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광영

신광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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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신광영 논설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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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4-10-23~2024-11-22
칼럼100%
  • [단독]“유력인사 성접대 별장서 성폭행도 있었다”

    건설업자 윤모 씨(52)가 유력인사들에게 성접대를 한 것으로 알려진 강원도 별장에서 단순 접대가 아닌 성폭행까지 벌어진 정황이 포착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경찰은 성접대를 받은 유력인사에 대해 특수강간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10일 복수의 사정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경찰은 윤 씨의 강원도 별장 성접대에 동원됐다고 진술한 여성들 가운데 여러 명에게서 “2007년과 2008년 유력인사의 강압에 못 이겨 성관계를 맺었고, 이 인사가 윤 씨와 방에 들어와 함께 성폭행을 한 적이 있다”는 내용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들은 “이 인사가 변태적인 성관계를 요구했고, 윤 씨와 함께 성폭행을 할 때는 환각성 약물을 복용한 상태로 보였다”는 진술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2인 이상이 합세해 1명의 피해자를 성폭행할 경우 특수강간에 해당되며 친고죄도 아니다. 범행이 5, 6년 전에 일어나 단순 성폭행으로는 처벌이 불가능하다. 성인 여성을 상대로 한 일반 성폭행의 경우 피해자가 가해자의 신원을 알게 된 시점으로부터 6개월 안에 신고해야만 처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특수강간은 이런 제약을 받지 않는다. 사정당국과 법무부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경찰은 해당 인사의 성폭행 방식과 언행에 대한 피해자들의 진술이 거의 일치해 신빙성이 높다고 보고 지난달 이 인사에 대한 신병처리 관련 절차를 진행하며 특수강간 혐의를 포함시키려 했다. 하지만 검찰의 수사지휘 과정에서 특수강간 혐의는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를 받은 한 여성은 “피해자들이 해당 인사와의 대질조사를 강력히 요구하며 ‘나오기만 하면 뺨을 때리겠다’고 울분을 표하는 상황”이라며 “5, 6년 전 일인데도 그 사람 이름이 들리면 치가 떨릴 정도로 정신적 충격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윤 씨 등 주요 관계자들을 조사해 특수강간 혐의를 뒷받침할 단서를 추가로 수집하고 있다. 경찰은 우선 윤 씨를 상대로 해당 인사 접대에 여성들을 동원하는 과정에서 성관계 의향을 미리 묻고 동의를 받았는지, 해당 인사와 합세해 별장에서 강제로 성관계를 맺은 사실이 있는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경찰은 윤 씨가 혐의를 계속 부인할 경우 피해 여성들과 대질조사를 할 방침이다. 한편 경찰은 윤 씨가 9일 첫 소환조사에서 자신과 관련된 혐의 일부를 시인했다고 밝혔다. 윤 씨는 14시간에 걸쳐 조사를 받은 뒤 10일 오전 1시 50분경 귀가했다. 경찰은 윤 씨의 공사 입찰비리 의혹 등 사업과 관련된 부분을 중점적으로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다음 주 중 윤 씨를 다시 소환할 방침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윤 씨가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며 “1차 조사에서 윤 씨에게 확인해야 할 부분 중 절반 정도를 확인했고, 다음 소환조사 때 성접대 관련 의혹 등 다른 주요 혐의에 대해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 2013-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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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접대 의혹’ 건설업자 모르쇠… 대질신문 검토

    유력 인사에게 성접대를 한 혐의를 받고 있는 건설업자 윤모 씨(52)가 9일 경찰에 출석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은 모르는 사람이고, 성접대를 한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다. 수사 착수 약 50일 만에 경찰에 소환된 윤 씨는 이날 오후 자신의 에쿠스 승용차를 타고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 들어선 뒤 기자들의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하지만 김 전 차관이 차명 휴대전화를 이용해 윤 씨와 자주 통화한 정황이 경찰 조사에서 확인됐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윤 씨의 주장은 신빙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경찰 수사 내용과 동아일보 취재결과를 종합해보면 김 전 차관은 지인에게서 제공받은 차명 휴대전화로 윤 씨와 여러 번 통화한 정황이 수사 과정에서 포착됐다. 특히 김 전 차관이 사용한 것으로 경찰이 확인한 차명 휴대전화의 번호 앞자리 ‘010-4157’은 윤 씨의 조카가 “김 전 차관에게 동영상 스틸사진을 보낼 때 썼던 전화번호”라며 3월 동아일보-채널A 공동취재팀에 밝힌 것과 일치한다. 윤 씨 조카는 당시 인터뷰에서 “작은아버지(윤 씨)로부터 동영상 스틸사진을 김 전 차관에게 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또 경찰은 윤 씨의 강원도 별장에 불려가 성접대에 동원됐다는 진술을 10여 명의 여성으로부터 확보했다. 이 중에는 “윤 씨가 유력 인사의 성관계 장면을 촬영하는 상황을 직접 목격했다”는 진술도 포함돼 있다. 윤 씨 조카와 별장 관리인 등 윤 씨 주변 인물들도 “윤 씨가 여러 인사에게 성접대를 했다”고 진술한 상태다. 경찰은 윤 씨를 상대로 성접대를 했는지 여부를 추궁하고, 부인할 경우 성접대에 동원된 것으로 알려진 여성들을 불러 대질신문을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그동안 제기된 의혹에 대해 조사했다”며 “필요하면 구속영장을 신청할 것”이라고 밝혔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 2013-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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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경찰 “동영상속 인물은 김학의 前차관 확실”

    건설업자의 별장 성접대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최근 확보한 동영상 원본에 등장하는 남성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57)이라고 결론지은 것으로 7일 확인됐다. 이에 따라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진위 분석을 의뢰하지 않기로 했다. 복수의 사정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경찰이 확보한 원본은 화질이 선명하고 등장인물의 얼굴도 거의 정면으로 나와 동영상 속 남성을 김 전 차관으로 결론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육안으로 얼굴을 쉽게 식별할 수 있어 국과수 분석이 불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경찰이 박모 씨에게서 제출받은 이 2분 분량 동영상은 수사 초기 확보한 1분 3초짜리 사본의 원본이다. 경찰이 3월 입수한 사본은 원본을 컴퓨터 모니터로 재생해 그 일부 대목을 휴대전화로 촬영한 것이어서 화질이 선명치 않았다. 경찰은 원본을 1분 안팎으로 편집한 동영상 2개도 추가로 제출받았다. 박 씨가 건설업자 윤모 씨(52)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고소한 여성 K 씨의 의뢰를 받고 윤 씨에게서 회수해온 벤츠 승용차 트렁크에서 발견한 CD 중 한 장에 이 3편이 저장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 씨는 조사에서 “김 전 차관 외에 다른 유력인사들이 성접대 받는 장면이 찍힌 동영상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진술해 경찰이 진위를 확인하고 있다. 경찰은 동영상 속 남성이 누군지를 특정하는 작업이 일단 마무리됨에 따라 최근 윤 씨에게 9일까지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동영상 속 인물이 김 전 차관이라고 해도 접대 관계가 아니었거나, 접대 대가로 윤 씨에게 편의를 봐준 것이 없을 경우에는 범죄로 단정 지을 수는 없다. 경찰은 윤 씨가 성접대 대가로 고위직 인사들로부터 편의를 제공받았다거나, 유력 인사들에게 뇌물을 줬다고 진술할 경우 수사가 급진전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윤 씨가 뇌물을 써 공사를 수주한 뒤 하청업체에 일감을 주고 뒷돈을 받는 수법을 자주 썼으며, 이 과정에서 대기업 건설사에도 돈을 살포한 정황을 포착해 조사 중이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 2013-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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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법체류 걱정말고 성폭행 신고 하세요

    경찰이 성폭력 등 강력범죄 피해를 입고도 강제추방을 당할까 봐 신고하지 못한 불법체류자들을 대상으로 6일부터 7월 25일까지 80일간 신고를 받는다고 6일 밝혔다. 법무부가 불법체류자 ‘통보 의무 면제에 관한 지침’을 3월부터 시행하면서 경찰 조사 과정에서 불법체류 사실이 드러나더라도 추방될 위험이 없다. 이 지침이 도입되기 전에는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범죄 피해를 당해 신고를 한 경우에도 경찰이 피해자 신상정보를 법무부 출입국관리소에 통보하고 신병을 인계해야 했다. 이 때문에 한국인과 자국동포 등에게 성폭행이나 살인 위협 등을 당하고도 경찰에 신고조차 못하는 사례가 많았다. 경찰은 “불법체류자라도 법의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기 때문에 신고로 인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 2013-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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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접대 동영상’ 등장인물 목소리 김학의 前차관 음성과 95% 일치

    건설업자 윤모 씨(52)의 고위직 인사 별장 성접대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은 성관계 장면이 담긴 것으로 알려진 동영상 사본에 등장하는 남성의 목소리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목소리에 대한 성문(목소리 지문) 분석을 한 결과 95% 일치한다는 결과를 확보한 것으로 3일 알려졌다.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와 사정당국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달 확보한 문제의 2분 분량 동영상과 2003년 촬영된 김 전 차관의 연설 영상에 대한 성문 분석을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에 의뢰해 이 같은 결과를 통보받았다. 연구소가 분석한 동영상은 노래방 기기가 있는 곳에서 노래를 부르는 남성의 목소리가 20∼30초 녹음돼 있다. 연구소는 음악(MR) 등 잡음을 제거해 남성의 목소리만 추출한 뒤 김 전 차관의 연설 육성과 대조했다. 그 결과 목소리 탄력과 소리 압력, 치아 골격, 목 구조 등 6가지 측면에서 평균 95%의 일치율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소는 반주 등 잡음이 있는 상태에서 촬영된 동영상 속 목소리의 성문 비교가 가능한지 확인하기 위해 연구원 3명이 동영상 속 남자와 비슷한 상황에서 노래를 부르게 해 이를 녹음한 뒤 이들의 평소 목소리와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1명은 94.5%, 2명은 각각 94%의 일치율이 나왔다. 소리공학연구소 배명진 소장은 “통상 일치율이 90%가 넘으면 동일인으로 추정하는데 연구원 3명에 대한 표본 분석 결과 90%를 초과하는 수치가 나와 성문 비교가 가능한 상황으로 판단했다”며 “문제의 동영상 속 남자의 음성과 김 전 차관의 음성이 95%의 일치율을 보였다는 것은 동영상 속 남성과 동일인일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성문분석에 사용된 동영상은 컴퓨터로 재생시킨 화면을 휴대전화로 촬영한 복사본이다. 앞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 동영상에 대해 영상이 너무 흐리고 잡음이 많아 동영상 속 남성이 김 전 차관과 동일인인지 판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경찰은 동영상 원본에 대한 분석결과가 나오기 이전에는 동영상 속 인물을 단정하지 않을 방침이다. 경찰은 동영상 원본을 가진 것으로 추정됐던 박모 씨와 그의 운전사를 최근 체포했다가 3일 오전 일단 귀가시켰다. 이와 관련해 경찰이 동영상 원본을 확보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 2013-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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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arrative Report]“엄마가 미안해”… 세 여인의 옴니버스 이야기

    《 “숲 속에서 큰 나무가 쓰러졌는데 이 광경을 아무도 보지 못했다면 나무는 과연 쓰러진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나는 생각했다. ‘친엄마가 누군지 모르고 내가 태어나는 것을 본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나는 정말 존재하는 것인가.’ 》올해 내 생일을 4월 6일로 정했다. 석사학위 논문을 2일까지 제출해야 하고 4일은 선약이 있어 토요일인 그날이 적당했다. 지난해 스물아홉 번째까지의 생일은 3월 20일이었다. 난 아무도 모르게 그날이 지나가 주길 바랐다. 생일 축하인사를 받을 때마다 내가 나에 대해 아는 정보가 서류상 이름과 생일뿐이란 사실이 떠올랐다. 내가 정말 그날 태어났는지 목격했거나 증언해 줄 사람은 없었다. 나와 이란성 쌍둥이인 언니도 생일을 새로 정하자는 계획에 동의했다. 나는 한국에서 알게 된 친구들만 불러 새 생일파티를 했다. 그날 처음으로 태어난 걸 축하받는 기분이 들었다.▼ 아이가 물었다 “이모는 엄마가 미워? 그래서 안찾아?”… 섀넌 하이트 이야기 ▼어깨 위의 유령주한미군 장교였던 아버지는 친자식인 세 남매를 포함해 다섯 자녀에게 공평하게 무뚝뚝했다. 나는 외출할 때 그런 아버지와 나란히 걷길 원했다. 그의 머리칼은 검은색이어서 뒤에서 보면 진짜 부녀지간처럼 보였다.어머니는 “너희 모두를 똑같이 사랑한다”는 말을 습관적으로 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애정의 격차를 드러냈다. 그녀는 열심히 사랑을 주려 했지만 우리가 어떤 사랑을 필요로 하는지 알지 못했다.초등학교에 다니던 작은오빠가 ‘show-and-tell(각자 물건을 가져와서 발표하기)’ 무대에 우리를 세우겠다고 했을 때 엄마는 말리지 않았다. 오빠 친구들은 장난감 로봇이나 자전거, 최근 구입한 애견을 연단에 가지고 올라왔다. 우리는 ‘Korean sisters(한국인 여동생)’란 푯말을 목에 걸고 그것들과 나란히 ‘전시’됐다. 외삼촌은 가족 모임 때마다 우리 자매를 앉혀놓고 이죽이죽 웃으며 같은 걸 물었다. “어떻게 하면 너희 같은 쌍둥이 한국인 소녀를 얻을 수 있니?” 그가 ‘얻는다’는 뜻으로 쓴 ‘get’은 가게에서 인형 따위를 살 때 쓰는 동사다. 양부모는 농담으로 여겼는지 껄껄 웃을 뿐이었고 나는 눈치를 살피며 그가 원하는 답변을 했다. “한국의 고아원에 가 보세요.”열네 살 때 떠난 가족여행에서 두 살 많은 작은 오빠가 자고 있던 언니를 성추행했을 때도 엄마는 방관자였다. 우등생이었던 언니는 그 일을 털어놓지 못하고 우울증을 앓으며 무너져 내렸다. 마약을 하고 커터 칼로 자살까지 시도했지만 엄마는 언니의 상처를 들여다보지 않았다. 몇 년 뒤 언니가 엄마와 함께 마약 재활 상담을 받는 과정에서 성추행 피해 사실을 털어놓자 엄마는 이튿날 오빠에게 스피커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서로가 원해서 벌어진 일이고 키스만 했어요.” 엄마는 더 추궁하지 않았다.지난해 성탄절 가족모임에서도 외삼촌은 그 질문을 할 태세였다. “내가 너한테 항상 묻는 질문 기억하니?” 나는 멍한 눈으로 허공을 봤다. “네가 나한테 매번 어떻게 대답했는지 기억해?” 허공을 향한 내 눈길이 싸늘해졌다. 평소와 다른 반응에 양부모와 오빠들은 안절부절못했다. 나는 나직이 말했다. “한 번 더 물어봐요. 이번엔 딴 데 가보라고 얘기해 줄 테니까.”삼촌의 ‘주둥이’를 다물게 하는 데는 30년 가까운 시간이 필요했다. 나는 논쟁을 즐기고 자기주장이 강했지만 집에선 유쾌하고 얌전한 딸을 연기했다.2000년 미국 명문 사립대에 장학금을 받고 입학했다. 화려한 스펙의 성공적 입양 사례였다. 하지만 네 살 때 입양된 이후 우울한 기분에서 헤어나온 적이 없다. 그 우울감은 늘 어깨 위에 얹혀 있는 유령과 같았다. 고교 수업시간에 “숲 속에서 큰 나무가 쓰러졌는데 이 광경을 아무도 보지 못했다면 나무는 과연 쓰러진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나는 그 기분이 설명되는 느낌을 받았다. ‘친엄마가 누군지 모르고 내가 태어나는 것을 본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나는 정말 존재하는 것인가.’ 다리를 잃은 참전용사가 귀환 후 다리가 간지럽다고 느끼는 것처럼 나는 거세된 네 살 때까지의 기억을 더듬었다. 아무리 만지려 해도 닿지 않고, 지우려 해도 사그라지지 않았다. 어렵게 취직한 연봉 8만 달러짜리 직장보다 그 공허함을 메우는 게 더 절실했다. 나는 2007년 한국으로 떠났다.나를 고아로 만든 사람들‘나는 어디서 왔느냐’고 묻자 홀트아동복지회 담당자가 알려준 곳은 ‘경북 청도군청 앞’이었다. 기록은 ‘1984년 5월 22일 쌍둥이 자매가 청도군청 앞에 버려져 행인에게 발견됐다’고 적혀 있다. 내가 청도군청을 찾은 건 한국에 온 지 1년쯤 되던 가을이었다. 군청 직원은 발견되자마자 옮겨졌다는 보육원에 가보라고 했다.하지만 언니와 내가 한국 이름으로 알고 있었던 ‘정하나’ ‘정두나’는 명부에 없었다. 원장은 한참 자료를 뒤적이다 “그날 군청 앞에서 발견돼 우리 시설로 온 어린 자매가 있긴 해요. 근데 이름이 다르네. 정남희 정남정. 나이도 한 살 터울이고…”라고 말했다.나는 순간 숨이 멎을 것 같았다. 몇 개 안 되는 어릴 적 정보마저 거짓일 수 있다는 ‘선고’로 들렸다. 하나, 두나. 언니와 나를 이어준다고 생각했던 그 이름이 가짜라면 유일한 혈육인 언니마저 친언니가 아닐 수 있었다.난 혼란스러운 마음을 수습하기도 전에 정남희 정남정 남매의 가족들을 만났다. 우리는 애원하는 눈빛으로 마주봤다. 나는 그들을 통해 정확한 가족관계를 확인할 수 있기를, 그들은 내가 잃어버렸던 조카딸이기를 바랐다. “네 아버지의 누나”라고 밝힌 한 50대 여성이 나를 인근 시골의 자기 집으로 안내했다. 이미 동네 사람들이 몰려와 있었다. 그는 내 손을 꽉 잡고 “눈하고 입 모양새가 네 아버지를 빼닮았다”고 했다. “아주 판박이네.” “맞네 맞아.” 여기저기서 추임새가 터져 나왔다. 나를 가족으로 확신하는 분위기에 당황스러우면서도 기쁨을 느꼈다. 누군가와 닮았다는 말을 나는 몹시 갈망해왔다.유전자 검사 결과 나는 그들의 조카가 아니었다. 언니와 난 다행히 친자매가 맞았지만 언니는 머리카락을 채취해 한국에 보내면서 이미 깊은 상처를 입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우리는 엄마의 호적에 올라가 있었고, 입양기관에서 입양을 성사시키려 고아 신분으로 세탁한 것이었다. 당시엔 고아만 해외로 입양 보낼 수 있어 이런 조작이 성행했다. 엄마의 과거를 만나다 나는 한국에서 영어학원 강사로 일하며 한국어 공부에 집착했다. 내 입에서 나온 한국말을 귀로 들을 때 나는 잃어버린 기억에 다가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한국어가 능숙해져 다른 입양인이 생모를 만나러 갈 때 자주 통역을 해줬다. 그 일을 할 때마다 속에서 끓어오르는 갈증을 난 드러내지 않았다.차갑게 버림 받고도 부모를 찾으려는 입양인에게 쏠리는 동정의 눈길을 난 견뎌낼 수 없었다. 굶어죽거나 매춘부가 될 운명에서 양부모가 구해준 것이란 미국인들의 시선에 난 이미 지쳐 있었다. 게다가 친엄마가 나와 만나길 거부하기라도 하면 산산조각난 자존심을 복구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감정 통제는 오랫동안 훈련해온 나의 주특기였지만 길에서 40, 50대 여성이 마주 오면 난 어느새 그들의 얼굴을 샅샅이 살피고 있었다.내가 몰두한 건 미혼모의 아이들을 돌봐주는 일이었다. 나는 어린아이의 청량한 웃음소리를 동경했다. 입양서류에 붙은 사진 속 나는 심드렁하게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었다. 미혼모는 내 엄마의 과거였고, 아이들의 미래는 나일 수 있었다. 나는 그들이 엄마와 나처럼 살지 않기를 바랐다.“이모는 엄마가 미워? 그래서 안 찾는 거야?” 형숙 언니의 아들 준서(7)가 나와 보드게임을 하다 물었다.“난 엄마 없이 못 살 거 같은데. 엄마랑 있으면 좋잖아.”준서는 천진한 목소리로 내 속내를 읽어 내려갔다.내가 머뭇머뭇하자 준서는 형숙 언니에게 고개를 돌렸다.“근데 엄마는 왜 나를 입양 보내려고 했어?”“그래야 잘 클 줄 알았지. 이모네 엄마도 그런 생각을 했을 거야.”엄마를 찾겠다고 마음먹게 된 결정적 계기는 여든이 넘은 한 위안부 할머니와의 약속이었다. 위안부 할머니의 사연을 영어로 번역하는 일을 해온 나를 할머니는 눈여겨봤다고 했다.“방송 나가서라도 엄마를 찾아봐야지 왜 이러고 있어. 나도 당당히 얼굴 들고 사는데 뭔 얼어 죽을 놈의 자존심…. 너 엄마 찾으면 내가 춤출게. 나 사교춤 잘 춰.”30년 만에 안 내 생일3명의 심사위원 앞에 서자 평소 유창하던 한국말이 갑자기 어눌해졌다. 지난해 12월 한 유명 오디션 프로그램의 본선 무대였다. “미국에서 온 섀넌 하이트입니다. 제 한국 이름은 정두나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어머님이 어떻게 섀넌 양을 알아볼까요?”“엄마한테 받은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면 저를 알아봐줄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나왔습니다.”나는 미혼모 친구들과 노래방에서 즐겨 부르던 ‘내게 당신이 없다면(If I Ain't Got You)’을 불렀다. 노랫말이 엄마를 향하고 있다는 걸 난 그날 무대에서 새삼 느꼈다.엄마에게 연락이 온 건 오디션 후 넉 달이 지난 즈음이었다. 엄마는 나를 수소문하다 내가 3년간 자원봉사를 해온 한국미혼모가족협회를 통해 나를 찾았다. 나 스스로 정한 첫 생일을 지낸 이틀 뒤인 4월 8일, 부산역에서 언니와 나를 본 엄마의 첫마디는 “우리 촌스럽게 울지 말자”였다. 수없이 상상했던 그 순간은 예상보다 편안했다. 입양의 기로에 선 미혼모들을 지켜보며 나에 대한 엄마의 사랑을, 쌍둥이 딸을 잃은 엄마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어서였다. ‘미혼모와 입양인의 연대’는 내 석사학위 논문 주제이기도 하다.함께 지낸 며칠간 엄마는 유쾌한 표정을 지으려 했지만 내가 성추행 얘기를 꺼내자 언니를 안고 오랫동안 눈물을 쏟았다. 한국에 온 지 몇 달 안 돼 아직 마음의 준비가 덜 돼 있었던 언니는 그때 엄마를 받아들이게 됐다고 했다.엄마를 만나 비로소 알게 된 게 있었다. 우리의 생일은 4월 22일이었다.▼ “아가… 며칠만 늦게 나와주면 안될까?”… 최형숙 이야기 ▼방 안은 12시간 전 모습 그대로였다. 뒤집힌 파자마가 널브러져 있고 책상 위 오디오에선 방금 전까지 듣던 태교 음악이 흘러나왔다. 하도 반복해 들어 숨소리처럼 익숙하던 멜로디가 선명하게 들렸다. A4용지 두 장 크기의 창문이 보이고 그 너머로 파란 하늘이 펼쳐지는 것도 평소대로였다.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배 속의 준서가 사라진 것을 빼곤…. 위층에선 아기들 울음소리가 났다. 병원에서 아기를 데리고 퇴원한 몇몇 산모의 아기였다. 아직 꺼지지 않은 배 안에 준서가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119 구급차가 도착한 건 12시간 전인 2005년 8월 11일 오후 11시였다. 방에서 혼자 진통을 하다 실신한 나는 황급히 구급차로 옮겨졌다. 구급차 안에서 정신을 차려 보니 문간에 챙겨 놓은 손가방도 실려 있었다. 나는 가방에서 분홍색 노트를 꺼냈다. 준서를 낳기로 결심한 넉 달 전부터 하루도 안 거르고 쓴 일기장. 내 얘기를 들어준 건 일기장뿐이었다. 나는 누운 채로 벌벌 떨리는 손에 펜을 끼워 넣었다.‘이제 네가 태어나려나 보다. 엄마가 지금 너무 아픈데 네가 태어나면 더 아플 것 같아. 며칠만 더 늦게 나와 주면 안 될까.’생후 6시간 만의 이별준서는 병원 도착 3시간 만에 태어났다. 회복실로 옮겨져서도 나는 일기장을 열었다. 옆 산모를 간호하던 할머니는 “애 낳고 바로 손을 쓰면 손목이 나간다”며 만류했지만 준서를 만난 기쁨을 털어놓고 싶었다. 일기장 안에서 나는 스스로를 위로하고 축하했다.‘간호사가 데려가기 전 잠깐 봤는데 너는 정말 하얗더라. 엄마 아빠는 둘 다 까만데, 너는 천사의 얼굴이구나.’ 오전 9시, 개나리색 원피스를 입은 20대 여직원이 병실에 왔다. 아기가 태어난 지 6시간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그녀의 등장에 간호사들은 준서를 데려올 준비를 하며 부산해졌다.“부탁인데요. 우리 아기 발바닥 도장 좀 찍어주시면 안 될까요?”간호사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도장 아저씨를 찾아보겠다”고 했다. 10분이 지나도록 발도장을 찍는 사람이 오지 않자 원피스 입은 여직원은 말없이 휴대전화 폴더를 계속 여닫았다. 허겁지겁 달려온 발도장 담당자는 준서 발바닥에 잉크를 듬성듬성 바르더니 후다닥 찍어 냈다. 발 모양이 엉성하게 나와 불만이었지만 다시 해 달라는 말은 할 수 없었다. “어차피 입양 보내는 마당에 뭐 하러….” 누구도 내뱉지 않은 그 말이 귀에 맴돌았다.여직원은 준비해 온 포대기로 준서를 감싸며 말했다.“마지막으로 한 번 안아 보세요.”내 품에 안긴 준서는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평온한 표정으로 잠들어 있었다. “아기 주려고 직접 짠 포대기를 가져왔는데 그걸로 싸서 가시면 안 돼요?”“포대기는 저희가 제작한 것만 쓰게 돼 있습니다. 아기한테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하세요.”“아가, 이제 그만 가.”입양기관 봉고차가 준서를 태워 사라진 뒤 난 더는 병원에 있을 수 없었다. 보살핌을 받을 자격이 없는 산모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바로 애란원으로 돌아왔다. 미혼모들이 모여 사는 그곳. 여기서 나는 준서를 키울지, 보낼지를 놓고 매일같이 마음이 바뀌었다.오빠의 뒷모습준서가 태어나기 두 달 전쯤 노란 머리의 외국인 양부모들이 애란원에 온 적이 있다. 그들은 기업 임원, 회계사, 변호사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입양기관이 주관한 한국 체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찾아온 이 양부모들은 입양한 한국인 자녀의 모습이 담긴 사진첩을 펴 보였다. 사진 속 남자 아이들은 마당의 풀에서 수영을 하거나 메이저리그 팀 유니폼을 입고 투수 흉내를 내고 있었다. 여자 아이들은 발레를 하거나 피아노를 쳤다. 주눅 든 산모들은 말없이 사진에 빠져들었다.나는 얼마 전 지하철역에서 본 친오빠의 뒷모습을 떠올렸다. 오빠와 난 10년 전 고향에서 올라와 서울에서 살며 매달 한두 번 식사를 같이 하곤 했다. 임신이 되면서 6개월쯤 만남을 피하자 오빠는 내 안부가 궁금하다며 한사코 자취방으로 오겠다고 했다. 난 어쩔 수 없이 오빠를 마중하러 집 앞 지하철역에 나갔다. 출구로 나온 오빠는 멀찍이 서 있는 나를 가만히 바라봤다. 오빠는 한동안 발을 떼지 못하다 몸을 돌려 올라왔던 출구로 도로 내려갔다.이튿날 아버지의 전화를 받았다. 34년을 사는 동안 내 선택을 무조건 응원해 줬던 아버지는 “너를 믿은 게 후회스럽다”고 했다. 그날 난 미장원에 갔고 ‘머리를 자르고 보니 이젠 잘라야 할 것이 많다는 걸 느끼게 된다’고 일기에 썼다. 나는 준서 아빠와 4년을 사귀다 헤어진 뒤 임신 사실을 알게 됐다. 남들처럼 결혼을 할까도 했지만 그건 더 지옥일 것 같았다.준서가 떠나고 빈손으로 애란원에 들어서는 내게 산모들은 말을 걸지 않았다. 어떤 위로도 통하지 않는다는 걸 그들도 이미 겪어 알고 있었다. 준서를 보낼 때 주려고 싸 놓은 선물 상자가 방 안에 덩그러니 있었다. 영어 시를 뜬 십자수와 돌잔치 옷, 한국 문화를 알게 해 주려고 광화문 주변에 나갈 때마다 챙겨 놓은 서울 시티투어 리플릿이 한 다발 들어 있었다. 산모들이 식사 자리에 모일 때마다 몇 명은 꼭 눈이 퉁퉁 부어 있곤 했는데 나도 그중 하나가 되어 갔다.나는 난지도 쓰레기장에 준서를 버리고 온 환영에 시달렸다. 아기 울음소리가 들릴 때마다 포대기에 싸여 울고 있는 준서가 눈에 아른거렸다. 준서를 보낼 순 없었다. 2주일 뒤 입양기관을 다시 찾았다. 그쪽 요구에 따라 미국 양부모에게 사과 편지를 쓰고 아기 인수증까지 써 준 뒤 준서를 다시 품에 안았다. 다른 산모들은 위약금으로 수백만 원을 내기도 한다는데 난 돈 안 물고 찾아온 것만도 행운이라고 생각했다.곰 세 마리준서는 다행히 밝게 자랐다. ‘국민 동요’ 반열에 오른 ‘곰 세 마리’를 아이도 좋아했다. 이 노래를 불러줄 때마다 아빠의 빈자리는 더 커 보였다. 곰은 가족단위의 집단생활을 하지 않는 걸 나중에 책에서 보고 나는 동요도 폭력적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한 준서는 가끔 대중목욕탕 앞에서 드러눕곤 했다. 목욕탕 가는 것을 좋아했지만 나와 여탕에 갈 수 없는 나이가 되자 “목욕탕 데려가 줄 남자를 구해 오라”며 떼를 썼다.준서를 낳기 전 나는 10년차 헤어디자이너였다. 출산 사실이 알려지면서 근무하던 미용실에서 해고된 뒤 직접 미용실을 차렸다. 처음엔 월 수익이 500만 원쯤 돼 가게 운영이 괜찮았다. 하지만 서서히 손님이 줄더니 6개월이 되던 날 직원들 월급을 줄 수 없었다. 단골이던 한 여교사는 “형숙 씨가 결혼도 안 하고 애 아빠가 유부남이란 소문이 있다”고 귀띔해줬다. 유부남을 유혹해 아기를 낳은 것처럼 사실이 와전돼 있었다. 손님이 거의 여자여서 혼자 아이 키우는 사정을 조금은 이해해줄 줄 알았는데 여자의 적은 여자였다.나와 떨어지길 싫어하는 준서는 유치원이 끝나면 미용실 앞에서 혼자 자전거를 타며 놀았다. 나를 부도덕하게 보는 건 상관없지만 준서까지 매도될 것을 생각하니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5월이면 준서 옷 사이즈를 묻던 친구섀넌과의 인연이 시작된 건 그 즈음이다. 나는 미혼모들을 위한 활동가로 직업을 바꿨다. 준서가 받게 될 차별을 없애는 게 당장 돈을 버는 것보다 중요했다. 섀넌은 어린 시절의 자신을 달래듯 아이를 돌봐 줬다. 성격이 명랑해 아이들을 즐겁게 해 줬지만 멍하니 허공을 볼 땐 그녀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졌다. 준서를 입양 보낼 뻔했던 나는 섀넌을 보며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하려 했다.아들을 입양 보냈던 한 친구는 매년 5월이 되면 준서의 옷 사이즈를 물어 왔다. 나보다 3개월 먼저 아들을 낳은 친구였다. 내가 사이즈를 말해 주면 친구는 “우리 애는 호주에서 크니까 그것보다 조금 더 크겠지”라며 매년 옷을 샀다. 5월 4일이 그녀 아들의 생일이다. 그녀가 해외 입양을 택한 이유는 다시 만날 희망이 있기 때문이었다. 국내 입양은 모두 비밀에 부치지만 해외 입양은 비밀 유지가 불가능해 엄마들은 그런 꿈을 갖는다. 그녀는 20년 후에나 올지 모를 운명적 손님을 기다리며 생일 선물을 차곡차곡 모았다.그녀는 내가 섀넌 같은 입양인들과 가깝다는 걸 알고 질문 하나를 해 달라고 부탁했다. “친엄마가 잘살았으면 좋겠니, 힘들게 살았으면 좋겠니?” 잘살면 죄인이고, 못살면 아들이 커서 돌아왔을 때 도움을 못 줄 거라며 그녀는 갈팡질팡했다. 자식을 입양 보낸 부모들 모임을 만든 금주 언니를 돕게 된 것도 그 친구의 영향이었다. 자녀 생사조차 몰라 가슴앓이를 하면서도 자식을 버렸다는 손가락질이 두려워 숨어 지내는 사람들을 세상 밖으로 끌어내야 했다. 섀넌과 나, 금주 언니는 미혼모에게 입양을 강요하는 부조리의 피해자였다.“엄마, 여자 친구가 애 낳으면 내가 키우는 게 기본이겠지?” “엄마는 결혼 안 할 거야? 난 OO(유치원 여자 친구)랑 결혼할 건데.” 준서는 이런 얘기를 스스럼없이 할 정도로 미혼모의 아들이란 멍에에 적응해 갔다.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간 준서가 며칠 전 입술이 터져 집에 왔을 때 난 미혼모라는 내 신분을 새삼 실감했다. 준서는 “다 엄마 때문이야”라며 가방을 집어던졌다. 학교 친구들이 ‘너희 엄마 미혼모야?’라고 묻는데 매일 똑같이 답해야 하는 게 싫어 짜증을 부리다 싸움이 났다고 했다. 그날 선잠이 든 나는 산신령이 나오는 꿈을 꿨다. 산신령은 “네가 원하면 아기가 생기기 전으로 시간을 되돌려 주겠다”고 했다. 한참 엉엉 울다가 가까스로 “지금 이대로 있겠다”고 말했다. 나는 이튿날 일기장에 이렇게 적었다. ‘미혼모가 아니었다면 그렇게 슬피 울지는 않았을 것이다.’▼ ‘현성욱’ 세 글자를 듣는 순간 나는 털썩 주저앉았다… 노금주 이야기 ▼여러 번 전화가 닿지 않던 그녀가 지난달 23일 사무실에서 우리와 마주 앉았다. 가슴에 ‘센터장’ 배지를 단 이 50대 여성은 회색 카디건을 여미며 다리를 꼬았다. “그래, 뭘 원하시는데요?”내 옆에 앉은 제니(가명·29·여)는 텀블러를 만지작거리다 그 말에 손짓을 멈췄다. 제니는 무슨 말을 하려는 듯하면서 입을 못 떼고 있었다. 내가 끼어들었다. “제니가 29년 만에 미국에서 엄마를 찾으러 왔어요. 엄마 주민등록번호는 있는데 주소나 연락처를 좀 알 수 있을까 해서요.”센터장은 엷은 미소를 띤 채 “누구시죠”라고 물었다.“제니를 도우러 왔어요. 한국이 낯설고 우리말도 못 하니까….”“어떻게 도움을 주신다는 건데요? 영어는 할 줄 아세요? 아님 돈으로 도와주세요?”“그런 게 아니라 제니가 한 달 전 여기 왔을 때 엄마 연락처가 남아 있단 얘길 들었대요. 알아보고 연락주기로 했다는데 아무 소식이 없다기에 그럼 같이 한번 물어보자고 해서 온 거예요. 저도 한가해서 온 게 아니고.”센터장은 “뭘 어떻게 도와주신다는 건지 모르겠네”라고 혼잣말을 하며 팔짱을 꼈다.아들이 살아 있었다입양인들이 친부모를 찾도록 돕게 된 건 2005년 ‘그 일’이 있은 후부터다. 위암 판정을 받은 아버지 입원 수속을 하고 있을 때였다. 원무과 주변을 오가는데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한국사회봉사회입니다. 노금주 씨 되시죠? 현성욱이란 분 아세요? 선생님을 많이 보고 싶어 해요.”현성욱이라는 세 글자를 듣는 순간 나는 털썩 주저앉았다. 손에 들고 있던 서류들이 바닥에 흩어졌다. “우리 아들, 살아 있어요?”아들은 입양인과 부모를 만나게 해주는 한 방송 프로그램에 석 달 뒤 나오기로 한 상태였다. 한국행 비행기 삯을 대준다기에 사연을 보냈다고 했다. 아들과 만나기까지 기다린 석 달은 헤어져 살았던 30년보다 더 길게 느껴졌다.녹화 당일, 아들은 먼저 무대에 나와 있고 나는 무대 뒤 대기실에 있었다. 녹화가 지연돼 나는 아들을 코앞에 두고도 두 시간 넘게 보지 못했다. 대기실 안 흑백 모니터에서 무대 위 상황을 볼 수 있었는데 아들의 입국 장면이 담긴 녹화 영상이 상영되고 있었다. 나는 모니터를 통해 입국장에 들어서는 아들의 얼굴을 봤다. 카메라 렌즈가 넓게 잡은 인파 속에서 나는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생후 11개월 때 입양 간 성욱이는 나를 빼닮은 청년으로 자라 있었다.비로소 커튼이 열리고 나는 무대로 걸어 나갔다. 소복소복 쌓인 눈 위를 걷는 듯했다. 두 팔을 벌리고 있는 아들을 나는 힘껏 껴안았다. “아가야, 미안하다. 아….” 아들은 아무 말이 없었다. 내 말을 알아듣긴 한 걸까. 우리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서로의 젖은 눈을 바라보기만 했다. 방송이 끝나고 아들과 말없이 맞담배를 피울 때 난 50년을 살며 가장 큰 행복을 느꼈다.“친부모 동의 없인 못 알려줘”센터장의 끝을 올리는 말투는 계속 내 귀에 날카롭게 박혔다.“입양인이 찾겠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고 친부모 동의를 받아야만 정보를 줄 수 있어요. 아직 동의를 얻지 못해서 알려줄 수 없다고 직원들이 얘기했을 텐데요.”“답이 안 왔다고 마냥 기다리고만 있으라는 거예요? 엄마 찾겠다고 미국에서 휴직하고 들어온 건데.”“그럼 저희가 뭘 어떻게 해야겠어요. 저희가 (친부모 측에) 전보를 보내요. 짐작할 수 있게 ‘몇 년 전 헤어진 분이 누구누구 씨를 찾고 있다. 어느 나라로 간 분이다’라고. 한 번만 보내는 게 아니라 두 번 세 번 보내요. 전보 하나 보내는 것도 6000원이 넘어요.”답답한 표정을 짓던 제니는 “Do you have any tea or water?(마실 것 좀 있어요?)”라고 물었다. 아무 대답이 없어 제니가 한 번 더 물었지만 센터장은 가만히 있었다. 내가 “마실 것이 없느냐”고 묻자 센터장은 “물요? 저쪽 사무실 가면 정수기 있어요”라고 했다.제니는 내가 종이컵에 받아 온 물을 들이켜며 말했다. “You said six thousands bla-bla-bla. It's your job.(당신이 6000원이 든다 어쩐다 했는데 그게 당신들이 할 일이잖아요.)”“Of course. Why not? Do you think I did not?(그럼요. 누가 아니래요?)”센터장은 유창한 영어로 맞받았다. 제니는 한숨을 쉬며 탁자를 내려다봤다. 탁자 유리 안에는 ‘인연을 엮다’라는 글귀의 포스터가 끼어 있었다.아들을 잃고 나를 생존하게 한 것아들의 입양 사실을 알게 된 건 남편의 폭행을 피해 열흘간 집을 나갔다 돌아온 후였다. 남편은 내가 집을 나간 다음 날 돌도 안 된 성욱이를 친정집 앞에 두고 갔다. 친정엄마는 아기를 삼촌에게 맡겼고 삼촌은 내게 말도 없이 성욱이를 검은색 승용차에 태워 떠나보냈다. 엄마는 성욱이 때문에 남편에게 매여 살며 폭행에 시달릴 나를 걱정했다. 평생 2, 3세 지능으로 살아야 하는 장애 남동생을 돌봐 온 엄마는 발목 잡힌 삶의 지독함을 잘 알고 있었다.당시 스물두 살이던 나는 변소 앞에 모아 두던 농약병을 찾아 서성였다. 누군가 농약병을 내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 숨겨둔 듯했다. 밤이 되면 뒷산 언덕 바위에 올라 밑을 내려다봤다. 달빛에 그림자가 보여 뒤돌아서면 거기엔 친정엄마가 있었다. 그녀의 모정이 새끼 잃은 나를 살게 만들었다.재혼해 딸 유정이(가명)를 낳고 성욱이에게 못 준 사랑을 쏟아 부을 대상이 생기면서 나는 삶의 의욕을 서서히 회복했다. 밤에 문 밖에서 작은 소리만 나도 난 딸아이를 훔치러 온 것 같아 끌어안고 팔베개를 해 재웠다. 새 남편이 전처와의 사이에 둔 아들은 성욱이와 한 살 차이였다. 나는 그 아이를 볼 때마다 ‘성욱이도 이만치 컸겠네’ 하고 생각했다. 새 남편과 이혼한 후에도 그 아이는 잘 잊혀지지 않았다.하루는 미용실에서 순서를 기다리며 텔레비전을 보고 있을 때였다. 화면에선 딸을 입양 보낸 엄마가 어릴 적 딸 사진을 내보이며 찾고 싶다고 울먹였다. 그때 파마를 하던 한 중년 여성의 입에서 거친 말이 튀어나왔다. “버릴 땐 언제고 이제 와서 찾겠다고 질질 짜고 자빠졌어.”“연락 오면 친부모에겐 쇼크”우리가 일어날 기미를 안 보이자 센터장은 타이르듯 말했다.“20∼30년 전 아기 입양 보낸 거 비밀로 하고 새 남편 만나 가정 꾸린 사람한테 전보를 보낸다고 생각해 보세요. 정말 난처하지 않겠어요? 남편이 전보를 받아서 ‘왜 이런 걸 보내느냐’고 의심하는 경우도 있어요.”“그건 일부 어려운 케이스를 얘기하시는 거죠.”“그런 케이스가 많아요.”“저도 입양 보낸 아들을 찾아봐서 아는데 친부모들이 자식 찾으려고 입양기관에 들어오고 싶어도 못 들어오고 주변만 빙빙 맴도는 경우가 수두룩해요.”“그런 사람은 일부겠죠. 20∼30년을 잊고 지냈는데 애한테 연락 오면 진짜 쇼크예요.”“그 사람들이 잊고 지냈다고 생각해요?”“다들 새로 결혼해서 애도 낳았을 텐데 지금 키우는 자식처럼 매번 생각하고 그러겠어요?”“지금 키우는 애보다 마음속으로 아파하고 그리워하는 부모가 더 많아요. 엄마 못 찾으니까 ‘죽어서라도 엄마를 만나겠다’고 유서 쓰고 자살한 아이도 있어요.”“뭐 그런 사람들도 있겠죠.”“유정이는 내가 키우겠다”아들이 한국에 올 때면 서울 인사동 거리로 쇼핑을 갔다. 못 사주고 못 보여준 것들을 빨리 채워줘야 한다는 강박이 나를 그곳으로 이끌었다. 아들의 눈길이 조금이라도 머무는 물건은 주저 없이 샀다. 그러기 위해 나는 매번 200만∼300만 원씩 빚을 냈다. 공장에서 자동차 부품의 불량을 가려내는 일을 해 버는 월 120만 원으로는 딸과 친정엄마, 장애 남동생을 부양하기에도 벅찼다.아들이 내 집에 한 달간 머문 3년 전 여름, 나와 성욱이, 딸 유정이는 안방에서 나란히 붙어 지냈다. 허리 디스크가 재발해 일을 못 나가고 아들의 부축을 받으며 통원치료를 받던 때였다. 나는 “유정이가 아직 어린데 엄마가 자꾸 아파 큰일이다. 엄마 죽고 나면 어떻게 하지”라고 혼잣말을 했다. 누워 있던 성욱이는 불쑥 일어나 손가락으로 유정이를 가리키더니 다시 제 가슴을 콕콕 찔렀다. 용케 내 말을 알아듣고 “엄마가 없으면 내가 유정이를 키우겠다”며 몸으로 말한 거였다.“현재에 집중해요”센터장과의 설전은 막바지로 가면서 누그러졌다. 센터장은 제니를 가엾게 쳐다봤다.“우리도 부모 찾는 일 도와주고 싶어요. 근데 그게 불가능할 땐 잊어버리세요. 에너지를 과거에만 쏟아 부으면 에너지를 잃잖아요. 현재에 집중해요.”통역 자원봉사자가 “Focus on the present.(현재에 집중해요)”라고 말을 옮기는 순간 제니는 내내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었다. 내가 제니의 어깨를 두드리며 “성과가 없어서 어떡해. 미안해 죽겠네”라고 하자 센터장은 “미안할 게 뭐 있어요”라고 했다.입양기관 건물을 나오자 비가 내리고 있었다. 제니는 그렁그렁 눈물이 고인 눈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더니 목도리로 입을 가리고 빗속으로 걸어 나갔다. 면담 내내 밖에서 기다리던 섀넌과 형숙은 제니에게 우산을 씌워주려 다가갔다.에필로그11일은 정부가 국내 입양 활성화를 위해 제정한 ‘입양의 날’이다. 그날 섀넌과 형숙, 금주는 ‘싱글맘 데이’ 행사를 연다. 아이들을 입양 보내는 대신 친부모 손으로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취지로 미혼모 단체가 지정한 날이다. 세 여인은 꿈꾼다. 당장은 싱글맘 데이가 많이 알려지길 바라지만 그날 자체가 필요 없는, 그런 세상을.신광영·김성모 기자 neo@donga.com}

    • 2013-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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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세청 공무원들 기막힌 뇌물 상납

    서울지방국세청 공무원들이 세무조사 대상 업체에서 받은 뇌물을 과장 국장 등 ‘윗선’에 조직적으로 상납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국세청 조사1과 직원 9명이 세무조사 대상 업체로부터 3억1600만 원의 뇌물을 받아 나눠 가진 사실이 3월 적발된 데 이어 이 중 상당액이 상납된 정황까지 추가로 확인된 것이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과는 유명 사교육업체 M사로부터 세무조사 때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1억8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경찰에 구속된 이모 씨(6급)가 이 중 9000만 원을 상급자인 이모 팀장(5급)에게 상납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3일 밝혔다. 조사 결과 이 팀장은 받은 돈 중 3000만 원은 과장급(4급) A 씨에게 상납하고 국장급 B 씨에게도 세무사 C 씨를 통해 2000만 원을 상납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 국세청 직원이었던 C 씨는 이 팀장과 함께 근무하며 친분을 맺어 돈을 전달해달라는 이 팀장의 부탁을 들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이 팀장과 세무사 C 씨는 돈을 상납하거나 전달했다고 경찰에 시인했지만 A 과장과 B 국장은 뇌물 받은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A 과장과 B 국장은 현재 퇴직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 팀장과 A 과장, B 국장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이 중 이 팀장에 대한 영장은 3일 발부됐다. 하지만 검찰은 A 과장과 B 국장에 대해선 구속사유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 2013-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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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력층 인사 성접대 의혹 동영상 원본 소지자 체포

    유력 인사의 별장 성접대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성접대 동영상 원본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박모 씨를 1일 체포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박 씨를 변호사법 위반 혐의 등으로 영장을 발부받아 체포했으며, 구속영장 신청 여부는 조사를 진행한 뒤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씨는 여성 사업가 A 씨의 요청으로 윤 씨의 벤츠 승용차를 회수해 오면서 트렁크에 있던 문제의 동영상 원본을 가로채 간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경찰은 이 원본 동영상이 성접대에 동원됐다고 밝힌 다수 여성의 진술을 뒷받침할 결정적 물증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씨가 경찰에 원본을 제출할 경우 동영상 속 남성이 누구인지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수사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 2013-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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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김학의 출국금지

    별장 성접대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57)을 출국금지했다. 30일 법무부와 사정당국에 따르면 경찰은 김 전 차관이 건설업자 윤모 씨(52)에게서 성접대를 받고 편의를 봐 준 혐의(알선수뢰)로 서울중앙지검에 김 전 차관에 대한 출국금지를 요청했고 법무부가 이를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경찰이 3월 29일 김 전 차관에 대한 출금을 요청했을 때 “혐의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기각했지만 이번에는 받아들였다. 복수의 사정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경찰은 성접대 동영상 원본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박모 씨에 대해서도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박 씨는 지난해 12월 여성 사업가 K 씨에게서 “윤 씨의 벤츠 승용차를 회수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차를 가져오는 과정에서 트렁크 안에 있던 동영상 원본을 가로챈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박 씨는 20분 분량의 이 동영상을 압축파일로 만든 뒤 카카오톡으로 김 전 차관에게 보내려 했지만 파일 용량이 초과돼 전송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당국은 윤 씨의 강원도 별장에서 성접대를 했다는 의혹을 받아온 여성 10여 명을 조사했으며 이 중 여러 명에게서 관련 의혹을 뒷받침할 진술을 확보한 상태다. 경찰에서 김 전 차관의 성접대 여부에 대해 “모른다”고 진술했던 별장 관리인 등 윤 씨의 주변 인물도 최근 “유력 인사들이 성접대를 받았다”고 진술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별장 압수수색에서 김 전 차관이 별장을 자주 방문한 정황이 담긴 쪽지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경찰은 윤 씨에게서 별장에서 접대를 받고 병원 관련 공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는 의혹을 받아 온 수도권 병원장 박모 씨에 대해서도 혐의를 입증할 진술과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당시 공사 수주는 외형상 경쟁입찰이었지만 윤 씨가 들러리 업체를 세워 낙찰 받았고 박 씨는 이를 묵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경찰은 서울 목동 주택가 재건축사업과 관련해 서울저축은행 전무급 임원이 윤 씨에게 240억 원을 부정대출해 준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신광영·박훈상 기자neo@donga.com}

    • 2013-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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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찰, 김용판 前서울청장 수사 착수

    국가정보원 여직원의 대선 개입 수사 과정에서 경찰 윗선의 사건 축소 지시가 있었다는 수사 실무 책임자의 폭로에 대해 경찰이 진상을 조사하기로 했다. 검찰도 부당 수사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다. 국정원 댓글 수사의 불똥이 경찰 고위층의 부당한 외압 행사 여부를 규명하는 쪽으로 번지면서 경찰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성한 경찰청장은 22일 기자간담회에서 “당시 실무팀장이었던 (수서경찰서) 권은희 수사과장이 (부당 수사 개입 의혹을) 발언한 배경과 관계없이 권 과장이 주장하는 내용에 대해 경찰청 감사관실 주관으로 진상조사를 할 방침”이라며 “권 과장의 주장이 잘못되거나 과장된 것으로 밝혀지면 권 과장에 대한 감찰도 고려해 보겠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도 이날 당시 수사팀의 최상위 보고라인에 있었던 김 전 청장이 수사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로 고발된 사건을 ‘국가정보원 관련 의혹 사건’ 특별수사팀으로 넘겨 국정원 댓글 사건과 병합해 수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 전 청장 등 이명박 정부의 권력기관 책임자 2명을 동시에 수사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앞서 민주통합당은 경찰이 대통령선거를 사흘 앞둔 지난해 12월 16일 오후 11시 “선거에 영향을 줄 만한 댓글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취지의 중간수사 결과를 갑자기 발표한 것은 형법상 직권남용과 경찰공무원법상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며 김 전 청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수사 지휘와 관련된 경찰 내부 지침 등 수사과정 전반을 조사해 한 점 의문도 남기지 않을 것”이라며 진상 규명에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19일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외압 의혹을 제기했던 권 과장은 22일 다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국정원 여직원 컴퓨터 하드디스크 분석 당시 서울경찰청과 수사팀이 상의해 핵심 키워드를 4개로 추렸다”는 경찰청 해명에 대해 “처음에 건넨 78개 키워드를 4개로 줄이라고 서울청에서 일방적인 지시가 내려왔다. ‘상의’라는 표현이 어떻게 나왔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권 과장은 또 “여직원 재소환 당시 기자들의 질의응답 시간을 앞두고 경찰청에서 ‘기재된 멘트(오늘 진행된 피의자 신문 결과를 바탕으로 내용 분석하겠다) 외에 단 한마디라도 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연락이 와 딱 그렇게 얘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권 과장은 “서울경찰청과 경찰청 두 군데서 문서가 아닌 구두로 연락을 받았으며 두 기관 실무자를 거쳐 고위 인사의 뜻이 나에게 전달됐다”고 덧붙였다.신광영·조동주 기자 neo@donga.com}

    • 2013-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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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뇌물혐의 수사 받다 해외도피… 前 용산세무서장 태국서 검거

    현직 부장검사의 친형인 세무서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도중 외국으로 도주해 8개월간 숨어 지내다 경찰에 검거됐다. 경찰청은 태국 경찰이 19일 불법체류 혐의로 체포한 전 서울 용산세무서장 윤모 씨(57)의 신병을 25일 넘겨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해 윤 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검찰 간부들이 윤 씨에게 골프 접대를 받은 정황을 포착하고 사실 확인을 위해 압수수색 영장을 5차례나 신청했지만 검찰이 연거푸 기각했다. 이 때문에 검경 갈등이 빚어지며 “검찰 간부의 친형인 데다 검사들까지 연루된 사건이라 검찰에서 사건을 축소하려 한다”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윤 씨의 동생은 현재 부장검사로 재직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윤 씨는 2010∼2011년 서울 성동세무서장 근무 당시 알고 지낸 성동구 마장동의 육류수입가공업체 대표 김모 씨(56)로부터 세무조사 무마 등을 대가로 금품과 골프 접대 등 수천만 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김 씨가 “세무조사를 받지 않도록 로비를 해주겠다”며 관내 기업체 대표들에게 돈을 걷어 윤 씨에게 건넨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씨는 윤 씨뿐 아니라 당시 농림수산식품부 검역담당 공무원(4급)에게도 금품을 뿌리는 등 전방위 로비를 펼친 것으로 조사됐다. 윤 씨는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한 차례 출석해 조사를 받은 뒤 지난해 8월 아무 통보 없이 출국했다. 윤 씨의 도피로 수사 진행이 어렵게 되자 경찰은 지난해 11월 윤 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았고 수사는 기소중지 상태로 잠정 중단됐다. 당시 경찰은 이 사건이 육류가공업자와 세무서장의 단순한 유착에 그치지 않고 검사와 고위공직자 등 유력 인사들이 연루된 대형 게이트일 수 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려 했다. 윤 씨가 김 씨에게서 제공받은 법인카드로 검찰 간부 등 다른 유력 인사와 골프를 쳤으며 이 검사들이 가명으로 골프 접대를 받은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수사팀은 김 씨가 골프 예약을 한 날 자신의 수첩에 검찰 간부 2명의 이름을 쓴 메모를 입수했으며 윤 씨가 대포폰으로 이들 간부 중 한 명과 자주 통화한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검찰 간부 연루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윤 씨가 자주 갔던 경기도의 한 골프장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번번이 기각했다. 검찰은 “윤 씨의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서만 수사가 이뤄져야 하는데 압수수색 범위를 너무 광범위하게 잡아서 반려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윤 씨가 김 씨의 법인카드로 다른 현직 부장검사 2명과 골프를 친 정황이 나왔고 압수수색을 통해 골프장 출입자 명단을 확인하는 건 당연한 수사 절차인데 검찰이 치부를 감추기 위해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며 맞섰다. 윤 씨는 지난해 경찰 조사에서 뇌물수수 및 검사 골프 접대 의혹을 전면 부인했지만 얼마 뒤 해외로 도피해 잘못을 시인한 모양새가 됐다. 경찰은 윤 씨가 25일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는 대로 체포해 조사할 계획이다. 경찰이 윤 씨를 붙잡아 조사할 수 있는 시간은 이틀(48시간)이다. 경찰은 이 시간 동안 윤 씨를 집중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 2013-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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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학의, 차명폰으로 윤씨와 통화 정황

    건설업자 윤모 씨(52)의 성접대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57)이 검찰 간부 시절 차명 휴대전화를 여러 개 사용하며 윤 씨와 자주 통화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차관은 그동안 “윤 씨는 모르는 사람이고 (성접대를 받은 장소로 거론된) 별장에도 간 적이 없다”고 주장해 왔다. 17일 복수의 사정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윤 씨의 통화 기록과 윤 씨 주변 인물들이 “김 전 차관과 통화할 때 썼던 번호”라며 경찰에 진술한 전화번호를 분석한 결과 김 전 차관 소유 휴대전화의 번호와는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이 중 일부 번호는 김 전 차관과 오랜 기간 알고 지낸 사업가 A 씨가 제공한 차명 휴대전화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의 협력업체 직원 명의로 전화를 개통한 뒤 김 전 차관에게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최근 A 씨를 소환해 차명 휴대전화 명의를 빌려준 협력업체 관계자와 대질조사까지 벌인 끝에 A 씨로부터 “협력업체 사람에게 차명 휴대전화를 제공받아 김 전 차관에게 건넸다”는 진술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 전 차관이 윤 씨에게 부적절한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시기인 2008∼2011년 윤 씨와 통화할 때 이 차명 휴대전화를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윤 씨의 조카는 지난달 동아일보-채널A 공동취재팀과의 인터뷰에서 “작은아버지(윤 씨)로부터 성관계 동영상 스틸사진을 김 전 차관에게 보내라는 지시를 받고 앞 번호가 ‘010-4157’인 전화로 사진을 보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 전화번호 역시 김 전 차관의 차명 휴대전화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경찰은 A 씨가 김 전 차관에게 건네준 차명 휴대전화 가운데 일부 번호와 부산저축은행 로비스트 사이에 통화가 이뤄졌다는 정황을 검찰이 파악하고도 문제를 삼지 않았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지난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산하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 수사 당시 부산저축은행 비리에 연루된 핵심 로비스트가 자주 통화한 목록에 A 씨 명의의 휴대전화가 있었고, A 씨는 검찰에서 “김 전 차관에게 제공한 차명 휴대전화”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고검장급 간부였던 김 전 차관은 별다른 조사를 받지 않았다. 경찰은 의혹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검찰에 A 씨 조사 기록 등 관련 자료를 넘겨달라고 요청했다. 이처럼 경찰 실무진에선 성접대 의혹 수사에 의욕을 보이고 있지만 최근 수사 지휘부가 대거 교체돼 수사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성접대 의혹’ 수사라인 대거 교체… 경찰대 출신 모두 배제 ▼6일 치안감 인사에서 이 사건 수사책임자였던 김학배 경찰청 수사국장(치안감·사법시험 특채)이 울산지방경찰청장으로 발령이 난 데 이어 15일 이세민 수사기획관(경무관·경찰대 1기)마저 이례적으로 보임 6개월 만에 경찰대 학생지도부장으로 전보됐다. 경무관급 이상 경찰 인사는 대통령이 재가한다. 청와대는 김 전 차관이 낙마함에 따라 사전검증이 부실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청와대는 성접대 의혹을 사전 보고했다는 수사팀의 주장에 대해 “보고받은 바 없다”며 강하게 반박해 왔다. 이번 수사를 주도하는 경찰청 실무부서의 과장과 팀장 등 일선 간부 상당수는 경찰대 출신인데 이들을 지휘할 후임 수사라인에서 경찰대 출신은 모두 배제됐다. 새로 임명된 최현락 수사국장은 사법시험 특채, 허영범 수사기획관은 간부후보 출신이다.신광영·박훈상 기자 neo@donga.com}

    • 2013-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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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고 물 쓰듯한 자유총연맹… 1억3800만원 전용-횡령

    한국자유총연맹 사무총장 등 간부들이 억대의 국고보조금을 엉뚱한 일에 쓰거나 개인적으로 횡령한 사실이 경찰 수사로 확인됐다. 인쇄물 제작업체에 3700만 원을 지급했다가 3000만 원을 돌려받아 착복하는 수법으로 국고보조금을 빼돌린 사실도 드러났다. 본보가 지난해 10월 자유총연맹의 국고 유용 의혹을 제기해 경찰이 본격 수사에 착수한 지 6개월 만에 상당수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자유총연맹이 2010년과 2011년 지원받은 국고보조금 23억 원 가운데 1억3800만 원을 전용·횡령한 혐의로 사무총장 이모 씨(62)와 행정운영본부장 김모 씨(52), 기획홍보본부장 신모 씨(53)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8일 밝혔다. 자유총연맹은 1954년 설립돼 현재 150만 명의 회원이 등록된 국내 최대 관변단체로 매년 10억 원 이상의 국고를 지원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이 간부들은 2010년 자체 예산으로 충당해야 할 ‘글로벌리더연합 전국포럼’ 행사비가 부족하자 민주시민교육 운영사업이나 아동안전지킴이 등 다른 국고보조사업 예산에서 7000여만 원을 빼내 행사비로 썼다. 국고보조금을 정해진 용도 외에 다른 목적으로 쓰면 현행 ‘국고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3년 이하 징역에 처해진다. 이들은 2011년 ‘내고장 영웅 한국인 찾기’ 사업에 지원된 국고보조금 1억 원 중 2200만 원을 연맹 회원인 대학생이나 연맹 회원 자녀 등의 장학금으로 썼다. 연맹 창립 기념식에 사용할 영상물 제작비용으로도 1500여만 원을 쓰는 등 국고보조금 3700여만 원을 불법 전용했다. 국민의 혈세인 국고보조금을 정상 집행하는 것처럼 서류를 조작하고 실제론 연맹 자체 사업에 돌려쓴 것이다. 조사 결과 국고를 횡령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 씨 등 간부들은 2010년 아동안전지킴이 사업을 하면서 홍보용 수첩 2만 부 제작대금으로 국고보조금 3700만 원을 서울 충무로의 한 인쇄업체에 지급한 뒤 실제로는 샘플 50부만 만들고 3000여만 원을 돌려받았다. 그러면서 이 돈을 부하직원 계좌로 돌려받은 뒤 개인 용도로 횡령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라진 자금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자 연맹 간부들이 뒤늦게 돈을 채워 넣으려 했다”며 “빼돌린 돈을 어디에 썼는지에 대해선 구체적인 답변을 회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들이 빼돌린 돈이 박창달 총재 등 협회 고위층으로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했지만 뚜렷한 단서를 찾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010년과 2011년 각종 공익사업에 쓰라며 제공한 7억 원을 자유총연맹이 별다른 근거도 없이 써버린 사실도 적발했다. 이 씨 등 연맹 간부들은 정상적인 회계처리를 하지 않고 직원들 개인계좌로 이체해 115차례에 걸쳐 자금을 사용했으며 이 가운데 1억2000만 원은 해외출장비나 대외기관 격려금 언론대책비 명목으로 직원 개인에게 현금으로 지급했다. 경찰은 현금 지급된 1억2000만 원이 사실상 직원들 호주머니로 들어갔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횡령 혐의로 기소해달라고 검찰에 요청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자금 사용처가 연맹 소요자금으로 돼있고 개인용도로 쓴 정황을 입증하기가 어렵다”며 처벌 대상에서 제외했다. 경찰은 또 사무총장 이 씨가 국고보조금 전용 횡령 과정을 총괄했다고 보고 이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이 기각하는 등 수사과정에서 검경 간의 시각차가 적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을 검찰에 송치한 마당에 검사 수사지휘의 적정성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수사지휘를 다시 해달라고 건의하면 불필요하게 시끄러워질 것 같아 검사 지휘에 따랐다”고 말했다. 한편 자유총연맹 윤성욱 대변인은 국고전용 혐의는 시인하면서도 “횡령 혐의를 받는 수첩 제작비 3000만 원은 다음 해에 집행하기 위해 이월시켰는데 사업이 없어져 돈을 개인계좌에 보관한 것”이라며 “최근 그 돈을 국고에 반환하려 했지만 수사 중이란 이유로 허용되지 않아 서울중앙지법에 공탁했다”고 밝혔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 2013-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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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접대 의혹 건설업자’와 통화한 검찰명단 깜깜무소식

    건설업자 윤모 씨(52)의 성접대 로비 의혹을 수사하는 경찰은 윤 씨가 자주 통화한 검찰청 내 유선전화번호를 확보해 사용자 명단을 알려 달라고 검찰에 요청했지만 일주일째 통보받지 못한 것으로 4일 확인됐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날 “윤 씨와 빈번하게 통화한 검찰 관계자의 명단을 아직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에 앞서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 광주고검 등 검찰청 세 곳의 내선번호 중 윤 씨가 지난해 휴대전화로 10회 이상 통화한 번호들을 확인했다. 경찰은 윤 씨와의 유착 여부 조사를 위해 해당번호 사용자 명단을 제출해 달라고 지난달 29일 검찰에 요청했다. 특정 시기에 윤 씨와 자주 통화한 검찰 관계자가 누구인지 파악하는 일은 간단한 작업이지만 검찰은 경찰의 요청을 받은 지 일주일이 되도록 알려주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경찰은 윤 씨가 지난해 검찰뿐 아니라 경찰청 내 일부 내선번호로도 수차례 통화한 사실을 확인하고 당시 번호 사용자들을 상대로 통화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 2013-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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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화 엿듣고 위치추적 스마트폰 ‘도청 앱’

    남의 스마트폰 통화를 도청하고 사용자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판매해온 업자가 경찰에 구속됐다. 앱을 구입해 채무자나 배우자 내연남의 스마트폰에 몰래 설치한 뒤 도청해온 의뢰인 5명도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지난해 12월부터 최근까지 중국 산둥 성 현지 범죄조직에서 도청 앱을 사들인 뒤 의뢰자에게 판매해 390만 원의 부당 이득을 취한 혐의로 최모 씨(39)를 구속했다고 4일 밝혔다. 최 씨는 앱 광고사이트를 개설해 광고를 보고 연락해온 김모 씨(31) 등 5명에게 앱 이용료 명목으로 한 달에 30만 원씩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일명 ‘스파이폰’으로 불리는 이 도청 앱은 도청하려는 사람의 스마트폰에 문자메시지를 보낸 뒤 해당 스마트폰에 전송된 다운로드 링크를 클릭하게 하는 수법으로 설치된다. 이용자가 이를 클릭하면 도청 앱이 바로 설치되며 화면에 설치 흔적이 남지 않는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 2013-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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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접대 의혹’ 건설업자 차명의심 계좌 추적

    건설업자 윤모 씨(52)의 성접대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은 윤 씨가 차명계좌 등을 동원해 불법적인 자금거래를 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관련 계좌를 압수수색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3일 “계좌 압수수색영장이 발부돼 윤 씨 계좌뿐 아니라 연결된 다른 계좌도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윤 씨가 공사 수주나 인허가 특혜를 받기 위해 차명계좌로 고위층 인사와 수상한 돈거래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윤 씨 주변 인물들의 계좌에서 뭉칫돈이 빠져나간 흔적이 있는지 조사 중이다. 경찰은 또 윤 씨를 고소했던 여성사업가 K 씨가 경찰에 제출한 성관계 동영상의 원본과 윤 씨가 촬영했을 가능성이 있는 또 다른 성접대 동영상을 확보하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경찰은 사건 발생 직후부터 이들 동영상을 찾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원본 소지자들이 폐기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 씨가 윤 씨에게 빌려준 외제차를 회수해 달라고 부탁한 박모 씨, 차를 실제 회수한 운전사 박모 씨, 윤 씨에게서 성접대 동영상을 받아 보관해 온 것으로 알려진 윤 씨 조카 등이 원본 소유 가능성이 높은 인물이다. 경찰 관계자는 “동영상 원본이 파일이나 CD, DVD, 인터넷 웹하드 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할 수 있어 여러 경로로 찾고 있다”고 밝혔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 2013-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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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화하는 스미싱… 정체불명 ‘앱 업데이트’ 문자 조심하세요

    ‘구글 코리아 신규 앱 출시, 인터넷 향상 업데이트.’ 충남 천안에 사는 직장인 김모 씨(43)는 지난달 초 이런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며칠 전 스마트폰을 바꿔 애플리케이션(앱)을 새로 내려받아야 하던 차에 잘됐다 싶었다. 빠른 속도로 인터넷을 이용하고 싶어 LTE폰으로 바꿨는데 인터넷 성능 향상 기능까지 있다니 더 혹했다. 메시지에 있던 인터넷 주소를 누르니 ‘설치하시겠습니까’라는 팝업창이 떴고 김 씨는 ‘확인’을 눌렀다. 김 씨가 ‘미끼’를 물었다는 소식은 곧바로 중국에 있던 이모 씨(24)에게 날아들었다. 이 씨는 컴퓨터 화면에 뜬 김 씨의 휴대전화번호와 이동통신사 정보를 동료 문모 씨(29)에게 보냈다. 문 씨는 미국 서버에 보유하고 있던 수백만 명의 개인정보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해 김 씨의 실명과 주민번호를 알아냈다. 김 씨 명의로 스마트폰 결제를 하려 했던 이 씨 일당에겐 한 가지가 더 필요했다. 본인 확인을 위해 결제 전 휴대전화로 날아오는 여섯 자리 인증번호였다. 이들이 김 씨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낸 건 스마트폰 수신문자를 가로채는 기능을 하는 악성 앱을 설치하기 위해서였다. 이 앱은 이미 김 씨가 설치한 상태였다. 앱이 깔리면 인증번호 문자가 액정화면에 표시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가로채는 게 가능하다. 결제 후 확인통보 문자도 김 씨는 볼 수 없다. 김 씨는 이들이 자신 명의로 결제해 25만 원을 빼간 사실을 얼마 뒤 요금명세서를 보고서야 알았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악성 앱을 유포해 주인 몰래 소액결제를 하는 수법으로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김 씨 등 21명에게서 490만 원을 빼내간 혐의로 이 씨와 문 씨를 구속했다고 2일 밝혔다. 경찰은 중국인 공범 5명도 쫓고 있다. 이들은 악성 앱 설치를 유도하는 문자메시지 90만 건을 50만 명에게 보냈고 그중 21명이 꾐에 넘어갔다. 조사 결과 이 씨 일당이 인터넷 쇼핑몰 사이트를 해킹해 사이트 접속자의 컴퓨터에 악성코드가 설치되도록 조작하는 수법으로 수억 원을 빼돌린 혐의도 확인됐다. 이들은 악성코드에 감염된 228명의 컴퓨터에서 신용카드 결제정보를 빼낸 뒤 도용한 명의로 1006회에 걸쳐 2억2000만 원어치의 인터넷 게임 아이템을 결제했다. 경찰 관계자는 “악성코드에 감염되면 PC 내 은행 공인인증서와 안전결제 인증서뿐 아니라 키보드로 비밀번호를 입력한 내용까지 유출된다”며 “인터넷에서 신용카드로 결제할 때 인터넷뱅킹처럼 키보드 보안 시스템이 작동하도록 해야 하는데 카드사들이 뒷짐 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최근 스마트폰 사용자에게 문자를 보내 악성코드 또는 악성 앱을 설치하게 한 뒤 개인정보를 빼내는 스미싱(Smishing)이 기승을 부리면서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사기 여부를 웬만해선 분간하기 어렵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진화’한 사기 문자들이 무차별로 날아오는 탓에 ‘스마트폰 스트레스’를 토로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소액결제를 원천 차단하거나 결제 한도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현재 이동통신사들은 가입자 의사를 묻지 않고 개통과 동시에 결제한도를 30만 원으로 자동 설정한다. 이 설정을 바꾸려면 가입자가 통신사에 요구해야 한다. 출처불명의 앱이 설치되지 않도록 보안설정도 강화해야 한다. 아이폰은 앱스토어를 통해서만 앱을 내려받을 수 있고 애플이 앱의 안전성 여부를 사전 점검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하지만 안드로이드 계열 스마트폰은 ‘안드로이드 마켓’ 등 검증된 공간이 아닌 일반 인터넷 사이트에서도 앱을 내려받을 수 있어 악성 앱이 유포될 소지가 있다. ‘환경설정→보안→디바이스 관리→알 수 없는 출처에 체크 해제’의 절차를 밟으면 위험을 막을 수 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 2013-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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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근거없는 ‘성접대 리스트’ 유포… “너무 억울해 자살 생각”

    건설업자의 전현직 고위관료 성접대 사건 수사가 장기화되면서 전혀 확인되지 않는 ‘성접대 리스트’가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무분별하게 유포되고 있다. 거론된 사람의 명예와 가정을 파괴할 수도 있을 만큼 위험한 이런 리스트가 실명으로 나돎에 따라 해당자들은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을 받고 있다. 탤런트 박시후 씨(본명 박평호·36)의 성폭행 의혹 사건을 놓고도 엉뚱한 인물이 고소한 여성으로 지목되면서 수난을 겪고 있다. 확인되지 않은 출처 불명의 엉터리 정보를 사실인 것처럼 유포하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지만 정부당국은 방관하고 있다.○ “자살부터 생각났다” 엉터리 ‘성접대 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이철규 전 경기지방경찰청장은 1일 이를 유포한 트위터 사용자 55명을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그는 1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건설업자 윤모 씨와 아무런 친분이 없고 문제의 별장에 간 적도 없는데 헛소문이 돌아 정신적 충격이 너무 크다”며 “인터넷 성접대 리스트에 내 이름이 뜨니 내 자식들부터 그걸 보고 난리가 났다. 자살해야겠다는 생각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이 전 청장은 이어 “내 딸이 시댁에 가서 얼굴을 들 수가 없고 딸의 직장 동료들까지 내 안부를 묻는다고 하니 아버지로서 심정이 어떻겠느냐”며 “30년간 몸담았던 경찰과 내 고향에서 나를 믿었던 동료와 후배들이 느낄 실망감과 배신감이 어떨지 생각하면 잠을 못 이룬다”고 털어놨다. 이 전 청장은 고소하면 이름이 더 알려질 수 있다는 주변의 만류를 뿌리쳤다. “혼자만 억울해하고 넘어가면 유언비어로 사람을 죽이는 악습이 계속된다”는 이유였다. 지난달 21일 자신의 트위터에 “만일 성접대 사건에 연루되었다면 할복자살 하겠다”는 글을 올린 허준영 전 경찰청장도 이날 취재팀과 통화에서 “SNS에 별별 음해성 이야기들이 방치되고 있어 내가 단호하게 이야기한 것인데 결과적으로 내 이름만 더 많이 공개돼 나만 피해보는 결과가 되지 않았냐”고 한탄했다. 아무런 근거 없이 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검찰 고위간부도 부인과 두 딸 등 가족이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를 온라인에서 성접대 대상으로 낙인찍은 이들은 ‘윤 씨가 조폭으로 활동했던 지역과 고향이 같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그러나 본보 확인 결과 윤 씨가 조폭으로 활동한 정황은 없으며, 인터넷에서 지목한 지역도 윤 씨와는 무관하다. 이 간부의 지인은 “나중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져도 가정을 파괴 위기로 몰아넣은 책임은 누가 지겠느냐”며 한탄했다.○ 헤비 유저와 포털 검색이 키우는 유언비어 2월 연예인 지망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고소당한 배우 박시후 씨 사건에서도 실제 고소인이 아닌 다른 여성이 성폭행 피해 고소인으로 지목돼 신상이 공개됐다. 인터넷과 SNS을 통해 “○○ 언론사 사회부 기자에게 들었다”며 이 여성의 본명과 사진, 출신 학교가 급속히 확산됐다. 이 여성은 1일 취재팀과 통화에서 “어떤 언급도 하고 싶지 않다. (내 고통을 이야기한다고 해서) 이런 사건을 예방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전화를 끊었다. 이 여성 외에도 최근 각종 블로그나 카페 등에는 ‘박시후의 그녀’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여성들의 신상도 공개됐다. 최근에는 ‘박시후 A 양 동영상’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카카오톡 등 SNS를 통해 유포되고 있다. 상반신을 벗은 채 선정적인 동작을 하고 있는 이 영상 속 여성은 박 씨 고소인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인물로 확인됐다. 이런 유언비어와 ‘엉터리 콘텐츠’의 유통은 보안 및 인권보호 의식이 허술한 수사당국과 정치권 인사들에 의해 단초가 제공되는 경우가 많다. 수사관계자나 보고라인에 있는 인사들이 상급기관이나 정치권에 흘려준 내용이 과장되고 윤색된 채 시중에 흘러나오는 것이다. 악의적인 의도를 갖고 있는 누리꾼들이 그럴듯하게 내용을 만들어 유포시키는 경우도 많다. 이렇게 만들어진 유언비어는 트위터나 페이스북에서 다수의 팔로어나 친구를 확보한 ‘헤비 유저(Heavy User)’의 손을 거치며 확산된다. 이를 본 사람들이 사실 확인을 위해 포털 사이트 등에 관련 사실을 검색하면 검색량이 늘어나 ‘자동완성’ ‘연관검색어’ 등에 등록이 되고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도 오르면서 광범위하게 확산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SNS와 인터넷을 통해 유언비어를 유포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크게 인정심리, 관음증, 사회적 불신 등 세 가지로 분석했다. 인정심리란 인터넷을 통해 남들이 궁금해할 만한 사실을 혼자 알고 있다는 점을 자랑하고 싶어 하는 마음을 말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불확실한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는 건 ‘너는 몰랐지만 난 알고 있어’라고 생각하며 스스로 자존감이 높아진다고 여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실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을수록 대중은 더 알아보고 싶은 호기심을 갖게 되고 여기에 일부 인터넷에서 눈길을 끌기 위해 선정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기존 언론에 대한 불신을 원인으로 꼽기도 한다. 하지현 건국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정보가 은밀하게 유통되는 사회는 언론 등 공식 미디어에 대한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소문과 유언비어는 공식 채널에 대한 불신이 강하면 강할수록 빠르고 넓게 퍼진다는 것. 결국 언론이나 정부기관이 뭔가 감추고 있을 거라는 대중적 합의가 있으면 음모론 같은 유언비어가 어렵지 않게 진실로 여겨진다는 설명이다. ‘검찰에서 그러던데…’라는 단서를 단 유언비어가 유통되는 배경이다. 수사기관과 언론이 도덕성과 신뢰성을 회복하지 않는 한 이 같은 유언비어는 사라지지 않을 위험성이 크다.○ 단호한 처벌로 악순환 고리 끊어야 경찰과 검찰 등 수사기관은 남의 글을 퍼 나르거나 유포하는 행위를 일일이 감시할 수 없어 처벌이 쉽지 않다고 설명한다. 명예훼손은 피해자가 신고해야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가 아니므로 고소나 고발이 없어도 검찰이 기소할 수 있다. 하지만 워낙 일상생활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다 보니 주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 수 있는 사안이나 고소·고발 사건을 수사해 처벌할 뿐이다. 경찰 관계자는 “유언비어 유포로 인한 명예훼손이나 모욕 사건은 피의자가 해당 아이디가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부정하면 일일이 법원에서 영장을 받아 수사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복잡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는 검찰과 경찰이 수사가 어렵다는 현실론에 안주하지 말고 강력한 의지를 갖고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난으로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듯이, 유언비어나 남의 사적인 정보를 인터넷에 퍼뜨리는 행위는 당한 사람의 인격과 삶, 가정마저 파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제는 사법당국이 흉악범죄 근절에 준하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사당국이 “수사가 어렵다” “피해자의 고소가 있으면 수사하겠다”는 소극적 태도를 벗어나 적극적으로 수사 인력과 시간을 투입해 유언비어 유포 행위를 엄중 처벌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남궁기 연세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허위사실 유포가 피해자에게 상상 이상의 큰 트라우마를 주는 범죄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며 “이번 성접대 리스트 유포 사건을 철저하게 수사해 엄격하게 처벌해야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는다. 흐지부지돼 버리면 유언비어에 대한 일반 사람들의 죄의식이 희미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박희창·주애진·김성모 기자 ramblas@donga.com}

    • 2013-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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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 ‘성접대 의혹’ 관련자 계좌추적 영장 신청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건설업자 윤모 씨(52)가 유력인사에게 성접대 대가로 편의를 제공받았는지 밝히기 위해 관련 인물들의 계좌추적 영장을 신청했다고 1일 밝혔다. 경찰은 윤 씨가 고위층 인사들을 상대로 성접대뿐 아니라 금품을 제공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성접대 대상자로 거론된 인사들과 수상한 금전 거래가 있었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윤 씨가 각종 공사 수주 및 인허가 과정에서 의심스러운 자금을 보내고 받은 흔적이 있는지도 조사 대상이다. 경찰은 윤 씨의 불법 행위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는 윤 씨의 조카 등 주변 인물에 대해서도 조만간 계좌추적에 나설 계획이다. 한편 경찰은 전날 윤 씨의 강원 원주시 별장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5박스 분량의 압수물을 분석해 성접대 정황을 뒷받침할 만한 단서를 찾고 있다. 경찰은 압수물 분석과 계좌추적이 마무리되는 대로 성접대 의혹을 받고 있는 병원장과 정부 부처 전현직 고위 간부 등을 소환조사할 계획이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 2013-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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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의 눈/신광영]오원춘 사건 1년… 피해여성에게 보내는 편지

    112 접수요원과의 대화가 생전 마지막 통화가 될 줄 당신은 몰랐을 겁니다. 오원춘의 집에 납치된 당신은 그가 화장실에 간 사이 방문을 걸어 잠그고 112에 전화를 걸었죠. 방문이 서서히 뜯기는 그 절체절명의 순간에 가족이 아닌 112에 전화를 건 것은 살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었을 겁니다. 끝내 경찰은 오지 않았고 그 112 전화는 생의 마지막 순간 가족의 목소리와 맞바꾼 통화가 됐습니다. 1년 전인 지난해 4월 1일은 일요일이었습니다. 그날 오후 10시 반경 당신은 휴대전화 조립공장에서 야근을 하고 집에 가던 길이었죠. 일을 하며 짬짬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던 스물여덟의 꿈 많은 딸이었다고 들었습니다. 월급을 절약해 부모 생활비를 대던 당신은 그날 밤도 택시 대신 버스로 퇴근하다 변을 당했습니다. 문을 뜯고 들어온 오원춘과 마주해야 했던 그 공포의 시간 동안 경찰은 엉뚱한 곳을 헤맸습니다. ‘나 여기에 있다’고 당신이 필사적으로 알리려 했던 단서들을 경찰은 묻지 않았고, 듣고도 흘려버렸습니다. 13시간이 지나 당신을 발견하고서도 경찰은 “어쩔 수 없었다”며 거짓 해명을 했습니다. 당신의 마지막은 그래서 더 참담했습니다. 당신이 희생된 이후 경찰은 112 인력을 늘리고 부적격자를 솎아낸다며 전국의 신고접수 요원 2154명 가운데 235명을 교체했습니다. 112 상황실 근무를 3조 2교대에서 4조 2교대로 바꾸고 인사혜택을 줘 유능한 인재를 끌어모으고 있습니다. 신고가 들어오면 무엇을 어떻게 물어봐야 되는지 매뉴얼을 만들어 교육도 시킵니다. 진작부터 했어야 할 너무 당연한 조치들입니다. 그동안엔 교육도 안 되고 의욕도 없는 경찰관에게 시민들이 목숨을 맡겨온 셈이니 한심하기도 합니다. 당신의 죽음은 공권력의 무사안일을 통렬히 일깨운 희생이었습니다. 한 경찰 고위 간부는 “오원춘 사건이 없었다면 112 개선 작업이 이렇게 일사천리로 진행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합니다. 저와 동료들은 얼마 전 ‘경찰, 수원 20대 여성 피살사건 축소 은폐’ 보도로 한국기자상을 받았습니다. 당신과 유족의 처절한 불행이 저희에겐 상(賞)으로 돌아온 이 아이러니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하늘에 닿지 못할 이 편지가 당신에게 어떤 위안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경찰이 112를 바꿔놓겠다는 약속을 제대로 실천하는지 감시하려 합니다. 그게 당신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는 우리의 의무인 것 같습니다.신광영 사회부 기자 neo@donga.com}

    • 2013-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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