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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촉발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7월 전화 통화 당시 직접 듣고 있었다고 시인했다.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불똥이 폼페이오 장관과 국무부에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2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유럽을 순방 중인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로마에서 루이지 디마이오 이탈리아 외교부 장관과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전화 통화 내용을 듣고 있었다”며 “경제 성장과 안보, 부패 문제 등을 다루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정책에 대한 대화였다”고 말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 정상의 통화를 들은 인사에 폼페이오 장관도 포함돼 있다는 언론 보도를 폼페이오 장관이 처음으로 인정한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조사를 벌이는 민주당과도 강하게 충돌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1일 하원 외교위원회에 보낸 서한에서 국무부 관리 5명을 출석시키라는 의회의 요구에 대해 “국무부의 저명한 전문가들을 협박하고 괴롭히며 부적절하게 대우하려는 시도로밖에 이해되지 않는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그러자 민주당 소속 하원 3개 상임위원장은 성명을 내고 “탄핵 조사 방해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워싱턴포스트(WP)는 “근래 보기 드문 입법부와 행정부의 대격돌”이라고 평했다. 당초 우크라이나 사태와 거리를 뒀던 폼페이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인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국무부 부탁으로 우크라이나 정부에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다”고 폭로하며 물귀신 작전을 펼치자 방어적 태도를 보였다. 폼페이오 장관은 민주당으로부터 우크라이나 의혹 관련 자료를 4일까지 제출하라는 소환장도 받았다. 출석 요구를 받은 국무부 관리 5명 중 지난달 27일 사임한 커트 볼커 전 우크라이나 협상 특별대표와 마리 요바노비치 전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대사 등 2명은 의회에서 진술하겠다고 밝혔다. 탄핵 조사에 반발하며 막말을 쏟아내는 트럼프 대통령은 1일 연이은 트위터 메시지에서 “지금 진행되는 것은 국민의 힘을 앗아가는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마녀사냥’에서 시작해 ‘반역’ ‘대통령 희롱’ ‘내전’에까지 이른 트럼프 대통령의 험한 입이 ‘쿠데타’까지 나아간 것. WP는 “트럼프 대통령의 수사(rhetoric)가 점점 어두워지고 있다”며 “이는 지지자들을 선동하기 위한 ‘다이너마이트’ 같은 무서운 단어들”이라고 지적했다.정미경 mickey@donga.com·전채은 기자}
“다음 주엔 세계 어느 곳에서도 위기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 내 스케줄이 이미 꽉 찼기 때문이다.” ‘미국 외교의 거두’로 불리는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96)이 전성기 시절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했던 말이다. 5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이 말은 유효한 것 같다. 세계 외교 지형은 바뀌었지만 정치인과 정부 관계자들은 여전히 키신저의 조언에 귀를 기울인다. 키신저 전 장관은 지난달 27, 28일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잇달아 접견했다. 중국과 미국의 외교를 총괄하는 두 거물이 앞다퉈 그를 방문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지난해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등 지도부의 극진한 대접을 받은 키신저 전 장관은 27일 왕이 부장을 만나 미중 무역전쟁에 대해 논의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미중은 서로 단절될 수 없고 피할 수도 없는 관계”라며 “미중관계 회복을 위해 개인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미 언론은 “현실주의에 근거한 친중파다운 우호적 발언”이라고 분석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1971년 베이징을 두 차례 극비 방문해 미중 외교관계 수립과 정상회담을 성사시켰던, 미중 외교사에서 중요한 인사다. 폼페이오 장관은 키신저 전 장관과의 회동 사실을 하루가 지난 29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알렸다. 구체적으로 어떤 논의가 이뤄졌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최근 미국 정치를 달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가 핵심 주제가 됐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키신저 전 장관은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사임을 몰고 왔던 ‘워터게이트 스캔들’의 산증인으로 불린다. 당시 국무장관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겸임하며 닉슨 전 대통령의 전적인 신뢰를 받던 그는 스캔들 연루가 의심됐으나 교묘히 의회의 탄핵 조사를 빠져나갔다. 의회전문지 더힐은 “국가안보보좌관 겸임설이 나돈 폼페이오 장관 역시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연루됐다는 의심을 받는 등 당시 키신저 전 장관과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2020년 대통령 선거에 도전하는 버니 샌더스 민주당 후보는 폼페이오 장관이 키신저 전 장관을 만난 것을 맹렬히 비난했다. 키신저는 미국의 베트남전 확전, 캄보디아 내전 개입, 칠레 정권 전복 등을 총지휘한 ‘민주주의 파괴자’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내가 대통령이 되면 키신저의 조언을 듣지 않겠다고 약속하겠다”고 덧붙였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미국 민주당이 이르면 10월 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표결을 실시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 보도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 등 민주당 지도부는 탄핵안을 속전속결로 처리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이를 위해 하원의 탄핵 조사 범위를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父子)의 뒷조사를 청탁했는지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펠로시 의장은 27일 의원들에게 “이번 주부터 시작되는 2주의 휴회 기간에도 조사를 계속하라”는 서한을 보냈다. 하원은 2주 안에 커트 볼커 전 국무부 우크라이나 특별대표, 마리 요바노비치 전 주미 우크라이나대사 등 전현직 관료 5명의 진술을 받는다. 뉴요커 등은 탄핵 조사 개시 당일인 24일 트럼프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에게 전화를 걸어 민주당과의 대화 의지를 피력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펠로시 의장은 “당신은 내 조타실(my wheelhouse)에 있다”며 이를 거부했다고 전했다. WSJ는 “증인 구인, 체포, 벌금 등을 빠르게 처리하면 10월 말에도 표결이 가능하다”며 아무리 늦어도 11월 말 추수감사절 연휴를 넘기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원 435명 중 과반이 찬성하면 탄핵안이 가결된다. 집권 공화당에서도 탄핵 조사 찬성 여론이 늘고 있다. 마크 애머데이 하원의원(네바다), 밋 롬니 상원의원(매사추세츠), 필 스콧 버몬트 주지사, 찰리 베이커 매사추세츠 주지사 등이 대표적이다. 민주당의 속전속결 전략은 최근 탄핵 찬성 기류를 보이는 여론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의회전문매체 더힐-여론조사회사 해리스X의 26, 27일 조사에서는 “탄핵 조사 개시를 지지한다”는 답이 47%로 반대(42%)보다 높았다. 6월의 같은 여론조사 지지 응답률 35%보다 12%포인트 늘었다. 허프포스트-유고브의 24∼26일 조사에서도 탄핵 찬성(47%)이 반대(39%)를 앞섰다. 역시 이달 10, 11일 조사 때의 찬성 43%보다 4%포인트 증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트위터를 통해 민주당 의원들을 ‘야만인’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미 역사상 가장 위대한 경제를 창조하고 군대를 재건한 대통령을 어떻게 탄핵할 수 있느냐. 마녀사냥을 끝내라”고 주장했다. 하루 전에는 탄핵 조사를 주도하는 시프 정보위원장에게 ‘거짓말쟁이’라며 사퇴를 요구했다. 그는 이날 버지니아주의 본인 소유 골프장에서 전 세계 1위 여성 프로골퍼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49), 9회 메이저 우승을 차지한 게리 플레이어(남아공·84), 최측근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과 골프를 쳤다. 지지자들에게 탄핵 조사를 의식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여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편 CNN은 백악관 측이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통화 녹취록이 각국 정상과의 통화를 보관하는 통상적 체계가 아닌 국가안보상 민감한 정보를 저장하는 별도의 기밀 체계에 있다는 점을 시인했다고 전했다. 이는 중앙정보국(CIA) 요원으로 추정되는 우크라이나 스캔들 내부고발자의 주장을 사실상 인정한 셈이라고 덧붙였다.이윤태 oldsport@donga.com·정미경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애덤 시프 민주당 하원정보위원회 위원장 간 ‘트위터 전쟁’이 날로 격화되고 있다. 탄핵 위기에 처한 트럼프 대통령은 ‘트럼프 저격수’이자 ‘민주당 탄핵 3인조’ 가운데 한 명인 시프 위원장을 향해 온갖 막말을 퍼붓다가 27일엔 사퇴 요구까지 하고 나섰다. 26일 조지프 매과이어 국가정보국장(DNI) 대행의 정보위 청문회에서 시프 위원장이 모두 발언 중 대통령을 마피아로 묘사한 패러디한 것이 화근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프 위원장이 사기극을 펼쳤다”며 의회에 사임을 요구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비난 수위는 평소보다는 점잖은 편이었다. 그는 평소 트윗에서 “사기꾼” “괴물” “더러운 놈” “속 좁은 남자” 등 다양한 형용사를 시프 이름 앞에 붙였다. 시프 위원장이 표적이 된 것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제럴드 네이들러 하원법사위원장 등 민주당의 다른 두 축이 상대적으로 원색적 비난을 삼가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시프 위원장은 “더러운 사람 입에서는 더러운 말만 나온다”는 등 맞대응을 서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재 탄핵 조사가 정보 수집 단계이기 때문에 하원 정보위를 이끄는 시프 위원장이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법리 분석으로 접어들면 법사위나 하원의장이 전면에 나서게 되기 때문에 비난의 표적이 바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개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은 ‘녹취록(transcript)’ 대신 ‘비공식 메모(memorandum)’라고 부르는 것이 적절하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6일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녹취록은 대화 내용을 한마디도 틀리지 않고 완벽하게 글로 옮긴 것이다. 하지만 녹음이 아니면 정확하게 옮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1970년대 중반 워터게이트 스캔들로 리처드 닉슨 당시 대통령이 물러난 이후 백악관은 대화 내용을 녹음하지 않는다. 그 대신 군사 및 정보관리들로 구성된 속기팀이 대통령 집무실(오벌오피스)이 아닌 시추에이션룸(상황실)에서 전화 내용을 듣고 손 글씨를 쓰거나 컴퓨터 자판으로 받아 적는다. 속기사들이 서로 내용을 대조해 수정한 문건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국무부, 국방부 관리들이 메모한 내용과 비교한 뒤 2차 수정 작업을 거쳐 NSC 담당국장의 최종 서명을 받는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올해 4월 2016년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러시아 스캔들) 최종 보고서 일부가 발표됐을 때 역풍을 우려해 탄핵을 주저하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24일 전격적으로 탄핵 카드를 꺼냈다. 이런 변화의 배경에 대해 CNN 등은 민주당 하원의원 235명 중 190여 명이 탄핵에 찬성할 정도로 압도적인 당내 여론을 꼽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측이 2016년 러시아에 이어 내년 대선에서도 우크라이나라는 외세를 끌어들이려 했다는 의혹이 반(反)트럼프 유권자 결집에 효과적일 것이란 계산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도박이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로이터와 여론조사회사 입소스가 23, 24일 이틀간 미국인 1005명을 상대로 실시한 긴급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37%만이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달 초 41% 찬성에서 오히려 4%포인트 줄었다. 러시아 스캔들 수사 보고서가 공개된 5월에는 찬성 여론이 44%였다. 또 응답자의 51%는 “우크라이나 스캔들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고 답했다. 탄핵 절차도 민주당에 유리하지 않다. 미 대통령의 탄핵은 크게 하원의 탄핵 조사→탄핵안 본회의 제출→하원 과반 찬성→상원의 탄핵 심판 4단계로 이뤄진다. 하원이 기소 여부를 결정하고 상원은 재판을 진행하는 구조다. 상원은 탄핵 심리를 열어 증거를 판단하고 증인을 소환해 진술을 듣는다. 이때 연방대법원장이 재판장, 상원의원 100명이 배심원, 탄핵안을 가결한 민주당 하원의원들이 검사 역할을 한다. 상원의 3분의 2가 찬성하면 대통령은 즉시 면직되고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승계한다. 문제는 관련 규정이 상당히 모호하고 불분명하다는 데 있다. 상원은 탄핵 재판 절차를 정할 때 결의안을 통과시켜 증인 수, 증언 대상, 증언 방식 등 심리에 필요한 각종 규칙을 정한다. 이 과정에서 민주와 공화 양당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일정이 지연될 수 있다.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탄핵은 근거 없는 정치 공세”라며 “탄핵안이 상원으로 넘어와도 즉각 파기할 것”이라며 민주당에 역풍을 각오하라고 벼르고 있다.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이 탄핵안을 심리하지 않고 투표로 곧바로 기각하면 민주당 측은 사실상 대응할 카드가 없다. 절차를 진행하는 기간도 2년 반이 넘기 때문에 실효성 논란도 제기된다. 미 헌법 2조는 “대통령, 부통령, 연방정부의 모든 공무원은 반역죄, 수뢰죄, 그 밖의 중범죄와 경범죄로 탄핵당할 시 유죄 판결을 받고 면직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어떤 중범죄와 경범죄가 탄핵 사유인지는 명확하게 적시하지 않고 있다. 심리를 위한 상원 소집 권한이 원내 다수당 대표인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의원에게 있는지,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에게 있는지도 불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이든, 9명의 대법관 중 5명이 보수 성향 대법관인 연방대법원이든 자신에게 유리하므로 어느 쪽이든 문제될 것이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정미경 mickey@donga.com·전채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스캔들’ 의혹을 뒤로하고 22일 텍사스주 휴스턴의 인도계 미국인 행사에 참석했다. 초대형 미식축구 경기장에서 열린 이날 집회에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덕담 퍼레이드’를 펼치고 춤까지 추는 진한 브로맨스를 과시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인도계 5만 명이 참석한 이날 행사를 ‘교황을 제외하고 외국인 지도자가 등장한 최대 규모 집회’라고 전했다. ‘하우디 모디(안녕 모디)! 함께하는 꿈, 밝은 미래’란 이날 행사는 텍사스인디아포럼(TIF)이 인도계 이민자 사회를 격려하기 위해 마련했다. TIF는 보수 성향의 댈러스가 아닌 개방적인 상업 중심지 겸 주(州) 최대 도시 휴스턴에서 행사를 개최했다. 텍사스에 거주하는 인도계 미국인 18만 명 중 15만 명이 휴스턴에 몰려 있다. 두 정상이 한 무대에 선 것은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최근 아시아아메리칸연맹(AAC)을 구축한 트럼프 캠프는 최근 인도계 유권자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퓨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아시아계 이민자 4명 중 1명이 인도계일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 그러나 2016년 대선에서 인도계의 86%가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후보를 선택했을 정도로 친민주당 성향이 강하다. 카슈미르를 두고 파키스탄과 치열한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는 모디 총리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도 얻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는 접경지대에서 안전을 확보할 권리가 있다”며 인도를 두둔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my(나의)’라는 단어 사랑이 정치 사유화 논란을 낳고 있다. 16일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신뢰하는 부하들에게 친근감의 표현으로 ‘나의’라는 대명사를 붙이는 버릇이 있다. 대중 무역협상을 총괄하는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은 “나의 피터”, 이민정책을 담당하는 스티브 밀러 백악관 선임 정책고문은 “나의 스티브”라고 부른다. 이 밖에도 “나의 군대” “나의 장관들” “나의 장군들” “나의 농민들” 등 수없이 많다. 심지어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을 가리켜 “나의 친애하는 독재자”라고 부르는가 하면 한 흑인 정치인을 “나의 흑인”이라고 말하는 등 정치 에티켓에 벗어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사랑하는 말은 ‘나의 지지층(my base)’이다. 한 번 ‘나의’ 그룹에 속한 정치인들은 제외되지 않기 위해 죽을힘을 다해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실현한다. ‘나의’ 마법은 트럼프 대통령으로 하여금 정치를 마음대로 좌지우지하게 만드는 사유화의 힘을 갖고 있는 셈이다. 전임 대통령들도 트럼프 대통령처럼 대명사를 자주 사용했다. 전문가들은 “전임 대통령들이 국가 화합의 차원에서 ‘우리의(our)’를 자주 썼다면 소유욕이 강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에게 충성할 인사들을 골라 ‘나의’라는 ‘영광’을 수여한다”고 지적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my(나의)’ 라는 단어 사랑이 정치 사유화 논란을 낳고 있다. 16일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신뢰하는 부하들에게 친근감의 표현으로 ‘나의’라는 대명사를 붙이는 버릇이 있다. 대중 무역협상을 총괄하는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은 “나의 피터,” 이민정책을 담당하는 스티브 밀러 백악관 선임 정책고문은 “나의 스티브”라고 부른다 이밖에도 “나의 군대” “나의 장관들” “나의 장군들” “나의 농민들” 등 수없이 많다. 심지어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을 가리켜 “나의 친애하는 독재자”라고 부르는가 하면 한 흑인 정치인을 “나의 흑인”이라고 말하는 등 정치 에티켓에 벗어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사랑하는 말은 ‘나의 지지층(my base)’이다. 한번 ‘나의’ 그룹에 속한 정치인들은 제외되지 않기 위해 죽을힘을 다해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실현한다. ‘나의’ 마법은 트럼프 대통령으로 하여금 정치를 마음대로 좌지우지하게 만드는 사유화의 힘을 갖고 있는 셈이다. 전임 대통령들도 트럼프 대통령처럼 대명사를 자주 사용했다. 전문가들은 “전임 대통령들은 국가화합의 차원에서 ‘우리의(our)’를 자주 썼다면 소유욕이 강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에게 충성할 인사들을 골라 ‘나의’라는 ‘영광’을 수여한다”고 지적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브렛 캐버노 미국 연방대법관(사진)의 새로운 성폭행 의혹을 두고 오보를 게재한 뉴욕타임스(NYT)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NYT 선데이리뷰는 14일 NYT 기자 2명이 쓴 캐버노 관련 책의 일부 내용을 소개하면서 “예일대 학생 시절 난잡한 파티를 벌였으며 한 여학생을 성폭행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이 여학생은 지난해 9월 상원 인준청문회에 출석해 캐버노 대법관 후보의 성폭행 의혹을 제기했던 크리스틴 포드 팰로앨토대 교수와는 다른 여성이라고 NYT는 전했다. 해당 의혹은 캐버노 대법관의 대학 동문이 직접 목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NYT 자체 조사와 다른 매체들의 후속 취재에 따르면 피해자로 거론된 여성은 캐버노 대법관으로부터 성폭행 시도는 없었다고 부인했으며, 친구들도 그로부터 성폭행에 대한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 NYT가 당사자에게 확인도 없이 당시 현장에 있던 목격자의 증언만을 토대로 성폭행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이런 사실이 밝혀진 뒤 NYT가 트위터에 “기사 몇 군데를 고칠 필요가 있다”며 사과 아닌 사과를 하면서 일을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 NYT와 갈등관계에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드디어 ‘올드 그레이 레이디’(NYT의 별명)는 죽었다”며 쾌재를 불렀다. 2020년 대통령 선거에 도전하는 민주당 후보들은 “이번 사태가 있든 없든 성추문이 끊이지 않는 캐버노 대법관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NYT의 일요 문화비평 발행본인 선데이리뷰는 오피니언팀이 총괄한다. NYT 오피니언은 필진의 명성과 외부 기고로 유명하지만 종종 부정확한 보도로 논란을 빚어왔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북한의 인신공격적 비난을 미국 정치인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북한은 적대적 외부 인사들을 매우 험악한 단어들을 동원해 맹비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에 대해 대다수 정치인들은 무시 전략을 편다. 그러나 테드 크루즈 공화당 상원의원처럼 북한을 역비난하고 자신의 명성을 높이는데 이용하는 이들도 있다. 지난달 북한 당국은 북미협상을 재촉하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가리켜 “족제비” “개꼬리” 등 동물과 연관된 악담을 퍼부었다. 주로 동물과 연관된 속담을 제시한 뒤 동물만도 못하다는 비유법을 쓰는 전략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으로부터 수차례 인신공격적 비난을 들었지만 아무런 반응도 내놓지 않았다.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다르다. 3일 허드슨연구소 주최 토론회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불안정한 독재자” “광신적 자기도취자”라고 묘사하자 북한 당국은 곧바로 엄청난 비난의 화살을 쏘아댔다. 조선중앙통신 논평에서 크루즈 의원을 가리켜 “근본도 모르는 인간쓰레기” “인간의 탈을 쓴 악마” “히스테리 정신병자” 등 독한 말을 쏟아냈다. 크루즈 의원은 험하기로 소문난 텍사스 정치에서 산전수전을 겪으며 상원의원에 당선된 뒤 3년 만에 대통령 선거에 도전한 입지전적 인물. 워싱턴의 대표적 보수파로 2016년 대선 공화당 경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이어 2위에 올랐다. 탁월한 정치력에 자기과시가 강한 크루즈 의원은 비난 내용의 단어 하나하나를 영역해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북한의 비이성적 비난을 자신의 유권자에게 생생하게 전하기 위해서다. 뿐만 아니라 북한의 비난 대상이 될 만큼 중요한 정치인임을 과시하는 효과도 있다. 크루즈 의원은 자신보다 먼저 북한의 비난 대상이었던 절친 코리 가드너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시아태평양 소위원장을 가리켜 “질투가 났었다”며 “이제 나도 북한의 심기를 건드렸으니 우리 서로 (북한으로부터 들은) 욕을 비교해보자”는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미국의 유명 정보기술(IT) 학자이자 매사추세츠공대(MIT) 미디어랩 소장인 이토 조이치(사진)가 7일 전격 사임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토 소장은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기소됐던 제프리 엡스타인과 6년간 금융 유착 관계를 맺어왔으며 MIT 당국이 이들의 관계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시사잡지 뉴요커의 보도 직후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토 소장은 이날 NYT 이사직에서도 물러났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트럼프의 플로리다 구하기.’ 초강력 4등급 허리케인 도리안이 미국에 상륙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차별적인 재난대응책이 빈축을 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도리안이 푸에르토리코에 상륙해 큰 피해를 남기자 “허리케인 또 왔네. 지난해 왔을 때 의회가 사상 최고액 920억 달러를 지원했는데…”라는 트윗을 올렸다. 푸에르토리코가 미국 재난기금을 염치없이 가져갔다며 빈정거리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지난해 허리케인 마리아가 덮쳤을 때는 아예 “가난하고 지저분한 곳”이라며 푸에르토리코를 대놓고 비난했다. 지난달 30일 도리안이 미국 본토 플로리다주를 향하자 상황이 달라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리다에 10여개의 리조트와 골프클럽을 소유하고 있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허리케인 관련 기자회견을 하던 중 기상전문가도 아니면서 “플로리다 주민들은 내륙 쪽으로 이동하라”는 즉흥 권고를 내리고 자신이 소유한 마러라고 리조트는 “끄덕없을 것”이라고 자랑했다. 또 예정됐던 폴란드 방문 일정까지 취소했고 의회에 “플로리다 재난대응에 많은 돈이 필요하다”는 으름장을 놓으며 아직 닥치지도 않은 허리케인을 걱정을 했다. 이달 1일 도리안이 막판에 조지아 및 노스캐롤라이나주로 방향을 틀자 대통령의 관심은 완전히 사라졌다. 그는 원래 캠프데이비드에서 전문가들과 허리케인 상황을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이를 취소했다. 대신 대통령 전용 헬리콥터 마린원을 타고 버지니아 주로 골프를 치러 갔다. MSNBC는 이날 “똑같은 도리안인데 푸에르토리코는 비난하고 플로리다는 걱정한다”며 대통령의 ‘두 얼굴’을 지적했다. 플로리다는 대통령 소유의 부동산이 많을 뿐 아니라 역대 대선에서 판세를 좌우한 핵심 경합주라서 특별 대우를 받는다는 논리다. 미국의 속령인 푸에르토리코 주민들은 미 선거권이 없다. 때문에 푸에르토리코 주민들은 대통령의 관심권 밖으로 밀려나 ‘부담 덩어리’가 됐다고 MSNCB는 전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영국 왕실의 왕위 계승 서열 2위인 윌리엄 왕세손이 가족과 함께 1인당 73파운드(약 10만8000원)짜리 일반 저비용 항공을 타고 휴가를 떠나는 훈훈한 모습을 보여줬다. 윌리엄 왕세손과 캐서린 세손빈, 자녀 3명 등 케임브리지 공작 일가가 22일(현지 시간) 런던 인근 노리치 공항에서 저비용 항공사 플라이비의 오전 8시 20분 항공편을 타고 스코틀랜드 애버딘으로 향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애버딘에 있는 영국 왕실 휴양지 밸모럴성에서 여왕과 함께 연례 휴가를 보내기 위해 떠난 것이다. 이는 6∼17일 해리 왕손 부부가 프랑스 니스로 긴 휴가 여행을 떠나면서 호화 개인용 비행기를 대절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왕실 존폐론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윌리엄 왕세손의 절제 있는 소비에 영국인들은 박수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훈훈한 모습은 여기까지. 플라이비는 왕세손 가족 탑승이라는 경사를 홍보하기 위해 원래 없던 항공 스케줄까지 만든 것으로 드러났다. 자사 로고를 노출하기 위해 탑승객이 타지 않는 비행기를 몰고 123마일(약 200km)을 날아 노리치 공항에 착륙한 항공기에 윌리엄 왕세손 가족이 탑승한 것이다. 원래 노리치∼애버딘 노선은 플라이비의 제휴 항공사 로건에어의 소형 항공기가 정기 운항했지만 플라이비 측은 왕세손 가족 탑승 사실을 알고 본사가 있는 영국 북동부 험버사이드에서 대형 항공기를 급파한 것이다. 윌리엄 왕세손 측은 사전에 항공기 교체 사실을 통보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윌리엄 왕세손 탑승을 위해 텅 빈 항공기가 비행한 것이나 해리 왕손이 개인용 비행기를 대절한 것이나 연료 낭비 측면에서는 비슷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막내아들 배런(13)은 ‘역변의 아이콘’이 될 것인가. 그동안 학교생활을 이유로 공개 석상에 거의 등장하지 않았다가 지난 18일 뉴저지 주 휴가를 마치고 돌아오는 트럼프 대통령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걷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미국인들은 놀라고 실망하는 분위기다. 배런은 2017년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때 앳되고 귀여운 모습으로 등장해 미국 여성들 사이에서 “아버지는 싫지만 아들은 좋다”는 열렬한 환호를 받았었다. 그러나 성인으로 커가는 과정에서 외모가 크게 변하자 “못 알아볼 뻔 했다” “과거 미소년은 어디 갔는가” 등 아쉬운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특히 부모를 압도하는 큰 키가 화제다. 정확한 키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190㎝의 거구 트럼프 대통령과 180㎝에 하이힐을 신고 다니는 멜라니아 여사를 넘어서는 것으로 볼 때 193㎝ 내외로 추정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는 13세 남성의 평균 키보다 35~40㎝ 더 큰 것이다. USA투데이는 “트럼프 대통령을 싫어하는 일부 언론은 배런이 볼품없이 크다는 이유로 ‘전봇대’라는 별명을 붙였다”며 “외모에 대한 도를 넘는 가혹한 지적은 사춘기 소년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고 전했다.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폭스뉴스를 비난하면서 콕 집어 거명한 크리스 월리스 폭스뉴스선데이 앵커(사진)가 새로운 관심의 초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기자들이 묻지도 않았는데 폭스뉴스를 거론하면서 “요즘 가짜뉴스가 많아지고 있다”며 “크리스 월리스는 민주당만 싸고돈다. 나는 크리스의 아버지, 마이크가 더 좋다”고 말했다. 숀 해니티, 터커 칼슨 등 친(親)트럼프 성향의 앵커들이 득실대는 폭스뉴스에서 보도의 중립성을 중시하는 월리스는 눈에 띄는 존재다. 트럼프 대통령이 월리스에게 화가 난 결정적인 계기는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국장이 폭스뉴스선데이에 출연해 진땀을 뺐기 때문이다. 대중(對中) 관세 부과 후 미국 소비자물가의 상승 추세를 보여주는 통계 그래프까지 준비해온 월리스는 나바로 국장에게 “나는 공짜 점심을 주는 줄 알았지”라고 쏘아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대로 미국 소비자들이 공짜 점심 같은 혜택을 입게 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물가 상승으로 힘들어졌다는 말에 나바로 국장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그 통계를 보지 못했다”고 변명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조차 월리스를 피해가지 못했다. 월리스가 “왜 당신의 정적들은 모두 죽음을 당하느냐”고 묻자 푸틴 대통령은 침묵했다. 월리스는 푸틴 인터뷰로 올해 에미상 보도부문에 후보로 올랐다. 1996년 폭스뉴스 창립 후 23년 만에 처음으로 에미상 후보로 오른 것. 월리스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찬사에 대해 “정치는 언제나 양면을 보여줘야 한다”며 “나는 기회균등 질문자일 뿐”이라고 말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미성년자 성범죄 혐의로 미국 뉴욕 연방교도소에 수감된 미국의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66·사진)이 10일 교도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전했다. 뉴욕 맨해튼 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엡스타인은 이날 목을 맨 채 발견됐다.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도착 당시 이미 심정지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비밀리에 구축한 전 세계적인 인신거래망과 불법 성매매에 연루된 유명 인사들에 대한 수사도 난관에 처했다. 엡스타인은 2002∼2005년 뉴욕과 플로리다에서 20여 명의 미성년자를 성매매한 혐의를 받아왔다. 유인한 소녀들에게 다른 소녀들을 모집하도록 하는 인신매매 혐의도 드러나 뉴욕 법원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었다. 자신의 이름을 딴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인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등 최고 인사와의 친분이 돈독해 재판 전부터 큰 화제를 낳았다. 그는 하버드대 법대 교수들로 화려한 변호인단을 꾸려 재판에 임했지만 피해 여성들의 적극적 증언과 성매매 자료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유죄 판결이 확실해지자 지난달 26일 한 차례 자살을 시도했다. 엡스타인의 자살 위험이 높았음에도 교도소 측이 지난달 29일 그를 자살방지 감시대상에서 제외한 배경에 대한 논란도 고조되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윌리엄 바 법무장관은 엡스타인이 자살방지 감시대상에서 해제된 것을 알고는 “경악했다”고 언급했다. 피해 여성들은 그의 자살에 분노를 표했다. 사건 초기 NBC에 출연해 불법 성매매 실체를 폭로했던 피해자들은 엡스타인을 “겁쟁이”라고 칭했다. 한때 엡스타인을 “멋진 녀석”이라고 칭찬하며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함께 호화 파티를 벌였던 트럼프 대통령은 그의 자살을 두고 클린턴 전 대통령을 공격해 또 다른 논란을 낳았다. 9일부터 뉴저지주 골프클럽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엡스타인의 자살에 클린턴 전 대통령이 연루됐다는 보수성향 흑인 배우 테런스 하워드의 메시지를 트위터에 올리며 음모론을 제기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요즘 우리나라에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벌어지는데요. 미국에서도 보이콧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불매운동 대상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친하거나 그를 후원하는 기업들입니다. 국민이 대통령을 얼마나 싫어하면 이러는지, 미국의 정치환경이 정말 삭막합니다.△“Right up there with Russia, it‘s actually not a real problem in America.” / 폭스뉴스의 인기 프로그램 ’터커 칼슨 투나잇‘이 보이콧 대상입니다. 진행자 터커 칼슨은 잇단 총격사건 뒤 “백인 우월주의는 트럼프 대통령을 미워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거짓말이다. 러시아 스캔들과 더불어 거짓말 목록 상위에 있다”라는 발언으로 논란이 됐습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이 프로그램의 광고주 목록이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광고를 취소하지 않으면 제품을 사지 않겠다는 압력이 높이지고 있는데요. 대형 광고주들은 광고를 취소하고 있습니다. △The data on bananas causing suicide is about as conclusive. / 총기사건이 빈발하는데도 꿋꿋하게 총기를 판매하는 월마트도 보이콧 대상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총기사건의 원인으로 폭력적 비디오게임을 언급하자 월마트는 총은 안 치우고 비디오게임을 치웠습니다. 그러자 월마트 소비자들이 불매운동에 돌입했습니다. 정작 문제의 원인인 총은 그대로 두고 애꿎은 비디오게임만 없애는 월마트가 괘씸하니까요. 뉴욕타임스는 “폭력적 비디오게임으로 총기사건이 일어난다고 하는 것은 바나나 껍질을 밟고 자살한다는 것만큼이나 말이 안 되는 얘기”라고 쏘아붙입니다.△“I am almost ready to sign up for SoulCycle.” / 이퀴녹스와 소울사이클은 유명한 헬스클럽 체인 2곳입니다. 이들 헬스클럽의 소유주 스티브 로스가 조만간 트럼프 대통령을 위한 후원 모금행사를 연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헬스클럽이 보이콧 대상이 되는 것은 흔치 않는 일인데요. 로스의 친구이자 또 다른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인 스티브 포브스(포브스 발행인)가 친구를 위해 한마디 거듭니다. “내가 회원 가입할 준비 다 돼 있어.” ’Sign up‘은 어떤 단체에 가입하거나 지원할 때 자주 쓰는 표현입니다.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전 워싱턴 특파원 mickey@donga.com}
수십 명의 희생자를 낳은 텍사스와 오하이오 총격 사건 뒤 44, 45라는 두 개의 숫자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난데없이 등장한 이 숫자들은 총격 사건 희생자 수가 아닌 미국 제44대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45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상징하는 것이다. 우왕좌왕 갈피를 못 잡는 트럼프 대통령과 침착한 위기대응력을 보여준 오바마 전 대통령을 대비시키는 ‘Not 45, But 44’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고 시시주간지 뉴스위크는 7일 보도했다. 위기 때 진정한 대통령의 면모를 보여준 것은 45대 트럼프 대통령이 아닌 44대 오바마 대통령이라는 것이다. 44대 대통령에 대한 그리움이 나온 계기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총기 사건 이틀 뒤인 5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A4 용지 2장 분량에 이르는 장문의 애도성명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국민성명보다 먼저 발표된 이 성명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은 총기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증오와 공포를 조장하는 리더는 거부하라”고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총기 규제에 대한 오바마 전 대통령의 결연한 의지는 정치 풍자를 전문으로 하는 심야토크쇼에서 큰 화제가 됐다. 공중파와 케이블 방송의 심야토크쇼들은 5, 6일 잇따라 오바마 전 대통령을 주제로 올리며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서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논리적인 언어들”이라고 칭찬했다. CBS 심야토크쇼의 진행자 스티븐 콜베어는 “아름다운 성명”이라며 “오바마 제발 돌아와 줘. 백악관에서 담배 피우게 해줄게”라고 절규하는 연기를 선보이기도 했다. 금연 구역인 백악관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의 흡연을 허용해 줄 테니 빨리 돌아오라는 콜베어의 농담에 객석에서는 함성이 터져 나왔다. 소셜미디어에서는 ‘#Mypresident(나의 대통령)’라는 해시태그도 유행하고 있다. 해시태그에 붙여서 오바마 전 대통령에 대한 그리움의 메시지를 전하는 방식이다. “당신(오바마 전 대통령)은 나의 영원한 대통령” “나의 대통령은 연민을 느낄 줄 아는 대통령” “나의 대통령은 설득할 줄 아는 대통령” 등 트럼프 대통령과 대비시키는 메시지가 많이 등장하고 있다. 대다수 해시태그 메시지는 의원이나 정치 전문가 등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올리고 있기 때문에 파급력이 점점 커지는 모습이다. 국민의 애정이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향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반격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샌디훅 총기 사건이 났을 때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오바마 당시 대통령을 비난했느냐”는 내용의 트윗을 올렸다. 샌디훅 사건은 2012년 오바마 대통령 재임 때 한 청년이 코네티컷 샌디훅 초등학교에서 총기를 난사해 28명이 사망한 사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비난한 오바마 전 대통령을 부시 전 대통령과 비교함으로써 비난하려는 의도였지만 오히려 반발만 더 커졌다. 워싱턴포스트는 “사건 발생의 원인이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모르는 무식한 트윗”이라고 맹비난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미국과 중국 간 환율 공방의 격화로 미국 기술주가 직격탄을 맞았다. 미 CNBC방송 등에 따르면 ‘정보기술(IT) 빅5’로 불리는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아마존, 알파벳(구글 모회사), 페이스북 주가는 5일(현지 시간) 일제히 3% 이상 떨어졌다. 주가 급락으로 5개 기업의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에 1620억 달러(약 197조 원) 증발했다. 5대 IT 기업은 2일에도 미국의 대중 추가 관세 발표와 함께 시가총액이 660억 달러 감소했었다. 주식 거래일 이틀 동안 이들 기업의 시가총액은 2280억 달러(약 277조 원)나 빠지는 초유의 하락세를 경험한 것이다. 주가 하락 폭은 애플 5.23%, 페이스북 3.86%, 알파벳 3.47%, 마이크로소프트 3.43%, 아마존 3.19% 순으로 나타났다. 애플의 낙폭이 가장 컸던 이유는 중국에 대규모 생산 공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중 관세가 현실화되면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것. 애플 외 다른 기술주들은 중국 의존도가 높진 않지만 무역전쟁으로 글로벌 경기가 침체되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세계적인 부자들도 타격을 입었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포함된 세계 500대 부호들은 이날 총 1179억 달러(약 142조 원)를 날렸다. 이들 총재산의 2.1%가 하루 만에 사라진 것이다. 세계 최고 부자인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의 재산은 이날 하루에 34억 달러(약 4조 원) 증발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자료에 따르면 베이조스는 주가 급락 직전인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2일까지 총 28억 달러(약 3조4000억 원)어치의 아마존 주식을 팔아치운 것으로 나타났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