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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대로 열린다면 앞으로 딱 233일 남았다. 내년 7월 23일 개막 예정인 도쿄 올림픽 얘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일본 내에서도 규모 축소, 대회 취소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일본 정부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꿈쩍하지 않는 분위기다. 지난달 도쿄를 찾은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를 만난 뒤 “경기장에 관중이 들어올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했다. 올림픽에 대비해 프로야구 관중을 80% 채우는 ‘코로나 실험’까지 나선 일본 정부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컸지만 IOC는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 바흐 위원장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를 만나서는 “당신이 슈퍼마리오 분장으로 올림픽 경기장 한가운데에 나타난 순간을 잊을 수 없다. 도쿄 올림픽 개막식에서 어떤 의상을 입고 나올지 상상하고 있다”고 했다. 아베 전 총리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폐막식에서 직접 마리오 분장을 하고 나타나 차기 개최지 도쿄를 소개한 퍼포먼스를 언급하며 ‘내년에도 기대하겠다’고 한 것. 아베 전 총리는 “어떠한 좌절을 겪어도 다시 일어서는 인간의 높은 품격을 기리는 대회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사실 올림픽 취소 결정이 쉽지는 않다. 선수들의 오랜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 또 앞서 투입된 건설·운영비 등 일본이 최대 51조 원의 손실을 볼 것이란 전망도 있다. 경제 도약을 위해 유치한 올림픽이 불황으로 가는 입구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아베 전 총리가 올림픽을 통해 얻으려 했던 또 다른 목표도 달성하기 어려워진다. 그것은 바로 내년 10년을 맞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더 정확하게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끔찍한 악몽을 털어내고 일본의 재건 성공을 대외에 알리는 것이다. 아베 전 총리는 도쿄 올림픽을 “동일본 대지진을 딛고 부흥을 이뤄 낸 일본의 모습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로 삼겠다”고 공언해 왔다. 올림픽은 종종 스포츠나 경제적 이익 이상의 지향점을 갖곤 한다. 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는 국민의 자긍심을 높이고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일본은 이미 1964년 도쿄 올림픽에서 이런 효과를 톡톡히 봤다. 당시 목표는 제2차 세계대전 패전국 이미지를 지우는 것이었다. 보통 개회 선언은 대통령이나 총리가 하지만 당시엔 히로히토 일본 국왕이 개회 선언에 나섰다. 전쟁을 이끌며 주변국에 큰 상처를 줬던 일본 국왕이 전쟁 항복 선언 19년 만에 올림픽 무대에서 평화와 화합의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당시 마지막 성화 봉송은 ‘원폭 소년’이라고 불린 히로시마 출신 선수가 맡기도 했다. 이번 도쿄 올림픽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악몽을 떨쳐내는 메시지 전달에 집중하고 있다. 이번 올림픽의 성화 봉송은 ‘후쿠시마 J 빌리지’에서 시작하는데 이곳은 당시 원전 사고 수습의 전진기지였다. 올림픽의 첫 경기인 일본과 호주의 소프트볼 경기도 후쿠시마에서 열린다. 일본 정부가 올림픽을 통해 일본인의 머릿속에 남은 전쟁이나 원전 사고의 트라우마를 씻어내려는 것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다. 하지만 전쟁이나 방사능 오염은 일본뿐 아니라 주변국에도 큰 피해를 줬거나 줄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강제징용이나 위안부 문제에 있어 일본은 아직도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도 마찬가지다. 일본 정부는 올림픽 개막 전에 원전 방사능 오염수의 해양 방류에 들어가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국제 기준에 맞춰 오염수를 처리하겠다”고 하지만 안전성 논란은 여전하다. 문제는 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도 올림픽의 정상적 개최를 밀어붙이고 오염수 방류 등을 실행하면 또 다른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자칫하면 올림픽이 코로나19 재확산의 진원이 될 수 있고, 충분한 안전성 검증 없는 오염수 방출은 해양 재앙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코로나19 상황이나 백신 효과 여부에 따라 올림픽 개최나 운영 방법도 유동적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국제 평화와 화합 증진’이란 올림픽 정신에도 부합하는 길이다. 황인찬 국제부 차장 hic@donga.com}
중국은 임진왜란을 ‘항왜원조전쟁(抗倭援朝戰爭)’이라 부른다. 일본에 침략당한 조선을 중국이 도운 전쟁이란 뜻이다. 중국은 이런 인식을 350여 년 뒤 발발한 6·25전쟁에도 적용했다. ‘항미원조전쟁(抗美援朝戰爭).’ 미국에 침략당한 조선을 중국이 도운 전쟁이라는 것이다. ‘중국이 외세의 침략을 받은 조선을 구했다’는 비슷한 뜻으로 읽히지만 둘은 차이가 있다. 임진왜란은 일본의 침략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6·25전쟁은 중국의 지원 약속 아래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됐다. 중국은 전쟁 ‘공범’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중국은 올해 70주년을 맞은 6·25전쟁에 대해 ‘정의’와 ‘평화’를 내세우고 있다. 전쟁 당위성을 역설하는 것이다. 아직 정전 상태인 6·25전쟁에서 승리했다고도 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19일 “항미원조전쟁의 승리는 정의의 승리, 평화의 승리, 인민의 승리”라고 했다. 23일엔 “아무리 강한 나라, 아무리 강한 군대라도 약자를 괴롭히고, 침략을 확대해 나간다면 머리가 깨지고 피를 흘릴 것”이라고 했다. 이는 미국을 향한 경고로 주로 해석됐다. 하지만 우리도 불편해질 수밖에 없다. 중국이 항미원조전쟁 기념일로 정한 10월 25일은 중국군이 평북 운산에서 국군 1사단을 기습 공격한 날이다. 당시 중국이 참전 후 첫 승리에서 무조건 이기기 위해 상대적으로 전력이 약한 국군을 우선 타깃으로 삼았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시 주석은 10월 19일엔 ‘항미원조 작전 70주년 전시’를 참관했다. 70년 전 중국군이 압록강을 넘어 한반도 땅을 밟았던 날이다. 사실 시 주석은 10년 전에도 비슷했다. 2010년 10월 1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항미원조 작전 60주년 좌담회’. 그는 “항미원조전쟁은 평화를 지키고 침략에 맞선 정의로운 전쟁”이라고 했다. 당시 중앙군사위 제1부주석에 선임된 시 주석이 국무원과 중앙군사위를 대표해 나선 연설에서였다. “60년 전 발생한 전쟁은 제국주의가 중국 인민에게 강요한 것”이며 “그런 전략적 (참전) 결정을 내린 정부에 경의를 보낸다”고도 했다. 이러자 당시 김성환 외교부 장관은 “북한의 남침에 의한 전쟁이라는 것은 변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필립 크롤리 미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내게는 옳은 얘기로 들리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한미가 즉각 반박하자 신화통신과 런민일보는 6·25전쟁이 북한의 남침이라는 입장을 담은 중국 국방대학 교수의 글을 실었다. 중국이 상황 수습에 나섰다는 해석도 나왔다. 그러나 이번엔 요지부동이다. 한미 정부가 시 주석의 6·25전쟁 왜곡 발언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지만 별다른 해명이 없다. 한술 더 떠 중국 공산당 청년 조직인 공산주의청년단은 “6·25전쟁은 북한의 남침이 아니고 한반도에서 일어난 내전”이라고 강변했다. 지난 10년 동안 중국은 미국과 세계 패권을 다툴 정도로 급성장했다. 시 주석 본인도 10년 전에는 유력한 차기 지도자 정도였지만 이제는 권력의 정점에 선 것을 넘어 장기 집권 체제를 굳히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보수와 진보정권 가리지 않고 중국과의 관계 강화에 집중했다. 5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항일전승절 70주년에 톈안먼 망루에 올랐던 것도, 최근 미중 갈등 격화 속에서도 현 정부가 미국의 반중전선 동참 요청에 적극 화답하지 않는 것도 그런 차원이다. 그런데 중국은 한국군 13만8000명이 죽고 45만 명이 다치고, 민간인 100만 명이 희생된 전쟁을 정의로운 전쟁으로 띄우고 있다. 한국에 대한 배려는 조금도 찾아보기 어려운 행보다. 3일 미 대선에서 누가 승리하든 대중 강경 기조는 누그러지기 어렵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하든,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백악관에 입성하든 마찬가지다. 대선이 끝나고 대중 정책을 정비할 때 미국은 보다 노골적으로 우리에게 미중 간 선택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6·25전쟁 70주년인 올해도 이제 두 달밖에 안 남았다. 향후 어떤 동맹 전략을 가져가야 할지 냉철히 살펴볼 때다. 황인찬 국제부 기자 hic@donga.com}
“세계가 부러워할 최강 무기가 있다. (다른 나라가) 들어본 적도 없는 것을 우리는 갖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미네소타 유세에서 대뜸 신형 무기 얘기를 꺼냈다.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인 밥 우드워드가 저서 ‘격노’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신형 핵무기 시스템 얘기를 했다”고 밝힌 뒤였다. 이후 ‘대통령이 기밀을 노출했다’는 비판이 거셌지만 이번엔 아예 공개석상에서 재차 언급한 것이다. 다만 신형 무기가 뭔지에 대해서는 “말 안 하겠다”고 입을 꾹 다물었다. 이러자 전문가 사이에선 새 무기가 러시아가 개발한 극초음속 미사일을 뛰어넘는 속도의 미사일이라거나 위력을 약화시켜 실제 사용 가능성을 높인 신형 저강도 핵탄두(W76-2)란 추정이 나왔다. 트럼프의 예측 불가능성을 감안하면 수십 년간 미국이 비밀리에 연구 중인 신형 레이저 무기가 성공을 거둔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그런데 트럼프는 왜 신형 핵무기 얘기를 갑자기 꺼냈을까. 이는 최근 강해지고 있는 미국의 중국을 향한 핵무기 견제 움직임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미 국방부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핵탄두 200기를 갖고 있고 10년 뒤 2배로 늘어날 것이라며 중국을 압박했다. 펜타곤이 중국의 핵탄두 수를 밝힌 것은 처음이다. 찰스 리처드 미 전략사령관은 “중국은 핵능력을 개발하고 있다”고 했다. 또 중국이 과거 약속했던 ‘핵무기 선제 사용 금지’ 입장을 신뢰할 수 없다는 기색도 내비쳤다. 중국은 1964년 첫 핵실험 이후 이런 원칙을 밝히며 미국과 러시아(옛 소련) 뒤에서 핵 능력을 강화해 왔는데 이제 중국의 핵능력이 더 커지는 것을 미국이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한 셈이다. 이런 까닭에 미국은 러시아와의 핵군축 협상인 ‘뉴스타트’에 중국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이 협정은 미국과 러시아가 각각 핵탄두를 1550기로 제한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내년에 협정 만료가 돼 연장을 논의하는데 이참에 중국도 끼라는 것이다. 미국의 군축담당 특사는 “중국이 큰 지위를 얻으려면 강한 책임감을 갖고 행동해야 한다. 핵 증강에선 만리장성 같은 비밀이 더 없어야 한다”고도 했다. 6000기 이상의 핵탄두를 보유한 미국과 러시아에 비해 중국이 보유한 핵 규모는 상당한 격차가 있다. 이런 까닭에 전문가들은 중국이 미국과 러시아만큼 핵을 늘리거나, 반대로 미국과 러시아의 핵이 중국만큼 줄어들 때까지 중국이 핵군축 협상에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중국 외교부는 “미국과 러시아가 핵군축에서 최우선 순위 책임을 갖고 있다”며 참여를 거부했다. 미중 갈등이 심화되면서 중국 내에서는 미국과 핵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 편집장은 “중국이 핵탄두를 1000개까지 늘리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둥펑-41’을 최소 100기 마련해야 한다”고 나섰다. 중국사회과학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 행동에 대해 중국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문제는 이런 미중 간 군사적 경쟁이 한국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달 한국을 찾은 미 국무부 군비통제 대통령 특사는 “중국은 핵무기로 무장한 깡패”라면서 “(중국의 위협 대응에) 한미가 적합하다고 보일 정도로 함께 일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에 당장 중국이 강하게 반대하는 중거리 미사일의 한반도 배치가 본격 거론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이렇게 미중 갈등은 경제 전쟁을 넘어 이제 실제적인 군사적 경쟁, 그중에서도 핵 경쟁으로 심화되는 상황이다. 북한의 핵 문제를 풀지도 못했는데 미중 간 군사적 경쟁이 심화되는 난국이 우리 앞에 그려지고 있다. 정부는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에 기대고 있다”며 미중 모두에 손을 내미는 형국이다. 하지만 미중 갈등이 격화될수록 한국에 선택을 강요하는 더욱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북한에 대화나 협력 제안을 고민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더 시급한 것은 치열해지는 미중의 패권 경쟁 속에 우리가 펴 나가야 할 안보 생존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다. 황인찬 국제부 차장 hic@donga.com}
‘밀크티 동맹(Milk Tea Alliance)’이란 말이 있다. 올해 홍콩, 대만, 태국의 젊은 시위대들이 반(反)독재, 반중 시위에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만든 연대다. 이들 국가에서 밀크티가 공통으로 사랑받고 있다는 점에서 따온 이름이기도 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각국 시위대가 밀크티를 들고 승리의 건배를 하는 이미지들이 올라온다. SNS 시위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8월 16일 태국 방콕에서 새 총선 등을 요구하는 반정부 집회 시위에 2만 명이 모였다. 2014년 군사 쿠데타로 쁘라윳 짠오차 정권이 들어선 이후 가장 큰 규모였다. 비슷한 시각 대만의 수도 타이베이의 중앙역 광장에서도 시위가 열렸다. 태국에서 열린 반정부 시위를 지지하는 연대 시위였다. “민주주의를 위한 범아시아 동맹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컸다. 그런데 이런 밀크티 동맹의 타깃이 점차 중국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대만과 홍콩에서 벌어진 반중 시위에 태국 등이 지지를 보내고 있다. 남중국해를 둘러싸고 중국과 다툼이 있는 필리핀이나 역시 중국과 심각한 국경 분쟁을 겪고 있는 인도에서도 밀크티 동맹 동참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이러자 중국도 경계심을 드러냈다. 중국 외교부는 “홍콩과 대만의 독립을 원하는 이들은 종종 온라인으로 결탁하고 있다. 하지만 모의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올해 들어 국제사회에서의 반중 정서가 급히 확산되는 분위기다. 중국 우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원지로 지목되면서 중국에 대한 비난이 컸던 바 있다. 중국은 세계보건기구(WHO)의 우한 현지 조사를 수용했지만 여태껏 조사팀이 우한을 찾지 못해 논란도 커지고 있다. 여기에 중국이 5월 말 홍콩 국가보안법을 강행 처리한 것에 대한 서방 세계의 반발은 경제 제재 등으로 확전 중이다. 무엇보다 홍콩 민주화 인사들의 생명권, 재산권이 당장 ‘도마 위에 오른 생선’ 처지가 됐다는 우려가 크다. 중국도 반중 정서가 높아지는 상황을 심각하고 보고 있다. 중국 국가안전부 산하 싱크탱크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전 세계의 반중 정서가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 못지않게 높아질 수 있다”는 보고서를 최근 중국 최고지도부에 전달했다. “반중 정서는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 대한 저항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계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중국 외교 수뇌부가 바빠지는 모습이다. 양제츠 공산당 중앙외사위원회 판공실 주임이 지난달 싱가포르와 한국을 찾았고, 왕이 외교부장도 프랑스 독일 등 유럽 5개국을 방문했다. 이어 양제츠 주임은 다시 이달 초 미얀마와 스페인, 그리스를 찾았다. 코로나 사태로 각국의 대면 외교가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중국 외교 랭킹 1, 2위가 광폭 행보를 벌인 셈이다. 그러나 잡음은 여전했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교장관 등은 홍콩보안법을 면전에서 문제 삼으며 왕이 부장을 낯 뜨겁게 만들었다. 양제츠 주임이 부산에서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만나 양국 관계 증진 등 원만한 대외 메시지를 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공산당은 내년 100주년을 맞는다. 중국은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리는) 사회’ 완성을 자축할 예정이지만 반중 정서가 높은 상황에서는 그들만의 축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중국은 건국 100주년인 2049년까지 미국에 맞서는 강력한 신중국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이런 중국의 야심에 주변국에선 기대 못지않게 우려도 큰 상황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최근 중국 항일 승전 75주년 좌담회에서 “그 누구든 그 어떤 세력이든 중국 공산당의 역사를 왜곡하고 비하하려 한다면 중국 인민은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개 경고했다. 미중 경쟁이 격화되는 속에 워싱턴을 겨냥한 발언이겠지만 중국 패권주의에 대한 도전 세력은 누구라도 응징하겠다는 말로 읽힌다. 하지만 다른 주권국과의 관계를 힘으로만 찍어 누를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럴수록 반중 연대는 공고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중국은 알아야 한다. 황인찬 국제부 차장 hic@donga.com}
“나는 선거 때문에 이러는 게 아니다. 많은 생명을 구하기 싶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매달리는 이유를 이렇게 털어놨다. 재선을 위해 백신 개발에 다걸기를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자 새삼 생명의 가치를 강조하고 나선 것. 그러면서도 그는 “대선 전 백신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이런 까닭에 미 대선의 막판 변수인 ‘10월 서프라이즈’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재회가 아니라 백신 개발이라는 말도 나온다. 미국 내 확진자가 500만 명을 넘긴 위기 상황에서 백신 개발 성공, 무료 접종 등을 선포하며 트럼프가 선거 막판 뒤집기에 나설 것이란 얘기다. 이런 기류를 반영하듯 미국 정부는 최근 치열하게 백신을 쓸어 담고 있다.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 미국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 프랑스 사노피와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 등 글로벌 제약사와 대학을 접촉해 성공 가능성이 높은 백신의 입도선매에 나선 것. 미국은 이미 7억 회분의 백신을 확보했다. 약 3억3000만 명인 미국 전체 인구가 두 번 이상 맞을 수 있는 규모다. 이런 물량 확보전에 94억 달러(약 11조2000억 원)도 쏟아부었다. 일부 선진국도 백신 확보전에 가세했다. 영국은 프랑스 제약사인 발네바와 백신 생산시설 투자 계약을 맺고 1억 회분을 받기로 하는 등 1억6000만 회분을 확보했다. 일본은 화이자로부터 백신 1억2000만 회를 공급받기로 했고, 아스트라제네카와 추가로 1억 회분 공급 협상을 타진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이 독감처럼 주기적인 접종이 필요할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각국이 백신 창고 채우기에 몰두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경제적 강국들의 백신 입도선매가 생산량 전망치마저 뛰어넘는 것이다. 이를테면 개발이나 생산도 하기 전 ‘묻지 마 사재기’다. 영국 의약시장 조사업체 에어피니티 집계에 따르면 미국 영국 일본 등이 제약사로부터 선구매한 백신 규모는 13억 회 분량으로 2021년 1월 상반기까지 생산될 것으로 보이는 총 백신 생산량인 10억 회분을 뛰어넘는다. 세계 인구가 78억 명인 것을 감안하면 어떤 나라 국민은 여러 차례 백신을 맞을 수 있지만 다른 나라 사람들은 구경도 못 하는 백신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현실화할 조짐이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백신 민족주의는 좋지 않고 도움도 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우리가 모두 안전해지기 전까지 어떤 국가도 안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백신의 공공재 성격을 인정해 모두에게 접근성이 제공될 때 진정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는 호소다. 하지만 이런 호소가 냉혹한 국제사회에서 제대로 작동될지는 불투명하다. 백신 확보에 가장 적극적인 미국은 이미 지난달 WHO 탈퇴를 공식 통보하며 독자 노선을 명확히 했다. 유럽연합은 4월 ‘코로나19 대응’ 결의안을 선보이며 백신의 공공재 역할을 강조하는 듯했으나 이후 아스트라제네카와 백신 사전 구매 계약을 마쳤다. 중국의 바이오기업 시노백은 코로나19 백신의 3상 임상시험을 브라질에 이어 인도네시아에서 진행하며 독자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런 까닭에 필리핀 등 일부 동남아 국가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은 잠시 제쳐두고 중국에 ‘백신 구애’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백신의 소유 자체가 국제 질서를 이끄는 하나의 패권으로 이미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글로벌 제약사와 백신 공급 계약을 맺은 것이 아직 없다. 국내 제약사들의 백신 개발은 초기 단계다. 정부는 WHO, 감염병 혁신 연합(CEPI)이 주도한 백신 공급 협의체인 ‘코백스(COVAX)’ 가입에 나섰지만 이를 통해 백신 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진다고 해도 국민 전체의 20%만 받을 수 있다. 5000만 국민 중 1000만 명만 백신을 맞을 수 있다는 얘기다. 백신 확보는 국민 생명과 직결될 뿐만 아니라 코로나19로 침체된 경제를 하루빨리 회복시키는 데도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 기술력이 부족하다면 외교력을 총동원해서라도 백신 확보에 집중해야 할 때다. 황인찬 국제부 차장 hic@donga.com}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2017년 1월 퇴임을 앞두고 조 바이든 부통령에게 깜짝 선물을 줬다. 8년을 함께한 그에게 미국 대통령이 세계평화 등에 공헌한 미국인에게 주는 최고의 상인 ‘자유 메달’을 직접 수여한 것. “바이든은 나를 더 나은 대통령으로 만들었다”는 오바마 특유의 감성적 발언에 바이든은 눈물까지 흘렸다. 그러나 오바마는 정작 바이든이 지난해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히자 만류했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74)의 재선을 막기 위해 바이든(78)보다는 젊은 정치인이 나서 새바람을 일으키길 기대했다는 것. 오바마는 4월에야 바이든 공개 지지를 선언했다. 그런 바이든에게 요즘 대망론이 솔솔 불고 있다. 대선을 100일도 안 남겼는데 트럼프 대통령과의 지지율 격차를 두 자릿수까지 벌인 것. 물론 트럼프의 숨은 지지층인 ‘샤이 트럼퍼’ 등을 고려하면 결과를 속단하긴 이르다. 하지만 코로나발(發) 경제 악재에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경고등이 켜진 것은 분명하다. 우리로서는 미 대선을 바라보는 셈법이 복잡해졌다. 무엇보다 두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도 실질적 성과를 거두지 못한 북한의 비핵화 문제가 바이든이 집권한다면 어떻게 달라질지가 관심사다. 바이든은 1월 민주당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아무 조건 없이 만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그를 조건 없이 만나줘 체제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제재를 약화시켰다”고 했다. 지난해 11월엔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전략에 대해 “이 거칠고 험난한 외교에 대해 아무런 전략도, 인내심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런 까닭에 바이든이 당선된다면 오바마가 북한에 대해 펼쳤던 ‘전략적 인내’가 재현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바이든이 당선되면 ‘오바마와 4년 더’인 셈”이라고 했다. 그러나 북한이 변화할 때까지 제재로 압박하는 ‘전략적 인내’ 카드를 바이든이 다시 꺼낸다고 해도 오바마 때와 똑같지는 않다. 무엇보다 북한을 옥죄는 제재 카드가 한층 강력해졌다. 북한이 하노이 회담에서 영변 핵시설과 맞바꿔 해제를 요구했던 유엔 안보리의 핵심 제재 5개는 2016년 3월 이후 결의된 것으로, 실질적 제재 효과는 모두 트럼프 정부 들어 발휘된 것들이다. 이들 제재는 철광석과 수산물 등 북한의 주요 수출을 원천 봉쇄하고 북한 해외 노동자들을 모두 귀환시키는 등 평양의 달러 줄을 끊는 데 집중하고 있다. 또 바이든은 제재로 북한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중국과의 공조를 강조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그런 기류도 비치고 있다. 그의 선거캠프 홈페이지엔 “동맹국은 물론이고 중국과의 공조를 통해 조율된 대북 캠페인을 펼칠 것”이라고 돼 있다. 바이든은 1월엔 “중국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압박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북핵 해결의 ‘열쇠’가 중국이란 바이든의 인식은 비교적 오래된 것이다. 그는 부통령 때인 2013년 12월 김 위원장의 고모부인 장성택의 실각설이 돌자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나 대북 압박 및 공조를 강조한 바 있다. 그런 바이든은 2016년 한 방송 인터뷰에선 “시 주석에게 ‘북핵을 그대로 놔뒀다간 일본이 핵무장을 하게 된다’ ‘일본은 하룻밤에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중국이 북핵 문제에 협조하지 않으면 동북아에서 일본을 필두로 한 핵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고 대놓고 중국을 압박한 것이다. 문제는 바이든의 이런 철저한 제재 공조 포석엔 한국도 예외일 수 없다는 점이다. 바이든은 지난해 12월 미 외교협회 인터뷰에서 “미국은 아시아 국가, 그중에서 특별히 한국과의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며 한국을 콕 짚어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 무시’를 비판하면서 나온 말이지만 한국과의 연대 강화에서 1순위는 대북 정책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는 최근 북-미 협상과 별개로 독자적 남북 협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바이든의 대북 인식과 거리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벌써부터 외교가에서는 나온다. 바이든이 당선된다면 북핵 해법과 관련된 한미 간 이견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정부는 경청할 필요가 있다. 황인찬 국제부 차장 hic@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25전쟁 70주년을 앞두고 예고했던 대남 군사행동계획을 전격 보류했다. 한반도 인근에 미 항공모함 3척과 B-52 전략폭격기들이 전개되는 등 미국의 고강도 대북 압박에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전쟁 억제력 더욱 강화”를 강조하며 향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고강도 도발 가능성을 예고했다. 8월 한미 연합 군사훈련 재개 여부 등을 놓고 당분간 살얼음판 한반도 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 주재로 23일 당 중앙군사위원회 예비회의가 열려 인민군 총참모부가 제기한 대남 군사행동계획을 보류했다고 노동신문이 24일 전했다. 앞서 총참모부는 △금강산·개성공업지구 군대 전개 △비무장지대(DMZ) 민경 초소 진출 △접경지역 군사훈련 △대남전단 살포 지원 등을 승인받겠다고 했는데 이것들이 보류된 것. 이날 DMZ에 설치됐던 북한군 확성기들의 철거 정황이 포착됐고, 북한 선전 매체는 대남 비판 기사들을 삭제하기도 했다. 북한의 이런 태세 전환은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대북전단 비판 등으로 한국에 불만을 쏟아내며 대내 여론을 결집하는 데 일정 성과를 거둔 상태에서, 군사적 압박을 높일 경우 미국의 고강도 군사 압박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미 국무부는 23일(현지 시간) “북한이 계속 핵물질을 생산하고 있으며, 미확인 핵시설도 있다. 제재는 완전하게 유지될 것”이라고 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북한의 대남 군사행동 보류 결정에 대해 “보류가 아니라 완전히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은 이날 오후 담화를 내고 “남조선 당국의 차후 태도와 행동 여하에 따라 북남 관계 전망에 대하여 점쳐볼 수 있는 시점”이라면서도 “(대남 군사행동에 대한) 우리의 ‘보류’가 ‘재고’로 될 때에는 재미없을 것”이라고 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25전쟁 70주년을 앞두고 예고했던 대남 군사행동계획을 전격 보류했다. 한반도 인근에 미 항공모함 3척과 B-52 전략폭격기들이 전개되는 등 미국의 고강도 대북 압박에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전쟁 억제력 더욱 강화”를 강조하며 향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고강도 도발 가능성을 예고했다. 8월 한미 연합훈련 재개 여부 등을 놓고 당분간 살얼음판 한반도 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 주재로 23일 당 중앙군사위원회 예비회의가 열려 인민군 총참모부가 제기한 대남 군사행동계획을 보류했다고 노동신문이 24일 전했다. 앞서 총참모부는 △금강산·개성공업지구 군대 전개 △비무장지대(DMZ) 민경 초소 진출 △접경지역 군사훈련 △대남전단 살포 지원 등을 승인받겠다고 했는데 이것들이 보류된 것. 이날 DMZ에 설치됐던 북한군 확성기들의 철거 정황이 포착됐고, 북한 선전 매체는 대남 비판 기사들을 삭제하기도 했다. 북한의 이런 태세 전환은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대북전단 비판 등으로 한국에 불만을 쏟아내며 대내 여론을 결집하는 데 일정 성과를 거둔 상태에서, 군사적 압박을 높일 경우 미국의 고강도 군사 압박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미 국무부는 23일(현지 시간) “북한이 계속 핵물질을 생산하고 있으며, 미확인 핵시설도 있다. 제재는 완전하게 유지될 것”이라고 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북한의 대남군사행동 보류 결정에 대해 “보류가 아니라 완전히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은 이날 오후 담화를 내고 “남조선당국의 차후태도와 행동여하에 따라 북남관계전망에 대하여 점쳐볼수 있는 있는 시점”이라면서도 “(대남군사 행동에 대한) 우리의 ‘보류’가 ‘재고’로 될 때에는 재미없을 것”이라고 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탈북민 단체가 대북전단 50만 장 등을 22일 밤에 기습 살포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통일부는 “북한으로 간 대북전단은 없다.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북한이 대남확성기 재설치 등 판문점 선언 위반을 이어가고 있는데 우리 사회는 대북전단 살포를 놓고 내분이 가중되고 있는 양상이다. 탈북민 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은 23일 오전 “22일 오후 11시∼밤 12시 경기 파주시 월롱면 덕은리에서 대형 풍선 20개에 대북전단을 담아 보냈다”고 밝혔다. 자유북한운동연합 회원 6명이 ‘6·25 참상의 진실’이라는 제목의 대북전단 50만 장과 ‘진짜 용 된 나라 대한민국’이란 소책자 500권, 1달러짜리 지폐 2000장, SD카드 1000개를 20개의 대형 풍선에 매달아 살포했다는 것. 경찰은 사실 조사에 나섰고 이를 바탕으로 통일부는 대북전단 살포가 거짓이라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이날 오전 10시 파주에서 동남쪽으로 70km 떨어진 강원 홍천군 서면 마곡리 인근에서 풍선 1개가 발견됐는데 경찰은 이 단체가 풍선 1개에 넣는 헬륨가스 분량을 구매했으며 해당 풍선도 북한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홍천에서 발견됐다고 본 것. 통일부는 자유북한운동연합에 대해 “남북 간 긴장을 고조시킨 것과 관련해 엄중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후원자들이 십시일반으로 헬륨가스를 구매해 줬다”며 “(풍선 20개가) 100% 북한에 다 갔다고는 말 안 했고 한두 개는 (한국에) 떨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이날 오후까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황인찬 hic@donga.com·김소영 기자}
정부가 23일 탈북민 단체가 대북전단 살포를 주장한 지 8시간 만에 “허위 사실”이라며 엄중 대응 방침을 밝히면서 대북전단을 둘러싼 찬반 논쟁을 넘어 이젠 살포 여부를 놓고 진실공방을 벌이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이날 오전 10시경 해당 단체 회원 6명이 22일 오후 11시∼밤 12시 경기 파주시 월롱면 덕은리에서 ‘6·25 참상의 진실’이라는 제목의 대북전단 50만 장과 ‘진짜 용 된 나라 대한민국’ 소책자 500권, 1달러짜리 지폐 2000장, SD카드 1000개를 대형 풍선 20개에 매달아 살포했다는 자료를 배포했다. 이 단체의 박상학 대표는 “나는 경찰에서 계속 추적하기 때문에, 이번에는 아마추어인 회원들을 교육해 대북전단을 살포했다”며 “수소 가스 구입이 어려워지고 갖고 있던 수소 가스도 다 압수당해 17배 비싼 헬륨 가스를 구입해 대북전단을 살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 등의 조사 결과 이 단체의 주장은 신뢰도가 낮은 것으로 정부는 판단했다. 경찰이 풍선을 띄우는 데 필요한 수소 가스를 압수하는 등 단속을 강화하자 이 단체는 풍선 1개를 띄울 수 있는 양의 헬륨 가스를 구매한 것으로 조사된 것. 이에 강원 홍천군에서 23일 발견된 풍선이 유일한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해당 풍선에서는 이 단체의 주장과 달리 다른 물품은 없고 대북전단만 발견됐다. 또 정부는 22, 23일 풍향 등을 고려할 때 북한으로 간 대북전단은 없다고 판단했다. 정부 당국자는 “살포된 풍선은 1개이며, 해당 단체가 전단 50만 장을 날렸다는 것은 허위 사실”이라며 “이미 해당 단체에 대한 경찰 조사가 들어간 상황에서 허위 사실 유포 등 다른 혐의 적용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23일 동아일보와의 문자메시지 문답을 통해 “애드벌룬(대형 풍선)을 20개 보냈는데 하나만 홍천에 떨어졌다”며 “(전단 살포 사실 여부는) 북한에서 대답이 올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대북전단에 매우 예민했던 북한은 23일 오후까지 이런 상황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내지 않았다. 전단으로 인한 실제 피해 상황 등을 점검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이 이미 남북 관계 총파산을 선언하고 대남행동을 예고한 만큼 실제 대북전단이 북한 지역에 갔는지 여부와는 별개로 추가 공세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북한은 결국 핵 자신감을 바탕으로 대남관계를 다시 설정하겠다는 것”이라며 “대남전단, 확성기 방송을 넘어 서해 무력 도발이나 미사일 발사가 실행될 수 있다”고 했다.황인찬 hic@donga.com·이지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가능성 등 한미일 동맹 균열 우려를 보고받은 뒤 오히려 한일을 상대로 한 방위비 분담금 증액의 호재로 여겼다는 주장이 나왔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회고록에서 지난해 한일 관계 악화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전에 이 문제(한일 역사 갈등)에 관여하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전달했다”며 “그래서 우리(미국)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지난해 7월 23, 24일 방한한 볼턴 전 보좌관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서 “한국은 이번 사안이 1965년 청구권 협정을 뒤엎는 것이라 생각하지 않으며, 대법원 판결에 따라 행동을 취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들었다고도 했다. 볼턴은 한국이 지소미아 연장 통보 시한(2019년 8월 24일)을 앞두고 이런 서울의 기류를 전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방위비 분담금과 연결시켰다는 주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에 연 80억 달러, 한국에 50억 달러의 방위비를 받는 것을 강조했으며 북한의 최근 미사일 발사를 언급하며 “지금 (한일에) 돈을 요구하기 좋은 때”라고 말했다는 것. 볼턴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일 관계 악화에) 무관심했지만 정 실장에게 상황 악화를 막고 창의적 방안 도출을 위한 1개월의 분쟁중지협정(standstill agreement)을 내가 제안했다”고도 했다. 하지만 그해 7월 1일 일본은 한국에 대해 반도체 산업 부문 수출 규제를 발표했으며, 정부는 8월 22일 지소미아 종료를 발표하며 한일 관계는 급격히 악화됐다. 그러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22일 지소미아 종료 효력을 유예했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가능성 등 한미일 동맹 균열 우려를 보고 받은 뒤 오히려 한일을 상대로 한 방위비 분담금 증액의 호재로 여겼다는 주장이 나왔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회고록에서 지난해 한일 관계 악화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전에 이 문제(한일 역사 갈등)에 관여하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전달했다”며 “그래서 우리(미국)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지난해 7월 23~24일 방한한 볼튼 전 보좌관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서 “한국은 이번 사안이 1965년 청구권 협정을 뒤엎는 것이라 생각하지 않으며, 대법원 판결에 따라 행동을 취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들었다고도 했다. 볼튼은 한국이 지소미아 연장 통보 시한(2019년 8월 24일)을 앞두고 이런 서울의 기류를 전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방위비 분담금과 연결시켰다는 주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에 연 80억 달러, 한국에 50억 달러의 방위비를 받는 것을 강조했으며 북한의 최근 미사일 발사를 언급하며 “지금 (한일에) 돈을 요구하기 좋은 때”라고 말했다는 것. 볼튼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일 관계 악화에) 무관심했지만 정 실장에게 상황 악화를 막고 창의적 방안 도출을 위한 1개월의 분쟁중지협정(standstill agreement)을 내가 제안했다”고도 했다. 하지만 그해 7월 1일 일본은 한국에 대해 반도체 산업 부문 수출 규제를 발표했으며, 정부는 8월 22일 지소미아 종료를 발표하며 한일 관계는 급격히 악화됐다. 그러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22일 지소미아 종료 효력을 유예했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도대체 김정은―김여정 남매는 왜 이럴까. 북한이 2018년 비핵화 대화 시작 후 전례 없는 초강경 대남 드라이브를 걸면서 한미 외교가에서 끊이지 않고 나오는 질문 중 하나다. 지난해에도 ‘삶은 소대가리’ 등 격한 표현의 ‘말 폭탄’은 있었지만 이번에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물리적으로 폭파하고, 9·19 군사합의를 깨는 군사 도발을 예고하고 나선 만큼 완전히 다른 판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군 총참모부가 17일 한국을 향해 “대적 군사행동 계획들을 당 중앙군사위원회의 비준에 제기할 것”이라고 하면서 국무위원장 겸 중앙군사위원장인 김정은이 직접 등장해 강도 높은 대남 압박을 펼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대남 메시지에 침묵했던 김 위원장이 직접 나선다면 앞선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과는 다른 차원의 메시지와 행동 강령을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2018년 문재인 대통령과 세 번 회담을 갖고 서울 답방까지 동의했던 김 위원장, 그리고 이를 가장 옆에서 지켜본 여동생 김여정은 왜 이렇게까지 나오는 것일까.○ 가중된 제재로 위기에 놓인 경제난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다음 날인 17일 김여정이 내놓은 담화에서 문 대통령을 향한 원색적인 비난을 걷어내면 북한 수뇌부의 한국 정부에 대한 불만의 윤곽이 드러난다. “미국 눈치를 보면서 대북제재 완화나 해제 시도 등에 적극 나서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여정은 문 대통령이 15일 “(제재와 관련해) 더디더라도 국제사회의 동의를 얻으며 나아가야 한다”는 것에 대해 “사대 의존의 본태가 여지없이 드러났다”고 일갈했다. 김여정이 직접 나서 문 대통령을 향해 제재 불만을 쏟아낸 것은 북한 경제난이 한층 심각해졌다는 것을 방증한다는 분석이 많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북한의 대중무역 적자액은 2016년 5억5800만 달러였지만, 2017년 16억7700만 달러, 2018년 20억2200만 달러에 이어 지난해엔 23억7300만 달러로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그마저도 수출과 수입 모두 쪼그라들고 있다. IBK북한경제연구센터에 따르면 4월 북한의 대중무역액은 수출 221만 달러, 수입 218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0% 수준이다. 이렇게 북한 경제난이 가중되는 것은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제재가 누적되면서 그 파괴력을 더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2017년 8월 6일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2371호는 북한에 경험해 보지 못한 ‘지옥’을 보여줬다. 이 제재로 북한은 석탄, 철과 같은 핵심 광물 자원의 수출이 막혀 가장 큰 달러원을 잃게 됐다. 지난해 12월 해외에 나와 있던 북한 근로자들도 전부 철수하는 수순을 밟은 것도 크다. 해외 북한 근로자들은 벌목공 등으로 일하면서 받은 월급 중 상당 부분을 달러는 물론 미국 재무부의 단속망을 피하기 위해 러시아 루블화, 중국 위안화, 유로화 등으로 바꿔 전산 시스템이 아닌 외교 행낭을 통해 평양으로 보내왔다. 그런데 그 달러벌이를 위한 ‘일자리’ 자체가 끊긴 것이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조치로 북한이 올해 1월 말부터 국경을 폐쇄하면서 그나마 있던 물품 교역마저 급격히 위축된 상황이다. 윌리엄 브라운 미 조지타운대 교수는 “대북제재가 북한의 수출을 큰 폭으로 줄였다면, 코로나19는 수입을 급감시키는 역할을 했다”며 “최근 북한의 수입품은 주민들의 민생과 연결된 생필품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수출과 수입 모두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북한은 사실상 무역이 가장 없는 나라 중 하나가 됐다”고 밝혔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19일 전했다. 결국 이런 극심한 경제난은 통치자금 잔액을 ‘깡통계좌’로 만들면서 김정은 체제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북한 상품무역수지 적자는 지난해 23억6000만 달러, 2018년 20억 달러여서 북한의 외환보유액 규모(2018년 25억∼58억 달러)가 줄고 있다. 이 때문에 버락 오바마 정부 시기부터 본격화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트럼프 정부 내내 이어지면서 경제난으로 촉발된 대내적 위기가 본격화되자 상황 변화를 위해 ‘대남 때리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북한 경제는 제재와 코로나19로 인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코로나 때문에 늦긴 했지만 뭔가 하긴 해야겠고, 그러니까 제일 약한 고리인 한국을 공격하면서 제재 이슈를 만들어 나가려는 속셈”이라고 했다. 하지만 북한의 거센 대남 공격이 제재와 관련해 한미의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이 17일(현지 시간) 북한에 대한 기존 경제제재를 1년 더 연장하며 북한을 “비상하고 특별한(unusual and extraordinary) 위협”으로 규정했다. 개성 연락사무소를 완파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문 대통령을 겨냥해 제재 불만을 쏟아낸 지 하루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제재 고삐를 틀어쥔 셈이다.○ 김정은 지도력 실추, 반전 노려2019년 3월 5일 오전 3시, 김정은 위원장이 탄 전용열차가 평양역 구내에 들어섰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베트남 하노이 회담을 위해 2월 23일 오후 4시 30분 평양역을 출발한 지 226시간 30분 만의 귀환이었다. 앞서 박태성 당 중앙위 부위원장은 김 위원장의 하노이행에 대해 2월 25일 노동신문 1면에 “애국애민, 애국헌신의 대장정”으로 치켜세웠지만 김 위원장은 ‘빈손’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열차역 플랫폼은 환영 인파로 가득했다. 북―베트남 회담 성과를 김 위원장의 치적으로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이런 풍경과는 달리 김 위원장의 ‘하노이 노딜’의 충격은 한미 정보당국의 평가보다 심각했고 오래갔다. 김 위원장은 하노이에서 돌아오자마자 ‘흰쌀밥에 고깃국’을 언급한다. 그해 3월 6일 평양에서 열린 ‘제2차 전국 당 초급선전일꾼대회’에 보낸 서한에서다. 김정은은 서한에서 “전체 인민이 흰쌀밥에 고깃국을 먹으며 비단옷을 입고 좋은 집에서 살게 하려는 것은 수령님(김일성)과 장군님(김정일)의 평생 염원”이라고 했다. ‘하노이 빅딜’을 기대했던 북한 주민들에게 김일성이 약속했던 ‘쌀밥에 고깃국’을 다시 언급하면서 ‘하노이 노딜’로 대북제재 중 일부가 해제될 것이라고 기대했던 ‘인민’들의 실망감을 줄이려고 나선 셈이다. 한 대북 소식통은 “일부 강경파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이 하노이 북―미 회담에 나섰지만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돌아왔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무오류성’ 원칙에 결정적이면서도 공개적인 오점을 남긴 셈”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말까지 ‘크리스마스 선물’까지 거론하며 미국에 양보를 요구했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선물’을 얻지 못했다. 그러자 별다른 선택지가 없는 김정은은 올해 초 다시 자력갱생을 강조하며 허리띠 졸라매기를 독려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2012년 김정은이 다시는 허리띠를 졸라매는 일이 없다고 하면서 핵 개발에 집착했지만 결과는 경제난으로 돌아왔다”며 “모든 실패의 책임을 사실 김정은이 져야 하는 상황이지만 최고 존엄이 질 수는 없으니 그 책임을 한국에 돌리는 것”이라고 했다. 최근 김여정을 앞세우는 것도 김정은의 영도력 실추나 건강 이상과 연관이 돼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각에서 김여정을 북한의 후계자를 뜻하는 ‘당중앙’이라고 호칭하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는 상황. 이에 대해 또 다른 대북 전문가는 “김정은이 자신의 실정 책임을 스스로 한국에 돌리는 모습이 불편하니, 일단 김여정을 앞세웠다는 분석이 많다”고 했다. ○ 美대선 앞두고 워싱턴 관심 끌기이런 북한은 결국 미국 대선을 4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방식, 다시 말해 도발적 언행과 사무소 폭파와 같은 다분히 ‘북한식’ 이벤트로 국제사회에 자신들의 존재감을 드러낼 필요성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대선 정국에 돌입하면 미국 정계는 표심을 좌우하는 국내 문제에 집중하는 만큼 북한과 같은 골치 아프고 해결하기 어려운 해외 이슈들은 뒤로 돌리는 경향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평양이 이번 대남 강경 드라이브를 통해 워싱턴의 관심 돌리기에 본격 나섰다는 것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김여정 담화를 보면 대북전단 문제에 대한 불만도 있지만 한미 태도 문제를 이야기한다”며 “답답한 국면에서 자기들이 아무것도 안 하면 존재감도 잊혀질 뿐 아니라 이 상태를 수용하고 수긍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 세게 판을 흔들어서 상대가 좋은 말이든 나쁜 말이든 반응하려고 하는 의도가 크다”고 했다. 앞서 북한은 워싱턴의 눈길을 잡아끌기 위해 폭파 이벤트를 자주 사용해왔다. 2008년 6월 27일 미국 대선을 4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영변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한 게 대표적이다. 이는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대북 치적으로 비쳤고, 북한은 이미 효용이 다해 ‘깡통’으로 평가받기도 했던 냉각탑의 폭파 비용으로 미국으로부터 수십만 달러를 받으며 장사 수완을 보이기도 했다. 북한은 2018년 5월 24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하며 비핵화 의지를 드러내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결국 이런 강력한 이미지는 6월 12일 싱가포르 북―미 첫 정상회담 성사로 이어졌다. 이번에 북한이 개성 연락사무소를 가공할 만한 폭발력으로 완파시킨 것도 결국 미국이 평양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게 만드는 하나의 이벤트라는 것이다. 특히 미국 대선 전망이 한층 혼조세로 최근 들어선 것은 북한이 이런 도발 이벤트로 더 몸값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레드라인을 넘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비롯한 고강도 도발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평양의 존재감을 과시할 수 있고,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에게도 과거 오바마 대통령 때 부통령을 하면서 선보였던 ‘전략적 인내’와 같은 시간끌기용 대북정책을 향후에는 펴지 말라고 선제 경고장을 날린 것일 수도 있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북한은 상황을 의도적으로 최악으로 끌고 간 다음에 극적으로 대화 기조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상당 기간 우리에겐 뼈아픈 고통의 시간이 될 것 같다”고 했다. 황인찬 hic@donga.com·주성하·손효주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 시간) 북한에 대한 기존 경제 제재를 1년 더 연장하며 북한을 “비상하고 특별한(unusual and extraordinary) 위협”으로 규정했다.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이은 고강도 군사 위협에 강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여기에 한미 군 안팎에선 B-52 등 핵폭격기를 비롯한 전략무기의 한반도 전개와 한미 연합 훈련 재개를 통해 북한과 ‘공포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연쇄 말 폭탄과 연락사무소 폭파에 나섰던 북한이 어떤 추가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의회에 보낸 통지문 및 관보 게재문을 통해 행정명령 13466호 등 기존 6건의 대북제재 행정명령의 효력을 연장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무기에 사용할 수 있는 (우라늄, 플루토늄 등) 핵물질의 존재와 확산 위험, 미군과 역내 동맹, 교역 상대국을 위험에 빠뜨리는 북한 정부의 행동과 정책은 미국의 국가안보와 외교 정책 및 경제에 이례적이고 특별한 위협이 된다”고 밝혔다. 개성 연락사무소를 완파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제재 불만을 쏟아낸 지 하루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제재 고삐를 틀어쥔 것. 한미 조율도 긴박해졌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날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대북정책특별대표를 겸직하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과 한미 수석대표 협의를 가질 예정이다. 북한의 대남 압박에 대한 한미 대응을 논의하는 한편 김여정이 비판한 ‘한미워킹그룹’의 대북 제재 기능 등을 놓고서도 의견을 조율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이날 “북한이 자신이 도를 넘었을지도 모른다고 느끼도록 해야 한다”며 “핵무기를 투하할 수 있는 폭격기, F-35, 항공모함 및 핵잠수함 등의 전개가 그 옵션”이라고 했다. 허버트 맥매스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8월 훈련(UFG·을지프리덤가디언)이 강력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했다. 18일 항공기 추적 사이트인 에어크래프트스폿에 따르면 미 공군의 주력 통신감청 정찰기인 리벳조인트(RC-135W)가 이날 수도권 상공을 비행하며 대북 정찰 활동을 전개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김연철 통일부 장관(사진)이 17일 최근 남북관계 악화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밝혔다. 김 장관은 이날 오후 3시경 정부서울청사 기자실을 찾아와 “남북관계 악화의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로 했다”며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바라는 많은 국민의 요구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김 장관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 사의를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남북관계 악화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지금 상황에서는 분위기를 쇄신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도 제게 주어진 책무가 아닐까 생각했다”고 했다. 김 장관은 지난해 4월 8일 취임 후 약 1년 2개월 만에 장관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사표가 수리되면 통일부는 당분간 서호 차관의 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김 장관의 사퇴를 시작으로 문재인 정부 주요 외교안보 라인의 쇄신성 교체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남북관계가 급격히 경색되면서 야당뿐만 아니라 여권에서도 인사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17일 담화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면서 특히 강조한 것은 ‘대북제재’였다. 문 대통령이 15일 남북 협력을 강조하면서도 “국제사회의 동의를 얻으며 나아가야 한다”며 ‘제재 틀 안의 협력’으로 선을 그은 것에 대해 김여정은 “지루한 사대주의 타령”이라고 공격했다. 최근 김여정이 주도하는 이례적인 대남 비방과 군사 도발 위협이 결국 미국이 주도해온 장기간의 대북제재에 ‘코로나 쇼크’까지 겹친 경제난 때문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김여정 “文의 제재 틀 안 협력” 맹비난 김여정은 총 4784자인 장문의 담화를 3개 주제로 나눴는데 첫 번째는 대북전단 관련 비난이었고, 나머지는 남북 합의 이행에 문 대통령이 소극적이었다는 비판이다. 쉽게 말해 “미국 눈치를 보면서 그동안 제재 완화나 해제 시도를 못 했다”는 것이다. 김여정은 문 대통령이 15일 “한반도는 아직은 남과 북의 의지만으로 마음껏 달려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더디더라도 국제사회의 동의를 얻으며 나아가야 한다”고 밝힌 것에 대해 “사대 의존의 본태가 여지없이 드러났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지난 2년간 남조선 당국은 민족자주가 아니라 북남 관계와 조미(북-미) 관계의 ‘선순환’이라는 엉뚱한 정책에 매진해 왔고 뒤늦게나마 ‘운신의 폭을 넓히겠다’고 흰목을 뽑아들 때에조차 ‘제재의 틀 안에서’라는 전제조건을 절대적으로 덧붙여 왔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대북제재와 관련한 한미 협의기구인 ‘한미워킹그룹’을 꼭 집어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김여정은 “북남합의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상전이 강박하는 ‘한미 실무그룹’(한미워킹그룹)이라는 것을 덥석 받아 물고 사사건건 북남 관계의 모든 문제를 백악관에 섬겨 바쳐 온 것이 오늘의 참혹한 후과”라고 했다. 북한이 남북 관계 ‘총파산’에 나선 것이 결국 제재 완화에 한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힌 셈이다.○ 제재-코로나 돈줄 마르는 北, 한국에 책임 전가북한은 지난해 2월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영변 핵시설을 내놓은 대가로 2016년 이후 추가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5건의 해제를 미국에 요구했다. 특히 2017년 12월 가장 마지막으로 통과된 결의 2397호는 북한산 식품과 농산물 등 수출을 금지해 사실상 북한의 주요 수출품목을 다 막았고, 주요 외화벌이인 해외 북한 노동자들도 2019년 말까지 모두 귀환시키는 것을 담아 북한엔 치명적이었다. 협상이 결렬돼 대북제재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북한 무역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북-중 무역이 사실상 봉쇄되는 지경에까지 이른 상황이다. 북한의 경제 위기는 수치로도 드러났다. IBK북한경제연구센터에 따르면 4월 북한의 대중 무역액은 수출 221만 달러, 수입 218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총액이 90.1% 감소했다. 달러도 지속적으로 마르고 있다. 북한 상품무역수지 적자는 지난해 23억6000만 달러, 2018년 20억 달러여서 북한의 외환보유액 규모(2018년 25억∼58억 달러)는 줄고 있다. 올해 당 창건 75주년에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마무리해 경제 성과를 내야 하는 처지이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기존 제재에 코로나로 경제난이 가중됐고, 통치자금의 근원이 되는 외화 유입도 어려운 상황일 것”이라며 “암시장 경제, 장마당 경제도 타격을 받게 되고 평양시민 생활도 보장되기 어려운 상황이 되니까 제재의 약한 고리인 한국을 타격하고 있다”고 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하노이 회담은 김정은의 ‘애국헌신의 대장정’이었는데 결국 실망스러운 결과는 수령 지도력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켰다”며 “북한은 현재 어려운 상황을 김정은 탓이 아니라 다른 곳으로 돌려야 하고 그 희생양을 한국으로 삼은 것”이라고 했다. 황인찬 hic@donga.com·신나리 기자}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17일 최근 남북 관계 악화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밝혔다. 김 장관은 이날 오후 3시경 정부서울청사 기자실을 찾아와 “남북관계 악화의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로 했다”며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바라는 많은 국민의 요구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김 장관은 사의를 이날 오전 청와대에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남북관계 악화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지금 상황에서는 분위기를 쇄신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도 제게 주어진 책무가 아닐까 생각했다”고 했다. 이에 따라 김 장관은 지난해 4월 8일 취임 후 약 1년 2개월 만에 장관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김 장관의 사퇴를 시작으로 문재인 정부 주요 외교안보라인들의 쇄신성 교체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남북 관계가 급격히 경색되면서 야당뿐만 아니라 여권에서도 인사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북한이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16일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는 폭파 자체에는 “예고된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청와대는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13일 담화를 통해 “머지않아 쓸모없는 북남(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밝힌 이후 폭파가 임박한 것으로 판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 북한이 실제 폭파에 나설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다만 정확한 폭파 시점까지는 알지 못했다”고 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이날 오후 2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상황에서 실제 폭파 소식이 전해지자 “예고된 부분이 있다”며 “여기에 와 있는 상황에 (폭발이) 벌어졌다”고 했다. 군은 이날 오전부터 북한의 폭파 준비 작업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부전선 최전방 도라산 관측소(OP)에 배치된 열상감시장비(TOD)에 북한 군인들이 연락사무소 건물 안팎에서 용접 작업을 하고, 폭약으로 추정되는 물체를 옮기는 모습 등이 잡혔다는 것이다. 그렇게 폭파가 임박한 것으로 정부는 자체 판단했지만 이날 외교안보 라인들은 통상적인 업무에 임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김외숙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 등은 이날 오후 3시 청와대 충무실에서 열린 신임 대사 신임장 수여식에 참석했다. 이날 오후 2시 50분 북한이 연락사무소 폭파에 나선 지 10분 뒤 예정됐던 수여식을 그대로 진행한 것. 정 실장은 이후 두 시간이 지난 오후 5시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주재했다. 통일부 장차관은 이날 폭파 직전까지 남북 협력을 강조했다. 김 장관은 외교통일위 전체회의에서 “보건의료, 재난재해, 환경 등 비전통적 안보협력, 철도 연결·현대화 등 남북이 협력할 수 있는 분야를 적극 발굴해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러다가 김 장관은 오후 3시가 넘어 연락사무소 폭파 속보가 나오고서야 자리를 떴다. 서호 통일부 차관은 인천 강화군을 찾아 대북 전단 살포를 막기 위한 현장 점검에 나섰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TNT 등 군용 폭약을 대량으로 설치한 것 같다.” 북한이 16일 오후 2시 50분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영상이 공개되자 군 폭파 전문가들은 이렇게 분석했다. 청와대가 공개한 폭파 영상에 따르면 4층짜리 공동연락사무소가 폭파 3초 만에 엄청난 연기 속에 폭삭 무너지고 인근 15층짜리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 또한 외벽이 무너지며 7초 만에 반파됐다. 북한이 군대를 배치하기 위해 개성공단 완전 철거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 北 예고했던 연락사무소 외 지원센터도 파괴청와대가 공개한 개성공단 내 연락사무소 폭파 영상을 보면 최초 폭파가 시작된 지 3초 만에 사무소가 대규모 연기 속에 휩싸이면서 무너져 내린다. 거의 비슷한 시각에 사무소와 약 100m 떨어진 종합지원센터도 외벽이 흘러내리고 유리창이 깨지며 반파됐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13일 담화를 통해 “머지않아 쓸모없는 북남(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예고한 지 사흘 만에 연락사무소뿐만 아니라 종합지원센터도 파괴된 것. 종합지원센터는 개성공단 내 최고층 건물로 ‘개성공단관리위원회’와 은행, 편의점 등이 들어서 있었지만 공단 폐쇄 이후 비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폭파 전문가들은 북한이 다량의 폭약을 연락사무소 건물의 최소 4곳 이상에 설치해 ‘완전 파괴’를 노렸다고 보고 있다. 강력한 폭발 장면 연출을 통해 강도 높은 대남, 대미 압박 메시지를 만들어내는 데 집중한 것이다. 건물 발파 해체 전문업체인 비앤티데몰리션 박근순 사장은 “폭파 영상을 보면 TNT 100kg 안팎의 폭약을 연락사무소에 설치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반 산업용 폭약보다 강도가 센 군용 폭약을 사용해 인근 개성공단 내 건물들의 피해도 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북한이 종합지원센터에도 폭약을 설치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영상을 살펴보면 지원센터 건물 곳곳에서도 번쩍거림과 연기 등이 보여 지원센터에도 TNT나 C4 같은 폭발물을 설치한 것 같다”며 “다만 중간에 설치한 폭약이 모두 터지지 않아 완파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조선중앙TV는 폭파 2시간여 뒤인 오후 5시 6분경 “요란한 폭음과 함께 연락사무소가 비참하게 파괴됐다”며 “쓰레기들과 이를 묵인한 자들의 죗값을 받아내야 한다는 격노한 민심에 부응한 것”이라고 했다. 김여정이 4일 담화에서 이미 공단 완전 철거를 언급한 만큼 추가적인 공단 내 시설 철거 가능성도 제기된다.○ 접경지역 주민들 “대포 소리 1, 2분 간격으로 세 차례 들려”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이날 오후 북한 접경지역인 경기 파주시와 김포시 주민들은 폭발 소리를 듣거나 연기를 목격했다며 불안감을 호소했다. 개성공단에서 20km 떨어진 김포시에서도 폭발음이 들릴 정도였다. 김포시 매화미르마을 캠핑장 소유자 김중환 씨(62)는 “대포를 쏘는 것 같은 소리가 1, 2분 간격으로 세 차례 들렸다. 전쟁이 난 줄 알았다”고 했다. 개성공단에서 10km 거리에 있는 파주 통일촌마을의 청년회장 박경호 씨(49)는 “폭발 소식을 언론을 통해 확인한 뒤 집 밖으로 나갔는데 산 위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고 했다. 갑작스러운 폭발음에 접경지역엔 긴장감이 흘렀다. 비무장지대(DMZ) 내에 위치한 대성동과 통일촌 마을에서는 자체적으로 주민들에게 ‘외부활동 자제’를 요구하는 안내방송을 내보냈다. DMZ 내에 위치한 파주시 관광사업소 직원들은 임진각으로 긴급 대피했다. 이완배 통일촌 이장은 “폭파 소식을 접한 뒤 곧바로 주민들에게 ‘마을 안으로 들어와 TV를 주시하라’고 안내방송을 했다”며 “주민들이 혹시라도 상황이 악화될까 봐 걱정하고 있다”고 했다.황인찬 hic@donga.com·신규진 / 파주=김태성}
정부는 16일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50분 만에 개성공단으로 가는 송전을 차단했다. 이에 따라 개성시 주민에게 식수를 공급하던 개성정배수장의 가동이 멈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사무소 폭파에 정부는 단전, 단수로 응수한 것이다. 통일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40분경 개성으로 우리가 보내던 전기를 차단했다. 앞서 정부는 연락사무소가 2018년 9월 개소한 이후 사무소 및 정배수장 등의 가동을 위해 문산변전소 송전선로를 통해 북에 전기를 보내왔다. 1월 ‘코로나 사태’로 우리 인력이 연락사무소에서 철수한 뒤에도 송전은 계속 이뤄졌고, 북한은 이 전기로 정배수장을 돌려 하루 1만5000t의 식수를 개성 시민에게 공급해왔다. 정부는 지금까지 개성 정배수장용 송전에 대해 “인도적 지원 등의 목적”이라고 밝혔지만 이날 폭파 이후 입장을 바꾼 셈이다. 연락사무소 남측소장인 서호 통일부 차관은 이날 오후 브리핑을 열어 “북한의 연락사무소 일방적 폭파는 판문점 선언 위반”이라며 “이는 남북 관계에서 전례를 찾을 수 없는 비상식적이고 있어서는 안 될 행위”라고 했다. 정부 관계자는 “송전 차단 외에 추가 보복 조치는 아직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