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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가 3일 한국 방문을 통해 “EU와 한국 간 안보·국방 협력을 다음 단계로 격상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한국과 EU의 안보·국방 협력을 한 단계 강화하는 ‘안보·방위 파트너십’이 채택될지 주목된다.스페인 외교장관 출신인 보렐 고위대표는 한국 시간으로 이날 0시 반경 소셜미디어 X 계정에 올린 글에서 서울에 도착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난 몇 년간 우리는 디지털·녹색·보건 파트너십 체결을 통해 (양자 관계의) 상당한 진전을 이뤄 한층 더 긴밀한 파트너가 됐다”고 밝혔다.보렐 고위대표는 4일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제1차 한-EU 전략대화를 공동 주재한다. 전략대화는 지난해 5월 한-EU 정상회담 합의에 따라 신설된 회의체다. 여기서는 한-EU 전략적 동반자 관계 강화 방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EU와 한국은 보렐 고위대표의 방한 기간 양자 간 안보·국방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안보·방위 파트너십을 채택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북한의 러시아 파병 관련 대응 공조 방안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3일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한 보렐 고위대표는 방한 기간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도 회동할 예정이다. 한편 보렐 고위대표는 1일 일본 도쿄에서 EU-일본 안보·방위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보렐 고위대표와 이와야 다케시(巖屋毅) 외상은 이날 사상 처음 개최한 일본-EU 외교장관 전략 대화에 앞서 파트너십 체결을 발표했다. EU-일본 파트너십은 중국의 해양 진출을 염두에 두고 체결한 안보협력 방안이다. 일본 교도통신은 국장급 ‘안보·방위 대화’의 신설과 연례 개최, 일본 자위대와 EU 해군 부대의 공동 훈련, 안보 정보 교류를 위한 협정 체결 검토 등이 명시됐다고 전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전쟁 격전지인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주에 배치된 데 이어 우크라이나 영토에도 일부 진입했다고 CNN이 29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같은 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북한군이 우크라이나에 진입하면 타격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군과 우크라이나군 간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에 지원을 늘려줄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28일 “미국은 한국의 무기 지원 등을 포함해 폴란드와 루마니아 등 인근 국가를 통해 우크라이나 방공망을 강화할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공격용 무기 등을 지원하면 ‘우크라이나 전쟁’이 남북한 대리전, 나아가 더 큰 규모의 국제적 분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 의회 전문매체 더힐은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할 경우 북한의 대응에 따라 남북 간 충돌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기업연구소의 니컬러스 에버스탯 정치경제석좌는 워싱턴포스트(WP) 기고에서 “북한군 파병으로 세계적 분쟁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고 밝혔다.● 북한군 전선 투입 빠르게 진행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의 전선 투입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진단이 잇따른다. CNN은 서방 정보당국자 2명을 인용해 “북한군 일부가 이미 우크라이나에 진입해 주둔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정보당국자는 CNN에 “북한군 중 상당수가 이미 행동에 나섰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군이 러시아 동부 훈련을 마치고 최전선으로 이동함에 따라 우크라이나 전장으로 투입되는 인력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아직 우크라이나에 북한군이 들어왔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정보는 없다”고 답했다. 이미 북한군이 우크라이나군과 교전을 치렀다는 주장도 나왔다. 리투아니아 비영리기구(NGO) ‘블루옐로’의 요나스 오만 대표는 28일 현지 매체 LRT에 “우리가 지원하는 우크라이나군과 북한군의 무력충돌이 이미 25일 쿠르스크주에서 벌어졌다”며 “한국인(북한군)은 1명 빼고 전부 숨졌다”고 밝혔다. 한국 국방정보본부도 30일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중 일부 선발대가 전선에 투입됐을 개연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날 정보본부는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국정감사에서 이같이 보고하며 “쿠르스크 등 전장으로의 이동이 임박한 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고 여야 간사인 국민의힘 이성권,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전했다. ● 폭풍군단, 후방 침투와 시가전 등 주특기 정보본부는 또 “폭풍군단(북한군 11군단) 지휘관 일부가 선발대로 현지에 갔을 수 있다”고도 보고했다. 폭풍군단은 대규모 육탄전보다 요인 암살, 후방 침투·교란, 시가지 작전, 주요 시설 폭파 등을 주특기로 하는 부대다. 정보본부는 “북한군이 언어 등의 문제로 독자적으로 전투를 수행하긴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러시아군과) 혼합 편제를 해야 효율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쿠르스크 일대가 개활지이며 드론전 형태로 전쟁이 진행되는데 북한군에는 드론이 보급돼 있지 않아 상당한 피해가 예상된다”고 보고했다. 파병된 북한군은 주로 20대 초반이며 10대 후반도 일부 포함됐다는 외신 보도도 사실일 것으로 추정됐다. 국가정보원은 정보위에 “폭풍군단으로 파병된 북한군은 주로 20대 초반이 많고, 10대 후반도 일부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며 “전투능력을 결코 낮게 평가해선 안 된다”고 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전쟁 격전지인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주에 배치된 데 이어 우크라이나 영토에도 일부 진입했다고 CNN이 29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같은 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북한군이 우크라이나에 진입하면 타격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북한군과 우크라이나군 간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에 지원을 늘려줄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28일 “미국은 한국의 무기 지원 등을 포함해 폴란드와 루마니아 등 인근 국가를 통해 우크라이나 방공망을 강화할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한국이 우크라이나에 공격용 무기 등을 지원하면 ‘우크라이나 전쟁’이 남북한 대리전, 나아가 더 큰 규모의 국제적인 분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 의회 전문매체 더힐은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할 경우 북한의 대응에 따라 남북 간 충돌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기업연구소의 니컬라스 에버슈타트 정치경제석좌는 워싱턴포스트(WP) 기고에서 “북한군 파병으로 세계적 분쟁에 한걸음 더 가까워졌다”고 밝혔다.● 리투아니아 NGO, “북한군 전사자 발생”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의 전선 투입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진단이 잇따른다. CNN은 서방 정보당국자 2명을 인용해 “북한군 일부가 이미 우크라이나에 진입해 주둔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정보당국자는 CNN에 “북한군 중 상당수가 이미 행동에 나섰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군이 러시아 동부 훈련을 마치고 최전선으로 이동함에 따라 우크라이나 전장으로 투입되는 인력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아직 우크라이나에 북한군이 들어왔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정보는 없다”고 답했다.이미 북한군이 우크라이나군과 교전을 치렀다는 주장도 나왔다. 리투아니아 비영리기구(NGO) ‘블루-옐로’의 요나스 오만 대표는 28일 현지 매체 LRT에 “우리가 지원하는 우크라이나군과 북한군의 무력충돌이 이미 25일 쿠르스크주에서 벌어졌다”며 “한국인(북한군)은 1명 빼고 전부 숨졌다”고 밝혔다.한국 국방정보본부도 30일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중 일부 선발대가 전선에 투입됐을 개연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날 정보본부는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국정감사에서 이 같이 보고하며 “쿠르스크 등 전장으로의 이동이 임박한 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고 여야 간사인 국민의힘 이성권,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전했다.정보본부는 또 “폭풍군단(북한군 11군단) 지휘관 일부가 선발대로 현지에 갔을 수 있다”고도 보고했다. 폭풍군단은 대규모 육탄전보다 요인 암살, 후방 침투·교란, 시가지 작전, 주요 시설 폭파 등을 주특기로 하는 부대다. 정보본부는 “북한군이 언어 등의 문제 로 독자적으로 전투를 수행하긴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러시아군과) 혼합 편제를 해야 효율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쿠루스크 일대가 개활지이며 드론전 형태로 전쟁이 진행되는데 북한군에는 드론이 보급돼 있지 않아 상당한 피해가 예상된다”고 보고했다.파병된 북한군은 주로 20대 초반이며 10대 후반도 일부 포함됐다는 외신 보도도 사실일 것으로 추정됐다. 국정원은 정보위에 “폭풍군단으로 파병된 북한군은 주로 20대 초반이 많고, 10대 후반도 일부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며 “전투능력을 결코 낮게 평가해선 안 된다”고 했다.● 美 대선 전까진 무기 지원 등 대응 방안 안 나올듯북한군 파병으로 인한 파장이 커지고 있지만 다음 달 5일 열리는 미국 대선까지는 무기 지원을 포함해 구체적인 대응 방안이 나오기 어렵다는 전망이 많다.가장 큰 변수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중단과 평화협정 추진을 공언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의 당선 여부다. 트럼프 후보는 여러 차례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을 중단할 뜻을 내비쳐 왔다.트럼프 후보가 당선시 유력한 국무장관 후보로 꼽히는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평화를 위한 거래에 나설 의지가 있는지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서 최근 전쟁 소식에 가려졌던 기이한 뉴스가 있었다. 러시아에서 인터넷, 영화, 광고나 미디어를 통해 ‘자녀 없는 삶’을 옹호하면 벌금 최대 500만 루블(약 7150만 원)을 내야 한다는 내용이다. 러시아 하원의 뱌체슬라프 볼로딘 의장은 지난달 이런 법안을 검토한다고 발표했다. 서구 언론들은 말도 안 되는 코미디란 반응이었지만 러시아는 진지하다. 하원은 이 법안을 ‘국가 안보 전략’의 일부라고 불렀다. 하원은 올 상반기(1∼6월) 출산율이 25년 만에 최저치로 발표된 지 보름도 안 돼 이 법안을 공개했다. 특히 6월 신생아 수는 통계가 집계된 이후 처음으로 10만 명 이하로 떨어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입’인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 소식을 듣고 “국가 미래에 치명적”이라고 개탄했다.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벌이는 푸틴 대통령은 ‘저출산’이란 강적과도 치열한 전투 중이다. 북한으로부터 ‘병력 수혈’을 받으면서 러시아의 고질적인 인력 부족의 심각성이 더욱 여실히 드러났다.러 출산율, 佛-獨에 못 미쳐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많은 이들이 죽었고 전쟁에 반대하는 청년들이 떠난 영향이 당장은 클 것이다. 하지만 러시아에서 저출산은 오래도록 뿌리 깊게 이어진 문제다. 정부는 전쟁 전부터 저소득 가정을 위한 유급 보육 서비스 확대, 대가족을 위한 세금 감면, 보육 시설 증설 등 다양한 저출산 대책을 도입했다. 푸틴식 중앙집권적 정책에도 저출산 문제는 좀처럼 정복되질 않았다. 푸틴 대통령이 수차례 ‘애를 낳아야 한다’고 열변하고 다녀도 소용이 없었다. 급기야 ‘여성 1명이 최소 3명은 낳아야 한다’는 목표까지 내걸었다. 지난달 보건부 장관이 ‘근무 중 휴식시간에 임신을 시도하라’는 취지의 발언까지 했다고 한다. 푸틴 대통령은 자국의 출산율만 신경 쓰는 게 아니다. 러시아 주변을 포위하려 애쓰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의 출산율에도 민감하다. 나토 병력 수에 밀리면 지도상에서 지워질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유럽 통계기관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러시아의 합계출산율(1.42명)은 나토 회원국 평균치에 가깝지만 프랑스(1.79명), 독일(1.46명), 벨기에(1.53명) 등에 못 미친다. 나토 회원국들도 병력 보강을 서두르고 있다. 독일 국방장관은 외국인 입대 허용 방안을 제안하기 시작했다. 영국 역시 2010년 이후 매년 신병 모집 목표 달성에 실패하고 있다. 육군 참모총장이 나서 시민군을 동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출산율 꼴찌’ 韓, 병력 확충 고민해야사실 러시아나 나토 회원국들보다 저출산과 병력 충원을 더 심각하게 논의할 곳은 한국이다. 합계출산율(2022년 0.78명)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를 벗어나지 못하는 한국은 엄연히 북한과 휴전 상태다. 그럼에도 독일이나 영국처럼 군 고위층에서 적극적으로 대책을 제안한다는 말은 잘 들리질 않는다. 징병제 개편은 민감한 문제이긴 하다. 그렇다면 직업군인을 늘릴 방안부터 논의해 볼 수 있다. 채용 박람회나 콘서트장까지 찾아가 상담 부스를 여는 독일군을 눈여겨볼 법하다. 독일 국방부는 입대 체험 무료 캠프를 확대하고, 지역별 거점에서 밀착 상담을 진행해 직업적 호감도를 높이고 있다. 원래 이런 대책은 긴 호흡으로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으로 국제 정세가 요동치며 경험해 보지 못한 시간이 오고 있다. 장기적으로 내다보되 좀 더 빠른 호흡으로 서둘러야 할 때가 됐다.조은아 파리 특파원 achim@donga.com}
“러시아와 북한이 (상호 군사 지원을) 결정할 때가 오면, 우리가 주권적으로 결정을 내릴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5일(현지 시간) 북-러의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북-러 조약)을 재차 강조하고 나섰다. 전날 북한군 파병과 관련해 “우리가 알아서 할 일”이라며 해당 조약을 언급한 지 하루 만이다. 북한군 파병이 정당한 행위임을 강조하는 차원으로 풀이되나, 유사시 러시아도 한반도에 파병할 수 있다는 걸 공개 천명했다는 점에서 작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푸틴 대통령이 북한과의 군사 공조를 재확인하며 우크라이나 전쟁은 물론이고 한반도에도 긴장감이 조성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러시아는 전쟁을 2년 이상 이어오면서도 북한 핵 비확산엔 서방과 공조해 왔지만, 이번 파병을 계기로 ‘최후의 보루’마저 넘어설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미 뉴욕타임스(NYT)도 “세계 핵 비확산 체제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북-러 군사 협력, 주권적 결정”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북-러 조약에서 ‘한쪽이 공격받아 전쟁 상태에 처할 경우, 다른 쪽이 지체 없이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고 명시한 제4조를 이틀 내내 언급했다. 그는 25일 국영 로시야1 방송에서 “이건 우리의 주권적 결정”이라며 “우리가 무언가를 사용할지, 어디서 어떻게 필요로 할지, 일부 훈련이나 경험 전수에 사용할지는 우리의 문제”라고 했다. 푸틴 대통령이 24일부터 북-러 조약을 언급한 건 당일 오전 러시아 하원(국가두마)의 조약 비준이 끝나길 기다렸단 해석이 나온다. 엄구호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러시아학과 교수는 “러시아는 군사 협력이 조약에 기반한 주권 사항이라 말해 왔다”며 “더 이상 부인할 필요가 없다고 느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북-러 협력은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자국 안보를 추구하는 것과 같다”고도 했다. 우크라이나가 서방 지원을 받듯 러시아도 북한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단 논리다. 진행자인 올가 스카베예바가 “대통령 발언으로 미 워싱턴에서 폭발적 반응이 있었다”고 하자, 푸틴 대통령은 “어떤 폭발인진 모르겠지만 파편이 멀리 가진 않았다”고 농담했다. 현승수 통일연구원 부원장은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전쟁은 ‘특별군사작전’으로 이웃 국가와 협력하는 건 스스로 결정할 문제란 논리”라고 설명했다. 현 부원장은 이어 “한반도에서 우발적 충돌이나 전쟁 가능성이 있을 때 러시아가 개입할 명분이 된다”고 짚었다. 국내 외교가에선 “러시아가 빠져나갈 구멍도 만들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외교 소식통은 “파병을 부인하긴 어려운 상황에서 ‘일부 훈련이나 경험 전수’를 언급해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고 말했다.● “러 군용기, 북에서 모스크바로”우크라이나 당국에 따르면 북한군은 최전방인 러시아 쿠르스크주에 배치돼 이르면 27일 전쟁에 투입될 수 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총국(HUR)은 25일 “탄약을 비롯해 침구, 의류, 신발 등과 매달 화장지 50m, 비누 300g이 북한군에 배급됐다”고 밝혔다. HUR에 따르면 북한군 약 1만2000명은 러시아 동부 우수리스크와 울란우데, 예카테리노슬랍스카, 크냐제볼콘스코예, 세르게옙카 등 5개 군사 훈련장에서 훈련받고 있다. 북한군 훈련은 유누스베크 옙쿠포르 러시아 국방차관이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옙쿠포르 차관은 제1, 2차 체첸전쟁 등을 이끈 ‘전쟁 베테랑’이다. 영국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잭 와틀링 선임연구원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북한군은 꽤 양호한 응집력과 사기를 갖췄을 수 있다”고 평했다. 북한군 파병으로 국제사회 질서가 혼란에 빠질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NYT는 24일 “북-러 군사 동맹이 강화되며 북핵 문제를 둘러싼 공조가 무너지는 분위기”라고 보도했다. 보수 성향인 헤리티지재단의 로버트 피터스 연구원은 “러시아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핵심 기술을 제공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영국 아이뉴스에 따르면 최대 436명이 탈 수 있는 러시아 특수비행편대의 군용기가 23일 밤 북한 황주 공군기지를 출발해 24일 오전 모스크바에 도착했다. 아이뉴스는 “북한의 추가 병력 등을 이송했을 수 있다”고 전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5일(현지 시간) 북-러의 상호 군사지원을 명시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북-러 조약)’을 언급하며 “러시아와 북한은 무언가를 결정해야 할 때가 오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브릭스(BRICS) 정상회의 결산 기자회견에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사실상 시인하며 “우리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말한 데 이어, 다시 한번 러시아도 유사시 한반도에 파병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러시아 국영통신사 리아노보스티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25일 국영방송 로시야1 인터뷰에서 북-러 조약에 대해 “러시아와 북한은 (상호 군사 지원에 대해) 무언가를 결정해야 하면 확실히 결정하겠다”며 “북한 친구들도 여기에 똑같은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24, 25일 연이어 북-러 조약의 제4조인 ‘유사시 한쪽이 공격받아 전쟁에 처할 경우, 다른 쪽이 지체 없이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를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그는 “이를 어떻게 적용할지 아직 의문”이라며 “우리는 북한과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24일 러시아 타타르스탄 공화국 카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미국 기자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정황을 뒷받침하는 위성 사진에 대한 견해를 묻자 “위성 사진은 진지한 것이고, 만약 사진들이 존재한다면 그건 무언가를 반영한다는 게 틀림없다”고 답하며 북-러 조약을 강조했다. 그의 발언은 전날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이 북한의 파병에 대해 “허위, 과장 정보”라고 부인했던 모습과 대비된다. 김정규 북한 외무성 러시아 담당 부상은 이날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파병과 관련해 “따로 확인해 줄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면서도 “그런 일이 있다면 국제법적 규범에 부합하는 행동”이라며 사실상 파병을 시인했다. 미국도 북한을 “공동교전국(co-belligerents)”이라 부르며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을 재차 확인했다. 유럽 순방 중인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24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에 북한(DPRK)군이 있다는 증거가 있다”며 “북한이 공동교전국으로 러시아를 대신해 전쟁에 참여할 의도라면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텔레그램에서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군이 27, 28일 전투 지역에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25일 밝혔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지난달 방영되기 시작한 넷플릭스의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이 인기를 끌며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들이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세계적인 셰프들의 꿈, 미식가들의 바이블로 통하는 ‘미슐랭 스타’는 사실 타이어회사에서 시작됐다. 프랑스의 타이어기업 미쉐린사다. 프랑스어 발음으로는 ‘미슐랭’이지만 국내에선 회사명 등 공식 명칭을 영어 발음 ‘미쉐린’으로 표기한다. 미쉐린사는 타이어를 입어 울퉁불퉁한 몸매가 귀여움을 뽐내는 마스코트 ‘바벤덤’으로도 유명하다. 음식과 타이어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데 타이어기업이 과연 어떻게 미슐랭 스타를 탄생시켜 세계의 식탁을 뒤흔들게 됐을까.● 자동차 3000대 시절, 10배 넘게 제작미쉐린사는 1889년 프랑스 중부 퓌드돔주의 클레르몽페랑에 설립된 타이어기업이다. 지금은 일본 브리짓스톤, 미국 굿이어와 함께 3대 다국적 타이어기업으로 꼽힌다. 하지만 앙드레 미슐랭, 에두아르 미슐랭 형제가 회사를 세웠을 당시만 해도 프랑스엔 자동차가 3000대에도 미치지 않았다. 사람들이 타이어를 많이 소비할 수가 없었던 것. 당시엔 주유소가 지금의 전기차 충전소만큼도 갖춰지지 않았다. 도로 사정도 안 좋아 운전하길 두려워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래서 자동차 소비 인구가 쉽게 늘지 않았다.미슐랭 형제는 사람들이 자동차 이용을 늘려 타이어를 많이 사도록 유도할 방법을 궁리했다. 그래서 만들어 낸 게 1900년 처음 나온 미쉐린 가이드다. 미슐랭 형제는 이 책에 타이어 제품뿐 아니라 주유소 위치, 도로 법규 등의 정보를 담았다. 1900년 초판 가이드 서문에서 앙드레는 “운전자에게 프랑스 여행에 필요한 모든 정보, 즉 주유소, 자동차 수리소, 숙박 및 식사 장소 등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소비자들이 제품 소비를 망설이는 이유를 제대로 파악해 적극 해결에 나선 셈이다.미쉐린 가이드를 보기 위해 이 회사의 타이어를 찾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당시 차량 수는 3000대도 안 됐지만 미쉐린 가이드는 이보다 10배가 넘는 3만5000부가량이 인쇄됐다.시간이 지나 과거에 마차나 기차를 탔던 사람들이 자동차를 많이 타게 됐다. 자연스럽게 타이어 시장도 성장했다. 미슐랭 형제는 굳이 미쉐린 가이드에 타이어 홍보 내용을 넣을 필요가 없게 됐다. 1920년부터는 가이드에서 광고가 빠지고 대신 자동차를 타고 가볼 만한 좋은 식당과 숙박 시설이 더 많이 소개됐다. 이 가이드가 오늘날 모습의 미쉐린 가이드가 됐다. 이때부터 유료로 팔리기 시작했다. ● 프랑스가 ‘미슐랭 식당’ 최다…한국은 19위진화를 거듭한 미쉐린 가이드는 1926년 처음 ‘미슐랭 스타’를 도입했다. 1931년엔 ‘별 2개’ ‘별 3개’ 제도가 추가됐다. 1933년엔 좋은 식당을 분별하는 검사관이 생겼다. 등급 제도는 발전해왔지만 기본적으로 1930년대 도입된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별 1개’는 ‘들러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의미다. ‘별 2개’는 ‘돌아서라도 갈 만한 가치가 있다’, ‘별 3개’는 ‘특별히 찾아갈 만한 가치가 있다’는 뜻이다.별은 셰프가 아닌 레스토랑에 주어진다. 셰프가 별을 받은 레스토랑을 떠나 다른 곳으로 가도 새로 별을 받을 수 있다. 기존에 받아둔 별은 기존 레스토랑에 남는 식이다.미쉐린 가이드 측에 따르면 검사관들은 익명으로 현장을 방문해 음식을 평가한다. 이 회사가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평가의 5대 기준은 ‘사용된 재료의 품질’, ‘풍미와 조리 기술의 완성도’, ‘요리사의 요리 개성’, ‘비용 대비 가치’, ‘방문할 때마다 유지되는 일관성’ 등이다. 그렇다면 미슐랭 별을 받은 레스토랑이 많은 국가는 어디일까. 시장조사업체 월드포퓰레이션리뷰에 따르면 올해 발표 기준 프랑스가 680곳으로 가장 많다. 그 다음으로 일본(539곳), 아랍에미리트(420곳), 이탈리아(381곳), 독일(332곳), 스페인(267곳) 등의 순이다. 한국은 34곳으로 19위였다.● “너무 프랑스적” “양날의 별” 비판도미슐랭의 별은 확실히 홍보 효과를 높인다고 알려져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대니얼 샌즈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경영대 교수는 최근 ‘전략경영저널’에 발표한 ‘양날의 별’이란 논문에서 새로 별을 받은 레스토랑의 구글 검색 강도는 3분의 1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2000~2014년 미국 뉴욕에서 개업한 식당 중 뉴욕타임스(NYT) 미식란에 소개된 식당들을 조사한 결과다. 하지만 이 중 미슐랭 스타 식당은 40%가 문을 닫았다. 이코노미스트는 “손님의 기대가 높아지고, 거래업체들이 미슐랭 별 획득을 계기로 더 높은 비용을 요구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미슐랭의 별은 셰프들의 꿈이지만 비판도 받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쉐린 가이드는 식당들의 창의성을 제한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별을 이미 받은 식당들은 별을 잃지 않게끔 기존의 방식을 유지하게 돼 혁신을 시도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FT는 “미쉐린 가이드는 너무 프랑스적이고 다른 문화권 음식에 대한 판단을 내릴 권리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논쟁이 있다”고 소개했다.미쉐린사가 2021년 미쉐린 가이드를 발표하자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전년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식당들이 봉쇄돼 심사를 제대로 하기 어려웠기에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지적이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에서 불거지는 경제 이슈가 부쩍 늘었습니다. 경제 분야 취재 경험과 유럽 특파원으로 접하는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아 유럽 경제를 풀어드리겠습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직접 공급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었는데 더 유연하게 북한군의 활동 여하에 따라 검토해 나갈 수 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직접 살상 무기 지원 가능성을 거론한 것은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뒤 공동 언론발표에서 ‘우크라이나에 한국 무기와 병력을 지원할 의향이 있느냐’는 폴란드 기자 질문에 “(북한의 러시아 파병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러-북 협력에 따라 북한이 특수군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견한다면 우리가 단계별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또 한반도 안보에 필요한 조치들을 검토해 놓고 시행해 나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윤 대통령의 발언은 러시아가 한국에 보복을 위협한 뒤 나온 것이라 주목됐다. 러시아 인테르팍스통신 등에 따르면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23일 “한국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면 안 된다”며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모든 조치에 가혹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단계별로 (북-러 군사협력의) 시나리오를 보면서 방어용 무기를 지원하는 것을 고려할 수도 있고 그 한도가 지나치면 마지막에 공격용까지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 발언은) 우리 안보에 극단적으로 위협이 실증되는 상황을 가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교도통신은 이날 우크라이나 군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군 약 2000명이 훈련을 마치고 우크라이나 국경과 가까운 러시아 서부로 이동 중”이라며 “일부 장교는 이미 선발대로 러시아 서부 지역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러시아 하원은 이날 북-러 상호 군사원조를 명시한 북-러 조약을 비준했다.尹, 직접 나서 ‘살상무기 지원’ 거론… 러 “가혹한 대응” 위협[北, 러시아 파병]尹 “북한군 활동따라 살상무기 검토”북한군 전선 투입-후속 파병 등 땐… ‘공격-방어용 살상무기’ 투입 관측백악관 “북한군, 투입땐 표적될 것”윤석열 대통령이 24일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의 활동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 지원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처음 밝히면서 북한군의 전선 투입과 1만여 명 후속 파병이 예상되는 올해 안에 우리 정부가 방어·공격형 등 살상이 가능한 무기들을 우크라이나에 전격 투입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북한군 약 2000명이 우크라이나 국경지대의 러시아 서부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정보원은 전날 12월까지 북한이 1만여 명을 파병할 것이라고 밝혔다.특히 윤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23일(현지 시간) 러시아 외교부가 “한국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면 안 된다”며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모든 조치에 가혹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위협한 가운데 나왔다. 우리 안보에 미치는 위협이 심각하다면 러시아의 대북 첨단 무기기술 지원, 북한 파병 상황의 진전에 따라 러시아가 보복을 위협한 우크라이나 살상무기 지원이 가능하다고 맞대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 파병 진전 따라 대응 수위 높일 듯윤 대통령은 이날 “러-북 협력에 기해 북한이 특수군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견한다면 우리가 단계별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또 한반도 안보에 필요한 조치들을 검토해 놓고 시행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정부 소식통은 “윤 대통령이 ‘북한군 활동’을 특정한 만큼 현지에서 북한군의 전쟁 개입 강도나 전황에 따라 우리 정부 대응도 단계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현재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3000여 명은 다수 훈련시설로 분산돼 훈련을 받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이 일부 점령한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 일대로 북한군이 배치되고, 러시아 영토 탈환 작전에 투입돼 살상 행위 등이 확인될 경우, 북한이 12월까지 병력 1만여 명을 추가로 러시아에 파병할 경우, 북한군이 러시아군이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인 동부 도네츠크 등 여러 전선에 투입돼 전쟁 영향력이 극대화되는 경우 등 단계에 따라 정부가 대응 수위를 높여 갈 수 있다는 것. 특히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러시아가 북한에 핵미사일 고도화를 위한 기술을 지원하는 정황이 포착돼 우리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경우를 정부는 공격용 살상무기 지원의 ‘레드라인’으로 보고 있다.정부는 공격용 무기뿐만 아니라 방어용으로 분류되는 무기들도 살상무기로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공격용 무기 지원에 앞서 각각 전투기와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천궁-1, 천궁-2 등이 지원 가능한 무기로 평가된다. 공격용 무기로는 지난해 우회 지원한 바 있는 155mm 포탄 직접 지원이나 K9 자주포, 천무 다연장로켓 등 우리 군 주력 전력도 거론된다. 정부는 단계적 대응 조치 중 하나로 전장에 전력 탐색, 북한군 포로 및 탈출자 신문 등 역할을 수행하는 참관단을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북한 김정은이 자기 인민군을 불법 침략전쟁의 총알받이로 팔아넘긴 것”이라며 “말이 파병이지 파병이 아니라 ‘용병’이라는 표현이 적절하다”고 밝혔다.이날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이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에게 파병된 북한군을 공격하자고 제안하는 텔레그램 문자가 국감 과정에서 포착돼 국방위가 파행을 빚었다. 한 의원은 “우크라이나와 협조가 된다면 북괴군 부대를 폭격, 미사일 타격을 가해서 피해가 발생하도록 하고 이 피해를 북한에 심리전으로 써먹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신 실장은 “잘 챙기겠다”고 답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전혀 검토한 바 없다”고 했다.● 백악관 “北, 정당한 표적 될 것”미국 백악관은 23일(현지 시간) 파병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기자회견에서 “훈련을 마친 북한군이 러시아 서부로 이동해 우크라이나군과 교전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때 (우크라이나군의) “‘정당한 표적(fair target)’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을 상대로 자신을 방어하듯 북한군을 상대로 자신을 방어할 것”이라고 했다.미국 외교안보 전문매체 포린폴리시(FP)는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비살상용 군수물자 지원을 무기 지원으로 전환하는 안을 내놨는데 이는 지구 반대편으로 전쟁이 확대되는 것”이라며 “러시아 쿠르스크에서의 전쟁이 한국의 대리전으로 바뀔 수 있다”고 분석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너무 놀랍고 기쁩니다. 한강은 충분히 노벨 문학상을 받을 수 있는 작가입니다.”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진 뒤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가진 ‘한강 작품’ 번역가들은 이같이 밝혔다. 한강의 작품을 세계에 알리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해 온 번역가들이 말하는 한강과 한국 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어둠조차 아름답고 정교하게 담아내“한강의 작품은 소설이지만 그 안에 ‘시’ ‘그림’, 그리고 ‘영화’가 보인다.” 내년 1월 미국에서 출간되는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의 번역가인 페이지 아니야 모리스 씨는 동아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한강의 작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영어 번역가이자 작가이며, 성균관대에서 비교문화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그는 “한강의 특징은 어두운 역사나 내면의 갈등을 다룰 때조차 아름다운 순간을 정교하게 담아낸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번역할 때도 한글로 된 원문을 읽었을 때 느낀 감정을 영어권 독자들도 최대한 비슷하게 느낄 수 있게 하는 데 가장 공을 들였다”고 전했다. 박경리, 장강명, 서장원 작가의 작품을 영어권에 소개한 모리스 씨는 “한강은 굉장히 꼼꼼한 예술가”라며 “늘 이메일로 소통해 오해를 피하고 의도한 바를 정확하게 전달한다”고 평했다. 현대사에 녹여낸 고통에 대한 탐구“한강이 노벨 문학상 받을 것이라고 확신했어요.” 10일(현지 시간) 프랑스 번역가 피에르 비지우 씨는 동아일보와 전화가 연결되자마자 감격에 차 말했다. 그는 한강 작가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최경란 주프랑스 한국문화원 팀장과 공동 번역했다. 지난해에는 이 작품으로 프랑스 4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메디치상(외국문학 부문)도 수상했다. 비지우 씨가 1992년 설립한 출판사 ‘르세르팡아플륌’은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흰’ ‘희랍어 시간’의 프랑스 출간에도 참여했다. 그는 한 작가 작품을 포함해 ‘82년생 김지영’ 등 한국 소설만 15권을 번역했다. 비지우 씨는 “스웨덴 한림원이 한 작가의 ‘독특한 자질’을 일찍 알아봐 줘서 감사하다”고 했다. 그가 말한 ‘독특한 자질’은 내밀한 고통에 대한 탐구와 현대사를 결합한 것이다. 한 작가가 사람들의 진심을 잘 드러내는 용기를 가졌다고도 호평했다.스페인어권서 韓 문학 관심 폭발적“스페인어권 독자들이 소설가 한강의 작품을 좋아할 거란 확신이 있었습니다.” 한국 문학 번역가인 윤선미 한국문학번역원 번역아카데미 교수(59)는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스페인어를 모국어로 쓰는 인구는 전 세계 5억 명으로 중국어 다음으로 많다. 윤 교수는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진 뒤 스페인어권 언론으로부터 한국 문학과 작가에 대해 설명해 달라는 인터뷰 요청이 쏟아졌다”며 “한국 문학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 교수는 2016년 맨부커상을 수상한 한강의 대표작 ‘채식주의자’를 일찍이 2012년 스페인어권(아르헨티나 출간)에 보급했다. 이듬해 한강이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부에노스아이레스 도서전’을 찾았을 때도 현지 독자들은 큰 관심을 보였다. 그는 “가부장제 특유의 보이지 않는 무형의 폭력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해외 여성 독자들이 특히 열광했다”고 평가했다.치열한 역사 가진 나라로서 더 와닿아“베트남 독자들은 한강 작품 속 가부장제와 전쟁의 폭력에 누구보다 공감할 수 있습니다.” 한강의 소설집 ‘채식주의자’(2007년)를 베트남어로 번역한 황하이번 씨(46)는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채식주의자는 2010년 베트남에서 출간되며 처음으로 해외 독자들과 만났다. 베트남은 중국, 프랑스, 미국 등 외세와 맞서며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문학을 발달시켜온 나라다. 황 씨는 “베트남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유교문화권이고 전쟁을 겪은 역사가 닮아 있다”고 말했다. 그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채식주의자를 번역한 것은 두 나라 사이에 공통점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황 씨는 “베트남 사회 전반에 ‘한강 열풍’이 불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진 직후 베트남 주요 언론은 한국 정부가 지난 30년간 관심을 가져온 한국 문학 세계화 전략을 집중 조명했다. 마음 깊은 곳 이야기 끄집어내는 힘“언제나 아픔과 회복을 주제로 하는 한강의 작품에는 신비한 힘이 있어요.” 일본에서 ‘작별하지 않는다’ ‘흰’ ‘희랍어 시간’ 등 한강 작품 5편을 일본어로 번역한 일본 문학계의 유명 한국어 번역가 사이토 마리코(齋藤眞理子·64) 씨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강의 매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자신이 아프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한 채 고통 속에 살아가는 사람이 많잖아요. 그런 사람들이 한강 작품을 읽으면 함께 고민하면서 자신의 아픔을 인정할 수 있죠. 한강의 작품에는 마음 깊은 속에 숨겨져 있는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힘을 가지고 있어요.” 사이토 씨는 “한국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일본 문학 팬들은 한국 작품을 훨씬 많이 읽고 있다”며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에 그 어느 때보다 기뻐하고 있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또한 “세계가 한강 작가를 필요로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세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북한이 12월까지 병력 1만여 명을 러시아로 파병할 것이라고 국가정보원이 23일 밝혔다. 정부는 ‘대규모 추가 파병’을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는 주요 기준 가운데 하나로 보고 있다. 앞서 이 레드라인을 넘을 경우 우크라이나에 공격용 무기 지원 방안까지 배제하지 않겠다고 정부가 밝힌 만큼, 연내 북-러에 치명적인 살상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가능성도 커진 거란 관측이 나온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이날 북한 병력이 러시아에 있다는 증거가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조태용 국정원장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간담회에서 러시아로 이동한 북한군 규모가 현재까지 3000여 명이라고 밝혔다고 정보위 여야 간사인 국민의힘 이성권,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전했다. 국정원은 앞서 18일 대규모 북한군 파병 사실을 처음 공식 확인할 당시 1500명이라고 했지만 5일 만에 2배 늘어난 숫자로 확인된 것. 국정원은 또 “(북한군이) 러시아 내 다수 훈련시설에서 분산돼 현지 적응 중”이라면서 “러시아 교관들은 북한군이 체력과 사기는 우수하나 드론 공격 등 현대전에 대한 이해는 부족하다고 (보는 것으로) 평가한다”고 했다. 이에 “전선 투입 시 북한군 사망자가 다수 발생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러시아가 한국어 통역 자원을 대규모로 선발하는 동향을 확인했다”면서 “북한군에게 군사 장비·무인기 사용법 등 특수장비 교육도 진행 중”이라고도 했다. 국정원은 북한군이 이번 파병에 대한 대가로 월 2000달러(약 277만 원)가량 받는다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파병 소문이 이미 북한 주민들에게 유포되고 있다는 사실도 이번에 확인됐다. 북한 당국이 철저한 입단속 등을 위해 파병 군인 가족들을 모처로 집단이주 격리하는 정황도 포착되고 있다고 국정원은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키릴로 부다노프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국(HUR) 국장은 이날 “북한군의 첫 부대가 이르면 23일(현지 시간) 러시아 남부 쿠르스크주에 도착한다”고 주장했다고 미국 군사전문매체 워존(TWZ) 등이 보도했다. 쿠르스크주는 우크라이나 북동부 수미주와 맞닿은 러시아 동남부 지역으로, 전쟁의 최대 격전지 중 한 곳이다.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북한군과 우크라이나군의 무력 충돌이 조만간 발생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러시아 독립언론이라 자칭하는 ‘아스트라’는 이날 텔레그램 채널로 북한군으로 보이는 군인들이 건물 외부에 서 있는 동영상을 게재했다. 이 영상에 등장한 군인들은 “힘들다야” “늦었어” 같은 북한 억양의 한국말로 말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북한이 12월까지 병력 1만여 명을 러시아로 파병할 것이라고 국가정보원이 23일 밝혔다. 정부는 ‘대규모 추가 파병’을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는 주요 기준 가운데 하나로 보고 있다. 앞서 이 레드라인을 넘을 경우 우크라이나에 공격용 무기 지원 방안까지 배제하지 않겠다고 정부가 밝힌 만큼, 연내 북-러에 살상 무기를 지원할 가능성도 커진 거란 관측이 나온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이날 북한 병력이 러시아에 있다는 증거가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조태용 국정원장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간담회에서 러시아로 이동한 북한군 규모가 현재까지 3000여 명이라고 밝혔다고 정보위 여야 간사인 국민의힘 이성권·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전했다. 국정원은 앞서 18일 대규모 북한군 파병 사실을 처음 공식 확인할 당시 1500명이라고 했지만 5일 만에 2배 늘어난 숫자로 확인된 것.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속전속결로 파병하려는 정황들이 속속 포착되고 있다”고 했다.국정원은 또 “(북한군이) 러시아 내 다수 훈련시설에서 분산돼 현지 적응 중”이라면서 “러시아 교관들은 북한군이 체력과 사기는 우수하나 드론 공격 등 현대전 이해는 부족하다고 (보는 것으로) 평가한다”고 했다. 이에 “전선 투입 시 북한군 사망자가 다수 발생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러시아가 한국어 통역 자원을 대규모로 선발하는 동향을 확인했다”면서 “북한군에게 군사 장비·무인기 사용법 등 특수장비 교육도 진행 중”이라고도 했다.이번 파병 소문이 이미 북한 주민들에게 유포 중이란 사실도 이번에 확인됐다. 국정원은 “‘선발된 군인 가족이 크게 오열해 얼굴이 많이 상했다’는 말까지 (북한 주민들 사이) 회자된다”고도 했다. 북한 당국이 철저한 입단속 등을 위해 파병 군인 가족들을 모처로 집단이주 격리하는 정황도 포착되고 있다고 국정원은 덧붙였다.이런 가운데 키릴로 부다노프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국(HUR) 국장은 이날 “북한군의 첫 부대가 이르면 23일(현지 시간) 러시아 남부 쿠르스크주에 도착한다”고 주장했다고 미국 군사전문매체 워존(TWZ) 등이 보도했다. 쿠르쿠스주는 우크라이나 북동부 수미주와 맞닿은 러시아 동남부 지역으로, 전쟁의 최대 격전지 중 한 곳이다.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북한군과 우크라이나군의 무력 충돌이 조만간 발생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러시아 독립언론이라 자칭하는 ‘아스트라’는 이날 텔레그램 채널로 북한군으로 보이는 군인들이 건물 외부에 서 있는 동영상을 게재했다. 이 영상에 등장한 군인들은 “힘들다야” “늦었어” 같은 북한 억양의 한국말로 말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북한이 파병한 첫 부대가 23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가 점령한 러시아 본토 격전지인 쿠르스크주(州)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이 주장했다. 사실일 경우 북한군과 우크라이나군의 무력 충돌이 조만간 발생할 수도 있다.미국 군사전문매체 워존(TWZ) 등에 따르면 키릴로 부다노프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국(HUR) 국장은 22일 “북한군의 첫 부대가 이르면 23일 러시아 남부 쿠르스크주에 도착한다”며 “이들은 쿠르스크를 우크라이나군으로부터 보호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초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은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선발대 2600명이 이르면 다음 달 1일쯤 쿠르스크에 투입될 것으로 예상했었다. 쿠르쿠스주는 우크라이나 북동부 수미주와 맞닿은 러시아 동남부 지역이다. 우크라이나가 8월 기습적인 지상전을 개시해 주 일부를 점령하고 있는 상태다.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과 함께 전쟁의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곳이다.볼로드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2일 연설을 통해 “북한군이 6000명씩 2개 여단으로 (현지에서) 훈련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번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하고 있다는것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언급한 북한군 숫자는 북한이 특수부대 포함 4개 여단(약 1만2000명) 규모의 병력을 파병하기로 결정했다는 국가정보원 분석과 유사하다. 한편 러시아 독립언론이라 자칭하는 ‘아스트라’는 22일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북한군으로 보이는 군인들이 건물 외부에 서 있는 동영상을 게재했다. 해당 영상에선 “힘들다야” “늦었어” 같은 북한 억양의 한국말이 들린다.다만, 서방은 북한군 파병과 관련해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22일 에스토니아 탈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21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북대서양이사회(NAC)에 브리핑할 전문가 파견을 요청했고, 대통령이 수락했다”며 “내주 초 (파견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북한군 파병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확인할 수 없다”고 답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러시아군과 함께 ‘군사용 풍선’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고 21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매체인 RBC우크라이나가 보도했다. 남한으로 오물 풍선을 날렸던 경험을 되살려 우크라이나 방공망을 교란하거나 생화학무기를 띄워 보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RBC우크라이나 등에 따르면 러시아 남부 쿠르스크주 코무톱카 지역에 북한군 교관 40명과 러시아 장병 50명이 배치됐다. 여기서 북한군은 러시아군에 군사 목적으로 풍선을 사용하는 방법을, 러시아군은 북한군에 현대식 보병 전투 관련 전술을 전수하고 있다. 또 북한 노동자들이 러시아군이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지역에서 진행된 건설 작업에 참여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미국 매체 자유아시아방송(RFA)은 18일 우크라이나군 특수작전부대 산하 민족저항센터(CNR)를 인용해 “북한 노동자들이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건설 작업을 하고 있다”며 “이 작업에는 특정 방공망 구조물의 공학 장비 작업도 포함됐다”고 전했다. 한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 사이에선 ‘우크라이나 파병론’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21일 폴리티코유럽에 따르면 리투아니아의 가브리엘리우스 란드스베르기스 외교장관은 “러시아 암살부대가 북한 탄약과 병력으로 채워지고 있다는 정보가 사실로 확인되면 우리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월에) 제안했던 ‘지상군 투입’ 등의 아이디어를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러시아군과 함께 ‘군사용 풍선’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고 21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매체인 RBC우크라이나가 보도했다. 남한으로 오물 풍선을 날렸던 경험을 되살려 우크라이나 방공망을 교란하거나 생화학무기를 띄워 보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RBC우크라이나 등에 따르면 러시아 남부 쿠르스크주 코무토프카 지역에 북한군 교관 40명과 러시아 장병 50명이 배치됐다. 여기서 북한군은 러시아군에 군사 목적으로 풍선을 사용하는 방법을, 러시아군은 북한군에 현대식 보병 전투 관련 전술을 전수하고 있다.또 북한 노동자들이 러시아군이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지역에서 진행된 건설 작업에 참여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미국 매체 자유아시아방송(RFA)은 18일 우크라이나군 특수작전부대 산하 민족저항센터(CNR)를 인용해 “북한 노동자들이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건설 작업을 하고 있다”며 “이 작업에는 특정 방공망 구조물의 공학 장비 작업도 포함됐다”고 전했다.한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회원국들 사이에선 ‘우크라이나 파병론’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21일 폴리티코유럽에 따르면 리투아니아의 가브리엘리우스 란드스베르기스 외무장관은 “러시아 암살부대가 북한 탄약과 병력으로 채워지고 있다는 정보가 사실로 확인되면 우리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월에) 제안했던 ‘지상군 투입’ 등의 아이디어를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머무르는 것으로 알려진 연해주 우수리스크의 군 기지 인근에 북한군 용도로 추정되는 대형 창고형 건물 10채가 새로 세워졌다. 해당 건물들은 북한군 막사용이거나 북한에서 제공한 미사일 보관용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앞서 국가정보원이 공개했던 위성사진을 정밀하게 분석한 사진을 공개하고 “북한군 특수부대가 우수리스크 러시아군 ‘83독립공수여단’ 기지와 하바롭스크 ‘240훈련전차연대’ 기지 등에 주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RFA가 해당 사진 분석을 의뢰한 미 민간위성 분석가인 제이컵 보글에 따르면 우수리스크 83독립공수여단과 약 15km 떨어진 지역에는 창고형 건물 10채가 최근 건립됐다. 해당 건물들은 지난해 4∼9월 촬영된 사진에선 공사가 진행 중이었으나, 17일 사진엔 완공된 상태였다. 보글 분석가는 “새로 파병된 북한군을 위해 지어진 시설일 가능성이 크다”며 “이곳에 북한의 새로운 포병 장비나 미사일이 보관됐을 것이란 가정은 충분히 합리적이다”라고 말했다. 국정원에 따르면 북한은 올 8월 이후로 지금까지 70여 차례에 걸쳐 컨테이너 1만3000개 이상 분량의 포탄, 미사일, 대전차로켓 등을 러시아에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83독립공수여단 연병장에선 지난달 17일 일부 군인이 훈련을 받는 듯한 모습도 위성사진에 포착됐다. 다만 보글 분석가는 “이 모습이 북한군의 활동이라고 확언하기는 어렵다”고 RFA에 설명했다. 또 다른 북한군이 모여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하바롭스크 주둔지는 러시아군 240훈련전차연대의 기지로 파악됐다. 한편 선박과 항공편으로 블라디보스토크로 이송된 것으로 알려진 북한군이 러시아 공군기를 이용해 러시아 중앙 지역으로 일부 이동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텔레그램의 친러시아군 계정인 ‘파라팍스’는 항공기 항로 추적사이트 플라이트트레이더24를 인용해 “러시아 항공기가 평양에서 모스크바로 북한군을 수송했다”고 주장했다. 이 사이트에 따르면 러시아 공군기인 일류신(IL)-62M ‘RFF7456’편은 18일 오전 10시 48분경(한국 시간 오후 7시 48분경) 평양 인근에서 출발해 오후 3시 59분경(한국 시간 19일 0시 59분경) 러시아 무토레이와 쿠움바 사이에 도착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모자 크기(둘레), 체복·군복 치수와 구두 문서를 작성해 주세요.’ 20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문화부 소속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가 공개한 설문지는 이런 한국어 안내로 시작한다. 같은 문장이 러시아어로도 병기돼 있다. 미국 CNN에 따르면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해 파병된 북한 군인들은 러시아에 도착하자마자 이 설문지를 작성해야 했다. 국가정보원이 18일 북한이 최정예 특수부대인 ‘폭풍군단’ 소속 군인 1500명을 이미 러시아에 파병한 사실을 공식 발표한 가운데 북한군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여한 정황이 속속 포착되고 있다. 같은 날 러시아군 훈련장에서 북한군을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영상도 공개됐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이 확실시되면서 우크라이나 정세가 더욱 격랑에 휩싸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북한군, 몽골계 러시아인으로 위장” 이번에 공개된 한글 설문지에는 ‘여름용 모자’와 ‘여름용 군복’에 대한 질문이 적혀 있다. ‘여름용 군복 치수’란 제목 아래엔 ‘러시아씩 군복의 치수’ 항목에 2에서 6까지의 숫자가 적혀 있다. 그 옆에 각 치수에 맞는 신장 범위가 ‘158-162(cm)’에서 ‘186-192’까지 안내돼 있다. 러시아와 북한의 옷 치수 기준이 다르기 때문으로 보인다. ‘조선씩 크기’라고 적힌 항목은 빈칸으로 남겨져 있다. 북한군이 자신의 신장이나 북한식 군복 치수를 공란에 표시해 제출하면 이에 맞춰 러시아 군복이 지급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군 파병 현장을 담은 것으로 추정되는 영상도 공개됐다. 우크라이나의 키이우포스트에 따르면 18일 오후 한국어가 들리는 영상 2개가 유포됐다. 텔레그램의 친러시아군 계정인 ‘파라팍스(ParaPax)’ 로고가 박힌 한 영상에는 무장한 군인 여러 명이 흙길 위를 달리고 있다. 키이우포스트는 어깨에 휘장을 단 군복을 입은 러시아 군인이 앞서 행진하는 군대를 언급하며 “외국의 지원군”이라고 부르고 “수백만 명이 군을 지원하기 위해 올 것”이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고 설명했다. 북한 억양의 “야” “같이 가”로 외치는 듯한 음성도 들린다. SPRAVDI 로고가 찍힌 또 다른 영상에선 러시아 군복을 입은 아시아계 군인들이 장비를 받으려고 줄을 서 있는 모습이 보인다. 한국어로 “물”이라는 말과 북한 억양으로 “저거 가져가거라”라는 음성도 포착됐다. SPRAVDI 측은 이 영상이 러시아 연해주의 세르게옙카라는 마을에 있는 훈련장에서 촬영됐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북한군엔 러시아 군복과 무기 외에도 시베리아 야쿠티야·부랴트 지역 주민의 위조 신분증을 발급해 신분을 은폐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지역은 한국, 일본, 중국 사람과 비슷하게 생긴 몽골계 사람들이 많이 거주한다.러시아 함정이 북한 특수부대원을 수송하는 움직임은 우리 인공위성이 포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해상도 영상레이더(SAR)로 이달 12일 북한 청진항에서 러시아 함정이 북한 병력을 이송하는 모습을 포착한 것. SAR은 전자파를 지상 목표물에 쏜 뒤 반사돼 돌아오는 신호 데이터를 합성해 영상을 만드는 방식으로 기상 조건과 관계없이 주야간 촬영이 가능하다.● 북한군 역량은 아직 안 드러나 북한군 역량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린다. 미 해군 특수부대(네이비실) 출신 척 파러는 18일 키이우포스트에 “우크라이나군은 10년 이상 전투 경험이 있고, 나토 최정예 부대에 훈련을 받았지만 북한은 한국전쟁 휴전 뒤 대규모 실제 작전을 벌인 적이 없다”며 북한군의 역량을 낮게 평가했다. 반면 군사전문가 세르게이 리포보이는 17일 러시아 매체 뉴스닷루에 “막대한 돈을 들여 사상적, 육체적으로 훈련된 북한군은 어떤 명령이든 수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파병 정황이 드러나면서 미국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19일 주요 7개국(G7) 국방장관 회의가 열린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북한군 파병에 대해 “사실이라면 우려된다”고 밝혔다. 한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나토 신규 회원국 가입의 첫 단계인 ‘가입 초청’이 우크라이나가 살아남을 유일한 길이라고 주장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채식주의자’ 연극 리허설을 매번 울면서 마쳤어요. 극 중 인물을 모두 이해하게 됐습니다.”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를 연극으로 처음 선보이는 이탈리아의 연출가 겸 배우 다리아 데플로리안 씨(65·사진)는 16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채식주의자를 연극화한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그는 “한국적인 측면뿐 아니라 보편적인 의미와 주제로 작업했기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며 “감동과 눈물 속에 리허설을 마무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데플로리안 씨가 이끄는 이탈리아 극단 인덱스는 채식주의자 연극을 25일 이탈리아 볼로냐 초연을 시작으로 로마, 밀라노 등 주요 도시에서 무대에 올린다. 다음 달에는 프랑스 파리 ‘오데옹’ 등에서도 공개한다. 연극을 한국에서 선보일지도 검토 중이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채식주의자를 어떻게 접하게 됐나. “2018년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감독(1912∼2007)의 영화에 참여했다. 이 영화에선 이탈리아의 유명 여배우가 한 아내를 연기한다. 남편은 아내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이 영화 작업이 발표됐을 때 내 친구가 한 작가의 채식주의자를 읽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책을 읽었는데 읽은 지 며칠 만에 너무 감동을 받았다. 그리고 안무가 겸 연기자인 안토니오 탈리에리니와 15년간의 공동 작업을 끝내고 새로운 작업을 해야 하는 시점이 왔다. 여성으로서 홀로 무얼 할지 생각하다가 한 작가 작품의 ‘영혜’에 대해 작업할 때라고 마음먹었다.” ―영혜에게서 비슷한 점을 발견한 것인지….“연극엔 주인공 영혜와 남편, 언니와 형부 등 4명이 등장하는데 나는 언니 역을 맡았다. 역할을 해냈을 때 정말 많이 울었다. 감동적이었다. 하지만 나는 예술가라 형부도 잘 이해했다. 형부가 영혜에게 끌리는 부정적인 면과 긍정적인 면을 모두 이해했다. 내가 영혜를 정말 사랑한 이유는 영혜가 일상을 살아가면서도 꿈을 꾸는 책임감, 결코 잊혀지지 않는 무언가를 알려줬기 때문이다. 삶의 의미를 많이 생각하게 해줬다.” ―소설이나 연극 대본에서 잊을 수 없는 문구는…. “신비롭고 환상적이면서도 듣기 힘든 문장은 영혜의 이 대사다. ‘죽는 게 왜 그렇게 끔찍한가요?(Why is it so terrible to die?)’ 영혜는 언니가 떠나는 게 너무 슬프지만 언니가 ‘죽는 게 싫고 두렵다’고 말할 때 이렇게 말한다. 받아들이기 어려운 질문이다.” ―영혜가 왜 이렇게 말했을까. “이 대사는 ‘삶의 길이보다 삶의 질이 더 중요하다’는 말만 하려는 건 아니다. 나는 유럽 문화권에서 자라서 ‘윤회’라는 개념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는데, 이 대사에서 ‘우리는 끝이 아닌 것을 끝이라고 부른다’는 인상도 받았다.” ―원작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원작에선 남편과 형부, 언니를 바라보는 영혜의 시선이나 표정을 통해 영혜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연극에서는 영혜가 처음부터 끝까지 무대에 있다. 그녀가 바라보는 시선뿐만 아니라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도 볼 수 있다. 그래서 우리로선 책임감이 더 커졌다.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표현할 자유가 더 커졌다는 얘기다.” ―연기하기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전반적으로 공연을 마무리하는 방법이 어려웠다. 정말 울면서 리허설을 마쳤다. 소설은 보이진 않지만 우리는 눈에 보이고 무대에 있어야 했다. 그래서 (어떻게 보여야 할지) 선택을 해야 했다. 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고 매우 흥미롭기도 했다. 예를 들어, 가족 점심식사 장면은 등장인물이 4명이라 참 어려웠다. 처음에는 (무대에 없는) 가족들 목소리를 녹음해 틀까 생각했지만 재미가 없었다. 그 대신 연극의 오랜 기술을 활용해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듯 묘사했다. 그리스 비극에서처럼 폭력적이고 힘든 장면은 무대에 절대 올리지 않았다.” ―한 작가의 다른 작품은 어떻게 봤는지…. “채식주의자를 이해하려면 ‘흰’ ‘희랍어 수업’ ‘작별하지 않는다’ 등을 읽는 게 도움이 된다. 그의 작품엔 교향곡처럼 음표와 주제가 있다. 돌아오는 후렴구도 있다. 매번 인간성, 운명, 자매의 사랑, 전쟁과 폭력 등의 후렴구가 계속 돌아온다. 그러면서도 작품은 인류에 대한 위대한 사랑을 말한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채식주의자’ 연극 리허설을 매번 울면서 마쳤어요. 극중 인물을 모두 이해하게 됐습니다.”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를 처음으로 연극으로 선보일 이탈리아의 연출가 겸 배우 다리아 데플로리안 씨(65)는 16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채식주의자를 연극화한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그는 “작품의 한국적인 측면만이 아니라 보편적인 의미와 질문, 주제로 작업했기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며 감동과 눈물 속에 연극 리허설을 마무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연극 채식주의자엔 주인공 영혜와 남편, 언니와 형부 등 4명이 등장한다. 이탈리아 극단 인덱스는 이 연극을 25일 이탈리아 볼로냐 초연을 시작으로 로마, 밀라노 등 주요 도시에서 무대에 올린다. 다음달에는 프랑스 파리 ‘오데옹’ 등에서도 공개한다. 수년 전부터 조용히 이 작품을 연극으로 고민했던 그에게 노벨문학상 수상 발표는 그야말로 깜짝 뉴스였다.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극단에 인터뷰 요청이 몰려들고 있다. 그는 오히려 “수상 발표 전에 연극 작업이 거의 마무리 돼 다행이다”라며 “많이 알려지지 않는 책을 마음껏 연극으로 창작할 자유를 얻어 좋았다”며 웃었다. 극단 인덱스는 연극을 한국에서도 선보일 것을 검토 중이다.―한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어떤 변화가 있었나.“우리는 두 배로 운이 좋았다. 우선 노벨문학상이 발표됐을 때 연극 작업이 거의 완료된 상태였다. 연극 작업이 한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우린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책을 연극화하는 데 자유를 얻었다. 이 점이 좋았다. 그리고 이탈리아에선 연극이 뉴스에 잘 안 나오고 나와 봤자 문화면에만 나온다. 그런데 모든 게 바뀌었다. 국내외 주요 매체에서 인터뷰 요청이 몰려들고 있다. 11월 말에 예정된 밀라노 공연까지 티켓이 매진됐다. 우리의 관객층이 바뀌는 좋은 계기가 됐다.”―채식주의자를 어떻게 접하게 됐나.“2018년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감독(1912~2007)의 영화에 참여했다. 이 영화에선 이탈리아의 유명 여배우가 한 아내를 연기한다. 남편은 아내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이 영화 작업이 발표됐을 때 내 친구가 한 작가의 채식주의자를 읽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책을 읽었는데 읽은 지 며칠 만에 너무 감동을 받았다. 그리고 내가 안무가 겸 연기자인 안토니오 타글리리니와의 15년간의 공동 작업을 끝낼 때가 왔다. 이제 여성으로서 홀로 무엇을 할지 생각하다가 이제 한 작가 작품의 ‘영혜’에 대해 작업할 때라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몇 년 전 제작사를 찾았고 이 여성의 연극적인 버전을 기획하기 시작했다.”―영혜에게서 자신과 비슷한 점을 발견한 것인지.“극중에서 영혜의 언니 역을 맡았다. 언니 역할을 해냈을 때 정말 많이 울었다. 감동적이었다. 하지만 나는 예술가이기에 형부 역할도 잘 이해했다. 형부가 영혜에게 끌리는 부정적인 면과 긍정적인 면을 모두 이해했다. 그러면서도 내가 반항적이었던 과거에 비해 더 규범적으로 변해가고 있음도 느꼈다. 나이가 들다 보니 단순히 나이가 드는 것뿐 아니라 과거보다 더 규범적인 삶을 인정할 필요성을 느낀다. 그렇기에 영혜의 남편을 이해하게 된 순간엔 낯섦 앞에서 버티기 힘든 순간이 많았다. 내가 영혜를 정말 사랑한 이유는 영혜가 일상을 살아가면서도 꿈을 꾸는 책임감, 결코 잊혀지지 않는 무언가를 알려줬기 때문이다. 영혜는 내게 삶의 의미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해줬다.”―채식주의자의 연극 연출을 결정한 계기는.“감동을 받을 때 그 감동을 나만을 위해 간직하는 건 매우 쓸모없는 일이다. 감동을 나누는 게 나의 일이다. 난 문학과 시를 좋아하지만 예전엔 연극 대본을 작업해본 적이 없었다. 이번에 해보니 이건 멋진 변신이었다. 한 작가는 뛰어난 언어를 갖고 있다. 그리고 작품이 잘 번역됐다. 한국어로 읽으면 얼마나 아름다울지 상상할 수가 없다. 원어로 읽고 싶어서 한국어를 배우고 싶다.”―소설이나 연극 대본에서 잊을 수 없는 문구는.“채식주의자는 매우 신비로운 책이다. 다시 읽을 때마다 그녀의 말문이 다시 열리는 것 같다. 신비롭고 환상적이면서도 듣기 힘든 문장은 영혜의 이 대사다. ‘죽는 게 왜 그렇게 끔찍한가요?(Why is it so terrible to die?)’ 영혜는 언니가 떠나는 게 너무 슬프지만 언니가 ‘죽는 게 싫고 두렵다’고 말할 때 이렇게 말한다. 받아들이기 어려운 질문이다.” ―영혜가 왜 이렇게 말했을까.“이 대사는 ‘삶의 길이보다 삶의 질이 더 중요하다’는 말만 하려는 건 아니다. 나는 유럽 문화권에서 자라서 ‘윤회’라는 개념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는데, 이 대사에서 ‘우리는 끝이 아닌 것을 끝이라고 부른다’는 인상도 받았다.”―원작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원작에선 영혜에 대한 묘사가 많다. 남편과 형부, 언니를 바라보는 시선이나 표정을 통해 그녀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연극에서는 영혜가 처음부터 끝까지 무대에 있다.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뿐만 아니라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도 볼 수 있다. 그래서 우리로선 책임감이 더 커졌다.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표현할 자유가 더 커졌다는 얘기다. 이건 원작과는 큰 차이다.”―연기하기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정말 어려운 작품이다. 전반적으로 공연을 마무리하는 방법이 어려웠다. 우리는 정말 울면서 리허설을 마쳤다. 소설은 보이진 않지만 우리는 눈에 보이고 무대에 있어야 했다. 그래서 (어떻게 보여야 할지) 선택을 해야 했다. 그래서 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고 매우 흥미롭기도 했다. 예를 들어 가족 점심 식사 장면은 극중 인물이 4명이라 보여주기가 참 어려웠다. 처음에는 (무대에 없는) 가족들 목소리를 녹음해 틀까 생각했지만 재미가 없었다. 대신 연극의 오랜 기술을 활용해 밖에서 무슨 일인가 일어나는 듯 묘사했다. 그리스 비극에서처럼 폭력적이고 힘든 장면은 무대에 절대 올리지 않았다.”―한 작가의 다른 작품은 어떻게 봤는지….“한 작가의 채식주의자를 이해하려면 ‘흰’ ‘희랍어 수업’ ‘작별하지 않는다’ 등을 읽는 게 도움이 된다고 말하고 싶다. 그의 작품엔 교향곡처럼 음표가 있고, 주제가 있다. 돌아오는 후렴구도 있다. 매번 인간성, 운명, 자매의 사랑, 전쟁과 폭력 등의 후렴구가 계속 돌아온다. 그러면서도 작품은 인류에 대한 위대한 사랑을 말한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스라엘 건국’을 두고 날카롭게 대립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1948년 이스라엘 건국 당시 “유엔이 ‘팔레스타인을 유대인 국가와 아랍 국가로 분할한다’고 결의한 결과 건국됐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건국에 기여한 유엔의 역할을 인정하고, 최근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남부에서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와 교전을 벌이는 와중에 유엔평화유지군(UNIFIL)까지 공격하는 것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은 독립전쟁 승리의 결과”라며 “독립전쟁에는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 생존자들도 참여했는데, 이들 다수는 (친나치 성향인) 프랑스 비시 정권의 피해자였다”는 민감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마크롱 vs 네타냐후 연일 설전 AFP통신 등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15일 파리 엘리제궁에서 열린 비공개 각료회의에서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이 유엔에서 채택한 결의안의 결과로 건국됐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따라서 지금은 유엔의 결정을 무시할 때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이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의 전쟁 발발 후 줄곧 유엔의 휴전안에 동의하지 않고 있는 점, 약 1만 명인 레바논 내 UNIFIL 보호 요청을 존중하지 않고 있는 점을 비판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 소식이 보도되자 네타냐후 총리는 즉각 반박했다. 그는 “이스라엘의 건국은 유엔 결의안이 아니라 영웅적인 전사들의 피로 이룬 독립전쟁의 승리 때문이었다”고 받아쳤다. 1947년 11월 유엔은 영국의 위임 통치를 받던 팔레스타인 영토의 약 56%를 유대인에게 준다는 ‘결의안 181’호를 통과시켰다. 이듬해 5월 14일 팔레스타인의 독립이 확정되면서 이 지역 유대인 공동체들은 이에 맞서 이스라엘 건국을 선언했다. 직후 네타냐후 총리가 ‘독립전쟁’이라고 부른 제1차 중동전쟁이 시작됐다. 이 전쟁에서 이스라엘은 이집트,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등과 싸워 이겼고 지중해 및 홍해 일부 지역으로 영토를 늘렸다. 네타냐후 총리는 특히 “독립전쟁의 참전자 다수는 홀로코스트 생존자이며, 비시 정권에서 살아남은 이들도 포함된다”며 프랑스 역사의 민감한 부분을 건드렸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마크롱 대통령과의 통화에선 국제사회의 휴전 요구에도 분명한 반대 의사를 표하며 “일방적인 휴전은 안보 상황을 바꾸지 않는다”고 했다.● 美 “30일 지켜보겠다” 최후통첩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도 이스라엘을 압박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멜로니 총리는 레바논에 주둔 중인 UNIFIL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 중단을 주장하며 18일 레바논을 직접 방문하기로 했다. 멜로니 총리는 “이스라엘군의 태도가 정당하지 않다”며 노골적인 유엔 결의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이스라엘을 줄곧 지원하던 미국도 변화 조짐이 감지된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최근 이스라엘에 “30일 안에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내 인도적 상황을 개선하지 않으면 군사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일종의 ‘최후통첩’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네타냐후 정권 일각에선 하마스 궤멸을 위해 일부 주민의 아사(餓死)까지 예상되는 구호품 지급 일시 중단을 거론하고 있어 이에 대한 분명한 반대 의사를 표한 셈이다.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14일 이스라엘의 텐트촌 공습으로 온몸이 화염에 휩싸인 사람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소셜미디어에서 널리 퍼졌다. 이날 가자지구 중부 알아끄사 순교자 병원 부지가 공습받아 최소 5명이 숨지고 65명이 부상을 입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스라엘 건국’을 두고 날카롭게 대립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1948년 이스라엘 건국 당시 “유엔이 ‘팔레스타인을 유대인 국가와 아랍 국가로 분할한다’고 결의한 결과 건국됐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건국에 기여한 유엔의 역할을 인정하고, 최근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남부에서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와 교전을 벌이는 와중에 유엔평화유지군(UNIFIL)까지 공격하는 것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은 독립전쟁 승리의 결과”라며 “독립전쟁에는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 생존자들도 참여했는데, 이들 다수는 친나치 성향인 프랑스 비시 정권의 피해자였다”는 민감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마크롱 vs 네타냐후 연일 설전AFP통신 등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15일 파리 엘리제궁에서 열린 비공개 각료회의에서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이 유엔에서 채택한 결의안의 결과로 건국됐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따라서 지금은 유엔의 결정을 무시할 때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이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의 전쟁 발발 후 줄곧 유엔의 휴전안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는 점, 약 1만 명인 레바논 내 UNIFIL 보호 요청을 존중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비판한 발언으로 풀이된다.이 소식이 보도되자 네타냐후 총리는 즉각 반박했다. 그는 “이스라엘의 건국은 유엔 결의안이 아니라 영웅적인 전사들의 피로 이룬 독립전쟁의 승리 때문이었다”고 받아쳤다.1947년 11월 유엔은 영국의 위임 통치를 받던 팔레스타인 영토의 약 56%를 유대인에게 준다는 ‘결의안 181’호를 통과시켰다. 이듬해 5월 14일 팔레스타인의 독립이 확정되면서 이 지역 유대인 공동체들은 이에 맞서 이스라엘 건국을 선언했다. 직후 네타냐후 총리가 ‘독립전쟁’이라고 부른 제1차 중동전쟁이 시작됐다. 이 전쟁에서 이스라엘은 이집트,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등과 싸워 이겼고 지중해 및 홍해 일부 지역으로 영토를 늘렸다.네타냐후 총리는 특히 “독립전쟁의 참전자 다수는 홀로코스트 생존자이며, 비시 정권에서 살아남은 이들도 포함된다”며 프랑스 역사의 민감한 부분을 건드렸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에 협력한 비시 정권이 당시 유대인을 탄압했던 점을 상기시켜 자신을 압박하는 마크롱 대통령을 위축시키려는 속내로 보인다.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마크롱 대통령과의 통화에선 국제사회의 휴전 요구에도 분명한 반대 의사를 표하며 “일방적인 휴전은 안보 상황을 바꾸지 않는다”고 했다. ● 美 “30일 지켜보겠다” 최후통첩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도 이스라엘을 압박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멜로니 총리는 레바논에 주둔 중인 UNIFIL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 중단을 주장하며 18일 레바논을 직접 방문하기로 했다. 멜로니 총리는 “이스라엘군의 태도가 정당하지 않다”며 노골적인 유엔 결의 위반이라고 비판했다.이스라엘을 줄곧 지원하던 미국도 변화 조짐이 감지된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최근 이스라엘에 “30일 안에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내 인도적 상황을 개선하지 않으면 군사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일종의 ‘최후통첩’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네타냐후 정권 일각에선 하마스 궤멸을 위해 일부 주민의 아사(餓死)까지 예상되는 구호품 지급 일시 중단을 거론하고 있어 이에 대한 분명한 반대 의사를 표한 셈이다.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14일 이스라엘의 텐트촌 공습으로 온몸이 화염에 휩싸인 사람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소셜미디어에서 널리 퍼졌다. 이날 가자지구 중부 알아끄사 순교자 병원 부지가 공습 받아 최소 5명이 숨지고 65명이 부상을 입었다.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측은 이와 관련해 액시오스에 “이스라엘은 민간인 사상자를 줄이기 위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