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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다솜(25)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 정상에 오르며 올 시즌 첫 우승이자 투어 2승째를 거뒀다. 마다솜은 29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이글 1개, 버디 9개로 11언더파 61타를 쳤다. 최종 합계 19언더파 269타를 기록한 마다솜은 2위 윤이나(21)를 9타 차로 제치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2위에 9타 앞선 우승은 이 부문 역대 공동 4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고 구옥희 전 KLPGA 회장(1956∼2013)이 이 부문 1∼3위 기록을 모두 갖고 있다. 1982년에 20타 차, 14타 차 우승을 차지했고 앞서 1981년엔 13타 차 우승 기록을 남겼다.9월에 태어난 마다솜은 올해도 9월에 우승 트로피를 품으면서 투어 2승째를 거뒀다. 마다솜은 지난해 9월 OK금융그룹 읏맨오픈에서 투어 첫 우승을 맛봤다. 마다솜은 “큰돈(우승 상금 2억7000만 원)이 들어왔는데 계획을 잘 짜서 사용하겠다. 너무 큰 생일 선물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2라운드가 열린 27일이 생일이었다. 마다솜은 “지난 시즌 3라운드 대회에서 우승해 이번 시즌엔 4라운드 대회 우승을 목표로 세웠었다. 목표를 이뤘으니 오늘 집에 가서 올 시즌 새 목표를 다시 세워보겠다”고 했다. 윤이나, 김수지(28)와 공동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맞은 마다솜은 “후반 4개홀(10∼13번)에서 연속 버디를 하면서 ‘우승에 가까워졌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17번홀만 잘 넘기자는 생각으로 끝까지 열심히 쳤더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우승 소감을 말했다. 마다솜은 지난해 6월 준우승했던 한국여자오픈 17번홀에서 더블보기를, 우승했던 OK금융그룹 읏맨오픈 17번홀에선 보기를 해 연장 승부를 치러야 했다. 마다솜은 이날 퍼트 수를 23개로 막았다. 9개의 버디 중 7개를 파4 홀에서 낚았는데 버디를 기록한 파4 홀 퍼트 평균 거리는 약 6.1m였다. 4번홀(파5)에선 약 71m 거리에서 58도 웨지로 친 세 번째 샷이 홀에 떨어지는 등 아이언샷도 날카로웠다. 마다솜은 “오늘 같은 퍼트는 나도 처음 겪는 일 같다. 중장거리 퍼트를 이렇게 많이 넣은 건 처음이다. 퍼트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다 잘됐다”며 “스윙에 관해선 한두 가지만 머릿속에 넣고 경기에 단순하게 임하려고 노력했다. 특히 감정 조절이 평소보다 잘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골프를 시작한 마다솜은 한국체육대 입학 후 곧장 프로로 전향할 수 있었지만 국가대표의 꿈을 이루기 위해 투어 데뷔를 미뤘다. 2020년에 국가대표의 꿈을 이뤘고 2년 뒤인 2022년 투어에 데뷔하면서 동갑내기 선수들에 비해 4년가량 데뷔가 늦었다. 마다솜은 “실력이 늦게 올라와서 고3 때 국가대표 상비군에 처음 뽑혔고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 프로 전향도 늦게 했다”며 “프로 선수가 늦게 됐으니 그만큼 더 늦게까지 롱런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리디아 고(27)는 이날 5타를 줄여 최종 합계 6언더파 282타를 기록하며 10위로 대회를 마쳤다.인천=김정훈 기자 hun@donga.com}
리디아 고(27·뉴질랜드)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역전 우승하며 시즌 3승째를 거뒀다. 리디아 고는 23일 미국 오하이오주 메인빌의 TPC 리버스 벤드(파72)에서 열린 LPGA투어 크로거 퀸 시티 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이글 1개와 버디 7개를 낚아 9언더파 63타를 쳤다. 최종 합계 23언더파 265타를 기록한 리디아 고는 2위 지노 티띠꾼(21·태국)을 5타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유해란(23)이 최종 합계 17언더파 271타로 3위에 올라 한국 선수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선두 티띠꾼에게 2타 뒤진 채 최종일을 맞은 리디아 고는 전반에 3타를 줄여 1타 차로 따라붙은 뒤 후반 10번홀(파4) 버디, 11번홀(파5) 이글을 잡아 20언더파로 티띠꾼을 2타 차로 역전했다. 이후 리디아 고는 버디 3개를 추가했고, 티띠꾼은 버디와 보기를 각 3개씩 해 타수를 줄이지 못했다. 우승 상금은 30만 달러(약 4억 원). 리디아 고는 이날 우승으로 LPGA투어 시즌 3승이자 통산 22승을 기록했다.리디아 고는 “올 시즌 중반 어려움을 많이 겪으면서 ‘LPGA투어 명예의 전당에 들어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과 의심이 가득했지만 최근 몇 달간 동화 같은 일이 일어났다”며 “나는 이미 동화의 일부가 된 듯한 기분이 든다.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에 대해서도 마음을 먹으면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1월 LPGA투어 시즌 개막전 힐턴 그랜드 베케이션스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서 우승한 리디아 고는 한동안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8월 파리 올림픽 여자 골프에서 금메달을 딴 뒤 상승세를 타고 있다. 올림픽 금메달로 LPGA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올림픽을 마치고 “메이저 대회에서 다시 우승하고 싶다”고 했던 그는 지난달 26일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 AIG 여자오픈에서 정상에 섰다. 그리고 4주 만에 다시 정상에 오른 것이다. 리디아 고는 “유럽에서 가장 믿기 힘든 날을 보낸 뒤 3주를 쉬었기 때문에 이번 대회 성적을 확신할 수 없었다. 티띠꾼을 포함해 훌륭한 선수들이 즐비한 이런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것은 매우 특별한 일이다. 정말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LPGA투어 5대 메이저대회 중 에비앙 챔피언십(2015년), ANA 인스퍼레이션(2016년·현 셰브론 챔피언십), AIG 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리디아 고는 US여자오픈과 KPMG 여자PGA챔피언십 중 한 대회에서 우승하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다. 커리어 그랜드슬램은 4개 이상의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한 것을 뜻한다. 리디아 고는 이날 자신의 은퇴 시기에 대해서 간접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잘할 때 은퇴하는 것이 내 목표”라면서 “그런 점에서 로레나 오초아를 존경한다”고 말했다. 2003년 LPGA투어에 데뷔한 오초아는 2007년부터 158주 연속 여자 골프 세계 랭킹 1위를 지켰고, 세계 1위였던 2010년 은퇴했다. 메이저 2승을 포함해 27승을 기록한 오초아는 2017년 LPGA투어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리디아 고는 26일부터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리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에 참가한다. 그의 후원사 개최 대회다.김정훈 기자 hun@donga.com}
리디아 고(27·뉴질랜드)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시즌 3승이자 통산 22승을 달성했다. 리디아 고는 23일 미국 오하이오주 메인빌의 TPC 리버스 벤드(파72)에서 열린 LPGA투어 크로거 퀸 시티 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이글 1개와 버디 7개를 낚으며 9언더파 63타를 적었다. 최종합계 23언더파 265타를 기록한 리디아 고는 2위 지노 티띠꾼(21·태국)을 5타 차로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선두 티띠꾼에 2타 뒤진 채 최종일을 맞이한 리디아 고는 전반홀에서만 3타를 줄이며 티띠꾼을 추격했다. 특히 티띠꾼이 후반홀에서 타수를 줄이지 못하는 동안 6타를 줄이는 맹타를 보이며 티띠꾼을 큰 격차로 따돌리고 우승상금 30만 달러(약 4억 원)를 챙겼다. 리디아 고는 이날 LPGA투어 시즌 3승이자 통산 22승을 기록했다. 올 1월 열린 LPGA투어 시즌 개막전 힐튼 그랜드 배케이션스 챔피언스 토너먼트에서 우승을 했던 리디아 고는 지난달 끝난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 AIG 여자오픈에서 승수를 추가했었다. AIG 여자오픈에 앞서 파리올림픽 여자골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리디아 고는 “유럽에서 가장 믿을 수 없는 날을 보낸 뒤 3주를 쉬었기 때문에 이번 대회가 어떻게 될지 확신할 수 없었다. 티띠꾼을 포함한 여러 선수들이 최종일에서도 좋은 플레이를 보일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이런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것은 매우 특별한 일이다. 꽤 ‘초현실’적”이라고 말했다. 리디아 고는 자신이 새 목표로 삼은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이날 또 한 번 언급했다. 리디아 고는 앞서 AIG 여자오픈을 우승한 뒤 새로운 목표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꼽았다. 리디아 고는 이날 “이번 시즌 중반에 어려움을 많이 겪으면서 ‘LPGA투어 명예의 전당에 들어갈 수 있을까’하는 생각과 의심이 가득했지만, 최근 몇 달간 동화 같은 일이 일어났다”며 “나는 이미 동화의 일부가 된 듯한 기분이 든다.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에 대한 마음을 먹으면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LPGA투어 5대 메이저대회 중 에비앙 챔피언십, 셰프론 챔피언십, AIG여자오픈에서 우승을 한 리디아 고는 US여자오픈과 KPMG 여자PGA챔피언십 중 1개 대회 이상에 우승을 할 경우 자신의 목표를 달성한다. LPGA투어 사무국에 따르면 LPGA투어에서 커리어 그랜드슬램은 4개 이상의 메이저대회에서 우승을 한 선수를 뜻하기 때문이다. LPGA투어는 “LPGA투어에는 5개의 메이저대회가 있지만 메이저대회를 추가한 것은 ‘그랜드슬램’ 달성을 어렵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여자골프에 더 많은 기회를 창출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 때문에 LPGA투어는 앞으로도 4개의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한 선수를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선수로 인정할 것이다. 5개의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한 선수의 경우는 ‘슈퍼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 선수”라고 밝히고 있다. 김정훈 기자 hun@donga.com}
현대캐피탈 소속이 된 레오(34·쿠바)가 전 소속팀 OK저축은행을 상대로 컵대회 데뷔전을 치른다. 2024 통영·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가 21일 오후 1시 30분 경남 통영체육관에서 열리는 현대캐피탈과 OK저축은행의 경기를 시작으로 2주간의 일정에 돌입한다. 28일까지 국군체육부대(상무)를 포함한 남자부 8개 팀이 먼저 대회를 치른 뒤 29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여자부 대회가 열린다. 여자부도 일본에서 아란마레를 초청해 8개 팀이 우승컵을 놓고 경쟁을 벌인다. 올해 대회가 예년과 가장 차이가 나는 건 외국인 선수가 출전한다는 점이다. 외국인 선수가 국내 리그에서 뛰려면 국제배구연맹(FIVB)으로부터 국제이적동의서(ITC)를 받아야 한다. 이전에는 FIVB가 다음 시즌 ITC 발급 업무를 하기 전인 7, 8월에 주로 컵대회가 열려 외국인 선수 참가가 쉽지 않았다. 올해는 9월 말에 일정이 잡히면서 제도적인 걸림돌이 사라졌다. 이런 이유로 프로배구 최장수 외국인 선수인 레오도 한국 무대에서 맞는 7번째 시즌이 되어서야 컵대회 첫 출전 기록을 남기게 됐다. 레오는 지난 시즌까지 정규리그(V리그)에서 총 5979점을 올렸다. V리그 개막(다음 달 19일) 후 645점만 더하면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박철우(6623점)를 넘어 통산 최다 득점 주인공으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그 대신 컵대회에서는 통산 0점부터 시작이다. 남자부에서는 또 현대캐피탈 필립 블랑 감독(프랑스)을 비롯해 팀 지휘봉을 새로 잡은 외국인 감독 3명이 이번 컵대회를 통해 한국 무대 첫 우승에 도전한다. 일본 출신인 오기노 마사지 OK저축은행 감독이 부임 후 첫 일정이던 지난해 컵대회 때 바로 팀에 우승컵을 안긴 적이 있다.김정훈 기자 hun@donga.com}
북한 여자 축구가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결승에 올라 일본과 우승을 다툰다. 북한은 19일 콜롬비아 칼리에서 열린 U-20 월드컵 준결승전에서 미국을 1-0으로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미국은 이 대회에서 세 차례 우승한 강팀으로 독일과 함께 이 부문 공동 1위다. 이날 북한은 전반 22분에 터진 최일선의 선제골을 끝까지 지켜 한 골 차 승리를 거두고 8년 만이자 대회 통산 네 번째로 결승에 진출했다. 북한은 2008년 이 대회에서 준우승했고 2006년과 2016년엔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날 선제 결승골의 주인공 최일선은 이번 대회 5골을 기록하면서 나탈리아 벤티투(브라질), 히지카타 마야(일본)와 득점 공동 1위가 됐다. FIFA는 이날 북한의 승리 소식을 다루면서 “대회 첫 경기부터 우승 후보다운 모습을 보인 북한이 미국을 압도하며 결승에 진출했다. 북한은 경기 내내 강도 높은 압박으로 미국을 몰아붙였다”고 전했다. 북한은 아르헨티나(6-2 승) 코스타리카(9-0 승) 네덜란드(2-0 승)와 같은 조에 속한 이번 대회 조별리그 세 경기에서 모두 17골을 넣는 막강한 공격력을 보여줬다. 16강전에선 오스트리아를 5-2로, 8강에선 브라질을 1-0으로 눌렀다. 일본은 이날 준결승전에서 네덜란드에 2-0 승리를 거두고 3회 연속 결승에 올랐다. 2018년 대회 우승팀 일본은 직전 대회가 열린 2022년엔 준우승했다. 2020년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대회가 열리지 않았다. 북한과 일본의 결승전은 한국 시간으로 23일 오전 6시에 열린다. U-20 여자 월드컵에서 아시아 팀끼리 결승에서 맞붙는 건 2006년 북한-중국 경기 이후 18년 만이다.김정훈 기자 hun@donga.com}
북한이 일본을 상대로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여자 월드컵 통산 세 번째 우승에 도전한다.북한 U-20 여자 축구대표팀은 19일 콜롬비아 칼리의 에스타디오 올림피코 파스쿠알 게레로에서 열린 준결승에서 미국을 1-0으로 이겼다. 전반 22분 상대 페널티박스 오른쪽 바깥에서 공을 받은 최일선이 두 번의 터치 후에 강력한 왼발 슛으로 상대 골망을 갈랐다. FIFA는 이날 “이번 대회 첫 경기부터 우승 후보다운 모습을 보인 북한이 미국을 압도하며 결승에 진출했다”며 “북한은 90분 내내 강도 높은 압박으로 미국을 몰아세웠고, 이날 경기에서 더 크게 이기지 못한 점을 아쉬워해야 할 수준”이라고 했다.북한이 결승에서 만날 상대는 일본이다. 일본도 같은 날 열린 준결승전에서 마츠쿠보 마나카의 멀티 골을 앞세워 네덜란드를 2-0으로 꺾고 결승에 올랐다. U-20 여자 월드컵에서 아시아 팀끼리 결승전에서 만난 것은 2006년 대회 때 북한과 중국 맞대결 이후 두 번째이자 18년 만이다. 당시에는 북한이 승리하며 사상 첫 우승컵을 가져갔지만 일본 역시 이번 대회에서 우승 후보로 꼽히는 강호라 우승 예측이 쉽지 않다는 평가다.실제로 북한과 일본은 조별리그부터 준결승까지 단 한 차례도 패하지 않았다. 북한은 북중미 최강으로 꼽히는 브라질과 미국을 차례로 이기고 결승에 왔고, 일본 역시 유럽의 강호인 스페인과 네덜란드를 연이어 격파했다.FIFA는 “북한은 U-20 여자월드컵 본선에서 치른 16경기 중 14경기에서 승리했고, 최근 다섯 경기는 모두 무실점”이라며 “일본 역시 최근 치른 9경기 중 7경기에서 승리한 강팀”이라고 평가했다.양 팀 모두 ‘스트라이커’를 지니고 있다는 공통점도 있다. 북한은 4강전에서 결승골을 넣은 최일선이 이번 대회 5골로 득점 공동 선두에 올라있다. 일본 역시 조별리그에서만 4골을 넣는 등 히지카타 마야가 5골을 기록 중이다. 다만 우승과 결승 진출 횟수는 북한이 다소 앞선다. 북한은 앞서 세 차례 결승에 진출해 2006년과 2016년 두 차례 우승을 했다. 2008년에는 준우승을 했다. 일본은 한 차례(2018년) 우승을 했지만, 최근 3개 대회 연속 결승전에 진출했다는 강점이 있다. 일본은 첫 우승을 했던 2018년을 시작으로 2022년과 이번 대회에 모두 결승전에 진출했다. 2020년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대회가 취소됐다. 두 팀의 결승전은 한국시간으로 23일 오전 6시 열린다.김정훈 기자 hun@donga.com}
해리 케인의 4골을 앞세운 바이에른 뮌헨(독일)이 이번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첫 경기에서 대승을 거뒀다.뮌헨은 18일 열린 2024~2025시즌 챔피언스리그 페이즈 1차전 디나모 자그레브(크로아티아)와 안방 경기에서 9-2 대승을 거뒀다.전반 19분 케인의 페널티킥 골로 포문을 연 뮌헨은 전반을 3-0으로 앞선 채 마친 뒤 후반에만 6골을 몰아넣으며 팀의 대승을 만들어냈다. 뮌헨은 공식 홈페이지에 “21번 챔피언스리그에 참가한 뮌헨은 매 대회 첫 경기에서 승리했는데, 이날 기록은 어떤 기록과도 비교할 수 없다”며 “챔피언스리그 사상 한 경기에서 9골을 넣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알렸다.전반 19분 페널티킥으로 팀의 선제골을 만들어낸 케인은 이날 페널티킥으로만 3골을 넣었다. 유럽대항전에서 페널티킥으로만 3골을 넣은 건 케인이 처음이다. 직전 경기였던 분데스리가 홀슈타인 킬과의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했던 케인은 이날 두 경기 연속 해트트릭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빈센트 콤파니 뮌헨 감독은 “선수 스스로가 동기부여가 돼 있으면 모든 것이 쉬워지는데, 케인은 현재 동기부여가 매우 잘 돼 있다”고 말했다. 케인은 “한 경기에서 세 번의 페널티 킥을 얻어낸 건 이번이 처음이라 색다른 느낌이었지만, 4골을 넣었다는 사실이 환상적”이라고 했다.김민재는 이날 선발 출전해 68분간 경기장을 밟았다. 후반 23분 에릭 다이어와 교체될 때까지 김민재는 96%의 패스 성공률을 보였다. 다만 소파스코어에 따르면 김민재는 팀 내에서 가장 낮은 평점인 6.2를 받았다. 이번 시즌 레알 마드리드(레알·스페인)로 이적한 킬리안 음바페도 레알 유니폼을 입고 처음으로 챔피언스리그 골 맛을 봤다. 음바페는 슈투트가르트(독일)와 안방 경기에 선발 출전해 후반전 시작 27초 만에 팀의 선제골을 만들었다. 스페인 라리가에서 두 경기 연속 골을 넣었던 음바페는 레알 이적 후 3경기 연속이자 챔피언스리그 첫 골을 이날 기록했다. 음바페는 “멋진 밤이었다”며 “3경기 연속 득점을 하고 있지만 더 할 수 있다. 매 경기 컨디션이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 종료 직전에는 역습 상황에서 2006년생 엔드릭이 왼발 쐐기포를 터뜨렸다. 18세 58일인 엔드릭은 레알 유니폼을 입고 뛴 선수 중 챔피언스리그에서 가장 어린 나이에 골을 넣은 선수가 됐다. 이전 기록은 라울의 18세 113일이었다. 엔드릭은 “데뷔와 챔피언스리그 첫 골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팀은 3-1로 이겼다.이번 시즌부터 챔피언스리그 출전팀이 36개 팀으로 늘면서 조별리그는 안방과 방문 형식으로 각 4경기씩 8경기를 치르는 ‘리그 페이즈’ 형식으로 바뀌었다.김정훈 기자 hun@donga.com}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과 아스널이 15일 ‘북런던 더비’를 앞둔 가운데, 양 팀의 분위기가 엇갈리고 있다. A매치 기간 중 토트넘의 주장 손흥민은 골맛을 보며 분위기를 올렸지만, 아스널의 주장 마르틴 외데고르는 부상을 당했다. ‘북런던 더비’는 EPL을 대표하는 라이벌전이다. 토트넘과 아스널은 15일 오후 10시 2024~2025시즌 EPL 4라운드 경기를 치른다. 이번 시즌 첫 북런던 더비다. 토트넘은 1승 1무 1패(승점 4)로 EPL 10위에 자리해 있는데 북런던 더비를 앞두고 팀 분위기는 좋다. 주장 손흥민이 A매치 기간 골맛을 봤다. 손흥민은 10일 열린 오만과의 2026 북중미(미국, 캐나다, 멕시코)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에서 한국의 3-1 승리를 이끌었다. 토트넘은 공식 홈페이지에 ‘소니(Sonny)가 오만을 상대로 한국의 승리를 이끌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손흥민의 활약을 다루기도 했다. 토트넘 구단은 “손흥민은 한국 대표팀이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첫 승리를 거둔 경기에서 1골 2도움을 기록했다”며 “팔레스타인과 1차전에서 무승부(0-0)를 거두면서 한국은 승리가 필요했고, 그런 상황에서 손흥민이 뛰어난 득점으로 한국에 승점 3을 안겼다. 손흥민이 개인 통산 129번째 A매치에서 49호 골을 터트렸다”고 전했다. 손흥민은 이번 시즌 개막 후 EPL 3경기에서 2골을 넣어 득점 공동 6위에 올라 있는데 A매치 기간 득점포 가동에 이어 북런던 더비에서도 상대 골문을 조준한다.아스널의 분위기는 밝지 않다. EPL 시즌 개막 후 2승 1무(승점 7)로 4위를 달리고 있지만 A매치 기간에 주장 외데고르가 부상을 입었다. 노르웨이 국가대표인 외데고르는 9일 오스트리아와의 2024~20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네이션스리그 안방 경기에 출전했다가 왼쪽 발목을 다쳤다. 경기 도중 상대 선수의 태클에 발목을 가격당한 외데고르는 그대로 쓰러졌고 부축을 받으면서 벤치로 물러났다. 올라 산드 노르웨이 축구대표팀 주치의는 “이런 발목 부상의 경우 보통 치료에 최소 3주가 걸리고 이보다 더 오래 걸릴 수도 있다”고 했다. 아스널은 미드필더인 데클런 라이스도 브라이턴과의 직전 경기에서 퇴장당해 북런던 더비에 나서지 못한다. 축구 통계 전문매체 ‘옵타’는 11일 “데클런 라이스가 출전 정지로 나서지 못하고 리카르도 칼라피오리도 A매치 기간 중 종아리 부상을 입었다. 아스널엔 좋지 않은 한 주 였다”고 전했다.김정훈 기자 hun@donga.com}
마우리시오 포체티노(52·아르헨티나) 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첼시 감독이 미국 축구대표팀을 이끌고 2026년 북중미(미국, 캐나다, 멕시코) 월드컵에 나선다. 포체티노 감독은 2014년부터 2019년까지 EPL 토트넘 사령탑으로 손흥민(32)을 지도했다.미국축구협회는 11일 홈페이지를 통해 남자 축구대표팀 사령탑에 포체티노 감독을 선임한다고 알렸다. 협회는 “노련하고 존경받는 포체티노 감독은 토트넘, 첼시, 파리 생제르맹(PSG·프랑스) 등 유럽의 최고 클럽에서 성공적인 활약을 펼쳤다”며 “역동적인 플레이 스타일로 팀을 구성하는 포체티노 감독은 폭넓은 경험과 전술적 통찰력을 바탕으로 미국을 이끌 것”이라고 선임 배경을 설명했다. 신디 팔로우 콘 미국축구협회장도 “포체티노 감독은 최고 수준의 성공을 거둔 세계적 수준의 감독”이라고 치켜세웠다.이로써 미국 대표팀은 남미축구선수권대회(코파아메리카) 조별리그 탈락으로 그레그 버홀터 감독이 경질된 지 2개월 만에 사령탑을 새로 맞게 됐다. 미국의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은 이날 “포체티노 감독은 북중미 월드컵이 끝날 때까지 약 2년 간 미국 대표팀을 이끌 것”이라며 “포체티노 감독은 첼시에서 받던 연봉보다는 적지만 600만 달러(약 80억 원)를 받는다. 미국 축구대표팀 감독 역대 최고 연봉”이라고 전했다.국가대표팀을 지휘한 경험이 없클럽팀에서 감독이 미국 대표팀 사상 최고 연봉을 받으며 부임한 건 그가 그동안 클럽 팀에서 보여준 성과 덕분이다. 포체티노 감독이 국가대표팀을 지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르헨티나 국가대표 수비수 출신인 포체티노 감독은 선수 시절 2002년 한일 월드컵 출전으로 월드컵 무대를 경험한 적이 있다.포체티노 감독은 2009년 에스파뇰(스페인)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뒤 EPL 사우샘프턴을 거쳐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손흥민의 소속 팀인 토트넘 사령탑을 맡았고 토트넘을 구단 역사상 첫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으로 이끌었다. 또 2021~2022시즌 PSG 사령탑을 맡아 리그1과 쿠프 드 프랑스(FA컵)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기도 했다. 포체티노 감독은 “선수만큼이나 열정적인 팬이 있는 미국 대표팀을 이끌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역사적인 것을 성취하려는 에너지와 열정은 내게 영감을 줬다”며 “재능과 잠재력으로 가득 찬 선수들과 함께 온 국민이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특별한 결과를 월드컵에서 만들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김정훈 기자 hun@donga.com}
“감독님과 의무팀, 과학지원팀 등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장애인 탁구 국가대표 김영건(40)은 8일 파리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선수단에 6번째 금메달을 안긴 뒤 이렇게 말했다. 김영건은 이날 TT4(숫자가 작을수록 장애가 심함) 등급 남자 단식 결승에서 완차이 차이웃(35·태국)을 상대로 3-2(6-11, 11-9, 11-7, 9-11, 11-5) 역전승을 거뒀다. 김영건의 이 금메달로 한국은 이번 대회 개막 전 세웠던 목표(금 5개)를 초과 달성하게 됐다. 2000년 시드니 패럴림픽 사격 금메달리스트인 정진완 대한장애인체육회장(58)은 3년 전 도쿄 대회 때 금 2개, 은 10개, 동메달 12개로 종합 41위에 그친 뒤 “선수 발굴부터 육성, 훈련 전 과정에 스포츠 의·과학을 접목해 경기력을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이번 대회에서 은 10개, 동 14개를 포함해 메달을 총 30개 따내며 약속을 지켰다. 정 회장은 폐회식을 하루 앞두고 마련한 ‘선수단의 밤’ 행사에서 “좋은 성적을 내주신 선수단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하다. 앞으로 부족한 부분을 더 채워 최상의 훈련 환경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이 행사는 12일간 대회를 치르느라 파리를 제대로 경험하지 못한 선수단이 ‘낭만의 도시’를 만끽할 수 있도록 센강을 오르내리는 유람선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 함께한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41)은 “선수단 여러분은 물론이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써준 지도자, 가족, 급식지원팀, (장애인)체육회 직원 등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 문체부도 계속 여러분을 돕겠다”고 말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더 큰 박수가 나온 건 배동현 한국 선수단장(41·창성그룹 부회장) 발언 때였다. 배 단장이 “이번 대회 참가 선수 83명 전원과 각 종목 감독 17명 등 총 100명에게 (20돈 상당의) 순금 메달을 전달하겠다”고 밝히자 곳곳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장애인체육회 관계자는 “이번 대회 선수촌 한국 숙소에 있는 화이트보드에도 ‘배동현, 스케일 짱’처럼 배 단장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문구가 가득 찼다”고 전했다.선수단의 밤 행사에는 이번 대회 기간 진행된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선수위원 선거에서 당선된 원유민(36·사진)도 참석했다. 원유민은 이날 IPC가 발표한 개표 결과 전체 후보 25명 중 4위(296표)로 임기 4년의 선수위원으로 뽑혔다. 한국에서 IPC 선수위원이 나온 건 2017년 홍석만(49) 이후 원유민이 두 번째다. 원유민은 “정말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다. 혼자였다면 절대 해낼 수 없던 일”이라고 고마움을 전한 뒤 “내가 받은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돌려줄 수 있는 그런 선수위원이 되겠다”고 말했다. 네 살 때 교통사고로 두 다리를 잃은 원유민은 열두 살 때 캐나다로 이민을 떠나 휠체어 농구 선수로 활동했다. 이후 국적을 회복해 2022년 베이징 겨울 패럴림픽 때는 한국 노르딕스키 대표로 참가했다. 대회 일정을 모두 마친 한국 선수단은 1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선수단 가족을 포함해 160여 명이 참가하는 해단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선수들은 이 자리에서 배 단장이 준비한 순금 메달을 받는다.파리=김정훈 기자 hun@donga.com}
아버지 손을 잡고 따라다녔지만 탁구가 재밌었다. 지적 장애란 진단을 받고도 탁구를 계속 쳤다. 탁구는 그에게 삶을 지탱해 주는 즐거움이자 희망이었다. 그리고 세 번의 도전 끝에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6일 프랑스 아레나 파리 쉬드에서 열린 파리 패럴림픽 탁구 TT11등급(지적 장애) 남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김기태(26)는 자신을 탁구장으로 이끈 아버지 김종섭 씨(55)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김기태는 “패럴림픽에서 금메달이 없어서 이번 대회가 정말 간절했다”며 “한국으로 돌아가 부모님께 금메달을 걸어드리고 앞으로 더 효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태가 탁구와 연을 맺은 것은 아버지 덕분이었다. 김 씨는 아들이 남들보다 조금 더딘 아이라고만 생각했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 셈과 말이 느렸지만, 행동이 민첩해 장애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김 씨는 “내가 평소 동사무소 탁구장에 자주 갔다. 기태도 따라다녔는데 탁구 라켓을 쥐여주니 재미있어했다”고 말했다. 김기태는 초등학교 3학년 때 경기 용인시 역삼동사무소 탁구장에서 활동하는 동호회 회장의 눈에 띄면서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김기태는 “아버지를 따라간 곳에 내 재능을 발견해준 분이 있었다”며 “아버지도 적극 권유를 하셔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운동을 시작한 김기태는 중학교 1학년 때인 2011년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다. 병원에서 지적 장애 3급 판정을 받은 것이다. 김기태는 장애 판정을 받고 운동을 그만둬야 할 위기였지만, 그해 처음 장애인 탁구에 TT11(지적 장애) 등급이 생기면서 탁구를 이어갈 수 있었다. 김 씨는 “장애인 경기는 나이에 상관없이 같은 등급 장애를 가진 선수끼리 겨루기 때문에 성인과 붙어도 이기는 기태가 선수로서 클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김기태는 2014년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을 시작으로 2015년 코리아오픈 1위 등 장애인 탁구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2022년 세계 장애인탁구선수권대회에서는 단식, 복식, 혼합복식 등 3관왕을 차지하기도 했고, 지난해 열린 항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도 혼합복식 금메달을 획득했다. 하지만 패럴림픽 금메달과는 인연이 닿지 않았다. 2016년 처음 출전한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서는 단식 4위를 했고, 2021년 열린 도쿄 대회 때는 단식 예선 탈락을 했다. 자신의 세 번째 패럴림픽인 파리 대회에서 금메달의 한을 푼 김기태는 이날 그 영광을 아버지에게 돌렸다. 김기태는 “아버지가 아니었다면 지금 평범한 학생일 것 같다”며 “탁구의 길로 이끌어준 아버지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기태는 이날 결승에서 천보옌(18·대만)에게 1세트를 내줬지만 내리 세 세트를 가져오며 3-1(3-11, 15-13, 11-7, 11-9)로 역전 우승했다.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의 다섯 번째 금메달이다. 파리=김정훈 기자 hun@donga.com}
파리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개회식 때 한국 대표팀 기수를 맡은 최용범(28·카누)의 양쪽 귀 아래에는 비장애인 올림픽 상징인 오륜기 문신이 새겨져 있다. 최용범은 “스물한 살 때 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새긴 문신”이라고 말했다. 최용범은 원래 비장애인 카누 선수였다. 충남 부여중 2학년 때 카누를 처음 시작한 그는 이듬해 전국대회에서 우승하면서 유망주로 이름을 날렸다. 운명이 바뀐 건 2022년 3월이었다. 실업팀에서 뛰다 2018년 군에 입대한 최용범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기승을 부리던 2020년 제대했다. 코로나19 탓에 각 팀이 긴축재정을 펼치면서 최용범은 새 팀을 찾는 데 애를 먹었다. 최용범은 “돈을 벌면서 운동을 계속하다 보면 좋은 기회가 올 것”이라는 마음으로 택배 기사 일을 시작했다. 그러다 새벽에 교통사고가 났다. 병원에서 눈을 떴을 땐 왼쪽 무릎 아래를 절단한 뒤였다. 최용범은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좌절했었다”고 말했다. 장애를 얻은 게 최용범에게 오히려 기회가 됐다. 사고 소식을 접한 대한장애인체육회에서 그에게 손을 내밀었던 것. 장애인 카누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때부터 패럴림픽 정식 종목이 됐지만 한국은 선수를 찾지 못해 애간장을 태우고 있던 상태였다. 정진완 장애인체육회장은 “한국 장애인 체육 발전을 위해서는 최용범 같은 선수가 꼭 필요했다”며 “사고 소식을 듣고 중학교 은사인 주종관 코치와 함께 최 선수를 찾아가 장애인 카누 전향을 권유하라고 직원에게 지시했다”고 말했다. 최용범은 비장애인 카누에서는 10년 가까운 경력을 자랑하는 베테랑 선수였지만 장애인 카누는 달랐다. 의족을 착용한 왼쪽 다리가 더 무거워 균형을 잡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카누를 처음 시작할 때처럼 물에 빠지고 또 빠졌다. 최용범은 “처음 물에 빠졌을 때 정말 당황했다. ‘(의족을 찬 채로) 수영이 될까’ 싶었는데 되더라”며 웃었다. 그리고 다시 카누를 시작한 지 10개월 만에 태극마크를 달았다. 장애인 카누를 처음 시작할 때 200m 기록이 50초대였던 최용범은 올해 5월 국제카누연맹(ICF) 세계장애인선수권대회 남자 카약 KL3 등급(하체에만 장애가 있음) 200m 결선에서 41초08의 기록으로 7위를 하며 파리 패럴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1위를 한 후안 바예 가야르도(47·스페인·40초17)와 1초도 차이가 나지 않는 기록이었다. 최용범은 6일 오후 5시 40분 열리는 예선을 시작으로 파리 패럴림픽 금메달을 향해 노를 젓는다. 한국 선수단의 기수로 파리에 첫발을 내디딘 최용범은 “짧은 시간 재활과 체력, 체중 감량 등을 동시에 하면서 훈련해야 해 정말 힘들었다”며 “하지만 비장애인 때부터 올림픽 출전이 인생의 목표였기 때문에 패럴림픽 출전 기회는 내게 큰 희망이다. 무조건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싶다”고 말했다. 파리=김정훈 기자 hun@donga.com}
“은혜야, 파이팅!” 영화배우 진선균 씨(47)는 파리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을 앞두고 휠체어 펜싱 국가대표 조은혜(39)를 응원하는 영상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 조은혜는 2017년 낙상 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찾아오기 전까지 진 씨가 출연한 영화 ‘범죄도시’ 등의 촬영 현장에서 스타일리스트로 일했다. 사고 후 병원에서 재활 치료를 하던 조은혜는 방송 뉴스를 통해 휠체어펜싱을 알게 된 뒤 대한장애인펜싱협회에 무작정 전화를 걸어 미용 펜슬 대신 칼을 잡게 됐다. 조은혜는 “하얀색 펜싱복을 입고 경기를 하는 선수들의 모습이 우아하고 멋져 보여 마음에 ‘쏙’ 들었다”면서 “휠체어 펜싱을 시작한 뒤 비장애인으로 생활할 때는 경험해 보지 못했던 승리의 희열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그만큼 패배의 아쉬움도 컸다. 조은혜는 5일 파리 패럴림픽 펜싱 여자 B등급(척수 장애) 플뢰레 동메달 결정전에서 베아트리체 비오(27·이탈리아)에게 2-15로 패한 뒤 눈물을 펑펑 쏟았다. 전날 사브르 8강에서 탈락한 데 이어 이날도 꿈에 그리던 패럴림픽 메달 획득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조은혜는 “내가 정말 하고 싶은 동작과 기술이 있는데 그게 경기에서 잘 나오지 않다 보니 나 자신에게 속상하고 아쉬워 눈물이 났다”며 “다음 경기에서는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조은혜는 6일 주종목인 에페에 출전해 다시 메달 사냥에 나선다. 조은혜는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에페 은메달을 차지한 경험도 있다. 조은혜는 “처음 출전하는 패럴림픽이다 보니 즐겁고 신나다가도 긴장이 되곤 한다”며 “나 자신을 이겨야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에페에서는 꼭 금메달을 따서 애국가가 울려퍼지게 하겠다”고 말했다. 파리=김정훈 기자 hun@donga.com}
‘스마일 슈터’ 박진호(47)가 한국 선수 파리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첫 2관왕에 올랐다. 박진호는 3일 프랑스 샤토루 사격센터에서 열린 SH1 등급(척수장애) 남자 소총 3자세 50m(R7) 결선에서 패럴림픽 신기록인 454.6점을 쏘며 2위 둥차오(39·중국·451.8점)를 2.8점 차로 따돌렸다. 그러면서 지난달 31일 열린 남자 공기소총 10m 입사(R1)에 이어 이번 대회 두 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진호는 “첫 금메달을 땄을 때보다 더 정신이 없다.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하는 느낌”이라며 “내가 시원한 것을 좋아하는 데 오늘 날씨가 시원해 편안하게 쐈다. 그래서 패럴림픽 신기록까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수원대 체육학과를 졸업한 박진호는 2002년 낙상으로 휠체어에 앉게 됐다. 박진호는 이 일로 ‘체육인이 되겠다’는 꿈을 접으려 했지만 큰누나 박경미 씨(51)가 “장애인도 운동을 할 수 있다”며 동생을 설득했다. 박진호는 “남자다운 운동이 하고 싶다”면서 사격을 선택했다. 박진호는 이후 2014년 세계장애인사격선수권대회에서 4관왕에 오르는 등 ‘장애인 사격의 진종오’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러나 패럴림픽 금메달과는 유독 인연을 맺지 못했다. 첫 패럴림픽 무대였던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때는 빈손으로 돌아왔고 3년 전 도쿄 대회 때도 은, 동메달을 1개씩 따내는 데 만족해야 했다. 이번 대회 2관왕으로 한을 푼 박진호는 5일 열리는 혼성 소총 50m 복사(R6)에서 3관왕에 도전한다. 박진호가 이 종목에서도 금메달을 차지하면 한국 장애인 사격 역사상 최초로 패럴림픽 단일 대회 3관왕 타이틀을 얻게 된다. 박진호는 “이번 대회 첫 금메달을 땄을 때도 하루만 축하받고 그 다음 날부터 ‘그냥 한 경기가 끝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때 들떠 있었다면 2관왕도 없었을 것”이라며 “패럴림픽에 한이 많기 때문에 다음 경기도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임할 것이다. 대회를 마치고 본가와 처가를 돌며 파티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진호의 아내인 양연주(44)도 장애인 사격 선수다. 두 사람은 같은 병원에서 함께 재활하다 사랑을 키워 부부의 연을 맺었다. 그리고 남편 권유로 아내도 총을 들면서 사격 선수 부부가 됐다. 이번 대회에는 함께 출전하지 못했지만 2022년 창원 세계장애인선수권 때는 부부가 나란히 태극마크를 달기도 했다. 샤토루=김정훈 기자 hun@donga.com}
한국 보치아 대표팀이 이번에도 비장애인 여자 양궁 대표팀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한국 여자 양궁이 10회 연속으로 올림픽 금메달 사냥에 성공한 것처럼 한국 보치아도 10회 연속 패럴림픽(장애인 올림픽) 금메달을 차지했다. 주인공은 ‘보치아의 페이커’ 정호원(38)이었다. 세계보치아연맹 BC3(사지마비) 등급 랭킹 3위 정호원은 3일 파리 패럴림픽 보치아 남자부 BC3 등급 개인전 결승에서 세계 1위 대니얼 미셸(29·호주)을 5-2(3-0, 1-0, 0-2, 1-0)로 물리쳤다. 그러면서 이번 한국 대표팀에 보치아 첫 금메달이자 전체 세 번째 금메달을 안겼다. 정호원에 앞서 정소영(36)이 여자 BC2, 정성준(46)이 BC1 등급 결승에 진출했지만 모두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해 1988년 서울 대회 때부터 이어진 보치아 금메달 획득 기록이 9회 연속에서 멈춰 있었다. 승리 확정 순간 경기용 고글을 벗어 던지며 포효한 정호원은 “그동안 표현은 안 했지만 매우 큰 부담에 시달렸다. 금메달을 따고 나니 마음이 후련하다”면서 “최근에 성적이 나오지 않아 (동갑내기 친구인) 김승겸 코치가 애를 참 많이 썼다. 그 덕에 경기력이 올라왔다”며 김 코치에게 공을 돌렸다. 정호원과 14년째 호흡을 맞추고 있는 김 코치는 “호원이가 성적이 나오지 않을 때 ‘나 때문인가’ 하는 자책을 많이 했다”며 “이런 마음과 부담감을 이겨내려고 이런저런 노력을 많이 했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져 기쁘다”고 말했다. 임광택 보치아 대표팀 감독도 “호원이의 경기력이 전성기 수준으로 돌아왔다”고 평했다. 2008년 베이징 대회 때부터 패럴림픽에 출전한 정호원은 3년 전 도쿄 대회 때까지 금 3개, 은 2개, 동메달 1개를 목에 걸었다. 그리고 5번째 패럴림픽인 이번 파리 대회 때도 금메달을 추가하면서 보치아 역사상 패럴림픽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선수가 됐다. 이 종목에서 패럴림픽 금메달을 4개 따낸 선수는 정호원까지 3명인데 나머지 2명은 은메달이 1개뿐이다. 정호원은 “개인전 금메달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이후 8년 만이다. 개인전 금메달을 다시 목에 걸어 정말 좋다”면서 “아직 4년 뒤 로스앤젤레스(LA) 대회는 생각해 보지 않았지만 앞으로 계속 더 잘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호원은 강선희(47)와 짝을 이루는 BC3 혼성 페어(2인)에서 다시 한번 금메달에 도전한다. 정호원은 앞선 4차례 패럴림픽에서는 한 번도 2관왕에 오른 적이 없다. 정호원은 “파리에 오기 전부터 목표로 삼았던 2관왕을 달성할 수 있도록 혼성 페어 때도 개인전과 마찬가지로 간절한 마음으로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호원이 장애를 만난 건 생후 100일이 지났을 무렵이다. 정호원의 부모는 경기 가평군 대성리역에서 매점을 운영했다. 인근에 집이 있었지만 가게에 자꾸 도둑이 들어 아예 정호원을 데리고 매점에서 숙식을 해결했다. 취객이 난동을 부려 아버지가 밖으로 나갔고 어머니 홍현주 씨(64)도 정호원을 평상에 재운 뒤 남편을 따라 나섰다. 그사이 정호원이 바닥에 떨어지면서 일시적으로 뇌에 산소가 공급되지 않았다. 정호원은 결국 뇌병변(뇌성마비) 진단을 받았다. 정호원이 아홉 살이던 1995년에는 집에 불이 났다. 휠체어에 앉아 움직일 수 없는 정호원을 어머니 홍 씨가 온몸으로 감싸는 동안 네 살 터울 형은 전신 화상을 입었다. 작은아들에 이어 아내와 큰아들까지 장애인이 되자 아버지는 집을 떠났다. 혼자 매점을 꾸려 가게 된 홍 씨는 두 아들에게 “세상에 힘들지 않은 사람은 없다.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너희 힘으로 이겨내야 한다”고 이야기하곤 했다. 정호원은 “어머니는 내가 부담을 느낄까 봐 일부러 자주 연락을 하지 않으시는데 그런 모습을 보면 마음이 더욱 아프다. 살가운 아들이 아니라 죄송하다. 앞으로 더욱 잘하겠다”고 말했다.파리=김정훈 기자 hun@donga.com}
“파리에 오기 전 약속했던 메달과 소고기를 들고 할머니 묘소를 찾아뵐 것이다.” 1일 파리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태권도 K44 남자 80kg급에서 동메달을 목에 건 주정훈(30)은 이렇게 말했다. 2021년 열린 도쿄 대회에서 동메달을 딴 뒤 귀국해 치매로 요양병원에 있던 할머니를 가장 먼저 찾았었는데, 이번에도 자신의 메달을 돌아가신 할머니에게 가장 먼저 바치겠다고 했다. 주정훈이 할머니에게 이렇게 애틋한 감정을 갖고 있는 이유는 어린 시절 경남 함안군의 할머니 집에서 자랐기 때문이다. 맞벌이를 하는 주정훈의 부모 대신 할머니 김분선 씨가 손자를 키웠다. 주정훈은 두 살 때 할머니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소여물 절단기에 오른손을 넣는 바람에 지금의 장애를 얻었다. 이후 김 씨는 아들 내외와 주정훈을 볼 때마다 자신이 죄인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주정훈은 워낙 어렸을 때 벌어진 일이라 기억하지 못했지만 할머니는 평생 죄책감을 가지고 살았다. 주정훈은 자신에게 죄책감을 가지고 있는 할머니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었다. 할머니는 2018년이 돼서야 눈물을 멈췄다. 죄책감이 사라진 게 아니라 치매로 기억이 사라져 손자를 알아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도쿄 대회를 마친 뒤 찾았을 때도 여전히 주정훈을 알아보지 못했고, 결국 몇 달 뒤 할머니는 세상을 떠났다. 주정훈은 할머니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요양병원을 찾았지만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 그 대신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셨다는 얘기를 들었다. 주정훈은 이후 할머니를 가슴에 품고 다시 뛰었다. 파리로 떠나기 전 할머니 묘소를 찾아 “대회가 끝난 뒤 금메달과 함께 (평소 좋아하셨던) 소고기를 싸 올게요”라고 약속했다. 주정훈은 16강과 8강은 가볍게 통과했지만 4강에서 만난 루이스 마리오 나헤라(멕시코)를 넘지 못했다. 8강전에서 상대 무릎에 맞은 왼쪽 골반에 통증이 왔지만 끝까지 참고 경기에 나섰다. 주정훈은 동메달 결정전에서 눌란 돔바예프(카자흐스탄)를 7-1로 꺾고 2회 연속 동메달을 획득했다. 간절히 원한 금메달은 아니었지만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었다. 파리=김정훈 기자 hun@donga.com}
왼손에 박인 굳은살만 보면 베테랑 선수가 따로 없다. 실제로는 파리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대표팀 선수 83명 중 유일한 10대다. 한국 선수단 ‘막내’ 서민규(19·사진) 이야기다. 어떤 종목이든 오른손잡이 선수는 오른손에 굳은살이 더 많이 생기게 마련이다. 보치아 선수인 서민규는 오른손잡이지만 왼손에 굳은살이 가득하다. 오른손으로 공을 던지면서 왼손으로 휠체어를 있는 힘껏 꽉 잡아 생긴 일이다. 임광택 한국 보치아 대표팀 감독은 “보치아 선수는 몸이 고정되지 않으면 공을 정확하게 던질 수 없다. 민규는 자신의 신체적 불리함을 손바닥의 힘으로 버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치아는 구슬치기와 컬링을 합쳐 놓은 것 같은 종목이다. 엔드마다 공을 6개 던져 표적구에 더 가까이 붙인 선수(팀)가 점수를 가져가는 방식으로 경기를 진행한다. 서민규의 종목인 BC2 등급 출전 기준은 딱 하나, ‘손으로만 공을 던져야 한다’는 것뿐이다. 맨바닥에 앉는 선수는 공을 던지는 데만 집중하면 되지만 휠체어에 앉는 선수는 방향이 틀어지지 않도록 왼손으로 휠체어 바퀴를 잡고 있어야 한다. 칠삭둥이로 태어난 서민규는 인큐베이터에서 인공호흡기에 의존한 채 102일을 보낸 뒤에야 어머니 김은희 씨(43) 품에 안길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뇌병변 장애를 얻은 서민규는 초등학교 1학년이던 2012년 특수반 선생님 권유로 보치아를 시작했다. 서민규는 보치아를 시작한 첫해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따며 가능성을 보였고 지난해 18세 나이에 국가대표가 됐다. 한국 장애인 선수가 보치아 국가대표가 되는 건 비장애인 선수가 양궁 국가대표가 되는 것만큼 힘든 일이다. 비장애인 양궁 대표팀이 올림픽 여자 단체전 10연패를 이룬 것처럼 한국 보치아 대표팀도 파리에서 패럴림픽 10회 연속 금메달에 도전한다. 서민규는 태극마크를 달고 참가한 지난해 항저우 장애인 아시안게임에서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항저우에서 경기보조코치로 서민규와 금메달을 함께 따낸 어머니는 파리 패럴림픽 때도 아들 곁을 지키고 있다. 서민규는 “나를 세우는 원동력은 어머니”라며 “어머니는 혼자 세 명의 아이를 키우셨다. 운동을 시작한 후 내게 온전히 전념해 주셔서 죄송한 마음과 감사한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서민규는 이번 대회 조별리그 B조 1차전에서 프란시스 롬바우츠(40·벨기에)에게 5-2로 승리하며 패럴림픽 금메달을 향해 첫걸음을 내디뎠다. 서민규는 패럴림픽 데뷔전이던 이 경기에서 주눅 들지 않겠다는 듯 여러 차례 ‘파이팅’을 외치기도 했다. 서민규는 “솔직히 부담이 됐다. 파이팅을 외쳐야 분위기가 끌려올 거라 생각했다. 한국 보치아를 대표해 패럴림픽 시상대에 꼭 오르고 싶다”며 “평소 좋아하는 축구선수 이강인(파리생제르맹)이 머무는 파리가 ‘기회의 땅’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어머니 김은희 씨는 “민규를 돌보느라 두 동생에게 소홀한 면이 있었다. 민규가 시상대에 오르면 여러 장면이 파노라마처럼 머릿속을 스칠 것 같다”고 말했다. 파리=김정훈 기자 hun@donga.com}
전선 가설 작업을 하다 2만2000V 고압선을 잘못 건드렸다. 정신을 잃었다 깨어 보니 두 팔이 없었다. 의사는 “목숨을 건진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했다. 쓴 소주로 아픔을 달래보려 해도 술잔조차 혼자 들 수 없었다. 김황태(47)가 스물세 살이던 2000년 여름의 일이다. 그때 고교 시절부터 인연을 맺은 동갑내기 친구 김진희 씨가 곁을 지키며 술잔을 채워줬다. 김 씨의 도움으로 김황태는 조금씩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됐다. 그러면서 김 씨가 술잔 대신 물병을 드는 일이 일어났다. 김황태가 마라톤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결국 부부가 된 두 사람은 2004년 딸을 얻었다. 딸이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 받아온 생활기록부에 아버지 직업을 쓰는 칸이 있었다. 김황태는 이 칸을 채울 수 없었다. 펜을 들 수 없었기 때문이 아니라 직업이 없었기 때문이다. 김황태는 이 칸에 ‘국가대표’라는 네 글자를 채우기로 하고 뛰고 또 뛰었다. 김황태는 2020년 마침내 국가대표가 됐다. 종목은 마라톤이 아니라 태권도였다. 해병대 789기로 장애인이 되기 전부터 만능 스포츠맨이었던 김황태는 2018년 평창 겨울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을 앞두고 노르딕 스키 국가대표에 도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황태가 국가대표 타이틀을 따낸 K41 등급이 태권도 정식종목에서 빠지면서 김황태는 2021년 도쿄 패럴림픽에는 참가하지 못했다. 다시 트라이애슬론(철인3종) 선수로 변신한 김황태는 29일 막을 올린 파리 대회를 통해 패럴림픽 데뷔전을 치른다. 한국 트라이애슬론 선수가 패럴림픽 무대를 밟는 건 김황태가 처음이다. 김황태는 “이제 어른이 된 딸이 ‘아빠가 다치는 게 싫다. 집에만 계시라’고 했지만 패럴림픽에 꼭 나가보고 싶었다”면서 “아내가 그동안 고생을 많이 했는데 꼭 좋은 성적을 내서 보답하고 싶다”고 했다. 김 씨도 남편의 핸들러(경기 보조인)로 이번 대회에 참가 중이다. 패럴림픽 트라이애슬론 경기는 수영(750m), 사이클(20km), 육상(5km) 순서로 경기를 치른다. 패럴림픽 때 각 종목은 장애 부위와 정도에 따라 등급별로 세부 종목을 따로 둔다. 다만 김황태가 출전하는 PTS3 등급에서 양팔이 모두 없는 선수는 김황태 뿐이다. 김황태는 사이클을 탈 때는 의수(義手)를 착용하는데 수영할 때는 허리 힘만으로 물살을 헤친다. 의수가 오히려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수영에서 불리한데도 패럴림픽행 티켓을 따냈다는 건 김황태가 사이클과 육상에서는 그만큼 뛰어나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번 대회 때는 유속이 빠르기로 정평이 나 있는 센강에서 수영 경기를 치른다는 점이다. 수영에서 차이가 크게 벌어지면 사이클과 육상으로 따라잡는 데도 한계가 있다. 김황태는 “평소 수영 기록이 18, 19분인데 지난해 센강에서 열린 테스트 이벤트 때는 27분에 그쳤다. 반환점을 지나 하류에서 상류로 거슬러 올라올 때는 떠내려가기 바빴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조직위원회는 트라이애슬론 첫 종목이자 김황태가 출전하는 PTS3 등급 경기가 열리는 다음 달 1일까지 센강 유속을 점검해 수영 경기 방식을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김황태는 “비가 많이 오면 수질이 나빠져서 수영 없이 사이클과 육상만 할 수도 있다고 들었다. 그러면 내가 유리한 건 사실이지만 요행을 바라지는 않겠다”면서 “상류에서 하류로 내려가는 식으로만 결정되어도 승산이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파리=김정훈 기자 hun@donga.com}
“1등의 저력이 무엇인지 보여드리겠다.” 한국 장애인 탁구 국가대표 서수연(37)은 파리 패럴림픽(장애인 올림픽) 개막을 하루 앞둔 28일 아레나 파리 쉬드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파리 패럴림픽은 29일 오전 3시 열린 개회식을 시작으로 12일간의 열전에 돌입했다. 서수연은 휠체어에 앉아서 하는 TT2등급(숫자가 작을수록 장애가 심함) 여자 단식 세계 랭킹 1위다. 슈퍼모델을 꿈꾸던 대학 새내기 서수연은 ‘일자목이 심하다’는 얘기에 주사 치료를 받았다가 의료 사고로 ‘런웨이’를 걸을 수 없는 몸이 됐다. 의료 사고 후 “‘어떻게 살아야 할까’가 아니라 ‘어떻게 죽어야 할까’를 고민했다”는 그에게 탁구가 희망이 됐다. 서수연은 “탁구를 칠 때만큼은 모든 아픔이 사라졌다”고 했다. 서수연은 첫 패럴림픽 출전이던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와 3년 전 도쿄 대회 두 차례 모두 결승에서 류징(36·중국)에게 패해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지난해 항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 결승 때는 류징을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서수연은 “그립을 바꾼 게 옳은 선택이 됐다”고 말했다. 서수연은 척수 장애로 물건을 오래 쥐고 있을 수가 없다. 그래서 손과 라켓을 붕대로 묶고 경기를 치른다. 이러면 공에 스핀을 먹이기가 쉽지 않다. 이 탓에 번번이 류징에게 패했지만 시행착오 끝에 자기에게 맞는 그립을 찾아낸 것이다. 서수연과 이번 대회 WD5등급 여자 복식에서 짝을 맞추는 윤지유(24)도 TT3 등급 여자 단식 세계 랭킹 1위다. 2016년 리우 대회와 2021년 도쿄 대회 모두 탁구는 물론이고 한국 선수단을 통틀어 최연소 선수였던 윤지유는 “무뚝뚝한 나에 비해 성격이 부드러운 언니가 있어 든든하다”면서 “수연 언니와 패럴림픽에 계속 같이 나왔지만 복식 호흡을 맞추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에이스끼리 하니까 자신 있다. 언니와 호흡을 잘 맞춰 첫 단추를 잘 끼우겠다”고 했다. 리우에서 여자 단식 동메달, 단체전 은메달을 땄던 윤지유는 이번 대회에선 여자 단·복식과 혼합 복식 3관왕에 도전한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한국 탁구 선수 대부분은 성인이 되어 장애인이 된 케이스다. 반면 윤지유는 세 살 때 하반신 마비가 찾아와 운동을 일찍 시작했다. 그러면서 초등학교 때부터 ‘탁구 신동’으로 통했다. 비장애인 탁구 대표 신유빈(20)을 따라 별명도 ‘장애인 탁구의 삐약이’다. 윤지유는 “비장애인 올림픽 때 탁구가 화제를 일으켰는데 패럴림픽 때도 많이 응원해 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수연도 “이곳에서 뛰었던 신유빈 선수의 기를 받아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다짐했다. 파리=김정훈 기자 hun@donga.com}
파리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이 29일 오전 3시에 열리는 개회식을 시작으로 12일간의 열전에 돌입한다. 한국 여자 양궁이 비장애인 올림픽 여자 단체전 10연패에 성공한 것처럼 한국 보치아도 이번 대회를 통해 패럴림픽 10회 연속 금메달에 도전한다. ‘초짜’ 강선희(47)와 ‘베테랑’ 정호원(38)이 한국 보치아 대표팀 선봉장이다. 강선희는 ‘보치아의 전훈영’으로 통한다. 30세에 올림픽 무대를 처음 밟은 여자 양궁 대표 전훈영처럼 강선희 역시 이번이 패럴림픽 첫 출전인 늦깎이다. 대회를 앞두고 훈련 중인 아레나 파리 쉬드에서 27일 만난 강선희는 “처음에는 ‘왜 하필 10연패 도전이 내 차례가 됐나’라는 생각에 부담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10연패를 한다면 큰 영광일 것 같아 지금은 기회라고 생각한다”면서 “양궁이 치열한 선발전을 통해 10연패를 이뤄낸 것처럼 우리도 치열하게 선발전을 치렀다. 그 선발전을 이겨냈다는 데서 자신감을 얻는다”고 말했다. 강선희는 스물세 살이던 2000년 12월 교통사고로 지체장애 1급 판정을 받았다. 사회복지사를 준비하던 중 2016년 체육 현장 실습에서 처음 접한 보치아의 매력에 빠져 불혹이던 2017년부터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강선희는 “‘늦지 않았을까’ 하고 걱정도 됐지만 ‘오늘이 내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이라는 생각으로 도전했다”고 말했다. 2022년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차지한 강선희는 지난해 항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정호원과 함께 BC3 혼성 페어(2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이 5번째 패럴림픽인 정호원은 한국 보치아 간판 선수다. 2008년 베이징 대회 때부터 패럴림픽에 나와 금 3개, 은 2개, 동메달 1개를 따냈다. 보치아 선수 생활 27년 차인 정호원은 “이제까지는 어린 선수들과 짝을 이루는 일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누나랑 하니까 의지가 되어서 더욱 좋다”며 웃었다. 정호원은 생후 100일 무렵 침대에서 떨어진 후유증으로 뇌성마비 1급 장애인이 됐다. 정호원은 “보치아에는 원래 뇌성마비 선수만 나올 수 있었다. 이제는 비뇌성마비 선수가 더 많다. ‘내가 이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두려워 운동을 그만두려 했었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14년째 호흡을 맞추고 있는 동갑내기 김승겸 경기 파트너(코치)가 힘을 줘서 슬럼프를 이겨낼 수 있었다. 살아남으려고 변화를 시도했더니 기량이 다시 올라온 것 같다. 김 코치의 기대에 꼭 부응하겠다”며 웃었다. 정호원은 혼성 페어와 남자 개인전 2관왕에 도전한다. 보치아(Boccia)뇌병변 장애 또는 그에 준하는 운동성 장애를 가진 선수가 참가하는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구기 종목. 각 선수(또는 팀)가 공 6개를 던진 뒤 상대 공보다 표적구에 가까이 있는 공 개수로 점수를 계산한다. 사지 마비가 있는 BC3 등급 선수는 비장애인 ‘경기 파트너’의 도움을 받아 경기를 한다.파리=김정훈 기자 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