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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0여 년간 20대 근로자의 임금 상승률이 20∼60대 중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공채가 사라지는 등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해지며 저소득·단기 일자리를 전전하는 청년이 많아진 영향이다. 반면 60대 근로자의 평균 임금은 3배로 뛰어 20대 평균 임금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경제가 성장하고 일자리도 늘었지만 청년들은 그 과실에서 소외되다시피 한 셈이다. 이미 저성장이 굳어지는 추세라 이대로라면 지금의 청년층은 일자리 경쟁에서 계속 뒤처지고 ‘부(富)의 사다리’를 올라타지 못하는 ‘잃어버린 세대’가 될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23일 동아일보가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를 통해 2001∼2023년 연령별 임금 자료를 전수 분석한 결과 20대 근로자가 받는 평균 임금은 2001년 104만1000원에서 지난해 230만3000원으로 121.2% 올랐다. 본격적으로 사회에 첫발을 딛는 때인 20대 후반(25∼29세)으로 좁히더라도 117만1000원에서 257만6000원으로 올라 임금이 오른 정도(120%)가 비슷했다. 물가 상승률을 걷어내면 20대의 실질임금은 51.5%만 올랐다.20대의 임금 상승률은 주요 경제활동인구인 20∼60대 근로자 가운데 가장 낮다. 임금 상승률은 나이가 많아질수록 높아졌는데, 특히 60대는 205.5%로 3배 넘게 뛰었다. 그 결과 2001년만 해도 20대보다 26만 원가량 적었던 60대 평균 임금은 오히려 지난해에는 20대보다 7만 원 넘게 많았다.이 같은 현상은 고소득에 안정적인 직장으로 꼽히는 대기업의 취업문이 점점 좁아지고 있는 현실과 무관치 않다. 2019년 현대자동차그룹에 이어 LG그룹과 SK그룹 등이 잇따라 공개 채용 제도를 폐지했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신규 채용 연령대를 공개하고 있는 15대 대기업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1년 57.5% 수준이었던 20대 신규 채용 비율은 지난해 50.8%까지 낮아졌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청년들은 소득이 정체돼 있다시피 해 부모 세대보다 더 가난해지고 있다”며 “청년들이 인적자본을 쌓을 시기를 놓치면 일자리 경쟁에서 계속 뒤처지고 평생 소득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20대 임금상승률, 전 연령대서 꼴찌… 월급도 60대에 추월당해[‘富의 사다리’ 잃어버린 청년세대]韓, 대졸 청년비율 70% ‘OECD 1위’… 졸업부터 첫 취업까지 11.5개월좋은 일자리 부족, 취업준비 길어져… 저임금 전전하다 구직 포기하기도“청년들 경기악화에 가장 먼저 타격”올 초 1년간 다닌 중소 광고대행사를 그만둔 이모 씨(28)는 구직활동을 하지 않고 두 달째 그냥 쉬고 있다. 공채가 집중되고 있는 시기지만 상반기(1∼6월)에 지원한 회사에서 모두 떨어진 탓에 지금은 한 걸음 물러나 ‘취업을 준비 중’이다. 20대인 이 씨는 이번이 벌써 세 번째 퇴사다. 적은 월급에 근무환경이 열악해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계속해 이직했다. 이 씨는 “직전 회사에서는 최저임금을 조금 웃도는 월급을 받고 일주일 내내 야근을 했다. 심지어는 휴가도 못 쓰게 해 퇴사를 결심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도 그는 “괜찮은 회사 가기가 이렇게 어려울 줄 알았다면 참고 다녀 볼걸 후회도 된다”고 했다. 20대 임금 상승률이 20∼60대 중 꼴찌로 나타난 건 이 씨처럼 원하는 직장에 가지 못해 저임금 일자리를 전전하는 젊은층이 많아진 결과다. 길어지는 취업 준비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구직을 아예 포기한 청년들은 정부의 고민거리로까지 떠올랐다. 저출산·고령화로 생산가능 인구가 줄고 있는데 20대가 제때 커리어를 쌓지 못하면 사회 전체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취업시장서 소외된 20대… 60대에 월급 추월당해23일 동아일보가 2001∼2023년 연령별 임금자료를 전수 분석해보니 2023년 20대 근로자가 받는 월 급여는 평균 230만3000원으로, 20∼60대 가운데 가장 적었다. 특히 60대의 경우 2001년에는 평균 77만8000원을 받아 20대(104만1000원)보다 적었는데, 지난해에는 237만7000원으로 20대보다도 7만 원 넘게 더 받았다. 60대 근로자 임금이 20대를 앞지른 건 최저임금이 급등한 2018년, 2019년 이후 지난해가 역대 세 번째다. 2018년과 2019년에는 60대 임금이 각각 4000원, 9000원 더 많아 차이가 크지 않았는데 작년엔 격차가 본격적으로 벌어졌다. 60대는 양질의 일자리에 대거 취업한 반면 20대 고용은 나빠진 게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22년간 60대의 임금 상승률이 205.5%로 가장 높았고 이어 50대(178.1%), 40대(147.1%), 30대(139.3%), 20대(121.2%) 순이었다. 10대 임금은 이 기간 60만2000원에서 84만7000원으로 40.7% 올랐는데 물가상승률을 빼면 실질임금은 오히려 ―29.1% 뒷걸음질했다. 중소기업 제약회사에서 3년째 일하고 있는 박모 씨(28)는 “4000만 원이 안 되는 지금 연봉으로는 결혼하고 집 사고 아이를 낳는 미래가 도저히 상상이 안 된다”며 “대기업 직장인이 아니면 평범한 삶을 살기도 힘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매일 퇴근 후에 이직을 준비하고 있다.● 취업 준비 기간만 약 1년 ‘역대 최장’20대가 취업 시장에서 밀려나며 임금에서도 페널티를 받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소득에 근무 환경이 좋은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결과로, 이 때문에 청년들이 취업 준비에 보내는 시간은 갈수록 길어지고 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올 5월 기준 15∼29세 청년들은 졸업부터 첫 취업까지 역대 가장 긴 11.5개월을 쓰고 있었다. ‘역대 최장 취준생’ 시대가 열린 셈이다. 2018년부터 7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가 2년 전 포기한 유모 씨(30)는 대기업과 공기업이라면 직군을 가리지 않고 거의 모든 신입 공채에 지원서를 쓰고 있다. 최근 1년 반 동안 지원한 곳만 약 110곳인데 취업 준비 6년째인 올해도 여전히 백수다. 유 씨는 “수료 상태인 대학 졸업을 더 미루기 어려워서 대학원에 가기로 했다”며 “중간에라도 취업에 성공하면 대학원은 굳이 졸업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청년들의 취업이 유난히 힘든 건 한국에서 두드러지는 현상이다. 지난해 기준 한국은 대학을 졸업한 청년 비율(69.7%)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였지만 이 중 16.9%가 경제활동을 하지 않아 OECD 회원국 중 4번째로 많았다. 특별한 이유 없이 구직을 하지 않는 청년 ‘니트족’ 비중 역시 관련 통계가 있는 OECD 13개국 중 3위다.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지난해부터 다른 연령대는 모두 취업자가 느는 반면 청년층은 고용이 오히려 가라앉고 있다. 청년 인구가 줄어드는 영향에 더해 청년들이 경기 악화에 가장 먼저 타격을 받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세종=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버거·치킨 브랜드 맘스터치가 지난해 3월 이후 1년 7개월 만에 가격을 또 올렸다. 앞서는 원재료 가격 상승에 따른 인상이라고 설명했는데 이번에는 배달 수수료 인상으로 인한 가맹점주 수익성 악화를 인상 이유로 들었다. 배달앱 수수료에 부담을 느낀 외식업계가 메뉴 가격 인상에 나서면서 먹거리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맘스터치는 버거 28종, 치킨 12종, 사이드 메뉴 12종을 포함해 총 62종의 가격을 100∼300원씩 올린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맘스터치의 대표 메뉴인 ‘싸이버거’ 단품은 4600원에서 4900원, ‘후라이드치킨’ 반 마리는 9400원에서 9900원, ‘케이준양념감자’는 2000원에서 2100원으로 오른다. 앞서 8월 롯데리아는 버거류 가격을 100∼200원 인상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배달 메뉴 가격(리아 불고기·리아 세트 기준)을 1300원 올렸다. 맥도날드는 5월에 빅맥세트 가격을 300원 올리는 등 지난해 11월 이후 6개월 만에 가격을 또 올린 바 있다. 이처럼 올해 들어 제품 가격을 올렸거나, 배달 메뉴 가격을 매장 메뉴 가격보다 비싸게 책정하는 이중가격제를 도입하는 프랜차이즈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가격 인상 요인으로 배달 플랫폼의 과도한 수수료를 들고 있다. 특히 시장점유율이 60%에 달하는 업계 1위 배달의민족이 무료 배달을 내세운 ‘배민클럽’을 통해 음식점주에게 음식 값의 9.8%를 중개 수수료로 부담시키면서 ‘배달 앱의 수수료 부과가 과도하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지난달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입점 가맹점주들에게 ‘배민배달’(무료 배달) 이용을 유도해 놓은 뒤 배민배달 이용 수수료율을 6.8%에서 9.8%로 갑자기 올렸다는 것이다. 업계 2위 쿠팡이츠도 9.8%의 중개 수수료율을 고수하고 있다. 정환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매장보다 배달 시 가격이 더 비싼 이중가격제는 소비자들의 선택지가 있는 반면에 배달 수수료를 이유로 일반 메뉴 가격까지 올린 것은 인상을 위한 명분으로 배달 플랫폼 갈등을 이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배달 플랫폼 수수료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꾸린 상생협의체는 결론을 내지 못하고 공전하고 있다. 배달의민족은 최근 협의체에 ‘차등 수수료율’을 상생안으로 들고나왔다. 중개 수수료율을 기존과 같은 9.8%로 유지하되, 매출액 하위 40% 업체에는 수수료를 차등적으로 낮추는 안이다. 매출액 하위 20∼40%는 4.9∼6.8%의 수수료율을, 하위 20%까지는 2%를 적용하는 식이다. 입점 업체들은 중개 수수료 5% 상한제를 요구하고 있다. 배달의민족 측은 쿠팡이츠의 동참을 전제로 추가 수수료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쿠팡이츠 측에서는 아직까지 의견을 제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당국의 압박은 거세지고 있다. 공정위는 자율 규제로 배달수수료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법적 규제를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배달수수료 상한제를 도입하거나 영세 자영업자에게 적용할 우대 수수료율을 정부가 정하는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법적 근거를 마련해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정하듯 정부가 배달수수료율 산정에 직접 개입하는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상생협의체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한 뒤 제도 개선안 마련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이민아 기자 omg@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배달의민족(배민)의 수수료 인상에 “당황했다”며 자율규제로 배달수수료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땐 법적 규제를 검토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배민은 쿠팡이츠가 수수료를 내려야 배민도 인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위원장은 21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문제는 상생협의체에서 논의 중이다.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입법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앞서 7월 배달앱과 자영업자 간 대화로 수수료 부담을 낮추기 위해 상생협의체를 꾸린 바 있다. 하지만 최고수수료율을 내려달라는 자영업자 요구와 달리 배달앱 측은 9.8%의 최고 수수료율을 고수하고 있어 논의가 공회전 중이다. 배민은 앞서 7월 기존 6.8%였던 수수료율을 9.8%로 올린 바 있다. 쿠팡이츠의 수수료율도 9.8%다.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배달 수수료 부담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국회 정무위원장인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경제부총리가 배달료 부담을 느끼는 영세 사업자에 대한 지원을 검토하겠다고 한 지 일주일 만에 배민이 수수료를 기습적으로 올렸다. 정부를 우습게 보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 윤 의원은 “배민은 자회사를 통한 배달(배민 배달)을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화면을 구성했다. 배달 몰아주기가 아니냐”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남근 의원 또한 “자영업자들이 배달 수수료 부담에 음식 가격을 올리려고 하자 배민은 다른 배달앱과 동일한 가격으로 설정하라며 최혜 대우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위원장은 “(배민이 수수료율을 9.8%로 올린 것에) 상당히 당황했다”면서 “배달 몰아주기 의혹에 대해서는 확인해서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해보겠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최혜 대우 요구에 관해서는 상생협의체에서도 논의하고 있고, 공정위의 조사도 이뤄지고 있다. 위법성이 확인되면 조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현재 배민, 쿠팡이츠, 요기요가 입점 업체에 음식 가격 등을 경쟁사와 같은 수준으로 맞추라고 강요한(최혜 대우 요구) 혐의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한편 이날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의 함윤식 부사장은 높은 배달수수료와 최혜 대우 요구에 대해 “경쟁사(쿠팡이츠)가 먼저 하다 보니 부득이하게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배민 측이 상생협의체에서 제안한 우대수수료율(최저 2%)을 확대 적용할 수 있냐는 질의에는 “시장 구조가 공정해진다면 고려해보겠다”고 답했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티몬·위메프 같은 온라인 중개거래 플랫폼에 20일 내 판매대금을 정산해 주도록 의무를 부과하는 법 개정을 정부가 추진한다. 1조 원대 미정산 피해를 낸 ‘티메프 사태’ 재발을 막으려는 취지다. 판매대금의 절반은 은행 등에 묶어두고 멋대로 쓰지 못하게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18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런 내용의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앞서 정부는 제2의 티메프 사태 방지를 위해 대규모유통업법을 고치겠다며 복수의 선택지를 발표했는데, 공청회 및 여당과의 협의 등을 거쳐 최종확정했다.개정법이 적용되는 사업자는 국내에서 중개 거래 수익이 100억 원 이상이거나 중개 거래 규모가 1000억 원 이상인 플랫폼이다. 당초 공정위는 중개 거래 수익 1000억 원 이상 또는 중개 거래 규모 1조 원 이상으로 기준을 10배 높이는 방안도 고민했지만 채택하지 않았다. 이 경우 티몬 등은 제외돼 ‘티메프 빠진 티메프 방지법’이 될 우려가 있어서다. 기준에 해당하는 플랫폼은 소비자가 구매를 확정한 날로부터 20일 안에 판매자에게 대금을 정산해줘야 한다. 법 적용 대상 사업자의 평균 정산 기일이 20일인 점을 고려했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다만 숙박, 여행, 공연 등은 소비자가 실제 이용한 날을 기준으로 해 10일 안에 정산하도록 했다.모바일 소액결제처럼 판매대금이 통신사 등을 거쳐오느라 플랫폼이나 결제대행(PG)사에 늦게 들어오는 경우엔 20일보다 늦게 정산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다. 소비자가 구매를 확정한 날로부터 17일이 지났는데도 플랫폼, PG사가 대금을 받지 못한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이 경우에는 플랫폼, PG사가 대금을 받은 날을 기준으로 3일(영업일 기준) 내 정산해주면 된다.플랫폼이 직접 판매대금을 받아 관리한다면 대금의 50% 이상을 금융기관에 별도로 예치하거나 지급보증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예치된 판매대금은 압류할 수 없고, 플랫폼이 양도하거나 담보로 제공하는 것도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플랫폼이 파산하는 경우에도 입점 판매자에게 대금을 우선 지급하고 다른 채권자보다 먼저 변제받도록 한다는 계획이다.이번에 마련된 개정안은 이르면 다음 주 중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이 발의할 예정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국회와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말했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건설 경기가 얼어붙으며 이 분야 일자리가 석 달 연속 최대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 일자리는 대표적인 저소득층 일자리로 꼽혀 고용 취약계층이 내수 부진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하거나 일을 구하지 않고 그냥 쉰 청년들이 늘어 청년 고용률도 뒷걸음질했다. 통계청이 16일 낸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14만4000명 증가한 2884만2000명이었다. 올해 초까지는 매달 30만 명 안팎 취업자가 늘었는데, 이와 비교하면 증가세가 다소 둔화했다. 건설업이나 청년 등 취약 부문에서는 고용 한파가 두드러졌다. 업종별로 보면 건설업 취업자 수는 205만7000명으로 1년 새 10만 명 줄었다. 지금과 같은 기준으로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13년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건설업 취업자는 5개월째 전년 대비 줄고 있는데 특히 올 7월(―8만1000명)부터는 매달 최대 낙폭을 갈아치우고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건설업 취업자는 5개월 연속 감소했고 폭도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신규 공사 위축, 원자재 비용 증가 등의 영향으로 고용이 위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수와 밀접한 도소매업에서도 취업자 수가 10만4000명 줄어 7개월째 내리막이었다. 제조업 취업자 역시 4만9000명 감소해 3개월째 줄었다. 반면 정보통신업(10만5000명),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8만3000명), 운수창고업(7만9000명) 등에서는 고용이 늘었다. 연령별로는 60세 이상 취업자가 27만2000명 늘어난 반면, 청년층(15∼29세)에서는 16만8000명이 줄어 격차가 컸다. 청년층은 인구가 쪼그라드는 것보다도 취업자 수 감소 폭이 커 고용률(45.8%)도 1년 전보다 0.7%포인트 줄었다. 청년 고용률은 5월부터 5개월간 내리 감소 흐름을 보이고 있다. 청년 고용률이 나빠지는 건 양질의 일자리를 찾지 못해 그냥 쉰 청년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무직 상태에서 일자리도 구하지 않고 ‘그냥 쉰’ 청년은 1년 전보다 6만9000명 늘어난 44만2000명이었다. 2021년 1월(11만2000명) 이후 44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세다. 전체 쉬었음 인구는 247만9000명으로 1년 전보다 23만1000명 늘며 7개월 연속 증가했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자영업자 간 자율적인 상생안 마련을 위해 꾸려진 대화 기구가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배달수수료 상한선 등을 두고 양측이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어 정부가 목표로 한 이달까지 결론을 내기 어렵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최악의 경우 정부가 배달수수료 결정을 업체 자율에 맡기는 대신 법적 규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14일 배달업계에 따르면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는 이날 오후 7차 회의를 열어 배달수수료 관련 논의를 이어갔다. 이날 회의에서 배달의민족은 최고 수수료율을 현행 9.8%로 유지하되 매출액이 낮은 업체에 대해서는 수수료율을 깎아준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단, 수수료율 인하의 조건으로 내건 ‘입점업체 측의 할인 혜택 제공’ 단서는 빼기로 했다.앞선 6차 회의에서 배민은 중개 수수료율을 기존과 같은 9.8%로 유지하되 매출액 하위 40%에 해당하는 업체에 대해서는 수수료를 차등적으로 낮추는 안을 제시했다. 매출액 하위 20∼40%는 4.9∼6.8%의 수수료율을, 하위 20%까지는 2%를 적용하는 식이다. 단, 하위 20∼40%의 경우 점주들이 손님에게 1000원 이상 할인 혜택을 제공해야 수수료율을 깎아주겠다는 조건을 붙였다.요기요 역시 매출액 하위 40% 업체에게 수수료 일부를 포인트 형식으로 돌려주겠다는 기존입장을 유지했다. 쿠팡이츠 측은 배민의 상생안을 따르되, 쿠팡이츠가 고용한 배달기사를 통해서가 아닌 입점업체 측이 직접 배달하는 경우 새로운 요금제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배달앱 3사가 사실상 전과 같은 입장을 내놓으면서 이날 회의는 평소보다 약 1시간 이른 1시간 반 만에 빈손으로 끝났다. 자영업자 단체 역시 중개 수수료율 상한을 5%로 낮춰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생협의체는 “이날 논의 결과 양측 간 입장 차가 있음을 확인했다”며 “차기 회의에서 진전된 안을 제시해달라고 양측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상생협의체는 23일 8차 회의를 열어 양측의 의견 조율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하지만 최고 수수료율을 둘러싼 견해차가 첨예한 만큼 정부가 목표로 한 이달 안에 결론을 내기란 어렵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온다. 양측이 끝내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 등 4명의 공익위원들이 낸 중재안을 협의 결과로 발표한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이 경우 이행 여부가 업체 자율에 맡겨져 실효성이 떨어지는 데다, 당사자끼리 자발적으로 상생안을 마련하게 한다는 ‘자율규제’의 목표는 후퇴할 수밖에 없다.정부는 상생협의체의 결과에 따라 자율규제가 아닌 법적규제 카드를 꺼낼지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상생협의체에서 내놓은 방안이 사회적인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정부로서는 입법을 통한 제도개선 등 추가적 방안도 강구할 수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대통령실도 배달수수료율 상한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올해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최 부총리는 1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세수 결손으로 교부세와 교부금의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황명선 의원이 “지난해 역대급 세수 펑크로 각 지방정부, 교육청으로 가야 할 예산이 축소·불용 처리되면서 생활 밀착형 사업들이 백지화됐다”고 지적하자 올해도 이 같은 축소·불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현행법에 따라 내국세의 40%가량은 지방교부세와 교부금에 배분된다. 내국세가 줄면 지방자치단체에 떼어주는 예산도 그만큼 줄 수밖에 없다. 중앙정부가 전국 지자체와 시도교육청에 나눠주는 돈을 각각 지방교부세, 교부금이라고 한다. 올해 내국세를 포함한 전체 국세는 29조6000억 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최 부총리는 “지난해 조정 과정에서 지자체와 소통에 부족한 측면이 있었다. 올해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야당 의원들은 2년 연속 대규모 세수 결손이 ‘부자 감세’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윤석열 정부는 역대급 감세 왕국이다. 재정에 점점 구멍이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동료 의원들이 걱정하는 부자 감세는 존재하지도 않지만 세수 결손은 그로 인한 것이 아니다. 문제는 세원이 구조적으로 늘어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소득세를 계산할 때 물가 상승분을 반영하는 ‘소득세 물가 연동제’ 도입에 대해서는 “종합적으로 한번 검토해 보겠다”고 했다. 소득세 물가 연동제는 물가가 오르면 과세표준 구간 등을 변경해 실질적인 세 부담을 줄여주는 제도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54)은 따로 세금을 내지 않고 약 14억 원의 상금을 모두 받게 된다.11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소득세법 시행령 제18조에는 비과세 되는 기타소득 중 하나로 ‘노벨상 수상자가 받는 상금과 부상’이 명시돼 있다. 한강이 받게 되는 상금 1100만 크로나(약 14억3000만 원)에는 세금을 매기지 않는 것이다.이날 오전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소득세법 시행령에 따라 노벨상 상금은 비과세하느냐’는 질의에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그렇게 알고 있다”고 답했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쿠팡이 검색 알고리즘을 조작했다며 이를 멈추라고 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에 대해 법원이 효력을 일시 정지한다는 취지의 결정을 내렸다. 쿠팡은 공정위와 법정 다툼이 끝날 때까지 문제가 된 알고리즘을 그대로 쓸 수 있게 됐다. 다만 법원은 1600억 원대 과징금은 그대로 내라고 판단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은 공정위 제재를 두고 쿠팡이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이 같은 내용의 ‘일부 인용’ 결정을 내렸다. 앞서 올 6월 공정위는 쿠팡이 자사 상품을 위쪽에 올리기 위해 검색 알고리즘과 후기를 조작했다며 1628억 원의 과징금 처분을 내렸다. 불법적인 알고리즘 조작을 하지 말라는 시정명령도 함께 부과했다. 이를 두고 쿠팡은 불복 소송을 제기하는 동시에 집행정지를 신청했는데, 집행정지 사건에 대한 결과가 이번에 나온 것이다. 집행정지란 행정적 처분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을 때 처분 효력을 잠시 멈추는 결정이다. 이에 따라 쿠팡은 재판이 끝날 때까지 공정위가 ‘소비자를 기만하는 조작’이라고 본 검색 알고리즘을 계속 쓸 수 있게 됐다. 공정위에 따르면 쿠팡은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검색 순위 상단에 고정하는 등의 방식으로 알고리즘을 손봤다. 다만 법원은 쿠팡이 부과받은 과징금에 대해서는 쿠팡 측의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쿠팡은 1628억 원을 내야 하고 만약 법원에서 최종 승소하면 이를 돌려받게 된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대금이 밀린 식당 업주 등을 대신해 올 상반기(1∼6월) SGI서울보증에서 내준 보험금이 이미 작년 1년 치의 두 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길어지는 고금리, 고물가에 소비가 살아나지 않으면서 대금 지급 등 계약을 지키지 못한 사업자가 많아진 것이다. 올해 수출 대기업 중심으로 경제가 살아나고 있지만 밑바닥 경제와는 온도 차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8일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의원이 SGI서울보증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6월까지 숙박·음식점업에 나간 SGI서울보증의 보증보험 지급액은 75억82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지급액(37억3800만 원)의 두 배가 넘는 규모로 이런 속도라면 올 한 해 작년의 4배에 달하는 보험금이 숙박·음식점업에서 발생한 계약 사고를 대신 물어주는 데 쓰이게 된다.내수와 밀접한 다른 업종에서도 보증보험 지급액은 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도소매업에 나간 보증보험 지급액은 529억8100만 원으로 작년 전체 지급액(851억7400만 원)의 62%가량이었다. 제조업에서도 지난해 지급액의 70% 이상이 반년 동안 나갔다. 모든 업종을 통틀어 상반기 지급된 보증보험금은 5484억300만 원이었다. 지난해 나간 보험금은 1년 새 31.4% 뛴 8847억9500만 원이었는데 올해는 10년 만에 1조 원을 넘길 가능성이 있다. 보증보험은 사업자 간 물건 납품, 대금 지불 등 계약이 이행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가입하는 보험 상품이다. SGI서울보증 측은 “지난해부터 경기가 나빠지면서 부진한 업황을 중심으로 보증보험 지급액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증가세는 특히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를 중심으로 두드러졌다. 상반기 중소기업에 나간 보증보험금(3256억1100만 원)은 작년 지급액의 60%가 넘었고 개인사업자(2056억800만 원) 역시 마찬가지였다. 반면 이 기간 대기업에 나간 보험금(8억2100만 원)은 지난해 전체 지급액의 5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올해 수출 경기가 회복되면서 대기업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반면에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로의 ‘낙수효과’는 사라진 결과로 풀이된다. 내수 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대표적 지표인 소매판매액지수는 올 2분기(4∼6월)까지 9개 분기 연속 감소하며 역대 가장 긴 내리막을 걷고 있다. 소득보다 물가가 더 가파르게 오른 데다 이자 부담까지 겹치면서 가계 여윳돈이 8개 분기째 줄어든 결과다.최근 들어선 소비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취약 소상공인들은 이미 한계 상황에 내몰린 상태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2분기 자영업자 대출잔액 1060조1000억 원 중 753조8000억 원이 금융사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 대출이었다. 3년 전(589조9000억 원)과 비교하면 27.8% 불어난 규모다. 이 기간 연체율도 0.56%에서 1.85%로 3.3배가량 뛰었다. 올 들어 7월까지 폐업을 이유로 소상공인에게 지급된 노란우산 공제금 또한 9000억 원에 달해 1년 전보다 12.4% 늘었다.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소비가 소폭 늘어났지만 투자는 여전히 안 좋고 내수 살리기에 투입될 재정 여력도 부족해 내수 경기를 낙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경제 규모에 비해 자영업자가 지나치게 많은 영향도 있다. 자영업 구조조정을 위해 재취업 지원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소득 상위 10%에 해당하는 변호사가 1년간 벌어들인 돈이 전체 변호사 소득의 80%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계사도 마찬가지여서 전문직에서도 소득 양극화 현상이 뚜렷했다. 7일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국세청에서 제출받은 ‘2023년도 부가가치세 신고납부액’에 따르면 변호사 직종이 지난해 신고한 부가세 과세표준은 총 8조7227억 원으로 집계됐다. 각종 비과세, 공제를 제외하고 변호사들이 신고한 수입이 9조 원에 달한다는 뜻이다. 신고 건수는 법인과 개인을 합쳐 총 9045건이었다. 이 중 상위 10%에 해당하는 905건의 과세표준은 총 6조7437억 원으로 전체의 77.3%를 차지했다. 반면 과표가 연간 4800만 원에 못 미치는 신고분도 모두 2021건에 달했다. 상위 10%가 소득의 80%를 버는 반면 하위 22%가량은 소득이 월평균 400만 원에도 못 미치는 셈이다. 아예 매출이 없다고 신고한 건수도 697건이었다. 회계사 업계에서도 소득 격차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회계사 직종의 과세표준은 5조9671억 원으로 집계됐는데, 이 가운데 79.8%가 상위 10%(219건)의 몫이었다. 건축사, 감정평가사도 상위 10%가 소득의 70% 안팎을 차지하고 있었다. 한편 개인 기준으로 소득이 가장 높은 직종은 변리사(5억4000만 원)였다. 이어 변호사(4억4900만 원), 회계사(4억4400만 원), 관세사(3억3000만 원), 세무사(3억2900만 원) 등의 순이었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정부가 시효 만료 등으로 걷지 못한 세금과 과태료가 최근 5년간 34조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역대 최대 세수 펑크가 발생한 지난해에도 정부가 못 걷은 돈은 5조 원이 넘었다. 연이은 세수 부족으로 나라 재정에 적신호가 켜진 만큼 정부가 불납결손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이 기획재정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불납결손액은 33조7000억 원이었다. 불납결손액은 정부가 부과한 세금과 부담금, 벌금, 과태료 등에서 결국 납부되지 않아 결손 처리된 금액을 말한다. 불납결손액을 연도별로 보면 2019년 7조7000억 원, 2020년 7조5000억 원, 2021년 7조8000억 원, 2022년 5조 원 등이다. 56조 원 넘게 세수가 부족했던 지난해에도 5조6000억 원가량의 세금 등이 들어오지 않았다. 사유별로 보면 시효 만료가 가장 많았다. 시효 만료로 인한 불납결손액은 5년간 12조6000억 원으로 전체의 37.5%를 차지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정부가 5년 이상 징수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가 만료된다. 지난해에만 시효 만료에 따른 불납결손액이 3조1000억 원으로 전체 불납결손액의 절반을 넘었다. 압류액보다 집행 비용이 많아 걷지 못한 액수가 5년간 8조6000억 원으로 그 다음으로 많았다. 이어 체납자 무재산(3조1000억 원), 채무면제(1조7000억 원) 등의 순이었다. 부처별로는 기재부(16조1000억 원), 금융위원회(9조9000억 원), 중소벤처기업부(2조7000억 원) 등의 순으로 결손 처리 규모가 컸다. 정 의원은 “올해도 약 30조 원의 세수 결손이 예상되는 마당에 시효 완성으로 인한 불납결손부터 줄여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정부가 시효 만료 등으로 걷지 못한 세금과 과태료가 최근 5년간 34조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역대 최대 세수 펑크가 발생한 지난해에도 정부가 못 걷은 돈은 5조 원이 넘었다. 연이은 세수 부족으로 나라 재정에 적신호가 켜진 만큼 정부가 불납결손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7일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이 기획재정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불납결손액은 33조7000억 원이었다. 불납결손액은 정부가 부과한 세금과 부담금, 벌금, 과태료 등에서 결국 납부되지 않아 결손 처리된 금액을 말한다.불납결손액을 연도별로 보면 2019년 7조7000억 원, 2020년 7조5000억 원, 2021년 7조8000억 원, 2022년 5조 원 등이다. 56조 원 넘게 세수가 부족했던 지난해에도 5조6000억 원가량의 세금 등이 들어오지 않았다.사유별로 보면 시효 만료가 가장 많았다. 시효 만료로 인한 불납결손액은 5년 간 12조6000억 원으로 전체의 37.5%를 차지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정부가 5년 이상 징수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가 만료된다. 지난해에만 시효 만료에 따른 불납결손액이 3조1000억 원으로 전체 불납결손액의 절반을 넘었다. 압류액보다 집행 비용이 많아 걷지 못한 액수가 5년간 8조6000억 원으로 그 다음으로 많았다. 이어 체납자 무재산(3조1000억 원), 채무면제(1조7000억 원) 등의 순이었다.부처별로는 기재부(16조1000억 원), 금융위원회(9조9000억 원), 중소벤처기업부(2조7000억 원) 등의 순으로 결손 처리 규모가 컸다. 정 의원은 “올해도 약 30조 원의 세수 결손이 예상되는 마당에 시효 완성으로 인한 불납결손부터 줄여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지난해 자살로 인한 사망자가 하루에 38명꼴로 발생해 10년 만에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으로 전체 사망자 수는 줄었지만 사회적 고립 등 팬데믹이 남긴 후유증이 본격화하며 자살 사망자는 2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통계청이 4일 발표한 ‘2023년 사망 원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자살로 인한 사망자 수는 1만3978명으로 집계됐다. 하루에 38.3명꼴로, 2013년(1만4427명) 이후 최대 규모다. 2022년에는 자살 사망자 수가 전년보다 400명가량 줄어든 1만2906명이었는데 지난해에는 이보다 1000명 이상 증가했다.반면 지난해 전체 사망자 수는 35만2511명으로 1년 전보다 2만 명 넘게 줄었다. 2022년 코로나19로 역대 최대치(37만2939명)를 보인 사망자 수가 지난해부터는 엔데믹을 맞아 감소 전환했다. 사망 원인별로 보면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수는 1년 전보다 2만3838명 급감한 7442명이었다. 이 기간 사망 원인에서 코로나19가 차지하는 순위는 3위에서 10위로 하락했다. 자살로 인한 사망은 다섯 번째로 많아 1년 전보다 한 계단 올랐다.전체 사망자는 줄었는데도 자살 사망자가 늘어난 건 엔데믹을 계기로 코로나19 후유증이 본격화됐기 때문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임영일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인 고립, 경제적인 어려움이 지속하는 상황에서 코로나19가 종식되자 상대적 박탈감이 두드러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특히 10대와 20대, 30대에서 사망원인 1순위는 자살이었다. 10대 자살 사망자 수는 1년 전보다 33명 늘어난 370명이었고 20대는 2명 늘어난 1396명, 30대는 55명 늘어난 1735명이었다. 지난해 자살률은 10만 명당 27.3명으로 전년보다 2.2명(8.5%) 상승했다. 2014년(27.3명)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자살률이 상승한 것도 2년 만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연령표준화 자살률(국가별 연령 구조 차이를 제거한 값)로 따지면 지난해 한국의 자살률은 24.8명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았다. OECD 평균(10.7명)의 약 2.3배였다.한편 지난해 사망 원인 1위는 암(8만5271명)이었다. 이어 심장질환(3만3147명), 폐렴(2만9422명), 뇌혈관 질환(2만4194명) 등의 순이었다. 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거대 플랫폼 기업의 반칙 행위를 막기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이 “통상 관련 규범과 상충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선을 그었다. 또 배달플랫폼, 입점 업체와 논의 중인 배달 수수료 개선 방안은 이달 안에 결론을 내기로 했다. 3일 공정위에 따르면 한 위원장은 전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공정거래법은 과거에도 국내외 사업자 구별 없이 법 집행을 해왔고 이번에 개정되는 내용도 차별 없이 적용될 예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공정위가 공정거래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나서자 미 하원에서는 한국의 입법 조치로 미국의 디지털 기업이 피해를 볼 경우 미국 정부가 대응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한 위원장은 “논란이 됐던 사전 지정 방식이 아닌 사후 추정 방식을 도입한 것도 그런 우려를 고려한 것”이라며 “조금의 불협화음도 없도록 관계 부처와 긴밀히 논의하겠다”고 설명했다. 기업의 입증 책임을 강화하고 과징금을 올리는 내용이 담긴 공정거래법 개정안에는 당초 추진했던 ‘사전지정제’는 빠졌다. 공정위는 강화된 규제를 적용할 사업자를 미리 지정해 관리하는 대신 반칙 행위를 했을 때 일정 기준을 넘어서면 ‘지배적 사업자’로 추정해 제재 수위를 높이기로 했다. 한 위원장은 배달플랫폼 상생협의체에 대해 “아직은 소상공인이 관심이 많은 배달 수수료와 관련한 방안이 나오지 않았다”면서도 “10월까지 결론을 도출한다는 목표하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협의체는 배달플랫폼, 자영업자 단체가 수수료 부담 완화 등 상생안을 마련하기 위해 올 7월 출범했지만 양측의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구체적인 논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위원장은 “소상공인의 어려움은 회의체 참석자 모두가 공유하고 있다”며 “합리적인 개선 방안이 나오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조건이 더 나은 회사로 이직하기 위해 지난해 3월 다니던 중소기업을 관둔 박모 씨(35)는 1년 7개월째에 접어든 지금도 새 직장을 구하지 못했다. 수백 개의 원서를 넣었지만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박 씨는 “괜찮은 회사는 손에 꼽을 만큼 적고 그마저도 뽑는 인원이 점점 줄어 경쟁이 치열하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잦은 야근에 비해 받는 돈이 적어 이직을 결심했는데 지금은 전보다 연봉이 낮은 곳까지 원서를 넣는 처지”라며 “면접에 합격해 입사가 정해졌는데도 첫 출근 직전에 입사 취소를 당한 적도 있다”고 했다. 전체 실업자 5명 중 1명은 박 씨처럼 반년 넘게 일자리를 구하고 있지만 취업을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통계청에 따르면 8월 기준으로 구직 기간이 6개월 이상인 장기 실업자는 11만3000명으로 전체 실업자의 20%를 차지했다. 장기 실업자 비중이 20%대까지 커진 건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실업률은 사상 처음으로 1%대까지 떨어졌지만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해 장기간 실업 상태에 빠진 이들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6개월 이상 쉰다” 절반이 2030세대장기실업자 11만명 30대 장기실업 1년새 5000명 늘어“시간-보수 만족 못해 직장 그만둬”양질 일자리 부족이 원인 꼽혀전체 실업자에서 장기 실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 4월 이후 4개월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4월만 해도 10%를 밑돌았던 장기 실업자 비중은 3개월 만에 20%까지 상승했다. 특히 장기 실업자 2명 중 1명은 2030 청년층이었다. 8월에 1.9%까지 떨어진 실업률은 장기 실업자들이 결국 구직조차 포기하게 된 ‘실망 노동자 효과’ 탓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기 실업 절반은 2030 청년층1일 통계청에 따르면 8월 기준으로 구직 기간이 6개월 이상인 20, 30대 장기 실업자는 5만7000명으로 전체 장기 실업자의 50.4%였다. 20대가 3만 명, 30대가 2만7000명이었다. 전체 장기 실업자는 1년 전보다 7000명 가까이 늘었는데, 30대에서만 5000명 넘게 증가했다.청년층을 중심으로 장기 실업자가 늘고 있는 이유는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의 단면으로 풀이된다. 청년들이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를 찾지 못하면서 구직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8월 기준 직장을 그만둔 지 1년이 지나지 않은 장기 실업자 4명 중 1명(24.7%)은 이전 직장을 그만둔 이유로 ‘시간·보수 등의 작업 여건 불만족’을 꼽았다. ‘임시 또는 계절적 일의 완료’(26.4%)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비중이다.최근 일자리는 저숙련 단기 일자리를 중심으로 늘고 있다. 주휴수당과 각종 사회보험의 사각지대에 있는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취업자는 8월 201만5000명으로 올 2월(204만8000명)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았다. 1년 전과 비교하면 18만4000명 늘었다. 반면 안정적인 일자리로 꼽히는 36시간 이상 취업자는 209만9000명 줄었다.지난해 10월부터 수출이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수출 호조도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까진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최근 한국 수출 실적을 좌우하고 있는 반도체의 경우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반도체 산업의 취업유발계수(10억 원어치를 생산할 때 필요한 직간접 취업자 수)는 2.1명으로 전체 산업(10.1명)의 5분의 1 수준이었다.● “일자리 미스매치 방치하면 생산성에 악영향”문제는 장기 실업을 겪은 이들이 구직조차 포기해 노동시장을 아예 벗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올 1월 3.7%였던 실업률은 8월에 1.9%까지 하락했다. 실업률이 1%대를 보인 건 현재의 기준으로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9년 6월 이후 처음이다.하지만 여기에는 구직을 포기한 실업자들은 빠져 있다. 실업자가 더 이상 구직을 하지 않게 되면 통계상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면서 실업률을 계산할 때는 제외된다. 이 같은 실망 노동자 효과가 발생하면 실업률 지표 자체는 개선된 것으로 나온다.실제로 8월에 일하지도 않고 일자리를 찾지도 않는 비경제활동인구는 1621만1000명으로 1년 전보다 4만8000명 늘었다. 비경제활동인구는 2021년 3월부터 올 5월까지 39개월 연속 전년 대비 줄다가 올 6월부턴 매달 증가하고 있다.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오랫동안 일자리를 못 구한다는 건 일자리 미스매치가 심각하다는 의미”라며 “이로 인해 실망 노동자 효과가 생기면 경제 전체적으로는 인적 자원을 활용하지 못하는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생산연령인구(15∼64세)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일자리 미스매치가 심화되면 경제 생산성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만큼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금형 제조를 위탁하는 하도급 계약을 맺으면서 최대 960일이 지나서야 서면을 발급한 현대자동차의 부품 계열사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게 됐다. 1일 공정위는 현대케피코의 불공정 하도급 거래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5400만 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케피코는 2020년 5월부터 2023년 5월까지 13개 수급 사업자와 총 110건의 하도급 거래를 하면서 법이 정한 서면 발급 의무를 어겼다. 납품 기일을 구체적으로 적지 않은 서면을 발급하거나 수급 사업자가 작업을 시작한 이후 최대 960일이 지난 후에야 서면을 발급해 준 것이다. 하도급법에 따라 원사업자는 하도급 계약 내용 등 필수 사항을 적은 서면을 수급 사업자가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발급해 줘야 한다. 하지만 현대케피코 측은 완성차 업체에 최종 납품을 한 후 대금을 주겠다며 서면 발급도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현대케피코는 16개 수급 사업자에게 법이 정한 기일을 지나 하도급 대금 잔금을 주면서 이에 대한 지연이자 총 2억5000만 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다만 현대케피코 측은 조사 과정에서 지연이자 전액을 지급해 이를 자진 시정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제조업 경쟁력의 근간인 금형 분야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지는 구두계약, 대금 지연 지급을 적발해 제재한 것”이라며 “불공정 하도급 거래 행위를 지속해서 감시하겠다”고 했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올 한 해 걷힐 세금이 당초 예상보다 30조 원 가까이 적을 것이란 전망을 정부가 내놨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실적 악화 탓에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을 정도로 경기 상황이 심각했지만 이를 제대로 내다보지 못한 탓이다. 올해도 연장을 거듭한 유류세 인하 등 줄 이은 감세 정책도 세수 펑크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역대 최대 세수 펑크에 이어 올해도 수십조 원대 세수 부족이 현실화한 가운데 정부는 빈 곳간을 메울 뚜렷한 재원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휘청이는 내수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 상황에서 이에 대응할 재정 실탄마저 부족해졌다는 우려가 나온다.26일 기획재정부는 올해 세수를 재추계한 결과 국세 수입이 337조7000억 원 수준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정부는 올해 예산을 짜면서 세금이 367조3000억 원 걷힐 것이라고 봤는데, 이보다 29조6000억 원 낮춰 잡은 것이다. 정부 예상보다 56조 원 넘게 부족했던 지난해 국세 수입보다도 6조4000억 원 세금이 덜 걷히는 셈이다. 세수 오차율도 ―8.1%로 세수가 부족했을 때만 놓고 보면 2000년대 들어 두 번째로 크다. 2021년부터 발생한 세수 오차 규모는 200조 원에 육박하며 나라 살림 운용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올해 대규모 세수 펑크의 주요 원인은 법인세였다. 법인세는 예상한 것보다 14조5000억 원 덜 걷힐 것으로 정부는 내다봤다. 지난해 정부가 고수한 ‘상저하고(하반기 경기 반등)’ 전망과 달리 기업경기가 내내 부진했던 탓이다. 법인세 큰손으로 꼽히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많은 기업이 올 3월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기재부는 소득세, 상속증여세, 교통·에너지·환경세 등 다른 세목에 대해서도 세수 예상치를 줄줄이 내렸다. 정부는 기금의 여윳돈을 활용하고 일부 사업에 대해선 편성된 예산 집행을 취소해 세수 부족분을 해결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면서도 구체적인 대책은 국회 등과 논의하겠다는 계획만 밝힐 뿐 뾰족한 해법을 제시하진 않았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세수 재추계 현안보고’에서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코로나19 이후 4년간 세수 추계 오차가 반복된 상황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올해 예상되는 부족분에 대해서는 정부 내 가용 재원을 최대한 활용해 우선 대응하고자 한다”고 밝혔다.정부, 세수 예측 4년연속 크게 어긋나… 기금 돌려막기할 판올해도 30조 세수 결손법인세 14.5조 줄어 부족분의 절반… 소득세수도 예상보다 8.4조 덜 걷혀국세서 지급하는 교육교부금 5조↓“경기 낙관론, 세수오차 키워” 지적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규모 세수 펑크가 발생한 건 경기 회복 속도가 정부 예상에 못 미친 것이 결정적인 이유로 분석된다. 국채 추가 발행이 힘든 상황에서 정부는 지난해처럼 각종 기금 등에서 예산을 끌어오는 ‘돌려막기’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올해 세금이 예상보다 30조 원 가까이 덜 걷히면서 국세에서 일정 비율을 떼서 지급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도 최대 5조 원 넘게 줄어들게 됐다.● 지난친 경기 낙관에 감세 정책 남발기획재정부가 26일 발표한 올해 세수 재추계 결과에 따르면 올해 법인세수는 63조2000억 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당초 정부 예상치(77조7000억 원)보다 14조5000억 원 적은 규모다. 전체 세수 부족분(29조6000억 원)의 49%가 법인세수에서 발생하는 것이다.연이은 감세 조치도 세수 부족을 키웠다. 물가 안정을 이유로 유류세율 인하 조치를 이어가면서 올해 교통·에너지·환경세수는 당초 예상(15조3000억 원)보다 4조1000억 원이 줄어든 11조2000억 원에 그칠 것으로 추산됐다. 사과 등 각종 먹거리 물가 급등에 대응하기 위한 긴급 할당관세 조치로 관세도 예상보다 1조9000억 원 덜 걷힐 것으로 예상됐다.가장 대표적인 세목으로 꼽히는 소득세수도 종합소득세와 양도소득세 등이 크게 줄어 당초 예상(125조8000억 원)보다 8조4000억 원 부족하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지난해 전반적인 경기 둔화와 자산 시장 침체 흐름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경기를 예측하고 유류세 인하 등의 조치도 연장하면서 큰 폭의 세수 오차가 발생했다”고 말했다.정부의 세수 예측은 2021년부터 크게 빗나가고 있다. 2021년과 2022년에는 예상보다 50조 원 넘게 세금이 더 걷혔고, 지난해와 올해는 정부가 예산을 짤 때 잡았던 것보다 세금이 부족하다. 기재부에 따르면 2020∼2023년 한국의 평균 세수 오차율을 12.4%였다. 미국(7.8%), 일본(7.3%) 등 세계 주요국보다 높은 수준이다. 세수가 더 많이 들어오면 재정 확장 유인으로 작용해 장기적으로 재정 건전성 악화를 불러올 수 있고, 세수가 예상보다 줄면 당초 계획대로 예산을 쓰지 못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여야, 역대급 세수 오차 일제히 비판팬데믹 이후 기업 경기 예측에 지속적으로 실패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정부는 세수 추계 방식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로 했다. 세수를 추계하는 전체 과정에서 예산정책처, 조세재정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정부가 가진 정보를 최대한 공유하고 인공지능(AI) 기술도 활용하겠다는 것이다.하지만 정부는 올해 세수 부족분을 어떻게 메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선을 그어 국채 발행을 늘릴 순 없기 때문에 지난해처럼 각종 기금과 회계의 여윳돈으로 부족분을 메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에는 외국환평형기금을 끌어다가 급한 불을 껐지만 올해는 이마저도 쉽지 않다. 지난해 정부는 세수 펑크를 막기 위해 외평기금에서 약 20조 원을 활용했지만 ‘외환 방파제’를 허물었다는 비판을 받았기 때문이다.정치권에서는 ‘경기 낙관론’이 낳은 대규모 세수 오차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의원은 “건전 재정 기조로 경제가 침체되고 그에 따라 세입 기반이 붕괴되면서 세수 오류가 생기는 문제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이종욱 의원도 “정부가 여러 차례 제도 개선 노력을 다짐했는데도 대규모 세수 오차가 반복되는 것을 무엇보다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교육부는 올해 세수 재추계 결과에 따라 교육교부금도 하반기(7∼12월) 감액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교육교부금은 내국세 수입의 20.79%와 국세 교육세 일부로 조성되는데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의 주요 재원으로 활용된다. 줄어드는 폭은 최대 5조3000억 원가량으로 예상된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개월 전보다 0.1%포인트 낮춰 잡았다. 2분기(4∼6월) 성장률이 1년 6개월 만에 마이너스를 보인 게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OECD는 25일(현지 시간) 발표한 ‘중간 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2.5%로 내다봤다. 4개월 전에는 한국 경제가 2.6%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그보다 0.1%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지난달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제시한 전망치와 같고 한국은행 전망치(2.4%)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앞서 5월 OECD는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0.4%포인트 올려서 발표했다. 1분기(1∼3월) 성장률이 1.3%로 2년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오른 영향이 컸다. OECD가 다시 전망치를 낮춰 잡은 건 이 같은 성장세가 석 달 만에 꺾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내수가 위축되고 수출이 주춤하면서 2분기 한국 경제는 0.2% 역(逆)성장했다. 반면 OECD는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3.1%에서 3.2%로 높여 잡았다. 물가 둔화와 소득 개선, 통화정책 완화 등에 힘입어 세계 경제가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본 것이다. 다만 OECD는 인플레이션 완화 과정에서 금융시장의 과도한 변동성이 나타나면 경제 성장세를 끌어내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OECD는 “향후 재정 소요에 대비해 부채의 지속 가능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중기 재정 관리에 단호한 노력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일본 경제는 올해 마이너스(―0.1%)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올 5월 일본의 성장률 전망치를 1.0%에서 0.5%로 하향 조정한 OECD는 이번에도 더 큰 폭으로 성장률을 낮춰 잡았다. 한편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이날 내놓은 ‘9월 아시아 경제 전망’에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2개월 전과 동일한 2.5%로 유지했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지난해 예산을 짜면서 국토교통부는 층간소음으로 인한 이웃 간 갈등을 예방하겠다며 신규 사업 두 개에 190억 원을 편성했지만 실제로는 1억1000만 원을 집행하는 데 그쳤다. 150억 원 규모의 층간소음 성능보강 사업은 저소득층이나 자녀가 있는 중산층 가구가 소음매트를 구입, 설치할 때 저금리로 그 비용을 빌려주는 사업으로 설계됐다. 하지만 직접 지원이 아니라 융자 사업이라는 점 때문에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해 실제 집행액이 1억1000만 원에 불과했다. 건설사들에 연 4% 금리로 공사비를 빌려주는 층간소음 개선 리모델링 사업에는 40억 원의 예산이 편성됐지만 금리 혜택이 작은 융자 사업이라는 한계로 집행이 전무해 한 푼도 쓰지 못했다.● 나라 살림 빠듯한데 곳곳에서 대규모 불용24일 기획재정부와 국회예산정책처, 국민의힘 구자근 의원 등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해 예산이나 기금을 집행하면서 국토부 사업처럼 편성한 예산을 쓰지 않고 불용(不用) 처리한 사례가 다수인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예산 불용액 규모는 10조8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를 보였다. 세금이 덜 걷히면서 지난해 56조 원이 넘는 역대급 ‘세수 펑크’가 발생해 허리띠를 졸라맨 정부가 정확한 예산 수요 예측에 실패해 비효율적인 예산 집행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의 경우 지난해 전력산업기반기금을 활용해 식품매장의 개방형 냉장고에 문을 달고 소상공인들의 낡은 냉난방기를 고효율 냉난방기로 교체하는 사업을 벌였다. 하지만 100억 원의 기금을 편성해서 추진한 문 달기 사업은 올 3월까지 10억100만 원을 집행하는 데 그쳤다. 300억 원의 기금을 편성했던 노후 냉난방기 교체 사업도 올 3월까지 111억1800만 원만 집행해 실적이 저조했다. 문 달기와 냉난방기 교체 비용의 40%까지만 보조해 주는 구조여서 인기가 낮았던 것이다. 구 의원은 “소상공인의 비용 부담에 비해 전기요금 절약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을 간과하면서 수요 예측에 실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예산 불용, 11조 육박하며 사상 최대청년이나 장병들의 목돈 마련을 돕기 위한 사업들에서도 대규모 불용 사례가 적지 않았다. 이번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 중인 청년도약계좌의 경우 지난해 신규 계좌 개설이 예측했던 306만 명에 크게 못 미치는 51만1000건에 그쳐 서민금융진흥원에 출연한 재원 3440억여 원 가운데 432억 원만 실제 집행된 것으로 집계됐다. 현역 병사들이 가입하는 장병내일준비적금과 연계해 추가적인 돈을 지급하는 병내일준비지원 사업도 지난해 6584억 원의 예산을 마련했지만 5014억 원만 집행돼 1500억 원 이상의 불용액이 발생했다. 예산정책처 관계자는 “실제 가입률과 가입 금액 등을 부정확하게 계산하면서 발생한 불용 사례”라고 말했다. 중소·중견기업이 청년을 정규직으로 추가 채용할 경우 지원금을 지급해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추진된 청년추가고용장려금 사업 역시 지난해 2294억 원의 예산이 배정됐지만 홍보 부족 등으로 704억 원만 집행해 집행률이 30% 수준에 그쳤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예산은 한정돼 있는데 애초에 수요가 부족한 사업이 들어가면 정작 필요한 사업은 예산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