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김정은 기자

동아일보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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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정은 기자입니다.

kim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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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8~2024-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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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부로 만난 오현경-손숙 “평생 연기한 내게 감독이 연기하지 말래요”

    원로 배우 오현경 씨(82)와 손숙 씨(74)가 연극 인생 처음으로 한 무대에 선다. 국립극단의 봄 레퍼토리 연극인 ‘3월의 눈’에서 노부부로 호흡을 맞추게 됐다. 3월의 눈은 국립극단 원로 배우 고 장민호 씨(1924~2012)와 백성희 씨(1925~2016)를 위해 2011년 쓰인 헌정 연극. 오래 묵은 한옥을 배경으로 아내를 하늘로 보낸 남편 장오, 죽은 뒤에도 남편 곁을 떠나지 못하는 아내 이순의 하루를 그렸다. 배우들의 감정과 움직임은 과하지 않고 담담하다. 그 기름기 없는 연기가 오히려 관객에게 처연함과 뭉클함을 전해 관객들의 눈물을 쏙 빼놓기로 유명한 작품이다. 다음달 개막을 앞두고 한창 연습에 매진 중인 오 씨와 손 씨를 17일 서울 용산구 청파로 국립극단에서 만났다. 두 배우는 “둘 다 50년 넘게 무대에 섰는데 함께 출연하는 건 이번 이 처음”이라며 “연기패턴도 비슷하고 사석에서도 워낙 친한 사이라 첫 호흡 같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사실 두 사람의 연결고리는 아스라한 아픔이 묻어난다. 지난해 패혈증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난 배우 고 윤소정 씨가 오 씨의 부인이자 손 씨의 절친한 벗이었다. “아내의 친구였던 손숙은 내겐 가족과 다름없는 사이요. 1970년대 서울 마포구 연세맨션 앞 뒤 동에 나란히 살며 거의 매일 드나들었지.”(오현경) 두 배우가 살았던 연세맨션은 당시엔 ‘배우 아파트’로 통했다. 고 백성희·이낙훈, 손숙, 오현경, 최불암 등 수많은 배우들이 거주했다. 손 씨는 “특히 오현경 선생님 댁이 배우들 사랑방이자 합숙소였다”며 “착한 소정이가 찾아오는 배우들 밥도 다 해주고 극진히 챙겼다”고 말했다. 게다가 손 씨에게 ‘3월의 눈’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고 백성희 배우가 손 씨의 국립극단 직속 선배이기 때문이다. “2011년 ‘3월의 눈’ 초연을 관람한 뒤 손진책 전 국립극단 예술감독에게 먼저 얘기했죠. 백 선생님이 더 이상 이순 역을 맡지 못하시게 되면 내가 하고 싶다고. 배우라면 누구나 공감할 거예요. ‘3월의 눈’은 마지막 눈 감을 때까지 연기하고 싶은 작품인 걸.” 감회가 뭉클하긴 오 씨 역시 마찬가지다. 작품 속 대사 하나하나마다 세상을 떠난 아내가 떠올랐다. 손 씨는 “솔직히 문득 뭉클하게 생각날 때가 왜 없겠느냐”며 “하지만 배우는 작품에 몰입해야 하니 그렇게 연결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이 작품이 마냥 편한 건 아니다. 무대에선 ‘입신(入神)’의 경지에 든 오 씨와 손 씨지만 만만치 않은 주문을 받았다. 오 씨는 “평생을 연기해온 내게 손 감독은 ‘연기하지 않는 연기’를 하라고 계속 지적한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손 씨 역시 “과거 이해랑 선생님이 ‘부단히 연습하다보면 어느새 캐릭터가 배우의 손을 잡아주고 있다’는 말씀을 곧잘 하셨는데, 손 감독이 바라는 게 이런 게 아닐까 싶다”고 덧붙였다. 두 배우는 벌써부터 관객들의 반응이 기다려진다. “지난 시즌 공연 때 보니까 관객의 반 이상은 극 중반부쯤 가서야 이순이 죽은 할머니인 걸 알더군요. 어떤 이들은 끝까지 모르는 경우도 있고. 그런 걸 보고 있으면 무지 재밌어요. 실제로도 이순은 이승과 저승의 애매한 경계에 존재하는 거니까. 그래서 ‘3월의 눈’은 연기하는 배우도 무대를 지켜보는 관객에게도 더욱 매력적인 작품이 아닐까 싶어요.” (손숙) 2월 7일부터 3월 11일까지 명동예술극장, 3만 5000원~5만 원.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8-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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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세상 어디에도 완벽한 단점은 없어”

    보조 소방관이자 아기 코끼리인 파오는 멋진 소방관이 되길 꿈꾼다. 하지만 긴 코 때문에 화재 현장에서 잦은 실수를 일삼는다. “꽃게 아주머니에게 부탁해 코를 자를까, 곰 아저씨에게 부탁해 코를 납작하게 만들까….” 파오는 심각하게 고민했지만, 엄마가 자신을 찾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포기하고 만다. 그러던 어느 날, 파오는 자신의 긴 코를 좋아하는 동네 친구들과 재미난 시간을 보내며 한껏 자신감을 얻는다. 얼마 뒤 친구들이 있는 마을 유치원에서 화재가 발생한다. 파오는 용기를 내 자신의 코를 이용해 친구들을 구조해낸다. 파오는 자신의 부족한 결점이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음을 깨달으며 희망을 얻는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8-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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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여진 “황정민-예술의전당-셰익스피어… 3가지 소원 이뤘어요”

    “출연 제의를 받자마자 1초도 고민하지 않고 출연을 결정했어요. 제가 꿈꿔왔던 ‘3가지 소원’을 모두 이룰 수 있는 작품이었거든요.”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12일 만난 배우 김여진(44)은 벌써부터 뭔가를 다 이룬 듯한 표정이었다. 6년 만의 연극 무대 복귀. 그는 다음 달 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막을 올리는 연극 ‘리차드 3세’에서 여왕 엘리자베스 역을 맡았다. 문성근과 안석환 송강호 김윤석 유오성 등 실력파 배우의 산실인 연우무대 출신의 그가 무대에 대해 품었던 소원이란 뭘까. “첫 번째는 황정민 선배와 연기하는 거였습니다. 1996년 경쟁 극단이던 학전의 ‘지하철 1호선’을 보며 황 선배 연기에 완전히 빠져버렸어요. 그때부터 언젠간 저 배우와 꼭 연기하고 싶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여왕과 왕권을 놓고 치열한 다툼을 벌이는 리차드 3세를 황정민이 맡았다는 소식에 너무나 기뻤다고 했다. “게다가 데뷔 23년 만에 처음으로 예술의전당 무대에 서게 됐으니 두 번째 소원도 이루게 된 거죠.” 하지만 그보다 더 큰 건 마지막 세 번째 이유였다. 작품이 다름 아닌 ‘리차드 3세’였기 때문이다.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할까요. 셰익스피어잖아요! 워낙 광팬이라 웬만한 작품은 다 찾아서 봅니다. 2004년 예술의전당에서 본 한태숙 연출가의 ‘리처드 3세’는 정말 잊을 수가 없어요.” 러닝 타임 내내 고수민 배우가 연기하는 엘리자베스에게 빙의된 기분이었단다. “만약 타임머신을 타고 그때로 돌아간다면 어린 나에게 말해줄래요. ‘괜찮아. 언젠간 너도 꿈을 이룰 거야. 그러니 네 맘대로 하렴.’ 하하.” 드라마나 영화로 대중에겐 친숙하지만 김여진은 언제나 스스로를 연극배우라고 생각해왔다. 대학원 진학을 앞둔 시절, 우연히 마주한 극단 봉원패의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는 그의 인생을 180도 바꿔놓았다. 관객으로 극장을 찾았다가 연극을 본 뒤, 그대로 극단 관계자를 찾아가 입단하고 싶다고 말했다. “공연 포스터를 붙이며 허드렛일을 하고 무대감독 조수를 자청했죠. 그 와중에 모든 대사를 다 외우며 무작정 배우의 꿈을 꿨어요.” 기회는 우연찮게 찾아왔다. 당시 ‘여자는…’의 주인공이었던 배우 박상아가 KBS 슈퍼탤런트 대상을 타며 하차했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신출내기였지만 대사를 모두 외우고 있었던 덕분에 운 좋게 주인공으로 데뷔했답니다.” 1년 뒤 극단 연우무대로 옮긴 그는 3년간 연극 ‘칠수와 만수’ 등 극단 대표작의 주인공으로 활약했다. 그러다가 연극 ‘마술피리’를 보러 온 영화감독 임상수의 눈에 띄어 영화 ‘처녀들의 저녁식사’의 주연까지 맡는 행운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김여진은 늘 무대가 고팠다. 6년 전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 출연 땐 만삭으로 무대에 올랐다. 무대 자체가 태교였다는 그는 “공연을 끝내고 일주일 뒤에 출산했다. 원래 연장 공연까지 출연하려 했는데 남편이 극구 말렸다”며 웃었다. 요즘은 각종 사료를 보며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엘리자베스는 실존 인물이라 역사 공부가 필요하다고 봤어요. 영국에선 ‘3대 마녀’로 꼽힐 정도로 입체적인 사연을 지닌 인물입니다. 황 선배와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는 무대를 기대하셔도 좋아요.” 3월 4일까지. 3만3000∼8만8000원. 1544-1555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8-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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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 단추를 잘못 끼웠나… 이야기 전개, 설득력 떨어지네

    올 상반기 선보일 뮤지컬 가운데 ‘NO.1 기대작’은 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의 소설이 원작인 ‘안나 카레니나’였다. 국내 뮤지컬 음악감독 1호인 박칼린이 초연 협력연출과 음악 슈퍼바이저로 참여했다. 여기에 뮤지컬 여제 옥주현과 정선아가 주인공으로 나섰다. 국내에선 신선한 러시아 프로덕션의 뮤지컬이란 설명은 왠지 사족처럼 여겨질 정도다. 하지만 기대가 너무 컸나 보다. 막상 뚜껑을 연 뮤지컬은 손톱을 잘근잘근 깨물게 만들었다. 스토리는 첫 단추부터 구멍을 잘못 찾았다. 약혼녀 키티가 있는 남자 주인공 알렉세이 브론스키가 왜 안나 카레니나에게 첫눈에 매료되는지 도무지 납득이 되질 않았다. 안나 역을 맡은 옥주현이 등장하자 앙상블 배우들은 그저 “예쁘다”만 연발한다. 그러자 브론스키는 그냥 안나를 쫑쫑 뒤따라간다. 아무리 관객들이 원작에 익숙하다 해도 억지스럽고 갑작스럽다. 인물의 감정선은 찾을 길 없다. 2막 역시 왠지 모르게 엉성하다. 브론스키는 키티와 그의 새 애인의 다정한 모습을 보자마자 안나에 대한 사랑이 확 식어 버린다. 시간 제약에 따른 과정 생략도 이 정도면 ‘책 보고 오세요’ 수준이다. 등장인물 심리를 설명하려 추가했다는 캐릭터 MC는 도대체 왜 필요했던 걸까. 극에 에너지를 불어넣어야 할 춤도 마뜩잖다. 발레의 나라 러시아 작품 아닌가. 앙상블 춤 대다수는 남녀 한 쌍으로 파드되(2인무)를 연상시키는 동작이 많다. 그런데 뭔가 정리가 덜 돼 군무는 따로 논다. 작품을 끌어가는 가장 중요한 두 이야기 축이 흔들려서 그런가, 전체적인 흐름과도 겉돈다. 이렇다 보니 언제나 작품마다 놀라운 색깔의 연기를 선보였던 옥주현의 연기도 아쉽기만 하다. 배우 자체는 물론이고 캐릭터 안나의 매력이 도무지 살아나질 않는다. 여전히 뛰어난 성량과 폭발적인 가창력이야 대단하지만. 그나마 브론스키를 맡은 배우 이지훈이 전작보다 훨씬 안정된 연기와 가창력을 보여줘 시린 상처를 달래 줬다. 2월 25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6만∼14만 원. 02-541-6236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8-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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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극은 몰랐던 세상을 배우는 학교”

    “지난해 연극 환경은 더욱 위축됐지만 세상을 향한 연극의 목소리는 오히려 더 단단해졌고, 뛰어난 작품들이 2017년 하반기를 중심으로 쏟아졌습니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한국방송통신대 DMC 스튜디오에서 15일 열린 KT와 함께하는 제54회 동아연극상 시상식에서 윤광진 심사위원장이 밝힌 소감이다. 박완규 배우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시상식은 사회부조리를 다룬 20∼40대 젊은 연극인들의 잔치였다. 연극 ‘손님들’ 팀은 작품상, 희곡상, 신인연출상 등 3관왕을 차지하며 분위기를 주도했다. 연극인 부자(父子)가 나란히 상을 받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연극 ‘손님들’을 대표해 작품상 수상자로 나선 신인 배우 김하람과 연극 ‘나는 살인자입니다’ ‘가지’에서 선 굵은 연기로 연기상을 거머쥔 배우 김정호. 아들과 아버지는 서로 다른 작품으로 함께 동아연극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작품상은 프로젝트 내친김에의 ‘손님들’과 국립극단 ‘가지’가 공동 수상했다. 특별상은 지난해 10월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윤조병 극작가 겸 연출가에게 돌아갔다. 아버지를 대신해 특별상을 수상한 윤시중 극단 하땅세 대표는 “하늘을 우러러보고 땅을 굽어보고 세상을 살펴보라는 의미로 아버지께서 극단 이름을 지어주셨다”며 “아버지의 뜻을 이어 좋은 연극을 만들겠다. 상을 주신 동아일보와 KT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나는 살인자입니다’로 연출상을 수상한 전인철 연출가는 “연극은 이전에 알지 못하던 세상을 배우는 학교 같은 존재”라며 “제게 큰 가르침을 줬던 동료 연극인들과 수상의 설렘을 함께하고 싶다”고 밝혔다. ‘노숙의 시’의 무명씨 역으로 연기상을 받은 명계남 배우는 “이제야 ‘너는 배우다’라고 인정받은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3년 만에 수상자를 낳은 희곡상의 영예는 고연옥 극작가(‘손님들’)에게 돌아갔다. 최보윤 조명감독은 ‘나는 살인자입니다’로 무대예술상을 받았다. 유인촌신인연기상은 전박찬(‘이방인’의 뫼르소 역)과 박지아(‘광주리를 이고 나가시네요, 또’의 조끼할머니 역)가 수상했다. 남산예술센터와 극단 신세계는 ‘파란나라’로 새개념연극상을 받았다. 신인연출상은 ‘손님들’의 김정 연출가에게 돌아갔다. 이날 시상식에는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장관, 구자흥 한일연극교류협회장, 오태석 극단목화 대표, 김윤철 전 국립극단 예술감독, 박명성 신시컴퍼니 예술감독, 협찬사인 KT의 양율모 홍보담당 상무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8-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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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나는 광부의 아들, 탄광촌에 살지요

    탄광촌 마을에 사는 어린 소년이 그린 가족의 일상이다. 소년은 친구들과 마을 곳곳을 놀이터 삼아 놀거나 엄마의 심부름을 다니며 하루를 보낸다. 그러는 내내 마음속으로는 바다 저 아래 깊은 곳에서 석탄을 캐는 광부 아버지를 떠올린다. “나는 광부의 아들이니까요. 우리 마을에서는 다들 그렇게 하니까요.” 땅굴에서 무사히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아빠를 애타게 기다리는 소년은 아빠의 모습에서 자신의 미래를 내다본다. 칠흑같이 어두운 석탄 동굴, 저녁 식사 후 테라스에 앉아 뉘엿뉘엿 지는 해를 바라보며 쉬는 가족들, 마을 언덕 아래 위치한 드넓은 바다를 따뜻한 색채로 그려내 인상적이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8-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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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캣츠’의 완벽한 무대 뒤엔 이들이 있다

    뮤지컬 ‘캣츠’가 국내 뮤지컬 사상 처음으로 누적 관객 200만 명을 돌파했다. 화려한 기록 뒤에는 15년간 뮤지컬 ‘캣츠’를 지켜온 최장수 스태프들이 있다. 2003년 초연부터 계속 참여한 김기영 음향 디자이너(52)와 안현주 의상·분장·가발 슈퍼바이저(46)다. 김기영 음향 디자이너는 1993년 ‘레미제라블’을 시작으로 ‘렌트’ ‘명성황후’ ‘오페라의 유령’ ‘아이다’ ‘맘마미아’ ‘시카고’ 등에 참여한 1세대 대표 음향 감독이다. 현재 공연 중인 ‘빌리 엘리어트’ ‘모래시계’도 그의 손을 거쳤다. 안현주 슈퍼바이저 역시 ‘오페라의 유령’ ‘위키드’ ‘서편제’ ‘헤드윅’ ‘브로드웨이 42번가’ ‘맘마미아’ ‘스위니 토드’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등의 의상을 담당했다. 그러다 보니 웬만한 뮤지컬 배우들의 신체 사이즈를 꿰뚫고 있다. ‘캣츠’ 서울 공연을 앞두고 작업이 한창인 김기영 음향 디자이너와 안현주 슈퍼바이저를 3일 서울 서초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15년간 한 작품을 작업해서일까. 두 사람은 ‘캣츠’를 둘러싼 에피소드를 쉴 새 없이 쏟아냈다. 안현주 슈퍼바이저는 배우들과의 일화를 전했다. “2008년 공연 때 그리자벨라 역을 맡은 옥주현 씨가 등장 타이밍을 놓쳐서 장갑을 끼지 않은 채 급하게 무대에 오른 적이 있어요. 이전 시즌에 입은 옷을 물려받은 럼텀터거 역의 빅뱅 멤버 대성 씨는 엉덩이 부분이 유독 많이 닳아 살짝 비치기도 했고요. 대성 씨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어요.” 실제로 당시 대성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고양이 역할이라 티팬티를 입었는데 의상이 손톱으로 그으면 찢어질 정도로 얇았다. 많은 분들이 엉덩이를 봤다고 얘기했다”고 고백한 바 있다. 김기영 음향 디자이너는 ‘캣츠’의 비밀을 고백했다. “‘립싱크’ 장면이 몇 개 있어요. ‘그라울타이거의 마지막 접전’ 장면에서 샴 고양이인 키산드라와 몇몇 고양이들이 전체가 막혀 있는 마스크를 얼굴에 쓰고 등장해요. 마스크가 마이크를 가려 그 부분의 대사만 녹음해 공연에 사용하죠. 작품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하답니다.” 고양이들이 객석을 향해 뛰어가는 ‘미스터 미스토펠리스’ 장면에서는 마이크를 찬 배우들이 스피커 앞을 지나가면 ‘웅∼’ ‘삐∼’ 같은 하울링이 생긴다. 이 때문에 고양이들이 스피커 앞을 지나쳐 달려갈 때 마이크를 살짝 껐다가 고양이들이 무대로 돌아오면 마이크를 켠다. 두 사람 모두 국내 뮤지컬 업계의 베테랑이다. 그들에게 ‘캣츠’는 어떤 특별함을 지닌 작품일까. 안현주 슈퍼바이저는 “‘캣츠’의 의상은 여느 작품과 달리 유니타드라는 스판 원단에 일일이 수작업으로 페인팅을 해서 만든다”며 “가까이서 보면 30개 고양이들 의상마다 붓 터치가 다르고 독특하다”고 소개했다. 김기영 음향 디자이너는 ‘캣츠’는 일반 스피커 56개, 서라운드 스피커 14개 등 모두 70개의 스피커가 동원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1막 오프닝곡이 나오기 전 고양이들이 등장할 때 나는 자동차 소리는 서라운드 스피커를 활용해 객석에서 소리가 먼저 돌고 무대로 향하게 한다. 소리가 연기를 하는 작품이다”고 말했다. 28일부터 2월 18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5만∼17만 원. 1577-3363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8-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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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홈쇼핑서 티켓 판매… 기념우표 출시 “뮤지컬 관객을 잡아라”

    “튀어야 산다.” 뮤지컬 업계의 마케팅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일명 ‘회전문 관객’이라 불리는 마니아를 주로 겨냥했다면 최근에는 불특정 다수를 향한 마케팅이 활발하다. 공연제작사 오디컴퍼니는 지난해 12월 30일 오전 1시부터 한 시간 동안 롯데홈쇼핑 채널에서 ‘타이타닉’ 표를 판매했다. 판매한 표는 이달 3일부터 2월 10일까지 전 회차 공연으로, VIP석과 R석에 한해 평일 50%, 주말 40% 특별 할인율을 적용했다. 방송 시작 전부터 600여 명이 미리 표를 주문하는 등 호응이 컸다. 오디컴퍼니 관계자는 8일 “1시간 동안 총 4200통의 주문 전화가 왔다”며 “전화 한 통당 예약한 표가 평균 2.7장 정도 된다”고 말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극 중 무선기사 해럴드 브라이드 역을 맡은 정동화가 직접 출연해 타이타닉 공연 정보를 설명하며 이해도를 높였다. ‘캣츠’는 국내 뮤지컬 사상 최초로 누적 관객 200만 명 돌파를 기념해 기념우표를 내놓았다. 고양이들의 개성 있는 모습이 담긴 우표 14장과 공연의 대표적인 이미지 한 장으로 세트 제품을 구성한 것. 세트는 2종류로, 200개를 한정판으로 제작했다. 28일부터 ‘캣츠’ 공연장인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선착순으로 판매한다. 노민지 클립서비스 과장은 “‘캣츠’ 기념우표는 일반 우표처럼 편지를 보낼 때 사용할 수 있고, 우정사업본부와 협약을 맺어 우편 비용이 올라도 추가 요금을 내지 않고 쓸 수 있다”고 전했다. ‘빌리 엘리어트’의 제작사 신시컴퍼니는 주인공 빌리 또래인 10대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이색 수업 마케팅을 펼친다. 10∼15세 관객을 대상으로 빌리의 극 중 안무를 직접 배워보는 시간을 갖는 것. 최승희 신시컴퍼니 홍보팀장은 “빌리 스쿨 체험 혜택이 포함된 티켓을 80장 한정 판매한다”며 “발레와 탭댄스 수업이 각 2회씩 모두 네 번 열리며 수업당 정원은 20명”이라고 설명했다. 발레 수업에 참여하는 모든 학생에게는 발레 관련 제품으로 유명한 프랑스 브랜드 레페토의 연습용 발레슈즈를 선물로 준다. 탭댄스 수업에서는 빌리와 마이클 역을 맡은 아역 배우들과 탭의 기초, 극 중 나오는 넘버인 ‘익스프레싱 유어셀프(Expressing Yourself)’의 안무를 함께 배우게 된다. 원종원 뮤지컬 평론가(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뮤지컬 작품 수가 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제작사들이 새로운 관객을 유입시키기 위해 보다 참신하고 흥미로운 방식의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8-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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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악 따라 시간 여행… 아련한 옛사랑의 추억

    환골탈태였다. 2011년 초연된 뮤지컬 ‘광화문 연가’는 6년여 만에 완전히 새로운 작품으로 무대에 올랐다. 현재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 중인 이 작품은 고 이영훈 작곡가의 명곡 20여 개를 넘버로 사용하고 주인공이 젊은 날을 회상한다는 기본 얼개만 빼고 대사부터 줄거리, 등장인물까지 모두 바꿨다. 줄거리는 이렇다. 임종을 앞둔 주인공 명우가 시간 여행자 월하를 만나 첫사랑 수아와의 추억 속으로 돌아가 삶을 되짚어 본다. 명우와 수아가 처음 만난 덕수궁의 풍경부터 1980년대 광화문에서 민주항쟁이 벌어지는 모습, 둘이 헤어져 각자 다른 사람과 결혼하게 되는 과정이 펼쳐진다. 어린 명우와 어린 수아, 중년 명우, 중년 수아, 월하 등 5명의 주요 캐릭터가 이야기를 끌어간다. 이야기 자체만으로는 흔하디흔한 멜로드라마다. 하지만 극작을 맡은 고선웅 연극 연출가가 이 뻔한 이야기 구조에 감정적인 대사를 녹여 관객들 저마다의 옛사랑에 대한 기억을 소환시킨다. 여기에 ‘옛사랑’ ‘사랑이 지나가면’ ‘해바라기’ ‘소녀’ ‘기억이란 사랑보다’ 등 이영훈 작곡가의 명곡이 장면마다 적절히 연결되며 관객의 감성을 한껏 끌어올린다. 신의 한 수는 이번에 새롭게 만든 시간 여행자 ‘월하’다. 월하 역을 맡은 차지연은 극의 무게중심을 잘 잡으며 때론 잔망스러운, 때론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선보였다. 폭발력 있는 가창력 역시 관객의 귀를 시원하게 뚫어줬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 성인 명우 역을 맡은 안재욱은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인 반면 일부 넘버에선 불안정한 가창력을 보였다. 14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4만∼14만 원. 1544-1555 ★★★(★ 5개 만점)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8-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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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선한 마음 뒤에 숨은 악의 민낯, 차별

    ‘타인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책의 부제) 세계는 차별에 대한 법적 사회적 통제를 나날이 강화하는 추세다. 그런데도 세상은 여전히 여러 차별이 범람한다. 인종과 성별, 이념 등에 따라 타인을 차별하고 누군가를 괴롭히는 문제는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다. 저자는 칸트 철학을 바탕으로 인간 감정을 연구해 온 일본 철학자. 차별이란 인간관계의 폭력은 “청결하고 싶은 마음이 곧 불결한 사람에게 불쾌감을 품는 것이고, 부지런하고 싶은 마음이 곧 나태한 사람을 경멸하는 것이며, 성실하고 싶다고 바라는 마음이 곧 불성실한 사람을 혐오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저자가 볼 때, 차별은 지극히 인간적인 현상이다. 차별이 치유하기 어려운 사회적 질병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가해자 대부분은 스스로를 정의롭고 평범한 시민이라고 믿는다. ‘차별이 아닌 구별’ ‘상대가 잘못해 그런 대접을 받는 것’이라고 정당화하는 측면도 상당하다. 흥미로운 건 ‘선의’가 차별 없는 사회를 실현하는 방편이 되지 못한다고 보는 점이다. 오히려 선한 마음과 태도에 깃든 악의가 차별을 철폐하는 데 더 큰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저자는 “차별 감정을 직시하기 위해선 인간의 선의가 가진 자기기만을 발견하고 성찰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생각해 보라. 나치 독일의 유대인 대학살은 아돌프 히틀러가 확신한 ‘선의’에서 시작됐다. 그는 유대인은 도덕적으로 열악하고 세상을 좀먹는 기생충 같은 존재라고 여겼다. 때문에 그들로 인해 ‘선량하고 정의로운’ 독일인이 병드는 걸 막기 위해 ‘떳떳하고 자랑스럽게’ 인종청소를 자행했다. 잘못된 선의는 윤리의식의 정상적 작동을 방해할 수 있다. 반대로 악 역시 ‘필요악’이 존재한다. 인간이 100% 선하지 않다는 건 누구나 안다. 그렇다면 본연에 내재된 악(혹은 차별의식)을 인정하는 건 차별의 벽을 허무는 첫 단추가 될 수도 있다. 그런 악을 차라리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이를 잘 통제한다면 “인간에게 활력을 불어넣는 악”으로 활용할 수 있다. 흥미로운 주제를 잘 엮었으나 다소 현학적으로 흘러간 점은 아쉽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8-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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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시아 초연 ‘마틸다’… 앙코르 ‘캣츠’

    ‘공연족(族)’은 새해 개막하는 공연 정보를 다이어리나 스마트폰에 기입하는 것으로 한 해를 시작한다. 올해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은 작품성과 흥행이 검증된 작품의 재연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눈에 띄는 라이선스 신작과 창작 신작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대형 라이선스 초연작 중에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영국 웨스트앤드 뮤지컬 ‘마틸다’다. 9월 9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아시아 초연되는 ‘마틸다’는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신화를 탄생시킨 영국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가 제작한 작품.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작가로 유명한 로알드 달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물질주의에 찌들어 TV를 좋아하고 책을 증오하는 부모와 오빠, 아이들을 싫어하는 교장 선생님 틈바구니에서 치이는 천재 소녀 마틸다를 중심으로 따뜻한 이야기가 전개되는 코미디 작품이다. 레프 톨스토이의 동명 작품을 바탕으로 만든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도 기대작이다. 이달 10일부터 2월 25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옥주현과 정선아가 주연을 맡았다. 박칼린이 협력 연출 및 음악 슈퍼바이저로 참여한다. 라이선스 대형 재연작도 만날 수 있다. 국내 뮤지컬 업계 최초로 누적관객 200만 명을 돌파한 ‘캣츠’가 이달 28일부터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앙코르 공연을 한다. 스테디셀러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4월 서울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와 ‘지킬 앤 하이드’(11월 서울 샤롯데씨어터)도 재공연된다. 쇼 뮤지컬 ‘킹키부츠’는 이달 31일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세 번째 시즌을 시작한다. 뮤지컬 ‘시카고’(5월 서울 디큐브아트센터), 6년 만에 재공연되는 ‘닥터지바고’(2월 샤롯데씨어터)도 무대에 오른다. 창작 대형 뮤지컬 중에서는 3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서 공연되는 ‘명성황후’가 눈길을 끈다. 1995년 초연된 뒤 현재까지 180만 명 넘게 관람한 작품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김소현과 최현주가 번갈아가며 명성황후 역을 연기한다. 5년 만에 관객과 만나는 창작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도 뮤지컬 마니아들이 손꼽아 기다린 작품 중 하나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8-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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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억지스러운 이야기 살려낸 배우들의 호연

    다소 억지스러운 이야기 구조는 헐겁고 개연성이 떨어지지만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가 작품의 맛을 살렸다. ‘앙리 할아버지와 나’는 며느리를 탐탁하지 않게 생각하는 고집불통 아버지 앙리가 아들의 이혼을 조장하는 모종의 계획을 다룬 작품이다. 앙리가 자신의 집에 세입자로 입주한 가난한 20대 여대생 콘스탄스에게 6개월 치 방세를 깎아 줄 테니 자신의 아들을 유혹해 아들 부부를 갈라서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다소 황당한 제안이지만 경제 사정이 좋지 않았던 콘스탄스는 결국 이를 받아들인다. 앙리의 아들인 폴은 고지식하고 종교에 모든 것을 거는 아내 발레리와 전혀 다른 모습의 콘스탄스에게 매력을 느낀다. 상황이 다소 막장으로 흐르며 앙리의 계획대로 흘러가는 듯하지만 극 막바지에 이르러 막장 드라마 대신 현실적인 결말로 훈훈한 끝맺음을 보인다. 아쉬운 건 각 장의 연결이 매끄럽게 연결되지 못해 이야기가 다소 겉도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점이다. 특히 극 후반부 콘스탄스의 심경 변화를 설득력 있게 그리지 못했고, 앙리의 죽음 이후 갑작스러운 감동과 따뜻함을 강요하는 듯한 대사와 장면들은 부자연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의 중심을 잡은 건 앙리 역의 배우 이순재와 신구, 콘스탄스 역의 박소담 김슬기 등 출연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과 호흡이었다. 2월 11일까지 서울 대학로 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 4만∼6만 원. 02-744-7661 ★★☆(★ 5개 만점)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8-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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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이비행기]세실극장을 떠나 보내며…

    “늘 적자였어요. 집에 돈 한 푼 가져다주지 못한 지 4년이 넘었습니다.”(김민섭 세실극장 극장장) 지난해 12월 29일 42년 역사를 지닌 세실극장이 끝내 문을 닫는다는 소식이 본보를 통해 알려졌다. 5년 가까이 극장을 이끌어온 김민섭 극장장은 “공연 한 편 올릴 때마다 오히려 1억 원 넘게 빚이 늘어갔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불현듯 기시감이 들었다. 민간 최초의 소극장인 ‘삼일로창고극장’의 정대경 극장장도 2년 전 폐관을 앞두고 똑같은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국 연극사에서 큰 의미가 있는 극장인 건 누구보다 잘 압니다. 어떻게든 지켜보려 노력했죠. 그렇지만 수익 창출이 어려워 더 이상 버틸 수가 없네요.” 예술도 사람의 운명처럼 쌍둥이가 있는 걸까. 두 극장은 1970, 80년대 ‘반(反)상업주의’를 표방했던 소극장 운동의 중심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대형극장들에 밀려 경쟁력을 잃어갔다. 쌓여 가는 빚을 감당하지 못한 채 결국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간다. 만나면 헤어지는 게 순리라지만…. 우리 공연계에 신선한 에너지를 공급했던 극장들을 자꾸만 떠나보내는 일은 참으로 가슴 아프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8-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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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복을 빕니다]국내 1호 무대미술·의상 디자이너 이병복 선생

    국내 1호 무대미술·의상 디자이너이자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인 이병복 선생(사진)이 지난해 12월 29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0세. 1927년 경북 영천 만석꾼 집안의 10남매 중 장녀로 태어난 고인은 이화여대 영어영문학과 재학 중 연극반을 통해 연극과 인연을 맺었다. 무대미술의 개념조차 정립되지 않았던 1960년대 처음 무대미술·의상 디자이너로 등장한 고인은 1966년 김정옥 연출가와 극단 ‘자유’를 창단했다. 배우 박정자, 김용림, 김혜자, 최불암, 고 윤소정 등이 ‘자유’ 창단 멤버다. 고인은 ‘따라지의 향연’(1966년)을 시작으로 ‘왕자 호동’ ‘노을을 나르는 새들’ ‘햄릿’ ‘어디서 무엇이 돼 다시 만나랴’ 등 40여 년간 200여 개 작품의 무대와 의상을 도맡아 무대미술을 하나의 예술 장르로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이름 앞에 ‘무대미술계의 대모’란 수식어가 따라다닌 이유다. 1969년 서울 명동에 국내 최초의 카페형 소극장 ‘까페 떼아뜨르’를 개관해 소극장 운동의 물꼬를 텄다. 김정옥 연출가는 31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이병복 선생은 사실주의 양식에 국한돼 있던 무대미술의 틀을 깨고 추상적이고 상징주의적인 무대미술을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고인은 1970년대 초부터 세계무대미술가협회 한국 대표로 활동하며 한국 연극을 해외에 적극 알렸다. 김 연출가는 “‘따라지…’와 ‘어디서 무엇이…’로 동아연극상 대상을 받았을 때 기뻐하던 선생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고 회고했다. 배우 박정자 씨는 “무대를 빛내는 ‘뒷광대’를 운명으로 여기신 선생은 의상도 영혼을 품은 연기자라 생각하셔서 늘 의상을 미리 제작해 연습할 때부터 배우에게 입히셨다”고 말했다. 그는 “얼마 전 선생이 ‘나는 무대 뒤 먼지를 쓸다가 예술원 회원이 됐어’라고 말씀하셨다”며 “무대 뒤 먼지까지도 사랑하실 정도로 무대에 대한 애정이 컸던 분”이라고 추모했다. 한불문화협회장, 무대미술가협회장 등을 지냈으며 화관문화훈장, 동아연극상, 백상예술상, 동랑연극상 등을 받았다. 유족은 권유진(첼리스트) 이나 씨(재프랑스 화가) 등 1남 1녀다. 빈소는 서울 고려대 안암병원, 발인은 1일. 장례는 대한민국연극인장으로 치러진다. 02-927-4404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8-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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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연극 메카’ 세실극장, 2018년 1월 8일 문닫는다

    1970, 80년대 연극의 메카이자 창작극의 산실이던 세실극장이 경영난으로 내년 1월 8일 개관 42년 만에 문을 닫는다. 건축가 김중업의 작품 중 하나인 세실극장은 1976년 320석 규모로 개관해 이듬해부터 연극협회가 연극인회관으로 사용하며 1∼5회 대한민국 연극제를 개최한 유서 깊은 곳이다. 2013년 서울 미래유산으로 지정됐다. 김민섭 세실극장 극장장은 28일 “극장을 운영하며 월세 1300만 원을 포함해 매달 2400만 원의 운영비가 들었다”며 “1년에 10여 편씩 365일 공연을 올려도 매달 1000만 원의 적자를 메우기 어려웠고, 결국 내년 1월 7일 신체 연극 ‘안네 프랑크’ 공연을 끝으로 문을 닫기로 했다”고 밝혔다. 세실극장 측이 경영난으로 폐관 위기에 처하자 서울연극협회와 아시테지 한국본부가 나섰다. 지난달 서울연극협회 방지영 부회장과 아시테지 한국본부 김숙희 이사장이 세실극장 건물주인 대한성공회 측을 찾아 극장 운영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월세 금액을 놓고 성공회 측과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이다 27일 성공회 측으로부터 ‘세실극장 공간을 성공회 사무실로 활용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방 부회장은 “세실극장이 한국 연극사에서 지닌 의미와 상징성을 고려해 서울연극협회와 아시테지 한국본부가 세실극장 공동 운영에 나서기로 뜻을 모았다”며 “서울연극협회와 아시테지 한국본부는 성공회 측에 월 1300만 원인 월세를 1000만 원으로 조정해 달라고 요구했고, 성공회는 운영위원회를 연 뒤 이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대한성공회 측은 “성공회 역시 세실극장의 역사나 의미를 가치 있게 여기고 있다”며 “성공회가 세실극장을 폐관하려는 게 아니다. 현재 임대차 계약을 맺고 공연장을 운영하는 분이 경영이 어려워 더 이상 계약을 연장하지 못하겠다고 통보해왔다”고 밝혔다. 세실극장의 경영난은 과거에도 있었다. 1981년부터 1997년까지 제작그룹 마당이 인수해 한국 창착극의 산실로 자리 잡았던 세실극장은 외환위기가 닥친 1998년 1년간 휴관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건물주인 성공회 측이 사무실로 개축하려던 것을 우여곡절 끝에 1999년 4월 연출가 하상길과 극단 로뎀이 인수해 운영했다. 당시 국내 최초로 네이밍 스폰서십을 도입해 제일화재해상보험의 후원을 받아 극장 이름이 제일화재 세실극장으로 바뀌었고 2010년 한화손해보험이 제일화재를 인수해 한화손보 세실극장이 됐다. 2012년 4월 기업 후원마저도 끊기며 다시 세실극장으로 명칭을 바꿔 홀로서기에 나섰지만, 결국 경영난을 이겨내지 못하고 폐관하게 됐다. 유서 깊은 연극 공연장의 폐관은 최근 몇 년 새 두드러진다. 특히 2015년은 연극인들에게 ‘상실의 시대’로 통한다. 2015년 국내 최초의 민간 소극장인 ‘삼일로창고극장’이 경영난을 이유로 폐관했다. 이후 서울시가 삼일로창고극장이 세 들어 있던 건물을 임차해 재개관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내년 재개관을 목표로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이다. 2015년 4월 28년간 대학로를 지켜온 ‘대학로극장’이 폐관한 데 이어 ‘품바’로 유명한 상상아트홀(1990년 개관)과 김동수 플레이하우스(2000년)도 폐관됐다. 김정은 kimje@donga.com·정양환 기자}

    • 2017-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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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과 귀가 즐거운 주말]영화 원더 外

    원더(사진)감독 스티븐 셔보스키. 출연 제이컵 트렘블레이, 줄리아 로버츠, 오언 윌슨, 이자벨라 비도비치. 27일 개봉. 전체관람가.헬멧 속에 숨은 아이, 그가 보여주는 기적 같은 감동 스토리. ★★★★(★ 5개 만점)쥬만지: 새로운 세계감독 제이크 캐스던. 출연 드웨인 존슨, 잭 블랙, 케빈 하트, 캐런 길런. 3일 개봉. 12세 이상.22년 전 쥬만지보다 풍성해진 볼거리와 유머. ★★★페르디난드감독 카를루스 살다냐. 출연 존 시나. 3일 개봉. 전체관람가.내 모습 그대로를 사랑하라, 연말 아이들과 보기 좋은 영화. ★★☆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사진)7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더 탄탄해진 완성도와 짜임새 있는 무대를 자랑한다. 할머니 역의 박정자와 빌리의 발레 선생님 미세스 윌킨슨 역을 맡은 최정원의 뛰어난 감초 연기가 인상적이다. 내년 5월 7일까지 서울 디큐브아트센터. 6만∼14만 원. 02-577-1987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아르헨티나 출신의 작가 마누엘 푸이그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자신을 여자라고 믿는 남자 몰리나와 냉소적인 정치범 발렌틴은 교도소에서 만나 깊은 관계로 발전한다. 몰리나 역에 배우 김호영 이명행 이이림 김주헌이, 발렌틴 역에는 송용진 박정복 문태유 김선호가 캐스팅됐다. 내년 2월 25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 4만∼5만5000원. 02-764-8760 ★★★ 롯데콘서트홀 송년·제야음악회최수열 지휘로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그란데오페라합창단을 비롯해 오르가니스트 신동일, 바이올리니스트 김다미, 소프라노 강혜정 등이 출연한다. 30일 오후 8시, 31일 오후 5시, 9시 30분 서울 롯데콘서트홀. 3만∼7만 원. 1544-7744엘가 위풍당당 행진곡 1번, 베토벤 합창. ♥♥♥♡(두근지수 ♥ 5개 만점)예술의전당 제야음악회지휘자 임헌정,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함께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소프라노 홍주영, 메조소프라노 김선정, 테너 김석철 등이 무대에 오른다. 31일 오후 9시 30분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3만∼10만 원. 02-580-1300베르디 바그너 오페라, 베토벤 합창. ♥♥♥♡성남아트센터 제야음악회성기선 지휘로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와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소프라노 김순영, 테너 김동원, 바리톤 왕광열 등이 출연한다. 31일 오후 10시 경기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 1만5000∼2만 원. 031-783-8000푸치니 구노 아리아, 차이콥스키. ♥♥♥♡이적국내 대표 싱어송라이터가 준비한 연말 무대. 30, 31일 오후 6시 서울 코엑스홀 D. 4만4000∼13만2000원. 1588-1407부제는 ‘멋진 겨울날’. ♥♥♥♥이소라바람처럼 시린 목소리를 지닌 가수의 겨울 콘서트. 29일 오후 8시, 30, 31일 오후 6시 서울 코엑스 오디토리움. 9만9000∼12만1000원. 1544-1555겨울을 뚫고 불어오는 한 줄기 노래의 바람. ♥♥♥♥}

    • 2017-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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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빨간 힐 신은 저희 모습, 궁금하시죠?”

    “킹키부츠의 여장 남자 롤라로 분장한 제 모습, 제가 봐도 진짜 예뻐요.”(최재림) “찰리의 우유부단한 모습이 저랑 굉장히 닮았어요.”(이석훈) 팝스타 신디 로퍼가 작곡한 신나는 음악을 바탕으로 한 브로드웨이 뮤지컬 ‘킹키부츠’가 내년 1월 31일 다시 돌아온다. ‘킹키부츠’는 여장 남자들이 즐겨 신는 허벅지까지 오는 긴 가죽 부츠다. 뮤지컬은 파산 위기의 신발 공장을 물려받은 찰리가 여장 남자 롤라를 만나 킹키부츠를 만들어 성공한 스토리를 그린다. 2013년 브로드웨이 초연 당시 토니상 6개 부문을 휩쓸었던 ‘킹키부츠’는 이듬해 연말 국내에서 공연돼 10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이번 시즌에선 새로운 주연 배우가 관객과 만난다. 롤라 역의 배우 최재림(32)과 찰리 역으로 처음 뮤지컬 무대에 도전하는 그룹 SG워너비의 감성 보컬 이석훈(33)이다. 두 배우는 오디션 당시 오리지널 프로덕션 연출가 제리 미첼의 마음을 단박에 사로잡았다. 제리 미첼은 오디션에서 찰리의 넘버 ‘솔 오브 어 맨’과 ‘스텝 원’을 부른 이석훈에게 “love him”이라는 찬사를 남겨 화제가 됐다. 이석훈은 “첫 뮤지컬 오디션이라 창피하고 쑥스러워 몇몇 스태프분들께 나가 달라고 부탁할 정도로 떨었다”며 “그런 제 모습에서 찰리의 모습을 엿본 것 같다”고 말했다. 제리 미첼은 오디션 현장에서 최재림의 노래를 듣고 감동해 눈물을 흘렸다는 후문이다. 최재림은 “그동안 늘 강한 남성, 악역 등 상남자 캐릭터만을 연기해 왔기에 롤라 오디션을 준비할 때 엄청 고생했다”며 “오버하지 않고, 롤라의 감정에 몰입해 오디션을 본 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노래 잘하기로 소문난 이석훈은 여러 뮤지컬 제작사로부터 끊임없이 러브콜을 받아왔다. 그는 “출연 제안을 받을 때마다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해 매번 고사했다”며 “노래뿐만 아니라 연기, 안무 능력을 갖춰야 하기에 뮤지컬은 늘 마지막 도전 분야로 남겨뒀다”고 말했다. 그런 그가 킹키부츠 출연을 결심한 데에는 찰리 역에 더블 캐스팅된 배우이자 군대 동기인 김호영의 힘이 컸다. 이석훈은 “지난 시즌부터 찰리 역을 연기한 호영이 형이 킹키부츠는 정말 재밌고 신나는 작품이란 말을 자주 했다”며 “찰리의 성격이 워낙 저랑 비슷해 용기 내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188cm의 최재림은 역대 롤라 배우 중 최장신을 자랑한다. 그는 “15cm굽의 킹키부츠를 신고 4∼5cm 가발을 쓴 채 무대에 오르다 보니 관객들은 207∼208cm의 롤라를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여장 남자인 롤라는 러닝타임 내내 화려한 옷과 높은 굽을 신고 무대에 오른다. 초연과 재공연 당시 롤라 역을 맡은 배우 정성화와 강홍석은 각각 8kg, 18kg을 감량하며 롤라 몸매를 완성했다. 하지만 호리호리한 체격의 최재림은 그들과 반대의 행보를 걷고 있다. 최재림은 “탄탄한 몸매를 위해 3kg 정도 근육을 늘려 최고의 각선미를 선보일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내년 1월 31일∼4월 1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6만∼14만 원, 1588-5212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7-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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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형극 음악극 전래동화극… 대학로서 아이들 위한 축제 열린다

    겨울방학을 맞은 어린이를 위한 공연 축제 ‘서울 아시테지 겨울축제’가 내년 1월 17일부터 28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아이들극장 등에서 열린다.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한국본부가 여름과 겨울 두 차례 주최하는 아시테지 축제는 작품성과 재미를 함께 갖춘 작품을 엄선해 신뢰도가 높다. 제14회 아시테지 겨울축제에서는 12개의 작품이 공연된다. 제26회 서울어린이연극상 본선 진출작인 ‘내 친구 송아지’ ‘제랄다와 거인’ ‘씨앗 이야기’ ‘마쯔와 신기한 돌’ ‘할머니 엄마’ ‘거인 이야기’ ‘쓰레기꽃’ 등 7편이 우수작으로 무대에 오른다. 서울어린이연극상은 아동극 제작을 위해 아시테지 한국본부가 1992년 제정한 국내 유일의 아동극 시상식이다. 개막작인 ‘내 친구 송아지’는 황순원의 단편소설 ‘송아지’를 바탕으로 6·25전쟁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상과 인형극을 융합해 눈길을 끈다. 지난해 서울어린이연극상 대상 수상작 ‘오버코트’를 제작한 극단 하땅세의 신작 ‘거인 이야기’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빠와 단 둘이 보내는 하루 동안에 거인을 만난 사건을 그린 가족극이다. 어린이극 5편도 공식 초청작으로 공연된다. 제24회 서울어린이연극상에서 대상을 받은 ‘목 짧은 기린 지피’, 루마니아 국제애니메이션 축제 공식 초청작 ‘비발디의 사계, 동물의 사육제’, 감각적인 무대 연출이 돋보이는 감성 음악극 ‘작은 악사’, 서커스 체험 워크숍과 공연이 접목된 ‘서커스 광대학교’, 연극계 거장 연희단거리패 이윤택 예술감독의 전래동화극 ‘토끼와 자라’ 등이다. ‘토끼와 자라’는 수궁가를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게 재해석한 작품이다. 독일 예술가 플로리안 로이케와의 협업으로 제작한 강렬한 색채의 스펀지 인형이 아이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공연 날짜 및 공연장, 티켓 가격 등 자세한 내용은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한국본부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2만∼3만 원. 02-745-5862∼3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7-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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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브람스의 ‘독일 레퀴엠’ 초연 무대는 눈물바다였다”

    독일 음악의 거장 요하네스 브람스(1833∼1897·사진)의 일생을 정리했다. 브람스 서거 120주년을 맞아 클래식 애호가들의 명소로 유명한 풍월당에서 출간한 첫 작곡가 평전이다. 음악칼럼니스트인 저자가 2001년 출간한 브람스 평전 ‘자유롭지만 고독하다’를 전면 수정·증보했다. 저자의 사정으로 조기 절판됐던 ‘자유롭지만 고독하다’는 중고시장에서 10만 원대에 거래되며 클래식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아 왔다. 책은 1, 2부로 구성돼 있다. 1부는 브람스의 삶과 예술 세계를 꿰뚫는 전기다. 2부는 브람스와 관련된 각종 중요한 이슈를 담아 브람스를 다각도로 이해할 수 있게 돕는다. 특히 초판과 비교해 보면 2부에 브람스에 관한 면모를 이해할 수 있는 장을 대거 추가했다. 19세기 낭만주의 음악 논쟁을 이끌었고 브람스와는 운명적으로 융화할 수 없었던 바그너, 브루크너와의 관계를 그린 2부 제10장 ‘안티테제의 숙명’ 등이 대표적이다. 대중서라기보단 클래식 마니아들의 취향을 저격한 전문서에 가깝다. 브람스의 대표 명곡인 ‘독일 레퀴엠’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과 눈물바다가 된 초연 현장의 뒷이야기, 1848년 첫 독주 콘서트, 다양한 교향곡 작곡 과정 등 브람스의 음악 인생을 전문적으로 들여다봤다. 브람스의 별명이 ‘베토벤의 후계자’가 된 이유, 평생 흠모해온 슈만의 아내 클라라를 향한 브람스의 사랑 등을 설명한 부분도 흥미롭다. 또 안토닌 드보르자크, 한스 리히터 등 브람스와 관련한 인물이 다수 등장하는데 당대의 유명 음악인들을 마주하는 재미가 있다. 다양한 볼거리도 책의 장점이다. 브람스가 사랑한 여성 중창단 ‘함부르크 여성 4중주단’, 브람스가 거주한 다양한 집, 다양한 연령대의 브람스의 모습, 브람스 필사본 악보, 독일 레퀴엠이 초연된 브레멘 성 베드로 교회 전경 등 다양한 사진이 수록돼 있을 뿐만 아니라 브람스의 첫 독주 콘서트 프로그램북 내용 등 저자가 수집한 다양한 브람스 자료가 책의 내용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7-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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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구름을 만들어내는 구름공항이 있다고?

    활자 없이 그림으로만 이뤄진 그림책이다. 한 장 한 장 넘기며 이야기를 상상해 나가는 재미가 상당하다. 반전은 마지막 그림을 넘기면 등장한다. 그림 속 동화 줄거리가 친절하게 설명돼 있다. 주인공 소년은 친구들과 함께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으로 체험학습을 간다. 소년은 86층 전망대에서 자신의 빨간 모자와 머플러로 짓궂은 장난을 거는 꼬마구름을 만나고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소년은 꼬마구름을 따라 수많은 구름이 갈 곳을 배정받고 드나드는 ‘구름공항’을 방문한다. 구름공항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야기를 그림에 담았다. 2000년 칼데콧 아너상 수상작으로 따뜻하고 다채로운 색감의 그림이 인상적이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7-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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