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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자들영화 ‘올드보이’ 속 오대수가 15년 간 군만두만 먹으며 칼을 갈았던 복수? 아닙니다. ‘킬빌’의 블랙맘바가 자신을 죽이려 한 보스를 처단하는 복수? 그것도 아닙니다. ‘복수자들’은 복수(複數)의 직업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한 가지 일만 하고 살기엔 지루하다고요?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싶지만 방법을 모르겠다고요? 본캐와 부캐, 양쪽을 오가는 복수자들이 직접 도전한 이야기와 병행의 노하우를 전해드립니다.학창시절 초중고 모두 방송반 아나운서를 맡았을 정도로 ‘뉴스 앵커’를 꿈꿨습니다. 아나운서 시험을 준비하던 대학 시절엔 사투리를 고치기 위해 부모님과의 전화 통화도 맘껏 할 수 없었습니다. 작은 방송국도 마다하지 않고 수차례 문을 두드린 끝에 뉴스 진행석에 앉을 수 있었습니다. 처음엔 오랜 꿈을 이루었다고 생각했습니다.‘신입 아나운서’의 첫 임무는 새벽 뉴스였습니다. 오전 1, 2, 3, 4시 뉴스를 진행하는 1년 넘게 낮밤이 바뀌는 삶을 살았습니다. 6년간 사용한 휴가는 고작 나흘. 쉬는 날 없이 뉴스에 나왔던 그가 ‘비정규직 앵커’였다는 건 널리 알려지지 않은 사실입니다. ‘억척스럽다’ ‘악바리 같다’는 소릴 들으면서도 버텼던 이유는 이랬습니다. “정규직이 아니니까 대충 일한다는 이야기를 듣기 싫었다” “언젠가는 인정해줄 줄 알았고 조금 더 안정적인 환경에서 일하게 될 줄 알았다”고. 하지만 달라지진 않았습니다. 많은 동료들처럼 임신, 출산이라도 하게 되면 퇴사 수순을 밟아야 했습니다. 정규직 노동자에게 보장되는 ‘출산휴가’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1월까지 YTN ‘뉴스가 있는 저녁’을 진행하던 앵커였지만 지금은 더불어민주당 상근부대변인으로 활동하는 안귀령 씨(34)의 이야기입니다. 지난달 19일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에서 10년 남짓 아나운서로 활동하다 최근 정치인으로 변신한 그를 만났습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아나운서가 되기까지의 과정과 방송국 내 ‘비정규직 노동자’를 대변하는 정치인으로 새롭게 도전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동아일보 유튜브 ‘복수자들’에서 뉴스 앵커 시절()과 대변인으로서 정치에 도전한 이야기()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초등학생 때부터 꿈꿨던 아나운서―초등학생 때부터 아나운서를 꿈꾸셨다고요?“초등학교 5학년 때인가. 선생님이 한 반에 1명씩 방송반을 뽑겠다면서 하고 싶은 사람은 손을 들라고 하셨어요. 1명만 뽑는다고 하니 왠지 해야 할 것 같았죠.(웃음) 저 포함 여러 명이 손들었는데 선생님이 가위바위보에서 이긴 사람이 하라고 하셨어요. 그때 가위바위보에서 이겼고 그 후부터 줄곧 아나운서를 꿈꿨습니다.”―아나운서 입사 시험을 준비하던 대학생 때는 방송국 규모나 고용 형태도 가리지 않고 경력을 쌓았다고 들었습니다.“한국낚시방송, KTV, 광주방송…. 채용 공고가 뜨는 대로 지원했어요. 아나운서 시험을 준비하다보면 똑똑하고 멋진 친구들을 많이 보거든요. 한 번에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어요. 작은 경력이라도 차근차근 쌓으면 저만의 강점이 될거라 생각했어요. 결국엔 그 전략이 유효했죠. 왜냐하면 아나운서 채용이 점점 경력자를 뽑는 추세로 바뀌었거든요.”그는 KTV 국민방송의 시사 프로그램 보조 진행 리포터에도 지원했습니다. 이전 회차를 돌려보며 누구보다 철저하게 면접을 준비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리포터가 아닌 프로그램의 메인MC로 발탁됩니다. 안귀령 아나운서의 첫 방송 데뷔였습니다. ―리포터 시험에 응시했는데 메인MC로 발탁된 이유는 뭐였나요?“아나운서 지망생은 대부분 지원하지 않았고 설사 지원했다고 해도 열심히 공부해온 경우가 거의 없었다고 해요. 방송 경력이 없었던 저는 작은 시험이었지만 정말 열심히 준비했어요. 프로그램 이력 공부부터 이전 회차 모니터링까지. 면접 끝나고 담당 PD에게 전화를 받았죠. ‘보조 진행 말고 메인MC를 시키고 싶은데 할 수 있겠냐’고요. 당연히 할 수 있다고 했어요. ‘원고도 직접 써보겠냐’고도 묻더라고요. 그것 역시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리포터가 아닌 메인MC로 발탁된 그는 KTV에서 2014년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 7월 재보궐선거 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자체 TV에서 투표소, 개표소 현장을 연결하는 생방송에 출연합니다. 투·개표 생방송은 현직 아나운서들도 경험하기 힘든 기회인데요. KTV에서 쌓은 경력은 한국낚시방송(2015년), KBC(2016년) 합격으로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뉴스 앵커’의 꿈을 이루기 위한 도전은 계속됐습니다.―방송국 최종면접에서 수도 없이 탈락했다고요?“아나운서 지망생들 사이에선 그런 말이 있어요. ‘최종에서 많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붙을 때가 됐다’고요. 2016년 한 해 동안 주말마다 전국을 돌면서 아나운서 시험을 봤어요. 강원도 원주부터 제주, 전주, 부산, 울산…. 최종에서 자꾸 미끄러지다보니 나중엔 오기가 생겼어요. 한 번은 부산MBC 최종면접에서 탈락했는데 인사팀에 전화해서 물어봤죠. 왜 떨어뜨리셨냐고요.(웃음)”―인사팀에선 탈락 사유를 말해주던가요?“한창 최종면접에서 많이 떨어질 때였어요. 너무 답답한 거예요. 왜 최종에서 안 되는 걸까. ‘제가 아나운서가 너무 되고 싶어서 그러는데 떨어진 이유를 알려 주세요’라고 하니 인사팀에서 면접관과 연결해주었어요. ‘우리는 이런 이유로 못 뽑았지만 이런 점은 좋았다. 다만 이런 점을 고치면 좋겠다’고 진심어린 조언을 해주셨죠.”―간절함과 열의가 넘치셨던 것 같아요.“YTN 시험 때는 면접 일정과 광주방송 뉴스 시간이 겹치더라고요. 그때도 인사팀에 전화했어요.(웃음) 면접 순서를 제일 뒤로 미뤄주면 안 되냐고 부탁드렸죠. 다행히 순서를 맨 뒤로 바꿔줬고 광주에서 녹화 끝나자마자 부랴부랴 택시, 비행기, 오토바이를 타고 상암동 YTN에 도착해 무사히 시험을 봤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말 있잖아요. ‘중간에 꺾이지 않는 마음’ 그게 정말 중요해요. 이걸 누군가는 알아주더라고요.”‘열심을 다하면 누군가는 알아준다’는 믿음을 붙잡고 치열하게 살았던 그는 마침내 YTN에 입사합니다. 뉴스 앵커가 된 후 한동안 ‘뉴스에 빠져’ 살게 됩니다. 신입 때는 새벽 뉴스를 진행하느라 오후 9시 출근, 오전 6시 퇴근하는 삶을 반복했습니다.―낮밤이 바뀌는 생활을 1년 넘게 하셨다고요. “뉴스를 진행하고 싶었던 제게 YTN은 선망의 회사였어요.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은 충만했던 것 같아요. 겨울에 눈이 많이 내릴 땐 뉴스 시간에 늦을 까봐 서너 시간 먼저 일찍 도착했어요. 그땐 뉴스를 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살았어요.”새벽, 낮, 저녁. 다양한 시간대를 오가며 뉴스 앵커로 살았던 기간은 6년 남짓입니다. 새벽 뉴스를 진행할 땐 낮밤이 바뀌었고 오후 7시에 시작하는 ‘뉴스가 있는 저녁’을 맡았을 때는 아침부터 뉴스를 틀어놓고 하루종일 준비했습니다. 예상치 못한 속보에 대비하기 위해서였습니다. 6년간 사용한 휴가는 나흘 뿐이라고 합니다. 온 힘을 다했던 시기였습니다.정규직이 아니니까 대충 일한다는 이야기를 듣기 싫어서 더 열심히 했다. 지난 6년 동안 쓴 휴가는 나흘이다. 2019년 여름 사흘, 2021년 여름 하루. 하지만 비정규직이 휴가를 쓰지 않는 것은 억척스러운 일이었다. 그렇게 유난스럽게 살아야 하느냐는 이야기를 들었고, 버텼다. 그래도 바뀌는 것은 없었다. 똑같이 일하고도 차별받는 현실에 몸과 마음은 지칠 대로 지쳐버렸다. (안귀령 SNS)―6년간 휴가를 4일 밖에 쓰지 못했다는 게 사실인가요?“회사에서 휴가를 쓰지 못하게 한 건 아니에요. 비정규직이었지만 무급 휴가는 쓸 수 있었어요. 다만 휴가도 안 쓰고 열심히 하면 누군가 알아줄 거라 생각했고, 조금 더 안정된 환경에서 일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했던 것 같아요.”달라지는 건 없었습니다. 동기 아나운서가 임신을 하면서 퇴사를 준비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봤습니다. “타의에 의해 그만두게 되느니 스스로 미래를 개척해야 겠다”고 마음을 먹었다고 합니다. 그 무렵 새로운 기회도 찾아왔습니다. 지난해 1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캠프 영입 제안을 받은 것입니다. 그가 2030 청년 여성 그리고 비정규직 앵커라는 점이 영입 이유로 작용했습니다. ―정치권으로 가면서 많은 비판을 받으셨어요.“언론사에서 뉴스를 만들어왔기에 정치권에 바로 뛰어든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으니 부담스러웠어요. 고민도 많이 했고 동료들에게 피해되지 않을까 걱정했죠. 그래도 나와 같은 입장에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누군가는 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나와 같은 입장의 사람들’이라고 하셨는데 어떤 의미인가요?“저는 비정규직 앵커, 프리랜서 아나운서였어요. 많은 분들이 뉴스를 진행하는 앵커가 비정규직이라는 걸 모르시더라고요. 방송사에서 아나운서는 비정규직으로 채용하는 분위기가 점점 굳어지고 있어요. 요즘엔 PD, 작가도 비정규직으로 뽑는 경우가 많아요. 같은 일을 하고도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차별 받는 여건이 저를 위축되게 만들었어요.” 그가 앵커를 그만두고 정치인의 삶을 선택한 지 어느 덧 1년이 흘렀습니다. 정치인은 살아온 삶을 재료 삼아 철학과 비전을 밝히고 국민들의 선택을 받아야 합니다. 자신이 비정규직이었다는 사실과 그간 겪었던 차별, 설움을 드러내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겁니다.● “‘비정규직 앵커’가 있다는 사실 몰랐을 수도”이재명 후보의 영입인재로 정치를 시작한 그는 지난해 1월 18일 ‘무급’ 선거 운동을 시작합니다. 첫 행보는 서울 강남역 유세였습니다.―찬조 연설자로 무대에 섰습니다. 어색하진 않았나요?“추운 겨울이었는데 단상에서 내려오니 어떤 분이 다가오셨어요. 따뜻한 음료를 주시면서 자신을 취업준비생이라고 소개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제가 했었던 일, 그만두고 당에 들어온 이유를 잘 알고 있다면서 응원한다고 해주셨어요. 너무 뿌듯했습니다.”―결과는 소속 정당의 패배였어요. ‘애인과 헤어졌을 때보다 후유증이 길었다’고요?“태어나서 처음 겪는 기분이었어요. 좌절, 슬픔, 패배감…. 이런 걸 다 섞어놨다고 할까요. 바로 떨치고 일어날 수 없겠더라고요. 당에 들어온지도 얼마 안 됐는데 왜 이런 기분이 들까 생각해봤어요. 많은 사람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렸잖아요. 그 목표가 무너진 거였으니까 그렇게 힘들었던 게 아니었을까요.”―정치권에 입문하고 나서 한 번도 월급을 못 받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캠프도 자원봉사 개념이고 정무직 대변인은 급여가 없어요. 회사 다니면서 모아뒀던 돈 쓰고 가끔 방송 출연하면서 버는 용돈으로 생활해요. 청년 정치 어렵다는 말을 몸소 체험하고 있어요.(웃음) 변호사나 교수처럼 전문직 아닌 생계가 해결되지 않는 일반 청년은 정치에 뛰어들기 힘든 구조예요. 참여 단계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이 생기는 거죠. 청년 정치인에 대한 지원은 지금보다 더 확대되어야 해요.”―돈을 포기하고 정치인이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누군가는 ‘해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만약 (정치에) 뛰어들지 않았다면 사람들은 비정규직 앵커가 있다는 사실을 지금보다 더 많이 몰랐을 수 있잖아요. 저와 같은 일을 겪은 사람을 위해 누군가는 목소리를 내야 되잖아요. 후회는 없습니다.” 인터뷰가 진행됐던 날(1월 18일)은 그가 정치권에 입문한지 정확히 1년이 된 날이었습니다. 1년차 정치인에겐 다소 이르긴 하지만 정치인에게 ‘선거’는 피할 수 없는 숙명입니다.― 내년 4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시나요?“일단 현실 정치에 발을 들였기 때문에 제가 할 수 있는 영역의 일들을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릴게요. 가볼 수 있는 데까지는 가 보고, 할 수 있는 데까진 다 해보고 싶습니다.”―모든 정치인의 꿈은 대통령이라고 하잖아요. 귀령 씨가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가장 처음 하고 싶은 일이 있나요?“캠프의 일원으로 경험한 것에 비추어 봤을 때, 후보 당사자로 (선거에서) 뛰면 훨씬 힘들 것 같아요. 얼마나 긴 시간, 모든 걸 쏟아 부어서 준비를 했는지 아니까요. (선거에서 패배한) 상대 후보를 불러서 그동안 고생했다는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대접하고 싶습니다.”―‘정치인 안귀령’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신언서판(身言書判, 신수·말씨·문필·판단력)을 고루 갖춘 정치인이 되고 싶습니다. 지금보다 더 많은 분들이 저와 같은 가치를 공유하실 수 있게 열심히 뛰겠습니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복수자들영화 ‘올드보이’ 속 오대수가 15년 간 군만두만 먹으며 칼을 갈았던 복수? 아닙니다. ‘킬빌’의 블랙맘바가 자신을 죽이려 한 보스를 처단하는 복수? 그것도 아닙니다. ‘복수자들’은 복수(複數)의 직업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한 가지 일만 하고 살기엔 지루하다고요?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싶지만 방법을 모르겠다고요? 본캐와 부캐, 양쪽을 오가는 복수자들이 직접 도전과 병행의 노하우를 전해드립니다. 이비인후과 전문의이자 웹소설 작가. 어느 하나 녹록치 않은 타이틀을 서른여덟의 나이에 거머쥔 사람이 있습니다. 웹소설 마니아 사이에서는 ‘한산이가’라는 필명으로 친숙한 의사 이낙준 씨입니다. 낮에는 의사, 저녁에는 작가로 이중생활을 하며 쓴 웹소설 ‘중증외상센터: 골든아워’와 ‘A.I. 닥터’는 드라마화가 결정됐습니다. 그를 뭘 해도 쉽게 성공하는 ‘타고난 천재’라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그는 학창시절 말썽꾸러기였습니다. 중학교 땐 반에서 20등을 왔다 갔다 했고, 학교가 끝나면 PC방이나 만화방으로 직행했습니다. 고등학생 때 뒷심을 발휘해 의대에 갔지만 거기서도 그는 청개구리였습니다. ‘의사는 내 길이 아니다’라는 생각에 행정고시를 공부했고, 인턴시절 전공을 네 번이나 바꿔 ‘배반의 장미’라는 별명도 붙었습니다.여기저기 기웃거렸던 그가 딱 하나 놓지 않았던 것은 소설입니다. 유년시절 판타지·무협 소설과 만화책을 끼고 살았던 그는 군의관 시절 독자에서 필자가 됐습니다. 히트작이 나오지 않아 글 쓰는 걸 포기하려던 순간도 있었지만 그는 2년 전 병원을 나와 웹소설 작가로 전업했습니다. 지난달 18일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에서 이 씨와 만나 의사와 웹소설 작가를 병행한 과정과 성공의 비결을 들었습니다. 동아일보 유튜브 ‘복수자들’에서 이 씨의 의사 시절(https://www.youtube.com/watch?v=Dln1UcrBxLY)과, 웹소설 작가 때 이야기(https://www.youtube.com/watch?v=cpLziXyGo4I)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 반에서 20등 하던 ‘만화광’, 이비인후과 의사 되다―의사 겸 작가라니 학창시절이 궁금해요. 반에서 1등만 하던 모범생이었죠?중학교 땐 반에서 20등 정도 했어요. 공부에 관심도 없었고 친구들이랑 노는 게 좋았어요. 겨울방학엔 친구들과 군고구마 팔고 방과 후엔 만화방을 갔죠. 고등학교 2학년 1학기 때 정신을 차렸어요. 모의고사에서 400점 만점에 310점 정도를 받았는데 ‘이 성적으론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없겠다’는 위기감이 들어서죠. 2학년 2학기부터 모의고사를 매일 풀었어요. 어렸을 때 판타지소설을 많이 읽어서 언어 점수가 받쳐줬던 게 도움이 됐어요. 이후부턴 쭉 전교 1등이었어요. ―고2때부터 열심히 공부해서 인하대 의대에 진학하셨어요. 의대 시절은 어떠셨어요? 예과 시절엔 의사가 내 길이 아닌 것 같아 행정고시를 공부하기도 했었고, 인턴 때 재활의학과, 응급의학과, 안과, 내과, 이비인후과까지 전공을 네 번이나 바꿔서 별명이 ‘배반의 장미’였어요. 이비인후과는 귀, 코, 목 세 개 장기를 보잖아요. 다양한 진료를 할 수 있는 게 좋아서 이비인후과를 택했죠.―여러 곳 기웃기웃 하셨지만 결국 시의적절하게 길을 잘 찾아가셨어요.지금까지도 잘 하는 건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게 뭔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그런 게 생겼을 때 후회가 남지 않게 최선을 다하는 거에요. 그래야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거든요.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선배에게서 제안이 왔을 때 그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 것도 인턴 때 열심히 한 덕이었죠. ●부업으로 시작한 웹소설, 의사 수입의 3배 ―의사라는 직업 하나만으로도 바쁘셨을 텐데 웹소설은 언제 시작하셨나요?군의관 시절이었던 2016년 처음 웹소설을 시작했어요. 오후 5시에 퇴근하고 매일 두 시간씩 A4용지 4~5장 분량을 썼어요. 그 때 쓴 게 ‘군의관, 이계가다’인데 문피아(웹소설 플랫폼)에서 욕 많이 먹었어요. 지금 읽어보면 비문도 많고, 캐릭터나 구성도 허술해요. 대학에서 문학상을 받은 남동생은 ‘혈육이 아니면 볼 수 없는 글’이라고 혹평했죠. ―혹평을 이겨내고 2019년에 쓰신 ‘중증외상센터: 골든아워’는 웹툰에 이어 드라마로도 만들어지게 됐어요. 성공 비결이 궁금해요. ‘열혈닥터, 명의를 향해’ ‘의술의 탑’ ‘닥터, 조선 가다’ 세 편이 연달아 잘되면서 승승장구하다가 ‘의느님을 믿습니까?’가 데뷔작 수준으로 망했어요. ‘중증외상센터: 골든아워’는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썼어요. 무조건 잘 돼야 했기에 대학병원 배경, 의사 주인공, 디테일한 수술 장면 등 제가 잘할 수 있는 걸 넣었어요. ‘재벌집 막내아들’이나 ’어게인 마이 라이프’처럼 웹소설 원작 드라마들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잖아요. 웹소설이 주목받는 시대가 오면서 제 작품도 빛을 본 것 같아요. ―‘중증외상센터: 골든아워’의 성공 후 웹소설 작가로 전업하셨다고 들었어요. 2020년 1월에 병원을 그만 뒀어요. 웹소설 작가 일을 시작할 때 ‘본업의 3배 이상을 부업에서 벌면 본업을 그만 두자’는 기준을 정했거든요. ―일각에선 낙준 님 작품 조회수가 8000만 회 정도고, 회당 100원이니 80억 원을 벌었다는 소문도 있던데….가장 성공한 두 작품 ‘A.I. 닥터’와 ‘중증외상센터: 골든아워’ 조회수를 합치면 8000만 회 정도 돼요. 그런데 무료회차가 있어서 매출은 전체 조회수의 80%정도에요. 플랫폼 사업자 등과 나누고 나면 전 매출의 절반 정도를 가져와요. ●“100원짜리 글을 쓰자” 2만 자씩 매일 집필하는 법 ―대박작품, 쪽박작품 다 써 보셨는데 ‘성공하는 웹소설의 특징’은 뭘까요?주인공의 욕망을 독자가 응원하거나 동일시할 수 있는 소설이 뜬다고 생각해요. ‘재벌집 막내아들’ 주인공 진도준도 나쁜 짓을 하지만 독자가 그의 욕망을 응원하잖아요. 과거엔 이타적이고 정의로운 주인공이 각광받았다면 지금은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고 내 것을 챙기는 주인공도 인기가 많아요. ―‘검은머리 영국의사’ ‘포스트 팬데믹’ ‘A.I. 닥터’ 총 세 편을 연재 중이세요. 하루에 2만 자 넘게 쓰고 있는데 매일 많은 양을 쓰는 비법이 있을까요?모든 글을 100점으로 쓰려는 욕심은 버려야 해요. 모든 회차를 최선을 다해 쓰려다보면 마감을 못 할 수 있어요. 독자와의 약속을 어기는 거죠. 100점 만점에 90점정도만 지키면 돼요. 저는 100원짜리 글을 쓰는 사람이잖아요(웹소설 회당 100원). 제 글의 퀄리티가 100원에 합당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신작을 시작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요? 저는 신작을 준비할 때 스스로에게 ‘너 이 소재로 몇 화까지 재밌게 쓸 수 있어?’를 물어요. 웹소설은 300화 이상은 써야 하는 시장이거든요. 아무리 소재가 재밌어도 ‘100화 넘어가면 못 쓸 것 같다’ 싶으면 과감히 내려놔야 해요. ―시간관리는 어떻게 하나요? 쓸데없는 고민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식단을 통일했어요. 도시락을 주문해놓고 점심은 매일 같은 걸 먹어요. ‘애착옷’이 있어서 옷도 거의 그것만 입고요. ―웹소설에 입문하려는 사람들에게 ‘이것만은 기억해라’ 팁 하나 주신다면?한 번에 잘 될 거라는 생각을 버려야 해요.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유념하고 너무 빨리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초반에 기대가 크면 무너지기 쉽거든요.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에요. 중꺾마, 시대를 관통하는 말이네요.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1968년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의 주연배우인 올리비아 허시(71)와 레너드 위팅(72)이 촬영 당시 사전 약속과 달리 나체 촬영을 강요받아 성추행 및 아동 착취를 당했다며 제작사를 상대로 6000억 원대 소송을 제기했다. 3일(현지 시간) AP와 AFP통신에 따르면 줄리엣 역을 맡았던 허시와 로미오 역의 위팅은 파라마운트픽처스를 상대로 5억 달러(약 6365억 원) 규모의 소송을 냈다. 이들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1심법원에 제출한 소장에 따르면 프랑코 제피렐리 감독(2019년 사망)은 영화 후반부에 나오는 베드신 촬영을 앞두고 배우들에게 피부색깔의 속옷을 입고 촬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촬영 당일, 속옷 없이 몸에 간단한 화장만 한 채로 촬영해야 한다고 말을 바꿨다. 감독은 맨몸이 드러나지 않게 카메라 위치를 조정하겠다고 했지만 영화에는 위팅의 엉덩이와 허시의 가슴이 그대로 노출됐다. 당시 허시는 15세, 위팅은 16세였다. 두 배우는 “감독은 반드시 나체로 촬영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영화가 실패하고 배우들의 커리어도 망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배우로서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이는 성추행과 아동착취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수십 년간 정신적 고통에 시달렸고, 이후 커리어는 영화(로미오와 줄리엣)만큼이나 성공적이진 못했다”고 밝혔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1968년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의 주연배우인 올리비아 핫세(71)와 레너드 위팅(72)이 촬영 당시 사전 약속과 달리 나체 촬영을 강요받아 성추행 및 아동 착취를 당했다며 제작사를 상대로 6000억 원대 소송을 제기했다. 3일(현지시간) AP와 AFP통신에 따르면 줄리엣 역을 맡았던 핫세와 로미오 역의 위팅은 파라마운트 픽처스를 상대로 5억 달러(약 6365억 원) 규모의 소송을 냈다. 이들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1심법원에 제출한 소장에 따르면 프랑코 제피렐리 감독(2019년 사망)은 영화 후반부에 나오는 베드신 촬영을 앞두고 배우들에게 피부색깔의 속옷을 입고 촬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촬영 당일, 속옷 없이 몸에 간단한 화장만 한 채로 촬영해야 한다고 말을 바꿨다. 감독은 맨몸이 드러나지 않게 카메라 위치를 조정하겠다고 했지만 영화에는 위팅의 엉덩이와 핫세의 가슴이 그대로 노출됐다. 당시 핫세는 15세, 위팅은 16세였다. 두 배우는 “감독은 반드시 나체로 촬영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영화가 실패하고 배우들의 커리어도 망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배우로서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이는 성추행과 아동착취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수십 년간 정신적 고통에 시달렸고, 이후 커리어는 영화(로미오와 줄리엣)만큼이나 성공적이진 못했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은 아동 성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한시적으로 없앤 캘리포니아 주법 개정에 따라 이뤄졌다. 2020년 법을 개정해 성인이 어린시절 겪은 성범죄에 대한 소송을 3년 간 제기할 수 있도록 하자 마감일인 지난해 12월 31일까지 주 법원에 다수의 소장이 접수됐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빌리 아일리시, 아이유, 블랙핑크, 조용필…. 2022년은 팬데믹으로 수년간 멈췄던 국내외 가수들의 콘서트가 기지개를 켠 한 해였다. 새해에도 그 기세가 이어진다. 7500만 장의 음반판매량을 기록한 미국 싱어송라이터 마이클 볼턴, 영국 보이밴드 원디렉션 막내에서 홀로서기에 성공한 해리 스타일스 등 쟁쟁한 해외 스타들의 내한공연이 열린다. 새소년, 시가렛 애프터 섹스 등 국내외 개성파 밴드들도 관객을 만난다. 가장 기대를 모으는 건 오랜만에 내한하는 전설적인 스타들의 공연이다. 볼턴은 2014년 내한 후 9년 만에, 캐나다 출신인 ‘록의 전설’ 브라이언 애덤스는 1994년 처음 한국을 찾은 뒤 29년 만에 방한한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로 지난해 11월 열릴 예정이었던 콘서트를 연기한 볼턴은 이달 14, 15일 서울 영등포구 고척스카이돔에서 팬들을 만난다. 그는 ‘When a Man Loves a Woman’ ‘How Am I Supposed To Live Without You’ 등 수많은 히트곡을 보유하고 있다. 애덤스는 3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공연한다. ‘Lonely Nights’, ‘Straight From The Heart’ 등으로 인기를 얻은 그는 정규 4집 ‘Reckless’(1984년)가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 1위를 차지하며 스타덤에 올랐다. 첫 내한 소식만으로 온라인 음악 커뮤니티를 들끓게 한 스타일스는 3월 20일 서울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팬들을 만난다. 그는 2017년 발매한 솔로 1집 ‘Harry Styles’의 수록곡 ‘Sign of the Time’, ‘Kiwi’를 히트시키며 홀로서기에 성공했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도 4월 내한을 검토하고 있어 올해는 엔데믹과 맞물려 명망 있는 해외 아티스트들의 공연이 대거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며 “볼턴과 애덤스는 전성기였던 1980년대를 경험한 중장년층이 즐길 수 있고, 볼턴의 ‘When a Man Loves a Woman’, 애덤스의 ‘Heaven’은 20대 역시 멜로디만 들어도 알 정도로 시대를 뛰어넘는 명곡이기에 자녀와 부모가 함께 가기 좋은 공연”이라고 말했다. 국내외 개성파 밴드들의 협동 공연에 대한 기대도 크다. 한국 밴드 새소년이 음악적 색깔이 맞는 해외 아티스트들을 초청해 함께 공연하는 브랜드 공연 ‘헬로, 월드!’가 4년 만에 열린다. 이달 28, 29일 서울 광진구 예스24라이브홀에서 개최되는 이번 공연에는 벨기에와 한국 혼혈 댄서 겸 뮤지션 MEYY, 노르웨이계 미국인 뮤지션 Okay Kaya, 일본 여성 힙합 뮤지션 Awich가 새소년과 공연을 펼친다. 일본 인디밴드 보노보스는 2월 3∼5일 한국 뮤지션 까데호, 오존, 구남과 협동 공연을 연다.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는 “새소년, 보노보스처럼 마니아층 팬덤을 지닌 인디 뮤지션과 이제 막 활동을 시작하는 젊은 세계 음악가들의 교류 공연에 기대가 크다. 관객들에게는 협동 무대를 펼치는 신진 아티스트도 덤으로 알 수 있는 계기”라고 말했다. 인디 밴드들의 단독 공연도 준비돼 있다. 몽환적인 음악과 포근한 미성으로 사랑받는 미국 드림팝 밴드 시가렛 애프터 섹스는 5년 만인 2월 5일 서울 강서구 KBS아레나홀에서 팬들을 만난다. 한국계 미국인 드러머가 소속된 미국 인디밴드 서머솔트도 3월 7일 서울 마포구 롤링홀에서 첫 내한 공연을 한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최연소 그래미상 5관왕의 빌리 아일리시, 한국 솔로 여가수 최초로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공연한 아이유, 세계 양대 팝 차트인 미국 빌보드 차트와 영국 오피셜 차트를 석권한 블랙핑크, 9년 만에 신곡으로 컴백한 ‘가왕’ 조용필 까지…. 지난해 콘서트를 열고 팬들을 만났던 가수들이다. 2022년은 팬데믹으로 ‘올 스톱’됐던 콘서트가 기지개를 켜기 시작하는 한해였다. 2023년도 그 기세를 이어간다. 7500만 장의 음반판매고를 기록한 미국 싱어송라이터 마이클 볼튼, 영국 보이밴드 원디렉션 막내에서 홀로서기에 성공한 해리 스타일스 등 쟁쟁한 해외 스타들이 내한한다. 새소년, 시가렛 애프터 섹스 등 국내외 개성파 밴드들도 관객을 만난다. ●마이클 볼튼, 브라이언 애덤스, 해리 스타일스…레전드들의 내한 가장 기대를 모으는 건 오랜만에 내한하는 ‘레전드급’ 스타들의 공연이다. 볼튼은 2014년 내한 후 9년 만에, 캐나다 출신인 ‘록의 전설’ 브라이언 애덤스는 1994년 첫 내한 후 29년 만에 내한한다.이태원 핼러윈 참사로 11월 8, 9일 예정이었던 콘서트를 연기한 볼튼은 이달 14, 15일 서울 영등포구 고척스카이돔에서 팬들을 만난다. 그는 ‘When a Man Loves a Woman’ ‘How Am I Supposed To Live Without You’ 등 수많은 히트곡을 보유한 실력파 보컬리스트다. 애덤스는 3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공연한다. ‘Lonely Night’, ‘Straight From The Heart’ 등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한 뒤 정규 4집 ‘Reckless’(1984년)가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 1위를 차지하며 스타덤에 올랐다. 대표곡으로 꼽히는 ‘Heaven’이 수록된 이 앨범은 1200만 장이 팔렸다. 이번 공연은 지난해 3월 정규 15집 ‘So Happy It Hurts’를 발매한 뒤 시작한 월드투어의 일환이다. 지난해 11월 첫 내한 소식만으로 온라인 음악 커뮤니티를 들끓게 한 스타일스는 3월 2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공연을 연다. 그는 2017년 발매한 솔로 1집 ‘Harry Styles’의 수록곡 ‘Sign of the Time’, ‘Kiwi’를 히트시키며 홀로서기에 성공했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해리 스타일스는 첫 내한공연을 갖고,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도 4월 내한을 검토하고 있는 만큼 올해는 앤데믹과 맞물려 명망 있는 해외 아티스트들의 공연이 대거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며 “볼튼과 애덤스는 그들이 전성기를 누리던 1980년대를 경험한 중장년층이 즐길 수 있고, 볼튼의 Lonely Night, 애덤스의 Heaven 등은 20대가 멜로디만 들어도 알 정도로 시대를 뛰어넘는 명곡이기에 자녀세대가 효도공연 차원에서 부모님과 함께 가기에 좋다”고 말했다. ●새소년, 시가렛 애프터 섹스 등 개성파 밴드 공연도 ‘네임드 뮤지션’들의 귀환만큼이나 음악 팬들의 기대감이 큰 건 국내외 개성파 밴드의 협동공연이다. 한국 밴드 새소년이 음악적 색깔이 맞는 해외 아티스트들을 초청해 함께 공연하는 브랜드 공연 ‘헬로, 월드!’는 4년 만에 열린다. 이달 28, 29일 서울 광진구 예스24라이브홀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에는 벨기에와 한국 혼혈 댄서 겸 뮤지션 ‘MEYY’, 노르웨이계 미국인 뮤지션 ‘Okay Kaya’, 일본 여성 힙합 뮤지션 ‘Awich’가 새소년과 무대를 펼친다. 일본 인디밴드 보노보스가 2월 3~5일 한국 뮤지션 까데호, 오존, 구남과 여는 협동공연도 기대를 모은다.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는 “팬데믹 기간에는 국가 간 이동이 어려워 해외 아티스트들과의 협연도 가로막혔었다. 새소년, 보노보스처럼 마니아층 팬덤을 지닌 인디 뮤지션과, 이제 막 활동을 시작하는 젊은 세계 음악가들의 교류 공연에 기대가 크다. 관객들에게는 협동 무대를 펼치는 신진 아티스트도 덤으로 알 수 있는 계기”라고 말했다. 인디 밴드들의 단독 공연도 준비돼있다. 몽환적인 음악과 포근한 미성으로 ‘추억을 소환하는 목소리’라는 수식어가 붙는 미국 드림팝 밴드 시가렛 애프터 섹스는 5년 만인 2월 5일 서울 강서구 KBS아레나홀에서 팬들을 만난다. 이들의 대표곡 ‘K.’, ‘Sweet’ 등은 한국에서 특히 큰 사랑을 받았다. 한국계 미국인 드러머가 소속된 미국 인디밴드 서머솔트도 2014년 데뷔 후 첫 한국 공연을 3월 7일 서울 마포구 롤링홀에서 가진다. 아이돌 그룹도 콘서트에 나선다. FNC엔터테인먼트의 보이 밴드 엔플라잉은 이달 7, 8일 예스24라이브홀에서 브랜드 공연 ‘&CON’(엔콘)을 세 번째로 개최한다. 드러머 재현의 군 입대 전 마지막 ‘완전체’ 공연이 될 전망이다. 보이밴드 더 로즈는 이달 20일 예스24라이브홀에서 월드 투어 일환으로 ‘The Rose Heal Together World Tour In Seoul’을 연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지금 무슨 노래 듣고 있어요?” 낯선 이의 말 걸기치고는 다소 ‘훅 들어오는’ 것 같지만 발걸음을 멈추고 답해줄 법도 한 묘한 질문이다. 최근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틱톡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행인들에게 이렇게 묻고 답을 전하는 콘텐츠가 인기를 모으고 있다. 구독자 수가 8만7000여 명인 유튜브 채널 ‘와쏭’의 경우 서울대에서 촬영한 쇼츠 영상이 457만 회 넘게 조회됐고, 10분가량의 원본 영상 조회 수도 25만 회가 넘었다. 서울 신촌에서 촬영한 쇼츠는 366만 회, 서울숲에서 어린이가 “단군할아버지 노래(‘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라고 답한 쇼츠 조회 수는 330만 회에 이른다. 이 외에도 ‘복코s’ ‘청춘사전’ 등의 채널이 비슷한 콘텐츠를 내보내고 있다. 구성은 단순하다. 유튜버가 길거리, 카페, 지하철, 대학교 등에서 이어폰이나 헤드셋을 낀 사람들에게 이같이 묻고 곡 제목을 들으면 해당 곡을 짧게 틀어준 뒤 다음 사람으로 넘어가는 식이다. 한데 ‘타인의 취향’을 슬쩍 들여다보는 재미가 은근하다. “십덕(‘오덕·오타쿠’보다 두 배 심각한 마니아라는 뜻) 같은데… (일본 밴드) 세카이노 오와리의 ‘RPG’를 듣고 있다”며 수줍어하는 여학생, 망설이다가 “에이티즈의 ‘사이버펑크’를 좋아한다”고 답하는 외국인 학생, “왁타버스의 ‘헤드라인’이라는 노래요”라며 눈을 반짝이는 남학생 등 갑자기 취향을 고백하게 된 이들의 다양한 반응이 눈길을 끈다. ‘반전의 재미’도 있다. 한강에서 등산복을 입은 아저씨가 아이돌 그룹 KARD의 ‘Don’t Recall’을 듣고 있다거나 대학 캠퍼스를 걷던 여대생이 미국 흑인 래퍼 카녜이 웨스트의 ‘허리케인’을 듣고 있다는 답변에는 ‘저 노래를 어떻게 아는 건지 신기하다’는 댓글이 쏟아진다.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이 비슷한 느낌의 곡을 중심으로 추천해 주는 데 비해 시청자가 새로운 장르로 취향을 넓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와쏭을 즐겨 시청한다는 이슬기 씨(24)는 “방탄소년단(BTS)과 국내 아이돌 노래를 많이 들었는데, 유튜브 채널을 통해 좋은 클래식과 다른 팝송도 알게 돼 이제는 찾아서 듣고 있다”고 했다. 다양한 집단의 음악 감상 트렌드도 파악할 수 있다. 대학가에서 압도적으로 많은 대답이 나온 곡은 걸그룹 뉴진스의 ‘하입 보이’였다. 걸그룹 르세라핌의 ‘안티프래자일’, ‘(여자)아이들’의 ‘누드’도 많이 언급돼 4세대 걸그룹이 음원차트를 평정했던 지난해 분위기가 그대로 반영됐다. 초등학생들이 출연한 회차에서는 아이브의 ‘러브 다이브’가 가장 많이 언급돼 ‘초통령’이라 불리는 아이브의 위상을 체감케 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2011년 미국 NBC 아카펠라 오디션 프로그램 ‘더 싱 오프’ 시즌3 무대는 스무 살을 갓 넘긴 청년 5명이 등장해 신선함을 줬다. 당시 핑크빛 티셔츠를 입고 케이티 페리의 ‘ET’를 부르던 앳된 그들은 세계적인 팝스타가 된 지금을 상상이나 했을까. 텍사스에서 유년 시절부터 어울리던 스콧 호잉(바리톤)과 미치 그래시(카운터 테너), 커스틴 멀도나도(소프라노). 여기에 당시 오디션 참가를 위해 영입한 애비 캐플런(베이스)과 케빈 올루솔라(비트박서). 5음계라는 뜻의 ‘펜타토닉스 스케일’에서 이름을 따온 그룹 ‘펜타토닉스’는 이후 그래미 수상 3회, 빌보드 메인차트 ‘빌보드 200’ 1위, 유튜브 채널 구독자 2000만 명에 이르는 슈퍼스타가 됐다. 프랑스 전자음악 듀오 ‘다프트 펑크’의 곡을 혼합한 ‘Daft Funk’의 유튜브 영상 조회수는 3억6500만 회, 또 다른 영상 ‘Evolution of Music’의 조회수는 1억4200만 회를 넘었다. 12일 체크무늬 재킷을 입고 동아일보와 화상 인터뷰를 한 호잉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 연속 세 차례 한국에서 공연했다. 한국 공연은 내게 최고의 공연 중 하나다. 다시 한국 팬들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 캐플런이 탈퇴한 뒤 2017년부터 합류한 맷 샐리(베이스)도 함께 인터뷰했다. 펜타토닉스는 10월 신보 ‘Holidays Around the World’를 발매한 뒤 현재 유럽과 호주 등에서 월드투어를 하고 있다. “신보는 장벽을 허무는 시도였어요. 아시아계 여성 최초로 토니상을 수상한 필리핀 가수 레아 살롱가를 비롯해 콩고 가스펠 가수 그레이스 로크와, 중국 피아니스트 랑랑과 협업했습니다. 팬데믹으로 국가 간 장벽이 높았던 시기에 여러 나라 사람들이 함께 앨범을 만들며 이를 허물어보고 싶었어요. 살롱가는 제 약혼자가 좋아하는 가수라서 직접 필리핀에 가서 섭외했어요.”(호잉) 팝 음악계에서 ‘아카펠라의 신화’로 불리는 펜타토닉스는 인기 팝송을 독창적으로 편곡하거나 일렉트로닉을 접목하는 참신한 시도로 아카펠라의 대중화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는다. “공연을 다닐 땐 가족 모두가 함께 투어버스로 이동한다”고 할 만큼 좋은 팀워크가 이런 결과를 이뤄낸 걸까. “멤버들과 같이 음악을 만들 때 자연스럽고 창의적인 에너지가 생겨나요. 여전히 음악을 만들 때면 ‘한번 놀아볼까?’라며 저희의 뿌리로 돌아가는 거죠. 유튜브가 아티스트를 접하는 중요한 통로가 된 시대도 저희에겐 큰 이점이 된 것 같아요.”(호잉) 데뷔 12년 차인 펜타토닉스에는 기억에 남을 만한 순간이 넘쳐난다. 2011년 “다섯 명이 스무 명의 목소리를 낸다”는 극찬을 받으며 거머쥔 오디션 우승 트로피와 2015년 두 번째 정규앨범 수록곡 ‘Daft Punk’로 받은 첫 번째 그래미 상, 2016년 스티비 원더와 함께한 그래미 시상식 무대…. 호잉은 의외로 “샐리의 합류”를 가장 중요한 순간으로 꼽았다. “캐플런이 탈퇴했을 때는 그룹이 격변하는 무서운 시간이었어요. 다행히 샐리가 합류해 다시 완벽하게 조화를 이뤘고, 여전히 팬들이 저희를 지지해 주셨죠. ‘여기서 끝날지도 모르겠구나’란 두려움이 ‘오, 또 다른 시작일 수 있어’란 희망으로 바뀌는 순간이었어요.”(호잉) 리더 격인 호잉의 얘기를 차분히 듣던 샐리도 고개를 끄덕였다. 샐리는 “어쩌면 탄탄대로를 걸어온 게 아니었기에 지금의 펜타토닉스가 있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제가 펜타토닉스를 사랑하는 이유는 우리가 언제나 ‘언더도그’(약자)였기 때문이에요. 주류가 아닌 아카펠라 장르에서 시도한 적 없는 도전을 했고, 여러 벽을 부수고 나가는 그룹이니까요. 이토록 많은 사람에게 가닿는 그룹의 일원이라는 건 정말 멋진 일입니다. 곧 한국에서 만나길 기대할게요.”(샐리)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2011년 미국 NBC 아카펠라 오디션 프로그램 ‘더 싱-오프’ 시즌3 무대에 스무 살을 갓 넘긴, 앳된 얼굴들이 등장했다. 이들은 텍사스에서 유년시절부터 함께 어울리던 바리톤의 스캇 호잉, 카운터 테너의 미치 그래시, 소프라노의 커스틴 멀도나도와, 이들이 프로그램 참가를 위해 영입한 베이스의 아비 케플런, 비트박서 케빈 올루졸라. 핑크색 티셔츠 차림으로 케이티 페리의 ‘ET’를 부르며 어색한 춤사위를 선보이던 이들은 상상이나 했을까. 자신들이 그래미 트로피를 세 번 들어 올리고 빌보드 메인차트인 ‘빌보드 200’ 1위를 차지한 뒤, 유튜브 구독자 2000만 명을 거느린 세계적인 팝 스타가 될 거라고. 이들이 프랑스 전자음악 듀오 다프트 펑크의 곡을 혼합한 ‘Daft Funk’ 유튜브 영상 조회수는 3억6500만 회, 11세기부터 2010년대 곡들을 부른 영상 ‘Evolution of music’ 조회수는 1억4200만 회를 넘는다. 신보 ‘Holidays Around the World’를 발매하고 세계투어 ‘Pentatonix: A Christmas Spectacular!’에 나선 호잉과, 케플런의 탈퇴 후 2017년 합류한 베이스의 맷 샐리를 12일 화상으로 만났다. 검정색과 회색 체크 무늬 자켓을 걸친 호잉, 검정색 자켓 차림의 샐리는 11월 17일 오클랜드에서 시작해 하루걸러 하루 공연을 하는 강행군에도 불구하고 “오늘 저녁 있을 내쉬빌 공연은 이번 투어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며 신나 했다. 호잉은 “한국에서 했던 공연은 내게 최고의 공연 중 하나”라며 “이번 투어에선 한국을 가지 못했지만 곧 한국 팬들을 만나고 싶다”고도 했다. 이들은 미국을 시작으로 내년 5월까지 세계투어를 이어간다. ● “팬데믹이 만든 국가간 장벽, 음악으로 허물고 싶었다” 10월 28일 발매된 새 앨범은 장벽을 허무는 시도였다. 아시아계 여성 최초 토니상 수상자인 필리핀 가수 레아 살롱가를 비롯해 콩고 가스펠 가수 그레이스 로크와, 중국 피아니스트 랑랑, 일본 비트박서 히카킨&세이킨 등과 협업했다. 아프로비트(서아프리카 전통음악에 재즈, 펑크 등이 혼합된 음악 장르)부터 가스펠, 라틴음악까지 장르도 다양하다. 코로나 19로 국가 간 이동이 자유롭지 못해 녹음 파일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곡을 완성했다. “팬데믹으로 국가 간 장벽이 공고했던 시기에 전 세계 사람들이 함께 앨범을 만들며 그 장벽을 허물어보고 싶었습니다. 녹음 과정은 서로 다른 음악과 문화, 그리고 각 문화권 사람들이 연휴를 즐기는 다양한 방법들에 대해 실험을 하는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살롱가는 제 약혼자가 굉장히 좋아하는 가수라서 직접 필리핀에 가서 그녀를 섭외했죠.” (호잉) 스무 살을 갓 넘긴 대학생 때 만났던 멤버들은 이제 누군가의 배우자이자 부모가 됐다. 멀도나도는 올해 딸을 낳았고, 올루졸라도 지난해 득녀해 아빠가 됐다. 맷은 올해 1월 결혼했다. 가족들도 이들과 함께 투어 길에 올랐다.“아이들이 언제나 저희와 함께 합니다. 아이들과 사진을 찍고, 아이들이 꺄르륵 거리는 웃음소리를 들으며 투어를 다니죠. 이건 새로운 다이내믹이면서도 굉장히 특별한 다이내믹이에요. 이런 일이 지금 이 시기에 벌어질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지만 인생의 이런 계절에 와 있는 건 정말 아름다워요.” (샐리) 가족들과 다 함께 투어버스에 몸을 싣고 미국 전역은 물론 영국, 호주, 독일, 프랑스, 스위스, 체코, 일본, 싱가포르까지 대륙을 옮겨다니며 공연을 하는 스타가 된 펜타토닉스. 이들은 인기 팝송들을 독창적으로 편곡해 자신들의 것으로 소화했고, 일렉트로닉 장르를 접목하는 참신한 시도로 아카펠라의 대중화를 이뤄낸 그룹이 됐다. 호잉은 유튜브와 아카펠라의 붐, 멤버 간 케미를 성공요인으로 꼽았다.“유튜브가 아티스트를 선보이는 주된 매체가 된 시대에 저희가 있었어요. 예를 들어 Gotye의 ‘Somebody that I used to know’를 커버해 올리면 유튜브만으로 그 영상은 세계에서 입소문을 탈 수 있게 됐죠. ‘글리’와 ‘피치 퍼펙트’, ‘싱 오프’의 성공으로 아카펠라가 굉장한 르네상스를 맞은 것도 좋았어요. 마지막으로 저희 멤버들이 한데 어우러진다는 점이에요. 우리가 음악을 만들 때 자연스럽고 본능적이며 창의적인 에너지가 생겨나요. 지금도 여전히 ‘한 번 놀아볼까? 악보 없이 음악을 만들어 볼까?’라며 저희의 뿌리로 돌아가려고 해요.” (호잉) ● “펜타토닉스는 ‘언더독’, 모든 장벽들을 부수고 뛰어들었다”“다섯 명이 스무 명의 목소리를 낸다”는 심사위원들의 극찬 속에 거머쥔 오디션 우승 트로피, 2015년 두 번째 정규앨범 수록곡 ‘Daft Punk’로 받았던 첫 번째 그래미상, 2016년 스티비 원더와 가졌던 그래미 시상식 데뷔 무대까지. 12년차 그룹 펜타토닉스에게 가장 중요한 순간은 언제였을까. “맷이 저희 그룹에 합류했던 날이 제겐 최고의 기억이에요. 그때는 그룹이 격변하는 무서운 시간이었어요. 맷이 들어왔을 때 모든 게 완벽하게 조화를 이뤘고, 여전히 저희를 지지해주는 팬들이 있었어요. ‘그룹이 끝날 수도 있겠구나’에서 ‘오, 이게 새로운 시작일 수 있어’라고 생각이 바뀌는 순간이었죠. 아, 얼마 전 필라델피아 공연에서 관중들에게 비틀즈의 ‘헤이 주드’ 후렴구를 베이스, 테너, 알토로 가르치고 화음을 맞춰 부르도록 한 순간도 못 잊어요. 1만2000명이 ‘나나나’를 떼창하던 순간은 마치 영화 같았어요.” (호잉)“팀에 합류한 뒤 처음 가진 토론토 공연을 절대 못 잊어요. 그때 정말 긴장했는데, 팬들이 잘할 수 있다며 저를 응원했죠. 그 때 저희가 노래를 정말 잘 했어요. 뜻밖의 발견이었죠. ‘이건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일이야’라고 생각한 순간이에요. 고등학교 때 펜타토닉스의 노래를 따라 부르던 평범한 학생이 그룹의 일원이 된 거죠.” (샐리) 이들에게 음악을 포기할 뻔한 순간도 있었다. 오디션 우승 뒤 멤버 전원이 로스앤젤레스로 건너와 소속사와 계약을 맺었지만 얼마 못가 갈등으로 계약이 파기됐다. 누구의 도움도 없이 새 레이블을 찾아야 했고, 소니뮤직과 계약하기까지 유튜브에 커버곡 영상을 올리며 팬들을 끌어 모았다. 2017년 케플런의 탈퇴도 그룹에게는 해체 위기였다. “음악은 제게 치유이자 북극성과도 같습니다. 제가 오롯이 몰입할 수 있는 대상이죠. 그와 동시에 음악은 사람들에게 해방구가 되고 즐거움을 줍니다. 사람들을 기쁘게 만드는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이 제게 목적의식을 심어줍니다. 그 두 가지 만족감 때문에 음악을 만드는 일을 절대 그만둘 수 없어요.” (호잉)“제가 펜타토닉스를 사랑하는 이유는 우리가 ‘언더독’ 스토리를 갖고 있기 때문이에요. 아카펠라 장르에서 시도한 적 없던 것에 도전하고, 모든 장벽들을 부수고 뛰어들었습니다. 문화에 이토록 큰 영향을 끼치고, 사람들에게 가닿는 그룹의 일원이라는 건 정말 멋져요.” (샐리)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006년)에서 얄밉지만 사랑스럽던 에밀리를 기억하는가. 그는 잡지사 ‘런웨이’의 악마 같은 편집장 미란다의 오른팔이자, 실수투성이 신참 앤디와 경쟁하면서도 은근히 챙겨주는 ‘츤데레’였다. 미란다에게 혼나고 앤디에게 밀리던 조연 에밀리가 돌아왔다. 영화 원작인 동명 소설의 스핀오프 격인 ‘삶이…’에서 그는 당당히 주연으로 발돋움했다. 소설 ‘악마는…’을 통해 미국 칙릿(젊은 여성 독자를 겨냥한 소설)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한 저자는 이번에도 전형적인 칙릿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런웨이’에서 커리어의 정점을 찍고 퇴사한 뒤 유명인사들의 위기관리 전문가가 된 에밀리를 중심으로 30대 후반에 접어든 친구 미리엄과 카롤리나가 일과 육아, 남편 또는 남자친구와의 관계에서 겪는 고충을 함께 고민하고 극복하는 과정을 그렸다. 어쩌면 평범한 일상일 수도 있는 이야기가 극적으로 바뀌는 건 카롤리나가 맞닥뜨린 사건 때문이다. 유명 모델이던 그는 전도유망한 상원의원 그레이엄과 10년간 결혼 생활을 이어왔다. 그런데 어느 날 아들 해리와 그의 친구들을 차에 태우고 집에 가던 중, 경찰이 따라오더니 그가 음주운전을 했다고 주장한다. 더욱 황당한 건 남편의 반응. 해명을 듣기는커녕 해리에게 접근하지 말라며 엄포를 놓는다. 카롤리나를 돕기 위해 두 친구가 나선 건 당연한 수순.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 보니 그레이엄은 자신의 야망을 위해 전 대통령의 딸인 리건과 내연관계를 맺어 왔다. 이혼 뒤 리건과 재혼하려고 카롤리나에게 억지 누명을 씌우려고 한 것. 에밀리는 미디어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능력을 발휘해 카롤리나를 ‘술 취한 모델’이 아닌 ‘고통받는 엄마’로 만들어 대중의 동정을 이끈다. 미리엄은 변호사로서 그레이엄을 협박할 약점을 찾는다. 결말은 예상대로 해피엔딩. 세 친구는 자신이 원하는 걸 모두 쟁취한다. 주인공들이 행복하니 흐뭇하게 읽는 맛은 좋으나, 우리네 녹록지 않은 현실을 떠올리면 다소 이질적으로 다가오기도 한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연말을 맞아 굵직한 뮤지션의 콘서트가 줄지어 찾아온다. 한 해의 스트레스를 날려줄 댄스가수부터 감미로운 발라드를 선보일 가수까지 다채로운 무대가 펼쳐진다. 싸이는 22∼2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연말콘서트 ‘올나잇스탠드 2022’를 연다. 싸이 발음과 비슷한 숫자 ‘42’에 맞춰 오후 11시 42분에 시작해 다음 날 대중교통 첫차가 다니는 아침까지 진행된다. JYP엔터테인먼트의 수장인 박진영도 3년 만에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22∼25일 콘서트 ‘그루브 백’을 연다. 박진영은 지난달 개코가 피처링한 신곡 ‘그루브 백’을 발매했다. ‘발라드 왕자’ 성시경은 ‘2022 성시경 연말 콘서트’를 23∼25일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개최한다. 김범수는 23∼25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콘서트 ‘명품 이즈 백’을 연다. 2018년 이후 4년 만에 열리는 공연으로, 팬에게 받은 사랑을 돌려준다는 의미를 담았다. 광주에서 10일 전국투어 ‘2022 크러쉬 콘서트: 크러쉬 아워’의 문을 연 크러쉬는 대구(17일)와 서울(23∼25일), 부산(30일)으로 콘서트를 이어간다. 지난달 정규 1집 ‘로우라이프 프린세스―누아르’를 발매한 비비는 28일 서울 광진구 예스24 라이브홀에서 첫 단독 콘서트를 개최한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공연의 성수기인 연말을 맞아 콘서트들이 줄이어 찾아온다. 박진영, 싸이 등 한해의 스트레스를 날려줄 댄스가수들의 무대부터 김범수, 성시경 등 감미로운 발라드를 선보일 가수까지 다채롭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이후 3년 만에 열리는 대면 공연이어서 관객들의 기대가 더욱 크다. 우선 관객이 가수와 함께 춤추고 노래할 수 있는 흥겨운 무대들이 준비돼있다. 올해 7월 3년 만에 ‘싸이 흠뻑쇼’로 귀환했던 싸이는 22~2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연말 콘서트 ‘올나잇스탠드 2022’를 연다. 이 공연은 싸이의 발음과 비슷한 숫자 ‘42’를 따서 오후 11시 42분에 시작해 대중교통 첫차가 다니는 시간까지 밤새 진행된다. 싸이의 소속사 피네이션은 “싸이는 ‘막차와 첫차 싸이’라는 유쾌한 부제로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싸이 특유의 열정과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이 어우러진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JYP엔터테인먼트 수장인 박진영도 3년 만에 단독 콘서트를 연다. 그는 22~2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그루브 백’을 연다. 박진영은 지난달 개코가 피처링한 신곡 ‘그루브 백’을 발매하고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연인과 함께 가기 좋은 발라드 가수들의 콘서트들도 대거 열린다. 가장 큰 기대를 모으는 건 ‘발라드의 왕자’ 성시경이 마련한 ‘2022 성시경 연말 콘서트’. 성시경은 12월 23일 시작해 크리스마스 이브, 크리스마스 당일까지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사흘 연속 공연을 진행한다. 이번 콘서트는 코로나 19 이후 3년 만의 콘서트로, 예매를 시작하자마자 전석이 매진됐다. 팬들의 갈증이 그만큼 컸다는 것을 보여준다. 가수 김범수 역시 23~25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명품 이즈 백’ 콘서트를 연다. 그가 한 해 동안 받은 사랑을 팬들에게 돌려준다는 의미를 담은 브랜드 콘서트로, 2018년 시즌3 이후 4년 만에 열리는 공연이다. 방탄소년단이 피처링한 ‘러시아워’로 발매 직후 멜론 등 음원차트 1위를 기록한 크러쉬는 이달 10일 광주에서 시작해 17일 대구, 23~25일 서울, 30일 부산까지 전국 투어 ‘2022 크러쉬 콘서트: 크러쉬 아워’ 투어를 이어간다. 9일 올림픽홀에서 공연을 시작한 멜로망스는 내년 2월까지 국내 투어를 진행한다. 김재희기자 jetti@donga.com}
동아일보와 동아방송 전직 사우 모임인 동우회(東友會)가 13일 서울 마포구 서울가든호텔에서 ‘2022 동우 송년의 밤’ 행사를 열었다. 동우 송년의 밤 행사가 열린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 전인 2019년 이후 3년 만이다. 정구종 동우회장(동서대 석좌교수·전 동아일보 편집국장)은 “동아미디어그룹이 좋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고, 상당한 발전을 이뤘다”며 “흑자 경영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내년에도 좋은 성과를 낼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동아미디어그룹에 근무할 때는 물론 은퇴한 후에도 모두 동아 가족이기에 동아미디어그룹의 발전을 위해 함께 힘을 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 겸 채널A 사장은 “동아일보는 진실을 담는 특종과 기획, 칼럼으로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며 “히어로콘텐츠도 자타공인 동아일보 대표 브랜드로서 올해 스페인에서 열린 세계뉴스미디어총회(WNMC)에서 취재 과정과 성과가 공유돼 주목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채널A는 독자적 제작 역량을 갖고 도전을 이어와 젊고 열린 뉴스, 공감을 이끄는 예능으로 시청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며 “2023년에도 탁월한 콘텐츠로 더 큰 성장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이강 동우회 부회장은 동우회에 1억 원을 기부해 감사패를 받았다. 이날 행사에는 전현직 사우 220여 명이 참석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사진)이 미국 골든글로브 비영어권영화상 후보에 올랐다. 골든글로브를 주관하는 미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는 12일(현지 시간) ‘최우수 비영어권 영화’ 부문 후보로 ‘헤어질 결심’ 등 5편을 선정했다. 지난해까지 해당 부문의 명칭은 외국어영화상이었으나 올해부터 비영어권영화상으로 바뀌었다. 내년 1월 10일 열리는 시상식에서 ‘헤어질 결심’은 ‘서부전선 이상 없다’(독일)와 ‘아르헨티나, 1985’(아르헨티나) ‘클로즈’(벨기에) ‘RRR: 라이즈 로어 리볼트’(인도)와 경쟁한다. 골든글로브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2020년 한국영화 최초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고, 지난해에는 한국계 미국인 리 아이작 정(정이삭) 감독이 연출한 ‘미나리’가 외국어영화상을 받았다. 올해 1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오영수 배우는 TV드라마 부문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HFPA의 인종 및 성차별 논란, 운영진의 부패 의혹 등으로 보이콧 운동이 벌어져 지난해 생중계되지 못했다. 미 NBC방송은 HFPA의 쇄신 노력을 받아들여 내년에 시상식을 다시 중계하기로 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이 미국 골든글로브 비영어권영화상 후보에 올랐다. 골든글로브를 주관하는 미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는 12일(현지 시간) ‘최우수 비영어권 영화’ 부문 후보로 ‘헤어질 결심’ 등 5편을 선정했다. 지난해까지 해당 부문의 명칭은 외국어영화상이었으나 올해부터 비영어권영화상으로 바뀌었다. 내년 1월 10일 열리는 시상식에서 ‘헤어진 결심’은 ‘서부전선 이상 없다’(독일)와 ‘아르헨티나, 1985’(아르헨티나) ‘클로즈’(벨기에) ‘RRR:라이즈 로어 리볼트’(인도)와 경쟁한다. 골든글로브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2020년 한국영화 최초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고, 지난해는 한국계 미국인 리 아이작 정(정이삭) 감독이 연출한 ‘미나리’가 외국어영화상을 받았다. 올해 1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오영수 배우는 TV드라마 부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HFPA의 인종 및 성차별 논란, 운영진의 부패 의혹 등으로 보이콧 운동이 벌어져 지난해 생중계되지 못했다. 미 NBC방송은 HFPA의 쇄신 노력을 받아들여 내년에 시상식을 다시 중계하기로 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3일 오후 7시(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더타임스센터 공연장. 관객 300여 명이 객석을 가득 채운 가운데 한국인 재즈 작곡가이자 빅밴드 ‘지혜리 오케스트라’의 리더인 이지혜 씨(40)가 무대에 섰다. 이날 열린 ‘Young Korean Artist Series: Jihye Lee Orchestra’는 한국인이 이끄는 재즈 오케스트라가 미국 중형급 이상의 공연장에서 처음 갖는 단독 공연이다. 지혜리 오케스트라는 지난해 발매된 앨범 ‘Daring Mind’의 수록곡 ‘Relentless Mind’를 시작으로 한국 전통 민요를 재즈로 편곡한 ‘새타령’과 ‘아리랑’, 이 씨의 할머니를 모티브로 한 ‘Born in 1935’, 이민자에 대한 위로를 담은 ‘Nowhere Home’ 등 모두 9곡을 연주했다. 이번 공연은 CJ문화재단과 뉴욕한국문화원이 주최했다. 7일 화상으로 만난 이 씨는 “10일(현지 시간) 열리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재즈페스티벌에 주요 공연자로 초청돼 현지에서 공연 연습 중이다”라고 했다. “뉴욕 공연은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뛰어요. 뉴욕에서 가장 유명한 ‘블루노트’ 같은 재즈클럽도 꽉 차야 100명 안팎인데, 300여 명 앞에서 공연을 한 거잖아요. 한국 재즈 아티스트에 대한 이미지를 한 차원 끌어올린 것 같아 뿌듯했어요.” 동덕여대 실용음악과에서 보컬을 전공한 이 씨는 CJ문화재단 장학생으로 선발돼 미국 버클리음대에서 보컬과 재즈 작곡을 전공했다. 맨해튼음대에선 재즈 작곡 석사 과정을 밟았다. 그를 세계적으로 알린 계기는 지난해 발매한 두 번째 재즈 오케스트라 앨범 ‘Daring Mind’였다. 뉴욕타임스(NYT)는 이 앨범을 ‘지금 들어봐야 할 클래식음반’ 5개 중 하나로 꼽았다. 올해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재즈앨범상도 받았다. 탄탄한 경력을 쌓았지만 재즈계에선 비주류인 여성 아시아 뮤지션인 그는 “언제나 음악을 통해 나를 얘기함과 동시에 시대를 말하고 싶다”고 했다. 첫 번째 재즈 오케스트라 앨범 ‘April’(2016년)에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위한 곡을 담은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내년에 선보일 3집 앨범에는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담으려 한다. “미국에서 활동하며 ‘뿌리 없이 숨겨진 나무’ 같다는 생각을 자주 했어요. 그러다 보니 언제나 내 나라와 민족을 자주 떠올립니다. ‘같은 선조를 공유한다는 건 강한 힘을 갖는 거구나’를 느끼죠.” ‘Daring Mind’의 대중적 성공에 이어 미국과 독일 초청 공연까지. 이 씨는 큰 도약을 이뤘지만 의외로 담담했다. 그는 “외부의 평가에 연연하기보다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려 한다”고 말했다. “곡을 쓸 때 남의 눈치를 안 보려 해요.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각광받는 시대에 살고 있잖아요. 전 보컬 출신이라서, 한국인이라서, 여성이라서 겪은 우여곡절이 있어요. 나의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를 재즈를 통해 세계에서 듣고 즐기는 날을 꿈꿉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3일 오후 7시(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더타임즈센터 공연장. 300여 명의 관객들로 가득 찬 객석 앞 무대 한가운데에 한국인 재즈 작곡가이자 빅밴드(12~20인조 재즈 오케스트라) 리더인 이지혜 씨(40)가 섰다. 이곳에서 이 씨가 이끄는 재즈 오케스트라의 공연 ‘Young Korean Artist Series ‘Jihye Lee Orchestra‘’가 열렸다. 미 중형급 이상 규모의 공연장에서 한국인이 이끄는 재즈 오케스트라가 단독 공연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 지난해 발매된 앨범 ‘Daring Mind’의 수록곡 ‘Relentless Mind’로 포문을 연 이 씨는 한국 전통민요를 재즈로 편곡한 ‘새타령’과 ‘아리랑’, 어머니와 할머니의 삶에 대해 쓴 곡 ‘Eight Letters’와 ‘Born in 1935’, 이민자를 향한 위로를 담은 곡 ‘Nowhere Home’ 등 9곡을 연주했다. 공연은 CJ문화재단(이사장 이재현)과 뉴욕한국문화원이 공동 주최했다. 이번 공연을 시작으로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아티스트들의 공연 개최를 도와 해외에서의 K콘텐츠의 확산에 기여하겠다는 게 CJ문화재단의 목표다. ●뉴욕 한복판에서 300명 관객 앞 공연 7일 오후 화상으로 만난 이 씨는 아직도 공연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듯 상기된 표정이었다. 그는 독일 재즈페스티벌에 초청돼 프랑크푸르트에서 매일 공연 연습을 하고 있다고 했다. “뉴욕에서 가장 유명한 버드랜드, 블루노트같은 재즈클럽도 꽉 차야 관객이 100명 안팎인데 전 300명 넘는 관객 앞에서 재즈 공연을 한 거잖아요. 국위선양이라고 하기엔 거창하지만 한국 재즈 아티스트에 대한 이미지를 한 차원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린 것 같아 뿌듯했어요.” 이 씨는 세계에서 주목받는 재즈 뮤지션이다. 동덕여대 실용음악과에서 보컬을 전공한 그는 미국 버클리음대 보컬과 재즈 작곡 복수전공을 했고, 맨해튼 음대 재즈 작곡 석사 과정을 밟았다. 그의 이름을 알린 계기는 지난해 모테마 뮤직 레이블에서 발매한 두 번째 재즈 오케스트라 앨범 ‘Daring Mind.’ 뉴욕타임즈는 이 앨범을 ‘지금 들어봐야 할 클래식 음반’ 5개 중 하나로 선정했다. 스포티파이 연말결산 재즈부문 4위, 영국 가디언 선정 재즈앨범 6위에 올랐다. 올해는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재즈앨범상을 수상했다. 이 씨는 그날 공연에서 가장 전율이 왔던 순간으로 ‘Born in 1935’를 연주할 때를 꼽았다. 객석 중간 중간에서 보이는 한국인들을 보며 고향에 있는 부모와 팬데믹 기간 돌아가신 할머니가 겹쳐보여서 였을까. Born in 1935를 연주하며 눈물을 흘렸다.“할머니의 삶에 대해 쓴 곡을 연주하는데 눈물이 나는 거에요. 그 위로와 감동의 감정이 공연장에 가득했다고 생각해요. 공연장을 찾은 많은 한국 동포 분들은 모두 다른 배경에서 왔지만 우리의 뿌리가 한국이라는 것은 같아요. 직접적으로 드러내려 하지 않아도 그 음악에 담긴 한국적인 혼을 관객들도 느낀 것 같아요.”●‘나’와 ‘시대’를 동시에 말하는 뮤지션, 이지혜 중학생 때부터 작곡에 관심이 컸던 그는 집에 있던 유일한 악기였던 리코더로 코드를 바꿔 만화 주제가를 불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베이스를 치던 친구를 만나 음악에 입문한 그는 독학으로 화성학을 공부해 동덕여대 실용음악과에 진학한 뒤 보컬리스트 교육을 받았다. 싱어송라이터 ‘지요’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해 2007년 첫 싱글 ‘개화’로 데뷔했고, 2010년 ‘갈림길’ 등 네 곡을 묶어 첫 정규 앨범을 발매하기도 했다. 안정적인 한국에서의 삶을 포기하고 2011년 혈혈단신으로 미국 뉴욕행을 택한 이유는 공허함 때문이었다. “도달하진 못했지만 언젠가 가야할 목적지가 보이면 계속 가는데, 한국에서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면서 제가 가야할 길이 보이지 않았어요. 제가 보지 못한 세계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던 찰나에 대학 교수님이 외국에 나가서 제대로 음악을 공부해보라고 권하신게 게 유학을 떠난 계기가 됐죠.”미국에서 재즈 작곡을 공부한 그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빅밴드로 향했다. 2015년 버클리음대 스승인 그레그 홉킨스 교수, 관악 파트 학과장 등 버클리 음대 교수로 구성된 18인조 밴드를 꾸렸고, 1년 반 동안 8개의 빅밴드 곡을 썼다. 빅밴드는 피아노, 베이스, 드럼에 더해 관악기인 트럼펫, 트럼본, 우드윈드로 구성된 12~18인조 관악 밴드다. 악기가 많기에 작곡이 어렵고 밴드를 꾸리거나 앨범을 발매하는 비용도 많이 든다. 2~5인조 소규모 재즈 밴드에 비해 인지도도 떨어진다. “내 팔레트에 물감이 한 개 있는 것과 다섯 개 있는 것의 차이랄까요. 물감을 많이 둘수록 표현할 수 있는 스펙트럼이 넓어져요. 작곡가에게 물감의 개수를 늘리고 싶은 건 본능인 것 같아요. 팔레트 물감을 하나만 쓸 때와, 전부 다 쓸 때의 다이나믹의 선이 엄청 가파른데, 거기서 오는 카타르시스가 빅밴드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아요.” 보컬전공의 재즈 작곡가, 미국 뉴욕의 한국인 여성 재즈 뮤지션, 재즈 중에서도 소수인 빅밴드의 리더. 늘 소수자가 되길 자처했기 때문일까. 이지혜의 음악은 ‘나’를 이야기함과 동시에 ‘시대’를 말한다. 소외된 삶을 살아봤기에 그의 음악은 자연스럽게 소수자를 대변하는 음색을 띈다. 그는 첫 번째 재즈 오케스트라 앨범 ‘April’(2016년)에 세월호 희생자들을 향한 위로의 곡을 실었고, 차기 앨범에는 한국인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담으려 한다.“미국에 혈혈단신으로 건너와서 내가 뿌리 없이 숨겨진 나무와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내가 위태로울 때 어디에 기대야 하지’라는 생각은 나이가 들어도 사라지지 않아요. 그러다보니 항상 조국과 혈통에 대해 생각합니다. ‘같은 선조와 문화를 공유하는 것이 정말 강한 힘을 갖는구나. 나는 결국 거기에서 벗어날 수 없구나’라는 생각이요. 그걸 음악으로 풀어내고 싶어요.”●“내게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가 세계에서 소비되길” 11년 간 뉴욕 재즈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한 그에게는 달걀로 끼니를 때우며 생계를 걱정해야 했을 때도 있었다. 앨범을 낼 여력이 안 돼 지금까지 낸 정규앨범 2장은 모두 크라우드 펀딩 모금을 했다. 그런 그에게 지난해 Daring Mind의 성공은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 그는 최근 독일의 빅밴드 초청을 받아 재즈페스티벌 헤드라이너로 공연을 연다. 빅밴드가 가장 활성화된 유럽 빅밴드 공연은 재즈 뮤지션에게 등용문으로 여겨진다.“가디언지 4위, 스포티파이 6위 같은 화려한 수식어가 따라왔지만 하루아침에 일상이 달라지진 않아요. 다만 내가 꺼내놓은 에너지가 내게 돌아와서 나를 새롭게 해준다는 생각이 들어요. 2021년 나온 앨범의 에너지가 돌아와서 나를 다른 곳으로 데려다주는 느낌이죠.” 앨범 ‘Daring Mind‘의 대중적 성공, 미국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서의 공연, 독일 빅밴드의 초청까지. 그의 커리어는 상승곡선을 그리는 중이지만 이 씨는 외부의 평가에 연연하기보다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 “음악을 쓸 때 남 눈치를 안 보려 해요. 가장 개인적인 것이 공공연하게 소비되는 시대를 살고 있잖아요. 제겐 보컬 출신으로서, 한국인으로서, 여성으로서 겪은 우여곡절이 있어요, 재즈라는 타국의 예술을 통해 나에게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가 세계에서 소비되는 날을 꿈꿉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어쩌면 이런 형식의 연주회는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겠네요.”(사전 인터뷰에서) 짙은 색깔의 재킷에 검은색 셔츠. 1시간가량 진행된 일본 음악가 사카모토 류이치(70)의 연주회는 누가 봐도 ‘종언(終焉)’을 고하는 분위기가 여실했다. 백발에 야윈 기색이 역력한 사카모토는 연주회 내내 ‘딱 한 번’ 미소를 지었을 뿐이었다. 11일 낮 12시 처음 공개된 온라인 콘서트 ‘류이치 사카모토: 플레잉 더 피아노 2022’는 2020년 12월 무관객 피아노 솔로 콘서트 이후 2년 만에 가진 공연. 지난해 1월 직장암 투병 사실을 밝힌 사카모토는 그간 수술대에 6번이나 올랐다. 도쿄 NHK방송센터에서 녹화한 영상을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송출하는 방식을 택한 것도 “라이브로 콘서트할 체력이 안 된다”는 그의 의사를 반영했다. 영화 ‘리틀 부다’의 배경음악(OST)인 ‘Improvisation on Little Buddha Theme’로 시작된 공연은 모두 13곡의 음악이 연주됐다. 초반부는 투병 생활에 힘겨운 심경이 반영된 듯 어두운 곡들이 많았다. 흑백으로 처리된 영상에서 사카모토는 앞으로 쏟아질 듯 고개를 묻은 채 연주에 전념했다. 앨범 ‘L.O.L’의 오프닝 테마와 영화 ‘토니 타키타니’ OST ‘Solitude’의 스산한 멜로디는 영혼이 실린 듯 묵직하면서도 또렷했다. 연주회의 하이라이트는 그를 대표하는 음악 3곡이 연이어 연주되던 순간. ‘The Sheltering Sky’(영화 ‘마지막 사랑’ OST), ‘The Last Emperor’(‘마지막 황제’ OST), ‘Merry Christmas Mr. Lawrence’(‘전장의 크리스마스’ OST)가 나뭇가지처럼 야윈 손가락을 타고 강렬하게 퍼져 나갔다. 마지막 황제를 연주하는 클라이맥스에선 사카모토의 거친 숨소리가 살짝 들려오기도 했다. 사카모토가 한 번의 미소를 보여준 것도 이때였다. 입을 꽉 다문 채 내내 굳은 표정이었지만 ‘Merry Christmas Mr. Lawrence’를 연주하며 숙제를 끝낸 아이처럼 잠시 평온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공연이 끝나자 그는 “이 모든 시간을 지나니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듯하다”는 묘한 선문답을 남기기도 했다. 이번 온라인 공연은 12일까지 한국과 일본, 독일, 프랑스 등 30개국에서 방영된다. 공연을 관람한 이들은 내년 사카모토의 생일인 1월 17일에 발매하는 새 앨범 ‘12’도 들을 수 있다. 공연 티켓 가격은 30달러(약 3만9000원).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올 7월 데뷔해 케이팝 ‘4세대 걸그룹’ 대표주자 중 하나로 꼽히는 ‘뉴진스’(사진)의 데뷔곡 ‘쿠키’가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선정한 ‘2022년 최고의 노래(Best Songs)’ 가운데 하나로 뽑혔다. NYT는 7일(현지 시간) 최고의 노래 70곡을 발표하며 쿠키를 “인상적인 케이팝 걸그룹 뉴진스의 데뷔앨범 가운데 최고의 곡”이라며 목록에 올렸다. 올해 NYT 최고의 노래에 포함된 한국 음악은 쿠키가 유일하다. NYT 대중음악평론가인 존 캐러머니카는 “쿠키의 가장 놀라운 점은 과하지 않은 절제미”라며 “수십 년 전 유행한 R&B 장르를 쾌활한 은유로 풀어냈으며, 매력적인 저지 클럽(1990년대 유행한 일렉트로닉 댄스음악 장르)으로 곡을 마무리했다”고 칭찬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스티브 잡스 자서전 표지 사진으로 잘 알려진 ‘인물 사진의 대가’ 알버트 왓슨(80)의 사진전이 8일부터 내년 3월 30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다. 그의 아시아 및 국내 첫 전시회인 ‘왓슨, 더 마에스트로―알버트 왓슨 사진전’에서는 데뷔작부터 유명인사 및 풍경 사진 등 125점이 소개된다. 왓슨이 촬영한 보그, 롤링스톤의 표지 사진과 작업 과정이 담긴 영상도 전시된다. 영국 스코틀랜드 출신인 왓슨은 1973년 패션잡지 ‘하퍼스바자’의 크리스마스호 표지모델로 영화감독 앨프리드 히치콕을 촬영하며 이름을 알렸다. 무심한 얼굴로 죽은 거위 목을 잡은 히치콕 사진은 왓슨을 스타로 만들었다. 이후 케이트 모스, 데이비드 보위, 앤디 워홀 등 당대의 아이콘을 사진에 담았다. 2006년 잡스는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을 촬영하는 잡지사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당시 사진가가 왓슨이었다. 왓슨은 “당신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4, 5명이 테이블 맞은편에 앉아 있고 당신은 옳다고 확신하는 상황을 떠올려 보라”고 주문했다. 잡스는 상체를 앞으로 숙인 채 엄지를 턱에 올렸고, 왓슨은 20분간 이 모습을 담았다. 잡스가 “내 사진 중 가장 맘에 든다”고 했던 이 사진은 그의 자서전 표지가 됐다. 왓슨은 ‘포토 디스트릭트 뉴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20인의 사진작가 중 한 명이다. 2010년 영국 왕립사진협회 명예회원이 됐고, 2015년 대영제국 훈장을 받았다. 8일 개막식에 참석한 왓슨은 전시회 기간 특강과 작가 도슨트로 관객을 만난다. 성인 2만 원, 청소년 1만6000원, 어린이 1만1000원.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