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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 군단’ NC가 5전 3승제 준플레이오프(준PO)를 접수하는 데는 딱 3경기면 충분했다.프로야구 정규시즌 4위 NC는 25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준PO 3차전에서 3위 SSG의 추격을 7-6으로 뿌리치며 시리즈 전적 3승 무패로 플레이오프(PO)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5전 3승제로 진행한 역대 15번의 준PO에서 3연승으로 시리즈를 끝낸 건 2008년 삼성에 이어 NC가 두 번째다. NC는 이날 승리로 2017년 이후 6년 만에 PO 무대를 밟는다. 인천에서 열린 1, 2차전을 모두 쓸어 담았던 NC는 이날도 1회말부터 5안타를 몰아치며 3점을 뽑았다. NC는 공격 시작고 함께 무사 1, 2루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3번 타자 박건우가 3루수 앞 병살타를 치면서 불이 꺼지는 듯했다. 그 순간 마틴, 권희동, 서호철의 3연속 안타가 나오면서 3-0으로 달아났다. SSG도 이내 따라붙었다. 2회초 2사 만루 기회에서 2번 타자 에레디아가 NC 선발 태너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골라내며 1-3으로 추격을 시작했다. 다음 타자 최정이 태너의 2구째 패스트볼을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기는 그랜드슬램으로 연결하면서 5-3으로 승부를 뒤집었다. 최정이 포스트시즌(PS) 경기에서 만루홈런을 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홈런 한 방으로 4타점을 쓸어 담은 최정은 43타점으로 홍성흔(42타점)을 넘어 PS 통산 최다 타점 신기록도 썼다. SSG의 리드는 그리 길지 않았다. NC는 2회말 1사 1, 2루에서 박건우가 좌전 적시타를 치면서 4-5, 1점 차로 따라붙었다. 이어 4번 타자 마틴이 SSG 노경은의 초구 슬라이더를 공략해 우측 담장을 넘기는 3점 홈런을 치면서 7-5로 승부를 뒤집었다. 마틴의 홈런은 이날 승부를 가른 결승타가 됐다. 경기 초반에는 화끈한 타격 쇼가 이어졌지만 4회초 SSG가 한유섬의 적시 2루타로 6-7을 만든 이후 양 팀 모두 0의 행진을 이어갔다.7회초 NC는 류진욱이 2사 후 김성현, 오태곤에게 연속 볼넷을 내주면서 위기를 맞기도 했다. 특히 오태곤에겐 12구 승부 끝에 볼넷을 허용했다. 동점 기회를 잡은 SSG는 이재원의 타석에 왼손타자 최주환을 대타로 기용했다. 이에 NC가 왼손투수 임정호를 마운드에 올리자 다시 대타 강진성을 기용하는 승부수를 걸었다. 그러나 강진성이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나며 기회를 놓쳤다. 고비를 넘긴 NC는 9회초 마무리투수 이용찬이 SSG 타선을 삼자범퇴 처리하며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날 경기에서는 총 19개의 사사구가 나왔다. 역대 준PO 최다 사사구 기록이다. 종전 기록은 2010년 두산과 롯데의 준PO 4차전에서 나왔던 15개다. 기자단 투표결과 NC 불펜투수 김영규가 준PO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김영규는 총 78표 중 37표(47.4%)를 받았다. 준PO 3경기에 모두 등판한 김영규는 3과 3분의 2이닝 동안 실점 없이 1승 2홀드를 기록했다. 경기 MVP는 4타수 2안타(1홈런) 3타점을 기록한 마틴에게 돌아갔다.승장 강인권 NC 감독은 경기 뒤 “중간불펜이 자기 역할 충분히 잘해주면서 좋은 분위기로 준PO 마칠 수 있었다. 선수들 체력적, 정신적으로 피로도가 높을 것 같은데 다행히 휴식 시간을 벌었다. KT전도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디펜딩 챔피언’ SSG는 3경기 만에 올해 가을야구를 마무리했다. 특히 준PO에서 만루홈런을 치고도 경기를 내준 첫 번째 팀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김원형 SSG 감독은 “오늘 승리해서 내일 경기를 해야 했는데 패배해서 아주 아쉽다. 1년 간 선수들이 매 경기 최선을 다하고 집중한 모습에 고마움을 전한다”고 소감을 남겼다. NC는 30일 막을 올리는 PO(5전 3승제)에서 정규시즌 2위 KT와 맞붙는다. 프로야구 9번째 구단 NC와 10번째 구단 KT가 가을야구 무대에서 만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올 시즌 상대전적에선 KT가 10승 6패로 앞섰다. 정규시즌 다승(20승), 평균자책점(2.00), 탈삼진(209개) 3관왕에 오르고도 시즌 막판 오른 팔뚝 부상으로 와일드카드 결정전과 준PO를 모두 건너뛴 NC 에이스 페디의 활용 방안에 관심이 쏠린다. 강 감독은 “(준PO) 4차전이 있었다면 페디를 선발로 내려고 했다. 현재로서는 다른 변수가 생기지 않는 이상 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로 페디가 나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이강철 KT 감독은 “포스트시즌에서 NC의 저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도 방심하지 않고 준비한 대로 경기에 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창원=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창원=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이만수 전 프로야구 SK(현 SSG) 감독(65·사진)은 20일 라오스 야구 대표팀 선수들과 함께 상의를 벗고 라오스 대통령 궁 앞을 달렸다. 라오스에서 ‘야구 전도사’로 통하는 이 전 감독이 첫 승 공약을 지킨 것. 라오스 야구 대표팀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예선 라운드에서 싱가포르를 8-7로 꺾고 이 대회 출전 역사상 첫 승을 거뒀다. SK 수석코치였던 2007년에도 팬티 바람으로 만원 관중 달성 세리머니에 나섰던 ‘헐크’의 다음 공약이 기대된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국내에서 열리는 유일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대회가 돌아온다. 19일부터 나흘간 경기 파주 서원힐스 컨트리클럽(파72)에서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이 열린다. 15일 중국에서 끝난 LPGA 뷰익 상하이 대회부터 4주간 아시아 지역에서 경기를 치르는 ‘아시안 스윙’ 중 하나다. 이번 대회엔 세계랭킹 1위 릴리아 부(26·미국)를 비롯한 랭킹 톱5 등 최정상급 선수들이 총출동한다. 부는 올 시즌에만 3승을 거뒀다. 2위 인뤄닝(21·중국)과 3위 고진영(28)은 나란히 2승씩 챙겼다. 올해 LPGA투어 우승자 22명 중 19명이 이번 대회에 나선다. 신인왕 타이틀을 놓고 경쟁 중인 유해란(22)과 호주 교포 그레이스 김(23)도 자존심 대결을 벌인다. 우승 상금 33만 달러(약 4억5000만 원)를 포함해 총상금 220만 달러(약 29억8000만 원)가 걸린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은 참가 선수 78명이 컷 탈락 없이 승부를 가린다. 고진영은 세계 4위 넬리 코르다(25·미국), 13위인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26)와 1라운드에서 동반 플레이를 펼친다. 세 선수는 7월까지 세계 1∼3위 자리를 두고 줄곧 경쟁했다. 고진영은 2021년 이 대회 정상에 올랐다. 리디아 고는 디펜딩 챔피언이다. 고진영은 대회 개막을 이틀 앞둔 17일 대회장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을 통해 “국내에서 열리는 대회라고 해서 부담감을 갖기보다는 다른 대회와 똑같이 준비하고 경기를 할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코르다는 2019년 이후 4년 만에 다시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문을 두드렸다. 올해 초까지 6년간 한화큐셀 골프단 소속으로 뛰었던 코르다는 한국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선수다. 코르다는 “한국에서 경기를 하면 골프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다. 한국 팬들 앞에서 경기하는 것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했다. 국내 팬들에게 특히 반가운 얼굴이 있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에서 뛰고 있는 신지애(35)가 이번 대회에 참가한다. 신지애의 국내 대회 출전은 2020년 8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대유위니아 MBN 여자오픈 이후 3년 2개월 만이다. 올해 일본투어에서 2승을 수확한 신지애의 세계랭킹은 16위로 한국 선수로는 고진영, 6위 김효주(28) 다음으로 높다. 올해 신지애는 LPGA투어 메이저대회인 US 여자오픈 공동 2위, AIG 여자오픈 3위를 차지했다. 신지애는 “일본에서 오래 뛰면서 그 분위기에 너무 적응했다. 새로운 자극이 필요했다. 설렘 가득한 긴장감은 오랜만이어서 준비하는 동안 즐거웠다”며 이번 대회 출전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 중 최고참인 신지애는 후배 고진영에게 “골프 선수가 골프를 신경 쓰는 건 당연하지만 때로는 힘을 빼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신지애는 김효주, 에인절 인(25·미국)과 1라운드 경기를 함께 한다. 2일 끝난 월마트 NW 아칸소 챔피언십에서 LPGA투어 첫 우승을 따낸 유해란은 “컷 탈락 없이 나흘간 팬들 앞에서 경기할 수 있어 좋다”며 웃었다. 2019년 시작된 LPGA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은 올해 4회째를 맞았다. 2019, 2021년에는 부산, 2022년엔 강원 원주에서 개최됐다. 2020년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대회가 열리지 않았다.파주=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프로배구 여자부 GS칼텍스가 ‘뉴 체인지, 뉴 챌린지(New Change, New Challenge)’라는 공식 슬로건과 함께 2023~2024시즌을 본격 시작했다. 그 일환으로 11일 서울 강남구 GS타워 아모리스홀에서 출정식을 개최했다. 선수단과 사내 임직원들의 자발적 후원모임인 후원회가 함께 호흡하고 공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허세홍 구단주가 참석해 선수단 전원에게 사인을 받고 다양한 레크리에이션 활동에 참여하며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어 13일에는 안방구장인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300여명의 팬과 함께 팬출정식을 개최했다. 일부 신인들을 제외한 선수단 전원이 KOVO컵 대회 우승 세리머니, 미니게임, 시즌 기원행사, 하이파이브 등으로 팬들과 함께 시즌 준비를 마쳤다. GS칼텍스는 앞서 7월 일본 이바라키현 전지훈련에서 팬 참관단 행사, 9월 자선 경매 행사를 열기도 했다. 자선 경매를 통해 발생한 수익금 전액(약 1100만 원)은 대한사회복지회에 기부될 예정이다. GS칼텍스는 20일 정관장과의 안방 경기로 정규리그 일정을 시작한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지난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 엘링 홀란(맨체스터시티)은 이번 시즌에도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다. 리그 8경기에서 8골을 넣었다. 홀란의 득점포 위력은 국가대표 유니폼으로 갈아입어도 달라지지 않는다. 노르웨이 국가대표인 홀란은 유럽축구선수권대회인 ‘유로 2024’ 예선에서 5경기 6골을 기록 중이다. 6경기씩 뛴 로멜로 루카쿠(벨기에·9골),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7골)에 이어 득점 공동 3위에 올라 있다. 하지만 현역 최고의 골게터로 평가받는 홀란도 혼자서는 팀을 유로 본선 직행으로 이끌지 못했다. 노르웨이는 16일 스페인과의 유로 2024 예선 A조 경기에서 0-1로 졌다. 이로써 3승 1무 3패로 승점 10에 머문 노르웨이는 유로 본선 직행에 실패했다. 각 조에 5, 6개 팀씩 10개 조로 나뉘어 치르는 예선에선 조 1, 2위가 본선에 직행하는데 노르웨이는 남은 한 경기를 이겨도 나란히 승점 15를 기록 중인 스페인과 스코틀랜드를 넘어서지 못한다. 노르웨이는 본선 티켓 3장이 걸려 있는 플레이오프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홀란은 이날까지 노르웨이가 치른 예선 7경기 중 5경기에 출전해 팀 전체 득점(11골)의 절반이 넘는 6골을 터트렸다. 그런데도 노르웨이가 유로 본선 직행에 실패하자 유럽 매체에선 ‘홀란이 라이언 긱스(50)의 길을 따라 걷게 되는 건 아닌가’ 식의 보도도 나왔다. EPL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으로만 23시즌을 뛴 긱스는 632경기, 109골, 162도움을 기록한 레전드 선수다. 하지만 월드컵에는 한 번도 출전하지 못했다. 그가 유럽 내에선 상대적으로 전력이 약한 웨일스 국가대표였기 때문이다. 웨일스는 긱스 은퇴 이후인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에 나갔는데 64년 만의 월드컵 출전이었다. 노르웨이도 1998년 프랑스 대회 이후 월드컵 무대를 밟지 못하고 있다. 유로 본선도 처음 참가한 2000년 대회가 마지막이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너를 낳아서 그만둘 수밖에 없었어’라고 말하고 싶지 않았다.” 김자인(35)은 전국체육대회 스포츠클라이밍 여자 리드 은메달을 딴 뒤 두 살배기 딸을 언급했다. 출산 후에도 스무 살 가까이 어린 후배들과 계속 경쟁하는 이유는 딸에게 자랑스러운 엄마로 기억되고 싶어서다. 스포츠클라이밍 3개 종목 여자부 세계랭킹 10위 안에 이름을 올린 30대 선수는 김자인(리드 7위)뿐이다. 내년 파리 올림픽 시상대에 딸과 함께 서겠다는 엄마 김자인의 도전을 응원한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올해 돈을 가장 많이 번 축구 선수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알나스르·사진)인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2023년 세계 축구 선수 수입 순위’를 발표했는데 2억6000만 달러(약 3523억 원)를 벌어들인 호날두가 1위를 차지했다. 하루에 약 9억6000만 원을 번 셈이다. 호날두의 수입은 2위를 한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의 1억3500만 달러보다 2배 가까이로 많았다. 호날두는 사우디아라비아 리그로 이적하는 과정에서 2억 달러의 연봉 수입을 챙긴 것으로 추산됐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던 호날두는 올해 1월 사우디 리그의 알나스르로 이적했다. 호날두는 나이키 등 후원사로부터 챙긴 수입도 6000만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알힐랄 소속인 네이마르(1억1200만 달러)가 3위, 알이티하드의 카림 벤제마(1억600만 달러)가 5위에 이름을 올렸다. 네이마르와 벤제마를 포함해 연간 수입 톱5 중 3명이 사우디 리그 소속이었다. EPL의 맨체스터시티에서 뛰고 있는 엘링 홀란(5800만 달러)이 6위였는데 수입은 5위 벤제마의 절반이었다. 사우디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그만큼 많은 돈을 챙긴다는 의미다. 호날두는 14일 자국 포르투갈에서 열린 슬로바키아와의 2024 유럽선수권대회(유로 2024) 예선 J조 7차전에서 2골을 넣으며 자신이 갖고 있는 A매치 통산 최다 골 기록을 125골로 늘렸다. 이날 경기 전반 29분에 페널티킥 골을 넣은 호날두는 후반 27분에도 골망을 흔들면서 포르투갈의 3-2 승리를 이끌었다. 호날두는 A매치 통산 최다 출전 기록도 202경기로 늘렸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스피드는 빨라졌지만 팀워크는 과거에 비해 약해진 것 같다.” 태국 여자배구 대표팀 주전 세터이자 프로배구 여자부 IBK기업은행에 아시아쿼터(AQ) 선수로 합류한 폰푼(30·사진)은 ‘최근 한국 여자배구를 어떻게 평가하느냐’란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태국은 올해 한국과 세 차례 맞붙어 세 번 모두 이겼다. 2023∼2024시즌 V리그 여자부 개막 미디어데이가 열린 12일 서울 강남구 리베라호텔에서 행사 전 만난 폰푼은 “김연경(35·흥국생명)이 대표팀에서 은퇴했지만 한국은 여전히 강하고 무서운 팀이다. 다른 선수들도 김연경처럼 성장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며 한국 대표팀에 응원을 보내기도 했다. 세대교체라는 과제를 안게 된 건 한국과 태국이 마찬가지였다. 태국 여자배구도 1980년대생이 주축이던 ‘황금세대’가 한국에 밀려 2021년 도쿄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한 뒤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다. 그러면서 ‘전성기가 지나갔다’란 평가를 들었지만 폰푼이 한 박자 빠른 세트(토스)로 공격을 이끌면서 오히려 전성기를 새로 맞았다. 태국은 지난달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중국을 꺾고 10년 만에 우승한 데 이어 항저우 아시안게임 동메달까지 목에 걸었다. 국제 무대 경험이 풍부한 폰푼은 올해 4월 열린 AQ 드래프트 때도 참가자 가운데 ‘최대어’로 손꼽혔다. IBK기업은행이 구슬 추첨을 통해 1순위 지명권을 얻자 김호철 감독은 망설임 없이 폰푼을 선택했다. 남자부에서는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진 우리캐피탈이 2009∼2010시즌 블라도(40·세르비아)에게 공격 조율을 맡긴 적이 있지만 여자부에서는 폰푼이 역대 1호 외국인 세터다. 폰푼은 “15년 전 한국으로 전지훈련을 왔었는데, 그때 팬들의 뜨거운 응원을 보고 무조건 한국에 오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비시즌 기간에 연이어 국제대회를 치른 폰푼은 V리그 개막(14일)을 나흘 앞둔 10일에야 입국해 팀에 합류했다. 팀 합류 시기가 늦은 만큼 김 감독은 상황을 봐가며 폰푼의 선발 투입 시점을 저울질할 계획이다. 폰푼은 “세터로서 호흡을 맞춰볼 시간이 짧았던 게 걱정되지만 팀원들과 서로 이해해가며 좋은 경기를 풀어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러면서 “감독님께서 ‘네가 원하는 대로, 네 스타일대로 해보라’고 하셨다”며 “주변에서 감독님이 무섭다고 하는데 오히려 유머러스하시다. 세터 출신인 감독님이 세터에게 화내실 일은 없게끔 하겠다”고 다짐했다. IBK기업은행은 지난 시즌 6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그러나 올 시즌을 앞두고 AQ 드래프트뿐만 아니라 외국인 드래프트에서도 전체 1순위 지명권을 따내 아베크롬비(28·미국)까지 선발하면서 다크호스 후보로 평가받고 있다. 폰푼은 “모두가 우승을 말하지만 세터는 언제나 계획을 세운다. 일단 팀이 3위 이내에 오르는 걸 1차 목표로 삼고 그 목표를 달성하면 다시 계획을 짤 것”이라면서 “베스트7 세터상은 꼭 받고 싶다”며 웃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한국 배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여자 대표팀은 5위, 남자 대표팀은 7위에 그쳤다. 남녀 배구 대표팀이 아시안게임에서 메달 획득에 나란히 실패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런 위기 속에서 프로배구 V리그가 20번째 시즌을 맞는다. 14일 남자부 대한항공-현대캐피탈, 여자부 한국도로공사-흥국생명의 경기를 시작으로 내년 3월 17일까지 155일간 정규시즌 일정을 이어간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출범 20주년을 맞아 굵직한 변화를 시도했다. 대표적인 게 아시아쿼터 도입이다. 올 시즌부터 기존 외국인 선수 1명 이외에 추가로 아시아 국가 출신 선수가 1명 더 각 구단에 합류한다. 선수 수급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국내 선수들의 연봉 인상률을 억제해 보자는 것이 아시아쿼터를 도입한 취지다. 특히 여자부 아시아쿼터 드래프트 1순위로 IBK기업은행 유니폼을 입은 폰푼(30)을 비롯해 현대건설의 위파위(24), 한국도로공사의 타나차(23) 등 ‘태국 국가대표 삼총사’의 활약이 기대를 모은다. 지난달 아시아선수권대회 정상을 차지한 태국은 이번 아시안게임 동메달도 따냈다. KGC인삼공사에서 이름을 바꾼 정관장의 메가(24·인도네시아)는 V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히잡을 쓰고 경기를 뛰는 선수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남자부에서는 삼성화재의 에디(24)와 OK금융그룹의 바야르사이한(25)이 주목을 받는다. 두 선수 모두 몽골 출신으로 국내 대학 무대를 거쳐 아시아쿼터로 V리그에 합류했다. 에디는 성균관대에 이어 프로 팀에서도 김상우 감독(50)과 한솥밥을 먹게 됐다. 공도 바꿨다. KOVO는 국제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한국 스타스포츠에서 만든 ‘그랜드챔피언’ 대신 일본 미카사 제품인 ‘V200W’로 경기를 치르기로 했다. V200W는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등 국제배구연맹(FIVB) 주관 대회에서 사용하는 공이다. 미카사 공은 7, 8월 열린 구미도드람컵 대회를 통해 이미 국내 무대 데뷔전을 치렀다. 여자부 GS칼텍스 리베로 한다혜(28)는 “미카사 공이 좀 더 흔들림이 심한 느낌이다. 리시브 때 공의 낙하 지점을 판단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지도자가 늘어난 것도 달라진 점이다. 지난 시즌까지는 남자부에는 토미 틸리카이넨 대한항공 감독(36·핀란드), 여자부에는 마르첼로 아본단자 흥국생명 감독(53·이탈리아)만이 외국인 사령탑이었다. 새 시즌에는 남자부 OK금융그룹에 오기노 마사지 감독(53·일본), 여자부 페퍼저축은행에 조 트린지 감독(36·미국)이 합류하면서 남녀부 모두 외국인 감독이 두 명으로 늘었다. 이에 따라 V리그 역사상 첫 외국인 감독 맞대결도 열리게 된다. 22일 인천에서 열리는 흥국생명과 페퍼저축은행 경기가 V리그 출범 후 첫 외국인 감독 맞대결이다. 남자부에서는 다음 달 7일 역시 인천에서 열리는 대한항공과 OK금융그룹 경기에서 외국인 감독끼리 첫 맞대결을 벌인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상대가 때린 셔틀콕이 네트에 걸리며 경기가 끝났다. ‘셔틀콕 천재’ 안세영(21)은 코트 위에 쓰러지듯 드러누웠다. 가쁜 숨을 잠시 고른 안세영은 90분의 혈투 동안 수없이 그래 왔던 것처럼 오른쪽 무릎 통증을 참아내며 일어섰다. 훌쩍이며 왼쪽 가슴 위 태극기에 입을 맞춘 안세영은 양 손가락을 머리 위에 펼쳐 왕관을 만들어 보였다. 아시아 배드민턴에 새로운 여왕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안세영이 항저우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체전에 이어 단식까지 제패하며 대회 2관왕에 올랐다. 여자 단식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은 7일 중국 항저우 빈장체육관에서 열린 결승에서 ‘숙적’ 천위페이(25·중국·3위)를 2-1(21-18, 17-21, 21-8)로 물리쳤다. 이전까지 아시안게임 여자 단식 정상을 차지한 한국 선수는 29년 전인 1994년 히로시마 대회 때 방수현(51)뿐이었다. 천위페이는 안세영의 아시안게임 데뷔전이었던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때 단식 첫 경기(32강전)에서 탈락의 아픔을 선물했던 선수다.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도 천위페이는 안세영을 8강에서 제압한 뒤 결국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해까지 천웨페이에게 상대 전적 1승 8패로 밀리던 안세영은 올해 들어 6승 2패로 분위기를 뒤바꿨다. 앞서 1일 열린 단체전 결승 제1경기(단식) 때도 천위페이를 2-0(21-12, 21-13)으로 물리쳤다. 안세영은 개인 단식 결승에서도 1세트 초반부터 주도권을 잡았다. 관중들은 항저우가 고향인 천위페이에게 일방적인 응원을 보냈지만 안세영은 18-16으로 앞서갔다. 이 상황에서 몸을 던져 수비에 나선 안세영은 천위페이에게 18-17 추격을 허용한 뒤 오른쪽 무릎을 움켜잡았다. 안세영은 경기 뒤 “무릎에서 ‘딱’ 하는 소리가 나며 어긋난 느낌이 들었다. 아무 생각 없이 정신만 바짝 차리자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관중석에 있던 어머니 이현희 씨(48)는 무릎을 부여잡은 딸을 향해 “그만해. 기권해도 돼”라고 소리쳤다. 이 씨는 “더 다치면 안 되니까 기권하자 (관중석에서) 그렇게 말했는데, 안 멈추기에 응원을 진짜 못 하겠더라”라고 했다. 안세영은 경기 후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리진 않았다. 들렸어도 기권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일단 응급 조치를 한 채로 1세트를 따낸 안세영은 세트 종료 후 붕대를 새로 감았지만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느려졌다. 안세영은 결국 2세트에서 패하며 이번 대회 단식에서 처음으로 세트를 내줬다. 안세영은 3세트 시작과 함께 5-0으로 치고 나가면서 부활을 알렸다. 쓰러질 듯 쓰러지지 않는 안세영의 모습에 도리어 당황한 건 천위페이였다. 안세영은 20-8이 돼서야 승리를 확신한다는 듯 주먹을 움켜쥐었고 이어 천위페이의 공격이 네트에 걸리면서 금메달을 확정했다. 시상식 뒤 다리를 절뚝이며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 나타난 안세영은 “다행히 걸을 수 있는 정도다. (아시안게임 결승이) 다음에 또 올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 이 시간은 다시 오지 않을 거라 생각해서 꿋꿋이 경기에 임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이 금메달 하나 따려고 나도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했다. 경기 중에 정신 차리려고 내 얼굴도 때려봤다. 정말 경기가 어떻게 끝났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력으로 뛰었다. 그 어느 순간도 이길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한 점, 한 점만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천위페이 덕분에 이렇게 명경기를 뛸 수 있게 돼서 너무 감사하다”며 상대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안세영은 이제 채 1년도 남지 않은 파리 올림픽을 정조준한다. 안세영은 올림픽,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모두 우승하는 그랜드슬램에 도전하고 있다. 올해 세계선수권과 아시안게임에서 정상에 올랐지만 아시아선수권에서는 준우승에 그쳤다. 안세영은 “목표는 늘 그랜드슬램이다. 그 목표까지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항저우=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역도 요정’ 박혜정(20)이 한국 역도 선수로는 13년 만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들어 올렸다. 박혜정은 7일 중국 항저우 샤오산 스포츠센터 체육관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역도 여자 87kg 이상급(최중량급) 경기에서 인상 125kg, 용상 169kg을 들어 합계 294kg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한국 역도 선수가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한 건 2010년 광저우 대회 여자 75kg 이상급(당시 최중량급) 챔피언 장미란(40)이 남녀부를 통틀어 마지막이었다. 손영희(30)도 합계 283kg(인상 124kg, 용상 159kg)을 들면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 이어 또 한 번 은메달을 가져왔다. 한국 여자 역도 선수가 같은 체급에서 아시안게임 금·은메달을 나란히 차지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남자부에서는 1990년 베이징 대회 때 110kg급 김태현(54), 전상석(53) 등 총 세 번이 있었다. 이 체급 세계기록(합계 335kg) 보유자인 리원원(23·중국)이 부상으로 이번 대회에 출전하지 않으면서 박혜정은 우승 1순위 후보로 꼽혔다. 그러나 손영희가 인상에서 박혜정을 단 1kg 차로 추격하면서 금메달 레이스가 치열하게 전개됐다. 용상 2차 시기에서도 박혜정(160kg)보다 1kg 모자란 159kg을 든 손영희는 3차 시기에 자신이 보유한 한국기록(169kg)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반면 박혜정은 3차 시기에 169kg을 들어 올리며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박혜정은 마지막 3차 시기에 대해 “계속 몸이 떨렸다”면서도 “다음엔 170kg 이상 들 수 있겠다 생각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어 “영희 언니랑 집안 싸움을 해야 하는 부담감이 컸다. 서로 ‘웃으며 돌아가자’고 했는데 좋은 성적을 낸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항저우=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상대가 친 셔틀콕이 네트에 걸리자 안세영(21)은 그대로 코트 위에 드러누웠다. 오른쪽 무릎 통증을 안고도 90분의 혈투를 마친 안세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리를 절뚝이며 상대 선수와 악수를 나눴다. 이내 전매특허인 승리의 포효 세리머니를 하고는 눈시울을 훔쳤다. 한국 배드민턴이 29년 만에 아시안게임 여자 단식 금메달을 따내는 순간이었다. 여자 단식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이 7일 중국 항저우 빈장체육관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에서 천위페이(25·중국·3위)를 2-1(21-18, 17-21, 21-8)로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결승 도중 오른쪽 무릎에 부상을 당했지만 투혼을 발휘하며 아시아 최정상에 섰다. 이전까지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식 금메달을 차지한 한국 선수는 1994년 히로시마 대회 방수현뿐이었다. 안세영은 1일 단체전 우승에 이어 대회 2관왕에 올랐다. 결승 대결 상대인 안세영과 천위페이의 만남은 각별했다. 5년 전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여자 단식에서 안세영을 첫 경기(32강전)에 탈락시킨 게 바로 천위페이였다. 2021년 도쿄 올림픽 여자 단식 금메달리스트인 천위페이는 안세영과의 상대 전적에서 11승 7패로 우위였다. 그러나 올 시즌 맞대결에선 안세영이 6승 2패로 우위였다. 단체전 결승 제1 단식에서도 안세영이 2-0(21-12, 21-13) 완승을 거뒀다. 안세영은 이날도 경기 초반 우위를 점했다. 그러나 18-17, 1점 차 리드 상황에서 이변이 발생했다. 경기 도중 여러 차례 바닥 위로 몸을 날린 안세영이 오른쪽 무릎 통증을 호소하고 나선 것. 안세영은 얼굴을 찡그렸고 의료 요원이 코트 위로 들어왔다. 1세트는 21-18로 따냈지만 세트 종료 후 코트 위에 주저앉아 무릎 붕대를 다시 감았다. 2세트 들어 안세영은 마음대로 경기를 풀어가지 못했다. 한때 5-12까지 점수 차가 벌어졌다. 천위페이는 집요하게 안세영의 오른쪽을 공략했다. 운도 천위페이에게 따랐다. 네트를 맞은 셔틀콕이 연겨푸 안세영 쪽 코트에 떨어졌다. 대회가 열리는 항저우 출신인 천위페이의 활약에 안방 팬들의 응원도 더욱 거세졌다. 3세트가 되자 안세영이 다시 살아났다. 세트 초반부터 5-0으로 치고 나갔다. 쓰러질 듯 쓰러지지 않는 안세영의 모습에 천위페이가 당황하기 시작했다. 속수무책으로 점수를 내주며 18-8로 순식간에 승부가 기울었다. 긴 랠리가 반복된 끝에 천위페이는 코트 위에 굳은 듯 안세영에게 19번째 득점을 내줬다. 오히려 천위페이가 코트 바닥에 주저앉았다. 20번째 득점에 성공한 안세영은 승리를 확신했다는 듯 주먹을 내 쥐었다. 이어 천위페이의 공격이 네트에 걸리면서 90분간의 혈투가 끝났다.항저우=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포스트 장미란’ 박혜정(20)이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장미란(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이후 13년 만에 한국 역도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혜정은 중국 항저우 샤오산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87㎏ 이상급(최중량급)에서 인상 125㎏, 용상 169㎏ 합계 무게 294㎏를 기록하며 합계 무게 283㎏(인상 124㎏, 용상 159㎏) 손영희(30)를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역도 선수가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건 2010년 광저우 대회 최중량급(당시 75㎏ 이상급) 장미란 이후 13년 만이다. 세계기록(인상 148㎏, 용상 187㎏, 합계 335㎏) 보유자인 중국의 리원원(23)이 부상으로 출전하지 않으면서 경기 전부터 박혜정의 우승 가능성이 점쳐졌다. 박혜정은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2023 국제역도연맹(IWF)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인상(124㎏), 용상(165㎏), 합계(289㎏)에서 3관왕에 서며 상승세를 탔다. 세계선수권 3관왕은 장미란도 해내지 못했던 한국 여자 선수 최초 기록이다. 리원원은 당시 오른쪽 팔꿈치 통증으로 기권했다. 물론 안심할 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대표팀 선배 손영희는 인상에서 자신의 최고 기록인 124㎏를 들어올리며 125㎏를 든 박혜정을 압박했다. 용상 1차 시기에서 157㎏, 2차 시기 160㎏를 들어올린 박혜정은 마지막 3차 시기에서 용상 자신의 최고 기록인 169㎏를 들어올리며 우승을 확정했다. 용상 2차시기 이후 허리 통증에도 끝내 3차 시기를 성공했다. 이날 박혜정의 합계 기록은 올 5월 아시아선수권에서 거둔 자신의 최고 기록(295㎏)에 1㎏ 모자란 기록이다. 뒤집기에 도전한 손영희 역시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용상 한국기록인 169㎏에 도전했지만 실패했고, 이어 박혜정이 같은 무게를 들어올리면서 금메달의 향방이 가려졌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준우승자인 손영희는 2대회 연속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역대 아시안게임 역도 여자 종목에서 한국 선수가 나란히 금, 은메달을 따낸 건 최초다. 장미란의 경기 장면을 보고 중학교 1학년 때 역도를 시작한 박혜정은 국내 중학생 기록, 주니어 기록 등을 연달아 갈아 치우며 ‘제2의 장미란’으로 주목받았다. 지난해 5월 주니어 세계선수권에서도 3관왕에 올랐다. 합계 300㎏을 목표로 매일 총 무게 2만5000㎏에 이르는 바벨을 들어올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자신의 첫 아시안게임 무대에서 최정상에 서며 내년 열리는 파리올림픽에 대한 기대도 높였다. 경기 뒤 박혜정은 “영희 언니랑 집안싸움을 해야 하는 부담감도 컸다. 서로 ‘웃으면서 돌아가자’고 했는데 좋은 성적 낸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한국 역도는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 동메달 3개로 이번 대회를 마무리했다. 항저우=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구본철(27)이 항저우 아시안게임 주짓수에서 세계랭킹 1위를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구본철은 6일 중국 항저우 샤오산 린푸체육관에서 열린 주짓수 남자 77kg급 결승전에서 바레인의 압둘라 문파레디(30)를 어드밴티지 승리로 꺾고 정상에 섰다. 이번 대회 한국 주짓수에서 나온 첫 금메달이자, 한국 남자 주짓수 최초 금메달이다. 구본철은 국제주짓수연맹(JJIF)의 체급 세계랭킹 4위이고 문파레디는 1위다. 구본철은 점수를 얻진 못했지만 어드밴티지에서 문파레디에게 4-1로 앞서며 우승을 확정했다. 주짓수에선 정확한 동작으로 3초 동안 상대를 제압하면 점수를 얻는다. 동작이 3초간 이뤄지지 않거나 득점에 가까운 동작이 나오면 심판의 판단에 따라 어드밴티지를 부여한다. 톱포지션에서 공격을 주도하며 상대를 압박한 구본철은 경기 중 코피를 쏟아 지혈한 뒤에도 우세를 이어갔다. 올 2월 아시아선수권 결승에서 졌던 문파레디에게 설욕한 한판이었다. 태권도 4단인 구본철은 스무 살 때 종합격투기를 배우려다 주짓수를 시작했다. 종합격투기 체육관으로 착각하고 등록해 운동하다 뒤늦게 주짓수 도장인 것을 알았다. 하지만 주짓수의 매력에 빠져 하루 8시간 이상 훈련에 몰두했고 태극마크까지 달았다. 지난해 세계선수권, 올해 아시아선수권에서 연이어 2위를 하며 메달 사냥을 준비했다. 주짓수 도장 사범인 구본철은 “주짓수가 다이어트 및 방어 운동으로 저변이 넓어졌지만 여전히 많은 선수들이 실업팀 없이 열악한 상황에서 운동하고 있다. 이번 우승으로 내 이름이 알려지기보단 주짓수의 현실이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경기장에는 내년 6월 구본철과의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가 응원을 오기도 했다. 여자 52kg급에서는 박정혜(31)가 대표팀 후배 임언주(27)를 동메달 결정전에서 2-0으로 꺾었다. 한국은 5일 남자 69kg급 동메달리스트 주성현(23)까지 금메달 1개, 동메달 2개를 획득해 주짓수가 처음 정식 종목이 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성적(금 1개, 동 1개)을 뛰어넘었다. 7일에는 여자 63kg급의 성기라(26)가 대회 2연패에 도전한다.항저우=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항저우=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한국 야구 대표팀이 ‘다크호스’ 중국을 꺾고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행 티켓을 차지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유일하게 패배를 안긴 대만을 상대로 7일 오후 7시 아시안게임 4연패에 도전한다. 류중일 대표팀 감독은 “대만에 두 번 당하지 않도록 잘 준비해서 꼭 금메달을 따겠다”고 출사표를 냈다. 한국은 6일 중국 저장성 사오싱 야구·소프트볼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슈퍼라운드 2차전에서 중국에 8-1로 승리했다. 조별리그에서 대만에 당한 1패를 안고 슈퍼라운드를 시작한 한국은 일본에 이어 중국마저 물리치며 2승 1패, 라운드 2위로 결승에 진출했다. 한국과 대만이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맞붙는 건 이번이 네 번째다. 2002년 부산(4-3), 2010년 광저우(9-3), 2014년 인천(6-3) 대회 모두 한국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프로 선수를 국제대회에 내보내기 시작한 1998년 이후 상대 전적에서도 한국이 19승 12패(승률 61.3%)로 앞선다. 다만 최근 3차례 맞대결에선 한국이 모두 패했다. 2018년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조별리그 1차전에서 1-2로 무릎을 꿇었고, 2019년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 12 슈퍼라운드에서도 0-7로 완패했다. 이번 대회 조별리그 2차전에서도 0-4로 졌다. 이날 중국전에서 홈런을 포함해 3안타를 치면서 타격감을 끌어올린 강백호(24)는 중국전 뒤 “대만 투수들의 공이 좋지만 우리 선수들의 경기 감각도 많이 올라왔다. 충분히 공략할 수 있다”면서 “결승 때는 점수 차가 많이 나기보다 타이트한 경기가 예상되는 만큼 빠른 선취점이 승리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선발 투수로 나서 6이닝 동안 삼진 6개를 잡으면서 중국 타선을 무실점으로 막은 원태인(23)도 “선수들 사이에서도 ‘결승에 꼭 가서 대만에 복수하자’는 이야기가 정말 많이 오갔다. 기회를 다시 한번 받은 것에 감사하다. 금메달을 꼭 따겠다”고 다짐했다. 과거 ‘야구 변방’이라고 평가받았던 개최국 중국은 이번 대회에서 기대 이상의 실력을 선보였다. 사회인(실업팀) 선수로 구성된 일본을 조별리그에서 1-0으로 완파하기도 했다. 그러나 프로 선수가 나온 한국을 넘기엔 역부족이었다. 한국은 이날 장단 16안타를 때려냈다. 류 감독은 “무엇보다 강백호의 타격감이 살아난 게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동안 담 증세로 출전하지 못했지만 투수 곽빈(24)이 결승전에 출전할 정도로 컨디션이 올라온 것도 한국팀에 고무적인 요소다.사오싱=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한국 여자 농구가 아시안게임에서 4회 연속 시상대에 올랐다. 한국은 5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농구 동메달 결정전 북한과의 경기에서 93-63으로 대승을 거두고 3위로 대회를 마쳤다. 한국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도 북한을 81-62로 꺾었다. 이로써 한국은 2010년 광저우 대회(은메달)부터 4회 연속 메달을 땄다. 2014년 인천 대회에선 금메달을 차지했고, 남북 단일팀을 구성해 출전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는 은메달을 획득했다. 여자 농구가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이 된 1974년 테헤란 대회를 포함해 이번 대회까지 한국이 메달을 따지 못한 건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이 유일하다. 당시 한국은 4위를 했다. 한국은 센터 박지수(25)가 25득점 10리바운드를 기록하는 더블더블의 활약으로 승리를 이끌었다. 키 205cm인 북한의 센터 박진아(20)는 27득점 9리바운드를 기록했지만 나머지 선수들이 득점을 받쳐주지 못했다. 한국 대표팀 주장 김단비(33)는 3점슛 5개를 포함해 21점을 넣으며 승리를 거들었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국가대표에서 은퇴하는 김단비는 “오늘 경기가 내 국가대표 경기 중 톱3 안엔 들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 경기를 북한과 치러 좀 더 특별한 경기가 된 것 같다”며 “후배들이 더 노력해서 다음번엔 동메달이 아니라 금메달을 땄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눈가가 촉촉해진 김단비는 “눈물이 안 나는데 후배들이 자꾸 옆에서 ‘언니 운다’고 해서 (눈물이) 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도 순위 결정전에서 북한에 3-1(19-25, 25-21, 25-9, 25-20)로 승리했다. 여자 배구에서 남북 대결은 2017년 9월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아예선 이후 6년 만이었다. 전날 중국에 패하며 4강 진출이 무산된 한국은 6일과 7일 순위 결정전을 계속 치른다.항저우=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임보미 기자 bom@donga.com}
4번 타자 노시환(23)이 꺼져가던 희망의 불씨를 살려냈다. 한국 야구 대표팀이 ‘숙적’ 일본을 물리치면서 아시안게임 4연패 도전을 이어가게 됐다. 한국은 5일 중국 저장성 사오싱 야구·소프트볼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슈퍼라운드 1차전에서 일본에 2-0 승리를 거뒀다. 조별리그를 2위로 마친 두 나라에 이 경기는 ‘벼랑 끝 승부’였다. 조별리그 경기에서 한국은 대만에, 일본은 중국에 무릎을 꿇으면서 1패를 안은 채 슈퍼라운드에 돌입했다. A, B조 상위 2개 팀씩 총 4팀이 겨루는 슈퍼라운드에서 2패는 사실상 탈락을 의미했다. 경기 초반 분위기는 사회인(실업팀) 선수가 출전한 일본이 더 좋았다. 25세 이하 또는 입단 4년 차 이하 프로 선수가 참가한 한국은 4회말이 되어서야 최지훈(26)의 번트 안타로 겨우 노히트에서 벗어났다. 다음 타자 윤동희(20)도 안타를 치면서 무사 1, 3루 기회를 잡았지만 노시환이 삼진으로 물러나고 스퀴즈 작전 실패로 윤동희가 2루에서 아웃되면서 점수를 뽑지는 못했다. 한국이 0의 행진을 끝낸 건 6회말이었다. 선두타자 김혜성(24)이 2루타로 포문을 열었고 최지훈의 희생번트, 윤동희의 볼넷으로 1사 1, 3루가 됐다. 이때 타석에 들어선 노시환이 김혜성을 홈으로 불러들이는 희생플라이를 치면서 한국이 1-0으로 앞서 갔다. 노시환은 8회말 2사 2루 상황에서도 좌전 적시타로 김혜성을 불러들였다. 노시환은 현재 한국프로야구에서 31홈런, 99타점으로 두 부문에서 모두 1위를 기록 중인 타자다. 이번 대회 초반에는 3번 타자로 나섰지만 4번을 맡았던 강백호(24)가 컨디션 난조에 시달리면서 3일 태국전부터 4번 타자로 나오고 있다. 노시환은 이날 경기 후 “평소에 해왔던 것처럼 ‘과감하게 하자’는 생각으로 타석에 들어가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 선수들이 모두 부담감을 이겨내고 우승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 선발투수 박세웅(28)은 6이닝 동안 2피안타 9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박세웅은 30세 이하 선수를 뽑은 ‘와일드카드’로 이번 대회에 합류했다. 대표팀 최고참인 박세웅은 “중요한 상황에서 선발을 맡게 돼 최선을 다했다. 앞으로 남은 두 경기에서 모두 승리하고 돌아갈 수 있도록 후배들에게 힘이 되는 선배가 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팀 세 번째 투수로 8회초에 등판한 박영현(20)은 2이닝을 무실점으로 책임지며 세이브를 기록했다. 9회초에 유격수 실책과 안타 등으로 1사 1, 3루 위기를 맞았지만 사사가와 고헤이(29)에게 2루수 앞 병살타를 유도하면서 실점 없이 경기를 마무리했다. 프로 입단 2년 차인 박영현은 지난해 소속팀 KT의 스프링캠프 때 ‘국보급 투수’ 선동열 전 국가대표팀 감독으로부터 “오승환(41)처럼 되겠다”는 평가를 들었는데 이날 이 예상을 현실로 만들었다. 한국은 6일 오후 1시 같은 장소에서 중국과 슈퍼라운드 2차전을 치른다. 류중일 감독은 “중국 야구가 많이 발전했다. 반드시 이기기 위해 잘 대비하겠다”고 말했다.사오싱=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무서운 막내’ 임시현(20)이 아시안게임 개인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임시현은 4일 중국 항저우 푸양 인후 스포츠센터 양궁장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양궁 리커브 혼성 단체전 결승에 이우석(26)과 함께 출전해 일본의 노다 사쓰키(23)-후루카와 다카하루(39) 조를 세트 스코어 6-0(38-37, 37-35, 39-35)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 양궁이 이번 대회에서 따낸 첫 금메달이기도 하다. 임시현은 올해 1, 2차 대표 선발전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면서 2021년 도쿄 올림픽 3관왕 안산(22)을 제치고 전체 1위로 항저우행 티켓을 따낸 선수다. 1일 열린 이번 대회 개인전 예선 라운드에서도 전체 1위를 기록하며 여자 단체전과 혼성 단체전 출전권을 모두 따냈다. 한국 양궁 대표팀은 개인전 예선에서 성적이 가장 좋은 남녀 선수에게 혼성 단체전 출전권을 준다. 임시현이 단체전과 개인전에서도 금메달을 추가하면 거리별 세부 종목이 따로 있었던 1986년 서울 대회 이후 처음으로 아시안게임 양궁에서 3관왕에 오르는 선수가 될 수 있다. 1986년에는 한국 선수 세 명이 3관왕 이상을 기록했다. 임시현은 6일 안산 등과 함께 단체전 7연패에 도전하며 7일에는 안산과 개인전 결승을 치른다. 임시현은 “아시안게임 첫 금메달을 우석이 오빠와 같이 딸 수 있게 돼 영광이다. (경기 초반) 긴장을 많이 해서 생각지도 못한 실수가 나와 당황했는데 오빠가 자기만 믿고 쏘라고 해서 자신감 있게 남은 화살을 쐈다”며 공을 돌렸다. 임시현은 이날 첫 두 발을 9점에, 세 번째 화살을 8점에 쐈다. 그러나 이우석의 격려를 받은 뒤로는 세 발을 연달아 10점에 꽂으면서 정상 컨디션을 되찾았다. 한국 선수들이 안정감 있게 경기를 이어가자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때 이 종목 초대 챔피언에 올랐던 후루카와는 2세트 두 번째 화살을 7점에 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우석은 혼성 단체전을 처음 도입한 2018년 대회 때도 장혜진(36)과 함께 이 종목에 출전했지만 8강에서 탈락했다. 반면 이날은 첫 화살을 과녁 정중앙(엑스텐)에 꽂아 넣으면서 기세를 올린 끝에 역시 개인 처음으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냈다.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는 개인전과 단체전 은메달 2개만 가지고 돌아왔던 이우석은 “5년 전 결과가 많이 아쉬웠기에 이번 대회를 앞두고 악착같이 준비했다. (3, 4위 결정전으로 밀린) 개인전 결과는 아쉽지만 단체전에서도 꼭 금메달을 따겠다”고 말했다.항저우=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항저우=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한국 소프트테니스(정구) 남녀 대표팀이 항저우 아시안게임 단체전 4강에서 ‘정구 종주국’ 일본을 넘지 못하고 동메달에 그쳤다. 한국 정구가 아시안게임 단체전에서 남녀부 금메달을 모두 놓친 건 2010년 광저우 대회 이후 13년 만이다. 아시안게임 3연패를 노리던 남자 대표팀은 4일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준결승에서 일본에 0-2로 완패했다. 같은 시간에 열린 여자부 준결승에서도 한국이 일본에 0-2로 무릎을 꿇었다. 아시안게임 정구는 준결승에서 패하면 바로 동메달을 확정한다. 남자부 경기에서는 첫 복식에 나선 김태민(27)-김현수(35) 조가 1세트를 따면서 좋은 출발을 보였지만 우치모토 다카후미(25)-히로오카 소라(24) 조에 결국 2-5로 역전패했다. 이어 열린 단식에서도 윤형욱(34)이 우에마쓰 도시키(25)에게 3-4로 재역전패하며 경기가 끝났다. 여자부에서도 지다영(25)-임진아(21) 조가 다카하시 노아(27)-와타나베 에미나(28) 조에 4-5로 역전패한 뒤 이민선(25)마저 오노우에 구루미(27)에게 1-4로 무릎을 꿇었다. 2014년 인천 대회 챔피언이었던 여자 대표팀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결승에서 일본에 패한 데 이어 이번에도 정상 복귀에 실패했다. 한국 여자 정구가 아시안게임 단체전에서 2회 연속으로 금메달을 놓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정구 선수들은 5일부터 열리는 개인전을 통해 다시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이번 대회 개인전에는 남녀 단식과 혼합복식에 금메달 3개가 걸려 있다. 정구가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이 된 1994년 히로시마 대회 이후 한국이 이 종목 금메달을 2개 이상 따지 못한 적은 아직 없다.항저우=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한국이 13년 만에 다시 아시안게임 무대로 돌아온 바둑에서 남자 단체전 금메달을 차지했다. 여자 단체전에선 은메달을 따 남녀 동반 우승은 달성하지 못했다. 한국은 3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바둑 남자 단체전 결승에서 개최국 중국을 4-1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2010년 광저우 대회 때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처음 채택된 바둑은 2014년 인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때는 열리지 않았다. 광저우 대회 당시 한국은 남녀 단체전과 혼성 페어에 걸려 있던 금메달 3개를 휩쓸었다. 한국과 중국의 결승전은 양 팀에서 5명씩 출전해 각자 정해진 상대와 맞대결을 벌였다. 대국은 동시에 시작됐는데 가장 먼저 끝난 경기에서 한국은 패했다. 변상일 9단(26)이 리친청 9단(25)에게 295수 만에 흑 7집 반 패로 점수를 내줬다. 하지만 한국은 국내 랭킹 1위 신진서 9단(23)이 양딩신 9단(25)을 240수 만에 백 불계승으로 잡으면서 균형을 맞췄다. 이어 신민준 9단(24)이 이번 대회 개인전 은메달리스트인 커제 9단(26)에게 324수 만에 흑 반집 승, 박정환 9단(30)이 미위팅 9단(27)에게 261수 만에 흑 불계승을 따내며 우승을 확정지었다. 김명훈 9단(26)도 자오천위 9단(24)에게 297수 만에 백 4집 반 승리를 챙겼다. 이번 대회에서 대국 제한시간은 각자 1시간, 30초 초읽기 3회가 주어졌다. 덤은 7집 반으로 중국 룰을 따랐다. 중국은 한국과의 예선 맞대결 때 나오지 않았던 리친청을 투입하는 등 변화를 줬지만 한국을 넘어서지 못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 예선에서도 중국을 4-1로 눌렀다. 9개 나라가 참가한 남자 단체전에서 한국은 6전 전승을 거두면서 1위로 예선을 통과했다. 신진서는 이날 단체전 우승으로 개인전의 아쉬움도 풀었다. 이번 대회 2관왕에 도전했던 신진서는 지난달 28일 개인전 준결승에서 대만의 쉬하오훙 9단(22)에게 패해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신진서는 “팀원들과 다 같이 금메달 딸 수 있어 더 기쁘다. 개인전이 더 영예로울 수 있지만 단체전은 다 같이 기쁨을 함께하기 때문에 단체전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며 “개인전에서 아쉬움이 크게 남았지만 첫 아시안게임이었던 만큼 아쉬움과 함께 기쁨도 있다. 후련하다”고 말했다. 2010년 광저우 대회에서 2관왕(남자 단체전, 혼성 페어)을 차지했던 박정환은 자신의 세 번째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자 바둑 대표팀은 이날 앞서 열린 단체전 결승에서 중국에 1-2로 패했다. 양 팀 3명씩 나서 맞대결로 진행된 여자 단체전 결승에서 ‘에이스’ 최정 9단(27)은 리허 5단(31)에게 203수 만에 백 불계패하며 먼저 점수를 내줬다. 대국 초반을 유리하게 이끌었던 김은지 7단(16)도 우이밍 5단(17)에게 275수 만에 백 불계패하며 한국은 금메달을 놓쳤다. 오유진 9단(25)이 위즈잉 7단(26)과의 치열한 승부 끝에 319수 만에 흑 1집 반 승을 거두면서 영패를 면했다. 모두 8개 나라가 출전한 여자 단체전에서 한국은 예선 라운드를 5전 전승으로 통과했다. 한국은 예선에서 중국에 2-1로 이겼기 때문에 결승전 패배가 더 아쉬웠다. 결승전이 끝난 뒤 최정은 “나 때문에 져서 팀원들에게 많이 미안하다. 결승까지 오느라 굉장히 고생했는데 패하게 돼 많이 아쉽다”고 했다. 경기 내용에 대해서는 “포석이 나에게 어렵게 짜였고 초읽기에 몰리면서 실수가 많이 나와 갑자기 형세가 기울어졌다”고 했다. 여자 대표팀 막내 김은지는 “아시안게임이라는 큰 무대에 나와 좋은 경험을 했다. 다음에 또 아시안게임에 나온다면 더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고 말했다.항저우=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