은 “당장 직무급으로 바꾸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우니 호봉제의 연공성을 완화하는 식으로 서서히 바꿔야 한다”고 했다. 유규창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공무원, 공공기관부터 임금체계를 선도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일부 MZ “깜깜이 평가받을바엔… 차라리 호봉제가 덜 억울” “근로자가 수긍할 평가체계 구축이 임금체계 개편의 성공 열쇠” “팀장하고 친한 순서로 평가받을 거라면 차라리 호봉제가 덜 억울하죠.” 대기업 직원 정모 씨(32)는 지난해 인사 평가 면담에서 “평가 결과가 마음에 드느냐”란 부서장의 질문에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솔직히 답변했다. 그는 당시 자신의 업무 성과를 설명하면서 반대로 ‘평가 근거’에 대해 물어봤다. 결국 명쾌한 이유는 듣지 못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정 씨 부서에서 평가를 가장 잘 받은 이는 부서장의 개인 경조사까지 챙기는 친한 동료 직원이었다. 정 씨는 “차라리 나보다 일을 더 잘해서 그에게 좋은 평가를 줬다는 말을 들었다면 납득했을 것”이라며 “그 직원도 일을 못한 건 아니지만 찜찜했다. 두 사람이 업무를 비슷하게 한다면 평가자가 더 친한 사람에게 높은 평가를 주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흔히 ‘능력 우선’이라고 생각하는 MZ세대 중에서도 호봉제에 찬성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들의 이유를 들어보면 호봉제 자체를 지지해서만은 아니다. 합리적인 보상을 원하지만 기존 경험에 비춰 볼 때 평가가 불합리할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청년들은 직장 내 평가의 문제점으로 평가자와의 사적 친분이 영향을 끼치거나 직무와 성과를 객관적으로 측정 평가하기 어려운 점을 꼽았다. 공무원 이모 씨(32)는 재작년에 누구나 부서 내 주요 업무를 도맡았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인사고과에서는 중상 등급인 ‘A’를 받았다. 반면 근무시간에 종종 몰래 외출이나 게임을 하던 직원이 최상 등급인 ‘S’를 받는 것을 봤다. 이 씨는 “부서장이 ‘고생한 건 알지만 돌아가면서 고과를 줘야 한다’고 했다”며 “이런 깜깜이 평가가 임금으로 연계되면 억울할 텐데, 그래도 호봉제가 유지되면 언젠가 내가 많이 받는 순서가 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당장 직무·성과급제를 전면 도입하기보다는 기업과 직무 특성 등에 따라 다양한 혼합형 임금체계를 도입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정보기술(IT) 업계 종사자 A 씨는 “IT 업종은 직무 난이도가 높지만 객관적 성취도를 파악하기 어렵다. 호봉제를 토대로 직무급을 보완하는 방식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근로자가 수긍하는 직무·성과 평가체계 구축이 MZ세대는 물론이고 전체 임금체계 개편의 성공 열쇠라고 말한다. 최영기 전 한국노동연구원장은 “회사가 독단적, 자의적으로 직무·성과평가 시스템을 만든다면 근로자들의 거부감이 심할 수밖에 없다”며 “평가체계 설계에 근로자가 참여하고 미국의 ‘오넷’처럼 정부가 직무별 시장임금 정보 인프라를 구축해 객관적 기준을 제시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주애진 기자 jaj@donga.com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건설 일용직으로 일해 온 안창배 씨(66)는 올해 새벽 인력시장에 나가도 일을 구하지 못하고 허탕 치는 일이 부쩍 늘었다. 1월 27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뒤부터 건설현장의 ‘고령자 기피’ 현상이 더 심해졌기 때문이다. 안 씨는 “큰 현장일수록 혈압 검사 등 조건이 까다로워서 이런 곳엔 아예 갈 생각도 안 한다”고 전했다. 3일 인력중개업소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 고령 근로자들이 건설현장에서 일자리를 얻는 게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근로자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원도급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까지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건설사들이 기존에도 선호하지 않던 고령 인력을 사고 위험이 높다고 보고 더욱 기피하게 된 것이다. 실제로 본보 취재진이 지난달 27일 서울 구로구 남구로역 인근 인력시장에서 만난 고령의 일용직 근로자들은 일거리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고 입을 모았다. 유정남 씨(73)는 이날 오전 4시에 나왔지만 3시간 동안 일을 얻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45년 경력자인 그는 “현장까지 가서 건강진단서를 보여줘도 그냥 돌아가라고 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남구로역 인근 인력중개업소에서 일하는 이모 씨(42)는 “예전엔 건강진단서만 있으면 고령자도 써줬는데 요즘 큰 현장은 65세 넘으면 거의 못 간다”며 “일 잘하고 건강해도 괜히 나이 많은 사람 썼다가 사고 날까 봐 건설사들이 꺼린다”고 설명했다. 현장 인력을 채용하는 하도급 기업들은 인력난이 심해 고령 인력이 아쉬운데도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비전문취업비자(E-9)로 일하는 외국인 건설 근로자가 2019년 말 8100명에서 올해 9월 기준 5600명으로 줄어드는 등 건설현장의 인력난은 심각한 상황이다. 건설 하도급 업체 인력 담당자인 임모 씨(46)는 “원도급이 정한 나이 제한이 원래는 65세였는데 요즘은 60세까지 내려가고 있다”며 “고령자를 쓰려면 우리가 원도급에 ‘관리 잘하겠다’는 서약서를 내고 결재 받아야 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대한전문건설협회 관계자는 “젊은층 유입은 없는데 원도급에서 자꾸 나이 제한을 해 인력 운용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사고를 줄이려는 중대재해처벌법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이로 인해 고령자가 고용시장에서 차별 받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나이를 기준으로 제약을 두기보다 신체 능력을 테스트하는 등의 대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손준영 인턴기자 연세대 영어영문학과 졸업}
농심의 라면공장에서 작업하던 20대 직원이 냉각기 끼임 사고로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2일 농심 측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경 부산 사상구 농심 공장에서 포장 작업을 하던 20대 여성 직원 A 씨가 라면 냉각기에 옷이 끼이며 팔을 다쳤다. 이 사고로 A 씨는 어깨가 골절됐고 근육에 손상을 입었다. 사고 직후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응급조치를 받았고 전문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사고가 난 냉각기는 포장 전 튀긴 라면을 식히는 기계로 상하로 움직이는 기계에 옷이 끼이면서 팔이 딸려 올라간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 당시 공동 작업자가 비상정지 버튼을 눌러 기계를 정지시키고 즉각 119에 신고했다. A씨는 동료들과 야간작업 중이었다. 농심 측은 해당 생산 동 전체 작업을 중단시키고 전 직원을 철수시켰다. 농심 관계자는 “경찰 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사고 방지 대책을 마련해 같은 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 공장에선 유럽 수출용 제품과 일부 내수용 제품을 생산한다. 최근 식품업체 안전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15일 SPC 계열사인 SPL의 경기 평택시 제빵공장에서 20대 직원이 소스 교반기 안으로 상반신이 들어가는 사고로 사망했다. 끼임이 감지되면 자동으로 작동을 멈추는 장치(인터록)가 없어 사고를 키웠다. 같은 달 23일에는 SPC 계열사인 경기 성남시 샤니 제빵공장에서 40대 직원이 손 끼임 사고를 당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20대 근로자 끼임 사망 사고를 냈던 SPL을 포함한 SPC 전 계열사에 대해 지난달 31일부터 수시 근로감독을 진행 중이라고 2일 밝혔다. 이를 통해 SPC 계열사에서 최근 1년 동안 근로시간, 임금 지급 등과 관련해 위반한 사항이 있는지 점검한다. 이번 근로감독은 앞서 진행된 산업안전보건감독과 별개로 실시된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정부가 24일부터 비닐봉투 등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강화하되 단속은 1년 동안 유예하기로 했다. 환경부는 1일 이 같은 내용의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확대 시행 방안을 발표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24일부터 편의점과 제과점에서 일회용 비닐봉투를 구매할 수 없게 된다. 비닐봉투 사용 금지 규정은 2019년 1월 면적 3000m² 이상 백화점, 마트 등 대규모 점포에 적용됐는데, 이번에 편의점 등 종합소매업과 제과점까지 확대되는 것이다. 종이 재질의 봉투나 쇼핑백은 기존처럼 받을 수 있다. 카페, 식당 등 식품접객업소 안에서는 일회용 종이컵, 플라스틱 빨대나 막대를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대규모 점포에서 비 오는 날 우산비닐을 비치하는 것도 금지된다. 지난해 12월 말 개정된 시행규칙에 따른 조치다. 시행규칙 개정 이후 소상공인 등 관련 업계는 규제 시행일이 다가올수록 부담이 크다고 호소했다.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어기면 최대 3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되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1년간 단속하지 않는 계도 기간을 두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이와 별개로 그동안 추진해 오던 식당 내 플라스틱 성분의 일회용 물티슈 사용 금지 방안은 철회했다. 그 대신 제조업체에 폐기물 부담금을 부과해 물티슈 생산 감축을 유도하기로 했다. 정부가 일회용품 규제와 관련해 또다시 ‘유예 카드’를 꺼내들자 정책 후퇴라는 비판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올해 6월로 예정됐던 일회용 컵 보증금제 시행 시기를 12월로 미루고, 시행 지역도 전국에서 세종, 제주로 축소했다. 한국환경회의는 이날 “이번 규제는 이미 지난해 말에 결정돼 시행일까지 1년 가까운 시간이 있었던 것”이라며 “계도 기간을 설정하면서 사실상 규제를 포기했다”고 주장했다.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이달 24일 카페, 식당에서 일회용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 사용이 금지되는 등 일회용품 사용 규제 확대 시행을 앞두고 정부가 1년간 단속을 유예하기로 했다. 식당 내 플라스틱 성분의 일회용 물티슈 사용을 금지하는 방안은 자체 철회했다. 환경부는 1일 이 같은 내용의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확대 시행 방안을 발표했다. 24일부터 식당, 카페 같은 식품접객업소와 집단급식소 내에서 일회용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할 수 없게 된다. 편의점과 제과점에선 비닐로 만든 일회용 봉투를 구매할 수 없다. 백화점, 대형마트 등 대규모 점포에서 비 오는 날 우산비닐을 비치하는 것도 금지된다. 지난해 12월 말 개정된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따른 조치다.시행일이 다가오면서 소상공인 등 관련 업계에서 부담이 너무 크다고 호소하자 정부는 1년간 계도기간을 두기로 결정했다. 시행 후 1년간 단속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어기면 최대 3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대신 사업주들의 자발적 참여로 매장 내 일회용품이 보이지 않게 하거나 무인 주문기에서 일회용품을 제공하지 않는 것을 기본값으로 설정하는 등 캠페인을 벌여 제도를 정착시키겠다고 했다. 일회용품 사용 규제 확대와 별개로 추진해온 식당 내 플라스틱 성분의 일회용 물티슈 사용 금지 방안은 철회하기로 했다. 대신 일회용 물티슈 생산 자체를 줄이기 위해 제조업체에 폐기물 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정부가 일회용품 규제 관련해서 또 다시 ‘유예 카드’를 꺼내들면서 정책 후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앞서 정부는 올해 6월 예정이던 일회용품 컵 보증금제 시행시기를 12월로 미루고 시행지역도 전국에서 세종과 제주로 축소했다. 올해 4월 시행된 카페·식당 내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 금지 규정 역시 단속을 하지 않고 있었다. 이날 환경부는 플라스틱 컵 금지 관련해서 “24일부터 중앙정부 단위의 단속 유예 지침은 해제한다”면서도 “지자체 여건에 따라 일부 단속 또는 계도기간 부여의 자율권을 주겠다”고 했다. 환경시민단체 연합인 ‘한국환경회의’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규제 내용은 이미 지난해 말 결정돼 시행일까지 1년 가까운 시간을 확보해 준비를 해왔다”며 “규제 대신 계도로 사실상 규제를 포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20대 구직자 3명 중 1명은 취업하는 대신 창업을 고려해 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가장 관심 갖는 창업 분야는 정보기술(IT) 업종과 카페, 식당 등 요식업이었다. 31일 채용플랫폼 캐치에 따르면 지난달 11∼14일 20대 구직자 1672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581명(34.7%)이 ‘취업 대신 창업을 고려해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창업 관심이 가장 컸던 분야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등 IT 관련 분야(199명·34.3%)였다. 카페, 식당 등 요식업 창업을 꼽은 응답자도 197명(33.9%)으로 많았다. 이어 △쇼핑몰, 도소매 등 유통 분야(93명·16.0%) △유튜버 등 콘텐츠 관련 사업(73명·12.6%) 순이었다. 창업을 고려해 본 응답자의 절반(288명·49.6%)은 그 이유에 대해 ‘도전해보고 싶은 창업 분야가 있어서’라고 답했다. 다음으로 ‘취업에 비해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것 같아서’(165명·28.4%), ‘직장생활보다 창업이 적성에 맞을 것 같아서’(96명·16.5%)라는 응답이 많았다. 창업을 고려하는 청년들은 주로 학교나 정부의 창업 지원을 통해 창업자금을 마련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 창업자금 마련 방법에 대한 질문에 학교 창업 프로그램을 꼽은 사람이 211명(36.3%), 정부 창업 지원금을 선택한 사람은 138명(23.7%)이었다. 반면 알바나 인턴, 직장생활을 통해 자본금을 직접 마련하겠다는 사람도 155명(26.7%)이었다. 김정현 진학사 캐치 소장은 “창업을 고려하는 20대가 늘어나는 가운데 무작정 창업에 도전했다가 현실의 벽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며 “스타트업 등에서 실무를 경험해보고 창업에 도전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앞으로 해외에 파견된 건설 근로자는 1년에 180일까지 특별연장근로를 할 수 있다. 사업주가 사후에 특별연장근로를 신청하는 기한은 ‘종료 일주일 이내’로 통일된다. 고용노동부는 31일부터 이 같은 내용의 ‘특별연장근로 인가제도 업무처리 지침’을 개정해 시행한다고 밝혔다. 특별연장근로는 불가피한 사유가 있을 때 사업주가 근로자의 동의와 정부의 인가를 받아 주 52시간을 초과해 근무시킬 수 있는 제도다. 재해·재난 수습, 생명·안전 관련, 돌발상황 수습, 업무량 폭증,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 등 5가지 사유에 한해 신청할 수 있다. 이날부터 해외 건설현장에 파견된 국내 근로자에 대해서는 현재 1년에 90일까지 가능한 특별연장근로를 180일까지 쓸 수 있다. 국내법과 해외 현지법이 같이 적용되는 해외 건설현장에 파견된 국내 근로자의 경우 현지 근로자와의 근로시간 차이 때문에 어려움이 크다는 건설업계의 애로사항을 고려한 조치다. 중동이나 동남아시아처럼 현지의 기상여건이 특수한 경우 일정기간에 집중적으로 일할 필요가 있다는 업계의 건의도 반영됐다. 특별연장근로 기간을 계산할 때는 실제로 사용한 기간을 기준으로 산정하기로 했다. 원래는 인가 받은 날짜부터 계산했다. 예를 들어 14일간 특별연장근로를 인가 받은 사업장에서 주문이 취소되거나 원자재가 제때 공급되지 않아 연장근로를 쓰지 않거나 7일만 사용해도 연간 한도 90일 중 14일을 모두 쓴 것으로 산정됐다. 이날부터 기간 변경 절차를 도입해 사업장에서 실제로 사용한 날짜만 반영하도록 바꿨다. 사업주는 처음 인가 받은 기간이 종료된 지 일주일 내에 실제 근로기간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첨부해 관할 고용노동관서에 신청하면 된다. 기존에 제각각이던 특별연장근로 사후 신청기한도 통일된다. 갑작스런 상황으로 연장근로를 하게 돼 사전에 인가를 받지 못한 사업장은 사후 인가를 신청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신청기한이 인가 기간과 사유별로 제각각이라 현장에서 혼란스럽다는 의견이 많았다. 앞으로는 일괄적으로 ‘특별연장근로가 종료된 지 일주일 이내’에 사후 인가를 신청하면 된다. 양정열 고용부 근로감독정책단장은 “특별연장근로를 실시하는 사업주는 근로자의 건강권 보호를 위해 근로일간 11시간 연속 휴식 부여 등의 조치를 반드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애진기자 jaj@donga.com}
정부가 산업현장의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내년 고용허가제로 입국하는 외국인 근로자 허가 인원을 역대 최대인 11만 명으로 정했다. 올해 말 종료 예정인 영세 업체의 8시간 추가연장근로 제도는 2024년 말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27일 열린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올해 외국 인력 7만 명을 도입했는데 내년에는 역대 최대인 11만 명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제조업, 농축산업 등 비전문 직종에 취업하는 외국인에게 발급하는 E-9 비자 허가 규모를 2023년 11만 명으로 결정한 것이다. 이는 2004년 고용허가제 도입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업종별 허가 인원은 제조업 7만5000명, 농축산업 1만4000명, 어업 7000명 등이다. 정부는 30인 미만 영세 업체에 대한 8시간 추가연장근로 제도를 2년 더 연장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지난해 주 52시간제가 의무화될 때 30인 미만 기업은 올해 말까지 8시간 연장근로를 허용해 주 60시간 근로가 가능하다. 이 장관은 “최근 영세 업체는 일할 사람이 없어서 문 닫을 판이라고 호소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장관은 이날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공사현장에 한해 특별연장근로를 현재 90일에서 180일로 대폭 확대할 것이라고도 밝혔다.주애진 기자 jaj@donga.com}
노동당국이 부당 노동행위와 관련해 수사를 받고 있는 MBC에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기로 했다. MBC는 문재인 정부 때 부당 전보와 직장 내 괴롭힘 등이 이뤄졌다는 문제가 제기된 곳이다. 고용노동부는 5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됐던 MBC와 한국와이퍼에 대해 특별감독을 실시하겠다고 26일 밝혔다. MBC 제3노조는 2017년 말 최승호 전 사장이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기자들을 보도국 밖으로 쫓아내는 등 부당 노동행위를 했다며 2021년 2월 노동청에 고소했다. 이밖에 MBC 관련 부당 노동행위 수사가 여러 건 진행 중이다. 이에 여당 의원들은 국감 당시 해당 수사를 빨리 진행하고, MBC에 대해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MBC 노조 측에서도 노동당국에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했다. 한국와이퍼는 단체협약 위반, 대체근로 금지 의무 위반 등의 지적이 있었고 노사분규도 지속되고 있어 특별감독 대상이 됐다. 이와 별개로 이달 말까지 전국 노동청별로 부당 노동행위 관련 고소·고발이 다수 제기된 사업장 등 38곳을 대상으로 수시근로감독이 진행된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사용자의 불법행위는 적극적인 근로감독을 통해 사전에 예방하고 법과 원칙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며 “주요 이슈별로 필요한 근로감독을 적극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울산에 있는 A 기업은 이미 실업급여를 받는 사람들을 고용한 뒤, 취업사실을 신고하지 않고 계속 실업급여를 받으면서 일하도록 했다. 이런 방식으로 사업주는 고용보험료를 아낀 데다, 근로자들이 받은 실업급여 일부를 나눠 가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A 사는 실제로는 고용하지도 않은 직원을 허위로 취업 신고하고, 일정기간 뒤 해고해 실업급여를 받게 한 정황도 포착됐다. 이 같은 사실은 올해 7월 제보자 신고로 적발됐다. 약 2년 동안 이 회사 대표와 근로자 등 10명이 타낸 실업급여는 5900만 원에 이른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4~9월 실업급여 부정수급 기획조사를 실시해 사업주, 근로자, 브로커 등 199명이 39억8500만 원을 부정하게 편취한 사실을 적발했다고 25일 밝혔다. 이 가운데 146명을 경찰에 넘겨 형사처벌 받도록 하고 나머지는 계속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고용부가 실업급여 부정수급 관련 기획조사를 벌인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기존에는 주로 제보를 통해 적발했다.이번에 적발된 사례들 가운데는 사업주와 근로자가 서로 짜고 실업급여를 수급했거나, 브로커가 개입해 조직적으로 실업급여를 타낸 사례들이 많았다. 검찰은 올해 5월 주부, 취업준비생 등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들을 모아 치킨집에 근무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실업급여를 타낸 전문 브로커를 기소하기도 했다. 이 브로커는 자신이 세무신고 업무를 대리하던 치킨집 여러 곳에 78명이 근무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4년간 총 5억8000만 원을 받아냈다. 고용부는 다음달부터 추가로 부정수급이 의심되는 9300여 건에 대해서도 특별점검에 나선다. 법무부, 병무청 등 관계 기관과 정보를 연계해 해외에 나가 있거나 군 복무 기간에 실업급여를 받는 등 의심 정황이 포착된 사례들이다. 이와 함께 지난해 11월 국회에 제출한 실업급여 반복 수급을 제한하는 법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입법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실업급여 부정수급을 적발에 제보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내년 신고포상금 예산도 확대한다. 실업급여 부정수급을 신고하면 부정수급액의 20%를 포상금으로 준다. 고용부는 내년 포상금 예산으로 올해보다 12억9000만 원 늘어난 32억4000만 원을 확보할 계획이다. 주애진기자 jaj@donga.com}
노동자들의 파업 등에 대해 제기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법원이 불법성을 인정하더라도 배상 책임을 제한적으로 인정하거나 배상액을 경감해주고 있다는 정부 조사 결과가 21일 나왔다. ‘노란봉투법’을 두고 정치권 공방이 치열한 가운데 기존 법체계로도 노조에 대한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가 어느 정도 제한된다는 내용이다. 고용노동부는 2009년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기업·국가·제3자가 노조와 소속 간부·조합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배 소송 총 151건 가운데 판결이 선고된 63건을 조사한 결과를 이날 발표했다. 63건 중 인용된 건 39건(61.9%)이었다. 나머지 24건(38.1%)은 ‘파업과 손해 발생의 인과성이 약하다’ 등의 이유로 기각됐다. 손배 책임이 인정된 39건도 배상액이 그대로 인정된 사례는 많지 않았다. 39건 중 26건(66.7%)은 배상액을 20∼90% 감경받았다. 판결이 선고된 63건 중 31건(49.2%)은 노조의 사업장(시설) 점거가 원인이었다. 사업장 점거의 대부분은 조합원들이 공장 생산라인에서 일하려는 하청 근로자들을 방해하는 등 위력을 쓰거나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등 폭행·상해가 동반됐다. 이런 경우 손배 인용률은 90.3%(28건)였다. 반면 집회·시위·농성으로 인한 손배 청구 인용률은 42.9%, 파업으로 일을 거부한 경우는 36.4%였다. 이번 조사는 국회가 ‘노란봉투법’ 입법 논의를 위해 정부에 요청해 이뤄졌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으로, 손배 책임을 면제받는 합법 파업의 범위를 확대하고 불법 파업에 대한 배상액을 제한하는 것이 핵심이다. 노조 파업에 따른 손실에 대한 사측의 무분별한 손배를 막겠다는 취지다. 고용부는 앞선 4일 노조를 상대로 한 총 손배 소송 건수(151건), 이 중 94%(142건)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소속 노조를 상대로 제기된 점 등을 담은 1차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그 후속으로 21일 해당 소송들의 내용을 분석한 2차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이날 고용부 발표를 두고 경영계와 노동계는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손배 청구가 남용되고 있다는 노동계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노란봉투법은 민노총의 불법 행위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며 “법 개정의 필요성이 없다는 게 명백해졌다”고 평가했다. 반면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이지현 대변인은 “(고용부 조사 결과는) 불법 파업이 인정된 경우 과도한 배상액이 청구돼 노동자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며 “법 개정으로 개선해야 할 문제”라고 반박했다. 향후 입법 과정에서도 진통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노란봉투법을 핵심 입법 과제로 추진하며 “기업의 살인적 손배 소송 남용을 막고 노동자 생명을 보호하는 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불법 파업을 조장하고 재산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맞서고 있다.주애진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