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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북한 주민 1명이 배를 타고 서해로 귀순한 사실이 확인됐다. 앞서 8월 8일 북한 주민 1명이 한강 하구 중립 수역을 통해 온 ‘도보 귀순’, 같은 달 20일 북한군이 휴전선(군사분계선·MDL)을 넘어온 ‘지뢰밭 우회 귀순’에 이어 또다시 한국으로 넘어온 것. 한 달여 만에 알려진 사례로만 3건의 귀순이 이어진 데 대해 우리 정부는 이례적인 상황으로 보고 있다. 북한군 총참모부(우리 군 합동참모본부에 해당)가 9일 “남쪽 국경을 영구 차단·봉쇄하는 요새화 공사를 진행한다”고 전격 선언한 것도 북한 주민·군인들의 이탈을 막기 위한 목적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김명수 합참의장은 10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북한의 요새화 조치는) 김정은 체제가 두려움을 느낀다는 것”이라며 “외부 차단 목적과 함께 내부 인원 유출을 막기 위한 것도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이날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북한 주민이 목선을 타고 귀순했다. 우리 군 등 경계 병력은 배가 북방한계선(NLL)을 넘기 직전부터 감시 장비로 포착해 관계 당국에 인계하는 등 귀순 유도 작전을 성공적으로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 귀순자가 전방에서 복무 중이던 북한군일 가능성도 제기됐다.북한은 이미 지난해 12월부터 개성공단을 잇던 경의선과 금강산 관광에 쓰이던 동해선 육로 등에 지뢰를 대량 매설하는 등 11개월에 걸쳐 남북 단절을 위한 공사를 이어 왔다. 그러다 이번에 남북을 영구적으로 완전히 단절하겠다고 선언했는데, 이는 전방 북한 주민들이나 군인들의 이탈을 확실히 막아야 할 시점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김 의장도 이날 “경의선과 동해선은 (이미) 8월에 차단됐다. 현재 경의선, 동해선은 완전히 철거되고 허허벌판”이라며 “(북한이 완전 단절 선언을) 이번에 발표한 의도는 (요새화 공사 등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8월 중순부터 한 달여 동안 3건이나 귀순이 발생하면서 북한 집권층의 체제 유지에 대한 불안감은 가중됐을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북한은 방벽을 세우는 등 차단 조치에 더해 전방 부대 등에 대한 단속도 강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군 상부에서 모두 통제하기 힘드니 최근 전방 부대 내부에서 서로 감시·통제 수위를 높이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앞서 7월 21일 휴전선 전 전선에서 전면 재개된 대북 확성기 방송이 3개월째로 접어든 것도 북한의 불안감을 더한 요인으로 보인다. 애초 군 당국은 확성기 방송이 전방에서 지뢰 매설 작업 등을 하는 북한군이나 주민들에게 심리적 영향을 끼쳐 이로 인해 탈북이 본격화되는 시점을 가동 만 3개월쯤으로 예상했다. 반년쯤 지나면 그 효과가 정점을 찍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이날 김 의장은 ‘북한군이 대북 확성기 방송의 K팝 노래를 듣고 춤춘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사실입니까’라는 질의에 “사실”이라고 답했다. 대북 방송을 실시하는 국군심리전단의 양환석 단장(대령)은 국정감사에서 “북한군에 최근 귀마개 착용 지시가 내려간 것으로 볼 때 확성기 방송 효과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북한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듣지 못하게 소음 방송 등으로 맞불 조치에 나섰음에도 전방 군인들에게 끼치는 확성기 효과가 적지 않아 귀마개까지 착용하라고 지시했다는 의미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북한이 ‘남쪽 국경’을 영구 차단·봉쇄하는 ‘요새화’ 공사를 진행한다고 9일 전격 선언했다. 그동안 남북을 잇는 도로·철도 등을 끊고 비무장지대(DMZ) 지역 내 방벽 설치 등 단절 조치에 나서온 북한이 이번에 남북을 영구적으로 완전히 단절하겠다고 공식화한 것. 특히 북한은 우리 군이 아닌 미군 측에만 이번 조치와 관련해 전화통지문을 발송했다고 밝혀 한국과의 대화를 거부하고 미국만 상대하겠단 ‘통미봉남(通美封南)’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다음 달 5일 미 대선이 끝난 뒤 핵보유국 지위를 내세우며 미국의 새 행정부와 핵보유국 인정 담판에 나서려는 사전 포석이란 해석도 나온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북한이 이번 단절 조치의 책임을 한국에 전가한 만큼 DMZ 지뢰 매설 작업 등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우발적 충돌 상황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우리 군은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나설 수 있다고 보고 관련 동향도 예의주시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후 “우리 군은 일방적 현상 변경을 기도하는 북한의 어떠한 행동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이 도발을 감행한다면 굳건한 연합방위태세를 기반으로 도발 원점뿐만 아니라 지원 및 지휘 세력까지 압도적으로 응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조선인민군 총참모부(한국군 합참)는 “9일부터 대한민국과 연결된 우리 측 지역의 도로와 철길을 완전히 끊어버리고 견고한 방어 축성물(구조물)들로 요새화하는 공사가 진행되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 군대는 오해와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의도로 9일 9시 45분 미군 측에 전화통지문을 발송했다”고 했다. 북한은 실제 이날 미군이 주축인 유엔군사령부에 DMZ 내에서 폭파 작업을 할 거란 내용 등이 담긴 전화통지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북한은 이번 단절 조치가 남한의 군사훈련 및 미국의 확장억제(핵우산) 전략자산 전개 등 위협에 따른 ‘자위권’ 차원에서 나온 것임을 거듭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정부 소식통은 “적반하장 논리를 내세우며 당당하게 미 대선 때까지 도발 수위를 높이겠다는 의도”라고 했다. 우리 군은 북한이 요새화 조치를 급하게 꺼내든 게 북한군 내 탈북 움직임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도 보고 있다. 최근 대북 확성기 방송이 전면 재개되면서 북한 내 MZ세대 군인들의 동요가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北, 南 빼고 美에만 “DMZ내 폭파 작업” 통보… 노골적 통미봉남[北 “남북단절 요새화”]“요새화 공사” 남북 완전단절 공식화北, 유엔사에 “DMZ 인원-장비 투입”… 지뢰 추가 매설-방벽 설치 가능성 합참 “김정은 정권 혹독한 고립 초래”… 北 ‘적대적 두 국가’ 개헌 여부도 주목북한이 9일 남북이 연결되는 도로와 철로를 끊고 견고한 방어 축성물(구조물)로 요새화 공사를 진행한다고 발표하면서 지난해 말부터 진행해 온 남북 간 물리적 단절 조치를 공식화했다. 동시에 추가 적대 행위를 휴전선(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 감행하겠다고 선포한 것으로 우리 정부는 보고 있다. 이번 조치가 전방 일대 우리 군 훈련과 미 전략자산 전개 등에 따른 것이라고 북한이 책임을 전가한 만큼 향후 국지 도발을 포함한 릴레이 도발의 명분을 마련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의 이번 조치와 관련해 이날 “이미 비무장지대에서 정전 체제 무력화를 획책해 온 북한의 이번 차단 및 봉쇄 운운은 실패한 김정은 정권의 불안감에서 비롯된 궁여지책에 불과하며 앞으로 더욱 혹독한 고립을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北 “미군 측에 요새화 공사 통보” 북한은 이날 요새화 공사를 진행한다면서 ‘오해와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이 사실을 비무장지대(DMZ)를 관할하는 유엔군사령부에만 통보했다. 정전협정을 관리하고 주한미군사령관이 사령관을 겸임하는 유엔사를 미군과 동일시해 온 북한은 ‘미군 측’이라고 표현했다. 북한이 이날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 있는 직통 전화기인 일명 ‘핑크폰’으로 통보한 내용엔 공사에 다수 인원과 중장비가 투입될 것이며 폭파 작업도 예정돼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북한이 우리 군은 배제하고 유엔사에만 요새화 공사를 통보한 건 향후 미국의 새 행정부가 들어서면 북한의 대외전략에서 남한을 철저히 ‘패싱’하겠단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의 ‘요새화’ 선언은 휴전선에서 남북 각각 2km로 설정된 DMZ 안으로까지 군사 행동 구역을 확대하겠다고 노골적으로 밝힌 것이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은 그동안 DMZ 안에서 지뢰 매설 등 군사 행동을 하면서도 이를 유엔사에 통보하지 않았는데 이번 통보는 정전협정을 노골적으로 무시하겠다는 엄포로 본다”고 했다. 앞서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적대적 두 국가 관계’를 선언한 지난해 말부터 경의선·동해선 육로에 지뢰를 매설한 것을 시작으로 DMZ 내 전 전선에 걸쳐 지뢰를 심었고, 경의선·동해선 철로까지 철거했다. 4월부턴 DMZ 인근에서 많은 병력을 동원해 대전차 장애물로 추정되는 콘크리트 방벽 및 철조망 설치, 지뢰 매설 등을 해왔다. 군 당국에 따르면 요새화를 위한 새로운 구조물은 아직 설치되지 않았다. 다만 최근 DMZ 내에서 북한군의 움직임이 자주 식별됐고 불모지 평탄화 작업에 나선 동향이 포착돼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서부전선 오두산 전망대에선 북측 지역에서 발생한 폭발음이 청취되기도 했다. 정부는 북한군이 DMZ 안에 지뢰를 추가로 매설하거나 대전차 방벽 설치를 휴전선과 근접한 곳에 할 가능성도 주시하고 있다. ● “MZ세대 북한군 내부 단속 가능성” 군 당국은 이런 북한의 전방위적인 남북 분리 조치 강화가 북한군의 동요에 따른 내부 단속과도 연관돼 있을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앞서 8월 북한군 1명은 강원 고성군 일원 동해선 인근 지역 휴전선을 걸어서 귀순했다. 그에 앞서 7월 대북 확성기 방송이 전 전선에서 전면 재개됐는데 방송 기간이 만 3개월에 접어들기 시작하면 방송의 영향으로 귀순이 늘어나는 등 방송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군은 보고 있다. 북한은 7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최고인민회의에서 당초 예상됐던 통일·민족 삭제와 영토 규정 신설 등 ‘적대적 두 국가 관계’를 반영한 헌법 개정 여부는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이번 총참모부의 요새화 발표가 남북 관계 단절 등을 반영한 개헌 후속 조치일 수 있는 만큼 북한이 관련 개헌을 하고도 공개만 안 했을 가능성도 있다. 정부 안팎에선 북한이 관련 개헌을 일단 미뤘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럴 경우 북한이 물리적 단절 조치부터 추진한 뒤 이를 헌법 개정으로 향후 명문화하는 과정을 밟을 수 있다. 정부 소식통은 “미 대선 결과를 보고 정치적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추후 안건으로 미루는 속도 조절에 나섰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9일 남북을 단절하겠다고 공식 선언한 북한은 240mm 방사포탄 시험사격을 전날 실시한 사실도 함께 공개했다. 240mm 방사포는 북한이 이른바 ‘서울 불바다’ 위협을 할 때 들고나오는 대표적인 장사정포다. 특히 북한은 이번 시험 사격이 이 방사포의 ‘자동 사격 체계’와 ‘명중 정확성’을 검증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방사포 개량을 통해 같은 시간에 더 많은 포를 체계적으로 발사해 보다 정확한 대남 타격을 할 수 있다고 과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과학원은 8일 240mm 조종 방사포탄 검수 시험사격을 진행했다”며 “국방과학원은 자동사격체계의 믿음성을 검열하면서 최대 사거리 67km에 대한 조종 방사포탄의 명중 정확성을 재확인하는 데 목적을 두고 사격을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현장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있었다고 매체는 전했다. 이번 시험사격은 8일 오후 서해를 향해 진행됐고, 총 10여 발이 발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군도 북한이 방사포탄을 발사하는 모습을 감시 자산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포착했다. 240mm 방사포는 앞서 5월에도 김 위원장 참관하에 시험발사됐던 무기체계다. 당시 북한은 이를 ‘기술 갱신된’, 즉 개량된 방사포라고 표현했는데 이번에도 개량형을 발사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북한은 앞서 2월과 5월 등 같은 방사포를 시험사격했을 당시엔 최대 사거리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이번엔 67km였다고 밝혔다. 개량 전 240mm 방사포 최대 사거리가 60∼65km임을 감안하면 비슷한 수준이다. 북한은 개량 전 사거리로도 충분히 군사분계선(MDL) 인근에서 발사해 서울 전역 타격이 가능한 만큼, 사거리는 그대로 두되 정밀 타격 능력과 자동 사격 성능을 향상시키는 데 중점을 두고 이 방사포를 개량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엄효식 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은 “구형 240mm 방사포가 사실상 유도 기능 없이 대량으로 무차별 사격하는 식이었다면 이번엔 정밀 유도 기능을 추가해 목표물을 보다 정확히 타격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40mm 방사포는 북한 전방 부대에 200문가량 배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군 방어체계를 무력화하기 위해 북한은 유사시 수백∼수천 발을 한꺼번에 발사할 가능성이 크다. 이 방사포는 이동식발사대 한 대당 22개 발사관이 있는데, 200문을 한 번에 가동할 경우 산술적으로는 한 번에 최대 4400발을 쏠 수 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야당의 ‘계엄설’ 관련 질문에 답변한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중장)을 옹호하는 과정에서 ‘×신’ 등 비속어를 사용해 논란이 일었다. 야당에선 김 장관과 여 사령관을 전두환과 차지철(박정희 대통령 재임 당시 대통령경호실장)에 비유하는 등 맞서면서 양측 간 고성 섞인 날 선 공방이 이어졌다. 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김민석 의원이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에게 체력이나 기억력 문제가 있다고 느낀 적이 있냐’고 묻자 여 사령관은 “굳이 대답할 필요를 못 느낀다”고 답했다. 여 사령관은 큰 소리로 화를 내며 자신의 발언을 제지하는 민주당 부승찬 의원을 향해선 “왜 고함을 치십니까”라며 맞받아쳤다. 같은 당 황희 의원이 “군복을 입은 사람이 국감장에서 저런 태도를 보이는 게 안 좋아 보인다”고 지적하자 김 장관이 나서서 “군복 입었다고 할 얘기를 못 하고 가만히 있는 건 더 ‘×신’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같은 당 박선원 의원은 “충암고 기백이 대단하다”고 비꼬았다. 김 장관과 여 사령관은 충암고 출신으로 각각 윤석열 대통령의 고교 1년 선배, 9년 후배다. 이후 여 사령관은 발언 기회를 얻어 “한 달간 공개석상에서 언론과 유튜브를 통해 개인적으로 참기 힘든 인격 모독도 받았다”며 “다소 격하게 반응한 점에 대해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고 했다. 하지만 박 의원이 “(장관과 여 사령관을 보면) 전두환, 차지철 같아서 보기 좋다”고 하자 김 장관은 “감사합니다”라고 다시 맞섰다. 오후 속개된 국감에서 김 장관은 비속어 표현에 유감을 표하면서도 박 의원이 “차지철이 되지 마십시오”라고 재차 발언을 문제 삼자 “전 거기 발가락에도 못 따라간다”며 신경전을 이어갔다. 김 장관은 같은 당 박범계 의원이 “12·12쿠데타의 사실상 원인 제공자인 차지철을 존경하냐. 어떻게 그런 발언을 하냐”고 따지자 “(차지철을) 좋아하지 않는데 왜 자꾸 날 차지철에 비유하냐. 더는 비교하지 말아 달라”고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김 장관은 최근 “우크라이나에서 있었던 북한군 사상자 발생은 여러 정황상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북한은 최고 존엄이 한 놈이지만 대한민국은 5000만이다. 5000만과 1명이 싸우면 당연히 우리가 이긴다”고도 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야당의 ‘계엄설’ 관련 질문에 답변한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중장)을 옹호하는 과정에서 ‘병신’ 등 비속어를 사용해 논란이 일었다. 야당에선 김 장관과 여 사령관을 전두환과 차지철(박정희 대통령 당시 대통령경호실장)에 비유하는 등 맞서면서 양측간 고성 섞인 날선 공방이 이어졌다.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김민석 의원이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에게 체력이나 기억력 문제가 있다고 느낀 적이 있냐’고 묻자 여 사령관은 “굳이 대답할 필요를 못 느낀다”고 답했다. 여 사령관은 큰 소리로 화를 내며 자신의 발언을 제지하는 민주당 부승찬 의원을 향해선 “왜 고함을 치십니까”라며 맞받아쳤다.같은 당 황희 의원이 “군복을 입은 사람이 국감장에서 저런 태도를 보이는 게 안 좋아 보인다”고 지적하자 김 장관이 나서서 “군복 입었다고 할 얘기를 못 하고 가만히 있는 건 더 ‘병신’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같은 당 박선원 의원은 “충암고 기백이 대단하다”고 비꼬았다. 김 장관과 여 사령관은 충암고 출신으로 각각 윤석열 대통령의 고교 1년 선배, 고교 9년 후배다.이후 여 사령관은 발언 기회를 얻어 “한 달간 공개석상에서 언론과 유튜브를 통해 개인적으로 참기 힘든 인격 모독도 받았다”며 “다소 격하게 반응한 점에 대해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고 했다. 하지만 박 의원이 “(장관과 여 사령관을 보면) 전두환, 차지철 같아서 보기 좋다”고 하자 김 장관은 “감사합니다”라고 다시 맞섰다.오후 속개된 국감에서 김 장관은 비속어 표현에 유감을 표하면서도 박 의원이 “차지철이 되지 마십시오”라고 재차 발언을 문제 삼자 “전 거기 발가락에도 못 따라간다”며 신경전을 이어갔다. 김 장관은 같은 당 박범계 의원이 “12·12쿠데타의 사실상 원인제공자인 차지철을 존경하냐. 어떻게 그런 발언을 하냐”고 따지자 “(차지철을) 좋아하지 않는데 왜 자꾸 날 차지절에 비유하냐. 더는 비교하지 말아달라”고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이런 가운데 김 장관은 최근 “우크라이나에서 있었던 북한군 사상자 발생은 여러 정황상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북한은 최고 존엄이 한 놈이지만 대한민국은 5000만이다. 5000만과 1명이 싸우면 당연히 우리가 이긴다”고도 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레바논 체류 우리 국민들이 군 수송기를 타고 5일 귀국했다. 이슬람 무장단체 헤즈볼라를 겨냥한 이스라엘의 레바논 내 지상 작전으로 안전 문제가 제기되자 정부가 수송 작전에 나선 것이다. 국방부와 외교부는 5일 “레바논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과 가족 97명이 KC-330(‘시그너스’ 다목적 공중급유 수송기)을 타고 이날 낮 12시 50분경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KC-330은 외교부 신속대응팀과 군 의무 요원 등을 태우고 3일 밤 11시경 김해공항을 이륙해 4일 오전(현지 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국제공항에 도착했고, 귀국까지 교민 철수 작전에 38시간이 걸렸다. 이날 성남공항에 도착한 김서경 씨(39·여)는 “레바논에 현재 밤마다 폭탄이 떨어지고 있다. 너무 무서워서 잠도 잘 못 잤다”며 현지 상황을 전했다. 아내, 딸과 함께 귀국한 이국희 씨(31)는 “(레바논 중부) 자흘레 지역에서 4년 정도 살았는데 최근 집 인근에 미사일이 계속 떨어져서 철수를 결심했다”며 “자흘레에서 베이루트까지 차로 1시간 거리인데 우리 대사관에서 차량을 제공해줘 무사히 베이루트까지 도착해 한국으로 올 수 있었다”고 했다. 이날 귀국한 97명 중 30%가 영유아 등 미성년자였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2일 긴급 경제·안보 점검 회의를 소집해 우리 국민 철수를 위해 군 수송기를 즉각 투입하라고 지시했고, 다음 날 곧바로 군 수송기가 이륙했다. 정부는 현지 공항이 폐쇄되는 등의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짧은 활주로에서도 이착륙이 가능한 C-130J ‘슈퍼 허큘리스’ 수송기도 시그너스와 함께 급파했는데, 다행히 베이루트 공항을 사용할 수 있었다. 외교부 당국자는 “레바논에는 현재 레바논 국적기 정도만 남아 있어 항공권 구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라며 “레바논 남부의 전황, 영국 등 서방 국가의 철수 개시 동향 등을 고려해 수송기 투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레바논에 체류 중이던 우리 국민 약 130명 중 30여 명은 현지에 남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주레바논 대사를 비롯한 공관원들도 현지에 남았다고 외교부는 전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성남=국방부 공동취재단}
레바논 체류 우리 국민들이 군 수송기를 타고 5일 귀국했다. 이슬람 무장단체 헤즈볼라를 겨냥한 이스라엘의 레바논 내 지상 작전으로 안전 문제가 제기되자 정부가 수송 작전에 나선 것이다. 국방부와 외교부는 5일 “레바논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과 가족 97명이 KC-330(‘시그너스’ 다목적 공중급유 수송기)을 타고 이날 낮 12시 50분경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KC-330은 외교부 신속대응팀과 군 의무 요원 등을 태우고 3일 밤 11시경 김해공항을 이륙해 4일 오전(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국제공항에 도착했고, 귀국까지 교민 철수 작전에 38시간이 걸렸다. 이날 성남공항에 도착한 김서경 씨(39·여)는 “레바논에 현재 밤마다 폭탄이 떨어지고 있다. 너무 무서워서 잠도 잘 못 잤다”며 현지 상황을 전했다. 아내, 딸과 함께 귀국한 이국희 씨(31)는 “(레바논 중부) 자흘레 지역에서 4년 정도 살았는데 최근 집 인근에 미사일이 계속 떨어져서 철수를 결심했다”며 “자흘레에서 베이루트까지 차로 1시간 거리인데 우리 대사관에서 차량을 제공해줘 무사히 베이루트까지 도착해 한국으로 올 수 있었다”고 했다. 이날 귀국한 97명 중 30%가 영유아 등 미성년자였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2일 긴급 경제·안보 점검 회의를 소집해 우리 국민 철수를 위해 군 수송기를 즉각 투입하라고 지시했고, 다음 날 곧바로 군 수송기가 이륙했다. 정부는 현지 공항이 폐쇄되는 등의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짧은 활주로에서도 이착륙이 가능한 C-130J ‘슈퍼 허큘리스’ 수송기도 시그너스와 함께 급파했는데, 다행히 베이루트 공항을 사용할 수 있었다. 외교부 당국자는 “레바논에는 현재 레바논 국적기 정도만 남아 있어 항공권 구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라며 “레바논 남부의 전황, 영국 등 서방 국가의 철수 개시 동향 등을 고려해 수송기 투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레바논에 체류 중이던 우리 국민 약 130명 중 30여 명은 현지에 남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주레바논 대사를 비롯한 공관원들도 현지에 남았다고 외교부는 전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성남=국방부 공동취재단}
군 당국이 폴란드로부터 자폭 드론(무인기)을 도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드론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사용하면서 실전 정밀타격 능력이 검증됐다. 군이 이 드론을 전격 도입한 건 앞서 8월 북한이 자폭 드론을 공개하며 위협을 증대시킨 데 따른 맞불 조치로 풀이된다. 국방부는 2일 육해공군 본부가 있는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대한민국 국제방위산업전시회’(KADEX) 현장에서 방위사업청과 폴란드 업체 WB일렉트로닉스가 자폭 드론 ‘워메이트’를 도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정확한 계약 물량 등은 밝히지 않았지만 200대가량에 계약 금액은 150억 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워메이트’는 우크라이나에 지속적으로 지원돼 대량생산되고 있어 주문 즉시 납품이 가능하다. 이에 우리 군은 당장 다음 달부터 워메이트를 들여올 예정이다. 이어 12월에는 이를 드론작전사령부에 실전 배치해 유사시에 대비할 방침이다. 워메이트는 가로 1.6m, 세로 1.1m 크기로 고폭탄을 비롯해 다양한 탄두를 결합할 수 있는 자폭 드론이다. 압축공기를 이용해 항공기를 발사하는 ‘공압식 발사대’에서 발사되며 표적 주위를 배회하다 영상 정보 등을 이용해 표적을 정밀 타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 4월에는 러시아의 지대공 미사일 이동식 레이더 기지를 타격하는 등 전장에서 막강한 위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번 드론 구매 배경에 대해 “북한이 올해 8월 자폭 드론 개발을 공개했다”며 북한 도발에 대한 상응 조치임을 강조했다. 저가의 소형 자폭 드론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전차 등 고가의 대형 무기를 타격하는 등 전쟁 판도를 바꾸는 게임체인저로 활약 중인 점도 구매 배경이 됐다. 또 폴란드가 최근 2년간 K-9 자주포 등 약 28조 원에 달하는 한국산 무기 구매 계약을 체결하는 등 ‘K방산의 큰손’으로 자리매김한 점도 고려됐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군 당국이 폴란드로부터 자폭 드론(무인기)을 도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드론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사용하면서 실전 정밀타격 능력이 검증됐다. 군이 이 드론을 전격 도입한 건 앞서 8월 북한이 자폭 드론을 공개하며 위협을 증대시킨 데 따른 맞불 조치로 풀이된다. 국방부는 2일 육해공군 본부가 있는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대한민국 국제방위산업전시회’(KADEX) 현장에서 방위사업청과 폴란드 업체 WB일렉트로닉스가 자폭 드론 ‘워메이트’를 도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정확한 계약 물량 등은 밝히지 않았지만 200대가량에 계약 금액은 150억 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워메이트’는 우크라이나에 지속적으로 지원돼 대량 생산되고 있어 주문 즉시 납품이 가능하다. 이에 우리 군은 당장 다음 달부터 워메이트를 들여올 예정이다. 이어 12월에는 이를 드론작전사령부에 실전 배치해 유사시에 대비한다는 방침이다.워메이트는 가로 1.6m, 세로 1.1m 크기로 고폭탄을 비롯해 다양한 탄두를 결합할 수 있는 자폭 드론이다. 압축공기를 이용해 항공기를 발사하는 ‘공압식 발사대’에서 발사되며 표적 주위를 배회하다 영상 정보 등을 이용해 표적을 정밀 타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 4월에는 러시아의 지대공 미사일 이동식 레이더 기지를 타격하는 등 전장에서 막강한 위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번 드론 구매 배경에 대해 “북한이 그간 올해 8월 자폭 드론 개발을 공개했다”며 북한 도발에 대한 상응 조치임을 강조했다. 저가의 소형 자폭 드론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전차 등 고가의 대형 무기를 타격하는 등 전쟁 판도를 바꾸는 게임체인저로 활약 중인 점도 구매 배경이 됐다. 또 폴란드가 최근 2년간 K9 자주포 등 약 28조 원에 달하는 한국산 무기 구매 계약을 체결하는 등 ‘K방산의 큰손’으로 자리매김한 점도 고려됐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북한이 1일 “미국 본토 안전에 중대한 우려감을 더해주는 새로운 방식들이 응당 출현해야 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미 대선을 35일 앞두고 미국을 겨냥한 새로운 도발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미 본토를 겨냥한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시험발사를 시사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화성-18형은 발사 명령 수십 분 만에 미 본토 전역에 도달 가능해 ‘북한 ICBM의 끝판왕’으로 불린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화성-18형을 정상각도로 발사해 일본 열도를 넘어 태평양 공해상에 낙탄시키려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ICBM을 고각(高角)으로만 쏴 올렸던 북한이 이번엔 정상각도로 발사해 위협 효과를 극대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김강일 국방성 부상 담화를 통해 국군의 날인 이날 미 공군 전략폭격기인 B-1B의 한반도 전개를 겨냥해 “철저히 상응한 행동을 취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김성 유엔 주재 북한 대사는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핵 보유국이란 국위(國位)를 놓고 그 누구와도 흥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북한이 당장 7일 열리는 최고인민회의에서 대한민국을 ‘제1적대국’으로 명시하는 등 헌법을 개정해 도발 명분을 쌓은 뒤 ‘중대 도발’ 수순으로 이어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미국 대선 직전 ICBM 등을 발사해 ‘옥토버(10월) 서프라이즈’를 노릴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1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린 제76주년 국군의 날 행사에서 “북한이 핵무기 사용을 기도한다면 우리 군과 한미동맹의 결연하고 압도적인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그날이 바로 북한 정권 종말의 날”이라고 경고했다. 군은 이날 행사에서 ‘괴물 미사일’로 불리는 ‘현무-5’ 탄도미사일을 처음 공개했다. 탄두 중량이 8t에 달하는 현무-5는 세계에서 가장 무거운 미사일이다. 북한이 핵으로 한국을 공격하거나 공격할 기미를 보이면 우리 군은 이 미사일 20여 발을 사용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집무실과 북한군 지휘부의 벙커 등 평양 내 주요 시설을 도려내는 ‘대량응징보복(KMPR)’ 실행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과 ‘한국판 사드’로 불리는 요격 무기 L-SAM(장거리지대공미사일) 등 첨단 무기도 대거 공개됐다.“北, 화성-18형 정상각도 발사로 美본토 타격 위협 극대화할 것”[北, 대선앞 美본토 타격 위협]北, 고각으로만 ICBM 시험발사… 러,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전 가능성“어느 정권이든 달라진 우리 상대해야”… 美대선 겨냥 도발 수위 높일 듯北, 7일 새 ‘해상국경선’ 설정해… 서해상 무력 분쟁 유도할 우려도11월 5일 미국 대선을 35일 앞둔 가운데 북한이 미 본토를 위협하는 ‘새로운 방식’의 도발을 시사하면서 10월에 북한의 도발 수위가 정점으로 치달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미 당국은 최근까지 전술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단거리탄도미사일 등 주로 한국을 겨냥한 도발에 집중해온 북한이 이제는 미 대선을 의식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미국의 관심을 끌 만한 중대 도발까지 병행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미 본토 타격이 가능한 ICBM을 ‘정상각도(30∼45도)’로 발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이렇게 북한은 대남·대미 타격 수단을 순차적으로 과시하며 위협 수위를 높인 뒤 미 대선 이후 7차 핵실험까지 감행해 미국의 새 행정부에 핵보유국 인정을 요구하며 핵 담판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국가정보원도 지난달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 핵실험과 관련해 “ICBM, 인공위성 발사 등 다양한 군사적 도발 수단이 있어 미 대선 이전보다는 이후가 될 수 있다”고 보고했다.● 정상각도 ICBM, 하와이 인근 낙하시킬수도북한은 5000km 이상 사거리를 지닌 ICBM에 대한 시험발사를 그동안 수직에 가까운 고각으로만 진행했다. 지난해 4월과 7월 최신 ICBM인 ‘화성-18형’을 정상각도로 발사하긴 했지만 2, 3단 발사체가 분리될 땐 고각 궤도로 비행시켜 사거리를 1000km대로 조정했다. 이에 북한이 ICBM 핵심 기술인 대기권 재진입 기술은 갖추지 못한 거란 의구심이 나왔다.그런 만큼 북한이 이번엔 미 대선을 앞두고 화성-18형의 1∼3단 추진체를 모두 정상각도로 발사한 뒤 5000km 이상 날려 일본 열도를 넘어 태평양 공해상에 탄두를 낙하시킬 거란 관측이 나온다. 고각 발사 때보다 높은 고열·마찰을 견디며 궤도가 수정되지 않고 탄두가 안정적으로 대기권으로 진입할 수 있는 능력을 증명하려 할 거란 것. 일각에선 북한이 ICBM 완성의 ‘최종 관문’으로 꼽히는 재진입 기술 등을 군사동맹 수준으로 관계가 격상된 러시아로부터 일부 이전받았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 소식통은 “최대 사거리(1만 km 이상)로 쏘지 않더라도 5000km 이상 정상각도 발사에만 성공해도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 입증됐다는 우려가 미국에서 제기될 것”이라고 했다.ICBM은 하와이에서 불과 1000∼2000km 떨어진 바다에 떨어질 수도 있어 정상각도 발사 자체가 한미엔 엄청난 위협감을 줄 수 있다. 게다가 화성-18형은 연료 주입 시간이 짧아 기습타격이 가능한 고체연료 ICBM이다.일각에선 북한이 자신감이 더 있는 액체연료 기반의 화성-17형부터 일단 정상각도로 날릴 거란 전망도 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ICBM을 날리는 방향을 그동안 정찰위성 발사를 해온 필리핀 쪽으로 정할 수 있다”고도 했다. 앞서 지난달 북한은 기존 ICBM 이동식발사대(TEL)보다 긴 12축 TEL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시찰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그런 만큼 북한이 미사일 길이나 탄두 중량을 늘린 신형 ICBM을 선보일 가능성도 있다.● 北 “美 어떤 정권도 달라진 우리 상대해야”김성 유엔 주재 북한 대사는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우리(북한)는 주권 국가의 합법적 권리인 우리의 자위권을 놓고 뒤돌아보기도 아득한 과거로 되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의 그 어떤 정권도 달라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상대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과거와 달리 이미 핵을 다수 보유한 만큼 이를 자위권이라면서 미국 역시 이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 것. 최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이 “북한 핵무기 보유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하는 등 국제사회에서 북한이 사실상 핵을 보유한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자 이에 편승해 차기 미 행정부와 핵보유국 지위를 바탕으로 한 핵군축 협상을 벌일 의도를 시사한 것이다.북한은 7일로 예고한 최고인민회의(우리 국회 격)에선 헌법을 개정해 한국을 ‘제1적대국’으로 명시하고 새로운 ‘해상국경선’을 설정할 것으로 보인다.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인정하지 않고 2007년 주장한 ‘경비계선’이나 그보다 더 남쪽으로 연평도·백령도 인근에 새로운 선을 그은 뒤 함정 등을 의도적으로 내려보내 분쟁을 일으킬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1일 오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 76주년 국군의날 기념행사에서 타우루스 공대지미사일 등 무기를 소개하던 진행자가 ‘거대한 무기’의 등장에 말을 멈췄다. 관객들 시선은 발사관 길이만 20m가 넘어 보이는 차량 2대로 집중됐다. 1분쯤 뒤 진행자는 “좌측을 주목해 달라”며 입을 열었다. 이어 “초고위력 탄도미사일 현무의 우수한 측면 기동 능력을 보고 계신다”며 ‘괴물 미사일’을 소개했다. 이번에 최초로 대중에게 공개된 이 미사일은 탄두 중량만 8t에 달하는 ‘현무-5’다. 올해부터 양산되며 최대 사거리가 300km대에 달한다. 실제 폭발 위력은 탄두부 소재 개선 등을 통해 11t 중량의 탄두가 폭발할 때와 맞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술핵과 다름없는 위력이다. 지난달 27일 이스라엘군은 벙커버스터 수십 발을 사용해 레바논의 이슬람 무장단체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를 비롯한 지휘부를 제거했다. 이때 사용된 폭탄이 탄두 중량 870kg인 ‘BLU-109’였는데 현무-5는 폭파 방식 등에서 차이는 있지만 탄두 중량만 놓고 보면 BLU-109의 10배에 달하는 위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이날 군은 9축 차량 위에 원통형 발사관이 설치된 구조의 현무-5 발사 차량이 ‘문워크’ 춤을 추듯 측면으로 자유자재로 기동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북한 도발 시 어떠한 악조건에도 이 미사일을 북한에 날릴 수 있다고 경고한 것으로 해석됐다.행사에선 올해 말 개발이 완료되는 ‘한국판 사드’ 장거리지대공유도무기(L-SAM) 등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핵심 전력과 올해 7월 양산에 들어간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 등 대북 선제타격(킬체인)을 구성할 핵심 전력도 공개됐다. 군은 무인기를 격추하기 위해 개발 중인 국산 ‘레이저’ 대공 무기도 선보였다. 이 무기는 연내 실전 배치될 계획인데, 무인기 격추용 레이저 무기가 실전 배치되면 세계 최초다.‘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미군 전략폭격기 B-1B도 우리 공군 전투기 F-15K의 호위를 받으며 등장했다. B-1B는 재래식 무장 능력만 57t에 달하는 대표적인 확장억제 전략자산이다. 미군 전략폭격기가 국군의날 행사에 등장한 건 처음이다. 이날 기념식과 서울 도심 시가행진 행사엔 병력 5000여 명이 참여했고 장비 83종 340여 대가 동원됐다고 군은 전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천안함 피격 사건 당시 선체나 6·25전쟁 당시 참전한 유엔군을 기리기 위한 기념비 등 보훈 관련 상징물을 국가유산으로 관리하고 보존하기 위해 국가보훈부와 국가유산청이 손을 맞잡는다. 국가보훈부는 27일 서울 용산구 서울지방보훈청에서 강정애 보훈부 장관과 최응천 국가유산청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국가보훈 관련 문화유산의 보존과 지속 가능한 활용’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협약은 국가를 위한 희생과 헌신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현충시설 등 국가보훈 상징물을 미래세대에 전승할 국가 유산으로 보존하기 위해 두 정부 기관이 힘을 모으자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을 계기로 추진됐다. 보훈 상징물 중 6·25전쟁 당시 참전한 유엔군이 잠든 세계 유일의 유엔군 묘지인 부산 남구의 재한유엔기념공원(1951년 조성) 등 건립된 지 50년이 넘은 시설물은 이미 국가 등록 문화유산으로 등록돼 있다. 보훈부는 이 외에도 1960∼70년대 전국적으로 건립된 유엔군 참전 기념비 등 국가 유산으로 관리돼야 할 시설이 다수 있다고 보고 국가유산청과 함께 역사적 가치가 높은 상징물을 선별해 국가 유산으로 지정·등록한다는 방침이다. 보훈부는 50년이 되지 않은 상징물의 경우에도 향후 국가 유산으로 등록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국가유산청과의 협의를 통해 예비문화유산으로 선정해 보호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2002년 제2연평해전 당시 피격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참수리 357호나 2010년 북한 어뢰 공격으로 두 동강 난 천안함 선체, 같은 해 연평도 포격 당시 불탄 우리 군 철모 등 우리 군 장병들의 희생과 헌신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상징물들이 예비문화유산 선정 대상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북한이 우라늄 농축 시설을 최초로 공개하는 등 핵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전술핵탄두 소형화·표준화에 성공한 북한은 여차하면 대남 실전 핵 타격에 나설 수 있다며 핵 압박도 이어가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 대선을 전후해 조만간 7차 핵실험 버튼을 누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25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내 로얄파크 컨벤션에선 제38차 한미 국제안보학술회의(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 한미안보연구회 공동 주최)가 열렸다. 한미 외교 안보 전문가들은 북한의 노골적인 핵 위협 의도 및 배경, 한미의 북핵 대응 전략 등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2035년에 북한 핵무기는 200여 개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야욕을 저지하지 못한다면 한반도는 핵 위협에 더욱 심각하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 화정평화재단 이사장인 현인택 전 통일부 장관은 ‘혈맹(血盟)’의 근간인 한미상호방위조약 발효 70주년인 올해 한미 동맹이 만만찮은 ‘새로운 도전’을 맞이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도 이날 보내온 축사에서 “북한은 올해만 16차례 미사일을 발사하고 오물·쓰레기 풍선을 살포하는 저급한 행위를 지속하고 있다”면서 한반도 안보 정세가 매우 엄중하다고 강조했다.● “北, 南 위협 집중… 한미 갈라치기 전략” 정보당국은 최근 북한의 전술핵탄두 ‘화산-31’이 한국을 겨냥한 신형 미사일 대부분에 탑재될 수 있을 정도로 고도화됐다고 평가했다. 버튼만 누르면 발사 가능한 단계가 머지않았다는 것. 군 당국에선 고농축우라늄(HEU) 제조시설을 앞서 13일 처음 공개한 북한이 전술핵탄두 능력 등을 검증하기 위해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기류를 반영하듯 한미 전문가들은 이날 북한이 군사적 긴장을 고조한 배경에 주목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미 본토 타격 무기를 꺼내 들지 않으면서도 우라늄 농축 시설은 공개했다”며 “이는 자신들이 핵물질을 더 생산해 늘릴 수 있으니 미국이 나서서 말리란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미 대선 이후 북-미 협상판에 마주 앉을 것을 염두에 두고 미 측에 핵 군축 협상에 나서야 할 것이란 메시지를 먼저 던졌다는 의미다. 박 교수는 “한국엔 대남 타격 무기를 꺼내 위협하고 미국엔 핵 잠재력만 보여주는 식으로 (한미) 동맹을 갈라치기 하려는 북한의 의도를 정확히 읽고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핵이 최종 완성될 경우 한미 동맹에 균열이 생길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프레드릭 빈센조 미 애틀랜틱카운실 선임연구원은 “북핵이 완성돼도 미국이 한반도 문제에서 완전히 발을 빼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북핵에 대한 한미) 대응은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김 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 사용 위협 전략을 쓰는 모습을 보며 잘못된 학습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도 했다. 러시아는 미국 등 서방 국가가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미사일을 지원하는 등 자신들의 ‘레드라인’을 넘을 경우 핵 사용까지 불사할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이를 모방해 미국에 한반도 문제에 개입하지 말라며 핵 위협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선통일-후비핵화 발상 전환도 필요” 이경석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난해 북핵에 대응한 미국의 확장억제(핵우산) 강화 공약을 명문화한 ‘워싱턴 선언’이 발표됐음에도 확장억제에 대한 의구심이 잔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미가 워싱턴 선언으로 굳건한 동맹 관계를 확인했지만 확장억제 공약 자체가 일반 국민에겐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이라는 것. 이 교수는 “미국이 역사상 유례없는 방식으로 확장억제를 강화해야 국내 핵무장론도 잠잠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니컬러스 에버스탯 미 기업연구소 석좌연구원은 한미 동맹을 균열시킬 수 있는 요인 중 하나로 한국의 인구 문제를 지목했다. 그는 “한국의 인구 급감은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영향을 미치고 핵무장론도 확산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의 병력이 부족해지면 주한미군이 더 많은 분담금을 요구할 가능성이 커지고, 그럴 경우 한국 내에선 줄어든 병력을 핵으로 대체하자는 핵무장론이 부상해 한미가 갈등을 겪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미가 남북통일부터 이끌어낸 뒤 비핵화를 추진하자는 북핵 대응 아이디어도 제시됐다. 데이비드 맥스웰 미 아태전략센터(CAPS) 부회장은 “한미는 북한 사회로 정교한 정보를 유입해 주민들을 각성시켜 통일을 유도한 뒤 비핵화를 이루는 식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철균 글로벌국방연구포럼 안보전략센터장은 “김정은 정권에 대한 충성심이 약한 젊은 장마당 세대를 겨냥해 정확한 바깥세상 실정을 알려줘 내부에서부터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했다.학술회의 참가자 명단◆개회사김병관 한미안보연구회 공동회장(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버나드 샴포 한미안보연구회 공동회장(전 미 8군 사령관)◆축사현인택 화정평화재단 이사장(전 통일부 장관)유용원 국민의힘 의원◆패널토의1(사회: 버나드 샴포 전 미 8군 사령관)▽발표자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데이비드 맥스웰 아시아태평양전략센터 부회장△이경석 인천대 교수△니컬러스 에버스탯 미국 기업연구소 정치경제학 석좌연구원▽토론자 △박철균 글로벌국방연구포럼 안보전략센터장(큐심플러스 최고 네트워킹 책임자)△정일화 전 한국일보 워싱턴 특파원△프레드릭 빈센조 미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오찬연설김용현 국방부 장관(곽태신 국방부 방위정책관 대독)◆패널토의2(사회: 김재창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발표자 △설인효 국방대 교수△김태우 한국군사문제연구원 핵안보연구실장△프레드릭 빈센조 미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토론자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최승우 서울안보포럼 북핵대응정책센터장△데이비드 맥스웰 아시아태평양전략센터 부대표◆패널토의3(사회: 허남성 국방대 명예교수)▽발표자 △로버트 콜린스 북한인권위원회(HRNK) 선임 고문△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토론자 △인지연 북한인권개선과자유통일을위한모임(NANK) 대표△니컬러스 에버스탯 미국 기업연구소 정치경제학 석좌연구원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제38차 한미 국제안보학술회의가 25일 오전 9시부터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내 로얄파크컨벤션에서 열린다. 이번 회의는 한미동맹의 근간인 한미상호방위조약 발효 70주년을 맞아 폭증하는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동맹의 대응 전략 등을 심층 논의하기 위한 자리다.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과 한미안보연구회 공동 주최로 열리는 이번 회의에선 한미동맹의 현황과 한반도 안보의 미래, 북-중-러 3국의 군사적 밀착 등 국면에서 동맹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논의된다. 미국의 대한 확장억제(핵우산) 공약 강화 방안, 북한 인권 문제 등도 다룬다. 현인택 화정평화재단 이사장과 한미안보연구회 공동회장인 김병관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버나드 샴포 전 미8군사령관 등 한미 외교안보 분야 전문가들이 토론을 벌인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설령 계엄이 선포되고 군사 조치 시행 명령이 떨어진다고 해도 정당성이 결여된 명령에 따를 군인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군인들을 판단력 미숙한 이들로 폄훼하는 거죠.” A 중령은 최근 야당 일부 의원들이 제기하는 ‘계엄 준비 의혹’에 대해 “불쾌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다른 군인들도 비슷했다. “군을 모독하는 행위”라거나 “황당하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B 소령은 “의미 없는 정쟁에 군을 끌어들이지 말라”며 반발했다. C 장성은 “군이나 정부가 계엄을 모의했다는 증거를 하나라도 가져와 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다음 달 1일 국군의날을 맞아 우리 군은 시가행진을 진행한다. 40년 만의 2년 연속 시가행진이다. 올해는 아예 국군의날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했는데, 34년 만이다. 이례적인 결정의 이유 중 하나는 국군의 사명감과 자부심을 높일 계기가 필요해서다. 이는 군의 사기 저하 문제가 심각하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국민의 성원을 체감할 수 있는 시가행진 같은 축제의 장을 자주 만들면 군인들 사기가 진작될 것이란 기대가 높다. 그러나 계엄 의혹으로 축제 전 기대에 부풀어야 할 군인들 일부는 사기 저하를 호소하고 있다. 한 장교는 “전시에 목숨 걸고 국민을 지킬 군인들이 여차하면 국민에게 총구를 겨눌 ‘잠재적 계엄군’ 취급을 받고 있다. 군을 국민의 적으로 만드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했다. 실제로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정부가 국군의날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한 건 계엄 선포 사전 작업이라는 괴담이 떠돈다. 시가행진 참여 부대는 계엄 선포와 동시에 계엄 임무 수행군으로 임무가 바뀌고, 전차 등 국방력을 자랑할 무기들은 그대로 도심에 배치돼 국민 진압에 쓰일 것이란 시나리오다. 야당 일각에서 “그럴 수도 있을 것”이라는 개연성에 기대 제기한 의혹이 다양한 괴담으로 각색돼 몸집을 키우면서 국민의 불안을 부추기고 군에 대한 불신까지 조장하는 모양새다. 문재인 정부에서 고위직을 지내 친야 성향으로 분류되는 예비역 대장들도 실소했다. 예비역 대장 A 씨는 “2024년에 무슨 계엄이냐”며 “병사들이 휴대전화를 갖고 있어 정보가 실시간으로 유통되는 만큼 계엄 시행 준비 과정에서 시행도 못 해보고 폭로될 것”이라고 했다. B 씨는 “전시 계엄 수행 절차는 한미 연합연습 때 연습하지만 평시 계엄은 연습 자체가 없다. 시대가 바뀌었는데 평시 계엄 시행 명령을 따를 지휘관이 몇이나 되겠나”라고 했다. 실제로 군은 1992년부터 전시 계엄 수행 절차만 연습을 하고 있다. 더욱이 우려되는 건 계엄 의혹 공세의 총구가 최근 국군방첩사령부를 향한다는 점이다. 더불어민주당은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계엄 준비 음모의 근원을 제거하기 위해 군기 문란의 실무 핵심인 여인형 방첩사령관의 해임을 요구한다”고 했다. 민주당 김민석 의원은 22일 “여 사령관 최우선 척결”까지 언급했다. 그러나 그를 ‘척결’해야 할 사유는 모호하다. 여 사령관이 윤석열 대통령과 같은 충암고 출신이고 계엄 선포 시 방첩사 전신인 국군보안사령부 사령관 전두환 소장이 맡은 서슬 퍼런 직책인 계엄사 합동수사본부장이 된다는 점 등이 근거라면 근거일 순 있겠다. 방첩사의 또 다른 전신 기무사가 박근혜 정부 당시 세월호 유족 사찰이나 계엄 검토 문건 작성 등으로 논란이 된 점도 ‘척결’ 주장의 이유로 볼 순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이는 조직의 ‘원죄’에 근거한 추정일 뿐이다. 척결을 주장하려면 그가 계엄 모의에 가담했다는 확실한 근거가 있어야 하지만 ‘카더라’ 수준의 추측이 전부다. 최근 방첩사는 국군정보사령부 군무원의 블랙 요원 명단 등 군사기밀 유출 사건을 수사하며 군무원을 구속했다. 북한과의 연계성 밝히기에도 주력했다. 군 간부들이 암구호를 알려주고 사채를 쓴 사건도 올 초 방첩사가 먼저 인지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방첩 수사 등을 진행하며 군기 유지 임무를 하는 부대 수장인 여 사령관을 정반대로 군기 문란 핵심으로 규정하려면 ‘그 자리가 과거에도 문제가 된 자리’라거나 ‘대통령 후배’라는 식의 주장만으론 부족하다. 국가보안법 등에 근거해 군내 간첩 수사를 실시하는 방첩사의 수장이 명확한 근거도 없이 난타당하는 모습을 가장 환영할 이는 방첩사 존재 자체를 눈엣가시로 여기는 북한이다. 북한은 최근 핵물질 제조 우라늄 농축 시설을 공개했다. 대남 핵타격 미사일도 발사하고 있다. 오물풍선은 일상처럼 날아든다. 국방력을 조금도 허투루 써선 안 될 엄중한 안보 상황에 우리 군은 실체 없는 계엄 의혹 포화 속에 의혹이 사실이 아님을 증명하느라 소모되는 듯하다. 마지막 계엄이 선포된 1979년과 45년이 지난 현재 군의 위상이나 사회 시스템은 하늘과 땅 차이다. 이런 기본적인 사실을 애써 외면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유령 의혹’은 힘을 잃는다. 우리 군이 더 불필요하게 소모되지 않는 것은 물론이다.손효주 정치부 기자 hjson@donga.com}
장교 등 군 간부들이 사채업자에게 가상화폐 투자와 사이버 도박 등에 필요한 돈을 빌리기 위해 신분 확인 및 담보용으로 암구호를 유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암구호는 적군과 아군을 구별하기 위해 그날그날 각 부대가 정해 문답식으로 주고받는 단어로 3급 비밀이다. 국군정보사령부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유출 사건 이후 또다시 비밀 유출 사건이 알려지면서 군의 고강도 쇄신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암구호 수집 수상한 사채업자” 첩보22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주지검은 자신에게 돈을 빌려달라는 군인들이 진짜 군인이 맞는지 확인한다는 명분으로 암구호를 물어 알아낸 혐의(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등)로 사채업자 A 씨를 이달 초 기소했다. 전북경찰청은 암구호를 수집한 사채업자가 이미 기소된 A 씨 외에도 더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별도로 국군방첩사령부는 사채업자들에게 암구호를 누설한 20, 30대 군 간부 여러 명에 대해 같은 혐의를 적용해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간부들은 충청지역 등의 부대에 근무하는 이들이라고 한다. 암구호 유출 사건 수사는 올해 초 방첩사가 첩보 활동을 통해 암구호를 수집하는 사채업자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면서 시작됐다. 수사 결과 사채업자 A 씨 등은 시중은행에서 대출이 어려운 군 간부들에게 군인 신분증을 확인하고도 “믿기 어렵다”며 암구호를 대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댄 암구호가 실제 그날 부대에서 쓰는 것이 맞는지 확인된 뒤에야 돈을 빌려준 것이다. 암구호는 전화로도 전파할 수 없고, 유출되면 즉시 폐기한 뒤 새로 만들어야 할 정도로 보안성이 강조된다. 북한군이나 간첩이 입수할 경우 군부대 침입에 곧바로 사용할 수 있는 중요 비밀이 군 외부로 누설된 것이다. 수사 과정에서 방첩사는 가상화폐 거래에 쓸 돈을 빌리면서 암구호를 누설한 군 장교 B 씨를 가장 먼저 적발해 올해 봄 군 검찰로 송치했다. 군사법원 등에 따르면 B 씨는 올해 5월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2년 4개월을 선고받았고 항소 포기로 형이 확정됐다. 수사 착수부터 군 검찰 송치, 기소, 법원 선고가 5개월 이내에 빠르게 진행된 것. 암구호 유출은 부대 침입 및 테러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빠르게 처리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방첩사는 B 씨 수사 과정에서 사채업자들에게 암구호를 알려준 군 간부가 더 있다는 사실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첩사는 5월부터 전북경찰청과 공조 수사에 나서며 수사를 확대했고 군 간부 여러 명을 입건해 수사 중이다. 이들이 암구호를 알려준 이유는 사이버 도박 등에 쓸 돈을 빌리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 사채업자들, 대공 용의점은 없어 다행히 사채업자들에겐 대공 용의점은 없고 부대 침입 사건도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럼에도 암구호 누설은 부대 문을 활짝 열어준 것과 마찬가지인 만큼 재발 방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소식통은 “방첩사의 초기 인지 수사가 없었다면 암구호 수집 관련 소문이 퍼지면서 간첩 등이 사채업자에게 접근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간첩 연계 여부와 별개로 일부 간부지만 기강 해이를 보여준 것은 문제”라고 했다. 한 육군 장교는 “일정한 주기로 각 부대에 암구호가 하달되는데 외부에 유출됐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며 “유출된 암구호가 사용되지 않아 다행”이라고 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전주=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
북한이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18일 한국 전역을 겨냥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기습 발사했다. 핵물질인 고농축우라늄(HEU) 제조시설을 최초 공개한 지 5일 만에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개량형으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쏘며 대남 핵·미사일 위협 수위를 끌어올린 것. 앞서 정보당국은 북한이 전술핵탄두 ‘화산-31’을 한국 전역을 겨냥한 대부분의 신형 미사일에 탑재 가능한 수준으로 소형화·표준화했다고 공식 평가까지 한 바 있다. 이날 합동참모본부는 “우리 군은 오전 6시 50분경 평안남도 개천 일대에서 동북 방향으로 발사된 단거리탄도미사일 여러 발을 포착했다”며 “미사일은 약 400km를 비행했다”고 밝혔다. 이번 미사일은 4.5t급 초대형 재래식 모의 탄두를 장착한 전술 탄도미사일 ‘화성포-11다-4.5’형(북한식 명칭)일 가능성이 군 안팎에서 제기됐다. 이 미사일은 탄두 무게를 늘리고 사거리는 줄이는 식으로 KN-23을 개량한 기종으로 최대 사거리는 한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600km가량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 군은 내달 1일 전략사령부를 공식 출범시킨다. 국방부 장관 소속인 전략사령부는 북한 핵·대량살상무기(WMD) 위협에 대응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게 된다.“北, 핵탄두 소형화 이어 재래식 괴물 탄두로 남한 초토화 노려”北, 대남 투트랙 위협KN-23 개량형 추정 미사일 쏜듯… 탄두무게 4.5t보다 더 늘렸을 가능성“재래식-핵 전력 섞어 배합전 의도”… ‘북핵 대응 주도’ 전략사 내달 출범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로 가득한 핵물질 제조 시설을 추석 연휴 직전인 13일 최초 공개한 북한이 연휴 마지막 날인 18일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건 한국을 겨냥한 대남 핵·미사일 위협을 가속화하는 신호탄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우라늄 농축시설에서 “전술핵무기 제작에 필요한 핵물질 생산에 총력을 집중하라”고 했다. 대남용으로 소형화된 핵무기 개발 속도를 높이라고 지시한 것. 이후 18일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초대형 재래식 탄두 장착이 가능한 미사일일 가능성이 크다고 군 안팎에서 보고 있다. 핵탄두를 소형화·표준화하는 데 성공한 북한이 재래식 탄두는 초대형으로 개발하는 등 ‘투트랙’ 도발 의도를 노골적으로 내비친 것. 북한은 이처럼 핵·재래식 전력으로 번갈아 위협하며 향후 대남 위협 수위를 급격하게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북한판 괴물미사일’로 서울 초토화 의도 앞서 7월 북한은 북한판 이스칸데르라 불리는 KN-23 개량형으로 추정되는 미사일 2발을 발사해 1발을 최대 사거리인 600km 이상 비행시키는 데 성공한 바 있다. 당시 북한은 이 미사일의 탄두가 중량 4.5t급 초대형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이번에도 역시 KN-23 개량형 추정 미사일을 발사했지만 이 미사일은 400km가량만 날아갔다. 이에 군 안팎에선 북한이 사거리를 줄이는 대신 모의 탄두 무게는 4.5t보다 더 늘렸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우리 군이 보유한 ‘현무-5’는 탄두 중량만 8t이 넘어 세계에서 가장 무거운 탄두를 장착한 ‘괴물 미사일’로 불린다. 이 ‘현무-5’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북한판 괴물 미사일’이라 부를 만한 고중량·고위력 탄도미사일을 이번에 시험했을 수 있다는 것. 우리 군은 북한이 남침해 올 때 현무-5 미사일 20∼30발로 평양을 초토화한다는 대량응징보복(KMPR)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만큼 북한 역시 ‘북한판 괴물 미사일’ 수십 발을 쏟아부어 서울을 초토화한다는 계획하에 지속적으로 탄두 중량 등 미사일 업그레이드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대남 타격용 단거리 탄도미사일 3종 세트인 KN-23, ‘북한판 에이태큼스’(KN-24), ‘초대형 방사포’(KN-25) 등에 핵전력들을 건전지 갈아 끼우듯 쏠 수 있게끔 전술핵탄두를 소형화·표준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최근 우리 정보당국이 공식 평가했다. 북한은 이러한 핵전력에 더해 파괴력을 극대화한 초대형 재래식 탄두 탄도미사일 등 고위력 재래식 무기도 노골적으로 과시하고 있다. ‘투트랙 대남 위협 전략’으로 관계가 악화된 한국을 겨냥해 전방위 압박에 나서고 있는 것.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재래식·핵전력을 혼합한 ‘배합전’을 통해 한국을 점령할 것이란 의도를 북한이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12월 김 위원장이 “유사시 핵무력을 포함한 모든 물리적 수단과 역량을 동원해 남조선(한국)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 준비에 박차를 가하겠다”며 대남 적대화 정책 의지를 노골적으로 내비친 바 있다. 한동안 수해 피해 대응에 역량을 집중한 북한은 이제 한국은 물론이고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한미를 동시에 겨냥한 도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KN-23 개량형 미사일의 최종 실전 배치를 위한 시험 발사부터 우선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군, 전력자산 통합 지휘 전략사 출범 우리 군 당국이 내달 1일 출범시킬 전략사는 현무 계열 탄도미사일과 스텔스 전투기 등 우리 군 전략자산을 통합 지휘하게 된다. 북한 핵·WMD 위협 등을 억제하는 임무를 맡는 것. 다만 군 당국은 전면 실시 중인 대북확성기 방송 외에는 북한 도발에 대한 직접적인 추가 대응은 자제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우리가 추가 군사적 대응에 나서는 건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추가 발사할 명분만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전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북한이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18일 한국 전역을 겨냥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기습 발사했다. 핵물질인 고농축우라늄(HEU) 제조시설을 최초 공개한지 5일 만에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개량형으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쏘며 대남 핵·미사일 위협 수위를 끌어올린 것. 앞서 정보당국은 북한이 전술핵탄두 ‘화산-31’을 한국 전역을 겨냥한 대부분의 신형 미사일에 탑재 가능한 수준으로 소형화·표준화했다고 공식 평가까지 한 바 있다.이날 합동참모본부는 “우리 군은 오전 6시 50분경 평안남도 개천 일대에서 동북 방향으로 발사된 단거리 탄도미사일 여러 발을 포착했다”며 “미사일은 약 400km를 비행했다”고 밝혔다. 미사일은 30분가량 시차를 두고 발사됐으며 동해안에 낙하한 것으로 알려졌다.이번 미사일은 4.5t급 초대형 재래식 모의 탄두를 장착한 전술 탄도미사일 ‘화성포-11다-4.5’형(북한식 명칭)일 가능성이 군 안팎에서 제기됐다. 이 미사일은 탄두 무게를 늘리고 사거리는 줄이는 식으로 KN-23을 개량한 기종으로 최대 사거리는 한국 전역을 타격 가능한 600km가량이다.이런 가운데 우리 군은 내달 1일 전략사령부를 공식 출범시킨다. 합동참모본부 예하의 전략사령부는 북한 핵·대량살상무기(WMD) 위협에 대응하는 콘트롤타워 역할을 맡게 된다.北, 대남 핵·미사일 위협을 가속화하겠다는 신호탄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로 가득한 핵물질 제조 시설을 추석 연휴 직전인 13일 최초 공개한 북한이 연휴 마지막날인 18일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건 한국을 겨냥한 대남 핵·미사일 위협을 가속화하는 신호탄이란 관측이 나온다.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우라늄 농축시설에서 “전술핵무기 제작에 필요한 핵물질 생산에 총력을 집중하라”고 했다. 대남용으로 소형화된 핵무기 개발 속도를 높이라고 지시한 것. 이후 18일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초대형 재래식 탄두 장착이 가능한 미사일일 가능성이 크다고 군 안팎에서 보고 있다. 핵탄두를 소형화·표준화하는 데 성공한 북한이 재래식 탄두는 초대형으로 개발하는 등 ‘투트랙’ 도발 의도를 노골적으로 내비친 것. 북한은 이처럼 핵·재래식 전력으로 번갈아 위협하며 향후 대남 위협 수위를 급격하게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북한판 괴물미사일’로 서울 초토화 의도앞서 7월 북한은 북한판 이스칸데르라 불리는 KN-23 개량형으로 추정되는 미사일 2발을 발사해 1발을 최대 사거리인 600km 이상 비행시키는 데 성공한 바 있다. 당시 북한은 이 미사일의 탄두 중량이 4.5t급 초대형 탄두라고 주장했다.북한은 이번에도 역시 KN-23 개량형 추정 미사일을 발사했지만 이 미사일은 400km가량만 날아갔다. 이에 군 안팎에선 북한이 사거리를 줄이는 대신 모의 탄두 무게는 4.5t보다 더 늘렸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우리 군이 보유한 ‘현무-5’는 탄두 중량만 8t이 넘어 세계에서 가장 무거운 탄두를 장착한 ‘괴물 미사일’로 불린다. 이 ‘현무-5’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북한판 괴물 미사일’이라 부를만한 고중량·고위력 탄도미사일을 이번에 시험했을 수 있다는 것. 우리 군은 북한이 남침해 올 때 현무-5 미사일 20~30발로 평양을 초토화한다는 대량응징보복(KMPR)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만큼 북한 역시 ‘북한판 괴물 미사일’ 수십 발을 쏟아부어 서울을 초토화한다는 계획하에 지속적으로 탄두 중량 등 미사일 업그레이드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북한은 대남 타격용 단거리탄도미사일 3종 세트인 KN-23, ‘북한판 에이태큼스’(KN-24), ‘초대형 방사포’(KN-25) 등 핵전력들에 건전지 갈아 끼우듯 쏠 수 있게끔 전술핵탄두를 소형화·표준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최근 우리 정보당국이 공식 평가했다. 북한은 이러한 핵전력에 더해 파괴력을 극대화한 초대형 재래식 탄두 탄도미사일 등 고위력 재래식 무기도 노골적으로 과시하고 있다. ‘투트랙 대남 위협 전략’으로 관계가 악화된 한국을 겨냥해 전방위 압박에 나서고 있는 것.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재래식·핵전력을 혼합한 ‘배합전’을 통해 한국을 점령할 것이란 의도를 북한이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북한은 12월 김 위원장이 “유사시 핵무력을 포함한 모든 물리적 수단과 역량을 동원해 남조선(한국)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 준비에 박차를 가하겠다”며 대남 적대화 정책 의지를 노골적으로 내비친 바 있다.한동안 수해 피해 대응에 역량을 집중한 북한은 이제 한국은 물론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한미를 동시에 겨냥한 도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KN-23 개량형 미사일의 최종 실전배치를 위한 시험발사부터 우선 나설 거란 관측도 나온다.● 군, 전력자산 통합 지휘 전략사 출범우리 군 당국이 내달 1일 출범시킬 전략사는 현무 계열 탄도미사일과 스텔스 전투기 등 우리 군 전략자산을 통합 지휘하게 된다. 북한 핵·WMD 위협 등을 억제하는 임무를 맡는 것. 다만 군 당국은 전면 실시 중인 대북확성기 방송 외에는 북한 도발에 대한 직접적인 추가 대응은 자제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우리가 추가 군사적 대응에 나서는 건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추가 발사할 명분만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전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북한의 전술핵탄두 ‘화산-31’이 한국 전역을 겨냥한 대부분의 신형 미사일에 탑재 가능하다고 정보당국이 공식 평가한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동아일보 질의에 “북한의 핵무기 소형화 기술이 상당 수준에 도달했다”며 이같이 밝힌 것. 지난해 3월 북한이 이 핵탄두 공개 이후 어떤 미사일에 탑재해도 될 만큼 소형화·표준화됐다고 우리 당국에서 공식 평가한 건 처음이다. 이 평가대로라면 북한은 대남 타격용 단거리탄도미사일 3종 세트인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북한판 에이태큼스’(KN-24), ‘초대형 방사포’(KN-25) 등은 물론이고 근거리 전술유도탄과 같은 핵전력들에 전술핵탄두를 건전지 갈아 끼우듯 실어 신속하게 쏠 수 있게 된다. 북한의 기습 핵타격 위협이 현실화된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지난해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시찰 사진과 함께 핵탄두 이름까지 처음 밝히며 화산-31이 전시된 사진을 공개한 바 있다. 북한 매체는 “김정은 동지가 (전술핵탄두와) 각기 다른 무기체계들과의 호환성 등에 대해 료해(시찰)했다”면서 이 핵탄두가 어떤 미사일에 탑재해도 될 만큼 표준화됐다는 점을 콕 집어 강조했다. 다만 당시 우리 군 당국 등은 내부적으로 북한이 외형만 공개했을 뿐 실제 기술력은 과장했을 것으로 평가한 바 있다. 하지만 북한 핵탄두 기술이 고도화됐다고 이번에 우리 당국이 공식 평가한 것은 한국에 대한 핵공격 위협이 현실화됐음을 뜻한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사거리가 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을 개발하는 것보다 핵탄두 기술을 업그레이드해 한국 전역을 타격권에 둔 미사일의 기습 타격력을 높이는 게 우리 입장에선 더 위협적”이라고 강조했다. 또 “조만간 화산-31 등을 실전배치하는 수순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12일 KN-25로 추정되는 대남용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3, 4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73일 만에 다시 탄도미사일 도발에 나선 것으로, 미국의 첫 TV 대선토론 다음 날 발사한 만큼 미 대선을 겨냥한 ‘고강도 도발 릴레이’의 시작점이란 관측도 나온다. 북한 미사일은 360여 km를 비행한 뒤 동해상에 탄착했다고 합동참모본부는 밝혔다. 남쪽으로 쐈다면 대북 킬체인(선제타격)의 핵심 전력인 F-35A 스텔스전투기의 기지(충북 청주)와 충남 계룡대(각 군 본부) 등 우리 군 주요 거점에 닿는 거리다.“직경 50㎝ 北전술핵탄두, 韓겨냥 대부분 미사일에 탑재 가능”신형 탄도미사일 8종에 탑재땐남한 전역이 사정거리에 포함일각 “탑재와 미사일 능력은 별개”흡족한 표정으로 지시 중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옆에는 전술핵탄두 ‘화산-31’이 일렬로 쭉 배치돼 있다. 핵탄두 옆 벽면에는 설명판들이 액자처럼 나란히 걸려 있다. 설명판들에는 화산-31이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북한판 에이태큼스’(KN-24) ‘초대형 방사포’(KN-25)는 물론 한국과 주일 미군기지를 겨냥한 순항미사일 ‘화살-1형’ ‘화살-2형’ 등에 각각 장착된 그림이 담겨 있다.● 대남 미사일에 레고처럼 갈아 끼워 탑재 가능지난해 3월 북한 관영매체는 이러한 모습이 담긴 사진을 전격 공개했다. 북한이 핵탄두 이름을 공개한 건 처음으로, 당시 확인된 화산-31만 최소 10기 이상이었다.북한이 이 사진을 보란 듯 노출하자 우리 정부 안팎에선 파장이 컸다. 적어도 사진으로는 북한이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이 핵탄두의 소형화·표준화 기술력이 확인된 것처럼 보여서다. 다만 당시 합동참모본부는 “(전술 핵탄두 등) 핵 능력의 전력화가 완료됐다고 평가하려면 실제와 동일한 환경에서 실험해야 한다”며 “아직 북한에서는 그런 것들이 확인된 게 없다”고 했다. 북한의 전술 핵탄두 표준화 주장 등이 다소 과장됐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이런 가운데 최근 정보당국이 화산-31에 대해 “한국을 겨냥한 대부분의 신형 미사일에 탑재 가능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판단한 건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 기술은 물론, 표준화 기술에 대해서도 인정할 만한 유력한 근거를 확보했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다만 언제 어떤 방식으로 해당 근거를 확보했는지 등은 기밀인 만큼 구체적으로 확인해주지 않았다.정보당국의 평가대로라면 북한은 화산-31을 레고 블록을 바꿔 넣듯 신형 미사일들에 갈아 끼울 수 있다. 단순 핵 보유를 넘어 마음만 먹으면 핵전력 실전 운용까지 즉각 할 수 있다고 과시한 북한의 주장이 어느 정도 현실화됐다는 의미다.북한이 남한 타격용으로 개발한 KN-23·24·25 등 신형 탄도미사일 8종에 화산-31을 탑재하면 한국 전역에 대한 핵타격 위협이 현실화된다. 북한이 개량을 거듭하고 있는 KN-23은 최대 사거리가 800km로 남한 전역이 사거리에 포함되고도 남는다. KN-24와 KN-25 역시 각각 최대 사거리가 600km, 400km여서 한국 전역이 타격권이다. 북한이 12일 오전 7시 10분부터 평양 일대에서 4발 안팎 발사한 KN-25는 이날 360여 km를 비행했는데, 휴전선 인근에서 핵탄두를 탑재해 쏠 경우 남한 전역이 사정권에 들어온다.최대 사거리가 110km 안팎으로 알려진 근거리 전술유도탄(CRBM)에 화산-31을 탑재해 북한 전방 지역에서 대거 발사할 경우 대통령실과 정부서울청사 등 핵심 시설이 모여 있는 수도권이 집중 핵타격 표적이 될 수 있다.북한은 앞서 지난달 4일 전방에 배치할 신형 전술 탄도미사일 발사대 250대를 운용 부대에 인도하는 행사를 열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 미사일 발사대는 한 대에 발사관 4개를 갖추고 있어 산술적으로라면 250대를 모두 가동할 경우 한 번에 1000발 무더기 발사가 가능하다.● 타원형 핵폭발 장치 넣으면 위력 더 커져북한이 공개한 화산-31의 직경은 50cm 수준이었다. 외형상으로도 통상 핵탄두 소형화 기준(직경 90cm, 탄두 중량 1t 수준)은 충족하고도 남은 것. 북한은 당시 플루토늄 등 핵물질이 들어 있는, 탄두의 핵심인 핵폭발 장치 외형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둥근 ‘구’ 형태의 핵폭발 장치가 들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일각에선 북한이 미국식 ‘타구(타원형의 구)’ 형태의 핵폭발 장치를 개발해 화산-31에 넣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럴 경우 내폭 화약을 더 빽빽하게 채울 수 있어 폭발 위력이 크게 증대된다.다만 일각에선 북한이 핵무기를 활용할 수 있을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양한 미사일에 전술핵탄두를 건전지 갈아 끼우듯 자유자재로 탑재할 수 있는 능력과 핵탄두가 탑재된 미사일을 실제 발사해 위력을 입증하는 건 별개일 수 있다는 것이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천궁-2’의 이라크 수출 계약이 추석 연휴 직후 체결될 것으로 알려졌다. 26억 달러(약 3조5000억 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천궁-2는 ‘한국판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국산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다. 이라크와의 계약이 성사되면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세 번째로 천궁-2가 수출되는 것이다. 11일 중동 현지 외신 보도와 국내 방산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국내 방산업체 LIG넥스원은 이르면 추석 연휴 직후 천궁-2 8개 포대를 이라크로 수출하는 계약을 이라크 정부 측과 체결할 예정이다. 정부 소식통은 “현재 이라크와 막바지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며 “협상이 순조로워 최종 계약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천궁-2는 항공기와 탄도미사일을 모두 요격할 수 있는 무기 체계로 최대 음속의 5배로 날아가 표적에 직접 부딪쳐 파괴한다. 발사대 1기당 요격 미사일 최대 8기가 장착된다. 요격 고도는 15∼20km, 비행 사거리는 50km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지난해 11월 LIG넥스원은 사우디아라비아 국방부와 천궁-2 10개 포대 수출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당시 계약 금액은 약 32억 달러(약 4조2500억 원)였다. 이보다 앞선 2022년에는 천궁-2를 UAE에 수출(약 4조 원)했다 이는 천궁-2의 최초 해외 수출이었다. 이번 이라크로의 천궁-2 수출 협상은 3월 타베트 무함마드 사이드 알 압바시 이라크 국방장관이 방한해 신원식 당시 국방부 장관과 회담을 연 것을 계기로 급물살을 탄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천궁-2 수출 계약이 성사되면 4월 폴란드로의 다연장로켓 ‘천무’ 수출 계약(2조2500억 원)과 7월 루마니아로의 K9 자주포 및 탄약운반차 등의 수출 계약(약1조3828억 원)에 이어 올해 세 번째 조 단위 ‘K무기’ 수출 계약이 된다. 수출 금액 기준으로는 올해 최대 규모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