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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 템스 강변에 있는 시계탑 빅벤(Big Ben)은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시계’다. 국회의사당이 있는 웨스트민스터 궁전의 한쪽 타워에서 울리는 빅벤의 종소리는 민주주의를 일깨우는 상징이기도 했다. 1859년 세워진 빅벤은 노후화로 6초가 빨라져 2017년 타종을 멈췄다. 4년 4개월간의 수리 끝에 올해 1월 1일 0시에 다시 종소리를 울렸다. 빅벤의 종소리로 영국인은 새 희망의 한 해를 열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제주 한림읍 중산간에 있는 성이시돌 목장은 유기농 우유카페 ‘우유부단’으로 유명하다. 목장의 신선한 우유를 이용해 만든 수제 유기농 아이스크림, 유기농 밀크티를 맛보려는 여행자들이 연간 10만 명이나 찾을 정도다. 주변에는 이시돌 성인을 묵상하며 걸을 수 있는 순례길도 조성돼 있다. 성 이시돌(1110~1170)은 스페인 마드리드 출신 농부로 로마 가톨릭교회가 정한 전세계 농민들의 주보성인이다. 16만5000㎡에 이르는 광활한 대지에 말과 양, 소가 뛰어노는 모습은 한가롭기 그지없다. 이시돌 목장은 개발의 광풍이 몰아닥치고 있는 한라산 중산간 지대의 자연을 보존하는 완충지대로서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시돌 목장 내에 성이시돌센터 카페에서는 ‘한림수직, 되살아난 제주의 기억’이라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1959~2005년 존재했던 ‘한림수직’은 제주 이시돌 목장의 양모로 짠 프리미엄 니트 브랜드. ‘아일랜드 수녀 기술 지도하에 손으로 짠 100% 순모 고급 담요’라는 라벨이 붙어 있다. 스위스의 산 중턱에 풀을 뜯고 있는 양떼를 연상시키는 이국적인 풍경과 아일랜드의 전통 문양으로 짠 스웨터가 제주의 특산품이었다니, 흥미로운 스토리가 아닐 수 없었다. ● 한림수직을 아시나요“일본에서 빈티지 의류를 떼러가는 사람에게 우연히 ‘한림수직’이라는 브랜드를 듣게 됐어요. 일본 빈티지 마니아들 사이에서 ‘한림수직’이 전설적인 니트 브랜드로 수집가들이 열광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저는 서울 사람이라 제주에 그런 브랜드가 있었는지 전혀 몰랐는데 흥미로웠습니다.” 10년 전 제주로 내려와 로컬 콘텐츠를 발굴하고, 예술가들과 협업해 다양한 이벤트를 만들어내는 일을 하고 있는 ‘재주상회’의 고선영 대표(46). 그는 과거 한림수직에서 일했던 제주 할망(할머니)들을 찾아가 이야기를 듣고, 전국에서 옛 ‘한림수직’의 스웨터, 양모 이불, 목도리 등을 기증받아 전시회를 열었다. 시어머니에게 물려받은 스웨터, 친정어머니가 혼수품으로 사주신 카디건, 성이시돌요양원에서 근무하던 선생님이 소장해 오던 머플러 등 사연을 담은 양모 제품들은 50년이 넘은 세월에도 변색이나 변형 없이 여전히 세련된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한림수직은 1954년 아일랜드 출신으로 한국으로 부임해 온 패트릭 맥그린치(한국명 임피제·1928~2018) 신부가 가난했던 제주 여성들이 일을 통해 자립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프로젝트였다. 맥그린치 신부는 당시 가난한 집의 17세 소녀 신자가 돈을 벌려고 부산공장에 갔다가 사고로 숨진 일을 겪은 뒤 이런 비극이 재발하지 않기 위해 한림수직을 설립했다. 맥그린치 신부가 35마리의 양을 사 오며 성이시돌 목장이 시작됐다. 아일랜드에서 온 수녀들이 제주 여성들에게 양모를 이용한 뜨개질을 가르쳐줘 핸드메이드 방식 제품들을 제작했다. 아일랜드의 아란섬 전통 꽈배기 문양인 ‘아란 무늬’로 짜인 스웨터는 최고 인기를 구가했다. 가장 호황을 누렸던 1970, 80년대에는 근무자만 1300여 명에 이를 정도였고,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과 제주 칼호텔에 직영 매장을 운영하며 고급 혼수품으로도 사랑받았다. 성이시돌 목장의 양떼목장 부근에 있는 사무실에서 이시돌농촌산업개발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마이클 리어던(한국명 이어돈·68) 신부를 만났다. 텁수룩한 수염에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하는 그도 아일랜드 태생이다. 그는 1978년 1월부터 1980년 여름까지 수의사로 한림수직에 머물다 1986년 사제품을 받고 신부가 돼 한국으로 돌아왔다. “대학을 졸업하고 월급을 받지 않는 봉사자 자격으로 제주의 이시돌 목장에 오게 됐어요. 자격증을 갖고 있었기에 수의사 업무를 봤죠. 그때 키우던 가축은 돼지 1만4000~1만5000마리, 양 800마리, 소 2000마리 정도였어요. 한림수직이 가장 번창했을 때지요.” 한림수직의 ‘수직(手織)’은 손으로 직물을 짠다는 뜻이다. 맥그린치 신부는 아일랜드에서 어머니가 쓰던 물레를 가져와 양털에서 실을 뽑았다. 도톰한 털실로는 제주 전역에서 재택근무하는 여성들에게 뜨개질을 맡겨 스웨터와 모자, 장갑, 머플러 등을 만들었고, 한림항 근처에 있던 공장에서는 베틀을 이용해 얇고 촘촘한 실로 담요, 숄, 스카프 등을 짰다고 한다. 그러나 한림수직은 값싼 중국산 양모와 합성수지 제품에 밀려 2005년 결국 문을 닫았다. 제주의 유일한 제조업 브랜드인 한림수직을 17년 만에 부활시키려는 프로젝트가 최근 시작됐다. 성이시돌 목장과 재주상회, 아트임팩트 등이 힘을 합쳐 이시돌 목장 양떼의 양모를 활용하고, 시그니처 ‘아란 무늬’를 되살린 스웨터, 목도리, 가방 등이 개발됐다. 지난해 텀블벅 펀딩을 통해 1000여 개의 제품(약 1억 원)이 완판됐다. 제주 성이시돌센터에서 20일까지 열리는 전시회에는 옛 한림수직 제품과 새롭게 생산한 제품을 동시에 볼 수 있다. 재주상회 고 대표는 “현재는 이시돌 목장에서 키우는 양의 수가 충분치 않아 양모를 대량 생산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향후 제주 여성들이 직접 손으로 짜는 명품 로컬 브랜드로서 한림수직을 다시 되살리는 것이 꼭 이루고 싶은 꿈”이라고 말했다. ● 동백과 유채꽃, 제주의 봄소식성이시돌 목장에서 자동차로 30분 정도 내려온 서귀포 안덕면 사계리 산방산 일대에는 노란 유채꽃이 활짝 피었다. 제주에선 탐라 시대부터 이어져 온 입춘굿 행사와 함께 입춘 국수를 나눠 먹으며 새로운 해의 풍요를 기원하는 행사를 연다. 성산읍 성산일출봉 앞에도 유채꽃밭이 펼쳐져 있어 입춘이 지난 제주의 봄을 만끽하려는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 보통 남해안의 동백꽃은 2, 3월에 절정을 이루지만, 제주도는 벌써 동백꽃이 지고 있다.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 제주동백수목원, 휴애리, 안덕면 카멜리아힐 등 동백꽃 명소에는 나무 밑에 뚝뚝 떨어진 동백꽃과 나무에 피어 있는 동백꽃이 어우러져 독특한 풍경을 자아낸다. 제주의 겨울을 알리는 분홍빛 애기동백꽃은 12월에 절정을 이루고, 1월부터 꽃을 피우는 토종 동백꽃은 3월 즈음 송이째 떨어지며 진다. 서귀포 산방산에서 가까운 ‘사계(沙溪)해변’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핫플레이스로 급부상하고 있다. 형제섬과 등대가 바라보이는 바닷가에 용머리 해안처럼 퇴적층이 드러나 유려한 곡선 형태의 바위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모래와 자갈들이 오랜 세월 동안 다져지면서 암석화 작용이 진행된 마린 포트홀로, 마치 아이슬란드나 화성처럼 이국적인 느낌을 준다. 바위 위에는 크고 작은 둥그런 구멍들이 나 있는데, 젊은이들이 구멍 틈마다 들어가 사진을 찍는 모습이 이색적이다. ●맛집=제주 조천읍 교래리 산굼부리 옆에 있는 ‘우동 카덴’은 정호영 셰프가 운영하는 우동집이다. 굵고 통통한 면발이 특징인 온우동, 냉우동이 커다란 도자기 그릇에 담겨 나오며, 산처럼 쌓여 있는 양파&우엉 튀김, 제주산 광어 프라이 등 튀김도 비주얼과 맛이 일품이다. 사전 예약 필수.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제주 한림읍 중산간에 있는 성이시돌 목장은 유기농 우유카페 ‘우유부단’으로 유명하다. 목장의 신선한 우유를 이용해 만든 수제 유기농 아이스크림, 유기농 밀크티를 맛보려는 여행자들이 연간 10만 명이나 찾을 정도다. 주변에는 이시돌 성인(1110~1170)을 묵상하며 걸을 수 있는 순례길도 조성돼 있다. 스페인 출신 농부였던 성 이시돌은 로마 가톨릭교회가 정한 전 세계 농민들의 주보성인이다.16만5000m²에 이르는 광활한 대지에 말과 양, 소가 뛰어노는 모습은 한가롭기 그지없다. 이시돌 목장은 개발의 광풍이 몰아닥치고 있는 한라산 중산간 지대의 자연을 보존하는 완충지대로서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시돌 목장 내에 성이시돌센터 카페에서는 ‘한림수직, 되살아난 제주의 기억’이라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1959∼2005년 존재했던 ‘한림수직’은 제주 이시돌 목장의 양모로 짠 프리미엄 니트 브랜드. ‘아일랜드 수녀 기술 지도하에 손으로 짠 100% 순모 고급 담요’라는 라벨이 붙어 있다. 스위스의 산 중턱에 풀을 뜯고 있는 양떼를 연상시키는 이국적인 풍경과 아일랜드의 전통 문양으로 짠 스웨터가 제주의 특산품이었다니, 흥미로운 스토리가 아닐 수 없었다.》 ○ 한림수직을 아시나요 “일본에서 빈티지 의류를 떼러 가는 사람에게 우연히 ‘한림수직’이라는 브랜드를 듣게 됐어요. 일본 빈티지 마니아들 사이에서 ‘한림수직’은 전설적인 니트 브랜드로 수집가들이 열광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저는 서울 사람이라 전혀 몰랐는데 흥미로웠습니다.” 10년 전 제주로 내려와 로컬 콘텐츠를 발굴하고, 예술가들과 협업해 다양한 이벤트를 만들어내는 일을 하고 있는 ‘재주상회’의 고선영 대표(46). 그는 과거 한림수직에서 일했던 제주 할망(할머니)들을 찾아가 이야기를 듣고, 전국에서 옛 ‘한림수직’의 스웨터, 양모 이불, 목도리 등을 기증받아 전시회를 열었다. 시어머니에게 물려받은 스웨터, 친정어머니가 혼수품으로 사주신 카디건, 성이시돌요양원에서 근무하던 선생님이 소장해 오던 머플러 등 사연을 담은 양모 제품들은 50년이 넘은 세월에도 변색이나 변형 없이 여전히 세련된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한림수직은 1954년 아일랜드 출신으로 한국으로 부임해 온 패트릭 맥그린치(한국명 임피제·1928∼2018) 신부가 가난했던 제주 여성들이 일을 통해 자립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프로젝트였다. 맥그린치 신부는 당시 가난한 집의 17세 소녀 신자가 돈을 벌려고 부산공장에 갔다가 사고로 숨진 일을 겪은 뒤 이런 비극이 재발하지 않기 위해 한림수직을 설립했다. 맥그린치 신부가 35마리의 양을 사 오며 성이시돌 목장이 시작됐다. 아일랜드에서 온 수녀들이 제주 여성들에게 양모를 이용한 뜨개질을 가르쳐줘 핸드메이드 방식 제품들을 제작했다. 아일랜드의 아란섬 전통 꽈배기 문양인 ‘아란 무늬’로 짜인 스웨터는 최고 인기를 구가했다. 가장 호황을 누렸던 1970, 80년대에는 근무자만 1300여 명에 이를 정도였고,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과 제주 칼호텔에 직영 매장을 운영하며 고급 혼수품으로도 사랑받았다. 성이시돌 목장의 양떼목장 부근에 있는 사무실에서 마이클 리어던(한국명 이어돈·68)을 만났다.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하는 그도 아일랜드 태생이다. 그는 1978년 1월부터 1980년 여름까지 수의사로 한림수직에 머물다 1986년 사제품을 받고 신부가 돼 한국으로 돌아왔다. “대학을 졸업하고 월급을 받지 않는 봉사자 자격으로 제주의 이시돌 목장에 오게 됐어요. 자격증을 갖고 있었기에 수의사 업무를 봤죠. 그때 키우던 가축은 돼지 1만4000∼1만5000마리, 양 800마리, 소 2000마리 정도였어요. 한림수직이 가장 번창했을 때지요.” 한림수직의 ‘수직(手織)’은 손으로 직물을 짠다는 뜻이다. 맥그린치 신부는 아일랜드에서 어머니가 쓰던 물레를 가져와 양털에서 실을 뽑았다. 도톰한 털실로는 제주 전역에서 재택근무하는 여성들에게 뜨개질을 맡겨 스웨터와 모자, 장갑, 머플러 등을 만들었고, 한림항 근처에 있던 공장에서는 베틀을 이용해 얇고 촘촘한 실로 담요, 숄, 스카프 등을 짰다고 한다. 그러나 한림수직은 값싼 중국산 양모와 합성수지 제품에 밀려 2005년 결국 문을 닫았다. 제주의 유일한 제조업 브랜드인 한림수직을 되살리려는 프로젝트가 최근 다시 이뤄지고 있다. 성이시돌 목장과 재주상회, 아트임팩트 등이 힘을 합쳐 이시돌 목장 양떼의 양모를 활용하고, 시그니처 ‘아란 무늬’를 되살린 스웨터, 목도리, 가방 등이 개발됐다. 지난해 텀블벅 펀딩을 통해 1000여 개의 제품(약 1억 원)이 완판됐다. 제주 성이시돌센터에서 20일까지 열리는 전시회에는 옛 한림수직 제품과 새롭게 생산한 제품을 동시에 볼 수 있다. 재주상회 고 대표는 “현재는 이시돌 목장에서 키우는 양의 수가 충분치 않아 양모를 대량 생산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향후 제주 여성들이 직접 손으로 짜는 명품 로컬 브랜드로서 한림수직을 되살리는 것이 꼭 이루고 싶은 꿈”이라고 말했다. ○동백과 유채꽃, 제주의 봄소식 성이시돌 목장에서 자동차로 30분 정도 내려온 서귀포 안덕면 사계리 산방산 일대에는 노란 유채꽃이 활짝 피었다. 제주에선 탐라 시대부터 이어져 온 입춘굿 행사와 함께 입춘 국수를 나눠 먹으며 새로운 해의 풍요를 기원하는 행사를 연다. 성산읍 성산일출봉 앞에도 유채꽃밭이 펼쳐져 있어 입춘이 지난 제주의 봄을 만끽하려는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 보통 남해안의 동백꽃은 2, 3월에 절정을 이루지만, 제주도는 벌써 동백꽃이 지고 있다.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 제주동백수목원, 휴애리, 안덕면 카멜리아힐 등 동백꽃 명소에는 나무 밑에 뚝뚝 떨어진 동백꽃과 나무에 피어 있는 동백꽃이 어우러져 독특한 풍경을 자아낸다. 제주의 겨울을 알리는 분홍빛 애기동백꽃은 12월에 절정을 이루고, 1월부터 꽃을 피우는 토종 동백꽃은 3월 즈음 송이째 떨어지며 진다. 서귀포 산방산에서 가까운 ‘사계(沙溪)해변’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핫플레이스로 급부상하고 있다. 형제섬과 등대가 바라보이는 바닷가에 용머리 해안처럼 퇴적층이 드러나 유려한 곡선 형태의 바위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모래와 자갈들이 오랜 세월 동안 다져지면서 암석화 작용이 진행된 마린 포트홀로, 마치 아이슬란드나 화성처럼 이국적인 느낌을 준다. 바위 위에는 크고 작은 둥그런 구멍들이 나 있는데, 젊은이들이 구멍 틈마다 들어가 사진을 찍는 모습이 이색적이다. ○맛집: 제주 조천읍 교래리 산굼부리 옆에 있는 ‘우동 카덴’은 정호영 셰프가 운영하는 우동집이다. 굵고 통통한 면발이 특징인 온우동, 냉우동이 커다란 도자기 그릇에 담겨 나오며, 산처럼 쌓여 있는 양파&우엉 튀김, 제주산 광어 프라이 등 튀김도 비주얼과 맛이 일품이다. 사전 예약 필수. 글·사진 제주=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주경기장은 ‘사커시티’였다. 아프리카 전통 도자기인 ‘칼라바시’(조롱박) 형태로 지어졌다. 이곳은 남아공 흑인 민권운동의 상징인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이 1990년 석방돼 첫 대중집회를 연 곳이다. 2013년 그의 서거 후 국가 추도식도 여기서 열렸다. 당시 현장을 찾았던 기자에게 한 추모객이 “우리는 슬퍼하러 온 게 아니라 만델라의 승리의 삶을 축하하러 왔다”고 했던 것이 기억난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KBS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동백이를 사랑하는 동네 경찰로 나오는 주인공 강하늘은 충청도 사투리를 쓴다. 그래서 흰 구름과 코발트색이 어우러진 바닷가 풍경이 충청도 서해안 어디쯤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 봤더니 경북 포항시 구룡포항이었다. tvN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에서도 빨간색, 흰색 등대가 있는 예쁜 항구가 등장한다. 경제 개발을 이끌어 온 포스코의 제철산업 단지로만 알고 있던 포항에 이렇게 한적하고 아름다운 갯마을 풍경이 그대로 살아 있다니…. 포항 호미곶은 ‘호랑이 꼬리’를 닮은 지형 때문에 임인년 새해 일출맞이로 더욱 각광받는 곳이기도 하다.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방영된 로맨틱 드라마의 촬영지이자, 포스코가 만든 아트 체험시설로 연인들의 ‘핫플레이스’ 여행지로 떠오른 포항을 찾았다. ●영일만 뷰 맛집 ‘스페이스 워크’ 포항 시내 영일만에서 북쪽으로 차로 10여 분 거리의 환호공원. 언덕 위에서 내려다보면 포스코 야경과 바다 뷰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곳이다. 이곳에 들어선 ‘스페이스 워크(Space Walk)’는 구름 위를 떠다니는 듯, 무중력 상태의 우주를 유영하는 듯, 롤러코스터 레일 위를 걸어 다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체험형 아트시설 작품이다. 개장한 지 두 달이 채 안 돼 11만 명이 넘는 방문객이 찾았을 정도로 포항에서 가장 ‘핫’한 곳이다. 독일 작가 하이케 무터와 울리히 겐츠 부부가 디자인한 스페이스 워크는 트랙 길이 333m, 총 717개의 나선형 계단으로 이뤄진 작품. 포스코가 2년 7개월에 걸쳐 건립한 후 포항 시민들에게 기증했다. 100% 포스코 강재로 만든 구조물로 중앙의 360도로 돌아가는 루프 구간만 빼고 걸어서 다닐 수 있다. 작가는 “중앙의 루프 구간은 미학적으로 전체적인 형상의 중심이자 개념적으로는 닿고 싶지만 도달할 수 없는 유토피아를 표현했다”고 설명한다. 환호공원 언덕에서 만난 ‘스페이스 워크’의 첫인상은 하늘 위에 멋지게 휘갈겨 쓴 사인(sign)처럼 보였다. 각도에 따라 하트, 오메가 모양으로 끊임없이 변신하는데, 에어쇼에서 곡예비행의 구름처럼 자유로운 곡선의 향연을 펼친다. 롤러코스터의 레일 위를 걸을 때는 포항의 거센 바닷바람에 철제 구조물이 살짝 흔들린다. 아찔함을 느끼며 난간을 꼭 잡는다. 추운 날씨에 장갑은 필수다. 포스코에 따르면 동시 수용 인원은 최대 150명. 순간 풍속은 초당 80m까지 끄떡없고, 약 6.4~6.5 강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한다. 포스코의 집약된 기술로 붕괴되지 않는 구조라고 하니, 난간을 꼭 잡고 한 계단 또 한 계단 오른다.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를 탄 기분이다. 순간 고개를 들어 보니 탁 트인 전망! 포항의 푸른 바다, 은빛으로 부서지는 영일만의 파도, 포항제철소 굴뚝의 하얀 연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어스름한 저녁에 스페이스 워크를 다시 찾았다. 호미곶 너머로 해가 지는 붉은 노을빛을 배경으로 가장 멋진 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얀색 조명으로 빛나는 모습을 보니 왜 이름이 ‘스카이 워크’가 아니라 ‘스페이스 워크’인지 알 수 있었다. 불시착한 UFO 우주선이나 외계 생명체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포스코의 휘황찬란한 야경이 멋진 영일대 해수욕장에서 스페이스 워크는 새로운 랜드마크가 됐다. 밤에 멀리서 보면 포항의 특산물인 대게나 문어가 산등성이에 올라탄 모습처럼 보인다. 스페이스 워크는 별도의 예약이 필요 없으며, 입장료는 무료다. 강우 강풍 등 기상 악화 시엔 출입이 자동 차단된다. 주말에는 1시간 이상 줄을 서기도 한다. ●동백꽃 피는 갯마을 차차자 해돋이와 과메기로 유명한 포항 여행은 요즘 새로운 트렌드를 맞고 있다. 바로 ‘K드라마의 성지’다.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갯마을 차차차’(tvN), ‘동백꽃 필 무렵’(KBS2)에 나오는 아름다운 항구마을 촬영지가 바로 포항이기 때문이다. 둘 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라 젊은 연인들이 자그마한 포구의 등대와 시장 골목을 찾아다니며 드라마 속 주인공이 되는 여행을 즐긴다. 조용했던 어촌마을인 포항의 북구 청하리는 ‘갯마을 차차자’를 본 국내외 팬들이 심심찮게 찾아온다. 청하 오일장에는 드라마에 나오는 공진반점, 보라수퍼, 청호철물점, 오윤카페가 있고, 사방기념공원 정상에 놓여 있는 두식의 고깃배, 활공장이 있는 흥해읍 곤륜산, 구룡포읍 석병리 빨간등대 등에도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남자 주인공인 홍두식이 서핑을 한 월포해수욕장은 승용차로 10분 거리에 있다. “이 서핑이라는 게, 인생이랑 비슷해. 좋은 파도가 오면 올라타고, 또 잘 내려가고 파도가 너무 높거나 없는 날에는 겸허히 받아들이고.”(홍두식의 대사) 과메기로 유명한 구룡포항의 일본인가옥 거리는 요즘 ‘동백이 마을’로 더 유명하다. 강하늘과 공효진이 앉아 있던 바닷가가 내려다보이는 계단,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여주인공 동백이(공효진)가 운영하던 ‘까멜리아’, 산동네 골목길에 있던 ‘동백이 집’에는 커플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드라마 속에서 ‘옹산 게장골목’으로 나왔던 이 거리를 특히 밤에 걸어보면 어디선가 주인공들이 튀어나올 것 같은 느낌이다. ‘일본인가옥 거리’는 1923년 일제강점기 시절 동해 최대의 어업 전진기지였던 구룡포항이 생기면서 일본인이 몰려들어서 형성된 거리였다. ‘카멜리아’도 일본식 가옥 형태가 그대로 남아 있다. 드라마 속에서는 두루치기 전문 식당이자 술집이었지만 지금은 커피숍으로 운영 중이다. 커피를 시켜서 ‘동백빵’(치즈맛, 고구마맛)과 함께 먹으면 좋다. 까멜리아 안에는 동백서점, 동백오락실 등 드라마 속에 등장했던 배경까지 재현해 놓았다. 들어오는 손님마다 “안녕하세요 동백 씨, 용식 씨~” 하는 사장님의 인사가 낯설면서도 정겨운 느낌을 준다. ● 호미곶 해돋이와 구룡소 산책 포항은 빛과 철의 도시다. ‘영일(迎日)’이란 이름처럼 해돋이로 유명한 명소다. 그중에서도 호미곶은 대한민국 본토 최동단으로 해가 가장 빨리 뜨는 곳이다. 호미곶(虎尾串)은 조선 중기 풍수가 남사고(南師古·1509~1571)가 ‘한반도는 호랑이가 앞발로 연해주를 할퀴는 모양이며, 백두산은 코, 호미곶은 꼬리에 해당하는 명당’이라 설명한 후 호랑이 꼬리로 불렸다. 임인년 검은 호랑이 해가 시작되는 설을 앞두고 호미곶 해돋이 광장을 찾는 사람들도 많다. 바닷속에 설치된 조각 작품 ‘상생의 손’을 마치 내 손인 것처럼 각도를 조절해 사진을 찍는 것도 여행의 즐거운 추억이 된다. 월포해변에 있는 ‘이가리 닻 전망대’는 해송 숲과 기암괴석에 부딪치는 경치가 아름다운 곳이다. 하늘 위에서 보면 닻 모양을 하고 있다. 닻의 끝 부분에 있는 빨간 화살표는 252km 떨어진 독도를 가리키고 있다고 한다.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 대동배리 해안길에는 아홉 마리 용이 승천했다는 전설이 전해 오는 구룡소(九龍沼)가 있다. 바닷물이 끊임없이 들이치는 거대한 바위 바닥에는 9개의 작은 웅덩이와 굴이 있다고 한다. 용이 승천했다는 하늘로 뻐끔하게 뚫린 굴의 아래로 흰 물보라가 거세게 밀고 들어오더니 왈칵 쏟아져 나간다. 용의 입에서 거친 연기를 뿜어내는 ‘용트림’이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KBS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동백이를 사랑하는 동네 경찰로 나오는 주인공 강하늘은 충청도 사투리를 쓴다. 그래서 흰 구름과 코발트색이 어우러진 바닷가 풍경이 충청도 서해안 어디쯤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 봤더니 경북 포항시 구룡포항이었다. tvN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에서도 빨간색, 흰색 등대가 예쁜 항구가 등장한다. 경제 개발을 이끌어 온 포스코의 제철산업 단지로만 알고 있던 포항에 이렇게 한적하고 아름다운 갯마을 풍경이 그대로 살아 있다니…. 포항 호미곶은 ‘호랑이 꼬리’를 닮은 지형 때문에 임인년 새해 일출맞이로 더욱 각광받는 곳이기도 하다.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방영된 로맨틱 드라마의 촬영지이자, 포스코가 만든 아트 체험시설로 연인들의 ‘핫플레이스’ 여행지로 떠오른 포항을 찾았다. ● 영일만 뷰 맛집 ‘스페이스 워크’ 포항 시내 영일만에서 북쪽으로 차로 10여 분 거리의 환호공원. 언덕 위에서 내려다보면 포스코 야경과 바다 뷰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곳이다. 이곳에 들어선 ‘스페이스 워크(Space Walk)’는 구름 위를 떠다니는 듯, 무중력 상태의 우주를 유영하는 듯, 롤러코스터 레일 위를 걸어 다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체험형 아트시설 작품이다. 개장한 지 두 달이 채 안 돼 11만 명이 넘는 방문객이 찾았을 정도로 포항에서 가장 ‘핫’한 곳이다. 독일 작가 하이케 무터와 울리히 겐츠 부부가 디자인한 스페이스 워크는 트랙 길이 333m, 총 717개의 나선형 계단으로 이뤄진 작품. 포스코가 2년 7개월에 걸쳐 건립한 후 포항 시민들에게 기증했다. 100% 포스코 강재로 만든 구조물로 중앙의 360도로 돌아가는 루프 구간만 빼고 걸어서 다닐 수 있다. 작가는 “중앙의 루프 구간은 미학적으로 전체적인 형상의 중심이자 개념적으로는 닿고 싶지만 도달할 수 없는 유토피아를 표현했다”고 설명한다. 환호공원 언덕에서 만난 ‘스페이스 워크’의 첫인상은 하늘 위에 멋지게 휘갈겨 쓴 사인(sign)처럼 보였다. 각도에 따라 하트, 오메가 모양으로 끊임없이 변신하는데, 에어쇼에서 곡예비행의 구름처럼 자유로운 곡선의 향연을 펼친다. 롤러코스터의 레일 위를 걸을 때는 포항의 거센 바닷바람에 철제 구조물이 살짝 흔들린다. 아찔함을 느끼며 난간을 꼭 잡는다. 추운 날씨에 장갑은 필수다. 포스코에 따르면 동시 수용 인원은 최대 150명. 순간 풍속은 초당 80m까지 끄떡없고, 약 6.4∼6.5 강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한다. 포스코의 집약된 기술로 붕괴되지 않는 구조라고 하니, 난간을 꼭 잡고 한 계단 또 한 계단 오른다.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를 탄 기분이다. 순간 고개를 들어 보니 탁 트인 전망! 포항의 푸른 바다, 은빛으로 부서지는 영일만의 파도, 포항제철소 굴뚝의 하얀 연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어스름한 저녁에 스페이스 워크를 다시 찾았다. 호미곶 너머로 해가 지는 붉은 노을빛을 배경으로 가장 멋진 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얀색 조명으로 빛나는 모습을 보니 왜 이름이 ‘스카이 워크’가 아니라 ‘스페이스 워크’인지 알 수 있었다. 불시착한 UFO 우주선이나 외계 생명체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포스코의 휘황찬란한 야경이 멋진 영일대 해수욕장에서 스페이스 워크는 새로운 랜드마크가 됐다. 밤에 멀리서 보면 포항의 특산물인 대게나 문어가 산등성이에 올라탄 모습처럼 보인다. 스페이스 워크는 별도의 예약이 필요 없으며, 입장료는 무료다. 강우 강풍 등 기상 악화 시엔 출입이 자동 차단된다. 주말에는 1시간 이상 줄을 서기도 한다. ● 동백꽃 피는 갯마을 차차차 해돋이와 과메기로 유명한 포항 여행은 요즘 새로운 트렌드를 맞고 있다. 바로 ‘K드라마의 성지’다.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갯마을 차차차’(tvN), ‘동백꽃 필 무렵’(KBS2)에 나오는 아름다운 항구마을 촬영지가 바로 포항이기 때문이다. 둘 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라 젊은 연인들이 자그마한 포구의 등대와 시장 골목을 찾아다니며 드라마 속 주인공이 되는 여행을 즐긴다. 조용했던 어촌마을인 포항의 북구 청하리는 ‘갯마을 차차자’를 본 국내외 팬들이 심심찮게 찾아온다. 청하 오일장에는 드라마에 나오는 공진반점, 보라수퍼, 청호철물점, 오윤카페가 있고, 사방기념공원 정상에 놓여 있는 두식의 고깃배, 활공장이 있는 흥해읍 곤륜산, 구룡포읍 석병리 빨간등대 등에도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남자 주인공인 홍두식이 서핑을 한 월포해수욕장은 승용차로 10분 거리에 있다. “이 서핑이라는 게, 인생이랑 비슷해. 좋은 파도가 오면 올라타고, 또 잘 내려가고 파도가 너무 높거나 없는 날에는 겸허히 받아들이고.”(홍두식의 대사) 과메기로 유명한 구룡포항의 일본인 가옥거리는 요즘 ‘동백이 마을’로 더 유명하다. 강하늘과 공효진이 앉아 있던 바닷가가 내려다보이는 계단,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여주인공 동백이(공효진)가 운영하던 ‘까멜리아’, 산동네 골목길에 있던 ‘동백이 집’에는 커플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드라마 속에서 ‘옹산 게장골목’으로 나왔던 이 거리를 특히 밤에 걸어보면 어디선가 주인공들이 튀어나올 것 같은 느낌이다. ‘일본인 가옥거리’는 1923년 일제강점기 시절 동해 최대의 어업 전진기지였던 구룡포항이 생기면서 일본인이 몰려들어서 형성된 거리였다. ‘까멜리아’도 일본식 가옥 형태가 그대로 남아 있다. 드라마 속에서는 두루치기 전문 식당이자 술집이었지만 지금은 커피숍으로 운영 중이다. 커피를 시켜서 ‘동백빵’(치즈맛, 고구마맛)과 함께 먹으면 좋다. 까멜리아 안에는 동백서점, 동백오락실 등 드라마 속에 등장했던 배경까지 재현해 놓았다. 들어오는 손님마다 “안녕하세요 동백 씨, 용식 씨∼” 하는 사장님의 인사가 낯설면서도 정겨운 느낌을 준다. ● 호미곶 해돋이와 구룡소 산책 포항은 빛과 철의 도시다. ‘영일(迎日)’이란 이름처럼 해돋이로 유명한 명소다. 그중에서도 호미곶은 대한민국 본토 최동단으로 해가 가장 빨리 뜨는 곳이다. 호미곶(虎尾串)은 조선 중기 풍수가 남사고(南師古·1509∼1571)가 ‘한반도는 호랑이가 앞발로 연해주를 할퀴는 모양이며, 백두산은 코, 호미곶은 꼬리에 해당하는 명당’이라 설명한 후 호랑이 꼬리로 불렸다. 임인년 검은 호랑이 해가 시작되는 설을 앞두고 호미곶 해돋이 광장을 찾는 사람들도 많다. 바닷속에 설치된 조각 작품 ‘상생의 손’을 마치 내 손인 것처럼 각도를 조절해 사진을 찍는 것도 여행의 즐거운 추억이 된다. 월포해변에 있는 ‘이가리 닻 전망대’는 해송 숲과 기암괴석에 부딪치는 경치가 아름다운 곳이다. 하늘 위에서 보면 닻 모양을 하고 있다. 닻의 끝 부분에 있는 빨간 화살표는 252km 떨어진 독도를 가리키고 있다고 한다.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 대동배리 해안길에는 아홉 마리 용이 승천했다는 전설이 전해 오는 구룡소(九龍沼)가 있다. 바닷물이 끊임없이 들이치는 거대한 바위 바닥에는 9개의 작은 웅덩이와 굴이 있다고 한다. 용이 승천했다는 하늘로 뻐끔하게 뚫린 굴의 아래로 흰 물보라가 거세게 밀고 들어오더니 왈칵 쏟아져 나간다. 용의 입에서 거친 연기를 뿜어내는 ‘용트림’이다.포항=글·사진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독일 베를린에 있는 브란덴부르크 문은 1791년 완공한 프로이센 왕국의 개선문이었다. 1961년 독일이 동서독으로 분단되고, 베를린장벽이 세워지면서 브란덴부르크 문을 통한 왕래도 금지됐다. 1989년 독일이 통일되고, 서독의 헬무트 콜 총리가 동독의 한스 모드로 총리와 만나 역사적인 악수를 나누면서 이 문은 통일의 상징으로 거듭났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등 역대 한국 대통령이 찾았던 장소이기도 하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석가모니의 생애는 숲 및 나무와 매우 밀접하다. 태어날 때는 무우수(無憂樹), 깨달음을 얻을 때는 보리수(菩提樹), 열반에 들 때는 사라수(沙羅樹) 나무가 사방에 있었다고 한다. 부처의 생애에서 가장 중요한 탄생, 정각, 열반의 순간에 함께한 성스러운 나무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 무우수갤러리의 이연숙 대표는 “무우수는 근심이 없고, 어리석음이 없는 깨달음의 나무”라고 설명했다. 숲과 나무를 좋아하는 이 대표는 21일부터 다음 달 9일까지 무우수갤러리 개관 1주년 기념으로 우리 산하의 숲과 나무를 표현한 작품을 선보이는 ‘무우수 특별전’을 연다. “우리 선조들은 오래전부터 땅이나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이 있다고 믿었습니다. 이러한 산이나 언덕을 당산이라고 하는데 이는 가장 원시적인 신앙의 한 형태로 산 전체가 신성시되었죠. 당산에 있는 신수는 당나무, 당산나무, 서낭나무, 당산목, 성황목 등으로 불렸습니다. 대개 돌무더기에 둘러싸여 있는 당산나무는 마을의 수호신이고, 조상신이며, 사람들이 신과 만나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 대표는 “당산나무의 근원은 단군신화의 신단수에서 찾을 수 있으며, 이것이 후에 솟대 장승 등으로 분화 발전되었다고 전해진다”며 “이러한 나무를 학술적인 명칭으로는 ‘우주목’ 또는 ‘세계수’라고 한다”고 말했다. ‘무우수 특별전’에는 정영환, Koni(이고은), 강동현 작가의 회화와 조각작품이 전시된다. Koni(이고은) 작가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겹쳐지는 나무의 견고하고 거친 결의 질감을 표현한다. 금속 공예가인 강 작가는 나뭇가지나 그물망처럼 만든 금속 조형으로 변화하는 숲의 모습을 표현해 장엄한 생명감을 자아낸다. 정 작가는 푸른색을 사용해 초현실적인 숲 풍경을 그린다. 희망과 슬픔이 교차하고, 낯설면서도 신비롭고 서늘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정 작가는 “파란색은 어떤 색과 조우하느냐에 따라 속성을 달리하는 변화무쌍한 색”이라며 “푸른 숲 그림을 통해 지친 현대인들에게 위로와 휴식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갤러리 외에도 무우수아카데미, 덕주출판사도 운영하고 있다. 무우수아카데미에서는 장천 김성태 작가(한국캘리그라피협회장)의 캘리그래피 수업, 전통재료기법(문활람), 전통불화(이철승), 불상조각(이재윤), 고려불화(현승조), 전통자수(윤정숙), 고전전각(김내혜) 수업 등이 진행된다. “마야부인이 무우수를 잡고 석가를 출산했다고 합니다. 석가의 탄생 순간과 무우수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부분이죠. 신성한 생명이 이 나무를 통해 전해졌다는 의미에서 무우수는 아쇼카(Ashoka) 나무라고도 불립니다. 새해에는 숲과 나무처럼 생명이 충만한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프랑스 파리는 고풍스러운 석조 건축물이 인상적이지만, 가끔씩 파격적인 현대 건축물로 단조로움을 깨뜨린다. 324m 높이의 에펠탑, 라데팡스의 신개선문, 프랑수아 미테랑 도서관…. 그중 ‘퐁피두센터’는 압권이다. 배관과 환기구, 각종 배선들을 건물 외부로 드러내 빨강, 파랑, 노랑의 원색으로 칠했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내장이 튀어나온 건물’이란 혹평을 받았지만 지금은 연간 700만 명이 방문하는 현대미술의 메카로 자리 잡았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겨울산의 최대 묘미는 눈꽃여행이다. 영화 ‘겨울왕국’처럼 하얗게 피어난 ‘설화(雪花) 터널’을 만나는 순간 평생 잊을 수 없는 환상의 세계로 빠져든다. 강원 평창과 홍천의 경계에 선 계방산은 겨울철 눈꽃을 잘 볼 수 있는 설화 명산으로 유명하다. 백두대간의 서편에 우뚝 서서 시베리아 북서풍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계방산은 높이도 높을뿐더러 눈꽃이 만들어지기 좋은 여러 조건을 갖춘 산이기 때문이다. ●평창 겨울올림픽 피켓 요정의 추억 강원 평창군 계방산(해발 1577m)은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 덕유산에 이어 남한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산이다. 그러나 산행은 의외로 쉽다. 구름도 쉬어간다는 운두령 정상(해발 1089m)까지 차로 갈 수가 있기 때문이다. 계방산 정상까지 표고차는 488m도 되지 않아 5, 6시간 정도면 왕복 산행을 마칠 수가 있다. 간밤에 약간의 눈이 내린 다음 날 새벽. 서울에서 차를 몰고 오전 8시 반쯤 운두령 쉼터에 도착했다. 차를 세우고 맞은편 계방산 탐방로 계단을 올라 숲 속에 들어서자마자 나도 모르게 탄성이 터져 나왔다. 순식간에 요정의 나라에 발을 들여놓은 듯했다. 영화 ‘겨울왕국’처럼 온 산의 나뭇가지에 은빛 구슬이 맺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어! 이 장면 어디에선가 본 듯한데?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에서 피켓 요원들이 입고 있던 의상이 떠올랐다. 흰색 와이어에 반짝이는 구슬을 엮은 드레스와 손에 든 나뭇가지는 흡사 겨울나라에 사는 공주와 같은 우아함과 화려함으로 전 세계인의 눈을 사로잡았다. 금기숙 홍익대 섬유미술패션디자인과 교수가 디자인했던 ‘눈꽃 요정’ 의상은 평창 계방산의 눈꽃터널에서 영감을 얻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눈이 쌓인 산속에서는 아이젠을 끼운 등산화로 걸을 때마다 들리는 ‘뽀드득’ 소리만이 적막을 깨운다. 등산로 중간쯤에서 만나는 물푸레나무 군락지에서는 몸통까지 하얗게 얼어붙은 나무들이 반갑게 손을 내민다. 전망대에 올라서면 설악산과 오대산, 태기산, 가칠봉 등 백두대간의 연봉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해가 떠오르고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순백의 눈꽃터널 사이로 코발트색 하늘이 비친다. 겨울 계방산을 더욱 청초하고 오묘하게 하는 시그니처 풍경이다. 상고대를 두툼한 솜옷처럼 입고 있는 나뭇가지들은 영락없이 푸른 바닷물 속에서 춤추고 있는 하얀 산호의 모습니다. 지난해 여름 울릉도에서 스킨스쿠버다이빙을 하며 수심 45m 바닷속에 본 은빛 해송(海松·천연기념물 456호)을 산속에서 다시 만난 기분이었다. 엄밀히 말하면 계방산의 ‘상고대’는 눈꽃이 아니다. 나뭇가지에 눈이 쌓여 생기는 눈꽃과 달리 상고대는 공기 중에 수증기가 얼어붙은 서리꽃이다. 그래서 눈이 내리지 않는 날에도 생길 수 있다. 그러나 해가 떠오르면 상고대는 녹아서 사라진다. 상고대가 녹으면서 나뭇가지에 얼어 있던 얼음조각들이 눈 위로 떨어진다. 부스러지는 얼음조각이 흰 눈에 떨어진 모습은 시루에서 막 꺼낸 백설기 떡 같다. “상고대는 습도와 기온, 바람이 만들어내는 예술작품입니다. 기본적으로 산에 눈이 쌓여 있고, 눈이 녹았다가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면 공기 중의 수증기가 나뭇가지나 잎에 엉겨 붙어 상고대가 생기지요. 눈이 온 다음 날 눈꽃과 상고대가 함께 피어나는 게 최고입니다. 일기예보를 잘 보고 산행 날짜를 고르면 돼요. 아침 일찍 산행을 시작하면 정상 부근에서 최고의 절경을 볼 수 있습니다.”(‘커피볶는 계방산장’ 박대원 대표) 정상에서 계방산으로 내려오는 길은 세 개의 갈림길로 나뉜다. 다시 운두령으로 돌아가는 길과 계방산 삼거리 방면, 그리고 계방산 오토캠핑장 쪽으로 하산 길을 잡을 수 있다. 오토캠핑장 방면으로 내려오면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주목 군락지를 볼 수 있고, 노동계곡과 이승복 생가를 볼 수 있다. ●밀브릿지 방아다리 약수터 계방산 입구에서 차로 20여 분 만에 갈 수 있는 방아다리 약수터는 조선 숙종 때부터 약수의 효험으로 유명했던 곳이다. 한국관광공사의 7대 약수에 선정된 곳으로 위장병과 빈혈증, 신경통, 피부병에 특효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지금은 코로나19로 폐쇄돼 마셔볼 수는 없다. 방아다리 약수터 일대는 6·25전쟁을 겪으며 황폐화됐는데 고(故) 김익로 선생이 1950년대부터 숲을 조성하기 시작해 지난 60여 년간 가꾼 끝에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전나무, 낙엽송 등 10만 그루 넘는 나무가 이곳에 인공으로 심어졌다. 밀브릿지 입구부터 약수터까지 이어진 300m가량의 전나무 숲길이 그 결실이다. 방아다리 약수터는 주변 지형이 디딜방아를 닮아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에 들어선 ‘밀브릿지(Mill Bridge)’도 ‘방아다리’의 영문명이다. 이곳에는 숙박시설, 산책로, 약수 체험장, 명상원, 미술관, 카페, 식당 등 다양한 시설이 있다. 밀브릿지는 요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평창 여행’을 검색하면 가장 많이 등장하는 명소다. 신비로운 분위기의 전나무 숲길과 갤러리를 닮은 모던한 숙소가 관광객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전나무 숲과 어우러지는 차분한 톤의 건물들은 건축가 승효상이 디자인한 것으로 유명하다. 총 18개 객실로 이뤄진 숙박시설은 몇 달 전부터 미리 예약해야 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넓은 창에는 전나무 숲이 한 폭의 그림처럼 담긴다. 커플 여행객이 이불을 뒤집어쓰고 창밖 숲속 풍경을 배경으로 찍는 사진이 인스타그램에서 핫하다. 평창군 진부면 방아다리로 1011-26. ●평창 송어 맛집 평창은 송어 양식을 국내에서 최초로 시작한 곳이다. 송어는 12도 이하 맑은 물과 조용한 환경에서만 자라는 냉수성 어종으로 1급수가 아니면 살지 못하기 때문에 양식이 쉽지 않다. 소나무 색깔처럼 분홍빛을 띠기에 송어(松魚)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살색이 연어와 비슷하지만 고소한 맛이 나며 훨씬 탄력이 있다. 평창 송어는 다른 지역에 비해 살이 찰지고 맛이 뛰어나다. 힘이 세서 손맛도 좋다. 해마다 진부면 오대천에서는 얼음을 깨고 송어를 낚시로 잡는 평창송어축제가 펼쳐졌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취소됐다. 속사 나들목에서 이승복기념관을 지나 계방산 가는 길에는 송어를 맛볼 수 있는 횟집이 몇 군데 있다. 그중 한 곳인 남우수산은 1980년 무렵부터 송어 양식장과 송어횟집을 연 노포다. 가게 앞 계곡에 설치된 송어 양식장에는 여름에는 송어가 헤엄을 치지만, 현재는 얼어 있어 송어를 볼 수는 없다. 잘게 썬 양배추 더미에 콩가루, 초장, 들깨가루, 들기름을 살살 섞어 입맛에 맞는 꾸미를 만든 다음, 주홍빛이 선연한 송어 한 점을 고추냉이 간장에 살짝 찍어 채소와 함께 먹는다. 적당히 회를 남겨 튀김으로 먹어도 별미고, 매운탕으로도 끓여준다. 머루주, 오디주, 더덕주 등 평창산 민속주도 판다.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겨울산의 최대 묘미는 눈꽃여행이다. 영화 ‘겨울왕국’처럼 하얗게 피어난 ‘설화(雪花) 터널’을 만나는 순간 평생 잊을 수 없는 환상의 세계로 빠져든다. 강원 평창과 홍천의 경계에 선 계방산은 겨울철 눈꽃을 잘 볼 수 있는 설화 명산으로 유명하다. 백두대간의 서편에 우뚝 서서 시베리아 북서풍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계방산은 높이도 높을뿐더러 눈꽃이 만들어지기 좋은 여러 조건을 갖춘 산이기 때문이다.》○ 평창 겨울올림픽 피켓 요정의 추억 강원 평창군 계방산(해발 1577m)은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 덕유산에 이어 남한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산이다. 그러나 산행은 의외로 쉽다. 구름도 쉬어간다는 운두령 정상(해발 1089m)까지 차로 갈 수가 있기 때문이다. 계방산 정상까지 표고차는 488m도 되지 않아 5, 6시간 정도면 왕복 산행을 마칠 수가 있다. 간밤에 약간의 눈이 내린 다음 날 새벽. 서울에서 차를 몰고 오전 8시 반쯤 운두령 쉼터에 도착했다. 차를 세우고 맞은편 계방산 탐방로 계단을 올라 숲 속에 들어서자마자 나도 모르게 탄성이 터져 나왔다. 순식간에 요정의 나라에 발을 들여놓은 듯했다. 영화 ‘겨울왕국’처럼 온 산의 나뭇가지에 은빛 구슬이 맺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어! 이 장면 어디에선가 본 듯한데?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에서 피켓 요원들이 입고 있던 의상이 떠올랐다. 흰색 와이어에 반짝이는 구슬을 엮은 드레스와 손에 든 나뭇가지는 흡사 겨울나라에 사는 공주와 같은 우아함과 화려함으로 전 세계인의 눈을 사로잡았다. 금기숙 홍익대 섬유미술패션디자인과 교수가 디자인했던 ‘눈꽃 요정’ 의상은 평창 계방산의 눈꽃터널에서 영감을 얻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눈이 쌓인 산속에서는 아이젠을 끼운 등산화로 걸을 때마다 들리는 ‘뽀드득’ 소리만이 적막을 깨운다. 등산로 중간쯤에서 만나는 물푸레나무 군락지에서는 몸통까지 하얗게 얼어붙은 나무들이 반갑게 손을 내민다. 전망대에 올라서면 설악산과 오대산, 태기산, 가칠봉 등 백두대간의 연봉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해가 떠오르고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순백의 눈꽃터널 사이로 코발트색 하늘이 비친다. 겨울 계방산을 더욱 청초하고 오묘하게 하는 시그니처 풍경이다. 상고대를 두툼한 솜옷처럼 입고 있는 나뭇가지들은 영락없이 푸른 바닷물 속에서 춤추고 있는 하얀 산호의 모습이다. 지난해 여름 울릉도에서 스킨스쿠버다이빙을 하며 수심 45m 바닷속에 본 은빛 해송(海松·천연기념물 456호)을 산속에서 다시 만난 기분이었다. 엄밀히 말하면 계방산의 ‘상고대’는 눈꽃이 아니다. 나뭇가지에 눈이 쌓여 생기는 눈꽃과 달리 상고대는 공기 중에 수증기가 얼어붙은 서리꽃이다. 그래서 눈이 내리지 않는 날에도 생길 수 있다. 그러나 해가 떠오르면 상고대는 녹아서 사라진다. 상고대가 녹으면서 나뭇가지에 얼어 있던 얼음조각들이 눈 위로 떨어진다. 부스러지는 얼음조각이 흰 눈에 떨어진 모습은 시루에서 막 꺼낸 백설기 떡 같다. “상고대는 습도와 기온, 바람이 만들어내는 예술작품입니다. 기본적으로 산에 눈이 쌓여 있고, 눈이 녹았다가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면 공기 중의 수증기가 나뭇가지나 잎에 엉겨 붙어 상고대가 생기지요. 눈이 온 다음 날 눈꽃과 상고대가 함께 피어나는 게 최고입니다. 일기예보를 잘 보고 산행 날짜를 고르면 돼요. 아침 일찍 산행을 시작하면 정상 부근에서 최고의 절경을 볼 수 있습니다.”(‘커피볶는 계방산장’ 박대원 대표)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은 세 개의 갈림길로 나뉜다. 다시 운두령으로 돌아가는 길과 계방산 삼거리 방면, 그리고 계방산 오토캠핑장 쪽으로 하산 길을 잡을 수 있다. 오토캠핑장 방면으로 내려오면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주목 군락지를 볼 수 있고, 노동계곡과 이승복 생가를 볼 수 있다. ○밀브릿지 방아다리 약수터 계방산 입구에서 차로 20여 분 만에 갈 수 있는 방아다리 약수터는 조선 숙종 때부터 약수의 효험으로 유명했던 곳이다. 한국관광공사의 7대 약수에 선정된 곳으로 위장병과 빈혈증, 신경통, 피부병에 특효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지금은 코로나19로 폐쇄돼 마셔볼 수는 없다. 방아다리 약수터 일대는 6·25전쟁을 겪으며 황폐화됐는데 고(故) 김익로 선생이 1950년대부터 숲을 조성하기 시작해 지난 60여 년간 가꾼 끝에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전나무, 낙엽송 등 10만 그루 넘는 나무가 이곳에 인공으로 심어졌다. 밀브릿지 입구부터 약수터까지 이어진 300m가량의 전나무 숲길이 그 결실이다. 방아다리 약수터는 주변 지형이 디딜방아를 닮아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에 들어선 ‘밀브릿지(Mill Bridge)’도 ‘방아다리’의 영문명이다. 이곳에는 숙박시설, 산책로, 약수 체험장, 명상원, 미술관, 카페, 식당 등 다양한 시설이 있다. 밀브릿지는 요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평창 여행’을 검색하면 가장 많이 등장하는 명소다. 신비로운 분위기의 전나무 숲길과 갤러리를 닮은 모던한 숙소가 관광객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전나무 숲과 어우러지는 차분한 톤의 건물들은 건축가 승효상이 디자인한 것으로 유명하다. 총 18개 객실로 이뤄진 숙박시설은 몇 달 전부터 미리 예약해야 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넓은 창에는 전나무 숲이 한 폭의 그림처럼 담긴다. 커플 여행객이 이불을 뒤집어쓰고 창밖 숲속 풍경을 배경으로 찍는 사진이 인스타그램에서 핫하다. ○평창 송어 맛집 평창은 송어 양식을 국내에서 최초로 시작한 곳이다. 송어는 12도 이하 맑은 물과 조용한 환경에서만 자라는 냉수성 어종으로 1급수가 아니면 살지 못하기 때문에 양식이 쉽지 않다. 소나무 색깔처럼 분홍빛을 띠기에 송어(松魚)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살색이 연어와 비슷하지만 고소한 맛이 나며 훨씬 탄력이 있다. 평창 송어는 다른 지역에 비해 살이 찰지고 맛이 뛰어나다. 힘이 세서 손맛도 좋다. 해마다 진부면 오대천에서는 얼음을 깨고 송어를 낚시로 잡는 평창송어축제가 펼쳐졌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취소됐다. 속사 나들목에서 이승복기념관을 지나 계방산 가는 길에는 송어를 맛볼 수 있는 횟집이 몇 군데 있다. 그중 한 곳인 남우수산은 1980년 무렵부터 송어 양식장과 송어횟집을 연 노포다. 가게 앞 계곡에 설치된 송어 양식장에는 여름에는 송어가 헤엄을 치지만, 현재는 얼어 있어 송어를 볼 수는 없다. 잘게 썬 양배추 더미에 콩가루, 초장, 들깨가루, 들기름을 살살 섞어 입맛에 맞는 꾸미를 만든 다음, 주홍빛이 선연한 송어 한 점을 고추냉이 간장에 살짝 찍어 채소와 함께 먹는다. 적당히 회를 남겨 튀김으로 먹어도 별미고, 매운탕으로도 끓여준다. 머루주, 오디주, 더덕주 등 평창산 민속주도 판다. 글·사진 평창=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유럽에선 상부에 건축물이 있는 다리가 많다. 이탈리아 피렌체를 가로지르는 아르노강에 있는 베키오 다리가 대표적이다. 1345년에 지어진 이 다리에는 2층 건물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고, 금은세공품 상점이 가득하다. 이곳은 시인 단테가 베아트리체와 처음 만난 운명적 장소로도 유명하다. 피렌체의 연인들은 영원한 사랑을 꿈꾸며 이 다리를 걷는다. 저녁노을이 질 무렵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아르노강의 풍경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한국도로공사가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전략’에 맞춰 고속도로 관련 인프라를 활용한 탄소중립 사업 추진 계획을 밝혔다. 도로공사는 2025년까지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활용해 고속도로에서 1년간 소요되는 예측전력량 700GWh(기가와트시) 이상을 자체 생산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연간 약 14만 t의 이산화탄소가 감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도로공사는 우선 비탈면·녹지대·폐도 등 고속도로 유휴부지를 활용해 태양광, 연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2012년부터 설치를 시작한 ‘태양광 발전시설’은 현재 395개소(182MW 규모)까지 늘어났다. 이는 1년간 약 17만 명이 가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239GWh의 전력량을 생산할 수 있으며, 연간 약 11만 t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할 수 있는 시설이다. 또한 도로공사는 천연가스(LNG)에서 수소를 추출해 전기를 생산하는 ‘연료전지 설비’도 새로 구축한다. 연료전지는 화력발전 대비 탄소 배출량이 50% 수준이며 고속도로 내 작은 부지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울산을 비롯한 수소시범도시 3개소에 48MW(메가와트) 규모의 연료전지 사업을 추진 중이며, 향후 발전공기업과 민간참여를 통해 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도로공사는 또한 정부가 추진 중인 그린모빌리티 정책의 핵심인 친환경차 보급 확대를 위해 고속도로 휴게소 내에 ‘친환경 충전소’를 확충키로 했다. 공사는 현재 경부고속도로 안성휴게소 등 총 14기의 수소충전소를 운영 중이며, 2022년까지 총 60기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한국환경공단, 한국전력공사 등과 협력해 휴게소에 전기차 급속충전기를 구축해 왔으며, 작년 4월에는 현대자동차와 협약을 통해 휴게소 12곳에 각각 6기의 초급속 전기차충전기 72기를 설치했다. 특히 아이오닉5 등 E-GMP 기반의 차종은 18분 내에 80% 충전이 가능하다. 현재 고속도로 휴게소에는 총 554기의 전기차 충전기가 운영 중이며, 공사는 2022년 말까지 1200기 이상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중 초급속 충전기가 240기 이상 포함될 예정이어서 고속도로 이용객들의 편의가 크게 향상될 전망이다. 한국도로공사는 지난해 6월부터 고속도로와 연계된 탄소중립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외부 전문컨설팅을 추진 중에 있다. 이를 통해 향후 제시될 정부 가이드라인에 맞춰 ‘한국도로공사 2050 탄소중립 전략과 중장기 로드맵’을 마련할 계획이다. 전 세계 도·교통 관련 공기업 최초로 발행한 ESG채권(5억 달러 규모)을 바탕으로 △기존 대비 전력량을 40% 이상 절감하는 발광다이오드(LED) 스마트 도로조명 교체 △탄소 흡수·생태복원을 위한 ‘탄소중립 숲’ 조성 △임목폐기물을 활용한 재생에너지 활용 △신규 단터널(1000m 이하) 자립형 태양광 발전설비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미래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에 맞춰 신재생에너지 확산, 탄소중립 실천을 고속도로 전반에 적용함으로써 정부의 그린뉴딜과 탄소중립 정책에 선도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모나코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도시국가 중 하나다. 인구 3만3000명 중 세 사람당 한 명꼴로 백만장자가 있을 정도로 부유한 나라로 꼽힌다. 세금도, 군대도 없다. 주 수입원 역할을 하는 게 관광업과 F-1 자동차 경주와 카지노다. 매년 5월이면 도로가 F-1 경주차의 굉음으로 가득 찬다. 그랑 카지노 입구 주변에는 고급 차와 명품 가게가 즐비하고, 지중해의 은빛 물결이 반짝이는 항구엔 세금을 피해 이사 온 부호들의 요트가 빼곡하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쌀쌀한 겨울. 전남 강진만 생태공원의 갯벌. 새해를 맞아 흰색 큰고니들이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맡기며 힘차게 날갯짓을 한다.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시베리아에서부터 날아와 이곳에서 월동하는 겨울의 진객(珍客)인 천연기념물 201호인 큰고니 떼다. 해변에 가득 차 있는 2500여 마리의 고니들이 합창을 하는 장면은 그야말로 ‘백조의 호수’를 방불케 한다. 강진만은 1131종의 멸종위기 동식물이 서식하는 남해안 최고의 생태서식지이자 겨울철 별미(別味)를 즐길 수 있는 맛의 고장이다.》○ 강진만의 명물, ‘짱뚱어 갯벌탕’월출산과 탐진강, 다도해가 연결된 남도의 끝자락. 사람의 다리 모양으로 갈라진 땅덩어리 틈으로 강진만 바닷물이 깊숙이 파고든다. 강진의 옛 이름은 탐진(耽津). 탐라(옛 제주도)로 가는 나루라는 뜻이다. 조선시대 탐진나루는 강진의 청자를 수출하거나 한양으로 보내는 출발점이었고, 제주와 뭍을 잇는 창구였다. 제주도에서 싣고 온 말이 나루에 내려졌고, 귀양 가는 선비가 탐진나루에서 제주도로 가는 돛단배에 올라탔다. 강진만 남쪽의 마량(馬良)이 대표적인 포구다. 마량은 제주도에서 온 말이 한양으로 올라가기 전까지 육지 적응과 함께 살찌워 보내는 역할을 했다. 최근 가수 임영웅이 TV프로그램에서 ‘마량에 가고 싶다’는 노래를 불러 전국에서 몰려온 팬들로 강진이 들썩였다. 요즘 마량의 횟집에는 임영웅 얼굴이 새겨진 플래카드가 지천이다. 1978년 청정수역으로 지정된 강진만 생태공원에는 66만1000m²(약 20만 평)의 갈대 군락지와 청정 갯벌이 드넓게 펼쳐져 있다. 꼬막, 맛조개, 붉은발말똥게, 기수갈고둥뿐 아니라 장어, 숭어, 도미, 굴 등 천혜의 수산물이 풍부하다. 그중에서도 강진의 대표적인 명물은 바로 짱뚱어다. 지난여름 강진만 생태공원을 찾았을 때 갯벌 위에서 일광욕을 즐기고 있던 짱뚱어를 만났다. 눈이 툭 튀어나온 짱뚱어는 가슴에 붙은 짧은 지느러미를 이용해 걷고, 뛰도, 춤추고, 심지어 날아오르기도 한다. 갯벌 속에 7개의 구멍을 뚫어놓고 순식간에 이 구멍으로 들어갔다가, 저 구멍으로 튀어 오르는 짱뚱어의 점프 공연을 보노라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런데 12월에 갔더니 분주했던 갯벌이 조용하다. 짱뚱어가 11월에 서리가 내리자 겨울잠을 자러 갯벌 속으로 들어간 것이다. 세상에 5개월 동안 겨울잠을 자는 생선이 있다니! 짱뚱어의 별명이 ‘잠퉁이’인 이유다. 짱뚱어는 내년 봄에 벚꽃이 필 때쯤 다시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짱뚱어를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맛을 보기 위해 강진읍내에 있는 ‘갯벌탕(짱뚱어탕)’ 전문 음식점을 찾았다. 정약전은 ‘자산어보’에서 짱뚱어의 눈이 튀어나온 모양을 두고 ‘철목어(凸目魚)’라고 불렀다. 갯벌 위 식물성 플랑크톤을 먹고살기 때문에 오염된 곳에서는 살 수가 없고 양식도 되지 않아 100% 자연산으로만 존재한다. 단백질 함량이 소고기보다 높아 기운을 차리게 만드는 전설적 음식으로 불린다. 실제 짱뚱어탕을 시켜 보니 추어탕과 비슷하게 생겼다. 짱뚱어의 살을 발라내고 머리뼈를 갈아 시래기와 된장을 넣어 펄펄 끓인 탕이다. 죽처럼 부드러우면서도 독특한 향이 느껴지는 ‘갯벌탕’이다. 짱뚱어튀김은 빙어나 미꾸라지튀김과 비슷했는데 씹을 때 훨씬 고소한 맛이 났다. 짱뚱어는 전골로도, 구이로도, 회로도 먹으면 더욱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강진 갯벌탕’ 주인 이순임 할머니(71)는 무려 58년 동안이나 강진 갯벌에서 직접 뻘배를 밀어가며 짱뚱어를 잡아왔다. 짱뚱어는 ‘훔치기 낚시’라고 해서 미끼를 끼우지 않고 7m 길이의 낚싯줄을 일순간 던져 바늘로 낚아채서 잡는다고 한다. 자칭 타칭 ‘짱뚱어 박사’로 통하는 이 할머니는 “장어는 뱀처럼 기어만 다니지만 짱뚱어는 토끼처럼 뛰고, 새처럼 날아다니는 물고기”이라며 “온몸에 단백질이 83%를 차지하는 데다 피부호흡으로 햇볕을 쬐고 살기 때문에 비린내도 나지 않는 최고 보양식”이라고 말했다. ○강진의 겨울철 보양식강진 앞바다를 구경하려면 마량부터 가우도까지 낚싯배를 타면 좋다. 선상에서 낚시를 하면 자연산 장어가 쏠쏠하게 올라온다. 가우도 꼭대기에는 강진을 상징하는 대형 청자조형물이 절경을 뽐낸다. 특히 석양 때 찾아가면 섬과 다리에 주홍빛 노을로 젖어드는 풍경이 환상적이다. 가우도 북동쪽 해상협곡에 놓여 있는 출렁다리도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명소다. 마량포구의 서중어촌체험마을에 있는 이국적인 카페 ‘벙커’는 요즘 강진의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핫플레이스다. 열대 야자수 사이에 매달린 그네를 탄 채 노을이 지는 바다를 감상하는 것은 잊을 수 없는 경험이다. 창가 테이블에 앉아 싱싱한 강진 과일을 갈아 만든 주스를 마시는 모습은 그대로 액자 속 인생 포토샷이 된다. 강진의 겨울철 바다 보양식으로 ‘목리 장어’와 ‘회춘탕’도 빼놓을 수 없다. 목리는 강진만 북쪽 꼭대기와 연결된 탐진강 하류 마을이다. 민물과 바닷물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자라는 목리 장어는 민물장어(뱀장어)의 기름진 맛과 바닷장어(붕장어)의 쫄깃함까지 갖춘 최고의 장어로 꼽힌다. 20세기 초에는 목리에 장어통조림 공장이 있었을 정도로 광주 전남지역의 최대 장어 생산 가공 유통 지역이었기 때문에 ‘목리이장이 면장보다 낫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강진 회춘탕은 한약재로 우려낸 육수에 토종닭과 문어, 전복 등을 넣은 보양식이다. 회춘탕의 역사는 600년 전 마량포구에 조선 수군이 진영을 설치한 15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강진읍내의 ‘은행나무식당’에서 맛본 회춘탕은 문어가 너무 커 냄비가 넘칠 듯했다. 12가지 한약재뿐 아니라 몸에 좋다는 것은 육해공에서 다 가져다 넣은 탕이라 이름처럼 입에 한 숟가락 넣을 때마다 젊어지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하멜과 병영성 불고기강진에는 조선시대 번성했던 두 마을이 있다고 한다. 남쪽 해안의 마량과 북쪽 내륙의 병영이다. 두 마을 모두 군사도시로 시작했다. 마량에는 수군 진영이 구축됐고 병영은 전라병영성이 설치됐던 호남 최대의 군사도시였다. 한때 2만 명이 살았다는 병영성의 9만9000m²(약 3만 평) 규모의 문화재구역 내에는 성루 4개와 담벽, 해자가 있고 남쪽 성문 인근에 현대식 탱크가 세워져 있어 이채롭다. 병영성에서는 17세기 남해안에 표류했던 네덜란드 상인 하멜이 구금생활을 하기도 했다. 전라병영성에서 풀려난 하멜 일행은 마을에 터 잡고 네덜란드식 흙과 돌이 섞인 토석담 쌓기를 알려준다. 병영마을 돌담 산책로는 국내 유일의 네덜란드 마을길인데 담 안쪽 집은 기와집이거나 초당이다. 병영시장에는 병영성의 화려했던 음식문화가 전해진다. 연탄불에 구운 양념돼지불고기가 대표적이다. ‘병영불고기’는 연탄불 석쇠에 구워 불맛이 확 나지만 고기는 매우 부드럽다. 강한 연탄불에 구워 내니 외피의 기름만 빠질 뿐 한 입 씹으면 입안에서 육즙이 터진다. 강진의 묵은지에 싸 먹거나 토하젓을 한 젓가락 올려 먹으면 밥 한 그릇이 뚝딱이다. 글·사진 강진=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현수)가 탄소중립을 위해 친환경 농업 면적 비중을 전체 경지면적의 30%까지 확대하고, 논물관리 저메탄사료 등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로 했다. 농식품부는 27일 ‘2050 농식품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발표하고 2050년까지 정밀농업 기술을 전체 농가의 60%에 보급하겠다고 밝혔다. 정밀농업이란 불필요한 농자재 투입을 최소화하면서도 농작업 효율을 향상해 수확량을 극대화하고 환경오염을 줄이는 농법을 말한다. 농식품부는 특히 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정밀농업 기술을 확산하고 2024년부터 지능형 농기계, 로봇 등 차세대 핵심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아울러 농식품부는 화학 비료 절감 등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2050년까지 친환경농업 면적도 전체 경지면적의 30%까지 확대한다. 토양용수 등 농업자원의 체계적 관리로 온실가스 배출원 감축 기반을 마련하고 바이오차 투입, 경운 최소화 및 피복작물 식재 등 저탄소 농법을 보급해 토양 저장능력을 높이기로 했다. 농식품부는 식량 안보에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범위에서 비료 감축과 논물 관리 확대 등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하기로 했다. 체계적인 논물 관리로 벼 재배 시 발생하는 메탄의 배출량을 2018년 630만 t에서 2050년 431만 t으로 32% 감축한다. 또 적정 비료 사용으로 농경지 아산화질소 배출량은 같은 기간 547만 t에서 450만 t으로 18% 감축한다. 저메탄 사료 보급과 적정사육밀도 유지, 사육기간 단축 등을 통해 가축 사육과정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8년 447만 t에서 2050년 198만 t으로 56% 감축하기로 했다. 축산분뇨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같은 기간 494만 t에서 437만 t으로 11% 줄인다. 농식품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지난해 554개인 로컬푸드 직매장을 2050년까지 1800개로 확대하기로 했다. 2023년부터는 전국단위 온라인 거래소를 출범하고 거래소 품목과 물량도 늘리기로 했다. 농가의 에너지 효율화에도 나서 에너지 저감 시설 보급을 확대하고, 2050년까지 모든 농기계의 전기 동력화를 통해 19만 t의 온실가스를 감축한다. 농촌 태양광은 농지보전주민 수용성농촌환경 등을 고려해 확대하고 유휴부지와 생산유통 시설 등을 활용한 재생 에너지 발전시설을 설치하기로 했다. 김종훈 농식품부 차관은 “지금도 화학비료나 농약 양을 줄이는 것은 공익직불의 의무 준수사항”이라면서도 “탄소 배출량을 더 줄였을 때 농가에 어떤 인센티브를 줄 것인지와 관련해서는 공익직불제의 선택 직불을 확대하는 방안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한우를 처음 맛보았을 때 그 풍미와 부드러움을 잊지 못합니다. 한우는 미국식 스테이크처럼 퍽퍽하지 않으며, 일본 와규처럼 기름지지도 않은 완벽한 밸런스를 가진 매력적인 맛의 고기입니다.”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앰배서더서울’의 총주방장인 에티엔 트루터 씨(39)는 스테이크 요리의 달인이다. “요리의 비법은 늘 ‘재료’에 있다”고 강조하는 그는 스테이크 요리에도 ‘한우’가 최고라고 손꼽았다. “황금 빛깔의 윤기와 최상위 퀄리티를 자랑하는 한우는 20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토착 소품종입니다. 와규의 경우 지방 함유가 약 70%인 반면에 한우는 40∼50%의 지방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한우의 지방은 소고기 자체의 맛을 해치지 않으면서 부드러운 식감을 줍니다. 균형 잡힌 마블링을 자랑하는 한우는 미국산 소고기와 와규의 장점을 모두 가진 최고의 고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2002년부터 남아프리카공화국, 두바이, 몰디브, 홍콩 등의 5성급 호텔과 리조트에서 요리사로 경력을 쌓아왔다. 이후 하얏트리젠시교토, 파크하얏트부산 등에서 총주방장을 거쳐 올해 2월 아코르그룹의 럭셔리 브랜드호텔인 페어몬트앰배서더서울 총주방장으로 부임했다. 그에게 한우 스테이크 맛있게 굽는 법을 물었다. 그는 부드러운 안심 스테이크는 숯불에 소금과 후추만 사용해서 굽는 방법을 추천했다. “레스팅을 거치면 육즙이 입안에서 쫙 하고 살아나기 때문”이란다. “안심을 불에 구운 후 팬 바닥을 보면 고기에서 나온 육즙이나 지방이 눌어붙게 마련입니다. 거기에 레드 와인을 조금 넣고 졸이면 소스가 만들어집니다. 안심 스테이크는 입에 넣으면 바로 녹아내리는 느낌이 있기 때문에 이 레드와인 소스를 부어서 굽게 되면 고기의 육즙이나 풍미를 더 느낄 수 있습니다. 반면에 지방이 적은 채끝 스테이크의 경우에는 통후추를 뿌려 구운 후 크림소스와 함께 먹으면 좋습니다.” 그는 2012년 ‘그랜드하얏트서울’ 부총주방장을 맡아 한국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한국 음식에서 가장 강렬했던 기억은 ‘소주’였다고. 그는 “소주를 마신 후 한우 소머리국밥으로 해장을 가끔 하기도 하지만 내가 제일 좋아하는 해장법은 다소 기름질 수 있지만 한우 스테이크 위에 반숙 계란 프라이와 치즈를 올려 먹는 요리”라고 귀띔했다. 트루터 씨는 한우를 요리할 때 완도산 전복, 의성 흑마늘 등 다양한 제철 한식재료를 활용하기도 한다. 그는 한국에서 맛본 소고기 요리 중 참기름에 찍어 먹는 ‘육회’를 가장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얇게 썬 한우를 양념에 재운 불고기는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한국의 대중적인 요리라 예전부터 즐겨 먹었다”고 말했다. “한우 요리는 날씨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요즘처럼 추운 날에는 한우 요리에 매운 고추장이나 레드와인을 주로 활용하고, 여름에는 화이트와인과 참기름을 주로 활용합니다. 소고기는 꼭 레드와인과 어울린다는 법칙은 없습니다. 신선한 한우에는 상큼한 화이트와인도 잘 어울립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한우 선물세트의 40% 이상이 설과 추석 명절 기간에 소비됩니다. 명절 기간이라도 우리 농수산물 선물가액을 두 배로 늘려주는 법률안 개정으로 한우산업계에만 4000억 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가 얻어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한우산업의 숙원이었던 청탁금지법 개정을 관철한 김삼주 제10대 전국한우협회장(54·사진)은 “전국의 농민들이 힘을 합쳐서 이뤄낸 법률안 통과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국회는 9일 본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내년 설 명절부터 농수산물 및 농수산가공품의 선물가액이 20만 원으로 상향된다. ―현행 10만 원으로 제한된 농축수산물 선물가액을 20만 원으로 늘리는 청탁금지법 개정안의 통과 의미는…. “법 적용 대상에 농축수산물을 제외하자는 원론으로 통과되지 못한 것은 다소 아쉽지만, 현실적인 여건에선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냈습니다. 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청탁금지법 영향보고서에 따르면 김영란법 시행 후 한우 수요 감소로 8.8%가량의 한우가격 하락 피해가 발생됐습니다. 이후 20만 원 상향 임시조치가 시행된 지난해 추석 명절 매출은 7% 증가했습니다. 전체 농축수산물 선물 증가율은 30%가 넘었습니다. 한우협회 정책연구소 분석에 의하면 이번 청탁금지법 20만 원 상향 개정으로 한우산업 경제활성화 효과는 생산 단계에서 약 2000억 원, 도소매 유통 분야를 포함하면 4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청탁금지법 개정안에 한우업계가 발 벗고 나섰던 이유는…. “부정청탁금지법이 시행된 후 국내 한우산업은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한우 선물세트는 10만 원 이내로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수입 소고기 선물세트가 명절 시장을 대체하게 됐습니다. 결국 김영란법은 ‘수입육 장려법’이라는 비판이 나온 것이죠. 명절 선물가액이 20만 원으로 늘어남에 따라, 우리 농수산물이 수입품을 대체하는 효과를 얻게 됐습니다.” ―법률 개정안 통과를 위해 국회를 어떻게 설득했나. “그동안 만난 국회의원들은 비공식 만남까지 합하면 50명이 넘습니다. 여야를 불문하고 농촌을 지탱하는 최후의 보루이자 환경친화적인 한우산업 보호를 위해 노력해달라고 설득했습니다. 한우산업은 전체 축산농가 인구의 80%를 차지하고, 축산업 생산액의 약 25%를 책임지는 한국 농업과 농촌경제를 지키고 있는 기둥입니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한우를 중심으로 ‘강소농(强小農)’을 육성하는 것이 젊은이들이 농촌으로 돌아오게끔 하는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우는 볏짚과 쌀겨, 콩비지 등 농업부산물을 먹고 고품질 단백질을 생산하기 때문에 ‘탄소중립을 위한 순기능(업사이클링)’이 탁월하다는 점도 설득했습니다.” 김 회장은 “전국 10개 도지회와 142개 시군지부에서 전폭적인 지지와 지역구 의원과의 교섭 등도 이번 청탁금지법 선물가액 상향에 큰 동력이 됐다”며 “모든 공은 전국한우협회 농민들이 결집해낸 성과”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한우산업안정법’ 또는 ‘지속가능한 한우산업전환법’의 제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한우 선물세트의 40% 이상이 설과 추석 명절기간에 소비됩니다. 명절기간이라도 우리 농수산물 선물가액을 두 배로 늘려주는 법률안 개정으로 한우산업계에만 4000억 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가 얻어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한우산업의 숙원이었던 청탁금지법 개정을 관철한 김삼주(54) 제10대 전국한우협회장은 “전국의 농민들이 힘을 합쳐서 이뤄낸 법률안 통과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국회는 지난 9일 본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내년 설명절 전후 기간에는 한시적으로 청탁금지법상 농수산물 및 농수산가공품(농수산물 원료 50% 이상 사용)의 선물가액이 20만원으로 상향된다. ―현행 10만원으로 제한된 농수축산물 선물가액을 20만원으로 늘리는 청탁금지법 개정안의 통과 의미는. “법 적용대상에 농축수산물을 제외하자는 원론으로 통과되지 못한 것은 다소 아쉽지만, 현실적인 여건에선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냈습니다. 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청탁금지법영향보고서에 따르면, 김영란법 시행 후 한우 수요 감소로 8.8% 가량의 한우가격 하락 피해가 발생됐습니다. 이후 20만원 상향 임시조치가 시행된 지난해 추석명절 매출은 7%증가했습니다. 전체 농축수산물 선물 증가율은 30%가 넘었습니다. 한우협회 정책연구소 분석에 의하면, 이번 청탁금지법 20만원 상향 개정으로 한우산업 경제활성화 효과는 약 생산단계에서 2000억원, 도소매 유통분야를 포함하면 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청탁금지법 개정안에 한우업계가 발벗고 나섰던 이유는. “부정청탁금지법이 시행된 후 국내 한우산업은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한우선물세트는 10만원 이내로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수입소고기 선물세트가 명절시장을 대체하게 됐습니다. 결국 김영란법은 ‘수입육 장려법’라는 비판이 나온 것이죠. 명절 선물가액이 20만원으로 늘어남에 따라, 우리 농수산물이 수입품을 대체하는 효과를 얻게 됐습니다.” ―법률안 개정안을 위해 국회를 어떻게 설득했나. “그동안 만난 국회의원들은 비공식 만남까지 합하면 50명이 넘습니다. 여야를 불문하고 농촌을 지탱하는 최후의 보루이자 환경친화적인 한우산업 보호를 위해 노력해달라고 설득했습니다. 한우산업은 전체 축산농가 인구의 80%를 차지하고, 축산업 생산액의 약 25%를 책임지는 한국 농업과 농촌경제를 지키고 있는 기둥입니다. 한우 농가 중에 100두 미만의 소를 키우는 비율이 거의 75% 정도인데, 이런 농가들이 만약에 무너져 버리면 농촌은 황폐화됩니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한우를 중심으로 ‘강소농(强小農)’을 육성하는 것이 젊은이들이 농촌으로 돌아오게끔하는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우산업이 친환경적이라는 뜻은. “일각에서는 소의 트림이나 방귀에서 나오는 메탄가스가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과학적으로 맞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한우가 먹는 사료 중 곡물은 30%가 채 안되고, 나머지는 볏집, 쌀겨, 두부를 만들고 버리는 비지, 콩기름 짜고 남는 대두박 등 사람들이 먹지 않는 농업 부산물입니다. 만약 이러한 농업 부산물을 그대로 버렸을 때 부패하면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량은 어마어마할 겁니다. 소는 이러한 부산물을 먹고 1차 소화를 해놓기 때문에 ‘탄소중립을 위한 순기능(업싸이클링)’이 탁월한 것이죠.” ―한우의 세계적인 경쟁력은. “올해 미국 USA투데이는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고기는 한우다-와규는 잊어라’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한우는 미국, 유럽, 일본 소고기에 비해 지방이 많지도 적지도 않고 적당하고, 고소한 맛과 풍미가 가장 높다는 평가를 받은 것입니다. 일본 와규는 지방이 거의 75~80%를 차지해서 느끼하고, 미국이나 호주산은 지방이 20~30%인데 비해, 한우는 지방이 50~6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가장 적당한 마블링을 가진 맛있는 고기라는 뜻이죠.” 김 회장은 “전국 10개 도지회와 142개 시군지부에서 전폭적인 지지와 지역구 의원과의 교섭 등도 이번 청탁금지법 선물가액 상향에 큰 동력이 됐다”며 “모든 공은 전국 한우협회 농민들이 결집해낸 성과”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한우산업안정법’ 또는 ‘지속가능한 한우산업전환법’의 제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하신다면. “우리 농민의 땀이 깃든 농축산물로 수확의 기쁨과 새해 덕담을 나누는 것은 우리 명절의 전통이고 풍습입니다. 그 중에서도 우리 민족문화에서 한우선물은 최고의 존경과 감사를 의미합니다. 연말연시 감사의 마음을 전할 때 한우사랑을 당부드립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