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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러시아군과 함께 ‘군사용 풍선’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고 21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매체인 RBC우크라이나가 보도했다. 남한으로 오물 풍선을 날렸던 경험을 되살려 우크라이나 방공망을 교란하거나 생화학무기를 띄워 보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RBC우크라이나 등에 따르면 러시아 남부 쿠르스크주 코무톱카 지역에 북한군 교관 40명과 러시아 장병 50명이 배치됐다. 여기서 북한군은 러시아군에 군사 목적으로 풍선을 사용하는 방법을, 러시아군은 북한군에 현대식 보병 전투 관련 전술을 전수하고 있다. 또 북한 노동자들이 러시아군이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지역에서 진행된 건설 작업에 참여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미국 매체 자유아시아방송(RFA)은 18일 우크라이나군 특수작전부대 산하 민족저항센터(CNR)를 인용해 “북한 노동자들이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건설 작업을 하고 있다”며 “이 작업에는 특정 방공망 구조물의 공학 장비 작업도 포함됐다”고 전했다. 한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 사이에선 ‘우크라이나 파병론’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21일 폴리티코유럽에 따르면 리투아니아의 가브리엘리우스 란드스베르기스 외교장관은 “러시아 암살부대가 북한 탄약과 병력으로 채워지고 있다는 정보가 사실로 확인되면 우리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월에) 제안했던 ‘지상군 투입’ 등의 아이디어를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11월 5일 미국 대선을 꼭 보름 앞둔 21일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후보 겸 부통령은 보수성향 부동층,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 겸 전 대통령은 비(非)백인 유권자를 적극 공략했다. 해리스 후보는 북동부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 트럼프 후보는 남동부 ‘선벨트(따뜻한 기후와 일조량이 많은 지역)’을 누볐다는 점도 대조적이다.해리스 후보는 이날 공화당 내 대표적인 ‘반(反)트럼프’ 인사인 리즈 체니 전 하원의원과 최대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의 말번, 미시간주 오클랜드, 위스콘신주 브룩필드 등 러스트벨트 주요 지역에서 유세를 벌였다. 두 사람은 “재집권하면 첫 날 정적(政敵) 보복을 단행하겠다”는 뜻을 밝힌 트럼프 후보가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고 우려했다.해리스 후보는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직을 이용해 우리를 비하하고 분열시켰다. 그가 백악관으로 돌아가면 끔찍한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맹공했다. 또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존 켈리 전 백악관 비서실장,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 마크 밀리 전 합참의장 등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인사조차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직에 적합하지 않다고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보수 거두’ 딕 체니 전 부통령의 딸인 체니 전 의원도 트럼프 후보가 자신의 지지층이 2020년 대선 결과에 불복해 2021년 1월 6일 워싱턴 국회에 난입했을 때 이를 선동했다는 점, 여성 혐오 성향 등을 비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권위주의 지도자와 가까운 트럼프 후보의 외교 정책이 “공화당답지 않고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후보는 같은 날 최근 허리케인 ‘헐린’이 강타한 노스캐롤라이나주 스완나노아를 찾아 복구 상황을 점검했다. 그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불법 이민자를 지원하느라 정작 미국인의 기후위기 대책에 소홀하며 해리스 후보 또한 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그는 같은 날 흑인, 라틴계가 많은 뉴욕 브롱크스의 이발소에서 소득세 등 모든 세금을 없애는 대신 대(對)중국 관세 등을 올려 충당하겠다고 주장했다. 그는 폭스뉴스 대담에서도 같은 주장을 되풀이했다. 남북전쟁 직후인 19세기 후반의 미국이 좋은 나라였다며 “당시에는 관세만 있었고 소득세는 없었다. 지금은 세금 낼 돈이 없는 사람들이 세금을 내느라 죽어나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현재 노령 연금, 의료보험, 국방비 등의 정부 지출이 급증했다며 관세를 아무리 올린다 해도 다른 세금을 대신할 만큼의 세수를 확보할 길은 없다고 트럼프 후보의 주장을 비판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11월 5일 미국 대선이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이 초접전 상황에서 막판 승기를 잡기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최근 몇몇 경합주에서 트럼프 후보에게 지지율 추월을 허용했으며 노조, 흑인 등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미지근한 반응을 얻고 있는 해리스 후보는 이들의 인기가 높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부인 미셸 여사의 지원을 요청했다. 트럼프 후보 측 역시 공화당 주류, 중도층 유권자 등의 선호가 높은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대사와의 공동 유세를 추진하고 있다. 자신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인물과의 유세를 통해 마지막 바람을 불러일으키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해리스는 오바마 부부 vs 트럼프는 헤일리에게 “SOS”해리스 후보는 24일 주요 경합주인 조지아주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과, 26일에는 자동차 노조가 밀집한 또 다른 경합주 미시간주에서 미셸 여사와 첫 공동 유세를 갖기로 했다. 미셸 여사는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후보와 격돌한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를 지지하며 “그들이 저급하게 가도 우리는 품위 있게 가자(When they go low, we go high)”는 말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올 8월 민주당 전당대회 때도 “무엇이든 하라(Do something)”며 지지층의 투표 참여를 독려했다. 해리스 후보는 현재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인 흑인 남성 유권자로부터 2016년, 2020년 대선 만큼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미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와의 공동 유세 또한 이를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20일 60세 생일을 맞은 해리스 후보는 조지아주 존즈버러의 흑인 교회에 나타나 흑인 유권자의 지지를 호소했다. 유명 가수 스티비 원더가 등장해 그의 생일을 축하하는 노래를 불렀다. CNN과 정치매체 불워크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선 캠프는 트럼프 후보와 헤일리 전 대사가 이달 말 보수 매체 폭스뉴스가 개최할 예정인 타운홀 유세에 공동 참여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여성, 고학력 백인 유권자의 지지가 낮은 트럼프 후보 입장에서는 이들의 선호도가 높은 헤일리 전 대사의 도움이 절실한 실정이다. 이 외 세계 최대 부호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또한 19, 20일 양일간 대선의 최대 격전지 펜실베이니아주를 누비며 트럼프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트럼프 vs 해리스 ‘맥도널드 알바’로도 충돌두 후보는 해리스 후보의 맥도널드 아르바이트 경험을 놓고도 충돌했다. 트럼프 후보는 20일 펜실베이니아주 피스터빌트레보스의 맥도널드 매장에서 감자를 튀기고 ‘드라이브스루’ 창구에서 주문도 받았다. 그는 “해리스는 맥도널드에서 일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해리스 후보는 “학창 시절 맥도널드 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비를 벌었다”고 밝혀 왔다. 이런 해리스 후보가 자신을 ‘금수저 후보’라고 비판하자 이를 반박하는 차원에서 일종의 친(親)서민 행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날 해리스 후보는 트럼프 후보가 하루 전 자신을 ‘쓰레기(shit) 부통령’이라고 비판한 것을 반박했다. 그는 미국의 정·부통령직을 격하하는 트럼프 후보가 “공직을 맡을 자격이 없으며 대선에서도 패할 것”이라고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노스캐롤라이나주 등 주요 경합주가 모두 도농 격차가 큰 곳이라 두 후보 중 어느 쪽에 유리할지 장담할 수 없다고 18일 진단했다. 특히 최대 승부처 펜실베이니아주에서 민주당은 최대 도시 필라델피아, 공화당은 백인 노동자가 많은 이리, 스크랜턴, 윌크스배리 등에서 많은 표를 얻어야 승기를 잡을 것으로 봤다. 20일 정치매체 더힐, 선거전문 사이트 디시전데스크HQ의 자체 예측에 따르면 트럼프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승리할 확률은 52%로 해리스 후보(42%)를 크게 앞섰다. 더힐은 트럼프 후보가 이 조사에서 해리스 후보를 제친 것이 올 8월 말 이후 처음이라고 진단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11월 5일 미국 대선이 채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이 초접전 상황에서 막판 승기를 잡기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최근 몇몇 경합주에서 트럼프 후보에 지지율 추월을 허용했으며 노조, 흑인 등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미지근한 반응을 얻고 있는 해리스 후보는 이들의 인기가 높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부인 미셸 여사의 지원을 요청했다. 트럼프 후보 측 역시 공화당 주류, 중도층 유권자 등의 선호가 높은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대사와의 공동 유세를 추진하고 있다. 자신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인물과의 유세를 통해 마지막 바람을 불러 일으키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해리스는 오바마 부부 vs 트럼프는 헤일리에 “SOS”해리스 후보는 24일 주요 경합주인 조지아주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과, 26일에는 자동차 노조가 밀집한 또 다른 경합주 미시간주에서 미셸 여사와 첫 공동 유세를 갖기로 했다. 미셸 여사는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후보와 격돌한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를 지지하며 “그들이 저급하게 가도 우리는 품위있게 가자(When they go low, we go high)”는 말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올 8월 민주당 전당대회 때도 “무엇이든 하라(Do something)”며 지지층의 투표 참여를 독려했다.해리스 후보는 현재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인 흑인 남성 유권자로부터 2016년, 2020년 대선 만큼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미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와의 공동 유세 또한 이를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20일 60세 생일을 맞은 해리스 후보는 조지아주 존즈버러의 흑인 교회에 나타나 흑인 유권자의 지지를 호소했다. 유명 가수 스티비 원더가 등장해 그의 생일을 축하하는 노래를 불렀다.CNN, 또 다른 정치매체 불워크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선 캠프는 트럼프 후보와 헤일리 전 대사가 이달 말 보수 매체 폭스뉴스가 개최할 예정인 타운홀 유세에 공동 참여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여성, 고학력 백인 유권자의 지지가 낮은 트럼프 후보 입장에서는 이들의 선호도가 높은 헤일리 전 대사의 도움이 절실한 실정이다. 이 외 세계 최대 부호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또한 19,20일 양일간 대선의 최대 격전지 펜실베이니아주를 누비며 트럼프 후보 지지르 호소했다.두 후보는 해리스 후보의 맥도날드 아르바이트 경험을 놓고도 충돌했다. 트럼프 후보는 20일 펜실베이니아주 피스터빌트레보스의 맥도널드 매장에서 감자를 튀기고 ‘드라이브스루’ 창구에서 주문도 받았다. 그는 “해리스는 맥도널드에서 일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해리스 후보는 “학창 시절 맥도널드 매장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하며 학비를 벌었다”고 밝혀 왔다. 이런 해리스 후보가 자신을 ‘금수저 후보’로 비판하자 이를 반박하는 차원에서 일종의 친(親)서민 행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같은 날 해리스 후보는 트럼프 후보가 하루 전 자신을 ‘쓰레기(shit) 부통령’이라고 비판한 것을 반박했다. 그는 미국의 정·부통령직을 격하하는 트럼프 후보가 “공직을 맡을 자격이 없으며 대선에서도 패할 것”이라고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노스캐롤라이나주 등 주요 경합주가 모두 도농 격차가 큰 곳이라 두 후보 중 어느 쪽에 유리할 지 장담할 수 없다고 18일 진단했다. 특히 최대 승부처 펜실베이니아주에서 민주당은 최대 도시 필라델피아, 공화당은 백인 노동자가 많은 이리, 스크랜턴, 윌크스배러 등에서 많은 표를 얻어야 승기를 잡을 것으로 봤다.20일 정치매체 더힐, 선거전문 사이트 디시전데스크HQ의 자체 예측에 따르면 트럼프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승리할 확률이 52%로 해리스 후보(42%)를 크게 앞섰다. 더힐은 트럼프 후보가 이 조사에서 해리스 후보를 제친 것이 올 8월 말 이후 처음이라고 진단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모자 크기(둘레), 체복·군복 치수와 구두 문서를 작성해 주세요.’ 20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문화부 소속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가 공개한 설문지는 이런 한국어 안내로 시작한다. 같은 문장이 러시아어로도 병기돼 있다. 미국 CNN에 따르면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해 파병된 북한 군인들은 러시아에 도착하자마자 이 설문지를 작성해야 했다. 국가정보원이 18일 북한이 최정예 특수부대인 ‘폭풍군단’ 소속 군인 1500명을 이미 러시아에 파병한 사실을 공식 발표한 가운데 북한군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여한 정황이 속속 포착되고 있다. 같은 날 러시아군 훈련장에서 북한군을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영상도 공개됐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이 확실시되면서 우크라이나 정세가 더욱 격랑에 휩싸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북한군, 몽골계 러시아인으로 위장” 이번에 공개된 한글 설문지에는 ‘여름용 모자’와 ‘여름용 군복’에 대한 질문이 적혀 있다. ‘여름용 군복 치수’란 제목 아래엔 ‘러시아씩 군복의 치수’ 항목에 2에서 6까지의 숫자가 적혀 있다. 그 옆에 각 치수에 맞는 신장 범위가 ‘158-162(cm)’에서 ‘186-192’까지 안내돼 있다. 러시아와 북한의 옷 치수 기준이 다르기 때문으로 보인다. ‘조선씩 크기’라고 적힌 항목은 빈칸으로 남겨져 있다. 북한군이 자신의 신장이나 북한식 군복 치수를 공란에 표시해 제출하면 이에 맞춰 러시아 군복이 지급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군 파병 현장을 담은 것으로 추정되는 영상도 공개됐다. 우크라이나의 키이우포스트에 따르면 18일 오후 한국어가 들리는 영상 2개가 유포됐다. 텔레그램의 친러시아군 계정인 ‘파라팍스(ParaPax)’ 로고가 박힌 한 영상에는 무장한 군인 여러 명이 흙길 위를 달리고 있다. 키이우포스트는 어깨에 휘장을 단 군복을 입은 러시아 군인이 앞서 행진하는 군대를 언급하며 “외국의 지원군”이라고 부르고 “수백만 명이 군을 지원하기 위해 올 것”이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고 설명했다. 북한 억양의 “야” “같이 가”로 외치는 듯한 음성도 들린다. SPRAVDI 로고가 찍힌 또 다른 영상에선 러시아 군복을 입은 아시아계 군인들이 장비를 받으려고 줄을 서 있는 모습이 보인다. 한국어로 “물”이라는 말과 북한 억양으로 “저거 가져가거라”라는 음성도 포착됐다. SPRAVDI 측은 이 영상이 러시아 연해주의 세르게옙카라는 마을에 있는 훈련장에서 촬영됐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북한군엔 러시아 군복과 무기 외에도 시베리아 야쿠티야·부랴트 지역 주민의 위조 신분증을 발급해 신분을 은폐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지역은 한국, 일본, 중국 사람과 비슷하게 생긴 몽골계 사람들이 많이 거주한다.러시아 함정이 북한 특수부대원을 수송하는 움직임은 우리 인공위성이 포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해상도 영상레이더(SAR)로 이달 12일 북한 청진항에서 러시아 함정이 북한 병력을 이송하는 모습을 포착한 것. SAR은 전자파를 지상 목표물에 쏜 뒤 반사돼 돌아오는 신호 데이터를 합성해 영상을 만드는 방식으로 기상 조건과 관계없이 주야간 촬영이 가능하다.● 북한군 역량은 아직 안 드러나 북한군 역량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린다. 미 해군 특수부대(네이비실) 출신 척 파러는 18일 키이우포스트에 “우크라이나군은 10년 이상 전투 경험이 있고, 나토 최정예 부대에 훈련을 받았지만 북한은 한국전쟁 휴전 뒤 대규모 실제 작전을 벌인 적이 없다”며 북한군의 역량을 낮게 평가했다. 반면 군사전문가 세르게이 리포보이는 17일 러시아 매체 뉴스닷루에 “막대한 돈을 들여 사상적, 육체적으로 훈련된 북한군은 어떤 명령이든 수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파병 정황이 드러나면서 미국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19일 주요 7개국(G7) 국방장관 회의가 열린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북한군 파병에 대해 “사실이라면 우려된다”고 밝혔다. 한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나토 신규 회원국 가입의 첫 단계인 ‘가입 초청’이 우크라이나가 살아남을 유일한 길이라고 주장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서방의 오랜 경제 제재와 지지부진한 산업구조 개편 등으로 경제난이 고착화한 쿠바에서 18일 화력발전소 고장으로 수도 아바나를 비롯해 전국에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약 1000만 명의 인구 중 상당수가 극심한 피해를 겪고 있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19일 허리케인 ‘오스카’가 쿠바 동부에 폭우를 몰고올 것이란 예보까지 내려지면서 정전 복구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NBC 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경 쿠바 전체가 전력 중단 상황에 놓였다. 이날 오후 전력 공급이 일부 재개됐지만 19일 오전 다시 중단됐다. 당국은 전력 공급이 언제 정상적으로 재개될지 장담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당국은 생필품 제조 등과 관련이 없는 일반 사업체에 생산 중단을 명령했다. 대부분의 학교에도 휴교령을 내리는 등 전력 사용을 줄이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큰 효과는 보지 못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쿠바의 전력망은 50년 가까이 된 화력발전소 8개에 의존하고 있다”며 쿠바의 발전 설비가 “선사시대 기술”이라고 불릴 만큼 낡았다고 지적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서방의 오랜 경제 제재와 지지부진한 산업구조 개편 등으로 경제난이 고착화한 쿠바에서 18일 화력발전소 고장으로 수도 아바나를 비롯해 전국에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약 1000만 명의 인구 중 상당수가 극심한 피해를 겪고 있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19일 허리케인 ‘오스카’가 쿠바 동부에 폭우를 몰고올 것이란 예보까지 내려지면서 정전 복구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NBC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경 쿠바 전체가 섬 전체가 전력 중단상황에 놓였다. 이날 오후 전력 공급이 일부 재개됐지만 19일 오전 다시 중단됐다. 당국은 전력 공급이 언제 정상적으로 재개될 지 장담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당국은 생필품 제조 등과 관련이 없는 일반 사업체에 생산 중단을 명령했다. 대부분의 학교에도 휴교령을 내리는 등 전력 사용을 줄이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큰 효과는 보지 못하고 있다.뉴욕타임스(NYT)는 “쿠바의 전력망은 50년 가까이 된 화력발전소 8개에 의존하고 있다”라며 쿠바의 발전 설비가 “선사시대 기술”이라고 불릴 만큼 낡았다고 지적했다. 오랜 제재로 필요한 부품과 설비가 공급되지 않아 유지 보수가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브루노 로드리게스 외교장관은 ‘X’에 “미국의 금수조치가 해제되면 더 이상 정전은 없을 것”이라며 정전을 미국 탓으로 돌렸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한 것이 공식 확인된 가운데, 북한군의 역량에 대해선 다소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북한군이 러시아군과 함께 최전선 전투에 직접 참여해 결정적인 역할을 해낼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미 해군 특수부대(네이비실) 출신 척 파러는 18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포스트에 “현재까지의 정보를 바탕으로 본다면, 도네츠크에 파병된 북한 부대에는 북한 전략군, 미사일 병사, 기술자, 로켓포 전문가가 포함돼 있다”라며 “몇몇 전투 공병, 보안군, 소규모 북한 특수작전부대가 보병 자문(advisers) 역할로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그는 이들의 역량이 우크라이나군에도 밀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파러는 “우크라이나군은 10년 이상 전투 경험이 있는 데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최정예 부대에게 훈련받았다”며 “반면 북한은 70여년전 1953년 한국전쟁 휴전 이래 대규모 실제 작전을 벌인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프랭크 레드위지 영국 포츠머스대 전쟁학과 부교수도 이날 영국 매체 아이뉴스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경험이 없는 북한군을 최전선 전투보다는 공병 업무, 트럭 운전, 참호 파기, 차량 수리와 같은 지원 역할에 투입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예상했다. 그는 “러시아군은 훈련을 받지 않은 비(非)러시아어권 군인을 원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에서도 북한군이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19일 러시아 매체 가제타닷루에 따르면 군사평론가 미하일 호다레노크는 북한군 파병이 군사적으로 큰 도움이 안 되는 반면, 국제사회의 대(對)러시아 여론만 극도로 악화시킬 것이라 내다봤다. 다만 일각에서는 북한군 파병이 러시아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군사전문가 세르게이 리포보이는 17일 러시아매체 뉴스닷루에 “막대한 돈을 들여 사상적, 육체적으로 훈련된 북한군은 어떤 명령이든 수행할 준비가 돼있다”라고 강조했다. 알렉세이 주라블료프 러시아 하원 국방위 제1부위원장도 “러시아는 자국군을 강화시킬 도움이라면 무엇이든 환영한다”라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추가 병력을 확보하기 위해 동원령을 발령해야하는 정치적 부담감을 덜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27일 일본 중의원(하원) 총선은 ‘지한파’로 분류되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총리의 신임투표 성격을 띠지만 “여당에 어려운 싸움”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중의원 해산 전 258석을 차지했던 집권 자민당이 이번에 연립여당 공명당(32석)의 도움 없이 전체 465석 중 과반 의석(233석)을 확보할 것이라 장담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단독 과반이 무너지면 ‘이시바 오로시(おろし·끌어내리기)’가 시작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지한파 총리’가 취임 직후부터 흔들리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자민당 총재선거 1차 투표에서 1위로 선전한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전 경제안보상이 강경우파 지지를 업고 전면에 나선다면 한일 관계는 단박에 껄끄러워질 수도 있다. ● “과거사 문제 해결 기대 어려워” 이시바 총리 취임 직후 국내에선 양국 최대 쟁점인 과거사 문제에 돌파구가 열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컸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3월 강제징용 배상금 제3자 변제안 등 선제적 양보 조치를 내놓았다가 거센 반대 여론에 부닥쳤다. 한국 정부는 “물잔의 절반을 채웠으니 나머지 절반은 일본이 채우라”고 촉구했지만, 당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는 별다른 성의를 보이지 않았다. 반면 이시바 총리는 과거 “위안부 피해자가 납득할 때까지 사과해야 한다”고 발언해 국내에서 큰 주목을 받아왔다. 하지만 선거 뒤 자민당 내 지각 변동이 벌어지고 이시바 총리의 영향력이 약화된다면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한일 관계는 현상 유지가 최선”이란 관측을 내놨다. 장혜진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자민당 내부엔 기시다 전 총리조차도 한국에 너무 내줬다는 불만이 여전하다”며 “이시바 총리도 양보한단 인상을 주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펴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음 달 5일(현지 시간) 미국 대선도 변수다. 도널드 트럼프 미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이 커지고, 상황이 복잡해질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해 이시바 총리는 고질적인 납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북-일 연락사무소 설치를 공약했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어일본학과 교수는 “북-일 관계 개선과 북-미 대화에 속도가 붙는 동안 한국이 외교적으로 고립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 “美 격자외교 속 전략 재정립해야” 내년 6월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이 관계 개선의 모멘텀이 될지도 미지수다. 아사바 유키 일본 도시샤대 교수는 “한국과 달리 일본에서는 거의 관심이 없는 이슈”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보다는 내년 7월 참의원 선거와 8월 종전 80주년 기념일(한국의 광복절)이 더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선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 끊긴 일본 국빈방문을 추진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20%대 지지율에 갇혀 있는 상황에선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전문가들은 일본 총선 이후 한일 관계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서는 좀 더 차분해질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미국이 인도태평양 권역 안보동맹 구조를 양자 기반에서 ‘격자형 네트워크’로 전환하는 추세에 맞춰 한일 관계도 전략적으로 재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은 한미일 공조 외에도 미국 일본 호주 인도 4개국 안보협의체인 쿼드(Quad),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미-일-필리핀 공조 등 ‘격자’의 핵심에 서 있다. 장 선임연구원은 “일본 외교안보 정책에서 한국은 미국과 호주 등에 비하면 후순위로 밀려 있다”고 말했다. 아사바 교수는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라며 “양국 모두 실익이 크고 손해는 적은 분야에서 실무 차원의 협력으로 신뢰를 쌓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정치국 최고지도자인 야흐야 신와르(62·사진)가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사망했다.17일(현지 시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이날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외교장관은 신와르가 이스라엘군에 의해 사망했다고 밝혔다. 하마스의 군사지도자로 활동해 온 신와르는 올 7월31일 역시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사망한 이스마일 하니야의 뒤를 이어 8월6일 정치국 최고지도자에 올랐다. 하마스의 실질적인 수장직에 오른 지 3개월 만에 사망한 것이다.그는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가 진행한 이스라엘에 대한 대규모 기습 공격의 기획자로 알려져 왔다. 이른바 ‘가자 전쟁’이 발발하게 만든 핵심 인물인 것이다. 가자지구 출신인 신와르는 1980년대 이스라엘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칸유니스(가자지구 내 남부 도시)에 거주하는 동족 팔레스타인인들을 대거 살해해 ‘칸유니스의 도살자’로도 불렸다. 또 젊은 시절부터 반(反)이스라엘 활동에 적극 가담해 20여 년 간 이스라엘 감옥에 수감됐던 적도 있다.하마스 안팎에선 하마스 정치사무소(대외협상 창구)가 있는 카타르 도하에 주로 머물던 하니야를 ‘온건파’, 가자 지구에서 활동해 온 신와르를 ‘강경파’로 분류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에 따라 하마스가 신와르를 정치국 최고지도자로 선출했을 땐 “하마스가 전쟁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표현한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었다. 실제로 신와르는 가자 전쟁이 발발하고,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진입 및 대규모 공습이 진행되는 상황에서도 계속 현지에 머물며 숨어 지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스라엘은 신와르를 극단주의 인사로 분류해 왔고, 살해할 계획이라고 공개적으로 강조해 왔다. 신와르가 정치국 최고지도자로 선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 카츠 장관은 X에 “신와르가 선출됐다는 건 그를 신속히 제거하고, 사악한 조직(하마스)을 지구에서 없애야 할 또 다른 이유”라고 했다. 당시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도 아랍권 매체인 알아라비야방송에 “신와르를 위한 유일한 장소는 (먼저 공습으로 숨진) 무함마드 데이프(하마스 사령관) 등 테러리스트들 옆”이라고 말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동유럽의 주요 관광대국이자 ‘맥주의 나라’로도 유명한 체코 수도 프라하가 만취 관광객들에게 빗장을 걸었다. 최근 프라하 시의회는 여행가이드가 동행하는 단체 관광객들의 심야 ‘술집 순례(Pub Crawl)’를 전면 금지하는 조례안을 통과시켰다고 AFP통신 등이 15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프라하 도심 역사지구에서는 다음 달 1일부터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단체 술집 순례가 전면 금지된다. 이르지 포스피실 부시장은 AFP통신에 “프라하는 하룻밤 만취하려는 관광객이 아니라 교양 있는 관광객을 원한다”고 말했다. 당국은 몇몇 관광객의 만취와 무질서한 행동으로 청소인력 및 경찰력이 고갈됐다며 술집 순례 금지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도 상당하다. 한 주민은 영국 더타임스에 넘쳐나는 관광객으로 만성적인 소음공해에 시달리고 있다며 “건강이 다 망가졌다”고 불만을 표했다. 체코 호텔요식업회 바츨라프 스타레크 회장도 일부 관광객의 술집 순례 금지가 매출에 큰 타격을 주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이번 조치를 반겼다. 그는 “개인들에게 술을 마시지 말라는 게 아니라 매일 밤 이어지는 단체 술집 순례를 원치 않는다는 것”이라고 했다. ‘술집 순례’는 프라하의 대표적인 관광 상품이다. 한 관광업체는 홈페이지에서 “365일 펼쳐지는 유럽 최대 규모의 전설적 밤문화”라고 홍보하며 자사 상품의 마지막 코스가 ‘다음 날 오전 5시까지 이어지는 클럽파티’라고 소개했다. 체코는 “물보다 맥주가 싸다”고 알려졌을 만큼 맥주 사랑이 유별난 나라다. 다만 각국에서 몰려든 관광객 중 일부가 이런 맥주 문화를 핑계로 ‘도 넘은 음주’를 즐기며 각종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CNN은 최근 20년간 전 유럽에 저가 항공 붐이 일면서 특히 젊은 영국인 관광객들이 소위 ‘총각파티’를 하러 프라하에 대거 몰려들었다고 전했다. 유럽의 다른 관광도시에서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몰려드는 관광객을 막기 위한 조치가 속속 도입되고 있다. 그리스 산토리니섬은 관광세를 도입했고,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는 단체 관광 규모를 25명까지로 한정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동유럽의 주요 관광대국이자 ‘맥주의 나라’로도 유명한 체코 수도 프라하가 만취 관광객들에게 빗장을 걸었다. 최근 프라하 시의회는 여행가이드가 동행하는 단체 관광객들의 심야 ‘술집 순례(Pub Crawl)’를 전면 금지하는 조례안을 통과시켰다고 AFP통신 등이 15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프라하 도심 역사지구에서는 다음 달 1일부터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단체 술집 순례가 전면 금지된다. 지리 포스피실 부시장은 AFP통신에 “프라하는 하룻밤 만취하려는 관광객이 아니라 교양있는 관광객을 원한다”고 말했다. 당국은 몇몇 관광객들의 만취와 무질서한 행동으로 청소인력 및 경찰력이 고갈됐다며 술집순례 금지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이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도 상당하다. 한 주민은 영국 더타임스에 넘쳐나는 관광객으로 만성적인 소음공해에 시달리고 있다며 “건강이 다 망가졌다”고 불만을 표했다. 체코 호텔요식업회 바클라브 스타렉 회장도 일부 관광객의 술집 순례 금지가 매출에 큰 타격을 주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이번 조치를 반겼다. 그는 “개인들에게 술을 마시지 말라는 게 아니라 매일 밤 이어지는 단체 술집 순례를 원치 않는다”고 했다. ‘술집 순례’는 프라하의 대표적인 관광 상품이다. 한 관광업체는 홈페이지에서 “365일 펼쳐지는 유럽 최대 규모의 전설적 밤문화”라고 홍보하며 자사 상품의 마지막 코스가 ‘다음날 새벽 5시까지 이어지는 클럽파티’라고 소개했다.체코는 “물보다 맥주가 싸다”고 알려졌을 만큼 맥주 사랑이 유별난 나라다. 다만 각국에서 몰려든 관광객 중 일부가 이런 맥주 문화를 핑계로 ‘도 넘은 음주’를 즐기며 각종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CNN은 최근 20년간 전 유럽에 저가 항공 붐이 일면서 특히 젊은 영국 관광객들이 소위 ‘총각파티’를 하려 프라하에 대거 몰려들었다고 전했다. 유럽의 다른 관광도시에서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몰려드는 관광객을 막기 위한 조치가 속속 도입되고 있다. 그리스 산토리니섬은 관광세를 도입했고,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는 단체 관광 규모를 25명까지로 한정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미국의 인플레이션 우려가 여전하다. 아직 금리를 0.5%포인트 낮출 때가 아니다.”지난달 17,18일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리는 이른바 ‘빅컷(big cut)’을 단행했을 때 당시 표결권을 갖고 있던 12명의 FOMC 위원 중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진 ‘연준 내 매파’ 미셸 보먼 연준 이사(53·사진)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당시 그는 물가 상승 위험이 잦아들지 않았다는 이유로 0.25%포인트 인하를 주장했다. FOMC가 만장일치가 아닌 채로 금리인하 결정을 내린 것은 2005년 이후 19년 만이라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전했다. 연준은 통상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의결권을 가진 FOMC 위원 12명의 만장일치로 결정 사항을 발표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12명 중 11명만 ‘빅컷’에 찬성했고 보먼 이사는 반대 의견을 냈다는 점을 공개했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은 당시 연준의 결정을 앞두고 “11월 5일 대선 전 금리를 내리면 안 된다. 연준은 민주당을 도우려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낮은 금리로 이자 부담이 가벼워진 중도층 유권자들이 대선에서 민주당에 표를 던질 것을 우려한 탓이다. 보먼 이사 또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18년 11월 연준에 입성했고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가 재집권할 가능성도 있어 그의 행보에 더 많은 관심이 쏠린다. 다만 NYT는 “보먼은 (정치적 의도가 아니라) 경제적인 근거에 따라 0.25%포인트 인하를 선호했다”고 진단했다. 보먼 이사는 대학에서 광고홍보와 법학을 전공한 후 파머스드로버스은행 등에서 은행규제 등을 담당했던 비(非)경제학자 출신이다. 현재 연준 이사 중에서는 강력한 인플레이션 대책을 선호하는 ‘매파’로 분류된다.최근 그가 영향력을 강화하는 모습도 감지된다. NYT에 따르면 그의 연설 횟수는 2022년 11번이었지만 올해엔 10월 현재 36회로 늘었다. 특히 통화 정책이나 경제전망에 초점을 맞춘 연설이 같은 기간 4개에서 12개로 크게 늘었다. 연준 위원들은 다양한 행사에서 경제상황이나 정책결정에 대한 분석을 제공하는 연설을 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후보가 재집권한다면 그가 연준의 새 수장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르네상스매크로의 닐 두타 책임연구원은 “2026년 5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임기가 만료된 뒤 보먼 이사가 후임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점쳤다. J D 밴스 공화당 부통령 후보 또한 1일 팀 월즈 민주당 부통령 후보와의 TV토론 당시 “불법 이민자들이 미 주택난을 가중시킨다”고 주장하며 보먼 이사의 과거 발언을 거론했다. 보먼 이사는 주택가격이 저렴한 지역 위주로 이민자가 유입되면 해당 지역의 임대료 상승 압박이 가해질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미국 대선의 최대 경합주로 꼽히는 펜실베이니아주에 14일(현지 시간)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이 동시 출격해 치열한 맞불 유세를 펼쳤다. AP통신에 따르면 두 후보가 이번 대선 과정에서 펜실베이니아주를 찾은 것은 이날을 포함해 총 46회에 이른다. 해리스 후보는 대선 때마다 높은 승자 적중률을 기록하며 ‘경합주 안의 최대 격전지’로 불리는 주(州) 북서부의 이리카운티를 찾았다. 그는 트럼프 후보가 전날 인터뷰에서 “외부에서 들어와 미국을 파괴한 사람보다 내부의 적(敵)이 더 문제”라며 대선 당일 시위 등이 일어난다면 “필요시 군대가 처리할 것”이라고 말한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해리스 후보는 “트럼프는 자신을 지지하지 않거나 자신의 뜻에 굴복하지 않으면 누구든 적으로 간주한다”며 “트럼프 2기가 미국에 큰 위험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이어 집권하면 “의료비부터 식료품까지 모든 가격을 낮출 계획”이라고 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심각한 경제 문제로 여겨졌던 고물가를 비판하는 유권자를 공략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같은 날 트럼프 후보는 필라델피아 교외 오크스에서 주의 주요 화석 에너지원인 셰일가스를 거론했다. 그는 “당선되면 취임 첫날 시추를 허용해 에너지 가격을 1년간 절반으로 낮출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후보 측은 해리스 후보가 과거 ‘프래킹(Fracking·셰일가스 수압파쇄 추출법)’을 금지하겠다고 했다가 최근 허용으로 뒤집은 것을 지속적으로 비판해 왔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미국에서 ‘남녀 동일임금’의 아이콘으로 불려 온 여성평등 운동가 릴리 레드베터(86·사진)가 12일(현지 시간) 노환으로 별세했다.1938년 미국 앨라배마주 잭슨빌에서 태어난 레드베터는 결혼 뒤 육아와 가사에 전념하다가 41세에 타이어 제조 기업인 굿이어에 관리자로 채용됐다.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그에게 변화가 찾아온 건 은퇴를 앞둔 1998년 우편함에서 직원들의 급여목록이 적힌 익명의 쪽지를 발견하면서다. 당시 레드베터의 월급은 3727달러였지만, 쪽지에 따르면 같은 직책에 있던 남성 직원 14명의 월급은 그보다 최소 559달러, 최대 1509달러 많았다. 레드베터는 당시 “숨이 멎을 것 같은 굴욕을 느꼈다”고 회상했다.이듬해 그는 앨라배마주 연방법원에 굿이어를 상대로 “회사의 성차별로 받지 못한 임금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굿이어에 미지급 임금과 손해배상을 합쳐 380만 달러(약 51억6000만 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지만, 항소심에서 이 결정이 뒤집혔고, 사건은 대법원까지 갔다. 2007년 대법원은 앞선 판례들을 언급하며 “첫 불평등 급여를 받은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청구를 제기했어야 했다”며 결국 굿이어의 손을 들어줬다.하지만 당시 미 법조계에서 ‘진보의 상징’으로 불린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전 대법관이 강력한 소수 의견을 제시하면서 새로운 돌파구가 열렸다. 그는 “180일이라는 기간은 소수자 집단에게 너무 짧고 불공평하다”며 의회에 강력하게 입법을 촉구했다.2009년 의회는 소송 기한을 2년으로 늘린 ‘릴리 레드베터 공정임금법’을 통과시켰다. 그해 1월 29일 갓 취임한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1호 법안’으로 서명해 유명해졌다. 레드베터는 2008년과 2012년에 민주당 전당대회 연설 무대에 올랐고, 그의 자서전은 국내에도 출간됐다. 이달 10일엔 그의 삶을 다룬 영화 ‘릴리’가 미국에서 개봉됐다.오바마 전 대통령은 13일 X에 “레드베터는 개척자가 되려던 게 아니라, 그저 열심히 일한 대가로 남자와 같은 급여를 받고 싶을 뿐이었다”라며 고인을 추모했다. CNN 등은 지난해 기준 미국의 정규직 여성 근로자의 중간소득은 남성의 84%에 그쳐 여전히 성별 임금 격차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미국 대선의 최대 경합주로 꼽히는 펜실베이니아주에 14일(현지 시간)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이 동시 출격해 치열한 맞불 유세를 펼쳤다. AP통신에 따르면 두 후보가 이번 대선 과정에서 펜실베이니아주를 찾은 것은 이날을 포함해 총 46회에 이른다.해리스 후보는 대선 때마다 높은 승자 적중률을 기록하며 ‘경합주 안의 최대 격전지’로 불리는 주(州) 북서부의 이리카운티를 찾았다. 그는 트럼프 후보가 전날 인터뷰에서 “외부에서 들어와 미국을 파괴한 사람보다 내부의 적(適)이 더 문제”라며 대선 당일 시위 등이 일어난다면 “필요시 군대가 처리할 것”이라고 말한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해리스 후보는 “트럼프는 자신을 지지하지 않거나 자신의 뜻에 굴복하지 않으면 누구든 적으로 간주한다”며 “트럼프 2기가 미국에 큰 위험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이어 집권하면 “의료비부터 식료품까지 모든 가격을 낮출 계획”이라고 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심각한 경제문제로 여겨졌던 고물가를 비판하는 유권자를 공략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같은 날 트럼프 후보는 필라델피아의 교외 오크스에서 주의 주요 화석 에너지원인 셰일가스를 거론했다. 그는 “당선되면 취임 첫날 시추를 허용해 에너지 가격을 1년간 절반으로 낮출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흐 후보 측은 해리스 후보가 과거 ‘프래킹(Fracking·셰일가스 수압파쇄 추출법)’을 금지하겠다고 했다가 최근 허용으로 뒤집은 것을 지속적으로 비판해 왔다. 이날 행사에서는 높은 실내온도로 참석자 2명이 기절했다. ABC방송은 두 번째로 쓰러진 참석자가 퇴장하자 트럼프 후보가 “(기절로) 몸무게를 2kg 줄일 수 있다”고 농담했다고 전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우리같이 피가 모자란 사람들은 넘의 살을 먹어줘야 해, 그녀는 말했다.그녀는 자신을 닮아 철분도 혈압도 정상치에 못 미쳤던 어린 나를 위해 부지런히 푸줏간을 드나들었다. 네 나이 때 나도 현기증 때문에 아침에 머리를 못 들어서 학교도 못 간 날이 허다했는데, 어쩜 너도 똑같니. 그녀는 유전의 족쇄를 안타까워하는 한편으로 유전의 힘을 신기해하며 말했다.피가 모자란 모녀와 먹성 좋은 부자는 갖은 명분으로 일주일에 몇 번씩 전기 불판에 ‘남의 살’을 구웠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고기에 대한 남매의 이해는 불고기와 삼겹살을 진작에 넘어 부챗살과 치맛살, 스지와 도가니를 구분할 줄 아는 경지에 이르렀다.학원비 대신 고깃값을 들여 키운 남매는 과연 정상치를 살짝 넘어선 기골장대한 성인으로 자라났다. 가장 알맞게 고기를 굽는 법을 일찌감치 가정에서 터득한 나는 집 밖에서도 자부심을 갖고 집게와 가위를 들곤 했다.더 이상 ‘남의 살’이 필요치 않다고 느낀 건 아마 스물일고여덟살쯤이었을 것이다.직장에 들어간 뒤에도 한동안 키가 자랐다. 170cm를 코앞에 두고 마침내 성장을 멈췄지만, 여전히 성장기 못지않게 고기를 먹었다. 달라진 건, 엄마가 VIP 손님 가격에 떼어온 푸줏간 고기가 아니라, 룸을 갖춘 전문 식당에서 직원이 구워주는 고기의 비중이 늘었다는 점이다.기자가 된 뒤 받은 첫 출입처는 서여의도에 있었다. 나는 곧 여의도가 ‘법카’로 돌아가는 섬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욕망과 욕심, 야망과 질투로 가득한 그 섬에서 나는 하루 이틀 걸러 한 번꼴로 취재원들과 소 등심과 안심을, 또는 고급 참치와 스시 정식을, 또는 원가를 짐작할 수 없는 중식과 양식 코스를 먹었다.해를 넘겨도 계속되는 음식의 향연에 마음이 묘하게 불편해졌다. 이 돈은 출처가 어디일까. 나와 호스트의 관계에 왜 이런 대접이 필요한 걸까. 이런 음식을 일상처럼 먹는 게 말이 되는 일일까.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더니 어느 순간 예상치 못한 곳에 도달했다. ‘우리, 이 고기와 이 살들에 이렇게 둔감해져도 되는 걸까.’고깃집 메뉴판에 인쇄된 고깃덩이 사진은 너무나 정갈해서 때론 공산품이나 예술작품처럼 보인다. 한때 어떤 동물의 일부였다는 것을 감추려는 듯 잘 꾸며놓은 선홍빛 피사체를 바라볼 때, 내 상상은 자꾸만 그 너머, 그 이전으로 거슬러 간다.새빨간 구슬처럼 익은 사과, 가을 들녘에 늘어진 황금빛 벼, 푸르고 촘촘하게 돋아난 상추. 농산물은 수확하는 순간의 모습이 매번 탐스럽다. 식물이 식재료가 되는 과정엔 본능적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그런데 왜 나는 동물이 식재료가 되는 순간은 왜 그리도 혐오스럽고 비윤리적으로 느껴질까. 우리가 이토록 매일같이 고기를 포식하는 게 자연의 본능이라면, 살육(혹은 수확)의 장면 역시 탐스럽고 자연스럽다고 느껴야 하는 것 아닐까.내 본능을 확인하기 위해 살아있는 돼지를 도축하는 희귀한 영상, 소를 공중에 매달아 처음부터 발골하는 영상을 찾아본 적도 있다. ‘인도적이고 현대적인’ 전기충격 도축 장치를 홍보하는 영상이었지만, 시선을 돌리지 않고 똑바로 보기 위해선 두 눈을 부릅뜨려 애써야 했다.감옥 같은 케이지에 동물들이 ‘효율적’으로 밀어 넣어진 영상들은 한결 찾기가 쉬웠다. 평생 옴짝달싹도 못 한 동물들을 무미건조하게 바라보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내 마음은 결론에 이르고 있었다. 아무리 인간의 본성이 잡식동물이라도, 이 규모, 이 밀도, 이 빈도의 육식은 분명 틀린 것이라고.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는 어느 날 갑자기 육기(肉氣)를 끊는 인물 영혜를 둘러싼 이야기다. 자신의 살아있는 세포 하나하나가 실은 파괴와 죽음으로 촘촘히 쌓아 올려졌다는 깨달음에 전율하던 영혜. 결국 극단으로 치달아버린 그는 ‘남의 살’을 제 몸에서 덜어내며 서서히 소멸하는 길을 택하고 만다. 종교적 제한도, 의료적 이유도, 동물권에 대한 헌신도 없으면서 갑작스럽게 고기를 끊은 영혜는 내게 뜻밖의 작은 동질감을 선사했다. 물론 그녀와 나 사이엔 결정적인 차이점들이 있다. 나는 5년쯤 전부터 육식과 거리를 두고 있지만, 까탈스러운 사람으로 여겨지기 싫은 자리에선 여전히 종종 고기를 먹는다.어금니로 고기를 씹을 때 나는 분명한 감칠맛과 기름진 풍미를 느낀다. 다만 어릴 때와 달리 지금은 작은 소름들이 순간적으로 날갯죽지와 두피를 훑고 지나감을 함께 감지한다. 사과를 베어 물 때 햇볕을 떠올리듯, 고기를 삼킬 땐 생전 그의 삶을 내내 관통했을 고통이 스친다. 아마 어떤 이는 내 정신이나 사회성에 문제가 있다고 나지막이 혀를 차겠지만, 내게 이것은 극히 사실적이고도 실존적인 문제다. 돌이켜보면, 이토록 습관처럼 관성처럼 육식을 한다는 것이야말로 인류 역사에서 얼마나 놀랍고도 또 파괴적인 일인가. 난 스스로를 채식주의자라고 감히 칭하지 않는다. 하지만 내 입에 무심코 들어갔던 ‘남의 살’이 어디에서 어떻게 온 것인지를 의식하기 시작한 뒤로 내 삶은 많이 달라졌다. 한 입 한입에 죄책감과 고마움을 느낀다. 그것을 반드시 느껴야만 한다는 것, 그리고 그 업보를 가능하면 조금씩 줄여나가고 싶다는 것이 내 ‘채식 지향(志向)’의 지향이다.[소소칼럼]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나 소소한 취향을 이야기하는 가벼운 글입니다. 소박하고 다정한 감정이 우리에게서 소실되지 않도록, 마음이 끌리는 작은 일을 기억하면서 기자들이 돌아가며 씁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중국이 18일 3분기(7∼9월) 경제성장률 발표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계속되는 부동산 시장 부실, 소비 침체, 외국인직접투자(FDI) 감소 등으로 3분기 성장률이 2분기보다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이대로 가면 당국이 목표한 올해 ‘연간 5%대 성장’ 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는 비관론 또한 제기된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런민일보가 14일자 1면에 “연간 경제·사회 발전 목표 완수를 위해 노력하자”는 논평을 게재한 것 또한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경제매체 차이신(財新)은 국내외 경제기관의 3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집계한 결과 평균 4.4%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2분기(4.7%)와 1분기(5.3%)보다 낮다. 일본 노무라증권 등은 이보다 낮은 4.1%를 제시했다. 루팅 노무라증권 중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수출이 경제 성장을 이끌고 있지만 내수 부진을 상쇄하기엔 부족하다”고 짚었다. 장위 화촹증권 수석 거시경제분석가 또한 공업·건설업의 부진이 여전하다고 했다. 중국 경제는 지난해 5.2% 성장했다. 다만 런민일보는 14일자 1면 논평에서 “일반적으로 매해 4분기 성장률은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적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며 ‘막판 스퍼트’를 압박했다. 올 2, 3분기 성장률이 기대에 못 미치더라도 4분기 반등을 통해 연간 5%대 성장을 달성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런민일보는 “경제는 결코 순조롭게 발전한 적이 없었다”라며 “가장 중요한 일은 형식주의와 관료주의를 깨는 것”이라고 독려했다. 8167자 분량의 이날 논평에는 ‘어려움(難)이라는 단어가 27번이나 쓰였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집권 1·2기(2013∼2023년) ‘2인자’였던 리커창(李克强) 전 총리의 1주기를 맞아 예정됐던 전국의 마라톤 대회가 갑자기 연기된 것도 관심을 모은다. 14일 홍콩 밍(明)보는 지난해 10월 27일 심장마비로 급사한 리 전 총리의 사망 1주기를 전후로 안후이성, 허난성, 후난성 등에서 열릴 마라톤 대회들이 이유 없이 미뤄지거나 취소됐다고 보도했다. 합리적·실용적 경제정책으로 인기를 끌었던 리 전 총리에 대한 추모 열기를 사전 차단하려는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지난해 말 미국 군사 기지 상공에 정체불명의 ‘무인기(드론) 부대’가 나타나 17일이나 곳곳을 휘젓고 다녔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미국 정부는 결국 드론이 사라질 때까지 특별한 대처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드론 12대가 밤마다 군기지 비행… “펜타곤 난감”WSJ은 정부 당국자와 소식통 20여 명, 경찰 기록 등을 종합해 적어도 12대 이상의 정체를 알 수 없는 ‘미스터리 드론’이 지난해 12월 6일부터 23일까지 미군 기지 상공을 비행했다고 전했다. 드론이 처음 목격된 곳은 미국 중앙정보국(CIA) 본부 등 국가안보 시설이 밀집된 버지니아주(州) 랭글리였다. 마크 켈리 당시 공군 대장은 해 질 무렵 6m 정도 길이의 첫 번째 드론이 나타나 약 1000m 안팎의 고도에서 시속 160km 이상으로 날았다고 추정했다. 이어 몇 대의 다른 드론들이 잔디깎이 같은 소리를 내며 버지니아주 노퍽을 향해 비행했다. 노퍽에는 해군 특수부대 ‘실팀 6’ 기지와 세계 최대 군항인 노퍽해군 기지가 있다. 이 사건은 국방부는 물론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다. 하지만 백악관과 국방부, 연방수사국(FBI), 국방부 미확인비행물체(UFO) 사무소 등 관계자들은 2주간 머리를 맞대고서도 마땅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했다. 미연방법은 피해나 위협이 임박하지 않았다면 군사 기지 인근에서 드론을 격추하지 못하게 하고 있어서다. 해안경비대가 하늘로 그물을 쏘아 올려 드론을 잡는 방안도 제시됐지만, 경비대에는 무기 사용 권한이 없었다. 결국 미 해군·해안경비대 함선이 드론 감시에 착수했지만, 이 역시 별 효과가 없었다고 WSJ은 전했다. 군 레이더 시스템은 새 정도 크기의 비행물은 무시하도록 설계됐기 때문에 소규모 드론을 놓치기 쉬웠다. 켈리 전 대장은 “미 국방부(펜타곤)가 이 일로 난감해했다”고 말했다. 中유학생 한 명 체포했을 뿐… 나머지 ‘배후’들은 미지수미 안보 당국은 안 그래도 드론의 영공 침입에 대해 경각심을 높여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드론은 현대전에서 감시 장비나 폭발물, 치명적인 화학 물질을 값싸고 빠르게 운반할 수 있는 도구로 활약 범위를 넓히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도 드론 5대가 네바다에서 핵실험에 사용되는 정부 시설 위를 날다가 적발됐지만, 당국은 배후를 밝혀내지 못했다. 이들은 이번에도 ‘미스터리 드론’들을 누가 왜 날렸는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WSJ은 전했다. 다만 사건 발생 다음 달인 1월 6일 핵잠수함을 만드는 방산업체 HII가 운영하는 조선소 인근에서 드론 한 대가 발견되면서 일부 의문은 풀리기 시작했다. 해당 드론의 메모리카드에선 부두 내 건조 중인 해군 함선 사진이 여러 장 발견됐다. 드론의 주인으로 지목된 중국 국적 미네소타대 유학생 쉬펑원은 그달 18일 중국행 항공기를 타려다 체포됐다. 그는 해당 드론을 코스트코에서 구매했다며 “선박에 관심이 많아 재미로 날렸다”고 해명했다. 결국 기밀 해군 시설을 불법 촬영한 혐의로 기소된 그는 징역 6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쉬펑원이 중국 정부와 연결돼 있다는 근거는 뚜렷하지 않은 상황이다. 랭글리에서 발견된 드론 무리의 정체와 비행 목적도 아직 불분명하다. WSJ은 이달에도 로스앤젤레스 북쪽 에드워즈 공군 기지 인근에서 또 다른 정체불명의 드론 무리가 또다시 발견됐다고 덧붙였다. 싱크탱크 전략국제연구센터의 톰 카라코 수석 연구원은 “이건 내일이 아니라 당장 오늘, 저 멀리가 아니라 바로 이곳에서 벌어지는 문제”라고 우려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강제 북송된 동생을 가족의 품으로 돌려주세요.” 영국 런던에 거주하는 탈북민 김규리 씨가 9일(현지 시간) 주영 북한대사관과 중국대사관 앞에서 동생을 포함한 북송 탈북민 구명 시위를 벌였다. 김 씨는 지난해 중국 당국이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 폐막 직후 동생 철옥 씨를 비롯해 현지에 수감돼 있던 탈북민 600여 명을 북송한 지 꼭 1년이 되는 날을 맞아 이번 시위를 계획했다. 김 씨는 그동안 영국, 미국 등에서 열린 다양한 북한 인권 행사에 참여하며 동생의 구명과 탈북민 강제 북송 중단을 촉구해 왔다. 일명 ‘고난의 행군’ 시절이던 1998년 당시 15세였던 철옥 씨는 먼저 탈북한 언니들을 만나기 위해 브로커를 통해 두만강을 건넜다. 하지만 곧바로 인신매매를 당해 자신보다 서른 살가량 많은 중국인 남성과 결혼했다. 25년 만인 지난해 4월 중국 공안에 붙잡혀 구금됐고, 그해 10월 9일 북송된 뒤 소식이 끊겼다. 김 씨는 이날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여성들은 중국에 팔려 와서 애 낳고 버려지는 도구가 아니다”라며 “살기 위해 나온 탈북민들을 난민으로 인정해 달라”고 호소했다. 북송 탈북민 문제는 다음 달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열리는 ‘보편적 정례 인권검토(UPR)’에서도 다뤄질 전망이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