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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미카엘이야.”새로운 동네로 이사를 간 첫날, 용기 있게 첫인사를 건네준 친구에게 진짜 이름이 아니라 어디서 나왔는지 모를 남자 이름이 튀어나와 버리고 말았다. 짧은 머리가 잘 어울리고 남자아이들에게 밀리지 않을 정도로 축구를 잘하는, 소년이 되고 싶은 10세 소녀 로레의 성장기.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으로 지난해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을 비롯한 세계 영화제와 시상식에서 ‘기생충’과 작품상을 놓고 경쟁했던 프랑스 셀린 시아마 감독의 2011년 작품 ‘톰보이’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극장이 ‘관객 절벽’에 처한 가운데서도 9년 전 작품을 소환한 주인공은 관객들이다. 올 1월 국내 개봉한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이 입소문만으로 관객 14만 명을 모으면서 시아마 감독의 전작(前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지난달 시아마 감독의 영화를 모은 기획전에서 ‘톰보이’를 본 관객들은 “정식 개봉하라”며 ‘압력’을 넣었다. 그 결과 이달 14일 ‘톰보이’는 극장에서 개봉했다.무엇에도 얽매이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그저 표현하고픈 시기. 어른들이 규정해놓은 것들을 온전히 이해하기도 힘든 그 질풍노도의 시기를 감독은 특유의 섬세한 영화언어로 사랑스럽게 스크린에 풀어냈다.‘미카엘’이라는 비밀을 안고 지내는 로레의 여름날은 여느 스릴러만큼이나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언니의 비밀을 알아챈 잔망스러운 여동생 잔은 여기에 사랑스런 웃음을 더한다. ‘원피스’와 ‘축구’로 구별 지어진 성별을 의식하지 않고 “나한테는 오빠가 있는데 언니보다 좋은 것 같아”라며 친구에게 자랑하는 잔의 모습은 어른들의 고정관념을 뒤흔든다.미카엘이자 로레 역을 맡은 조 허란과 동생 잔역을 맡은 말론 레바나 등 아역들의 연기가 눈부시다. 소년과 소녀를 넘나드는 얼굴, 거울 속 자신을 들여다보는 로레의 눈빛은 시아마 감독이 캐스팅에 성공했음을 입증한다. 다른 아역들에 허란의 진짜 친구들을 캐스팅해 자유분방하지만 천진난만하지만은 않은 아이들 세계를 자연스럽게 그려냈다. 영화는 개봉 전 예매율 1위를 차지하며 지난 주말 1만 관객을 넘어섰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마지막으로 새로운 일을 시도한 것이 언제인가. 게다가 그 일이 돈 한 푼 되지 않는 일이라면? 유명 출판사인 하퍼콜린스 편집장이자 20년간 에디터로 살아온 저자가 서핑에 도전하면서 깨달은 인생의 지혜를 담았다. 처음 서핑에 도전한 건 마흔 살. 심지어 파도를 혼자 타기까지 5년이 걸렸다. 17년간 노력했지만 뛰어난 서퍼가 되지도 못했고 그 서핑이 돈을 벌어준 것도 아니다. 오히려 매일 파도가 그를 내동댕이쳤다. 서핑에서 멋있는 순간은 찰나다. 끝없이 패들링(보드에 엎드려 팔로 젓는 것)을 하고 좋은 파도를 기다린다. 일어나더라도 물에 빠지는 순간이 대부분이다. 파도와의 악전고투가 남긴 지혜는 소박하다. 망치고 죽을 쒀도 그것이 세상의 끝은 아니라는 것. 못하는 일을 힘들게 하다 보면 언젠가는 더 잘하게 된다. 단순한 말 같지만 사실 우리 인생은 파도와, 서핑과 꼭 닮아 있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페이스북의 사명은 ‘커뮤니티를 이뤄 모두가 더 가까워지는 세상’이다. 그러나 미국 버지니아대에서 미디어를 가르치는 저자는 독자에게 페이스북의 이 사명을 삐딱하게 바라보길 권한다. 페이스북 없이는 살 수 없는 세상이 된 듯하지만 사람들은 더욱 가까워졌을까. 2016년 페이스북을 비롯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영리하게’ 활용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당선을 계기로 페이스북의 부작용을 분석하기 시작한 저자는 SNS가 소통과 민주주의 확대를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의 기능을 하고 있다고 결론 내린다. 선전선동이 난무하고 증오와 혐오로 사회적 신뢰를 갉아먹는다는 것. 사람을 끌어들이는 ‘오락기계’, 사회적 책임을 명분으로 과오를 감추는 ‘자선기계’같이 페이스북의 어두운 이면을 간결하게 이름 붙이고 다양한 사례와 함께 풀어냈다. 원제 ‘Antisocial Media’.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한 편의 그림책을 읽는 듯, 고(故) 김수환 추기경(1922∼2009)의 어린 시절을 담은 영화 ‘저 산 너머’(감독 최종태)가 개봉 보름 만에 관객 8만 명을 모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극장 관객이 급감한 가운데서도 관객의 호평이 입소문을 타면서 개봉 3주 차인 14일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이날 기준 누적 관객은 8만4871명이다. ‘저 산 너머’는 가난하지만 사랑 넘치는 가정에서 특별한 꿈을 키워간 7세 소년 수환(이경훈)의 이야기다. 누구나 어렵던 일제강점기 1928년, 가난 속에서도 수환의 부모는 천주(天主·하느님)에 대한 믿음을 지켜 나간다. 믿음과 가족의 사랑에서 탄생한 씨앗이 소년의 ‘마음 밭’에서 평생을 바칠 소명으로 싹트는 과정을 잔잔하게 그렸다. 따스함과 정이 넘치는 가족 이야기, 때 묻지 않은 소년의 하느님에 대한 사랑 이야기가 코로나19 탓에 마음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어려움을 겪는 국민에게 위로를 전하는 것이 입소문의 배경으로 풀이된다. 동양화처럼 펼쳐지는 고즈넉한 풍경에 국악인들이 참여한 영화음악이 잘 어우러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종교를 넘어 어린이날까지 이어진 황금연휴를 맞아 가족과 함께 볼 수 있는 소재라는 점도 ‘관객몰이’에 영향을 미쳤다. 종교인의 어린 시절을 다뤘지만 관객들은 “신앙인이 아니라도 누구나 마음이 치유될 수 있는 영화”라고 입을 모았다. 한 관객은 “코로나19로 일상이 멈춘 시기, 삶에 대해 차분하게 돌아볼 수 있는 영화”라고 관람 후기를 남겼다. 26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주연을 맡은 이경훈을 비롯한 아역 배우들의 천진난만한 연기가 마음을 더 따뜻하게 한다는 평가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그 시절 우리가 모두 마이클 조던처럼 농구를 할 수 있었던 건 아니지만 ‘조던’은 우리 젊은 시절 그 자체잖아요.” 네 살 딸을 키우는 박윤찬 씨(38)는 12일 출근길에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다큐멘터리 ‘마이클 조던: 더 라스트 댄스’를 보다 울컥하는 마음을 억눌러야 했다. 1990년대 미국프로농구(NBA)를 주름잡은 조던과 소속 팀 시카고 불스는 박 씨와 3040세대에겐 청소년 시절의 상징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미국 스포츠 채널 ESPN이 만든 ‘더 라스트 댄스’는 당시 경기장 안팎에서 촬영한 500시간 분량의 미공개 영상을 바탕으로 1990년대 황금기를 지낸 조던과 ‘불스’ 왕조의 내밀한 이야기들을 담았다. 전체 에피소드 6회 중 1, 2회가 11일 한국에서 공개되자 국내 넷플릭스 스트리밍 순위 톱10 안에 진입했다. 미국에서는 지난달 말 공개돼 시청률 대박을 터뜨렸다. 1부는 평균 630만 명, 2부는 580만 명이 시청한 것으로 집계돼 ESPN 다큐멘터리 사상 최다 시청자 수를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한국프로야구(KBO) 리그를 제외한 국내외 스포츠 리그가 대부분 중단된 상황에서 스포츠 팬들의 갈증을 식히는 역할도 했다.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더 라스트 댄스’를 시청하며 다음 에피소드를 기다리는 인증샷이 속속 올라오는 중이다. 나이키의 ‘에어 조던’ 시리즈 운동화와 ‘더 라스트 댄스’ 화면이 SNS 사진 속에 함께 등장하는 인증샷이 줄을 잇고 있다. ‘더 라스트 댄스’의 인기에 힘입어 소더비 경매는 조던이 경기에서 신었던 1985년 나이키 에어 조던을 8일(현지 시간) 온라인 경매에 부쳤다. 17일 마감되는 이 경매 제품은 운동화 오른쪽에 조던의 사인이 새겨져 있는데 예상 낙찰가는 1억8500만 원이다. 또 미국 이베이는 다큐멘터리 공개를 앞두고 한정판 에어 조던 시리즈를 재출시하는 테마 스토어를 열었다. 다큐멘터리는 조던뿐 아니라 스코티 피펜, 데니스 로드먼 등 당시 ‘불스 왕조’를 이끈 선수들과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등이 출연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불스의 단장 제리 크라우스와 필 잭슨 감독 간의 갈등, 금전적 보상 문제로 감정의 골이 깊어진 피펜과의 불화 등 팀을 둘러싼 뒷이야기들이 드라마틱하게 펼쳐진다. 3·4회는 18일, 5·6회는 25일 공개된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이제야 숨통이 좀 트이나 했는데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느낌입니다.”(멀티플렉스 극장 관계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극장과 영화계는 2월부터 암흑기를 겪는 중이다. 2월 중순까지만 해도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으로 대한민국 전체가 축제 분위기에 휩싸인 직후 벌어진 극명한 대비다. 극장 일일 관객 수는 1만 명대로 2004년 관객 수를 전산 집계한 이래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코로나19 확진자의 동선에 포함된 극장 지점들은 영업을 중단했고 급기야 CGV와 메가박스는 전체 지점의 약 30%를 폐쇄했다. 임직원들은 번갈아 휴직에 돌입했다. 돈이 돌지 않으니 영화 제작 프로젝트 단위로 움직이는 제작사들이 겪는 어려움은 더 컸다. 코로나19는 시장의 가장 약한 고리를 뒤흔들었다. 극장들은 여러 고육책을 냈다. 관객은 체온을 잰 뒤 상영관에 입장하고 마스크를 착용했다. 좌석도 거리를 두고 배정했다. 매표소를 거치지 않고 영화표를 살 수 있도록 비대면 서비스도 강화했다. 영화진흥위원회와 영화인들은 긴급 지원 방안을 논의해 이달 말부터 극장 할인권을 지원하는 사업과 독립예술영화관의 기획전을 지원하는 사업 등을 확정했다. 한국 영화산업 전체 매출 중 영화관의 비중은 약 80%다. 극장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어 영화계 전체가 고사하는 것은 막자는 복안이었다. 5월 어린이날 연휴를 맞아 극장 관객이 소폭 증가했고 사회적 거리 두기는 다소 완화됐다. 코로나19로 개봉을 연기했던 영화들도 개봉 일정을 속속 확정하기 시작했다. 소설 ‘아몬드’를 쓴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한 손원평 감독의 스릴러 ‘침입자’가 21일 개봉하는 것을 시작으로 신혜선 배종옥이 출연하는 ‘결백’(27일),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초미의 관심사’(27일)도 극장에 걸리게 됐다. 5월 말 신작 개봉을 확정한 한 배급사 관계자는 “‘극장에 가고 싶어도 볼 신작이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 누군가는 발 벗고 나서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고사 위기에 처한 영화계가 살아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조심스레 일었다. 그러나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확진자 증가로 다시 극장은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으로 빠져들었다. 어렵사리 개봉일을 확정하고 마케팅 준비에 돌입한 영화계 관계자들은 무너질 위기에 처한 공든 탑을 바라보는 심정이다. 모두가 살얼음판을 걷듯 방역수칙을 지키는 상황에서 ‘나 하나는 괜찮겠지’ 하는 안일함이 불러온 파장은 크다. 극장 티켓 한 장에는 배급사와 제작사, 홍보사, 투자사 등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담겨 있다. 산업의 위기로 고용 불안정성이 커지고 재능 있는 인재들이 버티지 못하면 한 단계 비상하려던 한국 영화의 경쟁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부디 이런 시나리오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이서현 문화부 기자 baltika7@donga.com}
넷플릭스가 봉준호 감독의 동명 영화를 드라마 시리즈로 만든 ‘설국열차’(사진)를 25일 공개한다. 이 시리즈는 동명의 영화를 10개 에피소드로 확장해 그린 작품이다. 기상이변으로 꽁꽁 얼어붙은 지구에서 마지막 생존 기회인 열차에 탑승한 이들이 벌이는 계급 투쟁과 사회적 불평등, 생존을 그렸다. ‘알리타: 배틀 엔젤’의 제니퍼 코널리가 열차의 관리자 멜라니 역을, ‘벨벳 버즈소’의 다비드 디그스가 열차 안 살인 사건을 파헤치는 꼬리칸 출신 전직 형사 레이턴 역을 맡았다. 넷플릭스는 “배경이나 계급사회 등 설정은 영화와 동일하지만 주요 캐릭터나 전개는 조금 다르다”고 설명했다. 봉 감독과 함께 영화 ‘설국열차’ 제작에 참여했던 박찬욱 감독이 이번 시리즈 제작에도 참여했다. 영화 ‘설국열차’는 국내에서 2013년 개봉해 관객 935만 명을 모았다. 미국에서는 2016년부터 드라마 제작이 추진됐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디즈니 역사상 가장 뛰어난 최고경영자(CEO), 시가 총액 300조 원 기업을 이끌던 로버트 아이거의 첫 저서라면 첫 장부터 디즈니 동화 같은 아름다운 이야기를 늘어놓을 법도 한데 그는 다소 의외의 사건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재임 시절 최악의 사고, 이 책을 통틀어 그가 가장 힘들고 약해 보이는 순간이다. 2016년 중국 ‘상하이 디즈니랜드’ 개장을 앞둔 축제 분위기 속에서 지구 반대편 미국 올랜도 디즈니리조트에서 악어가 두 살배기를 물고 사라지는 끔찍한 일이 발생한다. 상하이에서 개장식을 준비하던 아이거는 아이 부모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회사의 과실을 CEO가 직접 인정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고 소송이 시작되면 불리해질 수도 있지만 그 순간 그에게 그런 원칙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아이 부모에게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고 거듭 말한 그는 전화를 끊고 침대 끝에 걸터앉아 엉엉 울어버린다. 회고록이라기보다는 2005년부터 2020년까지 15년간 디즈니의 전성기를 이끈 수장의 리더십, 고비마다 좋은 선택을 내린 경영인의 전략서적에 가깝다. 바탕에는 진정성과 존중, 정직함이라는 행복한 회사의 비결로는 뻔해 보이지만, 회사의 명운을 좌우하는 선택의 순간에는 누구나 회피하고픈 아이거만의 원칙이 깔려 있다. ABC방송국 말단 보조로 시작해 디즈니에 인수당한 ABC 출신으로 인수한 회사의 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른 그가 현장에서 직접 부딪히며 터득한 수모와 보람에서 나온 원칙이다. 디즈니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순간이자 변곡점은 디즈니의 픽사 인수다. 픽사의 리더 스티브 잡스와 벌인 협상은 그의 원칙이 가장 두드러진 장면이기도 하다. 길이 7m가 넘는 화이트보드에 두 시간 동안 인수합병의 단점만 써내려가는 잡스를 끝내 설득해 낸 것은 다른 기업에 회사가 넘어간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이해하고 픽사의 독특한 문화와 가치를 보존하겠다는 그의 약속이었다. 이어 숨 가쁘게 펼쳐지는 마블과 루커스필름 그리고 21세기폭스 인수, 트위터 인수 포기, 디즈니플러스 론칭에 얽힌 뒷이야기들을 통해 ‘대담함’과 ‘올바름’이라는 양립할 수 없는 가치를 그가 어떻게 끊임없이 견주며 중심을 잃지 않을 수 있었는지 들려준다. 책의 전반은 ABC방송국의 스포츠와 뉴스를 이끈 룬 얼리지, 디즈니의 또 다른 전성기와 몰락을 이끈 CEO 마이클 아이스너 등 그가 경험한 상사들의 장단점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흡수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가 2005년 디즈니 CEO로 취임해 침몰 중인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구원하고 올드 미디어의 쇠락 속에서 디즈니플러스라는 미래를 대비하며, 글로벌 시장 전략을 정비하는 과정이 전개되는 후반부는 경영학 교과서로 활용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와 스타워즈의 팬이라면 은둔의 경영자로 알려진 마블의 아이크 펄머터, 루커스필름의 조지 루커스와의 인수 과정 막전막후도 흥미진진하게 몰입할 수 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이르면 이달 말 전국 극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영화 관람 할인권 133만 장이 풀린다.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영화산업코로나19 대책위원회는 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침체된 극장가 활성화를 위해 6000원 상당의 할인권 133만 장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할인권은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영화관 홈페이지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과 인터파크 맥스무비 같은 예매사이트에서 티켓을 예매할 때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영진위 측은 “극장 관객 감소는 영화관뿐 아니라 제작사 배급사 등으로 피해가 이어지기 때문에 영화 관람을 활성화해 영화산업 자체를 회복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 직영 영화관을 제외한 독립·예술영화 전용관의 기획전 지원 사업도 추진한다. 코로나19로 인해 매출이 급감한 중소 영화관을 대상으로 최소 6편으로 구성된 영화기획전을 공모해 선정되면 대관료를 지원할 예정이다. 중소영화관 기획전 지원 사업은 이르면 이달부터 9월까지 진행될 예정이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귀여운 트롤(Troll)들의 흥겨운 음악 배틀이 관객들을 낚아 올렸다. 애니메이션 ‘트롤: 월드 투어’에 삽입된 스파이스걸스 ‘워너비’, 싸이 ‘강남스타일’, 레드벨벳 ‘러시안 룰렛’ 등 엉덩이를 들썩이게 만드는 음악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얼어붙은 극장가에 온기를 불어넣었다. 지난달 30일 일일 관객은 총 10만6906명을 기록했다. 일일 관객이 10만 명을 넘긴 것은 3월 중순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어린이날에 120만 명이 극장을 찾은 것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지만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한 자릿수로 줄어들고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화되면서 극장에도 관객들이 서서히 돌아오고 있다. 지난달 29일 개봉한 ‘트롤: 월드 투어’는 연휴 기간 내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4일까지 관객 6만4000명을 모았다. 팝, 클래식, 컨트리 등 6개 장르로 나뉜 트롤 마을에서 록 트롤의 여왕 ‘바브’가 “세상을 록의 나라로 만들겠다”며 전쟁을 선포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렸다. 유니버설픽처스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트롤: 월드 투어’를 극장에 개봉하는 동시에 주문형비디오(VOD)도 공개했다. CGV와 롯데시네마는 극장과 2차 부가판권 시장에서 동시에 공개할 경우 개봉하지 않는 기준에 따라 상영하지 않았고 메가박스는 개봉했다. 대만 멜로영화 ‘나의 청춘은 너의 것’(4만7314명), 한국 공포영화 ‘호텔 레이크’(4만926명)가 뒤를 이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8월은 영화시장 최대 성수기다. 매년 평균 8월 한 달에만 관객 약 3000만 명이 극장을 찾는다. 지난해에는 다소 적은 2400만 명이 들었지만 여전히 8월은 1년 중 극장이 가장 붐비는 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올 초부터 위기를 맞은 영화시장에 7월 말∼8월 초 연중 최대 대목을 앞두고 한국영화의 개봉 움직임이 조심스레 일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화돼 생활방역 체제로 돌입했고 부처님오신날(지난달 30일)에서 어린이날로 이어진 황금연휴로 영화 관객이 소폭 늘어났다. 긍정적인 신호다. 연상호 감독의 ‘반도’는 올여름 개봉을 가장 먼저 확정했다. ‘부산행’(2016년)의 속편으로 그 4년 뒤 폐허가 된 땅에 남은 사람들이 좀비와 벌이는 사투를 그렸다. 1차 예고 영상에서 폐허 속 좀비들 모습이 공개되면서 화제를 모았다. 해외에서도 인기가 높았던 부산행 덕에 생긴 외국 팬들은 이 예고 영상에 반응하는 모습을 유튜브에 띄우는 등 벌써부터 관심을 보였다. 동명(同名)의 원작 뮤지컬을 영화화한 윤제균 감독의 ‘영웅’도 개봉을 준비 중이다. 1909년 10월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일본 법정에서 사형 판결을 받고 순국한 안중근 의사가 거사를 준비하던 때부터 죽음을 맞이하기까지의 1년을 그렸다. 뮤지컬에서 안중근 역을 맡은 배우 정성화가 영화에서도 주연으로 출연했다. 한국영화 사상 첫 뮤지컬 영화다. 류승완 감독의 ‘모가디슈’도 뜨거운 태양 아래 관객을 맞을 예정이다. 소말리아 내전 당시 고립된 남북 대사관 공관원들의 탈출 실화를 그렸다. 송중기 김태리 주연의 SF물로 화제를 모은 조성희 감독의 ‘승리호’도 여름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7, 8월 개봉작은 제작비를 대거 투입한 한국 블록버스터가 주도했다. ‘신과 함께2’(2018년), ‘택시운전사’(2017년), ‘부산행’(2016년), ‘암살’(2015년) 같은 1000만 관객 영화가 이 시기에 나왔다. 영화계 여름 흥행의 최대 변수는 할리우드다. 매년 여름 한국영화와 경쟁하던 할리우드 기대작의 올해 개봉 일정은 코로나19로 모두 틀어져 버렸다. 대부분 연말로 개봉 일정을 옮긴 가운데 디즈니 실사 영화 ‘뮬란’만 7월 개봉이 확정됐다. 뮬란은 당초 3월 개봉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연기됐다. 여름 영화시장의 다양한 변수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배급사들은 할리우드 영화의 공백에 대해 의견이 엇갈린다. 한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올해는 ‘기생충’의 성과에 국내 유명 감독들의 신작 개봉으로 기대가 컸다. 그만큼 할리우드 영화 공백기에 한국영화들이 반사이익을 누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한 배급사 관계자는 “관객을 극장으로 이끄는 마중물 역할을 하던 할리우드 영화가 사라진 점은 영화시장에 부정적 요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초 영화시장의 악재로 꼽혔던 8월 도쿄 올림픽이 내년으로 연기된 것과 유럽 미국의 코로나19가 수그러들지 않아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은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각급 학교가 5월에야 개학하면서 여름방학이 짧아진 점은 여름 영화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 다른 배급사 관계자는 “올해는 코로나19가 촉발한 여러 변수로 시장 예측이 더욱 어려워졌다”며 “개봉 일정 및 마케팅 전략 결정 등 기존의 ‘배급’ 개념이 완전히 무너진 하반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귀여운 트롤(Troll)들의 흥겨운 음악 배틀이 관객들을 낚아 올렸다. 애니메이션 ‘트롤: 월드투어’에 삽입된 스파이스걸스 ‘워너비’, 싸이 ‘강남스타일’, 레드벨벳 ‘러시안 룰렛’ 등 엉덩이를 들썩이게 만드는 음악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얼어붙은 극장가에 온기를 불어넣었다. 지난달 30일 일일 관객은 총 10만 6906명을 기록했다. 일일 관객이 10만 명을 넘긴 것은 3월 중순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어린이날에 120만 명이 극장을 찾은 것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지만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한자리 숫자로 줄어들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극장에도 관객들이 서서히 돌아오고 있다. 지난달 29일 개봉한 ‘트롤: 월드 투어’는 연휴 기간 내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4일까지 관객 6만4000명을 모았다. 팝, 클래식, 컨트리 등 6개 장르로 나뉜 트롤 마을에서 록 트롤의 여왕 ‘바브’가 “세상을 록의 나라로 만들겠다”며 전쟁을 선포하며 벌어지는 소동을 그렸다. 유니버셜픽처스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트롤: 월드투어’를 극장에 개봉하는 동시에 주문형비디오(VOD)도 공개했다. CGV와 롯데시네마는 극장과 2차 부가판권 시장에서 동시에 공개할 경우 개봉하지 않는 기준에 따라 상영하지 않았고 메가박스는 개봉했다. 대만 멜로영화 ‘나의 청춘은 너의 것’(4만7314명), 한국 공포영화 ‘호텔 레이크’( 4만926명)가 뒤를 이었다.이서현기자 baltika7@donga.com}
‘코로나 시대의 영화제’는 어떤 모습일까.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조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영화제 형식을 두고 설왕설래하는 가운데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가 온라인 중심 ‘무관객 영화제’로 개최된다. 이준동 전주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최근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영화제 일정을 한 달가량 늦추고 다양한 방법을 고심해왔다”며 “방역 당국이 초긴장 상태인 만큼 전주영화제도 국민의 안전에 부담을 주지 않는 최선의 방법을 고민했다”고 밝혔다. 28일 개막하는 전주국제영화제는 경쟁 부문 심사위원과 초청작 감독 등 최소 인원만 참여하는 ‘무관객 영화제’로 운영된다. 상영관 관객석에 관객 없이 작품을 평가하는 심사위원들과 감독, 배우, 제작 관계자 등만 참석하는 형식이다. 영화 제작사와 감독들의 허락을 구한 작품은 온라인으로 상영하기로 했다. 영화제 측은 영화제 팟캐스트나 네이버 V라이브 등 온라인으로 관객과 소통할 방안을 찾기 위해 고심 중이다. 국내 최대 영화제인 부산국제영화제는 올해 10월 개최를 앞두고 코로나19의 ‘2차 대유행’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영화제 측은 정상 개최와 일부 축소 개최, 온라인 개최 등 여러 경우의 수를 고려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올해는 해외 인사들의 참석 여부가 대부분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7월 열리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정상 개최를 목표로 이달부터 참석자 사전 등록 작업에 돌입했다. 칸, 베니스 국제영화제 등 20개 영화제는 유튜브로 온라인 무료 영화 축제를 개최할 예정이다. ‘우리는 하나(We are one)’라는 이름의 이번 축제는 미국 뉴욕 트라이베카 영화제를 주관하는 트라이베카 엔터프라이즈가 기획했으며 29일부터 열흘 동안 유튜브를 통해 무료로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이번 온라인 축제에는 칸과 베니스, 베를린 등 세계 3대 영화제와 미국 선댄스 및 트라이베카 영화제, 캐나다 토론토 영화제 등이 참여한다. 각 영화제가 직접 큐레이션한 영화를 볼 수 있으며 영화 팬들은 무료로 시청하면서 유튜브 창의 기부 버튼을 통해 코로나19 구호 기금을 낼 수 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넥슨 네이버 네오위즈 등 카이스트 전산학과 출신들은 벤처 창업의 아이콘이다. 카이스트에서도 이광형 교수의 연구실에서는 유독 성공적인 벤처 창업가가 많이 배출됐다. ‘우연히 그 천재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일까?’라는 질문에 그를 신진 교수 시절부터 취재한 과학기자 저자가 카이스트의 혁신과 변화를 이룬 여정을 되짚었다. 그동안의 기록과 이광형 교수 인터뷰, 동료들과 제자들을 다방면으로 인터뷰해 엮어낸 분투기다. 도전가, 혁신가, 교육가, 과학자 등 한 가지 단어로 정의 내릴 수 없는 그의 다면적인 특성을 흥미롭고 생생하게 그렸다. 이 교수가 카이스트에서 시도한 다양한 혁신과 도전 이야기와 더불어 김정주 넥슨 회장, 김영달 아이디스홀딩스 대표 등 국내 벤처 1세대들의 카이스트 시절 이야기들도 어우러져 읽는 재미를 더한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영화 ‘사냥의 시간’의 윤성현 감독(38)은 당초 지난달 첫 주에 인터뷰하기로 했다. 데뷔작 ‘파수꾼’ 이후 9년 만에 내놓은 이 영화로 베를린국제영화제 스페셜 갈라에 다녀온 뒤 국내 개봉을 기다리고 있었다. 올 2월 말 언론 배급 시사회 직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폭증했고 개봉은 전면 보류됐다. 이후 배급사와 해외 세일즈사의 법정 공방 끝에 이 영화는 23일 넷플릭스로 세계 190개국에서 동시 공개됐다. 27일 화상 인터뷰로 만난 윤 감독은 “어떤 분들은 저에게 정신병 안 걸리고 잘 버틴다 하더라”며 웃었다. “컵에 물이 절반만 있어도 ‘반이나 있네’ 하는 성격이에요. 30년 뒤에 돌아보면 인생의 큰 자양분이고 의미 있는 시간이 되겠죠.” 그를 2011년 최고의 신인 감독 자리에 올린 파수꾼은 사춘기 남학생들의 심리 변화를 섬세하게 포착했다. 파수꾼이 인물의 감정 변화와 내러티브에 집중했다면 사냥의 시간은 영화 장르의 또 다른 매력, 사운드와 비주얼에 초점을 맞췄다. “젊은 세대 이야기에 관심이 많아요. 제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한국영화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에요. ‘파리대왕’ 같은 아이들이 나오는 소설을 좋아해요. 두 번째 영화도 자연스럽게 청년 이야기로 만들게 됐네요.” 시점과 장소가 불분명한 가까운 미래, 사회시스템은 무너지고 부랑자와 시위대가 넘쳐나는 도시에서 갓 출소한 준석(이제훈)과 친구들이 ‘미래를 위해’ 카지노를 터는 한탕을 기획한다. 손쉽게 성공한 것 같은 그때 정체불명의 한(박해수)이 이들을 쫓으며 추격전이 펼쳐진다. “2016년 시나리오를 쓸 때 한국사회를 지옥에 빗댄 말들이 나왔어요. 청년의 사회적 박탈감, 지옥 같은 세상에서의 탈출을 소재로 한 장르물을 만들고 싶었죠.” 그의 지옥도는 영화에서 시청각적으로는 제대로 구현됐다. 실제 유럽이나 남미의 슬럼가 이미지를 빌려와 무너진 콘크리트와 그라피티(낙서)로 뒤덮인 삭막한 도시를 만들어냈다. 강렬한 붉은색 조명으로 불안과 공포를 더했다. 스산한 배경을 두고 펼쳐지는 추격전과 긴장감 넘치는 음악은 ‘극장에서 개봉했더라면…’이라는 생각도 들게 한다. 파수꾼의 배우 이제훈과 박정민은 이번에 다시 만났다. 최근 충무로에서 핫한 최우식 안재홍 박해수도 함께했다. “최우식 배우는 동물적이고 직관적으로 연기하는데, 굉장히 영민해요. 연기 폭이 넓은 안재홍 배우는 테이크마다 다른 연기를 펼쳐요. 미스터리한 인물 한을 표정에서 드러나게 하고 싶었는데 첫 촬영 때 박해수 배우가 한이 살아왔을 삶을 얼굴에 담아내서 감격했습니다.” 박수 받는다고 감동하는 성격이 아니라는 윤 감독이지만 베를린영화제에서 관객 1600명의 박수를 받았을 때 눈시울이 붉어졌다. “‘베를린영화제 관객은 예의상 박수 안 친다’ ‘영화가 재미없으면 중간에 나간다’는 말을 숱하게 들었거든요. 배우들 앞에서 관객이 나가고 박수도 못 받으면 악몽 같은 시간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감격한) 배우들이 눈물을 흘리더라고요. 영화를 만들 때 ‘영화만이 할 수 있는 것’을 고민했는데 현지 관객이 이걸 조금이라도 알아주셨다는 생각에 감격했어요.” 기대가 커서였을까. 국내 관객의 평은 엇갈린다. 스타일리시한 영상과 음악에도 빈약한 서사는 아쉽다는 관람평이 송곳처럼 꽂힐 법도 하다. “서사보다는 영화의 시청각적인 본질에 충실하게 만들자는 목표였어요. 내러티브나 반전을 기대하는 관객에게는 아쉽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이 아이들이 살아남길 바라는 마음으로 순간순간 즐기신다면 바랄 게 없습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영화 ‘사냥의 시간’의 윤성현 감독은 당초 지난달 첫 주에 인터뷰하기로 했다. 독립영화 ‘파수꾼’으로 주목받은 신인 감독이던 그는 9년 만에 내놓은 이 영화로 베를린국제영화제 스페셜 갈라 섹션에 다녀온 뒤 국내 개봉을 기다리고 있었다. 올 2월 말 언론 배급 시사회 직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폭증했고 개봉은 전면 보류됐다. 이후 해외 세일즈사와 배급사의 법정 공방 끝에 이 영화는 23일 넷플릭스로 세계 190개국에서 동시 공개됐다. 27일 화상인터뷰로 만난 윤 감독은 “어떤 분들은 저에게 정신병 안 걸리고 잘 버틴다 하더라”며 웃었다. “제가 원래 컵에 물이 절반만 있어도 ‘반이나 있네’ 하는 성격이에요. 30년 뒤에 돌아보면 인생에서 큰 자양분이고 의미 있는 시간이 되겠죠.” 그를 2011년 ‘최고의 신인 감독’ 자리에 올린 파수꾼은 사춘기 남학생들의 미묘한 심리변화를 섬세하게 포착한 작품이다. 파수꾼이 인물의 감정 변화와 내러티브에 집중했다면 사냥의 시간은 영화라는 장르가 가진 또 다른 매력, 사운드와 비주얼에 초점을 맞췄다. “젊은 세대 이야기에 관심이 많아요. 제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한국영화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에요. 소설도 아이들이 나오는 이야기를 좋아해요. ‘파리대왕’ 같은. 투철한 철학이 있는 건 아닌데 청년세대의 삶과 고민에 관심을 갖다 보니 두 번째 영화도 자연스럽게 청년 이야기로 만들게 됐네요.” 시점과 장소가 불분명한 가까운 미래, 사회시스템이 무너지고 부랑자와 시위대가 넘쳐나는 도시에서 갓 출소한 준석(이제훈)과 친구들이 ‘미래를 위해’ 카지노를 터는 한탕을 기획한다. 작전이 손쉽게 성공한 것 같은 그때 정체불명의 존재 한(박해수)이 이들을 쫓기 시작하면서 숨 막히는 추격전이 펼쳐진다. “2016년 시나리오를 쓸 때 한국사회를 지옥에 빗댄 말들이 나왔어요. 청년의 사회적 박탈감, 지옥 같은 세상에서의 탈출을 소재로 한 장르물을 만들고 싶었어요. 젊은이들이 희생돼야 하는 사회를 은유적으로 보여주려 했어요.” 그가 상상한 지옥도는 영화에서 시청각적으로는 제대로 구현됐다. 실제 유럽이나 남미의 슬럼화한 도시 이미지를 빌려와 무너진 콘크리트와 그래피티(낙서)로 뒤덮인 삭막한 도시를 만들어냈고 강렬한 붉은색 조명으로 불안과 공포를 더했다고 한다. 스산한 배경을 두고 펼쳐지는 추격전과 긴장감 넘치는 음악은 ‘영화가 극장에서 개봉했더라면…’이라는 생각도 들게 만든다. 파수꾼에서 좋은 연기를 펼친 배우 이제훈과 박정민은 이번 작품에서 다시 만났다. 최우식 안재홍 박해수 등 최근 충무로에서 가장 주목받는 젊은 배우도 함께했다. “최우식 배우는 동물적이고 직관적으로 연기하는데, 굉장히 영민해요. 안재홍 배우는 연기의 폭이 굉장히 넓어서 테이크마다 다른 연기를 펼치는 배우고요. 미스터리한 인물 한을 배우의 표정에서 드러나게 하고 싶었는데, 박해수 배우는 캐릭터가 살아왔을 삶을 얼굴에 담아내서 첫 촬영 때 놀라고 감격했던 기억이 납니다.” 윤 감독은 “박수 받는다고 감동하는 성격이 아닌데, 배우들과 함께한 베를린영화제에서 관객 1600명으로부터 박수를 받았을 때 눈시울이 붉어졌다”고 했다. “‘베를린영화제 관객은 예의상 박수 안친다’ ‘영화가 재미없으면 중간에 나간다’는 말을 숱하게 들어 공포에 질려서 갔거든요. 배우들 앞에서 관객이 나가고 박수도 못 받으면 악몽 같은 시간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감격한) 배우들이 눈물을 흘리니 감정이 묘하더라고요. 영화를 처음 만들 때 ‘영화만이 할 수 있는 것’을 고민했는데 현지 관객이 그걸 조금이라도 알아주셨다는 생각에 감격스러웠어요.” 기대가 커서였을까. 넷플릭스 공개 이후 국내 관객의 평은 엇갈린다. 스타일리시한 영상과 음악이 있음에도 빈약한 서사는 아쉽다는 관람평이 송곳으로 꽂힐 법도 하다. “파수꾼과 달리 사냥의 시간은 서사보다는 영화의 시청각적인 본질에 충실한 작품으로 만들자는 목표로 시도했어요. 그러다 보니 내러티브나 반전을 기대하는 국내 관객에게는 아쉬움이 있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영화에는 정답이 없기 때문에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고 있습니다. 차분하게 이 아이들이 살아남길 바라는 마음에서 순간순간 즐기신다면 그것만으로도 바랄게 없어요.”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영업을 중단한 CGV 극장 36개 지점이 29일부터 다시 문을 연다. CGV는 “코로나19로 어려움에 부딪힌 영화산업과 지역 상권을 되살리기 위해 영업을 재개한다”고 26일 밝혔다. 대상 지점은 서울 대학로 명동 청담씨네시티를 비롯해 대구경북 지역 8개 지점 등 지난달 28일부터 문을 닫은 총 36개 지점이다. CGV는 관객 급감으로 경영난을 겪자 극장 116개 가운데 약 30%에 해당하는 지점의 영업을 중단했다. CGV는 영업을 재개하더라도 사회적 거리 두기가 다음 달 5일까지 유지되는 점을 고려해 상영 회차는 다른 극장과 마찬가지로 축소 운영할 예정이다. 전체 상영관이 아닌 일부 상영관만 운영하는 ‘스크린 컷오프제’와 좌석 앞뒤 간격 띄어 앉기도 계속 유지한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영화 ‘덕혜옹주’와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등 우리 역사의 아픈 손가락 ‘대한제국’의 전후는 지금도 흥미로운 이야깃거리의 소재로 등장한다. 고신문 읽기 취미를 가진 연극평론가인 저자가 우리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했던 시기 중 하나인 대한제국 10년을 ‘극장국가’라는 개념을 토대로 분석했다. 제국의 권위는 ‘주연 배우’ 황제와 그 주변에 둘러선 관료들, 애국 충심의 마음으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경축 행사를 통해 한 편의 드라마처럼 드러났다. 세계 정치가 격랑에 휩싸였던 시기 동양의 조용한 은둔국이었던 조선은 세계무대에 강제로 등장하게 됐고 ‘국가적 미장센’은 정치적으로, 외교적으로 너무나 중요했다. 그러나 역사가 증명하듯 대한제국의 대내외적 역량은 ‘극장의 화려함’에 미치지 못했다. 역사적 서술과 함께 세계 각 매체에 비친 당시 대한제국의 모습이 다양한 삽화로 어우러졌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슈퍼히어로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관객 절벽’의 위기에 빠진 극장을 구할 수 있을까. 월평균 관객 수가 2004년 영화 관객 집계 이후 최저 수준으로 추락한 극장가에 ‘어벤져스’를 비롯한 히어로 영화가 대거 재개봉한다. 15일 ‘엑스맨’ 울버린 시리즈의 마지막 편 ‘로건’(2017년)과 라이언 레이놀즈 주연의 ‘데드풀’(2016년)을 시작으로 23일 ‘어벤져스’(2012년)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년) 등이 다시 관객을 찾는다. 29일에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2018년)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년)이 순차적으로 상영된다. ‘어벤져스’ 시리즈는 과거 개봉 당시 관객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특히 ‘에이지 오브 울트론’ ‘인피니티 워’ ‘엔드게임’ 모두 국내 관객 1000만 명을 넘었다. 이번 기획전은 국내 주요 멀티플렉스 극장인 CGV와 롯데시네마, 메가박스에서 동시 진행된다. 코로나19로 신작 영화가 잇달아 개봉이 연기되며 콘텐츠 공급 부족에 시달리는 극장들이 배급사인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측에 재개봉을 제안해 성사됐다. 스케일 큰 액션과 웅장한 사운드를 생생하게 즐길 수 있는 CGV IMAX와 4DX, 메가박스 MX관, 롯데시네마 슈퍼4D관 등 특별관에서도 상영된다. 21일 현재 ‘어벤져스’ 예매율은 10%,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6.6%로 각각 예매율 1, 3위를 기록 중이다. 다만 전체 예매 관객 수가 급감해 실제 예매 관객은 약 3500명에 그쳤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가 유지됐던 15일 개봉한 ‘로건’과 ‘데드풀’은 20일 기준 각각 6435명, 4705명이 관람했다. 멀티플렉스 측은 사회적 거리 두기가 다소 완화된 데다 각 상영관이 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위해 방역을 철저히 하는 동시에 객석의 ‘앞뒤 띄어 앉기’를 유지하는 등 노력하고 있어 ‘히어로 시리즈’가 극장의 활력소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극장을 건너뛰고 넷플릭스로 직행한 영화 ‘사냥의 시간’(사진)이 분쟁을 마무리하고 넷플릭스를 통해 23일 공개된다. 넷플릭스는 “영화 ‘사냥의 시간’이 한국 시간으로 23일 오후 4시 전 세계 동시 공개된다”고 밝혔다. 23일 오후 9시에는 윤성현 감독과 주연배우 이제훈 안재홍 최우식 박정민 등과 이동진 영화평론가가 함께하는 관객과의 대화도 진행된다. 출연자들은 그동안 밝혀지지 않은 영화에 대한 뒷이야기를 공개할 예정이다. 관객과의 대화는 넷플릭스 코리아 유튜브 채널과 네이버 V 라이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된다. ‘사냥의 시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극장 개봉이 무기한 연기된 뒤 이달 10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 영화의 해외판매사 콘텐츠판다와 배급사 리틀빅픽쳐스 간 법정 공방이 벌어지고 법원이 상영금지 가처분을 받아들이면서 공개가 한 차례 보류됐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