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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맵모빌리티는 9월 출시한 인공지능(AI) 기반 장소 추천 서비스 ‘어디갈까’의 누적 사용자가 507만 명을 넘어섰다고 31일 밝혔다. 어디갈까는 사용자 주행 데이터에 기반해 지역 맛집 등을 추천해주는 기능이다. 장소 추천을 넘어 향후 이동 경로까지 제안한다. 또 사용자가 실제로 방문한 장소에 대해서만 리뷰를 작성할 수 있도록 한 ‘주행 인증 리뷰’ 시스템을 통해 신뢰도를 높였다. 그 결과 장소별 세부 정보 확인 및 리뷰·사진 등록 등 플랫폼 내 사용자 활동성은 기존 대비 5배 수준으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사업주가 직접 매장 정보를 관리할 수 있는 ‘비즈플레이스’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사업주가 직접 비즈플레이스를 통해 관리한 장소의 경우 사업주가 관리하지 않는 장소보다 최대 6배까지 방문자가 많았다.한종호 기자 hjh@donga.com}
김정욱 강대현 넥슨코리아 공동대표가 30년간 축적한 기술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지식재산권(IP) 등 주요 가치를 강화해 나간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넥슨은 30일 경기 성남시 판교 사옥에서 미디어데이 ‘넥스트 온(NEXT ON)’을 열고 미래 비전을 발표했다. 이날 연사로 나선 김 대표는 “30년 전 역삼동의 작은 오피스텔에서 시작한 벤처회사 넥슨은 연 매출 4조 원을 목전에 둔 대기업이 되었다”며 “지난 30년 동안 넥슨인들이 쌓아 올린 경험과 교훈 위에 더 뾰족하게 가치들을 더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강 대표는 서비스 역량 극대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향성을 제시했다. 그는 “이용자의 경험을 확장하고 게임을 더 발전시키기 위해 IP 단위로 묶어 각각의 생태계를 구축하는 IP 프랜차이즈 전략을 펼치겠다”고 강조했다.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마비노기 등 대표 IP에 기반한 신작 개발뿐만 아니라 음악, 웹툰 등 콘텐츠 발굴에도 적극 나선다는 구상이다. 넥슨은 자사의 첫 개발작인 ‘바람의 나라’의 후속작 ‘바람의 나라 2’ 출시 계획도 이날 처음 공개했다.한종호 기자 hjh@donga.com}
네이버클라우드가 클로바노트와 같이 초대규모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업무 보조 서비스를 고도화하며 이용자들의 생산성 향상을 지원하고 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최근 AI 기반 회의록 관리 서비스 ‘클로바노트’의 기업용 서비스인 ‘네이버웍스 클로바노트’를 출시했다. 모바일과 웹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으며 실시간으로 동기화된다. 네이버웍스 클로바노트는 기업 환경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보안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기업 이메일 주소를 활용한 로그인 시스템을 도입했을 뿐만 아니라 2단계 인증, 접속 IP 대역 제한 등 보안 기능을 적용했다. 회의 내용을 저장하고 분석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를 바탕으로 기업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업별로 맞춤형 기능도 제공한다. ‘자주 쓰는 단어’에 업계 전문 용어나 사내 고유명사를 등록하면 각 기업에 특화된 AI 모델을 활용할 수 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이와 더불어 감정 인식, 화자 자동 식별, 다국어 동시 인식과 같은 AI 기능을 고도화할 예정이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앞서 6월 네이버웍스 서비스 전반에 초대규모 AI ‘하이퍼클로바X’를 적용한 바 있다. △메일 요약 △안 읽은 메시지 요약 △메일 프롬프트 작성과 같이 실제 업무에 유용한 다양한 AI 기능을 탑재했다. 메일 프롬프트 기능을 사용하면 문체를 상황에 맞게 변경하거나 맞춤법 검사를 할 수 있다. 아울러 결재, 근태, 급여, 재무 등 기업에서 필요한 기능들을 모듈 형태로 제공한다. 하나의 앱에서 협업 기능과 경영지원 기능을 동시에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결재에서 휴가 신청서를 상신하면 캘린더에 자동으로 휴가 일정이 등록되는 식이다.한종호 기자 hjh@donga.com}
신세계아이앤씨가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기술 혁신을 통해 유통을 넘어 물류, 제조, 금융까지 사업 영역 확장에 나선다. 신세계아이앤씨는 리테일 산업에 특화된 클라우드 기술력에 기반해 클라우드 비즈니스를 확대하고 있다. 인프라 구축부터 개발·운영까지 전 단계에 걸친 클라우드 비즈니스를 기업 고객들의 입맛에 맞춰 전개한다는 구상이다. 신세계아이앤씨는 ‘스파로스 CMP’ 확산에도 집중하고 있다. 스파로스 CMP는 클라우드 자원의 운용 상황과 비용에 대한 실시간 데이터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클라우드 관리 플랫폼이다. 클라우드 CMP를 활용하면 전문 엔지니어 없이도 인프라, 클라우드 형상 등 다양한 형태의 클라우드 자원을 손쉽게 관리할 수 있다. 신세계아이앤씨는 소프트웨어 정의 데이터센터(SDDC·Software Defined Data Center) 관련 사업도 확장하고 있다. 경기도 김포시에 있는 신세계아이앤씨 데이터센터는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설계됐다. 데이터센터로 전력을 공급하는 전력공급장치와 선로를 이원화하고 비상시 가동할 수 있는 무정전전원장치(UPS·Uninterruptible Power Supply)와 자체 발전기를 구축했다. 이와 더불어 배터리실을 격실 구조로 구성해 화재 사고를 예방하고 있다. 데이터센터의 첨단 설비와 높은 안정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사업 기회도 모색하고 있다. 재해복구(DR·Disaster Recovery)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재해복구 시스템은 기업의 데이터 자산을 보호하고 24시간 중단하는 일 없이 운영하기 위해 주요 시스템과 데이터를 이중화하는 사업이다. 자연재해와 사이버 테러 등으로 보안 위협이 증가하는 가운데 데이터센터의 안정성과 재해복구 시스템 관련 기술력을 기반으로 주도권을 선점한다는 전략이다.한종호 기자 hjh@donga.com}
카카오는 22일부터 24일까지 경기 용인 카카오 인공지능(AI) 캠퍼스에서 열린 ‘if(이프) 카카오 AI 2024’ 콘퍼런스에서 그룹 전체의 AI 비전과 방향성을 공개했다. 카카오가 새롭게 선보이는 AI 서비스 ‘카나나’는 일반적인 AI 에이전트를 넘어 ‘AI 메이트’로서의 가치를 지향한다. 특히 기존 AI 서비스들이 일대일 대화를 통해 이용자에게 필요한 기능을 제공했다면 카나나는 그룹 대화에서도 맥락을 이해해 적절한 답변을 제시한다. 카나나는 개인 메이트 ‘나나’와 그룹 메이트 ‘카나’로 구현된다. 나나는 이용자와의 일대일 대화뿐 아니라 이용자가 참여한 그룹 대화 내용을 기억한다. 이를 바탕으로 개인화된 제안도 해준다. 그룹 대화에서 콘퍼런스를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면 참석 일정과 준비물 등을 기억해 잊지 않도록 메시지로 알려주는 식이다. 카나는 상주하는 그룹 대화 안에서의 대화 내용만을 기억해 이용자들을 돕는다. 귓속말 기능을 사용하면 뒤늦게 그룹 대화에 참여한 사용자에게 지난 대화를 요약해 줄 수도 있다. 카카오는 카나나를 이름으로 한 AI 모델 10종을 개발하고 있다. 거대언어모델(LLM) 3종과 멀티모달 언어모델(MLLM) 3종, 비주얼 생성모델 2종과 음성모델 2종이 포함됐다. LLM의 경우 용량에 따라 ‘카나나 플래그’ ‘카나나 에센스’ ‘카나나 나노’로 나뉜다. 중소형 크기의 에센스와 초경량 크기의 나노를 중심으로 카카오의 주요 서비스에 적용될 예정이다. 멀티모달 언어모델은 총 3가지로 통합 버전인 ‘카나나-오(o)’가 대표적이다. 카나나-오는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를 동시에 이해해 처리할 수 있다. 텍스트와 오디오를 함께 생성하며 어떤 질문을 하든 평균 1.6초의 속도로 빠른 답변을 출력한다.한종호 기자 hjh@donga.com}
29일 서울 강서구 LG유플러스 마곡 사옥의 통합관제센터. 상황실 한쪽 벽면을 649인치 규모의 초대형 스크린이 채우고 있었다. 27개로 나뉜 화면은 전국의 네트워크 인프라와 장비 장애 현황을 중계했다. 통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낙뢰나 바람 같은 자연재해뿐만 아니라 화재 사고 현황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3월 개소한 통합관제센터는 LG유플러스의 ‘품질 컨트롤타워’다. 전문 대응 능력을 갖춘 직원들이 24시간 365일 상주하며 전국의 유·무선 네트워크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정홍화 LG유플러스 품질혁신센터 통합관제기획팀장은 “기존에는 상암, 안양, 마곡 등 총 세 곳에 관제센터를 분산해 운영 중이었으나 조직별로 구성원과 근무 방식이 상이하다 보니 비상 상황 대응에 어려움이 있어 통합관제센터를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센터 구축에만 100억 원이 넘는 비용이 투입됐다. 통합관제센터는 네트워크 성능을 예측하고 최적화하는 ‘지능형 자동화 시스템’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분석 기술을 활용해 장애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고 문제를 미리 해결할 수 있다. LG유플러스의 유·무선 네트워크뿐 아니라 메신저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90여 종에 대해서도 이상이 없는지 감시한다. 상황실 옆에는 대규모 장애가 발생했을 때 경영진이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지휘통제소가 마련됐다. 전국 운영 조직을 연결하는 화상회의 시스템도 갖췄다. LG유플러스는 이와 더불어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Robotic Process Automation)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RPA는 소프트웨어 로봇을 이용해 데이터 추출이나 자료 작성 같은 반복 작업을 자동화하는 솔루션이다. 예컨대 태풍으로 이동통신 기지국이 작동 불능 상태가 되면 전국·권역별 장비 피해 현황을 로봇이 실시간으로 집계해 우선적으로 복구해야 할 순위를 정리하는 식이다. 특정 행사로 인파가 몰리는 상황에서는 로봇이 기지국을 모니터링하며 과부하 된 트래픽을 분산시키거나 출력값을 조정할 수 있도록 담당자에게 상황을 전파한다.한종호 기자 hjh@donga.com}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기업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안에 웨이브 주요 주주인 지상파 3사(KBS, MBC, SBS)가 모두 합의했다. 티빙 주요 주주인 KT가 합병안에 찬성하면 양사는 본계약 체결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KT는 아직 찬성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지상파 3사는 최근 티빙과의 합병 합의안을 도출했다. 웨이브 지분은 SK스퀘어가 약 40.5%를, 나머지는 지상파 3사가 각각 19.8%씩 보유하고 있다. 티빙 지분은 CJ ENM이 49%를, KT 자회사인 KT스튜디오지니가 13.5%를 가지고 있다. KT 관계자는 “유료방송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살펴보며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SK스퀘어와 CJ ENM이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 계획을 발표한 이후, 국내 최대 OTT의 탄생은 넷플릭스 독주 체제에 대항할 수 있는 기회로 주목받아 왔다. 일각에선 합병이 늦어지면 대응 적기를 놓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티빙과 웨이브는 지난해 각각 1420억 원, 803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는 등 재무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합병이 오히려 미디어 콘텐츠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플랫폼이 줄어들면 작품 제작 수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합병 후 플랫폼의 지배력이 커지면 구독료 인상의 압박이 가중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한종호 기자 hjh@donga.com}
두 손을 내려다보니 영락없는 주황색 고양이 발이었다. 새침한 고양이를 상상하며 팔을 휘젓자, 앞으로 기어가기 시작했다. 발톱을 꺼내 물고기를 잡거나 벽을 타고 오르는 것도 가능했다. 고양이가 돼 집 안을 탐험할 수 있는 가상현실(VR) 게임 ‘아이 앰 캣(I AM CAT)’이다.15일 글로벌 출시된 메타의 VR·혼합현실(MR) 헤드셋 ‘메타 퀘스트 3S’를 체험했다. 전작인 메타 퀘스트3보다 가격은 낮추고 성능은 유지한 실속형 모델로 합리적인 가격에 VR과 MR 세계를 맛보기에 충분했다.메타 퀘스트3S는 카메라 외부 현실과 가상 현실을 혼합해주는 메타 퀘스트3의 핵심 기능인 ‘컬러 패스 스루’를 지원한다. 기기 전면부의 카메라가 외부 환경을 3차원으로 분석해 기기를 쓴 채로도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을 보는 등 다른 활동들을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MR 세계도 경험할 수 있다. MR 게임 ‘퍼스트 인카운터’를 실행하자 방 내부 구조 스캔이 시작됐다. 곧이어 천장이 뚫리고 우주선이 내려왔다. 사방의 벽이 무너지며 외계인들이 침범했고 자취방은 곧 치열한 전쟁터가 됐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기기의 두뇌 격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램(RAM) 사양이다. 메타 퀘스트3S는 메타 퀘스트3과 동일한 퀄컴 스냅드래건 XR2 2세대 프로세서와 8GB 램을 탑재했다. 앱 실행이 빠르면서 부드러웠고 동적인 게임을 할 때도 끊김이 없었다. 양손에 검을 들고 리듬에 맞춰 날아오는 블록을 자르는 게임인 ‘비트 세이버’를 플레이하면서 정교한 컨트롤러 반응을 직접 체감할 수 있었다. 메타 퀘스트3S는 ‘공간 컴퓨팅’ 기능을 통해 허공에 여러 창을 띄워놓고 다양한 작업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누워서 하기 기능을 적용하자 침대에 기대 유튜브 영상을 틀어둔 채 다른 한편에서 인스타그램 피드를 보는 것도 가능했다.매력적인 독점작들을 제공하며 기존에 약점으로 꼽혔던 콘텐츠의 부족 문제도 보완했다. 배트맨 게임 시리즈 중 세계 최초로 VR로 제작된 ‘배트맨 아캄 섀도우’가 대표적이다. 직접 배트맨으로 변신해 고담 시티를 날아다니는 경험을 할 수 있다. VR 낚시 게임 ‘리얼 VR 피싱(Real VR Fishing)’은 짜릿한 손맛뿐만 아니라 생생한 그래픽을 제공했다. 물고기가 찌를 건드리는 미세한 진동까지 느낄 수 있었다. 이 외에도 VR 앱과 MR 앱 약 3000개를 지원한다. 아쉬운 부분을 꼽자면 렌즈다. 메타 퀘스트3S는 메타 퀘스트3의 고급 팬케이크 렌즈 대신 조금 더 두꺼운 퀘스트2의 프레넬 렌즈를 탑재해 시야각이 약간 좁다. 그러나 빛 번짐이나 선명도 문제를 체감할 정도로 약점이 크게 와닿지는 않았다. 해상도는 1832×1920으로 퀘스트3의 2064×2208보다 조금 떨어지지만 여전히 4K급을 유지했다. 착용감도 나쁘지 않았다. 맞춤형 스트랩을 통해 얼굴에 맞게 조정할 수 있었고 장시간 착용하면서도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안경 전용 패드가 있어 안경을 착용한 상태로도 기기를 이용할 수 있었다. 4324mAh 배터리를 탑재해 평균 2시간 30분 동안 사용 가능하다. 메타 퀘스트 3S 128GB 모델은 43만9000원, 256GB 모델은 57만9000원에 판매 중이다. 128GB 모델 기준 메타 퀘스트3(69만 원)보다 출고가가 25만 원가량 저렴하다.한종호 기자 hjh@donga.com}
스마트폰에 특화된 ‘K웹툰’이 미국 주요 예술 대학 강의 주제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에서 처음 나온 웹툰 포맷부터 스토리텔링까지 수업 내용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K웹툰의 해외 진출이 본격화되자 교육 수요도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웹툰업계에 따르면 최근 뉴욕 3대 예술대인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SVA)와 조지아주 주립대인 오거스타대가 K웹툰의 포맷인 ‘세로 스크롤 웹툰’ 강의를 개설한 것으로 확인됐다. 세로 스크롤 웹툰이란 아래로 내리면서 읽을 수 있는 형태의 만화로 온라인 플랫폼에 최적화된 K웹툰의 대표적 특징으로 한국에서 처음 확산시킨 포맷이다. 미 조지아주의 유명 예술학교인 서배나 칼리지 오브 아트 앤드 디자인(SCAD)도 지난해 세로 스크롤 웹툰 수업을 정식으로 도입했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운영하는 K웹툰 동아리에도 적극적으로 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졸업생들과 협력해 웹툰 제작 워크숍도 연례행사로 주최하고 있다. 예일대에서는 한류 관련 강의에서 한국식 스토리텔링을 설명하기 위해 K웹툰을 활용하고 있다. 그레이스 카오 예일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류: 케이팝과 K드라마를 통한 한국의 물결’ 강의에서 웹툰 시청 과제를 냈다. 미국 대학에서 웹툰 강의가 파고드는 것은 현지에서 웹툰 산업 생태계가 활성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네이버웹툰, 카카오엔터 같은 국내 기업들이 웹툰을 하나의 장르로 개척한 것이다. 북미와 일본에서의 인기로 글로벌 누적 조회 수 64억 뷰를 기록한 웹툰 ‘여신강림’은 일본에서 영화로 제작돼 내년 개봉될 예정이다. 김기현 인디애나대 경영대 교수는 “마블이나 DC 등 코믹스(만화)의 본거지라 할 수 있는 미국도 웹툰 시장은 전무했던 곳”이라며 “한국 기업들이 현지에서 플랫폼 활성화와 시장 조성에 기여하면서 등단을 원하는 작가 지망생들이 생겨나고, 자연스럽게 그 수요를 바탕으로 교육 시스템도 자리 잡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내 웹툰업계는 17일부터 20일까지 미 뉴욕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엔터테인먼트 박람회 ‘뉴욕 코믹콘’에 참가해 K웹툰 알리기에 집중할 계획이다. 네이버웹툰의 모회사인 웹툰 엔터테인먼트는 2개 부스를 설치하고 20명에 가까운 인기 작가들이 총출동할 예정이다. 카카오엔터 역시 북미 플랫폼 타파스에 인기 작품을 연재하고 있는 작가가 게스트로 나서 오리지널 IP를 소개할 계획이다.한종호 기자 hjh@donga.com}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 이른바 ‘3N’이 장악한 국내 게임업계 판도가 흔들리고 있다. 블록버스터급 지식재산권(IP)을 앞세운 크래프톤이 무섭게 추격하며 3N 자리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16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크래프톤의 ‘PUBG: 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는 지난달 20일 PC게임 플랫폼 ‘스팀’에서 동시 접속자 수 80만8258명을 기록했다. 동시 접속자 수 80만 명을 넘긴 건 2020년 4월 이후 처음이다. 배틀그라운드는 고립된 섬에 떨어진 100인이 각종 무기와 탈것을 활용해 최후까지 살아남기 위해 경쟁을 벌이는 게임으로 크래프톤의 블록버스터급 IP다. 2017년 출시 후 PC·콘솔 판매량 7500만 장을 돌파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역대 최다 판매된 PC게임이란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 해외 진출과 다양한 협업으로 상반기 매출 1조3729억 원, 영업이익 642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8%, 55% 뛰며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2분기(4∼6월) 매출 기준 1위 넥슨, 2위 넷마블에 이어 3위를 차지하며 3N의 엔씨소프트를 이미 제쳤다.역시 블록버스터급 IP로 1위를 수성하고 있는 넥슨은 올 2분기 자사 3대 IP 중 하나인 던전앤파이터의 호조에 힘입어 1조 원이 넘는 매출을 달성한 바 있다. 이정헌 넥슨 일본법인 대표가 지난달 일본 도쿄에서 연 투자설명회(IR)에서 블록버스터급 IP를 더 크고 오랫동안 성장시켜 나가겠다는 종적 성장 계획을 발표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엔씨소프트는 4분기(10∼12월) 출시를 준비 중인 ‘리니지’ IP 기반 신작 ‘저니 오브 모나크’를 통해 반등하겠다는 계획이다.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 게임 평균 수명은 약 3년 2개월에 불과하다. 배틀그라운드가 8년, 던전앤파이터가 20년 이상 지속된 장수 게임이면서 지속적인 매출을 견인하는 비결로는 다양한 컬래버레이션과 업데이트를 통해 이용자 이탈을 막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배틀그라운드는 각종 업데이트와 컬래버레이션을 중심으로 트래픽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크래프톤에 따르면 5월 ‘에란겔 클래식’ 맵 업데이트와 6월 뉴진스 협업 이후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가 전년 동기 대비 40%가량 성장했다. 유료 결제 이용자도 두 배 수준으로 늘었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과 교수는 “맵이나 캐릭터 등 이용자의 입맛에 맞춘 게임 요소들을 지속적으로 확장해 나가며 기존 유저 이탈을 막고 신규 유저들을 확보한 것이 수익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블록버스터급 IP에 기반한 해외 진출도 도드라지고 있다. 크래프톤이 2021년 7월 인도 지역을 대상으로 출시한 배틀그라운드 IP 기반 모바일 게임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디아’는 출시 1년여 만에 누적 이용자 수 1억 명을 돌파했다. 넥슨도 올해 중국에 출시한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이 크게 흥행하며 2분기 던전앤파이터 IP 매출이 전년 동기의 2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다만 장수 게임의 종적 성장에만 몰두하면 자본력과 시장 규모를 앞세워 매년 신규 대작 게임을 출시하고 있는 중국 게임사들에 뒤처질 것이란 우려도 존재한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국내 게임사들도 기존 IP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며 “연내 출시를 앞둔 크래프톤의 ‘인조이’와 최근 출시된 넥슨의 ‘퍼스트 디센던트’ 등의 성과가 향후 실적을 판가름할 것”이라고 했다.한종호 기자 hjh@donga.com}
글로벌 빅테크에서 불던 인공지능(AI)발 구조조정 바람이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까지 불어닥치고 있다. 새로운 먹거리인 AI 사업 키우기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주력이 아닌 사업을 정리하거나 인력 감원 등 비용 절감이 절실하기 때문이다.AI 기업으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는 KT는 조직 개편과 동시에 대규모 인력 재배치에 나섰다. 15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네트워크 운용과 유지·보수를 전담하는 신설 법인 2곳의 설립 안건을 의결했다. 신설될 법인은 ‘KT오에스피’와 ‘KT피앤엠’ 등 두 곳으로 KT가 지분을 100% 가진 자회사다. 이와 동시에 신설 자회사에 인력을 재배치하고 희망퇴직을 실시한다고도 밝혔다. 인력 재배치 등 구조조정 대상에 오른 직원 수만 5700여 명에 달한다. KT 전체 직원은 6월 말 기준 1만8617명이다. 전체 직원의 3분의 1에 달하는 규모로 김영섭 KT 대표 취임 이후 첫 구조조정인 셈이다. 5700명 중 본사의 네트워크 관련 인력 3800여 명은 새로 설립한 두 자회사로 내보낸다는 계획이다. 800명이 담당해 온 상권영업·법인가치영업, 현장지원 업무는 비효율 사업으로 판단해 폐지하기로 했다. 나머지 인력은 기존 그룹사로 재배치된다. 직무 전환이나 회사 전출을 희망하지 않는 인력을 대상으로 특별희망퇴직을 진행한다. KT 측은 “AI와 결합한 통신회사인 AICT 회사 전환을 위한 인력 구조 혁신 차원”이라며 “합리적인 수준의 처우, 보상, 고용 연장의 기회가 주어지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KT는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와 2조4000억 원의 공동투자 계획을 밝히는 등 AI에 수조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AI 사업 자체가 막대한 비용을 필요로 하는 만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실탄’ 마련을 위해 몸집 줄이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노동조합이 반발하는 등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KT노조 중앙본부는 전날부터 철야 농성을 시작했고 이날부터는 전국 8개 지방본부가 동시에 철야 농성에 나선다고 밝혔다. 16일에는 KT 노동조합 간부진 300여 명이 KT 광화문 사옥에 모여 단체행동에 들어간다. 제2 노조인 KT새노조도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대규모 구조조정에 대한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비용 절감을 위한 인프라 전문 직군 분사는 좋은 일자리를 값싼 일자리로 대체한다는 것”이라며 “통신망 안정성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고 반발했다. SK텔레콤이 최근 특별퇴직 프로그램을 강화한 것도 AI 투자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SK텔레콤은 지난달 정년을 앞둔 직원 대상 퇴직 프로그램인 ‘넥스트 커리어’의 격려금 규모를 기존 5000만 원에서 최대 3억 원으로 6배나 상향 조정했다. 네이버와 카카오도 핵심 사업과 관계없는 계열사를 정리하는 분위기다. 카카오는 최근 카카오게임즈 자회사 ‘세나테크놀로지’를 매각하는 등 계열사 정리에 나섰다. 앞서 글로벌 빅테크들은 지난해부터 AI 투자를 위한 구조조정에 적극 나서 왔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지난해 1만5000여 명을 감원한 데 이어 올해에도 인력 조정에 나선 상태다. 메타도 6월 막대한 손실을 일으킨 메타버스 핵심 부서인 ‘리얼리티랩스’를 해체하고 AI 사업에 힘을 싣는다는 방침이다. 한영도 상명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혁신과 변화는 불가피한 만큼 그 일환으로 경영 효율화를 진행하는 것”이라면서도 “기업으로서 공적 역할과 효율성이 잘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이 숙제”라고 말했다.남혜정 기자 namduck2@donga.com한종호 기자 hjh@donga.com}
신도리코가 성능과 편의성을 대폭 향상한 A3 컬러 복합기 신제품 D470 시리즈를 출시했다고 14일 밝혔다. 신제품은 D470, D471, D472 세 모델로 구성되며 복사·인쇄 속도가 각각 분당 25매, 30매, 36매에 달한다. 8GB 메모리와 양면 인쇄 기능도 갖췄다. 256GB의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를 장착해 빠른 데이터 처리가 가능하며 기기 작동을 최소화해 소음이 적고 외부 충격에 강하다. D470 시리즈는 사용성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먼저 직관적인 디자인의 인터페이스를 탑재해 조작을 쉽게 했다. 자주 사용하는 기능을 맞춤형으로 배치하는 것도 가능하다. LED 램프는 데이터 수신 상태와 용지 잔여량을 표시한다. 한 번에 밀어 넣는 형태의 컬러 그립 커버를 적용해 색상 구분과 토너 교체가 간편해졌다.이와 더불어 다중센서를 통해 용지 선택 실수로 인한 걸림이나 인쇄 품질 불량 등의 문제를 최소화했다. 센서가 작업에 필요한 최적의 용지를 자동으로 검출해 준다. 우편엽서와 봉투 같은 비정형 사이즈 용지 작업도 가능하다. 바이러스 검사 기능을 추가해 정보 유출 및 보안 위험에도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김희수 신도리코 영업본부장은 “신제품 D470 시리즈는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 가능한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모바일, 클라우드, 보안 기능을 대폭 강화한 라인업”이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비즈니스 환경에 최적화된 제품군을 개발해 선보이겠다”라고 말했다.한종호 기자 hjh@donga.com}
KT가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인공지능(AI) 협력에 5년 동안 2조4000억 원을 투자하고, 매출 4조6000억 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한국형 AI’ 개발을 위해 MS와 맺은 협약의 구체적 로드맵을 밝힌 것이다. 김영섭 KT 대표는 10일 서울 중구 노보텔앰배서더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MS는 AI 규제가 깐깐한 유럽에서도 글로벌 기업들과 솔루션을 만드는 등 다양한 거래와 협업 경험을 가지고 있어 파트너로 결정했다”며 MS와 손잡은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KT는 MS와 5년간의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하고 한국어 특화 AI 모델과 서비스 개발, 한국형 클라우드 서비스 개발, AX(AI전환) 전문기업 설립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2조 원이 넘는 투자액 중 절반은 그래픽처리장치(GPU), 인터넷데이터센터(IDC) 등 인프라에, 나머지는 연구개발(R&D)과 한국형 AI 모델 개발 등에 투자할 계획이다. 우선 내년 2분기(4∼6월)에 MS가 최대주주로 있는 오픈AI의 최신 AI 모델인 GPT-4o에 기반한 한국형 AI 모델을 선보이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교육, 역사,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데이터 학습을 진행 중이다. 추후에는 MS의 대화형 AI ‘코파일럿’을 KT 서비스에 도입할 예정이다. 조원우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대표는 “한국형 AI는 제조업 등 한국이 앞서 있는 여러 산업 분야에서 기업들의 전문성과 융합해 더 고도화된 AI를 만드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규제, 보안 등 시장 환경을 고려한 공공·금융 부문 대상 클라우드 서비스도 공동 개발한다. 내년 1분기(1∼3월)에 상용버전을 공개할 예정이다. 기업 간 거래(B2B)와 기업 소비자 간 거래(B2C) 등 양 분야에서 모두 성과를 내겠다는 목표다. KT는 이번 협력을 통해 엔비디아의 최신 GPU를 확보하게 되는 점도 강조했다. 정우진 KT 컨설팅그룹장 전무는 “엔비디아가 MS에 H200을 처음 공급하기로 합의된 만큼 한국에도 KT가 제일 먼저 공급받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했다.한종호 기자 hjh@donga.com}
“안개 켜주세요.” 지난달 24일 경기 연천군에 있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 SOC(사회간접자본)실증연구센터. 운전석에 앉은 센터 관계자가 이렇게 외치자 왕복 4차로 길이 200m, 높이 16m 실험용 터널에 희뿌연 연기가 들어차기 시작했다. 약 40m 거리에는 빨간색 속도 표지판이 2개 놓였지만 2분이 지나자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때 센터 관계자가 차 버튼 하나를 누르자 차량 내 모니터에 선명하게 해당 표지판이 떠올랐다. 표지판 내 적외선 장치가 설치돼 이를 센서로 감지한 것이다. 이석기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위원은 “안개, 비 등 악천후에서는 자율 주행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다양한 보조 장치가 필요하다”며 “이곳에서는 다양한 기상 환경을 조성해 데이터를 쌓고 안전 운행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율주행차는 운전자가 조작하지 않고도 차량 스스로 운행이 가능한 자동차를 말한다. 빛 또는 전파를 발사한 후 반사되는 신호를 받고 이를 반복 학습해 마치 눈이 달린 것처럼 행동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빗방울 또는 눈송이가 끼어들거나 장비에 흙탕물이 튀면 도로 환경 인지 능력이 떨어진다. 폭우, 폭설 등 악천후 환경에서 자율주행차를 미리 가동해 다양한 주행 데이터를 쌓아야 하는 이유다.● 축구장 65배 규모서 안전 해법 찾아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연천에 축구장 65배 규모인 69만 ㎡에 달하는 거대한 도로 주행 연구소를 세워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과거 전차, 박격포 등 대전차 화기 사격훈련이 이뤄지던 곳이 미래 모빌리티 연구소로 탈바꿈한 것이다. 공간이 넓어 도로 합류부, 보행자 횡단 구간, 회전 교차로, 비신호 교차로 등 다양한 주행 환경도 갖췄다. 이곳에서는 강우 실험도 이뤄졌다. 이날 센터 관계자가 태블릿PC 버튼을 클릭하자 터널 내 8m 높이에서 시간당 45mm에 해당하는 장대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는 호우 경보 수준이라 차량 와이퍼를 고속으로 가동해야 겨우 시야를 확보할 수 있었다. 빗줄기를 뚫고 주행하자 차량 디스플레이에 표시되는 중앙선 인식 시스템이 잠시 꺼지기도 했다. 연구진은 이런 식으로 최대 시간당 100mm까지 강도를 달리하며 차선 인식 시스템 성능을 점검하고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강설 장비를 갖춰 민간 자동차 업체에서도 성능 검사를 위해 찾아온다. 한 완성차 업체는 해외 공장에서 생산한 완성차를 다른 공장으로 옮기는 자율주행 트레일러를 도입하기 전에 이곳을 찾았다. 공장 일대가 눈이 많이 오는 지역이라 주행 데이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눈이 내리면 앞서 달린 차로 도로 위에 눈이 두껍게 뭉쳐지기도 하지만 제설 작업으로 살짝 녹기도 해 주행 환경이 달라진다. 강설 실험은 운전자 보조 시스템 강화에도 필수적이다.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완성차에는 앞서가는 차량과의 간격을 조절하고 스스로 속도를 줄이는 등 지원 기능이 탑재되어 있다. 하지만 눈이 올 때에는 차량이 멈추는 데 필요한 거리가 맑은 날 대비 3, 4배 길어져 해당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이 연구위원은 “도로 상태를 인지해 브레이크를 밟는 시기와 강도를 다르게 할 수 있도록 실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로 시설물 안전성 강화 실험도 활발 실증센터에서는 조명, 표지판 등 기본적인 도로 시설물에 대한 성능 실험도 이뤄진다. 안개 농도에 따라 밝기를 조절하는 후미등이 대표적이다. 현행 후미등 밝기 기준은 기상 조건과 관계없이 일률적이다. 안개가 끼는 날이면 해가 뜨는 새벽 시간에 추돌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연구진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안개 농도와 외부 밝기 등을 고려해 밝기가 달라지는 후미등을 고안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기존 후미등 대비 시야 거리가 44% 늘어난다. 우천 및 안개 상황에서 빛 번짐이 덜한 도로 조명도 연구하고 있다. 차량 가드레일 높이 수준에 설치해 운전자 시야가 흩어지지 않도록 해 주행 부담을 덜어 주는 것이다. 빛을 밝게 하더라도 운전자가 불쾌감을 덜 느끼도록 적정 밝기를 찾고 있다. 차선 구분을 명확하게 해주는 능동형 노면 표시(DRM) 실험도 진행된다. DRM은 페인트로 칠해진 도로 차선을 따라 매립해 설치하는 조명이다. 비가 올 때 시야가 분산돼 운전자가 느끼는 피로도가 100이라면 DRM을 추가 설치할 경우 피로도는 평균 47.7로 낮아졌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실증센터를 도로 인프라 기술 검증 구축 장소로 활용할 계획이다. 현재 중소·중견 기업이 자재나 공법을 개발하더라도 이를 객관적으로 평가해주는 기관이 없다. 이 때문에 지방청, 지자체 등에서는 검증되지 않은 기술로 보고 도입을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디지털 기술, 탄소중립형 자재 공법 등이 늘고 있는 만큼 검·인증 기준을 만들어 도로 인프라 완성도를 높이려는 취지다. 정준화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도로교통연구본부 선임연구위원은 “도로 현장에 다양한 민간 연구 결과물이 도입될 수 있도록 객관적 검증 절차를 갖출 계획”이라고 했다.기후변화로 발생 잦은 도로 파임 위험도 사전 대비내년 2단계 연구시설 준공 앞둬 진동-레이저로 도로상태 점검 “인프라 기술개발의 요람 될 것”현재 경기 연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SOC(사회간접자본)실증연구센터는 대규모 변화를 앞두고 있다. 내년 3월 8만5486㎡ 규모 2단계 시설 준공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 도로포장 시공 장비 △실내·외 지반구조물 성능 평가 △스마트건설 등 다양한 시험시설이 들어선다. 행정망 등 구축이 필요해 실제 운행은 이르면 내년 말부터 이뤄질 예정이다.새로 준공된 센터에서는 폭염 등 기후변화로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 도로 위험에 대비할 수 있게 된다. 대표적인 사고가 도로 포장에 쓰는 콘크리트가 솟아 오르는 ‘블로업’ 현상이다. 콘크리트는 외부 온도가 오르면 팽창한다. 이때 포장 이음부 사이에서 콘크리트가 솟아 오르거나 파쇄되는 것. 이 현상 때문에 1년간 전국 4개 고속도로에서 차량 22대가 파손되고 5명이 다쳤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블로업 테스트베드 센서를 도입해 도로 포장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점검할 계획이다.악천후에 대응할 수 있는 도로 연구도 진행한다. 폭 3.5m, 길이 10m 도로 4개 구간을 서로 다른 기술로 조성해 배수 성능, 미끄럼 저항성 등을 평가한다. 설치가 용이한 공법을 찾아 긴급 복구에 드는 시간을 줄인다.집중호우와 무더위 등으로 발생하는 도로 파임(포트홀) 대책도 짠다. 진동, 레이저, 영상 인식 등 다양한 방법으로 도로 상황을 점검한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전국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포트홀은 총 2만2753건이다. 이 중 32%가량이 강수량이 많은 7∼8월에 집중됐다. 피해배상 건수와 배상액은 2019년 707건(6억4600만 원)에서 지난해 2580건(44억3800만 원)으로 급증하는 추세다.SOC실증연구센터는 준공된 지 30년이 넘은 노후 인프라 개선에도 활용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지어진 지 30년 이상 된 도로는 전체 9만5693개 중 4만4469개(46.5%)지만 2030년에는 5만4261개(56.7%)로 절반을 넘어서게 된다. 정준화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위원은 “노후 인프라 보강 공사를 빠르게 수행하기 위해 공사 진행 과정을 미리 가상공간에 구현해 덤프트럭 등 장비 동선을 효율적으로 짜는 실험도 이뤄질 예정”이라며 “인프라 기술 개발의 요람이 될 것”이라고 했다.공동 기획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서울시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한국도로공사 한국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특별취재팀▽팀장 송유근 사회부 기자 big@donga.com▽소설희(경제부) 이축복(산업2부) 이청아(국제부)이채완(사회부) 한종호(산업1부) 기자}
올해 노벨 물리학상에 이변이 일어났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8일(현지 시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존 홉필드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를 선정했다. 노벨위원회는 “인공 신경망을 이용한 머신러닝(기계학습)을 가능하게 하는 기초적인 발견과 발명의 공로”라며 “수상자들은 컴퓨터로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를 해결하도록 돕는 새로운 방법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그간 노벨 물리학상은 기초 물리학을 연구한 과학자에게 주로 주어졌지만, 올해는 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AI)의 기반을 마련한 두 과학자가 수상했다. 특히 AI 4대 석학 중 한 사람으로 불리는 힌턴 교수는 물리학 전공이 아니라 컴퓨터과학자이자 신경과학자다. 수상자 발표 직후 노벨위원회와의 전화 연결에서 힌턴 교수는 첫마디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모르겠다”며 놀라워했다.● 컴퓨터가 뇌를 모방하다 두 과학자는 AI의 봄을 가져온 과학자로 불린다. 생성형 AI의 기반이 되는 머신러닝(기계학습)이 등장하기 전인 1970, 80년대는 그야말로 AI의 혹한기였다. 학계의 주목을 받던 AI가 예상보다 학습 효과를 보이지 못하고 하드웨어의 성능도 한계에 다다르며 이렇다 할 결과물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홉필드 교수가 제안한 ‘홉필드 네트워크’는 AI의 봄을 알리는 씨앗이 됐다. 홉필드 교수는 원자와 물질의 특성을 연구하던 고체 물리학자였지만 뒤늦게 생물학까지 관심의 범위를 넓혔다. 뇌가 어떻게 기억하는지를 연구하던 홉필드 교수는 뇌의 신경망 구조를 수학적 그래프로 표현한 ‘홉필드 네트워크’를 1982년 발표했다. 우리의 뇌는 뉴런이라는 신경 세포로 이뤄져 있고, 뉴런 간의 연결이 강하냐 약하냐에 따라 기억의 강도가 결정된다. 홉필드 교수는 뉴런을 노드에 대입해 노드와 노드 사이의 관계를 설정했고, 이 과정에서 원자 내부의 스핀 시스템을 차용했다. 힌턴 교수는 홉필드 네트워크를 학습이 가능한 컴퓨터 알고리즘으로 승화시킨 업적을 인정받았다. 힌턴 교수는 홉필드 네트워크를 활용한 ‘볼츠만 머신’을 개발했다. 볼츠만 머신은 홉필드 네트워크를 ‘학습’하도록 만든 알고리즘이다. 쉽게 말해 홉필드 네트워크가 기억을 하는 패턴을 보여주는 모델이라면, 볼츠만 머신은 이 패턴을 학습해 최적화된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는 알고리즘이다. 조정효 서울대 교수는 “볼츠만 머신이 없었다면 홉필드 네트워크가 지금의 AI 알고리즘으로 발전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힌턴 교수의 볼츠만 머신은 생성형 AI의 기반이 되는 심층신경학습망(DNN·Deep Neural Network)으로 발전하는 기틀이 됐다. DNN은 여러 층으로 나눠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이다. 정보를 처리할 때 노드 간의 신호 교환을 통해 이뤄지는데, 무작위하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1층에서 중요한 정보를 걸러서 2층으로 올려주면 한 번 더 정보를 걸러 3층으로 올려보내는 식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힌턴 교수의 볼츠만 머신은 기존에 3층에 불과했던 DNN의 층수를 10층까지 확장하는 데 기여했다. 이는 프로바둑 기사 이세돌 9단을 꺾은 알파고를 탄생시켰고, 지금의 챗GPT를 만들었다● 노벨상 받고도 “AI 통제 불능 우려” ‘딥러닝’의 대부로 불리는 힌턴 교수는 오픈AI, 구글, 메타 소속 주요 과학자들의 스승으로, 힌턴 교수 본인도 2012년 제자들과 구글브레인에 입사해 구글의 AI 개발을 도왔다. 그의 제자인 천재과학자 일리야 수츠케버는 오픈AI의 창업자다. 수츠케버는 오픈AI가 영리적으로 변했다며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 축출을 추진했던 인물이다. 힌턴 교수 역시 지난해 구글을 나와 AI가 통제 불능으로 진보하면 인류의 미래를 위협할 수 있다며 여러 차례 경고해 왔다. 8일 수상자 발표 후 이뤄진 전화 기자간담회에서 “AI는 산업혁명에 비견할 수 있다. 인간의 체력을 뛰어넘는 것이 아니라 지적 능력을 뛰어넘게 될 것”이라면서도 “우리는 또한 여러 가지 나쁜 결과, 특히 (AI가) 통제 불능 상태가 될 수 있는 위협에 대해 걱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홉필드 교수와 힌턴 교수는 상금 1100크로나(약 14억3400만 원)를 나눠 갖게 된다. 노벨위원회는 전날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이날 물리학상, 9일 화학상, 10일 문학상, 11일 평화상, 14일 경제학상 수상자를 발표할 예정이다.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한종호 기자 hjh@donga.com}
올해 노벨 물리학상에 이변이 일어났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8일(현지 시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존 홉필드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제프리 힌튼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를 선정했다. 노벨위원회는 “인공 신경망을 이용한 머신러닝(기계학습)을 가능하게 하는 기초적인 발견과 발명의 공로”라며 “수상자들은 컴퓨터로 우리 사회 많은 문제를 해결하도록 돕는 새로운 방법을 보여줬다”고 밝혔다.그간 노벨 물리학상은 기초 물리학을 연구한 과학자에게 주로 주어졌지만, 올해는 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AI)의 기반을 마련한 두 과학자가 상을 수상했다. 특히 AI 4대 석학 중 한 사람으로 불리는 힌튼 교수는 물리학 전공이 아닌 컴퓨터과학자이자 신경과학자다. 수상자 발표 직후 노벨위원회와의 전화 연결에서 힌튼 교수는 첫 마디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모르겠다”며 놀라워 했다. ● 컴퓨터가 뇌를 모방하다 두 과학자는 AI의 봄을 가져운 과학자로 불린다. 생성형 AI의 기반이 되는 머신 러닝(기계 학습)이 등장하기 전인 1970~1980년대는 그야말로 AI의 혹한기였다. 학계의 주목을 받던 AI가 예상보다 학습 효과를 보이지 못하고 하드웨어의 성능도 한계에 다다르며 이렇다 할 결과물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홉필드 교수가 제안한 ‘홉필드 네트워크’는 AI의 봄을 알리는 씨앗이 됐다. 홉필드 교수는 원자와 물질의 특성을 연구하던 고체 물리학자였지만 뒤늦게 생물학까지 관심의 범위를 넓혔다. 뇌가 어떻게 기억하는지를 연구하던 홉필드 교수는 뇌의 신경망 구조를 수학적 그래프로 표현한 ‘홉필드 네트워크’를 1982년 발표했다. 우리의 뇌는 뉴런이라는 신경 세포로 이뤄져있고, 뉴런 간의 연결이 강하냐 약하냐에 따라 기억의 강도가 결정된다. 홉필드 교수는 뉴런을 노드에 대입해 노드와 노드 사이의 관계를 설정했고, 이 과정에서 원자 내부의 스핀 시스템을 차용했다. 힌튼 교수는 홉필드 네트워크를 학습이 가능한 컴퓨터 알고리즘으로 승화시킨 업적을 인정받았다. 힌튼 교수는 홉필드 네트워크를 활용한 ‘볼츠만 머신’을 개발했다. 볼츠만 머신은 홉필드 네트워크를 ‘학습’하도록 만든 알고리즘이다. 쉽게 말해 홉필드 네트워크가 기억을 하는 패턴을 보여주는 모델이라면, 볼츠만 머신은 이 패턴을 학습해 최적화된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는 알고리즘이다. 조정효 서울대 교수는 “볼츠만 머신이 없었다면 홉필드 네트워크가 지금의 AI 알고리즘으로 발전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힌튼 교수의 볼츠만 머신은 생성형 AI의 기반이 되는 심층신경학습망(DNN·Deep Neural Network)으로 발전하는 기틀이 됐다. DNN은 여러 층으로 나눠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이다. 정보를 처리할 때 노드 간의 신호 교환을 통해 이뤄지는데, 무작위하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1층에서 중요한 정보를 걸러서 2층으로 올려주면 한 번 더 정보를 걸러 3층으로 올려보내는 식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힌튼 교수의 볼츠만 머신은 기존에 3층에 불과했던 DNN의 층수를 10층까지 확장하는 데 기여했다. 이는 이세돌 9단을 꺾은 알파고를 탄생시켰고, 지금의 챗GPT를 만들었다● 노벨상 받고도 “AI 위협 우려” ‘딥러닝’의 대부로 불리는 힌튼 교수는 오픈AI, 구글, 메타 소속 주요 과학자들의 스승으로, 힌튼 교수 본인도 2012년 제자들과 구글브레인에 입사해 구글의 AI 개발을 도왔다. 그의 제자인 천재과학자 일리야 수츠케버는 오픈AI의 창업자다. 수츠케버는 오픈AI가 영리적으로 변했다며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 축출을 추진했던 인물이다. 힌튼 교수 역시 지난해 구글을 나와 AI가 통제 불능으로 진보하면 인류의 미래를 위협할 수 있다며 여러차례 경고해 왔다. 8일 수상자 발표 후 이뤄진 전화 기자 간담회에서 AI는 “산업혁명에 비견할 수 있다. 인간의 체력을 뛰어넘는 것이 아니라 지적 능력을 뛰어넘게 될 것”이라면서도 “우리는 또한 여러 가지 나쁜 결과, 특히 (AI가) 통제 불능 상태가 될 수 있는 위협에 대해 걱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홉필드 교수와 힌튼 교수는 상금 1100 크로나(약 14억3400만 원)을 나눠 갖게 된다. 노벨 위원회는 전날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이날 물리학상, 9일 화학상, 10일 문학상, 11일 평화상, 14일 경제학상 수상자를 발표할 예정이다.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한종호 기자 hjh@donga.com}
휴대전화 보급률이 100%를 넘어가며 공중전화 이용이 줄고 있는 가운데 운영사인 KT의 손실이 매년 100억 원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계륵’으로 전락한 공중전화 유지비용을 취약계층 지원 예산 등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KT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공중전화 1대당 월평균 이용 건수는 30.8건, 월평균 통화량은 25.7분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1명이 1분 미만으로 이용하는 셈이다.이용률 감소가 적자로 이어지자, KT는 공중전화 설치 대수를 줄이고 있다. 2018년 5만9162대에서 2023년 2만4982대까지 절반가량을 없앴다. 그러나 운영에 꾸준히 비용이 들어가는 탓에 적자 규모는 100억 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공중전화 관련 KT의 영업손실은 2018년 184억 원, 2019년 168억 원, 2020년 140억 원, 2021년 137억 원이었다. 2021년의 경우 영업수익은 163억 원인 반면 영업비용은 300억 원으로 137억 원의 손실이 났다.한 의원은 “초등학교, 공항, 관공서 등 공익성 높은 시설은 제외하더라도 이용 건수가 적은 공중전화는 철거하고, KT는 관련 예산을 디지털바우처 확대 등 취약계층 지원 예산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한종호 기자 hjh@donga.com}
김태규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이 구글·애플 ‘인앱결제’(앱 내부 결제) 강제 문제와 관련해 “내부 조사가 완성된 단계로 방통위만 정상화된다면 바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직무대행은 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방통위 대상 국정감사에서 “구글·애플의 횡포에 미국이나 유럽에선 이에 상응하는 제재 조치를 최근에 취했다”는 국민의힘 최수진 의원의 지적에 대해 “적절한 대응이 빨리 이뤄져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과방위 국감은 글로벌 빅테크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한국 정보기술(IT) 생태계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특히 방통위가 앞서 소비자들에게 자사 인앱결제를 강제했다는 이유로 구글 475억 원, 애플 205억 원 등의 과징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혔지만 제재를 1년째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8월부터는 이진숙 방통위원장의 직무정지로 방통위 심의의결 기능이 마비된 상태다. 김 직무대행은 “구글·애플은 유럽에서는 외부 결제를 전부 허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과징금 규모도 우리나라는 3%가 상한인데 유럽은 10% 이상 부과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법 제도 정비가 필요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과징금 상향 검토를 시사했다. 또 정부 광고가 구글 등에 집중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이정헌 의원이 최근 공개한 한국언론진흥재단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 정부는 구글과 유튜브에 광고비 674억 원을 지급했다. 그전까지 정부 광고 수익 1위였던 KBS를 넘어선 금액이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김경훈 구글코리아 사장은 유튜브 프리미엄 구독료가 1만4900원인 단일요금제만 운영해 국내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제약한다는 지적에 대해 “(가족요금제, 학생요금제 등의 출시를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최형두 의원은 “포털 네이버가 뉴스 유통 지배력을 바탕으로 뉴스 시장을 장악하고 있고, (AI 학습에 사용되는) 언론사 뉴스 콘텐츠에 대한 정당한 지식재산권 보상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수향 네이버 뉴스서비스 총괄 전무는 “언론계와 함께 협의해 나가겠다”고 답했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한종호 기자 hjh@donga.com}
네이버와 카카오가 불법 금융정보 게시물 때문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 요구를 받은 사례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이 방심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네이버와 카카오가 방심위로부터 사금융 및 무인가 금융투자업 관련 게시물에 대한 시정 요구를 받은 건수가 총 1232건에 달했다. 지난해 전체 건수(679건)의 1.8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 중 금융위원회 인가를 받지 않은 무인가 금융투자업 관련 게시물은 398건으로 전년(108건) 대비 3.7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미등록 대부업, 불법 대출 알선, 신용카드 현금화, 휴대전화 소액결제 등 불법 사금융 관련 게시물도 834건으로 지난해 571건보다 46.1% 늘어났다. 업체별로는 네이버가 1194건, 카카오가 38건으로 집계됐다. 네이버가 카카오보다 포털 게시물이 많아서 적발 건수가 크게 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의원은 “금융당국의 모니터링 강화로 올해 불법 금융정보 적발이 늘어난 점도 있지만 플랫폼 스스로 관리를 엄격하게 하지 않은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불법 사금융 문제는 금융 취약계층엔 시급한 민생 문제로 플랫폼의 자율 규제에 맡기는 대신 플랫폼에 책임을 부여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불법 금융정보 게시물로 인한 이용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자체적으로도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고 방심위 심의 결과를 반영해 즉각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는 금전적 피해 등으로부터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신고 기능 및 채널을 다변화하고 관련 정책을 강화해 왔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기술적 조치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했다.한종호 기자 hjh@donga.com}
자영업자와 정치권 등으로부터 중개 수수료를 낮추라는 압박을 받는 배달업계에서 ‘차등 수수료’ 적용 방안이 나왔다. 배달앱을 이용하는 업체의 매출액에 따라 서로 다른 수수료율을 적용해 영세 소상공인의 부담을 지금보다 낮춰주는 방안이다. 6일 공정거래위원회와 배달업계에 따르면 배달앱 시장 1위 사업자인 배달의민족(배민)은 최근 ‘배달 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에 차등 수수료를 중심으로 하는 수수료 인하 방안을 담은 상생안을 제시했다. 앱을 이용하는 입점업체를 매출액별로 분류한 다음 매출이 낮은 하위 사업자에 대해 현행 9.8%보다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앱 내 배달 매출액 기준 상위 40% 이상인 업체에 대해서는 기존과 같은 9.8%의 수수료율을 적용하되 40∼60%에는 6%, 60∼80%에는 5% 등 순차적으로 낮은 수수료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배민은 이 같은 방식으로 영세 소상공인의 경우 공공 배달앱 수준인 최저 2%대까지 수수료율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배민 관계자는 “입점업체들의 수수료 부담을 낮출 수 있는 방향으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배달 수수료 부담이 과도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정부는 올 7월 배달앱 운영사와 입점업체 등이 참여하는 상생협의체를 출범시킨 바 있다. 협의체에서는 그동안 △수수료 부담 완화 △수수료 투명성 제고 △불공정 관행 개선 등을 주제로 회의를 열고 그에 따른 상생안을 배달앱 운영사에 요구해 왔다. 하지만 5차례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정작 핵심 주제인 수수료에 대해서는 유의미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8일 6차 회의를 앞두고 배민이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으면서 수수료 인하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배민 외에 쿠팡이츠와 요기요 등과 입점업체가 모두 참여하는 회의를 통해서 차등 수수료 방안 등이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달업계에서는 쿠팡이츠와 요기요 등 다른 배달앱도 배민과 유사한 수준의 상생안을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차등 수수료 적용 역시 9.8%의 수수료 상한은 여전한 데다 매출액이 낮은 일부 업체만 부담이 줄어드는 구조라는 점 때문에 입점업체 측의 수용 가능성은 미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중개 수수료가 일부 낮아지더라도 실제 배달비와 광고비 등의 부담은 여전해서 실질적인 자영업자 부담 완화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런 가운데 이날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상생안 도출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지만 아직 생산적인 결론은 못 낸 상황”이라며 “상생 방안이 사회적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입법을 통한 제도 개선 등 추가적인 방안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당사자들이 합리적인 안을 내는 것이 최선이지만 상생협의체에서 이달까지도 결론을 내지 못하면 정부가 직접 나서는 방안을 찾아보겠다며 압박 수위를 높인 것이다.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한종호 기자 hj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