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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 위탁기관인 가사서비스종합지원센터는 가사서비스 제공기관과 근로자들, 이용자, 그리고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가사근로자의 명칭 및 호칭을 묻는 ‘가사근로자의 이름을 정해주세요!’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조사는 이달 7일까지다. 센터 홈페이지나 한국가사노동자협회, 전국고용서비스협회 홈페이지에서 참여할 수 있다. 명칭 후보는 가정관리사, 가사관리사, 홈매니저, 가사매니저 등 총 4가지다. 가정·가사관리사로 명칭이 정해지면 호칭은 ‘관리사님’, 홈·가사매니저로 정해지면 호칭은 ‘매니저님’이 된다. 참여자 가운데 추첨을 통해 1000명에게 편의점 기프티콘이 제공될 예정이다. 가사근로자 명칭과 호칭을 정립해야 한다는 주장은 2021년 5월 가사근로자법의 국회 통과 후 꾸준히 제기됐다. 가사서비스 종사자가 법상 근로자 지위를 인정받으며 하나의 직업인으로 자리 잡게 됐지만, 여전히 현장에서 ‘아줌마’ ‘이모님’ 등으로 불린다면 직업인으로서 인식과 존중이 생길 수 없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김환희 가사서비스종합지원센터 교육팀장은 “가사서비스 종사자들은 ‘자식에게도 하는 일을 숨긴다’고 할 정도로 직업에 대한 자긍심이 낮다”며 “이용자 중 여전히 가사근로자들을 과거 ‘파출부’나 ‘식모’ 대하듯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지적했다. 센터는 정식 명칭 및 호칭이 보급되면 가사근로자에 대한 열악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고 처우도 개선돼 결과적으로 가사근로자 공급도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가사서비스 종사자 규모는 2016년 18만6000명에서 2022년 11만4000명으로 6년 새 38.7%나 줄었다. 최영미 가사돌봄유니온 위원장은 “정부의 아이돌봄 서비스에 종사하는 돌보미도 ‘아이돌보미’라는 명칭과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보급되면서 그 위상과 처우가 달라졌다”며 “업계 의견을 수렴해 몇 가지 명칭으로 추렸고, 설문조사를 통해 특정 명칭으로 의견이 모아지면 정부와 함께 홍보 및 캠페인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지난달 29일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가사서비스종합지원센터 사무실에서는 가사근로자 교육훈련 관련 회의가 한창이었다. 올해 4월 개소한 센터는 고용노동부로부터 위탁을 받아 가사서비스 정부 인증기관을 발굴하고 가사근로자 교육훈련과 상담, 복지 혜택을 제공한다. 지난해 6월부터 시행된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가사근로자법)에 따른 각종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다. 장영주 센터 홍보팀장은 “아직 정부 인증 서비스에 대해 모르는 시민들이 많아 홍보에도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 법적 근로자 인정… “임금 등 개선”가사근로자법 시행 이전 가사종사자는 법적 근로자가 아니었다. 근로기준법은 ‘가사 사용인은 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했다. 이 때문에 가사종사자는 4대 보험, 최저임금, 유급휴일과 같은 기본적인 노동자 권리에서 소외됐다. 처우도 열악하고 직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낮을 수밖에 없었다. 또 이용자와 종사자가 직접 계약을 맺거나 중개업체를 통해 알선을 받는 식이어서 근로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종사자와 이용자 모두 보호를 받을 방법이 없었다. 이에 가사종사자들과 업계가 나섰고 오랜 투쟁 끝에 2021년 5월 가사근로자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돼 2022년 6월부터 시행됐다. 최영미 가사돌봄유니온 위원장은 “가사종사자가 법상 근로자로 인정을 받으면서, 이들을 유급으로 (직접) 고용하고 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인적·물적 손해에 대한 배상 수단을 갖추는 업체는 정부로부터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으로 인증도 받게 됐다”고 소개했다. 정부 인증을 받으면 부가세 면제, 고용보험료·국민연금 같은 사회보험료 80% 감면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고용부가 올 2월 정부 인증기관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정부 인증기관 소속 가사근로자들은 월평균 임금 137만 원을 받으며, 월평균 89시간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인증기관을 통해 단순히 알선만 받아 일하는 가사종사자(75만 원, 56시간)보다 근로조건이 나았다. 고용부 관계자는 “보통 가사근로자는 정부로부터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으로 인증받은 업체에 직접 고용된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는 가사종사자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용자들도 보다 안심하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정부 인증기관은 서비스 중 발생한 손해에 대한 보험, 치료비 등 배상 수단을 구비하고 있다. 서비스 이용자에 대한 비밀 보호 등 이용자 맞춤 제도도 운용한다. 서비스 이용요금도 투명하게 공개한다. 고용부 관계자는 “정부 인증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에서 가사근로자를 이용하고 싶다면 ‘가사랑’ 홈페이지에 방문해 인증 기관을 확인한 뒤 해당 기관에 연락해 가사서비스를 신청하면 된다”고 소개했다. ● 업체·근로자 유인할 혜택 늘려야다만 가사서비스 정부 인증기관은 여전히 소수다. 제도에 대한 인지도도 낮다. 지난달 28일 가사랑 홈페이지 기준 정부 인증기관은 41개에 그쳤다. 대부분 중소 규모 업체로, 소속 근로자는 총 420명에 불과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전체 가사서비스 종사자 수는 지난해 기준 11만4000명이다. 가사서비스 수요는 느는 가운데 가사근로자들의 수가 크게 늘지 않으면서 최근 정부는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서울에서 가사 및 아이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며 정부 인증을 받은 A업체 대표는 “근로자들을 직접 고용하면 사회보험료, 주휴수당 등이 추가돼 인건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일부 지원한다 해도 업체 부담이 커지는 건 피할 수 없다”며 “더구나 정부 인증에 대한 인지도가 낮다 보니 인증을 받은 후에도 이용자 수요에 큰 차이가 없어 업체 입장에서 정부 인증을 받을 유인이 적다”고 전했다. 경기권 정부 인증 B업체 대표는 “가사근로자들을 구인할 유인도 부족하다”며 “정부 인증기관에 소속된 근로자들에게는 교통비 바우처나 할인이 제공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부도 더 많은 업체들이 인증을 받게 하기 위해 고심 중이다. 3월부터 복지플랫폼 전문기업들과 협업해 일부 회사에서 사내복지포인트를 가사서비스 정부 인증기관에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지방자치단체가 가사서비스 관련 사업을 수행할 때 인증기관을 우선적으로 선정하도록 협의하고 있다. 조혁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1년간 41개 업체 인증이 결코 적은 성과는 아니지만 앞으로 더 많은 업체를 끌어들여 가사근로자가 직접 고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지자체 사업 수행기관을 정부 인증기관으로 한정하거나 세액공제, 이용자 바우처 제공과 같은 혜택을 늘리는 것도 방법이다”고 조언했다. 최 위원장은 “업체들이 30% 이상의 지출 증가를 무릅쓰고 인증을 받은 이유는 ‘앞으로에 대한 전망’과 ‘정부 지원사업 참여에 대한 기대’ 때문이라는 설문조사 결과가 있다”며 “인증기관에 사회적 기업에 준하거나 버금가는 사업개발비 및 사회적 일자리를 제공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근로자들을 유인하기 위해 가사서비스 전문자격증 도입, 공동훈련센터 구축, 표준요금제와 월급제 도입 등도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했다.가사근로자법(가사근로자의 고용 개선 등에 관한 법률가사서비스 종사자를 근로자로 인정하고, 가사서비스 제공 기관이 이들 종사자를 직접 고용하면 정부 인증기관으로 인정하는 내용을 담은 법. 2021년 5월 21일 국회를 통과해 2022년 국제 가사노동자의 날인 6월 16일부터 시행했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2일 “그동안 통일부는 마치 대북지원부와 같은 역할을 해왔는데 그래서는 안 된다”면서 “이제는 통일부가 달라질 때가 됐다”고 밝혔다. 최근 통일부 장차관, 대통령통일비서관까지 동시에 교체한 윤 대통령이 통일정책 총괄라인을 전면 개편한 배경을 직접 강조한 것. 남북 협력에 치중한 기존 통일부 역할과 기조를 바꿔 북한 인권 문제 등까지 정면으로 제기해 달라는 주문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앞서 지난달 29일 지명한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 등 통일부 인사와 관련해 참모들에게 이같이 말했다고 김은혜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윤 대통령은 “앞으로 통일부는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입각한 통일이라는 헌법 정신에 따라 통일부 본연의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또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통일은 남북한의 모든 주민이 더 잘사는 통일, 더 인간답게 살 수 있는 통일이 돼야 한다”고도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일부는 북한 동향 분석과 대응, 북한 인권 관련 업무 등을 주로 맡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 비서관 출신으로 이번에 차관에 내정된 5명을 인사 발표 전날인 지난달 28일(만찬), 발표 당일인 지난달 29일(오찬) 연달아 만났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저에게 충성하지 말고 헌법 정신에 충성하라”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이 여주지청장이던 2013년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국정감사 발언을 떠올리게 한다. 윤 대통령은 2시간 반 동안 이어진 29일 오찬 자리에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근간이 되는 헌법 정신을 특별히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또 차관 내정자들에게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전혀 움직이지 않고, 조금 버티다 보면 또 (정권이) 바뀌지 않겠냐고 생각하는 공무원들은 정부가 아니라 국회로 가야 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또 “카르텔을, 기득권을 깨는 책임감을 갖고 국민과 국익을 위해 일하는 공직자는 높이 평가하고 발탁해줘야 한다”고도 했다. ‘복지부동’하고 기득권 카르텔과 결탁하는 공무원들을 엄단하라고 주문한 것. 이런 가운데 각 부처는 고위공무원단 중심으로 대규모 내부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부처는 1급 공무원 전원이 사표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환경부 고위 관계자는 “1급 고위공무원들의 경우 인사철이 되면 관례적으로 사표를 내는 경우들이 있었다”면서도 “다만 과거에는 ‘재신임’ 차원에서 내는 것이었다면 올해는 그런 분위기가 아닌 게 사실”이라고 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택배 파업으로 상한 음식이 배송될까 걱정입니다.” 2일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 씨(29)는 3일부터 시작하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총파업 소식을 듣고 이같이 말했다. 혼자 사는 김 씨는 장보러 갈 시간이 마땅치 않아 온라인 주문을 애용하는데, 택배노조가 파업에 동참하는 바람에 걱정이 커졌다. 민노총이 3일부터 2주간 예고한 총파업에 주요 산별노조가 번갈아가며 참여하겠다고 밝히면서 시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택배 대란’은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지만 일부 배송 차질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파업 기간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도 연달아 예고됐는데 경찰은 “각종 불법 행위에 엄정히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민노총 “최대 50만 명 총파업”경찰과 노동계에 따르면 민노총은 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을 비롯해 전국 15개 지역에서 ‘총파업 돌입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15일까지 파업에 돌입한다. 민노총은 전체 조합원 120만 명 중 최대 50만 명이 파업에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택배기사와 가전제품 수리기사 같은 특수고용직 노동자 3000여 명이 가장 먼저 3일 업무를 중단한다. 6일에는 백화점 면세점 마트 노조, 12일에는 민노총 최대 산별노조이자 현대자동차 노조가 소속된 금속노조가 총파업에 나선다. 현대차 노조가 민노총 파업에 합류하는 건 2018년 이후 5년 만이다. 13일에는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등으로 구성된 보건의료노조가 파업한다. 양경수 민노총 위원장은 지난달 28일 총파업 계획을 밝히면서 “윤석열 정권과의 전면적 싸움의 첫 출발”이라며 “내용이나 기간, 규모 면에서 어느 때보다 위력적인 총파업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민들은 특히 3일 하루 예정된 택배노조 파업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택배업계에 따르면 이번 파업엔 택배노조 조합원 7000여 명 중 1000여 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부분적으로 배송 차질이 생길 수 있지만 회사 차원에서 대체 차량이나 인력을 준비하고 있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수기, 안마의자 등 가전제품 수리기사들이 뭉친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조도 파업에 참여할 것으로 보이지만, 업계는 소비자가 불편한 상황까지 벌어지진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코웨이 관계자는 “정수기를 수리하는 일부 매니저들이 연차를 내고 집회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노조에는 코웨이 바디프랜드 등이 포함돼 있으며 삼성전자나 LG전자 등은 포함돼 있지 않다.● 경찰 “폭력행위 조합원 현행범 체포” 민노총은 총파업 기간 동안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와 행진도 예고했다. 민노총은 3일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조합원 약 4000명, 6일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2만5000명, 8일 영등포구 여의대로 일대에서 5만5000명이 집회 및 행진을 하겠다고 신고했다. 13일과 15일에도 각각 조합원 약 5만5000명과 약 3만5000명이 참여하는 집회, 행진을 예고했다. 경찰은 하루 최대 155개 기동대를 동원하는 등 총 1011개 기동대를 투입해 집회를 관리하기로 했다. 또 민노총 집회에서 도로 점거와 집단 노숙 등 불법 행위가 발생할 경우 엄정히 대응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을 폭행하거나 해산 조치에 불응하는 조합원은 현장에서 검거할 것”이라고 밝혔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변종국 기자 bjk@donga.com}
4일부터 다시 전국이 장마의 영향권에 든다. 특히 이날 밤부터 5일 오전에 걸쳐 중부지방부터 남부지방 순으로 집중호우가 쏟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밤중이나 새벽은 신속한 대응이 어려운 취약 시간대이기 때문에 산사태, 침수 피해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상청에 따르면 3일에는 제주와 전남 지방을 중심으로 장맛비가 내린다. 예상 강수량은 전남 해안, 제주 30∼100mm 이상, 전남 내륙 10∼50mm 등이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등 나머지 지역들은 이날 35도 전후의 폭염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전라권과 제주에 내리던 비는 4일 새벽부터 수도권과 충청권, 경상권 등으로 점차 확대되면서 이날 오후에는 전국에 장맛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원인은 서쪽에서 다가오는 저기압이다. 이 저기압으로 인해 바람이 반시계 방향으로 불면서 한반도 남쪽의 정체전선(비구름대)을 끌어올려 북상시킨다. 그 결과로 4일 전국이 비구름대의 영향권에 든다는 것이 기상청의 설명이다. 특히 저기압 중심이 한반도를 지나는 시간대에 집중호우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4일 밤에서 5일 오전 사이다. 중부지방과 경북 북부는 4일 밤부터 5일 새벽까지, 전라와 제주에는 5일 새벽부터 오전까지 시간당 50mm 이상의 비가 내릴 것이라고 기상청은 예측했다. 돌풍과 천둥, 번개도 동반된다. 기상청 관계자는 “습기로 가득 찬 한반도 상공에 저기압이 들어오면서 비구름대가 강해지고, 짧은 시간에 많은 비가 내리는 것”이라며 “하필 그 시간대가 밤이나 새벽 시간이라 철저한 대피가 필요하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한밤중부터 새벽 사이는 집중호우 재난 대응이 어려운 시간대다. 최근 이 시간대에 폭우가 이어지면서 각종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밤과 30일 오전 사이에는 남부지방에 폭우가 내렸다. 이 비로 경북 영주에서 산사태가 발생하면서 일가족이 피할 새도 없이 매몰됐고, 결국 14개월 아기가 숨졌다. 정부는 산사태 발생 가능 지역 등 위험지역 거주민의 경우 사전에 배수시설을 점검해야 하고, 위험 요인을 발견했을 때 지방자치단체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대피계획과 비상연락처를 미리 작성해 두는 것이 좋다고 권고했다. 장맛비는 5일 그친다. 6일부터 주말까지는 무더위가 이어진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2일 “그동안 통일부는 마치 대북지원부와 같은 역할을 해왔는데 그래서는 안 된다”면서 “이제는 통일부가 달라질 때가 됐다”고 밝혔다. 최근 통일부 장·차관, 대통령통일비서관까지 동시에 교체한 윤 대통령이 통일정책 총괄라인을 전면 개편한 배경을 직접 강조한 것. 남북 협력에 치중한 기존 통일부 역할과 기조를 바꿔 북한 인권 문제 등까지 정면으로 제기해달라는 주문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앞서 지난달 29일 지명한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 등 통일부 인사 관련해 참모들에게 이같이 말했다고 김은혜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윤 대통령은 “앞으로 통일부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이라는 헌법 정신에 따라 통일부 본연의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또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통일은 남북한의 모든 주민들이 더 잘 사는 통일, 더 인간답게 살 수 있는 통일이 돼야 한다”고도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일부는 북한 동향 분석과 대응, 북한 인권 관련 업무 등을 주로 맡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 비서관 출신으로 이번에 차관에 내정된 5명을 인사 발표 전날인 지난달 28일(만찬), 발표 당일인 지난달 29일(오찬) 연달아 만났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저에게 충성하지 말고 헌법 정신에 충성하라”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이 여주지청장이던 2013년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국정감사 발언을 떠올리게 한다. 윤 대통령은 2시간 반 동안 이어진 29일 오찬 자리에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근간이 되는 헌법정신을 특별히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또 차관 내정자들에게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전혀 움직이지 않고, 조금 버티다 보면 또 (정권이) 바뀌지 않겠냐고 생각하는 공무원들은 정부가 아니라 국회로 가야 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또 “카르텔을, 기득권을 깨는 책임감을 갖고 국민과 국익을 위해 일하는 공직자는 높이 평가하고 발탁해 줘야 한다”고도 했다. ‘복지부동’하고 기득권 카르텔과 결탁하는 공무원들을 엄단하라고 주문한 것. 이런 가운데 각 부처는 고위공무원단 중심으로 대규모 내부 인사를 단행할 전망이다. 일부 부처는 1급 공무원 전원이 사표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환경부 고위 관계자는 “1급 고위공무원들의 경우 인사철이 되면 관례적으로 사표를 내는 경우들이 있었다”면서도 “다만 과거에는 ‘재신임’ 차원에서 내는 것이었다면 올해는 그런 분위기가 아닌 게 사실”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과학 분야의 국가 연구개발(R&D)에 대해서도 이권 카르텔 타파를 주문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30조 규모 국가 R&D 예산이 기존 나눠먹기식으로 운용돼 새로운 연구나 기술개발이 쉽지 않다고 보고있다”고 전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말도 안 되는 정치 보조금은 없애야 한다. 노조·비영리단체에 지원되는 정치적 성격의 보조금은 완전히 ‘제로베이스’에서 재점검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도덕적 해이 등 문제가 지적된 국고보조금 사업을 내년 예산부터 삭감하거나 폐지하는 등 국고보조금 사업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기 위해 내년 모든 예산 사업을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한다. 윤 대통령은 또 “일각에서 여전히 재정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빚을 내서라도 현금성 재정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이는 전형적인 미래세대 약탈이고, 단호히 배격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국가와 국민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정치 권력이라면 선거에서 지더라도 나라를 위해 건전 재정, 좀 더 이해하기 쉬운 말로 재정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이 35조 원대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주장하고 나선 가운데 내년도 예산안과 향후 5년간 국가재정운용에서 무분별한 현금성 재정지출 확대를 배격하고 건전 재정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선거에서 지더라도 재정 다이어트 해야”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4시간 40분 동안 열린 2023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인기 없는 긴축 재정, 건전 재정을 좋아할 정치 권력은 어디에도 없다. 정치적 야욕이 아니라 진정 국가와 국민을 생각한다면 긴축 건전 재정이 지금은 불가피하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회의에서는 내년도 예산 편성 방향과 2027년까지의 중기재정운용 계획이 논의됐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회의에서 “임기 말까지 건전 재정 기조를 흔들림 없이 견지하겠다”며 “세수 부족이 있더라도 올해는 적자국채 발행 없이, 즉 추경 없이 재정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재정 운용 성과에 대해 “지난 1년은 전 정부의 무분별한 방만 재정을 건전 기조로 확실하게 전환했다”며 “무분별한 현금 살포와 정치 포퓰리즘을 배격해 절감한 재원으로 진정한 약자 복지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평가했다. 문재인 정부를 향해선 “지난 정부에서만 나랏빚이 400조 원이 증가해서 70년간 600조 원이었던 국가 채무가 총 1000조 원을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 채무 관리를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인 24조 원의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며 “국제신용평가사들도 지난해 우리 정부의 재정 건전화 노력을 아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그러나 일각에선 여전히 재정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빚을 내서라도 현금성 재정지출을 늘려야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전임 문재인 정부와 야당을 동시에 겨냥했다. 이어 “진정한 부모가 누군지 가리는 솔로몬 재판에서 보듯이 국민을 진정으로 아끼는 정부는 눈앞의 정치적 이해득실보다 국가와 미래세대를 위해 재정을 건전하게 운영하는지 여부로 판가름할 수 있다”고 했다.● “매표 복지 예산 철저히 배격” 윤 대통령은 ‘재정 혁신’을 강조하며 그 대상에 대해 정치적 성격의 보조금, 매표 복지 예산을 예로 들었다. 윤 대통령은 “말도 안 되는 정치 보조금은 없애고, 경제 보조금은 살리고, 사회 보조금은 효율화·합리화해야 한다”며 “표를 의식하는 매표 복지 예산은 철저히 배격해야 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매년 평균 4000억 원 증가해 2조 원이 늘어난 5조4500억 원(2023년) 규모의 민간단체 국고보조금을 재점검하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정부는 내년 예산을 국방, 법치 등 국가의 본질적 기능 강화와 미래 대비, 성장동력 확충, 약자 복지에 집중 투자할 방침이다. 윤 대통령은 “단순히 지출을 줄이는 것만이 아니라 꼭 필요한 곳에 제대로 쓰자는 것”이라며 “군 장병 등에 대한 처우 개선,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 서비스 확대,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 대응하기 위한 첨단과학기술 연구개발(R&D) 등에는 더 과감하고 효과적인 지원을 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고용노동부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에 지급한 국고보조금 30억 원의 사용 내역을 확인하기 위해 30일 서울 중구 정동 민노총 본부 사무실을 찾아 현장 조사를 할 계획이다. 정부가 보조금 실태 조사를 위해 민노총 본부를 현장 조사하는 것은 2019년 이후 4년 만이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경기 안산에서 20년 넘게 삼겹살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는 정동관 씨(64)는 최근 3년 새 직원을 4명에서 2명으로 줄였다. 대신 오전, 오후 각각 아르바이트생을 1명씩 쓴다. 정 씨는 “매출은 뻔한데 인건비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정직원 4명을 쓰면 남는 게 없다”며 “지금도 한계치인데 앞으로 인건비가 더 오르면 월급을 주기 힘들다. 식당을 접고 운전 일이나 뛰어야 할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끝내야 할 법정 시한이 29일 도래한 가운데 정 씨의 음식점 같은 저임금 업종은 최저임금의 압박을 크게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으로 최저임금은 이러한 업종 근로자들의 ‘중위임금’과 비슷한 수준까지 치고 올라왔다. 중위임금이란, 해당 분야 근로자를 임금 순으로 줄 세웠을 때 가운데에 있는 근로자의 임금을 말한다. 최저임금이 이 중위임금에 가까워진다는 것은 해당 분야의 임금 수준이 갈수록 악화된다는 의미이자, 이 분야의 산업이 버티기 어려울 정도로 최저임금이 빠르게 올랐다는 의미다. 28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에 따르면 한국표준산업분류를 토대로 지난해 21개 업종별 중위임금과 최저임금을 비교해본 결과, 식당·숙박업의 중위임금(시급 1만132원)은 같은 해 최저임금(시급 9160원)과 불과 972원 차이 났다. 비율로 환산했을 때 중위임금이 100이었다면 최저임금은 90.4였다. 농업과 임업, 어업은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수준이 88.4%, 돌봄 직종을 포함한 보건업·사회복지서비스업은 79.6%, 예술·스포츠, 여가 관련 서비스업 76.5%, 도·소매업 71.6%, 운수·창고업은 63.6%로 나타났다. 노동계는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1만2210원을 요구했다. 올해(9620원)보다 26.9% 높다. 반면 경영계는 동결을 요구했다. 현재도 일부 열악한 사업장에서는 근로자들이 최저임금보다 낮은 시급을 받으면서 일하고 있다. 이는 현행법 위반이지만 현실적으로 인건비를 지불할 능력이 떨어지는 영세 사업장은 어쩔 수 없다. 최저임금이 이대로 계속 상승하면 최저임금이 중위임금을 뛰어넘는 역전 현상이 발생할 우려도 제기된다. 경영계는 이미 한국의 최저임금 수준이 높다고 지적해 왔다. 경총에 따르면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전체 업종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은 평균 56.8%, 한국은 62.2%다. 미국 등 주요 7개 선진국(G7)은 49.8%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현재도 저임금 근로자 다수가 최저임금 혹은 그보다 못한 임금을 받고 있다. 최저임금 수준을 끌어올려 이들의 임금을 전반적으로 상향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저임금 업종의 경우 이미 지불 능력의 한계에 이른 업장이 많아 최저임금 상승이 오히려 부작용을 부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강식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최저임금이 너무 높아지면 오히려 사용자들이 고용원을 대거 줄여서 대규모 실직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최저임금을 1만2000원대로 올리면 자영업자 19만 명이 ‘1인 자영업자’로 전락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김 교수는 “생계가 곤란한 취약층 근로자들은 최저임금을 계속 인상해 살리는 게 아니라 복지재정으로 지원해야 한다”며 “최저임금 인상으로 취약계층을 살린다는 것은 정부가 할 일을 민간으로 떠넘기는 셈”이라고 지적했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심의 기한을 이틀 앞둔 27일 열린 최저임금위원회가 근로자 위원 교체를 두고 벌어진 노정 갈등 끝에 근로자 위원들이 회의 도중 퇴장하면서 파행됐다. 이날 경영계는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 수준(시간당 9620원)으로 동결해 줄 것을 요구했다. 노사가 제안한 최저임금의 격차가 큰 데다 노정 갈등까지 격화되며 최저임금 논의는 법정시한인 29일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8차 전원회의에서 노동계를 대변하는 근로자 위원 8명 전원은 근로자 위원인 김준영 한국노총 금속노련 사무처장의 구속과 정부의 해촉에 항의하며 전원 퇴장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근로자와 사용자, 공익위원 각 9명씩 총 27명으로 구성된다. 김 위원이 지난달 전남 광양에서 망루 농성을 하다가 구속돼 위원에서 해촉되면서 현재는 근로자 위원 한 자리가 공석인 상태다. 노동계는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을 추천했으나, 고용노동부는 김 위원장이 김 위원과 함께 망루 농성에 참여해 수사받고 있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이날 경영계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와 같은 시급 9620원으로 동결할 것을 요구했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최저임금이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는 적정 상한 수준이 중위임금의 60%라고 하는데, 현재 최저임금은 계속된 인상으로 2019년부터 60%를 초과하고 있다”며 “소상공인과 중소영세기업 지불 능력은 한계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노동계는 임금 불평등 해소, 내수 소비 활성화 등을 이유로 올해 시급 9620원보다 2590원 높은 1만2210원을 요구한 상태다. 월 급여(209시간 기준)로 255만1890원이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25일부터 전국적으로 장마가 시작됐다. 올해는 평년보다 더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환경부와 행정안전부는 도시 침수를 막기 위해 26일부터 10월 15일까지 ‘빗물받이 막힘 집중신고’ 기간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7∼9월 평년보다 비가 적게 올 가능성, 비슷하게 올 가능성, 더 많이 올 가능성이 각각 20%, 40%, 40%로 예측됐다. 비가 적게 오기보다는 비슷하거나 더 많이 올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올해는 7년 만에 강한 엘니뇨도 찾아올 것으로 예상된다. 엘니뇨란 동태평양 적도 부근 해수면 온도가 평상시보다 올라가는 현상이다. 뜨거워진 바다로 인해 거대한 상승기류가 발생하면서 전 지구적으로 이상 기후 현상이 나타난다. 우리나라는 엘니뇨가 나타나는 해 7, 8월 남부지방 강수량이 늘어나곤 했다. 이에 대비해 정부는 20일 지방자치단체들에 빗물받이 일제 점검과 정비를 요청했다. 빗물받이는 폭우 시 빗물이 하수구로 빠질 수 있도록 연결된 통로다. 이곳에 이물질이 쌓여 막히면 빗물이 빠져나가지 못해 대규모 침수가 발생할 수 있다. 지난해 8월 시간당 141.5mm(서울 동작 기준)라는 기록적 폭우가 내린 서울에서는 도시 침수로 반지하 주택에서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현재 서울에만 빗물받이 55만8000여 개가 있다. 빗물받이 신고 대상은 구조물이 쓰레기, 덮개, 흙 등으로 막혀 있는 경우다. 행안부 ‘안전신문고(safetyreport.go.kr)’ 홈페이지나 스마트폰 안전신문고 애플리케이션(앱)에 신고하면 된다. 26일부터 ‘빗물받이 막힘’이 별도 신고 항목으로 추가됐다. 안전신문고 화면 상단의 신고메뉴에서 ‘안전’을 선택하고 ‘유형 선택’을 누른 뒤 ‘도로, 시설물 파손 및 고장’을 고르면 여러 항목 가운데 빗물받이 막힘 항목을 찾을 수 있다. 신고 시 빗물받이의 사진이나 동영상도 첨부해야 한다. 온라인 신고가 어렵다면 지자체 민원실에 방문·전화해 신고해도 된다. 이렇게 접수하면 신고 사례가 관할 지자체로 자동 이송된다. 류연기 환경부 물환경정책관은 “도시 침수 예방을 위해 막힌 빗물받이를 신고하는 것뿐 아니라 빗물받이에 담배꽁초를 버리지 않고 물건을 적재해 놓지 않는 등 국민 여러분의 실천적 노력도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포(four)에버 육아’는 네 명의 자녀를 키우며 직장생활을 병행하고 있는 기자가 일상을 통해 접하는 한국의 보육 현실, 문제, 사회 이슈를 담습니다. 단순히 정보만 담는 것을 넘어 저출생의 시대에 다자녀를 기르는 맞벌이 엄마로서 겪는 일화와 느끼는 생각도 공유하고자 합니다. 근래 며칠간 믿기 힘든 소식으로 신문과 방송이 떠들썩했다. 감사원이 ‘출생했지만 출생등록이 안된 아이’들을 조사했는데, 2015년 이후 그런 아이가 무려 2236명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전체 출생아의 1%에 가까운 수다. 그 중 23명을 추출해 추적 조사를 해보았는데 더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다. 이미 여러 명이 사망했고, 그 중 가히 영화에나 나올법한 엽기적인 영아 살해 사례까지 나왔다. 한 여성이 갓 태어난 자녀 두 명을 살해하고 몇 년간 냉장고에 보관해오다 뒤늦게 발각된 것이다. 더욱 기가 막혔던 것은 그녀가 경찰 조사에서 밝힌 살해 이유였다. 기사에 따르면 이 여성은 ‘세 명의 자녀가 있는데 또 다시 아이가 태어나면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할까봐 아이들을 살해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육아로 인한 경제적 부담이 두려워 제 손으로 갓 태어난 본인의 자녀들을 살해했다는 말이다. 설령 경제적 여건이 정말 열악한 상황이었다 해도 여성의 변을 납득할 수는 없다. 아이를 낳고 싶지 않았다면 애초 피임을 하고 임신을 하지 않았어야 옳다. 굳이 열 달을 품어 낳은 뒤 뒤늦게 살해할 게 아니고 말이다. 갓 태어난 아기도 엄연히 생명이다. 마치 마트에서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샀다가 반품하는 것처럼 쉽게 물릴 수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여성은 경제적으로 힘들 것 같다는 이유로 그 생명을 제 손으로 영구히 반품했다. 변명의 여지 없이 잘못된 존속살해다. ● 동반자살? “자녀 살해”이 정도로 엽기적이진 않지만 사실 아이의 생존권을 부모가 마음대로 박탈하는 존속살해 사건은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 자녀와 함께 죽음을 꾀하는 일명 ‘가족 동반자살’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난 16일 기자는 제주에서 아동권리보장원과 한국기자협회가 공동으로 연 아동학대 언론보도 권고기준 제정 기념 토론회에 다녀왔다. 보장원과 협회는 지난해 11월 아동학대 보도에 있어 반드시 지켜야 할 점을 담은 보도 권고기준을 발표했다. 기자는 권고기준 제정위원으로 2년간 활동했는데, 그 인연으로 이번 토론회에 초청을 받았다. 기준 제정 당시 위원들이 가장 많이 지적하고 개선을 강조했던 것이 바로 가족 동반자살 보도 문제였다. 흔히 이렇게 불리는 사건에서 자녀가 자율적으로 극단적 선택을 결심하고 이행하는 경우는 드물다. 보통은 자녀 동의 없이 부모가 먼저 자녀를 보내고, 본인이 따라서 죽음을 감행한다. 즉 제대로 이야기하면 ‘자녀 살해 후 극단 선택’이 정확한 표현이다. 당시 제정위원들은 이것이 가정 내 아동학대의 가장 폭력적이고 극단적인 형태라며 동반자살이라는 온정적인 표현으로 호도돼선 안된다고 입을 모았다. 이런 논의 결과는 아동학대 언론보도 권고기준에 주요 항목으로 반영됐다. 그 항목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부모가 아동을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것은 형법상 살인죄에 해당하는 범죄 행위이자 극도의 아동학대입니다. 이를 일가족 동반자살, 일가족 극단 선택 등으로 표현하지 않습니다.’ ● ‘자녀=부모 소유물’ 인식 여전하지만 여전히 자녀를 부모의 소유물처럼 생각하거나 자녀가 부모에게 종속된 것으로 여기는 인식은 곳곳에서 보인다. 16일 토론회에 참석한 김지혜 남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내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아동을 학대하다 죽음에 이르게 한 부모와 아동을 살해하고 본인도 극단적 선택을 하려다 실패한 부모, 둘 중 누가 더 나쁘냐고 물으면 모두 전자라고 답한다”며 “후자에 대해서는 ‘부모가 오죽하면 그랬을까’ 하는 온정적 시선을 가진 이들이 여전히 적지 않다”고 말했다. 전자나 후자 사례 모두 부모가 자녀를 살해했다는 점은 같다. 하지만 그 사유에 따라 어떤 경우는 용납할 수 있고 심지어 동정할 정도로 아직 우리 사회의 아동 생명권과 인권에 대한 인식이 무디다는 지적이었다. 실제 기자도 별생각 없이 학생들과 같은 질문을 받았다면 함께 극단적 선택을 하려 했던 부모가 ‘덜 나쁘다’고 답했을지 모르겠다. 철저히 부모 중심적인 생각이다. 두 경우 모두 아이들은 부모의 일방적인 결정에 선택의 기회조차 없이 삶을 박탈당했는데 말이다. 지금은 많이 바뀌었지만, 아동 훈육과 학대에 대한 시선도 한때 매우 보수적이었고 지금도 일부 그런 측면이 남아있다. 과거 ‘사랑의 매’로 대표되던 신체 학대는 많이 줄었지만, 아이를 정서적으로 학대하거나 자기 방식으로 키우려고 강압적으로 교육하는 부모들은 여전히 많이 보인다.몇 주 전 아이들과 함께 가까운 수족관에 놀러 갔는데 통로를 막고 다른 관람객들의 진로를 방해하는 아이가 있어 아이 부모에게 주의를 부탁했다. 그런데 상대 부모로부터 돌아온 반응은 “당신이 무슨 상관이냐”는 날 선 한 마디뿐이었다. 이것도 역시 ‘내 아이는 내가 알아서 한다’는 자녀에 대한 배타적인 소유 의식이 반영된 것일 터다. ● 조사 남은 2213명 무사하기를부모에게 신고 의무를 전담시켜온 현 출생신고제도도 어쩌면 부모에게 또 하나의 권력을 쥐어 준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는 일부 몰지각한 부모가 출생신고를 포기해도 그를 적발하거나 제재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 아이가 사회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권리가 온전히 부모에 달린 셈이다. 사건이 화제가 된 덕분에 국회에서 잠자던 ‘출생통보제’가 뒤늦게 힘을 받고 있다. 부모가 아닌 의료기관이 아동 출생 정보 신고를 의무적으로 하도록 한 출생통보제 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이었다. 정부와 여야가 오래간만에 한목소리로 제도를 조속히 도입하기 위해 힘쓰겠다고 밝히면서 법 통과가 빠르게 진행될 전망이다. 정부는 제도 시행 시 출산과 임신 사실을 밝히기 꺼려 하는 산모들이 오히려 음지로 내몰릴 수 있기 때문에 익명으로 출산할 수 있게 지원하는 ‘보호출산제’도 함께 도입할 방침이다. 흔히 부모를 ‘보호자’라 한다. 보호자는 말 그대로 자녀를 보호하고 양질의 삶을 살 수 있게 인도하는 사람이다. 자녀의 길을 결정하고 지배하거나 강제하는 사람이 아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부모와 자녀의 건강한 관계, 그리고 아동이 독립적·주체적 개체라는 인식 역시 새삼 환기되기를 기대한다. 또 2236명의 ‘유령 아이들’ 중 앞으로 조사가 남은 2213명이 부디 안전하고 무사히 지내고 있기를 기원한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대형 노조인 A단체는 지난해 ‘노동자 법률구조 상담사업’을 한다며 정부 노동단체 지원사업에 응모해 14억7700만 원의 보조금을 받았다. 보조금을 쓸 때는 해당 사업과 관련성을 입증하는 카드 전표, 송금 내역 등을 정부에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올 4월까지 진행된 외부 감사 결과, 이 단체는 지난해 9월 26일 이후 100차례에 걸쳐 총 6억여 원의 돈을 지출했음에도 관련 증빙 서류를 단 한 건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21일 동아일보는 지난해 고용노동부의 ‘합리적 노사관계 지원사업’(노동단체 지원사업)에 응모한 노동단체 38곳, 51개 사업의 외부 감사 결과를 입수해 살펴봤다. 그 결과, 보조금을 어디다 썼는지 알 수 없을 만큼 회계 관리가 허술하거나 도덕적 해이로 방만하게 운영된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 ‘노사상생 프로그램’을 만든다며 1000만 원을 받아간 B단체는 지출 증빙은 물론이고 용역연구 결과물도 제출하지 않았다. 사업계획서대로 보조금을 집행했는지 아예 확인이 불가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산하 C단체는 애초 계획서에 냈던 사업 기간이 끝난 뒤 보조금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밖에 단체 간부들에게 별다른 근거 없이 인건비를 배분하거나, 증빙자료의 금액과 실제 지출금액이 다른 경우, 사업과 무관한 직원 4대 보험료와 관리비, 임차료를 보조금에서 지출한 경우처럼 허술한 회계관리로 인해 보조금이 줄줄 새고 있었다. 도덕적 해이도 심각했다. ‘국제노동 정기간행물’ 발간 등 2개 사업에 응모해 총 2500만 원을 받아간 E단체는 업무지와 무관한 특정인 자택 주변 삼계탕 식당 등에서 200만 원이 넘는 돈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과 관련된 일정이 없는 날 주유비로 수십만 원을 쓴 단체도 있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산하 F단체는 교육사업 참가자 식대라며 단 하루 동안 고깃집에서 348만 원을 썼다. 한 회계 전문가는 “국민 세금을 쓰는데 그 증빙이나 절차가 구멍가게보다 못한 수준”이라며 “보조금을 부정 사용한 단체도 문제지만, 이 정도로 손쉽게 쓸 수 있도록 방치한 정부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른 회계 전문가는 “국민 세금을 정부는 본인 쌈짓돈처럼 나눠주고, 또 그걸 노동단체가 쓴 것 같다”고 했다. 고용부는 외부 감사 결과, 보조금 부정이 확인된 단체에 소명을 요구한 상태다. 조만간 소명 결과를 종합해 최종 환수금액을 각 단체별로 통보하고, 일부 단체에는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이번 주말부터 올해 장마가 시작될 것으로 예보됐다. 예년보다 엿새 가량 늦었다. 기상청은 24일과 25일 사이 제주부터 장마가 시작될 것이라고 21일 밝혔다. 20, 21일 전국에 비가 내리고 있는 가운데 제주는 이번 주말 정체전선에 의한 장맛비가 예보됐다. 장마는 한반도 남동쪽에 위치한 뜨겁고 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북쪽으로 확장하면서 차가운 공기를 만나 생성된 비구름대로 인해 장기간 비가 오는 기상현상을 뜻한다. 6월 중순부터 7월 중순 사이에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년 장마 시작일은 제주 6월 19일, 남부 지방 23일, 중부 지방 25일 점차 북상한다. 이 기준으로 보면 올해 장마는 예년보다 엿새 늦었다. 중부 지방 기준으로 역대 가장 빨랐던 장마 시작일은 1984년 6월 15일, 가장 늦었던 시작일은 1987년 7월 5일이다. 다만, 기상청은 남부 지방의 경우 25일 비가 잠시 오다 그칠 가능성이 있어 아직 장마 시작일을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적도 부근 동태평양 해수면이 뜨거워지는 엘니뇨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장맛비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상청에 따르면 엘니뇨가 발생하는 해에 우리나라에서는 강수량이 늘어나는 경향이 관측됐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아직도 불면증에 시달립니다. 간신히 잠이 들면 꿈에서 민원인이 저를 향해 ‘내 돈 받아내라’며 고성을 지르는 악몽을 꾸고요.” 근로감독관 A 씨는 20일 “지난해 수당 관련 업무를 처리하다 민원인으로부터 직무유기 혐의로 형사 고소를 당했다. 각하 처분을 받아 억울함은 풀렸지만 트라우마와 불면증을 얻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민원인이 억지를 부리는데도 ‘일 커지게 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고 했던 상사의 태도에서 다시 한 번 상처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최근 기업의 임금 체납이나 수당 지급 등 노동법 위반 사안을 다루는 ‘근로감독관(특별사법경찰관)’이 민원인들의 화풀이성 소송과 항의에 시달리다 ‘마음의 병’을 얻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한 감독관은 악성 민원인의 고소로 인한 심적 부담을 호소하며 지난달 ‘근로자의 날’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 고소·고발 시달리는 근로감독관들전국에 3000여 명 있는 감독관들은 지방고용노동청 소속으로 기업들에는 ‘노동 경찰’로 불리는 경계의 대상이다. 하지만 민원인들로부터는 돈을 대신 받아 주는 사람 취급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직장과 돈이 걸린 문제다 보니 요청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고소·고발로 이어지기도 한다. 고용부가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올 4월까지 감독관이 민원인에게 고소·고발당한 사건은 총 529건에 달했다. 이 중 292건(55.2%)이 각하됐고 219건(41.4%)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민원인이 제기한 고소·고발의 97%가 각하되거나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이다. 이렇게 억지 고소·고발이 많지만 조직 내부에선 보호해 주기는커녕 “왜 문제를 키웠느냐”는 시선이 돌아오기 일쑤다. 부당해고 구제신청 업무를 처리하다 민원인으로부터 고소당한 천안지청 소속 새내기 감독관은 고소당한 후 상부로부터 ‘주의 촉구 처분’까지 받자 지난달 1일 “동료들에게 미안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한 감독관은 “최근 민원인의 ‘네가 뭔데 내 돈을 떼먹으려 하느냐’는 막무가내 항의를 받고 상사에게 ‘너무 힘들다’고 했더니 ‘원래 다 그렇다. 멘털(정신력)을 키워 보라’는 말이 돌아왔다”며 “근로자로서 보호도 제대로 못 받으면서 근로 환경 개선을 담당하는 현실에 자괴감이 들었다”고 했다.● 중대재해법 시행 후 업무 폭증특히 최근 중대재해법과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시행으로 감독관들의 업무가 폭증한 상황에서 민원인의 도 넘는 행동에 감독관들 사이에선 “그만두고 싶다”는 토로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악성 민원으로부터 감독관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가 있지만 실효성은 크지 않다. 공무원 책임보험을 통해 회당 3000만 원씩 연 3회까지 소송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지만 2020년 신설된 후 현재까지 이용 건수는 8건에 불과하다. 수도권에서 일하는 한 감독관은 “문제가 생기면 조직 차원에서 대응하는 대신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결론도 나기 전에 징계하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악성 민원인들로부터 감독관을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용부 측은 “민원 대응 과정을 개선하고, 직원들의 업무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불필요한 절차를 없애거나 간소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지금은 감독관이 민원을 임의로 종결할 수 없지만, 앞으로는 반복적 악성 민원에 대해선 내부 논의를 통해 종결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감독관에게 특화된 심리건강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임금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다루다 보니 도 넘은 악성 민원에 시달리는 감독관이 많다”며 “맞춤형 심리건강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정부는 조합원 1000명 이상 대형 노동조합에 한해 회계 정보를 공시해야만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는 노동조합법, 소득세법 개정안을 15일 내놨다. 지난해부터 추진 중인 노동 개혁의 일환이다. 대기업·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 등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도 다음 달 내놓을 예정이다. 3월에는 연장근로시간 선택 범위를 넓히는 내용의 근로시간제 개편안도 공개했다. 모두 정부, 노동계, 기업 등 고용시장 주체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치는 쟁점들이다. 동아일보는 9일 서울 중구에서 전문가 좌담회를 열어 현재 진행 중인 노동 개혁과 정부의 각종 노동 정책에 대한 견해를 들었다. 좌담회에는 권기섭 고용노동부 차관, 이재열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고용부 상생임금위원회 공동위원장),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대표 겸 회계사(불합리한 노동 관행 개선 전문가 자문회의 자문단장), 김동수 법무법인 김앤장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연구소장이 참석했다. 이들은 방법론 차이에도 불구하고 현재 노동시장의 전반적 개혁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회계 투명화 “노조에 기회일 수도” 권 차관은 “정부의 개혁 목표는 노동 현장의 특권·반칙 타파를 통한 노사법치 기반 확립, 노동시장 약자 보호와 이중구조 개선,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춘 노동 규범 현대화 등 크게 3가지”라고 강조했다. 특히 노조 회계 투명성 방안은 첫 번째 목표와 연관됐다. 정부는 올 초 일정 규모 이상 노조에 회계 관련 서류를 제출하라고 명령했고, 최근에는 대형 노조가 회계 정보를 공시해야만 조합원들에게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는 노조법·세법 개정안을 공개했다. 현재 노조 조합비는 ‘지정기부금’에 포함돼 연말정산 시 조합원들이 15%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개정안은 내년 1월 시행 예정이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개정안이 ‘노조 망신 주기’, ‘노조 탄압’ 정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김 대표는 “지정기부금(조합비)에 세제 혜택을 주는 이유는 ‘남을 위해 쓴 공익적인 돈’이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요구하는 회계 자료는 이를 확인하기 위한 아주 기초적인 정보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부금 세액공제를 받는 다른 단체·법인은 모두 회계 정보를 공개하고 있는데, 오히려 노조가 그동안 특권을 누렸던 셈”이라며 “개정안은 ‘비상식의 상식화’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회계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오히려 노조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권 차관은 “최근 MZ세대(밀레니얼+Z세대) 노조가 등장하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조직에 투명성과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조합원이 늘고 있다”며 “떳떳하게 공개하고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오히려 노조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최근 이슈인 ESG 경영도 기업뿐 아니라 모든 조직에 요구되는 것”이라며 “‘힘이 세질수록 책임감도 커진다’는 말처럼 큰 조직이라면 더욱 투명하고 윤리적인 경영을 해야 한다는 게 국제적인 분위기다. 노조도 예외일 수 없다”고 말했다. ● 3만7783원 vs 1만6520원… “연공형 임금 개선”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은 개혁 과제 중 가장 복잡하고 해결하기 어려운 사안이다. 이는 원청-하청, 정규직-비정규직처럼 근로자 간 임금이나 근무 환경의 격차가 커져 양극화되는 상황을 일컫는다. 지난해 6월 기준 통계청 고용 형태별 근로 실태조사에 따르면 같은 시간을 일하고 받는 임금(시간당 임금 총액)이 300인 이상 대기업의 정규직은 3만7783원, 비정규직은 2만4672원, 300인 미만 중소기업은 정규직이 2만1758원, 비정규직이 1만6520원이었다. 이런 양극화는 현재 한국 노동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히는 동시에 저출산, 결혼 포기 등 다양한 사회 문제의 주요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 교수는 이중구조가 고착된 배경을 “노동시장이 경직된 상태에서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와 세계화 등을 거치며 영미(英美)형 경쟁 시스템을 급격히 받아들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 등 안정된 위치의 근로자들의 기득권은 공고해지고, 그 반대에 선 근로자들의 처우는 나빠졌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어느 하나의 정책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큰 틀에서 많은 것을 바꿔 나가야 한다”며 임금 체계 개편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그는 “연차가 쌓이면 자동으로 월급이 오르는 ‘연공형 임금체계’가 가장 문제”라며 “늘어난 고령 정규직들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가중되면 청년 채용이 줄어들고 장기근속자와 신입,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격차도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생산성이나 능력, 업무 성과와 연동이 되는 임금 체계로 전환해 나가야 한다”며 “최근 ‘동일노동 동일임금’ 법제화 시도는 그런 면에서 아주 좋은 시도”라고 말했다. ● “원-하청 상생, 글로벌 경쟁력 높여”권 차관은 “정부는 원·하청 간 격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원청 대기업이 하청 중소기업과 자율적인 상생 관계를 구축하도록 지원하는 정책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조선업을 대상으로 업계 관계자, 전문가, 정부가 모여 ‘조선업 상생협의체’를 만들고 협력 모델을 개발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 사례”라고 덧붙였다. 기업 간 상생협력이라는 말이 다소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 들린다는 지적에 대해 이 교수는 “하청이 임금, 복지, 안전 측면에서 열악해지면 안전사고가 발생하고 제품 품질이 떨어진다”며 “그만큼 원청도 손해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상호보완적인 관계가 실제 기업의 생산성도 끌어올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격차를 해소하지 않으면 세계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소장은 “ESG 경영을 하는 기업과 거래하면 첫째, 각종 사건·사고 발생으로 인한 리스크(위험)를 줄일 수 있고 둘째, 더 좋은 협력업체들과 함께 신사업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며 “안타깝게도 아직 해외에서 한국 기업을 볼 때 원-하청 상생을 통한 신사업 기회 창출이라는 측면은 거의 기대하지 않는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한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계 곳곳에서는 이미 ESG 관련 정보 공시를 의무화하고 있다”며 “우리도 상생협력에 앞장선 기업은 대출과 정책자금 이용 시 혜택을 더 주는 연성 규제를 활용하는 식으로 규제와 지원을 강화해 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개혁 시급… “건강한 토론 필요”근로시간 개편안에 대해서는 참석자 대부분 “본질을 벗어난 논쟁으로 개정안의 주요 취지가 충분히 논의되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올 3월 고용부는 현재 주 12시간(총근로시간은 주 52시간)으로 묶여 있는 연장근로시간 제한을 월, 분기(3개월), 반기(6개월), 연으로 확대해 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개편안을 발표했다. 산업 현장의 사정에 따라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운용해 ‘몰아서 쉴 수 있는’ 시간도 늘린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근로시간이 주 최대 69시간(주6일 기준)까지 허용될 수 있다는 사실에만 관심의 초점이 맞춰지면서 ‘과로조장법’이라는 비판을 받았고 개편안 추진은 숨 고르기에 들어간 상태다. 이 교수는 “문제 인식과 해결 방안에 관한 생각 차이는 사실 ‘6시 5분 전과 5분 후 정도의 차이’일 텐데, 논쟁을 하다 보면 ‘3시와 9시의 차이’처럼 벌어져 버린다”며 “방향성에 공감한다면 극단의 사례를 내놓지 말고 해결을 위해 건강한 토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탄소중립도 그렇고 인권 존중, 상생협력, 투명성 강화와 같은 ESG 경영은 피할 수 없는 세계적 추세”라며 “한국처럼 무역에 많은 것을 의존하고 있는 나라는 모든 조직에서 이들을 지금 당장 도입하고 적용해야 늦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권 차관은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절박함으로 정부도 개혁의 성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6월부터 이렇게 더운 건 태어난 후 처음인 것 같아요. 한여름은 어떻게 버틸지 벌써 걱정이네요.” 17일부터 이틀 동안 올해 첫 열대야가 나타난 강원 양양군 주민 김수경 씨(25)는 “더워서 밤에 선풍기와 에어컨을 모두 켜고 잤다”며 이같이 말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17일과 18일 양양군 새벽 기온이 모두 25.8도를 기록해 밤사이 기온이 25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가 발생했다. 올해 첫 열대야인 6월 17일은 2021년에 비해 19일, 지난해에 비해 1일 빠르다. 2년 연속으로 6월 열대야가 발생하면서 ‘6월=초여름’이란 공식이 깨지고 있는 것이다. 양양 주민들은 밤늦은 시간까지 낙산해수욕장 등 해변과 계곡 등에서 무더위를 피했다.● 쇼핑몰, 가전매장 몰리는 시민들 18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서울에 첫 폭염주의보가 발효되는 등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올 들어 가장 높은 최고기온을 기록했다. 폭염주의보는 일 최고 체감온도가 33도를 넘는 상태가 이틀 이상 지속될 것으로 보일 때 발령한다. 19일에도 서울과 대전, 광주의 한낮 기온이 35도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른 더위에 시민들은 대비에 나섰다. 주요 가전매장에는 에어컨 구매자가 몰렸고 에어컨 대체품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마포구 직장인 이모 씨(26)는 18일 지름 50cm가량인 공업용 강풍기를 7만 원대에 샀다. 이 씨는 “에어컨은 배송과 설치에 시간이 걸리는데 기다리기엔 너무 더워서 일단 강풍기부터 샀다”고 했다. 서울 송파구에서 자취 중인 대학생 문모 씨(25)는 17일 잠을 설치고 다음 날 바로 침대에 까는 ‘냉감 패드’를 5만 원에 샀다. 문 씨는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아 에어컨 대신 자구책을 찾은 것”이라고 말했다. 쪽방촌 주민 등 취약계층의 걱정은 더 크다.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반장 홍홍임 씨(64)는 “전기요금이 올라 선풍기나 에어컨을 켜기가 무섭다는 주민이 많다. 상당수 주민은 흐르는 땀을 참으며 부채질로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쇼핑몰 등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장소에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17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원각사 무료급식소엔 평소보다 약 100명 더 많은 600명가량이 찾아왔다. 급식소 관계자는 “실내 식사 공간에 에어컨과 선풍기가 가동되다 보니 더위도 피할 겸 어르신들이 더 많이 찾으신 것 같다”고 말했다.● 올여름 고온 폭우 동반 우려기상청은 6∼8월 날씨 전망을 통해 올여름 기온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을 확률이 각각 40%라고 예측했다. 이미 올봄 평균 기온은 전국 단위 관측 이래 최고를 기록했다. 평균 기온이 점차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 7년 만에 강한 엘니뇨도 발생할 것으로 관측돼 고온과 폭우가 같이 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른 폭염이 시작되면서 정부여당도 대응에 나섰다. 국민의힘과 대통령실 등은 18일 고위 당정협의회를 열고 ‘하절기 취약계층 보호대책’을 내놨다. 전국 6만8000개 경로당에 대한 혹서기 냉방비 지원을 월 11만5000원에서 12만5000원으로 늘렸다. 지방자치단체에도 비상이 걸렸다. 올 5월 21일 첫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가 발생하며 지난해보다 41일이나 빨랐던 만큼 본격 더위를 맞아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총력 대응에 나서는 모습이다. 서울시는 18일 종합지원상황실을 가동하고 비상근무에 들어갔다. 서울시 관계자는 “돌봄이 필요한 홀몸 어르신 등에게 격일로 전화해 안부를 확인하고, 노숙인 밀집 지역 순찰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기도도 이날 김동연 경기도지사 지시로 오전부터 상황총괄반, 복지 분야 대책반, 구조구급반 등으로 합동 전담팀을 구성했다. 강원도는 폭염 태스크포스(TF)를 가동했다.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양양=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6월부터 이렇게 더운 건 태어난 후 처음인 것 같아요. 한여름은 어떻게 버틸지 벌써 걱정이네요.” 17일부터 이틀 동안 올해 첫 열대야가 나타난 강원 양양군 주민 김수경 씨(25)는 “더워서 밤에 선풍기와 에어컨을 모두 틀고 잤다”며 이같이 말했다.기상청에 따르면 17일과 18일 강원 양양 새벽 기온이 모두 25.8도를 기록해 밤사이 기온이 25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가 발생했다. 올해 첫 열대야인 6월 17일은 2021년(7월 5일)에 비해 18일 빠르다. 지난해와는 같다. 2년 연속으로 6월 열대야가 발생하면서 ‘6월=초여름’이란 공식이 깨지고 있는 것이다. 양양 주민들은 밤늦은 시간까지 낙산해수욕장 등 해변에서 돗자리를 깔고 무더위를 피했다.● 쇼핑몰, 가전매장 몰리는 시민들 18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서울에 첫 폭염주의보가 발효되는 등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올 들어 가장 높은 최고기온을 기록했다. 폭염주의보는 일 최고 체감온도가 33도를 넘는 상태가 이틀 이상 지속될 것으로 보일 때 발령한다. 19일에도 서울과 대전, 광주의 한낮 기온이 35도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른 더위에 시민들은 대비에 나섰다. 주요 가전매장에는 에어컨 구매자가 몰렸고 에어컨 대체품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마포구 직장인 이모 씨(26)는 18일 지름 50cm가량인 공업용 강풍기를 7만 원대에 샀다. 이 씨는 “에어컨은 배송과 설치에 시간이 걸리는데 기다리기엔 너무 더워서 일단 강풍기부터 샀다”고 했다. 서울 송파구에서 자취 중인 대학생 문모 씨(25)는 17일 잠을 설치고 다음 날 바로 침대에 까는 ‘냉감 패드’를 5만 원에 샀다. 문 씨는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아 에어컨 대신 자구책을 찾은 것”이라고 말했다. 쪽방촌 주민 등 취약계층의 걱정은 더 크다.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반장 홍홍임 씨(64)는 “전기요금이 올라 선풍기나 에어컨을 틀기가 무섭다는 주민이 많다. 상당수 주민은 흐르는 땀을 참으며 부채질로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쇼핑몰 등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장소에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17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원각사 무료급식소엔 평소보다 약 100명 더 많은 600명가량이 찾아왔다. 급식소 관계자는 “실내 식사 공간에 에어컨과 선풍기가 가동되다 보니 더위도 피할 겸 어르신들이 더 많이 찾으신 것 같다”고 말했다.● 올 여름 고온 폭우 동반 우려 기상청은 6~8월 날씨 전망을 통해 올여름 기온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을 확률이 각각 40%라고 예측했다. 이미 올봄 평균 기온은 전국 단위 관측 이래 최고를 기록했다. 평균 기온이 점차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 7년 만에 강한 엘니뇨도 발생할 것으로 관측돼 고온과 폭우가 같이 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른 폭염이 시작되면서 정부여당도 대응에 나섰다. 국민의힘과 대통령실 등은 18일 고위 당정협의회를 열고 ‘하절기 취약계층 보호대책’을 내놨다. 전국 6만8000개 경로당에 대한 혹서기 냉방비 지원을 월 11만5000원에서 12만5000원으로 늘렸다. 지방자치단체에도 비상이 걸렸다. 올 5월 21일 첫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가 발생하며 지난해보다 41일이나 빨랐던 만큼 본격 더위를 맞아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총력 대응에 나서는 모습이다. 서울시는 18일 종합지원상황실을 가동하고 비상근무에 들어갔다. 서울시 관계자는 “돌봄이 필요한 홀몸 어르신 등에게 격일로 전화해 안부를 확인하고, 노숙인 밀집 지역 순찰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기도도 이날 김동연 경기도지사 지시로 오전부터 상황총괄반, 복지 분야 대책반, 구조구급반 등으로 합동 전담팀을 구성했다. 강원도는 폭염 태스크포스(TF)를 가동했다.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양양=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
내년부터 조합원 1000명 이상의 대형 노동조합이 회계를 공시하지 않으면 산하 노조까지 조합비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15일 고용노동부와 기획재정부는 노동조합법 시행령과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이날부터 40일간 입법 예고한다고 밝혔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국민 세금으로 세제 혜택을 받으려면 회계의 책임성을 갖춰야 한다는 원칙에 예외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노조 조합비는 소득세법상 ‘기부금’으로 분류돼 다른 공익단체·법인 기부금과 마찬가지로 세액공제 대상이다. 이에 따라 종교단체를 제외한 단체·법인 대부분이 수입·지출, 자산·부채와 관련한 결산 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반면 노조는 아무런 조건 없이 공제 혜택을 받고 있다는 것이 고용부의 설명이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대형 노조는 매년 4월 30일까지 직전 회계연도 결산 결과를 올 9월 구축 예정인 고용부 노조 회계 공시 시스템에 공시해야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해당 노조는 물론이고 산하 노조들도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산하 노조가 개별적으로 회계를 공시해도 마찬가지다. 이번 조치는 2024년 납부 조합비부터 적용된다. 내년 4월 말까지 회계 내역을 공시하지 않으면 2025년 초 연말정산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개정안은 노조 회계감사원의 자격과 조합원들에게 회계 결산 결과를 공표해야 하는 시기 및 방법도 명시했다. 회계연도 종료 후 2개월 내 조합원이 쉽게 알 수 있도록 공표해야 한다. 조합원 3분의 1 이상이 요구하면 회계사 또는 회계법인이 노조 회계를 감사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도 담았다. 이에 대해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우리 사회 각 조직의 회계 투명성 제고에 찬성한다”면서도 “개정안의 목적은 ‘지원’이 아닌 ‘협박’”이라고 정부를 비판했다. 이어 “위헌성 여부를 정식으로 문제 제기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은 “법률의 위임과 근거 없이 노동기본권을 침해한 개정안이자 헌법과 노동관계법의 취지를 거스른 시행령”이라며 “입법예고안을 폐기하라”고 비판했다. 개정안은 8월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내년 1월 1일 시행될 예정이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서울 송파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이규태 씨(68)는 “40년 가까이 식당을 운영해 왔는데 갈수록 인력 구하기가 더 힘들다”며 한숨을 쉬었다. 165㎡(약 50평) 남짓한 이 씨의 가게가 원활히 돌아가려면 직원이 6명은 필요하지만 현재는 4명뿐이다. 그중 2명은 이 씨의 가족이다. 이 씨는 “구인 사이트에 광고를 올려도 서너 달 동안 지원자가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 음식·운송업 종사자 줄고, 부동산업 늘고13일 동아일보가 분석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장래인구 변화의 노동시장 파급효과 전망’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과 2040년 사이 ‘음식·주점업’ 종사자 수가 187만9360명에서 154만1860명으로 33만7500명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년 새 전체 종사자의 18%가 사라지는 셈이다. 같은 기간 소매업(자동차 제외)은 32만2607명, 농림업은 26만7873명, 육상·파이프라인 운송업은 26만5497명, 전기통신 등 공사업은 23만6943명이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부동산업 종사자는 48만5642명에서 71만5432명으로 22만9790명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건축·엔지니어링 기술 서비스업 종사자는 8만2781명, 사회복지 서비스업은 7만2631명, 정보기술 서비스업 종사자는 7만2171명 늘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를 수행한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인구클러스터장)는 이런 산업별 종사자 증감 차이가 △인구 감소 △고령화 △고학력화 등 ‘인구 3대 변화’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변화가 산업별 특징에 따라 다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연구는 58개 주요 산업에 종사하는 20∼74세 종사자 인구를 기준으로 이뤄졌다. 장래 업종별 종사자 분포가 현재와 비슷하다고 가정했고, 2021년 장래인구추계(중위)를 반영했다.● 고학력화-고령화로 노동시장 재편 이 교수는 특히 고학력화와 고령화가 산업별 인구구조 변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봤다. 2021년 장래인구추계 중위 기준에 따르면 한국의 인구는 2040년 5019만 명으로, 2020년 5184만 명에 비해 3% 줄어든다. 하지만 15세 이상 경제활동인구 중 최종학력이 고교 졸업 이하인 인구는 2020년 1512만 명에서 989만 명으로 35%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고졸 미만만 따지면 64% 감소한다. 같은 기간 대졸자는 17% 늘어 2040년 전체 경활인구의 62%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화도 급속히 진행돼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2040년에 전체 인구의 35%를 넘어선다. 이렇게 고령화, 고학력화가 진행됨에 따라 상대적으로 저학력이 종사하는 단순노무·미숙련 산업 및 직종의 근로자 수는 줄고 전문·숙련 인력이 종사하는 산업, 직종의 근로자 수는 늘거나 현 상태가 유지된다. 이 교수는 “부동산업의 경우가 대표적”이라며 “고령이 진입하기 쉽고 정년이 없는 ‘전문직’이라는 점에서 향후 인구변화에 따라 종사자 수가 크게 늘어날 수 있는 요인을 모두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직업별 분석에서도 종사자가 가장 많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는 직종은 ‘법률·행정·경영·금융 전문가 및 관련직’이었다. 2020년 대비 18만 명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그 외에 교육 전문가 및 관련직, 관리직, 법률 및 감사 사무직 등 직업 종사자 수가 늘어나는 직업은 대부분 고학력자가 종사하는 전문·숙련직이었다. 반면 인력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 조리·음식 서비스직, 운전·운송직, 농림축산 숙련직, 가사·음식이나 청소 관련 단순노무직 등은 대부분 저학력자가 주로 종사하는 직종이었다. ● 일부 직종은 세대교체… “재교육 필요”일부 업종에서는 ‘고령의 고학력자’가 ‘청년 고학력자’의 자리를 대체하는 세대교체가 일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경영·회계·과학·교육 전문가는 그 전체 규모가 늘어나지만 20∼34세 청년 유입은 저출산 등의 여파로 현재보다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업종 내에서 35세 이상 중장년층이 크게 늘어난다는 의미다. 이 교수는 가까운 미래에 특정 직업이나 직종에서 인력 공급 부족 또는 공급 과잉이 나타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맞춤형 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삼희 한국외식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현재 0.8명까지 떨어진 평균 고용원 수가 가까운 시일 내에 0.4∼0.5명으로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창업자 대부분은 키오스크 등 자동화기기를 기본으로 설치해 인력 부족에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학력 인구를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방안도 제시된다. 이 교수는 “양질의 고학력 노동인구가 증가하면서 노동생산성의 감소 속도는 경제활동인구 감소 속도보다 더딜 수 있다”며 특히 향후 급증할 고령의 고학력 인구에 대해 “나이가 들어도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직업 재교육과 훈련에 적극적인 투자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향후 노동인구 자체를 늘리기 위해 “경력 단절 완화를 통해 여성의 경제활동률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친환경 산업으로의 체질 개선을 뜻하는 일명 ‘녹색전환’이 국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정부가 처음으로 조사한다. 13일 조달청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고용부는 화력발전 가동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에너지 발전율을 높이는 것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올해 4월 발주했고, 이달 중 업체를 선정해 연구에 착수할 예정이다. 정부가 녹색전환의 노동시장 영향을 연구하는 배경에는 지난해 3월 시행된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이 있다. 이 법은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 과정에서 고용상태의 영향을 평가하는 조사를 5년마다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반영한 지원대책을 수립하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 고용부와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전기차 보급률 1위인 제주에서 2030년이 되면 내연기관 자동차 수리 정비공이 지난해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 그 대신 연간 355개 전기공사업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됐다. 정부는 전국 단위 첫 영향조사 대상으로 ‘화력발전소’를 택했다. 화석연료를 이용한 화력발전소의 가동을 줄이고 태양광 같은 신재생에너지나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으로 전환할 때 △관련 산업과 지역에 얼마나 많은 실업자가 발생하고 △새로운 업계에서는 얼마만큼의 고용이 창출되는지를 조사할 계획이다. 또 기존 화력발전소 근무 인력의 재교육, 업계 이전 방안, 생계지원 등 맞춤형 대책도 발굴한다. 기후 위기에 대응하며 급속한 산업전환이 일어날 때 그 과정과 결과가 모두에게 정의로워야 한다는 일명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준비 작업이다. 4차 산업혁명 전환 관련 정부 자문위원을 지낸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유럽에서는 이미 업종별 추계는 물론이고 그 대책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한국은 정확한 추계조차 없다”며 “사업체에 대한 조사를 양적, 질적으로 지금보다 훨씬 정밀하게 시행해 실태를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업종별 추계를 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 교수는 “신기술 개발 같은 것은 기업이 할 수 있지만 산업전환의 큰 그림은 정부가 그려줘야 하는 것”이라며 “그 그림을 통해 미래에 필요한 교육, 인력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용부는 지난해 4월부터 기업이 탄소중립·디지털 관련 사업으로 전환하면 지원금을 주는 ‘노동전환 고용안정 장려금’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자동차 플라스틱 부품을 생산하는 한창이지엠의 오경수 책임매니저는 “지난해 전기차 부품 생산라인을 증설하며 전체 공장 인력이 2배 늘었는데, 정부 지원금을 받아 일부를 보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