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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벤처 투자 비중이 미국과 중국의 절반 미만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8일 한국경제연구원의 ‘벤처캐피탈 국내외 비교 및 평가와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GDP 대비 벤처 투자 비중은 0.13%였다. 벤처 강국인 미국(0.37%)의 3분의 1 수준이고 중국(0.28%)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한국의 GDP 대비 벤처 투자 비중은 2014년 0.11%, 2015년 0.13%에 이어 큰 변화가 없었다. 중국은 이 비중이 2014년 0.11%, 2015년 0.24%에서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태규 한경연 연구위원은 “중국과의 격차를 줄이지 못하면 제4차 산업혁명 시대 주도권 경쟁에서도 뒤처질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한경연은 중국과의 격차를 줄이려면 단기적으로는 GDP 대비 벤처 투자 비중을 0.2%까지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서는 지난해 2조1503억 원이었던 연간 벤처 투자 규모를 3조2000억 원대로 확대해야 할 것으로 추산했다. 벤처 투자 시장이 성장하려면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의 활성화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내에서는 대기업 계열 벤처캐피털이 투자한 벤처기업이 대기업 계열사로 편입되면 공정거래법상 후속 투자가 불가능하다. 이 연구위원은 “CVC는 주로 대기업에 의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대기업집단규제 등이 투자 저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CVC의 경우 규제 대상에서 예외로 둘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SK㈜가 SK증권 지분 전량(10%)에 대해 공개 매각을 추진한다. SK㈜는 보유 중인 SK증권 지분 매각 추진을 위해 매각 주간사회사를 삼정KPMG로 선정했다고 8일 공시했다. 그동안 내부적으로 검토하던 SK증권 지분 매각 작업을 본격적으로 실행하기 위한 절차에 돌입한 것이다. 매각 가격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SK증권 지분 10%의 시장 가격은 이날 종가(1660원) 기준으로 약 531억 원이다. 이번 매각 추진은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행위 제한 규정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다. 현행 공정거래법에서는 금융 지주회사가 아닌 일반 지주회사가 금융회사를 지배하거나 지분을 소유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기업이 일반 지주회사로 전환할 경우에는 2년간의 유예기간을 준다. SK㈜는 SK증권 지분 10%를 보유한 SK C&C와 2015년 8월 3일 합병했다. 이에 따라 SK㈜는 올해 8월 2일까지 SK증권 지분 전량을 처분해야 한다. SK㈜는 그동안 SK증권 매각을 두고 다양한 방안을 심도 있게 고민해 왔다. 법을 어기지 않으려면 매각이 불가피하긴 하지만 SK증권의 고용 안정성과 증권사로서의 성장성 등을 감안할 때 최적의 방안이 무엇인지 고민해온 것이다. 일부에서는 SK그룹 내 다른 계열사로 SK증권 지분을 넘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SK㈜는 경쟁 입찰을 통해 매각 과정에서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로 했다. 인수자를 결정할 때도 SK증권 구성원의 고용 안정과 향후 SK증권의 성장 및 발전을 추진할 수 있는지를 최대한 고려할 예정이다. SK㈜ 관계자는 “공정거래법을 충실히 이행하는 동시에 지분 매각 이후에도 SK증권이 초우량 증권사로 성장하기 위한 방안을 고심한 끝에 공개경쟁 입찰이라는 투명한 방법을 택했다”고 말했다. SK㈜는 조만간 매각 주간사회사를 통해 잠재 인수 후보들에게 투자설명서(IM)를 배포할 방침이다.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후보들 중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게 된다. 우선협상대상자와 주식 매매 계약을 체결하고 금융위원회의 대주주 변경 승인이 완료되면 이번 지분 매각 절차가 마무리된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첫 미국 순방길에 경제인들이 동행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경제사절단 구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역대 대통령의 방미 경제 사절단에는 주요 그룹 총수들이 대거 참석해왔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3년 5월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 31명이 동행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2008∼2011년 세 차례 방미 일정에 20명 안팎의 경제 사절단이 동행했다. 박근혜 정부에선 2013년 5월 첫 방문 때는 51명이었지만 2015년 10월에는 3배가 넘는 166명이 미국으로 향했다. 이번 순방에서는 총수들의 참석 규모가 예전보다 작을 것으로 보인다. 재계 맏형인 삼성에서는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모두 부재하고 해외순방에 주로 동행한 대외협력 담당 사장 자리는 ‘최순실 게이트’ 이후 공석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신규 가전공장 부지를 발표할 가능성이 높아 권오현 부회장이나 윤부근 소비자가전(CE)부문 사장의 동행 가능성이 있다. 그룹 총수 중에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동행 가능성이 점쳐진다. 신 회장은 검찰 수사 종료 후 출국금지 조치가 해제되자 4월 말 첫 해외출장을 떠난 곳이 미국이었다. 롯데그룹 주력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은 미국 액시올사와 에탄크래커 및 에틸렌글리콜 합작사업을 하고 있다. 김승연 회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측근인 에드윈 퓰너 미국 헤리티지재단 회장과 30년 이상 교류해왔다. 올해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을 받고도 건강상 문제로 불참했지만 최근엔 출장을 가기에 무리가 없는 건강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정몽구 회장, 정의선 부회장 모두 사절단 참여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공식 요청이 오면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단체들도 수출 기업을 중심으로 사절단에 포함될 기업들의 수요 조사에 들어갔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LG화학이 미국의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으로부터 1260만 달러(약 141억 원) 규모의 소아마비 백신 개발 자금을 지원받는다. LG화학은 이 자금을 불활화(不活化·원래 있는 기능을 없애는 작용) 소아마비 백신의 해외 임상시험과 충북 오송의 백신전용 생산설비 확장에 사용할 예정이라고 7일 밝혔다. 불활화 백신은 세균과 바이러스 등의 생리활동을 열이나 화학약품으로 정지시켜 항원으로 사용하는 의약품이다. 주사약 형태인 불활화 소아마비 백신은 고난도 생산기술이 필요한 데다 생산시설도 까다로운 국제규격을 만족시켜야 한다. 현재 이 백신을 공급할 수 있는 곳은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프랑스 사노피 파스퇴르 등 전 세계에 4, 5곳뿐이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충분치 않아 많은 국가가 백신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저개발국가를 중심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경구용 소아마비 백신은 병원성을 약화시킨 세균이나 바이러스 변이균주를 살아있는 상태로 사용한다. 하지만 백신에서 유래한 돌연변이 바이러스가 오히려 소아마비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경구용 소아마비 백신 사용이 중단될 수 있도록 위험성이 없는 불활화 백신 사용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LG화학은 2014년부터 불활화 소아마비 백신을 개발해왔다. 현재 임상 2상을 준비 중이다. 2020년 WHO의 사전적격성평가 인증을 받으면 오송 공장에서 백신을 생산해 글로벌 시장에 공급할 계획이다. 손지웅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장은 “빌게이츠재단의 지원에 힘입어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을 조속히 상용화해 전 세계 소아마비 바이러스 퇴치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은 1996년 국내 최초로 유전자 재조합 B형간염 백신(유박스)을 개발했다. 이 백신은 WHO 승인을 받아 백신 수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후 지속적인 연구개발(R&D) 투자로 뇌수막염 백신(유히브)의 국산화에 성공했다. 빌게이츠재단은 LG화학의 백신 R&D 역량과 우수한 품질, 생산능력 등을 인정해 지원하기로 확정했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고도성장기인 1970년대 이후로 유례없는 구인난에 시달리는 일본 기업들이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주4일 근무제 도입’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인구가 줄어드는 와중에 아베노믹스로 일자리가 넘치자 생긴 현상이다. 일본 택배업체 사가와규빈은 3월 말부터 ‘주3일 휴식으로 사생활도 충실’이라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도쿄(東京)와 야마나시(山梨)현에서 주4일 근무 택배기사 모집을 시작했다고 6일 밝혔다. 하루 근무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변형근로시간제’를 활용해 하루 근무시간을 8시간에서 10시간으로 늘리는 대신 근무일을 하루 줄이는 방식이다. 야근수당을 제외한 기본급여는 18만(약 182만 원)∼26만 엔(약 263만 원)으로 동일하다. 휴일에는 다른 회사에서 일하는 것도 허용할 방침이다. 회사 측은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 △육아나 가족 간병 등을 해야 하는 사람 △부업을 원하는 사람 등의 지원이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회사의 택배기사는 계약직을 포함해 3만 명에 이른다. 회사 측은 주4일 근무제의 효과가 나타날 경우 다른 지역과 기존 운전사들에게 확대할 방침이다. 일본 최대 택배업체인 야마토운수도 노사 간 협의를 거쳐 주4일 근무제 도입을 결정하기로 했다. 최근 일본에선 인터넷 쇼핑 활성화 등으로 택배 물량이 급속하게 늘고 있다. 2015년 택배회사의 취급 물량은 37억5000만 건에 이른다. 이 때문에 택배기사의 근무여건이 급속히 악화됐다. 과로로 자살하는 사람이 나오고 입사 기피 움직임까지 일자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사 측이 근무여건 개선에 나섰다. 유연한 근무제도는 다른 업종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정보기술(IT) 기업인 야후저팬은 육아나 가족 간병 등의 사유가 있을 경우 4월부터 주4일만 일해도 된다. 글로벌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패스트리테일링은 지방 매장 정직원 1만 명을 대상으로 2년 전부터 주4일제를 시행 중이다. 재택근무도 후지쓰에서 4월부터 3만5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고 도요타, 닛산, 미쓰비시도쿄UFJ은행 등에서 시행 중이다. 기업들의 이런 움직임은 극심한 구인난 때문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4월 유효구인배율(구인자 수를 구직자 수로 나눈 비율)은 1.48배로 1990년대 버블기를 넘어 43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구직자 1명당 1.48개의 일자리가 있다는 뜻이다. 도쿄는 2.07배로 구직자 1명당 일자리가 2개 이상이다. 특히 서비스업종과 중소기업의 구인난은 심각한 상황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기업들은 시급을 올리거나 근무여건을 개선하면서 인재 쟁탈전에 나서고 있다. 종업원을 구하기 위해 일본 맥도널드는 3월부터 사상 처음으로 채용을 위한 TV광고를 시작했고 패밀리레스토랑과 쇼핑몰은 영업시간을 단축하고 있다. 택배회사들은 일손 부족을 이유로 당일 배송을 줄이는 중이다. 그러나 국내 기업에서는 장시간 근로 관행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3월 발표한 ‘한국 기업의 조직건강도와 기업문화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직장인들은 일주일에 평균 2.3일을 야근하고 있다. 주 3일 이상 야근한다는 응답도 43.1%나 된다. 야근이 없다는 직장인은 12.2%에 불과했다. 주 3, 4일 근무도 아직은 먼 얘기다. 고용노동부의 ‘근로시간 운용 실태조사’(2016년)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평균 근로일수는 주 5.3일이었고 주당 근로일수가 6∼7일이라는 곳도 18.9%로 적지 않았다. 또 평일과 휴일에 연장근로를 실시하고 있는 곳은 각각 43.5%, 32.9%에 이른다. 극심한 일자리 부족과 구조조정 바람 속에 많은 직장인이 조직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고용 경직성 때문에 기업들이 위기에 대비해 평소 인력을 빡빡하게 운영하는 점도 직장인들의 업무 부하를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이샘물 기자}
김윤 삼양그룹 회장(전경련 부회장)이 한국 경제계를 대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제산업자문위원회(BIAC) 총회에 참석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6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BIAC 총회에 김 회장이 대표로 참석했다고 밝혔다. BIAC는 OECD 회원국의 42개 민간 경제단체로 구성돼 있으며, 김 회장은 BIAC 한국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번 총회의 주제는 ‘개방경제를 위해 경제계가 나아갈 방향’이다. 김 회장은 총회에서 “자유무역으로 인해 일자리가 감소하고 특정 국가의 무역적자가 만성화되었다는 비판에 대해 데이터를 통해 반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SK그룹 최고경영진이 미국 동부와 서부를 돌면서 글로벌 인재 확보에 나섰다. SK는 수펙스추구협의회 김준 에너지·화학위원장(SK이노베이션 사장)과 서진우 인재육성위원장이 공동 주관해 3일(현지 시간) 미국 뉴저지주 저지시티에서 에너지·화학 및 바이오 인재 확보를 위한 ‘2017 SK 글로벌 포럼’을 열었다고 6일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SK이노베이션, SK케미칼, SK바이오팜, SK머티리얼즈 등 계열사 임원들도 동참했다. 김 위원장은 행사에서 “SK이노베이션으로 대표되는 SK그룹의 에너지·화학 사업은 이제 국내 1위를 넘어 글로벌 일류 에너지·화학기업으로의 본격적인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해외 기술 인재들이 반드시 필요하며, 이는 나아가 한국의 미래 경쟁력 확보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SK는 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의 한 호텔에서 글로벌 포럼을 열고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인재 확보에 나선다. 이 행사는 박성욱 수펙스추구협의회 ICT위원장(SK하이닉스 부회장)과 서 위원장이 주관하며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 C&C 임원들도 동참한다. SK는 2012년부터 매년 미국에서 SK 글로벌 포럼을 열며 해외 인재를 발굴하고 있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국내 대기업 ‘수장’들이 조직문화 개선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조대식 SK 사장은 지난해 12월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에 오른 후 그룹 전체를 ‘휴식이 있는 젊은 조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조해 왔다. 최근에는 그룹 총괄 조직인 수펙스추구협의회에 처음으로 2주 집중휴가제를 도입했다. 삼성, LG, 한화, CJ 등 다른 기업 오너나 최고경영자(CEO)들도 조직문화 개선에 많은 힘을 쏟고 있다. ‘삶의 질’에 대한 임직원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야 업무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4일 SK그룹에 따르면 조 의장은 4월 SK수펙스추구협의회 전 임직원이 모인 ‘커뮤니케이션 데이’에서 여름 집중휴가제 사용을 독려했다. 1년에 두 번씩 의장이 임직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자리에서 휴가 문화 개선을 화두로 꺼낸 것이다. 집중휴가제는 국내에서도 정유업계, 정보기술(IT)업계 등이 앞서 도입한 제도다. SK그룹에서도 SK이노베이션이 이미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기업은 여전히 ‘여름휴가는 1주일’이라는 기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조 의장이 수펙스추구협의회에 집중휴가제를 도입한 것은 우수한 계열사 직원들을 이 조직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유인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 의장은 지난달 초 황금연휴가 되기 전 업무보고를 당겨 받아 임직원들이 자유롭게 휴가를 쓰도록 했다. 본인도 휴가를 썼다. SK텔레콤이 최근 초등학교 입학 자녀가 있을 때 90일간 쉴 수 있는 ‘돌봄 휴가제도’를 신설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SK텔레콤은 임신 전 기간 단축근무(6시간) 의무화, 출산 축하금 확대 등도 함께 결정했다. 삼성전자는 3월부터 완제품(세트)부문에 사원, 대리, 과장, 차장, 부장 직급을 ‘경력개발 단계(Career Level)’를 뜻하는 CL1∼4로 단순화했다. 임직원 간 호칭도 “○○○님”으로 통일했다. 지난해 3월 경기 수원사업장에서 열었던 ‘스타트업 삼성 컬처 혁신’ 선포식의 실행 방안들이다. 거대한 항공모함으로 성장한 삼성전자를 빠르고 강한 조직으로 변모시키기 위해 기업문화에 칼을 댄 것이다. 여기에는 ‘스타트업식 기업문화’를 강조해 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의지가 강력하게 반영됐다. LG그룹에서는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이 팔을 걷어붙였다. 조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CEO에 오른 후 월요일을 ‘회의 없는 날’로 정하고 금요일은 자유로운 복장으로 근무하는 ‘캐주얼 데이’로 운영하고 있다. 수평적 조직문화 정착을 위해 7월부터는 부장, 차장, 과장, 대리, 사원으로 나뉘는 5단계 직급 체계를 책임, 선임, 사원의 3단계로 단순화하기로 했다. 재계에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기업문화 개선 전도사’로 불린다. 박 회장은 “반(反)기업 정서의 상당수는 불합리한 기업문화에서 나온다”고 강조해 왔다. 후진적 기업 문화 속에서 불만이 쌓이니 자연스럽게 반기업 정서가 팽배해진다는 뜻이다. 대한상의는 지난해 6월 ‘기업문화와 기업경쟁력’ 콘퍼런스를 열기도 했다.김창덕 drake007@donga.com·이샘물 기자}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이 지난달 31일 주방장 옷을 입고 ‘일일 주방장’ 역할을 하며 최근 인수한 SK매직(전 동양매직) 임직원들과 소통에 나섰다. SK네트웍스는 최 회장이 이날 SK매직 화성공장에서 바비큐 파티를 열고 SK매직 임직원 500여 명과 허심탄회하게 대화했다고 1일 밝혔다. SK네트웍스는 지난해 11월 동양매직 지분 100% 인수를 완료하고 사명을 SK매직으로 변경했다. 이날 행사에는 최 회장뿐 아니라 SK네트웍스, SK매직 경영진도 요리사 복장으로 갈아입고 제주도에서 공수해 온 돼지고기를 숯불에 직접 구워 직원들의 테이블에 서빙해주며 대화를 나눴다. 최 회장은 “마음과 마음이 통하고, 모두가 한마음 한뜻이 된다면 하지 못할 것이 없을 것이다. SK 가족이 된 만큼 고객들의 기대에 부응해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최선의 노력을 다하자”고 당부했다. 최 회장은 SKC 근무 시절에도 매년 공장에서 직원들과 함께 식사하며 소통하는 자리를 가져왔다. 최 회장은 지난해 SK네트웍스로 옮긴 뒤에도 구성원들과의 식사, 포럼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격의 없는 소통을 진행하고 있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30년 이상 가동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8기가 1일 한 달간의 가동 중지에 돌입했다. 문재인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 중 처음으로 실행에 옮긴 사례다. 환경단체 등 일부에서는 이를 계기로 ‘탈(脫)석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도 공정이 10% 미만인 신규 석탄발전소의 건설 중단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어 민간발전업계는 초긴장 상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급진적 에너지 대책은 부작용이 크다고 우려한다. 신중한 검토를 거쳐 한국 상황에 가장 알맞은 ‘에너지 믹스(에너지원별 비중)’를 설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장기적으로는 석탄발전 비중을 낮추는 방향으로 가되 상대적으로 친환경적인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을 ‘징검다리’로 활용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상황 따라 달라진 전력수급계획 2011년 9월 전국 곳곳에서 단전(斷電) 사태가 발생하자 정부는 ‘전력대란’을 우려한 대비책을 급하게 내놨다. 원전에 비해 건설 기간이 짧은 석탄 등 화력 중심으로 설비 확충을 추진한 것이다. 한파나 폭염 등 기온이 심하게 변동되거나 설비 건설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에 대비해 안정적으로 전력을 수급하는 데 중점을 둔 것이다. 석탄발전소 추가 승인이 우후죽순으로 나온 때다. 그러나 최근 들어 석탄발전소로 인한 환경오염이 이슈화하면서 석탄의 입지는 급격히 좁아지고 있다. 정부는 2015년 발표한 제7차 수급계획에서 2013년 계획에 넣었던 석탄발전소 4기의 허가를 취소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석탄화력 비중을 축소하겠다는 구상도 이때 나왔다. 올해 하반기(7∼12월) 발표될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석탄은 더욱 코너에 몰릴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이처럼 중장기계획을 상황에 따라 흔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어느 정도의 유연성을 가져야 하지만 전체적인 방향을 트는 것은 발전시장의 혼란은 물론이고 중장기 에너지 수급계획을 짜는 데도 악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2조 투입된 석탄 프로젝트 중단 민간발전협회가 최근 작성한 ‘석탄발전 관련 정책건의’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건설 중이거나 건설 예정인 신규 민간석탄화력 발전설비 8기에는 이미 1조8400억 원이 투입됐다. 총투자비 18조2000억 원의 10.1% 수준이다. 충남 당진에코파워 1, 2호기, 경남 고성하이화력 1, 2호기, 강원의 강릉안인화력 1, 2호기와 삼척화력 1, 2호기 등 8기다. 각사별 종합공정은 올해 3월 기준 11∼20%인 것으로 발전협회는 파악하고 있다. 신규 석탄발전소를 지을 예정인 민간발전사들은 노후 발전소 대비 대기오염 물질 배출량이 82% 적게 설계됐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이 발전소들에 적용되는 ‘초초임계압(USC)’ 석탄화력발전 기술은 2002∼2008년 총 637억 원이 투입된 국책연구과제로 개발됐다. 한 민간발전사 관계자는 “노후 발전소와 완전히 새로 짓는 신규 발전소를 같은 잣대로 보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는 2030년 국내 전체 전력생산에서 차지하는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호선 숭실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풍력, 태양광 같은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은 국내 기후여건 제약이나 입지 선정의 어려움 등으로 확대 전망이 밝지 않다”고 말했다.○ LNG 발전에 주목 에너지업계는 석탄화력발전소를 줄이는 게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필수적이라는 데 공감하고 있다. 문제는 ‘깨끗한 에너지’와 ‘값싼 에너지’가 양립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3월 기준 kWh당 연료비 단가는 원자력은 6원, 석탄은 47원인 데 반해 LNG는 96원, 유류는 148원에 이른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향후 에너지 정책은 단순 연료비가 아닌 사회적, 환경적 비용을 고려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이고 있다. 조영탁 한밭대 교수가 지난해 5월 ‘발전부문 온실가스 감축방안’ 토론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탄소 비용, 대기오염 비용, 송전설비 회피 비용 등을 포함한 환경 및 사회적 비용 계산 결과는 통념과 많이 다르다. kWh당 석탄발전은 48.9원, LNG발전은 13.6원이었다. LNG업계에서는 석탄발전과 LNG발전의 5월 연료비(kWh당 LNG 83.28원, 유연탄 49.03원)를 기준으로 시뮬레이션할 경우 kWh당 총괄 원가는 석탄발전은 83.8원, LNG발전은 87.5원으로 격차가 4원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사회·환경 문제에 대한 이슈가 갈수록 커지고 있으니 에너지 단가에도 이를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이샘물 evey@donga.com·김창덕 기자}
“하고 싶은 일을 위해서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합니다. 즐거움을 느끼는 분야에 집중하고, 전문가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인재입니다.” 지난달 31일 고려대 현대자동차경영관. 고려대 경영전문대학원(MBA)이 마련한 특별강연에서 오스만 알 감디 에쓰오일 최고경영자(CEO)가 “성공하는 인재의 가장 중요한 자질은 열정”이라며 이렇게 강조했다. 강연 주제는 ‘에쓰오일은 어떻게 글로벌 석유산업에서 강자가 되었나’였다. 알 감디 CEO는 “열정이 넘치는 인재들이야말로 기업을 성장시키는 에너지”라고 강조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인 알 감디 CEO는 세계 최대 석유회사인 ‘사우디 아람코’에서 25년간 생산, 엔지니어링, 정비, 프로젝트 등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 지난해 9월 에쓰오일 CEO로 취임한 뒤 ‘오수만(吳需挽)’이라는 한국 이름을 갖고 활발한 ‘친한(親韓) 경영’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는 학생들에게 꿈과 비전을 심어주고 진로 설정에 도움을 주기 위해 지난달 23일 연세대에서 같은 주제로 첫 강연에 나선 뒤 이날 고려대를 찾았다. 알 감디 CEO는 한국 석유산업을 “경이적인 성공 신화”로 평가했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지만 세계 6위의 원유 정제시설을 갖추고, 세계 5위의 석유 수출대국으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국내 정유사들의 지난해 매출 가운데 57%가 수출이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한화그룹과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는 지난해 7월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공식 후원 협약식’을 가졌다. 한화그룹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의 조직위가 주최하는 다양한 행사에서 진행되는 불꽃 행사와 성화봉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올림픽을 화려하게 장식할 불꽃 행사는 D―500, D―365, D―100, 평창 겨울올림픽 및 패럴림픽 개·폐막식 등에 지원되며, 올림픽의 대표 상징물인 성화봉도 8000여 개를 제공하는 등 총 250억 원 상당을 후원한다. 특히 한화는 이번 올림픽의 대표 상징물인 성화봉 제작을 맡았다. 평창 겨울올림픽 성화봉은 올림픽 개최지인 평창의 해발 700m 고도를 상징하는 700mm 크기로 제작됐다. 다섯 갈래의 불꽃 모양을 상단에서 이어주는 형태의 금빛 배지는 ‘하나된 열정’이라는 대회 슬로건을 표현했다. 겨울철 강풍과 폭설을 고려해 제작한 덕에 다양한 환경에서도 ‘꺼지지 않는 불꽃’을 유지하도록 한 것이 눈에 띈다. 4개로 분리된 격벽 구조가 주요 특징으로, 바람이 불면 성화봉의 불꽃이 격벽 반대 방향의 산소원 쪽으로 이동하게 돼 불꽃이 꺼지지 않는 원리다. 성화봉 상단에 씌워진 우산형 캡은 빗물이 버너 시스템 외부로 배출돼 폭우와 폭설 등 환경의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됐다. 성화봉 디자인은 회전하며 상승하는 듯한 불꽃의 형상과 개최지의 문화적 특징, 그리고 전 세계 5대륙을 하나로 이어주는 올림픽 정신의 메시지를 담았다. 표면은 대한민국 전통 백자에서 모티브를 얻은 유려한 라인과 눈과 얼음의 축제인 겨울올림픽을 표현하는 흰색을 사용했다. 손잡이 부분에는 사람들이 서로 손을 맞잡은 디자인 패턴을 사용해 전 세계인들이 성화 봉송의 여정을 함께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최양수 ㈜한화 대표는 올해 4월 인천 남동구에 위치한 성화봉 외관부 제작 협력사 제일정밀㈜을 직접 찾아 제작 공정을 살펴보기도 했다. 한화는 1964년 불꽃사업을 시작한 이래 1988년 서울 올림픽, 2002년 한일 월드컵, 2005년 APEC 정상회담,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 등의 행사에서 다양한 불꽃 연출을 선보이며 오랜 노하우와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지니고 있다. 또 2000년 이후 매년 가을 밤 100만명이 찾는 서울세계불꽃축제를 진행하고 있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에서는 개·폐회식 불꽃쇼를 맡아 지구촌에 한화가 지닌 불꽃 연출 기술력을 알릴 예정이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LG의 화학부문 자회사인 LG MMA가 전남 여수공장에 1290억 원을 투자해 메틸메타크릴레이트(MMA) 공장을 증설한다. LG MMA는 2019년 상반기(1∼6월)까지 MMA 공장을 현재 생산능력 18만 t에서 26만 t으로 증설한다고 31일 밝혔다. MMA는 무색의 액상 화합물로 전기·전자부품, 페인트, 인조 대리석을 비롯한 건축자재 원료에 주로 쓰인다. 증설이 완료되면 LG MMA의 생산능력은 국내 1위 및 글로벌 ‘톱5’ 수준으로 도약한다. LG MMA의 증설 결정은 글로벌 수요 증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시장조사 업체인 IHS에 따르면 MMA의 세계시장 수요는 2015년 약 310만 t에서 2020년 360만 t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 수요는 연 49만 t이다. 공급 물량은 44만 t에 그쳐 부족분은 수입하고 있다. LG MMA는 이번 증설로 연간 1600억 원 이상의 수입 대체 효과를 예상하고 있다. 나상업 LG MMA 대표이사는 “시장 변화를 지속적으로 관찰해 고객에게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하고, 지속 성장이 가능한 사업 구조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한화케미칼이 친환경 가소제 시장에 진출한다. 한화케미칼은 울산 석유화학산업단지 3공장에서 프리미엄 친환경 가소제인 ‘에코 데치(ECO-DEHCH)’를 6월 1일부터 생산한다고 31일 밝혔다. 연간 생산능력은 1만5000t 규모다. 한화케미칼은 친환경 가소제 시장 규모가 연간 약 1조5000억 원으로 매년 6%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가소제는 플라스틱을 유연하게 만들기 위해 첨가하는 물질이다. 프탈레이트를 원료로 한 기존 가소제는 유해성 논란으로 벽지, 바닥재, 완구류 등 일부 제품에 사용이 제한되고 있다. 대안으로 디옥틸테레프탈레이트(DOTP)를 원료로 한 가소제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품질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한화케미칼은 수소첨가 기술을 적용해 프탈레이트 성분 없이도 품질이 우수한 친환경 가소제를 독자 개발했다. 연구개발에만 8년이 걸렸다. 이 기술은 2014년 국가기술표준원으로부터 신기술 인증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포장용 랩, 병뚜껑 등의 용도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안전성 검사를 통과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2000년 기준 30대 그룹(이하 공정자산 기준)중 13곳이 순위 밖으로 밀려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별로는 유통기업들의 재계 순위 상승이 두드러졌다. 31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 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신세계가 2000년 24위에서 지난해 11위로 가장 크게 약진했다. 신세계의 자산 규모는 2000년 말 3조2212억 원에서 지난해 말 32조2941억 원으로 10배로 커졌다. 농협(10위)이 일반기업으로 분류되지 않았다면 10대 그룹에 들 수도 있었다. 유통기업들은 롯데(8위→5위), CJ(19위→15위), 현대백화점(26위→23위)의 순위가 상승했다. 오세조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규모 유통 그룹은 자금력을 바탕으로 소비자들의 수요 변화에 맞춰 새로운 업태(業態)로 나가기 용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통업계 큰손들 쑥쑥 유통 기업들의 비약적 성장은 소비자들의 쇼핑 패턴 변화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시대 흐름에 맞춰 현대화된 시설과 문화 공간을 갖춘 대형마트, 백화점, 프리미엄아웃렛, 편의점, 복합쇼핑몰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로 진화한 것이다. 신세계 성장의 주역은 이마트다. 백화점에 주력하던 신세계는 1996년 이마트 창동점을 시작으로 대형마트 시장에 진입했다. 2006년 월마트 인수와 공격적인 출점 전략으로 2016년 점포 수가 147개로 늘어났다. 창고형 마트 트레이더스 점포도 11개까지 늘렸다. 이마트의 지난해 매출 11조6312억 원은 신세계그룹 37개 계열사의 총매출인 21조3774억 원의 54.4%다. 백화점도 2000년 6개에서 2016년 13개로 늘었다. 이 밖에 스타벅스코리아, 신세계푸드의 매출이 지난해 1조 원을 돌파하며 이마트, 신세계, 신세계건설, 이마트에브리데이에 이어 6개 계열사가 1조 클럽에 가입했다. 유통 최강자 롯데는 5위에 랭크되면서 기존 ‘4대 그룹’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2004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전면에 등장하면서 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외형을 키웠다. 2004년 이후 대한화재(현 롯데손해보험), 두산주류BG(현 롯데주류), 우리홈쇼핑(현 롯데홈쇼핑), KT렌탈(현 롯데렌탈) 등 36개 기업을 인수했다. 식품회사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유통을 넘어 석유화학, 건설, 관광 등 사업 포트폴리오도 다양화했다. 롯데 관계자는 “소비자의 삶 전체와 관련이 깊은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10대 그룹 중에서는 자동차와 에너지·화학을 주력으로 하는 회사들의 상승세가 뚜렷했다. 현대차는 글로벌 ‘톱5’ 자동차업체로 성장하면서 국내 재계 순위도 2000년 5위에서 지난해 2위로 뛰었다. SK(4위→3위)와 한화(10위→8위)도 M&A에 적극적이었다. SK는 2012년 하이닉스를, 한화는 2015년 삼성의 방산 및 화학 계열사를 인수해 덩치를 불렸다.○ 씁쓸하게 물러난 기업들 2000년 이후 30대 그룹은 심한 판도 변화를 겪었다. 그룹 규모가 쪼그라들거나 계열 분리가 이뤄지면서 30대 그룹에서 탈락한 곳이 13곳(43.3%)이나 된다. 현대는 현대자동차, 현대정유(현 현대오일뱅크)가 분리된 후에도 2000년 2위를 지켰다. 그러나 2002년 현대중공업이 계열 분리되고 지난해 현대증권과 현대상선이 떨어져 나가면서 중견기업으로 전락했다. 유동성 위기로 주력 계열사들을 매각한 동부도 30대 그룹에서 빠졌다. 쌍용과 동양은 사실상 그룹이 해체됐고 화학섬유 제품을 생산하던 고합그룹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30대 그룹에 여전히 포진하고 있지만 순위가 하락한 기업도 7곳이다. 2010년 ‘형제의 난’을 겪은 금호아시아나는 9위에서 19위로 10계단이나 추락했다. 한진은 지난해 한진해운 청산에 따른 영향으로 6위에서 14위로 8계단 떨어졌다. 삼성은 줄곧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삼성의 공정자산 규모는 363조 원으로 2∼4위인 현대차(219조 원), SK(171조 원), LG(112조 원)와도 격차가 컸다.이샘물 evey@donga.com·김현수 기자}
2015년 국내 10대 그룹 해외 계열사의 내부거래 규모가 2011년 대비 48조 원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29일 재벌닷컴에 따르면 총수가 있는 자산 상위 10대 그룹의 해외 계열사 내부거래액은 2011년 239조7000억 원에서 2015년 287조6000억 원으로 47조9000억 원(20%)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이들 그룹의 국내 계열사 내부거래액은 139조2000억 원에서 123조 원으로 11.6% 줄었다. 재벌닷컴은 해외 계열사의 내부거래가 늘어난 이유를 두 가지로 분석했다. 우선 해외 판매법인을 통한 수출이 늘어났을 가능성이 있다. 또 현행법상 국내 계열사를 대상으로 하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해 해외로 일감을 돌린 것이다. 삼성 현대자동차 SK 등 상위 3개 그룹은 모두 해외 계열사의 내부거래가 늘고 국내 계열사의 내부거래는 감소했다. 삼성의 경우 2011∼2015년 해외 계열사 내부거래액은 36.1% 늘어났고 국내 계열사 내부거래액은 44.4% 줄었다. 현대차의 계열사 간 내부거래액 증가율도 해외는 30.5%, 국내는 ―4.2%로 집계됐다. SK는 큰 변동은 없었지만 해외 계열사 내부거래액이 3.6% 증가하는 동안 국내 계열사 내부거래액은 1.8% 감소했다.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기업들이 해외로 일감을 돌리면서 결과적으로 국내 일자리 창출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LG그룹은 해외 및 국내계열사 내부거래액이 각각 2.9%, 8.8%씩 늘어났다. 10대 그룹 중 해외 계열사 내부거래액이 감소한 곳은 GS그룹과 두산그룹 2곳이었다. GS와 두산의 해외 계열사 내부거래액은 각각 40.3%, 32.7% 줄었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대기업 한 임원이 이런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다. “젊었을 때는 푼돈을 아끼는 것보다 자신의 부가가치를 키우는 게 중요하다. 과감하게 투자해 놓으면 나이 들어서는 두 배, 세 배의 혜택이 되돌아온다.” 책에서는 자녀에게 경제 교육을 하려면 눈앞의 소소한 이득보다 장기적인 관점을 심어줄 것을 강조한다. 시대가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은퇴자들은 직장을 다니는 동안 모은 돈으로 여생을 걱정 없이 사는 삶을 생각했다. 평균수명이 지금보다 짧았기에 비교적 적은 시간을 일하지 않고 소비하며 살면 되니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 책은 “앞으로 평균수명이 90세, 100세가 될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가진 생각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과거처럼 ‘공부→취업→은퇴’가 아니라 직업을 계속 변경하며 순환형 삶을 사는 ‘퇴직→퇴직→퇴직’의 형태로 사고를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은 노후 준비를 위해 젊었을 때부터 연금에 가입한다. 저자는 “연금이 돈을 일정 금액 모으는 역할은 하겠지만 몇 십 년이 지나면 물가 상승으로 인한 화폐가치 하락을 어떻게 감당해야 하느냐”고 묻는다. 그리고 훌륭한 노후준비는 연금을 가입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직업과 자기계발을 위해 돈과 시간을 투자하고, 연금 외에도 적금과 펀드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활용해 그때그때 수익을 실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책에서는 젊었을 때부터 오랫동안 연금을 준비하는 것보다 나이가 들어서도 적게나마 수입이 있는 활동을 하는 게 화폐 가치가 훨씬 높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긴 인생을 살아갈 자녀가 젊었을 때부터 자기계발을 할 수 있게 하고, 돈으로 노후를 준비하는 방식이 아니라 건강한 몸과 건강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제가 다행스럽게 여기는 것은 스스로를 일찍이 브랜드로 인식했다는 점입니다.” 26일 서강대 다산관. ‘최인아 책방’을 운영하는 최인아 대표(56·전 제일기획 부사장)의 강연이 진행됐다. SK㈜의 브랜드·마케팅 교육 프로그램 ‘서강-SK 브랜드아카데미’ 오픈 세미나에서다. 최 대표는 삼성그룹에서 공채 출신 여성으로서는 처음 임원에 올라 부사장까지 지냈다. 그는 “임원이나 부사장이 되겠다는 목표는 가져본 적이 없다. ‘나는 내 업계, 내 일의 파워 브랜드가 되겠다’는 것을 줄기차게 목표로 삼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 주제는 ‘1코노미(1인+economy) & 1인 미디어 시대의 브랜드 전략’. SK㈜는 최근 1인 문화가 대세로 떠오르는 상황에서 혁신과 변화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구성원 개개인의 ‘셀프 브랜딩’이 중요하다는 판단에 이번 강연을 기획했다. 행사장엔 SK 계열사뿐 아니라 협력회사 임직원, 대학생 등 300여 명이 자리를 빼곡히 채웠다. 최 대표는 셀프 브랜딩을 ‘시간이 가는 것에 비례해 가치를 축적해가는 것’으로 정의했다. 눈앞의 승진이나 연봉보다는 오래도록 성장하겠다는 생각으로 가치를 쌓을 때 ‘브랜드’가 될 수 있다는 것. 그는 “하고 싶지 않은 일, 무지하게 어려운 일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내가 파워 브랜드가 되겠다는 목표를 향해 가는 데 이 일이 도움이 되느냐’를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고비마다 그를 붙잡아준 것도 ‘최인아는 브랜드야’라는 생각이었다. 최 대표는 신입사원을 이제 막 론칭한 ‘신규 브랜드’, 대리·과장·차장을 ‘성장기 브랜드’, 부장·임원을 ‘성숙기 브랜드’에 비유했다. 시간이 지나면 존재가 없어지거나 뒤떨어지는 브랜드가 있는 것처럼, 사람도 얼마 안 가 잊혀지거나 연차와 성과가 비례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사람은 차별성이 없는 만큼, 시장에서 가격 경쟁을 하며 ‘원 플러스 원’을 해야 하는 제품 같은 상황이 발생한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나의 브랜드 가치는 어떤지, 나는 무슨 가치를 발생시키는지를 질문하라”고 조언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식신(食神)’ 등 차별적인 개인 브랜드를 가진 개그맨 정준하 씨(46)도 연사로 나섰다. 정 씨는 자신의 브랜드가 어떤 차별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저는 뭔가를 꼭 해낼 거라는 자신감이 넘쳤던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학 입시에 낙방해 4수를 한 경험을 이야기하며 “여러 굴곡이 있더라도 어떻게든 성공하고 잘될 거라며 스스로를 보듬어준 것이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된 이유”라고 강조했다. 정 씨는 냉동창고, 식당, 예식장, 도자기 공장 등에서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했다. 이를 통해 인생을 글이 아닌 체험으로 배우면서 강인해졌고, 스스로의 장점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 씨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스스로를 만들어가다 보니 이론을 안 배워도 해결되는 게 많았고, 어디서든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20일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비정규직 문제가 정부와 재계의 갈등을 촉발할 ‘뇌관’이 되고 있다. 문 대통령이 26일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의 발언을 직접 반박한 데 이어 28일에는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이 재벌 비판에 가세했다. 재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지만 자칫 정부와의 힘겨루기 양상으로 비칠까 경계하는 모습이다. 비정규직 문제는 각 이해관계자가 첨예하게 대립할 수밖에 없는 만큼 핵심 쟁점에 대한 신중하고 진지한 논의가 서둘러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로의 진영에서 함포 사격만 하다 보면 합의점을 찾아내기보다는 오해의 골이 더 깊어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귀족노조·간접고용 등 문제 단순치 않아” 민간 기업들의 비정규직 문제는 단칼에 정리하기 쉽지 않은 복잡한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의 기득권 문제다. 재계에서는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일부 강성 노조가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의 임금을 급격히 높였다고 주장한다. 이와 함께 저성과자 해고가 불가능할 정도로 정규직 노동시장이 경직됐다는 지적도 있다. 과도한 인건비를 부담하고 인력 운용의 여유를 잃게 된 기업들이 결과적으로 비정규직 채용으로 눈을 돌렸다는 것이다. 경총의 김 부회장이 “대기업 정규직의 과도한 임금 인상이 지속된다면 기업 규모, 고용형태에 따른 임금 격차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한 게 이런 배경에서다. 물론 기업들이 이런 사정을 악용했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정규직들과의 싸움을 피하고 기업의 이윤만 좇으면서 ‘나쁜 일자리’를 양산했다는 비판이다. 대기업의 간접고용 이슈도 ‘뜨거운 감자’다. 제조업만 보면 평균적으로 한 기업에서 일하는 100명의 임직원 중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각각 96명, 4명이다. 여기에 사내하도급 등의 형태로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간접 고용 인원’이 33명쯤 된다. 경영계에서는 비주력 업무를 전문 업체에 맡기는 ‘아웃소싱’은 세계적인 추세라고 주장한다. 반면 노동계는 인건비를 줄이고 인력을 쉽게 감원할 수 있는 편법 또는 불법적 고용형태라고 보고 있다. 간접고용의 경우 대기업 정규직 노조와 비정규직 근로자들 간 ‘노노 갈등’의 원인도 되고 있다. 지난달 말 전국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가 비정규직 사내하청 근로자의 조합원 자격을 박탈하기로 의결한 게 대표적이다. 한편으로는 정부가 최우선 정책 과제로 내걸고 있는 일자리 창출과 비정규직 문제 해소를 동시에 추진하기에는 경제적 부담이 너무 크다는 우려도 나온다. 비정규직 일자리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기업이 안게 되는 비용 부담은 결국 신규 채용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좋은 일자리’와 ‘많은 일자리’ 중 어떤 곳에 방점을 찍어야 하는 시점인지 정책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재계 한 관계자는 “결국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의 문제다. 정부와 기업이 함께 고민하면서 생산적인 대화를 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소통’ 외쳐놓고 비판 계속하자 당혹스러운 재계 재계에서는 문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의 수위 높은 비판에 잔뜩 움츠러든 모습이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지금은 무서워서 무슨 말을 할 수나 있겠나”라고 했다. 5대 그룹 한 관계자는 “노동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장치는 아무것도 없는데 무조건 정규직만 늘릴 수는 없다. 어디서 일자리를 많이 만들 수 있는지 출구가 안 보이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군기만 잡는 상황이라 갑갑하다”고 말했다. 재계는 특히 문 대통령이 누구보다 소통을 중요시해 왔다는 점에서 불만이 더 크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이던 지난달 14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초청한 기업인들과의 간담회에서 “비정규직 전환 문제는 정부의 일방적인 조치가 아니라, 사회적인 대합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집권하면 대한상의를 비롯한 경제계와 노동계, 일반 시민사회, 이렇게 폭넓게 사회적 대화를 통해 합의를 도출해 내겠다”고 강조했다. 이렇듯 마음을 터놓고 얘기하겠다던 문 대통령이 경제단체의 발언에 즉각 ‘면박’을 준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본인 생각과 다르면 완전히 적폐 대상이라는 것 아니냐. 다른 목소리에 대해 이렇게 몰아붙이면 기업 입장에서는 공포와 패닉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집무실에 일자리 현황판을 설치한 뒤 개별 기업별로 일자리와 비정규직 추이를 살펴보겠다고 했다. 재계에서는 이를 ‘민간 기업 압박용’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데 정부는 “심각한 오독”이라고 하는 시각차도 서둘러 극복해야 할 간극으로 보인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가 귀족노조 기득권 얘기는 안 하면서 ‘최저임금 1만 원’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등의 말만 하고 있다”며 “근본 원인이 뭔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건지 등을 놓고 재계, 노동계와 함께 허심탄회하게 얘기해야 한다”고 말했다.김도형 dodo@donga.com·이샘물 기자}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중 눈에 띄는 것은 ‘재벌 개혁’과 ‘일자리 창출’이다. 재벌 개혁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중소기업들에 대한 ‘갑질 횡포’ 근절, 일자리 창출은 청년실업과 비정규직 문제 해소가 핵심이다. 아직은 이런 정책이 제 모습을 갖춰가기 전이지만 재계에서는 이미 새 정부 방침에 조금씩 화답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다음 달부터 1차 협력사가 2차 협력사에 물품 대금을 전액 현금으로 지급하도록 하는 상생 방안을 시행한다고 25일 밝혔다. 삼성전자는 우선 하나은행, 신한은행, 국민은행과 총 5000억 원 규모의 ‘물대지원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3년간 운영될 이 펀드는 자금이 필요한 1차 협력사가 은행에 대출을 신청하면 1년간 무이자로 돈을 빌려준다. 삼성전자는 신규 거래하는 1차 협력사들은 2차 협력사들로부터 납품을 받은 지 30일 이내에 의무적으로 현금으로 대금을 지급하도록 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2005년부터 1차 협력사들에 대금을 현금으로 주고 있다. 이를 2차 협력사까지 확대하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하반기(7∼12월)부터 이 프로세스를 준비해 왔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새 정부의 핵심 정책 중 하나인 중소기업 생태계 활성화에 삼성이 가장 먼저 팔을 걷어붙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롯데그룹이 이날 고용 확대를 약속한 것은 일자리 창출 정책에 대한 화답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집무실에 일자리 현황판을 설치한 다음 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고용이 최고의 복지”라고 선언한 것. 25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잠실에서 열린 ‘롯데 가족경영·상생경영 및 창조적 노사문화 선포’ 2주년 기념식에서였다. 행사 규모가 부쩍 커졌다. 신 회장을 포함해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 김주영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조대엽 고려대 노동대학원 원장 등 각계각층의 인사들을 초청했다. 새 정부 출범 직후임을 의식해 고용 창출, 정규직 전환 등 정부 기조에 발맞춘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재계의 이런 ‘산발적 환영 인사’는 다소 낯선 모습이기는 하다. 이전까지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년 3월경 30대 그룹의 연간 투자계획을 조사해 발표해 왔다. 하지만 올해 3월은 이 연례조사가 중단됐고 새 정부가 들어선 지금도 계획이 없다. 대통령과 경제계의 직접적인 소통도 언제 이뤄질지 미지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당선 9일 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당선 7일 뒤 주요 그룹 총수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 5개월 뒤 총수들을 만났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의 여파 때문에 문 대통령과 재계 총수들의 이른 만남은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전망도 있다. 경제계 관계자는 “노사 문제, 기업 지배구조 등 기업은 물론이고 국가경제 전체로도 중요한 이슈가 많은 만큼 하루빨리 재계 목소리를 전달할 기회가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샘물 evey@donga.com·김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