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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5일 미국 대선을 앞두고 초접전 중인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이 상대방을 향해 도가 넘는 ‘막말’을 퍼붓고 있다. 그간 절제되고 품위 있는 연설로 퇴임 후에도 영향력과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까지 해리스 후보를 위한 지원 유세에서 막말 공세에 가세해 논란을 낳고 있다.트럼프 후보는 19일(현지 시간) 최대 격전지 펜실베이니아주 유세에서 해리스 후보를 “쓰레기(Shit) 부통령”이라 지칭했다. 과거 자신이 TV프로그램에서 유행시켰던 “당신은 해고야!(You’re fired)”라는 말을 하며 “당신을 참을 수 없다”고도 했다. NBC 등은 최근 해리스 후보에 대한 트럼프 후보의 인격 모독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같은 날 해리스 후보는 미시간주 유세에서 최근 트럼프 후보가 유세장에서 횡설수설한 것을 문제삼았다. 해리스 후보는 “그가 정신적으로 점점 불안정해지고 있다”며 대통령직에 부적합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 역시 18일 또 다른 경합주인 애리조나주의 투싼에서 열린 해리스 후보 지원 유세에서 “더 늙고, 더 미친 트럼프가 안전장치 없이 행동하는 모습을 볼 필요가 없다”며 트럼프 후보를 공격했다. 그는 트럼프 후보의 대선 캠프가 판매하는 ‘성경책’ 굿즈가 중국에서 생산됐다는 점도 문제삼았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트럼프 후보는) 재집권하면 중국에 강경책을 펴겠다고 하면서도 중국산 상품으로 대선 자금을 마련하고 있다”고 꼬집었다.최근 민주당 안팎에선 오바마 전 대통령의 행보를 둘러싼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는 앞서 10일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열린 해리스 후보의 지원 유세에서도 설화에 휩싸였다. 당시 그는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이었지만 최근 경제난 등으로 해리스 후보 지지에 미온적인 흑인 남성들을 향해 “여성이 대통령이 되는 게 싫은 것 아니냐”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 발언의 후폭풍이 가라앉기도 전에 제기된 트럼프 후보에 대한 과도한 공격으로 해리스 후보의 지지율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일각에선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할 해리스 후보가 막말로 오히려 ‘트럼프 따라하기’를 하면서 지지를 더 잃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 측이 다음달 5일 대선 승리를 염두에 두고 이미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배제할 ‘블랙리스트’를 만드는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16일(현지 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캠프 인수위원회가 제2기 행정부에서 배제할 인사들의 명단을 작성하고 있다”며 “트럼프 후보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명예 인수위원장으로서 이를 주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블랙리스트에는 2021년 1·6 의사당 난입 사태 당시 트럼프 후보와 이견을 보였던 인물은 물론이고, 트럼프 후보에 대한 충성도가 높지 않은 인사들이 대거 포함됐다. 앞서 하워드 루트닉 트럼프 후보 인수위원장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제2기 행정부를 구성할 때 충성도를 집중적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폴리티코는 “트럼프 주니어가 블랙리스트와 함께 내각에 기용할 ‘화이트리스트’ 명단도 작성 중”이라고 전했다.폴리티코는 또한 “보수 싱크탱크 헤리티지 재단이 작성했던 ‘프로젝트 2025’에 관여한 인사들도 블랙리스트에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프로젝트 2025는 트럼프 1기 참모들이 주도한 ‘트럼프의 공약집’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나치게 보수적이라는 비판을 거세지는 등 논란이 커지자, 트럼프 후보는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 “나와는 아무 관련 없는 프로젝트”라며 선을 그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에 대해 “트럼프의 충동을 억제하고 일관성 있는 사상과 정책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트럼프를 따르는 것은 영원한 도전”이라고 꼬집었다. 트럼프 후보가 제도적 틀에 개의치 않고 즉흥적이고 주관적으로만 국정 운영을 하려 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한편 트럼프 후보가 유독 ‘충성심’을 강조하는 까닭은 재임 시절에 내부자로부터 민감한 정보가 유출되면서 어려움을 겪었던 경험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트럼프 재임 시절 부통령을 지냈던 마이크 펜스다. 그는 1·6 의사당 난입 사태 조장했다는 혐의를 받는 트럼프 후보에게 불리한 주장을 지속적으로 펼쳐왔다. 때문에 트럼프 후보가 다시 백악관에 입성하더라도 2기 행정부는 하위 관료까지도 1기와는 전혀 다른 구성이 이뤄질것으로 보인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한국계 최초의 미국 상원의원에 도전하고 있는 앤디 김 하원의원(41·뉴저지)이 공화당으로부터 때아닌 종북 몰이 공격을 받고 “역겨운 외국인 혐오증”이라며 반박했다. 논란은 15일(현지 시간) 김 의원이 뉴저지 연방 상원의원 자리를 두고 경쟁 중인 커티스 바쇼 공화당 후보와 TV 토론을 할 때 착용한 넥타이에서 비롯됐다. 공화당 소속 정치평론가이자 뉴저지주 공화당 대의원이 마이크 크리스피가 김 의원의 넥타이 가운데에 그려져 있는 빨간색, 흰색, 파란색 줄무늬를 두고서 “왜 북한 인공기가 그려진 넥타이를 매고 있느냐” “미국에 충성하고 있는게 맞느냐. 말하려는 바가 뭔가”라며 공격한 것이다. 이에 김 의원은 다음날 소셜미디어 X에 “역겨운 공격”이라며 “바쇼 후보 등 뉴저지주 공화당 지도자들은 이 외국인 혐오증(Xenophobia)를 비판할 것을 촉구한다”고 반발했다. 이어 김 의원은 “과거 처음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했을 때도 상대 후보가 (인종을 걸고 넘어지며) ‘앤디 김은 우리의 일원이 아니다’라는 TV 광고를 낸 적이 있다”며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혐오가 더욱 더 커지고 있다”고 한탄했다. 아울러 만약 자신이 당선될 경우 한인 이주 120년 만에 첫 한국계 연방 상원의원이 탄생할 뿐 아니라, 동부지역에서 첫 아시아·태평양계 상원의원이 되는 것이라며 “내가 장애물을 깨부술 필요가 없고, 미국을 사랑하는 마음이 의심받지 않는 날이 오길 고대한다”고 적었다. 이후 동성애자이기도 한 바쇼 후보는 김 의원의 지적에 동의했다. 그는 “나 역시 평생 편견의 피해자로 살아왔다”면서 “비록 김 의원과 정치적 견해는 다르지만, 그는 애국심이 강한 미국인”이라며 그에 대한 인종차별적 선전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뉴저지주는 1972년 이후 줄곧 민주당 후보가 상원의원으로 당선된 민주당 텃밭으로, 김 후보의 당선이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이 입었던 재킷 두 벌이 다음 달 15일 영국 경매회사 ‘프롭스토어’가 주관하는 경매에 나온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15일(현지 시간) 전했다. 두 벌 중 한 벌은 화려한 금색 장식이 달렸으며 마치 군복을 연상케 한다(사진). 예상 낙찰가는 최대 40만 파운드(약 7억 원)다. 다른 한 벌은 잭슨이 ‘스릴러’ 투어 리허설 당시 착용했던 붉은색 옷이다. 이 외에 잭슨의 히트곡 ‘비트 잇(Beat it)’ 가사를 친필로 적은 종이 등도 나온다.프롭스토어는 연예인 관련 수집품 전문 경매업체다. 이번 경매에는 비틀스 멤버 존 레넌의 앰프 스피커, 그룹 ‘오아시스’의 멤버 노엘 갤러거의 기타, 기타리스트 지미 헨드릭스의 미발표곡이 담긴 카세트테이프 등 최소 350점의 물품이 등장한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크리스마스를 약 두 달 앞두고 계란과 설탕에 이어 버터 가격까지 급상승하면서 유럽 제빵업계에서 ‘크리스마스 케이크 특수가 사라질지 모른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소수의 식품 대기업들이 크리스마스 케이크 생산에 필요한 버터를 공격적으로 확보하면서 소규모 빵집과 제빵업체들의 ‘버터 확보’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14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유럽연합(EU) 내 버터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83%나 올랐다. 버터 1t당 8706달러(약 1187만 원)로 유럽에서 역대 가장 비싼 버터 가격이었다. 대부분의 유럽 나라에선 11월부터 다양한 크리스마스 행사가 열리고, 이때부터 연말까지 크리스마스 케이크 수요도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폴 부아뱅 프랑스 제빵·제과연합(FEB) 이사는 “식품 업계의 대기업들은 크리스마스 케이크 생산에 필요한 버터를 마련했지만 소규모 제빵업체들은 그렇지 못하다”며 “제빵업계에서 버터 가격 급상승으로 인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버터 가격 상승세는 유럽 외 지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올여름 기록했던 최고가보다는 살짝 떨어졌지만 호주와 뉴질랜드의 버터 가격 역시 전년 동기보다 높다. 이번 달 미국 농무부 역시 버터 1파운드(0.45kg)당 예상가를 지난해보다 15% 높인 3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전문가들은 버터에 대한 수요는 꾸준한 반면, 우유 생산이 줄어든 것을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와 사료 가격이 비싸진 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가뭄, 홍수와 같은 이상기후 현상이 잦아지면서 낙농업계가 큰 피해를 봤기 때문이다. 낙농업계에서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최근 몇년간 젖소 수를 꾸준히 줄여 왔다. 유가공업체들이 버터보다 수익성이 좋은 치즈 등 다른 가공식품 생산에 주력하고 있는 것도 버터 부족 현상의 원인으로 꼽힌다. EU 자료에 따르면 올여름 기준 EU에서 생산된 치즈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2% 늘었지만 버터는 1.6% 감소했다. 뉴질랜드 ANZ은행의 수전 킬스비 분석가는 “높은 버터 가격을 안정화시키려면 농가들이 우유 생산량을 늘려야 한다”며 “유의미한 가격 하락이 나타나기까지는 수개월이 더 걸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대런 애스모글루 교수와 사이먼 존슨 교수, 제임스 로빈슨 시카고대 교수가 14일(현지 시간) 각각 기자회견을 갖고 노벨상을 안겨준 연구 주제 ‘국가 간 부(富)의 차이’의 중요성에 관해 설명했다. 한국의 경제 발전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로 ‘지한파’로 분류되는 애스모글루 교수는 “민주주의에 바탕을 둔 한국의 ‘포용적 제도’가 놀라운 경제 성장을 만들어 냈다”며 “이를 통해 분단 전 비슷한 경제 상태였던 한국과 북한이 극명하게 다른 길을 걷게 됐다”고 평가했다. 역시 지한파로 분류되며 부인이 한국계인 존슨 교수도 “오늘날 한국 경제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국가와 비교해 보면 한국의 성취는 정말로 놀라운 일”이라고 호평했다. 두 교수는 한국이 향후 번영을 위해 지속적으로 해야 할 일로 “여성을 위한 기회 창출”을 꼽았다.● 애스모글루 “한국과 북한, 번영과 실패의 대조” 애스모글루 교수는 이날 존슨 교수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국가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포용적 제도’를 설명하며 한국을 수차례 언급했다. 그는 베스트셀러 저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등에서 민주주의, 법치주의, 사유재산 보장, 공정한 기회 제공 등 ‘포용적 제도’가 있는 나라는 번영하고 그렇지 못한 나라는 실패한다고 강조해 왔다. 애스모글루 교수는 “한국과 북한의 대조는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의 첫 번째 사례”라며 “한국은 민주화 과정을 거친 후 경제가 더 건강하게 성장했지만 북한 체제는 같은 상태로 굳어 있다. 그들(북한)에게 조언을 제공하는 것도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세계적 석학이며 스타 작가인 그는 올 5월 동아일보가 주최한 ‘2024 동아국제포럼’의 기조 강연자로 나섰다. 당시 소수의 정보기술(IT) 기업과 그 경영자가 결정하는 인공지능(AI) 산업에 대해 크게 우려했다. 애스모글루 교수는 이날도 “AI 시대에 살고 있지만 인간의 생산성, 창의성, 인간 자원을 널리 활용하는 것이 여전히 국가 번영에 필수적”이라며 특히 여성 인력 활용을 강조했다. 그는 “여성을 위한 기회를 창출하지 않는 나라는 그 자원의 절반을 무시하는 셈”이라며 “20세기에 그렇게 성공한 나라는 없고 21세기에는 더욱 그렇다”고 단언했다. 또 민주주의 번영을 위한 세 가지 조건도 제시했다. 첫째 참여, 둘째 반대편을 악마화하지 않는 것, 셋째 양극화를 조장하는 소셜미디어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한국계 부인 존슨 “여성 인력 활용 늘려야” 존슨 교수는 이날 자신에게 ‘중국 경제를 위한 조언을 구한다’며 인터뷰를 요청한 중국 기자를 언급하며 역시 한국을 거론했다. 그는 “1960년대 초반 한국은 매우 가난했고 권위주의적인 정부 체제를 가지고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경제 성장과 민주화를 위한 노력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어 “과정이 매우 어렵고 많은 갈등이 있었지만 오랫동안 지속적인 성장을 원한다면 중국도 ‘포용적 제도’를 갖춰야 강력하고 안정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점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두 딸을 둔 존슨 교수 역시 여성 인력의 활용을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의 많은 여성과 소녀들이 과학과 기술 분야에서 기회를 가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과제”라고 말했다. 한편, 로빈슨 교수는 이날 시카고대가 주최한 별도 기자회견에서 개별 국가의 발전 방향을 설정하려면 먼저 해당 사회의 특수성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구 이론이나 경험을 다른 나라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회를 해당 사회의 맥락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의 공동 저자인 로빈슨 교수는 애스모글루 교수와의 인연을 회고하며 ‘함께하는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1992년 영국 런던정경대(LSE)에서 당시 박사과정 학생이었던 애스모글루 교수를 처음 만났을 때 그가 자신의 모든 의견에 이의를 제기하고 반박했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처음에는 정말 짜증 났지만 애스모글루 교수 같은 동료가 없었더라면 자신이 아무것도 이룰 수 없었을 것이라고 털어놨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노벨상 선정 소식과 함께 공개되는 초상화는 하나의 ‘속보’입니다. 인류 역사를 써내려가는 이들의 개성을 담는 동시에 그림에도 속보같은 느낌을 담고자 많은 연구를 했습니다.”한국인 최초로 소설가 한강(54)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노벨위원회 홈페이지에 선정소식과 함께 공개된 한강의 초상화를 그린 스웨덴 화가 니클라스 엘메헤드(47)에게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노란 황금빛이 감도는 얼굴, 알 듯 말 듯 은은한 미소 등이 한강의 이미지를 잘 표현해 냈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15일 본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엘메헤드 작가는 초상화를 그리며 이같은 점들을 신경썼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2012년 노벨위원회의 예술 감독으로 임명된 이후 매해 노벨상 수상자들의 초상화를 그렸다. 전세계의 관심을 받고, 또 역사에 오랜 기간 남는 의미 있는 사건을 기록한다는 점에서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수상자들이 이룬 위대한 업적을 세상에 알리고, 이들이 써내려가는 역사의 작은 부분에라도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한 자긍심을 느낀다. 이 때문에 작업할 때 온몸의 집중력을 쏟지만, 그렇다고 마냥 부담이 되는 것은 아니고 즐거움도 느끼며 작업하고 있다.” ―수상자를 그려낼 때 담아내고자 하는 의미나 특별히 신경쓰는 부분이 있을지? 평화상, 문화상 등 수상 분야에 따라 초상화 느낌을 달리하기도 하나?“수상 분야까지 고려하진 않지만, 대신 수상자 개개인의 얼굴과 느낌을 표현하려고 하는 편이다. 특히 수상자의 개성을 표현하기 위해 머리 모양에 힘을 많이 주려고 한다. 초상화를 그릴 수상자 사진은 보통 차분한 표정에 은은한 미소를 띠고 있는 것으로 고른다. 한강 작가의 초상화를 그릴 때도 마찬가지로 머리 모양과 특유의 미소를 담아내기 위해 애썼고, 특히 그의 긴 머리를 10~12개의 굵은 선으로 표현하는 과정이 정말 재밌었다. 이와 더불어 ‘수상자 최초 발표’시 사용되는 그림이기 때문에 항상 ‘속보’의 느낌을 담아내려고 한다. 그래서 무게감 있으면서도 눈에 잘 띠는 표현 방식을 고안해내고자 초반에는 파란색도 사용해보고 했는데, 2017년부터는 다른 색들에 비해 질감과 입체감이 더 잘 느껴지는 금색을 사용하고 있다. 다양한 종류의 금색 페인트를 활용해 수차례 실험한 끝에, 특수 접착제를 사용해 초상화에 부착할 수 있는 아주 얇은 금박에 정착했다. 하얀 배경에 대조되는 검정 윤곽선, 그리고 질감 있는 금색이 합쳐지면 정말 속보처럼 사람들의 눈에 확 들어오는 효과가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10년 넘게 수상자의 초상화를 그렸는데, 작업을 하며 특히 기억에 남는 수상자가 있다면.“모든 수상자의 고유한 느낌을 반영해 그림을 그리려고 하지만, 아무래도 나 역시 대중적으로 유명한 사람이 수상하는 경우 특히 기억에 남는 것 같다. 예를 들어, 말랄라 유사프자이나 미국 가수 밥 딜런(2016년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그렇다. 특히 예술가로서, 수상자가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경우 전세계 수백만 명이 내 작품을 보게 될 거라 생각하면 더욱 기억에 깊이 남을 수밖에 없는 것 같다.”(말랄라 유사프자이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탈레반의 살해 위협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교육받을 권리를 주장한 파키스탄의 인권운동가로, 2014년 불과 17세의 나이로 노벨평화상을 최연소 수상해 ‘중동의 얼굴’이라고도 불린다.)―수상 선정 심사위원 외에 미리 선정 결과를 알 수 있는 극소수의 관계자이기도 하다. 주변 사람들이 우승자가 누군지 물어보진 않나. 스웨덴 출신이니 특정 해의 노벨상 유력 수상 후보로 스웨덴인이 거론되면 주변 사람들이 많이 궁금해할 것 같은데.“사실 초상화를 작업할 때는 너무 바빠서 다른 사람들을 만날 여유가 없다. 그래서 나를 당혹시킬 만한 질문을 받을 틈도 없는 것 같다.”―혹시 한강 작가의 작품도 읽어보셨을지?“작업이 끝난 오늘 드디어 ‘채식주의자’를 읽기 시작했다. 아직 많이 읽진 못했지만, 지금까지는 굉장히 흥미진진하게 읽고 있다.”―노벨문학상 수상자들의 작품을 읽어보시는 편인가? “그렇다. 내가 찾을 수 있는 선에선 (수상 이후 출간하는 작품들까지) 전부 읽는 편이다. 가장 최근에는 2017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가즈오 이시구로 작가가 2021년 내놓은 ‘클라라와 태양’을 읽었다. 읽고 나서 슬픈 여운이 남았지만, 그래도 굉장히 좋았다.”―마지막으로,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들을 그리는 초상화가 중 한명인 셈인데. 노벨상 수상자들 외에 초상화를 그려보고 싶은 사람이 있나.“개인적으로 역사 속 예술가들의 초상화를 그려보고 싶다. 그리고 시작하게 되면 파블로 피카소가 첫 번째 타자가 될 것 같다. 화가로서 봤을 때 그는 매우 훌륭하고 묘사하기에 흥미로운 얼굴을 지니고 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크리스마스를 약 두 달 앞두고 계란과 설탕에 이어 버터 가격까지 급상승하면서 유럽 제빵업계에서 ‘크리스마스 케이크 특수가 사라질지 모른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소수의 식품 대기업들이 크리스마스 케이크 생산에 필요한 버터를 공격적으로 확보하면서 소규모 빵집과 제빵업체들의 ‘버터 확보’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14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유럽연합(EU) 내 버터가격은 전년동기 84%나 올랐다. 버터 1t당 8706달러(약 1187만 원)로 유럽에서 역대 가장 비싼 버터 가격이었다. 대부분의 유럽 나라에선 11월부터 다양한 크리스마스 행사가 열리고, 이 때부터 연말까지 크리스마스 케이크 수요도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폴 브아뱅 프랑스 제빵·제과연합(FEB) 이사는 “식품 업계의 대기업들은 크리스마스 케이크 생산에 필요한 버터를 마련했지만 소규모 제빵업체들은 그렇지 못하다”며 “제빵업계에서 버터 가격 급상승으로 인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버터 가격 상승세는 유럽 외 지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올 여름 기록했던 최고가보다는 살짝 떨어졌지만, 호주와 뉴질랜드의 버터 가격 역시 전년 동기보다 높다. 이번달 미국 농무부 역시 버터 1파운드(0.45kg)당 예상가를 지난해보다 15% 높인 3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전문가들은 버터에 대한 수요는 꾸준한 반면, 우유 생산이 줄어든 것을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와 사료 가격이 비싸진 데다가, 엎친데 덮친 격으로 가뭄, 홍수와 같은 이상기후 현상이 잦아지면서 낙농업계가 큰 피해를 봤기 때문이다. 낙농업계에서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최근 몇년간 젖소 수를 꾸준히 줄여왔다.유가공업체들이 버터보다 수익성이 좋은 치즈 등 다른 가공식품 생산에 주력하고 있는 것도 버터 부족 현상의 원인으로 꼽힌다. EU 자료에 따르면 올 여름 기준 EU에서 생산된 치즈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2% 늘었지만 버터는 1.6% 감소했다. 뉴질랜드 ANZ은행의 수잔 킬스비 분석가는 “높은 버터 가격을 안정화시키려면 농가들이 우유 생산량을 늘려야 한다”며 “유의미한 가격 하락이 나타나기 까지는 수개월이 더 걸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에 생명체가 살 수 있는지 조사하는 임무를 맡은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무인 탐사선 ‘유로파 클리퍼’가 14일(현지 시간) 발사된다. 13일 NASA는 앞서 10일 발사 예정이었지만 허리케인 ‘밀턴’의 상륙으로 한 차례 연기됐던 이 탐사선이 14일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의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미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로켓에 실려 발사된다고 밝혔다. 발사에 성공하면 유로파 클리퍼는 향후 5년 반 동안 이동해 2030년 지구에서 약 29억 km 떨어진 목성 궤도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때부터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를 정밀 탐사할 예정이다. NASA는 유로파 클리퍼가 그간 NASA가 개발한 행성 탐사선 중 가장 큰 우주선이라고 설명했다. 본체는 목성 주변의 강한 방사선에도 버틸 수 있도록 티타늄, 알루미늄 등으로 만들어졌다. 유로파는 크기가 달의 90% 정도로 태양계에서 6번째로 큰 위성이다. 표면 평균 온도가 영하 171도에 달하는 차가운 천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간 과학자들 사이에서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유력한 장소로 주목받아 왔는데, 두께 15∼25km의 표면 얼음층 지하에 생명체의 생존에 필요한 ‘염분이 있는 바다’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유로파 클리퍼는 바로 이 바다에서 생명체의 구성 요소인 유기 화합물의 흔적을 찾아내기 위해 유로파 주변을 최소 49차례 근접 비행하기로 했다. 얼음 투과 레이더, 분광기, 열 측정기, 중력 측정기 등 각종 과학 장비로 유로파를 샅샅이 탐사하기로 했다. NASA의 우주생물학자 모건 케이블은 “외계 바다가 어떤 곳인지, 그 안에서 어떤 생화학 작용이 일어날 수 있는지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일본의 원자폭탄 피해자 단체인 ‘일본원수폭피해자단체협의회(니혼히단쿄·日本被團協)’가 올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일본의 노벨 평화상 수상은 비핵 3원칙(핵무기를 만들지도, 갖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원칙)을 선언한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1974년) 전 총리 이후 50년 만이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11일 오전(현지 시간) “핵무기 없는 세계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과 다시는 핵무기를 사용해선 안 된다는 메시지를 알린 공로가 인정됐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내년 원폭 투하 80주년을 앞두고 핵무기가 당시보다 훨씬 늘어나고 파괴력도 커지면서 인류를 위협하는 존재가 됐다는 점도 지적했다.니혼히단쿄는 인류 역사상 유일하게 원폭 피해를 당한 나라에서 관련 피해자들의 생생한 증언을 바탕으로 다양한 비(非)핵 활동을 펼친 점도 인정받았다. 오슬로 평화연구소는 “니혼히단쿄의 활동은 핵무기가 초래한 끔찍한 대가를 상기시킨다”며 “인공지능(AI) 기반 전쟁 시대에 이들의 군축 요구는 미래를 위한 중요한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니혼히단쿄는 원폭 피해 생존자인 ‘히바쿠샤(被爆者·피폭자)’를 대표하는 단체로 1956년 설립됐다.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전범국인 일본은 1945년 8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떨어지며 항복을 선언했다. 전쟁은 끝났지만 인류 역사상 유일한 원폭 투하로 히로시마에서 8만여 명, 나가사키에서 7만5000여 명이 즉사했다. 또 수십만 명이 부상 및 후유증을 겪으며 고통을 겪었다. 일본에서 유일한 전국 규모의 원폭 피해자 단체이며 일본은 물론이고 한국 등에 사는 피해자와 협력해 피해자 권리 구제 활동도 펼쳐 왔다. 미국 등 국제 사회에는 핵무기 폐기와 핵무기 금지 조약 체결 등을 호소해 왔다. 유엔 군축회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회의 등에 참가해 원폭 피해 체험 증언, 전시회 개최, 서명 활동 등을 벌이며 핵무기 반대 운동도 펼쳐 왔다. 미마키 도시유키(箕牧智之) 니혼히단쿄 이사장은 노벨 평화상 수상자 발표 뒤 히로시마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핵 폐기, 항구적 평화 실현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전쟁 후 원폭 고아로 자란 아이들이 많다”며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도 아이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와다 마사코(和田征子) 니혼히단쿄 사무차장은 “핵 공유, 핵 억지론을 논의하려는 일본 정치인들이 생각을 바꿨으면 한다”며 “일본 정부는 핵확산금지조약 당사국 총회에 참가해야 한다”며 일본의 비핵 정책 유지를 촉구했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는 “오랫동안 핵무기 폐기를 위해 노력해 온 단체에 노벨 평화상이 수여돼 매우 뜻깊다”고 밝혔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일본의 원자폭탄 피해자 단체인 ‘원폭피해자단체협의회(히단쿄·被団協)’가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일본의 노벨평화상 수상은 비핵 3원칙(핵무기를 만들지도, 갖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원칙)을 선언한 사토 에이사쿠(佐藤栄作·1974년) 전 총리 이후 50년 만이다.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11일 오전(현지 시간) “핵무기 없는 세계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과 다시는 핵무기를 사용해선 안 된다는 메시지를 알린 공로가 인정됐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내년 원폭 투하 80주년을 앞두고 핵무기가 당시보다 훨씬 늘어나고 파괴력도 커지면서 인류를 위협하는 존재가 됐다는 점도 지적했다.일본 히단쿄는 인류 역사상 유일하게 원폭 피해를 당한 나라에서 관련 피해자들의 생생한 증언을 바탕으로 다양한 비(非)핵 활동을 펼친 점도 인정받았다. 오슬로 평화연구소는 “히단쿄의 활동은 핵무기가 초래한 끔찍한 대가를 상기시킨다”며 “인공지능 기반 전쟁 시대에 이들의 군축 요구는 미래를 위한 중요한 메시지”라고 평가했다.히단쿄는 원폭 피해 생존자인 ‘히바쿠샤(被爆者·피폭자)’를 대표하는 단체로 1956년 설립됐다.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전범국인 일본은 1945년 8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떨어지며 항복을 선언했다. 전쟁은 끝났지만 인류 역사상 유일한 원폭 투하로 히로시마에서 8만여 명, 나가사키에서 7만5000여 명이 즉사했다. 또 수십만 명이 부상 및 후유증을 겪으며 고통을 겪었다.일본에서 유일한 전국 규모의 원폭 피해자 단체이며 일본은 물론 한국 등에 사는 피해자와 협력해 피해자 권리 구제 활동도 펼쳐 왔다. 미국 등 국제 사회에는 핵무기 폐기와 핵무기 금지 조약 체결 등을 호소해 왔다. 유엔 군축회의, 핵 비확산 조약(NPT) 회의 등에 참가해 원폭 피해 체험 증언, 전시회 개최, 서명 활동 등을 벌이며 핵무기 반대 운동도 펼쳐왔다.미마키 도시유키(箕牧智之) 히단쿄 이사장은 노벨평화상 수상자 발표 뒤 히로시마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핵 폐기, 항구적 평화 실현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전쟁 후 원폭 고아로 자란 아이들이 많다”며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서도 아이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와다 마사코(和田征子) 히단쿄 사무차장은 “핵 공유, 핵 억지론을 논의하려는 일본 정치인들이 생각을 바꿨으면 한다”며 “일본 정부는 핵무기 금지 조약 당사국 총회에 참가해야 한다”며 일본의 비핵 정책 유지를 촉구했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는 “오랫동안 핵무기 폐기를 위해 노력해 온 단체에 노벨평화상이 수여돼 매우 뜻깊다”고 밝혔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인공지능(AI)이 세상의 모든 정보와 결합하면 조지 오웰의 소설 ‘1984’가 그렸던 통제사회가 현실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AI 발전의 초석을 마련한 공으로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존 홉필드 미국 프린스턴대 명예교수(91)가 인간의 이해 범위를 벗어나는 AI가 개발될 것에 우려를 표하는 수상 소감을 내놨다. 홉필드 교수는 챗GPT 같은 생성형 AI 모델이 개발될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을 듣는 인공신경망 모델 ‘홉필드 네트워크’를 발명해 노벨상을 수상했다. 그런 그조차 AI가 가져올 ‘장밋빛 미래’ 대신 ‘위협’을 강조한 셈이다. 올해 홉필드 교수와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한 ‘AI 석학’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 역시 AI의 위험을 우려하는 수상 소감을 내놨다. 홉필드 교수는 8일(현지 시간) 프린스턴대가 개최한 노벨상 수상 소감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물리학자로서 통제할 수 없고 한계를 파악할 수 없는 AI 기술 발전에 큰 불안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특히 AI의 발전이 되레 인간의 자율성과 충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AI는 작동 원리를 이해할 수 없는 경이로운 기술로 여겨지고 있지만 바로 이 경이로움 때문에 불안감을 느낀다”고 했다. AI가 상상할 수 없는 높은 수준에 도달할수록 인간이 그 작동 원리를 이해하기 어려워질 것이란 의미다. 홉필드 교수는 “인간이 원하지 않았던 무언가가 AI 작동 방식의 이면에 포함돼도 (우리가) 알 수 없게 될 것”으로 우려했다. 또한 그는 인간의 이해 범위를 벗어난 AI의 잠재적인 위협을 커트 보니것의 소설 ‘고양이 요람’에 등장하는 가상 물질 ‘아이스나인’에도 비유했다. 이 소설은 군사 목적으로 개발된 ‘아이스나인’ 때문에 지구의 물이 모두 얼어붙고 결국 모든 생물이 멸종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힌턴 교수 또한 수상 직후 노벨위원회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AI가 인류에게 생산성 향상과 생존 위협을 동시에 가져올 수 있다는 측면에서 우리는 역사적 분기점에 있다”는 소감을 내놨다. 특히 그는 대형 정보기술(IT) 기업이 AI가 가져올 위험을 통제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쏟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한때 구글의 AI 개발을 주도했지만 지난해 AI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구글과 결별했다. 힌턴 교수는 AI의 잠재 위험이 기후 변화가 초래하는 위기와 맞먹는다고 우려했다. 그는 “우리가 AI를 통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무엇을 해야 할지에 관해 알고 있는 것이 매우 적다”며 “수년 안에 AI의 위협을 다룰 방법이 있는지를 알아내야 한다”고 지적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안개 켜주세요.” 지난달 24일 경기 연천군에 있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 SOC(사회간접자본)실증연구센터. 운전석에 앉은 센터 관계자가 이렇게 외치자 왕복 4차로 길이 200m, 높이 16m 실험용 터널에 희뿌연 연기가 들어차기 시작했다. 약 40m 거리에는 빨간색 속도 표지판이 2개 놓였지만 2분이 지나자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때 센터 관계자가 차 버튼 하나를 누르자 차량 내 모니터에 선명하게 해당 표지판이 떠올랐다. 표지판 내 적외선 장치가 설치돼 이를 센서로 감지한 것이다. 이석기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위원은 “안개, 비 등 악천후에서는 자율 주행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다양한 보조 장치가 필요하다”며 “이곳에서는 다양한 기상 환경을 조성해 데이터를 쌓고 안전 운행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율주행차는 운전자가 조작하지 않고도 차량 스스로 운행이 가능한 자동차를 말한다. 빛 또는 전파를 발사한 후 반사되는 신호를 받고 이를 반복 학습해 마치 눈이 달린 것처럼 행동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빗방울 또는 눈송이가 끼어들거나 장비에 흙탕물이 튀면 도로 환경 인지 능력이 떨어진다. 폭우, 폭설 등 악천후 환경에서 자율주행차를 미리 가동해 다양한 주행 데이터를 쌓아야 하는 이유다.● 축구장 65배 규모서 안전 해법 찾아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연천에 축구장 65배 규모인 69만 ㎡에 달하는 거대한 도로 주행 연구소를 세워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과거 전차, 박격포 등 대전차 화기 사격훈련이 이뤄지던 곳이 미래 모빌리티 연구소로 탈바꿈한 것이다. 공간이 넓어 도로 합류부, 보행자 횡단 구간, 회전 교차로, 비신호 교차로 등 다양한 주행 환경도 갖췄다. 이곳에서는 강우 실험도 이뤄졌다. 이날 센터 관계자가 태블릿PC 버튼을 클릭하자 터널 내 8m 높이에서 시간당 45mm에 해당하는 장대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는 호우 경보 수준이라 차량 와이퍼를 고속으로 가동해야 겨우 시야를 확보할 수 있었다. 빗줄기를 뚫고 주행하자 차량 디스플레이에 표시되는 중앙선 인식 시스템이 잠시 꺼지기도 했다. 연구진은 이런 식으로 최대 시간당 100mm까지 강도를 달리하며 차선 인식 시스템 성능을 점검하고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강설 장비를 갖춰 민간 자동차 업체에서도 성능 검사를 위해 찾아온다. 한 완성차 업체는 해외 공장에서 생산한 완성차를 다른 공장으로 옮기는 자율주행 트레일러를 도입하기 전에 이곳을 찾았다. 공장 일대가 눈이 많이 오는 지역이라 주행 데이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눈이 내리면 앞서 달린 차로 도로 위에 눈이 두껍게 뭉쳐지기도 하지만 제설 작업으로 살짝 녹기도 해 주행 환경이 달라진다. 강설 실험은 운전자 보조 시스템 강화에도 필수적이다.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완성차에는 앞서가는 차량과의 간격을 조절하고 스스로 속도를 줄이는 등 지원 기능이 탑재되어 있다. 하지만 눈이 올 때에는 차량이 멈추는 데 필요한 거리가 맑은 날 대비 3, 4배 길어져 해당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이 연구위원은 “도로 상태를 인지해 브레이크를 밟는 시기와 강도를 다르게 할 수 있도록 실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로 시설물 안전성 강화 실험도 활발 실증센터에서는 조명, 표지판 등 기본적인 도로 시설물에 대한 성능 실험도 이뤄진다. 안개 농도에 따라 밝기를 조절하는 후미등이 대표적이다. 현행 후미등 밝기 기준은 기상 조건과 관계없이 일률적이다. 안개가 끼는 날이면 해가 뜨는 새벽 시간에 추돌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연구진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안개 농도와 외부 밝기 등을 고려해 밝기가 달라지는 후미등을 고안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기존 후미등 대비 시야 거리가 44% 늘어난다. 우천 및 안개 상황에서 빛 번짐이 덜한 도로 조명도 연구하고 있다. 차량 가드레일 높이 수준에 설치해 운전자 시야가 흩어지지 않도록 해 주행 부담을 덜어 주는 것이다. 빛을 밝게 하더라도 운전자가 불쾌감을 덜 느끼도록 적정 밝기를 찾고 있다. 차선 구분을 명확하게 해주는 능동형 노면 표시(DRM) 실험도 진행된다. DRM은 페인트로 칠해진 도로 차선을 따라 매립해 설치하는 조명이다. 비가 올 때 시야가 분산돼 운전자가 느끼는 피로도가 100이라면 DRM을 추가 설치할 경우 피로도는 평균 47.7로 낮아졌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실증센터를 도로 인프라 기술 검증 구축 장소로 활용할 계획이다. 현재 중소·중견 기업이 자재나 공법을 개발하더라도 이를 객관적으로 평가해주는 기관이 없다. 이 때문에 지방청, 지자체 등에서는 검증되지 않은 기술로 보고 도입을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디지털 기술, 탄소중립형 자재 공법 등이 늘고 있는 만큼 검·인증 기준을 만들어 도로 인프라 완성도를 높이려는 취지다. 정준화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도로교통연구본부 선임연구위원은 “도로 현장에 다양한 민간 연구 결과물이 도입될 수 있도록 객관적 검증 절차를 갖출 계획”이라고 했다.기후변화로 발생 잦은 도로 파임 위험도 사전 대비내년 2단계 연구시설 준공 앞둬 진동-레이저로 도로상태 점검 “인프라 기술개발의 요람 될 것”현재 경기 연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SOC(사회간접자본)실증연구센터는 대규모 변화를 앞두고 있다. 내년 3월 8만5486㎡ 규모 2단계 시설 준공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 도로포장 시공 장비 △실내·외 지반구조물 성능 평가 △스마트건설 등 다양한 시험시설이 들어선다. 행정망 등 구축이 필요해 실제 운행은 이르면 내년 말부터 이뤄질 예정이다.새로 준공된 센터에서는 폭염 등 기후변화로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 도로 위험에 대비할 수 있게 된다. 대표적인 사고가 도로 포장에 쓰는 콘크리트가 솟아 오르는 ‘블로업’ 현상이다. 콘크리트는 외부 온도가 오르면 팽창한다. 이때 포장 이음부 사이에서 콘크리트가 솟아 오르거나 파쇄되는 것. 이 현상 때문에 1년간 전국 4개 고속도로에서 차량 22대가 파손되고 5명이 다쳤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블로업 테스트베드 센서를 도입해 도로 포장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점검할 계획이다.악천후에 대응할 수 있는 도로 연구도 진행한다. 폭 3.5m, 길이 10m 도로 4개 구간을 서로 다른 기술로 조성해 배수 성능, 미끄럼 저항성 등을 평가한다. 설치가 용이한 공법을 찾아 긴급 복구에 드는 시간을 줄인다.집중호우와 무더위 등으로 발생하는 도로 파임(포트홀) 대책도 짠다. 진동, 레이저, 영상 인식 등 다양한 방법으로 도로 상황을 점검한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전국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포트홀은 총 2만2753건이다. 이 중 32%가량이 강수량이 많은 7∼8월에 집중됐다. 피해배상 건수와 배상액은 2019년 707건(6억4600만 원)에서 지난해 2580건(44억3800만 원)으로 급증하는 추세다.SOC실증연구센터는 준공된 지 30년이 넘은 노후 인프라 개선에도 활용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지어진 지 30년 이상 된 도로는 전체 9만5693개 중 4만4469개(46.5%)지만 2030년에는 5만4261개(56.7%)로 절반을 넘어서게 된다. 정준화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위원은 “노후 인프라 보강 공사를 빠르게 수행하기 위해 공사 진행 과정을 미리 가상공간에 구현해 덤프트럭 등 장비 동선을 효율적으로 짜는 실험도 이뤄질 예정”이라며 “인프라 기술 개발의 요람이 될 것”이라고 했다.공동 기획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서울시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한국도로공사 한국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특별취재팀▽팀장 송유근 사회부 기자 big@donga.com▽소설희(경제부) 이축복(산업2부) 이청아(국제부)이채완(사회부) 한종호(산업1부) 기자}
“인공지능(AI)이 세상의 모든 정보와 결합하면 조지 오웰의 소설 ‘1984’가 그렸던 통제사회가 현실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AI 발전의 초석을 마련한 공으로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존 홉필드 미국 프린스턴대 명예교수(91)가 인간의 이해 범위를 벗어나는 AI가 개발될 것에 우려를 표하는 수상 소감을 내놨다. 홉필드 교수는 챗GPT 같은 생성형 AI 모델이 개발될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을 듣는 인공신경망 모델 ‘홉필드 네트워크’를 발명해 노벨상을 수상했다. 그런 그조차 AI가 가져올 ‘장밋빛 미래’ 대신 ‘위협’을 강조한 셈이다. 올해 홉필드 교수와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한 ‘AI 석학’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 역시 AI의 위험을 우려하는 수상 소감을 내놨다.홉필드 교수는 8일(현지 시간) 프린스턴대가 개최한 노벨상 수상 소감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물리학자로서 통제할 수 없고 한계를 파악할 수 없는 AI 기술 발전에 큰 불안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특히 AI의 발전이 되레 인간의 자율성과 충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AI는 작동 원리를 이해할 수 없는 경이로운 기술로 여겨지고 있지만 바로 이 경이로움 때문에 불안감을 느낀다”고 했다. AI가 상상할 수 없는 높은 수준에 도달할수록 인간이 그 작동 원리를 이해하기 어려워질 것이란 의미다. 홉필드 교수는 “인간이 원하지 않았던 무언가가 AI 작동 방식의 이면에 포함돼도 (우리가) 알 수 없게 될 것”으로 우려했다.또한 그는 인간의 이해 범위를 벗어난 AI의 잠재적인 위협을 커트 보니것의 소설 ‘고양이 요람’에 등장하는 가상 물질 ‘아이스나인’에도 비유했다. 이 소설은 군사 목적으로 개발된 ‘아이스나인’ 때문에 지구의 물이 모두 얼어붙고 결국 모든 생물이 멸종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힌턴 교수 또한 수상 직후 노벨위원회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AI가 인류에게 생산성 향상과 생존 위협을 동시에 가져올 수 있다는 측면에서 우리는 역사적 분기점에 있다”는 소감을 내놨다. 특히 그는 대형 정보기술(IT) 기업이 AI가 가져올 위험을 통제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쏟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한 때 구글의 AI 개발을 주도했지만 지난해 AI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구글과 결별했다. 힌턴 교수 역시 AI의 잠재 위험이 기후 변화가 초래한 위기와 맞먹는다고 우려했다. 그는 “우리가 AI를 통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무엇을 해야할 지에 관해 알고 있는 것이 매우 적다”며 “수년 안에 AI의 위협을 다룰 방법이 있는지를 알아내야 한다”고 지적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신이여, ‘차르’를 지켜주소서.” 러시아의 극우 사상가 알렉산드르 두긴이 7일 0시 텔레그램 채널에 올린 글이다. 이날 72세 생일을 맞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을 제정 러시아 황제 ‘차르’에 비유하며 노골적으로 충성 맹세를 한 것이다. 두긴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정당하며 러시아 제국을 부활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인물이다. 러시아 스푸트니크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저녁에 8일 열리는 옛 소련 국가 연합체 ‘독립국가연합(CIS)’ 정상회의 참석차 수도 모스크바를 방문한 중앙아시아 국가 주요 정상과 만나기로 했다. CIS는 1991년 옛 소련의 해체로 독립한 나라들이 결성한 친(親)러 협력체로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이 속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서방과 대립하고 있는 푸틴 대통령은 CIS, 러시아와 중국이 주도하는 지역안보 협의체 ‘상하이협력기구(SCO)’ 등을 통해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를 다극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000년부터 집권 중이며 올 5월 5번째 임기를 시작한 푸틴 대통령은 소련 붕괴 후 최장 집권 중인 러시아 지도자다. 헌법 개정을 통해 84세가 되는 2036년까지 집권할 수 있는 길도 열어뒀다. 사실상의 종신 집권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교전은 계속되고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6일 러시아군은 올 8월 6일부터 우크라이나군이 일부 점령 중인 남부 쿠르스크주에서 우크라이나군에 400명의 병력 손실을 안겼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공군 또한 5일 러시아가 무인기(드론), 미사일 등을 통해 수도 키이우, 제2 도시 하르키우, 흑해 요충항 오데사 등을 공습했지만 대부분 격퇴했다고 맞섰다. 뤼번 브레켈만스 네덜란드 국방장관은 6일 키이우를 깜짝 방문해 우크라이나 드론 전력 강화를 위해 4억 유로(약 5900억 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지원을 약속했던 미국산 F-16 전투기의 첫 전달 또한 완료했다고 덧붙였다. ‘푸틴 저격수’로 불릴 만큼 푸틴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인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전 총리 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신임 사무총장은 취임한 지 이틀 만인 3일 키이우를 찾아 나토의 지속적인 지원을 약속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의 미사일 공습으로 북한 장교 6명이 숨졌다는 현지 보도가 나왔다.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하고 있는 건 여러 차례 확인됐지만, 북한군이 전장에서 목숨을 잃었단 소식이 전해진 건 처음이다.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포스트는 4일 소식통을 인용해 “전날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인근 러시아 점령지에서 우크라이나군의 미사일 공습으로 북한 장교 6명을 포함한 러시아 측 병력 20여 명이 사망했다”며 “또 다른 북한군도 3명 이상 부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자칭 ‘러시아 애국조직’이라 일컫는 크렘린시크릿도 텔레그램에서 “러시아군의 훈련 시범을 참관하던 북한군 6명이 목숨을 잃었다”며 “다친 북한군 3명은 치료를 받기 위해 모스크바로 이송됐다”고 전했다.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사상된 북한군들은 러시아군을 돕는 훈련 교관들이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키이우 인디펜던트는 “이번 사건은 북-러의 군사적 밀월관계가 얼마나 진척됐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정부는 “북한 공병부대와 노동자 등이 러시아 점령지인 우크라이나 도네츠크나 루한스크주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으나, 전투 훈련과 관련된 이들의 존재가 밝혀진 건 처음이다. 한국 정부도 북-러가 6월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협정을 맺은 전후로 북한이 러시아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규탄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에 지속적으로 포탄과 미사일 등 무기를 제공해 왔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금까지 100만 발 이상의 북한 포탄을 공급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달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안보리 고위급 회의에서 북한과 이란을 “러시아 전쟁 범죄의 공범”으로 규정하며 “두 나라는 우크라이나인들을 죽이는 무기를 제공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리 땅을 훔치는 것을 돕고 있다”고 강력 비판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지난달 17일(현지 시간) 레바논에서 발생한 대규모 동시다발적 무선호출기(삐삐) 폭발 사건이 이스라엘 정보기관인 ‘모사드’의 공작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5일 워싱턴포스트(WP)는 “모사드가 수년간 ‘주적’인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 내부에 침투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특히 헤즈볼라 지휘부가 이스라엘의 해킹, 도청, 추적을 우려해 스마트폰이나 PC 등에 비해 해킹과 추적이 어려운 무선호출기 이용에 관심이 많다는 점을 이용했다”고 전했다.모사드는 2022년부터 무선호출기 안에 폭탄을 심는 작전을 구상했고, 지난해 대만 브랜드인 아폴로의 AR924 기종을 앞세워 헤즈볼라와 접촉해 대량 주문을 받아냈다. 대만 브랜드를 통해 헤즈볼라와 접촉한 건 미국을 포함한 이스라엘 우방국 브랜드일 경우 헤즈볼라가 의심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헤즈볼라는 AR924의 배터리 성능이 좋고, 추적이 위험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 등에 만족하며 올 2월 5000개를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무선호출기는 모사드가 제작했고, 기기를 분해해도 감지가 어려울 정도로 정교하게 폭발물이 설치돼 있었다.또 WP는 “무선호출기는 암호화된 메시지를 읽으려면 두 손으로 두 개의 버튼을 눌러야 했는데, 이는 두 손을 다치게 만드려는 의도였다”고 전했다. 실제로 상당수의 헤즈볼라 구성원들이 무선호출기 폭발 당시 두 손과 얼굴을 다친 것으로 나타났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의 미사일 공습으로 북한 장교 6명이 숨졌다는 현지 보도가 나왔다.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하고 있는 건 여러 차례 확인됐지만, 북한군이 전장에서 목숨을 잃었단 소식이 전해진 건 처음이다.우크라이나매체 키이우포스트는 4일 소식통을 인용해 “전날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인근 러시아 점령지에서 우크라이나군의 미사일 공습으로 북한 장교 6명을 포함한 러시아 측 병력 20여 명이 사망했다”며 “또 다른 북한군도 3명 이상 부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자칭 ‘러시아 애국조직’이라 일컫는 크렘린시크릿도 텔레그램에서 “러시아군의 훈련 시범을 참관하던 북한군 6명이 목숨을 잃었다”며 “다친 북한군 3명은 치료를 받기 위해 모스크바로 이송됐다”고 전했다. 현지매체들에 따르면 사상된 북한군들은 러시아군을 돕는 훈련 교관들이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키이우 인디펜던트는 “이번 사건은 북·러의 군사적 밀월관계가 얼마나 진척됐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정부는 “북한 공병부대와 노동자 등이 러시아 점령지인 우크라이나 도네츠크나 루한스크주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으나, 전투 훈련과 관련된 이들의 존재가 밝혀진 건 처음이다. 한국 정부도 북러가 6월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협정을 맺은 전후로 북한이 러시아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규탄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에 지속적으로 포탄과 미사일 등 무기를 제공해 왔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금까지 100만 발 이상의 북한 포탄을 공급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달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안보리 고위급 회의에서 북한과 이란을 “러시아 전쟁 범죄의 공범”으로 규정하며 “두 나라는 우크라이나인들을 죽이는 무기를 제공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리 땅을 훔치는 것을 돕고 있다”고 강력 비판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모회사인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40)가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를 밀어내고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 기준으로는 처음으로 세계 2위 부호에 올랐다. 페이스북에 탑재되는 ‘메타AI’와 증강현실(AR) 스마트 안경 ‘오라이언’ 출시 등에 힘입어 최근 메타 주가가 큰 폭 오른 영향을 봤다. 블룸버그가 매일 집계해 발표하는 ‘세계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3일(현지 시간) 기준 저커버그 CEO의 순자산은 2060억 달러(약 274조7200억 원)로 세계 2위였다. 세계 1위 부호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2560억 달러), 3위로 밀려난 베이조스 창업자의 재산은 2050억 달러였다. 이어 프랑스 명품 브랜드 루이뷔통모에에네시(LVMH)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1930억 달러), 미국 정보기술(IT) 기업 오러클의 래리 엘리슨 창업자(1790억 달러)가 각각 4, 5위를 차지했다. 블룸버그는 당초 실패로 평가받았던 증강현실 사업이 최근 실적 호조를 보이면서 저커버그 CEO의 자산 증가세가 다른 부호들보다 훨씬 빨랐다고 진단했다. 올 1월 338달러였던 메타 주가 또한 3일 미국 나스닥 시장에서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인 582.77달러로 마감했다. 연초 대비 70% 넘게 상승한 것이다. 그는 메타 지분 약 13%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저커버그 CEO의 자산증가분 또한 780억 달러로 세계 500대 부호 중 가장 많았다. 한국에서는 98억 달러의 자산을 지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세계 261위 부호에 올랐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374위(79억 달러),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이 409위(74억 달러)를 각각 기록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모회사인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40)가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를 밀어내고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 기준으로는 처음으로 세계 2위 부호에 올랐다. 페이스북에 탑재되는 ‘메타AI’와 증강현실(AR) 스마트 안경 ‘오라이언’ 출시 등에 힘입어 최근 메타 주가가 큰 폭 오른 영향을 봤다.블룸버그가 매일 집계해 발표하는 ‘세계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3일(현지 시간) 기준 저커버그 CEO의 순자산은 2060억 달러(약 274조7200억 원)로 세계 2위였다. 세계 1위 부호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2560억 달러), 3위로 밀려난 베이조스 창업자의 재산은 2050억 달러였다. 이어 프랑스 명품 브랜드 루이뷔통모에에네시(LVMH)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1930억 달러), 미국 정보기술(IT) 기업 오라클의 래리 엘리슨 창업자(1790억 달러)가 각각 4,5위를 차지했다.블룸버그는 당초 실패로 평가받았던 증강현실 사업이 최근 실적 호조를 보이면서 저커버그 CEO의 자산 증가세가 다른 부호보다 훨씬 빨랐다고 진단했다. 올 1월 338달러였던 메타 주가 또한 3일 미국 나스닥시장에서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인 582.77달러로 마감했다. 연초 대비 70% 넘게 상승한 것이다. 그는 메타 지분 약 13%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저커버그 CEO의 자산증가분 또한 780억 달러로 세계 500대 부호 중 가장 많았다. 한국에서는 98억 달러의 자산을 지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세계 261위 부호에 올랐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374위(79억 달러),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이 409위(74억 달러)를 각각 기록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