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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산지 쌀값이 80kg 한 가마니에 18만 원대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식생활 변화로 쌀 소비가 매년 줄어들고 쌀값도 덩달아 하락하자 정부는 올해 안에 쌀 소비를 늘리기 위한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산지 쌀값은 20kg에 4만5725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5만1142원)과 비교하면 10.6% 낮은 가격으로 80kg 기준으로는 18만2900원 수준이다. 올해 산지 쌀값은 9월 25일 20kg에 4만3648원까지 하락했다가 지난달 5일 4만7039원으로 7.8% 올랐다. 하지만 열흘 뒤인 15일 4만6212원으로 다시 1.8% 떨어졌고 지난달 말에는 추가로 더 내린 것이다. 지난달 정부는 산지 쌀값 폭락을 막기 위해 햅쌀 20만 t을 사들인다는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대책이 나온 뒤에도 산지 쌀값이 계속 떨어지는 것은 쌀 공급 과잉으로 인한 구조적인 문제로 풀이된다. 식생활 변화로 밥 대신 육류와 면, 빵 등을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쌀 소비가 매년 급감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국민 1인당 평균 쌀 소비량은 56.4kg으로 관련 조사가 시작된 1962년 이래 가장 적었다. 정부는 쌀 생산량을 적정 수준으로 조절하고 쌀 가공식품 산업을 키우는 등의 종합 대책을 올해 안에 내놓을 계획이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젊은 세대가 떡볶이와 즉석밥 등 쌀 가공품을 즐겨 먹고 쌀 가공식품은 수출도 잘 된다”며 “전통주 제조에 쌀을 연간 5600t 쓰는데 이를 3만∼4만 t으로 늘려도 파이를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최근 국정감사 과정에서 감사권을 남용하고 회삿돈으로 자신이 몸담았던 학회를 지원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한국전력공사 상임감사가 결백을 증명하고 싶다며 감사원에 자신에 대한 감사를 요청했다. 3일 한전 감사실 등에 따르면 전영상 한전 상임감사는 지난달 30일 감사원에 자신과 한전 감사실에 대한 공익감사를 진행해 달라는 청구서를 접수했다. 최근 한전을 상대로 한 국감에서는 전 상임감사 취임 이후 한전의 감사와 징계 건수가 급증했고, 특히 연구개발(R&D) 분야에 대한 집중적인 감사의 후유증으로 전력연구원에서만 52명이 퇴사하고 73명이 휴직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한전 기획 감사 업무와 관련해 500여 명의 이메일을 해당 직원 동의 없이 열람한 일 등을 두고도 개인 정보 침해 논란이 불거졌다. 이와 더불어 한전 감사실이 전 상임감사가 이사로 있던 한국행정학회와 포럼을 개최하면서 개최 비용 1400여만 원을 지급했고 감사자문위원회 위원으로 지인을 위촉해 일감을 줬다는 등의 이해관계 상충 의혹도 불거졌다. 하지만 3일 보도자료를 배포한 전 상임감사는 R&D 부조리 척결을 위해 규정된 절차에 따라 감사를 진행했고, 부정행위가 확인된 경우와 정년퇴직 등을 제외하면 퇴직·휴직 인원은 전임 상임감사 때와 유사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본인 동의 없는 이메일 열람 역시 ‘공공기관 감사에 관한 법률’에 따른 적법 절차였다는 입장이다. 행정학회 비용 지원이나 지인을 위원으로 위촉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2015년 자신이 이사에서 물러나 법률적으로는 이해 충돌 방지법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적법하게 자문 인력 풀을 구축했다고 주장했다. 건국대 행정학과 교수 출신인 전 상임감사는 지난 대선 때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는 ‘공정과 상식 회복을 위한 국민연합’ 충북본부의 공동대표를 맡았고 지난해 2월 한전 상임감사로 선임됐다.세종=김도형기자 dodo@donga.com}
65세 넘어서도 생계를 책임지며 일하는 노인들의 절반 가까이는 한 달에 버는 돈이 100만 원도 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을 하거나 일자리를 찾는 고령층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많은데도 노인들의 근로조건은 여전히 열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본보가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해 2분기(4∼6월) 65세 이상 임금 근로자가 가구주인 가구 가운데 월평균 근로소득이 100만 원 미만인 가구의 비율은 46.7%였다.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65세 이상 근로자 중 절반 가까이는 일해서 받는 돈이 한 달에 100만 원도 안 된다는 뜻이다. 서울회생법원이 판단한 올해 1인 가구 최저 생계비는 약 133만 원이다. 월평균 근로소득이 100만 원은 넘지만 200만 원에는 못 미치는 가구의 비율도 21.5%였다. ‘200만 원 이상 300만 원 미만’ 가구와 ‘300만 원 이상’ 가구는 각각 19.1%, 12.8%였다. 65세 이상 고령층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올 5월부터 40%를 넘고 있다. 고령층 10명 중 4명은 취업했거나 일자리를 얻기 위해 구직활동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의 고령층 경제활동 참가율은 2022년에 37.3%로 이미 OECD 38개 회원국 중 가장 높았다. 김미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장은 “양질의 민간 일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고령층 고용에 따른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줄여 주는 임금 체계 개선과 정년 연장 등의 노력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세종=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세종=김도형기자 dodo@donga.com}
서울에 사는 이모 씨(69)는 매일 오전 9시 반부터 낮 12시 반까지 어린이집에서 일한다.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 주고 장난감 정리 같은 소소한 일을 돕는다. 주 15시간 근무에 그가 받는 돈은 60만 원 남짓. 이 씨는 “연금만으로는 생활이 빠듯해 일을 시작했다”며 “많지 않은 돈이지만 이 나이에 다른 일 할 곳을 찾긴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정년을 넘겨서도 생계를 책임지며 일하는 노인의 절반 가까이가 한 달에 100만 원도 벌지 못하는 가운데 임시직으로 일하는 이들의 비율도 절반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사회의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며 일하는 고령층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정년 연장을 비롯한 사회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생계 책임지며 일하는 노인 절반 이상은 임시직30일 본보가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해 2분기(4∼6월) 65세 이상 임금 근로자가 가구주인 가구 중 54.0%는 임시직이었다. 가구의 생계를 실질적으로 책임지고 있는데도 단기 일자리로 생계를 유지하는 셈이다. 가구주가 일용근로자인 경우(14.0%)까지 합치면 68%에 이른다. 상용근로자는 32.0%였다. 업종별로 보면 보건업 및 사회복지사업 종사자가 32.9%로 가장 많았다. 통계청 관계자는 “보건업 및 사회복지사업에 노인 일자리가 비교적 많이 분포돼 있어 해당 업종의 종사 비율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뒤이어 사업시설 관리 및 사업지원 및 임대 서비스업(11.1%), 공공행정, 국방 및 사회보장 행정(10.5%) 순이었다. 고령층의 근로 여건이 열악하다 보니 한국의 노인 빈곤율 역시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상황이다. 202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66세 이상 고령층 소득 빈곤율은 40.4%로, 회원국 평균치인 14.2%보다 3배로 높은 수준이었다. 일본(20.2%)과 미국(22.8%)의 경우도 한국의 절반에 불과했다.● “고령층 일자리 위해 정년 연장 등 논의할 때” 고령층 취업자 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3분기(7∼9월) 65세 이상 취업자 수는 월평균 399만6000명으로 청년층인 15∼29세(376만4000명)보다 23만 명 넘게 많았다. 올 2분기에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89년 이후 사상 처음으로 65세 이상 고령층 취업자 수가 청년층을 뛰어넘었는데, 그 차이가 더욱 벌어진 셈이다. 게다가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 고령층 취업자는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통계청은 전체 가구에서 고령 가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2022년 24.1%에서 2052년엔 50.6%까지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제 60대는 줄어드는 노동 인구를 대체하는 생산가능인구라는 관점에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할 시점이 됐다”며 “정부도 공공 부문의 정년 연장 등을 적극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고령층이 일자리에서 경쟁력을 기를 수 있도록 직업훈련 등을 제공하는 제도도 함께 뒷받침돼야 노년층도 근본적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세종=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세종=김도형기자 dodo@donga.com}
정부가 앞으로 전통주를 생산할 때 주세를 깎아주는 생산량의 범위를 넓혀주기로 했다. 줄어드는 쌀 소비를 확대하기 위해 전통주를 비롯한 쌀 가공 산업 육성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3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쌀 가공산업 육성 대책을 올해 안에 마련할 계획이다. 우선 정부는 전통주 주세 경감 대상을 2배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현재 전통주는 전년 출고량이 발효주 500kL, 증류주 250kL 이하일 경우 일부 생산량에 대해 주세를 감면해주고 있는데 이 같은 기준을 발효주 1000kL, 증류주 500kL 이하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통상 발효주 한 병이 750mL인 점을 고려하면 감면 대상이 65만 병 생산자에서 130만 병 생산자로 넓어지는 셈이다. 증류주의 경우 소주 1병이 360mL인 점을 감안하면 70만 병 생산자에서 140만 병 생산자까지 감면 대상이 넓어질 것으로 추산된다. 또 정부는 즉석밥과 볶음밥 등 밥류 제품에 사용되는 수입 쌀 공급량도 점진적으로 축소하고 국산 쌀 활용을 유도하기로 했다. 쌀빵과 쌀국수 등 쌀을 이용한 제품 개발도 적극 지원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음식 문화가 바뀌면서 쌀 소비가 계속 줄어들고 쌀을 비축하는 데 드는 비용 부담은 더 커지고 있다”며 “전통주는 일본 사케처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육성하고 쌀 가공산업 생태계를 강화해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의사 파업 사태를 고려해 공공 의료기관에 대한 공공기관 경영평가 기준을 조정하기로 했다. 의료 병상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악화된 재무·주요 사업 실적은 경영평가에서 보정하겠다는 것이다.세종=김도형기자 dodo@donga.com}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의 국세청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인공지능(AI) 기반의 조세행정 혁신과 정보교환, 탈세 대응방안 등을 논의하는 회의가 한국에서 막을 올렸다.29일 국세청은 이날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제53차 아시아·태평양 국세청장 회의’(스가타·SGATAR)가 공식 개막했다고 밝혔다. 스가타는 조세행정 발전과 협력 증진을 위해 1970년 결성된 회의체인데 한국에서 열리는 것은 2013년 이후 11년 만이다.공식 개막 하루 전인 28일을 포함해 31일까지 나흘 동안 열리는 이번 회의에는 아시아·태평양 18개국 과세당국의 국세청장 및 대표단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통화기금(IMF) 등 10개 주요 국제기구 관계자를 포함해 180여 명이 참석한다.이번 회의 공식 의장인 강민수 국세청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세계 경제가 회복의 기로에 서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여러 위기와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며 “경제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재정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효율적인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한국을 찾은 18개국 국세청장은 사흘간의 수석대표 회의를 통해 조세 분쟁의 효율적인 해결 방안과 AI, 빅데이터를 활용한 조세행정 혁신 등을 논의하게 된다.강 청장도 이 자리에서 조세 분쟁 예방을 위해 국세청이 시행하고 있는 사전적인 권리구제 제도를 소개하고 국제적인 이중과세 분쟁 해결을 위한 과세당국 간의 긴밀한 협력 방안에 대해 발표한다.국세청 관계자는 “조세 정보교환 등 국제 공조 기반을 공고히 하고 과세당국 간 협력 구축을 통해 해외에 진출한 우리 기업에 우호적인 세정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회의를 준비했다”고 밝혔다.세종=김도형기자 dodo@donga.com}
“3, 4년 전만 해도 배달 앱과 함께 가게를 키워 간다는 생각이 있었죠. 그런데 이제는 나 같은 사람이 배달 앱을 괴물로 만든 건가, 하는 생각까지 들어요.” 배달의민족(배민)과 쿠팡이츠를 비롯한 배달 앱이 자영업자들에게 받는 수수료가 너무 높아졌다는 비판이 커지는 가운데 23일 수도권의 한 매장에서 만난 치킨 프랜차이즈 점주 A 씨는 이렇게 하소연했다. 치킨 배달로는 적지 않은 월 7000만 원 안팎의 매출을 올리는 매장. 그동안 배민에 의존해 온 A 씨는 수수료 때문에 집으로 가져가는 돈이 크게 줄어들었지만 딱히 대안이 없어 고민이라고 했다.● “매출 30% 늘 때 수수료는 3배로 증가”28일 동아일보가 A 씨 매장의 최근 3년간 4개월씩의 배달 매출과 비용을 살펴본 결과 해당 매장은 2022년에 월평균 2200건가량의 주문을 배민으로 접수해 5900만 원가량의 배달 매출을 올렸다. 이 과정에서 이 매장에서 지불한 중개 및 결제 수수료는 평균 230만 원. 배달 라이더 등이 받아가는 배달료를 제외하고 배민이 받아가는 각종 수수료 지출이 전체 배달 매출의 3.9% 수준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올해 들어서는 월평균 2900건, 7600만 원의 배달 매출을 거두면서 수수료 비용이 월 640만 원으로 치솟았다. 2년 사이에 배달 주문과 매출은 30%가량 늘었지만 수수료는 2.8배 가까이로 늘어나면서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8.4%까지 커진 것이다. 이 2년 동안 이 매장은 개당 8만8000원을 내면서 배달 앱 내에서의 노출도를 높이는 이른바 ‘깃발 꽂기’ 광고료를 130만 원에서 40만 원으로 줄였다. 하지만 올해 최고 9.8%로 인상된 중개 수수료 비용은 70만 원에서 450만 원으로 급증했다. A 씨는 “앱으로 주문하는 소비자는 잘 모르겠지만 오픈리스트와 한집배달, 배민1플러스 등 신규 서비스가 나올 때마다 수수료 부담이 커지는 구조”라며 “자영업자들이 배민 앱 내에서 더 많은 선택을 받으려고 경쟁하면서 점점 더 많은 수수료를 내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마진 5% 불과… 배달 중단 가게 속출최근 정부는 ‘배달 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를 꾸려 수수료율 조정을 논의하고 있다. 이미 2022년에 배달 수수료를 9.8%로 올린 쿠팡이츠와 올 8월 수수료율 인하 전까지 12.5%의 수수료율을 적용했던 요기요 등이 무료 배달 등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자 배달 앱 업계 1위인 배민도 6.8%였던 수수료를 9.8%로 올리면서 자영업자의 수수료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협의체가 8차례 회의에도 아직 접점을 찾지 못한 가운데 배달을 아예 포기하는 자영업자들의 사례도 늘고 있다. 서울 마포구에서 한 외식 프랜차이즈 지점을 운영하는 B 씨는 올해부터 배달 서비스를 중단했다. 지난해 매달 1000만 원 안팎의 배달 매출을 올렸는데 정작 손에 남은 돈은 거의 없던 탓이다. 지난해 10월 그가 운영하는 매장이 배민과 쿠팡이츠, 요기요 등 국내 배달 앱 3사를 활용해서 올린 배달 매출은 910만 원. 이 중 광고료로 30만 원을 사용했고 중개 및 결제 수수료로 68만 원이 들었다. 배달 기사에게 지급하는 배달료(177만 원)까지 더하면 임대료와 식자재 등과 무관한 배달 관련 비용으로만 매출의 30%가량이 빠진 셈이다. 이에 따라 이 기간에 B 씨가 배달로 거둔 순수익은 매출의 약 5%인 50만 원에 그쳤다. 서울 강남 지역에서 같은 외식 프랜차이즈 지점을 운영하는 C 씨 역시 B 씨와 마찬가지로 올해 초부터 배달을 포기했다. 그가 지난해 10월 거둔 배달 매출은 1850만 원이었지만 광고료(50만 원)와 중개·결제 수수료(136만 원), 배달료(360만 원)까지 제하면 순수익은 70만 원에 불과했다. 이 프랜차이즈 대표는 “올해 배민에서 수수료를 더 올린 후 배달을 포기하려고 고민하는 지점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수수료 부담 계속 관찰하며 대응해야”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급격히 성장한 배달 앱이 본격적으로 수익을 거두기 시작하면서 논란이 커졌다는 시각이다. 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은 2022년 흑자로 전환한 데 이어 지난해 매출 3조4115억 원, 영업이익 6998억 원으로 영업이익률이 20%를 넘긴 바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보다 체계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커지면 한시 조직을 꾸려 수수료율 인하를 압박하는 식으로는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공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연구위원은 “기업 활동에서 적정한 비용(수수료)을 산정하는 일이 불가능에 가까울뿐더러 수수료율을 강제해도 기업은 다른 비용으로 전가할 수 있다”며 “정부가 업종별, 규모별로 점포 단위의 실제 부담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모니터링하다가 필요한 시점에 조정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수수료 논란과 관련해 배민 측은 “경쟁사보다 낮았던 수수료율을 뒤늦게 올린 것일 뿐”이라며 “매장별로 상황이 다를 수는 있지만 배달 플랫폼을 이용하면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더 좋은 성과를 거둔다는 것이 일반적인 연구 결과”라고 밝혔다.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아파트에 시스템 욕실을 설치하는 공사 입찰에서 ‘들러리 입찰’ 방식으로 담합을 벌인 업체들이 60억 원대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28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대림바토스 재성바스웰 이현배쓰 한샘 한샘서비스 서진하우징 성일 에스비씨산업 유니텍씨앤에스 등 9개 업체에 시정 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67억2400만 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약 7년 동안 52개 건설사가 발주한 114건의 시스템 욕실 설치 공사 입찰에서 사전에 낙찰 예정자와 입찰 가격을 정한 뒤 나머지가 들러리를 서는 방식으로 담합을 벌였다. 그 결과 이들은 총 100건의 입찰에서 최종 낙찰자로 선정됐는데 낙찰 총금액이 1361억6000만 원에 이르렀다. 시스템 욕실은 타일 등을 하나씩 수작업으로 시공하던 기존의 습식 공법 대신에 바닥과 벽체를 패널로 제작해 조립하는 방식으로 기존 공정에 비해 방수 기능이 향상되고 시공 속도가 빨라 아파트, 호텔 등 다양한 건축물에 활용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들의 담합 행위로 시스템 욕실 시장의 공정 경쟁 질서가 저해되는 것은 물론이고 건설 공사비가 상승하는 소비자 피해가 발생했다”며 “앞으로도 의식주 등 민생 밀접 분야에서 발생하는 담합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3, 4년 전만 해도 배달 앱과 함께 가게를 키워간다는 생각이 있었죠. 그런데 이제는 나 같은 사람이 배달 앱을 괴물로 만든건가, 하는 생각까지 들어요.”배달의민족(배민)과 쿠팡이츠를 비롯한 배달 앱이 자영업자들에게 받는 수수료가 너무 높아졌다는 비판이 커지는 가운데 23일 수도권의 매장에서 만난 치킨 프랜차이즈 점주 A 씨는 이렇게 하소연했다. 치킨 배달로는 작지 않은 월 7000만 원 안팎의 매출을 올리는 매장. 그동안 배민에 의존해 온 A 씨는 수수료 때문에 집으로 가져가는 돈이 크게 줄어들었지만 딱히 대안이 없어 고민이라고 했다.● “매출 30% 늘 때 수수료는 3배로 증가”최근 3년간 4개월씩의 배달 매출과 비용을 살펴본 결과 이 매장은 2022년에 월 평균 2200건 가량의 주문을 배민으로 접수해 5900만 원 가량의 배달 매출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이 매장에서 지불한 중개 및 결제 수수료는 평균 230만 원. 배달 라이더 등이 받아가는 배달료를 제외하고 배민이 받아가는 각종 수수료 지출이 전체 배달 매출의 3.9% 수준이었던 것이다.그런데 올해 들어서는 평균 2900건, 7600만 원의 배달 매출을 거두면서 수수료 비용이 월 640만 원으로 치솟았다. 2년 사이에 배달 주문과 매출은 30% 가량이 늘었지만 수수료는 2.8배 가까이로 늘어나면서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8.4%까지 커진 것이다.이 2년 동안 이 매장은 개당 8만8000원을 내면서 배달 앱 내에서의 노출도를 높이는 이른바 ‘깃발꽂기’ 광고료를 130만 원에서 40만 원으로 줄였다. 하지만 올해 최고 9.8%로 인상된 중개 수수료 비용은 70만 원에서 450만 원으로 급증했다. A 씨는 “앱으로 주문하는 소비자는 잘 모르겠지만 오픈리스트와 한집배달, 배민1플러스 등 신규 서비스가 나올 때마다 수수료 부담이 커지는 구조”라며 “자영업자들이 배민 앱 내에서 더 많은 선택을 받으려고 경쟁하면서 점점 더 많은 수수료를 내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마진율 5% 불과…배달 중단 가게 속출 올 8월 배민의 중개 수수료 인상 이후 논란이 커지면서 정부는 ‘배달 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를 꾸려 수수료율 조정을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8차례 회의에도 아직 접점을 찾지 못한 가운데 배달을 아예 포기하는 자영업자들의 사례도 늘고 있다.서울 마포구에서 한 외식 프랜차이즈 지점을 운영하는 B 씨는 올해부터 배달 서비스를 중단했다. 지난해 매달 1000만 원 안팎의 배달 매출을 올렸는데 정작 손에 남은 돈은 거의 없던 탓이다. 지난해 10월 그가 운영하는 매장이 배민과 쿠팡이츠, 요기요 등 국내 배달 앱 3사를 활용해서 올린 배달 매출은 910만 원. 이 중 광고료로 30만 원을 사용했고 중개 및 결제 수수료로 68만 원이 들었다. 배달 기사에게 지급하는 배달료(177만 원)까지 더하면 임대료와 식자재 등과 무관한 배달 관련 비용으로만 매출의 30% 가량이 빠진 셈이다. 이에 따라 이 기간에 B 씨가 배달로 거둔 순수익은 매출의 약 5%인 50만 원에 그쳤다. 2000만 원의 매장 매출에서 순수익으로 190만 원 정도를 거둔 것을 고려하면 턱없이 낮은 이익률이다.서울 강남 지역에서 같은 외식 프랜차이즈 지점을 운영하는 C 씨 역시 B 씨와 마찬가지로 올해 초부터 배달을 포기했다. 그가 지난해 10월 거둔 배달 매출은 1850만 원이었지만 광고료(50만 원)와 중개·결제 수수료(136만 원), 배달료(360만 원)까지 제하면 순수익은 70만 원에 불과했다. 역설적이게도 C 씨는 배달을 중단하면서 순수익이 크게 증가했다. 매달 배달 매출에서 발생하던 70만~100만 원 안팎의 순수익은 사라졌지만 음식 조리 직원 1명을 줄이면서 월 300만 원의 인건비를 절감했기 때문이다. 이 프랜차이즈 대표는 “올해 배민에서 수수료를 더 올린 후 배달을 포기하려고 고민하는 지점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수수료 부담 계속 관찰하며 대응해야”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급격히 성장한 배달 앱이 본격적으로 수익을 거두기 시작하면서 논란이 커졌다는 시각이다. 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은 2022년 흑자로 전환한데 이어 지난해 매출 3조4115억 원, 영업이익 6998억 원으로 영업 이익률이 20%를 넘긴 바 있다.전문가들은 정부가 보다 체계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커지면 한시 조직을 꾸려 수수료율 인하를 압박하는 식으로는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공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연구위원은 “기업 활동에서 적정한 비용(수수료)을 산정하는 일이 불가능에 가까울 뿐더러 수수료율을 강제해도 기업은 다른 비용으로 전가할 수 있다”며 “정부가 업종별, 규모별로 점포 단위의 실제 부담이 어떻게 변화하는 지를 모니터링하다가 필요한 시점에 조정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한편 수수료 논란과 관련해 배민 측은 “경쟁사보다 낮았던 수수료율을 뒤늦게 올린 것일 뿐”이라며 “각 매장별로 상황이 다를 수는 있지만 배달 플랫폼을 이용하면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더 좋은 성과를 거둔다는 것이 일반적인 연구 결과”라고 밝혔다.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정부가 앞으로 국경을 넘나드는 가상자산 거래 정보를 상시적으로 모니터링한다. 가상자산을 악용한 탈세와 환치기의 불법 행위가 잇따르자 이를 막기 위한 감시에 나서겠다는 것이다.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4일(현지 시간)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참석차 방문한 미국 워싱턴에서 기자들과 만나 “가상자산 관련 외국환거래법 개정안을 관계부처 간 협의·입법을 거쳐 내년 하반기 시행 목표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이에 따라 정부는 앞으로 외국환거래법에 가상자산과 가상자산사업자를 정의하는 조항을 신설하고 국경 간의 가상자산 거래를 취급하는 가상자산사업자에게는 사전 등록의무를 부과할 예정이다.이들 사업자는 가상자산을 외국의 가상자산사업자나 그 고객 등에게 입·출금할 경우 거래된 가상자산의 종류와 금액 등을 매달 한국은행에 보고해야 한다. 이같은 보고 대상에는 개인지갑으로의 가상자산 입·출금도 포함된다.가상자산이 개인지갑으로 출금될 경우 그 이후의 거래는 파악이 힘들기 때문에 개인지갑 입·출금 단계를 감시하겠다는 것이다. 이들 정보는 국세청, 관세청, 금융정보분석원(FIU), 금융감독원 등에 제공돼 불법 거래 감시와 적발에 쓰이게 된다.이같은 조치는 현재 외환의 경우 국경간 거래에서 거래 목적 등을 확인하면서 엄격히 관리하고 있는 반면 가상자산은 별도의 보고 체계가 없어서 탈세와 자금세탁 등에 악용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것으로 풀이된다.실제로 관세청은 지난 2020년부터 올 7월까지 외환 관련 범죄 적발 금액 11조 원 가운데 가상자산과 관련된 규모가 9조 원으로 8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한 바 있다.기재부 관계자는 “무역 대금을 적게 신고하고 나머지를 가상자산으로 받는 등의 탈세 시도와 자금세탁, 마약 및 도박 자금 등에 가상자산이 악용되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한편, 이날 최 부총리는 올 3분기(7~9월)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 대비 0.1% 증가하는데 그친 것과 관련해 “올해 성장률 전망에 대한 하방 위험은 분명히 커졌다”며 “(오는 12월) 경제정책방향 때 올해 성장률도 다시 수정하니까 그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2.6%로 제시한 정부의 성장률 전망치를 올 연말쯤 하향 조정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세종=김도형기자 dodo@donga.com}
올해 3분기(7∼9월) 한국 경제가 전 분기보다 0.1% 성장하는 데 그치면서 예상치를 크게 하회했다. 내수가 다소 회복됐지만 우리 경제를 지탱하던 수출이 뒷걸음질하면서 분기 성장률이 한국은행 전망치(0.5%)의 5분의 1 수준에 머무른 것이다. 연말까지 수출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며 연간 성장률 전망치(2.4%) 달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24일 한은은 올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 대비 0.1% 증가했다고 밝혔다. 2분기(4∼6월) 역성장(―0.2%) 충격에서는 벗어났지만 기존 예상에는 턱없이 못 미쳤다. 3분기 성장률 쇼크는 한국 경제의 주축인 수출이 전 분기 대비 0.4% 감소한 영향이 컸다. 화학과 자동차 등의 수출 부진이 계속된 가운데 반도체의 수출 증가세마저 꺾인 결과로 풀이된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의 여파로 건설 투자도 전 분기 대비 2.8% 감소했다. 다만 침체 우려가 컸던 민간소비는 전 분기 ―0.2%에서 0.5%로 상승 전환했고, 설비투자도 6.9%로 성장했다. 2분기에 이어 3분기까지 경제 지표가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한은의 연간 성장률 전망치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앞선 8월 한은은 경제수정전망을 통해 연간 경제성장률을 2.5%에서 2.4%로 0.1%포인트 낮췄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8월에 발표한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4분기(10∼12월)에만 1.2% 성장해야 하는데, 산술적으로 달성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한은은 11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2.4%)를 한 번 더 내려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성장률 부진에 기획재정부도 경기 동향 점검에 나섰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을 찾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현지에서 회의를 열고 “내수 회복 과정에서 수입이 증가하고 수출이 조정받으며 성장 강도가 예상에 미치지 못했다”며 “내수·민생 대책의 집행을 가속화하고 미 대선, 주요국 경기, 중동 정세 등 대내외 여건을 면밀히 점검해 대응 방향을 마련해 달라”고 당부했다.반도체 경기 꺾이며 수출 0.4% 뒷걸음… 올 성장률 2% 초반 우려3분기 성장률 0.1% 쇼크월가 중심 ‘반도체 겨울론’ 불거져… 무디스 “韓경제 위험에 놓여” 경고中 경기침체-美보호무역 겹악재… 내년 성장률, 올해보다 더 낮을수도믿었던 수출마저 흔들리면서 한국의 수출 중심 성장 경로에 ‘경고등’이 켜졌다. 중국 경기 침체, 미국 대선 불확실성 등으로 수출 부진이 장기화되면 올해 연간 성장률이 2%대 초반대로 주저앉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올해 3분기(7∼9월)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한국은행 예상치(0.5%)의 5분의 1 토막인 0.1%에 그친 데는 수출 부진의 영향이 컸다. 수출은 올해 1분기(1∼3월)에 1.8%, 2분기(4∼6월)에 1.2% 성장하면서 성장률을 견인했다. 하지만 3분기에는 0.4% 감소했다. GDP 성장 기여도 측면에서도 순수출이 0.8%포인트 떨어져 성장률을 1% 가까이 갉아먹었다.석유 화학 분야의 수출 부진이 길어지는 가운데 자동차와 반도체마저 휘청거린 결과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자동차와 2차전지 등 화학제품 수출이 부진했고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수출 증가율도 2분기보다 낮아졌다”고 설명했다.특히 승승장구하던 반도체 수출 증가세가 꺾인 것은 우려되는 대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실 올해 한국 경제는 반도체가 지탱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올해 상반기(1∼6월)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수출액은 1088억5000만 달러(약 150조2239억 원)에 달했다. 상반기 기준으로 2022년 상반기(1224억6000만 달러) 이후 역대 두 번째로 수출액이 많았다. 이는 전체 ICT 수출 가운데 60.4%를 차지했던 반도체의 역할이 컸다. 그랬던 반도체 수출 증가세가 주춤해진 것이다.앞으로도 수출 여건은 크게 개선되기는커녕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보호무역 장벽이 높아질 경우 우리 수출기업들에 마이너스가 될 수 있고, 중국 경제의 부진도 우리에겐 부담이다. 반도체 경기도 심상치 않다. 미국 월가를 중심으로 ‘반도체 겨울론’이 불거지더니, 최근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인 노광 장비를 사실상 독점 생산하는 네덜란드 ASML의 3분기 실적이 전망치를 크게 밑돌았다.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24일 “강력한 성장을 보였던 수출이 감소하면서 한국은 성장동력을 잃었다”며 “인공지능(AI) 열풍으로 반도체 출하량 호조가 올해 수출 급증을 견인했는데, 반도체 슈퍼 사이클 변동성이 커지면서 한국 경제는 위험에 놓였다”고 경고했다.전문가들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부진이 장기화될 경우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2% 초반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4분기(10∼12월)에도 경제성장률이 둔화하는 양상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럴 경우 한국의 연간 성장률은 2% 초반에 머무를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국내 경제의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국 등 글로벌 경기 침체와 미국발 보호무역 강화가 겹칠 경우 내년 국내 경제성장률은 올해보다 더 낮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최근 한은의 경제성장률 전망이 연속해서 빗나가는 것과 관련된 쓴소리도 나온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특정 산업에 대한 쏠림 현상이 심화한 상황에서 거시 경제 전망으로만 성장률을 예측하기는 어렵다”며 “반도체나 자동차, 화학 등 산업 전문가를 영입하거나 육성해야 좀 더 정확한 예측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이날 한은의 3분기 GDP 발표 이후 채권 시장에서 국채금리는 일제히 하락했다. 김미루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 연구위원은 “성장률 부진에 따라 금리 인하 시기가 예상보다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서 시장이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코스피는 전일 대비 0.72% 빠진 2,581.03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도 1.42% 하락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내년 4월 결혼을 앞둔 직장인 신모 씨(35)는 신혼집으로 서울 강서구 화곡동 A아파트를 매입하려다 포기했다. 2년 전만 해도 9억 원 안팎이던 전용면적 59㎡의 매매가격이 최근 11억 원 후반대까지 상승한 탓이다. 금리 인하가 본격화되면 아파트 가격이 더 뛸 것이란 전망에 무리해서라도 매입에 나서려 했지만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을 하더라도 감당할 수 없는 가격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는 “쓸 수 있는 현금이 5억 원 정도로 우리 나이대에서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닌데 아파트 매입은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며 “같은 단지, 같은 면적의 전세를 6억 원에 계약해 다음 달 입주할 예정”이라고 했다. 지난 11년간 20대 이하의 순자산이 30% 늘어나는 동안 65세 이상의 순자산은 8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높아 ‘부동산 공화국’이라 불리는 한국의 특성상 부동산 보유 여부에 따라 자산 증가 속도가 달라진 것으로 풀이된다. 영끌로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아파트값이 뛰면서 위 세대와의 자산 격차를 줄이기 위해 아파트 구입에 나서는 20, 30대도 줄고 있다. 이대로라면 ‘부(富)의 사다리’가 흔들리며 세대 간 자산 양극화가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진다.● 20대 순자산 30% 늘 때 65세 이상 85% 급증24일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가구주가 만 29세 이하인 가구의 순자산은 2012년 7671만 원에서 지난해 9954만 원으로 11년간 2283만 원(30%)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만 65세 이상 가구주의 순자산이 2억4550만 원에서 4억5540만 원으로 2억990만 원(85%) 늘어난 것과는 대조적이다. 부동산 보유 여부가 순자산 증가율을 가른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1평(3.3㎡)당 평균 매매가격은 2012년 1월 1063만9000원에서 2023년 12월 1823만9000원으로 71.4% 뛰었다. 우리나라는 부동산 보유가 쉽지 않은 젊은 세대보다 중장년층이 자산을 늘리기 유리한 구조라는 의미다. 한국 가계의 자산은 지나치게 부동산에 쏠려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가구당 평균 총자산은 5억2727만 원. 이 중 부동산 자산이 3억7677만 원으로 71.5%에 달했다. 주요 선진국은 다른 상황이다. 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한 ‘2022 주요국 가계금융자산 비교’에 따르면 미국의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 등 비금융자산의 비중은 28.5%였고 일본(37.0%)과 영국(46.2%) 등도 한국보다 훨씬 낮다.● 아파트값 급등에 영끌마저 포기하는 젊은 세대한국에선 부동산이 부의 사다리를 오르는 주요 수단인 탓에 부동산 상승기에는 무리하게 대출을 내서라도 집을 사려는 젊은 세대가 흔했다. 실제로 동아일보가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두 달간 서울 아파트값이 1.7% 뛰었던 2020년 7∼8월 20대 이하의 서울 아파트 매입 비중은 3.5%로 1년 전 같은 기간(2.8%)보다 0.7%포인트 증가했다. 30대의 매입 비중 역시 34.5%로 전년 동기(29.7%)보다 4.8%포인트 증가했다. 부동산담보 대출에 신용대출, 회사 사내 대출 등을 총동원해 아파트를 매입하려는 20, 30대가 그만큼 많았다는 의미다. 부동산 시장은 2022년부터 침체기로 돌아섰고 올해 4월부터 다시 상승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하지만 이번 상승기에는 젊은 세대가 아파트 매매에 적극 나서고 있지 않다. 두 달간 서울 아파트값이 2.5% 뛴 올해 7∼8월 20대 이하 서울 아파트 매입 비중은 1.9%, 30대 이하 역시 32.1%에 그쳤다. 부동산 업계 전문가들은 천정부지로 솟은 부동산 가격에 청년들이 영끌마저 포기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서울에서 실거래된 아파트 1평당 평균 매매가격은 2020년 3분기(7∼9월) 약 3800만 원 수준에서 올해 3분기 약 5100만 원으로 급등한 상태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아파트값이 영끌로도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치솟으면서 청년들이 부동산을 통한 자산 증식을 미리 포기하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앞으로 세대 간 자산 양극화는 더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정부가 한국 문학의 세계화를 위해 내년도에 번역과 해외 출판을 지원하는 예산을 올해보다 30% 이상 늘린다. 딥페이크(인공지능 기반 이미지 합성)를 비롯한 디지털 성범죄 대응 예산도 크게 확대한다. 24일 기획재정부는 내년도 예산안과 관련한 참고 자료를 내고 한국 문학 번역과 해외 출판을 지원하는 예산을 올해 23억 원에서 내년 31억 원으로 34.5% 증액한다고 밝혔다. 문학 한류 활성화 지원 예산(45억 원)을 포함해 한국문학번역원에 지원되는 내년도 예산도 올해보다 6.3% 늘어난 141억 원이 편성됐다. 이런 가운데 1998년부터 올해까지 27년 동안 번역과 해외 교류 프로그램 등으로 한강 작가를 지원한 예산은 10억1000만 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기재부는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른 디지털 성범죄 대응 예산은 내년에 126억 원으로 올해(90억 원)보다 39.6% 증액했다고 설명했다. 위·변조 동영상 분석 등 수사·처벌 예산을 3억 원에서 35억 원으로 크게 늘린 결과다. 고교 무상교육 비용의 일부를 국가가 부담하도록 한 규정이 올해 종료되는 것과 관련해서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활용한 무상교육이 계속 시행된다고 밝혔다. 기재부 관계자는 “고교 교육 비용은 초중등교육법에서 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최근 20여 년간 20대 근로자의 임금 상승률이 20∼60대 중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공채가 사라지는 등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해지며 저소득·단기 일자리를 전전하는 청년이 많아진 영향이다. 반면 60대 근로자의 평균 임금은 3배로 뛰어 20대 평균 임금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경제가 성장하고 일자리도 늘었지만 청년들은 그 과실에서 소외되다시피 한 셈이다. 이미 저성장이 굳어지는 추세라 이대로라면 지금의 청년층은 일자리 경쟁에서 계속 뒤처지고 ‘부(富)의 사다리’를 올라타지 못하는 ‘잃어버린 세대’가 될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23일 동아일보가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를 통해 2001∼2023년 연령별 임금 자료를 전수 분석한 결과 20대 근로자가 받는 평균 임금은 2001년 104만1000원에서 지난해 230만3000원으로 121.2% 올랐다. 본격적으로 사회에 첫발을 딛는 때인 20대 후반(25∼29세)으로 좁히더라도 117만1000원에서 257만6000원으로 올라 임금이 오른 정도(120%)가 비슷했다. 물가 상승률을 걷어내면 20대의 실질임금은 51.5%만 올랐다.20대의 임금 상승률은 주요 경제활동인구인 20∼60대 근로자 가운데 가장 낮다. 임금 상승률은 나이가 많아질수록 높아졌는데, 특히 60대는 205.5%로 3배 넘게 뛰었다. 그 결과 2001년만 해도 20대보다 26만 원가량 적었던 60대 평균 임금은 오히려 지난해에는 20대보다 7만 원 넘게 많았다.이 같은 현상은 고소득에 안정적인 직장으로 꼽히는 대기업의 취업문이 점점 좁아지고 있는 현실과 무관치 않다. 2019년 현대자동차그룹에 이어 LG그룹과 SK그룹 등이 잇따라 공개 채용 제도를 폐지했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신규 채용 연령대를 공개하고 있는 15대 대기업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1년 57.5% 수준이었던 20대 신규 채용 비율은 지난해 50.8%까지 낮아졌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청년들은 소득이 정체돼 있다시피 해 부모 세대보다 더 가난해지고 있다”며 “청년들이 인적자본을 쌓을 시기를 놓치면 일자리 경쟁에서 계속 뒤처지고 평생 소득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20대 임금상승률, 전 연령대서 꼴찌… 월급도 60대에 추월당해[‘富의 사다리’ 잃어버린 청년세대]韓, 대졸 청년비율 70% ‘OECD 1위’… 졸업부터 첫 취업까지 11.5개월좋은 일자리 부족, 취업준비 길어져… 저임금 전전하다 구직 포기하기도“청년들 경기악화에 가장 먼저 타격”올 초 1년간 다닌 중소 광고대행사를 그만둔 이모 씨(28)는 구직활동을 하지 않고 두 달째 그냥 쉬고 있다. 공채가 집중되고 있는 시기지만 상반기(1∼6월)에 지원한 회사에서 모두 떨어진 탓에 지금은 한 걸음 물러나 ‘취업을 준비 중’이다. 20대인 이 씨는 이번이 벌써 세 번째 퇴사다. 적은 월급에 근무환경이 열악해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계속해 이직했다. 이 씨는 “직전 회사에서는 최저임금을 조금 웃도는 월급을 받고 일주일 내내 야근을 했다. 심지어는 휴가도 못 쓰게 해 퇴사를 결심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도 그는 “괜찮은 회사 가기가 이렇게 어려울 줄 알았다면 참고 다녀 볼걸 후회도 된다”고 했다. 20대 임금 상승률이 20∼60대 중 꼴찌로 나타난 건 이 씨처럼 원하는 직장에 가지 못해 저임금 일자리를 전전하는 젊은층이 많아진 결과다. 길어지는 취업 준비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구직을 아예 포기한 청년들은 정부의 고민거리로까지 떠올랐다. 저출산·고령화로 생산가능 인구가 줄고 있는데 20대가 제때 커리어를 쌓지 못하면 사회 전체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취업시장서 소외된 20대… 60대에 월급 추월당해23일 동아일보가 2001∼2023년 연령별 임금자료를 전수 분석해보니 2023년 20대 근로자가 받는 월 급여는 평균 230만3000원으로, 20∼60대 가운데 가장 적었다. 특히 60대의 경우 2001년에는 평균 77만8000원을 받아 20대(104만1000원)보다 적었는데, 지난해에는 237만7000원으로 20대보다도 7만 원 넘게 더 받았다. 60대 근로자 임금이 20대를 앞지른 건 최저임금이 급등한 2018년, 2019년 이후 지난해가 역대 세 번째다. 2018년과 2019년에는 60대 임금이 각각 4000원, 9000원 더 많아 차이가 크지 않았는데 작년엔 격차가 본격적으로 벌어졌다. 60대는 양질의 일자리에 대거 취업한 반면 20대 고용은 나빠진 게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22년간 60대의 임금 상승률이 205.5%로 가장 높았고 이어 50대(178.1%), 40대(147.1%), 30대(139.3%), 20대(121.2%) 순이었다. 10대 임금은 이 기간 60만2000원에서 84만7000원으로 40.7% 올랐는데 물가상승률을 빼면 실질임금은 오히려 ―29.1% 뒷걸음질했다. 중소기업 제약회사에서 3년째 일하고 있는 박모 씨(28)는 “4000만 원이 안 되는 지금 연봉으로는 결혼하고 집 사고 아이를 낳는 미래가 도저히 상상이 안 된다”며 “대기업 직장인이 아니면 평범한 삶을 살기도 힘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매일 퇴근 후에 이직을 준비하고 있다.● 취업 준비 기간만 약 1년 ‘역대 최장’20대가 취업 시장에서 밀려나며 임금에서도 페널티를 받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소득에 근무 환경이 좋은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결과로, 이 때문에 청년들이 취업 준비에 보내는 시간은 갈수록 길어지고 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올 5월 기준 15∼29세 청년들은 졸업부터 첫 취업까지 역대 가장 긴 11.5개월을 쓰고 있었다. ‘역대 최장 취준생’ 시대가 열린 셈이다. 2018년부터 7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가 2년 전 포기한 유모 씨(30)는 대기업과 공기업이라면 직군을 가리지 않고 거의 모든 신입 공채에 지원서를 쓰고 있다. 최근 1년 반 동안 지원한 곳만 약 110곳인데 취업 준비 6년째인 올해도 여전히 백수다. 유 씨는 “수료 상태인 대학 졸업을 더 미루기 어려워서 대학원에 가기로 했다”며 “중간에라도 취업에 성공하면 대학원은 굳이 졸업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청년들의 취업이 유난히 힘든 건 한국에서 두드러지는 현상이다. 지난해 기준 한국은 대학을 졸업한 청년 비율(69.7%)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였지만 이 중 16.9%가 경제활동을 하지 않아 OECD 회원국 중 4번째로 많았다. 특별한 이유 없이 구직을 하지 않는 청년 ‘니트족’ 비중 역시 관련 통계가 있는 OECD 13개국 중 3위다.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지난해부터 다른 연령대는 모두 취업자가 느는 반면 청년층은 고용이 오히려 가라앉고 있다. 청년 인구가 줄어드는 영향에 더해 청년들이 경기 악화에 가장 먼저 타격을 받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세종=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서울 서초구에 사는 최모 씨(28·여)는 다음 달부터 한 화장품 관련 중소기업에 출근할 예정이다. 그런데 최 씨는 벌써부터 최소 3, 4년 이상 경력을 쌓아 대기업으로 이직하겠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최 씨는 의료기기 분야 중소기업이 첫 직장이었지만 보수 때문에 대기업 취업을 목표로 퇴사를 선택했다. 최근 대기업 채용이 줄면서 다시 중소기업에 지원했지만 이곳을 두 번째 징검다리로 삼아 대기업에 입성하겠다는 것이다. 최 씨는 “요즘 중소기업 월급으로는 결혼, 출산을 꿈꾸기가 힘들기 때문에 안정적이고 보수도 높은 대기업 취업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대기업에서는 최 씨와 같은 ‘중고 신입’의 입사가 늘고 있다. 주요 대기업들이 그룹 단위로 대규모 채용에 나서던 공채 제도를 없애고 수시 채용에 나서면서 대학을 갓 졸업한 20대 청년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바로 구하기가 더 힘들어지는 것이다. 23일 동아일보가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등을 통해 신규 채용 정보를 공개 중인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5개사를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은 지난 3년 동안 국내에서 연평균 2만6100명가량을 신규 채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15개 기업에는 연령별 채용 규모 등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 삼성전자, 삼성SDI를 제외하고 SK하이닉스와 현대자동차, 기아, LG에너지솔루션, 네이버 등이 포함돼 있다. 포스코홀딩스와 KB·신한·메리츠 등의 지주사가 계열사 채용을 함께 집계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를 대표하는 30곳 이상의 대기업이 연평균 1000명에 못 미치는 인력을 새로 뽑은 셈이다. 이들 기업의 20대 청년 채용 비율은 2021년 57.5%에서 2022년 54.8%, 지난해 50.8%로 계속 떨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대표적인 양질의 일자리로 꼽히는 대기업 신규 채용에서 20대의 비중이 전체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한 유통 대기업 관계자는 “최근에는 대기업들도 뽑아서 키우는 것보다는 즉시 전력화가 가능한 인력을 뽑으려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2, 3년 정도 근무 경력이 있는 경우에는 신입 사원으로 뽑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내에서 생산직 400명을 포함해 1만765명에 이르는 인력을 신규 채용한 현대차의 경우 20대 채용 비율이 54.7% 수준으로 나타났다. 현대차 관계자는 “2019년 그룹 차원의 공채를 폐지한 이후 상시 채용을 통해 부문별로 20대뿐만 아니라 30대 이상의 경력직, 연구직 채용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석·박사급 인력과 경력직 채용이 많은 SK하이닉스와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20대 채용 비율이 30∼40%대에 그쳤고 퇴직자 재고용을 진행 중인 신한금융그룹에서는 50대 이상의 신규 채용 비중이 20%를 넘겼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모습이 경제와 기업의 성장 속도가 확연히 더뎌진 한국의 상황을 잘 보여 준다고 지적한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용 수요에 비해 노동 공급이 훨씬 커진 상황에서 이직까지 활발해지면서 좋은 일자리에 취업할 수 있는 20대 청년이 과거보다 크게 줄었다”며 “노동 시장 여건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현재의 20대는 ‘불행한 세대’”라고 말했다.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세종=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2019년 서울지방국세청은 한 다국적 정보기술(IT) 기업의 한국 본사에 대해 세무조사를 벌였다. 한국에서 연 1조 원 가까운 매출을 올리는 글로벌 기업이 법인세를 적법하게 내고 있는지 살펴보는 조사였다. 조사 과정에서 세무 당국은 외화 송금 내역 등의 자료를 요구했다. 하지만 기업은 제출을 거부했고 세무 당국은 92차례에 걸쳐 18억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자료 제출 거부에는 최대 5000만 원까지 과태료를 매길 수 있는데 기업이 수십 건의 자료 제출을 거부한 것으로 보고 중복 부과한 것이다. 하지만 2021년 법원은 92건의 거부 행위가 ‘단일한 고의’로 이뤄졌다며 2000만 원만 부과하는 것이 맞다고 결정 내렸다. 이처럼 다국적 기업 등이 세금을 피하기 위해 실효성이 낮은 과태료 제재를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에 이행강제금처럼 보다 강력한 제재 수단을 갖출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국세청이 국민의힘 이종욱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국세청이 자료 제출 거부에 대해 부과한 과태료는 44건, 2억7000만 원으로 건당 평균 614만 원에 그쳤다. 반면, 과태료가 부과된 법인의 연 매출액은 평균 31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국세청은 일평균 매출액의 0.3%에 미제출 일수를 곱하는 식의 이행강제금 제도를 도입해 제재를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정치권에서도 다국적 기업의 조세 회피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날 진행된 국세청 국정감사에서 이 의원은 “(2021년) 판결 이후에 다국적 기업에서는 국세청 자료 제출 요구에 대해 최대한 버티면 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고의적인 자료 제출 거부에 대해서는 이행강제금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감에서 대통령 관저 공사를 맡았던 기업의 세금 탈루 의혹이 제기되자 강민수 국세청장은 “탈루 혐의가 있으면 시기가 언제든 반드시 조사를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 내년 시행을 앞두고 유예 논의가 진행 중인 금융투자소득세가 현실적으로 부과 가능하냐는 물음에는 “현재로서는 쉽지 않다”고 답했다.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정부가 요소수 대란의 재발을 막기 위해 중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 요소를 장기 수입할 경우 보조금 지급에 나선다. 국내 생산을 지원하는 방안도 곧 마련한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6일 제2차 공급망안정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차량용 요소 수급 안정화 방안’을 논의했다. 우선, 정부는 중국에서 수급 불안 사태가 되풀이될 때마다 ‘요소 대란’ 우려가 불거지는 일을 근원적으로 막기 위해 중국 이외의 제3국에서 요소 수입을 위한 장기 계약을 맺을 경우 단가 차액의 50%를 보조하기로 하고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했다. 또 8%인 기본 세율을 0%로 낮추는 할당관세 적용도 연장을 추진해 수입 다변화를 지원한다. 이와 더불어 차량용 요소의 근본적인 수급 안정을 위해 공공 비축을 대폭 확대하고 국내 생산을 지원하는 방안도 내년 1분기(1∼3월)까지 확정해서 발표하기로 했다. 이날 정부는 올 6월 시행된 공급망안정화법과 관련한 선도사업자 선정 결과도 발표했다. 경제안보 품목 또는 경제안보 서비스 안정화 계획을 소관 부처에 제출해 인정받은 사업자로 총 84개 기업이 선정됐다. 최 부총리는 “공급망 리스크의 사전 점검과 조기 경보, 선제 대응에 정부가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서울 강남구에 한국 본사를 두고 주로 기업용 서비스를 판매하는 한 글로벌 기업은 2019년 서울지방국세청의 세무 조사를 받았다. 조사 과정에서 세무당국은 외화 송금 내역과 경영자문료 배분 방법 등이 필수 자료라고 보고 제출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 기업은 자료 제출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결국 내지 않았다.자료 제출 거부가 계속되자 세무당국은 이 기업에 총 92차례에 걸쳐 18억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국세기본법에서는 납세자의 수입금액 규모에 따라 최소 500만 원에서 최대 50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이 기업이 여러 건의 자료 제출을 거부한 것으로 보고 ‘중복 부과’에 나선 것이다.이 문제가 법정 다툼으로 이어진 가운데 2021년 법원은 과태료를 2000만 원만 부과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92건의 거부행위가 ‘단일한 고의’로 이뤄진 것이므로 하나의 거부행위로 보는 것이 맞다는 것이다.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이종욱 의원실과 국세청 등에 따르면 이처럼 일부 다국적 기업과 대기업 등이 대규모 과세를 피하기 위해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정상적인 세무 조사가 진행될 경우에 부과될 수 있는 과세액에 비해 자료 제출을 거부했을 때 내는 과태료의 규모가 작다는 점을 악용해 일부 다국적 기업과 대기업 등이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세무 조사에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다.실제로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3년 동안 국세청이 자료 제출 거부에 대해 부과한 과태료는 44건, 2억7000만 원으로 건당 평균 614만 원에 그쳤지만, 과태료가 부과된 법인의 연 매출액은 평균 31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또 2021년 법원이 자료 제출을 거부해도 과태료를 중복으로 부과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놓으면서 2020년 6억1000만 원(66건) 규모였던 과태료 부과는 2021년 1억3000만 원(23건), 2022년 7000만 원(10건), 지난해 7000만 원(11건) 등으로 줄어드는 흐름이다.일부 다국적 기업은 세무 조사 자료 제출을 거부한 이후 조세 불복 소송에서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자료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세금을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실제로 국내 소비자들로부터 직접 구독료를 받으며 영상물을 제공하는 한 다국적 기업은 한국의 구독료 수입 대부분을 ‘구독권 구매대가’ 명목으로 해외로 유출하는 혐의로 세무조사를 받았다. 세무당국은 이 조사에서도 계약서와 해외 본사에 대한 구독권 구매대가 산출 대가 등의 자료를 요구했다. 하지만 이 회사는 국외 관계사만 이 계약서 등을 보유하고 있다며 제출을 거부했다.결국 국세청은 일부 자료를 근거로 과세를 결정했지만, 이 기업은 부실한 자료를 근거로 한 과세라며 위법을 주장하고 소송에 나섰다. 소송 과정에서 이 기업은 국세청에 제출하지 않은 자료 중 일부를 제출하면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주장을 펼쳤고 결국 국세청이 애초 부과한 세금 가운데 상당액이 줄어들었다.이와 관련해 세무당국은 일 평균 매출액의 0.3% 등의 기준에 미제출 일수를 곱하는 방식으로 부과되는 이행강제금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세무당국 관계자는 “다국적 기업의 경우 주요 자료가 해외 소재 본사에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한국 법인이 자료 제출을 거부하면 실효성 있는 세무 조사가 어려울 수 밖에 없다”며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이미 도입한 이행강제금 등을 통해 자료 제출 거부에 대한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중국을 중심으로 해외 직구가 크게 늘면서 보세구역(해외물품을 관세를 부과하지 않은 상태로 보관할 수 있는 지역)에 쌓여 있는 재고품 수도 4년 동안 3배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오기형 의원이 관세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19만6000건 수준이었던 체화 물품은 지난해 63만7000건으로 집계돼 4년 사이 3배 이상으로 늘었다. 체화 물품은 정식 수입이나 우편물 등을 통해 국내로 들여오는 과정에서 보관 기간이 지난 물품을 말한다. 국경 단계에서 보류된 채 보세구역에 머무는 것이다. 이처럼 체화 물품이 증가한 것은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를 이용하는 국내 소비자들이 늘어난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해 체화 물품을 살펴보면 해외 직구 물품을 포함한 특송화물이 59만9000건으로 80% 이상을 차지했고 이 가운데 90%가량이 중국에서 발송된 것으로 분석됐다. 체화 물품이 늘면서 폐기되는 물품 수도 증가하는 추세다. 공매 등의 절차를 거쳐 최종적으로 폐기된 물품이 2019년 18만6000건에서 지난해 55만4000건으로 늘어난 것이다. 오 의원은 “체화 물품은 보세구역의 물류 흐름을 방해하고 보관, 폐기, 반송 등에도 정부 비용이 투입되는 만큼 체화 물품을 줄이고 공매 낙찰률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중국을 중심으로 해외 직구가 크게 늘면서 보세구역(해외물품을 관세를 부과하지 않은 상태로 보관할 수 있는 지역)에 쌓여 있는 재고품 수도 4년 동안 3배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오기형 의원이 관세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19만6000건 수준이었던 체화 물품은 지난해 63만7000건으로 집계돼 4년 사이에 3배 이상으로 늘었다. 체화 물품은 정식 수입이나 우편물 등을 통해 국내로 반입하려다가 국경 단계에서 보류된 채로 보세구역에서 보관 기간이 지난 물품을 말한다. 이처럼 체화 물품이 증가한 것은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를 이용하는 국내 소비자들이 늘어난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해 체화 물품을 살펴보면 해외 직구 물품을 포함한 특송화물이 59만9000건으로 80% 이상을 차지했고 이 가운데 90% 가량이 중국에서 발송된 것으로 분석됐다. 체화 물품이 늘면서 폐기되는 물품 수도 증가하는 추세다. 공매 등의 절차를 거쳐 최종적으로 폐기된 물품이 2019년 18만6000건에서 지난해 55만4000건으로 늘어난 것이다. 오기형 의원은 “체화 물품은 보세구역의 물류 흐름을 방해하고 보관, 폐기, 반송 등에도 정부 비용이 투입되는 만큼 체화 물품을 줄이고 공매 낙찰률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세종=김도형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