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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로 공연된 뮤지컬 가운데 역대 최고 티켓가(VIP석 18만 원)를 책정해 화제가 됐던 뮤지컬 ‘물랑루즈’가 지난 25일 성탄절 저녁 공연 도중 기계결함으로 공연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25일 저녁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물랑루즈’가 2막 중반을 달려가고 있을 때였다. 갈등이 절정으로 치달은 크리스티안(이충주)과 사틴(김지우)이 ‘크레이지롤링’을 부르던 중, 갑자기 노래가 끊기고 공연장 불이 켜졌다. “기계 결함으로 잠시 공연을 중단한다”는 안내가 나왔다. 3분가량 기기 정비 끝에 다시 공연이 재개됐다. 공연 다음날인 26일 ‘물랑루즈’를 제작한 CJ ENM이 운영하는 인스타그램에는 사과문이 올라왔다. CJ ENM은 “오토메이션 기계 장치 오류로 인해 공연이 잠시 중단됐다. 불편을 끼쳐드린 점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고 했다. 하지만 이 게시글에는 항의성 댓글 80여 개가 달렸다. ‘티켓 값은 어마어마하게 올려놓고 미숙한 운영과 대처가 실망스럽다’ ‘완전 클라이맥스 때 3분을 그냥 멍 때렸다’ ‘한 번 흐름 끊겨서 몰입 팍 식는 공연이 18만 원!’ 같은 댓글이었다. 높은 티켓 가격을 언급하며 공연 중단에 대한 보상조치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이날 공연 중단은 무대를 제어하는 자동화 시스템의 결함에 따른 것이었다. 사전에 수차례 점검해도 기기 결함으로 공연 중단되는 사고는 종종 발생한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공연이 30분 이상 중단되는 경우에 한해 티켓 전액을 환불하도록 돼있는데 30분미만 중단 건은 제작사 자율로 결정한다. 뮤지컬 제작사 관계자는 “다른 작품들에서도 오랫동안 반복됐던 이슈다. 공연 전에 스태프들은 각 파트별로 철저히 점검하지만 알 수 없는 기기결함이 뜰 때가 간혹 발생한다”고 했다. 각 제작사별로 다르지만 보통 공연이 끝까지 진행되면 별도 보상을 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2007년 뮤지컬 ‘맘마미아’ 공연이 중단됐을 때 제작사인 신시컴퍼니가 110% 환불한 적 있는데 그땐 이후 공연들이 아예 취소됐을 때였다. 공연계 관계자는 “라이브 공연에서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하는 건 배우와 스태프, 관객이 감수할 수밖에 없는 위험요소“라고 했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다음 달 28일 개막하는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티켓 오픈 때부터 화제를 모았다. 영화, 드라마에서 활약한 스타 배우가 대거 출연하기 때문이다. 배우 김유정과 정소민의 연극 데뷔작인 데다 상대역으로 김성철과 이상이, 정문성이 낙점돼 주목받았다. 티켓 가격은 껑충 뛰었다. 보통 6만 원 정도인 VIP석 가격이 2배 가까이 비싼 11만 원이다. 연극 티켓이 10만 원을 넘긴 건 ‘셰익스피어 인 러브’가 처음이다. 3층의 가장 저렴한 좌석도 5만5000원으로 다른 공연의 VIP석 가격과 맞먹는다. 회사원 김유리 씨(31)는 “10만 원 넘는 1층 자리는 부담스러워 2층 좌석을 예매했는데 그것도 8만8000원이다”며 “둘이서 10만 원이면 연극을 보던 시절은 옛말이 됐다”고 했다. 최근 개막한 뮤지컬 ‘웨스트사이드스토리’, ‘물랑루즈’의 VIP석 티켓이 각각 16만 원, 18만 원으로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15만 원을 깬 상황에서 연극마저 10만 원이 넘는 작품이 나왔다. 두 명이 공연 한 편을 보려면 20만∼40만 원이 드는 ‘티켓 인플레이션 시대’가 된 것이다. 연극 티켓 가격은 계속 오르는 상황이었다. 가격 상승을 주도한 건 이른바 ‘스타 마케팅’에 충실한 작품들이다. 배우 이순재가 연출자로 나선 연극 ‘갈매기’의 VIP석 가격은 9만 원. 오만석과 소유진, 김수로, 진지희, 강성진, 이경실 등이 출연한다. 김상중과 이일화, 길해연, 서지석이 출연하는 연극 ‘미저리’의 VIP석도 8만8000원이다. ‘배우의 예술’로 불리는 연극은 배우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관객들도 평소 좋아하던 배우를 무대에서 직접 보기 위해 연극을 찾는다.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현재 월간 예매율(KOPIS 기준)이 1위에 올랐고, 오케스트라석은 11만 원인데도 벌써 전 회차가 매진됐다. 오케스트라석은 무대 바로 밑자리로, 배우의 호흡까지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어 마니아 팬에게 인기가 높다. ‘셰익스피어 인 러브’를 제작한 쇼노트는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인건비를 포함한 제작비가 많이 올랐다”고 밝혔다. 연극계에선 상승한 인건비에 ‘스타 개런티’가 상당 부분 영향을 줬을 것으로 분석한다. 25년 경력의 한 공연제작사 대표는 “연출가나 작가보다 배우에 따라 공연의 흥행이 좌우되는 게 현실”이라며 “돈이 많이 들더라도 유명 배우를 캐스팅하는 게 손실을 줄이는 가장 쉽고 확실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에 비해 중소형 극장이 대부분인 ‘대학로 연극’의 VIP석 가격은 여전히 4만∼6만 원대다. 서울 예술의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 등 대극장용 작품과 달리 대학로 연극에서는 스타를 발탁하기가 쉽지 않다. 한 연극 프로듀서는 “제작비가 많이 드는 작품은 대극장에서 공연해야 수지타산이 맞다. 중소형 극장 위주인 대학로에서는 유명 배우의 출연료를 감당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했다. 스타를 캐스팅해 티켓 가격을 올리기보다는 수준 높은 작품을 통해 관객을 모으는 구조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용제 한국프로듀서협회장은 “연극계에서 실력이 빼어난 배우를 자체적으로 키우고 작품성 높은 공연을 제작해야 스타 배우를 기용하지 않아도 연극을 보러 오는 관객이 늘어나 연극계가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다음달 28일 개막하는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티켓 오픈부터 화제였다. 영화아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었던 스타급 배우가 대거 출연하기 때문. 배우 김유정과 정소민의 연극 데뷔작이며 상대역으로는 김성철, 이상이, 정문성이 낙점됐다. 매체에서 활약해온 배우들이 출연자 명단에 대거 이름을 올린 것이다. 스타들이 대거 출연한 만큼 티켓 가격도 남다르다. 통상 6만 원이었던 VIP석 티켓 가격이 2배 남짓 올라 11만 원으로 책정됐다. 3층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저렴한 좌석도 5만 원이 넘어 다른 공연의 VIP석 가격과 맞먹는다. 뮤지컬 ‘웨스트사이드스토리’(16만 원), ‘물랑루즈’(18만 원)에 이어 연극도 티켓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며 ‘티켓 인플레이션’이 심화되고 있다. VIP석 기준으로 한 좌석에 10만 원을 넘어 연극도 ‘2명 관람 비용 20만 원’ 시대가 됐다. 티켓 가격이 오른 작품들엔 공통점이 있다. 영화, 드라마에서 활동하는 스타급 배우가 출연한다는 점. 이른바 ‘스타 마케팅’에 충실한 작품들이다. ‘셰익스피어 인 러브’ 말고도 최근 공연 중인 연극에서 스타가 출연하는 작품의 티켓 가격 부담은 높은 편이다. 배우 이순재가 직접 연출자로 나서 화제가 된 연극 ‘갈매기’의 VIP석 가격은 9만 원으로, 쏘린 역의 이순재뿐 아니라 오만석, 소유진, 김수로, 진지희, 강성진, 이경실 등이 출연한다. 김상중, 이일화, 길해연, 서지석이 출연하는 연극 ‘미저리’의 VIP석은 8만 8000원이다. 배우 문소리가 주연으로 활약하는 연극 ‘광부화가들’은 7만 원이다.‘셰익스피어 인 러브’를 제작한 쇼노트 측은 “전반적인 물가 상승에 따라 무대, 조명, 의상, 인력 등의 제작비가 계속 증가했다”고 티켓 가격을 인상한 이유를 설명했지만, 업계에서는 ‘상승한 제작비’에 배우 개런티가 상당부분 영향을 미쳤을 거라 분석한다. 25년 경력 공연 제작사 대표는 “연출, 작가보다 배우가 누구냐에 따라 연극의 흥행 실적이 좌우된다”며 “제작비가 많이 들더라도 유명 배우를 캐스팅하는 것이 제작자에겐 가장 쉽고 확실한 방법”이라고 했다. ‘연극은 배우의 예술’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연극에선 배우 역할이 크다. 화면을 통해서라야 볼 수 있었던 배우를 무대에서 직관할 수 있다는 점은 관객들이 연극을 찾는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 월간 예매율(KOPIS 기준) 1위에 달하는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개막이 한 달 넘게 남았지만 OP석은 이미 전회차 매진됐다. 무대 바로 밑 오케스트라 피트에 위치한 OP석은 무대 전체를 한눈에 보긴 힘들지만 배우들의 표정, 호흡 등을 생생하게 볼 수 있어서 팬들에게 인기가 높다. 그간 스타들이 출연한 작품들은 대부분 흥행 성적이 좋았다. 11일 폐막한 연극 ‘아트’는 배우 이순재, 노주현, 백일섭 출연 회차는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현재 지방 순회 공연 중인 배우 배종옥, 장현성이 열연한 연극 ‘러브레터’ 역시 입소문을 타며 관객들을 끌어 모았다. 관객 입장에선 오른 티켓 가격이 반갑지 않지만 연극계는 환영하는 눈치다. 김용제 한국프로듀서협회 회장은 “가격을 낮춰 관객을 끌어들이는 ‘염가 마케팅’보다 인기 많고 연기도 잘하는 스타들과 질 높은 공연을 선보임으로써 연극을 떠났던 관객을 다시 불러들인다면 공연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극단 성북동비둘기의 ‘걸리버스’와 국립극단의 ‘서울 도심의 개천에서도 작은발톱수달이 이따금 목격되곤 합니다’가 제59회 동아연극상 작품상을 공동 수상했다. 동아연극상 심사위원회(위원장 이경미)는 21일 서울 서대문구 동아일보 충정로 사옥에서 최종 심사를 진행해 수상작이 없는 대상을 제외하고 작품상 등 9개 부문 수상작과 수상자를 선정했다. 올해 본심에는 예심 심사위원 추천작 16편이 올랐다. 이 위원장은 “창작자들은 팬데믹 여파로 열악한 환경에서도 소외된 존재나 기후위기 등 연극이 조명해야 하는 사회적 문제에 대한 질문을 이어가는 노력을 기울였다”고 총평했다. 작품상을 받은 ‘서울 도심의 개천에서도…’는 연출상(이래은)까지 거머쥐었다. ‘걸리버스’도 작품상에 이어 유인촌신인연기상(곽영현)을 받으며 2관왕에 올랐다. ‘걸리버스’는 영국 작가 조너선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를 소외된 청년, 이태원 핼러윈 참사 등 우리 사회의 문제를 반영해 재구성한 작품이다. 심사위원들은 “한국 사회가 직면한 여러 문제에서 비롯된 아픔, 절망, 고립감을 배우의 몸과 움직임을 통해 입체적으로 구현했다”고 평했다. ‘서울 도심의 개천에서도…’는 일상에서 겪는 크고 작은 역경을 선의와 연대로 헤쳐 나가는 꿋꿋한 사람들을 그린 작품이다. 심사위원들은 “사회에서 소외된 타자를 도심에 버려진 수달에 빗대어 이야기하는 방식이 굉장히 흥미로웠다”며 “적대적이거나 이분법적 관계에 놓인 대상끼리의 소통과 연대를 말하며 연극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안했다”고 평했다. 연기상을 받은 김세환 배우(‘한남韓男의 광시곡狂詩曲’)에 대해서는 “표정과 목소리, 움직임을 활용해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 자신을 연극적 매체로 던질 수 있는 힘을 가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수상자 하지은 배우(‘웰킨’)는 “역할에 무게중심을 두면서도 그 안에서만 머물지 않고 관객을 대면하는 세계가 점점 넓어지는 배우”라는 평을 받았다. 연극 ‘툭’으로 신인연출상을 받은 임성현 연출가는 “자기만의 고유한 작품 세계가 뚜렷한 연출가”라며 “남성 중심적, 가부장적 관점에서 벗어나 소외된 타자를 무대로 불러들이는 방식이 경쾌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편입생’의 김하람 배우와 ‘걸리버스’의 곽영현 배우는 나란히 유인촌신인연기상을 받았다. 김하람에 대해서는 “역할이 가진 무게에 눌리지 않고 관객이 이야기 속으로 몰입할 수 있게 표현해냈다”고 말했다. 곽영현은 “작품의 진행 방향을 간파하는 영리함뿐 아니라 무대의 중심을 끝까지 잡아주는 에너지가 강하다”는 평을 받았다. 희곡상에는 ‘극동 시베리아 순례길’의 정진새 작가가 선정됐다. 심사위원들은 “역행하는 순례길이라는 새로운 소재를 통해 인류의 진보에 대한 비판적 담론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웰킨’으로 무대예술상을 받은 신동선 조명 디자이너에 대해서는 “많은 배우가 등장한 좁은 무대에서 속도감 있는 조명을 설정해 극의 리듬을 만드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특별상에는 ‘신촌극장’이 선정됐다. 심사위원들은 “젊은 연극인들이 평소 도전하기 쉽지 않은 소재나 이야기를 자유로운 방식으로 풀어낼 수 있는 실험적인 장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새개념연극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광명문화재단의 ‘잠자리 연대기’는 “시민연극에 대한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으며 금기시돼 왔던 노인의 성(性)을 소재로 한국 근현대사를 조망한 점이 주목할 만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상식은 내년 1월 16일 열릴 예정이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수상 소감요? 일단 15초만 춤추고 말하겠습니다.” 제59회 동아연극상 연출상 수상 소식을 들은 이래은 연출가(48·사진)는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가 연출한 ‘서울 도심의 개천에서도 작은발톱수달이 이따금 목격되곤 합니다’는 작품상까지 받아 2관왕을 차지했다. 그는 “연출상 수상 소식엔 긴장이 확 몰려왔는데 동료들과 함께 작품상까지 받는다고 하니 춤추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졸업 작품인 어린이극 ‘고양이가 말했어’(2005년)로 주목받으며 본격적인 연출 작업을 시작했다. 열다섯 소녀들이 주인공인 ‘고등어’(2016년), 젠더 프리 캐스팅을 시도한 ‘묵적지수’(2019년), 학교 내 미투 운동을 다룬 ‘김이박이 고등학교에 입학할 때 김이박이 고등학교에 입학한다’(2020년)와 같은 작품을 통해 여성과 소수자 등 사회 문제를 섬세하게 다룬다는 평가를 받았다. ‘서울 도심의 개천에서도…’ 역시 소외된 존재들의 선의와 소통, 연대를 다뤘다. 그는 “아이와 어른, 노인과 젊은이, 남성과 여성, 인간과 기계가 겹쳐서 등장하는 희곡을 표현하기 위해 많은 시도를 했다”며 “관객이 시공간을 넘어 극중 존재들과 직접 닿아 있다는 감각을 생생하게 느끼도록 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서울 도심의 개천에서도…’ 출연진과 제작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이어 발생하는 바람에 공연 직전까지 밀도 높은 연습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최종 연습을 할 수 없었기에 많이 불안했지만 동료들 모두 각자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의 삶을 소재로 한 그의 작품들은 고통과 연민, 비극이 강조되기보다 유쾌함과 재미가 녹아 있는 게 특징이다. 그는 “어두운 삶에서도 유머를 발견할 수 있는 인물을 만나는 것이 기쁘다”고 말했다. 현재 준비 중인 작품의 주제는 ‘평범한 시민으로서의 소수자의 삶’이다. 그는 “고된 삶을 살아가는 인물의 인생에서 숭고한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는 공연을 올리고 싶다”고 했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지난해 방영된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서 ‘왁킹(와킹)의 전설’로 불리며 얼굴을 알린 댄서 겸 안무가 립제이(본명 조효원·34)가 처음 클래식 무대에 오른다. 왁킹은 1970년대를 풍미한 디스코 음악에 최적화된 스트리트댄스 중 하나다.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31일 열리는 송년음악회에서 그는 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가 연주하는 스페인 음악가 파블로 데 사라사테(1844∼1908)의 ‘치고이너바이젠’에 맞춰 왁킹 댄스를 선보인다. 그는 최근 서면 인터뷰에서 “클래식 홀에서 연주자와 한 무대에 서는 건 처음이라 긴장되지만 내 퍼포먼스가 연주자와 어떻게 융화될지 기대된다”고 밝혔다. 립제이의 왁킹과 치고이너바이젠의 바이올린 선율이 만나는 건 이번이 두 번째다. 2017년 러시아에서 열린 행사에서 그는 이 곡에 맞춰 춤을 선보였다. 당시 공연 영상은 유튜브 조회수 237만 회를 기록했다.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의 팬으로, 클래식을 좋아하는 어머니를 위해 치고이너바이젠에 맞춰 왁킹을 췄어요. 그 전까지는 어머니가 제 춤 영상을 봐도 크게 공감을 못 했을 텐데 어머니도 공감할 수 있고 제게도 도전이 되는 곡을 선택하고 싶었죠.” 클래식 음악과 어울리는 장르로 보통 발레, 현대무용을 떠올린다. 하지만 긴 호흡에서 서서히 진면모가 드러난다는 점에서 왁킹과 클래식 음악도 닮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처음 이 곡을 들었을 때의 강렬함은 왁킹을 만났을 때와 비슷해요. 바이올린이 곡 전체를 이끌며 애잔하고 서정적이었다가 강렬하고 공허해지고, 열정적이고 차가웠다가 로맨틱해지는 ‘밀고 당기기’로 사람을 홀리죠. 이런 매력이 극적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왁킹과 잘 맞아요.” 그는 “춤은 음악의 정서를 공간에서 미장센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클래식 무대에서도 원래부터 이 공간에 녹아 있던 사람처럼 보이는 게 목표”라고 했다. 6만∼12만 원.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지난해 방영된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서 ‘왁킹의 전설’로 불리며 얼굴을 알린 댄서 겸 안무가 립제이(본명 조효원·34)가 처음 클래식 공연장 무대에 오른다. 그의 주특기인 왁킹(waacking)은 1970년대를 풍미했던 디스코 음악에 최적화된 스트릿 댄스중 하나다. 31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송년음악회에서 그는 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 등이 연주하는 스페인 음악가 파블로 데 사라사테(1844~1908)의 ‘치고이너바이젠’에 맞춰 왁킹 댄스를 선보인다. 그는 최근 서면 인터뷰에서 “클래식 홀에서 연주자와 한 무대에 서는 건 처음이라 긴장도 되지만 내 퍼포먼스가 연주자와 어떻게 융화될지 기대가 된다”고 밝혔다. 립제이의 왁킹과 치고이너바이젠의 바이올린 선율이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7년 러시아에서 열린 행사에서 그는 이 곡에 맞춰 춤을 선보인 적 있다. 당시 공연을 촬영한 영상은 유튜브 조회수 237만 회를 기록하고 있다.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의 팬이자 클래식을 좋아하는 어머니를 위해 치고이너바이젠에 맞춰 왁킹을 췄어요. 그전까지는 어머니가 제 춤 영상을 봐도 크게 공감을 못 했을 텐데 어머니도 공감할 수 있고 제게도 도전이 되는 선곡을 하고 싶었죠.” 클래식 음악엔 보통 발레, 현대무용을 떠올린다. 하지만 긴 호흡에서 서서히 진면모가 드러난다는 점에서 왁킹과 클래식 음악도 닮은 점이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처음 이 곡을 들었을 때의 강렬함은 왁킹을 처음 만났을 때와 닮았어요. 바이올린이 곡 전체를 이끌고 가며 애잔하고 서정적이었다가 강렬하고 공허해지고, 열정적이고 차가웠다가 로맨틱해지는 ‘밀고 당기기’로 사람을 홀리죠. 이런 매력이 극적 감정 표현이 드러나는 왁킹과 잘 맞아요.” 5년 만에 그는 ‘스트릿 무대’가 아닌 클래식 공연장에서 라이브로 연주되는 치고이너바이젠에 맞춰 왁킹을 선보이는 그는 “춤은 단순한 몸동작이 아니라 음악의 정서를 공간 안에서 미장센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원래부터 이 공간에 녹아있던 사람처럼 보이는 게 목표”라고 했다. 6만~12만 원.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에 마흔한 살에 처음 출연했는데 벌써 마흔여덟 살이 됐네요.” 2016년부터 다섯 번의 시즌에 걸쳐 ‘브로드웨이 42번가’에 출연하고 있는 배우 이종혁(사진)은 감회에 젖은 표정이었다.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8일 만난 그는 “예전엔 한 배우가 한 작품을 계속하면 사람들이 질릴 거라 걱정했는데 생각이 바뀌었다”며 “이젠 제가 이 작품의 대표 배우가 된다는 느낌이 들어 꾸준히 좋아해주시는 관객들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 중인 ‘브로드웨이 42번가’의 배경은 1930년대 대공황 시기 미국 뉴욕. 무명 배우 페기 소여(오소연 유낙원)가 유명 연출가 줄리안 마쉬(이종혁 송일국)를 만나 스타로 성장하는 이야기다. 탭댄스와 스윙음악, 앙상블 군무 등이 화려한 쇼 뮤지컬로 1996년 한국 초연 이후 지금껏 사랑받고 있다. “오랫동안 마쉬를 연기하다 보니 처음엔 보이지 않던 작품 속 드라마를 깨달아요. 대공황 당시 브로드웨이의 그늘진 모습을 보여주는 블랙코미디적 요소가 있죠. 언젠가 기회가 되면 저만의 해석을 담은 새로운 ‘브로드웨이 42번가’를 연출해 보고 싶습니다.” 그가 연기하는 마쉬는 브로드웨이 최고 연출가로, 밝고 희망적인 여배우 소여와 달리 브로드웨이의 어두운 면을 마주해야 하는 인물이다. 공연에 돈을 대는 투자자 취향에 작품의 내용과 캐스팅을 간섭받고, 마피아와 연계되기도 한다. “최대한 어두운 면을 보여주는 쪽으로 연기하려고 합니다. 마냥 순진한 소여의 열정도 현실을 아는 마쉬에겐 피곤하게 느껴질 수 있죠. 공연이 소여를 스타로 만들며 성공적으로 끝나는 해피엔딩을 맞지만 마쉬가 연출가로서 느끼는 씁쓸함을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서울예대 연극과를 나온 그는 1997년 연극 ‘서푼짜리 오페라’로 데뷔한 뒤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 드라마 ‘추노’ ‘신사의 품격’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인기를 얻었다. “연극 무대가 연기자로서 제 뿌리라고 생각해요. ‘관객에게서 에너지를 얻는다’ 말이 뻔하지만 진짜거든요. 커튼콜 때 관객들이 쳐주는 박수에 ‘오늘 하루 잘 살았네’ 하며 에너지를 받습니다.” 내년 1월 15일까지, 7만∼14만 원.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첫 출연 때 마흔두 살에 이 작품을 한다는 게 기분이 묘했는데, 벌써 마흔아홉 살이 됐네요.” 2016년부터 총 5번의 시즌에 걸쳐 ‘브로드웨이 42번가’에 출연하고 있는 배우 이종혁(48)은 왠지 감회에 젖은 눈빛이었다. 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그는 “예전엔 한 배우가 한 작품을 계속 하면 사람들이 질려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생각이 바뀌었다”며 “이젠 제가 이 작품의 대표배우가 된다는 느낌이 들어 꾸준히 좋아해주시는 관객들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 중인 ‘브로드웨이 42번가’는 1930년대 대공황을 배경으로 무명 배우 페기 소여(오소연 유낙원)가 유명 연출가 줄리안 마쉬(이종혁 송일국)를 만나 스타로 성장하는 ‘아메리칸 드림’을 담고 있다. 탭댄스와 스윙음악, 화려한 앙상블 군무 등을 내세운 쇼 뮤지컬로 1996년 한국 초연 이후 꾸준히 사랑받아왔다.“오랫동안 줄리안 마쉬를 연기하다보니 처음엔 보이지 않았던 작품의 드라마를 새삼 깨달아요. 경제 공황 당시 브로드웨이의 어두운 모습을 보여주는 블랙코미디적 요소가 있어요. 언젠가 기회가 되면 새로운 해석을 담은 공연을 연출해보고 싶습니다.” 이종혁이 연기하는 마쉬는 브로드웨이 최고 연출가로, 밝고 희망적인 여배우 페기 소여와 달리 브로드웨이의 그늘진 면도 보여주는 인물이다. 공연에 돈을 대는 투자자 취향에 작품의 내용과 캐스팅에 간섭 받고, 마피아와 연계되는 모습도 그려진다. “최대한 브로드웨이의 이면을 보여주는 쪽으로 연기하려고 합니다. 마냥 순진하고 철이 없는 소여의 열정도 현실을 아는 마쉬에겐 피곤하게 느껴질 수 있죠. 마지막 장면에서도 공연은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자식 같은 공연을 자기 손에서 떠나보내는 씁쓸함을 담고 싶습니다.” 서울예대 연극과 출신인 그는 대학 동기였던 왕용범 연출가와 함께 올린 연극 ‘서푼짜리 오페라’로 1997년 데뷔했다. 이후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 KBS드라마 ‘추노’ ‘신사의 품격’ 등으로 인기를 얻었다.“연극 무대가 연기자로서 제 뿌리라고 생각해요. ‘관객에게서 에너지를 얻는다’는 말이 뻔하지지만 진짜예요. 커튼콜 때 박수치는 모습에 ‘오늘 하루 잘 살았네’하며 에너지를 받습니다.” 내년 1월 15일까지, 7만~14만 원.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어느 노(老)화가는 스스로를 ‘칠집 김씨’라 부른다. 화실 인근 식당에 여러 해 출입하다 붙은 별명이다. 공사판 인부들이 이용하는 식당엔 별의별 직종의 일용직 노동자들이 다 모인다고 한다. 손님들은 식사를 한 후 월말에 값을 치르기 위해 작은 공책에 각자 이름을 적고 옆에 정(正)을 긋는다. ‘미장 이씨’ ‘목수 오씨’ 같은 식으로. “하루 종일 칠하고 또 칠하는 사람, 얼마나 아름다운가. 앞으로 보다 철저한 칠집 김씨가 되는 것이 내 꿈이다.” ‘바보예수’ ‘풍죽’으로 유명한 화가 김병종(69)은 스스로를 “글과 그림, 양 날개를 차고 오른 비익조(比翼鳥)”라 말한다.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독자적 화풍을 지닌 미술가로 불리는 그는 1980년 동아일보, 중앙일보 신춘문예에서 미술평론, 희곡 부문으로 등단한 문학가이기도 하다. 40년 넘게 두 분야에 매진하며 살아온 예술가가 자기 인생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그림과 글을 한데 선보인다. 짧은 분량의 글이 여러 편 수록돼 있다. 일흔을 앞둔 그가 일평생 만나고 경험하고 사랑했던 사람들에 대한 글이다. 쌍둥이 손자부터 그보다 더 사랑한다는 아들, 옆집 누나, 택시기사, 그리고 어머니까지…. 그는 서문에 “오랜 세월 풍경에 취해 떠돌았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풍경 뒤에, 혹은 옆에 서 있는 사람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적었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봉준호 감독의 신작 영화 ‘미키17’(사진)이 2024년 3월 29일 개봉한다. ‘미키17’의 투자·배급을 맡은 워너브러더스는 6일(한국 시간) 공식 트위터를 통해 “아카데미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이 연출하고, 배우 로버트 패틴슨이 주연을 맡은 ‘미키17’이 영화관 전용으로 개봉한다”고 밝혔다. 30초 분량의 첫 예고편도 공개했다. 영상은 푸른빛이 도는 원통 기계에 누워 있는 패틴슨이 눈을 감고 있다가 정면을 응시하는 모습이 담겼다. 패틴슨은 영화 ‘더 배트맨’ ‘트와일라잇’으로 유명한 영국 배우다. ‘미키17’은 올해 2월 출판된 이탈리아 출신 소설가 에드워드 애슈턴의 소설 ‘미키7’을 원작으로 한다. ‘미키7’ 출간 전 원고를 본 봉 감독이 흥미를 느껴 영화화를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는 ‘니플하임’이라 불리는 얼음행성을 식민지로 만드는 임무에 투입된 조사단의 이야기를 담았다. 미키는 위험한 임무가 있을 때마다 나서는 인조인간으로, 그가 죽으면 전임자의 기억을 갖고 복제된 미키가 다시 임무에 투입된다. ‘미키17’은 ‘17번째 미키’란 의미로 인조인간 미키가 16번 죽었다는 것을 뜻한다. 연출, 각본, 제작을 총괄한 봉 감독은 원작을 대폭 각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키17’에는 패틴슨을 비롯해 영화 ‘미나리’, ‘옥자’에 출연한 스티븐 연, ‘유전’ ‘나이브스 아웃’의 토니 콜레트, ‘헐크’ ‘비긴 어게인’의 마크 러펄로가 출연한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올해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박찬욱 감독(59)의 영화 ‘헤어질 결심’(사진)이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선정한 올해의 10대 영화에 포함됐다. NYT 수석 영화평론가 마놀라 다기스는 6일(현지 시간) ‘올해의 인상 깊은 영화 10편’을 소개하며 ‘헤어질 결심’을 꼽았다. 그는 “이 미로 같은 영화의 ‘아찔한 즐거움’ 중 하나는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 ‘현기증’(1958년)에서 미스터리 여성에 대한 남성 탐정의 집착이 연상된다는 점”이라며 “남녀 주인공의 사랑과 배신이라는 골격뿐 아니라 박 감독 특유의 꼬인 리듬으로 비틀린 전개를 보여줬다”고 평했다. 이번 선정이 ‘헤어질 결심’의 아카데미상 입성에 청신호가 될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2020년 한국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도 앞서 2019년 NYT ‘올해의 10대 영화’에 뽑혔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1899년 프랑스 파리의 가장 화려한 클럽 물랭루즈(물랑루즈)가 한국에 상륙한다. 2019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돼 토니상을 휩쓴 뮤지컬 ‘물랑루즈!’가 영국 호주 독일에 이어 아시아 최초로 20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개막한다. 배즈 루어먼의 영화 ‘물랑루즈’(2001년)를 뮤지컬로 만든다고 했을 때 배우 니콜 키드먼이 연기한 사틴 역을 누가 차지할지 관심이 쏠렸다. 지난해 11월부터 1년가량 이어진 오디션에서 사틴으로 낙점된 배우는 아이비(40)와 김지우(39). 둘이 같은 배역을 맡은 건 2018년 뮤지컬 ‘시카고’의 록시 역에 이어 두 번째다.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5일 만난 둘은 “오디션에 한국 뮤지컬 여배우들이 모두 지원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안 될 것 같았지만 일단 해보자는 심정으로 도전했다”고 입을 모았다. 김지우는 합격 소식을 듣고 펑펑 울었다. “오디션 공지가 뜨자마자 서류를 내 지원자 중 1번이었어요. 그만큼 간절히 원한 배역이라 꿈만 같아요.”(김지우) “스무 살 때 영화관에서 본 ‘물랑루즈’의 색채와 충격을 잊지 못해요. 유머러스하면서도 섹시한 연출법에 매료됐죠.”(아이비) ‘물랑루즈!’는 클럽 최고 스타 사틴과 미국에서 온 젊은 작곡가 크리스티안(홍광호 이충주)의 사랑을 그렸다. 뮤지컬과 영화의 차이는 사틴의 캐릭터. 영화 속 사틴은 스타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뮤지컬에선 재정 위기에 처한 물랑루즈를 살리기 위해 책임을 다하는 인물로 그렸다. 또 사틴과 크리스티안, 몬로스 공작(손준호 이창용)의 삼각관계가 영화보다 더 팽팽하다. “뮤지컬 속 사틴은 강인하고 카리스마가 돋보여요. 산전수전 다 겪고 정상에 선 다음 내리막만 남은 스타라 마냥 순수하긴 힘들죠.”(김지우) “영화와 달리 뮤지컬에선 몬로스 공작도 충분히 섹시하고 매력적입니다.”(아이비) 제작비만 395억 원에 달하는 ‘물랑루즈!’는 볼거리의 향연이다. 지난해 토니상에서 뮤지컬 부문 작품상 연출상을 비롯해 의상·무대·조명디자인상 등 10관왕을 차지했다. “브로드웨이에서 1막 오프닝을 보는 순간 ‘와, 이게 자본주의 뮤지컬이구나. 돈 냄새 물씬 난다!’ 싶었어요. 여러 대작을 경험했지만 이 뮤지컬은 화려함의 수준이 달라요. 의상과 조명에 눈이 부실 정도예요.”(아이비) ‘빛나는 다이아몬드’로 불리는 사틴은 160분 공연 중 갈아입는 옷이 16벌이다. 스와로브스키 보석이 촘촘히 박힌 드레스 한 벌은 수천만 원에 달한다. 지난해 9월 둘은 의상 제작을 위해 호주 애들레이드를 방문했다. “신기한 건 코르셋이에요. 노출 많은 의상을 입고 춤추는데 속이 하나도 보이지 않아요. 관객들이 노출에 시선을 뺏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래요. 이 정도 디테일은 처음입니다.”(김지우) ‘물랑루즈!’엔 ‘캉캉’으로 유명한 독일 작곡가 자크 오펜바흐부터 미국 팝스타 레이디 가가의 음악까지 160년의 시간을 아우르는 70여 곡이 담겼다. 아델, 리애나, 비욘세, 마돈나 등이 부른 명곡을 매시업(여러 곡을 조합해 한 곡을 만드는 기법)하는 방식이다. 1막 마지막 곡 ‘Elephant Love Medley’에만 비틀스의 ‘All You Need Is Love’ 등 21곡이 담겼다. 기존 노래들을 엮어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우리 가요로 치면 이문세의 ‘붉은 노을’을 부르다가 빅뱅의 ‘거짓말’을 이어 부르는 건데 놀랍게도 진짜 잘 어울려요. 이 많은 노래를 어떻게 찾은 걸까 감탄만 나옵니다.”(김지우) “노래방에서 부르던 명곡을 무대에서 부르는 게 아직도 신기해요. 빨리 관객들과 즐거움을 나누고 싶습니다.”(아이비) 20일∼내년 3월 5일, 9만∼18만 원.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1899년 프랑스 파리의 가장 화려한 나이트클럽 ‘물랑루즈’가 한국에 상륙한다. 2019년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돼 토니상을 휩쓴 뮤지컬 ‘물랑루즈!’가 영국 호주 독일에 이어 아시아 최초로 20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개막한다. 배즈 루어만의 영화 ‘물랑루즈’(2001년)가 뮤지컬로 만들어진다고 했을 때 배우 니콜 키드먼이 연기한 배역 사틴을 누가 차지할지 관심이 쏠렸다. 오디션만 지난해 11월부터 1년남짓 이어졌다. 사틴 역에 뽑힌 배우는 아이비(40)와 김지우(39). 두 배우가 같은 배역을 나눠 맡기는 2018년 뮤지컬 ‘시카고’의 록시 역에 이어 두 번째다. 5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두 배우는 “대한민국의 모든 뮤지컬 배우들은 다 응시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오디션이 치열했다. 절대 안 될 것 같았지만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해보자는 심정으로 도전했다“고 말했다. ‘물랑루즈!’는 클럽 최고 스타 사틴과 미국에서 온 젊은 작곡가 크리스티안(홍광호 이충주)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뮤지컬과 원작 영화의 차이점이 있다면 사틴의 캐릭터다. 영화에서 사틴은 스타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지만 뮤지컬에선 재정적 위기에 처한 물랑루즈를 살리려 책임을 다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또 사틴과 크리스티안, 몬로스 공작(손준호 이창용)과의 삼각관계가 영화보다 더욱 팽팽하다. “뮤지컬의 사틴은 강인하고 카리스마가 돋보이는 역할이에요. 산전수전 다 겪고 정상을 찍은 다음 내리막만 남은 스타라 마냥 순수할 수 없는 캐릭터죠.”(김지우) “영화에선 사틴이 크리스티안을 선택하는 게 당연하지만 뮤지컬에선 몬로스 공작도 충분히 섹시하고 매력적입니다.”(아이비) 사전 제작비만 395억 원에 달할 정도로 ‘물랑루즈!’의 무대는 볼거리의 향연이다. 지난해 토니상에선 뮤지컬 부문 작품상·연출상뿐 아니라 의상·무대·조명디자인상 등 10관왕을 차지했다. “1막 오프닝을 보는 순간 ‘와, 이것이 자본주의 뮤지컬이구나. 돈 냄새 물씬 난다!’ 싶을 거예요. 여러 대작 뮤지컬을 경험했지만 이 뮤지컬은 화려함의 수준이 달라요. 무대 위의 배우들은 입고 있는 의상과 조명에 눈이 부실 정도예요.”(아이비) ‘빛나는 다이아몬드’란 별명을 가진 사틴은 160분 공연 중에 갈아입는 의상만 16벌이다. 스와로브스키가 촘촘히 박힌 드레스는 한 벌에 수천만 원에 달한다. 지난해 9월 두 배우는 맞춤 의상 제작을 위해 호주 애들레이드를 직접 방문했다. “의상 16벌은 한두 사람이 만들 거라 생각하는데 장면에 등장하는 의상마다 디자이너가 달랐어요. 정말 신기한 건 코르셋이에요. 노출이 많은 의상을 입고 춤을 격하게 추는데도 속이 하나도 보이지 않아요. 관객들이 노출 의상에 시선을 뺏기지 않게 하기 위함이래요. 이 정도의 디테일은 저도 처음 느껴봅니다.”(김지우)‘물랑루즈!’엔 ‘캉캉’으로 유명한 독일 작곡가 자크 오펜바흐부터 미국의 팝스타 레이디 가가까지 160년을 아우르는 음악 70여 곡이 담겨있다. 원작 영화의 대표곡에 더해 아델, 리한나, 비욘세, 마돈나 등의 곡을 매시업(여러 곡을 조합해 한 곡을 만드는 편곡 기법)한 넘버로 채운 것이다. 1막 마지막 곡 ‘엘리펀트 러브 메들리’에만 비틀즈의 ‘All you need is love’ 등 21곡이 담겼다.“우리 가요로 치면 이문세의 붉은노을 부르다가 빅뱅 거짓말로 이어 부르는 건데 놀랍게도 너무 잘 어울려요. 이 많은 노래를 어떻게 찾아서 편곡한 걸까 감탄만 나옵니다.”(김지우) “노래방에서나 부르던 명곡들을 무대에서 부른다는 게 신기해요. 스토리와 조화도 너무 잘 되고요. 리허설 내내 느끼는 감정을 설명할 길이 없네요. 빨리 관객과 이 즐거움을 나누고 싶습니다.”(아이비) 내년 3월 5일까지, 9만~18만 원.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제주도와 동아일보가 공동 주최한 제14회 제주국제사진공모전에서 김은주 씨의 작품 ‘형제섬을 바라보며’가 대상으로 선정됐다. ‘제주도’를 주제로 한 올해 공모전에는 840명이 총 3018점을 출품했다. 외국인은 14명이 52점을 출품했다. 수상자는 대상 1명을 비롯해 금상 1명, 은상 2명, 동상 3명, 입선 10명 등 모두 17명이다. 이들에게는 상장과 상금 총 1060만 원을 수여한다. 대상 수상작 ‘형제섬을 바라보며’는 제주 서귀포시 형제섬을 배경으로 한 작품으로, 이끼가 낀 녹색 돌을 활용해 형제섬의 원근감을 잘 표현했다. 장노출 촬영으로 파도의 움직임을 부드럽게 표현해 “풍경을 사실적으로 담기보다는 소재에 대한 촬영자의 감성이 잘 나타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공모전 심사는 3차에 걸쳐 진행했다. 심사는 임양환 상명대 사진영상학과 명예교수, 양숙연 제주한라대 방송영상학과 교수, 이탈리아 출신 자코모 오테리 국민대·서울대·한양대 사진학 강사가 맡았다. 임 심사위원은 “올해 공모전 출품작들은 아름다운 제주의 풍광을 박진감 넘치는 구성과 장노출, 드론, 수중사진 등 다양한 기술로 담아낸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수상작은 공모전 홈페이지(www.jejucontest.com)에 전시될 예정이다. 제주국제사진공모전은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독특한 문화를 지닌 제주도의 진면목을 국내외에 알리자는 취지에서 열리고 있다.○ 입선남상우 고승찬 송정원 김종규 이동욱 김다령 신승희 브라이언 리(미국) 이나 장(중국) 백성훈 ○ 심사위원임양환 상명대 사진영상학과 명예교수 양숙연 제주한라대 방송영상학과 교수자코모 오테리 국민대·서울대·한양대 사진학 강사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연극이 시작되면 텅 빈 무대엔 한 소년이 의자에 앉아 손뼉을 치고 발을 구르며 리듬을 타기 시작한다. 점점 빨라지는 템포에 소년의 움직임 또한 민첩해진다. 오직 손과 발만을 동원한 한바탕 연주가 끝나고 나면 소년은 말한다. “드럼이 진짜 엄청난 건요, 악기가 없어도 연주를 할 수 있다는 거예요.” 서울 종로구 대학로 티오엠에서 공연 중인 연극 ‘온 더 비트’는 리듬만으로 세상을 읽는 소년 아드리앙(강기둥 윤나무)의 시선에서 전개되는 1인극이다. 아드리앙은 오직 리듬을 통해 세상에서 벌어지는 무수한 일을 감각한다. 농구공이 튀는 박자로 옆집 친구가 집에 왔다는 사실을 알고 도마의 칼질을 통해 엄마가 부엌에 있다는 걸 안다. 텅 빈 무대에 홀로 놓인 드럼처럼 아드리앙의 세계엔 리듬만이 존재한다. 아드리앙은 단순하지만 집요하고 깊이 파고들지만 편협해지기 쉬운 인간을 상징한다. 아드리앙에게 어느 날 자신만의 드럼이 생긴다. 자신과 리듬만 존재했던 세상에 ‘외부인’이 등장한 것이다. 군데군데 터진 드럼은 이음매가 부식된 허접한 악기였지만 아드리앙은 이 중고 드럼에 점점 몰입하기 시작한다. 문제는 드럼과 함께 아드리앙의 세계에 들어온 ‘진짜 세상’이었다. 드럼과 관련된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예기치 못한 사건사고가 벌어지면서 아드리앙은 극심한 혼란에 빠진다. 무대에는 아드리앙을 연기하는 배우 1명과 드럼 세트만 있다. 배우는 아드리앙에게 벌어지는 일을 아드리앙의 입장에서 들려준다. 아드리앙의 말과 행동, 생각을 따라가다 보면 그에게 연민을 갖고 공감하다가 이윽고 섬뜩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2003년 초연한 원작은 2016년 프랑스 몰리에르 1인극상 후보, 지난해 오프 아비뇽 페스티벌 최고의 1인극상을 수상했다. 내년 1월 1일까지, 전석 5만5000원.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연극이 시작되면 텅 빈 무대엔 한 소년이 의자에 앉아 손뼉을 치고 발을 굴리며 리듬을 타기 시작한다. 점점 빨라지는 템포에 소년의 움직임 또한 민첩해진다. 오직 손과 발만을 동원한 한바탕 연주가 끝나고 나면 소년은 말한다. “드럼이 진짜 엄청난 건요, 악기가 없어도 연주를 할 수 있다는 거예요.” 지난달 21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티오엠에서 개막한 연극 ‘온 더 비트’는 리듬만으로 세상을 읽는 소년 아드리앙(강기둥 윤나무)의 시선에서 전개되는 1인극이다. 아드리앙은 오직 리듬을 통해 세상에서 벌어지는 무수한 일을 감각한다. 농구공이 튀는 박자로 옆집 친구가 집에 왔다는 사실을 알고 도마의 칼질을 통해 엄마가 부엌에 있다는 사실을 안다. 텅 빈 무대에 홀로 놓인 드럼처럼 아드리앙의 세계엔 리듬만이 존재한다. 아드리앙은 단순하지만 집요하고 깊이 파고들지만 편협해지기 쉬운 인간을 상징한다. 아드리앙에게 어느 날 자신만의 드럼이 생긴다. 자신과 리듬만 존재했던 세상에 ‘외부인’이 등장한 것이다. 군데군데 터진 드럼은 이음새가 부식된 허접한 악기였지만 아드리앙은 이 중고 드럼에 점점 몰입하기 시작한다. 문제는 드럼과 함께 아드리앙의 세계에 들어온 ‘진짜 세상’이었다. 드럼과 관련된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예기치 못한 사건사고가 벌어지면서 아드리앙은 극심한 혼란에 빠진다. 무대에는 아드리앙을 연기하는 배우 1명과 드럼 세트만 존재한다. 배우는 아드리앙에게 벌어지는 일을 아드리앙의 입장에서 들려준다. 아드리앙의 말과 행동, 생각을 따라가다보면 그에게 연민하고 공감하다 이윽고 섬뜩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작품 중간 중간 이어지는 배우의 드럼 연주 실력도 수준급이다. 2003년 초연한 원작은 2016년 프랑스 몰리에르 1인극상 후보, 지난해 오프 아비뇽 페스티벌 최고의 1인극상을 수상했다. 내년 1월 1일까지, 전석 5만5000원.이지훈기자 easyhoon@donga.com}
연말만 되면 빠지지 않고 대극장에 오르는 대표 무용극이 있다. ‘백조의 호수’ ‘잠자는 숲속의 미녀’와 함께 고전 발레 3대 걸작으로 꼽히는 ‘호두까기인형’이다. 러시아 클래식 음악의 거장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1840∼1893)의 음악으로도 유명한 발레 ‘호두까기인형’은 1892년 러시아 마린스키극장에서 초연됐다. 올해로 130주년을 맞은 ‘호두까기인형’은 연말마다 전 세계에서 공연되는 대표적인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연말 대표작답게 예매 열기도 뜨겁다. 국내 양대 발레단인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UBC)의 ‘호두까기인형’은 4일 기준 인터파크 티켓 무용 분야 예매 순위 1, 2위(월간 기준)를 각각 차지했다. 국립발레단은 17∼2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UBC는 22∼31일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호두까기인형’을 공연한다. 두 발레단의 ‘호두까기인형’ 모두 독일 작가 에른스트 호프만(1776∼1822)의 동화 ‘호두까기 인형과 생쥐 왕’이 원작이다. 성탄절 전날 밤 소녀는 대부이자 마술사 드로셀마이어에게 호두까기인형을 선물 받는다. 인형을 품에 안은 소녀는 잠들고 무대는 소녀의 꿈으로 바뀐다. 대부의 마술로 소녀는 아름다운 여성으로, 호두까기인형은 호두왕자로 변신해 펼쳐지는 동화다. 두 발레단의 ‘호두까기인형’은 제목과 음악, 원작 줄거리는 같지만 무용극의 가장 큰 틀을 잡는 안무가가 다르다. 국립발레단은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 버전으로 러시아의 전설적 안무가 유리 그리고로비치(95)의 작품이다. UBC는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이 1934년 초연한 버전으로 차이콥스키 음악의 선율을 가장 잘 살려낸 안무가로 평가받는 러시아의 바실리 바이노넨(1901∼1964)이 만들었다. 각각 다른 안무가가 설계한 만큼 작품의 구성과 안무에 차이가 난다. 국립발레단의 안무는 마임을 최소화한 안무와 역동적이고 화려한 동작이 특징이다. 1막은 아역이, 2막은 성인 발레리나가 주인공을 맡는 UBC는 이해하기 쉬운 마임과 마술 장면이 적절히 섞여 있어 환상동화 같은 느낌을 준다. 발레 입문작으로도 좋다. 특히 2막에서 펼쳐지는 세계 5개국 인형들의 디베르티스망(줄거리와 상관없이 펼치는 춤)에서 각 버전의 차이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국립발레단은 마임을 최소화하고 남녀 무용수 2인이 파드되를 추는 형식인 데 비해 UBC는 과자를 의인화한 각국의 민속춤을 4인 이상의 무용수가 함께 춘다. 극을 끌어가는 인물도 다르다. 주인공인 소녀 이름이 국립발레단에선 마리, UBC는 클라라다. 소녀가 선물 받는 호두까기인형도 UBC에선 진짜 목각 호두까기인형을 사용하는 반면 국립발레단은 부설 발레아카데미 출신의 7∼9세 무용수가 호두까기인형을 연기한다. 목각인형을 흉내 내는 어린 무용수의 춤을 보는 것도 하나의 볼거리다. 국립발레단 버전에서는 마리에게 호두까기인형을 선물하는 대부 드로셀마이어를 화자로 설정해 환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극에 개연성을 부여한다. 어른뿐 아니라 아이도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한 설정이다. 왕자로 변한 호두까기인형과 함께 동화 같은 여행을 하다가 꿈에서 깨어나는 마지막 장면. 국립발레단 버전에선 피날레로 꼽히는 남녀 주인공의 파드되 이후 소녀 마리 역의 어린 무용수가 무대에 등장하며 끝이 난다. UBC는 남녀 주인공의 파드되와 눈꽃 요정들의 춤이 끝난 후 잠에서 깨어나는 클라라의 침실에서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국립발레단 5000∼10만 원, UBC 2만∼12만 원.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연말만 되면 빠지지 않고 대극장에 오르는 대표 무용극이 있다. ‘백조의 호수’ ‘잠자는 숲속의 미녀’와 함께 고전 발레 3대 걸작으로 꼽히는 ‘호두까기인형’이다. 러시아 클래식 음악의 거장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1840~1893)의 음악으로도 유명한 작품이다. 발레 ‘호두까기인형’은 1892년 러시아 마린스키극장에서 초연된 후 올해 130주년을 맞았다. 연말 시즌 대표작답게 예매 열기도 뜨겁다. 국내 양대 발레단인 유니버설발레단(UBC)과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인형’은 4일 인터파크 무용 예매 순위 1, 2위를 차지했다. 국립발레단은 17~2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UBC는 22~31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호두까기인형’을 무대에 올린다.두 발레단의 ‘호두까기인형’ 모두 독일 작가 에른스트 호프만(1776~1822)의 동화 ‘호두까기인형과 생쥐왕’을 원작으로 한다. 성탄절 전날 밤 주인공 소녀는 대부이자 마술사 드로셀마이어에게 호두까기인형을 선물 받는다. 인형을 품에 안은 소녀는 잠에 들고 무대는 소녀의 꿈으로 바뀐다. 대부의 마술로 소녀는 아름다운 여성으로, 호두까기인형은 호두왕자로 변신해 펼쳐지는 환상 동화다. 두 발레단의 ‘호두까기인형’은 제목과 음악, 원작 줄거리는 같지만 안무는 다르다. 국립발레단은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 버전으로 러시아의 전설적 안무가 유리 그로고로비치(95)의 작품이다. UBC는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이 1934년 초연한 버전으로 차이콥스키 음악의 선율을 가장 잘 살려낸 안무가로 알려진 러시아의 바실리 바이노넨(1901~1964)이 만들었다.각각 다른 안무가가 설계한 만큼 작품의 구성과 안무는 차이를 보인다. 국립발레단의 안무는 역동적이고 화려한 테크닉이 특징이다. 1막은 아역이, 2막은 성인 발레리나가 주인공을 맡는 UBC는 이해하기 쉬운 마임과 마술이 적절하게 섞여 있어 환상동화 같은 느낌을 주고 발레 입문작으로 좋다. 특히 2막에서 펼쳐지는 세계 5개국 인형들의 디베르티스망(줄거리와 상관없이 펼치는 춤)에서 각 버전의 차이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국립발레단은 마임을 최소화한 테크닉 위주로 남녀무용수 2인이 파드되를 추는 형식이라면 UBC는 과자를 의인화한 각국의 민속춤을 4인 이상의 무용수가 함께 춘다.극을 끌어가는 인물도 다르다. 여주인공 이름이 국립발레단에선 마리, UBC는 클라라다. 또 주인공 소녀가 선물 받는 호두까기인형을 UBC에선 진짜 목각 호두까기인형을 사용하는 반면 국립발레단은 부설 발레아카데미 출신의 7~9세 어린 무용수가 직접 호두까기인형을 연기한다. 목각인형을 흉내 내는 어린 무용수의 춤을 보는 것도 하나의 볼거리다. 또 국립발레단 버전에선 여주인공에게 호두까기인형을 선물하는 대부 드로셀마이어를 화자로 설정해 환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극에 개연성을 부여한다.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내용을 따라오게 하기 위한 설정이다.왕자로 변한 호두까기인형과 함께 동화 같은 여행을 하다가 꿈에서 깨어나는 엔딩 장면. 국립발레단 버전에선 이 작품의 피날레로도 꼽히는 남녀 주인공의 그랑 파드되에 이어 소녀 마리 역을 맡은 어린 무용수가 무대로 등장하며 끝이 난다. UBC는 남녀 주인공의 파드되와 눈꽃 요정들의 춤의 향연이 끝난 후 잠에서 깨어나는 클라라의 침실에서 이야기가 끝맺는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우크라이나 북부 히르키우주(州)에 사는 안드레이 클류치코(32)는 전쟁이 발발한 직후인 3월 초부터 방탄조끼와 헬멧 차림으로 거리로 나섰다. 폭격은 도시 외곽부터 시내 중심까지 이어졌다. 전기는 끊겼고 물은 나오지 않았다. 하루가 다르게 도시 인프라는 무너졌다. 하지만 그는 지하벙커에 머물지 않고 밖으로 나왔다. 노인, 장애인 등 거동이 불편한 이들에게 식료품을 전달하기 시작했다. 많을 때는 하루에 80∼100건 배달했다. 한 친구는 음식 배달 후 돌아오는 길에 폭탄 파편을 머리에 맞아 사망했다. 그는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모두가 서로를 돕는 것을 보았다. 위험하다고 해서 멈추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올 초 러시아가 일으킨 전쟁은 현재진행형이다. 우크라이나는 혹한의 계절로 접어들었다. 여전히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지만 국제사회의 관심사는 에너지 위기와 인플레이션으로 옮겨갔다. 주 관심사는 더 이상 전쟁의 참상에 있지 않다. 하지만 이 책은 우크라이나 안팎에서 전쟁의 무게를 몸과 마음으로 받아내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잔혹한 전쟁의 단면을 낱낱이 보여준다. 우크라이나엔 여전히 국제기구의 구호가 닿지 않는 곳이 많다. 전쟁이 소강과 격화를 반복하며 이들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과 관심도 줄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의 많은 영웅들은 목숨을 걸고 서로가 서로를 돕고 살리고 있다. 인터뷰를 엮은 이는 “모두가 지쳐도 지칠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전쟁을 잊은 한국에 작은 경종을 울리길 희망한다”고 적었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