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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모난 화면 헤치며/살며시 다가와…’(‘샴푸의 요정’ 중) 1990년 가요계에 빛과 소금은 조용한 해일처럼 덮쳐왔다. 섬세하고 지적인 화성+차갑고 세련된 편곡+어딘지 우울하며 애절한 감성. 입체파 회화처럼 기묘한 이 ‘화학식’의 미학은 마치 불가해한 도형의 꼭짓점 같았다. 주류 차트를 뒤집진 못했지만 이 작은 폭발의 여진(餘震)은 세기를 넘어 지속됐다. 2019년 R&B 가수 정기고, 2020년 아이돌 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혼성 듀오 도시(dosii)가 리메이크하며 빛바램 없는 고전(古典)임이 입증됐다. “대중의 취향을 고려해 히트 곡을 만드는 것? 당대의 다른 이들이 지상 과제로 골몰했던 그 일을 우리는 하지 않았던 것이 되레 긴 생명력을 갖고 재조명된 비결인 것 같아요.”(박성식, 장기호) 마침내 원전(原典)이 돌아왔다. 그룹 빛과 소금(박성식, 장기호)이 6집 ‘Here we go’를 26일 발표했다. 1996년 5집 ‘천국으로’ 이후 무려 26년 만의 정규 앨범이다. 25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멤버들은 “애당초 데뷔 30주년(2020년)을 기념하는 디지털 싱글 정도를 생각했는데 ‘레트로 시티팝이 요즘 붐이다. 젊은이들도 찾는데 왜 정규 앨범을 내지 않냐’는 주변의 말에 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실용음악학 교수로 근 20년 교단에 선 두 멤버에게 호기(好期)도 왔다. 장 씨는 2017년 서울예대에서 퇴직했다. 박 씨(호서대)는 20년 만에 쓰게 된 안식년(내년 2월까지)을 오롯이 빛과 소금 재결합에 헌납하기로 했다. “2019년 서울레코드페어 때 저희 1집 LP 재발매 기념 팬 사인회를 열었죠. 사인을 기다리는 긴 줄에 20대 젊은이들이 팔 할이어서 깜짝 놀랐어요.”(장기호) 10개의 유려한 신곡으로 신작을 꽉 채웠다. 첫 곡 ‘Blue Sky’부터 거침없다. 순풍 만난 거함(巨艦) 같다. 교묘하고 세련된 화성과 선율로 푸른 청량감의 돛을 활짝 펼친다. “2017년 제가 낸 화성학 책 ‘나는 모드로 작곡한다’의 예제 곡 하나를 발전시켰습니다. 행복감을 주는 아이오니언(Ionian) 모드(mode·음의 배열법)를 썼죠.”(장기호) 이 곡은 뮤직비디오(QR코드)로도 제작했다. 데뷔 후 한 번도 찍어본 적 없는, 첫 뮤직비디오다. 빛과 소금 사상 최초로 랩을 본격 삽입한 곡 ‘오늘까지만’도 신작의 일부. 젊은 래퍼 서출구를 참여시켰다. “‘김현식과 봄여름가을겨울’ 멤버로 활동하다 탈퇴한 뒤 (미국 프로듀서) 퀸시 존스의 ‘Back on the Block’(1989년)을 듣게 됐어요. 언젠가는 나도 멋진 랩을 노래에 넣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오랜 꿈이 이뤄졌네요.”(박성식) 박 씨와 장 씨는 한때 봄여름가을겨울, 사랑과 평화의 멤버였다. 김현철, 고 김현식 유재하 등과 어깨를 걸고 당대 대중음악을 혁신한 ‘뉴 웨이브’ 집단의 핵이었다. ‘빛과 소금만 빼고 다들 (대중적으로) 잘된 것 같다’고 하자 박 씨가 조용히 테이블 위의 커피 잔을 들었다. “빛을 받은 잔 밑에 생긴 그림자를 봐주세요. 빛이나 소금은 너무 당연해 그 존재를 잊기 쉽지만 삶에 꼭 필요하죠. 우리도 그런 팀이었다고 믿어요. 앞으로도 우리, 그렇게 활동하고 싶어요. 빛과 그림자처럼 둘이 붙어 다니며 70대, 80대가 될 때까지요.”(박성식) “그리워하시던 좋은 음악, 다시 들려드릴 거예요. 앨범 제목 보이시죠? ‘Here we go’(다시 시작해보자!)”(장기호)임희윤 기자 imi@donga.com}
프랑스인 남편과 함께 충북 충주시 수안보 온천 인근에 와인 농장을 일군 이야기를 한국인 소설가 아내가 맛깔 나는 문체로 풀어낸 에세이다. 땅, 숲, 똥, 벌, 술에 관한 향긋한 이야기라니. 읽기 전에 소재만 휙 둘러봐도 수안보에서 뜬금없이 와인 만들기보다는 책 선정에 실패할 확률이 확 낮아 보이는데, 결과 역시 그러하다. 스토리는 좀 뻔하다. 어느 날 서울의 직장에서 새벽 두 시에 퇴근해 귀가한 프랑스인 엔지니어 남편이 “이대로 살다간 죽을 것 같다”면서 별안간 농부가 되고 싶다고 선언한다. 나이 마흔에…. 늦깎이 농사 공부를 시작하고 없는 돈에 땅을 보러 다니며 잘 안 될 거라는 주변의 조언을 듣고 좌충우돌한다. 한 땀 한 땀 땅을 일구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부부는 작은 행복을 발견해 간다. 배경음악과 풍경만으로도 80%는 먹고 들어가는 여느 와인 소재 영화 같다. 단, 이것은 영상물이 아니며 활자 예술이다. 따라서 생생한 묘사와 정감 어린 통찰이 어우러진 저자의 글맛이 중요한데 소설가인 지은이는 뛰어난 관찰력, 기억력, 필력을 동원해 그 어려운 것을 해내고 만다. 그렇다고 붓의 힘이 부담스럽게 느껴지지도 않는다. 필체는 아기 고양이의 아장거리는 리듬처럼 사랑스럽다. 넘치지 않게 절제돼 앙증맞은 삽화도 제 몫을 다한다. 다 때려치우고 농사나 지을까 공상하며 밤마다 한 잔에 스트레스를 녹이는 고단한 생활인들에게 권한다. 농부의 현실은 백일몽보다 훨씬 고단하나, 책으로 간접 경험하는 그 이야기는 싱그러운 시드르(사과즙을 원료로 한 발효주)나 내추럴 로제스파클링 와인처럼 달콤하게 다가온다. 농부 남편 레돔의 다음과 같은 말이, 잔에 담긴 술처럼 여운이 돼 찰랑인다. “세상에 맛없는 내추럴 와인은 없어. 한 잔의 와인을 마신다는 것은 그 과일이 자란 땅과 나무, 바람과 햇빛을 느끼고 즐긴다는 것이야. … 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은 향이나 맛을 첨가하지 않은 술이라면 그 자체로 괜찮은 거라고 생각해.”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산울림이나 서태지 같은 존재는 일본, 대만, 중국은 물론이고 미국에서도 나올 수 없었죠. 돌아보면…, 한마디로 미친 시대였지요.”(신현준 평론가) 1960∼90년대 우리 음악에 관해 세 명의 평론가가 큰일을 냈다. 30일 세상에 나오는 ‘한국 팝의 고고학’(전 4권·을유문화사)은 조용필, 들국화, 김현식, 김광석, 신해철, 서태지, H.O.T. 등을 불러내되 제단에 모시지 않는다. 그들을 둘러싼 지리(地理), 역학, 산업을 꿰뚫고, 붉은 카펫 아래 숨은 이야기를 까발린다. 허 찌르는 담론, 골목 냄새 나는 뒷이야기, 통렬하며 재기 어린 문체가 교차한다. 통찰력 넘치는 연구서이자 흥미진진한 교양서다. 저자 신현준, 최지선, 김학선 대중음악평론가를 25일 서울 마포구의 출판사에서 만났다. “이 책은 음악에 대한 미학적 판단을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한국 팝의 미학이 아닌 고고학으로 명명했죠.”(신 평론가) 앞서 2005년 낸 1, 2권은 치밀한 조사와 신선한 관점으로 1960, 70년대 한국 음악사를 요리했다. 이미 음악 애호가의 고전(古典)으로 통한다. 절판된 그 두 권을 개정·증보하고, 3권과 4권, 즉 1980년대와 90년대 편을 이번에 새로 써 보탰다. 1980년대 편의 부제는 ‘욕망의 장소’. 공간과 지역이 열쇠다. 저자들이 ‘한국 팝의 지리학’으로 책 제목 변경까지 고민했을 정도다. 여의도와 조용필 이야기로 문을 연다. 신촌, 대학로, 이태원 등지의 유흥문화, 인맥, 문화 인프라를 생생히 헤집는다. 이를테면 서초구 방배중앙로에 있던 카페 ‘퀘스천’ ‘휘가로’ ‘아마데우스’ 약도까지 첨부하며 조덕배 김종찬 이상우 변진섭 지예 하광훈 등 이른바 방배동 사단의 등장과 분업을 상술한다. ‘모든 것이 이제 다 무너지고 있어도/환상 속에 아직 그대가 있다.’(서태지와 아이들 ‘환상 속의 그대’·1992년) 1990년대 편의 부제는 ‘상상과 우상’. 앞의 5년은 상상, 뒤의 5년은 우상의 시대로 정의했다. 신 평론가는 “탈냉전 도래로 무경계, 무규칙이 유행하고 압구정과 홍익대 앞에서 각종 문화가 뒤섞이다 못해 엎질러진 시대가 1990년대 전반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의 붕괴,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를 거치며 사람들은 우상(아이돌)을 찾게 됐고 1990년대 후반은 그 제단에 대한 숭배로 귀결했다는 것이 저자들의 진단이다. 동아일보를 비롯한 여러 신문과 잡지, 서적과 음반 등 방대한 참고문헌은 10년에 걸친 저자들의 노고를 짐작하게 한다. 주현미, 들국화, 고 신해철, 유희열, 자우림 등 명사는 물론이고 숨은 인사이더들과의 인터뷰도 담았다. ‘100분 쇼’를 통해 조용필을 조명하고 새로운 쇼 문화를 개척한 1980년대 ‘여의도 백작’ 진필홍 전 KBS PD, 현진영 1·2집을 제작한 SM엔터테인먼트 초기 프로듀서 홍종화 씨 등이다. 저자들은 ‘완간’을 선언한다. 고고학 시리즈는 이걸로 영영 끝이란 얘기다. 인터넷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없어 고립돼 있던 1960∼90년대야말로 한국 팝이 그 특수성을 개발하고 만개시킨 시대였기 때문이란다. 시대에 관한 선입견이 없는 20, 30대가 이 책을 많이 봐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2000년생인 제 아들은 음악 들을 때 시대감각이 없어요. 유튜브를 타고 자유롭게 흘러 다니다 1960년대에도 닿고, 1990년대에도 닿죠. 그런 이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예요.”(최지선 평론가)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산울림이나 서태지 같은 존재는 일본, 대만, 중국은 물론이고 미국에서도 나올 수 없었죠. 돌아보면…, 한마디로 미친 시대였지요.”(신현준 평론가) 1960~90년대 우리 음악에 관해 세 명의 평론가가 큰일을 냈다. 30일 세상에 나오는 ‘한국 팝의 고고학’(전 4권·을유문화사)은 조용필, 들국화, 김현식, 김광석, 신해철, 서태지, H.O.T. 등을 불러내되 제단에 모시지 않는다. 그들을 둘러싼 지리(地理), 역학, 산업을 꿰뚫고, 붉은 카펫 아래 숨은 이야기를 까발린다. 허 찌르는 담론, 골목 냄새나는 뒷이야기, 통렬하며 재기 어린 문체가 교차한다. 통찰력 넘치는 연구서이자 흥미진진한 교양서다. 저자 신현준, 최지선, 김학선 대중음악평론가를 25일 서울 마포구의 출판사에서 만났다. “이 책은 음악에 대한 미학적 판단을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한국 팝의 미학이 아닌 고고학으로 명명했죠.”(신 평론가) 앞서 2005년 낸 1, 2권은 치밀한 조사와 신선한 관점으로 1960, 70년대 한국 대중음악사를 요리했다. 이미 음악 애호가의 고전(古典)으로 통한다. 절판된 그 두 권을 개정·증보하고, 3권과 4권, 즉 1980년대와 90년대 편을 이번에 새로 써 보탰다. 1980년대 편의 부제는 ‘욕망의 장소’. 공간과 지역이 열쇠다. 저자들이 ‘한국 팝의 지리학’으로 책 제목 변경까지 고민했을 정도다. 김학선 평론가는 “(대표 필자) 신(현준) 선배의 제안에 따라 조사를 해나가며 그간 많은 음반과 음악가를 연구하면서도 간과했던 신선한 관점에 눈 뜨게 됐다”고 말했다. 여의도와 조용필 이야기로 책을 연다. 영동, 신촌, 대학로, 방배동, 이태원 등 서울 내 9개 권역을 거점 삼아 당대의 유흥문화, 인맥, 문화 인프라를 생생히 헤집는다. 이를테면 서초구 방배동 카페 골목의 ‘퀘스천’ ‘휘가로’ ‘아마데우스’ 같은 업체 약도까지 첨부하며 ‘아드린느를 위한 발라드’ 등 부드러운 경음악의 유행, 강인원, 조덕배, 김종찬, 이상우, 변진섭, 지예, 하광훈 등 이른바 방배동 사단의 등장과 분업까지 상술한다. ‘모든 것이 이제 다 무너지고 있어도/환상 속에 아직 그대가 있다’(서태지와 아이들 ‘환상 속의 그대’·1992년) 1990년대 편의 부제는 ‘상상과 우상’. 앞의 5년은 상상, 뒤의 5년은 우상의 시대로 정의했다. 신 평론가는 “구소련 붕괴, 탈냉전 도래로 무경계, 무규칙이 유행하고 압구정과 홍익대 앞에서 각종 문화가 뒤섞이다 못해 엎질러진 시대가 1990년대 전반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의 붕괴, IMF 구제금융 사태를 거치며 사람들은 우상(아이돌)을 찾게 됐고 1990년대 후반은 그 제단에 대한 숭배로 귀결했다는 것이 저자들의 진단이다. 동아일보를 비롯한 여러 신문과 잡지, 서적과 음반은 물론이고 인터넷 사이트, 팬 카페까지…. 방대한 참고문헌은 10년에 걸친 저자들의 노고를 짐작케 한다. 이들은 “그러나 지독한 난제는 늘 사람과 대화에서 풀리곤 한다”고 말했다. 주현미, 들국화, 김완선, 고 신해철, 유희열, 자우림 등 명사 인터뷰뿐 아니다. 1980년대 ‘여의도 백작’이라 불린 진필홍 전 KBS PD, SM엔터테인먼트 초기 프로듀서 홍종화 씨 등 숨은 인사이더들도 책에 매혹적 이야기를 보탰다. 진 전 PD가 ‘100분 쇼’를 통해 조용필 등을 조명하고 초대형 이벤트 문화 확산을 촉진한 양상, 홍 프로듀서가 현진영 1, 2집 제작 때 가진 음악적 지향과 음향 장비까지 훑는 식이다. “방배동 부분의 경우, 한 무명가수의 기억력이 대단한 도움을 줬지요.”(신 평론가) 저자들은 ‘완간’을 선언한다. 고고학 시리즈는 이걸로 영영 끝이란 얘기다. 인터넷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없어 고립돼 있던 1960~90년대야말로 한국 팝이 그 특수성을 개발하고 만개시킨 시대였기 때문이란다. 글로벌 지향의 케이팝은 별도의 이야기로 다뤄야한다는 것. 책은 공간과 인물과 사유가 명멸하며 뒤엉키는, 먼 나라 전설이나 옛날이야기처럼 흥미진진하다. 이는 명백히 한국 음악의 뼈대를 이룬 실화이기도 하다. 뜻밖에도 저자들은 추억과 향수가 충만한 중장년층보다 그 시대가 낯설 20, 30대가 이 책을 더 많이 봐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시대에 관한 정형화된 프레임이 없는 그들이 더 객관적으로, 더 재미나게 읽을 것 같거든요.”(신 평론가) “2000년생인 제 아들은 음악 들을 때 시대감각이 없어요. 유튜브를 타고 자유롭게 흘러 다니다 1960년대에도 닿고, 1990년대에도 닿죠. 그런 이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예요.”(최지선 평론가)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엔데믹. 음악 팬들은 이 세 글자만 기다려 왔다. 유튜브나 음원 플랫폼으로 얌전히 듣는 음악은 그만, 음악은 역시 현장에서 음악가와 교감하고 제창하거나 춤추며 즐겨야 제맛이라고 믿는 이들이 들썩인다. 최근 낮 기온이 30도에 육박하며 페스티벌 시장 역시 비등점을 찍고 있다. 23일 공연업계에 따르면 인천펜타포트락페스티벌(펜타포트), 서울재즈페스티벌 등 여름 맞이 대형 음악 페스티벌의 예매권이 모두 동났다. 펜타포트 관계자는 “12일 블라인드(출연진 비공개), 20일 얼리버드(조기 예매 할인) 티켓이 각각 1분 만에 매진됐다”면서 “정식 예매 전의 사전 오픈티켓이 1만 장 이상 팔린 것은 펜타포트 역사상 처음이다”라고 말했다. 펜타포트는 2006년 시작한 국내 대표 여름 야외 음악 축제다. 행사 시점이 8월인 만큼 앞으로 한두 차례 입장권을 더 판매할 예정이지만 피 튀기는 티케팅 전쟁, 이른바 피케팅이 예상된다. 서울재즈페스티벌은 총 3만 장의 티켓이 3초 만에 동났다. 페스티벌 관계자는 “매진 뒤에도 홈페이지 예매 대기 인원이 4만 명에 달했다”고 전했다. 16만5000원짜리 1일권 한 장이 장당 50만 원대에 중고 거래 사이트에 올라오는 실정이다. 대형 야외 페스티벌의 계절은 사실상 3년 만이다. 굶주릴 대로 굶주린 음악 팬에 연인, 가족 등 피크닉족까지 몰리면서 시장이 달아오를 대로 달아올랐다. 김학선 대중음악평론가는 “일부 축제는 출연진의 호불호도 상관하지 않고 무조건 예매하고 보자는 식으로 예매자가 몰린다. 보복 소비의 폭발로, 이런 경향이면 어떤 출연진 라인업을 짜도 모든 페스티벌이 매진될 듯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13∼1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88잔디마당에서 열린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22’는 청신호가 됐다. 입장객을 평소의 70% 수준인 7000명으로 제한했고 무대 바로 앞 스탠딩석도 없애 상대적으로 분위기는 차분했지만 객석을 꽉 메우고 음악을 즐기는 이들의 열기는 뜨거웠다. 사고나 감염병 전파 없이 안전하게 진행됐다. 인산인해의 관객이 쿵쿵대는 비트에 몸을 맡기는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페스티벌도 돌아온다. 물총 싸움을 결합한 ‘워터밤 서울 2022’(6월 24∼26일), 태국을 대표하는 송끄란 페스티벌이 처음 한국에 선보이는 ‘S2O 코리아-과천’(7월 9∼10일) 등이다. 탄소중립과 착한 소비를 지향하는 축제도 있다. 강원 춘천시에서 열리는 ‘에어하우스’는 자연 속에서 캠핑하며, 48시간 동안 쉬는 시간 없이 음악이 계속되는 것이 특징이다. 요가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에어하우스 관계자는 “모든 음식과 음료 판매처에서 100% 재활용 컵과 식기를 사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페스티벌 열풍 속에 취향과 상관없이 아무 축제에나 뛰어드는 것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 이대화 평론가는 “페스티벌은 일반 공연과 달리 반나절 이상 그곳에서 생활하고 온다는 마음가짐으로 대비해야 한다”며 “커다란 스피커로 종일 음악을 들어야 하므로, 출연진의 명성에 홀리지 말고 내가 확실히 즐길 만한 축제를 고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교통편 준비, 티켓 예매 방식과 환불 정책까지 주최 측과 소통하는 것 역시 축제의 일부”라고 덧붙였다. 2019년 열린 ‘홀리데이 랜드 페스티벌’은 출연진 취소 사태에도 환불을 미뤄 빈축을 산 바 있다.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이번 전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6장의 CD에 담은 산조입니다. 제가 이 봉우리(바탕)들을 ‘완등’하지 않았다면 음악의 골이 이리 깊은 것도 몰랐을 테니까요.” 국내 대표적 가야금 연주자인 김일륜 명인(62·중앙대 전통예술학부 교수)의 이야기다. 그가 자신의 가야금 인생을 정리한 열두 장짜리 전집 ‘길’을 최근 내놨다. 국내 음악인이 자신의 연주만으로 이만한 분량의 전집을 낸 유례를 찾기 힘들다. 산조, 정악, 가야금 병창, 대금과 이중주, 창작음악을 아우르는 스펙트럼도 광활하다. 산악인으로 치면 히말라야 14좌에 대륙별 고봉준령까지 오른 기록을 생생하게 집대성한 셈이다. 6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김 명인은 “지금 이날치가 각광을 받는 것도 전통을 제대로 알고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琴)의 혁신가다. 1996년, 25현 가야금 개량을 주도했다. 이는 전통의 12현, 후대의 22현을 제치고 현재 각종 국악 연주단에서 가장 많이 쓰는 악기다. 서울새울가야금삼중주단(1989년 창단)의 일원으로 파헬벨의 캐논을 연주했고 실내악단 ‘어울림’에서는 국악가요를 실험했다. 각종 열차의 종착과 환승 때 들을 수 있는 가야금 버전의 비틀스 메들리로 유명한 숙명가야금연주단을 만들고 지도한 것도 김 명인이다. “전주에서 태어나 사설 국악원을 운영하시는 부친 아래에서 유치원 대신 국악원을 다니며 자랐지요.” 골 깊은 산조의 세계에 일찌감치 푹 빠졌다. 중학생 때는 테니스 선수를, 고교 시절엔 약대 진학도 꿈꿨지만 결국 금(琴)만큼 그를 알아주는 것은 없었다. 서울대 국악과에서 학사, 이화여대에서 석사와 박사를 취득한 뒤 연주인으로 활동하던 그의 주먹을 뜨겁게 한 것은 1990년대 한중일 3국의 전통음악인이 교류한 ‘오케스트라 아시아’에 합류하면서다. “12현 가야금은 다른 장르를 연주할 때 곡마다 안족(雁足·줄 받침대)을 옮겨야 해 번거롭고 음역의 한계가 뚜렷했죠. 중국의 구정(古箏·고쟁)도 연구했지만 무엇보다 지금은 중국에서조차 연주법이 잊힌 슬(瑟)에 마음이 갔어요.” 문묘제례악 때 연주하는 시늉이나 하는 데 쓰이던 슬은 가운데 빨간 줄을 기준으로 위아래로 열두 줄을 배치한 25현 현악기다. 김 명인은 “아름다운 슬을 이 시대에, 그것도 우리나라에서 새롭게 탄생시켜 보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일찍이 퓨전 국악 열풍을 일으킨 숙명가야금연주단 창단도 무에서 유를 길어낸 경우. 1998년 숙명여대 전통예술대학원 교수로 임용된 뒤, 이 신설 대학원에 가야금 전공자만 가득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서울새울가야금삼중주단의 캐논처럼 이번엔 비틀스의 곡을 통해 국악 문외한도 한 번만 들으면 가야금에 눈뜨게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죠.” 주변 국악인들의 우려에도 농현(弄絃) 등 국악과 가야금의 진수를 함께 보여주면 된다는 자신감이 그를 나아가게 했다고. 중앙대로 자리를 옮긴 김 명인은 이곳 학생으로 구성된 중앙가야스트라를 2007년 창단해 이끌고 있다. 가야스트라는 가야금과 오케스트라를 합친 신조어. 여전히 새로운 국악, 미래의 국악을 꿈꾼다. “만약 숙명가야금연주단 시절에 방탄소년단이 있었다면 ‘Dynamite’를 반드시 연주했을 거예요. 케이팝 아이돌의 트레이닝 과정에 국악 과목이 하나 꼭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가야금 산조와 병창에 모두 정통한 그의 목표는 미답의 고봉을 향한다. “판소리를 가야금 병창으로 재해석하는 실험을 하고 싶습니다. 이제 저의 새 길을 가려 합니다.”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음주가무.’ 술 마시고 노래하며 춤추는 일을 뜻한다. 가무가 일품인 우리 가요와 주(酒)가 특별한 결합을 하고 있다. 올여름 가요계가 소주 대전으로 물들 듯하다. 히트곡 ‘소주 한 잔’(2003년)으로 유명한 가수 임창정 씨(49)가 7월 중순 자신의 브랜드를 내건 소주를 출시한다. 2월 박재범이 내놓은 ‘원소주’ 역시 인기에 힘입어 7월 신제품 ‘원소주스피릿’을 내놓을 예정이다. 임 씨와 함께 소주를 개발한 양조업체 조은술세종의 경기용 부사장은 “저가형은 물론이고 증류 원액을 넣은 프리미엄급까지 두세 가지 제품 라인업을 구상 중”이라며 “임 씨와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면서 경쟁력 있는 소주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임 씨 측은 다음 달 시작해 연말까지 하는 전국 순회공연과 연계해 이 소주에 대한 홍보도 펼칠 계획이다. 젊은층에서 ‘오픈런’ 품절 대란을 낳고 빈병까지 수만 원에 거래되고 있는 ‘원소주’ 열풍도 심상치 않다. 품귀 현상을 빚다 16일 홈페이지에 기프트세트를 내놨는데 또 난리다. 김희준 원스피리츠 최고커뮤니케이션책임자(CCO)는 “종전에 낱개로 판매할 때 홈페이지 동시 접속자 수가 20만 명에 달한 적이 있어 웬만한 온라인 게임회사보다 많은 서버를 투입했다”며 “매일 오전 11시에 하루 500세트 판매를 시작하는데 17일엔 17초 만에 구매와 결제가 모두 끝났다”고 말했다. 옹기 숙성 과정을 거친 원소주의 알코올 도수는 22도다. 7월 출시할 원소주스피릿은 알코올 도수를 24도로 올리는 대신 옹기 숙성 과정을 생략해 가격은 내릴 계획이다. 9월에는 프리미엄 버전 제품도 내놓을 예정이다. ‘가수 소주’ 열풍은 온라인 쇼핑과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특성과 맞물렸다. 이들 소주는 온라인 판매가 불가능한 일반 희석식 대량생산 소주와 달리, 지역 농업회사법인과 제작한 전통주이기에 인터넷 유통이 가능하다. 전통주 전문가인 명욱 숙명여대 미식문화최고위과정 주임교수는 “‘한국 술은 저렴하다’ ‘술이란 먹고 죽는 것’ 같은 편견이 없는 젊은 세대, ‘술은 통일’이란 구호 대신 다양성을 추구하는 MZ세대가 팬덤과 스타일까지 담은 주류에 반응하고 있다”며 “다만 전통주인 만큼 향후 각 지역 음식과 문화까지 같이 알리며 가치를 추구한다면 더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이미 지난 세기부터 제이지, 존 레전드 등 많은 래퍼와 가수가 샴페인, 와인, 코냑 등 다양한 주류 브랜드에 손을 댔다. 국내에서는 2010년대부터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와이너리에서 와인을 만들어냈지만 케이팝 아이돌이 주류 사업에 직접 뛰어드는 일은 없었다. 그러나 박재범, 임창정 등 솔로 가수를 중심으로 바람이 불면서 업계가 들썩인다. 익명을 요구한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소속 래퍼와 주류회사의 협업을 하반기에 계획 중이다. 원소주 신드롬 이후 특히 힙합계를 중심으로 주류사업 진출을 준비하는 이들이 부쩍 눈에 띈다”고 말했다.임희윤 기자 imi@donga.com}
‘보컬 모집. 판테라, 세풀투라 스타일 가능한 분들 급구. 성격 좋은 분 우대.’ 뭐 대충 이런 문구를 두꺼운 유성 매직으로 휘갈겨 적은 유인물을 여기저기 담벼락에 붙이며 다녔더랬다. 20세기 모년 모월 모일, 나와 드러머 E가 대전 중구 으능정이문화의거리 일대에서 벌인 연쇄 불법 벽보 게시 사건의 전모다. 저런 조악한 모집 공고에도 할 사람은 다 휴대전화로 연락을 해 왔고, 우리는 결국 오디션(‘히든싱어’ ‘청춘스타’의 약 10만분의 1 규모)을 통해 귀인을 낙점하곤 했다. #1. ‘저요? 저 밴드 해요’ 세상 어딜 가도 ‘밴드를 한다’는 말이 제법 통하던 시대였다. ‘춤을 춘다’ ‘랩을 한다’보다도 더…. ‘밴드’라는 두 음절은 비틀스를, U2를, 메탈리카를 상기시키던 시절이었고 기성세대에게 지지 않는 어떤 강력한 기상과 반항 기질, 흥과 멋과 힘을 함께 가진 이일 가능성이 높다는 사회적 시그널에 가까웠다. 물론 그것은 음악계의 중심축이 솔로 가수, 베드룸 팝(말 그대로 침실에서 만드는 1인 제작형 팝 음악) 싱어송라이터, 래퍼로 옮겨가기 전의 이야기다. #2. 매년 유럽 최고의 노래를 뽑는 경연대회인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는 총성 없는, 그러나 음성은 많은 전쟁이다. 14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린 제66회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에서 밴드가 우승했다. 우크라이나 그룹 칼루시 오케스트라다. 래퍼와 연주자들로 구성된 팀인데 우승곡인 ‘Stefania’의 무대(QR코드)를 보면 힙합 비트와 랩, 우크라이나 민속음악을 섞어 중독성이 강하다. 특히 수시로 끼어드는 우크라이나 전통 관악기 텔렌카 연주 장면이 압권이다. ‘너네 이런 거 본 적 있어?’라고 쿨하게 묻는 듯한 연주…. 첨단을 넘는 전통의 힘이란 이런 것이구나. #3.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는 주로 폭발적 가창력을 가진 솔로 가수들의 텃밭이었다. 지난해 이탈리아 록 밴드 모네스킨이 우승한 것이 2006년 핀란드 메탈 밴드 로디 이후 밴드로서는 무려 15년 만의 쾌거였던 것이다. 그 트로피를 올해 우크라이나 밴드가 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밴드를 한다’는 건 힘들다. 의견과 취향이 다른 데다 잘돼서 인기까지 얻으면 상황은 곧잘 점입가경이 된다. 상황과 감정도 변한 다수의 멤버가 서로 물리적으로 치고받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오죽하면 온갖 부와 명예를 거머쥔 천하의 비틀스도 딱 10년 하고 때려치웠겠는가. #4. 특히나 보컬, 기타, 건반, 베이스기타, 드럼 등 각자의 악기를 들고 음악 제작의 지분을 등분해 가진 전통적 20세기형 밴드들은 그 어려움이 더하다. 연습실에 들어가면 자기 악기 볼륨을 0.5라도 더 올리려 치르는 눈치싸움을 밴드를 해본 이들이라면 한 번쯤 경험했으리라. 그래도 밴드의 희열은 바로 거기서 온다. 5초 전까지 멱살잡이를 상상하던 멤버들과 합주에 돌입한 순간, 나의 기타와 ‘저놈’의 드럼이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클라이맥스의 찰나에 느끼는 짜릿한 일체감은 밴드인만의 카타르시스 아닐까. #5. 실은 새로 나온 책 두 권이 저 옛날 밴드의 시대에 관한 개인적 경험을 상기시켰다. 하나는 제목부터 ‘더 밴드’다. 1950년대에 결성된 미국의 벤처스부터 2000년대에 뭉친 영국의 ‘더 1975’까지 장르와 시대를 막론한 각종 밴드 405팀을 다뤘다. 저자는 ‘과연 밴드의 시대는 끝난 것일까?’라는 제목의 머리말에서 ‘밴드의 음악이야말로 대중음악의 근간이고 정수이며 꽃’이라고 단언한다. 이름부터 고색창연한 ‘프로그레시브 록 명반 가이드북’은 또 어떤가. ‘밴드’를 내세우진 않았지만 이 책이 리뷰한 앨범의 제작 주체는 90% 이상이 밴드다. #6. 밴드가 조금은 낯설어진 시대다. 공식 팀명인 혁오, 이날치를 그대로 불러주면 될 것을 굳이 ‘혁오뺀드’ ‘이날치뺀드’로 부르는 이들이 적잖은 것이 방증한다. 이젠 웬만한 두세 글자짜리 아티스트명은 솔로 가수, 래퍼, 아이돌 멤버의 예명으로 보는 게 더 일반적이라는 얘기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밴드의 시대를 기억한다. 그리고 이 밤, 지금은 어디에서 어떻게 뭘 하며 지낼지 너무 궁금한 저 으능정이거리에서 급구된 보컬과 베이스기타 연주자를 그리워한다. 보고 싶다. 밥은 먹고 다니니? 음악은…?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그룹 방탄소년단이 미국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서 3관왕에 오르며 6년 연속 트로피를 받았다. 15일(현지 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 아레나에서 열린 올해 시상식에서 방탄소년단은 ‘톱 듀오/그룹’ ‘톱 송 세일즈 아티스트’ ‘톱 셀링 송’의 3개 부문을 수상했다. 방탄소년단은 다음 달 내는 새 음반 준비 등 일정 문제로 시상식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지난해 4관왕에는 못 미치는 성적이지만 2017년 이 시상식에서 ‘톱 소셜 아티스트’를 받은 이래 6년째 수상을 이어갔다. 방탄소년단은 ‘톱 듀오/그룹’ 부문에서 실크 소닉과 록밴드 글라스 애니멀스 등을 제쳤다. ‘톱 송 세일즈 아티스트’에서는 아델, 에드 시런 등과 경쟁했다.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다이너마이트’에 이어 올해 ‘버터’로 2년 연속 ‘톱 셀링 송’을 차지했다. 다만 지난해까지 방탄소년단이 5년 연속 수상한 ‘톱 소셜 아티스트’는 올해 부문 자체가 사라졌다. 올해 최다 수상의 영예는 미국의 젊은 세대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는 10대 팝 스타 올리비아 로드리고에게 돌아갔다. ‘톱 뉴 아티스트’ ‘톱 여성 아티스트’를 포함해 7개 부문을 차지했다.임희윤 기자 imi@donga.com}
16일 오전(현지 시간 15일) 방송하는 ‘2022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 미국의 새로운 ‘팝 여왕’이 등장한다. 알렉사(김세리·26). 그는 방탄소년단 이후 케이팝 가수로는 두 번째로 이 시상식에 시상자 자격으로 참석해 레드카펫을 밟고 무대에 오른다. 신장 150cm. 케이팝 아이돌 세계에서도 최단신. 그런 알렉사가 9일(이하 현지 시간) 미합중국 전체를 뒤흔들었다. NBC TV 노래 경연 프로그램 ‘아메리칸 송 콘테스트’에서 우승한 것이다. 케이팝 가수가 미국 지상파 오디션 프로에서 우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50개 주와 워싱턴, 5개 해외 영토를 대표하는 가수 56명이 한 달간 피 터지게 겨뤘다.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의 미국판으로 이번에 처음 선보인 이 대회에는 신인 가수는 물론이고 마이클 볼턴, 메이시 그레이, 주얼, 시스코 등 기존 팝스타도 ‘계급장’ 떼고 투신했다. 그러나 끝내 이 작은 거인 앞에 무릎 꿇었다. 우승 뒤 국제전화로 12일 로스앤젤레스에 머물고 있는 알렉사를 인터뷰했다. “미국에 살며 샤이니, 현아 선배님 등 케이팝 가수들을 알게 돼 푹 빠졌어요. 열세 살 때 ‘Change’(현아)의 안무를 따라 추며 한국 음악에 빠져든 소녀였는데 여기까지 오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 아직 꿈에서 덜 깬 목소리였다. 들뜬 음성이 자신의 삶을 이야기했다. 오클라호마주 털사에서 러시아계 부친, 한국계 모친 사이에 태어났다. 스물한 살까지 미국에 살았지만 꿈은 늘 케이팝 스타였다. 태평양을 건너 2018년 엠넷 ‘프로듀스 48’에 출연한 뒤 2019년 한국에서 꿈에 그리던 한국 가수로 데뷔했다. “아메리칸 송 콘테스트에 참가해 오클라호마주를 대표한다는 사실이 처음엔 큰 부담이었습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고향 친구들의 응원을 받으며 동시에 사랑하는 음악인 케이팝까지 미국 안방에 알릴 수 있다면 도전해 봐도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오클라호마주 대표가 케이팝을 내세운 순간부터 ‘알렉사 혁명’은 시작됐다. 오클라호마주와 털사를 대표하는 장르는 컨트리, 블루스, 로큰롤 등 미국의 유산들이었기 때문이다. “무대에 오를 때마다 너무너무 떨렸지만 저는 늘 위험하고 아슬아슬한 것들이 좋았어요. 연습 때는 실수도 했지만 생방송에서는 이상하게 한 번도 실수를 안 했습니다.” 알렉사가 준비한 곡은 ‘Wonderland’.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콘셉트로 서커스를 방불케 하는 고난도 안무, 핏빛 빨강을 내세운 무대 연출, 알렉사의 카리스마 넘치는 표정 연기가 합쳐져 미국 안방을 흔들었다. 특히 5m 높이의 공중에서 시작해 근 10m 높이 계단 위에서 뒤로 뚝 떨어지며 끝낸 결승전 피날레 무대는 소름 돋는 명장면으로 회자됐다. 알렉사는 “뮤지컬을 전공했고, 스턴트 연기를 너무 좋아해 액션 스쿨에 다닌 적도 있다”고 말했다. 진행자인 미국 슈퍼스타 래퍼 스눕 독, 가수 켈리 클라크슨도 극찬했다. 알렉사는 우승 뒤 객석을 향해 한국식 큰절로 인사했다. 알렉사는 라스베이거스, 로스앤젤레스 등에서 팬 미팅을 열고 16일 저녁엔 다저스타디움의 메이저리그 LA 다저스 경기에서 미국 국가도 부른다. “케이팝 가수로서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고 싶습니다. 제 꿈이자 목표는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가수’가 되는 거예요. 꼭 한번 서보고 싶은 꿈의 무대는 그래미나 빌보드보다 MAMA(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입니다. 어려서부터 제가 동경한 것은 케이팝의 세계였고, 늘 케이팝 스타를 꿈꾸며 지금까지 달려왔기 때문입니다.”임희윤 기자 imi@donga.com}
“난… 찾고 싶어. 진짜 내 모습을…!” 노을 지는 언덕 위, 명상하듯 가부좌 튼 토르(크리스 헴스워스)가 저렇게 뇌까리자 이내 등장하는 유명한 마블 스튜디오의 오프닝 화면. 강렬한 전기기타 연주가 동시에 터져 나온다. 곡목은 미국 록 밴드 건스 엔 로지스의 ‘Sweet Child O’Mine’. 최근 공개된 영화 ‘토르: 러브 앤 썬더’(7월 개봉 예정) 예고편의 한 장면이다. 이 예고편의 수많은 유튜브 리액션 영상에서는 저 음악이 등장하는 순간, 수많은 누리꾼이 머리를 감싸 쥐거나 환호를 지르며 감동한다. ‘Sweet Child O’Mine’은 1987년 발표돼 빌보드 싱글차트 1위를 기록한 곡. 토르의 팬들은 마치 35년산 위스키 병이라도 발견한 듯 자축하는 분위기다. 올여름 개봉하는 대작 영화들에 20세기 록 명곡이 잇따라 삽입돼 기성세대에게는 반가움을, 젊은 세대에게는 신선하다는 반응을 사고 있다. 7월 개봉 예정인 애니메이션 ‘미니언즈2’의 예고편에는 밴드 머틀리 크루의 ‘Home Sweet Home’이 쓰였다. 완구 시장에서도 인기 높은 귀여운 미니언즈 캐릭터의 좌충우돌 장면에 저 1985년산 록 발라드가 흐른다. 대형 스크린에 20세기 록 음악이 돌아오는 데는 여러 요인이 작용했다. 이대화 대중음악평론가는 “음악계에서 차트 ‘역주행’이 보편화된 시대다. 옛 명곡의 삽입은 영화에 새 음악을 만들어 넣는 것만큼이나 유효한 상업적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20세기 록 스타일은 최근 힙스터 장르로 재조명되는 모양새다. 빌리 아일리시, 올리비아 로드리고 등 Z세대 팝스타들이 자신의 음악에 재현하거나 음악적 헌정을 하면서 젊은층이 새로 주목하고 있다. 더욱이 바야흐로 ‘엔데믹’ 시대다. 여름 대작 개봉에 가족 단위 극장 나들이 관객이 몰리는 소리가 벌써 들린다. 두 세대, 세 세대가 은막 앞에서 공유할 화제로 이런 음악이 십분 기능할 수 있다. 팬데믹이 닥치기 전에 여러 세대를 아우른 ‘보헤미안 랩소디’(2018년) 열풍도 떠오른다. 스크린이라는 돛을 단 20세기 록의 새로운 항해는 이달 발표된 슈퍼스타들의 신곡에서도 확인된다. 미국 팝스타 도자 캣은 6일 낸 신곡 ‘Vegas’에서 엘비스 프레슬리의 ‘Hound Dog’(1956년)를 재해석했다. 프레슬리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엘비스’(6월 개봉 예정)에 실린 곡이다. 레이디 가가는 3일 발표한 싱글 ‘Hold My Hand’에 호쾌한 록 사운드를 담았다. 다음 달 개봉할 ‘탑건: 매버릭’에 실릴 곡. 무려 36년 만에 나올 ‘탑건’(1986년)의 후속편이다. ‘엘비스’의 연출자 배즈 루어먼은 1960년대생, ‘탑건: 매버릭’ ‘토르: 러브 앤 썬더’ ‘미니언즈2’의 감독은 모두 1970년대생. 20세기 록에 향수를 지닌 세대다. 영화사 하늘의 최경미 이사는 “토르 시리즈의 경우 전작 ‘토르: 라그나로크’(2017년)에 레드 제플린의 ‘Immigrant Song’을 사용해 화제가 된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이 이번 편에도 메가폰을 잡은 만큼 자신만의 음악적 콘셉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와이티티 감독은 본인 연출작 ‘조조 래빗’(2019년)에서도 예고편에 미국 로커 잭 화이트, 본편에 비틀스와 데이비드 보위의 노래를 등장시키며 음악적 취향을 강하게 드러낸 바 있다.임희윤 기자 imi@donga.com}
대놓고 ‘아재 토크’ 술술 푸는 나얼“옆집에서 방송할 것 같은 방송…사람얘기 듣고싶은 외로운 분들에 건강한 음악 소개한다는 철학 있죠” ‘디깅’처럼 선곡 남다른 에코브릿지“누군가 툭 음악을 던져줬을때오는 감흥 아시는 분들을 위해 다른 방송서 듣기힘든 곡 줄줄이”“안녕하세요…. 디깅 온 에어…. 시작합니다….” 0.5배속으로 돌린 듯한 두 중년 남성의 느린 말투, 축축 처지는 저음으로 문을 여는 프로그램이 있다. 음악 플랫폼 멜론의 음악방송 ‘디깅 온 에어’다. 매주 토요일 오후 7시 새 에피소드를 공개한다. 진행자는 싱어송라이터 나얼(본명 유나얼·브라운 아이드 소울, 전 브라운 아이즈 멤버)과 작곡가 에코브릿지(본명 이종명·최백호 ‘부산에 가면’, 브라운 아이드 소울 ‘Nothing Better’ 작곡). 대놓고 ‘아재 토크’를 지향한다. 지상파 라디오에서 이 정도 ‘텐션’이라면 경고 조치라도 받았을 법한데…. 좋은 음악과 잔재미 토크 짝짜꿍으로 진성 마니아를 모았다. 7일, 방송 50회와 1주년을 맞는다. “수많은 시간을 견디고 지키고 이겨낸 아저씨들의 위대함(?)을(웃음) 스스로 칭찬하고 힘을 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나얼) 빠르고 자극적인 콘텐츠가 난무하는 시대. 뜸 들이는 ‘고구마 토크’로 밀어붙이는 이들의 항변이 궁금했다. 최근 서면으로 두 사람을 만났다. 나얼과 에코브릿지는 “편안한 일상복을 입고 오후 2시 정도에 서울 강남구의 전문 스튜디오에서 만나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놓고 헤드폰 끼고 녹음에 임한다”고 설명했다. 나얼의 자평은 이렇다. “팬티만 입고 듣는 아무 부담 없는 방송, 옆집에서 방송할 것 같은 방송.” 두 사람은 1978년생 동갑내기 서울 선덕고 동창. 친구와 함께여서일까. 과묵하며 낯가리기로 이름난 나얼도 ‘디깅 온 에어’에서는 날것의 이야기부터 개그까지 술술 푼다. “종명이는 학창 시절부터 공부를 잘하고 똑똑했습니다. 제가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종명이가 옆에 있는 것만으로 아주 든든합니다. 음악에 대한 지식과 음악을 대하는 태도, 음악을 이해하는 감성 등 아주 배울 점이 많고 훌륭한 친구입니다.”(나얼) “나얼이의 가장 큰 장점은 음악에 대한 순수한 진지함이에요. 사실 직업으로 오랜 시간 음악을 접하게 되면 처음의 순수함이나 경외심은 많이 없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나얼이는 그런 부분을 많이 간직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더 동화되고 좋은 에너지를 더 받아 가요.”(에코브릿지) 두 사람 모두 ‘라디오 키드’다. 나얼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MBC FM ‘두 시의 데이트’ ‘별이 빛나는 밤에’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즐겨 들었다고. 에코브릿지는 CBS FM ‘0시의 재즈’ 마니아였다. 음악을 파고든다는 뜻의 ‘디깅(diggin‘)’을 내세운 만큼 선곡도 남다르다. 다른 방송에서 듣기 힘든 1960, 70년대 미국 R&B 그룹 부커 티 앤드 더 엠지스, 오제이스, 스타일리스틱스의 음악을 줄줄이 튼다. 샤카 칸, 카펜터스, 글래디스 나이트, 마이클 볼턴까지 20세기 음악의 소용돌이다. “너무 어렵지 않게, 꼭 들으면 좋고 화성과 멜로디와 리듬의 균형이 비교적 잘 맞는 건강한 음악들을 소개해야 한다는 철학이 있습니다.”(나얼) 뜻밖에 순항 중인 아재 음악 토크. 앞으로의 타깃은 어떤 사람들일까. “멜론 차트 100위 안에 있는 곡만 듣는 분들, 사람 얘기가 듣고 싶은 외로운 분들, 1990년대까지가 진짜 음악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나얼) “직접 듣고 싶은 음악을 골라 듣는 재미도 있지만 누군가 툭 음악을 던져줬을 때 오는 감흥은 또 다른 음악의 재미라고 생각해요. 그런 느낌을 아신다면 저희 디깅 온 에어를 들으시면 됩니다.”(에코브릿지)임희윤 기자 imi@donga.com}
‘방탄소년단을 탄생시킨 하이브의 첫 걸그룹.’ 이 문장의 무게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그래서일까. 이 걸그룹의 이름은 르세라핌(LE SSERAFIM)으로, 의미심장하다. 이름에 날개 단 치품천사(Seraphim)를 넣었다. ‘IM FEARLESS(난 두려움을 몰라)’의 알파벳 순서를 바꾼 신조어이기도 하다. 하이브의 명성을 업고 2일 데뷔한 르세라핌이 과연 가요계를 뒤집을 수 있을까. 데뷔 앨범 타이틀곡 ‘FEARLESS’의 뮤직비디오는 발표 20여 시간 만인 3일 오후 유튜브에서 약 1230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인기 그룹 아이즈원의 핵심 멤버 사쿠라, 김채원이 르세라핌 멤버로 합류하며 데뷔 전부터 화제였다. 소속사에 따르면 르세라핌의 음반 선주문량만 해도 30만 장에 달한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직접 두 곡의 작사와 프로듀스에 참여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기대가 컸기 때문일까. ‘생각보다 약하다’는 평도 벌써 나온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신인 걸그룹 빌리(미스틱스토리·이하 소속사), 엔믹스(JYP), 에스파(SM)의 강력한 음악, 비주얼, 세계관에 비하면 르세라핌은 밋밋한 편”이라고 평했다. 차우진 평론가도 “앨범에 나타난 전복적 가사에 비하면 음악과 시각 콘셉트는 ‘점잖은 고퀄리티’에 머문다”면서 “‘TOMBOY’의 가사에 ‘미친 ×’까지 넣은 (여자)아이들(큐브), 아이브(스타쉽)보다 잃을 게 많은 하이브 출신이라는 점이 조심성을 키운 게 아닐까”라고 분석했다. 당초 하이브의 첫 걸그룹 기획은 SM 출신의 브레인인 민희진 전 하이브 CBO(브랜드총괄)가 진두지휘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르세라핌 팀에서는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민 전 CBO는 연내 선보일 다른 걸그룹을 기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요즘 걸그룹 파워가 세다. 현재 아이브, (여자)아이들, 레드벨벳이 차트 10위권 내에서 빅뱅, 싸이, 임영웅, 박재범 등 거물급 남성 가수와 경쟁 중이다. 차 평론가는 “오랜만에 부활한 걸그룹 붐 속에 르세라핌이 어떻게 판도를 끌어갈지 주목된다”고 말했다.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여성 그룹 에스파가 2일 서울 경복고 축제에 참석했다가 학생들이 몰리면서 성희롱 피해 논란에 휘말렸다. 경복고는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이날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에스파가 경복고 개교 101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영상과 관련 글이 올라왔다. 글과 영상에 따르면 인파가 밀려들자 에스파 멤버들은 서로 손을 잡으며 행사장 안을 간신히 이동했다. 한 누리꾼은 “학생들이 멤버들을 만지려고 손을 뻗었다”고 썼다. 또 다른 누리꾼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만지는 거 빼고는 다했다”는 글과 함께 한 멤버가 학생들 사이에서 이동하려 애쓰는 사진을 올렸다. 이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자 이날 경복고는 학교 홈페이지에 “동창회 주최로 열린 개교 101주년 기념식 공연 후 SM엔터테인먼트 및 에스파의 명예를 훼손시키는 사건이 발생한 데 대해 깊은 사과의 말씀 올린다”고 밝혔다. 이어 “곧바로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공연 관람 예절과 사이버 예절 및 성인지 감수성 교육을 시행하겠다”고 덧붙였다. 경복고는 이수만 SM 총괄프로듀서의 모교다.임희윤 기자 imi@donga.com}
“7집(2015년)에서는 ‘초심’을, 8집(2017년) 때는 ‘본심’을 보여 드렸다면 9집은 ‘열심’으로 만들었다 말하고 싶습니다.” 가수 싸이(본명 박재상·45·사진)가 5년 만에 정규 9집 ‘싸다9’로 돌아왔다. 발매일인 29일 서울 영등포구에서 만난 싸이는 “신작 제목은 ‘싸이의 다채로운 9집’의 준말이다. 케이팝에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타이틀곡 ‘That That’에는 방탄소년단 멤버 슈가가 작사 작곡 편곡 프로듀스에 참여했다.임희윤 기자 imi@donga.com}
“7집(2015년)에서는 ‘초심’을, 8집(2017년) 때는 ‘본심’을 보여드렸다면 9집은 ‘열심’으로 만들었다 말하고 싶습니다.” 가수 싸이(본명 박재상·45)가 5년 만에 정규 9집 ‘싸다9’로 돌아왔다. 발매일인 2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에서 연 프레스 청음회에 참석한 싸이는 “신작 제목은 ‘싸이의 다채로운 9집’의 준말이다. 앨범을 통해 케이팝에 이렇게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12곡을 담은 앨범에서 타이틀곡 ‘That That’에는 방탄소년단 멤버 슈가가 작사 작곡 편곡 프로듀스에 참여했다. 뮤직비디오도 함께 찍었다. 싸이는 “작년 가을께 슈가 씨가 먼저 저에게 어울리는 노래를 만들게 됐다며 연락을 해왔다. 평소 하고팠던 라틴 리듬이 들어간 댄스곡이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40대인 저의 콘서트에 아직도 20대가 가장 많이 온다. 신작을 통해 ‘이 형은 아직도 저러고 있네’ 하는 말이 가장 듣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번 앨범에는 슈가 외에도 지코, 수지, 성시경, 크러쉬, 제시, 헤이즈, 타블로 등 다양한 장르와 연령대의 가수가 참여했다. 서울패밀리의 1980년대 히트곡 ‘이제는’을 마마무 멤버 화사와 함께 재해석해 담기도 했다.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야구도 널 사랑해줬어?’ 제목이 의문문인 책은 늘 도발적이다. 이 신간의 저자 전상규 씨는 스포츠인이 아닌 음악가다. 밴드 ‘와이낫’의 리더다. 15년간 치킨, 주유소, 전자제품, 빵집, 빙과류 등 다양한 광고의 음악을 만들기도 했다. 비틀스 마니아들에게도 친숙하다. 헌정 밴드 ‘타틀즈’의 리더 ‘전 레넌’이 상규 씨의 또 다른 자아다. 동료 멤버 ‘조 카트니’에게 작명 파워에서 밀려서 그렇지, 입담만큼은 끝내준다. #1. ‘음악이 좋냐, 야구가 좋냐’라고 묻는 기자에게 ‘엄마가 좋냐, 아빠가 좋냐’고 반문하던 그가 마침내 야구에 대한 에세이를 낸 것이다. 인기 야구 팟캐스트 ‘야잘잘’의 진행자이자 팬데믹 동안 미국 스포츠 전문 채널 ESPN에 몇 차례 출연해 한국 프로야구 이야기까지 재미나게 소개한 그이다. #2. 음악가가 쓴 야구 에세이이니 음악과 야구를 비교하는 글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수려한 외모와 팬덤 발흥 간의 상관관계를 다루면서 전 선린상고 박노준 선수와 미국 록 밴드 본 조비를 병치한다. 엘지 등번호 9번 이병규의 은퇴 경기를 돌아보며 비틀스의 아홉 번째 앨범 ‘The Beatles’, 노래 ‘Revolution 9’ ‘#9 Dream’ 등 숫자 ‘9’에 유난히 집착한 고 존 레넌의 기벽을 소개하기도 한다. #3. 그러고 보면 야구를 사랑했던 음악가가 한둘은 아니다. 야구는 순위의 스포츠다. 끝없이 1위, 2위, 3위를 다툰다. 리그별로 다투고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 월드시리즈로 갈무리한다. 영국 최고의 밴드 100선, 불어권 가수 톱 10 따위를 저마다 꼽고 비교하며 다투는 무리가 음악 마니아 아닌가. 더욱이 야구팬은 암기 왕이다. 원주율은 몰라도 응원 팀 7번 타자의 올 시즌 타율 세 자리 정도는 소수점 밑으로 줄줄 왼다. 구원투수가 몇 년도에 어느 팀으로 이적했는지 따위 역시 말이다. 데이비드 보위의 ‘Life on Mars?’(1971년)에서 피아노를 친 인물이 밴드 ‘스트로브스’와 ‘예스’의 릭 웨이크먼이라는, 다른 이들은 관심 없는 사실을 금과옥조처럼 대뇌피질 한쪽에 담아둔 음악광이 바로 저런 부류의 인간 아니던가. 극단의 둘은 통한다. #4. 음악과 야구는 천생연분이다. 야구장에 응원가가 빠질 수 있겠는가. 레이디 가가, 카녜이 웨스트 등을 무대에 세운 미국의 콘서트 기반 사회적 기업 록코어(Rockcorps)의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인 스티븐 그린 씨는 서울에 올 때마다 잠실야구장에 들른다. 응원하는 팀은 없다. 어떤 팀이 나오는지도 중요치 않다. 무조건 좌석을 예약한다. 야구광인 그는 몇 년 전 이곳을 찾았다가 케이팝이 쩌렁쩌렁 울리는 치어리딩과 치맥이 공존해 왁자지껄한 한국식 응원문화 그 자체에 푹 빠져버렸기 때문이다. #5. 야구광은 아니지만 야구 영화 몇 편은 좋아한다. ‘탑건’도 연출한 고 토니 스콧 감독의 ‘더 팬’(1996년)은 팬과 스타의 위험한 조우를 그린 스토리만큼이나 한스 치머와 나인 인치 네일스의 박진감 넘치는 음악이 좋다. 브래드 피트 주연의 ‘머니볼’(2011년)에서 주인공의 딸이 기타 가게에서 ‘The Show’를 부르는 장면(QR코드)은 더없이 사랑스럽고 뭉클하다. 야구 영화에는 가정의 가치, 특히 부정(父情)에 관한 이야기가 곧잘 등장한다. 뭇 예비아빠들의 출산 판타지인 ‘아들 낳아 함께 캐치볼 하기’ 때문일까? #6. ‘야구도 널 사랑해줬어?’를 쓴 전 씨의 야구에 대한 짝사랑이 올해로 40년 됐다. 1982년, ‘아부지’ 손을 잡고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미도파백화점에서 MBC 청룡의 어린이회원으로 등록하며 그는 야구를 영혼에 등록했다. 그 40년 애정을 이제 가계도 아래로 물려주려 한다. 엘지 트윈스의 지독한 팬인 그는 지난해 태어난 아이의 이름 ‘지우’에서도 ‘엘지우승’을 떠올린다고 하니 별난 조기교육이 어떨까 벌써 궁금해진다. #7. 어쩌면 야구의 영혼이자 핵심이야말로 가정 아닐까. 집 나간 선수를 ‘홈’으로 불러들이는 게임이니 말이다. 1루, 2루, 3루라는 이름의 먼 누각에 갇혀 전전긍긍하는 우리 사람들을 구출키 위해 오늘도 팀의 후속 타자는 타석에 선다. 본인은 전사할망정 그들만은 귀환시키겠다며 장렬한 희생번트와 희생플라이까지 날려가면서 말이다. 북유럽 전사들은 죽지 않는다. 발키리를 따라 발할라로 갈 뿐이다. 지구 위 모든 타자는 죽지 않는다. 집으로 돌아갈 뿐이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안녕하세요! 에스파입니다. 우린 파티할 준비가 돼 있는데, 여러분은 어때요?” 23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인디오에서 열린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이하 코첼라)’의 메인 무대에 한국 4인조 여성그룹 에스파가 섰다. 영어로 인사를 건넨 멤버들은 지난해 발표한 ‘aenergy’로 포문을 열었다. 코첼라는 매년 20여만 명이 찾는 북미 최대의 야외 대중음악 축제다. 이곳에서 가장 큰 무대인 메인 스테이지에 한국 그룹이 정식으로 초대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16일 이 무대에 한국 가수 씨엘이 출연했을 때 2NE1 멤버들이 6년여 만에 뭉쳐 ‘내가 제일 잘 나가’를 부르긴 했지만 일종의 ‘깜짝 게스트’ 형태였다. 에스파는 앞서 지난해 첫 미니앨범 ‘Savage’를 빌보드 앨범차트 20위까지 올려놨다. 에스파는 이날 무대에서 ‘Black Mamba’ ‘Savage’ ‘Next Level’ 등 5곡을 소화했다. 특히 미발표 신곡 ‘Life‘s Too Short’를 처음 선보여 갈채를 받았다. 집결한 수만 명의 관객은 일제히 휴대전화 카메라를 들어올렸으며 신곡무대에선 에스파의 유도에 따라 리듬에 맞춰 양손을 좌우로 흔드는 장관을 연출했다. 멤버들은 “코첼라에서 우리의 첫 무대다. 이렇게 많은 관객 앞에서 공연할 수 있다니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1999년 시작된 코첼라는 매년 4월 약 200개 음악 팀이 참여해 사막 기후의 평원을 ‘음악 오아시스’로 만드는 초대형 페스티벌이다. 올해 에스파와 씨엘은 아시아계 미국 음반사 ‘88 라이징’의 합동 무대 출연진 중 하나로 무대에 섰다. 윤미래와 비비도 무대를 꾸몄다. 한국 가수 가운데는 2011년 전자음악 듀오 EE(이윤정 이현준)가 코첼라에 처음 출연했다. 2016년에는 그룹 에픽하이가 초청받았다. 한국 가수들이 세계 페스티벌 문화의 상징인 코첼라의 메인 무대까지 진출함에 따라 공연 시장에서 케이팝의 위상도 더 굳건해질 것으로 보인다. 코첼라는 한국 시간으로 25일 오후까지 유튜브 공식 채널에 주요 공연을 중계한다. 올해는 해리 스타일스, 빌리 아일리시, 스위디시 하우스 마피아, 더 위켄드 등이 출연해 축제를 달군다. 에스파의 무대도 세계에 생중계됐다.임희윤 기자 imi@donga.com}
국악교육자와 국악인들이 정부가 추진 중인 초중고교 교육과정 개정에서 국악이 통째로 빠질 위기에 처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전국국악교육자협의회, 한국국악학회 등 130여 개 단체는 21일 서울 종로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부는 졸속으로 추진하는 음악과 교육과정 개정 작업을 즉각 중단하고 내용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2024년부터 각 교과서와 전국 교육 현장에 적용될 개정안에 국악 분야를 포함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사실상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최헌 한국국악학회장(부산대 교수)은 “학교 음악교육에서 국악 비중이 1950년대 3.9%에서 1990년대 30% 이상으로 높아졌고 2000년대에야 장단, 시김새(장식음) 등 용어가 교육과정에 명시됐다”며 “개정안대로라면 향후 초중고교 교육에서 국악 비중이 0%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임희윤 기자 imi@donga.com}
20세기 소년소녀들은 기억하고 있다. 책가방 속 워크맨에 하나씩 꽂혀 있던 ‘나우’와 ‘맥스’ 앨범의 시대를….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백스트리트 보이스가 한 장의 CD 안에 공존하던 그 격동의 시절을…. 각각 음반사 유니버설뮤직, BMG엔터테인먼트에서 내놓던 이 음반 시리즈는 컴필레이션 앨범이라 불리던 히트곡 모음집이었다. CD 기준 1만 원 넘는 만만찮은 가격에도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음반 차트 1위까지 휩쓸었다. ‘나우’와 ‘맥스’의 나날은 끝난 것처럼 보였다. 2000년대, MP3와 파일 공유 사이트, 스트리밍 플랫폼까지 음악 소비와 유통 방식이 혁명을 거듭했기 때문이다. 음악을 곡 단위로 무한히 듣고 재생 목록을 제 맘대로 편집하며 최신 인기곡은 ‘톱 100 차트’ 전체 재생 버튼 하나로 맘껏 감상할 수 있게 됐으니 말이다. 그러나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인공지능(AI)이 음악을 추천하고 틱톡의 10초 동영상이 스타를 만드는 2022년, 뜻밖의 생존 신고가 들려온다. 만인의 생필품이던 컴필레이션 음반이 이제는 힙스터의 수집 아이템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카세트테이프나 LP레코드가 음반 시장의 트렌드를 주도하면서 생긴 일이다. ‘카누를 타고 파라다이스에 갈 때’(박혜경), ‘ALONE’(박완규)…. 가수 이름은 익숙하나 제목이 낯설 수도 있다. 그러나 당신이 만화 팬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들 곡을 모은 최근 컴필레이션 ‘패닉버튼 리이슈’는 1990∼2000년대 애니메이션 주제곡을 모아 투명 청록색 LP에 담은 음반. 서브컬처 매거진 ‘돈패닉서울’이 2020년 내놓기 시작한 ‘패닉버튼’ LP 시리즈 가운데는 1990년대 국내 인기 R&B 트리오 ‘에코’의 베스트 앨범도 있다. 감각적인 일러스트레이터에게 표지를 맡기고 판은 컬러로 제작하며 한정 수량 발매하는 식으로 소장 가치를 높이는데 이른바 희귀템이라면 ‘오픈런’도 불사하는 젊은층들에게 인기가 많다. 국내 음악 컴필레이션이 해외에서 제작돼 역수입되는 사례도 있다. 영국 음반 제작사 ‘BOMBOM’은 ‘미드나잇 스낵 서울 Vol.1’이란 컴필레이션을 최근 내놨다. 해오, 모임 별 등 한국 전자 음악가들의 곡을 9개 모아 LP에 담았는데 이달 1일 국내 출시되자마자 ‘빛의 속도’로 품절됐다. 몇 년 전부터 LP 시장을 견인한 시티팝 열풍도 거든다. ‘Pacific Breeze: Japanese City Pop, AOR & Boogie 1976-1986’라는 컴필레이션 음반은 일본의 7080 음악을 모아 미국 음반사 ‘라이트 인 디 애틱’에서 기획했는데 일본과 한국에서도 나올 때마다 동난다. 힙스터 문화만 컴필레이션의 심폐를 소생한 것은 아니다. 김영혁 김밥레코즈 대표는 “LP 부활 분위기에 턴테이블부터 장만했는데 컬렉션은 전무한 초심자들이 ‘당장 턴테이블에 걸어 재생해볼, 좋은 곡만 모은 음반’을 찾는 경우가 꽤 많다”면서 “이런 분위기를 타고 ‘7080 가요 베스트’형 음반도 LP로 최근 기획·제작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 옛날 ‘나우’마저 놀랍게 숨을 쉰다. 아리아나 그란데, 안드레아 보첼리 등의 신곡을 모은 ‘Now That‘s What I Call Music!’의 100집, 101집, 106집 등이 지난달 국내에 수입됐다. 각 2CD.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