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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검찰이 국민의당 선거비용 리베이트 수수 및 허위 회계보고 의혹 사건과 관련해 당직자 A 씨가 이 과정을 주도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10일 알려졌다. 국민의당 주변 인사들과 선관위 관계자 등에 따르면 당초 당 실무진은 비례대표 홍보비로 17억 원을 제시한 T업체와 계약을 추진했으나 A 씨가 이를 중단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국민의당은 A 씨 주도로 김수민 의원(30·비례대표) 관련 업체에 20억 원을 주기로 하고 수의계약으로 일감을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이날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전화를 받지 않았다.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는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께 걱정을 끼쳐 드린 점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안 대표는 “사실관계를 적극적이고 개관적으로 확인해서 만에 하나라도 문제가 있다면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며 “수사 결과가 나오면 당헌당규에 따라 원칙적으로 조치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당은 이날 이상돈 최고위원을 단장으로 진상조사단을 구성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이인복 대법관)가 검찰에 고발한 국민의당 김수민 의원 관련 의혹 자체는 정치권에선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 선거 때 당이나 출마자(후보)가 홍보·광고 업체와 짜고 선관위에 비용을 부풀리거나 허위로 신고한 뒤 돈을 챙기는 ‘선거 보전 비용 빼돌리기’는 일종의 관행처럼 인식되고 있다. 이는 선거 비용 보전 제도의 허점 때문이다. 선관위는 지역구 후보와 마찬가지로 각 당 비례대표 선거 비용도 선거 후에 신청을 받아 보전해 준다. 비례대표 후보 역시 지역구 후보와 마찬가지로 선거 공보물을 만들어 배포하고, 정당 투표의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TV 광고 등 각종 홍보활동을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선관위는 비례대표 당선자를 1명이라도 배출한 정당에 대해서는 국고에서 48억1700만 원 한도 내에서 실사를 거쳐 실제 사용한 만큼 선거 비용을 보전해 준다. 이번 총선에서 4개 정당이 보전 신청한 비례대표 선거 비용은 180여억 원에 이른다. 국민의당은 이번 총선과 관련해 41억3585만 원의 비례대표 선거 비용을 청구했다. 이 가운데 2억3820만 원이 허위 청구였고, 이 돈이 김 의원 관련 업체와 일부 당직자 등에게 전달됐다는 것이 선관위 조사 결과다. 이번 총선 비례대표 선거 비용으로 △새누리당이 47억532만 원 △더민주당이 45억8780만 원 △정의당이 47억9742만 원을 각각 보전해 달라고 선관위에 청구했다. 정의당이 가장 많은 액수를 신청했다. 명목은 비례대표 선거 비용이지만 공보물 제작이나 광고 등 각 당의 홍보 비용이다. 선거 때마다 ‘선거 보전 비용 빼돌리기’가 반복되는 건 수십억 원에 이르는 홍보 계약을 당 핵심 인사 몇 명이 수의계약으로 결정할 수 있는 정당 문화의 특수성이 한몫하고 있다. 국민의당도 이번 총선에서 수의계약을 통해 사실상 김 의원이 운영하는 업체와 20억 원에 이르는 홍보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정당 관계자는 “선거 때 홍보대행사 입찰을 하다 보면 홍보대행사 측에서 ‘어느 정도를 리베이트로 내겠다’고 먼저 제안하기도 한다”고 했다. 또 구체적인 제보 없이는 실사가 쉽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선거 홍보·광고 대행업체와 후보자 측이 담합해 선거 비용을 부풀려 신고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선거 비용 보전 허위 청구죄를 신설해 선거 비용을 과다 계상해 청구할 경우 당선을 무효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법제화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김도균)는 9일 국민의당 김수민 의원(30·비례대표)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는 TV 광고 대행업체와 선거 공보물 제작업체 등 6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또 이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모 대학 교수 A 씨를 출국금지했다. 검찰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고발 하루 만에 압수수색을 통해 곧바로 수사에 착수하면서 국민의당 비례대표 의원과 당직자 등이 연루된 ‘선거비용 리베이트 수수 의혹’ 사건 파장이 커지고 있다. 중앙선관위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4·13총선 과정에서 선거 홍보물 제작업체 등에 일감을 준 뒤 업체로부터 리베이트 형식으로 2억3820만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김 의원을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또 이를 사전에 논의하고 지시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당시 사무총장이었던 박선숙 의원과 왕주현 사무부총장, 해당 업체 대표 2명도 함께 고발했다. 총선 당시 당 홍보위원장이었던 김 의원은 선거공보물 제작업체, TV 광고 대행업체 등 두 곳에서 자신이 대표로 있는 디자인 벤처기업(브랜드호텔)과 허위계약서를 작성하고 1억7820만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다. TV 광고 대행업체는 국민의당 선거홍보 관련 팀원에게 체크카드를 발급해주고 6000만 원을 추가로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의당은 선관위의 고발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고발 내용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고받았다”며 “유감스러운 일이다. 검찰의 조사를 예의 주시하겠다”고 말했다. 당 법률위원장인 이용주 의원은 이날 오후 브리핑을 통해 선관위 고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 의원은 다만 계약서가 총선이 끝난 뒤에 뒤늦게 작성된 사실은 인정했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정동연 기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8일 국민의당 김수민 의원(30·비례대표·사진)과 총선 당시 회계책임자 등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4·13총선을 전후해 정치권에서 떠돌던 국민의당 관련 의혹은 검찰에서 가려지게 됐다. 총선 당시 ‘녹색 바람’을 일으켰던 국민의당은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선관위는 총선 직후 국민의당이 3월 비례대표 후보 명단 발표 직전 당 홍보위원장으로 영입한 김 의원 관련 업체에 총선 때 홍보 일감을 몰아준 과정에 의혹이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당 관계자와 업체 대표 등을 상대로 2개월 가까이 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당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인사는 “선관위 조사가 시작되자 일부 관련자가 수시로 모여 말 맞추기와 서류 조작 등을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검찰에 접수된 고발장에 적시된 혐의 내용은 일단 홍보비 20억 원을 둘러싼 김 의원 관련 업체의 리베이트 수수 의혹과 국민의당의 허위 회계보고가 골자다. 홍보비 빼돌리기는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국고보조금 빼돌리기의 단골 수법이다. 미스터리는 국민의당이 왜 대학 벤처동아리 수준의 업체에 홍보 일감을 몰아줬는지다. 과거 통상적인 관행이라면 비례대표 당선권에 공천을 받은 인사가 당에 특별당비(공천헌금)를 내는 게 맞지만 이번 경우는 그 반대이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은 김 의원에게 당선 안정권(7번)에 비례대표 공천을 해주고, 김 의원 관련 홍보업체에 일감도 몰아줬다. 김 의원 측이 리베이트 일부를 당직자들에게 건네 선거 비용으로 사용됐다고 하지만 충분한 설명이 되긴 어렵다. 이와 관련해 총선 이후 당 안팎에선 이런저런 소문이 구체적으로 돌았다. 선관위도 여러 경로로 조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강제 수사권이 없어 구체적인 단서는 잡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이 김 의원 개인적인 차원의 문제로 종결된다면 허위 회계보고 혐의로 고발된 당직자들은 혐의를 벗어날 수도 있다. 하지만 검찰 수사에서 홍보 일감 몰아주기와 리베이트 수수가 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드러날 경우에는 문제가 달라진다. 여기에 검찰 수사가 선관위 고발 내용을 넘어 김 의원 공천을 둘러싼 의혹으로까지 이어진다면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박선숙 당시 사무총장은 지난달 9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홍보예산 집행 과정에서 부총장이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마타도어가 있어 조사해 보니 인사에 불만을 품은 일부 당직자가 벌인 것으로 확인됐지만 선처하기로 했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차길호 kilo@donga.com·길진균 기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이인복 대법관)가 4·13총선 당시 선거 홍보물 제작업체 등에 일감을 주고 업체들로부터 억대의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국민의당 선거대책위원회 홍보위원장이었던 김수민 의원(30·비례대표)을 8일 검찰에 고발했다. 김 의원은 20대 총선 최연소 당선자다. 검찰과 국민의당 관계자 등에 따르면 선관위는 또 김 의원이 받은 리베이트 일부가 몇몇 국민의당 당직자 개인 계좌로 흘러들어간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선관위는 선거비용 회계보고를 허위로 한 혐의로 당시 회계 책임자였던 박선숙 의원(당시 사무총장)과 왕주현 사무부총장 등도 고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돈이 사적으로 사용된 흔적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당은 3월 비례대표 후보 명단 발표 직전 김 의원을 홍보위원장에 영입했으며 김 의원 관련 홍보업체에 20억 원가량의 일감을 맡겼다. 김 의원 관련 업체는 인쇄물 제작업체 등 하청업체에 일감을 나눠주고 리베이트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처음 듣는 얘기다. 보좌관을 통해 알아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선관위는 새누리당 이군현 의원(경남 통영-고성)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 의원은 19대 국회의원 시절 보좌진 월급 2억여 원을 빼돌려 쓴 혐의다. 길진균 leon@donga.com·조용우 기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이르면 다음 주 네팔 히말라야를 찾아 현지에서 구호 활동을 벌이고 있는 한국인 자원봉사자들을 만날 계획이라고 7일 문 전 대표 측이 밝혔다. 문 전 대표 측은 “한국인들이 지원하고 있는 네팔 현지 학교를 방문해 일일 교사로 봉사하면서 오지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격려할 계획”이라며 “구체적 일정과 동선 등은 아직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문 전 대표의 네팔행은 본격적인 차기 대선 행보에 앞서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는 게 주변 전언이다. 문 전 대표 측은 “네팔을 다녀온 뒤 다시 외국으로 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문 전 대표의 네팔행은 12년여 만이다. 문 전 대표는 2004년 2월 말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을 사퇴한 뒤 히말라야로 트레킹을 떠났다가 노무현 당시 대통령의 탄핵 소식을 접하고 곧바로 귀국한 바 있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야권의 잠재적 대선주자로 꼽히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안희정 충남지사와 김부겸 의원(대구 수성갑)이 서울에서 강연정치 경쟁을 벌였다. 안 지사는 4일 서울 중구 명동 퍼시픽호텔에서 열린 ‘거버넌스 리더스 조찬포럼’에서 “자기를 특정 지역의 대표라고 말하는 순간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 수 없다”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둘러싼 ‘충청 대망론’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안 지사는 특히 “다른 지역이 다 지역주의를 주장하더라도 충청만큼은 절대로 지역정치를 이야기하면 안 된다”며 “그것은 영원한 3등 전략”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포럼 직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반 총장의 대권 출마 가능성에 대해 “어느 분이든 새로운 미래를 향해 우리의 소망과 계획을 이야기하고, 그 속에서 국민 앞에서 좋은 경쟁을 벌이길 원한다”고 했다. 김 의원은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포럼 ‘국민속으로’ 주최 토크콘서트 강연자로 참석했다. 그는 야권 내에서 내년 대선을 3자 구도로 치러도 야권이 승리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에 대해 “교만한 소리”라고 일축했다. 김 의원은 “(더민주당과 국민의당 후보가) 끝까지 둘 다 나오면 이기겠느냐”며 “야권 지도자들이 무책임한 이야기를 되풀이하면 야권 내에 큰 지형 변화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어 “무소속 유승민 의원이 공교롭게도 요새 저와 비슷한 처지”라며 헌법 제1조를 언급하며 야권 주류 세력을 비판했다. 김 의원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데 ‘공화국’은 ‘우리가 함께 책임질 나라를 만들자’는 것”이라며 “‘형편이 어려워졌으니 각자 살아나가라’고 하면 그건 우리가 합의한 나라, 민주공화국이 아니다”라고 했다. 한편 더민주당을 탈당한 친노(노무현) 진영 이해찬 의원(노무현재단 이사장)은 8일 미국 뉴욕에서 반기문 총장을 만난다. 노무현재단 측은 “반 총장 측에서 미국 국무부 초청으로 미국을 답사 중인 이 의원 측에 ‘차나 한잔 하자’고 먼저 연락이 왔다”고 전했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대망론과 관련해 3일 “우리 사회는 어른, 존경받는 사회지도자가 너무 없다”며 “그런 분들은 계속 우리 사회를 위해서 좋은 역할을 하실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우리가 풀어 나가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반 총장의 대권 도전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에둘러 내비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총선 이후 ‘정중동(靜中動)’ 행보를 이어온 안 대표가 대외활동을 본격적으로 재개했다. 이날 총선 이후 처음으로 출입기자단 오찬간담회도 가졌다. 최근 자신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당의 존재감도 떨어진다는 안팎의 지적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간담회에서 “나름대로 정리한 ‘자이트가이스트(시대정신)’는 격차 해소와 평화통일이고, 핵심은 서민의 아픔”이라고 운을 뗀 뒤 각종 현안에 대한 질문에 미리 준비한 듯 발언을 쏟아냈다. 안 대표는 산업구조 재편에 대해 “국민의당은 친기업이지만 친재벌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지금 우리 재벌그룹들이 망가지고 있다”며 “살아남기 위해 경쟁력 있는 산업에만 집중하는 구조로 재편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과거 ‘빅딜’처럼 정부가 강제로 할 수는 없지만 기업들이 핵심 역량을 정해 다른 그룹에서 넘겨받아 키워야 한다”며 “그런 식으로 하면 인센티브를 줄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안 대표는 최근 발생한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 사고’ ‘가습기 살균제 사건’ 등도 거론했다. 그는 “한국은 선진국에 비해 사람 목숨 값이 너무 싸다. 사고가 나면 구조적인 문제를 풀지 않고 사람 목숨으로 때운다”며 “한 번 인명사고가 나면 (관련 기업을) 망하게 만들고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이날 반 총장에 대해 여러 차례 “유종의 미를 거두셨으면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유엔 사무총장은 개발도상국에서 많이 맡기 때문에 반 총장은 처음이자 마지막 한국인 총장이 될 것”이라며 “선진국에서는 존경받는 사회지도자들이 은퇴 후 책을 쓰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사회에 기여하더라”라는 ‘뼈있는’ 말도 했다. 최근 여야 간 국회 원 구성 협상에 대해 “일반 서민들은 권력놀이 하는 것으로 본다”며 “지금은 정말 위기 상황인데 여의도에서는 위기를 실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앞서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에서는 “안보를 좀먹는 최대 적은 방산비리 군납비리”라며 “비리와 관련된 재산상의 이익에 대해서는 가혹할 만큼 추징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임을 위한 행진곡’의 5·18민주화운동 기념곡 지정과 함께 5·18민주화운동을 비방하면 처벌하는 내용을 담은 ‘5·18민주화운동 특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2일 밝혔다. 법안에는 안철수 상임공동대표 등 국민의당 의원 38명 전원이 서명했다. 법안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기념식에서 제창하도록 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규정했다. 또 5·18민주화운동 기념행사를 개최할 때 정부가 5·18민주화 유공자 또는 그 가족이나 유족 등과 협의하도록 하고 있다. 법안에는 신문 방송이나 각종 출판물 또는 인터넷 등 정보통신망을 통해 5·18민주화운동을 비방 및 왜곡하거나 사실을 날조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처벌 규정도 담겨 있다. 이에 대해 정치권 안팎에선 과잉 입법이라는 의견과 필요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일반법인 형법으로 충분히 처벌이 가능한 상황에서 굳이 특별법에 따로 처벌 규정을 두는 것이 법률적 실익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특히 예외를 인정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는 명예훼손 등보다 5년 이하로 가중처벌하도록 한 부분은 형평성 문제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5·18민주화운동을 왜곡 날조해도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을 경우 형법상 명예훼손이나 모욕죄로 처벌할 수 없는 법률적 한계가 있다”며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명예훼손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만큼 특별법으로 이를 보완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국회 운영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실제로 하기는 쉽지 않다. (여당과의 협상을 위한) 논리 대응 차원에서 한 이야기라고 봐 달라.”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1일 기자들을 만나 이렇게 말했다. 국회의장 자유투표는 ‘협상용’이라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새누리당이 “전통적으로 의장은 1당이 아닌 여당 몫”이라고 주장하자 거야(巨野)의 위세를 앞세워 여당을 굴복시키려고 던진 카드라는 얘기다. 우 원내대표는 야권만으로 7일 예정된 본회의를 열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어떻게 개원 국회를 야당만 모아서 하겠느냐. 레토릭(수사)이다. 여당 의원들이 불참하고 야당만 (의장 선출) 투표를 하면 공멸”이라고 했다. 20대 국회에서도 구태가 되풀이되고 있다. 타협과 양보의 협치 정신은 사라지고 또다시 정치적 힘겨루기와 밥그릇 챙기기가 여야 협상을 지배하고 있다. ‘정치를 바꾸라’는 4·13총선 민심에 여전히 정치권이 응답하지 못하면서 “20대 국회도 싹수가 노랗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야정 민생경제점검회의 등 ‘협치 실험’이 시작도 하기 전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꼼수와 몽니 국회 원 구성을 마쳐야 하는 법정 시한은 9일로 일주일 남았다. 하지만 1일 여야는 협상 테이블에 앉지도 않았다. 야권은 전날 세월호특별법 개정안을 20대 국회 개원 즉시 처리하고 4개 현안의 상임위 청문회(가습기 살균제 피해, 어버이연합 자금 지원 의혹, ‘정운호 게이트’ 관련 법조 비리, 농민 백남기 씨 과잉진압 논란)를 열기로 합의했다. 이에 새누리당은 ‘야권 야합’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는 “전날 나만 빼고 자기들(야권의 원내수석들)끼리 만난 것 아니냐. 상임위원장 배분도 짬짜미한다는 얘기가 있다. 야당이 숫자로 밀어붙이겠다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반발했다. 김 원내수석은 야당의 사과를 요구하며 ‘협상 보이콧’을 선언했다. 그러자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야 3당(더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이 합의했다고 여당이 협상을 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야당이 하는 일은 모두 여당의 결재를 받으란 말이냐”며 “(청문회를 열기로 한 4대 현안에 대해) 아무 일 없다는 듯 침묵하면 협치냐”고 지적했다. 새누리당의 협상 보이콧을 ‘몽니’로 규정한 것이다.○ 각자 ‘셈법’만 난무 그렇다고 야권이 ‘찰떡 공조’를 이어가는 것도 아니다. 이날 박 원내대표는 더민주당의 의장 자유투표와 관련해 “더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합의한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새누리당(122석)과 더민주당(123석)이 모두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국민의당(38석)의 협상력을 높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야권 위세에 눌린 새누리당에선 다시 무소속 의원 복당 문제가 수면으로 떠올랐다. 새누리당에서 탈당한 무소속 의원 7명을 복당시키면 1당으로 올라설 수 있기 때문이다. 의장직을 요구할 명분이 생기는 것이다. 야권은 즉각 반발했다. 더민주당 박광온 수석대변인은 “민의가 만든 의석수를 자당의 이익을 위해 붕괴시킬 수 있다는 생각은 오만이자 국민을 배신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원 구성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복당을 시킨다는 발상은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중진 의원들은 ‘잿밥’에만 눈독 여야가 ‘치킨게임’에 몰두하면서 기대했던 정치 쇄신 경쟁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새누리당과 더민주당은 총선을 앞두고 ‘무노동 무임금 원칙’의 실천을 약속했다. 의정활동 중단 기간 세비를 받지 않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각 개원’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당 차원의 결의 움직임은 없다. 그 대신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는 이날 “국회가 일을 시작하지 못하면 국민의당은 원 구성이 될 때까지 세비를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지각 개원의 책임을 새누리당과 더민주당에 돌리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중진 의원들은 국회의장단과 상임위원장 자리를 두고 치열한 자리다툼에 나섰다. 더민주당에선 문희상 정세균 이석현(이상 6선) 박병석 의원(5선)이 국회의장직을 놓고 경합 중이다. 정치권에선 당내 교통정리가 쉽지 않자 자유투표 얘기를 꺼낸 것이란 관측도 있다. 새누리당에선 3선 의원 22명이 상임위원장 8곳을 놓고 물밑 경쟁에 들어갔다. 이재명 egija@donga.com·길진균·한상준 기자}
20대 국회가 또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시늉을 하고 있다. 4·13총선을 앞두고 약속한 ‘국회 개혁’ 차원이지만 ‘일하는 국회’의 첫 단추인 원 구성 협상도 못한 상황에서 특권을 내려놓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원혜영 의원은 31일 ‘불체포특권 남용 방지법(국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원 의원이 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은 불체포 특권의 남용을 막기 위해 ‘체포동의요청안을 72시간 내 표결하지 않을 때는 그 기간이 경과한 뒤 처음으로 개회하는 본회의에 자동 상정되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현행 국회법은 국회의장이 정부로부터 체포동의 요청을 받은 후 처음 개의하는 본회의에 이를 보고하고 본회의에 보고된 때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그동안 표결이 성사되지 않아 체포동의 요청안이 자동 폐기된 경우가 적지 않아 국회가 불체포 특권을 남용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19대 국회에서도 같은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임기가 끝날 때까지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원 의원은 “국회 스스로 잘못된 특권을 내려놓음으로써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며 “20대 국회는 오직 국가와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국회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당은 이날 20대 국회의장단 선출 법정시한인 6월 7일까지 원 구성 등 개원 협상을 마무리 짓지 못할 경우 “협상이 끝날 때까지 국회의원 세비를 반납하자”고 여야에 제안했다. 김관영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7일까지 원 구성 협상을 마무리하겠다고 국민 앞에 여러 번 약속했다. 특단의 각오를 갖고 협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민의당 김성식 정책위의장은 홍만표 변호사의 법조비리 사건과 관련해 “검찰 수사가 내부 도화선 끊어내기와 제 식구 감싸기식으로 진행된다면 20대 국회의 제1호 특별검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건의 본질은 전관 커넥션과 법조 비리이지 탈세가 아니다”라며 특검을 제안한 배경을 설명했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여소야대(與小野大) 국회에서 야당부터 달라져야 한다.” 30일 문을 연 20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당 초선 의원들이 스스로 변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20대 국회에서 야당의 가장 큰 과제로 ‘책임감’을 꼽았다. ‘여소야대’라는 새로운 정치 환경 속에서 야당부터 새로운 국회를 만들기 위해 앞장서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본보는 더민주당 5명, 국민의당 3명 초선 의원의 ‘야당을 위한 제언’을 들어봤다.○ ‘발목 잡는 야당’ 역할 끝내야 야당 초선 의원들 사이에선 4·13총선에서 야권을 다수로 만든 민의(民意)를 야당이 명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총선에서 여소야대 국면이 된 건 야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새누리당의 공천 갈등을 심판한 결과라는 것이다. 더민주당 최운열 의원은 “그동안 보여줬던 ‘발목 잡는 야당’ 역할 끝내라고 국민이 더민주당을 제1당으로 만들어 준 것”이라며 “이를 명심하고 그에 걸맞게 반대만 하는 야당이 아닌 국정 운영의 주체로서 행동하고, 실효성 있는 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김정우 의원은 “이제 야당이라는 용어를 안 썼으면 좋겠다”고 했다. 더민주당이 제1당이 된 만큼 책임감을 갖고 정책으로 승부하고, 정책으로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기동민 의원도 “국민에게 가장 절박한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집권 여당에 대한 가혹한 심판이 4·13총선의 결과”라며 “상시청문회법 논란 등으로 허송할 시간이 없는 만큼 청년일자리 문제 등 먹고사는 문제에 대해 야당이 해답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은 “일하는 국회, 생산적인 국회를 만들지 못한 것은 야당도 공동 책임이 있다”며 “20대 국회가 국민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야당이 별개의 법안을 연계해 국회를 파행시키는 모습을 이제는 보여선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정상적인 국회 개원을 위해 국회법 개정안 등은 별개로 처리하고 민생 현안을 논의하는 등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박주현 의원도 “국회가 이제는 문제해결 능력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당이 다수였던 19대 국회에서 야당은 문제점을 지적하고 시정을 요구해 왔지만 20대 국회는 상황이 바뀐 만큼 야당이 정책이나 예산 측면에서 양극화 해소 등 국민이 원하는 정책을 제시하고 정부여당의 기조를 바꿀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였다.○ 초선부터 대화 타협에 솔선수범 20대 국회에서 초선 의원은 전체 의원 300명 가운데 44%(132명)에 이른다. 그만큼 새로운 정치 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해 초선의 역할이 중요해진 셈이다. 본보의 통화에 응한 의원들도 대부분 이에 동의했다. 더민주당 이철희 의원은 “여야를 막론하고 초선 의원들이 새로운 모임을 만들고, 여론의 지지를 받는다면 지금까지의 정치 문화가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국회가 정치, 이념적 이슈보다 민생 이슈에 집중할 때 대화와 타협의 국회가 가능하다”며 “야당부터 무조건 ‘나는 옳고 상대는 틀렸다’는 이분법 사고와 진영 당파 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문했다. 국민의당 송기석 의원도 그동안 야당이 국회를 싸움의 장소로 생각한 것은 잘못됐음을 지적했다. 송 의원은 “야당이 제대로 실력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대화와 타협보다 싸움을 선택한 것”이라며 “모든 사안을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하고 이를 위해 국회는 밤을 새워 논의하고 결론을 내는 장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야당 초선 의원들부터 국회 정상화를 위해 솔선수범하겠다는 다짐이었다. 길진균 leon@donga.com·한상준·황형준 기자}
헌법재판소가 ‘국회선진화법(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권한쟁의 심판 청구를 각하하면서 정치권의 관심은 이제 또 다른 국회법 개정안(상시 청문회법)에 쏠리고 있다. 국회가 의결해 이송한 이 법에 대해 청와대가 거부권 행사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고, 정부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위헌 여부를 검토 중이기 때문이다. 26일 복수의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법제처는 국회가 ‘상시 청문회법’을 정부로 이송한 23일부터 관련 부처와 헌법학자 등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취합했고 “여러 가지 문제가 있는 법”이라는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법제처 관계자는 “아직 어떤 결론을 내린 것은 없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법제처 검토 결과를 넘겨받는 대로 거부권 행사에 대한 정무적 검토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법제처에서 검토할 사안”이라며 말을 아끼고 있지만 행정부 권한 침해 우려가 크다는 인식이 강하다.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20대 국회 출발부터 야권과 정면충돌하게 된다는 점이다. 여야 ‘협치’는 물 건너가는 셈이다. 헌재가 국회선진화법에 대한 권한쟁의 청구를 아예 각하 결정한 것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위헌 여부에 대해 판단을 하진 않았지만 국회 결정을 존중한다는 의미도 담겨 있기 때문이다. 야권은 벌써부터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두고 연일 맹비난을 퍼붓고 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거부권을 무리하게 해석해 19대 임기의 법안을 폐기한다면 헌법에 정면으로 위배돼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회선진화법은 국회 운영과 관련한 문제이고 상시 청문회법은 행정부에 대한 권한 침해 문제이기 때문에 같은 국회법 개정안이지만 두 법의 연관성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20대 국회도 제때 개원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총선 이후 여야 3당 원내대표는 과거 관행을 깨고 20대 국회는 법정 시한 내 원(院) 구성을 마치겠다고 수차례 다짐했다. 하지만 임기 개시일(5월 30일)을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24일까지도 원 구성 협상은 제 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새누리당의 내홍(內訌)이다. 새누리당은 친박(친박근혜)과 비박(비박근혜) 진영 간 싸움으로 사실상 지도부 공백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상시 청문회 개최를 골자로 한 국회법 개정안이라는 암초까지 불거졌다. 6월 초 개원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25일 해외 순방에 나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귀국하는 다음달 5일 이후에야 국회법 개정안 논란에 대한 결론이 날 것으로 보고 있다. 더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원 구성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데, 여당이 너무 혼란스러워서 걱정”이라며 “조속히 혼란을 마무리하고 원 구성 협상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2012년 출범한 19대 국회도 여야가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 등을 놓고 대립하면서 그 해 7월 2일에야 개원했다.길진균기자 leon@donga.com}
야권의 4·13총선 승리와 새누리당의 내전(內戰)을 계기로 여야를 막론하고 잠재적 대권 주자들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아직 대선이 1년 반 넘게 남아 있지만 예상치 못한 총선 결과로 정치판이 크게 흔들리면서 이들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는 형국이다. 5월이 ‘대권 시동의 달’이 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 경쟁을 벌이는 야권에선 최근 한 달 새 잠룡들이 잇달아 수면으로 등장하고 있다. 일본을 방문하고 귀국한 더민주당 손학규 전 상임고문은 22일 서울 김포공항에서 “새 그릇을 만들기 위한 정치권의 각성과 헌신, 그리고 진정한 노력을 담아 낼 새판이 짜여야 한다”고 했다. 나흘 전 광주에서 “(정치권) 새판을 짜는 데 앞장서겠다”고 한 데 이어 또다시 ‘새판 짜기’를 강조한 것이다. 이날 칩거 중인 전남 강진으로 내려가기 전 지지자 40여 명과 가진 식사 자리에서 한 지지자는 ‘대통령 손학규’를 건배사로 했고, 또 다른 지지자는 ‘삼시세판’이라고 소리쳤다. 손 전 대표는 2012년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선거캠프 구호였던 ‘저녁이 있는 삶’을 건배사로 화답했다. 참석자들은 당시 선거 홍보곡으로 만들었던 ‘저녁이 있는 삶’을 함께 부르기도 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20일 “열심히 훈련하고 연습하고, 불펜투수로서 몸을 풀고 그래야겠다”고 했다. 앞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문 전 대표를 계속 응원해야 할지, 직접 슛을 때리기 위해 뛰어야 할지 결정하겠다”고도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13일 전남대 강연에서 “이제 뒤로 숨지 않겠다. 역사의 부름 앞에 부끄럽지 않도록 행동하겠다”고 말했다. 총선 직전까지 정치 관련 언급을 극도로 꺼리던 이들이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이들의 때 이른 ‘대선’ 행보에 대해 더민주당 관계자는 “지금까지 거론되는 대선 후보 가운데 누구도 대세론을 구축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정권 교체 가능성이 높아졌고, 정계 개편 등으로 대선 구도가 요동치는 상황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여권에서도 분당설과 정의화 국회의장의 정치결사체 추진 등이 맞물리면서 ‘대망론’이 분출하고 있다. 차차기 주자로 거론됐던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의 움직임에 최근 관심이 집중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남 지사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대통령 해 보는 게 꿈”이라고 했다. 특히 25일 시작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방한은 여권의 대선 레이스 조기 점화에 한몫할 것으로 보인다. 반 총장은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아직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화법을 쓰고 있다. 하지만 친박(친박근혜) 진영에선 ‘반기문 대망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과거 대선 1년 전이면 대세론이 굳어지는 경우가 많았다”며 “올 하반기 여론조사부터 의미 있는 지지율을 얻어야 하는 잠재적 대선 주자들로서는 지금이 치고 나가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19대 국회의 끝은 ‘속전속결’이었다. 19일 마지막 국회 본회의에서 가수 신해철 씨의 의료사고 사망을 계기로 만들어진 일명 ‘신해철법(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법)’ 등 법안 129건이 일사천리로 통과됐다. ‘무능’ ‘최악’이라는 오명을 썼던 19대 국회는 이날도 수박 겉핥기 식 의결로 마무리됐다. 19대 국회가 미뤄놓은 9809건의 미처리 법안은 29일 19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 수순을 밟는다.○ 절반 이상 법안 자동 폐기 이날 본회의에선 ‘신해철법’을 포함해 △전·월세 전환율 산정 방식을 변경해 월세 인하를 유도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부마민주항쟁 관련자의 명예 회복과 보상에 관한 법률안 개정안 △주민등록번호 유출 피해자가 주민번호를 변경할 수 있도록 한 주민등록법 개정안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의료법 개정안 등을 처리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대표 발의한 ‘국회법 개정안’도 이날 통과됐다. 국회법 개정안은 연중 상시국회를 운영하기 위해 8월 임시회를 명문화했다. 폐회 중인 3월과 5월 셋째 주에 상임위원회를 열어 법안을 심사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정치, 통일·외교·안보, 경제, 교육·사회·문화 등 4개 분야로 나눠 대정부 질문을 실시하고 있는 것을 2개 분야로 통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9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은 모두 1만7822건에 이른다. 이 가운데 이날까지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은 8013건에 그쳤다. 9809건의 법안들이 폐기될 상황이어서 18대 국회(6301건) 때보다 3508건이나 많다. 19대 국회가 정책을 위한 논의를 등한시한 결과라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주요 민생법안들 자동 폐기 총선 이후 여야 3당은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벗자”며 시급한 민생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우선적으로 처리하기로 했던 청년고용촉진법 규제프리존특별법 등은 한 차례의 심의도 하지 못했다. 또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특별법, 세월호특별법, 노동개혁 관련법, 서비스산업발전법 등 각 당이 추진하던 굵직한 법안은 결국 19대 국회에서 빛을 보지 못한 채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변호사시험법 개정안(사법시험 존치법)도 처리가 무산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했던 경제민주화 법안 상당수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 사태를 계기로 대기업들이 의무적으로 해외 계열사 현황을 공시하도록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이른바 ‘롯데법’도 폐기됐다. 공정위가 심혈을 기울여 온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 △소비자권익증진기금 설치 △집단소송제 도입도 실현이 불투명해졌다.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위한 은행법 개정안, 한국거래소의 지주사 전환을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 등 금융 관련 법안들도 자동폐기 수순을 밟는다. 정부·여당은 30일 출범하는 20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이들 법안을 즉각 다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4·13총선에서 여소야대(與小野大) 구도가 되면서 조속한 처리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장윤정 기자 / 세종=손영일 기자}
국회 파행의 중심에는 법제사법위원회의 ‘월권(越權)’이 자주 등장한다. 이 때문에 법사위의 ‘비대한’ 권한을 축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달라진 정치 지형으로 인해 20대 국회에서도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는 1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원 구성 협상에서 상임위 개편과 함께 법사위 역시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 권한이 한층 강화돼 법안 처리의 ‘운명’을 틀어쥐고 있는 법사위의 기능을 조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법사위 권한 조정과 함께 예결위 상설화 등은 일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개혁 과제”라고 말했다. 국회법 제86조 1항은 “위원회에서 법률안 심사를 마치거나 입안한 때에는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하여 체계와 자구에 대한 심사를 거쳐야 한다”고 돼 있다. 상임위를 통과한 모든 법안은 법사위를 거쳐야 본회의에 갈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법사위 심사는 단순히 자구 검토나 법리적 검토에 그치지 않고 있다. 다른 상임위에서 여야가 합의한 법안을 법사위가 본회의 상정을 막아도 마땅히 견제 장치가 없다. 19대 국회에서 ‘법사위 월권방지법(국회법 개정안)’을 처음 발의한 새누리당 강기윤 의원은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는 입법의 비효율을 초래할 뿐 아니라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정당한 사유 없이 법률안 심사를 지연시키는 수단으로 악용됐다”고 주장했다. ‘법사위는 상원, 법사위원장은 상원의장’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3월 3일 법사위 전체회의는 담뱃갑에 ‘흡연 폐해’ 경고 그림을 의무화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흡연자의 행복추구권 침해’를 이유로 처리를 보류했다. 수개월의 심사와 검토 끝에 여야 합의로 법안을 넘긴 보건복지위는 강력히 반발했다. 비슷한 이유로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2014년 4월 “법사위의 월권을 중단하라”는 결의안 채택을 추진했고, 의원들은 앞다퉈 ‘법사위 월권방지법’을 발의했다. 하지만 4·13총선이 몰고 온 ‘여소야대’의 지형이 변수다. 제1당이 된 더민주당이 국회의장을 차지하고, 야당이 맡아 왔던 법사위원장 자리가 새누리당에 돌아갈 가능성이 커지면서 공수가 뒤바뀌었기 때문이다. 19대 국회에서 법사위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한 바 있는 새누리당은 예전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통화에서 “굳이 (국회법을) 고치지 않더라도 이미 다 법사위 내에서 해결돼 왔다”고 말했다.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각 당의 유불리를 따지면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다”며 “일하는 국회, 생산적인 국회를 만들라는 국민의 바람을 받들어 국회 제도 개혁이라는 큰 틀에서 법사위 문제를 포함해 여야가 주고받을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길진균 leon@donga.com·강경석 기자}
청와대가 국가보훈처의 ‘임을 위한 행진곡’ 기념곡 지정과 제창 불허 결정을 16일 이른 아침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에게만 미리 귀띔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전 7시 48분 청와대 현기환 정무수석으로부터 ‘(보훈처에서) 현행대로 합창으로 결정, 청와대에 보고한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이해 바란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공개했다. 뒤늦게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청와대는 국민의당과만 파트너십을 만들겠다는 것이냐”며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회의가 끝난 뒤 그는 기자들 질문에 “국민의당과 잘해 보라고 그래”라고 한 뒤 자리를 떴다. 더민주당 내에서는 여권의 반복되는 ‘차별 대우’에는 다분히 의도가 있다는 시각이 많다. 야-야 갈등을 유발하기 위한 전술이라는 얘기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현 수석이 우 원내대표에게도 통보하려 했는데 박 원내대표가 통화 직후 페이스북에 곧바로 글을 올렸다”며 “오전 10시 40분쯤 우 원내대표와 통화해 자세히 설명했다”고 전했다. 한편 박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학술대회에 참석해 “박근혜 대통령이 좋은 방안을 강구하겠다, 보훈처에 지시하겠다고 해놓고 3일 만에 잉크도 마르기 전에 종이를 찢어버렸다”며 “이렇게 해놓고 국회에서 협치하라고 하면 할 수 있겠는가”라고 했다. 그는 “협치를 하기 위해 개헌을 할 때가 됐다”며 “대통령 중심제에서 대통령이 바뀌지 않으면 협치는 불가능하다. 내각제든, 이원집정제든 제도적으로 바뀌어야만 국회와 협치가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역대 최악’으로 꼽히는 19대 국회가 이번 주 사실상 막을 내린다. 임기는 29일 종료되지만 19일 예정된 임시국회 본회의가 마지막 일정이다. 새누리당 김도읍,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국민의당 김관영 원내수석부대표는 15일 국회에서 회담을 열고 마지막 본회의에서 처리할 법안을 논의했다. 이들은 “무쟁점 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며 “유종의 미를 거둘 것”이라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3당 원내지도부가 13일 청와대 회동에서 ‘협치(協治)’의 물꼬를 텄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주요 쟁점 법안을 놓고 여전히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19대 국회에 계류돼 있는 1만96건(15일 현재)의 법안은 대부분 자동 폐기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새누리당은 노동개혁 4법(근로기준법·고용보험법·산재보상보험법·파견근로자보호법) 일괄 처리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규제프리존특별법 등을 우선 처리하자고 주장하지만 야당은 부정적이다. 그 대신 더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조사위원회 활동 기간 연장을 위한 세월호특별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19대 국회는 본회의에 계류된 37건과 법사위 등 각 상임위에 계류 중인 무쟁점 법안 100여 건을 처리한 뒤 종료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주요 법안이 자동 폐기되더라도 20대 국회 개원과 함께 다시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여소야대(與小野大) 환경에서 19대 국회가 처리하지 못한 쟁점 법안들이 곧바로 처리될지는 미지수다. 정치권 안팎에선 19대 국회가 결자해지(結者解之) 차원에서 쟁점 법안 중 시급한 민생, 안보,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만이라도 추가 협상 등을 통해 서둘러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법안을 처리한 뒤 문제가 생기면 20대 국회에서 수정하더라도 19대 국회 법안은 19대 국회가 깨끗이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차길호 기자}
“총평을 하자면 성과도 있고 한계도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13일 박근혜 대통령과 3당 원내지도부 간 청와대 회동 직후 이렇게 평가했다. 그는 경제부총리와 3당 정책위의장 간 민생경제점검회의체를 가동키로 한 것과 관련해서는 “회의체 신설은 의미 있는 진전이고, 협치 차원의 진전이라고 본다”며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도 회동 직후 “몇 가지 좋은 결과를 도출한 회동이었다”고 말했다. 또 “대통령이 웃으면서 ‘소통하겠다, 국회와 협력하겠다, 민의를 존중하겠다’고 강조한 것은 상당한 성과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 대표는 회동 중에 박 대통령이 3당 대표 회동 정례화를 수용하자 “정말 대통령이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을 만한 것이다. 국민들이 기뻐할 소식”이라고 말했다고 회동에 참석했던 새누리당 김광림 정책위의장이 전하기도 했다. 이는 과거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회동 직후 야권이 내놓은 반응과는 사뭇 다르다. 지난해 10월 22일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더민주당의 전신) 대표 간 회동 직후 문 대표는 “거대한 절벽을 마주한 것 같은 암담함을 느꼈다”고 했다. 다만 두 야당은 ‘협치’ 가능성을 확인한 데 대한 기대감을 표시하면서도 회동 결과에 대해선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우 원내대표는 “세월호법 개정, 어버이연합 문제, 누리과정, 남북관계 등등 예민한 현안에서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해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 원내대표는 소통과 관련해 박 대통령의 변화를 묻는 기자들 질문에 “성과와 한계가 있었다고 하지 않았나”라며 “(박 대통령이) 책상을 치면서 얘기하진 않았다”고 했다. 박 원내대표도 “우리는 할 이야기를 다 했고, 대통령께서도 하실 말씀을 했다. 구체적 현안은 (대통령이) 답변하지 않은 게 있다”면서 “우리가 계속 노력하고 풀어가야 할 우리 당의 숙제”라고 했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