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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각종 제재 및 수출 규제에도 중국이 전투기, 레이더 같은 주요 군장비에 쓰이는 부품을 러시아에 제공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4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지난해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중국이 러시아에 경제적 지원이나 비(非)살상용 군사적 지원을 한다는 논란은 몇 차례 있었으나 주요 무기 관련 지원 정황이 포착된 것은 처음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반대한다’면서도 러시아와 외교, 금융, 무역 관계는 열려 있다며 조심스러운 균형을 유지하던 중국은 최근 외교 담당 고위 인사들이 러시아를 잇달아 방문하며 밀착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中, 서방 규제 군사부품 러에 수출” WSJ가 국가안보 관련 감시 활동을 펴는 미 싱크탱크 선진국방연구센터(C4ADS)로부터 입수한 지난해 4∼10월 러시아 세관 자료에 따르면 중국 국영, 민간 방위산업체들이 러시아에 주요 무기 부품을 수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 목록에는 항법 장비, 레이더 전파 방해 안테나, 전투기 부품을 비롯해 서방 제재로 러시아 수출이 금지된 물품이 다수 들어 있다. 이 기간 러시아가 수입한 관련 부품 교역 건수는 8만4000건에 이르렀다. 미 정부가 제재 대상에 올린 러시아 및 중국 10개 기업이 활발하게 교역한 정황도 나타났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31일 중국 국영 방산업체 폴리테크놀로지는 러시아 국영 방산업체 JSC로소보로넥스포르트에 M-17 군용헬기 항법장치를 수출했다. 같은 달 중국 민간 업체 푸젠 나난 바오펑전자도 같은 업체에 군용차량 부착용 통신 방해 망원 안테나를 판매했다. 10월에는 중국 국영 중국항공공업집단공사(AVIC)가 러시아 국영 방산업체 로스텍에 약 120만 달러(약 15억 원) 규모의 Su(수호이)-35 전투기 부품을 제공했다. 같은 달 중국 공군 산하 탈리항공기술공사도 레이더 필수 부품을 수출했다. 이들 부품은 반도체같이 민수와 군수산업 모두에 쓰이는 ‘이중 제품’이다. ●“러 수입 반도체 40%, 중국·홍콩産” 러시아가 서방의 첨단 산업제품 수출 금지 제재에도 중국의 도움으로 반도체 등 우크라이나 전쟁에 필요한 핵심 물자를 조달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반도체는 레이더 탐지기를 비롯해 군수품에도 필수적으로 쓰인다. 홍콩 유력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미 국제금융협회(IIF)는 1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지난해 1∼9월 러시아가 24억5000만 달러(약 2조9400억 원)어치의 반도체와 전자회로기판을 수입했으며 이 가운데 40%는 중국 및 홍콩산(産)이었다고 밝혔다. 중국은 서방의 제재로 줄어든 부분 이상을 보충해준 것으로 보인다. 실제 중국 세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반도체 및 전자회로기판의 러시아 수출이 전년 대비 34.9% 늘었다. IIF는 “한국 독일 네덜란드 같은 나라가 대러 수출을 줄이는 가운데 러시아는 그 밖의 다른 나라에서 반도체를 성공적으로 공급받았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의 침공 1년을 앞두고 서방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도 연대를 과시하는 모양새다. 마자오쉬(馬朝旭)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2, 3일 러시아를 전격 방문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 회담했다. 왕이(王毅) 중국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이 이달 중 러시아를 찾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러시아 방문을 준비할 예정이라는 러시아 언론의 보도도 나왔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검색 포털 기업인 구글과 네이버가 인공지능(AI) 챗봇 ‘챗GPT’에 대항할 검색 챗봇을 내놓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AI 연구소인 오픈AI가 지난해 11월 공개한 ‘챗GPT’가 기존 포털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면서다. 네이버는 올해 상반기(6월까지)에 새로운 초거대 AI 기반 검색 경험인 ‘서치(Search)GPT’를 선보이겠다고 3일 밝혔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이날 열린 지난해 4분기(10∼12월)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최근 전 세계적으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제너레이티브(생성) AI와 같은 새로운 검색 트렌드에 대한 대응책도 준비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 대표는 “신뢰성과 최신성 부족, 해외 업체들의 영어 기반 개발 모델을 한국어로 번역하며 발생하는 정확성 저하 등이 생성형 AI의 단점”이라며 “풍부한 사용자 데이터와 네이버 기술 노하우를 접목해 기존 검색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서치GPT를 네이버 검색 서비스와 바로 접목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도 이르면 수주 내로 챗GPT에 대항할 수 있는 AI 프로그램을 선보이겠다고 2일(현지 시간) 밝혔다. 미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직후 진행한 콘퍼런스콜에서 수주 또는 수개월 내로 자사의 대화형 AI인 ‘람다(LaMDA)’와 유사한 언어 프로그램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피차이 CEO는 “사람들은 조만간 우리의 가장 강력하고 새로운 언어 모델을 ‘검색 기능’의 동반자로 활용할 것”이라며 “우리는 이제 막 AI 여행을 시작하는 중이다. 아직 정점에 도달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남혜정 기자 namduck2@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미국 시가총액 1위 기업 애플을 비롯해 구글, 아마존 등 주요 정보기술(IT) 업체가 동시에 실망스러운 지난해 4분기(10∼12월) 실적을 발표했다. 특히 애플의 매출과 순이익은 모두 2021년 4분기에 비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최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 등이 대규모 감원 계획을 밝힌 가운데 IT 업계의 실적 악화가 추가 감원으로 이어져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높다. 애플은 2일(현지 시간) 지난해 4분기 매출이 1171억5000만 달러로 2021년 4분기보다 5.5% 줄었다고 공개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 또한 13.3% 감소한 299억9800만 달러에 그쳤다. 애플의 분기별 매출이 감소한 것은 2019년 1분기(1∼3월) 이후 15개 분기 만에 처음이다. 주력 상품인 아이폰, 맥 컴퓨터를 생산하는 중국 내 주요 공장이 당국의 엄격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규제로 생산 차질을 빚었다. 고금리, 강달러 등도 겹쳤다.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고용을 줄이고 있고 신규 고용 또한 신중하다”고 밝혔다. 같은 날 구글 모회사 알파벳 역시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3.9% 감소한 136억2000만 달러에 그쳤다고 공개했다. 매출 역시 760억5000만 달러로 월가 전망을 하회했다. 유튜브 광고 감소,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과의 경쟁 등이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 아마존의 지난해 4분기 순이익 또한 한 해 전보다 19.2% 줄었다. 올 1분기 매출 예상치 또한 월가 예상보다 낮게 제시했다. 미 인사컨설팅업체 ‘챌린저그레이&크리스마스(CG&C)’는 올 1월에만 미 기업이 10만2943명을 해고했으며 이 중 40.6%(4만1829명)가 IT 업계에서 일자리를 잃었다고 분석했다. 월간 감원 규모로는 2020년 9월 이후 가장 많다. 1월 감원 규모로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월 이후 14년 최고치다. 지난달 구글이 전 세계 직원의 약 6%(1만2000명)를 줄이겠다고 발표하자 알파벳 노조는 1일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의 알파벳 사옥, 2일에는 뉴욕 사무실 앞에서 각각 시위를 벌였다. 워싱턴포스트(WP)는 “IT 업계의 황금 시대가 저물고 있다”고 진단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미국 행동주의 사모펀드 ‘힌덴버그 리서치’의 공매도 공격 표적이 된 인도 부호 가우탐 아다니 아다니그룹 회장(61·사진)의 개인 재산이 불과 6거래일 만에 520억 달러(약 62조4000억 원) 증발했다고 블룸버그뉴스가 2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이는 역사상 비교가 없는 극적 몰락이며 2012년부터 블룸버그가 세계 억만장자의 재산을 집계한 후 가장 짧은 기간에 가장 많은 손실을 봤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전체로 2000억 달러(약 240조 원)를 잃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비교해도 손실 정도와 속도가 훨씬 빠르다는 것이다. 힌덴버그는 지난달 24일 아다니 토털가스, 아다니 그린에너지 등 그룹의 주요 상장사가 카리브해 주요국, 모리셔스 등의 조세회피처에서 페이퍼 컴퍼니를 세워 탈세, 분식 회계 등을 일삼는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아다니 측은 공매도 차익을 노린 악의적 공격이라고 맞섰지만 금융시장은 힌덴버그의 손을 들어줬다. 이후 그룹 계열사 주가가 급락을 거듭한 것이다. 이에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일까지 6거래일 동안 아다니 회장의 재산은 520억 달러 줄어든 613억 달러가 됐다. 그는 지난해 9월 1469억 달러(약 176조 원)의 재산으로 머스크 CEO에 이은 세계 2위 부호였지만 이제 21위로 처졌다.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3일까지 아다니그룹 전체의 시가총액 또한 1080억 달러(약 130조 원) 증발했다. 2017년 설립된 힌덴버그는 부정 기업 등에 대한 공매도로 유명하다. 2020년 미 수소 전기차 업체 ‘니콜라’의 기술이 사기라고 비판했다. 이후 트레버 밀턴 니콜라 창업자가 투자자를 속인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으며 더 유명해졌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절친’으로 알려진 아다니 회장은 국내 인프라를 장악하며 부를 쌓았다. 발전소, 공항, 데이터센터 건설 등을 통해 모디 정권이 내세운 경제 활성화 정책에 앞장섰다. 이에 이번 사태가 인도 경제 전반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키고 모디 총리의 입지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K팝과 K드라마로 지구촌이 들썩이는 가운데 한인 이민자 2, 3세 창작자들이 만드는 영화, 드라마, 출판물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민 1세대 부모들이 정착과 생계유지에 전념해야 했다면 이들은 한국인의 정체성을 소재로 예술적 본능을 꽃피우고 있다. 암 투병을 하다 하늘나라로 간 엄마와 한국 음식에 대한 그리움을 쓴 에세이 ‘H마트에서 울다’는 베스트셀러를 넘어 스테디셀러 반열에 올랐고, 한국계 일본인 가족의 인생 역정을 다룬 소설 ‘파친코’는 드라마로도 제작되며 흥행 가도를 달렸다. 동아일보는 지난해 말부터 3개월간 각 분야에서 활약하는 한국계 창작자 3명과 한국계 배우, 캐스팅 디렉터 등을 인터뷰했다. 이들은 약자와 소수자로 살아온 한국인들 특유의 ‘짠내’ 나는 도전과 극복의 이야기가 국경을 넘어 보편적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고 했다.》●영화감독 ‘앤서니 심’“美, 이민자 부정적 인식 아쉬워성장 뒤 韓문화 애정 생겨” 캐나다에서 학교를 다니며 도시락으로 밥을 싸 와 ‘라이스보이’라고 놀림받던 한국인 소년. 엄마와 단둘이 살던 그는 친구들과 다르게 생긴 자신이 부끄러워 머리를 노랗게 물들이고 푸른색 렌즈를 낀다. 숱한 차별과 혼란 속에서 성장하던 그는, 삶이 얼마 남지 않은 엄마와 함께 강원도를 찾으며 생전 처음 한국인 친척들을 만나게 되는데….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와 캐나다 토론토국제영화제, 밴쿠버국제영화제 등에서 각종 상을 휩쓴 앤서니 심 감독의 영화 ‘라이스보이 슬립스’ 줄거리다. 상반기 국내 개봉을 앞둔 이 영화는 서울에서 태어나 8세에 캐나다로 이주한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았다. 심 감독은 동아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할리우드 영화에서 이민자들이 부정적으로 그려지는 게 아쉬웠다”며 특히 이민자 관객들이 영화의 진정성에 공감하길 바랐다. 그는 “어릴 때는 내가 백인이 아니라는 것을 원망한 적도 있었지만, 성장하고 난 뒤 한국 문화에 대한 애정을 솔직하게 인정했다”고 말했다. 영화에는 한국 특유의 문화적 요소들이 많이 등장한다. 엄마는 직접 집에서 김치를 담그고 목욕탕에서 삼촌이 조카의 때를 밀어주는 장면 역시 경험담이다. 심 감독은 북미 지역에서 20여 년간 배우로 활동하다가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영화 연출을 시작했다. “예전엔 오디션을 1000번 가까이 봤지만 한국인 배역은 10개도 안 됐어요. 최근에는 한국인 배우 캐스팅 제안이 많이 들어와 거절하느라 바빠요.” 그는 이번 영화가 호평을 받는 것에 대해 “K콘텐츠 열풍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한국인에 대한 인식과 분위기가 크게 좋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부모의 이야기라는 보편적인 주제가 공감을 얻는 것 같다. 아프리카 관객들도 이민자 부모의 마음에 공감하며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작가 ‘미셸 정미 조너’“韓콘텐츠는 감성적-로맨틱독자에 한국식 모정 어필” 1인 밴드 ‘재패니즈 브렉퍼스트’로 활동하며 평단과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미셸 정미 조너는 2021년 에세이집 ‘H마트에서 울다’를 내며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암으로 세상을 뜬 엄마와 엄마가 해준 한국 음식을 기억하며 조너가 진솔하게 쏟아낸 그리움은 전 세계 독자들을 울렸다. 에세이의 배경은 미국이지만 조너와 엄마가 티격태격하는 모습은 보통의 한국 모녀와 다를 바 없다. 엄마는 조너가 눈물을 흘릴 때마다 “울긴 왜 울어! 네 엄마가 죽은 것도 아닌데”라고 호통쳤다. 마침내 엄마를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던 스물다섯 살에 엄마를 잃은 조너는 끝없는 상실감을 음악과 글에 쏟아냈다. ‘H마트에서 울다’ 역시 무뚝뚝했던 엄마가 자신에게 사랑을 표현했던 지극한 방식인 ‘음식’을 주제로 시작한 글을 모아 펴냈다. 조너는 미국 사회에 녹아들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엄마가 죽어가던 순간에는 오직 “한국인으로 받아들여지고 싶었다”고 했다. 한인 2·3세 창작자들의 작품에는 이 같은 정체성에 대한 혼란과 주류 사회에 대한 열망이 미묘하게 뒤섞여 있다. 한국계 창작자들의 작품이 세계인의 감동을 끌어내는 이유에 대해 조너는 “한국인들은 감성적이고 로맨틱하다. 그들의 콘텐츠에도 그런 감성이 담겨 있다”고 답했다. 그녀는 “방탄소년단, 봉준호 감독 등이 국제적인 수상을 하고 주목을 받으며 한국계 미국인 예술가들에게도 더 많은 ‘문’이 열렸다”고 말했다. 조너의 차기작은 장마다 ‘뚝배기’ ‘뻥튀기’ 같은 한국 음식 이름이 숱하게 등장한 ‘H마트에서 울다’보다 한층 더 ‘한국적’이다. 내년 한 해 동안 한국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과정을 글로 옮길 계획이다. 조너는 “엄마가 생전에 제게 한국에서 1년만 살면 한국어를 지금보다 훨씬 잘할 수 있다는 말을 자주 하셨다”고 말했다. ●영화감독 ‘전후석’“한국계,하원의원 출사표언더도그 생존기 자체가 감동” 2020년 미국 중간선거에서는 한국계 후보 5명이 연방하원 의원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4명은 당선됐고 1명은 떨어졌다. 이들은 모두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 재도전했다. 이번 중간선거일을 앞두고 국내 개봉했던 영화 ‘초선’은 이들 한국계 후보 5명의 역정을 섬세하게 담은 다큐멘터리다.‘초선’을 연출한 전후석 감독은 미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청소년기를 보내고 다시 미국으로 이주했다. 변호사로 일하다 영화감독으로 방향을 튼 그는 다양한 배경의 후보자들이 분투하는 모습을 필름에 담았다. 한국계 이민 1, 2세대인 이들은 인종, 세대, 종교 등 복합적인 갈등의 전면에 선다. 전 감독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주류 정치에 진입하려는 이들의 투쟁은 한국 사회가 현재 겪고 있거나 앞으로 겪을 갈등 구조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민 2세대인 전 감독은 2019년 쿠바 한인 혁명가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헤로니모’로도 주목을 받았다. 전 감독은 “과거 한국인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위해서 미국으로 갔듯이, ‘코리안 드림’을 찾아 한국에 오는 사람들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한국인은 다른 사람들과 공존을 해야만 하는 운명”이라고 강조했다. 전 감독은 “현재 미국 영화계에 ‘코리안 르네상스’가 펼쳐지고 있다”면서도 “재외동포 창작자들이 만드는 주체적인 이야기까지 ‘K콘텐츠’로 묶는 건 맞지 않다”고 했다. 영화 ‘미나리’나 드라마 ‘파친코’ 등의 성공 역시 “언더도그로서 그들이 겪는 생존기가 보편성을 띠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이들이 한국 밖의 한국인들을 생각할 수 있도록 교육이 뒷받침돼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지난해 11월 국내 개봉했던 ‘초선’은 현재 각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인터넷TV(IPTV) 등을 통해 볼 수 있다. ●배우 ‘박소희’“드라마 파친코 재일교포역자이니치 목소리 낼 기회” 한국계 미국인 이민진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파친코’에서 자이니치(재일교포) 2세인 ‘모자수’ 역을 맡은 재일교포 3세 배우 박소희는 동아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파친코는 ‘한국인’이 아닌 ‘자이니치’의 이야기”라고 강조했다.‘모자수’가 대표하는 재일교포 2세들에게 조국인 한국은 그리움이자 상처였다. 한국식 일본어를 쓰는 부모님을 보며 향수를 느꼈지만, 정작 조국에서는 ‘한국어도 할 줄 모르는 반(半)쪽발이’라는 모욕을 받았다. 박소희는 “재일교포는 한국인이 될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며 “한국 국적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우리는 스스로를 ‘자이니치’라고 불렀다”고 말했다. 태어날 때부터 한국 이름 ‘박소희’를 간직했던 그는 일본에서 배우로 활동하는 동안 한국계임을 숨기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촬영장에서 마주친 재일동포 배우들도 출신이 드러날까 봐 그를 외면하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그는 소수자라는 정체성은 배우 활동에 많은 영감을 줬다면서 “소수자는 존재 자체로 이미 ‘시(詩)적’ 존재”라고 말했다. 2012년 미국으로 이주한 뒤 일본과 미국을 오가며 활동 중인 박소희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K콘텐츠의 위상을 체감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한인 2·3세대 예술가들의 최근 성과를 한류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에는 조심스럽게 선을 그었다. 그는 “(이민자가 아닌) 한국인들이 디아스포라들의 삶을 이해하지 못한 채 이들의 작품을 ‘한국 문화’로 편입시킨다면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파친코가 성공을 거둔 지금이 재일교포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좋은 시기라며 “아직은 한국과 일본이 자이니치를 양국의 ‘다리’로 삼고 싶어 하는 것 같진 않지만 나는 여전히 둘을 잇는 다리이자 대사(大使)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캐스팅 디렉터 ‘수 킴’“2개 문화 접하며 감수성 넓어한국인 배우 찾는 요청 증가” 캐스팅 디렉터 수 킴은 영화 ‘매트릭스’의 거장 워쇼스키 자매가 연출한 넷플릭스 시리즈 ‘센스8’(작은 사진)로 해외 작품에 한국인 배우를 캐스팅하는 일을 시작했다. 배우 한효주와 이종혁이 출연한 미국 드라마 ‘트레드스톤’, 애플TV 드라마 ‘파친코’와 내년 공개 예정인 넷플릭스 ‘XO 키티’ 등 굵직한 작품에도 참여했다. 한국과 미국의 영화계를 연결하는 수 킴은 “업계에서 ‘아시아 배우’로 뭉뚱그리는 대신 ‘한국 배우’를 구분하기 시작한 것이 확실히 느껴진다”며 “단순히 ‘동양 배우’가 아닌 ‘한국인 억양의 영어를 하는 한국인 배우’처럼 섬세하고 구체적인 요청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선 2000년대 후반까지도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남한이냐 북한이냐’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런데 최근에 미국에 갔을 땐 중동 출신 운전사가 한국 사극 팬이라며 ‘성은이 망극하옵니다’라는 대사를 한국어로 읊었다”며 웃었다. 미국에 한국 문화를 알린 일등 공신은 ‘K팝’의 성공이지만, 문화예술계 한인 2·3세들의 성장도 한 요인이었다고 수 킴은 말했다. 그는 “예전엔 ‘아시안 어시스턴트’에 불과했던 이들이 업계에 활발하게 진출하면서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위치까지 올라왔다”고 말했다. 그는 “교포들은 어릴 때부터 최소 2개 문화를 접하며 자랐기에 감수성의 폭이 넓은 것 같다”고 했다. 그가 꼽은 한국계 콘텐츠의 강점은 ‘짠내’다. “한국 사람들의 유별난 인내심이 밀도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 같다”며 “어떤 인종이나 문화권에서 봐도 좋은 수준의 이야기를 창작해 낸다”고 말했다. 수 킴은 “최근 주목을 받게 된 한인 2·3세들이 이어 나갈 두 번째, 세 번째 작품이 더 중요하다. 다양한 도전도 이뤄지도록 업계가 초심을 잃지 않고 뒷받침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김민 기자 kimmin@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검색 포털 기업인 구글과 네이버가 AI 챗봇 ‘챗GPT’에 대항할 검색 챗봇을 내놓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AI 연구소인 오픈AI가 지난해 11월 공개한 ‘챗GPT’가 기존 포털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면서다. 네이버는 올해 상반기(6월까지)에 새로운 초거대 인공지능(AI) 기반 검색 경험인 ‘서치(Search)GPT’를 선보이겠다고 3일 밝혔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이날 열린 지난해 4분기(10~12월)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최근 전 세계적으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제너레이티브(생성) AI와 같은 새로운 검색 트렌드에 대한 대응책도 준비 중”이라며 이같이 밝혔다.최 대표는 “신뢰성과 최신성 부족, 해외 업체들의 영어 기반의 개발 모델을 한국어로 번역하며 발생하는 정확성 저하 등이 생성형 AI 의 단점”이라며 “풍부한 사용자 데이터와 네이버 기술 노하우를 접목해 기존 검색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서치GPT를 네이버 검색 서비스와 바로 접목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도 이르면 수주 내로 챗GPT에 대항할 수 있는 AI 프로그램을 선보이겠다고 2일(현지 시간) 밝혔다. 미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직후 진행한 콘퍼런스콜에서 수주 또는 수개월 내로 자사의 대화형 AI인 ‘람다(LaMDA)’와 유사한 언어 프로그램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피차이 CEO는 “사람들은 조만간 우리의 가장 강력하고 새로운 언어 모델을 ‘검색 기능’의 동반자로 활용할 것”이라며 “우리는 이제 막 AI 여행을 이제 시작하는 중이다. 아직 정점에 도달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남혜정 기자 namduck2@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미국 행동주의 사모펀드 ‘힌덴버그 리서치’의 공매도 공격 표적이 된 ‘인도 최고 갑부’ 고탐 아다니 아다니그룹 회장(61)의 개인 자산이 불과 6일 만에 520억 달러(약 64조 원) 증발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블룸버그뉴스는 2일(현지 시간) 이번 사태에 대해 “어떠한 역사적 비교도 되지 않는 극적인 몰락”이라며 그가 가장 짧은 기간에 가장 많은 재산 손실을 봤다고 진단했다. 앞서 지난달 24일 ‘힌덴버그리서치’는 아다니그룹이 주가 조작 및 회계 부정을 일삼고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후 아다니 주요 계열사를 향해 공매도 공격을 시작했다. 이에 인도증시에 상장된 7개 계열사 주가가 6거래일 동안 급락했다. 이에 블룸버그는 아다니그룹의 시가총액이 1000억 달러 이상 증발하며 아다니의 재산 또한 약 520억 달러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3일 기준 아다니그룹의 시총은 1080억 달러(약 133조 원) 줄어들었다. 이번 사태는 블룸버그가 억만장자 자산을 추적한 2012년 이후 속도와 손실 규모 면에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9월 1469억 달러(약 204조 원)의 재산을 기록하며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를 제치고 ‘깜짝’ 세계 2위 부호에 등극한 그는 현재 2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한 때 아시아 최대 부호에 등극했으나 이마저도 인도의 무케시 암바니 릴라이언스 회장, 중국의 생수왕 중산산에게 밀리며 아시아 3위 부호로 밀려났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절친으로 알려진 아다니 회장은 인도 내 에너지, 부동산, 농업 등으로 부를 쌓은 ‘인프라 재벌’이다. 지난달 힌덴버그리서치는 ‘기업 역사상 최악의 사기’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아다니 일가가 카리브해, 모리셔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세계 각지에 ‘페이퍼 컴퍼니’를 세우고 자금 횡령 및 탈세를 일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인도 경제 전반에 대핸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북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과거 고체연료 엔진 시험대 가설과 비슷한 작업 현장이 포착됐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2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지난해 12월 북한은 이곳에서 대출력 고체연료 로켓엔진 시험에 성공했다고 밝힌 바 있어 신형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실험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VOA에 따르면 미국 민간위성업체 플래닛랩스가 전날 촬영한 로켓엔진 시험장 위성사진에 새 공사 현장이 담겼다. 최근 지은 고체연료 엔진 시험대에서 북쪽으로 약 115m 떨어진 곳으로 불과 며칠 전까지 나무와 풀만 있는 야트막한 언덕이었다. 하지만 위성사진에는 넓이 약 800㎡(가로 20m, 세로 40m) 터가 닦였고 가운데 검은색 물체가 보인다는 것. VOA는 “이번 공사는 지난해 11월 신규 고체연료 엔진 시험대 건설 방식과 매우 유사하다”며 “당시에도 기존 수직형 엔진 시험대 동남쪽 약 200m 지점에 새 도로를 내고 그 끝에 구조물을 지었다”고 전했다. 북한은 엔진 시험대가 완공되자 지난해 12월 16일 고체연료 로켓엔진 지상분출 시험을 했다. 이어 지난달 29, 30일 함경남도 함주군 마군포 고체연료 실험장에서 추가 시험을 벌였다. 액체연료를 발사체에 주입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려 정찰위성에 노출될 위험이 큰 반면 고체연료는 항상 주입해 놓을 수 있고 미사일을 탑재하자마자 발사할 수 있어 노출 우려가 작다. 폭발력도 액체연료보다 강력하다. 북한이 밝힌 대로 지난해 12월 엔진 실험에 성공한 고체연료 추력이 140tf(톤포스)에 이를 경우 미국 3대 핵전력 중 하나인 미니트맨3 ICBM 추력(80tf)을 앞서게 된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은 북한이 늦어도 올 상반기(1∼6월)에 신형 고체연료 엔진을 적용한 ICBM 발사 시험을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신형 엔진을 개발할 때 분출 실험을 2∼4차례 진행한 후 시험 발사를 해왔다는 것이다. 한미 당국도 4월 북한이 고체연료 로켓엔진을 적용한 신형 ICBM 시험 발사에 나설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관련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한미 동맹 70주년을 기념해 미국 텍사스주 엘패소 지역에 설치되는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도로’ 제막식이 4일(현지 시간) 열린다고 미 휴스턴 한국 총영사관이 밝혔다.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도로는 엘패소에서 일리노이주 그리그즈빌까지 가로지르는 1197마일(약 1926km)의 연방 도로 중 일부가 지정됐다. 제막식에는 관련 법안을 발의한 시저 블랑코 텍사스주 상원의원(민주당)과 베로니카 에스코바 텍사스주 하원의원(민주당), 참전용사 20여 명 등 지역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여할 예정이다. 이번 행사에 참석하는 정영호 주휴스턴 총영사는 “기념도로는 올해 70주년을 맞은 한미동맹의 영원한 상징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지난달 초 브라질 대선 불복 폭동의 배후로 지목받고 있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사진)이 미국 체류 기간 연장을 위해 6개월 방문 비자를 신청했다고 CNN 등이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그의 폭동 선동 혐의에 대한 수사가 강화되자 처벌을 피하기 위해 미국에서 버티기에 돌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측은 성명을 통해 그가 지난달 27일 미 이민당국에 6개월 동안 미국에 머무를 수 있는 ‘관광·상용비자(B1, B2)’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대선 결선투표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현 대통령에게 패한 그는 임기를 하루 남겨둔 지난해 12월 30일 돌연 고국을 떠나 미 플로리다주로 왔다. 당시 그는 외국 국가 원수 및 고위 관리에게 발급되는 공무 수행용 ‘A1 비자’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비자는 임기와 함께 만료되지만 30일의 유예 기간이 주어진다. 즉, 이 유예 기간까지 만료되자 새 비자를 신청한 셈이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후임자의 취임식에 참석하는 관례를 깨면서 대선 불복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그의 강성 지지층 또한 대선 부정을 주장하며 대통령궁, 의회, 대법원 등을 공격했다. 룰라 대통령은 강력 처벌을 선언했고 미국 집권 민주당 일부 의원들도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귀국을 주장하고 있다. 비자 추가 발급에 관계없이 그의 미국 체류가 순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지난해 북한 해커 조직이 가상화폐를 탈취하기 위해 ‘일자리 제안’이나 ‘연봉 조정’ 같은 제목을 단 이메일을 보내는 새로운 피싱 수법을 사용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NK뉴스에 따르면 미 정보기술(IT) 보안업체 프루프포인트는 25일(현지 시간) 북한 해커들이 가상화폐 해킹을 위한 새로운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냈다. 이 보고서는 특히 북한 해커 조직 ‘TA444’를 배후로 지목했다. 북한의 대표적 해커 조직으로 알려진 APT38이나 라자루스처럼 TA444는 북한 정권과 연계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루프포인트 측은 TA444가 피싱 필터를 피하고 사용자와 직접 접촉하기 위해 이메일을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유명 기업의 일자리 제안, 연봉 조정, 가상화폐 블록체인 분석을 비롯해 위장 콘텐츠가 담긴 가짜 이메일을 보내 사용자를 유인한 것이다. 프루프포인트 측은 ‘센드인블루’같이 최근 인기 있는 이메일 마케팅 플랫폼이나 비즈니스 네트워크 서비스인 ‘링크트인’ 등이 새로운 피싱 수법 경로로 활용됐다고 밝혔다. TA444는 2017년경부터 가상화폐 해킹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2021년 4억 달러(약 5000억 원)에 가까운 가상화폐 자산을 해킹으로 탈취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10억 달러(약 1조2340억 원) 이상을 탈취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지난해 12월 미국과 캐나다의 금융 교육 정부 의료 분야를 겨냥한 대규모 피싱 공격을 감행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북한이 가상화폐 가치 하락을 간신히 견뎌내면서도 여전히 가상화폐를 정권의 자금 수단으로 활용하려고 몰두하고 있다”고 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지난해 주식시장 침체로 미국 억만장자들의 자산은 감소했지만 이들의 기부액은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현지 시간)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미국의 누적 상위 기부자 25인의 지난해 기부액은 총 250억 달러(약 30조75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보였던 2021년 기부액 200억 달러를 뛰어넘는 금액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8년 기준 누적 상위 기부자 50인의 한 해 총기부액(140억 달러)보다도 2배가량 많다. 특히 지난해 주식시장 침체로 상위 기부자들의 자산이 급감했는데도 기부액은 오히려 늘어난 점이 눈길을 끈다. 지난해 누적 상위 기부자 25인의 총자산은 9360억 달러(약 1151조 원)로 평가되며, 이는 전년 대비 약 15% 줄어든 수치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93)은 2021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최다 기부자’의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지난해 버핏 회장의 총기부액은 약 54억 달러(6조7000억 원)로 알려졌다. 2006년 재산의 99%를 기부하겠다고 공언한 버핏 회장은 현재까지 절반 수준인 누적 515억 달러(약 65조7000억 원)를 기부하며 미국 내 최대 기부자로 꼽히고 있다. 그의 총자산은 1월 기준 1060억 달러(약 131조 원)로 평가된다. 누적 기부액 2위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자(68)와 전 부인 멀린다 게이츠(59)가 차지했다. 이들은 함께 설립한 자선기구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을 통해 약 50억 달러(6조2000억 원)를 기부했다. 이들은 지금까지 함께 384억 달러(약 46조5000억 원)를 사회에 내놓았다. 이번 상위 기부자 명단에는 작가이자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의 전 부인인 매켄지 스콧(지난해 기준 58억2000만 달러 기부),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 시장(17억 달러), 짐 사이먼스 르네상스 테크놀로지 회장과 부인 매릴린(19억 달러) 등이 포함됐다. 세르게이 브린 구글 공동 창업자는 지난해 처음으로 상위 기부자 25인의 명단에 올랐다. 이 25인 중 16명은 재산의 절반을 기부하겠다고 밝힌 억만장자 모임 ‘더기빙플레지’에 가입해 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전 세계적 경기 둔화로 대형 정보기술(IT) 기업은 물론 미디어 기업과 제조업체 또한 감원 대열에 속속 합류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24일 전했다. 스카치테이프, 포스트잇 등으로 유명한 미 제조업체 3M은 이날 전 세계 생산 인력 2500명(약 2.6%)을 감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4분기(10∼12월) 순이익이 한 해 전보다 약 50% 줄어든 5억4100만 달러(약 6600억 원)에 그쳤다고도 공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 동안 매출 증가를 이끌었던 마스크 수요가 줄어 올해 매출 및 순이익에 악영향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같은 날 미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 역시 뉴스룸 인력 20명을 해고하고, 현재 공석인 30석의 충원 역시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최근 CNN, NBC, MSNBC, 복스미디어 등도 해고를 단행했다. 워너브러더스, 파라마운트 등 대형 엔터테인먼트 업체 역시 감원 대열에 합류한 상태다. 이날 차량 공유업체 우버의 화물 자회사 우버프레이트 또한 전 직원의 약 3%인 150명을 해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기업들이 정규직에 비해 해고가 쉬운 임시직부터 먼저 줄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미 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한 달간 해고된 미 임시직 노동자 수는 3만5000명이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초 이후 최대 규모다. 임시직 노동자 해고 증가는 경기 침체의 전조로도 해석된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WSJ에 따르면 2007년 초 미 임시직 노동자 고용이 눈에 띄게 줄었고 1년 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해 대량 해고로 이어졌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전세계적 경기 둔화로 대형 정보기술(IT) 기업은 물론 미디어 기업과 제조업체 또한 감원 대열에 속속 합류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24일 전했다. 스카치테이프, 포스트잇 등으로 유명한 미 제조업체 쓰리엠은 이날 전세계 생산 인력 2500명(약 2.6%)을 감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4분기(10~12월) 순이익이 한 해 전보다 약 50% 줄어든 5억4100만 달러(약 6600억 원)에 그쳤다고도 공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 동안 매출 증가를 이끌었던 마스크 수요가 줄어 올해 매출 및 순이익에 악영향이 예상된다고 밝혔다.같은 날 미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 역시 뉴스룸 인력 20명을 해고하고, 현재 공석인 30석의 충원 역시 않겠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최근 CNN, NBC, MSNBC, 복스미디어 등 도 해고를 단행했다. 워너브라더스, 파라마운트 등 대형 엔터테인먼트 업체 역시 감원 대열에 합류한 상태다. 이날 차량 공유업체 우버의 화물 자회사 우버프레이트 또한 전 직원의 약 3%인 150명을 해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기업들이 정규직에 비해 해고가 쉬운 임시직부터 먼저 줄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미 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한 달간 해고된 미 임시직 노동자 수는 3만5000명이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초 이후 최대 규모다. 임시직 노동자 해고 증가는 경기 침체의 전조로도 해석된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WSJ에 따르면 2007년 초 미 임시직 노동자 고용이 눈에 띄게 줄었고 1년 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해 대량 해고로 이어졌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당신이 잠든 사이, 오늘 밤에도 세상은 빙글빙글 돌아가는 중입니다. 지난 밤 당신이 놓쳤을 수도 있는 세계 각국의 소식들, ‘세계 한 조각’이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려고 합니다. 순식간에 바뀌는 세상만사, “잠깐! 왜 이러는 거지?” 여러분의 궁금증을 해결해 드리겠습니다.민족 대명절 설입니다. 정치 경제 결혼 취업 입시에 대한 각자 소견은 잠시 내려 두고 가족 간 ‘극적 합의’를 이뤄내고 계신가요? 이 글을 읽는 독자 분들에게 가정의 평화가 함께하길 기원하겠습니다. 여러분은 싸우실 필요가 없습니다. 갈등과 분열이 필요하신 이들을 위해 미국 하원이 대신 싸워드립니다. 오늘의 주제, “사분오열 미 하원”입니다. ‘디폴트 위기’ 앞두고 여야 초강경 대치“관련 법령에 따라 미국 재무부는 오늘부터 특별 조치(extraordinary measure)에 들어갑니다. 이에 이 서한으로 당신에게 통보합니다.”미국 시간 1월 19일.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공화·캘리포니아주)은 재무부로부터 서한을 한 통 받습니다. 약 일주일 전,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정확히 19일에 미국이 부채 상한선(debt ceiling)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그리고 틀리지 않았습니다. 이날 미국 국가 부채 총액은 재무부 예고대로 31조4000억 달러(약 3경8900조원)에 도달했습니다. 여기서 잠깐!부채 상한선은 연방정부가 감당할 수 있는 누적 국가 부채 상한선입니다. 미국은 1917년부터 부채 상한선을 법률로 정하고 있습니다. 만약 상한선보다 더 많은 빚을 져야 한다면 의회는 부채 한도를 늘릴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거나 상한선 적용을 일시 유예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내버려 둔다면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빠질 수 있습니다. 2021년 12월 이후 현재 미국 부채 상한선은 31조4000억 달러입니다.한마디로 미국은 더 이상 국채를 발행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국가 신용 문제가 걸린 중대한 사안이지만 여야는 강(强) 대 강 모드입니다. 하원 다수당 공화당은 ‘정부 지출 삭감’을, 백악관과 민주당은 ‘조건 없는 (상한선) 상향’을 요구하고 있습니다.공화당 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때 재정 완화 정책 등으로 대폭 늘어난 정부 지출에 균형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미 연방 부채는 지난해 1월 처음으로 30조 달러를 돌파했습니다. 2020년 이후 국내총생산(GDP)의 120% 수준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재정적자는 지난해 12월 850억 달러(약 105조7000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4배 증가했습니다. 기준금리 인상과 우크라이나 원조 등에 따른 결과로 풀이됩니다. 매카시 의장은 공화당 성향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이던 4년간 그들은 지출의 약 30%를 늘렸다. 이는 연간 4000억 달러 수준”이라며 “공화당은 다수당이던 그전 8년간 단 1달러도 늘리지 않았다”고 강조했습니다. 매카시 의장은 지난해 11월 중간선거 전후 “백지수표는 없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원조 규모와 속도 조절을 꾸준히 주장하고 있습니다.반면 백악관과 민주당은 특별 조치 발표 직후 (부채 상한선 증액 불발에 따른) 신용 저하가 미국과 세계 경제에 미칠 여파를 언급하며 조속한 (부채 상한선) 상향을 요구했습니다. 2011년 8월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지금과 마찬가지로 디폴트 위기에 처한 미국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강등시킨 초유 사태를 염두에 둔 것입니다.당시 하원 다수당이던 공화당은 오마바 행정부에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급증한 정부 지출을 감축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치열한 논쟁 끝에 양당은 극적 합의를 이뤘지만 S&P는 “정치 리스크가 미국 신용을 흔들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신용등급 강등 직후 미국 주가는 15% 이상 폭락했고 한국 주식시장도 10% 이상 추락했습니다.‘다행히’ 재무부는 6월 초까지는 기술적으로 디폴트에 직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특별 조치 덕분인데요. 옐런 장관은 일부 정부 펀드를 매각하거나 비교적 쉽게 빚을 갚을 수 있는 분야에서 채무를 상환하는 조치를 지시했습니다. 다만 특별 조치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 지는 미지수라고 경고했습니다. 우왕좌왕 다수당… 이빨 빠진 트럼프에 분열된 코끼리원래 가장 무서운 적은 내부의 적이라고 하죠. 14전 15기 끝에 하원의장에 당선된 매카시 의장. 그는 10차 투표를 넘기고도 의장에 당선되지 못하는 수모를 겪었습니다. 이는 남북전쟁 직전 양당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1859년 이후 164년 만이라고 합니다.놀랍게도 그의 앞을 번번이 가로막은 반란군 20명은 같은 공화당 소속이었습니다. 물론 민주당은 15차례 투표 모두 212명 전원 반대표를 던져 최상의 팀워크를 보였습니다. 미국 언론은 이 초유의 사태를 ‘프리덤 코커스(Freedom Caucus)의 반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매카시에 반대표를 던진 20명 중 19명이 프리덤 코커스 소속으로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프리덤 코커스는 2015년 공화당 강경보수 하원의원 중심으로 결성된 단체입니다. 그 전신은 공화당 강경파 ‘티 파티’입니다. 초창기 프리덤 코커스는 작은 정부, 개인 자유, 불법 이민자 추방, 의회 권력(하원의장) 분산 같은 정통 보수 목소리를 내며 ‘공화당 우향우’를 주장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등장 후에는 그의 ‘열성 팬클럽’으로 변신(?)하기도 합니다.프리덤 코커스는 ‘반란표’에 대해 “매카시가 민주당에 지나치게 협조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당 하원 원내대표로서 조 바이든 행정부를 제대로 견제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트럼프 호위무사’ 소리까지 듣던 친(親)트럼프계 인사 매카시 의장으로서는 다소 억울한 소리입니다. 그는 2019년 10월 트럼프 전 대통령 탄핵 하원 조사 청문회 당시 원내대표로서 청문회장 앞을 막아서기까지 했을 정도입니다. 같은 편이면 사이좋게 지낼 법도 한데 왜 그런 걸까요? 미국 정치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트럼프의 공백’을 꼽았습니다.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예상 밖으로 부진하자 트럼프 전 대통령 책임론이 공화당에서 대두했습니다. 여기에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의 부상(浮上), 전직 대통령 최초 형사 처벌 권고 등으로 여론은 점차 악화됐습니다.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하원의장 선출 사태’에 대해 “(공화당의) 위대한 승리를 당혹스러운 패배로 만들지 말자”며 ‘팬클럽 회원 간 화해’를 시도했지만 먹히지 않았습니다. 끝까지 매카시 의장에게 찬성표를 던지지 않은 공화당 멧 게이츠 의원(플로리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매카시 의원을 지지한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그(트럼프)는 인사 관리에는 소질이 없었다”고 쏘아붙였습니다.이번 사태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부재한 틈을 타 매카시 의장 같은 공화당 정통파를 누르고 강경파가 당내 입지를 굳히려는 시도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현재 무직인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는 어떠한 제도적 권한도 없습니다. 인기마저 시들해지는 것처럼 보입니다. 공화당 구심점이던 그가 약해지며 권력 공백이 발생했다는 것입니다.이종곤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미국 의회 전공)는 “중간선거를 계기로 민주당은 이미 지도부 교체를 이룬 상황”이라며 “공화당 강경파 역시 새 지도부 선출을 기대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미국 의회 전공)는 “트럼프 한 마디에 상·하원이 통제되는 시대는 지났다”며 “명백한 트럼프의 위기”라고 설명했습니다.흔히 갈등은 민주주의의 동력이라고 말합니다. 갈등을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하면서 민주주의가 성장한다는 얘기입니다. 다만 어디까지나 합리적 소통이 가능하다는 전제에서 이 명제는 성립합니다. 태평양 건너 미국에 계신 하원의원 여러분께 한국 속담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납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북한이 수십만∼수백만 명이 굶어죽은 1990년대 초중반 이른바 ‘고난의 행군’ 이래 최악의 식량난을 겪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 북한전문매체 38노스는 19일(현지 시간) 북한의 곡물 수요와 공급량, 식량 가격 등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곡물 재고량이 최소 필요량 이하로 떨어졌다고 전했다. 최소 필요량은 식량 균등 배분을 전제로 사회 유지에 필수적인 식량의 하한선이다. 북한은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기준 최소 필요량의 80% 수준으로 측정됐다. 38노스 분석에 따르면 2021년 상반기 북한의 쌀 가격은 국제가 대비 kg당 0.5달러 이상 차이를 기록하기도 했다. 2009년 이 매체가 측정을 시작한 이래 북한 곡물가는 줄곧 국제 곡물가를 웃돌았으나 이번처럼 많이 차이가 난 것은 이례적이다. 북한 식량 공급망이 와해됐음을 뜻하는 신호일 수 있다고 38노스는 밝혔다. 북한 식량 가격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북-중 국경을 폐쇄한 2020년 1월, 그리고 화폐를 찍을 종이와 잉크가 부족해 ‘돈표’(화폐 대용 증서)를 발행한 2021년 가을 급등했다. 특히 옥수수 가격 오름폭이 쌀보다 더 컸다. 주식인 쌀이 부족해 대체 작물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 때문으로 풀이된다고 38노스는 설명했다. 38노스는 수십 년에 걸친 북한 경제 실정(失政)에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세계 식량 수급 사정이 불안정해지며 더 큰 타격을 입었다고 분석했다. 또 중국이 최근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기하는 등 세계 식량 수요가 늘어난다면 북한 식량 부족 사태는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북한이 수십만~수백만이 굶어죽은 1990년대 초중반 이른바 ‘고난의 행군’ 이래 최악의 식량난을 겪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 북한전문매체 38노스는 19일(현지 시간) 북한의 곡물 수요와 공급량, 식량 가격 등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곡물 재고량이 최소 필요량 이하로 떨어졌다고 전했다. 최소 필요량은 식량 균등 배분을 전제로 사회 유지에 필수적인 식량의 하한선이다. 북한은 유엔 농업식량기구(FAO) 기준 최소 필요량의 80% 수준으로 측정됐다. 38노스 분석에 따르면 북한 곡물가는 2021년 초를 기점으로 국제 곡물가보다 kg당 0.5달러 이상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이 매체가 측정을 시작한 이래 북한 곡물가는 줄곧 국제 곡물가를 웃돌았으나 이번처럼 많이 차이가 난 것은 이례적이다. 북한 식량 공급망이 와해됐음을 뜻하는 신호일 수 있다고 38노스는 밝혔다. 북한 식량 가격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북중 국경을 폐쇄한 2020년 1월, 그리고 화폐를 찍을 종이와 잉크가 부족해 ‘돈표’(화폐 대용 증서)를 발행한 2021년 가을 급등했다. 특히 옥수수 가격 오름폭이 쌀보다 더 컸다. 주식인 쌀이 부족해 대체 작물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 때문으로 풀이된다고 38노스는 설명했다. 38노스는 수십 년에 걸친 북한 경제 실정(失政)에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세계 식량 수급 사정이 불안정해지며 더 큰 타격을 입었다고 분석했다. 또 중국이 최근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기하는 등 세계 식량 수요가 늘어난다면 북한 식량 부족 사태는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118세 세계 최고령자가 세상을 떠나면서 116세 스페인 최고령자 마리아 브라냐스 씨(사진)가 세계 최고령자 자리에 오를 것이라고 기네스북이 밝혔다. 18일(현지 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기네스북 측은 브라냐스 씨가 세계 최고령 타이틀을 물려받을 것으로 예상돼 공식 결정에 앞서 관련 자료 등을 심사하고 있다. 1907년 3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스페인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브라냐스 씨는 두 차례 세계대전과 1918년 스페인 독감, 1931∼1936년 스페인 내전을 모두 겪었다. 1915년 가족과 함께 스페인으로 돌아온 브라냐스 씨는 슬하에 자녀 3명, 손주와 증손주 11명을 뒀다. 자녀 1명은 이미 세상을 떠났다. 그의 막내딸(78)은 어머니의 장수 비결에 대해 “타고났다. 한 번도 크게 아픈 적이 없다”고 밝혔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세계 최고령자로 알려진 프랑스 수녀가 17일(현지 시간) 118세를 일기로 선종하면서 스페인에 사는 115세 마리아 브라냐스 모레라 씨가 세계 최고령자로 기네스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18일 AFP통신 등에 따르면 기네스북 측은 이날 모레라 씨가 세계 최고령 타이틀을 물려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현재 기네스북은 공식 결정에 앞서 관련 서류 검토 및 모레라 씨 가족 인터뷰를 진행 중이다. 1907년생인 모레라 씨는 두 차례 세계대전과 1918년 스페인 독감, 1936~1939년 스페인 내전을 모두 경험했다. 현재 스페인 북동부 소도시 올로트의 산타 마리아 델 투라 요양원에서 살고 있으며 매우 건강하다고 한다. 요양원 측은 “세간의 관심에 모레라 씨가 매우 감사해하고 있다”며 “조만간 ‘매우 특별한 소식’을 기념하기 위해 작은 축하 행사를 비공개로 열 것”이라고 밝혔다. 모레라 씨 가족은 그의 장수 비결로 ‘타고남(genetics)’을 꼽았다. 막내딸 로사 모레트 씨(78)는 이날 현지 방송 인터뷰에서 “어머니는 병원에 간 적도, 뼈가 부러진 적도 없다. 항상 건강하고 어떠한 고통도 없으셨다”고 말했다. 모레라 씨는 2019년 바르셀로나 언론 인터뷰에서 장수 비결을 묻자 “나는 그저 살아왔을 뿐”이라고 담담히 말했다. 그는 113세이던 2020년 4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렸지만 무사히 회복했다. 1907년 3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스페인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모레라 씨는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1915년 가족과 함께 스페인으로 돌아왔다. 대서양을 건너는 배 안에서 고막을 다쳐한쪽 청력을 잃었다. 그의 아버지는 도착 직전 결핵으로 세상을 떠났다. 모레라 씨는 1931년 어머니와 함께 바르셀로나에 정착해 의사 남편과 결혼했다. 남편은 1970년대에 사망했다. 슬하에 자식 3명(1명은 세상을 뜸)과 손주 및 증손주 11명을 뒀다. 모레라 씨는2019년 스페인최고령자가 됐다. 또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 중 가장 나이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현존하는 세계 최고령자로 알려진 프랑스 앙드레 수녀가 17일(현지 시간) 118세의 일기로 선종했다. 이날 앙드레 수녀가 거주하던 프랑스 톨롱의 성 캐서린 양로원은 고인의 별세 소식을 알렸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앙로원 관계자는 “수녀님은 주무시던 중 영면하셨다. 매우 슬프지만, 먼저 떠난 남자 형제를 그리워하던 수녀님에게 (죽음은) 해방일 것”이라고 밝혔다. 1904년 2월 프랑스 남부에서 태어난 고인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기 1년 전인 1944년 41세의 나이로 수녀가 됐다. 전쟁 이후 28년간 프랑스 비시의 한 병원에서 고아와 노인을 돌보다 1979년 은퇴했다. 고인은 생전 가장 기뻤던 순간으로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남자 형제 2명이 살아서 돌아온 날을 꼽았다. 고인은 지난해 4월 118세 하고도 74일의 기록으로 기네스북에 세계 최고령자로 올랐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