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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안개가 가득한 바닷가. 두 사람이 서로를 쫓고 쫓는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비좁은 시야 때문에 상대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없다. 밀려오는 파도 소리, 모래사장을 밟는 사각사각 소리만이 허공을 가득 채운다. 11일 공개 직후 전 세계 넷플릭스 3위(영화 부문·플릭스패트롤 기준)에 오른 영화 ‘전, 란’에서 관군을 이끄는 종려(박정민)와 의병의 대장인 천영(강동원)이 안개 속에서 정면승부를 벌이는 장면이다. 어쩐지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에서 해준(박해일)이 자신이 사랑하던 서래(탕웨이)를 쫓아 안개 가득한 바닷가로 달려가는 장면과 닮았다. 죽은 종려를 안고 울부짖는 천영의 모습은 서래를 찾지 못해 해변 이리저리 서성이다가 소리치는 해준을 생각나게 하는 것. 이지혜 영화평론가는 “결투를 한 폭의 풍경처럼 그려내는 해무 대결 장면을 보다 보면 마치 박찬욱 감독의 작품이라 착각할 것 같다”고 했다.‘전, 란’은 박 감독 작품인 ‘공동경비구역 JSA’(2000년)에서 미술감독, ‘친절한 금자씨’(2005년), ‘싸이보그지만 괜찮아’(2006년)에서는 광고디자인을 맡은 김상만 감독 작품이다. 박 감독이 직접 메가폰을 잡진 않았지만, 각본가와 제작자로 참여했다. 박 감독은 각색에 참여하고 직접 촬영 현장에 와서 배우들의 연기까지 지도했다. 판소리의 요소를 끌어들인 장면도 박 감독의 아이디어라고 한다. 2일 기자간담회에서 “시나리오를 일일이 봐주시고 조언해줬다”(김 감독), “촬영 현장에 오신 첫날 발음을 듣고 직접 정정해줬다”(강동원)는 말이 나왔을 만큼 이 작품이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작으로 선정된 데엔 박 감독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영화는 조선의 권세 높은 집안 자제 종려와 그의 몸종 천영이 서로에게 복수하는 과정을 그린다. 종려는 천영이 자신의 가족을 죽였다고 생각하고, 천영은 종려가 자신이 노예 신분을 벗는 과정을 막았다고 오해한다. 복수를 다뤘다는 점에서 ‘친절한 금자씨’를, 두 남자의 이야기에 집중했다는 점에서 ‘올드보이’(2003년)를 떠올리게 한다. 붉은색 군복(종려)과 푸른색 도포(천영)의 색감 활용에선 흑백 대비를 주로 썼던 ‘아가씨’(2016년)가 생각나는 등 미장센도 돋보인다. 계급 갈등을 다뤘다는 점도 눈길이 간다. 예를 들어 선조(차승원)처럼 무능한 지배계급은 가난에 찌든 백성이나 자신들이 지배하는 노예들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천영처럼 재능 있는 피지배계급은 신분제도를 벗어나려 발버둥 치며 지배계급을 증오한다. 조재휘 영화평론가는 “둘 사이에서 고민하던 종려가 결국 지배계급의 편에 서서 백성들을 학살하는 모습은 ‘복수는 나의 것’(2002년)에서 중소기업 사장 박동진(송강호)이 ‘너 착한 놈인 거 안다. 그러니까 내가 너 죽이는 거, 이해하지?’라는 대사를 생각나게 한다”고 했다. 조선 의병과 왜군이 싸우는 장면에서 선보이는 시원한 액션 활극에선 김 감독 특유의 연출력이 돋보인다. 위에서 내려다보듯 촬영하는 ‘부감 숏’, 피사체를 저속 촬영해 잔상을 만드는 ‘스텝프린팅’ 등 기법을 활용했다. 김 감독은 “박 감독이 연출에는 거의 간섭하지 않았다. 먼발치에서 지켜봐 줬다”며 “액션을 위한 액션이 돼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칼싸움도 캐릭터의 감정이 서로 부딪치는 장면으로 연출했다”고 말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노벨문학상 이후 기자회견 등을 고사해온 소설가 한강(54)의 첫 공식 행보가 17일 열리는 18회 포니정 혁신상 시상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14일 문학계에 따르면 한강은 한 출판사를 통해 “17일 열리는 제18회 포니정 혁신상 시상식에 직접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포니정 재단(이사장 정몽규)은 지난달 19일 제18회 포니정 혁신상 수상자로 한강을 선정했다. 노벨상 수상 전이었던 당시 포니정재단은 “한강 작가는 인간의 내면을 깊이 있게 조망하는 주제 의식과 감정에 울림을 선사하는 표현력으로 국내외 독자 모두를 사로잡으며 한국 작가 최초로 영국 부커상과 프랑스 메디치상을 수상하는 등 세계 문학계의 주목을 받으며 한국 문학의 위상을 높여왔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포니정재단은 고(故) 정세영 HDC그룹 명예회장을 기려 2005년 설립됐으며, 장학사업을 중심으로 인문학 분야 지원 등의 활동을 하는 재단이다. 올해 시상식은 17일 오후 5시 서울 강남구 아이파크타워 포니정홀에서 열린다. 출판계에 따르면 한강 작가는 “포니정 혁신상 시상식은 이미 이야기가 돼 있던 일정이라서 참석할 것”이라고 한 출판사 관계자에게 말했다고 한다. 이미 한 달 전 시상식 측과 참석하기로 의사를 조율했던 만큼 직접 모습을 드러낸다는 것. 재단 관계자 역시 이날 “노벨문학상 수상 이전까지 계속 소통해왔고 행사는 변동 없이 준비되고 있다”며 “아직 불참 등에 대해 따로 들은 바가 없어서 예정대로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강 작가가 포니정 시상식에 참여 의사를 밝힌 만큼 이 자리에서 직접 그의 문학세계 등을 반영한 수상소감을 들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출판계 관계자는 “노벨문학상에 대한 사실상의 소감 발표 자리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기자들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질의응답이 이뤄질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앞서 한강 작품들을 출간한 국내 출판사들은 당초 합동으로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 기자회견을 준비했으나 작가가 고사해 기자회견을 열지 못했다. 한강은 수상 소식이 전해진 다음날인 11일 오전 아버지인 소설가 한승원을 통해 “러시아, 우크라이나 또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전쟁이 치열해서 날마다 주검이 실려 나가는데 무슨 잔치를 하겠느냐”며 기자회견을 갖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같은 날 오후 10시경 한강은 출판사들을 통해 기자회견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다시 전하면서 “보다 자세한 소감은 (12월 10일) 노벨상 시상식에서 낭독되는 수락 연설문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강은 “하루 동안 거대한 파도처럼 따뜻한 축하의 마음들이 전해져온 것도 저를 놀라게 했다. 마음 깊이 감사드린다”고 짧은 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강아, 강아.” 어느 날 소설가 아버지는 한참 소설을 쓰다 문득 초등학교 4학년 딸을 찾아 이 방 저 방을 돌아다녔다. 밖에 나와 있던 두 아들과 달리 딸은 자신의 방 어두컴컴한 구석에 홀로 있었다. 방으로 들어선 아버지를 보더니 딸은 “네”라고 말하며 일어섰다. 아버지가 “무엇을 하고 있었냐”고 물었다. 딸은 조용히 답했다. “공상하고 있었어요. 공상하면 안 돼요?” 소설가 한승원 씨(86)는 11일 자신의 집필실인 전남 장흥군 안양면 해산 토굴 앞 정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40여 년 전 그때를 바로 어제처럼 기억했다. 전날 노벨 문학상을 수상해 대작가의 반열에 들어선 딸이지만, 한 씨는 손때 묻은 옛 사진 속 어린아이를 보는 듯 한강을 자꾸 ‘아이’라 불렀다. 한 씨는 “혹평하자면 딸은 요리도 못하고 소설밖에 모른다”면서도 “영어는 어딜 가든 만점을 받았다”고 했다. 한강은 어릴 적부터 언어 능력이 두드러졌다. 중학교에 막 들어갔을 땐 영어책을 달달 외웠고, 오빠보다 영어를 잘했다. 고등학교 땐 한글날 글짓기에서 텔레비전을 ‘말틀’이라고 표현해 상을 받았다. 아버지가 소설 쓰기를 가르친 적도 없었지만, 대학에 진학할 땐 “소설을 쓰겠다”고 했다고 한다. 어릴 적부터 닥치는 대로 책을 읽고, 아버지가 10세 때 준 타자기로 글을 쓴 문사(文士)다운 선언이었다. 고집도 남달랐다. 부모는 먹고살기에 조금이나마 나을 거라는 생각에 영문과에 가라고 권했지만, 한강은 단호히 거부했다. 자신이 정한 길을 걷기 위해 연세대 국문학과에 진학했다. 한강의 어머니 임감오 씨(84)는 11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딸은 고등학교 때부터 문학에 대한 꿈을 꿨다”며 “딸은 소설을 쓰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다. 소설에 미쳐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노벨 문학상 수상 직후에도 한강은 한강다웠다. 아버지는 전화로 딸에게 “기자간담회를 하라”고 권했지만, 한강은 수상 다음 날 오전 3시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며 고민한 끝에 자신의 생각을 정했다고 한다. 한 씨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치열해 날마다 주검이 실려 나가는데 무슨 잔치를 하겠느냐’며 기자회견을 안 하기로 했다더라. 딸은 노벨상을 준 것은 즐기라는 것이 아니라 더 냉철해지라는 의미로 생각하는 것 같다. 그새 한국 안에서만 사는 작가가 아니라 세계적인 감각으로 (생각하는 작가로) 바뀌어 있었다”고 했다. “아버지보다 더 뛰어난 딸을 승어부(勝於父)라고 합니다. 나는 평균치를 약간 넘어선 사람인데요. 평균치를 뛰어넘은 아버지를 뛰어넘은 딸이죠.” 한 씨는 전날 밤 경황없던 때를 돌이키기도 했다. 한 씨는 “10일 밤 동아일보 여기자에게 처음 딸의 노벨상 수상 소식을 들었는데 ‘가짜뉴스’ 아니냐고 되물었다. 딸이 너무 젊어 수상을 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딸은 몇 년 뒤에야 상을 받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에 수상 소식은 너무 갑작스러웠다”고 말했다. 1968년 등단한 선배 소설가로서 딸의 작품에 대한 상세한 평가도 전했다. 한 씨는 “딸은 문장이 아주 섬세하고 아름답고 슬프다”면서 “작가로서 딸의 장점은 끈질김”이라고 했다. 한 씨는 “소설 ‘소년이 온다’는 굉장히 시적이고 환상적인 그런 세계를 다루고 있다. 제주4·3사건을 다룬 ‘작별하지 않는다’는 첫 문장은 굉장히 으스스하고 신화적인 그런 분위기, 환상적인 리얼리즘 분위기로 끌고 간다”며 “트라우마와 열린 인간의 사랑 이야기를 잘 그려내고 있다”고 덧붙였다.장흥=이형주 peneye09@donga.com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전 언제나 쿨합니다(I’m always cool).”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올 6월 대만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사계절 내내 검은색 가죽 재킷을 입는 게 덥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당신의 가죽 재킷에 엔비디아의 냉각기가 장착됐냐”는 짓궂은 질문에 이렇게 유머로 대응한 것이다. 사실 그가 말하지 않았지만, 공식 석상에 같은 차림을 고집하는 이유는 짐작할 만하다. 누구든 젠슨 황을 알아볼 수 있게 자신의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다. 발표 때면 검은색 터틀넥, 리바이스 청바지, 회색 뉴발란스 운동화 차림이던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1955∼2011)와 같은 전략이다. 둘은 이미지를 형성하는 방법만 비슷한 게 아니다. 편안한 옷차림으로 대중에게 소탈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혼자 무대에 올라 강연할 때는 카리스마도 있다. 끊임없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도 비슷하다. 2005년 잡스는 스탠퍼드대 졸업식에서 “계속 배고파야 하고, 계속 어리석어야 한다”고 했고, 젠슨 황은 2003년 엔비디아 창업에 대해서 “포식자가 돼라”고 했다. 대만 경영 전문가인 저자가 젠슨 황의 성공 이유를 분석한 경제경영서다. 서른 살에 엔비디아를 창업하여 현재까지 CEO를 맡고 있는 젠슨 황을 다각도로 분석했다. 저자는 젠슨 황이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통왕’이라고 평가한다. 젠슨 황이 엔비디아를 차릴 때도 사무실이 따로 없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한 식당 구석 자리에 아침마다 모여 커피를 10잔씩 마시며 치열하게 토론했다. 창업 후에도 끊임없이 회의를 진행한 것으로 유명하다. 직원들에겐 “보고서는 필요 없다. 가장 중요한 보고만 e메일로 보내라”고 지시한다고 한다. 적극적이고 유쾌한 소통 방식이 엔비디아를 성공으로 이끈 비결이라고 저자는 평가한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을 사람의 관점에서 바라봤다는 점이 흥미롭다. 다만 젠슨 황과 직접 만나지 못하고 기존 인터뷰들을 토대로 분석한 점은 좀 아쉽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1980년대 미국 뉴욕. 금발을 귀까지 덮을 듯 길러 귀 뒤로 넘기고 다니는 남자가 거리를 쏘다닌다. 언제나 화려한 넥타이에 고급 정장을 갖춰 입어 수려한 외모가 돋보인다. 조금 통이 큰 바지 덕에 긴 다리가 더 도드라져 보인다. 멋쟁이 뉴욕 신사라 할 만하다. 하지만 남자는 잔혹하기 그지없다. 임차인들에겐 무자비하게 임대료를 징수한다. 이기기 위해서라면 상대방의 약점을 잡아 협박한다. 돈을 벌기 위해선 어떤 짓도 망설이지 않는다. 더군다나 그에겐 ‘악마의 변호사’라 불리는 파트너가 있다. 파트너는 남자를 위해 기꺼이 자신의 손을 더럽히고 범죄까지 저지른다. 미국에서 11일(현지 시간), 한국에서 23일 개봉하는 젊은 시절 도널드 트럼프와 그의 변호사 로이 콘을 다룬 전기 영화 ‘어프렌티스’ 내용이다. 다음 달 5일 열리는 미국 대선을 한 달도 남기지 않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젊은 시절을 폭로한 영화가 공개된다. 올 5월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공개 직후 8분 동안 기립 박수를 받았지만, 트럼프 캠프가 “거짓으로 가득한 쓰레기”라고 반발하며 소송을 예고해 화제가 된 작품. 영화의 제작비를 낸 투자사가 뒤늦게 비판적인 내용이 가득한 영화라는 사실을 알고 개봉을 반대하기도 했지만 투자 지분을 총괄 프로듀서가 인수하며 간신히 개봉에 성공했다. “미래에 대한 예언적 메아리”(가디언), “논쟁적인 영화”(워싱턴포스트)란 평가를 받으며 외신에서도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영화는 30, 40대 시절의 트럼프를 사실적으로 살린 미덕을 지녔다.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2014년)에서 윈터 솔져 역을 맡았던 루마니아 출신 배우 서배스천 스탠이 트럼프 역을 맡았다. 스탠은 체중을 7kg 찌우고 트럼프 특유의 금발을 길렀다.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는 말을 하면 턱을 쑥 내밀며 자신의 힘을 강조하는 표정, 목적지까지 성큼성큼 걸어가는 특유의 걸음걸이까지 젊은 날의 트럼프를 극적으로 살렸다. 트럼프가 로이 콘(제러미 스트롱)과 가까워지는 과정도 볼거리다. 처음 트럼프는 술을 마시지 않지만 콘을 만나며 보드카를 마신다. ‘무조건 상대를 공격하라’, ‘모든 의혹을 부정하라’, ‘절대 패배를 인정하지 마라’라고 강조하는 로이 콘을 스승으로 삼아 트럼프는 야망 넘치는 사내에서 괴물로 변하기 시작한다. 영화 제목 ‘어프렌티스(The Apprentice·수습생)’는 트럼프가 2004∼2017년 진행한 리얼리티 TV 쇼 이름으로 ‘수습생’이던 트럼프가 성장하는 과정을 담았다고 볼 수 있다. 영화의 대미는 트럼프가 자신의 첫째 부인인 이바나와 말싸움을 벌이다 성폭행하는 장면이다. 영화에서 이 장면은 20초 정도 건조하게 그려지고 노출 등 선정적인 연출은 배제했다. 다만 성폭행당하는 이바나의 얼굴을 클로즈업하며 한때 이바나를 사랑했던 트럼프가 얼마나 잔혹한 인물로 변해 가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실제로 이바나는 1990년 이혼 소송 과정에서 트럼프에게 성폭행당했다고 주장했다가 1993년 철회했고 2022년 사망했다. 영화 후반부엔 트럼프가 비만을 없애려 지방 흡입, 탈모에서 벗어나려 두피 시술을 하는 장면도 담겼다. 마취에 취한 채 시술을 받는 트럼프의 모습을 카메라가 비추는 장면을 트럼프가 본다면 대선 전 꽤나 애가 탈 것 같다. 다만 트럼프에 대해 마냥 비판적인 영화라 볼 순 없다. 트럼프가 콘을 만나 변화했다는 서사 자체는 트럼프에게 변명거리를 안겨주는 것 같기도 하다. 정치 스릴러물에 기대하는 극적인 요소가 없다는 점도 아쉽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1980년대 미국 뉴욕. 금발을 귀까지 덮을 듯 길러 넘기고 다니는 남자가 거리를 쏘다닌다. 언제나 화려한 넥타이에 고급 정장을 갖춰 입어 수려한 외모가 돋보인다. 조금 통이 큰 바지 덕에 긴 다리가 더 도드라져 보인다. 멋쟁이 뉴욕 신사라 할 만하다. 하지만 남자는 잔혹하기 그지없다. 임차인들에겐 무자비하게 임대료를 징수한다. 이기기 위해서라면 상대방의 약점을 잡아 협박한다. 돈을 벌기 위해선 어떤 짓도 망설이지 않는다. 더군다나 그에겐 ‘악마의 변호사’라 불리는 파트너가 있다. 파트너는 남자를 위해 기꺼이 자신의 손을 더럽히고 범죄까지 저지른다. 미국에서 11일(현지 시간), 한국에서 23일 개봉하는 젊은 시절 도널드 트럼프와 그의 변호사 로이 콘을 다룬 전기 영화 ‘어프렌티스’ 내용이다. 다음달 5일 열리는 미국 대선을 한 달도 남기지 않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젊은 시절을 폭로한 영화가 공개된다. 올 5월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공개 직후 8분 동안 기립 박수를 받았지만, 트럼프 캠프가 “거짓으로 가득한 쓰레기”라고 반발하며 소송을 예고하며 화제에 휩싸인 작품. 영화의 제작비를 낸 투자사가 뒤늦게 비판적인 내용이 가득한 영화라는 사실을 알고 개봉을 반대하기도 했지만 투자 지분을 총괄 프로듀서가 인수하며 간신히 개봉에 성공했다. “미래에 대한 예언적 메아리”(가디언), “논쟁적인 영화”(워싱턴포스트)이란 평가를 받으며 외신에서도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영화는 30, 40대 시절의 트럼프를 사실적으로 살린 미덕을 지녔다.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2014년)에서 윈터 솔져 역을 맡았던 루마니아 출신 배우 세바스찬 스탠이 트럼프 역을 맡았다. 스탠은 체중을 7kg 찌우고 트럼프 특유의 금발을 길렀다.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는 말을 하면 턱을 쑥 내밀며 자신의 힘을 강조하는 표정, 목적지까지 성큼성큼 걸어가는 특유의 걸음걸이까지 젊은 날의 트럼프를 극적으로 살렸다. 트럼프가 로이 콘(제레미 스트롱)과 가까워지는 과정도 볼거리다. 처음 트럼프는 술을 마시지 않지만 콘을 만나며 보드카를 마신다. ‘무조건 상대를 공격하라’, ‘모든 의혹을 부정하라’, ‘절대 패배를 인정하지 마라’고 강조하는 로이 콘을 스승으로 삼아 트럼프는 야망 넘치는 사내에서 괴물로 변하기 시작한다. 영화 제목 ‘어프렌티스’(The Apprentice·수습생)는 트럼프가 2004~2017년 진행한 리얼리티 TV 쇼 이름으로 ‘수습생’이던 트럼프가 성장하는 과정을 담았다고 볼 수 있다. 영화의 대미는 트럼프가 자신의 첫째 부인인 이바나와 말싸움을 벌이다 성폭행하는 장면이다. 영화에서 이 장면은 20초 정도 건조하게 그려지고 노출 등 선정적인 연출은 배제했다. 다만 성폭행당하는 이바나의 얼굴을 클로즈업하며 한때 이바나를 사랑했던 트럼프가 얼마나 잔혹한 인물로 변해가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실제로 이바나는 1990년 이혼 소송 과정에서 트럼프에게 성폭행당했다고 주장했다가 1993년 철회했고 2022년 사망했다. 영화 후반부엔 트럼프가 비만을 없애려 지방 흡입, 탈모를 위해 두피 시술을 하는 장면도 담겼다. 마취에 취한 채 시술을 받는 트럼프의 모습을 카메라가 비추는 장면을 트럼프가 본다면 대선 전 꽤나 애가 탈 것 같다. 다만 트럼프에 대해 마냥 비판적인 영화라 볼 순 없다. 트럼프가 콘을 만나 변화했다는 서사 자체는 트럼프에게 변명거리를 안겨주는 것 같기도 하다. 정치 스릴러물에 기대하는 극적인 요소가 없다는 점도 아쉽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제 영화 인생은 부산에서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중국 감독 자장커(54)는 5일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1998년 당시 신인이던 자장커에게 ‘뉴 커런츠상’(신인상)을 수여하며 주목한 것에 고마움을 표한 것이다. 자장커는 “당시 또래 감독들과 영화에 관해 이야기하고 우정을 쌓은 기억이 항상 남아 있었다. 늘 부산이 그리웠다”고 말했다. 자장커는 급격히 변하는 중국 사회 속 인민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포착해 온 중국 거장이다. ‘스틸 라이프’(2006년)로 이탈리아 베니스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천주정’(2013년)으로 칸 국제영화제 각본상을 받으며 유럽 영화계에서 인정받았다. 자장커는 올해 BIFF에선 신작 ‘풍류일대’를 공개했다. 자신이 연출한 옛 영화인 ‘임소요’(2002년)에서 연인으로 등장한 남녀가 세월이 흘러 재회하고 헤어지는 과정을 담았다. 연인의 과거와 현재를 교차 편집하며 중국이 변화한 20여 년을 압축적으로 담았다. 자장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는 모습을 보고 쌓아 뒀던 옛 필름을 꺼내 봐야겠다고 결심했다”며 “팬데믹을 겪으며 하나의 시대가 끝나고 새로운 시대가 등장했다. 인공지능(AI) 등 과학기술이 몰려오면서 생활 방식이 변하고 있다”고 했다. 자장커는 또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베이징 올림픽 유치에 성공한 2000년대 중국 사회는 들뜨고 열정이 넘쳤다”며 “하지만 이후 지켜야 하는 규칙이 늘었고 사람들은 말이 줄었던 변화상을 신작에 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프랑스 감독 파트리샤 마쥐이(64)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부산에 방문한 것은 2022년 BIFF 이후 2년 만이다. 항상 한국을 찾을 땐 좋은 기억과 함께였다”고 애정을 표했다. 마쥐이는 ‘왕의 딸’(2000년)로 칸 국제영화제, ‘바스 노르망디’(2004년)로 베니스 국제영화제에 초청되며 예술 영화계에서 명성을 쌓았다. 마쥐이가 올해 BIFF에서 공개한 ‘보르도에 수감된 여인’은 두 여성의 이야기다. 이들은 살아온 길이 전혀 다르지만, 감옥에 갇힌 남편들을 옥바라지하며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한다. 슬픈 상황을 유쾌하게 풀어내는 시선이 인상적이다. 마쥐이는 “여성들은 자신이 감옥에 갇히지 않았지만 남편들 때문에 마치 창살 없는 수감생활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슬픈 이야기를 가벼운 분위기로 풀어내고 싶었다”고 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제 영화 인생은 부산에서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중국 감독 자장커(54)는 5일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1998년 당시 신인이던 자장커에게 ‘뉴 커런츠상’(신인상)을 수여하며 주목한 것에 고마움을 표한 것이다. 자장커는 “당시 또래 감독들과 영화에 관해 이야기하고 우정을 쌓은 기억이 항상 남아 있었다. 늘 부산이 그리웠다”고 말했다.자장커는 급격히 변하는 중국 사회 속 인민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포착해온 중국 거장이다. ‘스틸 라이프’(2006년)로 이탈리아 베니스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천주정’(2013년)으로 칸 국제영화제 각본상을 받으며 유럽 영화계에서 인정받았다.자장커는 올해 BIFF에선 신작 ‘풍류일대’를 공개했다. 자신이 연출한 옛 영화인 ‘임소요’(2002년)에서 연인으로 등장한 남녀가 세월이 흘러 재회하고 헤어지는 과정을 담았다. 연인의 과거와 현재를 교차 편집하며 중국이 변화한 20여 년을 압축적으로 담았다.자장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는 모습을 보고 쌓아뒀던 옛 필름을 꺼내 봐야겠다고 결심했다”며 “팬데믹을 겪으며 하나의 시대가 끝나고 새로운 시대가 등장했다. 인공지능(AI) 등 과학기술이 몰려오면서 생활 방식이 변하고 있다”고 했다. 자장커는 또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베이징올림픽 유치에 성공한 2000년대 중국 사회는 들뜨고 열정이 넘쳤다”며 “하지만 이후 지켜야 하는 규칙이 늘었고 사람들은 말이 줄었던 변화상을 신작에 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프랑스 감독 파트리샤 마쥐이(64)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부산에 방문한 것은 2022년 BIFF 이후 2년 만이다. 항상 한국을 찾을 땐 좋은 기억과 함께였다”고 애정을 표했다. 마쥐이는 ‘왕의 딸’(2000년)로 칸 국제영화제, ‘바스 노르망디’(2004년)로 베니스 국제영화제에 초청되며 예술 영화계에서 명성을 쌓았다.마쥐이가 올해 BIFF에서 공개한 ‘보르도에 수감된 여인’은 두 여성의 이야기다. 이들은 살아온 길이 전혀 다르지만, 감옥에 갇힌 남편들을 옥바라지하며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한다. 슬픈 상황을 유쾌하게 풀어내는 시선이 인상적이다. 마쥐이는 “여성들은 자신이 감옥에 갇히지 않았지만 남편들 때문에 마치 창살 없는 수감생활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슬픈 이야기를 가벼운 분위기로 풀어내고 싶었다”고 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오늘은 삼겹살, 삼계탕, 부추전 중 하나를 먹고 싶네요. 하하.” 일본 배우 마쓰시게 유타카(61)는 3일 부산 해운대구 영상산업센터에서 열린 영화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 기자간담회에서 침을 꼴깍 삼키면서 말했다. 2일부터 열린 부산국제영화제(BIFF) 참석에 맞춰 방한한 그는 한식을 다양하게 먹겠다는 포부부터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그는 “어제는 해운대 근처에 있는 곱창 전문점에 세 번째로 방문했다. 한국에 온 뒤로 일식이 한순간도 생각나지 않는다”고 입맛을 다셨다. 그는 2012년부터 방영 중인 일본 유명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 시리즈의 주인공 이노가시라 고로 역으로 유명하다. 평범한 중년의 직장인 고로가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홀로 미식탐방을 하는 잔잔한 이야기는 일본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2018년 가수 성시경과 함께 찍은 한국 편에선 돼지갈비와 김치를 맛있게 먹는 모습을 선보인 ‘친한파’ 배우이기도 하다. 그는 “일본 아저씨가 밥을 먹기만 하는 ‘먹방’(먹는 방송)을 사람들이 좋아할까 궁금했다”며 “한국에서는 혼자 밥 먹는 문화가 금기시됐다 들었는데 방영 이후 한국 시청자가 ‘혼밥을 두려워하지 않게 됐다’는 반응을 보인 게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고독한 미식가가 한국, 중국, 대만 등 아시아에서 특히 사랑받았다는 점이 신기합니다. 아시아 사람들은 먹는 행위에 대해 친근함을 느끼는 것 같아요.” 신작은 고독한 미식가 시리즈의 첫 극장판이다. 그가 배우뿐 아니라 감독으로 메가폰도 잡았다. 그는 “일본 드라마 산업은 배우, 스태프 유출이 심각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며 “일본 드라마 산업에 자극이 있어야겠다고 생각해 영화를 만들자고 생각했다”고 했다. 2008년 개봉한 영화 ‘도쿄!’로 연이 있는 봉준호 감독에게 편지로 작품을 먼저 의뢰했다. 하지만 ‘일정 때문에 어렵다. 기대하고 있겠다’는 답변이 왔단다. 그는 “다른 일본 감독이 연출하느니 차라리 내가 영화를 찍자고 결심했다”고 했다. 신작에서 고로는 프랑스와 일본을 거쳐 한국에 당도한다. 황태해장국, 고등어구이처럼 친숙한 한식뿐 아니라 닭보쌈처럼 낯선 한식까지 맛깔나게 먹는다. 그는 “일본 음식 전문가들과 함께 한국 바닷가 마을의 여러 식당을 돌아보고 식당과 음식을 선정했다”며 “바다만 건넜을 뿐인데 한국과 일본 음식이 다르다는 점에 놀랐다”고 했다. 그는 전날 열린 BIFF 개막식에서 신작에 등장하는 말린 낫토를 먹으며 레드카펫을 밟았을 정도로 유쾌한 성격이다. 이날도 간담회가 끝나자마자 손목시계를 슬쩍 보며 한국말로 농담을 던졌다. “감사합니다. 다들 배고프죠?”부산=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오늘은 삼겹살, 삼계탕, 부추전 중 하나를 먹고 싶네요. 하하.” 일본 배우 마쓰시게 유타카(61)는 3일 부산 해운대구 영상산업센터에서 열린 영화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 기자간담회에서 침을 꼴깍 삼키면서 말했다. 2일부터 열린 부산국제영화제(BIFF) 참석에 맞춰 방한한 그는 한식을 다양하게 먹겠다는 포부부터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그는 “어제는 해운대 근처에 있는 곱창 전문점에 세 번째로 방문했다. 한국에 온 뒤로 일식이 한순간도 생각나지 않는다”고 입맛을 다셨다. 그는 2012년부터 방영 중인 일본 유명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 시리즈의 주인공 이노가시라 고로 역으로 유명하다. 평범한 중년의 직장인 고로가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홀로 미식탐방을 하는 잔잔한 이야기는 일본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2018년 가수 성시경과 함께 찍은 한국 편에선 돼지갈비와 김치를 맛있게 먹는 모습을 선보인 ‘친한파’ 배우이기도 하다. 그는 “일본 아저씨가 밥을 먹기만 하는 ‘먹방’(먹는 방송)을 사람들이 좋아할까 궁금했다”며 “한국에서는 혼자 밥 먹는 문화가 금기시 됐다 들었는데 방영 이후 한국 시청자가 ‘혼밥을 두려워하지 않게 됐다’는 반응을 보인 게 기억이 남는다”고 했다. “고독한 미식가가 한국, 중국, 대만 등 아시아에서 특히 사랑받았다는 점이 신기합니다. 아시아 사람들은 먹는 행위에 대해 친근함을 느끼는 것 같아요.” 신작은 고독한 미식가 시리즈의 첫 극장판이다. 그가 배우뿐 아니라 감독으로 메가폰도 잡았다. 그는 “일본 드라마 산업은 배우, 스태프 유출이 심각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며 “일본 드라마 산업에 자극이 있어야겠다고 생각해 영화를 만들자고 생각했다”고 했다. 2008년 개봉한 영화 ‘도쿄!’로 연이 있는 봉준호 감독에게 편지로 작품을 먼저 의뢰했다. 하지만 ‘일정 때문에 어렵다. 기대하고 있겠다’는 답변이 왔단다. 그는 “다른 일본 감독이 연출하느니 차라리 내가 영화를 찍자고 결심했다”고 했다. 신작에서 고로는 프랑스와 일본을 거쳐 한국에 당도한다. 황태해장국, 고등어구이처럼 친숙한 한식뿐 아니라 닭보쌈처럼 낯선 한식까지 맛깔나게 먹는다. 그는 “일본 음식 전문가들과 함께 한국 바닷가 마을의 여러 식당을 돌아보고 식당과 음식을 선정했다”며 “바다만 건넜을 뿐인데 한국과 일본 음식이 다르다는 점에 놀랐다”고 했다. 그는 전날 열린 BIFF 개막식에서 신작에 등장하는 말린 낫토를 먹으며 레드카펫을 밟았을 정도로 유쾌한 성격이다. 이날도 간담회가 끝나자마자 손목시계를 슬쩍 보며 한국말로 농담을 던졌다. “감사합니다. 다들 배고프죠?”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영화 ‘전,란’의 배우 강동원, 박정민이 입장합니다.”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이 열린 2일 저녁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야외극장. 두 배우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레드카펫에 들어서자 관객 수백 명이 환호성을 질렀다. BIFF 개막식에서 100분 동안 수백 명의 스타가 입장하는 마지막 순서를 넷플릭스 영화 ‘전,란’의 배우들이 차지해 가장 주목받은 것. 두 배우와 함께 넷플릭스 관계자들이 레드카펫을 밟기도 했다. 넷플릭스 작품이 처음 BIFF 개막작으로 선정되는 등 높아진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개막식이 열린 영화의전당 주위를 채운 것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광고였다. 넷플릭스는 영화의전당 맞은편 KNN타워에 올해 BIFF에서 소개하는 ‘전,란’과 ‘지옥 시즌2’ 대형 광고를 걸었다. 영화의전당 건물 한 벽면은 디즈니플러스의 ‘강남 비-사이드’ 대형 광고가 장식했다. 박도신 BIFF 집행위원장 직무대행은 이날 개막작 기자간담회에서 “대중성을 생각한다면 그 영화가 OTT라도 개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날 개막한 BIFF는 63개국의 224개 작품이 영화의전당, CGV 센텀시티,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등 7개 극장 28개 스크린에서 상영된다. 경쟁 부문인 뉴 커런츠 섹션에서는 세상에 홀로 남겨진 열세 살 아이의 생존기를 긴장감 넘치게 그려낸 한국 영화 ‘수연의 선율’ 등 10편이 경쟁을 벌인다. 영화 산업에서 여성의 문화적, 예술적 기여를 널리 알리기 위해 까멜리아상이 신설됐다. 지난해 12월 세상을 떠난 배우 이선균은 한국 영화를 세계에 소개하는 데 기여한 공로로 한국영화공로상을 받았다. 이번 영화제는 11일 시상식으로 막을 내린다.부산=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은은한 달빛 아래 남녀가 서로를 안고 춤을 춘다. 멋들어지게 턱시도를 갖춰 입은 남자가 또박또박 스텝을 밟는다. 금발의 여자는 온몸을 남자에게 맡긴 채 따라간다. 감미로운 음악이 흐르고 둘은 사랑에 빠진 듯 황홀한 표정을 짓는다. 영화 ‘라라랜드’(2016년)의 한 장면처럼 로맨틱하다. 하지만 남자의 얼굴을 보는 순간 환상은 부서질 것이다. 남자는 광대처럼 얼굴을 하얗게 칠하고 입술과 코 주위를 붉게 물들였다. 분장으로 입꼬리를 올려 마치 웃는 것처럼 보이지만 눈은 허공을 바라보고 있다. 내 여자에겐 다정하기 그지없지만 사실 이 남자는 6명을 잔인하게 죽인 살인마 ‘조커’다. 1일 국내 개봉한 영화 ‘조커: 폴리 아 되’는 ‘어둠의 라라랜드’라는 별명이 딱 들어맞는 작품이다. 국내에서 관객 528만 명을 동원한 전작 ‘조커’(2019년)는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아서 플렉(호아킨 피닉스)이 악당 조커로 변모하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렸다. 이에 비해 신작은 조커가 전편에서 저지른 범죄로 감옥에 갇힌 뒤 할리퀸(레이디 가가)을 만나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에 집중했다. 영화의 부제 ‘폴리 아 되(Folie `a Deux)’는 밀접한 두 사람이 동일하거나 유사한 정신장애를 가진다는 뜻의 프랑스어다. 신작은 뮤지컬 영화다. 미국 팝스타 레이디 가가가 조커의 여자 친구 할리퀸으로 변신해 미국 가수 지미 듀랜트(1893∼1980)의 ‘스마일(Smile)’을 부른다. 조커와 할리퀸이 함께 탭댄스를 추는 장면은 관객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토드 필립스 감독은 지난달 26일 국내 언론과의 화상 간담회에서 “1편에서도 아서는 외톨이지만 내면엔 낭만이 있고 머릿속에선 늘 음악이 연주되고 있었다. 2편을 만든다면 아서의 내면이 밖으로 표출되기를 바랐다”고 했다. 피닉스의 연기는 여전히 뛰어나다. 피닉스는 사랑에 빠진 해맑은 아서의 모습부터 순식간에 광기에 빠진 조커로 변하는 모습을 철저하게 재현한다. 전편 때 하루에 사과 한 알만 먹고 23kg을 감량한 피닉스는 신작에선 더 야위었다. 피닉스는 “23kg 이상 살을 빼고 연기에 나섰다. 6주 정도 매일 2시간가량 춤 연습을 하며 준비했다”며 “조커 시리즈를 촬영할 때는 한순간도 지루한 적이 없었다”고 했다. 다만 조커가 부조리한 사회에 시원한 복수를 한 전편과 달리 신작은 조커의 방황과 회개에 초점을 맞춰 카타르시스가 부족하다. 영화의 주 이야기인 수감 생활과 재판 과정을 설득력 있게 펼쳐 냈는지도 미지수다. 전편 개봉 당시 모방 범죄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은 점을 의식해서인지 폭력적인 장면을 대폭 줄여 전작의 팬이라면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상징으로 불리는 ‘영화의 전당 중극장’, 해운대 영화의 거리에 우뚝 서 있는 5성급 호텔 ‘파크하얏트부산’…. 2∼11일 열리는 BIFF에서 넷플릭스를 상징하는 빨간색 알파벳 ‘N’ 표식이 새겨질 곳들이다. 그동안 넷플릭스가 BIFF에서 영향력을 키워 왔지만, 올해만큼 두드러지게 눈에 띈 적은 없었다. 영화계에선 “넷플릭스가 BIFF의 손님을 넘어 주인 자리를 꿰찰 기세”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가 2일 영화의 전당 중극장에서 공개되는 개막작이 넷플릭스 영화 ‘전,란’으로 선정된 것. 박찬욱 감독이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제작한 작품이라는 사실보다 넷플릭스 작품이 처음 개막작으로 선정됐다는 점이 주목받고 있다. BIFF에서 주목받는 시리즈를 미리 선보이는 ‘온 스크린’ 부문에 ‘지옥 시즌2’(한국), ‘이별, 그 뒤에도’(일본), ‘스포트라이트는 나의 것’(대만)이 선정되기도 했다. 한 영화제작사 대표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리즈물 중 처음으로 넷플릭스 ‘지옥’이 BIFF에 초청된 2021년 이후 고작 3년 만에 개막작까지 진출했다”며 “3대 영화제인 이탈리아 베니스 국제영화제가 2022년 넷플릭스 작품을 개막작으로 상영한 적이 있지만 BIFF의 변화는 빠른 편”이라고 했다. BIFF의 가장 뜨거운 시기인 첫째 주 금요일 밤을 차지한 것도 넷플릭스다. 4일 오후 6시 해운대 영화의 거리에 있는 파크하얏트부산에서 ‘넥스트 온 넷플릭스: 2025 한국 영화’가 열리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이전까진 자료를 통해 기대작을 배포해 왔지만 이번엔 BIFF 시기에 맞춰 내년 공개되는 영화 ‘계시록’을 연출한 연상호 감독 등이 참여하는 대규모 오프라인 행사를 부산에 마련한 것이다. 넷플릭스는 3∼6일엔 영화의전당 맞은편 KNN타워 1층에 있는 대형 카페를 통째로 빌리기도 했다. BIFF 방문객이 기념사진 등을 찍으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사랑방’을 운영하기 위해서다. 넷플릭스의 행보가 눈에 띄는 건 BIFF 자체의 무게감이 떨어진 탓도 있다. 올해 BIFF엔 영화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의 일본 배우 마쓰시게 유타카, 일본 거장 감독 구로사와 기요시 등이 내한한다. 일본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홍콩 배우 저우룬파 등 지난해에 비해 대중성은 낮은 편이다. 정부 국고보조금이 지난해 12억 원에서 6억 원으로 줄어든 상황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도 나온다. BIFF가 넷플릭스에 개방적인 건 대중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기도 하다. 지난해 BIFF 개막작인 ‘한국이 싫어서’는 1년 가까이 지난 올 8월 개봉했지만 관객을 6만 명 동원하는 데 그쳤다. BIFF는 지난해 인사 잡음으로 인한 지도부 공백과 전 집행위원장을 둘러싼 성추행 논란으로 전례 없는 혼란을 겪으며 명예 실추도 겪었다. 박도신 집행위원장 직무대행은 지난달 3일 기자간담회에서 “넷플릭스 영화라는 것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고 작품 자체를 보고 결정했다. 역대 개막작 중 가장 대중적인 작품”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넷플릭스가 대규모 자금을 쏟아부어 BIFF를 자신들의 축제로 만들고 있다는 반발이 나온다. 반면 BIFF의 변화가 시대 흐름에 따르는 당연한 결과라는 평가도 있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영화관뿐 아니라 영화제도 OTT라는 새로운 흐름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BIFF도 자체 행사의 질을 높이며 스스로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증명해야 한다”고 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상징으로 불리는 ‘영화의전당 중극장’, 해운대 영화의 거리에 우뚝 서 있는 5성급 호텔 ‘파크하얏트부산’…. 2~11일 열리는 BIFF에서 넷플릭스를 상징하는 빨간색 알파벳 ‘N’ 표식이 새겨질 곳들이다. 그동안 넷플릭스가 BIFF에서 영향력을 키워왔지만, 올해만큼 두드러지게 눈에 띈 적은 없었다. 영화계에선 “넷플릭스가 BIFF의 손님을 넘어 주인 자리를 꿰찰 기세”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가 2일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공개되는 개막작이 넷플릭스 영화 ‘전,란’으로 선정된 것. 박찬욱 감독이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제작한 작품이라는 사실보다 넷플릭스 작품이 처음 개막작으로 선정됐다는 점이 주목받고 있다. BIFF에서 주목받는 시리즈를 미리 선보이는 ‘온 스크린’ 부문에 ‘지옥 시즌2’(한국), ‘이별, 그 뒤에도’(일본), ‘스포트라이트는 나의 것’(대만)이 선정되기도 했다. 한 영화제작사 대표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리즈물 중 처음으로 넷플릭스 ‘지옥’이 BIFF에 초청된 2021년부터 고작 3년 만에 개막작까지 진출했다”며 “3대 영화제인 이탈리아 베니스국제영화제가 2022년 넷플릭스 작품을 개막작으로 상영한 적이 있지만 BIFF의 변화는 빠른 편”이라고 했다. BIFF의 가장 뜨거운 시기인 첫째 주 금요일 밤을 차지한 것도 넷플릭스다. 4일 오후 6시 해운대 영화의 거리에 있는 파크하얏트부산에서 ‘넥스트 온 넷플릭스: 2025 한국영화’가 열리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이전까진 자료를 통해 기대작을 배포해왔지만 이번엔 BIFF 시기에 맞춰 내년 공개되는 영화 ‘계시록’을 연출한 연상호 감독 등이 참여하는 대규모 오프라인 행사를 부산에 마련한 것이다. 넷플릭스는 3~6일엔 영화의전당 맞은편 KNN타워 1층에 있는 대형 카페를 통째로 빌리기도 했다. BIFF 방문객이 기념사진 등을 찍으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사랑방’을 운영하기 위해서다. 넷플릭스의 행보가 눈에 띄는 건 BIFF 자체의 무게감이 떨어진 탓도 있다. 올해 BIFF엔 영화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의 일본 배우 마쓰시게 유타카, 일본 거장 감독 구로사와 기요시 등이 내한한다. 일본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홍콩 배우 저우룬파 등 지난해에 비해 대중성은 낮은 편이다. 정부 국고보조금이 지난해 12억 원에서 6억 원으로 줄어든 상황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도 나온다. BIFF가 넷플릭스에 개방적인 건 대중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기도 하다. 지난해 BIFF 개막작인 ‘한국이 싫어서’는 1년 가까이 지난 올 8월 개봉했지만 관객을 6만 명 동원하는데 그쳤다. BIFF는 지난해 인사 잡음으로 인한 지도부 공백과 전 집행위원장을 둘러싼 성추행 논란으로 전례 없는 혼란을 겪으며 명예 실추도 겪었다. 박도신 집행위원장 직무대행은 지난달 3일 기자간담회에서 “넷플릭스 영화라는 것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고 작품 자체를 보고 결정했다. 역대 개막작 중 가장 대중적인 작품”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넷플릭스가 대규모 자금을 쏟아부어 BIFF를 자신들의 축제로 만들고 있다는 반발이 나온다. 반면 BIFF의 변화가 시대 흐름에 따르는 당연한 결과라는 평가도 있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영화관뿐 아니라 영화제도 OTT라는 새로운 흐름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BIFF도 자체 행사의 질을 높이며 스스로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증명해야 한다”고 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영화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맥고나걸 교수 역을 맡았던 영국 여배우 매기 스미스(사진)가 27일(현지 시간) 별세했다. 향년 89세. BBC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스미스의 두 아들은 이날 성명을 통해 “어머니는 오늘 이른 아침 병원에서 평화롭게 눈을 감았다. 가족과 친구가 임종을 지켰다”고 밝혔다. 스미스는 2009년부터 암 투병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1950년대 영국 연극계에서 활동을 시작한 고인은 미국 아카데미상 2차례를 비롯해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 상인 에미상을 4차례, 미국 공연계 최고 상인 토니상을 1차례 각각 수상했다. 1990년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부터 남성의 ‘경(Sir)’에 해당하는 ‘데임(Dame)’ 작위를 받았다. 노년에는 2001∼2011년 총 8편이 만들어진 영화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호그와트 마법학교 교수이자 마법사인 미네르바 맥고나걸 역을 연기해 큰 사랑을 받았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1757년 영국 런던에서 ‘해리스 리스트’라고 불리는 작은 책자가 출간됐다. 출간 직후 책자는 선풍적 인기를 끌면서 신사들의 안주머니에 꽂혀 있던 필수품이 됐다. 25만 부 팔리며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았다. 이 책자의 공식 제목은 ‘해리스의 코번트가든 여자 리스트’다. 매춘부들의 신상이나 특기가 꼼꼼히 정리된 일종의 성매매 안내서였다. 유흥가인 코번트가든으로 매춘을 하러 가기 전 남자들이 몰래 읽었던 비밀스러운 책자인 것이다. 책자엔 자극적인 이야기가 가득했다. 1795년 마지막 판본이 나온 뒤까지 40여 년간 모두가 그 이야기를 믿었다. 과연 책자에 담긴 이야기는 진짜였을까. 영국의 논픽션 작가인 저자는 이 책에서 ‘해리스 리스트’의 진실을 추적한다. 저자에 따르면 이 책자를 쓴 건 아일랜드 출신 시인 새뮤얼 데릭이었다. 데릭은 허영심이 많았다. 매달 비싼 겉옷을 여러 벌 장만했다. 돈을 쓸 줄만 알고 벌기는 싫어했다. 빌린 돈을 갚지 않아 감옥에 가기도 했다. 데릭은 돈을 벌기 위해 매춘부에 관한 책을 쓰기로 했다. 하지만 이들의 신상은 이미 남자들 사이에서 퍼져 있었다. 결국 데릭은 당대 최고의 매춘부와 뒷골목에서 활약하는 포주를 만나 좀 더 내밀한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그는 매춘가에 떠도는 여러 가지 소문을 진짜인 것처럼 그대로 받아 적었고 과장을 더해 마치 소설처럼 각색했다. 작가는 자신의 신원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포주 이름을 따와 제목을 지었다. 출판업자들은 책자에 아름다운 여자 삽화를 넣어 환상을 자극했다. 저자는 해리스 리스트가 만들어진 과정을 좇으며 ‘매춘’을 바라보는 당대 사회의 시선을 비판적으로 조명한다. 당시 매춘부는 대부분 미성년자였고 가난에 쫓기거나 성폭행을 당한 것을 계기로 매춘부의 삶을 시작했다. 하지만 책에 이런 ‘고통’은 전혀 담겨 있지 않다고 평가한다. 책을 읽다 보면 수백 년 전 철저히 남성 중심적 시각에서 제작됐던 해리스 리스트를 비판적으로 보게 된다. 저자가 현장 답사 등 꼼꼼한 취재를 바탕으로 과거를 파고 들어간 과정은 추리소설처럼 흥미롭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일반 상영작 예매 첫날인 24일 오류가 발생해 이용객들이 불편을 겪는 일이 발생했다. 앞서 2년 전 BIFF 예매 때도 유사한 오류가 발생한 적이 있는데 재발된 것이다. BIFF 사무국에 따르면 24일 오후 2시 일반 상영작 온라인 예매가 시작된 직후 일부 이용객들에게 예매 오류 상황이 발생했다. 영화 예매 후 결제만 되고, 정작 실제 예매는 되지 않은 것. 사무국은 270여 편의 영화 예매가 동시에 시작되자 접속자가 한꺼번에 몰려 서버 과부하가 발생한 데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정상적으로 예매가 이뤄지지 않자 BIFF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이용객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이에 BIFF 측은 영화제 홈페이지에 “오류가 발생한 예매와 관련해서 25일 중으로 환불 처리될 예정”이라며 “이용에 불편을 드려 대단히 죄송하다”는 안내문을 올렸다. 26일 현재는 예매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10월 2∼11일 열린다. BIFF 관계자는 “일반 상영작 온라인 예매에 대비해 서버를 늘리고, 일부 작품에 대해선 분리 예매를 진행했지만 오류가 발생했다”고 밝혔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가왕’ 조용필(74·사진)이 다음 달 22일 스무 번째 신규 앨범 ‘20’을 발표한다. 2013년 히트곡 ‘바운스’가 수록됐던 19집 ‘헬로’ 이후 11년 만의 정규 앨범이다. 조용필은 25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오랜 시간 준비해 온 20집은 팬 여러분의 변함없는 사랑과 응원이 있었기에 완성할 수 있었다”며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이번 음악을 통해 여러분과 더욱 깊이 교감하고, 함께 감동을 나누고 싶다”고 밝혔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뉴진스 소속사 어도어가 뉴진스 멤버들이 요구한 민희진 전 대표의 대표이사직 복귀를 받아들이지 않되 사내이사로 재선임하겠다고 25일 밝혔다. 민 전 대표는 “진정성 있는 제안은 전혀 없었다”며 대표이사 복귀를 재차 요구했다. 어도어는 이사회는 다음달 17일 민 전 대표를 3년 임기의 사내이사로 재선임하기 위한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하기로 25일 결의했다. 민 전 대표의 기존 사내이사 임기인 11월 1일을 연장하며 안정적인 프로듀싱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도어 이사회는 민 전 대표의 대표이사 복귀 요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결정했다. 뉴진스 멤버들 5명이 11일 사전 예고 없이 34분간 진행한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민 전 대표를 25일까지 대표직에 복귀하라는 요구에 대해 절충안을 내민 셈이다. 민 전 대표는 즉각 반발했다. 민 전 대표는 입장문에서 “계약 기간을 연장하겠다는 말만 있었을 뿐 초안에 있던 일방적인 해지권 등 수많은 독소조항을 삭제하는 등의 진정성 있는 제안은 전혀 없었다”며 “정상적인 아티스트의 성과를 위해 대표이사 직위 복귀를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가왕’ 조용필(74)이 다음달 22일 스무번 째 신규 앨범 ‘20’을 발표한다. 2013년 히트곡 ‘바운스’가 수록됐던 19집 ‘헬로’ 이후 11년 만의 정규 앨범이다. 조용필은 25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오랜 시간 준비해 온 20집은 팬 여러분의 변함없는 사랑과 응원이 있었기에 완성할 수 있었다”며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이번 음악을 통해 여러분과 더욱 깊이 교감하고, 함께 감동을 나누고 싶다”고 밝혔다. 조용필은 2022년 싱글앨범 ‘로드 투 20―프렐류드 1’(Road to 20―Prelude 1), 지난해 미니앨범 ‘로드 투 20―프렐류드 투(Road to 20-Prelude 2)’를 각각 발매했다. 이번 20집은 두 앨범에 수록됐던 ‘찰나’, ‘세렝게티처럼’, ‘필링 오브 유’, ‘라’ 등에 신곡을 다수 추가했다. 조용필 소속사 YPC는 “오랜 세월 벼린 조용필의 역량에 새로운 취향, 음악적 도전 정신까지 두루 담아 완성했다”고 했다.조용필은 1976년 ‘돌아와요 부산항에’로 스타덤에 올랐으며, 1980년 ‘창밖의 여자’, ‘단발머리’가 수록된 1집으로 국내 가요계 사상 첫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 국내 최초 단일 앨범 100만 장 돌파, 최초 누적 앨범 1000만 장 돌파, 국내 가수 최초 일본 NHK홀 공연, 한국 가수 최초 미국 뉴욕 라디오시티 공연, 국내 가수 최초 미국 카네기홀 공연 등의 기록을 세웠다. 2013년 19집 발표 당시 수록곡 ‘바운스’가 크게 인기를 끌면서 23년 만에 지상파 음악 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데뷔 55주년인 지난해엔 잠실주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를 열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