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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고자 하는 마음만 있으면 나이에 대한 두려움도 이겨낼 수 있으니 도전해 보길 바랍니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한 학생이 8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한 말이다. ‘고등학교 졸업이 대수인가’ 할 수도 있지만, 그의 인생을 되짚어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6·25전쟁 때 배움의 길을 접었다가 구순의 나이로 1시간 반가량 걸리는 통학길을 하루도 빠짐없이 소화해 21일 졸업을 앞둔 김은성 씨(90)의 말이기 때문이다. 김 씨는 “처음 이 여정을 시작했을 때는 한없이 멀고 길게 느껴졌는데, 지나고 나니 순식간이더라”라며 시원섭섭함을 내비쳤다. 경기 파주시에 살던 김 씨는 일제강점기에 소학교(초등학교)에 다녔지만 1951년 피란길에 오르며 학업을 중단했다. 이후로 서당에 다닌 적도 있지만 길게 가지 못했다. 그런 그가 고양시 학력인정 고양송암고등학교에 다니기 시작한 건 2022년부터다. 이 학교는 성인도 2년간 6학기를 마치면 고등학교 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평생교육시설이다. 입학한 계기는 아들의 강한 권유 때문이었지만, 김 씨는 약 70년 만에 다시 시작한 배움에 금세 흥미를 느꼈다. 김 씨가 가장 좋아한 과목은 영어다. 김 씨는 “세상 사람들이 모두 사용하는 영어를 나도 멋지게 할 수 있다면 아주 즐겁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지식이 갖춰지면 외국에 한번 가볼까 생각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급생 할머니들 사이에서는 ‘젊은 오빠’로 통한다. 김 씨는 “10, 20대 젊은이부터 60, 70대 할머니까지 가깝게 지내며 학교생활이 너무 즐거웠다”고 말했다. 고양송암고 측은 “김 씨가 졸업식을 마치면 국내 최고령 졸업생이 되는 걸로 안다”고 했다.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다음 달 전국 초등학교 10곳 중 4곳에서 늘봄학교가 도입되는데 여전히 초등학교 교사 절대 다수는 늘봄학교 시행에 반대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학생을 돌봐주는 늘봄학교는 올해 초1을 대상으로 1학기에 초교 2700곳, 2학기에 6175곳 모든 학교에서 시행된다. 업무 증가를 우려하는 교사들은 수당이나 승진 가산점을 준다고 해도 여전히 도입에 반대한다고 했다.● 교사 92% 반대, 학부모는 50% 찬성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교원단체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는 7일 국회 소통관에서 지난달 31일∼이달 4일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설문에는 초등생 자녀를 둔 학부모와 초교 교사, 교육행정직 공무원, 돌봄 공무원 등 4만2001명이 참여했다. ‘늘봄학교 전면 도입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교사와 학부모의 답변은 엇갈렸다. 교사는 92.4%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반면 학부모는 49.6%가 ‘동의한다’고 했고, ‘동의하지 않는다’는 답변은 36.3%에 불과했다. 늘봄학교가 시행된다면 누가 관리 책임을 맡아야 할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달랐다. 교사의 78.8%는 관리 주체가 ‘지방자치단체’가 돼야 한다고 했다. 반면 학부모는 34.3%가 돌봄 공무원을, 17.8%는 교사를 관리 주체로 꼽았다. 교사 중 상당수는 늘봄학교 시행 뒤 학생이 학교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학교폭력, 안전사고 등이 늘어날 텐데 이 경우 책임 소재가 분명하지 않다고 우려하고 있다. 교장 교감이나 돌봄 공무원이 관리책임자가 되더라도 학부모가 결국 담임교사에게 책임을 물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늘봄학교 도입으로 누구의 업무가 가장 많아질 것으로 보느냐’의 질문에는 교사의 86.9%가 교사라고 답했고, 돌봄 공무원의 83.8%는 돌봄 공무원이라고 답했다. 또 교육행정직 공무원의 70.2%는 교육행정직 공무원이라고 했다.● 교사 “수당이나 승진 가산점 줘도 싫다” 정부는 교사들의 업무가 늘지 않도록 교내에 늘봄지원실을 만들고 교육행정직 공무원 정원을 2500명 늘려 늘봄지원실장으로 전임 발령 낸다는 방침이다. 이와 별도로 늘봄을 전담하는 실무 직원도 6000명 채용한다. 그 밖에도 다양한 지원책을 검토 중이지만 교사들의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 설문에서 ‘늘봄학교 참여 교사에게 승진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안’을 제시했을 때 교사의 83.4%가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당을 더 주는 방식’에 대해서도 교사 중 56.9%가 반대했다. 경기 화성시의 한 초교 교사는 “늘봄학교는 교사가 교육이 아닌 보육을 해야 하는 것이 문제”라며 “수당이나 승진 가산점을 준다고 해도 지속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교육부는 5일 ‘2024년 늘봄학교 추진 방안’을 발표하면서 “지난달 초1 예비 학부모 5만265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83.6%가 ‘늘봄학교 참여를 희망한다’고 답했다”고 했다. 반면 이날 발표에선 학부모의 늘봄학교 찬성 비율이 50%에 못 미쳐 3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났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수험생 A 씨는 지난해 2월 기숙형 재수학원에 입소했다. 2023학년도 정시모집 최초 합격자 발표에서 가, 나, 다군 모두 불합격했기 때문이다. 예비합격 번호도 못 받았기에 곧바로 재수 준비에 돌입한 것이다. 그런데 얼마 뒤 갑자기 한 대학에서 “추가 합격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알고 보니 최초 합격자는 물론이고 예비번호를 받은 수험생까지 모두 등록을 포기해 A 씨까지 합격 순서가 내려온 것이었다. 최근 A 씨처럼 예비합격자가 아님에도 추가 합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2024학년도 대입 정시모집 합격자 발표가 6일 마무리됐지만 올해 역시 최초 합격자 상당수가 등록을 포기하면서 추가 모집에 나서는 대학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 주요 대학 입학처 관계자와 서울중등진학지도연구회 소속 장지환 배재고 교사를 통해 2024학년도 대입 수험생들이 마지막까지 유의해야 할 사항을 알아봤다.● 포기했는데 추가 합격 통보… 전화 잘 받아야최근 종로학원이 대입정보포털 ‘어디가’를 분석한 결과 2023학년도 정시에서 ‘SKY 대학(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에 합격하고도 등록을 포기한 수험생은 총 1343명으로 전체 모집 인원의 28.8%였다. 서강대 한양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등 서울 주요 대학 10곳에선 1692명(55.6%)이 합격하고도 등록을 포기했다. 주요 대학 최초 합격자 2명 중 1명이 타 대학에 진학하거나 ‘N수 준비’로 이탈했다는 뜻이다. 한 대학 입학사정관은 “최근 원하는 대학에 갈 때까지 수능을 몇 번씩이고 다시 보는 수험생이 많다 보니 상위권 대학의 등록 포기자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2024학년도 정시 합격자 발표는 6일 마무리됐고 등록 기간은 13일까지다. 하지만 서울 상위권 대학들마저 모집 정원의 절반 이상을 추가 합격으로 채우는 상황이다 보니 수험생들은 14일부터 시작되는 대학별 추가 합격 일정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임진택 경희대 입학사정관은 “추가 합격 소식을 알리려고 수험생에게 전화를 하면 해외에 있거나 아예 문자를 확인하지 않는 경우가 상당수”라며 “요즘엔 일찌감치 재도전을 결정하고 기숙학원에 들어가며 휴대전화를 반납한 수험생이 많은데 통상 세 번 정도 연락해도 안 받으면 다음 순번 합격자로 넘어간다”고 설명했다. 장 교사는 “3차 추가 합격자까지는 대학이 게시판에 올리지만 4차부터는 개별적으로 전화를 돌리기 때문에 연락을 잘 받아야 한다”며 “떨어졌다고 단념했다가 합격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2곳 이상 합격하면 반드시 등록 포기해야정시모집 기간이 끝난 후 미충원된 정원을 채우기 위해 2월 마지막 주에 추가 모집을 하는 대학도 많다. 추가 모집은 정시와 별개로 다시 지원해야 한다. 지난해 동국대, 홍익대, 한양대, 중앙대 등 서울 주요 대학도 추가 모집을 실시했다. 한 대학의 입학처장은 “추가 모집 기간에 우수한 학생들이 많이 몰렸다”고 설명했다. 특히 추가 모집의 경우 학생들이 이미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진행되기 때문에 학생 스스로 잘 챙겨서 지원해야 한다. 여러 대학에 합격한 경우에는 이중 등록이 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장 교사는 “‘가군’에서 지원한 대학에 합격해 등록을 한 상태에서 ‘나군’ 대학에도 합격했다면 둘 중 한 곳의 입학처에 전화해 등록 철회 의사를 꼭 밝혀야 한다”며 “3월 1일까지 이중 등록 상태로 있으면 두 대학에서 모두 입학 취소된다”고 강조했다. 대학 입학처 관계자들은 “등록 마감일까지 어느 대학에 진학할지 고르지 못해 이중 등록해 놓은 학생들이 해마다 생긴다”며 “이들 때문에 어떤 학생은 수험 생활을 1년 더 하게 되는 피해를 보게 된다”고 했다. 임 사정관은 “두 곳에 합격했다면 일찍 포기해 줘야 다른 학생들도 합격할 수 있고 대학도 추가 모집에 나설 수 있다”고 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모집정원 충원이 마무리된 후 각 대학에 이중 등록 학생 정보를 통보하기 때문에 모집정원 충원 단계에서 이중 등록한 학생을 제재할 방법은 없다. 이 때문에 입시학원이나 수험생들이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중 등록이 가능하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 한 대학 입학처장은 “대학 입장에선 미충원 인원을 이듬해 뽑을 수 있어 큰 문제는 안 된다”면서도 “본인은 물론이고 다른 수험생을 생각해서라도 이중 등록을 해선 안 된다”고 했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강원 태백시의 사립 전문대인 강원관광대가 설립 약 30년 만에 문을 닫는다. 학생 감소로 인한 신입생 충원난과 재정난을 이기지 못한 결과다. 6일 교육부는 학교법인 분진학원의 폐교 신청을 인가해 이달 29일 강원관광대가 폐교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문대 자진 폐교는 2018년 대구미래대에 이어 두 번째다. 현재까지 폐교된 사립 전문대 6곳 중 성화대, 벽성대 등 4곳은 교육부로부터 폐쇄 명령을 받아 문을 닫은 경우였다. 1995년 태백시의 첫 대학으로 문을 연 강원관광대는 학령인구 감소로 신입생 모집에 지속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2021학년도부터는 간호학과만 남겨놓고 나머지 과를 모두 폐과했는데, 2023학년도에는 간호학과마저 모집 정원(98명)을 채우지 못했다. 간호학과는 어느 대학을 나와도 취업이 보장되기 때문에 미달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신입생이 충원되지 않으면서 재정난도 심해졌다. 교육부에 따르면 강원관광대는 2019년부터 정부 재정 지원이 제한됐다. 결국 학교법인 분진학원은 지난해 9월 2024학년도 신입생 모집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학내 구성원과 지역사회 의견 수렴을 거쳐 지난달 12일 교육부에 자진 폐교를 신청했다. 강원관광대가 문을 닫으면 현재 이 학교 재학생 327명 중 323명은 충북 음성군의 사립 전문대인 강동대로, 나머지 4명은 강원 강릉시의 사립 전문대인 강릉영동대로 올 1학기 특별 편입할 예정이다. 300명 넘는 편입생을 받게 된 강동대는 교육 여건이 악화되지 않도록 교원을 9명 늘리고, 시설과 설비를 확충할 계획이다. 편입생에게는 특별 장학금, 기숙사, 통학버스를 제공한다. 강원관광대 졸업생들은 앞으로 각종 증명서를 발급받을 경우 한국사학진흥재단에 요청하면 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생 대부분 거주지가 수도권이라 통학버스로 학교를 오갈 수 있다”며 “폐교 결정으로 남게 된 학교 건물이나 땅의 활용 방안은 법인이 자체적으로 결정하게 된다”고 설명했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다음 달 전국 초등학교 10곳 중 4곳에서 늘봄학교가 도입되는데 여전히 초등학교 교사 절대 다수는 늘봄학교 시행에 반대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학생을 돌봐주는 늘봄학교는 올해 초1을 대상으로 1학기에 초교 2700곳, 2학기에 6175곳 모든 학교에서 시행된다. 업무 증가를 우려하는 교사들은 수당이나 승진 가산점을 준다고 해도 여전히 도입에 반대한다고 했다.● 교사 92% 반대, 학부모는 50% 찬성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교원단체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는 7일 국회 소통관에서 지난달 31일~이달 4일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설문에는 초등생 자녀를 둔 학부모와 초교 교사, 교육 행정직 공무원, 돌봄 공무원 등 4만2001명이 참여했다.‘늘봄학교 전면 도입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교사와 학부모의 답변은 엇갈렸다. 교사는 92.4%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반면 학부모는 49.6%가 ‘동의한다’고 했고, ‘동의하지 않는다’는 답변은 36.3%에 불과했다.늘봄학교가 시행된다면 누가 관리 책임을 맡아야 할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달랐다. 교사의 78.8%는 관리 주체가 ‘지방자치단체’가 돼야 한다고 했다. 반면 학부모는 34.3%가 돌봄 공무원을, 17.8%가 교사를 관리 주체로 꼽았다.교사 중 상당수는 늘봄학교 시행 뒤 학생이 학교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학교 폭력, 안전 사고 등이 늘어날 텐데 이 경우 책임 소재가 분명하지 않다고 우려하고 있다. 교장 교감이나 돌봄 공무원이 관리책임자가 되더라도 학부모가 결국 담임교사에게 책임을 물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늘봄학교 도입으로 누구의 업무가 가장 많아질 것으로 보느냐’의 질문에는 교사의 86.9%가 교사라고 답했고, 돌봄 공무원의 83.8%는 돌봄 공무원이라고 답했다. 또 교육 행정직 공무원의 70.2%는 교육 행정직 공무원이라고 했다. 각 주체가 자신들의 부담이 늘어날 것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교사 “수당이나 승진 가산점 줘도 싫다”정부는 교사들의 업무가 늘지 않도록 교내에 늘봄지원실을 만들고 교육행정직 공무원 정원을 2500명 늘려 늘봄지원실장으로 전임 발령 낸다는 방침이다. 이와 별도로 늘봄을 전담하는 실무 직원도 6000명 채용한다. 그 밖에도 다양한 지원책을 검토 중이지만 교사들의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설문에서 ‘늘봄학교 참여 교사에게 승진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안’을 제시했을 때 교사의 83.4%가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당을 더 주는 방식’에 대해서도 교사 중 61.6%가 반대했다. 경기 화성시의 한 초교 교사는 “늘봄학교는 교사가 교육이 아닌 보육을 해야 하는 것이 문제”라며 “수당이나 승진 가산점을 준다고 해도 지속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교육부는 5일 ‘2024년 늘봄학교 추진 방안’을 발표하면서 “지난달 초1 예비 학부모 5만265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83.6%가 ‘늘봄학교 참여를 희망한다’고 답했다”고 했다. 반면 이날 발표에선 학부모의 늘봄학교 찬성 비율이 50%에 못 미쳐 30% 포인트 이상 차이가 났다. 김성천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소장(한국교원대 교원정책전문대학원 교수)은 “학부모들이 그동안 경험한 학교 돌봄 서비스의 질이 낮다 보니 여전히 불신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돌봄은 초등학교 저학년일수록 수요가 많다. 이날 발표는 전학년 학부모 대상 설문이라 초1 예비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교육부 설문과 차이가 나는 것 같다”고 했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이번 정원 확대에 따라 전국 의과대 입학 정원은 5058명으로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대학’ 이공계열(4882명)보다 많아졌다. 이를 두고 이공계 입학을 고려했던 최상위권 수험생이 무더기로 의대로 빠져나가는 동시에 ‘N수생’(대학 입시에 2회 이상 도전하는 수험생)이 크게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입시업체 관계자는 “2025학년도 늘어나는 의대 정원(2000명)이 서울대 이공계열 전체 모집정원(1775명)보다 많다”며 “향후 대학입시에 상당한 파장이 일 것”이라고 말했다. 먼저 내년도 입시를 준비하는 현재 고3 학생 중 의대 지망생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보건복지부는 늘어나는 의대 정원을 지방 의대 중심으로 집중 배정하고, 이들 대학에는 지역인재전형 60% 이상 선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최대 수혜자는 지방 고교에 다니는 의대 지망생들이란 말도 나온다. 지역인재전형은 해당 대학이 소재한 지역 고교에서 1∼3학년을 모두 마쳐야 지원할 수 있다. 지방 중고교 유학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인재전형은 2028학년도부터는 중학교도 지방에서 나와야 지원할 수 있다. 또 2024학년도 정시모집 합격자 발표가 6일 마무리된 가운데 의대 진학에 실패했거나 상위권 대학 이공계 치대 한의대 약대에 합격한 이들 사이에선 다시 입시를 준비하는 이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상위권 대학 이공계 재학생이나 직장인 중에서도 ‘N수’ 준비에 돌입하는 이들이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한 입시학원 관계자는 “의대 정원 발표를 앞두고 지난주부터 재수 문의가 많았다”며 “1학기 출석이나 성적에 신경을 안 쓰고 의대 준비에 올인하는 반수생이 늘 것”이라고 했다. 의대 증원으로 ‘의대 블랙홀’ 현상이 심화될 것이란 지적에 대해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단기적으로는 의대 쏠림이 심화될 우려가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다른 분야와 균형 잡힌 기대소득이 전망되면서 의대 쏠림이 크게 완화될 것”이라고 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정부가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아이를 돌봐주는 늘봄학교를 2학기부터 전국 초등학교로 전면 확대하겠다고 5일 밝히자 교사단체와 공무원단체를 중심으로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이날 교육부가 발표한 ‘2024년 늘봄학교 추진방안’에 따르면 올 1학기 늘봄학교가 운영되는 전국 초교 2700여 곳에는 기간제 교원 2250명을 한시적으로 배치한다. 이들에게 1학년 늘봄학교 업무를 주로 맡겨 기존 교사들이 추가 업무를 맡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모든 초등학교로 확대되는 2학기에는 각 학교에 늘봄지원실을 설치하고 교감이나 시도교육청 늘봄지원센터 공무원에게 실장을 맡기기로 했다. 기간제 교원 대신 늘봄을 전담하는 실무 직원도 6000명 채용한다. 초2까지 대상이 확대되는 2025년에는 학생 수가 많은 학교의 경우 시도교육청 전문직(장학사, 장학관) 또는 교육행정직 공무원 정원을 2500명 늘려 늘봄지원실장으로 전임 발령 내기로 했다. 하지만 교사단체들은 여전히 늘봄학교 업무 상당수가 교사에게 떨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8개 시도교육청 459개 학교에서 늘봄학교를 시범 운영했는데 급하게 추진된 탓에 프로그램을 진행할 강사를 못 구해 교사가 대신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또 늘봄학교 전용 공간도 없어 교사들이 업무를 마치지 못했음에도 교실을 비워줘야 하는 상황도 생겼다.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은 이날 성명을 내고 “늘봄학교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 학교폭력 사건에 대한 관리와 책임 소재가 명확하지 않다”며 “교감이 늘봄지원실장을 겸임하는 학교에선 교사가 늘봄 업무를 맡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교사들은 늘봄학교가 돌봄에 가까운 만큼 지방자치단체가 업무를 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시도교육청 공무원들도 늘봄학교 때문에 자신들의 업무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시도교육청공무원노동조합은 이날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원단체 반발을 의식해 교원의 부담을 공무원에게 떠넘기는 정책”이라며 “지자체, 교육청, 학교의 역할을 명료하게 확립해 지방 공무원 업무가 가중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5일 브리핑에서 “교사가 수업에 전념하고 늘봄학교는 독립 행정업무 전담 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필요한 인력과 예산을 충분히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정부가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아이를 돌봐주는 늘봄학교를 2학기부터 전국 초등학교로 전면 확대하겠다고 5일 밝히자 교사단체와 공무원단체를 중심으로 반발이 커지고 있다.이날 교육부가 발표한 ‘2024년 늘봄학교 추진방안’에 따르면 올 1학기 늘봄학교가 운영되는 전국 초교 2700여곳에는 기간제 교원 2250명을 한시적으로 배치한다. 이들에게 1학년 늘봄학교 업무를 주로 맡겨 기존 교사들이 추가 업무를 맡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다.모든 초등학교로 확대되는 2학기에는 각 학교에 늘봄지원실을 설치하고 교감이나 시도교육청 늘봄지원센터 공무원에게 실장을 맡기기로 했다. 기간제 교원 대신 늘봄을 전담하는 실무 직원도 6000명 채용한다. 초2까지 대상이 확대되는 2025년에는 학생 수가 많은 학교의 경우 시도교육청 전문직(장학사, 장학관) 또는 교육행정직 공무원을 늘봄지원실장으로 전임 발령내기로 했다.하지만 교사단체들은 여전히 늘봄학교 업무 상당수가 교사에게 떨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8개 시도교육청 459개 학교에서 늘봄학교를 시범 운영했는데 프로그램을 진행할 강사나 자원봉사자를 못 구해 교사가 대신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은 이날 성명을 내고 “늘봄학교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 학교폭력 사건에 대한 관리와 책임 소재가 명확하지 않다”며 “교감이 늘봄지원실장을 겸임하는 학교에선 교사가 늘봄 업무를 맡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교사들은 늘봄학교가 돌봄에 가까운 만큼 지방자치단체가 업무를 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한편 시도교육청 공무원들도 늘봄학교 때문에 자신들의 업무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시도교육청공무원노동조합은 이날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원단체 반발을 의식해 교원의 부담을 공무원에게 떠넘기는 정책”이라며 “지방자치단체, 교육청, 학교의 역할을 명료하게 확립해 지방 공무원 업무가 가중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이에 대해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5일 브리핑에서 “교사가 수업에 전념하고 늘봄학교는 독립 행정 업무 전담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필요한 인력과 예산을 충분히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유홍림 서울대 총장이 입시와 관련해 “미국 하버드대 같은 경우 면접을 1시간 이상씩 하면서 학생의 종합적 역량이나 잠재력을 본다. 우리도 전체적인 방향은 하버드대처럼 가는 게 아닌가 싶다”며 향후 면접 전형을 강화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정시에서 내신 반영 비율을 높일 것이냐는 질문에는 “입학본부의 학업 성취도 연구 결과를 반영해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가 2028학년도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문이과 과목 구분을 없애고 심화 수학을 배제하겠다고 한 것과 관련해 입시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수능 위주인 정시에서 내신 반영 비율을 높일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유 총장은 지난달 31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총장실에서 진행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서울대 운영 방향과 함께 무전공 선발 확대 등 정부의 교육 정책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지난해 2월 1일 취임한 유 총장은 최근 취임 1주년을 맞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교육부의 수능 개편과 관련해 서울대도 정시에서 내신 비중을 높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재 서울대 입학본부에서 입학생들의 학업 성취도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어떤 전형으로 들어와 대학에서 어떤 성취를 이뤘고, 졸업 후 어떤 진로를 택했는지 등을 스터디하고 있다. 그 결과가 데이터로 나오면 이에 근거해 개선할 것이다. 입학본부에선 충실한 학업 성취와 교과 과정 평가를 반영하는 전형을 종합적으로 연구 중이다.” ―서울대 입학생을 보면 여전히 특수목적고와 자율형사립고 출신이 많다. “우리가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 교과 성적만 보는 건 아니고 학생의 전반적 활동과 생활기록부 등을 다 본다. 또 성적만 가지고 뽑지 않기 위해 면접을 통해 학생의 태도, 품성적 자질 등을 본다. 미국 하버드대는 학생을 뽑을 때 면접 시간만 1시간이 넘는다. 학생의 종합적 역량이나 잠재력을 다 살펴보는 것이다. 현재 우리 입시는 수능 성적, 내신 등급 같은 점수화된 정량적인 지표로 이뤄지고 있는데, 결국 우리도 전체적인 방향은 그쪽으로 가는 게 아닌가 싶다.” ―일반고의 학력 저하 문제가 심각하다. “일반고의 학력을 더 높이겠다면 학교와 학교 간의 경쟁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말을 교육 당국에 드리고 싶다. 미국 공립학교들은 모든 학업 성취도를 공개한다. 학교 간 성취도 비교가 가능하고 학부모도 이를 알기 때문에 사립고가 아닌 공립고 사이에서도 잘하는 학교로 학생과 학부모가 쏠린다. 이 같은 공개 및 경쟁 시스템을 통해 교사들의 노력을 독려할 수 있고 학생들의 학업 능력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최근 교육부의 무전공 선발 확대 방침이 논란이 됐다. “사회적으로 융합형 인재의 필요성은 충분히 인정되고 있다. 다만 대학들이 이런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정부가) 학교에 개입하지 말고 대신 지원을 해야 한다. 영국의 마거릿 대처 전 총리가 영국 교육을 개혁할 때 정부가 교과에 개입하지 않고 교사 급여를 두 배로 올렸다. 훌륭한 교사, 훌륭한 인력이 있어야 훌륭한 교육도 이뤄질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훌륭한 교사들이 학교로 올 수 있게 인센티브 시스템을 마련한 게 교육 개혁이었다.” ―무전공 선발이 확대되면 비인기 학과는 폐과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대에서 도입한 ‘팀 티칭’을 해법으로 제시하고 싶다. 예를 들어 ‘인간과 동물’이란 과목에 수의대 교수와 인문대 교수가 함께 들어가 토론형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2명 이상의 교수가 한 강의실에 동시에 들어가서 가르치고 학생들 앞에서 토론도 한다. 과목에 따라 교수 3∼5명이 한 강의실에 들어갈 때도 있다. 다른 대학들도 충분히 이런 방식의 수업이 가능하다. 서울대는 2025학년도부터 융합형 인재 육성을 위한 ‘학부대학’ 프로그램을 만들 예정이다. 1학년이나 1, 2학년 재학생을 본래 소속된 과·계열과 별도로 학부대학으로 묶어 다양한 학문, 전공을 공부할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다. 한 분야에 특화된 ‘스페셜리스트’(전문가)가 되기 위해선 먼저 모든 분야에 대해 전반적인 지식을 갖춘 ‘제너럴리스트’(폭넓은 교양을 갖춘 인재)가 돼야 하기 때문이다. 또 대학에 막상 들어와 보니 전공이 적성에 안 맞는다는 학생도 적지 않다. 이런 학생들을 위해 복수전공과 부전공 같은 다전공 제도를 확대하고 있다. 서울대의 경우 다전공을 선택하는 학생이 30%가 넘는다.” ―의대 열풍 때문에 서울대 이공계에서도 학생이 이탈하고 있다. “의대 열풍은 대학의 자체 노력이나 입시 제도로 해결할 수 없는 사회 인센티브 구조의 문제다. 학생 개인이 열망, 적성, 선호에 따라 의대에 가겠다는데 대학이 가두리 양식장처럼 막을 순 없다. 이공계 인재들이 의사처럼 평생의 커리어가 보장되지 않으면 ‘평생 면허’를 따기 위해 의대로 쏠리는 현상을 막을 길이 없을 것이다. 최근 과학기술, 이공계 분야의 중요성이 점점 높아지는 만큼 국가 정책 차원에서 이공계에 대한 교육 연구 지원 대책이 있어야 한다. 과거에도 이공계 수요가 높을 때 병역특례 같은 인센티브를 확대했는데 그런 인센티브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초등학생을 겨냥한 학원의 ‘의대 준비반’도 있다. “부모가 자녀 교육에 관심을 갖는 것과 직접 개입하는 건 다르다. 인간은 틀에 맞춰 일하는 기계가 아닌데 요즘 부모들은 자녀를 기계처럼 보는 것 같다. 규격화와 통제 시스템에서 일찍부터 ‘의대’라는 틀에 맞춰 찍어내려는 것이다. 이 같은 개입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좋은 결과를 낳지 못했다. 네덜란드의 경우 부모가 아니라 교사가 학생의 진로 및 진학의 기본 틀을 짠다. 학생의 잠재력과 능력을 가장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이 교사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얘기지만 저희 부모님은 교육에 일절 개입하지 않았다. 정치학과 진학을 선택한 것도 개인적 선택이었다. ‘성적이 좋으니 법대에 가라’ 같은 얘기도 일절 안 하셨다(웃음).” ―최근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과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CES)에 참석했다. 외국에서 어떤 걸 느꼈나. “미국 유럽 일본 중국은 대학이 정부, 사회, 기업과 한 몸처럼 움직이면서 차원이 다른 투자가 이뤄지고 있었다. 정부는 국가 전략 차원에서 대학에 투자하고, 사회는 대규모 기부로 재정을 키워주고, 기업은 산학 협력 연구를 강화하는 방식이다. 그 결과물이 바로 미국 실리콘밸리다. 반면 한국은 대학과 정부, 기업이 서로 단절돼 대립하는 구도다. 국민들도 자녀가 초중고교에 다닐 때까지는 관심이 높지만 대학 합격 후에는 대학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다. 국가의 중요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곳은 대학밖에 없다. 대학도 스스로 책임감을 가지고 혁신 노력을 해야 하지만 이런 상황이 바뀌지 않으면 고등연구 생태계가 서서히 붕괴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취임 1년간 어떤 분야에 주력했나. “그동안 서울대가 내부 구성원이나 사회가 봤을 때 충분히 개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사회의 기대에 부응했는가, 미래를 준비하려는 노력을 했는가 하는 차원에서 보면 부족한 점이 많았다. 2025년은 관악캠퍼스를 중심으로 대학 종합화가 이뤄진 지 50주년 되는 해다. 또 2026년은 개교 80주년이다. 또 지금은 세계적으로 공급망 위기, 복합 안보 위기, 미중 패권 경쟁 등 국가적 도전 과제가 커지는 상황이다. 그런 만큼 서울대는 사회적 난제를 해결하는 집단지성을 발휘하며 국가 싱크탱크 역할을 해야 한다. 또 고등교육 연구 생태계를 조성하고 발전시키는 것도 서울대의 역할이다. 이런 과제를 해내지 못하면 서울대에 대한 신뢰는 없어질 것이다. 지난 1년 동안 이런 관점에서 제도 혁신과 재정 확충 등을 위한 여러 노력을 해 왔다. 또 관료주의적인 기존의 서울대를 네트워크형 대학, 플랫폼 대학으로 바꿔 나가려고 노력했다.” ―어떤 분야의 연구개발(R&D)에 주력하려 하나. “먼저 서울대는 양자기술의 허브가 되려고 한다. 서울대 양자연구단은 8, 9월경 시카고대 및 도쿄대와 공동 심포지엄 개최를 준비 중이다. 지난해 11월 3개 대학 연구진 총 30명이 온라인 회의로 각 대학의 양자 연구 상황을 공유했고, 4∼5월경 구체적인 공동 연구 주제를 선정할 계획이다. 7월에는 시카고대 양자과학기술 여름캠프에 양자 분야를 연구하는 이공계 학부생들을 보낸다. 지난달 18일 다보스포럼에서 세 대학이 양자 협력 의향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양자기술뿐만 아니라 탄소 중립, 기후 테크놀로지, 바이오 등의 분야에서도 서울대가 연구개발의 허브 역할을 할 것이다.”유홍림 서울대 총장(63)서울대 정치학과 졸업미국 럿거스대 정치학 박사서울대 정치학과 교수한국정치사상학회장서울대 사회과학대학장서울대 28대 총장(2023년 2월~)이은택 기자 nabi@donga.com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2024학년도 서울대 합격자 중 재수 이상 ‘N수생’ 비율이 26.9%로 최근 3년 새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시에서는 N수생 합격자 비율이 10년 새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돼 이른바 ‘N수 공화국’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서울대는 올해 수시, 정시 합격자 현황을 발표했다. 전체 합격자 중 재수 이상의 N수생 비율은 2022학년도 21.7%, 2023학년도 25.7%, 올해 26.9%로 꾸준히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재학생 합격자 비율은 2022학년도 74.3%, 2023학년도 70.7%, 올해 69.5%로 계속 줄어 N수생 강세 현상이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 위주로 뽑는 정시는 합격자 중 N수생 비율이 59.7%로 10년 새 최고치였다. 2015학년도(45.5%)와 비교하면 10년 새 14.2%포인트가 뛰었다. 삼수 이상 합격자는 지난해 17.6%에서 올해 19.3%로 늘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재학생보다 수능에 강한 N수생은 고득점에 유리한 과학탐구Ⅱ 등 심화 과목을 선택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재학생보다 10점 정도 높은 수능 점수를 받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교 유형별 분석에서 일반고 출신 합격자는 2022학년도 48.0%, 2023학년도 49.7%, 올해 52.8%로 꾸준히 늘었다. 이어 자율형사립고 출신이 15.0%, 영재고 9.9%, 외국어고 6.8%, 예술·체육고 5.0%, 과학고 4.4% 순이었다. 정시 합격자는 7일 오전 9시부터 13일 오후 4시까지 등록을 마쳐야 한다. 서울대는 14∼20일에 걸쳐 추가 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이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지난해 의대, 치대 등 의약계열에 입학한 만 25세 이상 신입생이 8년 전의 4배 가까이로 늘었다는 통계가 나왔다. 의대 진학을 위해 다니던 학교나 직장을 그만두고 ‘N수’(대학 입시에 2회 이상 도전)를 한 늦깎이 수험생이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종로학원이 31일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를 분석한 결과 2023학년도 의약계열 신입생 중 만 25세 이상은 796명으로 2015학년도(219명)에 비해 577명(263%) 늘었다. 의약계열 전체 정원에서 만 25세 이상 신입생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5년 0.9%에서 지난해 2.8%로 3배 이상이 됐다. 의약계열 신입생 연령이 높아진 원인으로는 먼저 입시 전형의 변화가 꼽힌다. 2005년부터 건국대를 시작으로 각 대학에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이 설치됐다. 이때는 학부 때 화학, 생물학 등 의학 관련 과목을 들어야 의전원에 진학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15학년도에 의전원이 폐지되면서 관련 공부를 하지 않은 직장인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만 잘 보면 의약계열에 진학할 수 있게 됐는데, 이후 늦깎이 수험생이 늘었다는 것이다. 또 최근 의대 쏠림 현상 심화도 의약계열 신입생 고령화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따라 올해도 의약계열 신입생 고령화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대구 계명대가 올해 등록금을 4.9% 인상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경동대 경성대 영산대도 최근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에서 올해 등록금 인상률을 각각 3.758%, 5.64%, 5.15%로 하는 방안을 통과시켰다. 15년 가까이 사실상 등록금을 동결해온 지방 사립대들이 더 이상 재정난을 견디지 못하고 인상에 나서는 모습이다.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등록금은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1.5배까지 올릴 수 있다. 올해 한도는 5.64%다. 하지만 교육부는 등록금을 올리는 대학을 국가장학금Ⅱ 유형 지원에서 배제하는 방식으로 동결을 유도해 올해도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수도권 주요 대학들은 동결 방침을 정했거나 검토 중이다. 인상을 결정한 대학들은 학생들도 대학의 결정을 수긍했다고 했다. 계명대 관계자는 “강의실 책상도 교체하지 못하는 시설 노후화에 대해 학생들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계명대 관계자는 “국가장학금Ⅱ 유형으로 받았던 재원이 30억 원인데 등록금을 올리면 그보다 많은 재원 확보가 가능하다. 해외 교류 프로그램 확대 등 등록금 인상분을 모두 학생 교육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올해 무전공 선발 확대 여부에 따라 각 대학이 정부로부터 받는 지원금이 최대 20억 원 안팎으로 차이 날 것으로 전망된다. 30일 교육부는 ‘2024년 대학혁신 지원사업 및 국립대학 육성사업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내년도 입시부터 정원의 20∼25% 이상을 무전공으로 선발해야 지원금을 주겠다고 했다가 24일 철회한 후 구체적인 지원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교육부는 ‘무리하게 밀어붙인다’는 대학들의 반발을 감안해 문턱을 없애고 무전공 선발 비율이 낮아도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구체적으로는 무전공 선발 비율에 따라 4∼10점의 가산점을 부여하기로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무전공 선발 비율이 전체 모집 정원의 5∼10%인 대학에 가산점 4∼5점을, 25% 이상인 대학에는 8∼10점을 주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했다. 무전공 선발 비율이 5% 미만인 곳에는 가산점을 주지 않는다. 대학혁신 지원 평가는 총 100점 만점으로 S(95점 이상), A(90점 이상∼95점 미만), B(80점 이상∼90점 미만), C(80점 미만) 등급으로 대학을 분류한다. 등급 간 점수 차가 5∼10점가량인 만큼 최대 10점인 무전공 가점으로 등급이 최대 2단계 차이 날 수 있는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2단계 차이가 나면 지원금이 20억 원 안팎까지 차이 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학들의 분위기는 엇갈린다. 등록금 동결이 장기화되면서 재정난을 겪는 대학들 사이에선 “10억, 20억 원 차이면 무시할 수 없다. 사실상 강제 아니냐”며 “교육부의 방침에 따라 최대한 가점을 받을 수 있도록 무전공을 확대할 것”이란 분위기다. 반면 재정이 탄탄한 대학에서는 “학내 반발 여론을 무시하고 추진할 정도의 금액 차이는 아니다”라는 반응도 나온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대구 계명대가 올해 등록금을 4.9% 인상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경동대 경성대 영산대도 최근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에서 올해 등록금 인상률을 각각 3.758%, 5.64%, 5.15%로 하는 방안을 통과시켰다. 15년 가까이 사실상 등록금을 동결해 온 지방 사립대들이 더 이상 재정난을 견디지 못하고 인상에 나서는 모습이다.고등교육법에 따르면 등록금은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1.5배까지 올릴 수 있다. 올해 한도는 5.64%다. 하지만 교육부는 등록금을 올리는 대학을 국가장학금 Ⅱ 유형 지원에서 배제하는 방식으로 동결을 유도해 올해도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수도권 주요대학들은 동결 방침을 정했거나 검토 중이다.인상을 결정한 대학들은 학생들도 대학의 결정을 수긍했다고 했다. 계명대 관계자는 “강의실 책상도 교체하지 못하는 시설 노후화에 대해 학생들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계명대 관계자는 “국가장학금Ⅱ 유형으로 받았던 재원이 30억 원인데 등록금을 올리면 그보다 많은 재원 확보가 가능하다. 해외 교류 프로그램 확대 등으로 등록금 인상분을 모두 학생 교육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부산 영도구에 있는 4년제 사립대 고신대는 지난해 운영 경비가 바닥나면서 의대 실습이 중단되고 강사 초청이 취소됐다. 건물 청소와 쓰레기 수거마저 중단되자 학생회에서는 “쓰레기는 봉투에 담아 집에 가져가 버려 달라”고 공지하기도 했다. 신입생 감소로 대학 재정이 악화돼 벌어진 일이었다. 이 학교는 2024학년도 정시모집 일반전형에서 예체능을 제외한 18개 학과 중 13개에서 지원자가 정원보다 적은 미달 사태가 빚어졌다. 23일 고신대 영도캠퍼스에서 만난 간호학과 22학번 김지원(가명) 씨는 “대학병원까지 있는 학교라 믿고 입학했는데 제대로 교육을 받고 졸업할 수 있을지 불안감이 크다”고 했다. 29일 동아일보와 종로학원이 2024학년도 대입 정시 일반전형 원서접수 경쟁률을 공개한 190개 대학 4889개 학과를 분석한 결과 지원자가 정원보다 적은 미달 학과가 모두 163개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비수도권 162곳, 수도권 1곳으로 비수도권이 99.4%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학령 인구 감소와 함께 N수를 해서라도 수도권 대학에 가려는 학생이 늘어난 것이 지방대의 생존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수도권 접근성 떨어질수록 미달 많아 미달 학교는 서울에서 접근성이 떨어질수록 많았다. 호남의 경우 광주, 전북, 전남 12개 대학에서 90개 학과가 미달이었다. 전남 무안군에 있는 4년제 사립대 초당대 글로벌혁신대학의 경우 127명 모집에 단 1명이 지원했다. 이 대학 치위생학과는 24명을 모집했는데 지원자가 한 명도 없었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지원자가 워낙 없으니 어떤 학과가 왜 미달이 됐는지 이유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손을 놓다시피 한 상태”라고 말했다. 지방대의 위기는 국립대와 사립대를 가리지 않는다. 한때 경북대와 더불어 ‘지거국(지방 거점 국립대) 투톱’으로 불렸던 부산대는 2024학년도 정시 경쟁률이 3.93 대 1이었다. 입시계에선 정시 지원 가능 횟수가 1인당 3회라는 점을 감안할 때 경쟁률 3 대 1 이하는 ‘사실상 미달’로 본다. 부산대는 이를 간신히 넘긴 수준이다. 23일 부산 금정구 부산대 인근에서 만난 부동산 중개업자는 “이 동네 원룸이 월 50만 원가량이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기인 3년 전부터 45만 원가량으로 내렸음에도 여전히 빈방이 많다”고 했다. 또 “1년 단위 계약이 보통인데 최근에는 반수를 염두에 두고 6개월 계약을 문의하는 학생이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대학의 위기는 지역 상권의 위기로도 번진다. 부산대 인근 상가에는 ‘공실’ ‘임대 구함’ 등이 적힌 종이가 여럿 붙어 있었다. 건물 하나가 통째로 비어 있기도 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4∼6월) 부산대 앞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24.5%에 달했다. 부산대 앞 서점 주인은 “2학년 교재 판매량이 1학년 교재 판매량보다 10% 정도 적다. 신입생들이 중도에 반수니 재수니 해서 서울로 떠나버리니 교재 판매량도 줄어드는 것”이라고 했다. 부산대 컴퓨터공학과 4학년 김석민(가명) 씨는 “부산에서 취업하면 첫 월급이 280만∼300만 원인데 서울은 400만∼500만 원”이라며 “재학생 중 상당수는 반수를 준비하고, 반수를 못 한 졸업생들은 졸업 후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간다”고 했다.● “이공계도 취업률도 소용없다” 취업에 유리한 것으로 알려진 이공계 학과들도 지방에선 맥을 못 췄다. 광주 호남대 인공지능(AI)융합대학은 114명 모집에 70명만 지원했다. 전남 나주시에 있는 동신대 배터리공학과는 27명 모집에 2명, 컴퓨터학과는 27명 모집에 13명만 지원했다. 경북 구미시의 경운대 소프트웨어융합계열도 51명 모집에 지원자는 8명에 그쳤다. 경남대 관계자는 “신소재학과, 환경에너지공학과 등 공대 학과 정원을 줄이고 있다”며 “우리 학교 공대는 창원산업단지 인력을 배출하며 지방 경제를 이끌어 왔었는데, 이제는 지원자가 없어 정원을 채울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대학에서 학생 수는 곧 등록금 규모다. 지원자가 적어 정원을 못 채우면 등록금 수입이 줄고 교육의 질이 저하되면서 다시 재학생 이탈로 이어진다. 대학의 위기는 지역 인재 유출과 지역 상권 위기로도 이어지며 지역 소멸을 가속화한다. 이 때문에 정부는 지방대를 살리기 위해 지방대 한 곳당 5년간 1000억 원을 지원하는 ‘글로컬 대학’ 10곳을 지난해 11월 선정했다. 그런데 10곳 중 5곳은 2024학년도 정시 경쟁률이 지난해보다 오히려 더 떨어졌다. 글로컬 대학에 선정되고 막대한 지원금을 받게 됐음에도 신입생이 외면한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부 재정 지원을 늘리는 방식만으로 지방대 위기를 해소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신대 관계자는 “지방대 위기의 근본 이유는 지방대를 졸업한 학생들이 취업할 수 있는 고소득, 고연봉 일자리가 지방에 드물기 때문”이라며 “결국 지방에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야 지방대도 살아날 수 있다”고 했다.부산=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최예나 기자 yena@donga.com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17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재수종합학원. 점심 식사를 마친 학생 10여 명이 학원 내 작은 정원에서 눈을 구경하고 있었다. 오전 7시 5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공부하는 학생들이 유일하게 햇볕을 쬘 수 있는 시간이다. 이들은 고등학교 졸업식도 마치지 않은 채 이달 2일 재수종합학원에 입소했다. 학원 한쪽에는 ‘내년에도 또 이러고 있다고 생각해 봐라’ ‘엄마 보고 싶어요’ 등 학생들이 바람과 각오를 적은 종이가 가득 붙어 있었다. 복도에는 ‘복도 내 대화 금지. 적발 시 벌점’ ‘전자기기 사용 위반 경고’ 등의 문구가 보였다. 이 학원 관계자는 “대입 정시모집에서 원서를 아예 쓰지 않고 일찌감치 재수를 결심하고 온 학생들”이라며 “제주, 대전 등에서 올라온 학생도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지원자 중 고3 재학생이 아닌 ‘N수생’(대학 입시에 2회 이상 도전하는 수험생)과 검정고시 출신을 합친 비율은 35.3%(17만7942명)로 28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올해도 연초부터 “내년도 입시에서 N수생 비율이 역대급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연초 추세 등을 감안할 때 올해 수능 지원자 중 N수생과 검정고시 출신을 합친 규모가 17만5000명 이상으로 예상된다”며 “비율로는 34%가량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학령인구가 감소하는데 N수생이 늘어나는 현상이 이어지는 걸 두고 ‘N수 공화국’이란 말도 나온다. N수생이 늘어난 이유가 지난해는 ‘킬러 문항 없는 물수능’에 대한 기대감이었다면 올해는 반대로 불수능과 ‘의대 정원 확대’ ‘무전공(전공자율선택제) 선발 확대’ 등의 정책 때문이다. 먼저 지난해 수능이 어려워 수시모집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했거나 수능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수험생이 대거 ‘N수’에 도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치동의 한 입시학원 관계자는 “이르면 다음 달 의대 증원 규모가 발표되고 4월에 무전공 선발 규모가 나오면 의대 등 인기학과에 진학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로 대학 재학생 상당수도 반수에 뛰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정시 발표 안났는데… “인서울 공대 갈 상위권도 반수 생각” ‘정시 지원도 않고 재수’ 고3 늘어“지방대 권유하면 부모 반응 냉담”올해 의대 증원-무전공 선발 기대감학원들은 반수반 3월 조기 개설 입시 전문가들은 현재 ‘N수 시장’이 폭풍 전야라고 입을 모은다. 다음 달에 정부가 의대 증원 규모를 발표하고 올 4월 대학들이 무전공 선발 규모를 밝히면 N수생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고교 졸업생 상당수는 이미 “입시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며 정시 원서 접수를 포기하고 학원에 들어갔다. 수시에 합격했거나 정시에 지원한 학생 중 상당수도 반수를 염두에 두고 있다. ● 대입 원서 안 쓰고 재수학원행 충남의 한 고교 교사는 “지난해 12월 말 3학년 교실에 들어갔더니 한 반(25명가량)에 3명, 5명만 있었다”며 “결석생 중 상당수는 가족 여행을 간다는 등의 이유로 교외체험학습 신청서를 내고 실제로는 서울 재수학원으로 간 것으로 안다”고 했다. 대전의 한 고교에 다니는 정영훈(가명·19) 군도 그런 경우다. 학교에 체험학습 신청서를 내고 새해 첫날 서울 강남구 대치동 재수학원 인근에 짐을 풀었다. 그는 “수시에 올인했는데 불수능이었던 탓에 수능 최저학력기준에 미달돼 실패했다”며 “부모님께서 ‘지원해줄 테니 정시 원서 넣지 말고 다시 도전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정 군이 학원과 학사에 쓰는 돈은 한 달에 450만 원가량이다. 학사는 지방 출신 수험생이 서울 재수학원에서 공부할 때 머무는 고급형 고시원이다. 고시원보다 쾌적하고 청소, 빨래와 아침 식사 및 주말 저녁 식사를 차려주는 대신 월 150만 원이 기본이다. 관리실장이 모닝콜을 해주고, 출입 기록을 학부모에게 알려주며 재수학원까지 셔틀을 운영하는 학사는 200만 원가량이나 한다. 고교 교사들은 올해 정 군처럼 정시 원서를 아예 안 쓰고 대입에 재도전하는 이른바 ‘생재수’가 늘었다고 입을 모았다. 대전의 한 고교 교사는 “원서를 아예 안 쓰고 도전하겠다는 비율이 예년보다 20∼30%가량 늘었다”고 했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도 “서울 일반고의 경우 반마다 보통 2, 3명이 아예 원서를 안 쓰는 생재수를 택하는데 올해는 4, 5명 정도로 늘었다”고 전했다.● “반수 늘어 3월부터 전용반 운영” 올 2월 고교를 졸업하는 학생은 39만4940명으로 지난해(43만1118명)보다 3만6000여 명이나 적다. 그럼에도 N수생 수가 지난해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는 건 의대 정원 확대, 무전공 신입생 선발 등 N수를 자극할 요인이 많아서다. 저출산으로 아이를 1, 2명만 키우는 부모가 늘며 ‘인 서울’ 대학을 보내기 위해 지출을 아끼지 않는 영향도 있다. 일부 재수학원들은 다음 달 의대 증원 발표 때부터 반수생이 쏟아질 것으로 보고 3월부터 야간반과 주말반을 개설할 방침이다. 한 입시학원 관계자는 “원래 반수반은 대학 1학기가 끝나는 6월부터 운영했다. 하지만 올해는 학기 초부터 의대 준비에 올인하려는 학생이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광주의 한 고교 교사도 “우리 반 1등은 수시로 의대에 합격했고 2∼4등은 정시로 서울 대학 공대에 갈 수 있는 성적이 나왔는데 재수나 반수를 생각한다. 정부의 의대 증원 계획이 학생들에게 영향을 많이 미쳤다”고 했다. 학부모와 수험생 사이에서 수도권 대학을 고집하는 분위기도 N수생 증가 요인이 되고 있다. 경기 지역의 한 고교 교사는 “지방대에 정시 원서를 낸 한 학생은 한 반에 없거나 1, 2명 수준”이라며 “지방 국립대를 권유하면 학부모로부터 냉담한 반응이 돌아온다”고 했다. 광주의 한 고교 교사는 “가정에 아이가 한둘밖에 없다 보니 ‘아이가 재수할 수 있게 선생님이 설득해 달라’고 하는 등 재수에 적극적인 학부모가 늘었다”고 했다. N수 열풍이 이어지는 것을 두고 전문가 사이에선 우려가 쏟아진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반수생 때문에 정말 그 대학에 가길 원했던 학생이 떨어지고 N수를 하기도 한다. N수생이 가져오는 파급효과와 국가적 낭비가 엄청나다”고 했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N수 열풍은 결국 원하는 대학이나 학과에 가지 못하기 때문인 만큼 의대 증원과 무전공 선발 확대가 정착되면 중장기적으로 과당 경쟁 방지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또 지방대를 나와도 취업이 잘 되고 일정 수준 이상의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와 대학, 기업들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을 습격한 A 군이 범행 직후 ‘촉법소년’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조사 결과 A 군은 15세(2009년생)로, 형사처벌이 면제되는 촉법소년(만 10세 이상∼만 14세 미만)이 아닌 것으로 확인돼 형사 처벌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A 군은 25일 오후 5시경 서울 강남구의 한 상가 건물에서 배 의원을 돌로 무차별 가격하다가 현장에 있던 의원실 관계자에게 붙잡혔다. 이후 A 군은 “나는 열다섯 살이다”라며 ‘촉법소년’을 언급했다고 한다. 경찰은 A 군에 대해 당초 검토했던 특수폭행 혐의 대신 특수상해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다. A 군이 돌로 17차례 머리를 강하게 내려 찍어 피해자가 응급 수술을 받는 등 상해 혐의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위험한 물건으로 사람을 다치게 했을 때 적용되는 특수상해죄가 인정되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촉법소년은 범죄를 저질러도 보호처분을 받지만 만 14세 이상∼만 19세 미만의 ‘범죄소년’의 경우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중대 범죄를 저질렀다면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온 뒤 학교생활 규정에 따라 교직원, 학부모 등으로 구성된 생활교육위원회를 소집해 (A 군에게) 징계 등의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의무교육인 중학교는 퇴학 처분은 불가능하다. 이에 A 군에게는 최고 ‘10일 이내 출석정지’가 부여될 수 있다. 다만 A 군의 학교생활기록부에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구체적인 기록이 남지 않는다. 현행법상 ‘학교 폭력’으로 징계를 받으면 학생부에 기재되지만 일반 폭력 사건은 형사 처벌을 받아도 학생부에 기록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올 하반기(7∼12월)부터 수도권 외 지역에 본사가 있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 한국전력 등 공공기관은 신규 채용 직원의 35%를 지방대 졸업생으로 뽑아야 한다. 국회는 25일 본회의를 열고 비수도권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채용을 의무화하는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지방대육성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지금은 공공기관이 신규 채용할 때 35% 이상을 지역인재로 채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개정안이 시행되면 지역인재 채용이 더 이상 권고사항이 아니라 의무사항이 된다. 개정안은 공포일로부터 6개월 뒤 시행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비수도권에 본사가 있는 모든 공공기관은 지방대 졸업생을 35% 이상 채용해야 한다. 해당 공공기관 소재 지역 대학이 아니더라도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대 출신이면 채용 대상이 된다. 개정안 시행에 따라 이르면 7월부터 코레일(대전), 한국전력(전남 나주), 강원랜드(강원 정선) 등은 신규 채용 시 35% 이상을 지역인재로 뽑아야 한다. 이 법의 적용을 받는 공공기관은 총 200곳에 달한다. 개정안은 지역인재 채용 실적이 부진한 공공기관의 경우 실적을 공개하게 했다. 다만 채용 인원이 적거나, 고도의 전문인력이 필요한 경우에는 예외 조항이 적용돼 지역인재 채용 비율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이르면 올 하반기(7~12월)부터 수도권 외 지역에 본사가 있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 한국전력 등 공공기관은 신규 채용 직원의 35%를 지방대 졸업생으로 뽑아야 한다.국회는 25일 본회의를 열고 비수도권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채용을 의무화하는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지방대육성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지금은 공공기관이 신규 채용할 때 35% 이상을 지역인재로 채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개정안이 시행되면 지역인재 채용이 더 이상 권고사항이 아니라 의무사항이 된다. 개정안은 공포일로부터 6개월 뒤 시행된다.개정안에 따르면 비수도권에 본사가 있는 모든 공공기관은 지방대 졸업생을 35% 이상 채용해야 한다. 해당 공공기관 소재 지역 대학이 아니더라도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대 출신이면 채용 대상이 된다.개정안 시행에 따라 이르면 7월부터 코레일(대전), 한국전력(전남 나주), 강원랜드(강원 정선) 등은 신규 채용시 35% 이상을 지역인재로 뽑아야 한다. 이 법의 적용을 받는 공공기관은 총 200곳에 달한다.개정안은 지역인재 채용 실적이 부진한 공공기관의 경우 실적을 공개하게 했다. 다만 채용 인원이 적거나, 고도의 전문인력이 필요한 경우에는 예외 조항이 적용돼 지역인재 채용 비율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방대육성법 개정으로 지방대를 졸업한 우수 인재가 지역 내 공공기관에 취업하며 지역 정주 선순환이 확대될 것”이라고 기대했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교육부가 2025학년도 입시부터 정원의 20∼25% 이상을 ‘무전공’으로 선발하는 대학에만 대학혁신지원사업 인센티브(지원금)를 주겠다고 발표한 지 3주 만에 이를 철회했다. 대학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문턱을 없애는 대신 가산점 형태로 바꿔 무전공 선발 비율이 낮아도 인센티브를 주기로 한 것이다. 24일 교육부는 대통령 신년 업무보고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대학혁신지원 사업안을 보고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무전공 선발 목표를 (입학 정원의) 25%로 추진하되 기준에 미달하는 대학도 재정 지원을 하겠다”며 “물러선 게 아니라 유연성을 발휘해 달라는 대학 요청을 수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지난해부터 ‘융합 인재 양성’과 ‘학생의 전공 선택권 보장’을 내세우며 무전공 선발 확대를 추진했다. 이달 초에는 수도권 사립대는 20%, 거점 국립대는 25%를 내년도부터 무전공 선발해야 4426억 원의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정책연구진 시안을 공개했다. 이를 두고 대학 사이에선 “교수 확보 등 인프라 구축에 시간이 걸리는데 무리하게 밀어붙인다”는 비판이 나왔다. 인기 전공에 학생이 쏠리면서 기초학문이 고사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됐다.대학들 “무전공 확대 졸속추진” 반발에… 교육부, 3주만에 “수정”‘20∼25% 선발해야 지원’ 방침 철회대학들 “반발 무마했는데 혼란 가중”인문계 “대학 자율에 맡겨야” 촉구교육부 “인센티브 문턱없애고 지원” 교육부가 24일 대통령 신년 업무보고에서 ‘무전공 선발’ 인센티브 지원 기준을 바꾼 걸 두고 대학 사이에선 “무전공 선발 확대 정책이 졸속 추진됐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교육부가 전공 쏠림에 대비한 교수 충원 방안, 비인기 학과 소외 관련 대책, 전공 선택 방식 등에 대한 충분한 논의도 없이 재정 지원을 내세우며 대학들을 압박해 역풍을 맞았다는 것이다.● 인센티브 문턱 없애고 폭넓게 지원 현재 대학 대부분은 신입생을 뽑을 때 학부나 학과 단위로 선발한다. 하지만 이주호 부총리는 지난해 10월 “대학 입학정원이 1000명이면 300명은 입학한 뒤 원하는 전공을 선택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가 내세운 ‘교육 개혁’의 일환으로 전공 간 벽을 허물고, 신입생이 다양한 학문 분야를 공부한 뒤 원하는 전공을 선택하도록 하겠다는 취지였다. 이후 교육부는 수도권 사립대의 경우 2025학년도 입시에서 정원의 20% 이상을 무전공 선발하고 이 중 전공을 100% 자율 선택하는 완전 무전공이 5% 이상이어야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방침을 통보했다. 2026학년도 선발 인원은 완전 무전공 10%를 포함해 25%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고 했다. 거점 국립대의 경우 무전공 선발 비율을 2025학년도 25%, 2026학년도 30%로 사립대보다 5%포인트 더 높였다. 이 기준을 충족하지 않을 경우 대학혁신지원 사업비를 나눠 주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날 이 부총리는 “대학에서 자체적으로 혁신적 모델이 나올 수 있고, 일부 대학은 전공 자율선택제는 도입이 어렵지만 다른 차원의 혁신도 인정해 달라고 해서 다양하고 유연하게 수용하려 한다”며 기존 방침을 뒤집었다. 교육부는 대신 대학혁신지원 사업에 참여하는 대학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무전공 선발 비율과 확대 노력을 반영해 ‘가산점’을 주겠다고 했다. ● 대학들 “어떻게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 혼란 대학들은 3주 만에 바뀐 방침에 혼란스럽다는 반응이었다. 서울의 한 대학 기획처장은 “비인기 학과 교수들의 극심한 반발을 겨우 무마하고 각 과 정원을 줄여 무전공 선발 기준 20%를 맞췄는데 갑자기 교육부가 기준을 없애 혼란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가산점을 준다니 여전히 무전공 선발 비율을 높여야 지원금을 많이 받을 수 있는데 비인기 학과들이 정원을 다시 돌려달라고 난리 칠까 봐 골치가 아프다”고 했다. 반면 다른 대학의 기획처장은 “무전공 선발 정원을 20% 이상으로 늘릴 방법이 없어서 인센티브를 사실상 포기했는데 조금만 무전공 선발해도 지원금을 준다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했다. 또 문사철(문학, 역사, 철학)로 불리는 기초학문 전공 교수 중 상당수는 여전히 정부가 무전공 선발 정책을 전면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강창우 서울대 인문대학장(전국 국공립대 인문대학장협의회장)은 이날 서울 관악구 서울대 인문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각 대학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교육부의 무전공 모집안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계획을 즉시 중단하고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했다. 한편 이날 업무보고에서 교육부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합친 유보통합 시범기관 30곳을 올 상반기(1∼6월) 중 열겠다고 밝혔다. 유치원의 교육 기능과 어린이집의 돌봄 기능을 통합하는 것으로 2025년에는 전국으로 확대 시행된다.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초등학교에서 돌봄 및 방과 후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늘봄학교는 1학기 2000여 곳에서 운영하고 2학기 모든 초등학교로 확대하기로 했다. 대상 학년은 올해 1학년에서 내년 2학년까지로 확대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업무보고 후 이 부총리에게 “올해부터 늘봄학교와 유보통합이 본격 추진되는데 정책 수요자인 학부모들을 만족시킬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해 달라”고 당부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