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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70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20%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일본인 5명 중 1명이 70세 이상 고령자인 셈이다. 17일 일본 총무성이 ‘경로의 날’을 맞아 발표한 인구추계(15일 현재)에 따르면 70세 이상인구는 지난해보다 100만 명 늘어난 2618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20.7%를 차지했다. 지난해보다 0.8%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1947∼1949년 베이비붐 시대에 태어난 단카이(團塊) 세대가 지난해부터 70세를 맞기 시작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65세 이상 고령자는 지난해보다 44만 명 늘어난 3557만 명이었으며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은 지난해보다 0.4%포인트 증가한 28.1%로 집계됐다. 모두 사상 최고치다. 총무성 추계와 유엔 통계를 비교하면 일본은 이탈리아, 포르투갈, 독일, 핀란드 등을 제치고 세계 최고의 고령자 비율을 보였다(표 참조).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는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이 2040년경 35.3%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고령자 중 80세 이상은 1104만 명(총인구의 8.7%), 90세 이상은 219만 명(총인구의 1.7%)으로 장수화 경향이 진전된 것으로 분석됐다. 일본의 총인구는 지난해보다 27만 명 줄어든 1억2642만 명이었다. 노동력 조사에서는 65세 이상 취업자가 14년 연속 늘어 2017년에 역대 최다인 807만 명에 달했다. 전년 대비 37만 명 늘었다. 이들이 전체 취업자 중 차지하는 비율은 12.4%로, 이 역시 사상 최고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일하는 고령자’가 주목받고 있다. 15∼64세 생산연령인구 비중이 60% 아래로 떨어져 노동력 부족이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고령자가 계속 일할 수 있도록 고용 가능한 연령을 65세에서 70세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최근 공적연금 수급을 70세 이후 시작할 수 있도록 제도 수정을 3년 안에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에서는 2013년 시행된 ‘개정 고연령자 고용안정법’에 따라 본인이 희망하면 기업이 65세까지 고용을 계속하도록 의무화돼 있다. 그러나 인건비 증가 우려 때문에 정년 연장에 나서는 기업은 17%(2017년 기준)에 그쳤다. 나머지 기업들은 60세에 직원을 일단 정년퇴직시킨 뒤 정사원보다 임금이 싼 촉탁이나 계약사원으로 재고용하는 방식을 취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나미에, 고마워요!” 일본의 국민가수 아무로 나미에(安室奈美惠·41·사진)가 16일 은퇴하면서 일본 열도가 감사와 아쉬움의 열기에 빠졌다. 1992년 데뷔한 그는 지난해 9월 “데뷔 26주년이 되는 1년 뒤 이날 은퇴하겠다”고 밝혀 팬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15일 자신의 고향 오키나와(沖繩)에서 가진 마지막 콘서트에는 많은 인파가 몰렸다. 아무로도, 팬들도 마지막 인사는 “아리가토(고맙다)”였다. 그는 노래와 춤, 패션뿐만 아니라 일본인들의 삶의 방식에까지 영향을 미친 아티스트였다. 독립적이고 진취적인 삶의 자세는 젊은 여성들에게 동경의 대상이자 롤모델로 받아들여졌다. 그는 인기 절정이던 1997년 20세의 나이에 혼전임신을 발표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결혼 및 출산과 함께 1년간의 육아휴직을 실행에 옮기기도 했다. 1999년에는 고향에서 생모가 살해당하는 불행한 사건을 겪었고, 이혼 뒤 싱글맘으로 지내며 바쁜 연예활동 중에도 매일 아들의 도시락은 직접 싸주는 철저함을 보였다. 통굽부츠, 갈색머리, 가느다란 눈썹 등 아무로 패션은 그의 추종자를 일컫는 ‘아무러(Amurer) 현상’을 낳았다. 그는 1990년대 일본 대중문화 개방 이전에 한국에 팬클럽을 보유한 몇 안 되는 일본 스타 중 하나였다. 아무로 팬 4864명은 16일자 아사히신문 4개 면에 아무로에게 보내는 감사 광고를 게재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일본 도쿄도가 특정 인종이나 민족에 대해 차별적인 언동을 하는 ‘헤이트 스피치’ 억제를 위한 조례안을 19일 도의회에 제출한다. 조례안이 통과되면 헤이트 스피치나 헤이트 시위의 경우 사전에 공적시설 이용을 제한할 수 있고 이런 행위를 하는 단체나 개인의 실명을 공표할 수도 있다. 2019년 4월 전면 시행을 목표로 한다. 이번 조례안은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어떤 차별도 금지하는 올림픽 헌장의 이념을 실행한다는 취지다. 성적소수자(LGBT)에 대한 부당한 차별을 금지한다는 조항도 넣는다. 12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헤이트 스피치 사전 규제를 둘러싸고는 3월 가나가와(神奈川)현 가와사키(川崎)시가 공적시설 이용을 제한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었으나 광역자치단체 차원 조례에서 사전규제를 담은 곳은 도쿄도가 전국에서 처음이다. 도쿄도에 따르면 조례안에는 도립공원 등 공적시설 이용을 금지하기 위한 기준이 설정됐다. 또 헤이트 스피치나 헤이트 시위의 모습을 내보내는 인터넷상의 동영상을 삭제할 것을 요청하거나 해당 단체나 개인의 이름을 공표할 수 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국제사회가 함께 (한반도 평화체제를) 보장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 문제를 해결할 주인공은 누구냐? 바로 당사자다. 지금 당사자는 북한, 한국, 미국이다. 결자해지(解鈴需系鈴人)해야 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2일 오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EEF) 좌담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보장 문제의 당사자를 남북미 3자라고 밝혔다. 이어 “그들(남북미)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과정의 각종 일들을 계속해야 하고 우리는 그들을 도울 것”이라며 “모두의 노력을 통해 이 좋은 목표가 실현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시 주석의 이 같은 발언은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 즉 북한의 체제 안전 보장을 국제사회가 함께 제공해야 줘야 한다는 맥락에서 나왔다. 시 주석의 발언은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 체제 안전 보장 과정의 주인공은 남북미이며, 중국은 이런 과정에서 남북미를 돕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중국이 남북 분단의 원인이 된 6·25전쟁 당사자이기 때문에 종전선언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던 그동안의 입장과는 달라 발언 배경이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북-미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원인이 중국에 있다며 중국 책임론을 제기하고 중국이 참여하는 종전선언에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시 주석이 한발 물러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시 주석의 발언이 비핵화 속도를 높이기 위해 중국이 종전선언에 참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일 경우 연내 종전선언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인 한국과도 사전 조율됐을 가능성이 있다. 시 주석의 이날 발언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이낙연 국무총리,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등 개별 연설이 끝난 뒤 함께 앉아 좌담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시 주석은 해당 발언 직전 “중국과 러시아는 합의된 공동의 로드맵이 있다”며 “한 축으로는 한반도 비핵화를 추진하면서 다른 한 축으로는 한반도 평화 보장 기제를 건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국제사회가 함께 (보장)해줘야 한다. 어느 한쪽만이 해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단계에서는 중국 러시아 등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좌담에 앞서 연설을 마친 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 비행기를 타고 싱가포르에 갔는데 그에게 써준 쪽지가 있느냐’는 러시아 사회자의 질문에 웃은 뒤 “북-미 정상회담은 좋은 일이다. 특히 동북아 각국은 (회담을) 지지해야 한다”며 “우리(중국)는 북-미 회담의 적극적인 추동과 성공을 축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게 (김 위원장에게 써준) 쪽지에 해당한다”며 농담조로 받아쳐 눈길을 끌었다. 한편 시 주석과 아베 총리는 이날 포럼에 앞서 정상회담을 열고 북한 비핵화 문제 등에 대해 논의했다. NHK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서는 북한에 상당한 영향력을 지닌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협조를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베이징=윤완준 zeitung@donga.com / 도쿄=서영아 특파원}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2일 “이달 예정된 제3차 남북 정상회담 때 북한에 2032년 올림픽을 서울과 평양에서 공동 개최하는 방안을 제안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한중일 스포츠장관회의 참석차 이날 일본을 방문한 도 장관은 도쿄 시내에서 한국 특파원단과 간담회를 열고 이렇게 밝혔다. 그는 “현재 2028년까지는 (올림픽) 개최국이 정해져 있으니 2032년에는 남북이 공동으로 올림픽을 개최할 수 있다고 본다”며 “보통 개최지 결정은 7년 전쯤 이뤄지니 2025년이면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북한의 올림픽 준비는 사실상 우리가 많이 도와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2030년 월드컵과 관련해 “중국이 유치를 신청하려 하는데 남북한과 중국, 일본 등 아시아에서 개최를 추진해 보는 것은 어떤지도 제안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도 장관은 “이렇게 되면 현재의 평화 흐름을 유지하면서 동북아 평화를 한반도 평화와 연결해 동시에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6월 러시아에서 남북과 중국, 일본이 공동 개최하는 ‘동북아 월드컵’ 구상을 밝힌 바 있다. 도 장관은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남북 선수단이 단일팀을 늘릴 수 있도록 일본 측 올림픽조직위원회 등에 협조를 구할 생각”이라며 “단일팀을 제대로 만들려면 대표 선발부터 훈련까지 함께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종목별로 대표가 되려면 국제대회에서 포인트를 쌓아야 하고 그런 국제대회가 올해와 내년에 집중돼 있다”며 시간이 별로 없음을 강조했다. 또 “이번에 북한의 체육상을 만나 (단일팀 구성이) 가능한 종목 등에 대해 논의할 생각”이라며 “남북 단일팀을 결성할 수 있는 종목에 대해 선수들, 협회 등과 상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측이 단일팀에 대해 상당히 적극적이라고도 전했다. 2020년 도쿄올림픽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 가능성에 대해서는 “당사국이 정해야 할 일”이라며 “남북일 체육장관이 만나는 자리는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도 장관은 이날 오후 가오 즈단 중국 체육총국 부국장(차관급)과 한중 회담,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문부과학상과 한일 회담을 한 뒤 13일 한중일 스포츠장관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9·20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아베 신조 총리의 3선은 기정사실처럼 돼 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는 일본의 민심이 “지금 이대로!”를 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오히려 관심은 어느 정도로 이기느냐에 쏠린다. ‘압도적 승리’가 아니라면 3선 순간부터 레임덕이 시작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는 어떻게 역대 최장수 총리 자리를 넘보게 됐을까. 우선 꼽히는 것은 ‘아베노믹스’로 집약되는 호경기다. 아베노믹스에 대해 착시효과라는 지적도 적지 않지만, 각종 지표는 확실히 개선됐다. 젊은층은 취업률이 오르니 만족하고 현역 세대와 노년층은 자신의 연금에 직접 영향을 주는 주가 상승이 멈추지 않기를 바란다. 직전 민주당 정권 3년여 동안 겪은 혼란도 일본인들의 마음을 현상 유지에 쏠리게 한다. 그런 혼란을 다시 겪느니 스캔들이나 거짓말, 심지어 어느 정도의 독재조차 감내할 만하다는, 일종의 타협심리가 작동하는 것 같다. 그리고 주변에 포진한 장로급 ‘아베의 사람들’, 특히 2012년 말 아베 2기 정권 출범 이래 핵심 인사는 모두 총리와 임기를 함께하고 있다. ‘아베의 복심’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70), 재무성을 틀어쥔 아소 다로 재무상(78), ‘아베의 외교책사’ 야치 쇼타로 국가안전보장국장(74), 경찰관료 출신 스기타 가즈히로 내각관방부 부(副)장관(77)이 그 면면이다. 일본 정치부 기자들이 ‘한 명이라도 빠지면 아베 정권이 휘청일 것’으로 꼽는 사람들이다. 2013년 3월부터 대규모 양적완화를 단행해 아베노믹스 성공의 일등공신이 된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74)도 올 3월 연임돼 두 번째 임기 5년에 들어갔다. 아베 관저는 2014년 내각인사국을 출범시켜 관료들의 인사권마저 장악했다. 국회의원들은 공천과 인사 때문에, 관료들은 자리 때문에 정권을 향한 각종 ‘손타쿠(忖度·알아서 기기)’에 열을 올린다. 비근한 예는 이번 총재선거전에서도 보였다. 아베 총리는 경쟁자인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과의 토론을 가급적 피하고 싶어 한다. 자민당은 마침 홋카이도 강진이 발생하자 선거운동 기간 2주일 중 첫 3일을 ‘선거운동 자숙기간’으로 정했다. 그 뒤 아베 총리는 4일간 러시아 방문으로 자리를 비웠으니 근 1주일 공백기간이 생겼다. ‘분신’처럼 손발이 척척 맞는 이들을 결속시키는 아베 총리의 비결은 뭘까. 적당히 무른 성격, 친구를 챙기는 신의, 독선적이거나 권위적이지 않은 점 등이 꼽힐 것 같다. 일본 최고 정치 명문가의 ‘도련님’이란 성장배경 덕인지 뒤틀린 시기, 질투심도 별로 없어 보인다. 특히 한번 ‘내 편’이 된 사람들을 신뢰하고 확실하게 챙긴다는 점은 ‘같은 편’ 입장에서는 엄청난 ‘미덕’이다. 범아베 지지자들의 이해관계는 ‘지금 이대로’에 있다. 하지만 그게 언제까지냐는 질문에는 아무도 답을 못 한다. 무엇보다 호황을 떠받쳐주는 양적완화 정책이 조만간 출구를 찾아야 할 상황이다. 일본의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230%까지 부풀어 올랐지만 소비세 2% 증세조차 어려울 정도로 민간소비의 체력은 불안하다. 결국 지금 일본이 구가하는 경기는 미래 세대의 빚을 늘리는 가운데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아베의 사람들’은 모두가 고령이다. 아베 임기가 3년 더 이어진다면 일부는 80세를 넘기게 된다. 아무리 ‘100세 시대’라 해도 이들이 언제까지 ‘지금 이대로’ 활동을 이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고령화가 진행된 사회에서는 정치가 노년층의 표심을 의식해 움직이는 ‘실버 민주주의’가 문제가 된다. 모르는 사이 젊은 세대에는 빚더미만 남은 미래가 기다릴 수 있다. 급격한 고령화가 진행되는 한국도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서영아 도쿄 특파원 sya@donga.com}
“기다리게 하는 자=우월한 자?” 국제 외교 무대에서 ‘지각대장’으로 불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0일(현지 시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도 지각했다. 회담은 예정보다 약 2시간 반 늦게 시작됐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한 시간 자체가 늦어지면서 이후 일정이 대폭 밀렸다. 아베 총리는 정시에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했으나 푸틴 대통령이 극동지역 지사 모임 출석 등 예정됐던 앞의 일정을 소화하는 동안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다. 올해 7월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는 예정보다 약 35분 늦었다. 당시 푸틴이 지각할 것 같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트럼프 대통령은 일부러 더 늦게 출발하는 방법으로 대응해 결국 회담은 예정보다 70분 늦게 시작됐다. 2016년 12월 방일 때는 3시간이나 늦게 일본에 도착했다. 그동안 아베 총리 부부는 야마구치(山口)의 료칸(旅館)에서 줄곧 푸틴을 기다려야 했다. 푸틴 대통령이 가장 오래 기다리게 한 외국 정상은 2014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로 4시간 15분 지각했다. 6월 한-러 정상회담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을 52분 기다리게 했다.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15분)과 프란치스코 교황(50분)을 기다리게 한 일도 있다. 푸틴 대통령이 상습적으로 지각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의도적인 것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영국 가디언지는 “게임을 자신에게 더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술수”라고 진단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11일 오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는 오히려 먼저 가서 기다린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동방경제포럼(EEF) 참석을 계기로 한자리에 모이는 중-일-러 3국 정상을 바라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심경은 편치 못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과의 친밀감을 자주 과시했지만 실제로는 안보와 무역 분야에서 자신의 우호적인 수사와는 상반되는 강경책을 자주 구사하며 이들과 갈등을 빚어왔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자신이 가하고 있는 통상압박에 대해 중국과 일본이 EEF에서 어떤 공통된 입장을 내놓을지가 가장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다.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 압박은 그 어느 때보다 더 강력하다. 9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백악관은 2000억 달러(약 225조 원)어치에 달하는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 정책을 시행하기 위해 최종 조율에 들어갔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500억 달러어치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부과 중이다. 일본도 최근 들어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통상압박에 직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일본과도 무역과 관련된 논의를 진행 중이다”라며 “만약 우리가 일본과 (미국에 유리한) 거래를 하지 않는다면, 일본도 자신들에게 큰 문제가 닥칠 거라는 걸 알고 있다”고 말했다. EEF가 주로 동아시아의 경제 통합을 논의하는 자리인 만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트럼프발 ‘보호무역주의’에 맞서 중국이 자유무역을 수호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중국과 러시아가 안보 분야와 관련해 EEF에서 밀착하는 모습도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달갑지 않은 그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을 자주 ‘좋은 친구’라고 부르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대해서도 ‘굉장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해 왔지만 실제 정책상으론 상당한 강경 기조를 보이고 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지난달 초 펜타곤(국방부 청사)에서 한 연설에서 북한, 이란과 함께 중국과 러시아를 ‘적대국가’로 규정한 바 있다. 북-미 비핵화 협상의 결과물 역시 중국과 러시아의 태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을 견제하려는 이들이 긴밀한 공조에 나서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선 부담일 수 있다.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 도쿄=서영아 특파원}
“방일 여행객 발길 끊길라…” ‘2020년까지 외국인 여행객 4000만 명 유치’를 목표로 내건 일본 정부가 잇따른 자연재해 때문에 국제공항들이 연달아 폐쇄되는 사태를 맞게 되자 전전긍긍하고 있다. 5일 일본 열도를 빠져나간 태풍 ‘제비’와 6일 새벽 홋카이도(北海道)를 덮친 강진으로 특히 방일 외국인 여행자의 이용이 많은 오사카(大阪)의 간사이(關西)국제공항과 신치토세(新千歲) 공항이 한동안 폐쇄되면서 많은 외국인의 발이 묶여야 했다. 간사이공항은 2017년 이용자수 1047만 명 중 715만 명, 신치토세공항은 165만 명중 149만 명이 외국인이었다. 요미우리신문은 9일 이들 두 공항의 대응은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큰 과제를 남겼다고 지적했다. 간사이공항은 평소 위급시 영어 한국어 중국어로 관내방송을 하기로 돼 있었지만 이번에 전기설비가 물에 잠기면서 방송을 못했다. 공항 측은 외국어를 하는 직원들이 안내 카운터에서 대응했으나 절대수가 부족했다고 인정했다. 큰 자연재해가 발생한 경우 도로나 철도는 우회 루트를 찾을 수 있지만 항공편의 경우 어렵다는 점도 부각됐다. 특히 국제선은 세관이나 출입국 관리, 검역 등이 필요해 재해시 국내선용 공항을 이용하게 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이번에도 간사이국제공항 승객을 인근 이타미(伊丹)공항이나 고베(神戶) 공항에서 소화하는 방안을 협의했으나 실현되지 않았다. 일본의 관광업계에서 가장 우려하는 것은 재해에 의한 피해의 확산. 올해 7월 서일본 폭우피해 때는 침수로 사망자가 다수 발생한 오카야마 현 마비(眞備)정과 가깝다는 이유로 인근의 관광명소까지 관광객이 격감했다. 일본 정부는 해외로 향한 정보발신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해외 미디어나 여행업계 관계자를 초대하고 해외 항공사와 연대해 광고도 늘린다는 계획이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관광업계에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방일 여행객이 격감했지만 저스틴 비버 등 해외 저명인을 메시지 비디오 등에 출연시켜 유치활동을 반복한 결과 ‘V자 회복’을 실현했고 최근의 방일 붐을 만들어낸 ‘성공체험’이 있다”고 전했다. 한편 홋카이도 강진에 따른 피해는 9일 기준으로 사망 39명(심폐정지 포함), 실종 1명, 부상 650명으로 집계됐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이날 오전 피해지역을 방문해 지진 피해자들을 위로했다. 강진으로 발이 묶였던 4000여 명의 한국인 관광객은 전날부터 운항이 재개된 신치토세 공항 국제선 항공편을 통해 대부분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일본판 해병대’라고 불리는 일본 육상자위대 수륙기동단이 다음 달부터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간다. 미국 해병대를 모델로 한 이 부대는 중국과 일본이 영유권 분쟁을 겪는 동중국해 센카쿠(尖閣)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인근에서 벌어질 유사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올해 3월 2100명 규모로 창설됐다. 수륙기동단은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에서 10월 미국과 필리핀 해병대와 함께 공동 훈련을 벌인다. 명분은 재해 구조이지만 일본 측은 해양 진출을 강화해온 중국에 대한 견제 효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같은 달 말에는 오키나와(沖繩) 주변 해역에서 펼쳐지는 미일 연합훈련(Keen Sword)에도 참가한다. 이때 미국 해병대와 함께 도서 탈환 훈련도 할 계획이다. 중국의 군사력 팽창을 적극 견제하려는 움직임은 일본의 육해공 자위대 모두에서 나타나고 있다. 해상자위대는 지난달 31일 미 해군과 남중국해에서 연합 군사훈련을 벌였다. 미 해군 제7함대 소속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과 미사일 구축함 2척,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헬기 탑재형 호위함과 구축함 2척 등이 동원됐다. 항공자위대는 이달 10일부터 28일까지 홋카이도(北海道)와 아오모리(靑森)현 주변 공역에서 호주 공군과 공동훈련을 펼친다. 항공자위대가 일본에서 호주군과 함께 훈련하는 것은 처음이다. 일본 주변 공역에서 최근 활발하게 활동하는 중국군을 견제하려는 것이 목적이다. 호주군 측에선 FA-18 전투공격기와 공중급유기가, 항공자위대 측에선 F-15 전투기 등이 참가할 예정이다. 일본의 안보전략은 미일동맹을 축으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강조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특히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및 중국의 해양 진출 견제에 주력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달 말 공개된 방위백서에서 ‘6월 북-미 회담 이후로도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기본 인식은 변함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백서는 또 △급속한 근대화 △일본 주변에서의 활동 증가 △힘을 배경으로 한 현상변경 시도 등을 중국 움직임의 특징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이 최근 수년간 전자전, 사이버 분야에서 새로운 형태로 실전적 운용능력의 진전을 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일본의 방위비는 사상 최고로 부풀어 오르고 있다. 방위성은 내년 방위비 예산안을 5조2986억 엔(약 53조2880억 원)으로 편성했다. 이는 올해 당초 예산 5조1911억 엔보다 2.1% 많고 제2차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예산을 편성한 2013년 이래 7년 연속 증가한 역대 최고치다. 예산안에는 2023년부터 운용에 들어갈 지상배치형 요격시스템(이지스 어쇼어) 도입과 관련한 비용 2352억 엔, 신형 요격미사일 ‘SM-3블록2A’ 취득비용 260억 엔, 최신예 스텔스기 F-35A 6대 도입비 916억 엔 등이 포함됐다. 일본이 이처럼 방위 분야에선 중국 견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외교 무대에선 중국에 대해 다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자국의 국익을 위해서라면 동맹관계도 경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강경한 무역정책에 맞서 중국과의 연대를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중국은 현재 미국과 관세전쟁을 벌이고 있어 무역 분야에선 일본과 어느 정도 대미 공조가 가능한 상황이다. 중일 정가에서는 중일 평화우호조약 40주년을 맞아 아베 총리가 다음 달 23일경 중국을 방문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아베 총리는 11∼13일 러시아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을 할 예정이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은퇴 연령을 둘러싼 정부와 국민들 사이의 치열한 힘겨루기가 세계 각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자민당 총재 선거(20일)를 앞두고 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4일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에서 “현재 65세까지로 돼 있는 고용 지속 연령을 더 올려 평생 현역시대를 열겠다”고 승부수를 던졌다. 반면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5일 정년을 70세까지 늘리려는 안을 4년 만에 포기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주요국 정부들은 고령화시대를 맞아 정년을 최대한 늦추려고 애쓰는 중이다. 이유는 분명하다. 우선 정년이 늘어나면 연금 수급 시기도 늦춰져 연금 기금 고갈에 따른 부담이 줄어든다. 또한 고령자들이 일을 할수록 구매력이 유지되고 세수가 늘어난다. 건강한 고령자를 늘리면 의료보장 등 복지 부담도 줄어든다. 국민들의 생각은 다르다. 일할 기회가 늘어난다고 반기는 국민도 있지만 “정부가 세금 아끼려고 일 시킨다”는 국민의 반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정년은 남자 64.3세, 여자 63.7세다. 영국 독일 일본 등 일부 국가에선 고령화시대에 발맞춰 정년을 66∼70세로 올려야 한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흘러나오고 있다. 일본이 주요국들 중 가장 높은 70세 정년을 추진하려는 것에는 일손 확보 목적도 있다. 2040년에 생산연령인구가 6000만 명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돼 고령자들도 노동시장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내년도부터 고령자 채용에 적극적인 기업을 지원하면서 내년 이후에 법 개정을 통해 고용 지속 연령을 서서히 70세까지로 연장할 계획이다. 그러나 기업들이 고령자 채용에 적극적으로 나설지는 불투명하다. 고령자 인건비가 부담일 뿐 아니라 고령자의 정년을 연장하면 그만큼 청년 고용이나 임금 인상도 저하될 수 있기 때문이다. ▼ 佛 “남편 사망후 아내에 연금 승계制 없앨것” ▼ 고령자 복지 체계가 잘 갖춰져 있는 서방 선진국들은 고민이 더 깊다. 은퇴 이후 여유로운 삶을 꿈꾸던 국민들은 정부의 정년 연장 계획에 반대하고 있다. 호주가 최근 ‘2035년까지 정년을 70세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포기한 것도 국민 저항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2014년 당시 토니 애벗 총리는 “국방 예산보다 연금 예산에 더 많은 돈이 들어간다”며 2025년 7월부터 10년 동안 70세까지 정년을 올리는 방안을 확정 지었다. 그러나 이후 강력한 반발에 부딪히면서 표류해 ‘좀비안’으로 불리며 사회 갈등만 키워 왔다. 지지율 80%를 자랑하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정년 연장 개혁안 발표 하나로 지지율이 60%대로 주저앉았다. 결국 63세까지 올리려던 여성 정년을 60세로 낮추며 후퇴했지만 반발은 여전하다. 평균 수명이 66세인 러시아 남성들은 정년을 65세로 늘리는 정부 계획에 대해 “죽을 때까지 일하란 말이냐”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프랑스 대선 때에도 정년 연장이 가장 뜨거운 감자였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62세인 정년을 손대지 않겠다고 했지만 국민들은 내년 초 발표될 예정인 연금 개혁안에 정년 연장이 포함되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년 연장은 남성보다 여성의 삶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영국 노르웨이 오스트리아 등 그동안 여성의 은퇴 연령이 남성보다 낮았던 나라 대부분이 이를 동일하게 맞추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여성들은 대체로 평균 수명은 남성보다 높지만 직업이 없는 경우가 많아 은퇴 연령이 낮았다. 남편이 죽을 경우 남은 연금 혜택을 배우자에게 받게 하는 경우도 많았다. 연금 개혁을 추진 중인 프랑스는 남편이 죽었다는 이유만으로 남은 연금 혜택을 아내가 이어받는 제도를 없애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연금을 낸 만큼 돌려주겠다는 원칙 때문이다. 이 경우 400만 명이 혜택을 잃게 되는데 그 피해자의 89%가 여성이다. 파리=동정민 ditto@donga.com / 도쿄=서영아 특파원 / 구가인 기자}
태풍 ‘제비’가 일본 열도를 휩쓸고 간 바로 다음 날 강진이 홋카이도(北海道)를 덮쳤다. NHK 집계에 따르면 6일 오전 3시 8분경 홋카이도 남부를 강타한 규모 6.7, 진도 7의 강진으로 5명이 사망하고 6명이 심폐정지 상태에 빠졌다. 또 32명이 실종됐으며 300여 명이 다쳤다. 화력발전소들이 가동을 멈추면서 홋카이도 전 지역 295만여 가구가 정전되는 초유의 블랙아웃(대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홋카이도 전체가 한꺼번에 정전된 것은 처음이다.○ “새벽에 쿵 하고 밀어 올리는 것 같더니…” 이날 홋카이도 아쓰마(厚眞)정 등 진앙에 가까운 지역에서 대규모 산사태와 가옥 파손 등 대규모 피해가 발생했다. 진도 7을 기록한 아쓰마정에서 쌀가게를 운영하는 61세 남성은 아사히신문에 “새벽에 쿵 하고 밀어 올리는 것 같아 잠을 깼다. 이후 30초가량 심한 흔들림이 이어졌다. 걸을 수 없어서 가만히 서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아쓰마정에서는 주택들이 흙더미에 묻혀 경찰과 자위대원들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진도 7은 일본 기상청의 진도 분류 체계 중 가장 높은 강도다. 기상청은 ‘서 있는 것이 불가능하고 기어가지 않으면 움직일 수 없다. 흔들림에 휩쓸려 움직이는 것이 불가능하고 튕겨 날아가는 경우도 있다’고 정의하고 있다. 홋카이도에서 규모 6.7은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23년 이후 최대 규모다. 또 일본에서 진도 7의 지진이 발생한 것은 2016년 구마모토(熊本) 지진 이후 처음이다.○ 사상 초유의 홋카이도 전역 블랙아웃 홋카이도 전 지역에 전력 공급이 끊기는 초유의 블랙아웃 사태가 발생하면서 신호등이 먹통이 되는 등 도시 기능이 마비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아사히신문은 대규모 정전 사태의 원인으로 불균형한 전력 공급망을 꼽았다. 홋카이도 전체 전력의 절반가량을 공급하는 화력발전소가 지진으로 가동이 중단된 것이 블랙아웃 사태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발전소 측은 수력발전소 4곳을 가동해 화력발전소를 재가동할 계획이나 전력 공급이 정상화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경제산업상은 이날 “홋카이도 전역의 전력이 복구되는 데는 최소 1주일가량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홋카이도의 관문인 신치토세(新千歲) 공항이 정전과 터미널 건물 천장 파손, 누수 등으로 이날 하루 운항을 중단하면서 200편이 넘는 항공기가 결항했다. 홋카이도와 본섬을 잇는 신칸센을 포함해 홋카이도 내 모든 철도도 운행이 중단됐다. 홋카이도 내 학교 대부분이 휴교했고 숙박업소나 상점가도 마비 상태다. 이번과 같은 대규모 정전은 2011년 3월 규모 9.0의 동일본대지진 때에도 발생하지 않았던 것이어서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일본 정부 신속 대응…한국인 관광객 1000여 명 발 묶여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지진 발생 22분여 만인 이날 오전 3시 30분 긴급 기자회견을 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도 오전 5시 50분 기자회견을 열고 지진 대책을 진두지휘했다. 방위성은 오전 6시부터 2만5000여 명의 자위대원을 투입하기 시작했다.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 속에 서일본 폭우, 태풍 제비에 이어 지진까지 덮치는 등 자연재해가 이어지자 일본 정계에서는 20일 열리는 자민당 총재 선거 일정을 조정하고 재난 복구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자민당은 7∼9일로 예정된 후보자의 기자회견과 연설회 등을 자숙하기로 했다. 한편 강진 당시 한국인 여행객 1000여 명이 홋카이도에 있었던 것으로 추산된다. 삿포로 총영사관에 따르면 영사관이 섭외한 피난소 4, 5곳에 한국인 여행객 400∼500명이 머물고 있다. 현지는 광범위하게 정전이 일어나 숙박, 식사, 식료품 구매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이 지진으로 한국인 여행객 1명이 치아에 금이 가는 부상을 당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또 현지에 체류하거나 방문하는 국민을 대상으로 안전 유의 문자메시지를 발송하고, 해외안전여행 홈페이지와 페이스북 등을 통해 신변 안전에 유의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 서형석 기자}
창립 42주년을 맞은 한일문화친선협회(회장 윤재명) 회원들이 5일 일본 도쿄 우에노공원에서 2년 전 설치 기증한 왕인박사 청동 동상의 높이를 확장해 제막하는 행사를 가졌다. 이날 제막식에는 일한문화친선협회 회장인 사토 아키라 중의원 의원 측 인사도 참석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일본 연구진이 ‘금보다 비싼 달걀을 낳는 닭’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일본 아사히신문이 4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 산하 산업기술종합연구소 바이오메디컬 연구진은 유전자 조작을 통해 시중 판매가로 환산해 개당 6000만 엔(약 6억 원)∼3억 엔(약 30억 원)을 호가하는 달걀(사진)을 낳는 닭을 만들었다. 연구진이 만든 닭은 암이나 간염 치료약에 효과가 있는 희귀단백질 ‘인간 인터페론β’가 포함된 달걀을 낳는다. 달걀 1개당 ‘인간 인터페론β’는 30∼60mg 함유돼 있어 시중 판매가격으로 환산하면 최고 3억 엔이 이른다는 것. 인터페론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동물의 세포에서 생산되는 항(抗)바이러스 성분의 단백질로, ‘인간 인터페론β’는 암세포의 분열을 막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대장균이나 배양세균 등을 이용해 이 성분을 만드는 방법은 개발돼 있으나 대규모 전용시설이 필요하다는 이유 등으로 비용이 많이 들었다. 새 방법을 이용하면 유효성분을 번식이 쉬운 달걀 속에서 생성시키므로 훨씬 싼값에 대량생산이 가능하다. 공동연구를 진행한 시약 제조판매기업 ‘코스모 바이오’ 측은 “새 방법으로 의약품이 만들어지면 기존 제품 가격의 절반 또는 3분의 1 정도로 (가격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아사히신문에 밝혔다. 이어 “다만 의약품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실제 효과와 안전성 확인이 필요해 당분간은 시약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일본 연구진이 ‘금보다 비싼 달걀을 낳는 닭’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일본 아사히신문이 4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 산하 산업기술종합연구소 바이오메디컬 연구진은 유전자 조작을 통해 시중 판매가로 환산해 개당 6000만 엔(약 6억 원)~3억 엔(약 30억 원)을 호가하는 달걀을 낳는 닭을 만들었다. 연구진이 만든 닭은 암이나 간염 치료약에 효과가 있는 희귀단백질 ‘인간 인터페론β’가 포함된 달걀을 낳는다. 달걀 1개당 ‘인간 인터페론β’는 30~60㎎ 함유돼 있어 시중 판매가격으로 환산하면 최고 3억 엔이 이른다는 것. 인터페론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동물의 세포에서 생산되는 항(抗) 바이러스 성분의 단백질로, ‘인간 인터페론β’는 암세포의 분열을 막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진은 수탉의 배아에서 정자의 근원이 되는 세포를 분리해 배양한 뒤 유전자조작(게놈편집) 기술을 이용해 ‘인간 인터페론β’를 만드는 유전자를 삽입했다. 이 세포를 다른 수탉의 배아에 넣어 부화시킨 뒤 태어난 수탉을 야생 암탉과 교배시키자 흰자위에 인간 인터페론β를 함유한 달걀을 낳는 암컷이 태어났다. 실제로 낳은 달걀을 보면 흰자위는 유효성분으로 하얗게 흐려져 있다. 지금까지 대장균이나 배양세균 등을 이용해 이 성분을 만드는 방법은 개발돼 있으나 대규모 전용시설이 필요하다는 이유 등으로 비용이 많이 들었다. 새 방법을 이용하면 유효성분을 번식이 쉬운 달걀 속에서 생성시키므로 훨씬 싼 값에 대량생산이 가능하다. 공동연구를 진행한 시약 제조판매기업 ‘코스모 바이오’ 측은 “새 방법으로 의약품이 만들어지면 기존제품 가격의 절반 또는 3분의 1 정도로 (가격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아사히신문에 밝혔다. 그는 “다만 의약품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실제 효과와 안전성 확인이 필요해 당분간은 시약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닭 수정란의 경우 게놈 편집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왔다. 산업기술종합연구소 오이시 이사오(大石勳) 그룹장은 정자의 근원이 되는 세포를 게놈 편집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기술을 사용하면 갖가지 유용한 단백질을 만들게 할 수가 있다”고 말한다. 도쿄=서영아특파원 sya@donga.com}
일본 기업들의 지난해 ‘내부유보(이익잉여금)’ 규모가 최고기록을 세웠다. 이런 추세는 6년 연속이다. 세계적 경기회복으로 기업의 이익은 과거 최고수준을 기록했지만 설비투자나 임금인상에는 신중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 재무성이 3일 발표한 2017년 법인기업통계에 따르면 일본 전체 기업(금융업, 보험업 제외)들의 내부유보는 전년도 대비 9.9% 늘어난 446조 4844억 엔(약 4474조 원)에 달해 최고기록을 세웠다. 반면 기업이 번 돈 중 종업원 급여나 보너스, 복리후생에 들어간 비율을 나타내는 ‘노동분배율’은 66.2%로 전년도의 67.5%에서 오히려 하락했다. 기업들의 내부유보는 전년도보다 제조업은 9.1%, 비제조업은 10.4% 증가했다. 경상이익도 전년도 대비 11.4% 늘어, 83조 5543억 엔을 기록했다. 이 역시 비교 가능한 1960년도 이래 사상 최고 액수다. 해외 경제 호황을 타고 수출을 늘린 자동차 전자부품의 매출액이 전체 통계를 끌어올렸다. 반면 노동배분율은 전년도보다 1.3% 내려가 1974년도 이래 4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 됐다. 후생노동성 조사에 따르면 2017년도 실질임금지수는 전년도보다 0.2% 줄었다. 같은 기간 일본 내 설비투자액도 5.8% 늘어난 45조 4475억 엔에 머물렀다. 일본의 노동배분율은 제 2차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이 발족하기 직전인 2012년도 72.3%를 정점으로 매년 떨어지고 있다. 이 기간 생산 활동을 통해 기업이 새로 만들어낸 ‘부가가치’는 약 39조 3700억 엔 늘었지만, 임금은 약 9조 5800억 엔 늘어난 데 그쳤다. 도쿄신문은 4일 이번 통계 결과는 아베 총리가 매년 기업에 임금인상을 요청하고 정권 간부들이 나서 설비투자 등 내부유보를 토해낼 것을 촉구해왔지만 충분한 효과가 없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사히신문은 “국내시장 성숙으로 수익이 늘어도 기업이 자신감 있게 투자할 수 있는 범위는 한정돼 있다”고 지적했다. 요미우리신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등의 영향으로 기업이 투자에 신중을 기한 결과”라고 해석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벌겋게 달궈진 쇳덩이를 때리고 구부리고 닦아 만드는 금속공예, 옻나무에서 나오는 진액을 정제해 칠하고 건조하고 연마하는 과정을 수십 번 반복하는 칠기…. 일본의 전통 제조업은 수십 년에 걸쳐 배양한 장인의 감과 기술이 합쳐진 결정체이지만 대부분 마을공장 수준의 영세업체 수준에 머물러 왔다. 이런 전통기술을 가진 장인들이 모두 고령이 된 반면 인구 감소 등의 영향으로 후계자를 찾지 못해 명맥이 끊어질 위기에 놓인 경우가 적지 않다. 취업 사이트에는 전통공예 견습생을 찾는다며 월 20만 엔(약 200만 원) 선의 급여를 제시하는 구인광고가 줄을 잇는다. 일본 총무성이 위기에 처한 장인 기술을 구하기 위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분석 보존하는 작업을 내년부터 시작하기로 했다고 3일 요미우리신문이 보도했다. 이 작업은 장인의 손에서 손으로 전해져 내려온 전통기술 작업 공정을 세밀하게 데이터화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장인의 작업 공정을 카메라로 촬영하거나 팔에 센서를 달아 손가락이나 팔의 움직임 등의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렇게 수집된 방대한 데이터는 AI로 분석해 필요한 정보를 추출해내 영상데이터나 교재로 정리한다. 교재는 공장이나 지역공업조합 등에서 후계자 육성에 사용된다. 후계자가 없거나 기술 계승이 일단 끊겼더라도 장인 기술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교재와 영상 데이터가 있기 때문에 나중에 전수를 희망하는 인재가 나타나면 관련 기술을 부활시킬 수 있을 것으로 일본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주로 숙련도와 감에 의존해 온 전통기술 공장들에 최신 기술을 접목시켜 장인 기술 계승을 돕겠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당장 내년부터 5개 지역에서 실증실험을 하기로 하고 2019년도 예산안에 관련 예산 4억 엔(약 40억500만 원)을 포함시켰다. 실험은 직물, 공예품, 금속가공, 용접 등 폭넓은 분야에서의 장인 기술을 대상으로 하며 참가 단체는 공개모집으로 결정한다. 기술 장인이 있는 기업이나 단체가 지방자치단체나 정보기술(IT)기업 등과 함께 실험에 참가하게 된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중년 세대들과 얘기하다 보면 자녀들에게 아무 조언을 해줄 수 없어 고민이란 말을 많이 듣는다. 오늘보다 내일이 풍요로워지고 민주화될 거라는 믿음 속에 살아온 기성세대의 경험이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전혀 참고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학생인 딸아이에게서 듣는 얘기는 한술 더 뜬다. 성장 기간 내내 경쟁에 시달려온 아이들은 진로를 고민할 때 로봇이나 인공지능(AI)과의 경쟁을 걱정하고 있다. 가령 회계사 은행원 딜러 같은 직업은 어렵사리 자리를 얻더라도 AI에 밀려날 직업 1순위로 꼽힌다. 교사도, 의사도, 통역사도… 공무원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 “요리나 패션 같은 건 AI가 사람을 못 따라가지 않을까”라고 말하는 순간 신문에는 ‘패션 코디도 AI가 한다’는 기사가 보인다. 운전 자동화는 이미 현실이 됐다. 도쿄에서는 2020년 일부 지역에서 자율 운전 택시를 상용화한다는 계획하에 시험 운전을 시작했다. 장기 바둑 체스는 물론이고 소설도 AI가 쓰는 세상이다. 그 진보의 속도는 머잖아 사람의 일을 기계에 빼앗길 것이란 우려에 현실감을 더해준다. 서구에서 벌써부터 로봇의 노동으로 생산하는 경제적 가치에 부과하는 세금인 로봇세나 국민 모두에게 주어지는 기본소득제 논의가 나오는 이유다. 그러던 중 일본의 젊은 작가가 쓴 ‘미래 직업소개소’(이스카리 유바 작)라는 신간 소설을 보게 됐다. 일본인 대부분이 일하지 않게 된 미래 세계 얘기다. 인구 99%가 직업 없이 정부가 지급하는 생활기본금으로 살아가는 ‘소비자’가 되고 나머지 1%만이 ‘생산자’로서 노동하는 사회다. 직원 2명인 작은 직업소개소를 무대로 한 이 소설에는 일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에서 일부러 일을 원하는 사람들의 사연과 여전히 기계가 대체하지 못한 직업들이 등장한다. 소설 속 운영자에 따르면 직업소개소를 찾는 고객은 세 부류다. 돈이 필요한 사람, 심심한 사람, 사회에 공헌하고 싶은 사람. 미래에도 기계로 대체할 수 없는 직업으로는 자동 운전 자동차가 사고를 일으켰을 때 대신 책임을 지고 그만두게 하기 위한 용도의 공무원, 인도의 초일류 일식 레스토랑이 입구에서 고객들에게 인사하는 역할을 맡기기 위해 구인 의뢰한 일본인 점원 등이 나온다. 졸업생의 30%가 생산자가 되는 일류 대학을 나온 한 고객은 노예처럼 묶이는 생활이 싫다며 소비자의 삶을 택한 뒤 수십 개의 자격증을 따는 것으로 무료함을 달랜다. 결혼은 싫지만 2세는 남기고 싶은 그는, 무성생식으로 자신의 클론을 만들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직업소개소를 찾는다. 놀랍게도 저출산 문제는 오히려 해결돼 있다. 생활기본금은 머릿수대로 주어지니 가족 규모가 어느 정도 돼야 여유 있게 살 수 있다. ‘소비자’들은 학교를 졸업하면 바로바로 결혼해 가정을 꾸리는 게 상식이 된다. 생산자가 소비자보다 수입이 많긴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생산자가 되겠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는다. 읽다 보니 소설의 배경이 한국이라면 조금 다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뇌리를 스친다. 상승욕구가 강한 한국인이라면 너도나도 1%의 생산자가 되기 위해 무한경쟁에 나서지는 않을까. 그런데, 평생 먹고사는 데 불안이 없는 세상에서도 상승욕구는 샘솟는 걸까. 일을 하나 하지 않으나 마찬가지인 세상이 온다면 나는 어떤 인생을 택할까 등…. 어쩌면 우리는 삶의 의미와 목표가 완전히 달라진 세상을 준비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당장 내일, 한 달 후, 1년 후를 살아내야 하고 그것들이 쌓여 미래를 열어갈 것이란 점도 분명하다. 곧 자율주행차 시대가 열린다면서도, 아이는 운전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서영아 도쿄 특파원 sya@donga.com}
일본 중앙부처의 80%가 장애인 의무고용 비율 2.3%를 넘기기 위해 질병에 걸린 소속 직원을 장애인으로 계산하는 등 물타기를 해온 것으로 알려져 분노가 확산되고 있다. 민간을 규제하는 정부가 스스로는 규제를 지키지 않으며 장애인 의무 고용을 위한 입법 취지를 훼손하고 있었다는 것. 29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후생노동성은 중앙부처의 80%에 해당하는 27개 행정기관에서 모두 3460명이 부적절하게 장애인으로 산입돼 있었다고 발표했다. 이는 중앙부처에 고용된 장애인(6900여 명)의 절반이 넘는 수치다. 이에 따라 정부의 장애인 고용률은 지난해 발표된 2.49%에서 1.19%로 낮아졌다. 부적절 장애인은 국세청이 1022명으로 가장 많았고 국토교통성이 603명으로 뒤를 이었다. 부처들은 사망한 직원이나 우울증으로 휴직한 직원을 장애인에 포함하고 본인 확인 절차 없이 건강검진 결과만 보고 장애인으로 산입하는 등의 방식으로 물타기를 했다. 인사 서류에 본인이 쓴 건강상태나 병명을 기초로 당뇨병 녹내장 신장암 환자를 장애인 고용 수에 더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민간기업은 1976년부터 장애인고용촉진법에 따라 일정 비율 이상의 장애인을 고용해야 한다. 문제는 민간기업은 3년마다 외부 기관에 의한 점검을 받게 하고 법정 고용률에 미달하면 벌금을 부과하는 등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지만 중앙부처나 지자체에는 점검 구조 자체가 없다는 점이다. 민간기업은 의무고용 비율에 못 미치면 모자라는 장애인 1인당 월 5만 엔(약 50만 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법정 고용률을 넘기면 장애인 1인당 월 2만7000엔의 조정금을 받는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북한과 일본이 7월 베트남에서 미국에 알리지 않고 ‘비밀회담’을 했으며 이에 대해 미국 고위 관리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8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7월 베트남 회담에 일본에서는 정보기관인 내각정보조사실 수장 기타무라 시게루(北村滋) 내각정보관이, 북한에서는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전선책략실장이 참석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행정부 고위 관리가 미국이 대북 협상과 관련해 진전 상황을 계속 업데이트해 줬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이 회담에 대해 미국에 알리지 않았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고 신문은 전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29일 이 보도의 사실관계 확인을 요구받자 “그런 보도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면서도 “보도된 사안 하나하나에 대해 정부가 코멘트 하는 것은 삼가겠다”고 답했다. 스가 장관은 부인하기 어려운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노코멘트’로 일관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스가 장관은 이날 WP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6월 백악관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회담할 때 ‘2차대전 당시 진주만 공습을 잊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보도한 내용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의 ‘진주만’ 발언이 일본과의 무역 협상에 앞서 기선을 잡기 위한 것이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8번을 만나고 20차례 이상 전화 통화를 하는 등 돈독함을 자랑했던 미일 두 정상은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냉랭한 기류를 이어온 것이 사실이다. 두 정상은 이달 22일 미국 측의 요청으로 2개월 만에 전화 회담을 갖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실현될 때까지 북한을 상대로 한 강한 제재를 유지한다”는 뜻을 확인하고 9월 뉴욕 유엔 총회 때 만나자고 약속했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대북 접근법과 대일본 무역적자에 대한 공격으로 난관에 처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월 아베 총리가 미국을 찾았을 때 “일본인 납치 문제를 북-미 정상회담에서 언급하겠다”고 약속한 것을 제외하면 회담 시간 대부분을 일본의 무역정책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고 양자 간 무역 협상을 종용하는 데 할애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