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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한가운데서 골드러시와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바다 밑 광석을 얻기 위한 경쟁, 바로 심해 채굴이죠. 한국도 일찌감치 바닷속 광물을 확보하기 위해 탐사에 뛰어든 나라 중 하나인데요. 우리나라가 깊은 바닷속에 잔뜩 묻힌 코발트·니켈·망간·구리를 캐내서 쓸 수 있다면? 꽤 솔깃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심해 채굴은 극도로 찬반이 나뉘는 분열적인 주제이죠. 며칠 전 해저 광물이 바닷속에서 산소를 생성한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반대 목소리에 더 힘이 실리는데요. 앞으로 점점 논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주제, 심해 채굴을 들여다보겠습니다. *이 기사는 26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바다 바닥에 콕콕 박힌 보물설명에 앞서 먼저 바닷속으로 딥다이브 해보겠습니다. 여기는 하와이 동남쪽 태평양의 클라리온 클리퍼턴 해역(CCZ). 수심은 약 4000m입니다. 평소엔 어두컴컴한 심해이지만, 빛을 비추면 짠. 이런 광경이 펼쳐집니다.뭐처럼 보이시나요. 감자처럼 생긴 암석이 콕콕 박혀있는 게 꼭 돌밭 같은데요. 여기가 바로 노다지입니다. 귀하디귀한 망간단괴가 아주 널려있죠. 망간단괴의 주요 구성 성분은 니켈, 망간, 구리, 코발트. 전기차 배터리와 풍력 터빈, 태양광 패널 등에 쓰이는 중요한 금속자원이죠. 무려 수백만년에 걸쳐 이 성분이 축적돼 지름 5~10㎝의 덩어리가 된 겁니다.이런 보물이나 다름없는 망간단괴가 바다엔 얼마나 많이 묻혀있을까요. 일단 클라리온 클리퍼턴 해역(CCZ)만 보자면, 전체 너비는 미국 본토와 거의 같은데요. 최근 추정에 따르면 이 구역에 약 75억t의 망간, 3.4억t의 니켈, 7800만t의 코발트, 2억7500만t의 구리가 포함돼 있습니다. 궁금해서 미국 지질조사국 자료와 비교해 봤는데요. 망간은 전 세계 육상 매장량의 5배, 코발트 9배, 니켈은 3배가 묻혀있단 뜻입니다. 구리는 확인된 육상 매장량의 8분의 1에 해당하고요.드넓은 바다에 이런 노다지가 여기 한곳이 아니죠. 아래 지도를 참고하시면 되는데요. 진한 파란색으로 표시된 곳이 바로 해저에 망간단괴 밭이 펼쳐진 지역입니다. 꼭 보물 지도를 보는 느낌이군요.그리고 심해엔 다른 종류의 광석도 있습니다. ‘고코발트 망간각’(노란색 표시)엔 코발트뿐 아니라 바나듐, 몰리브덴, 백금도 섞여 있고요. ‘해저열수광상’(주황색 표시)은 구리·납·아연·금·은이 섞인 광석입니다. 지도에 표시된 대로 각기 다른 지역에 흩어져있죠. 참고로 망간단괴는 밭 가는 트랙터처럼 생긴 장비로 쓸어 담을 수 있고요. 고코발트 망간각이나 해저열수광상은 크기가 크기 때문에 암석을 깨부숴야 채취할 수 있습니다.이르면 내년부터 상업 채굴?자, 그럼 얼른 바다로 나가서 광석을 캐내자고요? 만약 주권이 미치는 배타적 경제수역(EEZ) 안에서 채굴하겠다고 나선다면, 그건 가능할 겁니다. 현재 노르웨이가 전 세계 처음으로 EEZ 안에서 상업적 심해 채굴을 추진 중이죠. 하지만 그 밖의 지역에서 심해 채굴을 하려면 승인이 필요합니다. 그 승인 권한을 갖고 있는 곳이 바로 국제해저기구(ISA)이죠.ISA는 1994년 설립 이래 총 31건의 해저 광산 탐사 계약을 승인했는데요. 여기엔 한국 정부가 신청한 3건의 계약도 포함됩니다. 참고로 가장 많은 건 중국(5건)이고 그다음이 한국과 러시아(3건)이죠.계약 승인이 많이 됐다고 좋아하긴 이릅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ISA가 ‘탐사’를 승인한 거고요(계약기간은 15년). 상업적 채굴은 아직 단 한 번도 승인한 적 없습니다. 즉, 바다로 들어가서 보물찾기할 수는 있는데, 찾더라도 이걸 캐낼 권리는 없는 거죠.지금 ISA는 상업적 채굴을 승인하기 위한 절차와 규칙을 마련하는 중입니다(채굴하면 수수료는 얼마 낼지 등 포함). 현재 자메이카 킹스턴에 있는 ISA 본부에서 열리고 있는 이사회에서 초안을 논의 중이죠. 목표는 2025년 7월까지 규칙을 마련하는 겁니다. 즉, 이르면 내년부터 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될지 모릅니다.하지만 그렇게 순순히 심해 채굴이 진행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합니다. 지금 ISA 안에서 심해 채굴 찬성파(개발을 서두르자)와 반대파(천천히 하자)로 나뉘어 치열하게 논쟁 중이거든요. 회원국 입장에 따라 두편으로 갈렸는데요.찬성파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건 인도, 가나, 자메이카, 아르헨티나 그리고 태평양 섬나라 등 주로 개발도상국이죠. 특히 남서 태평양 섬나라 나우루는 캐나다 기업 더메탈컴퍼니와 손잡고 조만간 상업적 채굴에 나서겠다는 상당히 진전된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반면 심해 채굴을 일시 중단 또는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국가도 있죠. 영국·프랑스·독일·스웨덴·브라질·캐나다·칠레 등 24개국인데요.다음 주로 예정된 ISA 사무총장 선출 투표에서 양측이 한판 붙을 겁니다. 찬성파의 지지를 받는 현 마이클 로지 사무총장의 3연임 성공이냐, 아니면 반대파가 미는 브라질 출신 생태학자 레티시아 카르발류의 도전 성공이냐. 그 결과에 따라서 상업적 채굴 승인 작업이 더 탄력을 받을 수도, 아니면 속도가 느려질 수도 있을 겁니다. 국제해저기구가 모처럼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이유입니다.땅은 더 파기 어려우니 바다로그럼 심해 채굴에 찬성 또는 반대하는 이유를 알아야겠죠. 아마 어느 정도는 짐작하실 수 있을 텐데요.심해 채굴이 필요한 가장 큰 이유는 육지에서 광물을 얻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딥다이브에서 구리를 땅속에서 캐내기가 갈수록 어렵다는 이야기 전해드린 적 있는데요(). 다른 광물도 마찬가지입니다. 쉽게 채굴할 수 있는 고품질 광석 매장지는 빠르게 줄어들고요. 점점 깊은 지하나 외딴곳으로 광석을 찾아가야 합니다. 전기차와 태양광·풍력발전으로 광물 수요가 빠르게 늘어간다는 상황에서 돌파구가 필요한데요.마이클 로지 ISA 사무총장은 CNBC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상당히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현재 육상 매장량으로는 필요한 광물량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습니다. 심해 채굴이 산업적 관심을 끄는 주요 요인은 육지와 같거나 더 낮은 비용으로 더 많은 양의 광물을 생산할 수 있는 잠재력 때문입니다.”또 심해 채굴은 삼림 파괴, 식수원 오염 같은 문제와 거리가 멀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지역 주민 동의를 받을 필요도 없겠죠. 60년 전 미국 과학자 존 메로는 전 세계적으로 심해 채굴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저서 ‘바다 광물 자원’에서 이렇게 썼습니다. “육지 채굴과 달리 심해 광물 추출은 최소한의 표토 제거를 수반합니다. 추출 폐기물 감소, 사회적 이주 없음, 최소한의 생산 인프라, 광산 현장에서 운반을 위한 도로와 철도 건설 필요 없음, 드릴 폭파 없음, 산성 광산 배수 없음, 삼림 벌채 없음.”광석에서 산소가 뽀글뽀글그런데 깊은 바닷속은 파헤쳐도 괜찮은 걸까요. 수백만년 동안 심해에 묻혀있던 광석을 파내면,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이 질문에 명쾌하게 답하기란 참 어렵습니다. 왜? 심해는 아직 1%도 탐사되지 않은, 인류가 모르는 게 너무 많은 미지의 영역이기 때문이죠. 심해 채굴에 반대하는 이들은 바로 이 점을 강조합니다.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면서 함부로 파헤치다가 자칫 큰일 날 수 있다는 거죠. 이는 환경보호단체뿐 아니라 과학자들도 심해 채굴에 반대하는 이유입니다. 일본 해양지구과학기술기구의 심해 생물학자 청첸 박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심해엔 우리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능력과 기능을 가진 많은 미발견 종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존재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그들을 잃을 수 있습니다.”그리고 이번 주 국제학술지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이 전 세계의 관심을 끌었는데요. 영국·독일·미국 연구진이 공동 연구한 ‘심해저에서 암흑산소 생산의 증거’라는 제목의 논문입니다. 클라리온 클리퍼톤 해역에 깔린 망간단괴가 산소를 생성한다는 사실을 사상 처음으로 밝혀낸 건데요.어떻게? 망간단괴 표면에서 최대 0.95V의 전기가 생기면서 물을 수소와 산소로 전기분해 한다는 겁니다. 즉, 망간단괴가 바다에 산소를 공급하는 일종의 촉매 역할을 하는 거죠. 상당히 놀라운 발견입니다. 바다에서 산소를 만드는 건 광합성 하는 해조류만이 아니었던 겁니다. 다만 연구진은 그 전기가 어떻게 생기는지까지는 밝혀내지 못했습니다.망간단괴가 산소를 만들어낸다? 이게 무엇을 의미할까요. 이 연구에 참여한 앤드류 스윗먼 스코틀랜드 해양과학협회의 생태학자는 심해 채굴을 하기 전에 산소 생산이 일어나는 지역을 확인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만약 대량으로 산소가 생산된다면, (망간단괴는) 그곳에 사는 동물들에게 중요할 가능성이 있다”는 거죠. 심해 채굴이 자칫 해저 생태계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힐지도 모른다는 뜻입니다.아마도 끝나지 않을 논쟁사실 니켈·코발트·망간·구리 같은 희귀금속이 필요한 이유를 따져보면 결국 탄소중립으로 가기 위해서이죠. 전기차와 배터리, 풍력이나 태양광 발전이 사용처가 될 테니까요. 그런데 이를 위해 심해 채굴을 하려니, 세계에서 가장 큰 탄소 흡수원(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5%를 흡수)인 바다 생태계를 해칠지도 모르겠고. 참, 판단이 쉽지 않은 문제인데요.대부분 논쟁이 그러하듯, 심해 채굴과 관련해서도 주장하는 사람마다 제시하는 과학적 근거가 다릅니다. 예컨대 태평양에서 심해 채굴 사업을 추진 중인 더메탈컴퍼니 측은 “채굴 기계가 해저를 지나간 후 1년 뒤 그 장소로 다시 돌아온 유기체를 봤다”(=따라서 환경 영향이 미미하다)고 주장하고요. 반면 해양 과학자들은 “바윗덩어리를 표면으로 끌어올리면 거기서 살던 유기체는 절대 돌아갈 수 없다”고 주장하는 식이죠. 절대적이고 객관적인 과학적 근거가 과연 무엇인지 모호하고요. 찬반 논쟁은 영원히 계속될 것만 같습니다. 결국 정치의 영역인 셈인데요.심해 채굴 찬반과 관련한 판단은 일단 유보하고, 이런 딴 생각을 해봅니다. 금속의 재활용 비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고, 나트륨이온배터리 같은 희귀금속이 덜 필요한 신기술을 더 발전시킬 수만 있다면 굳이 먼 바다로 나가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요. 아니면 땅에서 솟아나는 천연수소는 어떨까요. By.딥다이브심해 채굴에 대한 세계 각국의 관심이 가장 폭발적이었던 건 1970년대였는데요. 이후 금속 가격이 하락하면서 식었던 열정이 최근 다시 불붙는 분위기입니다. 그만큼 이에 반대하는 움직임도 커지는데요. 주요 내용을 요약해 드리자면.-바다엔 육지의 몇 배에 달하는 희귀금속이 묻혀있습니다. 땅에서 광물을 확보하기 어려워지면서 심해 채굴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데요. 국제해저기구가 그 규칙과 절차를 정하기 위해 작업 중입니다. 어쩌면 내년엔 상업적 채굴이 가능해질지 모릅니다. -그런데 정말 파내도 될까요. 최근 미국과 유럽 연구진이 심해 망간단괴가 산소를 발생시킨다는 사실을 최초로 확인했습니다. 표면에서 전기가 발생해 물을 분해시킨다는데요. 해저 광물이 생태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뜻입니다.-육지의 환경파괴를 줄이고 탄소중립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심해 채굴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일까요. 아니면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일까요. 극명하게 찬반이 나뉘는 이슈인지라 판단이 어렵습니다. 아마 점점 더 논쟁이 치열해질 겁니다.*이 기사는 26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미국 경제의 ‘깜짝 성장’이 확인됐지만, 기술주를 하락세에서 구하진 못했습니다. 뉴욕증시에선 기술주에서 중소형주로 갈아타는 순환매 장세가 다시 나타났는데요. 25일(현지시간) S&P500은 0.51%, 나스닥 지수는 0.93% 하락했고요. 다우지수는 0.2%, 중소형주를 대상으로 하는 러셀2000지수는 1.3% 상승했습니다. 이날 발표된 2분기 미국 GDP 증가율은 연율 2.8%. 1분기(1.4%)의 두배에 달하고, 전문가 예상치(2.1%)를 크게 웃돌았는데요. 경기 둔화 우려를 날려버리는 신호입니다. 트레이드스테이션의 글로벌 전략 책임자인 데이비드 러셀은 “골디락스가 강해지고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이 사라지고 있다”면서 “이런 GDP 보고서는 기업 수익에 잠재적인 순풍이 되어 금리인하로 나아가게 한다”고 말합니다.경기 영향을 크게 받는 에너지기업, 금융사, 소규모 회사 주식이 가장 큰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대신 기술주는 이틀째 하락세를 이어갔습니다. 알파벳은 3.1%, 마이크로소프트 2.45%, 엔비디아 1.72%, 메타플랫폼을 1.70% 주가가 하락했죠. 50파크인베스트먼트의 애덤 사르한 CEO는 “월가에서 경비병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강세장에선 한 섹터가 주도하다가 잠시 멈추고 조정을 거쳐 바톤을 넘겨줍니다. 다른 섹터로 넘어가는 릴레이 경주라고 생각하면 됩니다.”이날 증시에서 눈에 띄는 종목은 포드입니다. 주가가 2008년 11월 이후 가장 큰 폭인 18%나 하락했는데요. 2분기 주당 순이익(0.47달러)이 애널리스트 평균 추정치(0.67달러)에 크게 못 미쳤기 때문입니다. 실적 부진의 원인은 구형 차량에 대한 보증수리비용이었는데요. 반복적인 품질 문제로 인해 보증수리비가 상승해오긴 했지만, 이번엔 1분기보다 8억 달러나 급증한 겁니다. 바클레이스는 이에 대해 “보증 문제는 때로 경고 없이 실적을 끌어내리기 때문에 투자자들에게 좌절감을 준다”고 설명합니다.포드 측은 2분기 보증수리비 급증이 2021년 이전 제작된 모델의 품질 문제로 인한 ‘일회성’이라고 밝혔습니다. 짐 팔리 CEO는 이제 고객에게 인도하기 전 품질 문제를 발견하기 위해 “고장 날 때까지 차량을 테스트”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인데요. 이날의 급락으로 포드의 올해 주가 상승분은 모두 사라졌고, 올해 들어 8% 넘는 하락을 기록하게 됐습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26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하얀 석유’로 불리던 리튬 가격의 추락이 심상찮다. 고점에서 85% 넘게 폭락했는데도 아직 바닥이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으로 수년간 리튬 공급과잉이 이어지면서 저렴한 리튬 가격이 뉴노멀(새로운 표준)로 자리 잡게 됐다.● “리튬 시장 앞으로 4∼5년은 공급과잉” 올봄 잠시 반등하는가 싶었던 리튬 가격이 다시 추락했다. 22일 상하이선물거래소의 탄산리튬 가격은 t당 8만5500위안(약 1만1731달러). 2021년 3월 이후 3년 4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2022년 11월 최고 가격(59만7500위안, 약 8만2000달러)과 비교하면 7분의 1토막 났다. 리튬 가격이 생산원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리튬 생산업체는 비상이다. 중국의 대형 광산기업 간펑리튬과 톈치리튬은 상반기 대규모 손실을 기록했다. 미국 앨버말과 칠레 SQM도 실적 부진이 예상되면서 1년 전보다 주가가 각각 56%, 46% 급락했다. 리튬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이다. 2021∼2022년 전기차 열풍에 힘입어 리튬 가격은 10배 넘게 치솟았다. 하지만 너도나도 광산 개발에 뛰어들면서 지난해부터 공급량이 수요를 추월했다. 3대 리튬 생산국인 호주·칠레·중국은 물론 남미 아르헨티나, 아프리카 짐바브웨·나이지리아에서도 속속 새로운 리튬 광산이 가동돼 물량을 쏟아낸다. 이에 비해 리튬 수요는 예상만큼 늘지 않는다. 전기차 시장이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에 빠진 영향이다. 완성차 제조사가 줄줄이 전기차 확대 계획에 제동을 걸면서 배터리 제조사의 리튬 주문은 급감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중국 전기차에 대한 수입 관세를 대폭 인상한 것도 리튬 수요를 위축시켰다. 컨설팅기업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BMI)는 2025년 리튬 공급이 올해보다 32% 늘어나 수요 증가율 23%를 크게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공급과 수요가 다시 균형을 찾는 시점은 2029년으로 제시했다. 앞으로 4∼5년은 공급과잉이 이어진다는 뜻이다. BMI의 사브린 초우두리 애널리스트는 “빠르게 확대된 글로벌 공급이 리튬 시장을 공급과잉으로 몰고 있다”면서 “리튬 가격은 5∼10년 동안 2022년 최고치보다 낮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씨티그룹은 최근 보고서에서 “늘어난 재고로 인해 리튬 가격이 15∼20% 더 하락해 t당 1만 달러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 전기차 가격 하락 기대감 커져 이제 낮은 리튬 가격은 새로운 표준이 됐다. 이는 배터리 제조업계로선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양극재나 배터리 판매가격은 광물가격에 연동되기 때문에 리튬 가격 하락은 곧 제품 가격 하락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전기차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이는 반길 만한 일이다. 배터리 가격 하락으로 전기차 값이 내려가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의 최근 배터리팩 가격은 kWh(킬로와트시)당 75달러로, 2023년 초(151달러)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으로 이미 떨어졌다(리튬인산철 배터리 기준). 전기차와 내연기관 차량 가격이 같아지는 기준점으로 여겨지는 kWh당 100달러를 한참 밑돈다. 실제 지난해 중국에서 판매된 전기차 중 3분의 2는 동급 내연기관 차량보다 저렴했다. ‘소금물서 직접 리튬 추출’ 신기술 투자 경쟁리튬 가격 추락아직 중국보다 배터리 가격이 높은 다른 지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골드만삭스는 미국의 배터리팩 가격이 2023년 kWh당 151달러에서 2025년 91달러로 40% 하락할 것으로 내다본다. 내년이면 보조금 없이도 전기차가 내연기관차와 가격이 비슷해지는 전환점이 올 거란 전망이다. 골드만삭스의 고타 유자와 애널리스트는 “지금은 하이브리드 차량이 더 많은 주목을 받지만 비용이 낮아지면 전기차 이점이 다시 주목받게 될 것”이라며 “자동차 제조사는 향후 몇 년 동안 (배터리·반도체 같은) 핵심 전기차 기술을 축적하기 위해 단호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말한다.● 투자 활발한 직접리튬추출 리튬 가격 폭락으로 기존 리튬 생산기업은 비용을 줄이며 버텨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여전히 투자가 활발한 분야도 있다. 직접리튬추출(DLE·direct lithium extraction) 기술이다. 직접리튬추출이란 물을 증발시키지 않고도 소금물에서 리튬을 추출해내는 신기술. 자연 증발로 리튬을 얻으려면 최대 18개월이 걸리지만 직접리튬추출은 1∼2일이면 된다. 직접리튬추출은 리튬 생산의 ‘게임체인저’로 불리지만, 리튬 가격이 높을 땐 관심이 덜했다. 업계가 효율성 향상에 절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칠레 ESK컨설팅의 하이메 알리 대표는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생산 시간이 더욱 중요해지면서 직접리튬추출 기술이 더 선호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스타트업이 주도해 온 이 신기술 개발에 대형 석유기업이 속속 뛰어드는 추세다. 미국 정유기업 엑손모빌은 2027년부터 미국 아칸소에서 직접리튬추출 방식으로 리튬을 대량생산하기 위한 투자에 나섰다. 미국 석유회사 옥시덴털 페트롤리움도 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에 상업용 리튬생산시설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전 세계 수만 편의 항공기 운항이 차질을 빚고, 병원에선 수술이 취소됐습니다. 뉴스 생방송이 중단되는가 하면, 미국에선 911 응급전화가 한동안 먹통이 됐죠. 은행 ATM기기가 멈추고, 슈퍼마켓은 하루 종일 문을 닫았습니다. 지난 19일 발생한 글로벌 IT 대란 소식, 다들 들어보셨을 텐데요.이 전례 없는 재앙적 상황을 초래한 범인은 누구일까요. 마이크로소프트(MS)로 잘못 아는 분들이 많을 텐데, 실제로는 크라우드스트라이크(CrowdStrike)라는 미국 사이버 보안회사입니다. 그럼 어떻게 우리에겐 이름도 낯선 보안회사가 전 세계 주요 기관을 마비시켰을까요. 애플 맥(Mac) 사용자는 어떻게 이 혼란을 피했을까요. 오늘은 역대급 글로벌 IT 대란을 들여다보겠습니다.*이 기사는 23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어떤 기업?연 매출 30억 달러, 직원 수 7925명. 2011년 설립된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빅테크만큼 크진 않지만 아주 잘나가는 사이버 보안 기업입니다. 증시에선 최근 1년 새 주가가 150% 넘게 급등해 주목받기도 했죠(140달러이던 주가가 7월 초 398달러로 급등). 기업의 사이버 보안 수요가 크게 늘어난 데다 AI 훈풍까지 탄 덕분이었는데요(다만 이번 IT 대란으로 주가가 263달러로 하락). 전 세계 엔드포인트 보안 분야에서 시장 점유율 2위(18%, 1위는 MS)이고요. 포춘 1000대 기업 중 538곳이 고객사라고 자랑합니다.이 기업 제품 이름은 ‘팰컨(Falcon)’. 흔히 ‘엔드포인트 탐지·대응(EDR, Endpoint Detection and Respons)’이라 부르는 보안 소프트웨어입니다. EDR이란 용어는 생소하지만, 개념은 어렵지 않습니다. 컴퓨터(엔드포인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샅샅이 모니터링해서, 수상한 징후가 있으면(탐지) 이를 자동으로 막습니다(대응). 예컨대 모니터링하는 컴퓨터가 해커와 통신하는 걸 감지하면? 팰컨은 해당 통신을 차단해 버릴 수 있습니다. 전통적인 바이러스 백신 소프트웨어와 비슷하지만 그보다 더 강력한 보안 솔루션이죠. 강력한 만큼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보통 기업에서도 모든 컴퓨터가 아니라 중요한 컴퓨터에만 이를 설치합니다. (바로 이런 이유로 가정용 PC는 이번 사건에서 별 영향이 없었습니다.)팰컨은 일종의 특권을 가진 소프트웨어입니다. 공격 징후를 감지하기 위해 윈도우의 가장 깊은 수준, 전문용어로 ‘커널(Kernel)’이라고 부르는 운영체제 핵심에 접근할 수 있죠. 이런 특권 덕분에 팰컨은 강력하지만, 대신 팰컨이 문제를 일으키면 진짜 큰일 납니다. 컴퓨터가 작동을 멈춰버리거나 아예 쓸 수 없게 되어 버릴 수가 있죠. 이른바 ‘커널 패닉(Kernel panic)’인데요. 우리를 종종 열받게 만드는 윈도우 운영체제의 블루스크린(치명적 오류 발생시 나오는 파란 화면)이 바로 대표적인 커널 패닉입니다.그래서 애플은 과거에 개발자들에게 이렇게 경고한 적 있습니다.“커널 코드는 거의 완벽해야 합니다. 커널의 버그는 무작위 충돌, 데이터 손상을 일으키거나 심지어 운영 체제를 작동 불가능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특정 오류 작업으로 인해 하드웨어에 영구적이고 복구할 수 없는 손상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가능하다면 커널 프로그래밍은 피해야 합니다.”작은 실수, 최악의 전산 마비너무 기술적인 설명이었으려나요? 요약하자면 운영체제의 깊은 수준에 접근하는 보안 소프트웨어는 자칫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를 ‘흑마술’ 또는 ‘개흉수술’에 비유하는 전문가도 있죠.그리고 그 경고가 현실로 펼쳐진 게 지난 며칠의 일입니다. 크라우드스트라이크가 19일 늘상 해오던 대로 팰컨을 업데이트했고요(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고객 윈도우 컴퓨터에 배포). 그 중 ‘C-00000291*.sys’라는 아주 작은 파일에 오류가 있었습니다. 이 버그가 커널 수준에서 작동하는 팰컨 드라이버에 충돌을 일으켰고, 윈도우는 이를 심각한 시스템 오류로 인식합니다(PAGE_FAULT_IN_NONPAGED_AREA 오류). 그 결과? 팰컨을 이용하는 전 세계 850만개 윈도우 컴퓨터가 순식간에 ‘죽음의 블루스크린(BSOD·Blue Screen of Death)’에 빠집니다. 윈도우 컴퓨터가 작동 중단되면서 재부팅이 필요하다는 화면(블루스크린)을 띄우지만, 재부팅하면 다시 블루스크린이 나타나길 되풀이했죠.850만이라니. 역사상 그 어떤 사이버 공격도 이 정도로 광범위하진 않았습니다. 공항·병원·통신사·방송국·은행 등. 주요 인프라가 한꺼번에 마비됐죠. 사상 최악의 전산 마비 사태로 기록될 게 거의 확실해 보이는데요.더 큰 문제는 완전한 복구에 시간이 꽤 걸릴 거란 점입니다. 몇 주 이상이 걸린다는 전망도 나오죠.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19일 문제를 발견하고 수정했지만, 일단 죽음의 블루스크린에 갇혀버린 컴퓨터는 인터넷 접속이 끊겨 자동 복구가 불가능하기 때문인데요. 원격으론 고칠 수 없고, 관리자 권한이 있는 사람이 컴퓨터마다 일일이 수동으로 이를 적용해야 합니다.이 틈을 타서 사기꾼들이 판칠 수 있단 걱정도 나옵니다. 영국 국립사이버보안센터는 “이번 대란을 이용한 피싱이 확인됐다”면서 크라우드스트라이트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지원을 가장한 이메일과 사칭 전화를 주의하라고 경고합니다.정말 대혼란이 아닐 수 없는데요. 사이버 보안업체 액셀러린트의 마이클 헨리 회장은 블룸버그에 이렇게 한탄합니다.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모든 랜섬웨어 운영자를 합친 것보다 글로벌 비즈니스를 파괴하는 데 더 많은 일을 했습니다.”기본만 지켰어도나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는 사이버 공격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재앙, 막을 순 없었을까요.사실 보안 소프트웨어가 업데이트 과정 오류로 블루스크린이 발생하는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MS의 자체 바이러스 백신 소프트웨어인 윈도우 디펜더를 포함해 다른 기업 제품에서도 실수로 오류가 발생하는 일은 종종 있다는데요. 러시아 보안회사 카스퍼스키에서 일했던 코스틴 라이우는 와이어드에 이렇게 말합니다. “지구상의 모든 보안솔루션은 크라우드스트라이크 순간을 겪었습니다. 이번에 새로운 건 사건의 규모입니다.”아직 애초에 왜 업데이트 오류 실수가 발생했는지, 정확한 조사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요. 설사 파일에 오류가 있었더라도 기본만 지켰다면 사태가 이 지경이 되진 않았을 거란 지적이 이어집니다. 그 기본이란 간단합니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단계적으로 실행하는 거죠. 한꺼번에 모두에게 업데이트를 배포하는 게 아니라 특정 그룹에 보내 테스트한 뒤 전체에 배포하는 겁니다.왜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요. 영국의 보안회사 큐오럼사이버의 페데리코 차로스키 CEO는 블룸버그에 이렇게 말합니다. “업계가 성장하면서 어쩌면 약간 속도를 늦출 때가 왔습니다. 어떤 개발자가 어딘가를 변경했고, 그 변경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분석이 없었습니다. 품질 보증과 테스트가 부족하고 속도를 추구하면서 지름길을 택했습니다.”애플 맥 컴퓨터는 왜 괜찮을까또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팰컨 소프트웨어를 쓰는 애플 맥 컴퓨터도 있는데요. 왜 애플 맥 컴퓨터는 아무 일 없이 멀쩡하고, MS 윈도우 운영체제를 쓰는 컴퓨터만 멈췄을까요.일단 표면적인 이유는 이번 업데이트가 윈도우 운영체제만 대상으로 이뤄졌기 때문이긴 한데요.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달리, 애플은 다른 회사가 운영체제의 커널 수준에 접근하지 못하게 막아놨습니다. 이미 4년 전, 보안을 이유로 말이죠.앞에서 말씀드렸듯이, 이번 작은 파일 오류가 윈도우 컴퓨터의 ‘죽음의 블루스크린’으로 이어진 건 팰컨 소프트웨어가 윈도우 운영체제의 핵심에 접근하기 때문인데요. 애플은 이 핵심에 접근 못하도록 장벽을 세워놨기 때문에, 이런 치명적인 사태는 발생하지 않습니다.그래서 거꾸로 이런 질문이 나옵니다. 왜 마이크로소프트는 애플처럼 다른 회사의 커널 접근을 막지 않나요? MS가 애플보다 훨씬 보안 강화에 게으르단 걸 보여주는 사례일까요?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지만, 좀 더 설득력 있는 설명은 이겁니다. MS와 애플 생태계 자체의 성격이 다르다는 거죠. MS 윈도우는 다양한 업체가 만드는 하드웨어에서 실행되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개방적입니다. 반면 애플 macOS는 애초부터 애플의 폐쇄적인 생태계 중 일부이죠.애플은 2019년 ‘타사 개발자에 대한 커널 확장 지원을 향후 중단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한마디로 타사 개발자를 커널에서 쫓아내겠단 통보였죠. 보안업체 개발자들에겐 충격이었습니다. 잘 돌아가던 소프트웨어를 처음부터 완전히 다시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니까요(이전 버전과 호환 안 됨). 하지만 그게 애플의 방식입니다. 모든 것이 애플 파크(본사) 네 벽 안에서 통제되는, 보다 엄격하고 안전한 ‘울타리 친 정원(Walled Garden)‘을 추구하죠.이에 비해 MS는 다른 기업 소프트웨어에 훨씬 더 개방적입니다. 윈도우 운영체제에 대한 이런 개방성은 다른 기업이 강력한 소프트웨어를 설계할 수 있게 하는 기반이 되었습니다. 물론 이번 사태에서 보듯이, 그만큼 외부 위험엔 취약해졌고 말이죠.개방형이냐, 폐쇄형이냐. 상호운용성이냐, 보안이냐. 기술 업계에서 수십 년간 이어져 온 논쟁이죠. 그 틀에서 보자면 이번 사건은 상당히 의미 있는데요. 그렇다고 해서 이번 일을 계기로 MS가 갑자기 애플의 길로 방향을 틀게 될 것 같진 않습니다. MS 대변인은 월스트리트저널에 2009년 유럽위원회와의 합의 때문에 애플처럼 운영체제를 차단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타사에도 MS 제품과 같은 수준의 윈도우 접근권 제공하기로 한 ‘상호운용성’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뜻이죠.한편, 이번 사태로 크라우드스트라이크 주가는 19일 11%, 22일 13%나 급락했는데요. 이번 사건으로 인한 기업들 피해가 막대한 만큼 엄청난 손해배상 소송에 직면하게 될 거란 전망도 나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실질적인 피해는 미미할 거란 분석이 이어지는데요. 사고에 대한 책임을 제한한다고 계약을 맺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우 고객은 크라우드스트라이크로부터 이용료 환불 말고는 다른 피해 보상을 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고객도 크게 잃지 않을 듯합니다. 웨드부시증권의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이 회사를 떠나는 고객이 5% 미만일 걸로 추정했죠. “그들은 너무 깊이 자리 잡은 플레이어이기 때문에 크라우드스트라이크에서 벗어나는 건 (고객에겐) 도박”이기 때문이라는데요. 아니, 사건의 중대성에 비해 타격감이 너무 없는 것 아닌가요. 지금은 이렇게 세상이 뒤집혔지만, 시간이 좀 지나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그냥 흐지부지 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By.딥다이브한국 기업은 다행히 이번 사태로 인한 피해가 크지 않았죠. 특별히 뭘 잘해서라기보다는 크라우드스트라이크 제품을 쓰는 기업이 별로 없었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국산 보안 소프트웨어에서도 이런 사고가 터지지 말란 법은 없으니 경각심은 필요합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잘 나가던 사이버 보안회사 크라우드스트라이커가 초대형 사고를 쳤습니다. 보안 소프트웨어 팰컨을 업데이트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작은 실수였지만 윈도우 운영체제의 핵심인 커널 수준에서 충돌이 일어나면서, 850만대 컴퓨터가 ‘죽음의 블루스크린’에 빠집니다.-기본만 지켰더라도 이런 대혼란은 없었을 겁니다. 한꺼번에 모든 컴퓨터를 업데이트하는 게 아니라, 업데이트는 점진적으로 이뤄졌어야 합니다.-MS 윈도우 운영체제의 취약점도 드러났습니다. 다른 소프트웨어 기업에 대한 개방성이 큰 만큼, 보안 위험도 크죠. 폐쇄적이지만 보안이 강한 애플과는 대비되는 부분인데요. 개방과 폐쇄, 둘 중 어느 게 맞느냐는 수십년 논쟁에 있어 중요한 순간일지도 모릅니다.*이 기사는 23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다시 기술주가 돌아왔습니다. 22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기술주 반등에 힘입어 상승세로 돌아섰는데요. 나스닥은 1.58%, S&P500은 1.08%, 다우지수는 0.32% 상승으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대선 후보 사퇴는 주식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했습니다. 모건스탠리 전략가 마이클 윌슨은 “우리는 선거 결과보다는 경기순환 흐름에 더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하죠. 기업 실적의 성장과 통화정책 전망이 시장의 관심사인 셈인데요. 특히 이번 주는 화요일에 테슬라와 알파벳의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어 바쁜 한 주가 될 예정입니다.이날 눈에 띄는 종목은 엔비디아입니다. 이날 주가가 4.76% 뛰면서 지난주의 주가 급락을 일부 만회했는데요. 엔비디아가 중국 수출용 AI 전용 칩을 개발 중이라는 로이터 통신 보도의 영향입니다. 새 버전은 미국 당국의 수출 통제 지침을 준수한 제품이라는데요. 대중 수출 재개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강세를 보인 겁니다.실적 발표를 앞둔 테슬라 주가도 5.15% 상승 마감했습니다. 일론 머스크 CEO가 엑스(X)에 올린 글이 투자자 관심을 끌었는데요. “테슬라는 내년에 휴머노이드 로봇을 시험 생산해 테슬라 내부용으로 사용한다. 2026년엔 다른 회사를 위해 대량 생산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는 내용입니다.한편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가상자산 이더리움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거래를 이날 승인했습니다. 지난 1월 비트코인 ETF가 승인된 지 6개월 만에 이더리움 ETF까지 나오게 되는 건데요. 상품 출시를 신청했던 8개 자산운용사 중 최고 2개 회사 상품이 23일부터 거래를 시작할 수 있다고 합니다.앞서 비트코인의 경우, 역사적인 현물 ETF 출시 이후 기관투자자 자금 유입이 이어지면서 두 달 만에 가격이 58% 급등하기도 했는데요. 이번 이더리움 ETF의 경우엔 비트코인만큼 파급력이 크진 않을 거란 전망이 나옵니다. 리서치 회사인 스테노 리서치는 이더리움 ETF가 첫 1년 동안 150억~200억 달러 유입을 기록할 거라고 예측하는데요. 이는 지난 6개월 동안의 비트코인 현물 ETF가 모은 금액과 거의 같습니다. 스테노 리서치는 이더리움은 비트코인과 비교할 때 “선점자 이점”이 없고 “디지털 골드” 같은 강력한 서사도 부족하다고 지적합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23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원자력 발전의 부활이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미국·프랑스·영국·스웨덴 등 여러 나라가 이미 원자력 발전 늘리기에 이미 나섰고요. 원전에 부정적이던 이탈리아·노르웨이·호주에서도 기류가 바뀌고 있죠. 기후 변화에 맞서려면 탄소 없는 원자력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점점 커지기 때문인데요.마침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자력 발전소 수주전에서 한국 기업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원자력 발전 산업에선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들여다보겠습니다.*이 기사는 19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구독하세요.원전 종말국인 줄 알았는데이탈리아와 노르웨이. 초창기엔 원자력 기술에 관심이 컸지만, 지금은 가동 중인 원전이 한 곳도 없는 나라입니다. 이탈리아는 1990년 세계에서 가장 먼저 ‘탈원전’ 국가가 됐고요. 연구용 원자로 2기를 운영해온 노르웨이는 2019년 이를 완전히 폐쇄됐죠.그런데 원전의 종말을 선언했던 이들 나라에서 원자력 에너지가 부활할 조짐입니다. 이탈리아 정부는 최근 소형 모듈형 원자로에 대한 투자를 가능하게 하는 법안을 도입하겠다고 밝혔고요. 지난달 노르웨이 정부는 원자력 발전 도입을 검토하는 공식위원회를 꾸렸습니다.논란 끝에 원전을 폐쇄했던 국가들이 왜 유턴을 모색할까요. 가장 큰 이유는 원자력 없이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화석연료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동안 이탈리아는 태양광, 노르웨이는 풍력 발전을 확대해 왔는데요. 풍력이나 태양광만으로 빠르게 늘어나는 전력량을 메우려니 한계에 부닥칩니다. 무엇보다 너무 많은 땅이 풍력 터빈 또는 태양광 패널로 뒤덮이게 된다는 게 문제이죠.이탈리아의 환경·에너지 안보 장관인 질베르토 피케토 프라틴은 300MW를 발전하는 소형원전은 겨우 4헥타르(4만㎡)의 토지만 필요하다며 이렇게 설명합니다. “이탈리아는 언덕과 산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지형을 태양광 패널로 덮을 수 없습니다.”노르웨이의 원자력 스타트업 노르스크 케르네크라프트의 대변인 수니바 로즈는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주장합니다. “원자력 발전소는 270개 터빈을 가진 포센 풍력단지(유럽 최대의 육상 풍력 발전소)를 대체합니다.”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뒤 에너지 안보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높아진 것도 원자력을 다시 돌아보게 했습니다. 이탈리아는 13년 전 국민투표에서 90% 넘는 유권자가 원전 재도입에 반대했을 정도로 원자력을 혐오하는 나라인데요. 최근 설문조사에선 37% 응답자가 ‘원자력 기술이 더 안전하다면 이탈리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응답했습니다.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에 대한 기억이 없는 젊은 세대일수록 원자력에 긍정적이라고 하죠.‘핵 청정국’ 호주마저 원전 지을까원전에 대한 거부감이 크게 옅어진 건 유럽 국가만이 아닙니다. 멀리 떨어진 호주에서도 최근 원자력 발전소 건설이 진지하게 논의되고 있는데요. 총선을 1년 앞두고 야당이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기 때문이죠. 지난달엔 원전을 어디에 지을지 7개 부지도 공개했습니다(폐쇄된 석탄 화력발전소 부지에 짓겠단 계획).호주는 역사상 한 번도 원전을 지은 적이 없습니다. 시도는 있었지만 번번히 실패했죠. 세계 주요 우라늄 공급 국가 중 하나인데도 말이죠. 아예 1998년 원자력 발전소를 포함한 모든 핵 시설 운영을 금지하는 법을 만들었을 정도인데요(G20 국가 중 유일).그렇게 호주에선 원자력 에너지는 끝난 줄 알았건만. 호주 여론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2011년만 해도 호주인의 62%가 원전에 반대한다고 답했는데요. 올해 4월 여론조사에선 61% 응답자가 원자력 발전을 지지하는 걸로 나타났죠. 호주 야당인 자유당 대표 피터 더튼은 원자력 발전소를 지어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밝힙니다. “세계 어떤 나라도 재생에너지만 사용해 24시간 내내 전기를 공급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경제가 24시간, 주 7일 가동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이는 강력한 전력이 있어야만 가능합니다. 호주는 더 깨끗한 전기와 안정적인 전기를 공급한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습니다.”원전 짓는데 17년 걸린다?일부(독일·오스트리아) 국가를 제외하면 유럽에선 다시 원전으로 돌아가는 흐름이 뚜렷합니다. 원전의 단계적 폐쇄 계획을 세웠던 벨기에나 스페인은 가동 기간을 연장했고요. 동유럽 국가(폴란드·체코·슬로바키아·루마니아·에스토니아 등)가 공개한 원전 건설 계획은 최소 12기, 건설비용으로는 총 1300억 유로에 달하죠.동시에 원전에 대한 회의론도 점점 커집니다. 안전과 환경 때문이냐고요? 그건 물론 중요한 이슈이지만, 그보다도 훨씬 더 큰 걸림돌이 있습니다. 바로 시간과 돈.프랑스 EDF(프랑스전력공사) 컨소시엄은 영국에 힝클리 포인트 C 원전을 짓고 있는데요. 당초 2025년이라던 완공 시점이 계속 미뤄져 이제 이르면 2029년(늦으면 2031년) 예정입니다. 그만큼 공사비용도 180억 파운드에서 340억 파운드로 불어났죠.공사 지연과 이로 인한 비용 초과는 선진국 원자력 발전소 건설에서 이제 흔하다 못해 표준이 될 판인데요. 지난해 가동이 시작된 핀란드 올킬루오토 3호기은 공사 기간이 무려 17년에 달했고요(EDF가 건설, 13년 지연). 역시 EDF가 건설 중인 프랑스 플라망빌 3호기 역시 17년의 긴 공사를 거의 마치고 드디어 시운전에 들어갔습니다(계획보다 12년 지연). 미국도 상황은 비슷한데요. 미국의 최신 원전인 조지아파워 보글(Vogtle) 3호기, 4호기는 공사가 7년 지연되면서 원래 예상했던 건설비(140억 달러)보다 170억 달러가 더 들었습니다.원전 반대론자들은 바로 이 점을 강하게 비판합니다. 흔히 원자력 발전 장점이 풍력이나 태양광 발전보다 저렴한 생산단가에 있다고 하는데요. 천문학적 공사비용을 따지면 그 반대일 수 있기 때문이죠. 또 지금 원전 건설을 시작해도 15~20년 뒤에나 원전이 돌아간다면 그전까진 무엇으로 전기를 공급하느냐도 문제입니다. 선진국에서 원전 건설은 너무 느리고 비쌉니다.국제에너지기구(IEA)도 원자력 발전의 너무 높은 건설비용을 문제로 지적합니다. 현재 미국·프랑스·영국에서 건설 중인 대형 원자력 발전소는 발전비용이 MWh당 약 150~200파운드(약 27~36만원)이 될 거라고 하죠. 이 지역 태양광·풍력 발전(MWh당 50~60파운드)의 몇 배인데요. 이걸 MWh당 100파운드(약 18만원) 이하로 낮춰야만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겁니다. 브렌트 와너 IEA 전력 부문 책임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원자력 산업이 더 큰 시장에서 진정하게 경쟁하기 위해서는 프로젝트를 제시간에, 예산 내에, 낮은 비용으로 제공해야 합니다.”유럽은 용접공 쟁탈전 중각국이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속속 내놓은 지금. 그래서 중요한 건 납기와 예산에 맞춰서 원자력 발전소를 빨리 지을 수 있는 능력입니다. 한국 기업으로 구성된 ‘팀코리아’가 체코 원전 수주를 따낸 것도 이런 적기 시공 능력 덕분이란 분석이 나오죠.그런데 걱정스러운 게 있습니다. 바로 인력인데요. 지금 유럽은 원전 건설 인력난이 심각한 수준입니다. 이미 프랑스·영국·스웨덴에서만 수십만명의 용접공과 엔지니어가 부족하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인데요.2035년까지 원전 6기를 추가 건설한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운 프랑스의 경우, EDF가 앞으로 10년 동안 10만명의 원전 건설 인력을 추가로 모집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미 은퇴한 직원까지 다시 고용할 정도로 인력 구하기에 안간힘인데요. 자연히 임금 수준도 올라가겠죠. 프랑스 엔지니어링 회사 아이스템의 토마스 브랜치 부사장은 블룸버그에 “다른 부문보다 더 큰 임금 인상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합니다.영국은 2050년까지 원자력 발전 용량을 4배로 늘린다는 목표이죠. 이를 위해 10년 동안 필요한 인력은 12만3000명. 영국 정부와 업계는 견습생을 구하기 위한 대대적인 캠페인에 나섰습니다. 이른바 ‘데스티네이션 뉴클리어(destination nuclear)’라는 캠페인인데요. ‘경력이 무엇이든 상관없다. 영국의 게임체인저인 원자력 분야에서 미래를 불태워라’라며 구직자들에 다가가고 있죠. 이미 2~4월엔 런던 지하철역에 광고했고요. 올가을엔 소셜미디어와 TV 광고를 통해 젊은 층에 어필하겠단 계획입니다.2045년까지 최소 10개 이상의 원자로가 추가로 필요하다는 스웨덴 사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역시나 수만 명 근로자가 필요하다는데요. 이 때문에 스웨덴 대학에선 요즘 다른 학과 전공생에게 원자력 분야를 소개하는 무료 점심 행사가 열릴 정도입니다. 웁살라대학의 핵물리학 교수 아네 하칸손은 “병목 현상”이라고 설명하죠. “어떤 사람들은 ‘해외에서 노동자를 수입하자’고 말하지만 프랑스, 영국 같은 다른 나라도 우리와 똑같은 문제를 겪고 있어서 쉽지 않습니다.”물론 한국기업은 빨리, 잘 만드는 생산 관리 능력이 뛰어납니다. 하지만 일손이 부족하고, 임금이 치솟는다면 발전소를 제때 짓는 일이 쉽진 않을 수 있습니다. 이미 동유럽 국가에선 프랑스의 신규 원전 건설 현장으로 유럽 내 인력이 다 쏠릴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오는 상황인데요. 최근 유럽 상황을 볼 때 원전 산업 앞에 밝은 미래가 빛나고 있는 건 맞지만, 거기 도달하기까지 헤쳐 나가야 할 과제도 만만찮아 보입니다. By.딥다이브지난해 5월 딥다이브가 ‘를 다루면서 한국에 기회가 올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요. 일단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반가운 소식입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미국과 유럽에서 원전 신규 건설의 흐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원전 종말을 선언했던 이탈리아와 노르웨이도 재도입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원전을 법으로 금지한 호주에서도 야당이 원전 건설을 공약으로 내놨습니다. -태양광과 풍력발전만으로는 탄소중립으로 갈 수 없다는 게 원전이 부활하는 이유입니다. 24시간 내내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는 건 원전의 큰 장점입니다. -하지만 선진국에선 종종 원전 건설이 너무 느리고 비쌉니다. 공사기간이 한없이 길어지면서 엄청나게 돈을 까먹는 경우가 너무 많죠. 게다가 유럽의 고질적인 인력난은 점점 심해지는데요. 납기를 딱딱 맞추기로 유명한 한국 기업은 이런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까요. *이 기사는 19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뉴욕증시 3대 지수가 모두 하락했습니다. 18일 다우지수는 1.29%, S&P500 0.78%, 나스닥은 0.70% 하락으로 거래를 마쳤죠. 중소형주 중심인 러셀2000 역시 1.69% 급락했습니다. 대형기술주뿐 아니라 우량주와 중소형주까지, 광범위한 매도세가 나타난 거죠.한동안 뉴욕증시에선 주가가 많이 뛴 기술주를 팔고 덜 오른 중소형주를 파는 ‘순환매 장세’가 나타났죠. 연준이 9월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고 봤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투자자들이 벌써 이익 실현에 나서면서 중소형주도 하락세를 면치 못한 겁니다. 글로벌트 인베스트먼트의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키스 뷰캐넌은 “거래 후 5일 만에 이익실현이라니 약간 움찔하지만, 이는 지금까지의 로테이션이 얼마나 큰 규모인지 보여준다”고 말합니다.이날 주목할 만한 종목은 넷플릭스입니다. 2분기 실적을 발표했는데요. 이번 분기에 신규가입자 805만명을 추가했는데, 1년 전 같은 기간의 589만명보다 크게 늘어난 겁니다. 2분기 매출은 전년보다 약 17% 증가했습니다. 예상치를 뛰어넘은 성장이죠. 비밀번호 공유를 제한하고, 요금제 가격을 조정한 것이 효과가 있다는 신호입니다. 스트리밍 분야에서 많은 경쟁자가 고전하는 가운데도 넷플릭스는 지속적으로 강세를 보인 겁니다. 넷플릭스 전 세계 고객은 2억7765만명으로 불어났습니다.향후 사업계획에 대해 넷플릭스는 게임 부문을 강조했는데요. “올해 안에 넷플릭스의 역대 최대 규모 TV 시리즈인 ‘오징어게임’ 시즌2 공개에 맞춰 이 시리즈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멀티플레이어 게임을 선보인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넷플릭스 주가는 실적발표 뒤 장외 거래에서 소폭 상승했죠.이날 세계 최대 피자 체인점인 도미노 피자는 올해 예상보다 적은 수의 신규 매장을 오픈할 것이라고 밝혀 주가가 14% 하락했습니다. 또 대체 육류 제조업체 비욘드미트는 채권자들과 구조조정 논의를 시작하면서 주가가 10% 급락했죠. By.딥다이브*이 기사는 19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글로벌 리튬 시장이 심상찮습니다. 올봄에 살짝 반등하는가 싶던 리튬 가격이 다시 급락해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이죠. 고점과 비교하면 85%나 추락한 겁니다.그런데 아직도 바닥이 아니라는 우울한 전망이 이어집니다. 이제 리튬값 급등은 옛날 일이 되었다는 얘기가 나오는데요. ‘하얀 석유’, ‘백색 황금’이라던 리튬을 두고 왜 이런 전망이 나오는 걸까요. 동시에 그럼에도 여전히 리튬과 관련한 투자가 계속되는 건 무엇 때문일까요. 오늘은 추락한 리튬 가격을 들여다봅니다.*이 기사는 16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7분의 1토막 난 리튬 가격글로벌 리튬 가격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 기사 제목대로 ‘더럽게 쌉니다(dirt cheap)’. 15일 가격이 t당 8만9450위안, 미국 달러 기준으로 1만2286달러에 그쳤죠. 리튬 시세는 보통 중국 상하이에서 거래되는 순도 99.95%짜리 탄산리튬 가격이 기준이 되는데요. 2022년 11월 초 최고 가격(t당 60만 위안, 약 8만2000달러)과 비교하면 거의 7분의 1토막 났습니다.리튬 가격 급락으로 리튬 생산업체 주가도 죽 쑤고 있죠. 세계 1위 리튬 기업 앨버말(티커 ABL) 주가는 1년 동안 59% 급락했고요, 칠레 SQM 주가는 46%, 중국 티엔치리튬은 58% 급락했습니다. 웰스파고·베어드·UBS는 리튬 가격이 예상했던 범위의 하단(t당 1만5000달러) 이하로 떨어졌다며 지난주 일제히 앨버말 목표주가를 대폭 하향 조정했죠.리튬 가격 폭락의 원인은 한마디로 공급 과잉입니다. 2021~2022년 전기차 열풍에 힘입어 리튬 가격은 10배로 치솟았죠. 그러자 너도나도 공격적으로 리튬 광산 개발에 뛰어들었는데요. 그렇게 투자를 엄청 벌인 결과가 이제 나오는 겁니다.세계 3대 리튬 생산국은 호주·칠레·중국인데요. BMI에 따르면 이 3개 나라의 경우 올해부터 2033년까지 10년에 걸쳐 연평균 10.6%씩 리튬 생산량이 증가할 전망입니다.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니죠. 그동안은 존재감이 미미했던 남미 아르헨티나와 아프리카 짐바브웨·나이지리아가 리튬 생산을 크게 늘리는 중입니다. 이 지역의 신규 리튬 광산이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가기 시작하면서 물량을 쏟아낼 예정이죠.싱가포르 BMI의 사브린 초우두리 애널리스트는 “빠르게 확대된 글로벌 공급이 리튬 시장을 공급과잉으로 몰고 있다”고 지금 상황을 설명합니다. 그리고 이런 전망을 덧붙입니다. “리튬 가격은 이전 최고치로 돌아가지 않을 겁니다. 가격은 5~10년 동안 2022년 최고치보다 낮을 겁니다.”여기서 더 떨어진다고?애초에 2022년 리튬 가격이 급등했던 건 전기차 때문이었죠. 전기차가 크게 늘면서 리튬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거란 예측이 가격을 끌어올렸는데요. 그런데 그 수요 폭발의 시점이 계속 미뤄지고 있습니다. 전기차 시장이 캐즘(Chasm, 일시적 수요 둔화)에 빠졌기 때문이죠.전기차 수요가 눈에 띄게 줄면서, 주요 제조사가 속속 전기차 확대 계획에 제동을 걸고 있습니다. 포드는 짓고 있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의 투자 규모를 대폭 줄였고요(연 생산능력 35GWh→20GWh). 폭스바겐그룹은 벨기에에 있는 아우디 전기차 공장 폐쇄를 검토 중입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전기차(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포함)가 전체 판매량의 50%를 차지하는 시점을 2025년에서 2030년으로 5년이나 미뤘죠. 완성차 제조사의 이런 전략 변화는 배터리 제조사와 소재 기업에까지 줄줄이 영향을 끼치는데요. 그 결과 리튬에 대한 주문은 급감하고 재고는 쌓여갑니다.여기에 미국 대선에 대한 걱정까지 더해지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전기차 보조금이 축소 또는 폐지될 수 있어서이죠.씨티그룹은 리튬 가격이 15~20% 더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합니다. 올해 글로벌 리튬 수요가 14% 증가에 그치지만 공급은 18%나 늘어나기 때문이라는데요. 전기자동차에 대한 신뢰가 다시 살아난다면 내년 초쯤엔 가격이 반등할 거란 전망을 덧붙이기도 했습니다.값싼 리튬, 전기차 시대 앞당긴다이제 리튬 가격의 빠른 회복을 내다보는 전문가는 없습니다. 수년 동안 리튬이 낮은 가격(t당 1만2000~1만3000달러 수준)에 머물 거란 전망이 이어지죠. 낮은 리튬 가격이 ‘뉴노멀(새로운 표준)’인 시대에 접어든 겁니다. 불과 2년도 채 되지 않아 이렇게 분위기가 180도 달라지다니, 놀라울 정도인데요.값싼 리튬 시대가 의미하는 건 뭘까요. 크게 두 가지로 압축해 볼 수 있습니다.①마침내 전기차 대중화의 기반이 마련됐습니다.아니, 전기차 수요 꺾였다는데,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하실 텐데요. 리튬 가격 급락으로 리튬 생산업체와 배터리 제조사는 손해가 막심하지만, 덕을 보는 이들도 있죠. 바로 소비자입니다. 리튬 가격이 떨어지는 건 곧 배터리 가격과 전기차 값이 내려간다는 뜻이니까요.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에선 배터리팩 가격이 킬로와트시(kWh)당 75달러로, 2023년 초(151달러)와 비교하면 반토막 났는데요(리튬인산철 배터리 기준). 수많은 전문가가 전기차와 내연기관 차량 가격이 동일해지는 기준점으로 봤던 kWh당 100달러를 이미 한참 밑도는 겁니다. 실제 지난해 중국에서 판매된 차량 중 전기차 가격은 하이브리드나 내연기관차보다 오히려 낮았습니다.급락한 리튬 가격과 이에 연동해 떨어진 양극재 가격이 가져온 변화인데요. 중국 LFP 배터리 셀의 총비용에서 양극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초 50%에서 지금은 30% 미만으로 떨어졌다고 합니다.물론 중국 이외의 지역에서도 이 정도로 배터리 가격이 떨어지려면 시간이 좀 걸리긴 합니다. 미국 비영리 연구기관 ICCT(국제청정교통위원회)는 지난해 kWh당 122달러였던 미국의 배터리팩 가격이 100달러 아래로 떨어지는 시점을 2027년(91달러/kWh)으로 내다봤는데요. 적어도 비싼 배터리 가격 때문에 전기차 시대는 아직 멀었다는 식의 주장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습니다.블룸버그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이 모든 것이 희소성 주창자들이 틀렸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지난 4년 동안 배터리와 배터리 금속은 영원히 공급 부족에 시달릴 거란 예측이 꾸준히 나왔습니다. (…) 배터리 가격이 계속 하락하면서 이러한 주장은 이제 매우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보입니다.”기술의 혁신이 시작된다②리튬 생산의 혁신이 본격화합니다.리튬 가격은 이미 생산 단가에 거의 근접한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이제 리튬 생산업체 간 경쟁은 누가 더 비용을 쥐어짜서 이 보릿고개를 잘 버티냐의 싸움이 된 셈인데요. 분명 기존 리튬 기업엔 큰 위험 요인이지만, 좀 더 길게 보면 기술 혁신을 촉진하는 원동력이 될 겁니다. 여기서 혁신이란 더 저렴하고 효율적인 리튬 생산 방법, 즉 직접리튬추출(DLE·direct lithium extraction)기술을 뜻하죠.직접리튬추출은 물을 증발시키지 않고도 소금물에서 리튬을 추출해내는 기술입니다. 리튬을 흡수하는 흡착제를 넣는 방식인데요. 리튬을 얻는 시간을 대폭 단축하고(자연증발 최대 18개월-직접추출 1~2일), 같은 양의 소금물에서 2배의 리튬을 얻을 수 있어 훨씬 효율적입니다.직접리튬추출 기술이 리튬 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될 거란 얘기는 이전부터 나왔는데요. 리튬가격이 고공행진하던 시기엔 그렇게 주목받지 못했죠. 업계가 비용 절감에 그리 절박하지 않았으니까요. 오히려 리튬 시장이 암흑에 빠진 지금, 이 새로운 기술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이유입니다.실제 투자도 활발합니다. 리튬시장 공급과잉이 해소되고 다시 전기차 시장이 가속페달을 밟게 될 몇 년 뒤를 미리 내다보기 때문이죠. 참고로 BMI는 2028년엔 리튬의 수요 공급이 균형 상태에 도달할 걸로 전망합니다. 그 이후엔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며 공급이 부족해질 거라는 예측이고요. 4~5년 뒤를 생각하면 지금이 시장에 뛰어들 타이밍이죠.대표적인 게 미국 석유회사 엑손모빌입니다. 지난해 11월 미국 아칸소 지하에 있는 대규모 염수층에서 직접리튬추출 방식으로 2027년부터 리튬을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밝혔죠. 또 다른 미국 석유기업 옥시덴탈은 미국 캘리포니아에 상업용 리튬생산시설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지난달 발표했습니다. 옥시덴탈은 워런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가 지분을 꾸준히 매입한 석유기업으로도 유명한데요. 옥시덴탈과 버크셔해서웨이에너지의 자회사(BHE 리뉴어블즈)가 손잡고 직접리튬추출 기술을 상용화한다는 계획입니다. ‘하얀 석유’ 리튬 시대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진짜 레이스는 어쩌면 이제 시작일지도 모릅니다. By.딥다이브리튬시장의 공급 과잉 전망을 전해드린 게 거의 1년 전이었는데요(). 당시 시장의 예측보다 더 극적으로 리튬 가격이 추락했습니다. 워낙 전기차가 절대적인 수요처인 금속이기 때문인데요.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한동안 반등하던 리튬 가격이 다시 추락하면서 3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공급과잉 때문인데요. 앞으로 수년 동안 리튬 가격이 낮은 수준에 머무를 거란 전망이 이어집니다. 낮은 리튬 가격이 뉴노멀입니다. -리튬 가격 급락은 배터리와 전기차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기 마련입니다. 이미 중국에선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저렴한데요. 진짜 전기차 대중화 시대가 열릴 거란 뜻입니다.-이를 내다보고 혁신적인 리튬 생산 기술에 투자를 늘리는 기업도 속속 나옵니다. 리튬 생산의 효율성을 대폭 높이는 직접리튬기술인데요. 앞으로 4-5년 뒤 다시 리튬 공급 부족이 찾아올 거라고 보고 미리 투자에 나서는 겁니다. *이 기사는 16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피격 사건 이후 열린 뉴욕증시에서 3대 지수가 모두 상승 마감했습니다. 11월 선거에서 트럼프 후보가 승리할 거라고 보고 관련주에 베팅하는 ‘트럼프 트레이드(Trump trade)’가 나타났는데요. 15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0.53%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4만211.72)를 기록했고요. S&P500은 0.28%, 나스닥지수 0.40% 상승하며 거래를 마쳤습니다. 이날 SNS 서비스 ‘트루스 소셜’의 모회사이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주주인 트럼프 미디어 주가는 31% 급등했죠. 보수적인 성향의 동영상 공유 플랫폼 럼블(Rumble) 주가는 21% 뛰었습니다. 석유 생산업체, 총기 제조업체, 사설 교도소 관련주도 일제히 상승했고요. 트럼프 후보의 ‘친 가상화폐’ 성향을 반영해 비트코인 가격은 5% 넘게 오르며 6만3000달러 선을 넘어섰습니다. 일론 머스크 CEO가 트럼프 후보를 지지하면서 테슬라 주가는 1.78% 상승 마감했죠.페퍼스톤의 리서치 책임자인 크리스 웨스턴은 월스트리트저널에 이렇게 말합니다. “오늘 우리는 시장 참여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어떻게 표현하고 싶어 하는지 엿볼 수 있습니다. 잠재적 영향 정도는 공화당이 하원까지 장악하느냐에 달려있죠.” 공화당이 대통령직과 의회를 모두 장악하는 ‘레드 웨이브’ 시나리오에선 더 완화적 재정정책(세금 감면)과 그로 인한 재정적자 증가가 예상됩니다. 주식시장엔 긍정적인 환경이지만 장기 채권 수익률은 높아지겠죠. 실제 이날 10년 만기 미국채 금리는 0.046%포인트 오른 4.231%로 거래를 마쳤습니다.한편 2분기 실적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이날 골드만삭스는 전년 동기보다 이익이 150% 증가하는 기대 이상의 실적을 내놓았죠. 덕분에 주가는 2.6% 넘게 뛰었습니다. 이번 주엔 모건스탠리, 뱅크오브아메리카, 넷플릭스, 유나이티드에어라인의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죠. 미국의 소매판매와 주택 착공 데이터 에도 주목할 만합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16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학생 무상급식을 도입하는 정책 때문에 요즘 아주 시끄러운 나라가 있습니다. 바로 10월 차기 대통령 취임을 앞둔 인도네시아인데요. 자라나는 아이들 밥 먹이자는 게 뭐 그리 논쟁거리냐고요? 하지만 먹여야 할 아이들 수가 8000만명이 넘는다면 얘기가 좀 다르겠죠.인도네시아 차기 정부의 경제노선이 현 정부와는 크게 달라질 조짐인데요. 오늘은 인도네시아 무상급식 논쟁을 들여다보겠습니다.*이 기사는 12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무상급식에 연 39조원 든다?“무료 점심과 우유를 제공해 자궁에서부터 영양의 균등한 분배를 실현하겠습니다.”지난 2월 인도네시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프라보워 수비안토 후보의 대표 공약은 무상급식이었습니다. 초·중·고 학생들에겐 무료 점심과 우유, 유아와 임신부에겐 영양 지원을 제공해 “인적 자원의 질을 향상시키겠다”는 목표이죠. 대상자는 총 8290만명. 전체 인구(2억7550만명)의 30%가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의 프로젝트입니다.인도네시아는 일부 사립학교를 빼고는 학교 급식이 없죠. 집에서 먹을 걸 싸가야만 하는데요. 앞으론 학교에서 균형 잡힌 영양소의 밥까지 제공한다니. 학부모들이 환영할 수밖에 없습니다. 무상급식 공약은 프라보워의 대선 승리를 이끈 핵심 공약 중 하나로 평가 받습니다.그런데 막상 무상급식 시행을 준비해야 할 시기가 다가오자 논란이 커집니다. 무엇보다 예산이 문제이지요. 프라보워 대선 캠프의 계획에 따르면 한 끼 급식에 필요한 비용은 1만5000루피아, 약 1300원입니다. 대상자 모두에게 밥을 먹이려면 460조 루피아(약 39조원)가 든다는 계산이 나오는데요. 인도네시아 올해 중앙정부 지출 예산이 2467.5조 루피아(약 210조원)이니까, 예산의 5분의 1을 쏟아부어야 실현 가능한 겁니다. 국가의 사회복지 예산(올해 497조 루피아)의 대부분을 무상급식에만 써야 할 판.물론 당장 내년에 전면 무상급식이 시행되는 건 아닙니다. 재료 공급망이나 생산 시스템을 갖추는 데 시간이 걸리니까요. 단계적 무상급식 시행 계획은 10월에 프라보워 대통령이 취임한 뒤에나 나올 텐데요. 내년엔 소외된 변방 지역 학교부터 시행될 가능성이 큽니다. 지난달 현 정부의 스리 물야니 인드라와티 재무장관이 공개한 2025년 정부 예산안에서 무상급식에 배정된 내년 예산은 71조 루피아(약 6조원). 전체의 15% 정도만 밥을 먹일 수 있단 뜻이죠. 그래도 71조 루피아이면 올해 인도네시아 재무부(48.7조 루피아)와 교통부(38.6조 루피아) 예산보다도 훨씬 큰 겁니다.건전 재정 아닌 다른 길이런 막대한 예산이 들더라도 무상급식을 하긴 해야 하는 걸까요. 경제학자들의 문제제기가 이어집니다.인도네시아대학의 거시경제 연구원인 테우쿠 리프키는 BBC에 이렇게 이야기하죠. “71조 루피아를 무료 식사에 할당하는 게 과연 적절합니까? 우리는 건강, 보육, 인프라 같은 여러 긴급한 과제가 있습니다.”법률·예산연구센터 창립자 옌티 누르히다얏은 이렇게 지적합니다. “이 프로그램은 프라보워의 승리 확률을 높여줬기 때문에 실현돼야 할 겁니다. (무료 점심보다는) 사람들의 소득 증가를 지원하는 데 (예산을) 사용하는 게 더 낫죠.”무상급식은 인도네시아의 재정정책 기조가 달라질 거라는 신호입니다. 해외 투자자 입장에선 아주 예민한 부분이죠. 그동안 조코 위도도(줄여서 조코위) 행정부는 보수적인 재정정책을 펼쳐왔고, 덕분에 투자자 신뢰를 받을 수 있었는데요. 만약 국가부채 비율이 다시 높아지고, 재정적자가 확대된다면? 신흥국 채권 시장에선 큰 악재로 통할 겁니다. 지난 몇달 동안 인도네시아 루피아 환율이 뛰고(통화가치는 하락), 국채와 국영기업 회사채 금리가 오른(채권 가격 하락) 배경이기도 합니다. 투자자들은 프라보워 차기 대통령이 ‘조코위 2.0’이 되길 바랐는데, 지금 분위기상으로는 영 딴판이니까요.최근 FT가 프라보워 당선자의 최측근인 하심 조조하디쿠수모 자문위원과 한 인터뷰는 이런 시장의 의심을 확신으로 바꾸게 하는데요. 참고로 하심은 인도네시아의 재벌이자, 프라보워의 친동생입니다(프라보워의 풀네임이 프라보워 수비안토 조조하디쿠수모).하심은 차기 정부가 지출을 늘리기 위해 정부부채를 국내총생산(GDP)의 50%까지 늘릴 거라고 밝혔습니다. 현재 39%인 부채 비율을 1년에 2%포인트씩 서서히 높여가겠다는 거죠. 하심은 FT에 “정부의 수입을 늘리면서 부채 수준도 높이는 게 목표”이며 “세계은행도 50%는 신중한 수준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는데요. 선거 이후 프라보워 최측근이 정부부채를 늘리겠다는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힌 건 처음입니다.부채비율 50%에 예민한 이유물론 이런 반응도 있을 겁니다. 부채비율 50%이면 엄청 양호한 거 아닌가? 우리나라는 지난해 이 비율이 50%를 넘어섰고요. 말레이시아(60.4%), 필리핀(60.9%), 태국(61%) 같은 동남아시아 국가도 50%를 한참 넘기니까 말이죠.인도네시아는 정부부채에 유달리 엄격한 나라입니다. 2003년부터 정부부채 비율이 GDP의 60%를 넘지 못하도록 법으로 제한했을 정도이죠. 재정 적자가 GDP의 3%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법도 있고요.이렇게까지 강하게 규제하는 건 예전에 부채 때문에 워낙 크게 고생했기 때문입니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직후, 인도네시아는 통화가치가 급락하면서 정부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죠. 정부부채 비율이 한때 85.4%까지 치솟았는데요. 당시 인도네시아는 국가부도 일보 직전 수준까지 갔고, 2001년엔 국가신용등급이 CCC(S&P 기준)까지 떨어졌습니다. 그랬던 나라가 지금은 부채비율 39%, 국가신용등급 BBB를 회복했죠.만약 인도네시아 부채비율이 다시 50%로 높아진다면 이는 2004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 될 겁니다. 50%라는 숫자가 편치 않은 이유입니다. 하지만 프라보워는 후보 시절 부채비율에 대해 “50%까진 문제없고, 우린 채무불이행을 한 적이 없기 때문에 세계에서 존경받고 있다”고 얘기합니다. 현재 5% 수준인 경제성장률을 7~8%대로 끌어올리려면 부채비율이 더 높아져야 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죠. 정부 지출 증가가 경기 부양으로 이어지는 ‘승수효과’를 노리는 겁니다. 이런 논리가 경제학적으로 틀린 건 아닙니다. 하지만 20년 전 재정위기를 기억하는 해외 투자자들에겐 마뜩잖을 수밖에 없죠. 그래서 프라보워 당선자 측이 이런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꺼낸 카드가 있습니다. 바로 세수 증대 계획이죠.인도네시아는 GDP 대비 세금 비율(조세부담률)이 10%밖에 되지 않는, 유난히 세금을 적게 걷는 나라이죠. 그만큼 세금 징수 시스템에 구멍이 많고, 탈세도 많기 때문입니다. 이 조세부담률을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와 비슷한 수준인 16%로 끌어올리겠다는 게 프라보워 당선자의 목표입니다(참고로 한국은 32%, 대체로 선진 복지국가일수록 높음).그런데 세금을 더 많이 걷는다는 게 어디 말처럼 쉽나요. 과세 대상을 늘리기도, 세율을 높이기도 모두 어렵죠. 조코위 정부도 수년 전 비슷한 목표를 세웠지만, 조세부담률은 제자리걸음 중인데요.그래서 프라보워 당선자 진영이 또 다른 옵션도 검토 중이라는 얘기가 계속 나옵니다. 보르네오 열대 정글에 들어설 누산타라(Nusantara) 건설 예산을 줄이는 거죠.누산타라 천도는 10월 이후?인도네시아가 정글 한복판에 새 수도를 건설 중이란 얘기는 들어보셨을 겁니다. 지반이 가라앉고 있는 현 수도 자카르타에서 벗어나, 1200㎞ 떨어진 보르네오섬 오지로 천도한다는 계획인데요. 이 새 수도 이름이 누산타라입니다.수도 이전은 2019년 재선 직후부터 조코위 대통령이 필생의 역점사업으로 추진한 초대형 장기 프로젝트입니다. 총 건설비용 466조 루피아를 투입해 2045년까지 최종 완공한다는 계획인데요. 올해 누산타라에 가장 먼저 세워져 입주를 시작할 건물은 대통령궁이죠. 조코위 대통령은 79주년 독립기념일인 2024년 8월 17일에 맞춰 누산타라를 공식 수도로 선포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한국 기업도 여러 곳이 누산타라 건설 공사에 참여 중인데요. 하지만 건설이 순조롭게 이뤄질지 의구심이 많았습니다. 무엇보다 투자자를 끌어모으지 못했기 때문이죠. 구속력 있는 계약을 맺은 해외 투자자가 아직 한명도 없다는데요.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과연 대통령이 바뀌어도 프로젝트가 추진력을 잃지 않을지 누구도 확신하지 못했기 때문이죠.그리고 프로젝트가 삐걱거리는 게 벌써부터 보입니다. 계획이 지연되기 시작했는데요. 지난 8일 조코위 대통령은 누산타라를 공식 수도로 선포하는 대통령령이 현장 상황에 따라 8월이 아닌 10월 이후에 발표될 수도 있다고 언론에 밝혔습니다. 즉, 후임 프라보워의 취임 이후로 일정이 미뤄질 수 있다는 얘기죠. 위도도 대통령은 이렇게 말합니다. “물은 준비됐나요? 전기는 준비됐나요? 우리는 준비되지 않은 것을 강요하고 싶지 않습니다. 현장에서의 진행 상황을 평가해야 합니다.”불과 한 달 전 “7월에는 (새 대통령 집무실에) 물이 준비된다”고 장담했던 조코위 대통령의 말이 확 바뀐 게 예사롭지 않죠. 과연 10월에 취임하는 프라보워 당선자는 전 정부의 야심작 누산타라를 이어 받으려 할까요. 솔직히 그리 인기 있는 프로젝트도 아닌데 말이죠. 말레이시아 메이뱅크의 애널리스트 브라이언 리는 이렇게 지적합니다. “프라보워는 선거 이후 누산타라를 공개적으로 거의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야심 찬 지출계획이 많을 땐 우선순위를 정해야 합니다.”대선 후보 시절 ‘조코위 정책 계승’을 약속하며 표를 끌어모았던 프라보워 당선인. 하지만 벌써부터 분위기는 심상찮은데요. 10월 취임식 이후엔 또 얼마나 많은 뉴스거리를 만들어낼지, 지켜봐야겠습니다. By.딥다이브인도네시아 경제를 다룬 딥다이브만 벌써 세번째인데요(, 참고). 풍부한 자원과 거대한 인구로 한국 기업과 투자자의 관심을 끄는 나라이기 때문이겠죠.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10월 새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인도네시아에선 무상급식을 둘러싼 논쟁이 한창입니다. 프라보워 당선인의 핵심 공약인 무상급식의 단계적 시행을 위해 내년에만 6조원의 예산이 책정됐는데요. 계획대로 8290만명에게 무료 점심을 제공하려면 1년에 39조원이 필요합니다.-이 돈을 어디서 끌어올까요? 아마 정부가 빚을 낼 가능성이 커보입니다. 프라보워의 친동생은 최근 FT 인터뷰에서 39%인 정부부채 비율을 50%까지 높인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건전재정으로 금융시장 신뢰를 회복했던 조코위 정부와는 정반대 행보입니다.-조코위의 야심작 수도 이전 프로젝트도 흔들릴지 모릅니다. 누산타라를 새 수도로 천명하는 대통령령은 애초에 8월에 발표될 예정이었지만 이제 10월 이후가 될 수 있다고 얘기가 바뀌었습니다. 대통령과 함께 많은 게 달라질 듯합니다.*이 기사는 12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뉴욕증시 기류가 하루 만에 뒤바뀌었습니다. 투자자들이 그동안 상승장을 이끌었던 대형 기술주를 내다 팔고 중소형 주식으로 갈아탔기 때문이죠. 11일(현지시간) S&P500은 0.88%, 나스닥지수는 1.95% 하락했습니다. 소형주 지수인 러셀2000은 3.6% 뛰었고 다우지수는 0.08% 상승 마감했습니다. 이날 증시 분위기를 바꾼 건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였습니다. 6월 CPI는 예상보다 낮은 전년 동월 대비 3% 상승에 그쳐, 3년여 만에 최저를 기록했죠. 인플레이션 둔화로 연방준비제도가 이르면 9월에 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할 거란 전망을 한층 강화하는 소식입니다.금리에 대한 안도감에 투자자들은 좀 더 과감한 선택을 하게 됐습니다. 오랫동안 상승장을 떠받쳐온 대형 기술주에서 수익을 실현하고,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중·소형주에 베팅하기 시작한 거죠. 특히 올해 주식시장에서 가장 부진했던 부동산 섹터가 이날은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칼라모스 인베스트먼트의 포트폴리오 전문가 조셉 쿠식은 이렇게 말합니다. “너무 오랫동안 소수의 사람에 의해 일방적인 시장이었습니다. 예상보다 낮은 CPI 지표가 이 시장을 자극했습니다.”이날 ‘매그니피센트 7’으로 불리는 대형 기술주 주가는 일제히 급락했습니다. 엔비디아는 5%, 메타는 4% 넘게 주가가 빠졌는데요. 가장 눈에 띄는 건 테슬라였죠. 8월 8일로 예정했던 로보택시 공개가 10월로 연기됐다는 소식에 주가가 8.44%나 떨어졌습니다.이날 블룸버그에 따르면 테슬라 디자인팀은 이번 주에 로보택시 프로토타입의 특정 요소를 다시 작업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는데요. 그동안 로보택시 기대감에 11일 연속 급등했던 테슬라 주가는 큰 타격을 입었죠. 대신 승차공유 서비스 기업인 우버테크놀로지와 리프트 주가는 각각 6.15%, 4.64% 상승했습니다. 로보택시 서비스와 경쟁 관계에 있기 때문이죠.한편 이날 미국 CPI가 발표된 뒤 몇 분 만에 달러-엔 환율이 달러당 4엔이나 치솟아 157.44엔에 도달했습니다. 일본 외환당국의 개입으로 추정되는데요. 다만 일본 재무성은 이번에도 개입 여부는 월말에 공개한다며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간다 마사토 재무관은 이런 식으로 애매모호하게 말했죠. “어떤 사람들은 이 움직임이 CPI 결과에 대한 반응이라고 믿는 반면, 다른 사람들은 다른 요인이 작용했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물론 도쿄 시간으로 한밤중에 기자들을 만나 취재에 응한 것 자체가 일반적이진 않죠.이에 대해 블룸버그의 세바스티안 보이드 전략가는 이렇게 평가합니다. “만약 그것이 실제로 외환시장 개입이었다면 최대의 효과를 내기엔 타이밍이 거의 완벽했습니다.”하지만 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엔화가 지속적으로 강세를 보이긴 어렵습니다. 양국의 국채 금리차이가 워낙 크게 벌어졌기 때문인데요. 블룸버그는 외환시장에 현재 일본 엔화 하락에 베팅하는 계약이 엄청나게 축적돼 있다고 전합니다. 투기적 세력은 앞으로 몇 주 동안 일본 엔화 가치가 하락할 거라는 데 내기를 건 거죠. By.딥다이브*이 기사는 12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한동안 주춤하던 무인(無人) 로보택시가 다시 달리기 시작한다. 미국과 중국 선두 업체가 서비스 확장에 나섰고, 테슬라까지 가세할 예정이다. 로보택시 상용화로 가기엔 아직 획기적인 비용 절감과 소비자 거부감 극복이란 과제가 남았다.● 치고 나오는 구글 웨이모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선 24시간 누구나 웨이모(Waymo)의 로보택시를 탈 수 있다. 이용자를 제한했던 웨이모가 지난달 말부터 모두에게 서비스를 공개했기 때문이다. 구글 자율주행 사업부였던 웨이모가 2009년 첫 완전 자율주행에 성공한 지 15년 만이다. 웨이모 제품 책임자 크리스 러드윅은 “(그동안) 많은 문제가 있다는 걸 깨달았고 이제 우리는 그걸 해결했다”고 말했다. 업계 리더인 웨이모의 이런 행보는 침체에 빠졌던 로보택시 시장이 되살아난다는 신호다. 지난 몇 년간 로보택시 시장은 얼어붙었다. 포드·폭스바겐이 공동 설립한 자율주행 스타트업 아르고AI가 2022년 폐업했고, 중국 알리바바는 지난해 자율주행팀을 해체했다. 제너럴모터스(GM)는 올해 로보택시 사업부 크루즈에 대한 지출을 10억 달러나 줄였다. 애플은 10년간 공들인 자율주행 전기차 프로젝트를 올해 2월 포기했다. 가장 큰 문제는 돈이다. GM 크루즈는 지난해 무려 34억8000만 달러(약 4조80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크루즈의 로보택시 가격은 대당 15만 달러(약 2억 원)가 넘는다. 투자비가 많이 들다 보니, 구글 웨이모나 아마존의 죽스(Zoox)처럼 돈 잘 버는 대형 기술기업을 모기업으로 둔 경우가 아니라면 버티기 쉽지 않다.● 바이두의 반값 무인 차 컨설팅 회사 맥킨지앤드컴퍼니는 지금 추세라면 미국에선 2031년, 중국은 2034년 이후에나 로보택시 사업의 순이익이 흑자로 돌아설 거라고 내다봤다. 이 시기를 앞당기려면 획기적인 비용 절감이 필요하다. 이 점에서 눈에 띄는 기업은 중국 최대 검색엔진 기업 바이두다. 중국 11개 도시에서 로보택시를 운영하는 바이두는 올해 5월 신형 완전 자율주행차 ‘이치6’를 연말까지 우한시에 1000대 추가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라이다(LiDAR) 포함 38개 센서를 장착한 이치6의 가격은 대당 20만4600위안(약 3800만 원). 기존 모델의 40% 수준이다. 중국의 전기차·자율주행 공급망 발전으로 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값 무인 차 투입은 로보택시 이용요금을 낮추고 수요를 폭발적으로 끌어올리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바이두는 보도자료를 통해 “2024년 말까지 우한에서 손익분기점을 달성하고, 2025년엔 완전 흑자 구간에 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도 다음 달 8일 ‘로보택시 데이’ 행사를 연다. 테슬라의 로보택시 실물이 공개될지, 계획만 나올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주식시장에선 로보택시에 대한 기대감이 이미 테슬라의 주가를 밀어올리고 있다. 테슬라 역시 얼마나 저렴한 가격으로 자율주행차를 양산해 내느냐에 로보택시의 성패가 달려 있다. 이와 관련해 JP모건 라이언 브링크먼 애널리스트는 “앞으로 몇 년 동안 실질적인 수익 창출을 기대하지 않는다”고 전망했다.● 로보택시 두렵다는 소비자 로보택시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기 위해선 비용 말고도 또 다른 과제가 있다. 소비자의 거부감이다. 로보택시는 운전 중 주의가 산만해지거나, 졸리거나, 전화 통화를 하지 않는다. 인간 운전자보다 사고율이 훨씬 낮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하지만 일단 사고가 나면 그 소식은 대대적으로 보도된다. 지난해 10월 샌프란시스코에서 크루즈 로보택시가 여성 보행자와 충돌한 뒤 바로 멈추지 않아 크게 다치게 한 사건이 충격을 줬다. 이로 인해 크루즈는 한동안 운행 정지됐고, 여론은 급속히 악화했다. 올해 2월엔 샌프란시스코에서 빈 웨이모 로보택시가 군중의 공격으로 불에 타는 일이 벌어졌다. 3월 미국자동차협회 설문조사에서 미국인 중 66%는 자율주행차에 두려움을 느낀다고 답했다. 대중의 불신과 이로 인한 규제 강화는 로보택시 산업 성장의 큰 걸림돌이다. 미국 뉴욕주립대 차오춘밍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자율주행은 이미 인간 운전보다 안전하지만 (기술) 수용은 소비자 심리의 문제”라고 말한다. “자율주행이 대중에게 받아들여지려면 얼마나 더 안전해야 하는가”에 대한 객관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뜻이다.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운전자 없이 운행되는 완전 자율주행의 로보택시(Robotaxi). 한동안 ‘거품’이란 비판과 함께 주요 기업의 사업 축소가 이어지면서 멀어진 꿈인가 싶었는데요. 최근엔 잇따라 사업 확장 소식이 들려옵니다. 8월 8일엔 테슬라의 로보택시 공개라는 빅 이벤트도 예고돼 있는데요.혹시 지금 로보택시 산업은 동트기 전 어둠의 시기에 놓인 게 아닐까요. 만약 그렇다면 언젠가 시장이 열렸을 때 승자는 누가 될 수 있을까요. 오늘은 열릴 듯 말 듯한 로보택시 시장을 들여다보겠습니다.*이 기사는 9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웨이모가 15년 만에 이룬 것이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선 누구나 웨이모(Waymo)의 로보택시를 탈 수 있습니다. 제한된 이용자만 이용할 수 있었던 서비스가 지난달 말부터 모두에게 공개됐기 때문이죠. 2009년 구글 사업부로 출발한 웨이모가 처음 샌프란시스코 인근 팔로 알토 거리에서 무인 주행에 성공한 지 15년 만의 일입니다. 참고로 이용 요금은 우버 같은 차량공유 서비스와 비슷한 수준입니다.이 소식은 두 가지 반응을 불러일으킵니다. ‘로보택시 시장이 드디어 열리기 시작하는구나’ vs. ‘아직 고작 여기까지밖에 못 왔어?’. 솔직히 예상보다 너무 오래 걸리고 있는 건 사실이죠. 웨이모 제품 책임자인 크리스 러드윅은 블룸버그에 이렇게 말합니다. “2010년대엔 큰 과대광고가 있었습니다. 2014년쯤 (로보택시가) 도입될 거라고 얘기했지만 오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실망했죠. 우리는 많은 문제가 있다는 걸 깨달았고, 이제 그걸 해결했습니다.”자율주행 기술의 부족과 그로 인한 크고 작은 사고들, 너무 비싼 차량 가격·운영비용과 극복하기 어려운 대중의 거부감까지. 여러 요인이 겹치면서 로보택시 산업은 한동안 긴 정체기에 머물러야 했는데요. 그 바람에 지난 수년간 사업을 축소하거나 아예 접는 플레이어가 속출했습니다. 그 긴 명단 중 일부만 소개하자면.우버는 2018년 사망사고를 겪은 뒤 2020년 자율주행 사업부를 스타트업인 오로라에 매각했습니다.포드와 폭스바겐이 공동으로 36억달러를 투자해 설립했던 자율주행 스타트업 아르고AI는 2022년 폐업했습니다.중국 알리바바의 글로벌 연구기관인 다모 아카데미는 지난해 자율주행팀을 해체했습니다.애플은 올해 2월 10년 동안 자율주행 전기차 연구를 맡았던 스페셜 프로젝트 그룹을 해산하며 애플카 개발을 중단했죠.제너럴모터스(GM)는 로보택시 사업부 크루즈에 대한 지출을 2024년 약 10억 달러 삭감했습니다. 크루즈 로보택시는 지난해 잇단 사고를 일으켜, CEO가 물러났고 한동안 영업이 중단되기까지 했죠.도대체 돈은 언제 벌지?결국 가장 큰 문제는 돈입니다. 로보택시 사업이 빛을 보기 전까지 막대한 투자비를 감당할 수 있어야 하는데요. 맥킨지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미국 시장의 경우 665억 달러(약 92조원)의 투자비를 쏟아부은 2031년 이후에나 순이익이 플러스를 기록할 거라고 내다봤습니다. 다시 말해 이 사업은 상당 기간 적자를 면하기 어렵다는 뜻입니다.바로 이 점 때문에 로보택시가 ‘밑 빠진 독 물 붓기’가 되는 게 아니냐는 회의론이 점점 커집니다. 지난해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 BYD(비야디) 창업자 왕촨푸 회장은 이런 말로 로보택시를 깎아 내리기도 했죠. “(로보택시는)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벌거벗은 임금님’이다.”로보택시 사업에 얼마나 투자비가 많이 드는지는 크루즈 사례를 보면 확인할 수 있죠. GM 크루즈는 쉐보레 볼트 완전 무인 자율주행차를 400대 운영하는데요.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한 대 가격이 15만~20만 달러(약 2억~2억8000만원)나 됩니다. 라이다(LiDar, 레이저 광선으로 주변을 인지하는 센서)를 포함한 값비싼 장비가 워낙 많이 들어가기 때문인데요. 또 무인 자율주행을 원격으로 지원하는 일을 하는 직원이 차량당 평균 1.5명이라고 하죠. 차량에서 문제가 있다는 신호를 받으면 이들이 원격으로 제어하는 겁니다. 운전자가 필요 없어서 인건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로보택시의 가장 큰 장점이 무색해지죠. 크루즈는 지난해에도 34.8억달러(약 4조8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습니다.물론 모기업이 돈 잘 버는 빅테크라서 이런 비용을 감내할 수 있다면 해볼 만하겠습니다. 구글의 웨이모, 아마존의 죽스(Zoox)가 여전히 버틸 수 있는 이유이죠. 다만 웨이모조차 지난해 직원을 정리해고한 걸 보면 비용압박이 심상찮은 수준인 건 분명합니다.바이두 “우린 내년부터 흑자”바로 이 부분에서 주목해야 할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중국 검색 대기업 바이두입니다. 바이두는 2013년부터 일찌감치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죠. ‘뤄보콰이파오(萝卜快跑)’라는 브랜드(한국어로 번역하면 ‘당근 달려’)로 2021년부터 베이징을 포함한 주요 11개 도시에서 로보택시 서비스를 운영 중인데요. 특히 인구 1100만명의 중부 도시 우한이 가장 큰 거점입니다.바이두의 연구개발비는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뛰어든 뒤 급증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1500억 위안(약 28.5조원)을 연구개발에 쏟아부었다는데요. 그럼에도 여전히 자율주행의 미래가 불투명하고 수익을 내기엔 멀었다는 지적이 이어지던 지난 5월. 바이두가 실적을 발표하면서 이렇게 밝힙니다. “뤄보콰이파오는 2024년 말까지 우한에서 손익분기점을 달성하고, 2025년 완전 흑자 구간에 진입할 예정입니다.”당장 올해 안에 손익분기점에 도달한다? 도대체 그게 어떻게 가능한지 살펴보니 핵심은 비용 절감에 있었습니다. 바이두는 올해 말까지 우한에 6세대 무인 자율주행차 1000대를 새로 투입한다는 계획인데요. 이 새 차량 가격이 기존 모델(48만 위안)보다 60%나 저렴한 20만4600위안(약 3800만원)에 불과하다고 합니다.이 정도면 자율주행 기능이 없는 웬만한 전기차 가격과 비교해도 별 차이가 없죠. 지붕에 장착된 라이다를 포함해 총 38개 센서를 장착한 자율주행차로서는 놀라운 가격인 겁니다. 바이두는 이런 가격이 중국의 전기차와 자율주행 관련 공급망이 급속히 발전한 덕분에 가능하다고 설명하죠.반값 무인 차 등장은 이용요금 인하로 이어질 겁니다. 이미 중국 우한에선 바이두의 로보택시(뤄보콰이파오) 요금이 10㎞에 4~16위안으로 일반 택시(18~30위안)보다 저렴해서 택시 운전기사들이 울상이라는데요. 가격을 여기서 더 낮출 수 있다면 이용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날지도 모릅니다.아직은 미심쩍지만, 만약 바이두가 큰소리친 대로 정말 우한시에서 내년에 흑자로 돌아서게 된다면? 이는 바이두뿐 아니라, 침체에 빠진 로보택시 업계 전체에 희망을 주는 전환점이 될 겁니다. 아마 모두가 그 성공모델을 따르기 시작하겠죠.자율주행이 두렵다는 소비자물론 비용을 크게 낮추는 건 로보택시 성공의 핵심 열쇠이지만, 돈이 이 산업의 유일한 걸림돌인 건 아닙니다. 정부 규제와 보험 정비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한둘이 아닌데요. 특히 극복하기 쉽지 않아 보이는 건 소비자의 거부감입니다.사실 로보택시는 인간 운전자보다 나은 점이 많습니다. 운전하면서 주의가 산만해지거나, 졸려 하거나, 전화 통화할 일이 없죠. 술이나 마약도 하지 않고요. 액셀 페달을 브레이크로 착각해 밟을 염려도 없습니다.여러 연구에서 로보택시가 인간 운전자 평균보다 사고를 덜 낸다는 통계가 이어집니다. 예컨대 지난해 웨이모와 재보험사 스위스리의 공동연구에 따르면, 웨이모 자율주행 시스템을 이용했을 때 물적 손해배상 청구 건수는 인간 운전자의 4분의 1에 불과했고요(자율주행은 100만 마일당 0.78건, 인간 운전은 3.26건). 상해사고 건수는 7분의 1(자율주행은 100만 마일당 0.41건, 인간 운전은 2.78건)에 그쳤습니다.그렇다고 해서 치명적 사고 가능성이 제로라는 건 아닙니다. 지난해 10월 샌프란시스코에서 크루즈 로보택시가 다른 차량에 치여서 튕겨온 여성 보행자와 충돌한 뒤, 바로 멈추지 않고 6m 더 끌고 가서 크게 다치게 한 사건이 있었죠. 아무리 사고율이 낮아도 일단 로보택시 충돌사고가 일어나면 그 뉴스는 대대적으로 보도돼 SNS를 뜨겁게 달굽니다. 이스라엘 자율주행 기업 모빌아이의 암논 샤슈아 CEO는 이에 대해 “각 사고는 사람이 개를 무는 것과 같다”고 말하죠. “(사고가) 너무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켜서 (자율주행 기술의) 더 넓은 확장의 걸림돌이 된다”는 겁니다.이런 크고 작은 사고는 로보택시에 대한 신뢰에 영향을 미칩니다. 올 3월 미국자동차협회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중 66%는 자율주행차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고, 25%는 불확실함을 느낀다고 답했죠. 자율주행차를 신뢰한다는 응답은? 9%에 불과합니다. 지난해보다 여론이 한층 악화한 건데요.지난 2월엔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에서 사람이 타지 않은 웨이모 로보택시가 군중의 공격을 받아 불에 타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일부의 일탈이겠지만, 낯선 무인 택시에 대한 거부감이 정말 크다는 걸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었죠. 뉴욕주립대 차오춘밍 교수는 이렇게 말합니다. “자율주행은 사람이 운전하는 것보다 확실히 안전합니다. 하지만 (기술의) 수용은 소비자 심리의 문제입니다. 과연 기술이 대중에게 받아들여지려면 얼마나 안전해야 하나요.”그런데 좀 냉정해집시다. 1896년 영국의 한 공원에서 45세 드리스콜 부인이 시속 4마일(약 6.4㎞)로 달리던 ‘모터 마차’에 치여 숨졌습니다. 세계 최초의 자동차 사망사고였죠. 당시 검시관은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는데요. 하지만 130년 지난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매년 119만명이 자동차 사고로 사망합니다. 인류가 이 많은 사망자 수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정도이죠.그런데 정말 교통사고 사망자를 크게 줄일 기술이 있다면, 그건 추구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닐까요. 못 미더운 인간 운전자를 차량에서 없애는 게 가장 강력한 방법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두렵고 낯설지만 로보택시의 발전을 응원해야 할 이유입니다. By.딥다이브크루즈 사고 치고, 애플카는 사업 접고. 한동안 찬바람 불던 로보택시 산업이 최근 조금씩 활기를 띕니다. 무엇보다 테슬라의 예고 덕분에 관심이 높아진 게 아닌가 싶은데요. 시장 기대에 부합하는 깜짝 발표가 나올지는 한달 뒤에 지켜보시고요.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막대한 투자비, 불확실한 상용화 일정. 그동안 로보택시 시장은 주요 플레이어들이 줄줄이 나가 떨어지는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그나마 버텨온 업계 선두주자 구글 웨이모가 최근 샌프란시스코에서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서비스를 확장한 게 진전입니다. -너무 비싼 차량 값, 과도한 인력 운영비 등. 로보택시 산업은 앞으로도 몇년 동안은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하단 전망이 나옵니다. 돈 버는 건 7~10년 뒤에나?-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올해 말 손익분기점에 도달한다는 전망치를 내놓은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중국의 바이두. 가격을 60% 낮춘 저렴한 자율주행차량을 새로 만들었기 때문이라는데요. 역시 비용 절감만이 살 길입니다. 아직은 의심스럽지만 정말 흑자 전환한다면 대박 사건.-물론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소비자 거부감도 극복해야 할 과제입니다. 다른 자본주의적인 이유도 많지만, 교통사고 사망자를 줄여야 한다는 절박함이 이 기술을 향해 나아가야 할 가장 큰 이유 아닐까요.*이 기사는 9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중요하면서 바쁜 한 주가 시작됐습니다.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와 실적 시즌을 앞둔 뉴욕증시는 8일(현지시간) 혼조세로 마감했는데요. S&P500과 나스닥지수는 각각 0.1%, 0.28%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를 또 경신했고요. 다우지수는 0.08% 하락으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이번주엔 9, 10일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의회 출석이 예정돼 있죠. 금리 인하 시기와 관련한 단서를 찾기 위해 시장이 그의 발언에 귀를 쫑긋 세울 텐데요. 벤자민 F.에드워즈의 최고투자책임자인 빌 혼버거는 “그가 인플레이션에 대한 진전이 있다고 말할 걸로 예상되지만,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다시 불붙지 않도록 금리인하 측면에서 인내심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합니다.11일엔 인플레이션의 가장 중요한 지표인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발표되고요. 12일 JP모건, 씨티그룹, 웰스파고 등 주요 금융주를 시작으로 2분기 어닝시즌이 본격화합니다. 대형은행 실적은 경제 풍향계이기 때문에 시장이 주시할 겁니다.이날 증시에서 눈에 띄는 종목은 유리 제조업체 코닝입니다. 코닝이 2분기 실적 전망을 상향조정하면서 주가가 12% 급등했는데요. 코닝 측이 “생성형 AI를 위한 새로운 광섬유 제품의 수요 증가”가 실적 향상을 이끈다고 밝히면서 코닝이 AI 수혜주로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생성형 AI 기술개발로 클라우드 데이터센터가 크게 늘면서, 프로세서를 서로 연결해 주는 데 필요한 광섬유 케이블 수요도 급증한 거죠.엔비디아의 호퍼H100 GPU를 사용하는 시스템은 기존 서버랙에 사용되는 것보다 10배 더 많은 광섬유가 필요하다는데요. 올해 말 엔비디아가 더 강력한 블랙웰 칩을 출시하면 랙당 GPU 수는 두배 이상으로(32개→74개) 늘어나고, 그만큼 광섬유 사용량도 늘어날 겁니다. 웬델 위크스 CEO의 설명을 빌리자면 “지금은 전례 없는 기회가 있습니다.”나이키 주가는 이날 3.16% 하락하며 4년 만에 최저 수준(73.05달러)으로 떨어졌습니다. 지난주 목요일 부진한 실적을 발표한 뒤 비관적 전망이 더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인데요.나이키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혁신적인 신제품이 없다는 거죠. 에버코어의 마이클 비네티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나이키가 “진정으로 혁신적인” 운동화를 새로 출시하는 건 올해가 아니라 2025년 봄이 될 거라고 합니다. 나이키의 신제품 개발엔 18~24개월이 걸리기 때문인데요. 코앞으로 다가온 파리올림픽에서 투자자들의 기대치를 충족할 러닝화가 나오진 못할 거란 뜻이죠. 최근 나이키를 매수한 국내 서학개미들이 많다는데, 이런 전망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By.딥다이브 *이 기사는 9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배출되는 건 수증기밖에 없는 완전한 무탄소 비행. 바로 ‘수소항공기’가 그리는 미래 항공의 모습이죠. 지난해 수소연료전지를 장착한 항공기가 속속 시험 비행에 성공하면서, 이런 미래도 곧 열릴 것만 같았는데요.며칠 전 뜻밖의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수소항공기 업계 선두주자였던 미국 스타트업 유니버설 하이드로젠(Universal Hydrogen)이 회사를 청산한다고 발표했죠. 현금이 바닥나고 투자도 끊겼기 때문이라는데요. 수소항공기는 이대로 이륙 한번 못하고 활주로를 이탈하는 걸까요. 오늘은 난기류 만난 수소항공기를 들여다봅니다.*이 기사는 5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날개 꺾인 수소항공기 선두주자“유니버설 하이드로젠이 회사를 청산한다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확인합니다. 우리는 새로운 투자를 마무리하는 데 실패했고, 이사회가 이런 결정을 내렸습니다.”6월 30일 미국의 수소항공기 스타트업 유니버설 하이드로젠의 마크 커즌 CEO가 이런 공개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2020년 설립한 지 4년 만에 날개를 접은 거죠.유니버설 하이드로젠은 태동 단계에 놓인 수소항공기 업계에서 선두주자였습니다. 명성 높은 창업자(에어버스 최고기술책임자 출신인 폴 에레멘코)와 유수의 투자자(에어버스, GE 에비에이션, 도요타, 아메리칸에어라인 등)가 든든히 받쳐줬고요. 투자금도 1억 달러 넘게 모았습니다. 미국 지역항공사를 포함한 12개국 16개 항공사에서 247대의 주문서도 확보했죠.지난해 3월엔 첫 시험비행에 성공했습니다. 40인승 항공기를 수소연료전지 비행기로 개조해, 미국 워싱턴주 중부에서 캘리포니아 모하비까지 15분 동안 날아간 건데요. 미국 경제월간지 패스트컴퍼니는 지난 3월 ‘2024년 가장 혁신적인 기업’ 중 하나로 이 스타트업을 선정했습니다.유니버설 하이드로젠이 특히 주목받았던 건 저비용 방식을 채택했기 때문입니다. 항공기를 새로 개발하는 게 아니라, 기존 항공기에 수소연료전지와 전기모터를 장착해 변형했고요. 액체수소 연료 공급도 훨씬 간단하게 만들었죠. 액체수소는 제트유처럼 직접 항공기에 주입하려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기 게 문제인데요(제트유 공급시간의 4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카트리지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공장에서 생산된 수소를 커다란 반구형 통에 집어넣고, 이를 트럭으로 운반해 와서 항공기에 통째로 끼우는 겁니다. 쓰고 나면 다시 통째로 갈고요. 폴 에레멘코 창업자는 이를 ‘수소의 네스프레소’라고 불렀죠. 항공기가 일종의 커피머신이고, 수소 연료통은 캡슐인 셈이죠.하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커즌 CEO는 “운영을 위한 충분한 자본 또는 대출을 확보하지 못했고, 사업 인수하겠다는 제안도 확보하지 못했다”고 회사 청산 이유를 설명했죠. 수소항공기 출시까진 추가로 2억 달러의 자금이 필요했지만, 끝내 투자자를 구하지 못한 겁니다. 2026년에 첫 상업용 수소 항공기를 띄우겠다던 야심 찼던 비전은 이렇게 물거품이 되었습니다.비행기 띄울 그린수소는 어디에약 70년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1955~58년 미국 공군이 방산업체 록히드와 비밀리에 진행했던 ‘선탠 프로젝트’ 이야기인데요. 액체수소를 연료로 하는 항공기를 개발하기 위해 공군이 수천만 달러를 투자했지만, 결국 프로젝트는 취소됐습니다.수소엔진 개발이 어려웠냐고요? 아니요. 엔진은 두 개나 성공적으로 제작·테스트됐지만, 문제는 따로 있었습니다. 수소엔진을 가동할 만큼의 충분한 수소를 공급할 방법을 찾지 못한 거죠. 결국 수소의 생산·저장·운송이 가장 큰 문제였던 건데요. 바로 이 점이 70년 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합니다.이제 수소는 얼마든지 생산할 수 있지 않냐고요? 무슨 색깔이냐에 따라 다르죠. 수소는 어떻게 만드냐에 따라 색깔을 구별해 이름 붙이는데요. 천연가스로 만든 ‘그레이수소’는 싸게 많이 만들 수 있지만, 무탄소와는 거리가 한참 멉니다.친환경 수소항공기에 필요한 건 탄소배출이 없는 ‘그린수소’인데요. 깨끗한 재생에너지(풍력이나 태양광)로 만든 전기를 가지고, 물을 전기분해해서 수소를 만들어야 하는 거죠. 그린수소는 생산단가가 ㎏당 4.5~12달러(미국 기준)에 달하는데요(그레이수소는 1달러 안팎). 전해조가 비싼 것도 이유이지만 무엇보다 전기료가 너무 많이 들기 때문입니다(비용의 3분의 2가 전기료). 기술 발전과 정부 지원(미국은 그린수소 생산 시 보조금 지급)으로 생산비용이 점점 내려갈 거란 전망은 있지만 그린수소 생산량은 아직 미미하죠. 전 세계 수소 생산량 중 1%도 채 되지 않습니다. 그린수소의 공급 부족(그리고 너무 비싼 단가)은 이제 막 시작된 수소항공기 산업의 날개를 꺾는 가장 큰 요인입니다.게다가 수소연료는 운반하는 게 보통 어려운 게 아닙니다. 기체 수소는 너무 분자가 작아서 아주 조그마한 틈만 있어도 새어 나가고요. 액체로 만들려면 극저온(영하 253도 이하)을 유지해야 하는 게 여간 어려운 일 아닌데요. 또 대량의 수소를 항공기에 싣고 몇시간씩 날아다녀야 하는데, 그게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보통 항공기가 항공유를 어디에 저장하시는지 아시나요? 바로 항공기 날개 내부에 연료탱크가 있는데요. 액체수소는 날개에 저장해서 다닐 수가 없습니다. 연료탱크 표면적이 이렇게 넓으면 바깥과의 온도차이(액체수소는 영하 253도 이하) 때문에 수소가 너무 많이 기화돼 사라져 버리기 때문이죠. 이런 증발을 최대한 줄이려면 가급적 연료탱크를 구형으로 동그랗게 만들어야 하는데요. 유니버설 하이드로젠의 경우, 이런 이유로 액체수소 연료탱크가 날개가 아닌 항공기 동체에 들어갔습니다. 이 때문에 좌석을 세 줄이나 줄여야 했죠. 그만큼 항공사 입장에선 손실인 겁니다.그래도 포기할 수 없는 이유여기까지 읽고 ‘역시 수소항공기는 안 되겠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요. 아직 포기하긴 이릅니다. 유니버설 하이드로젠은 사라지지만 여전히 이 시장엔 야심만만한 스타트업들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인데요.영국·미국 합작 스타트업 제로아비아(ZeriAvia)가 대표적이죠. 영국 정부와 아마존, 빌게이츠, 사우디 네옴펀드 등이 투자한 회사로도 유명한데요. 제로아비아는 상업용 항공기용 수소 전기 엔진을 개발합니다. 20인승 항공기의 프로토타입을 테스트 중으로, 2025년 말 상용제품을 출시한다는 계획입니다. 이미 대형 항공기용 엔진 설계에도 나섰죠. 지난해 11월 시리즈C 라운드에서 1억1600만 달러를 추가로 모금하는 등 자본력이 탄탄합니다.독일의 H2플라이(H2Fly)는 미국 eVTOL(전기 수직이착륙기, 일명 드론택시) 제작사인 조비 에비에이션의 자회사로도 유명합니다. 이 회사는 지난해 9월 무려 3시간 동안 액체수소를 연료로 한 항공기의 시험비행에 성공하며 기술력을 과시했죠. H2플라이의 수소항공기는 디자인이 좀 특이합니다. 동체 두 개가 연결된 모양이죠. 오른쪽 동체엔 조종석, 왼쪽 동체엔 수소연료를 싣고 가운데에 수소연료전지가 자리 잡은 구조입니다.이밖에 미국 하이드로플레인, 스위스 시리우스 에비에이션 등 수소연료 소형 비행기를 개발 중인 기업도 여러 곳이죠. 수소항공기를 향한 여정은 이제 막 시작 단계입니다.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도전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수소 말고는 탄소배출이 완전히 제로인 비행으로 갈 방법이 사실상 없다는 점입니다.지난 5월 항공·정유업계의 뜨거운 이슈라며 딥다이브에서 소개했던를 기억하시나요. 폐식용유·동식물성기름·바이오에탄올 등을 원료로 만드는 항공연료인데요. 이 지속가능 항공유는 연소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저탄소’이지 ‘무탄소’는 될 수 없죠. 게다가 원료 공급의 한계를 생각하면, 이름처럼 지속가능하진 않다는 비판도 나오고요.또 전기차처럼 배터리로 가는 전기 항공기 아이디어도 있긴 한데요. 전기 항공기는 소형, 단거리 비행에만 적용할 수 있을 겁니다. 에너지 밀도의 뚜렷한 한계 탓이죠. A320 항공기를 공중으로 띄우려면 필요한 전력은 40메가와트(MW) 수준인데요. 만약 리튬이온배터리로 이를 공급한다면 그 항공기는 뜰 수 없을 겁니다. 너무 무거워지기 때문이죠. 리튬이온배터리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무언가가 나온다면 달라지겠지만, 지금으로선 상상하기 어렵죠.그래서 70년 전 미 공군이 추진했던 ‘선탠 프로젝트’나 1988년 구 소련이 개발했던 세계 최초 수소연료 항공기 ‘투폴레프 Tu-155’의 비전은 지금도 유효합니다. 수소항공기의 도전은 어쩌면 이제부터 시작일지 모릅니다. By.딥다이브수소 산업은 보면 볼수록 수소의 생산, 저장, 운반이 가장 큰 문제라는 걸 알 수 있는데요. 궁극의 친환경 에너지를 향한 이 수많은 도전의 끝에 뭐가 오게 될지가 궁금합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탄소배출이 없는 수소 항공기를 만들기 위한 도전 하나가 좌절됐습니다. 업계 선두주자로 꼽히던 유니버설 하이드로젠이 회사를 청산하게 됐습니다. 추가 투자 유치에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수소를 연료로 한 항공기를 만들자는 생각은 70년 전부터 있었습니다. 하지만 충분한 수소를 공급받는 건 그때도, 지금도 어렵습니다. 친환경의 그린수소 생산단가는 여전히 너무 비쌉니다. -지속가능 항공유는 무탄소가 될 수 없고, 전기항공기는 커질 수가 없습니다. 수소 항공기로 가는 길이 울퉁불퉁하지만, 항공산업의 탄소중립을 위해선 그래도 여전히 가야할 길이긴 합니다.*이 기사는 5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미국 주식·채권 시장이 독립기념일을 맞아 문 닫은 4일. 글로벌 시장은 바빴습니다. 특히 아시아 증시 상승세가 눈에 띄었는데요. 이날 일본의 니케이225와 토픽스 지수는 모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도쿄증권거래소 제1부에 상장된 모든 기업 주가가 반영되는 토픽스 지수가 최고기록을 쓴 건 1989년 12월 이후 35년 만이죠. 블루칩 중심의 니케이225지수도 지난 2월의 종전 최고치를 이날 깼습니다.최근 일본 증시가 연일 상승세를 보이는 건 ‘트럼프 효과’라는 분석이 나오죠.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감세와 재정확대 정책이 미국뿐 아니라 일본 기업에도 호재가 될 거라고 보는 건데요. 여기에 달러당 161엔까지 떨어진 슈퍼엔저와 일본기업의 주주환원 정책도 호재로 작용합니다.특히 이날 소프트뱅크그룹 주가가 4.5% 급등해 2000년 2월 이후 약 24년 만에 최고가를 기록한 게 눈에 띕니다. 대규모 투자 실패로 ‘마이너스 손’으로 불렸던 손정의 회장의 AI 베팅이 이제야 빛을 본다는 평가가 나오는데요. “소프트뱅크를 반도체 관련 주식으로 보는 투자자가 늘어나면서 또 다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이와이코스모증권 애널리스트 토모아키 카와사키)는 분석입니다.대만 자취안 지수도 이날 신고점을 경신했습니다. TSMC 주가가 2.6% 상승한 1005대만달러로 거래를 마쳤는데요. 1000대만달러선을 넘어선 게 사상 처음이라는군요. 인도의 센섹스지수와 니프티50지수 역시 2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글로벌 불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월가 최대 ‘곰’이 해고됐다는 소식이 관심을 끄는데요. JP모건의 최고시장전략가 마르코 콜라노비치 얘기입니다. 지난 2년 내내 미국의 경기침체를 예견하며 비관론을 고수하다가 결국 잘린 건데요. 그는 지난주에도 S&P500이 연말까지 24% 하락할 거란 전망을 펼쳤죠.파생상품 전략가 출신인 콜라노비치는 2020년 3월 코로나로 시장이 바닥일 때 주식시장의 기록적인 반등을 예측해서 스타가 됐었는데요. 하지만 2022년부터 줄곧 주식 매도를 외치면서 시장의 외톨이가 됐습니다. 그는 2018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나의) 나쁜 점은 때때로 너무 멀리 볼 수 있다는 겁니다. ‘너무 이르다’는 건 금융에서 ‘잘못된’ 것을 의미하기도 하죠.” By.딥다이브*이 기사는 5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바닥마저 뚫렸습니다. 일본 엔화 가치가 추락을 거듭하면서 1일엔 달러당 161.7엔까지 떨어졌는데요. 놀라운 건 다수 전문가가 아직 끝이 아니라고 본다는 겁니다. 이제 시장에선 3분기 달러당 175엔 전망까지 나온다죠.상식적으로는 이런 상황이 좀 이상합니다. 그동안 ‘일본 금리 인상=엔저 탈출’이 당연한 공식인 줄로 알았는데요. 어째 시장은 거꾸로 가고 있으니까요. 오늘은 멈추지 않는 슈퍼 엔저를 들여다보겠습니다.*이 기사는 2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 전망과 거꾸로 간 엔화 환율“3년 연속의 엔화 하락이 2024년엔 끝날 것이다.” 지난해 12월 블룸버그 기사는 이러한 전문가 전망을 전하며 일본 엔화를 2024년의 ‘톱 픽(Top Pick)‘으로 꼽았죠. 당시 집계된 엔화가치 전망치 중간값은 2024년 말 달러당 135엔. 그 근거는 아주 명쾌했습니다. “주요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하고,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에서 정책을 전환하면 달러-엔 환율은 하락 압력에 직면할 게 확실합니다.”(스미토모미쓰이DS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타케시 요코우치)이런 전망을 믿고 미리 엔화에 투자해 놓은 분들 많았죠. 우리나라 5대 은행의 엔화예금 잔액이 지난해 9월 1조엔을 넘은 뒤 이후 올해 들어 더 불어났다는데요(6월 말 1조2928억엔). 그만큼 이제 엔화 가치가 오를 일만 남았다고 보고 많이들 베팅한 겁니다.그리고 어떻게 됐나요. 모두의 예상대로 지난 3월 일본은행은 17년 만의 금리 인상에 나섰죠. -0.1%이던 단기 정책금리를 +0.1%로 올려, 무려 8년 만에 마이너스 금리에서 탈출한 건데요.그래서 엔화 가치는? 전 세계 전문가 전망과는 정반대로 아주 무섭게 뚝뚝 떨어지고 있습니다. 올해를 달러당 140.88엔으로 시작했건만, 그동안 단 한 번도 140 밑으로는 가본 적 없고요. 어느덧 달러당 161엔마저 돌파했습니다. 6개월 만에 환율이 달러당 20엔 넘게 뛴 거죠. 엔화가치로는 1986년 12월 이후 37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인데요. 참고로 원·엔 환율은 지난달 28일 기준 100엔당 855.6원. 2008년 1월 이후 가장 낮았습니다.엔화 가치가 이렇게 급락하는 동안 일본 정부가 손 놓고 있었던 건 아닙니다. 지난 4월 29일 환율이 장 초반 160엔을 찍자, 일본 정부는 보유한 달러를 쏟아부어 방어에 나섰죠. 이 당시 무려 620억 달러의 외환 보유액을 소진했는데요.하지만 효과는 일시적이었고, 불과 두 달 만에 161엔 선마저 무너진 겁니다. 이제 전문가들 사이엔 일본 정부의 ‘새로운 방어선은 어디일까’에 대한 추측이 난무하는데요. 일본 정부가 언제 환율 방어를 위해 나설지 그 시점을 예측하기란 어렵지만, 확실한 건 하나입니다. 정부의 시장개입은 무의미할 겁니다. 엔화가치를 떨어뜨리는 구조적인 요인이 바뀌지 않는다면요.일본은행은 너무 느리다슈퍼 엔저의 구조적 요인은 명확합니다.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이가 커도 너무 크다는 겁니다. 기준금리가 미국은 5.5%, 일본은 0.1%니까 말이죠.환율은 그 나라 돈과 다른 나라 돈을 비교한 상대적 가치이죠. 환율은 하루 거래규모가 약 7.5조 달러에 달하는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투자자들이 어디에 베팅하느냐에 따라 매일 결정되는데요. 지금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채권 수익률이 더 높은 미국 자산이 훨씬 매력적으로 보이는 게 당연합니다. 엔화보다는 달러를 원한다는 투자자가 훨씬 많다는 뜻이죠.여기에 고전적인 투자 수요까지 가세했습니다. 일본에서 아주 싼 금리로 현금을 빌린 뒤 환전해서(엔화 매도), 이걸 가지고 금리가 높은 다른 나라 자산에 투자하는 거죠. 이걸 ‘엔 캐리 트레이드’라고 부르는데요. 엔 캐리 트레이드는 엔화 가치가 떨어질 때 하락을 더 부채질합니다. 최근 엔화 가치가 이렇게까지 추락한 데는 최근의 엔 캐리 트레이드 증가가 한몫했죠.이쯤에서 이런 질문이 나올 수 있습니다. ‘미국과 일본 금리 격차 이제 조금씩 줄어들고 있는데, 왜 추세가 안 바뀌죠?’네, 그렇습니다. 일본이 기준금리를 올렸죠. -0.1%에서 0.1%로. 또 어쩌면 일본은행이 7월 말에 한 번 더 금리를 올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아마 0.25%로?자, 바로 여기서 슈퍼 엔저가 멈추지 않는 이유가 나옵니다. 일본은행이 통화정책 변화를 꾀하고 금리를 올리긴 올렸는데요. 그 변화폭이 너무 미미합니다. 3월에 찔끔 올리고 내내 동결 중. 속도가 심하게 느리죠.또 금리만 살짝 올렸을 뿐이지, 일본은행이 국채를 사들이는 정책은 아직 그대로입니다. 중앙은행이 국채를 매입한다는 건 시중에 돈을 푼다는 뜻이죠. 결국 금리를 내리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초래하는데요. 최근 회의(6월 13~14일)에서 일본은행은 국채 매입 축소를 7월에 하겠다고 미뤘습니다. 바로 발표 나올 줄 알았던 시장 참가자들은 맥이 빠졌죠. 일본은행은 이상할 정도로 신중합니다.그래서 이제 시장은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정말 일본은행이 통화정책을 정상화할 의지가 있는 게 맞아?’라고요. 일본은행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서 엔화가치 추락을 부채질하는 겁니다.정부부채 때문에 못 올리나괜한 의심이 아닙니다. 일본 경제가 초저금리에 너무 오랫동안 길들여져서 ‘금리가 있는 세상’에 적응하기 어려울 거란 우려가 상당히 큰데요. 이 점 때문에 일본은행이 통화 정상화를 향해 성큼성큼 가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국가부채이죠. 일본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최악(250%)인 나라입니다. 부채가 많은 만큼 일본 정부가 채권자(주로 일본은행, 일본 금융회사, 일본 국민)에 지불하는 이자도 엄청난데요. 올해 국채 이자지불용 예산만 9.6조엔입니다. 올해 방위비(예산 7.9조엔)보다 훨씬 큰돈을 국채 이자로 내는 거죠.그런데 만약 여기서 금리가 더 오른다면? 일본 재무성 계산에 따르면 2033년엔 국채 이자로 내야 할 금액이 24.8조~33.5조엔으로 불어날 겁니다. 어마어마하죠.정부 재정 측면에선 금리는 무조건 낮을수록 좋은 겁니다. 혹시 오르더라도 아주 천천히 조금만 오르는 게 안전하죠. BNP파리바증권의 가와노 류타로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이렇게 말합니다. “일본은행이 지나치게 팽창한 정부 부채를 우려해서 금리 인상에 나서지 못하고 있습니다.”일본은행을 멈칫하게 만드는 또 다른 요인은 내수 부진입니다. 보통 금리 인상을 포함한 통화 긴축 정책은 경제가 호황일 때 쓰는 카드이죠. 원래 일본은행과 정부가 생각한 시나리오는 이거였습니다. ‘물가가 올라서→임금이 오르면→소비가 늘어나고 경제가 좋아진다.’ 이른바 ‘임금-물가 선순환’인데요. 이런 선순환을 확인하면, 그땐 마음 편히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죠.이 중 물가 상승과 임금 인상까지는 성공했습니다. 올해 일본 대기업의 임금인상률이 5.58%로 33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으니까요. 하지만 소비는 아직 늘어날 조짐이 보이지 않습니다. 시차가 있어서 아마도 올해 하반기엔 지갑이 두둑해진 소비자들이 씀씀이를 늘릴 거란 전망도 있긴 한데요.어쩌면 그게 아닐지도 모릅니다. 왜? 일단 일본엔 근로 수입이 없는 고령가구가 너무 많고요(전체 2인 이상 가구 중 34.6%가 무직). 40~50대 역시 지난 잃어버린 30년 동안 ‘디플레이션 마인드’에 찌들었습니다. 절약이 최선이고 소비와 대출은 가급적 줄이는 게 몸에 밴 거죠. 임금-물가 선순환의 마지막 고리가 제대로 끼워질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합니다. 신중한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이를 충분히 확인하기 전엔 섣불리 움직이지 않을 겁니다.새로운 ‘미스터 엔’은 누구그래서 현재로선 일본은행이 정책금리를 여러 차례 팍팍 올릴 것 같진 않습니다. 엔화 가치가 금세 상승세로 돌아서기 어려워 보이는 이유인데요.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취합한 외환 전문가 전망에서 3개월 뒤 엔화가치가 지금보다 높아질 거라고 내다본 이는 없었습니다. 대신 달러당 164엔(미쓰이스미토모은행의 우노 다이스케 전략가) 또는 170~175엔(도카이도쿄인텔리전스의 시바타 히데키 전략가)까지 더 갈 수 있다고 내다봤죠. 지난 4월처럼 또다시 일본 정부가 시장 개입(보유한 달러를 대거 팔아 엔화를 매입)하더라도 반짝 효과에 그칠 거라는 게 공통된 의견입니다.그럼, 슈퍼 엔저 탈출은 요원한 걸까요. 그건 아닙니다. 이제 외환시장은 일본은행 대신 모두 여기를 바라봅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블룸버그 칼럼의 표현대로 이제 이 구역의 새로운 ‘미스터 엔(Mr. Yen)’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입니다.다시 말하지만, 환율은 통화의 상대적 가치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일본은행의 조심스러운 움직임(마이너스 금리 해제 등)은 달러·엔 환율 결정에 있어 사소한 역할만 할 뿐이라는 게 지난 몇 달 동안 확인됐습니다. 일본은행이 쭈뼛거리는 사이, 대신 키를 쥐게 된 건 연준입니다. 미 연준 통화정책이 사실상 엔화 가치를 좌우하는 변수인 거죠. 미 연준이 정책금리를 인하한다는 확실한 신호가 언제 나오느냐. 그에 따라 결국 엔화 가치 움직임도 결정될 겁니다. 앞으로 엔화의 방향을 알고 싶으면 일본은행이나 재무성 발표보다는 연준 통화정책 관련 경제지표-미국의 소비자물가 또는 고용 관련 데이터-를 예의 주시해야 하는 거죠. ‘엔고’로의 추세적 전환은 언젠가는 시작되긴 하겠지만, 그 주인공은 가즈오 총재가 아닌 파월 의장일 가능성이 훨씬 커 보입니다. By.딥다이브얼마 전 모임에서 엔화가치가 화제에 올랐습니다. ‘요즘 엔화값이 왜 이리 떨어지냐’는 질문에 ‘미국과의 금리 격차 때문’이라고 답했는데요. 너무 간단히 답을 해서 그런지, 잘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이 돌아오더군요. 그래서 이번 레터를 통해 좀 더 자세한 설명을 써봤습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해 드리자면-전문가의 예상을 깨고 엔화 가치가 추락 중입니다. 1일엔 달러당 161.7엔까지 기록했습니다. 올해 들어서만 환율이 20엔 넘게 오른 거죠.-결국 미국과의 금리 차이가 구조적 원인입니다. 일본은행이 지난 3월 마이너스 금리에서 탈출하긴 했지만, 정책 변화 속도가 너무 느립니다. 일본 정부의 막대한 부채 부담,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소비 탓에 일본은행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이런 식이면 3분기엔 엔화 환율이 달러당 170~175엔까지 갈 거란 전망도 나옵니다. 일본 재무성의 시장개입도 별 소용 없을 겁니다. -엔저 추세를 되돌릴 주인공은 아마도 일본은행보단 미국 연준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엔화 환율이 궁금하다면 미국 경제지표에 주목하세요.*이 기사는 2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최근 일본 엔화 가치가 37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는 이른바 ‘슈퍼 엔저’ 현상이 이어지면서 일본과 수출 경합도가 높은 한국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높은 국가부채와 내수 부진으로 엔저 현상이 장기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원-엔 동조화로 원-달러 환율이 다시 1400원대로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슈퍼 엔저’ 장기화 가능성 엔-달러 환율은 1일(현지 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장중 달러당 161.72엔까지 올랐다. 1986년 12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슈퍼 엔저’의 구조적 원인은 미국과 일본의 금리 격차다. 현재 미국과 일본의 기준금리 상단은 각각 5.5%, 0.1%다. 10년물 국채 금리도 미국 4.46%, 일본 1.05%로 차이가 크다. 글로벌 투자자가 채권 수익률이 높은 미국 자산시장으로 몰림에 따라 엔화의 상대적 가치는 계속 떨어지고 있다. 올해 3월 일본은행이 17년 만에 기준금리를 ―0.1%에서 0.1%로 올리면서 금리 격차가 소폭 줄었지만, 인상 폭이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해 엔저 추세를 되돌리진 못했다. 일각에선 ‘일본은행이 엔저 현상을 정상화할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는 일본의 막대한 국가부채 때문이다. 일본의 정부부채 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250%에 달한다. 올해 국채 이자 지급 예산만 9조6000억 엔(약 82조 원)일 정도로 이자 부담이 크다. 금리가 오르면 정부가 지급해야 할 이자도 불어나기 때문에 금리를 낮게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BNP파리바증권의 가와노 류타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은행이 지나치게 팽창한 정부 부채를 우려해 금리 인상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내수 부진도 통화 정책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은 ‘물가 상승→임금 인상→소비 증가→경제 성장’으로 이어지는 ‘임금과 물가의 선순환’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물가와 임금이 올랐는데도 소비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아 선뜻 금리 인상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경합도 높은 韓 석유제품 타격 불가피 통상 엔저 심화는 한국 기업의 가격 경쟁력 약화 요인으로 여겨진다. 일본과 한국이 다양한 품목에서 수출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의 2022년 연구에 따르면 엔화 가치가 1% 떨어질 때마다 한국 수출액 증가율은 0.61%포인트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두 나라 수출 구조의 유사성을 비교하는 지표인 수출 경합도는 한국과 일본이 69.2로 한국과 미국(68.5), 한국과 중국(56.0) 등 주요 국가보다 높다. 경합도 수치가 100에 가까울수록 경합하는 정도가 높다. 엔저 상황에서 타격이 큰 품목은 석유제품과 자동차 등이다. 한국무역협회가 2022년 집계한 품목별 한일 경합도를 보면 석유제품의 경우 100점 만점 기준 82.7로 전체 품목 중 경합도가 가장 높았다. 이 밖에 자동차·부품이 65.8, 선박이 65.3, 기계류 57.6 순이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이날 진행한 ‘추락하는 엔화, 전망과 대응’ 세미나에서 정철 한경협 연구총괄대표는 “일본과의 수출 경합도가 높은 품목에 대한 연구·개발 등 수출 지원 강화 노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최근 엔화와 동조 현상이 짙어진 원화 가치가 동반 하락하며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질 수 있다. 또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했고 달러화 강세가 나타나면서 단기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저지선인 1400원을 다시 돌파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하반기의 첫 거래일, 뉴욕증시 3대 지수는 동반 상승했습니다. 1일(현지시간) 나스닥 지수는 0.83% 상승해 올해 21번째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요. S&P500은 0.27%, 다우지수 0.13% 상승으로 거래를 마쳤습니다.이날 지수 상승을 이끈 건 기술주였죠. 마이크로소프트가 2.19%, 애플이 2.91% 상승했는데요. 상반기에 나스닥 지수를 18% 넘게 끌어올렸던 AI 열풍이 지속되는 분위기입니다. 미국 대선이 다가오고 있다는 점도 증시엔 긍정적인 요인인데요. 야누스헨더슨인베스터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다니엘 실룩은 “선거의 해엔 양당이 공약을 내걸기 때문에 주식 성과가 좋은 경향이 있다”고 설명합니다.이날 눈에 띄는 주식은 테슬라인데요. 2분기 차량 인도 실적 발표를 앞두고 주가가 6.05% 급등했습니다. 주가가 5거래일 연속 상승해 209.86달러를 기록했는데요.로이터에 따르면 테슬라의 2분기 판매실적은 전년 동기보다 3.7% 감소한 43만8019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됩니다. 역시나 부진한 실적이지만 이제 투자자들은 장기 성장성에 좀 더 초점을 두기 시작하는데요. 웨드부시증권의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궁극적으로 테슬라가 1조 달러 이상 기업가치에 도달할 열쇠는 자율주행”이라며 테슬라 목표주가 275달러를 유지했습니다. 중국에서의 FSD(Full Self Driving) 기능 테스트, 8월 8일 로보택시 공개 계획이 주가엔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겁니다.보잉 주가는 이날 2.58% 상승했습니다. 항공기 동체 제조업체인 스피릿 에어로시스템즈를 47억 달러(약 6억5000억원)에 인수하는 데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인데요. 2005년 보잉에서 분사됐던 스피릿을 다시 사들이기로 한 겁니다.() 이날 스피릿의 주가 역시 3.35% 상승으로 마감했는데요. 보잉의 데이비드 칼훈 CEO는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스피릿 인수는 품질을 강화하고 보잉이 세상에 필요한 회사가 되도록 하기 위한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조치 중 하나”라고 설명했습니다. 참 먼 길을 돌아왔군요. By.딥다이브*이 기사는 2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 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지난 1월 알래스카항공 소속 보잉 737맥스 9 항공기가 운행 중 덮개가 뜯겨나갔던 사고, 기억하시나요. 보잉 항공기 안전 흑역사의 한 획을 긋는 사건이었는데요. 바로 그 문제의 동체를 만든 기업 스피릿 에어로시스템즈를 보잉이 인수하겠다고 나섰습니다. 협상이 진행 중인 가운데 인수가격이 주당 35달러가 될 거라는 구체적인 보도가 나오는데요.이를 두고 보잉이 뼈아픈 실책을 19년 만에 바로잡게 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인수하려는 스피릿이 바로 2005년 보잉이 분사시킨 조직이기 때문이죠. 보잉은 어쩌다 이렇게 먼 길을 돌아오게 됐을까요. 보잉 위기의 역사를 들여다보겠습니다.*이 기사는 28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천하의 보잉이 어쩌다가…지난 1월 5일 오후 5시 승객 171명이 오리건에서 캘리포니아로 향하는 알래스카항공의 보잉 737맥스 9 항공기에 탑승했습니다. 이륙 10분 만에 비행은 악몽이 됐죠. 4900m 상공에서 비상구 덮개가 떨어져 나가 항공기 동체에 구멍이 뻥 뚫렸고, 승객들의 휴대폰과 모자가 빨려 나갔고, 산소마스크가 떨어졌습니다. 다행히 인명 피해 없이 항공기는 무사히 착륙했지만 ‘미국의 아이콘’ 보잉의 추락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였는데요.훨씬 더 치명적인 사고는 수년 전에 이미 벌어졌죠. 2018년 인도네시아, 2019년 에티오피아 항공기의 연쇄 추락사고로 총 346명 탑승객 전원이 숨졌는데요. 모두 보잉 737 맥스8 기종이었습니다. 조사 결과 조종특성향상시스템(MCAS)이란 소프트웨어 오작동이 원인이었죠.그래서 당시에도, 지금도 되풀이되는 질문은 이겁니다. 한때 위대했던 항공기 제조기업 보잉이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게 됐나요?사실 이에 관한 답은 이미 수도 없이 나와 있습니다. 심지어 이미 20여 년 전에 이렇게 될 것을(안전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것을) 예견한 보잉 내부 보고서를 찾을 수 있을 정도이죠. 그렇게 수많은 경고의 메시지를 무시한 채 여기까지 왔다는 게 놀라운 점인데요. 이 위기의 역사는 27년 전부터 시작됩니다.기술보다 돈, 문화가 달라지다‘보잉이 아니라면 가지 않겠다(If it ain‘t Boeing, I ain’t Going)’. 보잉의 항공 엔지니어링 기술력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내 주는 슬로건이죠. 보잉은 한때 안전의 대명사로 통했습니다. 동시에 ‘엔지니어의 회사’였죠. 최고의 항공기를 만들겠다는 목표 아래 가족 같은 노조원 엔지니어들은 단결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론 엡스타인 애널리스트는 당시 보잉이 “엔지니어들의 고급 교회 같은 회사”였다고 설명합니다.엔지니어 입장에선 일하기 참 좋은 회사였지만 경영진은 고민이 많았습니다. 비용이 너무 많이 들었거든요. 1990년대 초반 보잉은 ‘게으른 B(Lazy B)‘라고 불렸습니다. 제조 현장에 노는 인력이 너무 많아 비효율적이란 뜻이었죠. 그 결과 보잉의 최첨단 항공기는 품질은 최고이지만 너무 비싸졌습니다. 치열한 요금경쟁을 벌이던 항공사들 입장에선 선뜻 사기 부담스러웠죠. 바로 그 시기 경쟁사인 프랑스 에어버스가 빠르게 치고 올라오면서 보잉의 절대적 지위가 흔들렸습니다. 보잉엔 분명 뭔가 변화가 필요했습니다.1997년 보잉은 전투기 명가 미국 항공사 맥더널 더글러스를 140억 달러에 인수합니다. 경기를 덜 타는 군수사업을 확장하겠다는 전략이었는데요. 중요한 건 이때 합류한 맥더널 더글러스 경영진들이 합병한 보잉의 주요 직책을 채웠다는 겁니다. 그들은 기존 보잉 임원과 달리 엔지니어가 아닌 재무·회계 출신이었죠. 특히 제너럴일렉트릭(GE) 출신으로 합병 직전 맥더널 더글러스 CEO였던 해리 스톤사이퍼는 COO를 맡아 강력한 2인자가 됩니다. 오죽하면 ‘맥더널 더글러스가 보잉 돈으로 보잉을 샀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죠.리더십이 바뀌면서 아늑했던 분위기는 와장창 깨집니다. 합병 이듬해인 1998년 스톤사이퍼 COO는 직원들에게 이렇게 통보합니다. “가족처럼 행동하는 걸 그만두고 좀 더 팀처럼 행동해야 합니다. 성과를 내지 못하면 팀에 남지 못합니다.”비용 절감과 효율성 향상이 가장 중요한 가치로 떠오릅니다. 기술(엔지니어링) 대신 돈(재무) 중심으로 모든 게 재편됐죠. 2001년 본사를 시카고로 이전한 게 이런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보잉 엔지니어링의 중심인 시애틀에서 본사가 떠난 겁니다. (이후 2022년 보잉은 본사를 워싱턴DC 인근 버지니아주 알링턴으로 다시 옮김)기술과 품질보다 주주가치를 우선시하다니. 직원 반발이 컸지만 경영진은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2003년 CEO에 오른 스톤사이퍼는 2004년 시카고트리뷴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사람들이 내가 보잉 문화를 바꿨다고 하는데, 그건 보잉이 훌륭한 엔지니어링 회사가 아닌 기업처럼 운영되도록 하기 위해 의도한 겁니다. 훌륭한 엔지니어링 회사지만 사람(주주)들은 돈을 벌고 싶어서 회사에 투자합니다.”드림라이너 개발의 악몽기업이 비용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 보잉 경영진이 찾은 답은 하나로 모아졌습니다. 더 많은 아웃소싱. 이는 GE의 전설적 경영자 잭 웰치의 가르침이기도 했고요. 당시 모든 경영자들이 부러워했던 일본 자동차 업체 도요타의 성공 비결로도 꼽혔습니다.그 결과, 보잉의 흑역사를 여는 프로젝트가 시작됩니다. 바로 신형 항공기 787 드림라이너 개발이었는데요. 동체와 날개를 자체생산하던 이전 관행을 깨고 설계와 제조의 70%를 50개 넘는 외주사(1차 협력업체)에 맡기는 대담한 아웃소싱을 채택합니다. 부품은 미국은 물론 일본·프랑스·이탈리아·한국 등 여러 나라에서 생산됐죠. 이렇게 해서 ‘개발 기간을 6년에서 4년으로 줄이고, 개발비용은 100억 달러에서 60억 달러로 단축하겠다’는 계획이었는데요.어떻게 됐을까요. 한마디로 엉망진창이었습니다. 배송일정이 7번 미뤄지면서 첫 번째 비행기가 예정보다 3년 늦은 2011년에나 인도됐고요. 예산은 수십억 달러를 초과했습니다. 납품된 부품들이 서로 맞지 않거나, 납기가 지연되는 경우가 태반이었기 때문이죠. 보잉은 가장 문제 많은 협력사를 인수하는 데 10억 달러를 써야 했습니다. 2012년 포브스는 이렇게 썼습니다. “이 아이디어(설계와 생산의 아웃소싱)는 커피메이커를 조달하는 데는 의미 있을 수 있지만 원자로보다 더 복잡하고 잠재적으로 위험한 기계-787 드림라이너-를 조립하는 데는 말도 안 되는 접근방식이었습니다.”787 드림라이너는 2011년 첫 인도 직후에도 연료 누출과 리튬이온배터리 화재 등 각종 사고를 일으킵니다. 공급망을 관리할 능력이 없는 기업이 비용 절감을 위해 마구 아웃소싱을 하면 어떤 위험이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두고두고 남았는데요.사실 이런 사태를 정확히 10년 전에 예측한 보고서가 있었습니다. 보잉의 유명 엔지니어 존 하트 스미스가 2001년 보잉 내부 심포지엄에서 발표한 논문인데요. 여기엔 ‘핵심 기술을 아웃소싱하는 건 극도로 위험하고 엄청난 추가 비용이 발생하며 보잉이 성과를 내지 못하는 파트너사를 인수하게 될 것’이란 내용이 담겼습니다. 아울러 “모든 부가가치 작업을 아웃소싱하는 것은 모든 이익을 아웃소싱하는 것과 같다”며 과도한 아웃소싱 의존을 직설적으로 비판했죠. 물론 경영진은 그의 주장을 무시했습니다. 당시 도이치뱅크 애널리스트는 이 논문이 “폭언에 가깝다”고 비판했죠.가장 큰 아웃소싱의 결말2005년 보잉은 역사상 가장 큰 매각을 진행합니다. 캔자스 위치타에 있던 항공기 동체 제조사업부를 사모펀드에 판 겁니다. 공격적인 아웃소싱 전략의 정점이었죠. 보잉을 항공기 설계·제조사에서 대규모 시스템 통합업체로 바꾸겠다는 게 경영진의 비전이었습니다. 이는 순자산 수익률(RONA)을 높이는 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했습니다. 분자인 수익을 늘리는 대신 분모인 자산을 아웃소싱으로 줄이는 거죠. 투자자들과 분석가들은 수익성이 높아진다며 환영했습니다.(참고로 에어버스는 항공기 동체 제작을 내부 자회사에 맡깁니다. 한때 분사를 검토했지만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이 위치타 사업부가 지금의 스피릿 에어로시스템즈입니다. 분사 뒤 스피릿은 에어버스 같은 보잉 경쟁사와도 자유롭게 계약을 맺고 있죠. 그래도 여전히 매출의 64%가 보잉에서 나올 정도로 보잉 의존도가 높습니다. 이는 보잉 역시 마찬가지이죠. 보잉의 모든 상업용 비행기의 전방 동체와 737맥스의 전체 동체를 스피릿이 생산하니까요. 두 회사는 서로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는 상호 의존적 관계입니다.스피릿 같은 항공기 구조물 사업은 돈을 벌 수가 없는 사업이었습니다. 보잉 같은 고객사가 끊임없이 하청업체를 쥐어짰기 때문이죠. 오죽하면 스피릿 측이 보잉 787용으로 제작한 1200개 전방 동체에서 항공기당 평균 100만 달러 넘는 손실을 입었다(총 14억 달러)고 공개했을 정도인데요. 게다가 2020년 코로나로 발주가 끊기자, 스피릿은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처합니다. 결국 직원을 6800명이나 해고했고요. 그렇게 떠난 노련한 숙련공 중 상당수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스피릿의 품질관리가 엉망이 되어버린 이유인데요.자잘한 품질 문제가 불거지더니 결국 크게 터지고 말았습니다. 737맥스 항공기의 비상구 덮개의 고정 부품이 불량인 채로 동체를 납품했고, 그 덮개가 하늘을 날다 떨어져 나가버린 겁니다. 물론 애초에 잘못 만든 스피릿 못지않게, 이를 발견하고도 나사를 빼먹은 채 내보낸 보잉도 황당하죠.그리고 이제 보잉은 스피릿을 다시 인수하려고 합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보잉은 현금이 아닌 자사 주식으로 스피릿을 인수할 계획이라고 하죠(현금이 쪼들림). 애초에 스피릿을 분사한 것 자체가 어리석었음을 인정한 셈인데요. 이르면 다음 주에 거래가 발표될 거란 관측이 나옵니다.품질 문제를 해결하고 안전성에 대한 신뢰를 되찾으려면 둘이 다시 합칠 수밖에 없다는 건 업계 공통 의견입니다. 보잉도 지난 3월 낸 성명에서 “보잉과 스프릿의 제조 운영을 재통합하면 항공안전이 더욱 강화되고 품질이 개선되며 고객, 직원, 주주이익에도 도움 될 것”이라고 밝혔죠.19년 만의 대반전입니다. 동시에 왜 이런 일이 더 빨리 일어나지 않았나 싶기도 한데요. 이브 도즈 인시아드 경영학 교수는 유로뉴스 기고문에서 이렇게 밝힙니다. “돌이켜보면 보잉은 몇 가지 근본적인 변화를 시도했는데, 그 변화가 얼마나 야심차고 어려운지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회사가 직면한 가장 큰 과제는 복잡하고 분산된 공급 시스템으로 인해 발생하는 품질관리 문제이죠. 보잉 스스로 만든 도전에서 스스로를 구출할 수 있을지는 시간만이 말해줄 것입니다.” By.딥다이브보잉의 아이러니는 이익을 열심히 좇다 보니 회사가 역사상 최악의 재무 상태에 빠졌단 점이죠. 여러모로 GE 생각이 많이 나는데요.() 물론 그럼에도 보잉이 망할 가능성은 없다(민항기 시장을 에어버스와 과점)는 건 부럽기도 하군요.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737맥스 항공기의 안전 문제로 위기에 처한 보잉. 한때 위대했던 이 기업의 위기는 27년 전 맥더널 더글라스와의 합병에서 시작됐습니다. 느슨한 엔지니어 중심의 회사가 주주가치와 효율성을 중시하는 기업으로 바뀌면서 안전보다는 비용 절감이 우선이 됩니다.-대담한 아웃소싱이 시행됩니다. 2004년엔 신형 항공기인 787 드림라이너의 설계와 제작 상당 부분을 국내외 협력사에 70%가량 위탁합니다. 경영진은 개발비용을 40% 줄일 거라 장담했지만 실제론 엄청난 손해로 돌아왔습니다. 공급망 관리 능력이 없었기 때문이죠. -이번 동체 구멍 사건은 2005년 항공기 동체 제조 사업부를 분사한 데서 시작됩니다. 이제야 보잉은 이를 바로잡겠다며 재인수에 나섰습니다. 바로잡는 데 너무 오래 걸렸지만, 이제라도 돌이켜서 다행일까요.*이 기사는 28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