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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년간 동업해 온 영풍그룹(장씨)과 고려아연(최씨)이 사실상 결별한 가운데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둘러싼 두 집안의 수 싸움이 치열해졌다. 13일 장씨 집안이 국내 사모펀드(PEF)인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나서자 최 씨 집안에서는 우군 확보에 나서면서 동시에 별도 주식 매수 준비에 나섰다. 법적 대응도 예고했다. 18일 비철금속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은 19일 주식 등의 대량보유상황보고서를 공시할 예정이다. 최 회장과 그의 특수관계자가 지닌 주식 수량을 알리는 공시다. 이때 영풍그룹을 운영하는 장씨 집안 측이 보유한 수량은 제외할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동업 관계에 있는 장씨 집안을 최 회장의 우호 지분인 ‘특수관계자’로 정의했지만 앞으로는 아니라는 얘기다. 장씨 집안이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다음 달 4일까지 고려아연 주식을 주당 66만 원에 사들이겠다고 선언하자 반격에 나선 것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최씨 집안이 주식 매수 경쟁에 나서려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현행 자본시장법 제140조에서는 공개매수가 이뤄지고 있을 때는 특수관계자가 별로도 주식을 매수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최 회장이 막대한 자금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느냐가 관건으로 떠오른다. 현재 최씨 집안 측이 확보한 고려아연 주식은 34.0%이고, 장씨 집안은 33.1%로 박빙인 상황이다. 최씨 집안 측은 의결권 없는 주식을 제외하고 주식 6.05%를 추가로 획득해야 장씨 집안과 MBK파트너스의 공세를 막을 수 있다. 현재 주가(주당 66만6000원) 기준으로 약 8000억 원이 있어야 한다. 최 회장이 개인적으로 돈을 마련하거나 우군이 될 ‘백기사’(우호 세력)를 데려와야 한다. 이와 관련해 최 회장은 추석 연휴에도 회사에 나와 임원들과 회의를 열거나 외부 인사들을 만나며 대책 마련에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가 있는 울산의 김두겸 시장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MBK파트너스를 비난하며 지역 상공계와 함께 ‘120만 시민 주식 사주기 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울산시의회도 17일 “적대적 인수합병에 우려를 표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연금의 자금 운용에 있어 사회적 책임을 더욱 강조하는 ‘MBK 방지법’(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번 사안에 대해 다음 달 진행되는 국정감사에서 따져 보겠다고 선언했다. 소수주주 의결권 플랫폼 ‘액트’ 운영진도 현재 고려아연 경영진을 지지하는 백기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고려아연 측은 “영풍 측이 사모펀드의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위해 고려아연 지분을 넘겼다”며 “민형사상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장씨 집안과 손을 잡은 MBK파트너스는 입장문을 발표해 “(알려진 것과 달리) 현대차, 한화, LG 등 기업들이 최 회장의 우호 지분이 아니다”라며 “우호 지분이라면 최 회장과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하는 등 공동행위 주요 주주로 공시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MBK파트너스는) 중국계 자본이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일각에서 제기하는 해외 기술 유출 등의 우려는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아연·납 생산량 기준 세계 1위 제련업체인 고려아연은 알짜 회사로 꼽힌다. 지난해 매출 9조7045억 원, 영업이익 6599억 원을 기록했다. 고려아연은 최근 영풍그룹 전체 매출의 70% 안팎을 차지할 정도로 커졌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말 이차전지·그린수소 등 신사업과 제련 사업에 10년 동안 17조 원을 투자해 2033년에 매출 25조3000억 원을 달성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울산=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
“아이들이 잘 먹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 반찬을 만들어서 나눠주기 시작한 것이 20년이 넘었습니다. 돈을 벌려고 한 일이었다면 이렇게 오래할 수 없었을 겁니다.” 10일 오전 10시경 경남 창원시 성산구 사파민원센터 내 민간봉사단체 ‘꽃들에게 희망을’ 사무실에서 만난 설미정 대표(55)는 저소득 가정 아동들에게 전달할 밑반찬과 제철 과일을 준비하며 이렇게 말했다. 설 대표는 자원봉사자와 독지가 등 주위의 도움을 모아 매주 화요일 지역 내 저소득 아동 가정 30가구에 각종 밑반찬과 제철 과일을 나눈다. 또 매달 한 번 혼자 사시는 어르신들 100가구에 쌀을 전달하고 있다. 본보 기자는 이날 오전 설 대표와 자원봉사자인 안현정, 조기영, 김병온 씨 등과 반찬 나눔 봉사 활동을 함께 했다.● 25년째 이어온 나눔 봉사 추석을 일주일 앞둔 이날 나눔할 반찬은 부추전과 김치전이었다. 30가정에 나눌 전 180개를 먼저 구운 뒤 돈가스를 튀기고 도시락에 옮겨 담는 작업이 시작됐다. 폭염경보가 내려질 만큼 늦더위가 기승을 부린 이날 불 앞에서 전을 굽기 시작한 지 채 5분도 안 돼 상의는 땀으로 흠뻑 젖었다. 굽고 뒤집기를 반복한 뒤 옮겨 담는 작업을 계속하자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팠지만 점심 시간에 맞춰 반찬을 기다리고 있을 사람들을 생각하니 잠시도 쉴 수 없었다. 이날 두 가지 전과 돈가스에 더해 양념갈비, 조미김, 과자, 포도 등이 한 봉지에 담겨 오후 1시까지 각 가정에 배달됐다. 기자와 함께 배달 동행에 나선 자원봉사자 조 씨는 “누가 알아주길 바라면서 하는 봉사활동이 아니다”며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매주 도움을 줄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설 대표는 주위의 도움을 모아 1999년 12월부터 햇수로 25년째 저소득층 가정과 홀몸노인들에게 밑반찬과 쌀을 전하고 있다. 대학원생 시절 조손가정에서 자라는 한 아이를 만난 직후였다. 그는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 공부를 시켜주던 아이를 어느 날 집에 데려와서 짜장면 곱빼기를 시켜줬는데, 또래 아이들보다 덩치도 작고 마른 초등학생이 너무 많이 먹는 걸 보고 많이 짠했다”며 “이 또래 아이들이 잘 먹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 나눔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짜장면 곱빼기 한 그릇이 ‘꽃들에게 희망을’의 씨앗이 됐다. 그는 창원시 합성동에서 2018년부터 청소년들을 위한 ‘거리의 밥차’도 운영해오고 있다.● 지역사회로 퍼진 온기 설 대표는 뜻을 같이한 주변 사람들과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각지에서 각자 형편껏 보내온 기부금으로 반찬거리를 사 매번 요리를 하고, 기부받은 쌀을 한데 모아 전달하는 방식이다. 1년에 약 10t의 쌀이 전해지고 있는 건 물론이고 15명이 뜻을 모아 2가구 6명에게 반찬을 해주던 것이 지금은 참여자가 200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설 대표는 “쌀을 기부받은 초등학생이 고등학생, 대학생이 돼 나눔봉사자로 돌아왔을 때가 가장 뿌듯하다”고 말했다. 25년째 이어지고 있는 설 대표의 활동은 지역에 차츰 퍼져나가 의미 있는 결실로도 이어지고 있다. 경남정보사회연구소, 창원YMCA, 사파마을도서관, 대방평생교육센터, 경남지방변호사회 공익봉사단을 비롯한 지역에서 뜻을 같이하는 수많은 단체와 개인들이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다. 설 대표는 “100가구에 매달 전할 쌀의 절반가량은 정기 후원으로, 나머지는 일시 후원으로 채워지지만 부족할 때가 많다”며 “더 많은 분들의 기부와 봉사활동이 모인다면 더 건강한 공동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
경남도와 김해시가 김해공항 소음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소통의 장을 마련했다. 양 기관은 9일 김해시청 대강당에서 ‘김해공항 소음지역 주민지원 활성화 방안 용역’ 주민설명회를 개최했다고 이날 밝혔다. 경남도와 김해시는 앞서 3회에 걸쳐 주민 대표와의 간담회를 개최한 데 이어 이날 주민 100여 명을 만나 용역에서 발굴한 주민지원사업을 설명하는 한편 요구사항도 들었다. 김해시는 내년 다양한 주민 지원사업을 펼친다. 이날 설명회에서 시는 △농기계 임대료 지원 사업 △난청 검사비용 지원 사업 △보청기 구입비 지원 사업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다. 이 밖에 김해시는 2023년부터 시행한 한국공항공사 주민지원 공모 사업에도 올해 2건의 사업이 선정돼 예산 1억9200만 원을 확보했다. 도와 김해시는 앞으로도 주민들과의 소통을 더욱 늘려갈 계획이다. 김영삼 경남도 교통건설국장은 “김해공항 소음지역 주민들이 지원 사업을 통해 일상생활 속 불편함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
“수년 동안 군청을 방문했지만 전시관이 있었던 것도, 폐쇄된 것도 몰랐습니다.” 지난달 22일 울산 울주군청 1층에서 만난 이수열 씨(36)는 문이 굳게 닫힌 ‘울주문화전시관’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청사 안내도에도 없는 이 공간은 불이 꺼진 채로 방치돼 있었다. 닫힌 출입문에는 ‘관계자 외 출입금지’라는 안내문만 덩그러니 붙어 있었다. 이 전시관은 2018년 울주군청 신청사와 함께 문을 열었다. 각종 홍보 전시물은 물론이고 4억7000여만 원을 들여 가상현실(VR) 반구대 암각화 체험존까지 만들었지만 시민들 반응은 시큰둥했다. 2021년에는 VR 기기마저 고장난 채 수리하지 못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장기간 방치되다가 결국 개관 6년 만인 올해 철거됐다. 군 관계자는 “전임 단체장 시절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고 만들어졌다”며 “리모델링을 통해 재난상황실로 쓰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 검증 않고 “짓고 보자” 반복5일 한국문화정보원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전국의 문화센터, 시민회관, 박물관, 미술관, 갤러리 등 전시 관련 시설은 9601개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 등이 세운 전시·체험시설 상당수가 방문객이 많지 않아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 통영시에 조성된 ‘삼도수군통제영 실감콘텐츠 체험존(통영VR존)’도 대표적인 부실 운영 사례로 꼽힌다. 정부 공모 사업에 선정돼 확보한 국비 25억 원 등 총사업비 50억 원을 들여 2020년 5월 개장했지만 3년간 이곳을 찾은 관람객은 하루 평균 17.8명에 불과했다. 해마다 1억 원 이상 적자에 허덕인 끝에 지난해에는 반년 이상 임시 휴관한 뒤 축소 운영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폐관 뒤 다른 용도로 활용을 검토해야 한다는 컨설팅 결과가 나왔지만 조기 폐관마저 쉽지 않다. 정부 공모 사업으로 ‘놀이시설 내구연한’ 기준인 평균 5년을 다 채우지 못하면 지원받은 국비를 전액 반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설치해 놓고 수년째 문을 열지 않은 곳도 있다. 해양경찰청은 2009년 인천 본청에 3억800만 원을 들여 해양경찰청 홍보관을 만들었다. 하지만 2014년 세월호 참사로 해양경찰청이 해체됐다가 2018년 부활한 뒤로 현재까지 홍보관을 민간에 개방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약 4400만 원을 들여 시설을 리모델링했지만 여전히 문은 닫혀 있다. 해경 관계자는 “홍보관 운영 지침을 마련하는 등 공개 운영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해명했다.● “사전 주민설명회-중장기 계획 필요”불필요한 중복 투자로 ‘혈세를 낭비한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경북도는 2021년 50억 원을 투입해 구미시 새마을운동 테마공원 내 전시관을 재개관했다. 그러나 시민 반응은 냉담하다. 이미 2008년에 경북도와 구미시가 불과 500m 떨어진 거리에 건립한 ‘경북도 새마을회관’이 있기 때문이다. 구미시민 김정현 씨(38)는 “재개관 전보단 사정이 낫지만 50억 원을 투입한 것을 생각하면 예산 낭비”라고 비판했다. 지자체장과 기관장의 ‘치적 쌓기용’으로 전시성·선심성 사업을 무분별하게 벌이거나 무리하게 정부 공모 사업에 뛰어든 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고계성 한국관광학회장(경남대 관광학부 교수)은 “지자체장들은 취임 후 가시적인 실적을 지역민들에게 보여줘야 하는데 마땅한 게 없다 보니 결국 단기간에 결과가 나올 수 있는 전시·체험시설 건립에 나서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며 “전시시설 유치 및 건립 이전에 주민설명회를 통해 사전에 꼭 필요한 시설인지 점검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형 경남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설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중장기 계획과 방문객 유치 및 마케팅 전략을 건립과 동시에 수립하고 이에 따라 효율적으로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울산·통영=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구미=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
“추석 대목이 며칠 남지도 않았는데 날벼락을 맞아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4일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마산어시장 내 청과시장은 하루 새 시커먼 잿더미로 변해 있었다. 불에 탄 점포들과 하늘을 번갈아 쳐다보던 천태만 상인회장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선물용 과일 판매 준비에 눈코 뜰 새 없었던 상인들도 시장을 덮친 화마 앞에서 망연자실한 채 주저앉았다. 사과와 배 등 제수용품이 진열돼 있어야 할 매대는 형체도 알아볼 수 없었다. 점포 지붕 곳곳은 불에 무너지고 시장 통로는 마치 폭격을 맞은 듯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시장에서 몇백 m 떨어진 곳에서도 매캐한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상인 김종선 씨(73)는 “20년간 과일 장사를 했는데 이런 불은 처음”이라면서 “잔뜩 들여놓은 과일을 하나도 팔 수 없게 돼 생계가 막막하다”며 울먹였다.● 명절 대목에 화마 덮쳐… 넋 잃은 상인들 경남 최대 어시장인 마산어시장 내 청과시장을 덮친 불은 전날 오후 10시 12분경 시장 중앙 부분에서 시작돼 삽시간에 번졌다. 소방당국은 오후 10시 23분경 소방대응 1단계(3∼7개 소방서에서 31∼50대의 장비를 동원하는 경보령)를 발령해 오후 11시 16분경 큰불을 잡았다. 화재는 4일 0시 5분경 진압됐지만 청과시장 내 점포 28곳을 폐허로 만들었다. 15곳이 반소됐고 13곳은 일부가 불에 탔다. 당시 화재로 연기가 인근 오피스텔까지 치솟았지만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최모 씨(35)는 “잿가루가 오피스텔 건물로 날아올 때는 큰불로 번질까 봐 조마조마했다”며 “초기에 불길이 쉽게 잡히지 않아 오피스텔 주민 상당수가 거리로 나왔다”고 전했다. 상인들은 야속한 화마에 넋을 잃었다. 매출이 평소보다 몇 배나 더 나오는 한가위 대목을 앞두고 더 많은 과일을 들여왔기 때문이다. 가까스로 불길을 피한 과일도 일부 있지만 화재 진압용 물에 젖거나 연기가 배어 폐기 처분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되풀이되는 전통시장 화재… “특단 대책 필요” 이날 합동 감식을 진행한 경찰과 소방당국은 전기 합선이나 누전 등 ‘전기적 요인’으로 불이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통시장 화재는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올해 1월 충남 서천시장에서도 화재로 수산·농산물동 내 점포 227곳이 전소해 소방 추산 65억 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에도 설 명절을 앞두고 있어 피해가 컸으며, 전기적 요인에 의한 화재라는 경찰 조사 결과가 나왔다. 2017년 1월 점포 137개를 태웠던 전남 여수수산시장 화재도 점포 내 전기 합선으로 인해 발생했다.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13∼2022년) 전통시장에서 발생한 화재의 46.4%는 전기적 요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시장은 오래되고 낡은 점포가 붙어 있는 구조와 노후화된 전기 시설 탓에 화재가 발생하면 대규모 피해를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 2016년 11월 대구 서문시장 화재 당시 점포 670여 곳을 태워 1000억 원 이상의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됐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전통시장에선 ‘아크’로 불리는 전기불꽃으로 인한 화재가 빈번하게 발생한다”며 “아크차단기를 필수적으로 설치해 화재를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창원=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
박완수 경남도지사를 단장으로 동유럽을 방문 중인 경남도 대표단이 항공·방산기업 2곳과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경남도는 2일(현지 시간)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항공 엔진 유지·보수·정비(MRO) 전문기업 영에비에이션, 방산기업 매티스와 투자협약을 체결했다고 4일 밝혔다. 인도네시아에 법인을 둔 영에비에이션은 2013년 설립된 항공엔진 MRO 전문기업이다. 이 기업은 이번 협약으로 경남 사천에 투자를 진행하기로 했다. 사천 축동일반산업단지에 엔진 MRO 국내법인을 설립해 약 200억 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매티스는 전술통신체계 발전기 등을 생산하는 방산 전문기업이다. 이 기업은 진주 뿌리산업단지에 약 80억 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항공기 지상지원 장비 제조 공장을 신설하는 한편 10여 명을 고용할 계획이다. 이날 대표단은 한국산 FA-50 경전투기를 수입·운용하고 있는 폴란드 민스크 공군기지도 방문했다. 박 지사는 “경남이 굳건한 대한민국 항공산업의 중심지가 되기 위해서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군수품 생산에서 민항기 생산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한편 도내에 민항기를 수리하고 정비하는 기업이 많이 입지해야 한다”며 “투자협약을 시작으로 민항기 관련 기업들이 경남에 지속적으로 투자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
경남도교육청과 밀양시가 지역 맞춤형 돌봄 체계를 구축하고 학교 중심의 돌봄을 지역사회로 확대하기로 했다. 양 기관은 지난달 30일 밀양시청에서 ‘지역 맞춤형 돌봄 체계 구축 및 운영’ 업무협약을 맺고 협력하기로 했다. 밀양 지역 아이들의 돌봄과 배움을 함께 책임지고 머물고 싶은 교육 돌봄 도시로 전환하겠다는 취지다. 경남도교육청은 2021년 창원에 거점통합돌봄센터인 ‘늘봄학교’를 전국에서 처음으로 도입해 전국으로 확대한 성공 사례를 갖고 있다. 경남도교육청과 밀양시가 공동 기획한 지역 맞춤형 돌봄 체계 명칭은 ‘밀양 다봄’(다 함께 통합 돌봄)이다. 기존 학교 중심의 돌봄에서 나아가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양질의 돌봄과 배움을 제공하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겠다는 것.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은 “이번 협약은 학교 중심의 ‘늘봄학교’에서 지자체와 교육청이 함께하는 돌봄으로 나아가는 첫발”이라며 “미래에 대응하는 지역 교육자치의 방향 전환이자 지역 생존의 길을 만드는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밀양 다봄을 통해 밀양시 전체가 돌봄과 배움을 위한 공간으로 바뀐다. 도심권에선 온종일 돌봄교실을 운영하는 ‘다봄 센터’를 중심으로 밀양시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인 ‘아이키움배움터’ 4곳과 연계해 운영할 계획이다. 읍면 단위 지역은 작은 학교의 강점을 살리고 소규모 교육 활동의 한계를 극복한다. 지역아동센터와 연계해 다양한 ‘공동 방과 후 학교’를 운영하고 작은 학교의 특색과 실력을 키우는 프로그램을 마련할 방침이다. 교과 수업뿐만 아니라 방과 후 돌봄까지 학교를 공동으로 운영하는 ‘경남형 작은학교’ 모델을 선보이는 것이다. 경남도교육청과 밀양시는 협약 이후 예산 및 운영 전반의 대응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기존 밀양초등학교 도서관 2층 건물을 재구조화해 내년 3월경 다봄 센터 문을 연다. 이곳을 거점으로 내년에는 밀양초등학교와 인근 지역 초등학교 1, 2학년 학생 중 온종일 돌봄 희망 학생 160여 명을 수용하는 한편 단계별로 대상 학년과 수용 규모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안병구 밀양시장은 “우리 지역 아이들이 행복하고, 학부모도 만족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경남도교육청과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밀양교육지원청은 앞으로 밀양시와 사업 운영을 위한 공동 준비에 나선다. 또 학부모 등 지역 교육공동체를 대상으로 한 설명회를 통해 정책을 적극 알릴 예정이다. 박 교육감은 “앞으로 지자체와 지속적으로 협력해 단계별로 지원 대상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모든 학생에게 ‘안전한 돌봄’과 ‘실력을 키우는 양질의 배움’을 제공하는 경쟁력 있는 공교육 체제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
“함양이 가진 다양한 매력을 최대한 활용해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겠습니다.” 진병영 경남 함양군수(59)는 지난달 27일 군청 집무실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사통팔달의 교통망을 가진 남부내륙의 중심지인 함양군은 수많은 매력을 가진 도시”라며 “함양군이 가진 아름다운 자연환경은 물론 차별화된 시책을 적극 추진해 힘찬 도약을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함양군은 국립공원 1호인 지리산과 10호인 덕유산을 품은 ‘산의 고장’이다. 이에 진 군수는 민선 8기 후반기 역점 시책으로 군의 큰 자산인 산지를 활용한 ‘오르고(GO) 함양’ 정책 추진을 꼽았다. 오르GO 함양은 산악 완등 인증 사업이다. 군내 해발 1000m 이상의 15개 명산을 올라 정상에서 앱을 통해 인증하면 기념품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생활인구 확대, 청년 일자리 창출, 지역 브랜드 강화 등을 기대하고 있다. 진 군수는 “오르GO 함양을 통해 우리 함양의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역사, 문화를 홍보할 것”이라며 “등산객들의 방문을 유도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생활 인구로 유입시켜 지역의 활력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함양군은 내년 사업 추진을 위해 연내 앱 개발과 등산로 정비, 기념품 개발 등을 착실하게 준비해 나가고 있다. 함양군은 차별화된 청년 지원 정책으로 인구 소멸에도 대응하고 있다. 최근에는 2024년 청년친화헌정대상 ‘소통대상’을 수상했다. 군은 △청년 주거시설 및 창직·창작 활동 공간 조성 △청년 일자리 및 창업 지원 △청년농업인 육성 △청년네트워크 활성화 등 청년의 안정적인 지역 정착과 삶의 질 개선을 위한 4개 분야 26개 사업 등 다양한 정책 추진 실적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진 군수는 “청년들이 함양에서 자신들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 군의 의무”라며 “청년들이 원하는 방향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함양군만의 차별화된 사업 발굴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 군수의 공약 우수성과 실천 의지도 대외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지난달에는 ‘제14회 2024 전국 기초단체장 매니페스토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이번 경진대회에 함양군은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농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양파 전 과정 기계화 모델’을 제시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 외에도 함양만의 특수 시책으로 경남 최초 ‘공공형 계절근로자’ 제도를 운영한 데 이어 전국 최초로 계절근로자지원센터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센터에서는 임대 농기계 배송 서비스, 농업인 쉼터 및 화장실 설치, 위탁영농 활성화 등 지역 특화 시책을 추진 중이다. 진 군수는 “함양군은 군민 대다수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어 영농 기반 확충과 미래 농업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라며 “지역 특성을 반영한 농촌 지원책으로 고령화와 일손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함양이 고향인 진 군수는 경남과학기술대(현 경상국립대)를 졸업한 후 건축사로 활동하다 2014년 제10대 경남도의원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 함양군수로 당선됐다. 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
BNK경남은행은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2024년도 금융회사 지역재투자 평가’ 경남·울산 지역 부문에서 5년 연속으로 최고 등급인 ‘최우수’를 받았다고 1일 밝혔다. 울산 지역에서 5년 연속 최우수를 받은 금융사는 경남은행이 유일하다. 지역재투자 평가는 지역 예금을 수취하는 금융사가 지역경제 성장을 지원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금융위가 2020년 도입한 제도다. 경남은행은 지난해 4월 예경탁 은행장 취임 이후 ‘지역에 큰 힘이 되는 은행’을 핵심 가치로 삼아 지역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취약계층 등을 적극 지원해 왔다. 이번 평가에서 지역 내 자금 공급, 중소기업 지원, 서민대출 지원 등 다양한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획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사업에도 적극 나섰다. 경남은행은 △창원시 자족형복합행정타운 개발 사업 △울산시 야음지구 가로주택 정비 사업 △진주시 공동주택 신축사업 등 지역 내 주요 개발 사업에 최근 3년간 약 4300억 원을 지원했다. 또 경남 지역 주요 산업인 조선업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3800만 달러(약 509억 원) 규모의 선수금환급보증(RG)을 발급한 데 이어 올해도 3000만 달러 규모의 보증을 추가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에는 ‘소상공인 희망나눔 상생금융’ 금액을 300억 원으로 확대해 경영난을 겪는 소상공인들을 도왔다. 사회공헌 활동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매년 여름과 겨울에 진행하는 경남은행의 대표적인 사회공헌 프로그램인 ‘사랑 나눔 사업’을 통해 7000가구에 선풍기를 지원하고, 9000가구에는 김장김치와 겨울 이불을 전달했다. 또 지난해 설과 추석에는 1만4300가구에 총 7억2000만 원 상당의 지역상품권을 전했다. 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
경남 거제시, 통영시, 고성군 등 경남 남부권 지방자치단체 3곳이 ‘거제∼부산 가덕도신공항 연결철도’를 건설하기 위해 손을 맞잡았다. 박종우 거제시장, 천영기 통영시장, 이상근 고성군수는 27일 거제시청에서 ‘거제∼가덕도신공항 연결철도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반영’을 위한 3개 시군 공동 건의문을 채택했다. 이들은 건의문에서 “가덕도신공항이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고 국토 균형 발전과 신성장을 견인하기 위해선 공항과 도시가 단절 없는 교통망으로 촘촘히 연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 지자체는 국내 대표 해양 관광지이자 조선업 중심지이지만 철도역이 1곳도 없어 ‘철도 오지’로 불린다. 거제∼가덕도신공항 연결철도는 총연장 44.5km로 사업비 2조5447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2030년 개통 예정인 남부내륙철도 종점인 거제시 사등면에서 가덕도신공항까지 연결하는 노선이다. 박 시장은 “이 철도만 완성되면 남부내륙철도를 통해 서울∼김천∼거제∼가덕도신공항∼부산∼서울로 이어지는 U자형 고속철도망이 완성된다”며 “40만 시군민의 염원을 담아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는 꼭 반영해줄 것을 간곡히 건의한다”고 말했다. 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
한국에서 기업을 운영하는 이주민 출신 사업가들이 경남에서 국내 첫 기업인협회를 발족한다. 한국 사회에 공헌하면서도 차별로 어려움을 겪던 이들이 의기투합해 차별 없는 사회를 만드는 데 전력을 다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이주기업인협회 창립준비위원회는 국내에서 기업 활동에 종사하는 귀화자 또는 외국인 기업 경영인 120여 명이 28일 경남 창원에서 한국이주기업인협회(MEAK) 출범식을 연다고 26일 밝혔다.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 수 250만여 명 가운데 기업 투자와 무역 경영에 종사하는 체류 외국인은 1만 명을 넘어섰다. 협회는 이주 기업인에 대한 차별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다 협회를 발족하기로 했다. 한국인 고용 등 한국 경제에 기여하면서도 미흡한 법과 제도 등 이주민이라는 이유로 큰 어려움을 겪어왔기 때문이다. 협회 설립을 주도한 이철승 경남이주민센터 대표는 “우리 사회가 한국에서 자수성가한 이주 기업인의 저력을 평가하는 한편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협회는 이주 기업인 경영지원 활동은 물론이고 향후 국내 기업인과의 교류도 늘려나갈 방침이다. 전원주 창립준비위원장은 “국민 경제의 한 축으로 기여해 온 이주 기업인들의 공로가 정당하게 평가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
경남 김해시에 사는 초등학생 남매가 수년간 모은 용돈을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기부해 감동을 주고 있다. 김해시는 장현성(우암초등교 4학년) 장서희(우암초등교 3학년) 남매가 초등학교 입학 이후 모은 용돈 500만 원으로 쌀 200포대를 구입해 김해시복지재단 구산사회복지관에 기부했다고 25일 밝혔다. 홍태용 김해시장은 22일 남매와 엄마, 할아버지를 시청으로 초청해 감사 인사를 전하고 책과 시 기념품을 선물했다. 남매는 “모은 용돈으로 평소 갖고 싶었던 물건을 사는 대신에 나눔의 기쁨을 함께하고 싶어 기부했다”고 말했다. 한치희 구산사회복지관장은 “오랫동안 열심히 모은 용돈을 지역사회에 나눌 줄 아는 남매의 따뜻한 마음이 정말 기특하고 감사할 따름”이라며 “쌀은 재단 급식소를 통해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소중하게 잘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
경남도가 장날에 맞춰 장도 보고 영화도 관람하는 ‘어르신 영화관 나들이 지원사업’을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추진한다. 이 사업은 전통시장 5일장과 경남 군 지역 작은영화관 8곳을 연계해 어르신이 장 보는 날 보고 싶은 영화도 관람하고 치매 예방교육 등 복지 서비스도 함께할 수 있는 통합 문화여가 서비스다. 경남도가 자체 기획한 이 사업에는 작은영화관이 있는 의령군, 함안군, 창녕군, 고성군, 남해군, 하동군, 산청군, 합천군 등 8개 군이 참여한다. 도와 8개 군이 대관 비용을 분담하고 작은영화관 운영사는 대관료를 할인한다. 경남도 관계자는 “어르신들에게 외출·문화 향유 기회를 제공해 고독감을 해소하면서 작은영화관 활성화도 꾀할 수 있어 사업을 기획한 것”이라며 “복지서비스 선도모델로 전국적 파급효과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업은 의령군에서 시작됐다. 23일 의령군 작은영화관인 ‘도깨비영화관’에서는 65세 이상 어르신 60여 명이 전통시장에서 장을 본 전후로 남해군에서 촬영한 영화 ‘소풍’을 관람했다. 이날 오전 영화관 좌석 63석이 꽉 찼다고 한다.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영화 시작 전 어르신들과 만나 “어르신 영화관 나들이 사업 같은 체감형 복지시책을 더욱 많이 발굴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
16일 전남 고흥군 과역면 한적한 시골 도로에는 ‘고흥 커피 거리’라는 푯말이 붙어 있었다. 푯말을 따라 도착한 석촌마을에서 1km쯤 지나자 산티아고 커피농장이 나타났다. 농장 옆 100m²(약 30평) 남짓한 작은 카페에선 로스팅 원두의 고소한 향기가 흘러나왔다. 이곳 카페에서 가장 눈에 띄는 메뉴는 고흥에서 재배한 100% 국내산 원두 커피라는 ‘K커피’. 한 잔에 1만2000원이라는 비싼 가격에도 1시간 동안 30명이 넘는 커피 순례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이곳에서 만난 최모 씨(54·여)는 “맛이 진하고 신선하다”고 했다. 산티아고 커피농장을 운영하는 김철웅 대표(62)는 다국적 기업 등에서 15년간 일한 후 2014년 귀농했다. 같은 해 9월 고흥에 처음 커피나무 묘목을 심어 재배에 성공했다. 그가 10년 전 심은 작은 묘목이 고흥을 K커피의 주산지로 만들었다.● “재배-판매를 넘어 관광 자원화해야” 김 대표는 농가를 운영하면서 직접 재배한 커피 원두를 로스팅하고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농장에서 커피 수확과 로스팅, 핸드드립 등 관광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바리스타나 카페 운영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교육과 컨설팅 등 서비스를 제공했다. 농촌융복합산업(6차 산업)을 목표로 삼은 것. 김 대표는 “방문객들이 스페인 순례길 ‘산티아고’처럼 편안함과 쉼을 느끼길 바라는 마음에 농장 이름을 산티아고로 정했다”며 “2021년부터 3년간 연평균 관광객 4만 명이 농장을 방문했고, 올해는 5만 명으로 늘 것 같다. 연평균 1억5000만 원가량의 수익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전남도농업기술원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국 커피 재배 농가는 44곳으로, 이 중 절반인 22곳이 전남에 자리 잡았다. 전국 커피 재배 면적 8.4ha 중에 4.4ha가 따뜻한 기후와 드넓은 평야를 갖춘 전남에 있다. 커피나무는 25도를 넘으면 광합성 작용을 못 하는데 전남의 서늘한 가을 날씨는 커피나무를 재배하기에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중에서도 고흥은 ‘K커피 허브’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고흥에는 산티아고 커피농장을 포함한 농가 14곳이 2.7ha 규모의 면적에 커피를 재배하고 있다. 고흥에서 커피를 재배하는 농사꾼의 절반 이상이 귀농인이다. 김 대표는 “K커피를 재배해 판매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며 “관광 자원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K커피의 높은 원가를 감안하면 농장 이외에 카페, 가공시설, 체험장, 강연장 등의 운영으로 관광객들을 유치해 부족한 수익을 보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영복 고흥군 유자연구소 연구개발팀장은 “K커피로 관광객 유입이 늘어나면서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산 마라 ‘초피’로 한국의 매운맛 수출 13년간 해병대 부사관으로 근무하다가 전역한 뒤 2019년 귀농한 우정호 씨(41)는 특용작물인 ‘초피’로 성공했다. 초피는 매콤한 맛과 톡 쏘는 향이 특징인 향신료로 남부 지방, 동해 연안에서 자생한다. 마라탕에 얼얼한 맛을 내는 향신료로도 쓰여 인기를 끌고 있다. 경남 밀양시 상동면 가공공장에서 16일 만난 우 씨는 “귀농 첫해 노지에 초피 묘목을 심었는데 홍수로 실패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으며 성장했다”며 “다양한 재배 방법을 시도한 끝에 스마트 팜을 통한 재배 방법을 개발했다”고 했다. 우 씨의 초피나무 재배 면적은 약 1.7ha다. 밀양 다른 농가 10곳에서 생산하는 초피도 매입해 가공하고 있다. 수년간 노력한 끝에 그는 지난해 처음으로 일본에 초피를 수출했다. 초피를 일본인의 입맛에 맞게 절임용으로 가공한 전략이 통한 것. 수출액도 50만 달러를 달성해 농촌진흥청 수출농업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우 씨는 “다양한 제품으로 한국의 매운맛인 초피를 널리 알리고 싶다”고 밝혔다. 고흥=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밀양=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
산업 현장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면서 우수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지역맞춤형 광역비자’(경남형 광역비자) 도입이 필요하다는 경남도의 제안이 정부 정책으로 추진되고 있다. 경남도는 도가 건의한 외국인 지원제도가 정부 정책에 반영돼 추진 중이라고 19일 밝혔다. 13일 법무부 차관 주재 지역기반 이민정책 활성화 간담회에서 경남 건의사항에 대한 구체적인 이행방안을 논의했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달 25일 제7회 중앙지방협력회의에 참석한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지역맞춤형 광역 비자’ 도입과 ‘외국 숙련 인력 국내 직도입 방안’ 등을 정부에 제시했다. 현행 특례 비자인 ‘지역특화형 비자(F-2·거주비자)’가 지역적 특성 및 수요 반영이 어려운 점을 개선해 달라는 취지다. 박 지사는 “체류 자격과 쿼터 등을 광역지자체가 결정할 수 있는 광역비자 도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지역맞춤형 광역비자 설계와 훈령 제정에 즉각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법무부는 또 광역비자의 유형으로 해외 자회사 내 우수 해외 인력을 국내 산업현장으로 직도입하는 해외 자회사 인력 도입을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한 후 시범사업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도 관계자는 “해외 자회사 인력 도입 시 경남 모회사와 유사한 근무환경과 기업문화로 외국 인력의 지역 정착이 쉽고 기업체에서도 숙련된 인력을 활용할 수 있어 기대감이 높다”고 말했다. 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
경남 하동의 한 파출소 주차장에서 지적 장애를 가진 40대 여성이 주차된 순찰차 뒷자석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경찰은 이 여성이 35시간 이상 순찰차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사망한 것으로 보고 수사에 나섰다. 18일 경남 하동경찰서에 따르면 전날(17일) 오후 2시 9분경 경남 하동군 진교파출소 주차장에 세워둔 순찰차 뒷자석에서 A 씨가 숨져 있는 것을 파출소 소속 경찰관이 발견했다. 파출소 인근 지역에 거주하는 A 씨는 같은 날 오전 11시경 가족으로부터 가출 신고가 접수된 상태였다. 신고를 받고 소재 파악을 위해 출동하려던 경찰관이 순찰차에 쓰러져 있는 한 여성을 발견했고, 신원 확인 결과 A 씨로 파악됐다. 발견 당시 A 씨는 이미 숨진 상태로 외상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신 질환을 앓아 온 A 씨는 10년 이상 병원 치료를 받다 최근 가족이 거주하는 하동에 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확인한 파출소 인근 폐쇄회로(CC)TV 영상에서 A 씨는 16일 오전 2시 12분경 파출소 주차장을 배회한 것으로 포착됐다. 당시 A 씨가 문이 잠겨 있지 않은 순찰차 뒷자석에 탑승했다면 36시간 가까이 내부에 갇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순찰차 뒷자석은 앞좌석과 칸막이로 분리된 데다 내부에서는 문을 열 수 없도록 제작돼 있다. A 씨가 발견된 17일 오후 2시 하동 지역 기온은 섭씨 34도까지 올랐다. 경찰은 A 씨의 정확한 사망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경찰 관계자는 “파출소에는 2대의 순찰차가 있는데, 사고가 발생한 순찰차는 평소 잘 사용하지는 않던 차량”이라며 “사고 당시 왜 문이 잠겨 있지 않았는지 등을 집중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청은 18일 이 사건에 대한 감찰에 돌입했다. 감찰을 통해 30시간 이상 순찰 차량을 운행하지 않은 경위 등 규정 위반 사항을 집중 조사할 것으로 전해졌다. 하동=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
경남 창원시가 현재 60곳인 가족친화인증기업을 2028년까지 150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18일 밝혔다. 가족친화인증은 여성가족부가 자녀 출산·양육 지원제도 등 가족친화제도를 모범적으로 운영하는 기업 및 공공기관에 심사를 통해 인증을 부여하는 제도다. 시는 다음 달 중 창원지역 인증기업을 대상으로 협의체를 구성해 가족친화인증으로 주어지는 혜택을 공유하는 한편, 인증기업 확대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또 향후 기업 행사 및 간담회 개최 때 제도를 홍보하고 희망기업을 발굴해 컨설팅을 받도록 도울 방침이다. 추가 지원 혜택 발굴에도 나선다. 시는 인증기업을 대상으로 각종 사업 평가 및 선정 때 가점을 부여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계획이다. 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
2004년 발생한 ‘경남 밀양 집단 성폭력 사건’ 가해자들의 신상을 잇따라 공개한 혐의로 구속된 ‘사이버렉카’ 유튜버의 아내가 공범으로 구속됐다. 유튜버의 아내는 공무원 지위를 이용해 가해자 등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조회해 남편에게 불법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충북 괴산군 소속 공무원 A 씨(30대)를 전날 구속했다고 13일 밝혔다. A 씨는 밀양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와 가해자 가족 등의 주민등록번호와 주소 등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조회해 유튜브 채널 ‘전투토끼’의 운영자이자 배우자인 B 씨(30대)에게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B 씨는 제공받은 정보를 토대로 6월부터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가해자 여러 명의 신상을 당사자 동의 없이 무분별하게 공개했다. 경찰은 7일 B 씨를 구속해 수사하는 과정에서 A 씨의 공모 혐의를 확인했다. 올해 초 결혼한 이들 부부는 큰 수익을 얻기 위해 유튜브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사이버렉카 유튜버인 ‘나락보관소’가 6월 1일 가해자들의 신상을 먼저 공개하면서 조회수가 폭발하자 폭로전에 가세했다. 일부에게는 자신에게 사과 영상을 보내지 않으면 가족의 신상을 공개할 것이라며 협박하고 강요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압수물 분석을 통해 A 씨 부부의 여죄를 수사하고 있다. 밀양 성폭행 사건 가해자 등 신상 공개와 관련해 경찰에 접수된 고소·고발은 13일 기준 총 618건이다. 경찰은 수사 대상자 314명 중 14명을 송치했다. 유튜버 ‘나락보관소’는 아직 수사 중으로 포함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나머지 수사 대상자들에 대해서도 원칙에 따라 계속 조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창원=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
술을 마신 채로 유튜브 라이브 방송 도중 일본도를 휘두른 40대 남성이 경찰에 입건됐다.경남 창녕경찰서는 도검 2점을 허가 없이 소지한 혐의(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40대 강모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3일 밝혔다.강 씨는 8일 오후 9시경 술을 마신 상태에서 자신의 유튜브 채널 라이브 방송을 하던 중 일본도를 휘두른 혐의를 받고 있다. 일본도의 길이는 각각 87㎝(칼날 59㎝, 손잡이 28㎝), 75㎝(칼날 53㎝, 손잡이 22㎝) 2점이었다. 현행법상 칼날 길이가 15㎝ 이상이거나, 15㎝ 미만이더라도 칼날이 서 있어 흉기로 사용될 위험성이 있을 경우 소지 허가를 받아야 한다.강 씨의 범행은 유튜브 시청자의 신고로 덜미가 잡혔다. 방송 4일 뒤인 12일 오후 뒤늦게 해당 방송을 본 시청자가 “정신적으로 불안정해 보인다”며 112에 신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해당 영상을 분석해 창녕 거주지에 있는 강 씨를 같은 날 검거하고 일본도 2점도 함께 압수했다. 경찰은 강 씨가 2018년 중고물품 거래 사이트에서 장식용으로 일본도 2점을 구입했다는 진술을 토대로 정확한 범행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달 29일 서울 은평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30대 남성이 일본도로 같은 아파트 주민을 살해했다.이후 일본도 등 도검류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자 경찰은 단속을 강화했다.창녕=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
10월부터 거제시민들도 통영시민과 같은 조건으로 통영공설화장장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공설화장 시설이 없어 통영이나 고성, 멀게는 창원까지 ‘원정 장례’를 떠나는 거제시민의 불편이 크게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통영시와 거제시는 9일 통영시청에서 ‘통영시 추모공원 화장시설 공동사용 협약식’을 열었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협약으로 거제시가 일시 부담금을 납부하고 화장시설 운영비는 이용자 수에 비례해 공동으로 부담하기로 했다. 그동안 거제시민은 지역에 화장 시설이 없어 큰 불편을 겪어 왔다. 인근 지방자치단체 화장 시설에서 장례를 치러 왔지만 각 지역마다 시설이 있는 지역주민에게 우선권을 주고 비용도 더 비쌌기 때문이다. 거제시가 화장 시설 건립을 추진했지만 재정 악화 우려가 제기돼 불발됐다. 양 지자체가 화장 시설을 공동 사용함으로써 상당 규모의 예산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 이번 협약으로 통영시는 99억2600만 원을 받을 수 있게 됐고 연간 운영비를 거제시와 공동 부담할 수 있게 됐다. 거제시는 200억 원 이상의 화장시설 건립비 및 연간 운영비를 아끼면서 시민들에게 시설 건립과 동일한 장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천영기 통영시장과 박종우 거제시장은 “예산을 절감하고 주민 복지를 강화하기 위한 상생 협력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