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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출연 연구기관과 대학, 전문생산기술연구소, 대기업, 공기업 등이 보유한 기술의 이전과 나눔을 위한 기술 교류 마당인 ‘2023 대한민국 기술사업화대전’이 28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렸다. 29일까지 열리는 이번 행사에서는 42개 기관 및 기업이 보유한 1200여 개 기술이 소개된다. 첫날 한국전자기술연구원과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등 29개 공공연구기관 합동으로 각 기관이 보유한 나눔기술 206개(무상)와 이전기술 298개(유상)에 대한 기술 이전 상담회가 열렸다. 각각의 기관이 부스를 마련해 일대일로 상담을 진행했다. 한국광기술원은 ‘빛에 의한 생체리듬 영향 지수 측정 장치 및 방법’ 등을, 한국로봇융합연구원은 ‘단일모터로 구동되는 웨어러블 슈트’ 등을 소개했다. SK그룹이 보유한 반도체·정보통신 분야 등 171개 기술에 대한 나눔 상담도 진행됐다. 나눔기술로 500개 이상의 기술을 공개하고 있는 포스코, 한국수력원자력 등 15개 기관은 향후 기술 나눔을 확대하겠다는 업무협약을 산업통상자원부 등과 맺었다. 기술사업화의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을 촉진하기 위한 ‘오픈 이노베이션 데이’ 강연도 열렸다. 현대자동차는 개방형 혁신 성과와 향후 계획을 발표했고, 효성벤처스 등 기업형 벤처캐피털(CVC)들은 각자의 기술 수요와 중점 투자 전략을 소개했다. 현대차는 오픈 이노베이션의 일환으로 2017년 이후 200개 이상의 스타트업에 약 1조3000억 원을 투자했다. 기술사업화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는 한국산업기술진흥원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 한국소재부품장비투자기관협의회,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한국무역보험공사, 한국조달연구원 등은 각종 지원 사업과 제도를 일대일로 소개하는 상담회를 열였다. 이날 행사에서는 기술사업화 유공자에 대한 시상식도 열렸다. 5년 연속 매년 1000건 이상 기술 이전 계약을 달성한 한국농업기술진흥원 등 20개 기관과 26명의 유공자가 산업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행사장에는 ‘전기 신호에 따라 투명과 반투명으로 전환되는 스마트 유리’ 등 기술사업화를 통해 상용화가 된 제품들을 소개하는 전시회가 함께 열렸다. 29일에는 이정동 서울대 교수의 ‘한국 기술경영의 현재와 나아갈 길’ 기조강연을 포함한 기술경영포럼과 고등학생과 대학생 및 대학원생들을 상대로 국가기술은행(NTB) 등록 기술을 활용한 사업모델 경진대회 등이 열린다. 오승철 산업부 산업기반실장은 축사에서 “NTB에 민간기업이 개발한 기술의 특허 탐색 및 분석 기능을 도입해 기술 이전 기반을 강화할 예정”이며 “내년부터는 기업의 신속한 사업화를 위해 연 1.3%의 저리로 연간 1000억 원 규모의 첨단전략산업 분야 연구개발 자금 융자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서울 서초구에 있는 ‘지오하임’은 먹거리를 중심으로 반려동물 건강돌봄 솔루션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2020년에 생겼다. 설립 4년이 되는 내년 초, 누구나 집에서 냉장고 속 식재료를 활용해 반려동물 식사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플랫폼 ‘아이오 플레이트(IO Plate)’를 선보인다. 영양 균형을 맞춘 솔루션이다. 반려동물이 아플 때 비대면으로 전문가의 조언을 들을 수 있는 원격 진단 플랫폼도 개발해 뒀다. 고품질의 간식과 기능성 영양보조제, 생활용품도 잇따라 내놓고 있다. 8일 본사에서 김인선 대표(46)와 임직원들을 만났다. ‘이제는 자연식이 주식(主食)일 때가 됐다’는 게 이들의 믿음이다.●‘동물 반려인들’의 불안2019년 10월 20일 제주도 동물위생시험소는 직영 동물보호센터에서 자연사하거나 안락사한 유기견의 사체들이 동물 사료 원료로 사용된 사실을 확인했다며 공식 사과했다. 그해 유기동물 3829마리의 사체를 처리업체에 맡겼는데, 그 업체가 사체를 고온·고압으로 처리(렌더링·rendering)한 뒤에 동물 사료 업체에 판매한 것을 확인했다는 것이었다. 김 대표는 “반려동물의 사료에 관심이 있는 이들 중에는 ‘알려질 것이 알려졌다’고 생각한 이가 적지 않았다”고 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동물 사체를 렌더링한 뒤 단백질 원료로서 다른 동물의 사료로 쓰는 이런 산업구조가 반려동물에게 알레르기를 유발하고 수명을 줄인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국내 박종무 수의사는 첨가제 문제도 짚었다. 그는 2022년 발간한 책 ‘개 피부병, 자연치유력으로 낫는다’에서 “사료에는 방부제, 살균제, 산화 방지제, 발색제 등 다양한 형태의 첨가물들이 들어간다…식품 첨가제의 사용량이 늘어나는 것과 같은 시기에 아토피를 앓는 개도 증가했다”고 했다. 국내에서는 일본 등과 달리 반려동물 사료에 어떤 첨가제를 넣었는지 전부 표기할 의무는 없는 상태다.● 냉장고 속 식재료로 만든 자연식 영양 분석지오하임이 로얄캐닌으로 대표되는 건식 사료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건식 사료가 동물의 반려인들이 바쁘거나 여건이 되지 않을 때 먹이는 비상식품이 되기를 꿈꾼다. 김 대표는 “자연식을 먹이고 싶지만 영양 불균형을 걱정하는 이들을 위해 최상위 선택지를 제공하고 싶었다”고 했다. 반려동물 맞춤 영양 플랫폼 ‘아이오 플레이트’는 가정에서 보유하고 있는 식재료로 만든 반려동물의 한 끼 식사를 분석해 준다. 원료명과 양을 넣으면 단백질과 탄수화물, 지방은 물론 칼슘과 철, 마그네슘, 인, 칼륨, 나트륨, 아연, 구리 등 20여 가지 필수 영양 성분을 추산해 준다. 모든 것을 견종별 나이별 체중별로 계산한다. 부족한 영양 성분을 표시해 주고, 영양 균형을 위해 첨가할 영양제 양까지 알려준다. 지오하임은 국내 주요 식재료와 양에 기반한 한 끼 식사에서 부족하기 쉬운 영양소를 연구하여 간편하게 보충해 주는 종합 영양 보충제도 함께 개발했다. 먹으면 안 되는 재료를 걸러 주는 기능도 있다. 김 대표는 “반려인들은 인터넷을 뒤져 보며 금지 음식을 찾곤 하는데, 반려견을 키운 경험이 없더라도 안전하게 가정식을 제조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했다. 이 플랫폼에는 인공지능 학습 엔진이 연결돼 있다. 지오하임은 인공지능 비전 인식을 활용한 조리 음식 인식 기능도 추가할 계획이다. 지오하임은 회사 생활로 바쁘거나 시간이 부족한 가정을 위해서 레토르트 형태의 원재료와 종합 영양 보충제를 결합한 제품(아이오 보울·IO Bowl)도 출시할 예정이다. 고온 열처리로 인해 영양소가 일부 파괴되는 레토르트 식품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급여 직전에 영양 보충제를 섞어 주는 방식을 택했다. 자연식으로 바꾸면 사람의 즐거움도 커진다. 식사 때만 되면 ‘우리 아이’가 빙글빙글 돌면서 뛰어다니고, 기대 가득한 눈빛을 보낸다. 김 대표는 “사람과 동물이 같이 건강해지는 순간”이라고 했다.● 비대면 진료 시스템과 ‘질병 예방’ 간식과 용품들지오하임은 비대면 반려동물 사전 진료 시스템을 개발해 둔 상태다. 창업 이후 이 시스템 개발을 위해 정부 용역 과제와 명지병원의 사람을 위한 원격 진료시스템 사업을 수주하여 완성해줬다. 동물병원을 찾기 전 문의나 간단한 진료를 먼저 하는 시스템이다. 이를 위한 반려동물 생체 실시간 진단 기기도 개발 막바지에 있다. 김 대표는 “대기업에서 대규모 정보기술(IT) 사업을 진행해 본 경험이 있는 임직원들의 노력이 컸다”고 했다. 자연식 DIY(소비자 직접 제조) 플랫폼 활성화 이후 가동할 계획이다. 지오하임의 다른 축은 건강에 초점을 맞춘 고급 생활용품과 간식 사업이다. 자사 ‘펫분(PETBOON)’몰을 통해 판매한다. 제일 먼저 출시한 제품은 ‘몽블랑치즈바’. 반려견에게 해로울 수 있는 훈제 과정 없이 유럽 현지 방목우에서 짠 우유를 굳혀서 만든 치즈스틱이다.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만들어 들여온다. 은은한 치즈향과 딱딱한 제형 덕분에 알 만한 반려인들 사이에서 인기다. 최근에는 식물성 계면활성제 함유 섬유 세제와 유연제를 출시했다. 피부재생효과 물질로 사람의 피부 개선에 쓰이는 PDRN을 넣은 샴푸와 크림, 미스트 제품도 곧 선보인다. 국내 대표적인 화장품 ODM 회사 코스맥스의 자회사인 코스맥스펫과 협업했다. ●“반려동물 건강돌봄 분야 최고 지식 자산 그룹 될 것”지오하임의 서비스와 제품은 반려동물의 질병 예방과 진단으로 연결된다. 이런 구조는 김 대표가 키우는 반려견 ‘리큐’(킹찰스 스패니얼 종)에서 시작됐다. 김 대표는 일본 국영철도회사와 공항에서 6년가량 일했다. 귀국해서는 정부의 한 연구재단에서 일했다. 그러다 반려견을 키우게 됐다. 그는 “리큐는 두 번째 반려견이다. 첫 ‘아이’는 알지 못하는 이유로 떠나보내야 했다. 수의사에게 알레르기 과잉반응이라고만 들었다. 그 원인이 아무 사료나 먹였던 나라는 것을 알게 됐다. 데리고 온 첫날부터 내게 안겨 오는 리큐에겐 같은 실수를 하기 싫었다. 해법을 찾다 보니 창업까지 하게 됐다”고 했다. 지오하임의 연구진들은 생물물리학과 화학 등을 전공한 애견, 애묘인들이다. 김 대표는 “국내에 수의 영양학전공자가 없어 연구진들은 미국 롱아일랜드대 수의학과에서 수의영영학을 가르치는 조너선 스톡맨 교수가 만든 온라인 강좌를 전원 수강했다. 또 해외 수의학 분야 SCI급 저널들의 최신 논문 결과를 아이오 플레이트 학습엔진에 반영했고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중이다”라고 했다. 아울러 전 세계 수의사들의 페이스북 기반 비공개 커뮤니티에도 가입해 세계 각지의 임상, 수의영양학 전문가들과 교류하고 있다. 김 대표는 “반려동물에 관한 한 어떠한 타협도 없는 세계 최고의 지식 자산 그룹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지오하임에는 여러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있다. 이태영 부사장은 삼성생명에서 해외투자 담당을 맡은 경험을 살려 재무기획과 전략을 맡고 있다. 구하성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전 한서대 항공소프트웨어공학과 교수로 인공지능 패턴 인식과 영상처리 전문가다. 이지범 기술연구소장은 통신공학 박사로 하드웨어 개발을 책임지고 있다. 김현민 이사는 음성인식시스템과 DNA분석시스템 개발자로 소프트웨어 분야를 담당한다. 지오하임은 3년 이내에 국내에서도 미국처럼 17% 정도의 비율로 자연식을 선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를 전제로 예상하는 국내 시장 규모는 3000억 원. 이후 일본을 포함해 반려동물 시장이 커지고 있는 중국과 동남아시아 국가로 진출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자연식을 먹이면 당장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재료를 구별할 수 있어 고생을 줄일 수 있다. 우리가 열심히 하면 더 많은 동물과 반려인이 행복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30년을 사는 장수견이 새롭지 않은 시대를 하루라도 앞당기고 싶다”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서울 서초구에 있는 ‘지오하임’은 먹거리를 중심으로 반려동물 건강돌봄 솔루션을 개발하는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2020년에 생겼다. 설립 4년이 되는 내년 초, 누구나 집에서 냉장고 속 식재료를 활용해 반려동물 식사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플랫폼 ‘아이오 플레이트(IO Plate)’를 선보인다. 영양균형을 맞춘 솔루션이다. 반려동물이 아플 때 비대면으로 전문가의 조언을 들을 수 있는 원격 진단 플랫폼도 개발해 뒀다. 고품질의 간식과 기능성 영양보조제, 생활용품도 잇따라 내놓고 있다. 8일 본사에서 김인선 대표(46)와 임직원들을 만났다. ‘이제는 자연식이 주식(主食)일 때가 됐다’는 게 이들의 믿음이다.●‘동물 반려인들’의 불안 2019년 10월 20일 제주도 동물위생시험소는 직영 동물보호센터에서 자연사하거나 안락사한 유기견의 사체들이 동물사료 원료로 사용된 사실을 확인했다며 공식 사과를 했다. 그해 유기동물 3829마리 사체를 처리업체에 맡겼는데, 그 업체가 사체를 고온·고압으로 처리(렌더링·rendering)한 뒤에 동물 사료 업체에 판매한 것을 확인했다는 것이었다. 김 대표는 “반려동물의 사료에 관심이 있는 이들 중에는 ‘알려질 것이 알려졌다’고 생각한 이들이 적지 않았다”고 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동물 사체를 랜더링한 뒤 단백질 원료로서 다른 동물의 사료로 쓰는 이런 산업구조가 반려동물에게 알레르기를 유발하고 수명을 줄인다는 주장들이 적지 않다. 부패한 고기와 안락사한 동물 체내에 남은 독극물, 음식물 쓰레기 등이 걸러지지 않고 투입되는 실상이 미 언론에 의해 고발되기도 했다. 국내 박종무 수의사는 첨가제 문제도 짚었다. 그는 2022년 발간한 책 ‘개 피부병, 자연치유력으로 낫는다’에서 “사료에는 방부제, 살균제, 산화 방지제, 발색제 등 다양한 형태의 첨가물들이 들어간다…식품 첨가제의 사용량이 늘어나는 것과 같은 시기에 아토피를 앓는 개들도 증가했다”고 했다. 국내에서는 일본 등과 달리 반려동물 사료에 어떤 첨가제를 넣었는지 전부 표기할 의무는 없는 상태다.●냉장고 속 식재료로 만든 자연식 영양 분석 지오하임이 건식 사료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건식 사료가 동물의 반려인들이 바쁘거나 여건이 되지 않을 때 먹이는 비상식품이 되기를 꿈꾼다. 김 대표는 “자연식을 먹이고 싶지만 영양 불균형을 걱정하는 이들을 위해 최상위 선택지를 제공하고 싶었다”고 했다. 반려동물 맞춤 영양 플랫폼 ‘아이오 플레이트’는 가정에서 보유하고 있는 식재료로 만든 반려동물의 한 끼 식사를 분석해 준다. 원료명과 양을 넣으면 단백질과 탄수화물, 지방은 물론 칼슘과 철, 마그네슘, 인, 칼륨, 나트륨, 아연, 구리 등 20여 가지 필수 영양 성분을 추산해 준다. 모든 것을 견종별 나이별 체중별로 계산한다. 부족한 영양 성분을 표시해 주고, 영양 균형을 위해 첨가할 영양제 양까지 알려준다. 지오하임은 국내 주요 식재료와 양에 기반한 한 끼 식사에서 부족하기 쉬운 영양소를 연구, 간편하게 보충해 주는 종합 영양 보충제도 함께 개발했다. 먹으면 안 되는 재료를 걸러 주는 기능도 있다. 김 대표는 “반려인들은 인터넷을 뒤져보며 금지 음식을 찾곤 하는데, 반려견을 키운 경험이 없더라도 안전하게 가정식을 제조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했다. 이 플랫폼에는 인공지능 학습 엔진이 연결돼 있다. 지오하임은 인공지능 비전 인식을 활용한 조리 음식 인식 기능도 추가할 계획이다. 지오하임은 회사 생활로 바쁘거나 시간이 부족한 가정을 위해서 레토르트 형태의 원재료와 종합 영양 보충제를 결합한 제품(아이오 보울·IO Bowl)도 출시할 예정이다. 고온 열처리로 인해 영양소가 일부 파괴되는 레토르트 식품의 단점 보완을 위해 급여 직전에 영양 보충제를 섞어 주는 방식을 택했다. 자연식으로 바꾸면 사람의 즐거움도 커진다. 식사 때만 되면 ‘우리 아이’가 빙글빙글 돌면서 뛰어다니고, 기대 가득한 눈빛을 보낸다. 김 대표는 “사람과 동물이 같이 건강해지는 순간”이라고 했다.●비대면 진료 시스템과 ‘질병 예방’ 간식과 용품들 지오하임은 비대면 반려동물 사전 진료 시스템을 개발해 둔 상태다. 창업 이후 이 시스템 개발을 위해 정부 용역 과제와 명지병원의 사람의 위한 원격 진료시스템 사업을 수주해 완성해줬다. 동물병원을 찾기 전 문의나 간단한 진료를 먼저하는 시스템이다. 이를 위한 반려동물 생체 실시간 진단 기기도 개발 막바지에 있다. 김 대표는 “대기업에서 대규모 정보기술(IT) 사업을 진행해 본 경험이 있는 임직원들이 노력이 컸다”고 했다. 자연식 DIY(소비자 직접 제조) 플랫폼 활성화 이후 가동할 계획이다. 지오하임의 다른 축은 건강에 초점을 맞춘 고급 생활용품과 간식 사업이다. 자사 ‘펫분(PETBOON)’몰을 통해 판매한다. 제일 먼저 출시한 제품은 ‘몽블랑치즈바’. 반려견에 해로울 수 있는 훈제 과정 없이 유럽 현지 방목우에서 짠 우유를 굳혀서 만든 치즈 스틱이다. 주문자생산방식(ODM)으로 만들어 들여온다. 은은한 치즈향과 딱딱한 제형 덕분에 알만한 반려인들 사이에서 인기다. 최근에는 식물성 계면활성제 함유 섬유 세제와 유연제를 출시했다. 피부재생효과 물질로 사람의 피부 개선에 쓰이는 PDRN을 넣은 샴푸와 크림, 미스트 제품도 곧 선보인다. 국내 대표적인 화장품 ODM 회사 코스맥스의 자회사인 코스맥스펫과 협업했다. ●“반려동물 건강돌봄 분야에선 최고 지식 자산 그룹될 것” 지오하임의 서비스와 제품은 반려동물의 질병 예방과 진단으로 연결된다. 이런 구조는 김 대표가 키우는 반려견 ‘리큐(킹찰스 스패니얼 종)’에서 시작됐다. 김 대표는 일본 국영철도회사와 공항에서 6년 가량 일했다. 귀국해서는 정부의 한 연구재단에 일했다. 그러다 반려견을 키우게 됐다. 그는 “리큐는 두 번째 반려견이다. 첫 ‘아이’는 알지 못하는 이유로 떠나 보내야 했다. 수의사에게 알레르기 과잉반응이라고만 들었다. 그 원인은 아무 사료나 먹였던 나였다는 것을 알게 됐다. 데리고 온 첫날부터 내게 안겨 오는 리큐에겐 같은 실수를 하기 싫었다. 해법을 찾다 보니 창업까지 하게 됐다”고 했다.지오하임 개요사업 내용-영양 분석 알고리즘 및 맞춤형 반려동물 자연식 개발-영양 균형을 위한 반려동물 보충제 및 기능성 보조제 개발-반려동물 의료 및 교육 훈련 서비스 플랫폼 개발-건강과 친환경에 초점을 맞춘 반려동물 생활용품과 미용품 개발 및 발굴 주요 제품 및 서비스-집에서 만들 수 있는 자연식 레시피 및 영양 보충제 매칭 플랫폼(아이오 플레이트)-신선한 재료와 영양 보충제로 완성하는 반려동물 자연식 완제품(아이오 보울)-고품질 영양 간식(펫분 몽블랑치즈바)과 기능성 보조제(펫분 에낄리브르, 블루르), PDRN 함유 샴푸와 크림 및 미스트, 식물성 계면활성제 함유 세제와 유연제 및 탈취제(펫분 아이오 휴)주요 기술-수의영양학 기반 반려동물 맞춤형 처방식 제조 시스템 및 이를 이용한 식이 급여방법(특허 출원)-반려동물 가정식 제조 시스템 및 방법(특허 출원)-비대면 건강관리 제공 플랫폼을 이용한 반려동물 건강관리 방법(특허등록)투자받은 금액약 8억원(시드 투자)투자 기관AFWP 신기술투자조합 제2호대표이사 및임직원 수김인선 대표이사 등 총 12명(경영 및 기획 3명, 연구 및 개발 5명, 영업 및 지원 4명)설립일 및소재지2020년 8월, 서울특별시 서초구 명달로 95, 7층 (NK빌딩) 지오하임의 연구진들은 생물물리학과 화학 등을 전공한 애견, 애묘인들이다. 김 대표는 “국내에 수의 영양학전공자가 없어 연구진들은 미국 롱아이랜드대학 수의학과에서 수의영영학을 가르치는 조나단 스톡맨 교수가 만든 온라인 강좌를 전원 수강했다. 또 해외 수의학 분야 SCI급 저널들의 최신 논문 결과를 아이오 플레이트 학습엔진에 반영했고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중이다”고 했다. 아울러 전세계 수의사들의 페이스북 기반 비공개 커뮤니티에도 가입해 세계 각지의 임상, 수의영양학 전문가들과 교류하고 있다. 김 대표는 “반려동물에 관한 한 어떠한 타협도 없는 세계 최고의 지식 자산 그룹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지오하임에는 여러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있다. 이태영 부사장은 삼성생명에서 해외투자 담당을 맡은 경험을 살려 재무기획과 전략을 맡고 있다. 구하성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전 한서대 항공소프트웨어공학과 교수로 인공지능 패턴 인식과 영상처리 전문가다. 이지범 기술연구소장은 통신공학 박사로 하드웨어 개발을 책임지고 있다. 김현민 이사는 음성인식시스템과 DNA분석시스템 개발자로 소프트웨어 분야를 담당한다. 지오하임은 3년 이내에 국내에서도 미국처럼 17% 정도의 비율로 자연식을 선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를 전제로 예상하는 국내 시장 규모는 3000억원. 이후 일본을 포함해 반려동물 시장이 커지고 있는 중국과 동남아시아 국가로 진출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자연식을 먹이면 당장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재료를 구별할 수 있어 고생을 줄일 수 있다. 우리가 열심히 하면 더 많은 동물과 반려인이 행복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30년을 사는 장수견이 새롭지 않은 시대를 하루라도 앞당기고 싶다”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건설공학 소프트웨어(SW) 세계 1위 기업인 마이다스아이티가 국내 건축과 토목, 지반 분야 엔지니어 등 약 2000명이 온·오프라인으로 참여한 컨퍼런스 ‘마이다스 스퀘어 24‘를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몰에서 열었다. 이날 행사에서 마이다스아이티는 토목 분야 설계 SW를 10년 만에 리뉴얼한 ’시빌 앤엑스(Civil NX)’를 선보였다. 새 버전은 혁신적으로 업그레이드된 인터페이스, 20배 이상 빠른 후처리 성능, 제품 내에 추가 설치 가능한 플러그인, 설계 환경을 최적화해 자동화할 수 있는 기능 등을 가지고 있다.마이다스아이티는 건설 분야의 혁신과 지식을 공유하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기술 컨퍼런스를 열었다. 이날 글로벌 기업들의 성공사례, 기술에 대한 고민 현황, 미래의 도전 계획, SW 환경의 미래 비전 등을 공유했다. 또 건축 분야에서 최근 화두인 성능 기반 내진설계 기능을 소개했고, 지반 분야에서는 지하 지반의 안전성을 실시간을 측정하고 향후 공사 일정에 따른 위험도를 예측하는 시스템 등을 소개했다.호주와 중국, 일본 등에서 온 전문가들이 마이다스아이트 SW를 활용한 성공적인 건설 건축 경험 등을 공유하기도 했다. 7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전 세계 40개 국가에 진출해 있는 글로벌 엔지니어링 기업 SMEC의 케니 류(Kenny Luu) 수석 엔지니어는 ‘특수 교량을 위한 내진 설계와 새로운 도전’ 이라는 주제로 최근 호주에서 진행한 혁신적인 교량 엔지니어링 프로젝트에 대해 소개했다. 중국전력건설그룹의 장잉 설계원은 ‘중국 북서부에서의 청정 에너지 개발 동향과 공학적 수치 시뮬레이션 사례’를 통해 수력발전, 풍력개발, 태양광 프로젝트 등의 수행 과정에서 수치 시뮬레이션의 중요성에 대한 경험을 공유했다. 일본 타케나카사의 나오유키 타카야마(Naoyuki Takayama) 연구원은 ‘구조 기술의 발전 및 환경 변화에 따른 대공간 구조설계’를 주제로 강연을 하며 복잡한 지붕 형상을 갖는 건물의 설계를 위해 고급 구조 분석 소프트웨어인 마이다스와 여러 전문 설계 소프트웨어를 같이 사용해 설계 효율성과 정확성을 극대화한 접근 방식에 대해 설명했다.마이다스아이티의 건설 토목 관련 SW들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시티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수많은 글로벌 설계회사들이 사용하고 있기도 하다.컨퍼런스 총괄 기획자인 마이다스그룹의 염영종 실장은 “국내외 기술 전문가들을 초청해 엔지니어링 분야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보고, 기술과 사람의 진정한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기획했다“고 밝혔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이찬희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이 재외동포 최대 경제단체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회장 박종범 영산그룹회장) 윤리경영위원장으로 선임됐다. 세계한인무역협회는 9일 정부 수행 사업의 투명성을 높이고 공정한 협회 운영을 위해 5인의 위원으로 구성된 윤리경영위원회를 발족했다고 밝혔다. 위원회 위원들은 사회 각계 추천을 받은 법률·회계·ESG(환경·사회·지배구조)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이찬희 윤리경영위원회 위원장은 삼성준법감시위원장과 법무법인 율촌 고문으로 활동 중이고 제50대 대한변호사협회장을 지냈다. 이 위원장과 함께 고문현 숭실대 법대교수(한국ESG학회장), 남상환 태성회계법인 대표, 최신영 한국·뉴욕주 변호사, 황선양 세계한인무역협회 대외협력 부회장이 위원으로 활동한다. 윤리위원회는 협회 운영과 관련한 전반적인 사항을 심의하고, 협회는 윤리위원회 심의를 통해 결정된 사항은 의사결정과 업무집행에 반드시 고려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찬희 위원장은 “정치적 영토는 헌법 3조에 의해 한반도와 부속도서로 돼 있지만 경제적 영토는 전 세계라고 생각한다”며 “타국에서 온갖 차별과 불리함을 극복하고 성공적으로 기업을 일궈낸 재외동포 기업인들 힘을 보태드리기 위해 (윤리위원장으로) 참여하기로 했다”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컴퓨터 구조에 적지 않은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컴퓨터는 중앙처리장치(CPU·프로세서)와 메모리가 일대일로 연결된 것이 기본 구조다. 게임처럼 그래픽 관련 데이터가 많아지면서 이를 전담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 같은 프로세서가 나왔다. 최근 들어서는 인공지능(AI)이 빅데이터를 다루면서 AI 가속기라는 프로세서가 덧붙여지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프로세서의 형태가 다양화되고 그 수가 늘어나면서 각 프로세서가 메모리의 데이터를 읽고 쓸 때 병목 현상이 생길 공산이 커졌다는 것이다. AI와 빅데이터의 시대가 되면서 프로세서와 메모리, 그리고 시스템 내 다른 장치 간에 더 효율적인 통신 방식이 필요해졌다. 2019년 인텔이 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CXL·Compute eXpress Link) 인터페이스 기술을 새로 제안한 배경이다. CXL은 메모리를 중심으로 여러 프로세서와 스위치 등 다양한 장치를 빠르게 연결해 여러 장치가 충돌 없이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통신 규약이다. 기존에는 컴퓨터가 프로세서 중심으로 메모리가 블록으로 한데 묶인 방식이었는데, 지금은 대용량의 메모리를 중심으로 여러 다양한 프로세서들이 자유롭게 메모리를 쓸 수 있도록 하는 형태로 컴퓨팅의 기본적인 구조가 바뀌는 셈이다. CXL 규약은 CXL컨소시엄이 발전시키고 가다듬고 있다. 구글, 메타 등 초대형 클라우드 운영 기업과 주요 칩메이커인 인텔, AMD를 비롯해 메모리 제조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참여하고 있다. CXL 기술을 활용하면 처리하는 데이터의 양에 맞춰 메모리 용량을 거의 무한히 확장할 수 있고, AI 구동에 필수적인 병렬 컴퓨팅에도 유리하다. KAIST 정명수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44)가 지난해 8월 창업한 파네시아는 CXL 기반 반도체 설계자산(IP)과 CXL 솔루션을 만드는 스타트업이다. 미국에서 반도체 설계를 공부한 정 교수는 CXL의 핵심 기반기술이 되는 메모리 확장 및 캐시 일관성에 대한 연구들을 첫 CXL 규약 발표 4년 전인 2015년부터 연구했다. 최신 CXL 3.0 규약을 기반으로 한 컴퓨팅 솔루션을 올해 여름, 세계에서 가장 먼저 개발했다. 현재까지도 해당 솔루션을 보유한 유일한 기업이다. 9월 말 대전 KAIST 연구실에서 만난 정명수 파네시아 대표이사는 “많은 기업이 CXL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이를 제대로 적용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곳은 없다”며 “우리 사업의 목표는 CXL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했다. 초대형 빅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아마존이나 구글, 그런 곳에 프로세서를 공급하는 엔비디아, 자체적으로 대규모언어모델(LLM) AI를 운영하려는 회사, 그리고 메모리 제조업체 등이 파네시아의 잠재적인 고객사들이다. ● 세계 최초의 CXL 기술들 선보여 와파네시아는 일찌감치 CXL 기술 개발을 시작했다. 글로벌 CXL 1.1 표준이 발표된 것이 2019년인데 그 이전인 2015년부터 CXL 기술의 핵심 중 하나인 ‘캐시 일관성(Cache Coherency)’ 기술을 연구했다. 캐시 일관성 기술은 여러 프로세서가 메모리에 있는 데이터를 읽고 쓸 때, 어느 프로세서가 먼저 처리를 하더라도 메모리와 캐시(프로세서에 붙어 있는 작은 메모리)들에 있는 데이터도 같은 값을 가질 수 있도록 유지하는 기술이다. 이를 빠르게 처리하지 못하거나 잘못 처리하면 컴퓨터는 오류를 낸다. CXL은 캐시 일관성을 기반으로 한 연결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2020년 11월 CXL 2.0 표준이 발표되자 파네시아는 1년 반 정도 만에 세계 최초로 CXL 2.0 기반의 솔루션을 선보였다. 지난해 6월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유즈닉스연례회의(USENIX ATC)에서 파네시아의 연구 결과가 인정을 받아 세계 최초로 종단(CPU와 메모리, 스위치 등 시스템 내 모든 요소) 간 CXL 2.0 솔루션을 공개한 기업이 됐다. 올해 8월에는 CXL 3.0 기반의 고용량 메모리 시스템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미국 샌타클래라에서 열린 플래시메모리 서밋(FMS 2023)에서 멀티-테라바이트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전 세계에 공개했다. 정 교수는 “2015년에 캐시 일관성 기술을 연구하면서 생각했던 개념이 생각보다 빨리 CXL 3.0에 적용되었으나 관련 특허와 기술 개발 내용들을 토대로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 개념이란 여러 프로세서가 대용량의 메모리에 있는 데이터를 동시에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마치 만화책이 아니라 웹툰으로 구현된 만화를 보는 것과 비슷하다. 만화책은 누군가 보고 있으면 다른 사람은 차례를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웹툰은 누군가가 보고 있더라고 다른 사람이 같이 볼 수 있다. 캐시 일관성이 지원되면 각 프로세서가 메모리에 든 내용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작업 요청이 있을 때 메모리의 내용을 따로 넘겨받지 않고 빠르게 처리할 수 있게 된다. 파네시아는 올해 9월 CXL 3.0 설계자산(IP)을 실리콘 칩에 구현해 작동을 1차 검증했다. 11월에는 CXL 3.1 기반의 칩까지 고객사에 공급할 예정이다. 파네시아는 내년 1월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정보기술(IT) 전시회로 세계 최대를 자랑하는 소비자가전전시회 ‘CES 2024’에 참가해 CXL 기반의 AI 가속기 프로토타입을 시연할 계획이다.● KAIST 교원 창업정 대표는 스토리지 및 반도체 전문가의 길을 걸었다. 2006년부터 3년간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에서 일했고, 이후 2013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로런스 버클리 국립연구소 객원연구원을, 2013∼2015년에는 텍사스주립대 교수를 지냈다. 국내에서는 연세대 교수를 거쳐 현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에 재직 중이다. 국내에 있으면서 SK하이닉스사장단 자문위원회(2016∼2020년)에서 활동했고, 삼성종합기술원 자문위원(2020∼2021년)도 지냈다. 컴퓨터 아키텍처 및 운영체제 관련 최우수 및 우수 논문 125편가량을 발표했고, CXL 기술 관련 특허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파네시아에는 현재 KAIST 석·박사는 물론이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출신 연구원 등 약 20명이 근무하고 있다. 관련 연구 및 개발 인원을 50%가량 더 늘리고 젊은 임직원들이 추구하는 개발 환경을 구축하고 성장시키는 데 투자금액을 늘릴 예정이다. 또 대전 사옥 외에 서울 혹은 경기 성남시 판교에 연구소를 추가로 계약 중이다. 창업을 하게 된 동기에 대해서는 “엔지니어링에 가까운 기술을 연구하다 보니 산업의 흐름을 알게 됐고, CXL 관련 기술을 활용하면 더 효율적이라는 연구 결과를 널리 알리는 한편 산업적으로도 증명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이어 “CXL 개념이나 기술의 유용성을 모르는 기업이 많아 CXL 기반 IP를 활용해 AI가속기나 메모리확장기 같은 제품을 시범 생산해 직접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며 “메타의 추천 기능 등에 적용했을 때 기존 방식보다 월등히 높은 속도로 구동된다”고 했다●“ARM 넘어서는 세계적인 CXL반도체 IP사가 목표”CXL 관련 시장은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고대역폭메모리(HBM)에 이어 새로운 먹거리가 될 수 있는 CXL 기반 메모리들을 개발해 발표하고 있다. 정 대표는 “2030년이면 CXL 시장이 2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며 “앞선 기술과 연구개발에 진심인 젊은 엔지니어들, 그리고 대규모 시장 잠재력 덕분에 설립 1년여 만에 시드 투자를 받을 때 1034억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16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파네시아는 CXL 반도체 및 솔루션 설계자산(IP) 기업을 지향한다. 하드웨어 엔진과 소프트웨어를 모두 공급한다. 빅데이터를 처리하는 데 적합한 대형 컴퓨터나 AI가속기, 메모리를 만드는 업체들이 CXL 기반으로 칩을 만들려고 할 때 파네시아의 IP가 그 개발과 시간을 충분히 단축시키고 세계적 경쟁력 확보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CXL 기반 프로세서와 메모리, 서버가 얼마나 늘어날 것인지, 그리고 이를 하나로 묶어주는 솔루션의 기술 고도화가 관건이다. 정 대표는 “유능하고 젊은 인재들과 함께 세계 최초 CXL 기반 IP는 물론이고 다양한 반도체 IP들, 그리고 관련 소프트웨어를 모두 수출하는 글로벌 회사로 성장하겠다”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컴퓨터 구조에 적지 않은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컴퓨터는 중앙처리장치(CPU·프로세서)와 메모리가 일대일로 연결된 것이 기본 구조다. 게임처럼 그래픽 관련 데이터가 많아지면서 이를 전담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 같은 프로세서가 나왔다. 최근 들어서는 인공지능(AI)이 빅데이터를 다루면서 AI 가속기라는 프로세서가 덧붙여지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프로세서의 형태가 다양화되고 그 수가 늘어나면서 각 프로세서가 메모리의 데이터를 읽고 쓸 때 병목 현상이 생길 공산이 커졌다는 것이다.AI와 빅데이터의 시대가 되면서 프로세서와 메모리, 그리고 시스템 내 다른 장치 간에 더 효율적인 통신 방식이 필요해졌다. 2019년 인텔이 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CXL·Compute eXpress Link) 인터페이스 기술을 새로 제안한 배경이다. CXL은 메모리를 중심으로 여러 프로세서와 스위치 등 다양한 장치를 빠르게 연결해 여러 장치가 충돌 없이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통신 규약이다. 기존에는 컴퓨터가 프로세서 중심으로 메모리가 블록으로 한데 묶인 방식이었는데, 지금은 대용량의 메모리를 중심으로 여러 다양한 프로세서들이 자유롭게 메모리를 쓸 수 있도록 하는 형태로 컴퓨팅의 기본적인 구조가 바뀌는 셈이다.CXL 규약은 CXL컨소시엄이 발전시키고 가다듬고 있다. 구글, 메타 등 초대형 클라우드 운영 기업과 주요 칩메이커인 인텔, AMD를 비롯해 메모리 제조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참여하고 있다. CXL 기술을 활용하면 처리하는 데이터의 양에 맞춰 메모리 용량을 거의 무한히 확장할 수 있고, AI 구동에 필수적인 병렬 컴퓨팅에도 유리하다.KAIST 정명수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44)가 지난해 8월 창업한 파네시아는 CXL 기반 반도체 설계자산(IP)과 CXL 솔루션을 만드는 스타트업이다. 미국에서 반도체 설계를 공부한 정 교수는 CXL의 핵심 기반 기술이 되는 메모리 확장 및 캐시 일관성에 관한 연구를 첫 CXL 규약 발표 4년 전인 2015년부터 연구했다. 최신 CXL 3.0 규약을 기반으로 한 컴퓨팅 솔루션을 올해 여름, 세계에서 가장 먼저 개발했다. 현재까지도 해당 솔루션을 보유한 유일한 기업이다.9월 말 대전 KAIST 연구실에서 만난 정명수 파네시아 대표이사는 “많은 기업이 CXL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이를 제대로 적용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곳은 없다”며 “우리 사업의 목표는 CXL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했다. 초대형 빅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아마존이나 구글, 그런 곳에 프로세서를 공급하는 엔비디아, 자체적으로 대규모언어모델(LLM) AI를 운영하려는 회사, 그리고 메모리 제조업체 등이 파네시아의 잠재적인 고객사들이다. ●세계 최초의 CXL 기술들 선보여 와파네시아는 일찌감치 CXL 기술 개발을 시작했다. 글로벌 CXL 1.1 표준이 발표된 것이 2019년인데 그 이전인 2015년부터 CXL 기술의 핵심 중 하나인 ‘캐시 일관성(Cache Coherency)’ 기술을 연구했다. 캐시 일관성 기술은 여러 프로세서가 메모리에 있는 데이터를 읽고 쓸 때, 어느 프로세서가 먼저 처리를 하더라도 메모리와 캐시(프로세서에 붙어 있는 작은 메모리)들에 있는 데이터도 같은 값을 가질 수 있도록 유지하는 기술이다. 이를 빠르게 처리하지 못하거나 잘못 처리하면 컴퓨터는 오류를 낸다. CXL은 캐시 일관성을 기반으로 한 연결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2020년 11월 CXL 2.0 표준이발표되자 파네시아는 1년 반 정도 만에 세계 최초로 CXL 2.0 기반의 솔루션을 선보였다. 지난해 6월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유즈닉스연례회의(USENIX ATC)에서 파네시아의 연구결과가 인정을 받아 세계 최초로 종단(CPU와 메모리, 스위치 등 시스템 내 모든 요소) 간 CXL 2.0 솔루션을 공개한 기업이 됐다.올해 8월에는 CXL 3.0 기반의 고용량 메모리 시스템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미국 샌타클라라에서 열린 플래시메모리 서밋(FMS 2023)에서 멀티-테라바이트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전 세계에 공개했다. 정 교수는 “2015년에 캐시 일관성 기술을 연구하면서 생각했던 개념이 생각보다 빨리 CXL 3.0에 적용되었으나 관련 특허와 기술 개발 내용들을 토대로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 개념이란 여러 프로세서가 대용량의 메모리에 있는 데이터를 동시에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마치 만화책이 아니라 웹툰으로 구현된 만화를 보는 것과 비슷하다. 만화책은 누군가 보고 있으면 다른 사람은 차례를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웹툰은 누군가가 보고 있더라고 다른 사람이 같이 볼 수 있다. 캐시 일관성이 지원되면 각 프로세서가 메모리에 든 내용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작업 요청이 있을 때 메모리의 내용을 따로 넘겨받지 않고 빠르게 처리할 수 있게 된다.파네시아는 올해 9월 CXL 3.0 설계자산(IP)을 실리콘 칩에 구현해 작동을 1차 검증했다. 11월에는 CXL 3.1 기반의 칩까지 고객사에 공급할 예정이다.파네시아는 내년 1월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정보기술(IT) 전시회로 세계 최대를 자랑하는 소비자가전전시회 ‘CES 2024’에 참가해 CXL 기반의 AI 가속기 프로토타입을 시연할 계획이다.●KAIST 교원 창업정 대표는 스토리지 및 반도체 전문가의 길을 걸었다. 2006년부터 3년간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에서 일했고, 이후 2013년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 로런스 버클리 국립연구소 객원연구원을 지냈다. 2013~2015년에는 텍사스주립대 교수를 지냈다. 국내에서는 연세대 교수를 거쳐 현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에 재직 중이다. 국내에 있으면서 SK하이닉스사장단 자문위원회(2016~2020년)에서 활동했고, 삼성종합기술원 자문위원(2020~2021년)도 지냈다. 컴퓨터 아키텍처 및 운영체제 관련 최우수 및 우수 논문 125편가량을 발표했고, CXL 기술 관련 특허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파네시아에는현재 KAIST 석·박사는 물론이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출신 연구원 등 약 20명이 근무하고 있다. 관련 연구 및 개발 인원을 50%가량 더 늘리고 젊은 임직원들이 추구하는 개발 환경을 구축하고 성장하는 데 투자 금액을 늘릴 예정이다. 또 대전 사옥 외에 서울 혹은 판교에 연구소를 추가로 계약 중이다.창업을 하게 된 동기에 대해서는 “엔지니어링에 가까운 기술을 연구하다 보니 산업의 흐름을 알게 됐고, CXL 관련 기술을 활용하면 더 효율적이라는 연구결과를 널리 알리고 산업적으로도 증명하고 싶었다”고 했다.그는 이어 “CXL 개념이나 기술의 유용성을 모르는 기업들이 많아 CXL 기반 IP를 활용해 AI가속기나 메모리확장기 같은 제품을 시범 생산해 직접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며 “메타의 추천 기능 등에 적용했을 때 기존 방식보다 월등히 높은 속도로 구동된다”고 했다●“ARM 넘어서는 세계적인 CXL반도체 IP사가 목표”CXL 관련 시장은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고대역폭메모리(HBM)에 이어 새로운 먹거리가 될 수 있는 CXL 기반 메모리들을 개발해 발표하고 있다.정 대표는 “2030년이면 CXL 시장이 2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며 “앞선 기술과 연구개발에 진심인 젊은 엔지니어들, 그리고 대규모 시장 잠재력 덕분에 설립 1년여 만에 시드 투자를 받을 때 1034억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16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파네시아는 CXL 반도체 및 솔루션 설계자산(IP) 기업을 지향한다. 하드웨어 엔진과 소프트웨어를 모두 공급한다. 빅데이터를 처리하는 데 적합한 대형 컴퓨터나 AI가속기, 메모리를 만드는 업체들이 CXL 기반으로 칩을 만들려고 할 때 파네시아의 IP가 그 개발과 시간을 충분히 단축시키고 세계적 경쟁력 확보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CXL 기반 프로세서와 메모리, 서버가 얼마나 늘어날 것인지, 그리고 이를 하나로 묶어주는 솔루션의 기술의 고도화가 관건이다.정 대표는 “유능하고 젊은 인재들과 함께 세계 최초 CXL 기반 IP는 물론이고 다양한 반도체 IP들, 그리고 관련 소프트웨어를 모두 수출하는 글로벌 회사로 성장하겠다”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6월 초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프로’를 발표하면서 “디지털 콘텐츠가 물리적 공간에 있는 것처럼 상호작용을 한다”고 했다. 헤드셋을 쓰면 거실 벽면에 가상의 화면이 있는 것같이 보이기도 한다. 그 가상 화면에 사진이나 동영상 등을 표출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처럼 디지털 콘텐츠를 임의의 현실 공간에 정확하게 배치하려면 기기가 현실 공간을 정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이른바 ‘공간 컴퓨팅’ 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내년 초 비전프로의 정식 출시는 공간 컴퓨팅 시대의 서막이 될 공산이 크다.정보가 많이 오가는 곳으로 부(富)도 옮겨간다. 2007년 6월 29일 아이폰이 출시된 이후 정보 습득의 주요 통로는 PC에서 스마트폰으로 바뀌었다. 스마트폰 다음 차례는 증강현실 기기가 될 것으로 정보기술(IT) 전문가들은 예상한다.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있는 딥파인(대표이사 김현배)은 스마트 안경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스마트 안경을 통해 증강현실(AR)을 구현한다. 여러 부품의 조립 방법이라든지, 기기의 작동 방식을 담은 콘텐츠를 대상물 바로 위에 표시할 수 있는 공간 컴퓨팅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경기도는 이 회사의 기술을 활용해 도내에 흩어져 있는 공공 시설물의 안전점검에 활용하고 있다. 김현배 대표이사(42)는 “지금까지는 증강현실 콘텐츠를 만들려면 큰 측정 장비와 별도의 제작 프로그램이 필요했다”며 “딥파인은 누구나 손쉽게 증강현실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클라우드 서비스 형태로 제공한다”고 했다.●경기도내 공공 시설물 안전점검에 적용해 시간 비용 절감딥파인이 자사의 공간 컴퓨팅 기술을 활용해 경기도 곳곳 시설물의 안전을 점검하는 방식은 이렇다. 스마트 안경을 쓴 사람이 안전점검 대상지로 가면 스마트 안경을 통해 보이는 현장의 화면이 원격안전점검센터로 실시간으로 공유된다. 센터에 있는 전문가는 컴퓨터 앞에 앉아 현장 상황을 파악하고, 설계도 등 필요한 정보를 스마트 안경을 통해 현장에 있는 사람과 실시간으로 공유한다. 전문가가 설계도를 짚어가며 표시를 하면 현장에서도 그대로 보인다. 음성과 영상, 콘텐츠 등이 동시에 전달되는 것이다. 경기도는 딥파인의 기술 덕분에 원거리 출장 비용을 절감했을 뿐만 아니라 안전점검과 관련된 민원이 발생했을 때 훨씬 빠르고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됐다.딥파인이 비대면 업무지원 솔루션으로 출시한 ‘아론(ARON)’에는 영상 이미지와 문자를 인식하는 인공지능(AI) 기술, 실시간 영상통화에 증강현실을 결합하는 기술 등이 쓰인다. 복잡한 기기의 다양한 스위치가 있는 현장에 투입된 사람은 스마트 안경을 통해 돌려야 하는 밸브 위치는 물론이고 돌리는 방향까지 그림으로 안내 받을 수 있다. 또 기계 장치 내부의 여러 전선 가닥이 무슨 역할을 하는지를 설명서를 보는 것처럼 명확하게 구별해 볼 수 있다. 딥파인은 이 기술을 활용해 국내 유명 건설사에 원격 현장관리 체계도 구축해 줬다. 스마트 안경뿐 아니라 드론 등 다양한 기기와도 연동할 수 있다.●독특한 AR 콘텐츠 손쉽게 구축 가능…관광지나 복합몰 등 쓰일 곳 많아딥파인은 애플의 비전프로를 계기로 공간 컴퓨팅 기술의 수요가 급속하게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카메라로 주변 환경을 인식한 뒤 대상물들의 3차원 위치정보를 파악하는 기술은 ‘시각측위시스템(Visual Positioning System)’ 기술로 불린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이나 와이파이 신호가 없는 공간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휴대전화나 스마트 안경, 자율주행 로봇 등 다양한 기기와 연동된다.김 대표이사는 “내년에 애플이 비전프로를 내놓으면 안드로이드 진영에서도 차세대 확장현실(XR) 기기를 내놓으면서 지금까지 보지 못한 다양한 새 미디어가 나올 것”이라며 “이런 기기들을 연결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플랫폼을 내년 상반기에 출시할 예정”이라고 했다.이 플랫폼을 활용하면 복잡한 지하공간이나 대형 쇼핑몰, 대형 전시공간을 보다 정확하게 안내하는 것이 가능하다. 주최 측이 길 안내를 위한 이정표를 증강현실 형태로 만들어 두면 사용자는 휴대전화 카메라로 주변을 비추기만 하면 갈 방향이나 각종 콘텐츠를 볼 수 있다.기존에는 실내 3차원 정보를 얻으려면 전문가가 전문 장비를 갖추고 실내 3차원 공간을 정밀하게 측정해야 했다. 전문장비는 성인 1명 정도의 부피에 360도 촬영 카메라와 라이다(LiDAR) 센서, 관성측정장치(IMU) 등을 갖췄다. 이렇게 취득한 3차원 위치정보를 3차원 공간으로 구축하기 위해서는 유니티 같은 외부 프로그램을 이용해 별도의 코딩을 해야 한다. 이후에는 그런 프로그램을 활용해 증강현실 콘텐츠도 따로 만들어야 한다.딥파인 개요사업 내용스마트 안경 및 공간 컴퓨팅 소프트웨어 솔루션주요 제품 및 서비스산업 및 안전사고 현장 점검 AR 솔루션 ‘ARON’실내 공간을 AR 공간화하는 실내 측위 서비스주요 기술스마트 안경용 비전인식 기술 및 클라우드 플랫폼 기술시각측위시스템(VPS) 활용한 공간 컴퓨팅 원천 기술 투자 받은 금액누적 36억 원(시드 3억 원 및 pre-A시리즈 33억 원)투자 기관현대차그룹, SM컬처파트너스, 스파크랩, 기술보증기금, IBK기업은행, 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대표이사 및 임직원 수김현배 대표이사 포함 총 38명(연구 및 개발 36명, 경영 및 관리 2명)설립일 및 소재지2019년 7월 22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딥파인 플랫폼을 활용하면 비전문가가 휴대전화로 실내공간을 촬영하면 실내 측정은 끝난다. 이후 딥파인의 클라우드 서버가 3차원 공간 정보를 자동으로 생성한다. 증강현실 콘텐츠는 플랫폼에 있는 저작도구로 코딩 없이 간편하게 생성할 수 있다.김 대표는 “비전프로 이후 증강현실 기기의 시대가 열리면 현실 공간에 가상 콘텐츠를 융합하려는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에는 개인들이 자신의 집이나 상점에 증강현실 콘텐츠를 만들어 손님이나 고객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했다.●IT 물결 바뀌 시기 다가온다고 느끼고, 그 기회 잡고 싶어 창업김 대표는 서울과학기술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병역특례로 중소 IT 기업에 취업했고, 총괄이사 3년을 포함해 18년을 일하고 38세인 2019년에 창업했다. 직장 동료로 소프트웨어 디자인 업무를 하던 박혜은 씨와 공동 창업했다. 두 사람은 부부다. 같은 회사에서 12년 이상을 같이 일했다.김 대표는 “오랫동안 창업에 열망이 있었다. 인공지능과 AR의 흐름이 막 생겨나는 시기에 ‘지금이 아니면 기회를 잡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어 창업을 실행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비전 인식 기술에 관심을 가졌다. 그는 “회사를 관두고 6개월가량을 고3 때보다 더 열심히 관련 분야를 공부했다”고 했다. 비전 인식 기술로 아마존고 같은 무인 매장에 적용할 시스템을 개발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개발비 부담이 너무 커 창업 아이템을 조금 바꿨다. 김 대표는 “스마트폰 다음의 새로운 디바이스는 무엇일까를 자문하다가 AI 기술과 반도체의 고도화 속도 등을 볼 때 2011년 나왔던 ‘구글 글라스’의 고도화된 버전의 출시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고 했다. 어린 시절 즐겨 본 만화 ‘드래곤볼’에 나오는 스마트 안경 ‘스카우터’ 같은 기기를 만들고 싶다는 욕구도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창업 3개월 만에 비전인식 AI 기술 개발 관련 정부 연구과제를 2개나 따내면서 약 10억 원의 연구자금을 받은 것이 큰 힘이 됐다. 과제 신청 때 미리 프로토타입을 제시할 정도로 기술력을 과시했다. 최근 pre-A 시리즈로 33억 원을 투자 받았는데 현대자동차그룹과 SM엔터테인먼트그룹 등이 참여했다.김 대표는 정부나 기업을 대상으로 한 AR 시장에 먼저 진출해 기술을 쌓는다는 전략을 택했다. 딥파인의 VPS 기술은 3차원(3D) 데이터를 만들 때 위치 오차가 3cm 이내일 정도로 정확하다며 처리 속도가 빠른 것이 특징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신기술(NET)인증을 받기 위한 심사를 받고 있다. 김 대표는 “관광지나 복합몰을 찾는 사람들에게 놀라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딥파인의 기술”이라며 “다가올 증강현실 시대를 이끄는 기업으로 키우고 싶다”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6월 초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프로’를 발표하면서 “디지털 콘텐츠가 물리적 공간에 있는 것처럼 상호작용을 한다”고 했다. 헤드셋을 쓰면 거실 벽면에 가상의 화면이 있는 것같이 보이기도 한다. 그 가상 화면에 사진이나 동영상 등을 표출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처럼 디지털 콘텐츠를 임의의 현실 공간에 정확하게 배치하려면 기기가 현실 공간을 정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이른바 ‘공간 컴퓨팅’ 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내년 초 비전프로의 정식 출시는 공간 컴퓨팅 시대의 서막이 될 공산이 크다.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있는 딥파인(대표이사 김현배)은 스마트 안경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스마트 안경을 통해 증강현실(AR)을 구현한다. 여러 부품의 조립 방법이라든지, 기기의 작동 방식을 담은 콘텐츠를 대상물 바로 위에 표시할 수 있는 공간 컴퓨팅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경기도는 이 회사의 기술을 활용해 도내에 흩어져 있는 공공 시설물의 안전점검에 활용하고 있다. 김현배 대표이사(42)는 “지금까지는 증강현실 콘텐츠를 만들려면 큰 측정 장비와 별도의 제작 프로그램이 필요했다”며 “딥파인은 누구나 손쉽게 증강현실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클라우드 서비스 형태로 제공한다”고 했다. 2007년 6월 29일 아이폰이 출시된 이후 정보 습득의 주요 통로는 PC에서 스마트폰으로 바뀌었다. 정보가 많이 흐르는 곳으로 부(富)도 옮겨 갔다. 정보기술(IT)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다음 차례는 증강현실 기기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스마트 안경을 활용한 스마트한 안전관리딥파인이 자사의 공간 컴퓨팅 기술을 활용해 경기도 곳곳의 시설물 안전을 점검하는 방식은 이렇다. 스마트 안경을 쓴 사람이 안전점검 대상지로 가면 스마트 안경을 통해 보이는 현장의 화면이 원격안전점검센터로 실시간으로 공유된다. 센터에 있는 전문가는 컴퓨터 앞에 앉아 현장 상황을 파악하고, 설계도 등 필요한 정보를 스마트 안경을 통해 현장에 있는 사람과 실시간으로 공유한다. 전문가가 설계도를 짚어가며 표시를 하면 현장에서도 그대로 보인다. 음성과 영상, 콘텐츠 등이 동시에 전달되는 것이다. 경기도는 딥파인의 기술 덕분에 원거리 출장 비용을 절감했을 뿐만 아니라 안전점검과 관련된 민원이 발생했을 때 훨씬 빠르고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됐다. 딥파인이 비대면 업무지원 솔루션으로 출시한 ‘아론(ARON)’에는 영상 이미지와 문자를 인식하는 인공지능(AI) 기술, 실시간 영상통화에 증강현실을 결합하는 기술 등이 쓰인다. 복잡한 기기의 다양한 스위치가 있는 현장에 투입된 사람은 스마트 안경을 통해 돌려야 하는 밸브 위치는 물론이고 돌리는 방향까지 그림으로 안내 받을 수 있다. 또 기계 장치 내부의 여러 전선 가닥이 무슨 역할을 하는지를 설명서를 보는 것처럼 명확하게 구별해 볼 수 있다. 딥파인은 이 기술을 활용해 국내 유명 건설사에 원격 현장관리 체계도 구축해 줬다. 스마트 안경뿐 아니라 드론 등 다양한 기기와도 연동할 수 있다. ●“누구나 자신만의 AR 세계 손쉽게 구축 가능”딥파인은 애플의 비전프로를 계기로 공간 컴퓨팅 기술의 수요가 급속하게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카메라로 주변 환경을 인식한 뒤 대상물들의 3차원(3D) 위치정보를 파악하는 기술은 ‘시각측위시스템(Visual Positioning System)’ 기술로 불린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이나 와이파이 신호가 없는 공간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휴대전화나 스마트 안경, 자율주행 로봇 등 다양한 기기와 연동된다. 김 대표이사는 “내년에 애플이 비전프로를 내놓으면 안드로이드 진영에서도 차세대 확장현실(XR) 기기를 내놓으면서 지금까지 보지 못한 다양한 새 미디어가 나올 것”이라며 “이런 기기들을 연결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플랫폼을 내년 상반기에 출시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 플랫폼을 활용하면 복잡한 지하공간이나 대형 쇼핑몰, 대형 전시공간을 보다 정확하게 안내하는 것이 가능하다. 주최 측이 길 안내를 위한 이정표를 증강현실 형태로 만들어 두면 사용자는 휴대전화 카메라로 주변을 비추기만 하면 갈 방향이나 각종 콘텐츠를 볼 수 있다. 기존에는 실내 3차원 정보를 얻으려면 전문가가 전문 장비를 갖추고 실내 3차원 공간을 정밀하게 측정해야 했다. 전문장비는 성인 1명 정도의 부피에 360도 촬영 카메라와 라이다(LiDAR) 센서, 관성측정장치(IMU) 등을 갖췄다. 이렇게 취득한 3차원 위치정보를 3차원 공간으로 구축하기 위해서는 유니티 같은 외부 프로그램을 이용해 별도의 코딩을 해야 한다. 이후에는 그런 프로그램을 활용해 증강현실 콘텐츠도 따로 만들어야 한다. 딥파인 플랫폼을 활용하면 비전문가가 휴대전화로 실내공간을 촬영하면 실내 측정은 끝난다. 이후 딥파인의 클라우드 서버가 3차원 공간 정보를 자동으로 생성한다. 증강현실 콘텐츠는 플랫폼에 있는 저작도구로 코딩 없이 간편하게 생성할 수 있다. 김 대표는 “비전프로 이후 증강현실 기기의 시대가 열리면 현실 공간에 가상 콘텐츠를 융합하려는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에는 개인들이 자신의 집이나 상점에 증강현실 콘텐츠를 만들어 손님이나 고객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했다.● 직장 동료였던 부인과 공동 창업김 대표는 서울과학기술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병역특례로 중소 IT 기업에 취업했고, 총괄이사 3년을 포함해 18년을 일하고 38세인 2019년에 창업했다. 직장 동료로 소프트웨어 디자인 업무를 하던 박혜은 씨와 공동 창업했다. 두 사람은 부부다. 같은 회사에서 12년 이상을 같이 일했다. 김 대표는 “오랫동안 창업에 열망이 있었다. 인공지능과 AR의 흐름이 막 생겨나는 시기에 ‘지금이 아니면 기회를 잡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어 창업을 실행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비전 인식 기술에 관심을 가졌다. 그는 “회사를 관두고 6개월가량을 고3 때보다 더 열심히 관련 분야를 공부했다”고 했다. 비전 인식 기술로 아마존고 같은 무인 매장에 적용할 시스템을 개발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개발비 부담이 너무 커 창업 아이템을 조금 바꿨다. 김 대표는 “스마트폰 다음의 새로운 디바이스는 무엇일까를 자문하다가 AI 기술과 반도체의 고도화 속도 등을 볼 때 2011년 나왔던 ‘구글 글라스’의 고도화된 버전의 출시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고 했다. 어린 시절 즐겨 본 만화 ‘드래곤볼’에 나오는 스마트 안경 ‘스카우터’ 같은 기기를 만들고 싶다는 욕구도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창업 3개월 만에 비전인식 AI 기술 개발 관련 정부 연구과제를 2개나 따내면서 약 10억 원의 연구자금을 받은 것이 큰 힘이 됐다. 과제 신청 때 미리 프로토타입을 제시할 정도로 기술력을 과시했다. 최근 pre-A 시리즈로 33억 원을 투자 받았는데 현대자동차그룹과 SM엔터테인먼트 그룹 등이 참여했다. 김 대표는 정부나 기업을 대상으로 한 AR 시장에 먼저 진출해 기술을 쌓는다는 전략을 택했다. 딥파인의 VPS 기술은 3차원 데이터를 만들 때 위치 오차가 3cm 이내일 정도로 정확하다며 처리 속도가 빠른 것이 특징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신기술(NET) 인증을 받기 위한 심사를 받고 있다. 김 대표는 “관광지나 복합몰을 찾는 사람들에게 놀라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딥파인의 기술”이라며 “다가올 증강현실 시대를 이끄는 기업으로 키우고 싶다”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는 신소재공학은 연금술에 비유된다. 결정구조나 특정 원소를 바꾸는 것으로 신소재를 만들어 낸다. 예컨대 흑연(연필심)으로 다이아몬드라는 신소재를 만든다고 가정해 보자. 둘은 탄소 원소로만 구성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같은 원소로 돼 있지만 결정구조가 달라지면 다른 특성을 나타낸다. 결정구조를 다르게 하려면 실험실에서 압력이나 온도 등을 달리해 결합 방식을 바꿔야 한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 결합하는 것이 최선인지 알아내려면 실험을 수없이 반복해야 한다. 컴퓨터를 이용해 탄소의 결합방식을 다르게 구성해보고 그렇게 만들어진 재료가 어떤 특성을 보일지 미리 알 수 있다면 개발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우주항공이나 배터리, 디스플레이, 반도체, 정보통신, 생체재료 산업 같은 첨단 산업에서 새로운 소재의 개발은 필수적이다. 우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차세대 성장산업 육성은 신소재 개발이라는 기초가 튼튼해야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예컨대 첨단 배터리 양극재를 개발할 때 양극재의 대표적인 후보물질인 리튬과 니켈, 코발트, 망간, 알루미늄 등의 비율을 달리해 제조하는 것만으로도 배터리의 특성이 크게 개선될 수 있다. 사실상 누가 먼저 찾아 만들어 내느냐는 게임인 것이다. 서울 성동구에 있는 버추얼랩(대표이사 이민호)은 신소재를 개발하는 연구자들이 새로운 소재를 신속하게 개발할 수 있도록 돕는 시뮬레이션 플랫폼 ‘머티리얼스 스퀘어’를 만든 스타트업이다. 현재 미국 등 100여 개국, 1만8000명의 연구자가 이 회사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버추얼랩 본사에서 만난 이민호 대표이사(38)는 “신소재를 연구하는 연구자들은 물리나 화학 분야에 정통한 경우가 많지만 컴퓨터 시뮬레이션까지 다룰 줄 아는 경우는 드물다”며 “연구자들이 신소재를 찾는 데만 집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시뮬레이션 방식을 웹을 통해 손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했다.● 컴퓨터로 최적의 소재 찾는다회사명 버추얼랩은 ‘가상 실험실’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실험이나 제조를 하기 전에 물리법칙으로 미리 실험을 모의해 보도록 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할 당시 전구의 필라멘트 재료를 발견할 때는 가능성이 있는 모든 재료로 직접 실험을 하는 방식을 택했다. 지금은 그런 방식으로 하기에는 신소재공학 분야의 개발 규모가 너무 복잡하고 어려워졌다. 그만큼 시간이 많이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든다. 우리가 매일 접하는 일기예보도 일종의 가상 실험의 결과가 반영된 결과물이다. 예보관들은 수치예보라고 불리는 컴퓨터 날씨 시뮬레이션 모델의 결과를 참고해 예보를 낸다. 수치예보 모델은 유체의 흐름을 묘사한 편미분 방정식인 ‘나비에 스토크스 방정식’을 컴퓨터로 풀어내는 알고리즘이다. 편미분 방정식을 푸는 데는 계산 자원이 많이 필요해 슈퍼컴퓨터급의 고성능 컴퓨터가 주로 쓰인다. 신소재공학에서 어떤 물질의 특성을 알려면 양자역학의 기본 방정식인 슈뢰딩거 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전자들 사이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계산해 물성을 파악하는 것이다. 역시 고성능의 컴퓨터가 필요하다. 이 대표는 “기존에는 신소재공학 연구실에서 컴퓨터 신물질의 특성을 시뮬레이션해보려면 고성능의 컴퓨터를 마련해야 했고, 또 자신의 연구에 필요한 여러 방정식을 풀어주는 소프트웨어를 별도로 구입해야 했다”며 “기본적으로 수천만∼수억 원의 예산이 필요했던 것이라 엄두를 내기 힘들었지만, 우리 플랫폼 ‘머티리얼스 스퀘어’를 활용하면 자신의 노트북컴퓨터로 웹을 통해 사용시간만큼만 비용을 지불하면 된다”고 했다. 머티리얼스 스퀘어를 활용하면 기존 물질의 특정 원자를 다른 원자로 교체하거나, 결합 방식을 변경하는 것이 간단한 입력만으로 해결된다. 원격 컴퓨팅 서비스인 클라우드 서비스로 구현돼 있어 컴퓨팅 자원이나 저장공간도 자신의 연구 방향에 맞춰 일시적으로 늘리거나 줄이는 등의 조절이 가능하다. 연구자들은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를 서버에 맞춰 최적화할 필요도 없고, 시뮬레이션 결과를 분석하는 수고도 덜 수 있어 소재 연구에 더 집중할 수 있다. 비싸고 사용하기 어렵던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커피 한잔 즐기듯이 손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신소재 연구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든 셈이다.● 대학원 동료들의 시뮬레이션 도와주다 창업이 대표는 고성능컴퓨팅(HPC) 엔지니어로 일하다가 한양대 대학원 신소재공학과에 진학했다. 크고 복잡한 계산을 최적화하는 일 대신 신소재공학을 공부한 뒤 대기업에 취직해 연구원의 길을 가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대학원에서 창업으로 진로가 바뀌게 된다. 당시 그의 연구실에서는 별도의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구입해 유닉스나 리눅스 계열의 운영체제(OS)를 쓰는 고성능의 컴퓨터에 깔아 쓰고 있었다. 이 대표는 “신소재 개발에서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인데, 동료들이 리눅스 운영체제가 익숙지 않아 자신의 아이디어를 마음껏 구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며 “소프트웨어를 제작할 능력이 있었던 덕에 동료들을 위해 윈도 프로그램처럼 입력값만 넣으면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는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GUI) 기반 프로그램을 만들어 칭찬과 박수를 많이 받았다”고 했다. 그는 동료들과 교수들의 높은 평가에 고무됐다. 이후 신소재공학 연구자들이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구동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더 많이 보였다. 석사 학위를 받고 2014년경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 입사해 다양한 소재 연구를 위한 여러 개발 플랫폼을 만들었다. 리튬이온 배터리와 반도체 등의 소재 플랫폼 개발에 핵심 인력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KIST에 있으면서 연구자들의 다양한 수요, 연구 패턴 등에 대한 지식을 축적했다. 버추얼랩에는 전략책임자를 맡고 있는 박민규 부사장(KIST 박사후과정), 기업 고객 컨설팅 책임자인 김영광 수석 컨설턴트(포항공대 박사), 고객성공팀을 이끄는 류정아 리더(세종대 박사) 등 물리학과 신소재공학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다.●시뮬레이션 진화의 최종 목표는 ‘소재 개발 자동화’버추얼랩이 만든 신소재 개발 플랫폼은 진화를 거듭해 오고 있다. 2017년 무기재료(Inorganic material) 시뮬레이션 플랫폼으로 시작해, 2021년에는 유기재료와 고분자 신소재 시뮬레이션이 추가됐다. 연구 교육용 플랫폼도 이 시기에 출시했다. 2022년에는 에너지소재 연구개발 플랫폼으로 확장됐고, 기업에 연구개발 플랫폼을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사업도 시작했다. 전기화학 촉매 연구설계에 특화된 ‘카탈리틱’ 서비스도 선보였다. 올해에는 ‘D3스퀘어’라는 데이터 기반 신소재 개발 플랫폼을 선보였다. 기존 개별 연구실에서 가지고 있던 신소재 개발 데이터를 인공지능(AI)에 학습시켜 성공 가능성이 높은 신소재를 빨리 선별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연구자는 최소한의 시도로 원하는 물성을 지닌 합금 조합 비율을 AI의 도움으로 만들 수 있다. 소재 산업에 있는 중소·중견기업에 도움이 될 것으로 버추얼랩 측은 기대하고 있다. 버추얼랩이 개발해 서비스하는 기술들은 첨단 산업의 성장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 산업을 육성해야 하는 정부가 눈여겨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버추얼랩의 기술들은 한 가지 목표를 향하고 있다. 이 대표는 “필요한 물성을 갖춘 소재를 최소한의 시도로 찾아낸 뒤, 이를 로봇이 자동으로 배합하고 제조해 검증까지 마치는 신소재 개발의 완전 자동화를 이끄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정부가 바이오 분야 연구개발 지원에 힘을 쏟고 있는 가운데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바이오테크 연구를 조명하는 콘퍼런스가 열렸다. 대성그룹(회장 김영훈)은 26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바이오기술 혁신의 코어, AI(The Impact of AI on Biotech)’를 주제로 ‘2023 대성해강미생물포럼’을 개최했다. 최근 바이오 분야에서는 AI 기술과 합성생물학 기술의 융합으로 DNA 합성, 게놈 분석, 인공단백질 설계, 세포 치료제 개발, mRNA 백신 개발, 미생물 설계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와 응용에서 혁신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AI를 활용해 복잡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AI의 자기학습능력과 시뮬레이션 기능을 활용해 신약 개발의 기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있다. 이날 포럼에는 바이오테크와 AI 분야 세계 최고 석학들이 주제 발표와 패널 토론에 참가했고, 포럼 진행은 조병관 KAIST 연구처장(생명과학부 석좌교수)이 맡았다. 첫 발표자로 나선 버나드 폴슨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바이오공학과 교수는 ‘인공지능 기반 상호 운용 가능한 다중 바이오 빅데이터 분석 기술’을 주제로 ‘DNA와 RNA 등으로 구성된 다중데이터 형태의 분석 자료를 AI 기계학습을 통해 유기적으로 기능하는 유전자 세트로 분해하는 최신 연구현황’을 발표했다. 폴슨 교수는 유전체 정보를 이용해 게놈 수준의 ‘가상 세포 모델’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시스템생물학 분야의 석학이다. 현재까지 650편이 넘는 논문을 냈고, 40여 건의 미국 특허도 보유하고 있다. 시스템생물학과 시스템생명공학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높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폴슨 교수가 개발한 게놈 수준의 세포 모델은 생명체 내의 생명현상(예컨대 물질대사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컴퓨터를 이용해 예측하는 시스템으로 미생물과 적혈구, 의약용 항체 생산을 위한 초(CHO)세포, 인간 세포 및 많은 병원균에 적용되면서 인간에게 유용한 물질을 생산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AI 반도체를 비롯해 저전력 반도체 설계의 세계적인 석학인 유회준 KAIST 인공지능반도체대학원장(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은 ‘AI 반도체의 현황과 미래’를 주제로 발표했다. 유 교수는 “AI 반도체는 현재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중심이지만 곧 신경망처리장치(NPU)를 거쳐 지능형반도체(PIM)와 뇌를 모방한 생체신경모망(뉴로몰픽) 반도체 중심으로 진화할 것이다”라고 했다. AI 연산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전력 효율을 구현한 아날로그 지능형 반도체(PIM) 개발 배경과 과정도 설명했다. 또 “AI 반도체의 적용 분야는 현재의 데이터센터 중심에서 모바일과 에지(Edge)컴퓨터로 바뀌면서 사물인터넷(IoT)과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기기로 이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석차옥 서울대 화학부 교수는 ‘바이오 인공지능의 잠재력과 신약 설계’를 주제로 발표했다. 석 교수는 “바이오 인공지능의 혁신은 2020년 구글 딥마인드의 단백질 구조 예측 AI 알파폴드에 의해 시작됐다”며 “생체분자의 구조는 생체분자의 기능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에, 향후 바이오 연구와 신약 개발에 AI가 가져올 혁신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했다. 오혜연 KAIST 인공지능연구원장(전산학부 교수)은 ‘생성 언어모델의 한계와 미래’에 대해 발표했다. 신진 과학자들을 위한 별도의 세션도 마련됐다. 임성순 KAIST 생명과학과 교수는 ‘DNA 기반 세포 메모리 시스템’ 발표를 통해 세포 집단의 유전체에 시간적 생물학적 정보를 저장하는 기술에 대해 소개했다. 한국화학연구원 이주영 책임연구원은 ‘합성생물학 기반 맞춤형 미생물 개발’을 주제로 세포 내 소기관을 고부가가치의 화학 물질을 생산하는 마이크로 공장으로 활용하는 기술 등을 발표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광대하고 복잡한 바이오 분야 빅데이터와 AI의 결합으로 바이오화학, 바이오헬스 분야 최신 연구 성과들과 함께 향후에 어떤 획기적 솔루션들을 기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전망 등을 다뤘다. 포럼을 주최한 대성그룹의 김영훈 회장은 미리 배포한 자료를 통해 “AI가 가져올 바이오테크 분야 기술 발전은 국가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에도 핵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번 포럼이 바이오 및 AI 분야 글로벌 최고 석학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양 분야의 협력을 더욱 촉진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날 포럼에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홍석준 국회의원과 기초과학연구원(IBS) 노도영 원장, 이상엽 KAIST 부총장이자 한국생물공학회 회장이 축사를 했다. 대성해강미생물포럼은 2017년 시작해 바이오테크 분야의 다양한 주제를 다뤄왔다. 미래 에너지 확보, 기후변화와 환경문제 솔루션 제시, 난치병 치료 등 다양한 글로벌 연구 성과와 비전을 공유하고, 연관 분야의 협력을 위한 네트워킹의 기회를 제공해 왔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인공지능(AI)의 시대가 시작되면서 데이터센터 구축이 정보기술(IT) 기업의 주요한 경쟁력이 되고 있다. 더 빠르게 많은 데이터를 적은 전력으로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이 관건이다. 처리 속도를 높이기 위해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넘어선 신경망처리장치(NPU) 개발 경쟁이 뜨겁고, 많은 데이터를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는 고대역폭 메모리(HBM)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이런 칩들이 들어간 컴퓨터 서버를 연결하는 제대로 된 통신선도 필요하다. 미국의 거대 빅테크들이 운영하는 데이터센터는 초당 400Gb(기가비트)를 처리할 수 있는 통신선이 필요하다. 구리선으로는 이런 초고속 데이터를 2m 이상 보내기 힘들다. 그런데 수십만 개의 컴퓨터 서버가 설치되는 데이터센터에서 서버들 간 거리는 3∼5m가 주를 이룬다. 어쩔 수 없이 광통신을 쓰는데, 전력 사용량이 많고 가격이 비싼 것이 흠이다. 포인투테크놀로지(대표이사 박진호)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플라스틱 재질의 선을 통해 데이터를 초고속으로 송수신할 수 있는 주문형 반도체(ASIC) 설계 기술을 상용화한 반도체 설계 스타트업이다. 플라스틱선의 양쪽 끝에 부착해 초고속으로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는 통신용 반도체를 TSMC를 통해 생산하고 있다. 이 주문형 반도체를 세계적인 통신케이블 회사 몰렉스에 제공하면, 몰렉스가 아마존과 같이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회사에 케이블을 납품하는 방식으로 수출을 막 시작했다. 박 대표는 “인텔을 비롯한 미국의 여러 빅테크 기업들도 관련 연구를 하고 있지만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광통신 방식에 비해 비용이 절반 수준이어서 내년부터 본격적인 매출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구리나 광섬유가 아닌 플라스틱선을 이용한 통신 시장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플라스틱선 통해 신호 전송”포인투테크놀로지는 작년 5월에 플라스틱 선을 이용해 400Gbps(초당 Gb) 초고속 통신이 가능한 ‘E-튜브’를 개발했다.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보는 통신선은 대부분이 구리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도체인 구리로 전류를 흘려보내 통신을 하는 방식으로는 초고속 통신을 구현하기 어렵다. 많은 데이터를 보내기 위해 고주파수를 사용하면 전류가 구리 표피로만 흐르는 ‘표피 효과’가 생기면서 신호를 제대로 주고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도체 내에 전류가 흐르면 그 주변에 자기장이 생기고 이 자기장으로 인해 역전류가 생기면서 전류의 흐름을 방해한다. E-튜브는 부도체인 플라스틱 선을 따라 전파를 보내는 방식으로 구현된다. 무선통신에 쓰이는 안테나가 플라스틱 선의 양 끝에 부착되고 안테나로부터 받은 전파를 주문형 반도체가 처리하는 방식이다. 플라스틱선 내부로만 전파를 집중해서 보냄으로써 공중으로 방사되는 일반적인 무선통신 방식에 비해 훨씬 더 빠르고 정확하게 신호를 보낼 수 있다. 전파는 공기보다 상대적으로 밀도가 높은 플라스틱선 내부에 갇혀서 전송이 되는데 이를 ‘도파관 원리’라고 부른다. 박 대표는 “플라스틱 선 안에서 특정 방향으로만 전파되는 초지향성 무선통신을 구현한 셈”이라며 “이 새로운 통신 방식은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인 ‘네이처’에 두 번이나 실렸다”고 했다. 기존의 광통신은 전기 신호를 빛으로 변환하고 빛을 전기 신호로 바꾸느라 비싸고 전력 소비도 상대적으로 많은 편인데, 이 문제를 해결한 새로운 방식을 상용화한 것이다.● KAIST 연구팀과 공동 창업박 대표는 서울대 전기공학부를 졸업하고 워싱턴주립대에서 전자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통신용 반도체 설계 회사인 마벨에서도 일했다. 데이터센터가 본격화되기 전이었지만 통신 업계에서는 초고속 데이터 전송의 새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는 이들이 있었다. 대학 동기인 KAIST 배현민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 등과 2016년 포인투테크놀로지를 창업한 배경이다. 이 기술은 공동 창업자 중 한 명인 KAIST 송하일 박사가 그즈음에 쓴 논문에서 시작됐다. 송 박사는 현재 E-튜브 개발팀장을 맡고 있다. 연구실 기술을 상용화하는 데는 10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박 대표는 “독보적인 기술을 상용화하는 과정에 또 다른 많은 노력과 기술이 필요했다”며 “통신선의 양 끝에 부착하는 신호 처리 반도체 기술, 신호를 송출하고 수신하는 안테나 기술, 관련 부품들을 효율적으로 배치하는 기술, 저비용 고효율의 플라스틱선을 만드는 기술 등으로 지금까지 200여 개의 특허를 출원했고 현재 39개의 특허가 등록된 상태”라고 했다. 긴 시간 동안 회사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기술 잠재력을 믿고 투자를 해 준 투자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시리즈B 단계인 이 회사는 지금까지 누적으로 424억 원가량을 투자받았다. 여기에는 세계적인 케이블 제조 회사인 몰렉스도 포함돼 있다.● 광통신 전송 거리 늘리는 기술도 확보포인투테크놀로지는 E-튜브로 급속도로 늘고 있는 데이터센터 시장을 노리고 있다. 박 대표는 “데이터센터 한 곳이 들어설 때 최소 수십만 개의 통신선이 필요한데, 1개 회선에 필요한 주문형 반도체로 100달러가량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E-튜브는 가격이 광통신의 절반가량인 것은 물론이고 전력 사용량도 광통신에 비해 절반 수준이다. 400Gbps의 경우 광통신에는 20W가 필요하지만 E-튜브에는 9W만 쓰인다. 환경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E-튜브의 수요가 늘 것이라고 포인투테크놀로지는 기대하고 있다. 내년부터 본격화될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엔비디아 등에서 일한 30년 이상의 세일즈 전문가 등을 영입해 두고 있다. E-튜브는 전력 소모가 적고 가볍다는 특징이 있다. 무게를 줄일 필요가 있는 전기차용 통신케이블과 초고해상도 벽걸이 TV용 통신선으로도 시장을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다. E-튜브가 만능은 아니다. 초고속으로 데이터를 보낼 수 있는 한계가 15m이다. 그 이상의 거리에서는 여전히 광통신이 유효하다는 것이 박 대표의 설명이다. 광통신 시장을 겨냥해서는 5세대(5G) 통신을 제공하는 통신회사의 고민을 덜어줄 기술을 개발했다. 5G 통신은 속도가 10Gbps에서 25Gbps로 진화 중인데, 이렇게 속도가 빨라지면 광통신을 활용하더라도 15km 이상으로 데이터를 보내기 힘들어진다. 거리가 멀어지면서 광신호가 흐릿해지는 광분산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포인투테크놀로지는 광분산을 보상해 원래 신호만큼 또렷하게 만들어 주는 반도체칩을 올해 2월 개발해 전송 거리를 40km대로 늘렸다. 기존 광통신 네트워크를 파헤칠 필요 없이 중계를 담당하는 기기에 반도체칩을 장착만 하면 된다. 두 기술은 2025년경이면 20조 원으로 추산되는 데이터센터 인터커넥트 시장을 겨냥한 것이다. 박 대표는 “포인투테크놀로지의 ‘포인투’는 두 점이라는 뜻으로, 두 지점을 연결하는 유선통신을 상징한다”며 “데이터가 늘어가면서 더 중요해질 유선통신에 집중해 기술과 시장을 혁신하는 회사로 키우고 싶다”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연구개발(R&D) 예산의 효율적 집행을 통한 국가 경쟁력 강화가 이슈다. 이런 가운데 내년 예산안에서 R&D 전체 예산은 줄어든 가운데 국제협력 예산은 5000억 원대에서 1조8000억 원대로 늘었다. 국제협력을 통한 첨단 기술 개발이 국가 경쟁력 제고의 한 방편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31일 ‘국제공동 R&D 사업화 성공 방안’을 주제로 ‘테크2비즈 포럼’을 개최했다. 테크2비즈포럼은 공공연구기관과 대학이 연구개발한 기술의 효율적인 사업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번이 2회째로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김우승 한국공학교육인증원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한 이번 포럼에는 황수성 산업부 산업기반실장과 민병주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 신희동 한국전자기술연구원장, 김호원 한국기술사업화협회장 등 20여 명의 관련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황 실장은 개회사를 통해 “우리나라 R&D는 혁신적인 기술개발은 적고 투자 대비 성과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내 연구 인력에만 의존하지 않고 해외 우수 연구자와 인프라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미중 기술 패권 경쟁과 글로벌 공급망의 급속한 재편 등으로 우방국과의 첨단 기술 협력이 중요해지고 있어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도 시급한 실정이다”고 했다. 아울러 산업부는 산업기술 R&D를 해외 연구자에게 전면 개방하고, 세계적인 연구자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국제공동 R&D에 대한 투자 비중을 늘리는 정책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글로벌 공급망 변화에 대응하는 전략기술 국제협력 방안’을 주제로 발표한 백서인 한양대 교수(중국학과)는 “기술 동맹은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 간의 협력이라는 기본 틀을 가지고 있지만 기술 동맹 안에서도 자국의 산업과 외교적 이익을 위해 경쟁이 치열하다”며 “미국과 중국, 유럽을 놓고 볼 때 전기차와 배터리, 인공지능 등의 분야에서 미국과 유럽의 이해가 반드시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국제협력을 통해 첨단 기술을 확보하려면 이러한 국제 지형을 잘 파고들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또 “국제협력을 추진할 때는 자국의 이익을 내세우다가는 충돌이 불가피하다”며 “글로벌 차원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등 국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거시적이고 입체적인 협력 모델을 설계한 뒤 그 결과물로 첨단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독일이나 프랑스, 스위스 등 산업 강국의 글로벌 혁신 거점을 국내에 유치한다면 효율적인 국제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날 포럼에는 한국-스페인 국제협력 R&D를 통해 저궤도(LEO) 위성통신 모뎀을 개발한 에이샛위성통신의 김해수 상무가 나와 국제협력 연구 경험을 공유했다. 김 상무는 “국제 공동 R&D는 기술 개발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 외에도 해당 기술을 사업화할 때 해당 국가나 대륙에 시장을 확보하기에도 유리하기 때문에 도전할 가치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국제 공동 R&D를 제안하고 수행하는 과정은 국내 개발과 비교하면 휠씬 어렵다고 전했다. 김 상무는 “제안서나 수행 보고서를 작성하는 작업이 국내 개발과 비교하면 10배 이상 어렵다”며 “언어적 장벽은 물론이고 해당 국가의 연구 관행, 법률 등을 잘 몰라 중소기업들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된다”고 했다. 그는 “국제 공동 R&D를 확대하고 선정 가능성을 높이려면 국제공동 연구 경험이 많은 인력을 활용한 국가 차원의 헬프데스크(국제공동 R&D 지원센터)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박원선 부산대 교수(IBS 기후물리연구단)는 “독일의 유명 연구기관들에서는 국제협력 R&D에 연구원이 지원하겠다고 하면 지원팀이 붙어서 제안서를 쓰는 것부터 법률적인 문제까지 일괄적으로 도와준다”고 했다. 또 국제협력 지원 인력은 해당 부서에 오랫동안 일하도록 함으로써 전문성도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박찬수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작년 네이처에 발표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지만 연구자들끼리 오랜 기간 형성된 관계 때문에 두 나라 연구자들의 협력 자체는 줄지 않았다”며 “국제 공동 R&D 강화 전략을 모색할 때 연구자 간의 교류에 중점을 두는 계획도 세울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호원 협회장은 “산업기술에 관한 국제협력은 사업화를 염두에 두고 진행이 되는 것이어서 국가 간 이해충돌의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라며 “사업화를 염두에 둔 국제협력 전략을 별도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코로나19 전자예방접종증명 서비스인 쿠브(COOV).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1년 우리나라 질병관리청은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예방 접종 인증 시스템을 선보여 국민의 편익에 기여했다. 식당 출입 때는 물론이고 해외로 오갈 때도 편리하게 자신의 예방 접종 사실을 증명할 수 있었다. 4300만 명이 이용했다. 이 쿠브 서비스를 만들어 질병관리청에 발빠르게 제공한 스타트업이 ‘블록체인랩스’(대표이사 박종훈 임병완)다. 돈을 받지 않고 프로그램을 제공했고, 운영에 필요한 컴퓨터 자원도 여러 정부 기관과 함께 제공했다. 블록체인이라고 하면 가상화폐가 먼저 떠오르겠지만 가상화폐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한 가지 서비스일 뿐이다. 가상화폐는 그 가치를 믿느냐 마느냐의 문제로 여전히 논란이 있지만, 블록체인 기술은 실존하는 기술이고 활용될 수 있는 곳은 무수히 많다. 블록체인이 우리 사회의 인프라가 될 수 있도록 기반 기술을 개발해 제공한다는 것이 블록체인랩스의 비전이다. 논란이 있는 가상화폐는 시스템 내에서 활용하지 않는다. 25일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만난 박종훈 대표이사는 “개인 정보에 대한 소유권을 개인이 가지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이에 필요한 여러 블록체인 기반 인프라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했다.● 사회 인프라로서의 블록체인 기술백신 패스로 불린 쿠브를 활용할 때 사용자들은 의식하지 못하지만 사용자의 백신 접종 일시와 백신 종류 등에 관한 개인 데이터는 사용자의 휴대전화에만 보관돼 있다. 출입이 가능한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할 때는 개인 단말기에 저장돼 있는 블록체인 기반 전자증명서를 블록체인 네트워크상에서 검증하는 방식으로 자격을 확인한다. 탈중앙화된 방식이다. 특정한 서버에 전 국민의 백신 접종 일시와 백신 종류 등을 보관하지 않는 것이다. 박 대표이사는 “개인 정보에 민감한 유럽 등에서 전자식 백신 패스를 도입하려 할 때 정부가 개인의 의료기록 전부를 취합해 가지는 것에 대한 반발이 있는 것을 보고 블록체인 기술로 이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며 “기존에 개발해 두었던 기술로 쿠브를 재빠르게 완성할 수 있었다”고 했다. 특정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운영하려면 많은 컴퓨터 자원이 필요하다. 블록체인 네트워크상에서 어떤 거래가 일어나면 수많은 컴퓨터에서 이에 관한 이전 기록을 찾아 검증하고, 새로운 거래 사실은 추가로 블록체인에 기록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 필요한 컴퓨터 자원을 제공한 기여자들에게 보상을 할 필요가 있는데, 통상의 가상화폐 네트워크상에서는 해당 가상화폐로 보상을 한다. 블록체인랩스는 ‘가상화폐 없는 공개형 멀티 블록체인 합의 알고리즘 기술’을 2018년 개발했고, 2021년 5월 특허를 등록했다. 필요하다면 원화 등과 같은 법정화폐로 보상을 할 수 있도록 고안했다. 블록체인랩스는 자사의 이 기술이 공공재 성격의 블록체인 기술이라는 의미를 담아 ‘인프라블록체인’ 기술이라 부른다.● 의료데이터 플랫폼 등으로 확장작년말 블록체인랩스는 ‘블록챗’이라는 메신저 서비스도 선보였다. 중앙 서버를 거치지 않고, 회원 가입이나 로그인 과정도 없다. 블록체인 식별자(ID)만으로 서로 연결된다. 본인이 ID를 전달하지 않으면 누가 내 전화번호를 안다고 해도 블록챗으로는 연결되지 않고, 전화번호를 몰라도 e메일 등으로 ID를 전달할 수 있으면 블록챗으로 교신할 수 있다. 문자 대화 내용은 각자 모두 수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대화 내용을 캡처해 유출하는 것은 의미가 없도록 만들었다. 중앙 서버를 거치지 않고, 개인들이 각자의 데이터를 각자의 공간에 저장하고, 그 진위를 블록체인을 통해서 증명할 수 있는 방식으로 만들었다. 개인이 자신의 데이터를 직접 소유하고 활용할 수 있는 웹 3.0 시대를 염두에 둔 서비스다. 건설사들을 위한 블록체인 기반 투자금 및 비용 추적 관리 플랫폼도 개발했다. 건설과 관련된 일이 원청에서 하청, 재하청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원자재나 공정관리가 부실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 플랫폼을 활용하면 돈에 일종의 꼬리표가 붙는 셈이어서 관리가 수월해진다. 현금은 플랫폼에 그대로 두고 이와 매칭되는 토큰을 발행해 최종 수익자가 현금으로 바꿀 수 있도록 한 것이 기본 개념이다. 의료 데이터를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도 완성했다. 지금은 의료 데이터가 개별 병원 서버에만 저장돼 있다. 타 병원이나 보험사에 의료 데이터를 제출할 때 비용과 시간 소모가 많은 편이다. 블록체인 클라우드 공간에 개인의 의료 데이터를 분산 저장해 두고, 필요한 때 개인이 앱을 통해 자신의 데이터를 병원이나 의사, 보험사에 간편하게 제출할 수 있다. 임상 자료로 필요로 하는 제약사나 컨설팅사에 데이터를 제공하고 수익을 가져갈 수도 있도록 만들었다. 블록체인랩스는 기업이나 기관이 블록체인 개발자 없이도 인프라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웹3.0 서비스를 쉽고 간편하게 개발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빠른 처리 속도와 대규모 데이터 처리가 가능하도록 구현해 둔 퍼블릭 블록체인 기술이라는 것이다.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고 있는 임병완 대표이사는 “사용자 기기에서 생성한 블록체인 ID를 금융 계좌로 사용해 결제나 송금 등의 금융 서비스를 구축할 수 있고, 기존 중앙 서버 방식의 증권 거래 플랫폼을 블록체인 기반의 STO 플랫폼으로도 간편하게 전환할 수 있다”고 했다.●“당장의 수익보다는 블록체인 저변 확대가 목표”박종훈 임병완 두 대표이사는 다음커뮤니케이션즈와 카카오에서 개발자로서 5년 정도를 같이 보냈다. 박 대표는 미국 몬태나대 컴퓨터과학과를 졸업했고, 임 대표는 연세대 전기전자공학 학사, KAIST 컴퓨터사이언스 석사다. 다음맵을 개발했다. 두 사람은 창업에 대한 꿈을 키우다가 뜻이 맞는 외부 인사 2명 등 모두 4명이 2013년 창업하고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갔다. 블록체인이라는 말이 나오기 이전에 요세미티엑스라는 법인을 미국에 먼저 세웠다. 미국에서 먼저 성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어서였다. 당시 창업자들은 개인 간 음원 공유 서비스인 냅스터를 만든 숀 패닝과 만나 음악의 수익을 공유 배분하는 서비스를 개발한 경험이 있다. 이때의 경험이 바탕이 돼 미국 샌프란시스코 대학가의 상점들을 대상으로 블록체인 기반의 신용카드 서비스인 ‘요세미티 카드’로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바로 2019년 미국에서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상점들이 문을 닫았고, 사업도 접어야 했다. 미국에서 코로나 확산으로 사람들이 일일이 종이 접종 증명서를 발급받는 것을 보면서 전자 인증 시스템의 필요성을 직감해 쿠브를 개발했다. 한때 가상화폐 발행을 고려도 했지만 접었다. 자신들도 확신하지 못하는 가치를 다른 사람들에게 팔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박 대표이사는 “지금 당장의 수익보다는 블록체인 기술이 사회의 기본 인프라로 깔릴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정부 주도로 웹3.0 인프라를 제공해야 블록체인 기술의 효용과 가치가 커질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책은 사지만 끝까지 읽지는 않는다.’ 세계 대다수의 독자가 느끼는 문제점이다. 노틸러스(대표이사 이성업·47)는 지식의 흡수가 필요한 성인들을 대상으로 필요한 지식을 재미있게 습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지식과 만화를 결합한 콘텐츠를 기획하는 스타트업이다. 서울 마포구 본사에서 7월 말 만난 이 대표는 “만화 완독률은 일반 서적의 3배, 자연과학 서적의 7배에 이른다”며 “시대와 국가, 언어, 연령에 구애받지 않는 검증된 지식 전달 미디어인 만화로 성인을 위한 지식 콘텐츠 시장을 열고 싶다”고 했다.● 레진코믹스 대표이사 거쳐 창업이 대표는 웹툰 기업인 레진코믹스 대표이사 출신이다. 만화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노틸러스와 공통점이 있다. 한국과 미국의 대학에서 순수미술과 시각디자인, 산업디자인 등 미술과 관련한 다양한 분야를 두루 배웠다. KAIST 문화기술대학원에서는 디자인을 전공했다. 이후 네이버 등에서 일했다. 네이버에서는 N드라이브와 라인 팀에서 일했다. 큰 회사의 부속품으로 일하는 것에 불만이 쌓일 때쯤 레진코믹스 합류 제안을 받고 2013년 7월에 창업 초기의 레진코믹스로 옮겼다. 레진코믹스에서는 서비스 기획,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등 작품 생산 과정을 지원하는 거의 모든 업무를 했다. 웹툰 생태계를 몸으로 익힌 시기였다. 레진코믹스가 작가들과 소송을 하게 되는 일에 휩싸이면서 이사진과 주주들에 의해 2018년 10월에 레진코믹스 대표이사가 됐다. 작가들의 탈퇴로 대표이사가 된 이후 적자가 계속됐던 레진코믹스는 2020년 해외 매출에 힘입어 흑자로 전환시킬 수 있었다. 2021년 회사가 매각되면서 노틸러스를 창업하게 됐다.● “성인 학습만화 시장 개척”이 대표는 레진코믹스에서 대표이사까지 하면서 콘텐츠의 원천으로서 웹툰의 중요성을 알게 됐지만 사업 유지를 위한 수익성을 위해서는 오랫동안 인기를 얻은 캐릭터를 기반으로 한 지식재산권(IP) 사업이 필수라고 판단했다. 국내에서 웹툰이 인기라고 하지만 지속적으로 매출과 사업을 일으킬 수 있는 웹툰 IP는 거의 없다고 했다. ‘드래곤볼’이나 ‘건담’의 IP만으로 수천억 원을 버는 일본과는 상황이 다른 것이다. 돌파구를 찾다가 한국의 학습만화 시장이 눈에 들어왔다. 한국의 학습만화 콘텐츠는 일본 온라인 서점 아마존에서 1위를 포함해 판매량 50위 안에 23개나 되는 작품이 들어갈 정도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초등학생 등을 상대로 한 ‘와이(Why) 시리즈’와 ‘보물찾기 시리즈’, ‘살아남기 시리즈’ 등이 국내외에서 모두 경쟁력을 갖추고 오랫동안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대부분이 20년 넘게 꾸준히 팔리면서 수천만 부의 판매 기록들을 가지고 있다. 승산은 여기에 있다고 봤다. 온라인의 발달로 지식은 어디에나 널려 있다. 하지만 영양소가 많이 든 음식을 먹는다고 몸에 무조건 흡수되는 것이 아니듯 널려 있는 지식도 소화가 잘되도록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성인을 위한 지식 교양 만화 사이트 ‘이만배(이걸? 만화로 배워!?)’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신화에서 자동차 정비까지… 다양한 지식을 만화로이만배 사이트에는 현재 종교와 문학 인문학 신화 역사 경제 게임 의학 과학 밀리터리 테크 실용 등의 분야로 나뉘어 111개의 콘텐츠가 올라 있다. 해부학과 자동차 정비법을 다룬 콘텐츠도 있다. 레진코믹스 출신 유명 작가를 포함해 100여 명의 작가와 150여 작품을 계약해 둔 상태다. 글과 그림의 결은 다양하다. 무겁고 진중한 글과 그림이 있는가 하면 톡톡 튀는 글에 명랑 만화 같은 가벼운 그림체도 있다. 꾸준히 인기가 좋은 콘텐츠는 북유럽 신화다. 이 대표는 “마블 만화와 많은 게임이 북유럽 신화에 바탕을 두고 있다 보니 북유럽 신화에 대한 관심이 커서인 것 같다”고 했다. 최근에 올라온 만화 중에는 ‘피스톨 스토리’가 있다. 대한민국 최초의 권총 교양 만화라고 알리면서 ‘권총으로 꿰뚫은 역사적 순간들’을 담았다고 소개하고 있다. 기존에 책으로 출판된 주제뿐만 아니라 시사성이 있는 주제로 연재되는 작품들도 있다. ‘두지 씨의 전세금을 지켜라: 전세사기 특별편’은 이른바 ‘빌라왕’으로 불리던 업자들이 어떻게 시세를 조작하고 시세 이상으로 대출을 받아내고, 세입자를 어떻게 유혹하는지를 핵심만 담아 사회 초년생들이 알기 쉽게 소개하고 있다. 이만배의 콘텐츠는 20대와 30대의 젊은층이 많이 본다. 이 대표는 “특히 대학생이 많은데, 고교 때보다 만나는 사람의 폭이 넓어지면서 자신이 특정 분야에 대한 지식과 정보가 부족하다고 느끼게 되고, 자기 계발을 열심히 하려는 욕구가 높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전문지식을 전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각 분야를 전공한 사람들이 작가로 나서는 경우가 많다. 공대생으로서 트랜지스터의 발명 과정이 너무 재미있어서 그걸 다른 사람과 나누기 위해 만화를 그렸다가 공학 전반의 숨은 이야기들을 전달하는 작가가 있고, 생물학을 전공하면서 진화생물학 관련 만화를 꾸준히 그리는 대학원생도 있다. 서양철학의 특징을 비교하기 위해 데카르트와 라이프니츠 같은 철학자들을 같은 반 학생으로 등장시켜 순정 만화처럼 그리는 철학 부전공자 작가도 있다. 지식 전달의 목적이 희석되지 않도록 필요하면 전문가가 감수를 하고, 참고 문헌도 밝혀 둔다. 노틸러스에서 일하는 이들은 대부분 웹툰 분야에서 오랫동안 작가와 작품을 발굴해 온 편집자들이다. 글 작가와 그림 작가가 조화롭게 작품을 완성할 수 있도록 제대로 섭외하는 것이 이들의 중요한 역량이다.● 지식을 자연스럽게 발견하는 기회, 해외로도 확장노틸러스는 지식 전수를 목표로 하는 기업답게 온라인 콘텐츠를 무료로 볼 수 있는 방식도 독특하다. 지금은 여느 온라인 콘텐츠 기업처럼 일부 무료 방식과 오랫동안 기다리면 무료로 볼 수 있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특허를 내고 준비하고 있는 방식은 앞에서 본 내용을 바탕으로 한 퀴즈를 풀면 다음 화를 무료로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다. 작품이 아무리 늘어나더라도 퀴즈를 제때 생산해 내기 위해 고안한 방식이다. 한국의 뛰어난 학습만화 기획 인프라를 활용해 최근에는 베트남 시장에도 진출한다. 국내와 조금 다른 점은 아동용 오프라인 학습만화 시장을 노린다는 점이다. 현지에서 가장 있기 있는 캐릭터를 활용해 ‘주키즈의 수상한 과학스쿨’ 시리즈를 펴내는 것이다. 이 대표는 “한국의 학습만화는 일본과 중국은 물론이고 대만과 동남아시아에서도 인기가 높다”며 “10월 서적 판매를 시작으로 아시아 시장의 교두보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 노틸러스는 사람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지식을 자연스럽게 발견하는 기회를 넓혀주면서 IP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다. 이 대표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철학이나 문학, 심리학, 기술, 재테크 등 알아야 하는 지식들은 늘어나고, 계속 업데이트가 된다”며 “만화를 통해 자신이 알고 싶은 분야를 발견하고 더 깊이 공부할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요맘때 상추는 금값이다. 상추를 키우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사흘 연속으로 비만 내려도 상추는 다 녹는다’는 말로 농사의 어려움을 얘기한다. 더위 역시 만만치 않은 변수다. 장마와 폭염이 이어지면서 상추나 시금치 가격이 지난달은 물론이고 작년과 비교해서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농산물은 자연의 선물이지만 자연이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스마트 온실에서 누구나 최고의 생산성으로 작물을 기를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스마트 온실 제어 인공지능(AI)을 개발하고 있는 스타트업 ‘크로프트’의 비전이다. 지난달 20일 서울 서초구 크로프트 사무실에서 만난 류희경 공동대표이사(37)는 “지금도 많은 온실에서 농작물이 생산되고 있지만 재배 환경을 어떻게 조절하느냐에 따라 1년에 12번 수확할 상추를 9∼10번밖에 생산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했다. 크로프트는 AI 기술과 로봇 기술을 활용해 농작물이 광합성을 얼마나 활발하게 하는지까지 실시간으로 추적하면서, 생산자가 원하는 생산량과 품질, 에너지 사용량에 맞춰 최적으로 작물을 재배하는 AI 기술에 도전하고 있다.● 재배사의 역량이 중요한 스마트 온실유리든 비닐이든 스마트 온실 형태를 갖췄다고 해서 농사가 저절로 되는 것은 아니다. 국내에 ‘스마트팜’이라는 이름이 붙은 온실이 적지 않지만 생육 환경은 사람이 일일이 조절하는 방식이다. 재배 노하우가 부족하면 스마트 온실을 짓더라도 2, 3년 적자를 각오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전문 지식을 가진 재배사들이 따로 있는 이유다. 재배사들은 스마트 온실을 찾아가 최적의 환경을 세팅해주고 컨설팅비를 받는다. 류 대표는 “재배사의 역량에 따라 생산량과 수확 횟수가 크게 차이가 난다”고 했다. 그는 “같은 시설이더라도 온실을 어떻게 제어하고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토마토의 경우 평당 생산량이 5, 6배 차이가 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스마트 온실의 대부분은 온실 내외부의 생육 조건을 센서로 측정해 특정 작물이 자라기 좋은 일반적인 조건을 생육 단계별로 조성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스마트 온실에는 환경을 제어하는 컴퓨터가 연결돼 있는데, 특정 온도를 유지하려면 외부의 기온, 일사량이나 환기 조건 등 100여 가지에 이르는 변수들을 사람이 조절해야 하는 게 현재 상황이라고 류 대표는 설명했다. 크로프트는 생산량과 품질, 에너지 사용량의 수준을 생산자가 설정하면 내외부 여러 환경 변화에 따른 수많은 변수들을 AI가 자동으로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류 대표는 “재배사들은 작물 자체를 잘 키우는 것에 초점을 맞춘 경험만 가지고 있는 편”이라며 “최근 유럽에서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서 전문 재배사들이 많은 네덜란드에서도 에너지를 절약하면서 수익을 최대화할 수 있는 새로운 온실 제어 기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작년 11월에는 네덜란드의 유명 농업 기업이 에너지 위기로 온실을 잠정 폐쇄하기도 했다. ● 국제 온실 자동화 대회서 작물 재배 AI 분야 1위크로프트는 창업 준비 기간에 농업 분야에서 유명한 네덜란드의 바헤닝언대가 주최하는 3차 국제 온실 자동화 대회에 출전했다. 2021년 말∼2022년 중반에 걸쳐 진행된 이 대회에서 크로프트팀은 AI 기술을 보는 분야에서는 1위를 하고 원격 제어로 실제로 작물을 길러 수익성으로 순위를 매기는 분야에서는 4위를 차지했다. AI 전문가인 이우람 공동대표이사(38)는 “인공지능 기술은 스마트 온실과 같은 환경으로 꾸며진 가상의 디지털 환경에서 여러 외부 변수의 변화에 따라 AI가 얼마나 자율적으로 농작물을 길러내는지를 겨루는 것이었는데, 제일 좋은 성적을 냈다”고 했다. 실제 환경에서 대회를 하려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기에 생육 속도에 구애받지 않게 ‘디지털 트윈 온실’에서 AI 실력 위주로 먼저 겨룬 것이다. 이후 실제 네덜란드의 스마트 온실을 배정받아 상추를 원격으로 길렀는데, 생산량과 등급 등에 따른 매출액 기준으로는 3위를 했다. 이 대표는 “대회를 거치면서 AI의 역량을 실제로 최대로 내기 위해서는 생육 환경제어의 최종 결과값인 ‘작물이 자라는 상태’를 실시간으로 보면서 AI가 환경을 제어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농작물의 자라는 속도나 무게, 수분 함량, 병충해 유무의 모니터링을 넘어 광합성을 얼마나 제대로 잘하고 있는지까지 실시간으로 인식해 그에 맞춰 생육환경을 조절하는 AI를 만들고 있다”고 했다. 그는 “농작물의 광합성 과정은 특정 파장 아래에서 햇빛을 일시적으로 가렸다가 다시 쬐이면 광합성 작용이 일어나는 부위에서 반짝이는 빛이 나오는 원리를 활용해 AI를 학습시키고 있다”고 했다. 이 대회에서는 전문 재배사가 작물을 길러 참여 팀과 비교했는데, 크로프트팀은 재배사보다 좀 더 나은 산출을 올렸다. ● 서울대 동문들 모여 창업류 대표는 서울대 조경학과를 나와 국내에 있는 국제기구인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에서 일했다. 기후 변화에 적응하는 방편의 일환으로 중국에서 온실 기반의 농업 기술 보급 등을 위해 농민과의 접촉을 넓히다가 온실 농업의 생산성 향상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 대표는 서울대 전기컴퓨터공학부를 나와 현재 경기과학기술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대학 때 알게 된 류 대표와 함께 온실 농업에 AI 기술을 접목하기 위해 공동으로 크로프트를 창업했다. 크로프트에는 로봇 전문가 2명이 외부자문 형태로 온실 제어에 필요한 로봇 기술과 제작을 도와주고 있고, 경력 20년 이상의 전문 프로그래머도 참여하고 있다. 크로프트는 경북 김제 스마트팜 혁신밸리 내 스마트 온실에서 여러 종류의 상추를 기르면서 생육 데이터를 수집하며 AI를 개발하고 있다.●“올해 스마트 온실 관리 프로그램 출시부터 시작”크로프트는 네덜란드 대회에서 인정받은 AI 기술의 상용화를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올해 스마트 온실 관리 프로그램 출시를 시작으로 내년에는 온실 모니터링 시스템, 2025년에는 온실 제어 보조 시스템을 잇달아 내놓은 뒤 2026년 완전 자율 제어가 가능한 스마트 온실 AI를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대회 수상 실적 등으로 관심을 끌면서 작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그린테크 전시회에서는 네덜란드와 독일, 포르투갈, 태국, 말레이시아 등의 재배전문회사 16곳으로부터 온실 관리 프로그램을 구매하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국내는 소규모 영농이 많지만 외국에서는 1만 평 단위로 스마트 온실을 운영하는 기업형 재배업자가 많은 편이다. 류 대표는 “기후의 영향을 덜 받으면서 누구나 최적으로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은 기술장벽이 높지만 기후 변화 대응에도 꼭 필요한 미래 기술”이라며 “네덜란드나 독일,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아직 AI나 작물의 모습을 직접 인식하는 이미지 활용은 드문 만큼 농작물 재배 기술을 수출할 수 있는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다”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와 국내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 42개사가 24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CVC 얼라이언스’를 출범시켰다. 정부와 CVC 얼라이언스는 출범식에서 업무 협약식을 갖고 2025년까지 1조 원의 정책펀드와 7조 원의 민간주도 펀드 등 총 8조 원의 CVC 펀드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CVC는 대·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 등 회사법인이 대주주인 벤처캐피털로 미국의 구글벤처스 등이 대표적이다. CVC 얼라이언스는 모기업 등을 통해 스타트업의 기술 검증과 시장 개척 등을 도와 성장을 지원함으로써 국내 산업의 혁신에 기여하고 CVC 활성화를 위해 정부에 정책 등을 건의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CVC얼라이언스에는 GS벤처스, 롯데벤처스, 효성벤처스, 코오롱인베스트먼트, 동원기술 투자 등 국내 74개 CVC 중 42개 회사가 참여했고, 의장 역할은 포스코기술투자가 맡았다. 이날 CVC 펀드 조성의 첫걸음으로 효성벤처스 510억 원, 라이트하우스컴바인인베스트 700억 원 등 총 1210억 원 규모로 CVC가 운영하는 정책 펀드 결성식도 진행됐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축사를 통해 “주력 산업과 신산업 간 오픈이노베이션을 촉진하는 핵심 주체로서 CVC의 중요성이 세계 시장에서 커지고 있다”며 “CVC 투자와 연계한 산업기술 연구개발(R&D) 사업을 확대하고, 모든 산업부 R&D의 기획·평가 과정에 CVC 참여를 확대하는 등 기술 수요자 중심으로 R&D 프로세스를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CVC의 펀드 조성 때 외부 자금 조달 비율을 제한하는 문제와 펀드의 해외 투자 비율을 제한하는 문제도 관계 부처와 협의해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은 미국에 비해 CVC의 투자가 활발하지 못한 편이다. 전체 벤처캐피털(VC) 투자액 중 CVC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기준으로 한국은 23%에 불과한데 미국은 47%나 된다. CVC의 스타트업 투자는 모기업을 통해 스타트업과 전략적 협업을 용이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전기차 구동모터용 영구자석을 제조하는 성림첨단산업은 포스코기술투자의 투자를 받은 덕분에 포스코그룹의 글로벌 판매망을 활용해 베트남에 1000억 원 규모의 영구자석을 수출할 수 있었다. 효성벤처스는 엑시아머티리얼즈가 개발한 탄소섬유복합소재와 모기업인 효성의 아라미드 섬유 ‘알켁스’의 기술을 조합해 방탄 성능을 높인 패널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날 출범식에서는 CVC 활성화를 위한 토론이 김창훈 이화여대 교수의 사회로 함께 열렸다. 정부가 산업 진흥과 대기업 규제를 위해 만든 법안, 혹은 VC 산업 초기에 미처 정비하지 못한 법안들의 정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임태희 롯데벤처스 투자부문장은 “CVC나 VC, 자산운용사 등은 투자 행위와 투자 대상은 비슷한데도 저촉받는 법이 벤처투자법, 여신전문금융업법, 자본시장법으로 각각 다르다 보니 공동투자를 할 때 어려운 점이 많아 성사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애로를 털어놨다. 김 교수는 “CVC 관련법이 공정위와 산업부, 중소벤처기업부, 기획재정부, 금융위 등 여러 부처에 걸쳐 있는데, 정부가 컨트롤타워를 정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은 취임 당시 “농업이 대우받고, 농촌이 희망이며, 농업인이 존경받는 함께하는 100년 농협을 구현하겠다”는 비전을 내세웠다. 그는 경기 성남시의 낙생농협에 1971년에 입사해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말단 직원으로 시작해 27년이 지난 1998년 낙생농협조합장이 됐고, 2003년 농협중앙회 이사, 2008년 농협중앙회 감사위원장에 선임됐다. 직원에서 시작해 회장에 선출되기까지 농협 일은 그의 손을 떠난 적이 없었던 셈이다. 일생을 농협에서 경험을 쌓은 그가 말하는 농민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14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사 집무실에서 들었다.농협과 관련한 현안들은 뭔가.“낮이나 밤이나 농축산물을 제대로 팔아주고 제값 받고 팔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에 관해 늘 국회에 요청한다. 농협법 개정이 진행 중인 것도 있다. 농협이 더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정부에서 개혁 차원에서 진행하는 것이다. 농협이 농민들에게 무이자로 지원해주는 자금 규모가 약 13조원 가량 되는데, 그 자금 지원을 보다 투명하고 공정하게 하기 위해 기준과 절차를 만드는 것 등이 담겼다. 제대로 된 자금 지원은 회장으로 취임한 뒤 줄곧 강조해 온 사안이기도 하다. 회장이 된 이후 지역 농협의 요청이 있더라도 적자가 난 것에 대한 보전성 지원은 거절하고 있다. 대신에 생산 및 보관시설 같은 시설 투자는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무이자 지원 자금은 ‘중앙회장의 통치성 자금’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일이 없도록 더 공명정대하게 관리돼야 한다.”취임 이후 3년 6개월이 지났다. 의미 있게 생각하는 사업은 무엇인가.“여러 지역 농협에 흩어져 있는 김치 생산 및 유통 시설을 통합한 것이다. 작년 4월쯤 만든 통합 브랜드 ‘한국농협김치’는 국내는 물론 미국에서도 잘 팔린다. 지역 농협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사안이어서 쉽지 않았지만 취임하자 달려들어 결국 해냈다. 판매관리비를 통합하고 유통 과정도 간결하게 함으로써 인지도를 높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은 농협인삼의 생산·유통 시설 11곳의 통합도 진행하고 있다. 인삼 재배 농가가 1만 9000호나 된다. 그분들이 있으니 (인삼의 정통 브랜드를 만드는 데) 든든하다. 통합을 하면 좋은 성분이 든 농협인삼을 제대로 알릴 수 있다. 농민에게 또 다른 중요한 소득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올해부터 시행 중인 고향사랑 기부제에 힘을 보태고,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서 농축산물 선물한도를 명절 전후 20만 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데 일조한 것도 보람 있었다. 농민과 지역농협조합장들이 굉장히 좋아한다. 법 개정 이전 한시적 상향 조정 때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선물한도가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늘면서 농축산물판매가 명절기간 동안 1조 4000억 원으로 늘었다.”농축산물의 생산과 유통에는 어떤 개선이 있었나.“효율적인 생산과 유통은 농업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취임 직후 유통 자회사를 통합하는 일에 매달린 것도 이 때문이다. 노조를 수없이 만나고 설득해 2021년 11월 농협유통 충북유통 부경유통 대전유통 등 4개 자회사를 농협유통으로 통합했다. 도매조직 일원화를 통해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공급체계를 마련했다. 상품소싱 오픈 플랫폼 ‘신선플러스’를 최근에 열어 산지 농산물의 판로도 확대했다. 유통구조 합리화는 농민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착한 가격’을 선물한다는 점에서 늘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일이다.농민의 영농비 절감을 돕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작년에 비료 가격이 인상되면서 농민 부담이 커질 것이 예상됐다. 그 부담을 줄여드리려고 국회와 정부를 쫓아다니며 고생 좀 했다. 그 결과 정부와 지자체가 50%를 부담하고, 농협중앙회가 30%를 부담함으로써 농민 부담은 최소화했다. 이렇게 해서 덜어드린 금액이 3304억 원이나 된다. 올해도 현재까지 약 550억 원을 지원했는데, 연말까지 2560억 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사료 가격은 인상 시기를 늦추고 인상 폭을 줄이는 방식으로 농가에 1188억 원의 이득을 드렸다.”농촌에서는 일할 사람이 없어서 농사를 못지을 판이라는 얘기가 계속 나오는 실정이다. 어떻게 대비하나.“농촌 인력난 해소를 위해 지난해보다 130만 명분이 늘어난 500만 명분의 인력을 공급하려 노력 중이다. 농촌인력중개센터 확대와 체류형 영농작업반 운영, 범농협 임직원 일손돕기 확대 및 사회봉사명령자 공급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민·관 협력체계를 더 강화해 범국민적인 농촌일손돕기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농협중앙회의 농축산물 할인판매 행사를 자주 보게 된다. 지속 가능한가.“국내 한우 사육두수가 역대 최고 수준인 356만 마리를 기록하면서, 축산농가들은 한우 가격 하락으로 마리당 69만원의 손실을 보는 등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한우농가의 경영 안정을 위해 농협중앙회가 올해 2월부터 11회에 걸쳐 한우 반값 할인행사를 한 것이다. 행사 덕분에 한우 소비가 늘면서 경매 낙찰 가격이 어느 정도 안정됐다. 두당 36만원의 농가 소득 상승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또 10.8%의 한우 소비자 가격 인하 효과도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농협이 먼저 할인을 함에따라 대형 유통업체들도 할인에 나서면서 한우 소비가 확대된 것이다. 하반기에도 12차례에 걸쳐 할인 행사를 할 예정이다. 농산물 과잉 생산으로 가격이 폭락할 때도 농협중앙회가 생산자에게 피해가 덜 가도록 이 같은 지원을 한다. 작년에 이런 방식으로 3600억 원이나 지원했다. 판매 가격의 일부를 농협중앙회가 부담함으로써 농축산물의 생산 시스템이 유지되는 것이다. 농협중앙회가 가진 자원을 활용해 꾸준히 해야 하는 일이다. 농축산물 생산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 소비자는 좀 더 저렴하게 싱싱한 농축산물을 사 먹을 수 있도록 우리가 제대로 역할을 하겠다.”한국 사회가 당면한 농촌 소멸 문제에 대해서는 농협중앙회는 어떻게 대비하고 있나.“농촌이 소멸돼 농민이 사라지면 우리 농협의 존재 가치도 없어지게 된다. 농촌 소멸을 막고 늦추는 노력은 누가 중앙회장이 되더라도 전력을 다해야 하는 일이라고 본다. 남은 임기와 상관없이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하루라도 일찍 시작하는 것이 원칙적으로는 옳다는 입장이다. 기왕에 해왔던 사업으로는 청년농부사관학교가 있다. 1년에 100명씩 청년들을 선발해 농촌 정착을 돕는 사업이다. 지금까지 457명이 수료했는데 그 중 292명(64%)이 귀농해 정착했다. 최근 들어 그분들이 어디로 귀농해서 무슨 농사를 짓는지 중앙회가 더 관심을 가지고 돕고 있다. 그분들끼리 자주 모이고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주고, 브랜드와 마케팅을 지원하니 귀농 비율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최근 들어서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귀농 정책을 여성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귀농 대상자를 여성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물론이고 자녀 교육과 문화생활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여성의 수요에 맞춘 정책을 펴야 귀농하는 사람을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네덜란드는 여성 귀농자를 적극 육성하고 있다. 부인이 귀농을 결정하면 남편이나 아이들은 상대적으로 쉽게 따라 가는 편이다.”올해 1월부터 시행 중인 고향사랑 기부제의 활성화는 농촌 소멸 예방에 중요할 계기가 될 듯하다.“고향사랑기부제는 농촌과 농업에 새 활력을 불어넣을 좋은 기회다. 농축산물이 답례품으로 선정되고, 많은 국민들이 고향 발전을 위한 기부 행렬에 참여해 주시는 것이 중요하다. 농협중앙회는 농축산물이 답례품으로 선정되도록 지자체와 협력을 강화하면서, 답례품 표준안을 마련해 농민과 농촌에 좀 더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했다. 농협중앙회는 고향사랑기부에 동참하는 것은 물론 제도 홍보에도 지속적으로 힘을 보태고 있다. 농협은 금융기관 중 유일한 고향사랑기부금의 수납기관이다. 전국 5900여개 농·축협 및 농협은행 영업점에서 디지털 사용이 어려우신 분들의 기부금을 받아 드리고 있다. 기부문화가 더 확산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할 예정이다.”농촌 유지를 위한 본질적인 방법은 부자 농민이 많아지도록 하는 것 아닌가.“세계적인 투자가인 짐 로저스 회장이 농협에서 두 번이나 강연을 한 적이 있다. 그는 직업 중 최고가 농민이라고 한다. 사람이 생존을 하려면 농산물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농산물 생산자가 앞으로 굉장한 부를 축적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런 기회를 잡는 농민이 많이 나올 수 있도록 농업의 생산성을 더 높이는 일에 힘을 쏟고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 스마트팜이 있다. 젊은 사람들이 귀농해서 스마트팜 시설을 지을 수 있도록 지원을 해 주고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경기 안성시에 1만 4000평 규모의 스마트팜 시설을 지어서 귀농하는 사람들에게 저렴하게 임대도 해 줄 계획이다. 스마트팜으로 생산성이 높아지면 600평에서 딸기 농사로 1년에 1억원 이상의 매출(이익은 절반 이상으로 추정)을 올리는 것도 가능하다. 실제로 그런 사례가 있다. 지금 우리 농민들의 농업소득은 2021년 기준으로 1인 평균 1296만원 정도 밖에 안 된다. 이게 최소한 3000만원은 돼야 농민이 그나마 편안한 삶을 살 수 있다. 농민 개인이 농업 규모를 키워 대단위로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하는 일에도 우리 농협이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기업이 농업에 투자를 해서 기업형으로 운영하는 방식은 농민들의 설자리를 잃게 만들 수 있어 찬성하기 어렵다.”말단 직원에서 시작해 회장까지 오랜 기간 우리의 농업을 지켜봐 왔다. 바람직한 우리 농업의 미래는 어떻게 그리고 있나.“농가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디지털 농업으로의 전환은 필수인 상황이 됐다. 최신 농법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도입해 생산성을 높이는 길만이 살 길이라는 얘기다. 재래식 농법으로는 절대 식량자급률을 올릴 수 없다. 취임 직후 농협대학에 스마트팜 시설을 만든 것도 이런 이유다. 생산 시설과 방법을 바꿔줘야 생산량이 늘어나고 농민 소득이 올라간다. 농협중앙회는 도시민 생활권에 정보통신기술(ICT) 영농 기법을 손쉽게 습득할 수 있는 ‘스마트농업 지원센터’를 3곳에 조성했고, 앞으로 ‘노지 스마트팜’도 확대할 예정이다. 디지털 종합영농플랫폼 ‘NH오늘농사’는 농업 관련 빅데이터 기반의 모바일 앱인데, 농사에 필요한 정보를 종합 제공한다. 530억원 규모의 애그테크 상생혁신펀드를 조성해 농업의 생산과 유통 분야 혁신기업을 발굴해 농업의 디지털 전환 가속화하려고 한다.”농협중앙회가 사회공헌활동에도 적극적인 듯하다. 이유가 있나.“농민과 국민들이 보내주신 신뢰와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서다. 작년에 우리 임직원들은 80만 시간이 넘는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농촌에서 여름 휴가 보내기 등 매월 주제를 정해두고 전사적인 사회공헌 활동을 벌이고 있다. 사회공헌 활동으로 지역 사회에 환원하는 금액이 매년 3000억 원 이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부와 봉사의 문화가 조직 내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하겠다.”최근 집중호우로 인해 농민들이 입은 피해가 크다. 농협중앙회의 대책은? (호우 피해 발생 이후인 19일에 추가로 한 질문).“농업인이 애써 키운 농작물이 큰 피해를 입어 마음이 너무 아프다. 17∼18일 호우로 큰 피해를 입은 전북과 충남, 충북 , 경북지역을 둘러보고 위로의 말씀을 드렸다. 우선 피해농업인을 대상으로 영농지원을 한다. 무이자 재해자금 3000억원과 범농협 및 임직원 성금 30억원을 지원하겠다. 병해충 약제는 최대 50%를 할인하고, 공동방제 대행, 침수 농기계 무상수리, 양수기 공급 등도 시행한다. 또 원예농산물 수급안정을 위한 계약농가 경영비 보전, 위약금 면제 등을 지원한다. 아울러 축사 긴급방역, 가축진료 및 축산시설 점검, 축산자재 긴급지원 등에도 나서겠다. 피해 농가를 위한 금융지원도 마련했다. 농협상호금융은 집중호우 피해 농가당 최대 1000만원 무이자대출, 피해복구자금 지원, 금리우대, 할부원금 및 이자납입 유예 등을 해 줄 예정이다. 농협은행은 신규 대출 지원, 만기연장, 금리우대, 대출이자 및 카드결제대금 납부유예 등으로 돕는다. 농협생명·손해보험은 신속 손해조사 및 보험금 조기지급, 보험료 납입유예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농업인들이 하루빨리 영농에 복귀할 수 있도록 범농협 차원의 지원에 총력을 기울이겠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진로 교육을 하는 것은 정주영 트루밸류 대표이사(36)에게는 오랜 꿈이었다. 한국과학영재고에 다니고 있을 때, 중학생 때 같이 인천대 과학영재센터를 다니던 친한 1년 후배가 인천과학고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소식을 들은 게 이런 꿈을 꾸게 된 계기가 됐다. KAIST에 진학했을 때도 비슷한 사례를 가까이에서 다시 겪었다. 어느 해인가 한 해에 5명이나 되는 학우들이 자살을 했다. ‘세상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을 친구들이 왜 이런 선택을 하는가’를 스스로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정 대표는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서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 게 길이었다”고 했다. 대전 서구에 본사를 두고 있는 트루밸류는 청소년들이 자신의 꿈을 재미있고 꾸준하게 추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플랫폼 ‘드림어필’을 운영하는 스타트업이다. 트루밸류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교실로 찾아가 강연 형태로 제공하는 ‘스마트 케어 진료 교육’과 온라인에서 자신의 꿈 실천 일기를 쓰며 또래들의 응원을 받으면서 꿈을 이루는 데 필요한 역량을 조금씩 키울 수 있도록 해주는 앱 ‘드림어필’이다. 정 대표는 “진로 관련 강의를 들은 학생들이 강의 시간에만 잠깐 자신의 꿈을 생각해보고는 거기서 끝나는 진로 교육을 끝내고 싶었다”며 “대학생 때부터 멘토로서 코칭한 경험을 살려 아이들이 지속적으로 자신의 꿈과 관련된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만든 게 드림어필 앱이다”라고 했다.● 서로가 서로의 꿈을 응원해주는 ‘드림어필’드림어필 사이트에 가 보면 활동명이 독특하다. 자신의 꿈이 활동명인데, 유튜버나 웹툰작가, 선생님같이 직업명만 쓰는 게 아니다. ‘숨어 있는 재능을 발굴하고 키워주는 중학교 체육 선생님’처럼 구체적이다. 체육 분야를 지목하고, 학교를 중학교로 정한 것을 넘어 아이들을 지도할 때 아이들의 재능 발굴과 육성에 집중하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포부다. 정 대표는 “‘우리나라 음식을 널리 알리는 한식 요리사’ 등 사용자들의 꿈 종류는 2만8000개가 넘는다”고 했다. 현재 가입자 수만큼 꿈은 다양하다는 의미다. 수식어와 직업명으로 꿈을 정하면 같은 체육선생님이어도 학생들의 재능을 발굴하는 데 관심이 높은 선생님과 학생들의 건강한 신체에 초점을 맞춘 선생님이 되려는 사용자가 평소에 길러야 하는 역량은 달라지기 때문이다. 숨어 있는 재능을 발굴해 키워주고 싶은 선생님이 목표인 청소년에게는 평소 친구들의 장점을 관찰해 드림어필에 기록으로 남겨 보라고 권한다. 청소년들은 드림어필에 자신이 꿈을 이루기 위해 하는 노력들을 수시로 올린다. 그러면 또래들이 응원의 댓글을 단다. 정 대표는 “청소년 8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우리 청소년들은 자신의 꿈을 두고 소통하는 대상이 평균 1.2명, 자신의 꿈에 대해 진지하게 소통해볼 기회는 1년에 평균 1.5회에 불과했다”며 “부모나 반 친구와도 자신들의 꿈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할 기회가 없는 척박한 상황에서 드림어필 앱에서 만난 또래들이 응원뿐만 아니라 정보를 주고받으며 힘을 얻으니 자주 방문을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 트루밸류의 강연을 듣고 앱을 사용해본 청소년들의 반응은 열광적이다. “인생을 바꾸게 해 줄 수업이었다” “전교생이 다 들었으면 좋겠다”란 반응이 나올 정도다. 기존 진로 교육 수업이 전체 반 학생을 대상으로 일괄적으로 이뤄진다면 트루밸류는 각자의 꿈을 찾고 소개하는 개인맞춤식으로 진행한다. 그러다 보니 몰입도가 높다. 무엇보다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드림어필 앱 가입을 통해 꿈을 이루려는 노력을 꾸준히 하게 함으로써 지속적인 교육이 되도록 하고 있다. 트루밸류 교육을 접해 본 진로 교육 담당 교사나 학교는 90% 이상이 다시 교육을 신청하고 있다. “드림어필 앱에 아이들의 노력이 다 들어 있으니, 아이들과 자신의 꿈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훨씬 수월해졌다”는 반응이 많다. 정 대표는 “드림어필에서 또래들의 꿈과 그 실천 인증을 보는 것만으로도 꿈을 찾지 못한 청소년들에게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KAIST 재학 시절 ‘진로 커뮤니티’로 시작정 대표는 KAIST에서 산업시스템공학과 기술경영학을 전공했다. 제대로 된 진로 교육 서비스로 창업을 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기에 전공도 그에 맞춰 경영학 등을 선택한 것이다. 영재 소리를 듣는 아들이 교수나 연구원을 바라지 않고 창업을 한다고 했을 때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다. 정 대표는 한때 집을 나와 추운 대학 동아리방에서 생활을 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로 교육을 바꿔야 한다는 그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KAIST에 다니는 학생들은 재학 시절 초중고교생을 상대로 강연을 나갈 기회를 종종 얻게 된다. 정 대표는 이때 쌓은 경험을 살려 2009년 네이버에 카페 진로 관련 커뮤니티를 열었다. 해군 장교로 복무하던 기간을 제외하고 2019년까지 운영했다. 지금까지 한 강연 횟수는 500회가 넘는다. 이 때 쌓은 노하우가 드림어필 앱을 만드는 데 큰 밑거름이 됐다. 어느 날 학교에 유료 강연을 나갔더니 법인을 하나 만들어서 와주면 좋겠다고 해서 2019년 트루밸류를 KAIST 내에 설립했다. 처음에는 수익 모델 등 너무나 많은 것이 불분명한 상태였다. 처음에는 투자를 받는 것이 쉽지 않았다. 정 대표는 “우연한 기회에 저희 일을 알아보신 분들이 알음알음으로 조금씩 투자를 해주셨다”고 했다. 얼핏 보면 국가나 교육부가 해야 하는 공적인 일인 듯 보이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진로 교육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사업화 모델을 정교화할 수밖에 없었다.● 청소년용 ‘링크트인’ 만든다트루밸류는 2019년에 법인이 설립됐지만 코로나 여파로 올해 3월부터 본격적으로 학교로 강연을 나가고 있다. 대전을 중심으로 가까운 곳부터 시작했지만 좋은 반응이 늘면서 드림어필 사용자와 매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 1년 만에 사용자 수와 실천인증 개수는 1만 명과 2만 개에서 2만8000명과 12만 개로 늘었다. 정 대표는 “한번 수업을 들어보신 학교에서는 90% 이상이 내년 교육 일정을 구매해 주신다”고 했다. 드림어필은 1분 단위로 짜인 강연 큐시트를 만들어 60여 명의 강사가 학교 현장을 누비고 있다. 교육부에 등록한 진로 교육 기관이며 우수 교육 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드림어필 사용자 중에는 팬을 1000명 가까이 거느리는 경우도 있다. 실천인증으로 꾸준히 올리는 춤이나 그림, 소설, 의학 지식 등을 통해 또래들로부터 인기를 얻는 것이다. 정 대표는 “진로 교육을 지속 가능하게 해주는 시스템으로는 유일하기 때문에 2년 내에 100만 명이 넘는 액티브 유저를 모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트루밸류는 진로 교육에서 얻는 수익 외에 학생들이 평소 꾸준히 올린 자신의 실천인증들을 바탕으로 리크루팅 사업으로도 발전시킬 계획이다. 기업이 대학명이나 학점을 보는 이유는 그 학생이 직무에 적합한 어떤 능력을 갖췄는지 모르기 때문인데, 트루밸류에 올라 있는 실천인증은 직무 적합성을 판별할 자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사용자들이 디자이너를 꿈꾼다면 그 꿈에 맞춘 적절한 정보를 인공지능이 모아서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유료 서비스도 개발하고 있다. 그런 사용자들에게 적절한 디자인 관련 책이나 강연을 연계하는 것도 가능하다. 정 대표는 “강연과 제휴 서비스로 내년이면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며 “교육열이 높기로 유명한 한국에서 진로 교육 시장을 석권한 뒤 한국과 교육 환경이 비슷한 일본과 인도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 등으로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했다.대전=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삼성증권(사장 장석훈)이 미국 나스닥 종합지수의 상승 또는 하락을 예측하는 행사와 온라인 채널을 통해 해외 주식을 거래한 고객에게 누적 거래금액에 따라 추첨을 통해 리워드를 지급하는 행사를 8월 말까지 연다. 나스닥 종합지수의 향방을 맞히는 행사는 상금 100만 원을 나스닥 종합지수 종가의 상승 또는 하락을 맞힌 고객에게 매일 나눠 지급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여러 번 성공할 경우 일별 상금을 누적해서 받을 수 있다. 상승과 하락의 기준은 당일 종가와 전일 종가를 비교하는 것으로 두 지수가 같은 경우 참여자 모두 성공한 것으로 간주한다. 또 총 1000만 원의 상금을 ‘나스닥 종합지수 종가 예측’에 5일 이상 참여하고 온라인으로 10만 원 이상 해외 주식을 매매(채권형 ETF·ETN 거래대금은 제외)한 고객 수로 나눠 각각의 고객에게 상금을 지급하는 행사도 같이 연다. 누적 거래금액에 따라 추첨을 통해 지급하는 보상금은 최소 3만 원(1주 이상 거래한 고객 중 300명 추첨), 최대 300만 원(누적 거래금액 100억 원 이상 고객 중 1명 추첨)이다. 온라인 해외주식 누적 거래금액(온라인)이 30억 원 이상인 고객은 모두 리워드를 받을 수 있다. 최소 5만 원(30억 원 이상 누적 거래)부터 최대 30만 원(200억 원 이상 누적 거래)까지 리워드를 받을 수 있으며, 추첨 이벤트와 중복 참여가 가능하다. 삼성증권은 신규 고객 또는 2022년 12월 1일부터 2023년 5월 31일까지 삼성증권에서 해외주식 거래 경험이 없었던 고객을 대상으로 최대 1년간 미국 주식 온라인 매매 수수료 혜택을 제공하는 행사도 8월 말까지 열고 있다. 신청일로부터 2개월간은 미국 주식 온라인 매수 수수료를 0%로 적용받을 수 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