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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대표가 고향인 부산은 내팽개치고 전남에서 민주당을 상대로 집안싸움을 주도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주철현 최고위원)“민주당의 자제를 촉구한다. 선거 끝나고 다시는 안 볼 사이처럼 굴지는 말자.” (조국혁신당 이규원 대변인)다음달 16일 치러지는 부산 금정구청장, 인천 강화군수, 전남 영광군수, 곡성군수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본격 선거 모드에 돌입했다. 조 대표가 추석 연휴 기간 전남에서 ‘한달살이 선거운동’을 시작한 가운데 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21일 강화군을 시작으로 선거 지역을 차례로 찾기로 하는 등 양당 간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지명직 최고위원인 주 최고위원은 2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공개적으로 조 대표를 비판했다. 그는 “조 대표는 윤석열 정권에 맞서는 쇄빙선을 자임했던 초심을 되돌아보라”며 “지금은 진보진영이 똘똘 뭉쳐서 외연을 확장하고 윤석열 독재 정권의 폭주를 막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황명선 재·보궐선거 지원단장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조 대표가 영광에서 한 달 살기를 한다는데, 민주당에서도 박지원 정청래 한준호 의원이 한 달 살기를 시작했다”고 했다. 그 동안 재·보궐 선거와 관련해 말을 아끼던 이 대표도 주말부터 본격 선거 채비에 나선다. 황정아 대변인은 “이 대표가 이번 주 토요일 강화를 방문하고 23일에는 영광군에서 현장 최고위를 연다”며 “24일에는 곡성을 방문하고, 25일에는 금정에서 현장 최고위를 열 것”이라고 했다.민주당의 공세에 조국혁신당도 반격했다. 이 대변인은“민주당이 급하긴 급한 모양”이라며 “혁신당에 대한 비난이 위험수위를 넘나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 대표는 부산을 내팽개친 적 없다”며 “(부산 금정구청장 선거) 후보 단일화 제안을 했는데, 이에 아무런 답이 없는 쪽은 민주당 아니냐”고 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국회의원들은 우리보다 많이 배우고 잘난 사람들 아닌가. 그런데 정치인들은 우리 같은 사람도 잘 안 쓰는 막말을 마구 하더라. 그런 사람들이 국민의 대표라니 창피하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5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얼마 전 민생 현장을 방문했을 때 들은 이야기”라며 한 말이다. 그는 “차마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며 “막말과 폭언, 인신공격 등을 하는 나쁜 국회의원을 강하게 제재하자”고 했다. ‘국회의원 윤리실천법’을 제정해 영국이나 미국 의회처럼 서로를 향한 증오 표현은 법으로 금지하고, 독일 의회처럼 모욕적 발언을 하는 경우엔 국회의원 면책특권도 적용하지 말자는 취지다. 하지만 정작 그가 이 말을 하는 중에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석에선 고성과 야유가 쏟아졌다. 전날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연설할 때도 여야 의원석에선 서로를 향한 유치하기 짝이 없는 비난과 조롱이 이어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헌법을 준수하고 있습니까”라는 박 원내대표의 말에 여당은 “네”라고, 야당은 “아니요”라고 외쳤다. 이날 방청을 와서 이 광경을 고스란히 지켜보던 초등학생 120여 명 앞에서 어른들의 낯이 뜨거워지는 순간이었다. 22대 국회에선 막말과 폭언이 어느덧 ‘뉴노멀’이 되어가고 있다. 당장 이날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는 “꼬붕”과 “빌런” 공방 속 파행됐다. 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사위원장이 전날 자신을 ‘빌런(악당)’이라고 부른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그런 악당 위원장과 같은 공간에서 회의하는 여러분은 악당의 꼬붕이냐”고 하면서다. 결국 심우정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논의는 하지도 못했다. 비슷한 시간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에서는 ‘나치’ 공방이 벌어졌다. 국민의힘 엄태영 의원이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계엄령 의혹’을 비판하며 “야권의 선전 선동이 나치의 방식과 비슷하다”고 하자 민주당 의원들은 “나치는 척결과 타도의 대상인데 공식 석상에서 이렇게 민주당을 폄훼하나”라고 반발했다. 대통령실도 2일 이 대표 등을 향해 “나치, 스탈린 전체주의의 선동정치를 닮아가고 있다”고 했다. 왜 먼 나라 한국 땅의 정치인들이 서로를 나치라고 저격하는지 독일 사람들이 들으면 황당할 것 같다. 2일 김용현 국방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선 ‘레닌’과 ‘또라이’의 대결이 펼쳐졌다. 국민의힘 강선영 의원이 이 대표를 레닌과 비교하며 비판하자 민주당 의원들이 “또라이”라고 맞받은 것. 회의는 결국 파행됐고,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 검증 역시 뒷전이 됐다. 결국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는 기한 내에 채택되지 않았고, 대통령은 그냥 임명했다. 이럴 거면 대체 국회 인사청문회를 왜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 든다. 22대 국회의원들에게 품위까진 바라지도 않는다. 적어도 사회 생활을 위한 최소한의 기본만이라도 갖추자는 거다. 요즘 초등학생도 학교에서 폭언을 하면 즉각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로 회부돼 징계를 받는다. 하물며 왜 국민 세금을 받고 일하는 어른들이 수준 미달의 폭력 장면만 보여주는가. 김지현 정치부 차장 jhk85@donga.com}
“여야 의원 여러분, 제가 국민들부터 자주 듣는 얘기가 있습니다. ‘국회의원들은 우리보다 많이 배우고 잘난 사람들 아닌가. 그런데 정치인들은 우리 같은 사람도 잘 안 쓰는 막말을 마구 하더라. 그런 사람들이 우리 국민의 대표라니 창피하다’. 얼마 전 민생 현장을 방문했을 때도 비슷한 얘기를 또 들었습니다. 차마 얼굴을 들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 정치가 언제까지 이런 소리를 들어야 합니까?”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5일 22대 국회 첫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 나서 ‘국회의원 윤리실천법’, 이른바 ‘막말 금지법’ 제정을 제안하며 이같이 호소했습니다. 국민의 대표라는 사람들이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서로를 향해 폭언을 쏟아내는 점을 지적하며 윤리 규범을 강화하자는 거죠. 영국이나 미국 의회처럼 서로를 향한 증오 표현은 아예 법으로 막고, 독일 의회처럼 모욕적 발언을 하는 경우엔 면책특권도 적용하지 말자는 겁니다.추 원내대표는 “여러 군데 분산돼 있는 윤리 규정을 통합하고, 추상적이고 선언적인 윤리 규정을 구체화해서 법으로 만들자”라면서도 “그래서 명예를 훼손하는 막말과 폭언, 인신공격, 허위 사실 유포, 근거 없는 비방, 정쟁을 겨냥한 위헌적인 법률 발의를 하는 나쁜 국회의원들은 강하게 제재합시다”라고 했습니다. 여기서 ‘정쟁을 겨냥한 위헌적인 법률 발의를 하는 나쁜 국회의원’은 사실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지칭한 공격이죠. 결국 서로 말을 조심하자고 외치는 그 순간에도 민주당 의원석에선 고성과 야유가 터져 나왔습니다. 결국 우원식 국회의장이 나서 “국민이 많이 지켜보고 있고, 방청객도 있다”고 경고했지만 50분가량 이어진 연설 동안 국민의힘 의석에선 40여 차례의 박수가, 동시에 민주당 의석에선 40여 차례의 야유가 쏟아졌습니다. 전날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의 연설할 때도 여야 의원석에선 서로를 향한 유치하기 짝이 없는 비난과 조롱이 이어졌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헌법을 준수하고 있습니까”라는 박 원내대표의 말에 여당은 “네”라고, 야당은 “아니오”라고 외쳤습니다. 박 원내대표가 “대통령은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라고 외치자, 야당은 “아무거도 안 해요!”라고 답하고, “말과 행동이 전혀 다른 표리부동, 격노할 줄만 알았지 책임질 줄은 모르는 무책임”이라고 정권을 비판하자 여당 의원석에선 “민주당 얘기 그만하세요”라는 조롱이 터져 나왔습니다. 이날 하필 방청을 와서 40여 분 간 이 광경을 고스란히 지켜봐야 했던 초등학생 120여 명 앞에서 어른들의 낯이 뜨거워지는 순간이었습니다.22대 국회에선 이런 막말과 폭언이 어느덧 ‘뉴노멀’이 되어가는 듯 합니다. 원래 폭력은 폭력을 부르기 때문에 점점 더 그 강도와 수위가 올라가기 마련이죠. 상임위 도중에도 여야 의원들의 서로를 향한 폭언은 하루가 멀게 반복되고 있습니다. 당장 추 원내대표가 국회의원 윤리실천법이라도 만들자고 호소하던 그날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는 “꼬붕”과 “빌런”의 공방 속 파행됐습니다. “여당 위원들이 전날 기자회견에서 저를 ‘빌런’이라고 비난했는데 상당히 모욕적이다. 빌런의 사전적 개념을 찾아봤는데 ‘악당’, ‘악한’, ‘악인’, ‘범죄자’다. 매우 불쾌하고, 그런 악당 위원장과 함께 회의를 하는 여러분은 악당의 꼬붕인가.”(정청래 법사위원장)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발의한 세 번째 채 상병 특검법이 전날 법사위 전체 회의에 야당 단독으로 상정되자 이에 반발하며 정 위원장을 ‘빌런’이라 지칭했죠. 정 위원장은 “진정한 대한민국의 악당은 헌법 정신을 부정한 윤석열 대통령”이라고도 했습니다. 이날 야당 법사위원들은 “국민의힘 의원들의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이 없으면 정상적으로 회의를 진행할 수 없다”고 했고, 결국 심우정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논의는 해보지도 못한 채 불발됐습니다.비슷한 시각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장에서는 ‘나치’ 발언을 둘러싼 여야 간 설전이 한창 이어졌습니다.“(독일 나치 선전 선동의 대가 괴벨스 발언 중) ‘거짓말도 매일 말하면 진실이 된다’는 말이 이다. 야권의 선전 선동이 나치의 방식과 비슷하다, 여기서 배워오지 않았나, 이런 의심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국민의힘 엄태영 의원)“야당에 대한 모독이라고 생각한다. 엄태영 의원의 이 발언과 PT 자료에 대해 삭제를 요청하고 아울러 사과의 말씀을 요청드린다.”(민주당 허영 의원)“나치는 척결과 타도의 대상이다. 공식 석상에서 민주당을 이렇게 폄훼한다면 어떻게 더 회의를 진행하겠느냐.”(민주당 김영진 의원)앞서 대통령실도 지난 2일 공식 브리핑에서 이 대표가 최근 당 대표 회담 모두발언에서 ‘계엄령’을 언급한 것에 대해 “나치, 스탈린 전체주의의 선동정치를 닮아 가고 있다. 근거가 없다면 괴담 유포당, 가짜뉴스 보도당이라고 불러도 마땅하다”고 맹폭한 바 있죠. 유럽 등 서구권에선 나치식 경례 동작 및 상징물은 물론이고, 상대방을 나치에 비유하는 것도 금기시됩니다. 왜 먼 나라 한국 땅의 정치인들이 서로를 향해 나치라고 저격하는지 독일 사람들이 들으면 황당할 듯 합니다.이번주에 이 대표는 나치 뿐 아니라 레닌에도 비유됐었죠.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느라 바쁜 한 주였네요. 9월 2일 밤까지 이어진 김용현 국방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국민의힘 강선영 의원은 “이재명 대표의 평화혁명론, 이 책을 읽으면서 저는 1917년 레닌의 볼셰비키 (혁명이) 연상된다”며 “레닌이 주장한 군주제혁명, 토지혁명, 빵혁명, 평화혁명은 이 대표의 정치·경제·복지·평화 혁명과 유사한 궤를 한다”고 했습니다. 이 대표 사상이 구소련의 초대 최고지도자였던, 블라디미르 레닌과 유사하다는 겁니다. 그는 이어 “현재 대한민국에 이러한 사상을 가진 분들이 다수당 대표로 국회를 장악하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이에 맞은편에 앉아있던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또라이구만”이라고 강 의원 면전에서 비난성 발언을 했습니다. 그러자 여군 최초의 2성 장군 출신인 강 의원은 기다렸다는 듯이 “동료의원에게 또라이라고 말하는!” 이라고 고성을 내질렀고요. 이에 더 많은 민주당 의원들이 “또라이지!”라고 합심해 외치면서 결국 인사청문회는 또 파행됐습니다. 이들이 다음날까지도 서로를 향해 의원직 제명과 사과를 요구하는 탓에 정작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 검증은 또 뒷전이 됐고요. 그렇게 파행된 인사청문회는 끝내 재개되지 않았고, 윤 대통령은 김 후보를 그대로 국방부 장관으로 임명했습니다. 대체 국회 인사청문회를 왜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드는 수준입니다. 저질 막말과 폭력이 난무하는 22대 국회를 두고 누군가는 자극적인 유튜브 탓을, 또 누군가는 강성 지지층 탓을 합니다. 그런데 사실, 어디서 굳이 원인을 찾을 것도 없습니다. 서로 면전에서 그런 말을 서슴없이 한다는 것 자체가 사회 생활을 위한 최소한의 기본이 안 된 사람들인 겁니다. 보통 초등학생들에게 “아무리 화가 나도 친구에게 욕을 하면 안 돼요”라고 가르치죠. 심지어 요즘 초등학교에서도 막말을 하면 즉각 ‘폭력’으로 간주돼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열리고 징계가 내려집니다.국회의원들에게 품위까진 바라지도 않습니다. 다만 적어도 최소한의 사회규범만이라도 지키자는 겁니다. 왜 국민 세금으로 월급받으면서 수준 이하의 폭력적 장면만 보여주는 겁니까.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월요일이 걱정된다. 제발 오늘이라도 금투세 폐지 발표해라.” “이재명과 민주당이 금투세를 시행하면 국민 심판을 받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블로그에 주말 동안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요구하는 주식 투자자들의 댓글이 쏟아졌다. 6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증시가 일제히 하락하면서 한국 증시도 약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내년 1월 1일 시행을 앞둔 금투세라도 폐지하라는 항의가 빗발친 것. 앞서 당 대표 회담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금투세 폐지를 요구했으나, 이 대표는 주식시장 활성화 방안 등과 함께 종합적으로 추가 검토하자고 제안했다. 민주당은 금투세 기본 공제한도를 연 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늘리는 내용 등을 담은 관련 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8일 이 대표 블로그의 가장 최근 게시물인 ‘22대 국회 개원식’ 관련 글엔 총 1만1075개 댓글이 달렸는데, 대부분이 내용과 관계없는 금투세 폐지 댓글이었다. ‘어떤 정책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다 앞설 순 없습니다’라는 글에도 금투세를 ‘이재명세’라고 부르며 “이재명세 폐지 없이 민주당은 패망한다” “이재명세는 악법이다” “금투세 폐지만이 민주당이 살길”이라는 등 댓글 2만1225개가 달렸다. 국민의힘도 총공세에 나서 이 대표를 압박했다. 박상수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부자에게 중과세해야 한다’라는 민주당의 오랜 전통적 기조를 거스르기 어려운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이제 민주당도 오래된 낡은 신념을 뚫고 청년과 개미 투자자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 용기를 낼 때가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금투세 유예를 넘어 폐지까지 결심하라”며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표의 결심과 함께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도 전날 “올해 정기 국회에서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을 막지 못한다면 당장 내년 증시는 폭락할 것”이라고 이 대표 압박에 가세했다. 이를 두고 최근 민주당이 연일 한 대표를 향해 ‘제3자 추천’ 방식의 채 상병 특검법 발의를 압박하면서 여권 내 갈등을 자극하는 것과 동일한 방식으로 국민의힘이 역공에 나섰다는 해석도 나온다. 민주당은 추석 연휴가 끝난 뒤인 24일 당 차원의 금투세 관련 공개 토론회를 열 예정이다. 그동안 금투세 폐지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혀온 민주당 이소영 의원은 “민주당 내 의원들과 지도부 일각의 (금투세에 대한) 분위기가 변하고 있다”며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반전을 만들어 보겠다”고 했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국민의힘 인요한 최고위원이 5일 지인의 수술을 부탁한 정황이 담긴 문자메시지(사진)를 주고받은 장면이 포착돼 논란이 일었다. 세브란스병원 교수 출신으로 국민의힘 의료개혁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는 인 최고위원은 이날 본회의장에서 추경호 원내대표의 연설 도중 지인으로부터 받은 문자메시지를 확인했다. 메시지에는 “부탁한 환자 지금 수술 중. 조금 늦으면 죽을 뻔. 너무 위험해서 수술해도 잘 살 수 있을지 걱정이야”라고 적혀 있었고, 인 최고위원은 “감사감사”라고 답변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일반 응급 환자들의 ‘응급실 뺑뺑이’ 사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인 최고위원이 ‘국회의원 찬스’를 쓴 것이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청탁금지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김한규 의원은 인 최고위원의 문자메시지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유하며 “여당 최고위원은 다 방법이 있었군요”라며 “그런데 우리 국민들은 어떡합니까? 이게 나랍니까?”라고 날을 세웠다. 최근 부친상을 당한 김 의원은 자신의 아버지도 응급실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힌 바 있다. 같은 당 노종면 원내대변인도 “응급실 기능이 망가지든 말든 상관이 없겠다는 인식을 짧은 문자메시지 하나에서 다 읽어낼 수 있었다”며 “‘빽’ 있는 권력층은 의료붕괴 상관없다는 뜻 아니냐”고 했다. 민주당 장철민 의원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회의원이 병원에 수술을 청탁하는 것은 김영란법 위반 아닌가”라고 했고, 이에 유철환 권익위원장은 “지침에 위반된다면 당연히 (청탁금지법) 위반일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인 최고위원은 “응급 수술을 부탁한 것이 아니라, 이미 예정된 수술을 잘 부탁한다는 취지로 연락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심우정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여야 의원들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은닉 비자금 환수 필요성을 촉구했다. 심 후보자는 “검찰총장이 되면 판단하겠다”며 조사 가능성을 열어뒀다.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최근 노 전 대통령의 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이혼소송 상고심을 언급하며 “재판 과정에서 ‘선경 300억 원’이라고 적힌 (노 전 대통령 부인) 김옥숙 여사의 메모가 나왔다”며 “결국 범죄로 은닉한 비자금이 계속 형성돼 있던 것이고, 검찰이 추징하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최근 항소심 재판부는 김 여사가 1998년 경 작성한 해당 메모를 증거로 인정해 300억 원이 SK 성장에 쓰였다고 보고, 1조3808억원 상당의 재산분할을 선고한 바 있다.정 위원장은 “(은닉에) 성공한 비자금은 환수할 수 없는가”라며 “법적 개념으로 보면 소급 적용을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있지만, 정의를 세우는 문제와도 충돌한다. 불법 비자금은 환수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의 아들 노재헌 변호사가 이사장으로 있는 동아시아문화센터로 유입된 150억 원도 비자금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현행법에 의해 처벌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심 후보자는 “취임하면 정확히 확인하겠다”고 답했다.국민의힘 송석준 의원도 비자금에 대한 재수사 및 환수 필요성을 촉구했다. 송 의원은 “2018년 문재인 정부에서 (노 전 대통령 일가의) 해외 은닉재산 환수를 위한 합동조사단을 구성했고, 2020년에는 검찰에서 노 전 대통령 일가의 탈세 혐의 (조사)에 대한 움직임이 있었다”며 “검찰총장이 된다면 이러한 문제에 대해 다시 한 번 국민 의혹을 해소할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어 “역대 대통령 누구도 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며 “정확한 법의 잣대를 대라”고 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문재인 전 대통령의 옛 사위 서모 씨의 특혜 채용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문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 수사로 확대되면서 현재 전주지검이 진행 중인 수사를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송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검찰은 논의한 바 없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새 검찰총장이 부임하면 전격적으로 이송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사건의 규모와 성격을 고려해 서울중앙지검이 사건을 이송받아 수사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전직 대통령 일가에 대한 수사로 확대되고 있는 만큼 전국 최대 규모의 검찰청으로 특별수사 전문 인력들이 포진해 있는 서울중앙지검이 수사하는 게 적절하다는 취지다. 서울중앙지검은 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의 ‘인도 타지마할 방문 의혹’과 ‘샤넬 재킷’ 의혹도 형사2부가 맡아 수사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이송은 올 5월에도 거론됐다. 검찰 고위직 인사에서 서울중앙지검 지휘부가 전면 교체되고, 이 사건을 수사하던 이창수 전주지검장과 이승학 형사3부장이 각각 서울중앙지검장과 반부패수사3부장으로 옮기면서다. 2019년 울산지검이 수사하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송한 전례도 있었다. 하지만 박영진 신임 전주지검장이 “이송에 대해 전혀 논의한 바 없다”고 일축하며 전주지검이 수사를 계속 진행했다. 현재도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 전주지검은 모두 “사건 이송에 대해 전혀 협의 중인 바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다만 3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둔 심우정 검찰총장 후보자가 취임하면 전격적으로 이송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전주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한연규)는 올 1월 서 씨 자택 등을 압수수색할 당시 문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를 압수수색 영장에 적시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런데 검찰이 지난달 30일 문 전 대통령의 딸 다혜 씨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며 문 전 대통령을 뇌물수수 혐의 피의자로 적시한 것은 다혜 씨 부부와의 이른바 ‘경제적 공동체’ 관계가 어느 정도 입증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검찰은 증거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다혜 씨를 불러 조사할 방침으로 전해졌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8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아 문 전 대통령을 예방할 계획이다. 민주당은 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를 ‘정치보복’으로 규정하고, 당 차원에서 대응하기로 했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도돌이표 정쟁 정치가 개미지옥처럼 무한 반복되고 있고, 국회의 탄핵소추권 남용과 처분적 입법 남용이 헌법 질서를 위협하고 있다. 이런 악순환을 끊어내자는 말씀을 드린다. 하는 우리도, 보시는 국민도 모두 피곤하잖습니까.”“최근 이 대표와 민주당에 대한 수사나 기소에 관여한 검사들을 상대로 시리즈처럼 해온 민주당의 탄핵은 곧 예정된 (이 대표에 대한) 판결 결과에 불복하기 위한 빌드업으로 보는 분들이 많다. 이건 재판받는 한 개인에 대한 문제가 아니다. 사법부의 재판에 대해 주류 정치세력이 불복하면 민주주의의 위기, 법치주의의 위기가 오고 국민 모두가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현금 살포를 민생 대책으로 말씀하십니다만, 쓸 수 있는 혈세는 한정되어 있고, 개인들이 느끼는 격차의 질과 수준이 다 다르다.”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상대에 대한 인격적 존중이 정말로 필요하다. 존중하지 않으면서 존중하는 척하고 상대에게서 뭔가를 뺏어야겠다, 이런 생각을 갖고 이야기하게 되면 아무것도 이뤄질 수 없다.”“최근 독도, 교과서 문제 등이 있다. 영토를 부정하는, 독도 영유권을 부정하는 행위, 주권을 부정하는 행위, 외국의 침략을 합리화 미화하는 행위, 이것은 국가를 부정하는, 그야말로 윤석열 대통령께서 자주 말씀하시는 반국가적 주장이다.”“(한 대표가 말한) 국회의원 특권 (폐지) 얘기도 중요하지만, 대통령의 소추권도 같은 차원에서 접근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행정적 독재국가로 흘러갈 위험성이 매우 높다. (한 대표가) 법 앞의 평등 말씀하시던데, 제가 보기엔 법 앞에 형식적으로 평등할지 몰라도 검찰 앞에선 불평등하다. 사람에 따라 법 적용이 완전히 달라진다.”“최근 계엄 이야기가 자꾸 나오고 있다. 종전에 만들어졌던 계엄안을 보면 국회가 계엄 해제를 요구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계엄 선포와 동시에 국회의원을 체포‧구금하겠다는 계획을 꾸몄다는 얘기도 있다. 완벽한 독재국가 아니냐.”“가짜뉴스, 거짓말로 상대 음해하거나 폭언하고 비방하고 이러면 대화 안 된다. 잘 보시겠지만 저는 특정 개인 비방을 잘 안 한다. 대화를 막기 때문이다.”“최근 전 정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 볼 수 있는 과도한 조치가 많아지는 거 같다.”금투세, 채상병, 25만 원 이견차만 확인9월 1일 오후 2시 국회 본청 3층 공개홀에 나타난 여야 대표는 이처럼 모두발언부터 팽팽한 기싸움을 벌였습니다. 한 대표가 먼저 준비해 온 원고를 13분 40초 동안 읽자, 이 대표는 이보다 5분 정도 더 길게 18분 20초간 모두발언을 이어갔습니다. 양측은 전날 실무협상에서 모두발언 시간을 애초 합의했던 7분보다 3분 늘린 10분으로 바꿨죠. 막판에 연장까지 했건만 그로도 턱없이 부족했나 봅니다. 특히 한 대표가 최근 민주당의 검사 탄핵을 지적하며 “판결에 불복하기 위한 빌드업 아니냐”고 하자 이 대표도 이에 질세라 “계엄” “대통령 소추권” “독재” 등의 날 선 단어를 줄줄이 읊었습니다. 모두발언부터 이미 잔뜩 냉기가 돌았던 셈입니다. 이 대표 측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대표는 이번 모두발언을 키워드 형태로만 큐카드에 적어 직접 준비해 갔다죠. 한 관계자는 “이 대표가 그 전에 복수의 의원들로부터 계엄령 관련 보고를 길게 받긴 했지만 그 게 모두 발언에 포함될 줄은 몰랐다”고 했습니다. 한 대표도 지난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10월 초로 예상되는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혐의 1심 선고와 관련해 “(민주당이) 어떤 결과가 나오든 간에 재판 결과에 승복하겠다고 선언해줬으면 한다. 회담 과정에서도 이야기하고 싶다”고 했었는데, 그 이야기가 이 대표 면전에서 사법리스크 직격으로 이어진 겁니다. 두 사람은 서로의 날선 모두발언을 나란히 선 채로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거나 옅은 미소를 지어보였습니다.시작부터 심상치 않던 대표 회담은 결국 사실상 ‘빈손’으로 끝났습니다. 약 95분간 이어진 회담에서 양측은 핵심 공식 의제였던 ①채 상병 특검법 ②25만 원 민생 회복 특별지원금 ③금융투자소득세 중 어떤 것에도 합의를 보지 못했습니다. 채 상병 특검법과 관련해 양측은 “허심탄회한 토론이 있었지만 아쉽게도 합의하지 못했다. 각자 생각에 대해 확인하는 수준이었다”(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 “민주당에서 일방적으로 설정하는 기한에 맞춰서 당의 입장을 낼 수 없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어떤 합의는 이루지 못했다”(국민의힘 곽규택 수석대변인)고 각각 밝혔습니다. 민주당이 선별지원 형식으로라도 반드시 관철하겠다고 벼르던 25만 원 특별지원금도 결국 불발됐습니다. 조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저쪽(국민의힘)은 계속 일관되게 ‘현금 살포는 하지 않겠다’는 식의 태도였고 그에 따른 대책을 제대로 제시한 바는 없다”고 했습니다. 반면 곽 수석대변인은 “우린 선별적 부분에 주안점을 둔 거고, 민주당은 기존대로 25만 원 상품권을 통한 일률적 지원을 얘기해서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고 했습니다.양당은 금투세와 관련해서도 “주식 시장의 구조적 문제 등 활성화 방안과 함께 종합적으로 검토, 협의하기로 했다”고만 발표했습니다. 사실 금투세는 한 대표와 이 대표 모두 최소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던 터라 적어도 내년 1월 1일 도입을 유예한다 정도는 합의를 볼 줄 알았는데 말이죠. 이날 비공개 회담에서 한 대표는 폐지를 얘기했고, 이 대표는 상법 개정을 포함한 기업 지배구조 개선 조치 시행 및 ISA 계좌 비과세 한도 확대 등을 패키지로 요구했다 하죠. 조금 더 논의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에 따르면 전날 실무협의 때만 해도 민주당도 금투세 유예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하는데, 국민의힘에서 오해한 게 아니라면 하루 새 기류가 급변한 셈입니다. 이 외에도 공동발표문에 포함된 문구는 대부분 ‘협의’, ‘검토’, ‘논의’, ‘강구’, ‘추진’ 등입니다. 당장 할 수 있는 건 없는 셈입니다.이전에도 ‘따로국밥 회동’ ‘양치기 회동’ ‘100분 대표’ 논란맹탕 결과에 실망하신 분들도 많을 듯 합니다. 11년 만에 공식 의제를 갖고 열린 여야 대표 회담인 데다, 두 사람 모두 여야를 대표하는 대권 주자인 만큼 추석 밥상에 올릴 법한 통 큰 협치를 기대했는데 말입니다. 뭐, 그런데 사실 이전에도 여야 대표 회담에서 성과가 있었던 적은 거의 없습니다. 2013년 6월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국회 근처 한 콩나물국밥집에서 만났었죠. 민생 문제를 다뤄보겠다며 상징적으로 고른 국밥집이었건만, 정말 국밥만 먹고 헤어졌습니다. 이때도 김 대표가 모두발언부터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하면서 시작부터 긴장감이 맴돌았습니다. 결국 회담이 비공개로 전환된 뒤에도 두 사람은 국정조사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결국 다른 의제들은 논의도 못했다 합니다. 이날 밥값은 “정말 중요한 것은 합의하지 못했다”며 황 대표가 계산했죠. 두 사람은 5개월 뒤인 그해 11월 다시 한번 회동을 했지만,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특검 실시 여부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습니다. 콩나물국밥으로 시작해 따로국밥으로 끝난 셈입니다.너무 자주 만난다고 답이 나오는 것도 아닙니다. 2015년 9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부산에서 만나 ‘완전국민경선제 도입’과 ‘권역별 비례대표제’,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 ‘의원 정수’ 등 당시 민감했던 총선 룰을 협상했죠. 하지만 선거구 획정과 비례대표 등 의원 정수 등 핵심은 건드리지도 못한 채 서로 평행선만 이어갔습니다. 두 사람은 선거구 획정안과 쟁점 법안을 논의하겠다며 그해 12월에만 8번을 더 만났건만 어떤 결론도 못 내렸습니다. 당시 정치권에선 “두 사람이 언론 앞에서 ‘쇼’만 한다” “양치기 회동”이라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가장 최근인 2021년 7월 국민의힘 이준적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 간 회동 후엔 ‘합의 번복’ 후폭풍이 있었죠. 코로나가 한창이던 당시 두 사람은 마스크를 낀 채 여의도 한정식집에서 단둘이 만나 전국민 재난지원금 등을 논의했습니다. 양당 수석 대변인은 회동 직후 “추경으로 전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방향으로 결정했다”, “지급시기는 방역상황을 고려해 정하기로 했다”고 브리핑했고요. 하지만 100분 뒤 국민의힘은 “손실을 본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대상과 보상범위를 넓히고 두텁고 충분히 지원하는데 먼저 추경재원을 활용하자는 것”이라며 “그 후 남는 재원이 있으면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 범위를 소득 하위 80%에서 전 국민으로 확대하는 것을, 방역 상황을 고려해 검토하자는 취지로 합의했다”고 다시 공지했습니다. 당내 반발에 한 발 물러서는 모양새였죠.송 대표는 이 대표와 이미 합의한 사안이라고 즉각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민주당에선 ‘100분 만에 합의를 번복했다’며 이 대표를 ‘100분 대표’라고 부르는 등 조롱이 이어졌고요. 이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송 대표가 ‘정부·여당 안의 재난지원금 선별지원(80%)은 선별 비용 등 문제가 될 수 있다. 전 국민 지원으로 가는 게 어떻겠냐’라고 물어서 ‘방식에 문제가 있다면 80%나 100%나 차이는 그렇게 크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답한 것”이라며 “회담이라는 것이 당의 추인을 받아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해명하기도 했습니다.매번 사실상의 빈손 회담이 되풀이되는 것을 보면 여야 대표 회담이 확실히 보통 어려운 자리가 아닌 건 확실해 보입니다. 하지만 거대 양당의 대표라면 꽉 막힌 정국을 풀어낼 기지와, 그에 따른 당 안팎의 후폭풍까지 감당해내는 역량을 보여줘야 할 겁니다. 한 대표는 이날 ‘여야 대표 회담 정례화’를 제안했지만 이 역시도 “정례화보다는 볼 수 있을 때 수시로 만나서 대화하자”는 애매모호한 약속으로 마무리됐습니다. 두 사람이 혹시다시 만나게 된다면 다음번엔 보다 통 큰 리더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길 기대합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8일 연임에 성공하면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두 번째 라운드를 치르게 됐다. 올해 4월 총선 때 양당의 수장으로 이미 한 차례 정면승부를 치렀던 사이다. 두 사람이 6개월도 안 돼서 재등판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선 우려가 적지 않다. 총선 기간 “서로를 심판하겠다”며 갈 데까지 갔던 두 사람이 여야 협치를 이끌어낼 수 있냐는 거다. 전쟁 같았던 총선의 후유증으로 22대 국회는 개원 이후 두 달 넘도록 민생법안을 단 한 건도 처리하지 못했다. 게다가 한 대표는 친윤계 견제에도 60% 넘는 지지를 받았고, 이 대표는 85.40%라는 역대 최고 득표율로 당선됐다. 자기 지지층에 절로 충성하게 되는 숫자다. 두 사람이 나란히 함께 다시 당 대표가 된 데에 대한 기대도 분명히 공존한다. 두 사람 모두 양 진영을 대표하는 유력 대권주자들인 만큼 차기 대선까지 남은 2년 반 동안 정책과 미래 비전, 리더십으로 경쟁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한 중진 의원은 “총선 때처럼 너 죽고 나 살자는 식으로 대선까지 가면 둘 다 필패라는 것을 둘 다 잘 알고 있다”며 “오히려 당보다도 두 사람이 먼저 출구전략을 찾는 데 필사적일 것”이라고 했다.더군다나 ‘연금개혁’ ‘금융투자소득세’ 등 대화의 가능성이 열려 있는 현안도 적지 않다. 이 대표는 18일 당 대표 연임을 확정 지은 직후 한 대표에게 당 대표 간 회담부터 제안했다. 한 대표도 환영 입장을 밝히면서 두 사람은 25일 첫 여야 공식 회담을 하게 됐다. 여야 대표 간 회담은 이준석-송영길 대표 간 회담 이후 3년 1개월 만이니 의미 있는 자리다.‘실용주의’와 ‘민생’을 의제로 잡는다면 두 사람 간 대화는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일단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금투세에 보완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두 대표의 의견이 일치한다. 최근 이 대표는 공제 한도를 현행 연 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늘리자는 대안을 제시한 바 있다. 한 대표도 이 대표를 향해 “금투세 폐지 등 시급한 민생 현안에 대해 조만간 뵙고 말씀 나누겠다”고 했다. 여야가 21대 국회에서 끝내 마무리 짓지 못한 연금개혁도 대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국민의 힘은 민주당에 이달 말까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요구했고, 민주당도 “새 지도부가 꾸려지면 전향적인 판단이 가능할 것”이라는 분위기다.이 대표는 전당대회 직후 “정치라는 게 내 뜻대로 다 하면 가장 좋겠지만 그럴 수 없는 게 본질”이라며 “일방적으로 강행해서 관철할 수 있는 게 아니라면 합리적 수준의 조정도 할 수 있는 게 정치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한 대표도 같은 날 비슷한 시각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당장 목전에 큰 선거를 두고 있지 않다는 점이야말로 진짜 민생 정치를 실천할 기회일 수 있다. 이제 국민들께서 정부 여당을 평가하는 진짜 전장은 민생 정책이 될 것”이라고 했다. 두 사람 모두 충분히 의지는 보인 셈이다.최근 만나는 사람들이 “대체 한국 정치에 답이 있냐”고 물을 때마다 “정말 모르겠다”고 답하곤 했다. ‘노답’ 정치에 이제 출구전략이 필요한 때다. 한동훈, 이재명 두 대표의 2라운드가 그 변화의 첫 시작이 되길 기대한다. 김지현 정치부 차장 jhk85@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8일 전당대회에서 85.40%의 지지를 얻어 당 대표 연임에 성공했습니다. 2년 전 자신이 세운 기록 77.77%보다도 7.63%포인트 오른 수치입니다. 과거의 자신과의 대결에서 승리한 셈입니다. 다시 한번 민주당 수장이 된 이 대표는 지난달 먼저 국민의힘 대표가 된 한동훈 대표와 4월 총선에 이어 두 번째 라운드를 치르게 됐습니다. 6개월도 안 돼서 다시 양당의 수장으로 등판한 두 사람을 두고 정치권에선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 총선을 치르면서 “서로를 심판하겠다”며 말 그대로 갈 데까지 갔던 두 사람이 과연 여야 협치를 이끌 수 있겠느냐는 거죠. “범죄자들은 이 중요한 정치에서 치워버려야 한다.” (3월 28일 서울 유세) “김준혁 후보의 쓰레기 같은 말이 우리 사회에서 용인할 수 있는 말이냐. 그런데 이재명 대표는 이분도 정리하지 않을 것이다. 왜 그런지 아느냐. 자기는 더하다.” (3월 30일 경기 부천시 지원 유세)“이재명 대표는 본인도 인정하다시피 ‘일베’ 출신이다.” (4월 3일 강원 춘천 유세) -한동훈 대표 주요 유세 발언“국민의 주권을 위임받겠다고 하는 정상적인 정치 집단이 하는 일이 아니라 사기 집단이 하는 것” (2월 2일 최고위원회의)“썩은 물 공천, 고인 물 공천을 항의조차 제대로 못 하게 하는, 언론의 입을 틀어막는 ‘입틀막 공천’을 하고 있는 자신들을 되돌아보길 바란다.”(3월 4일 최고위원회의)“동네 강아지도 잘하면 칭찬하고 못하면 혼내야 바른 강아지가 된다.” (4월 3일 경남 창원 의창 유세) -이재명 대표 주요 유세 발언흡사 전쟁 같았던 총선 후유증 속에 22대 국회는 개원 이후 지금까지 민생법안은 아직 단 한 건도 처리하지 못했습니다. 야당은 릴레이 청문회 정국과 입법 폭주를 이어가고 있고 여당과 대통령실은 각각 필리버스터와 재의요구권(거부권)으로 맞서는 무의미한 도돌이표만 반복 중입니다. 게다가 한 대표는 친윤계 견제에도 60% 넘는 지지를 받았고, 이 대표도 85%가 넘는 역대 최고 지지율로 당선됐죠. 각각 자기 진영 지지층에 충성할 수밖에 없는 숫자입니다.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고, 두 사람은 총선 전엔 국회 본회의장에서도 두 차례 맞붙었죠. 지난해 2월과 9월 한 대표는 당시 법무부 장관 자격으로 본회의장 연단에 올라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직접 설명하며 가결시켜 줄 것을 호소했습니다. 당시의 앙금이 총선 과정을 거치면서 더 악화됐을 것으로 해석됩니다.다만 두 사람이 나란히 함께 다시 당 대표가 된 데에 대한 기대감도 분명히 공존합니다. 양 진영을 대표하는 유력 대권주자들인 만큼 차기 대선까지 남은 2년 반 동안 정책 비전과 리더십으로 경쟁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기대감이죠. 한 중진 의원은 “총선 때처럼 ‘너 죽고 나 살자’는 식으로 대선까지 가면 둘 다 필패”라며 “오히려 당보다도 두 대표가 먼저 출구전략을 찾는 데 필사적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제는 진짜 성과로 말해야 하는 두 사람이 제일 마음이 급할 거라는 겁니다.실제 이 대표는 18일 대표직 수락 연설에서 한 대표에게 여야 대표 회담을 제안하며 “시급한 현안들을 격의 없이 의논하자”고 했습니다. 바로 다음날 한 대표도 “조속한 시일 내에 만나자”고 화답하면서 두 사람은 25일 오후 3시 국회에서 대표 회담을 하기로 했습니다. 회담 제안이 나온지 하루 만에 날짜까지 확정 지은 ‘속도전’입니다.이 대표는 구체적으로는 채상병 특검법과 25만 원 전국민 지원금, 지구당 부활 등을 의제로 제안했습니다. 협치 가능성이 있는 실마리들이라고 판단한 듯 합니다. 이 대표는 “무엇보다 가장 큰 쟁점인 채 해병 특검법에 대해 허심탄회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한동훈 대표님도 진상규명을 반대하지는 않을 것입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발의한 특검안이 최선이라 생각하지만, 한 대표님도 제3자 특검 추천안을 제안한 바 있으니, 특검 도입을 전제로 실체 규명을 위한 더 좋은 안이 있는지 열린 논의를 기대합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국민의힘 전당대회 과정에서 제3자 추천 방식의 특검법을 꺼내든 한 대표의 제안을 받겠다는 거죠. 그동안은 이에 대해 반대 입장이었는데, 다시 가능성을 열어둔 겁니다. 그는 ‘왜 생각을 바꾼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생각을 바꾼 건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의회구조의 한계도 있기 때문에, 그 부분까지 포함해서 같이 논의하자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정치라는 게 내 뜻대로 다 하면 가장 좋겠지만 그럴 수 없는 게 본질”이라며 “일방적으로 강행해서 관철할 수 있는 게 아니라면 합리적 수준의 조정도 할 수 있는 게 정치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 대표 측도 “내부 논의를 통해서 여러 가지 의견을 수렴해 가장 합리적인 방안을 찾겠다”고 반응하더군요. 이대로만 논의가 이어져도 놀라운 진전이 될 듯합니다.두 대표는 금융투자소득세에 보완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례적으로 의견 일치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공제 한도를 현행 연 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늘리자는 대안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한 대표도 이 대표 연임 확정 직후 낸 축하 메시지에서 “금투세 폐지 등 시급한 민생 현안에 대해 조만간 뵙고 말씀 나누겠다”고 했고요.21대 국회에서 마무리 짓지 못한 연금 개혁도 대화 복원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겁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에 이달 말까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요구한 상태죠. 민주당은 공식적으로는 “일단 정부 안부터 내라”고 맞서고 있지만,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새 지도부가 꾸려지면 전향적인 판단이 가능할 것이라 본다”고 귀띔하더군요. ‘미래’와 ‘민생’을 키워드로 한다면 여야 대표가 충분히 대화를 시작해 볼 수 있는 분위기입니다.마침 두 대표가 18일 비슷한 시각 서로 다른 장소에서 했던 발언들이 이런 기대가 더 들게 합니다. “당장의 저희가 큰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지 않다는 점이야말로 진짜 민생 정책을 실천하는 기회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야당의) 공세에 대해서 단호하게 맞서야 하지만 이제 국민들께서 우리 정부 여당을 평가하시는 진짜 전장은 민생 정책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정부·여당의 강점은 행정력과 정치가 결합됐을 때 나올 수 있는 시너지입니다. 민생에서 그 시너지를 발휘하고 우리 실력을 보여드려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한동훈 대표, 고위당정협의회에서)“‘긴급한 국가과제는 산적한데, 정치는 대체 뭘 하느냐?’ 국민께서 묻고 계십니다. 정치의 가장 큰 책무는 바로 국민의 삶을 보살피고, 희망과 비전을 만드는 것입니다.”“과학기술발전에 따른 고도의 생산력이 노동소득과 소비 감소로 경기침체를 구조화하고, 극단적 양극화로 사회갈등이 격화되지 않게 해야 합니다. (중략) 이 모든 것이 정치가 할 일입니다. 정치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이재명 대표, 당 대표 수락 연설에서)최근 만나는 사람마다 “대체 한국 정치에 답이 있는거냐”고 많이들 물어봅니다. 그럴 때마다 “정말 모르겠다”고 답하곤 했습니다. 말 그대로 ‘노답’인 정치에 이제 출구전략이 필요한 때입니다. 한동훈, 이재명 두 대표의 2라운드가 정치판이 변화하는 첫 시작이 되길 기대합니다. 너무 나이브한 생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극과 극끼리는 또 통한다 하지 않습니까.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여야 지도부가 18일 김대중 전 대통령(DJ) 서거 15주기를 맞아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추도사를 통해 각각 ‘DJ 정신’ 실천을 강조하면서도 서로를 향한 날 선 지적을 이어갔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추모식에 참석해 “김 전 대통령께서는 2024년의 어떤 정치인보다 더 지금에 맞는, 진영을 초월해서 시대정신을 꿰뚫는 혜안을 보여 줬다”며 “이 말씀들만 지금 실천하면 분명히 지금보다 훨씬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DJ의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한다’는 말을 인용하며 “현실은 어렵지만 결국 우리 정치가 더 많은 사람들의 인생을 아름답게 하고 대한민국의 역사를 더 빨리 발전하게 할 수 있기를 빈다”고도 했다. 야권을 향해 협치를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윤석열 정권 2년 반 만에 민주주의가 무너졌고, 민생경제가 파탄 났으며 한반도 안보와 평화가 깨졌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권은) 대한민국 정체성과 헌법정신을 파괴하는 반민족적 역사 쿠데타까지 감행하고 있다”며 “김 전 대통령의 말씀처럼 불의와 타협하지 않겠다”고 했다. 전당대회에 앞서 추도식을 찾은 이재명 당 대표 후보도 “(DJ의)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은 ‘먹사니즘’의 뿌리”라며 “대통령께서 그러하셨듯 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고,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날 추도식에는 우원식 국회의장을 비롯해 노재헌 김현철 노건호 씨 등 노태우 김영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들도 참석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사진)이 “(과거사 문제 사과에서) 중요한 것은 일본의 마음이다. 마음이 없는 사람을 억지로 다그쳐 사과를 받아내는 것이 과연 진정한가”라고 말해 야당이 강하게 비판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김 차장은 16일 “과거사 문제에서 일본이 고개를 돌리고 필요한 말을 하지 않으면 엄중히 따지고 변화를 시도해야겠지만 우리 청년 세대들, 그리고 우리 기성 세대들도 이제 자신감을 갖고 일본을 대하는 것이 더욱 윈윈의 게임이 되지 않겠는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7일 더불어민주당 한민수 대변인은 “국민의 요구와 목소리에는 귀를 틀어막은 윤석열 정부가 일본은 마음을 헤아려 대변해주고 있으니 황당무계하다”며 “윤석열 정부는 스스로를 대한민국 정부가 아니라 일본이 임명한 조선총독부로 착각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황정아 대변인도 18일 “윤 대통령과 김 차장, 국민의힘은 국민 앞에 사죄하고, 친일매국에 부역하는 행위를 당장 멈추라”고 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1965년 한일 국교 수교 이후 수십 차례에 걸쳐 일본 정부의 과거 식민지 지배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가 있었고 그런 사과에 피로감이 많이 쌓여 있다”며 “자신감에 기반한 한일 관계를 구축한다”란 취지라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한국이 여러 가지 적극적인 역할을 펴는 모습을 (일본이) 경외하게 만듦으로써 한일이 서로 공동 이익을 만들고 또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좀 더 자발적인 한국에 대한 협력을 도출하는 노력도 필요하다”며 “그러한 일본의 마음을 우리가 움직일 수 있어야 된다는 취지”라고 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더불어민주당이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사진)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위원장 시절 법인카드 부정 사용 의혹을 제기하며 윤석열 대통령에게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경사노위 측은 “김 전 위원장이 법인카드를 단 한 푼도 부정 사용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민주당 한민수 대변인은 17일 서면 브리핑에서 “김 후보자는 경사노위 위원장으로 재직하는 22개월 동안 본위원회 대면 회의는 딱 한 차례, 서면 회의도 두 차례밖에 열지 않았는데 5000만 원에 달하는 법인카드를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또 “급여 명목의 수당 약 1억2000만 원을 수령한 것도 어이없는데 법인카드까지 물 쓰듯 펑펑 썼다니 정말 뻔뻔하다”며 윤 대통령을 향해 “업무 능력, 자질, 도덕성 모두 바닥인 김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고 일련의 인사 참사에 대해 국민에게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전날 민주당 이용우 의원은 경사노위에서 제출받은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토대로 김 후보자가 2022년 9월 30일부터 2024년 8월 4일까지 총 365회, 4886만8500원을 법인카드로 지출했다고 밝혔다. 회당 13만3900원, 월평균 222만 원 정도다. 사용 장소는 대부분 서울 종로구 경사노위 사무실 인근 식당이었고 집행 명목은 노동 현안 관련 의견 청취, 업무 추진 관련 의견 수렴 등이었다. 경사노위는 17일 반박자료를 내고 “김 위원장은 경사노위 업무를 총괄하면서 각종 간담회 주재, 관계기관 방문, 업무 관련자 면담 및 의견 청취 등 대내외적으로 다양한 직무를 수행했다”며 “이 과정에서 기획재정부의 업무추진비 집행 지침에 따라 정당하게 사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와 관련된 회의와 간담회 실적 내역도 공개했다. 여기에는 사회적 대화 복귀를 조율하기 위한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위원장 회담 등 한국노총 관련 실적 63건, 전문가 자문단 및 연구회 회의 및 간담회 105건, 중국 베트남 라오스 등 해외 대표단과의 간담회 등이 포함됐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과거사 문제 사과에서) 중요한 것은 일본의 마음이다. 마음이 없는 사람을 억지로 다그쳐 사과를 받아내는 것이 과연 진정한가”라고 말해 야당이 강하게 비판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김 차장은 16일 “과거사 문제에서 일본이 고개를 돌리고 필요한 말을 하지 않으면 엄중히 따지고 변화를 시도해야겠지만 우리 청년 세대들, 그리고 우리 기성 세대들도 이제 자신감을 갖고 일본을 대하는 것이 더욱 윈윈의 게임이 되지 않겠는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17일 민주당 한민수 대변인은 “국민의 요구와 목소리에는 귀를 틀어막은 윤석열 정부가 일본은 마음을 헤아려 대변을 해주고 있으니 황당무계하다”며 “윤석열 정부는 스스로를 대한민국 정부가 아니라 일본이 임명한 조선총독부로 착각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황정아 대변인도 18일 “윤 대통령과 김 차장, 국민의힘은 국민 앞에 사죄하고, 친일매국에 부역하는 행위를 당장 멈추라”고 했다.이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1965년 한일 국교 수교 이후 수십 차례에 걸쳐 일본 정부의 과거 식민지 지배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가 있었고 그런 사과에 피로감이 많이 쌓여 있다”며 “자신감에 기반한 한일 관계를 구축한다”는 취지라고 해명했다.그는 이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한국이 여러 가지 적극적인 역할을 펴는 모습을 (일본이) 경외하게 만듦으로써 한일이 서로 공동 이익을 만들고 또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보다 자발적인 한국에 대한 협력을 도출하는 노력도 필요하다”며 “그러한 일본의 마음을 우리가 움직일 수 있어야 된다는 취지”라고 했다.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여야 지도부가 18일 김대중 전 대통령(DJ) 서거 15주기를 맞아 한 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추도사를 통해 각각 ‘DJ 정신’ 실천을 강조하면서도 서로를 향한 날선 지적을 이어갔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추모식에 참석해 “김 전 대통령께서는 2024년의 어떤 정치인보다 더 지금에 맞는, 진영을 초월해서 시대정신을 꿰뚫는 혜안을 보여줬다”며 “이 말씀들만 지금 실천하면 분명히 지금보다 훨씬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DJ의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한다’는 말을 인용하며 “현실은 어렵지만 결국 우리 정치가 더 많은 사람들의 인생을 아름답게 하고 대한민국의 역사를 더 빨리 발전하게 할 수 있기를 빈다”고도 했다. 야권을 향해 협치를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반면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우리는 오늘 대통령님 영정 앞에서 고개를 들 수 없다”며 “윤석열 정권 2년 반 만에 민주주의가 무너졌고, 민생경제가 파탄 났으며 한반도 안보와 평화가 깨졌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권은) 대한민국 정체성과 헌법정신을 파괴하는 반민족적 역사 쿠데타까지 감행하고 있다”며 “김 전 대통령의 말씀처럼 불의와 타협하지 않겠다”고 했다. 전당대회에 앞서 추도식을 찾은 이재명 당 대표 후보도 “(DJ의)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은 ‘먹사니즘’의 뿌리”라며 “대통령께서 그러하셨듯 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고,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날 추도식에는 우원식 국회의장을 비롯해 노재헌 김현철 노건호 씨 등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들도 참석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은 조화를 보냈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에 남북 간 실무 대화협의체 설치를 제안했다. 윤 대통령이 직접 남북 대화를 제안한 것은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경축사에서 일제 식민 지배와 강제징용 등 과거사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해 “남북 당국 간 실무 차원의 ‘대화협의체’ 설치를 제안한다”며 “긴장 완화를 포함해 경제 협력, 인적 왕래, 문화 교류, 재난과 기후변화 대응에 이르기까지 어떤 문제라도 다룰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남북 대화는 보여주기식 정치 이벤트가 아니라, 우리 국민과 북한 주민의 평화 보장과 생활 개선 등을 논의하는 실질적인 자리가 되어야 한다”면서 “남북 대화의 문은 활짝 열어놓겠다”며 북한 당국의 호응을 촉구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반도 전체에 국민이 주인인 자유 민주 통일 국가가 만들어지는 그날, 비로소 완전한 광복이 실현되는 것”이라며 자유민주주의 체제 통일을 분명히 한 새로운 ‘통일 비전·전략’을 제시했다. 그는 “자유가 박탈된 동토의 왕국, 빈곤과 기아로 고통받는 북녘땅으로 우리가 누리는 자유가 확장돼야 한다”며 “북한 주민들이 자유 통일을 간절히 열망하도록 변화를 만들어 내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북한 주민들이 자유의 가치에 눈을 뜨도록 다양한 경로로 다양한 외부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정보접근권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외부 정보를 북한에 유입하는 방식을 통해 북한 주민 변화, 탈북 등을 유도해 통일을 이루겠다는 전략을 공식화한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윤 대통령은 또 “이른바 가짜 뉴스에 기반한 허위 선동과 사이비 논리는 자유 사회를 교란시키는 무서운 흉기”라며 “이를 악용하는 검은 선동 세력에 맞서 자유의 가치 체계를 지켜내려면 우리 국민들이 진실의 힘으로 무장해 맞서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공산 전체주의 맹종 세력’을 언급한 데 이어 야권을 정조준한 것으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대화협의체를 제안하면서 북한을 힐난했다”며 “통일이 아니라 북한 해방 선언이고, 대화 제의가 아니라 싸우자는 선전포고로 들렸다. 흡수통일을 주장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北에 대화 첫 제안한 尹 “北주민 외부정보 더 많이 접하게 할것”[쪼개진 광복절]광복절 경축사서 ‘통일 전략’ 발표“北 미래세대에 자유통일 꿈 심어야”… 김정은 정권 비판 정보 유입시켜北주민 변화 유도 통일전략 공식화… 美정부 지원 받는 대북방송 등 검토일각 “北 반발 전망… 호응 미지수”“북한 주민들이 자유 통일을 간절히 열망하도록 변화를 만들어내겠다. (이를 위해) 북한 주민들이 다양한 경로로 다양한 외부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정보접근권을 확대하겠다.” 윤석열 대통령은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자유 통일이 삶을 개선할 유일한 길임을 더 많은 북한 주민들이 깨닫고, 통일 대한민국이 자신들을 포용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면 이들이 자유 통일의 강력한 우군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자유민주주의 체제 우월성을 강조하거나 북한 김정은 정권에 비판적인 외부 정보를 유입해 북한 주민들의 변화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통일을 이루겠다고 공식화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남북 당국 간 실무 대화협의체를 만들자고도 제안했다. 윤 대통령이 직접 북한에 대화를 제의한 것은 취임 2년 3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다만 북한과의 협력보다 내부 변화라는 압박에 방점을 찍은 통일 비전·전략에 북한이 “흡수통일 기도”라며 거세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돼 호응을 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北 주민 변화 유도해 자유 통일” 윤 대통령은 이날 국내, 대북, 국제 차원에서 세 가지 통일 대한민국의 추진전략을 제시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경축사 직후 브리핑에서 “8·15 통일 독트린”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이 자유 통일을 추진할 수 있는 가치관과 역량을 확고히 세우고, 북한 주민들이 자유 통일을 원하도록 변화를 만들며 국제사회의 지지를 이끌어내도록 연대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통일 목표를 분명히 하면서 통일을 위해 북한 주민의 자유 통일 열망을 자극하고 국제사회 지지를 통해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겠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북한의 미래 세대에게 자유 통일의 꿈과 희망을 심어줘야 한다”면서 언급한 북한 주민들의 정보접근권 확대는 북한이 예민해하는 대표적인 이슈다. 북한 주민들이 김정은 정권에 비판적인 생각을 갖도록 하고 탈북을 결심해 궁극적으로 북한 체제를 흔들겠다는 방침으로도 해석될 수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대북 확성기나 전단도 일부 효과가 있겠지만 굳이 남북 간 긴장을 격화시키면서 아날로그적 방식에 과도하게 의존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다양한 경로로 다채롭고 재미있는 콘텐츠를 통해 있는 그대로의 객관적인 세상의 모습을 보여주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민간단체들이 미국 정부 지원을 받아 대북 방송을 하는 모델과 북한에 라디오 등 방송을 송출하는 북한인권단체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정과제에 담겨 정부 출범 초기 추진됐던 남북방송 상호 개방 등의 재추진 가능성도 염두에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윤 대통령이 발표한 통일전략과 추진방안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 1994년 발표해 올해 30주년을 맞은 정부 공식 통일 방안인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이 어떤 체제로 통일할지 명시하지 않은 채 화해·협력 등 단계론적 통일을 추구한 것과 다르다. 대통령실은 자유민주주의 체제 통일을 명시해 보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말부터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고 민족, 통일 지우기에 나서는 상황에서 남북 협력을 통한 통일이 불가능해졌다는 현 정부의 인식이 담겼다.● “흡수통일” 北 반발 가능성 다만 정부 안팎에선 북한이 극도로 예민해하는 문제를 건드리며 대화를 제안하는 이중 전략이 얼마나 먹힐지 모른다는 비관론도 나온다. 정부 소식통은 “반동사상문화배격법 등 3대 악습 제정을 통해 북한 정권이 주민들의 사상 통제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북한 주민 정보접근권 확대’를 흡수통일 노골화로 북한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정부는 실무대화협의체와 관련해 차관급이 대표가 되는 형태를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정상 차원 대화로 높여가는 ‘보텀-업’ 방식의 대화를 추진해나갈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국가안보실 1차장이 되든, 통일부 차관이 되든 협의의 주체는 북한이 대화 제의에 호응을 해야 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독립유공자 후손 단체인 광복회와 일부 독립운동단체들이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정부 주최 광복절 경축식 불참을 선언한 데 대해 대통령실은 “사퇴시킬 명분이 없다”며 맞서고 있다. 이종찬 광복회장(사진)은 1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뉴라이트 인사인 김 관장이 자리를 고수하는 한 경축식 불참 방침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갈등이 커지자 대통령실은 정진석 비서실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이 이 회장을 찾아가는 등 광복절 경축식 참석을 위한 막판 설득에 나섰다. ● 尹 “건국절 논쟁 무슨 의미가 있겠냐” 토로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최근 참모들에게 “먹고살기 힘든 국민들에게 건국절 논쟁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왜 지금 불필요한 이념 논쟁이 벌어지는지, 도대체 어떤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앞서 2022년 광복절 경축사 등에서 상하이 임시정부 헌장을 강조하며 우리 정부가 임시정부의 적통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사실상 인정했고 건국절을 추진한 적도 없는데 갑자기 광복회에서 건국절 논란이 불거지자 답답함을 토로했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이 회장이 윤 대통령의 죽마고우인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아버지이자 정치적 멘토였는데도 고집을 부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정 비서실장은 최근 이 회장에게 “건국절은 추진한 적도 없고, 추진할 일도 아니다”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전광삼 대통령시민사회수석비서관도 이 회장을 몇 차례 찾아 경축식 참석을 설득했다고 한다. ● 李 “사퇴해야 해결” vs 용산 “사퇴 불가” 이 회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관장이 사퇴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며 “(김 관장이 사퇴하면 경축식에서 발표할) 그간의 갈등을 털어내고 통합하자는 취지의 경축사도 미리 써뒀다”고 했다. 이어 “며칠 전 대통령실로부터 건국절을 추진한 적도 없고, 그럴 계획도 없다는 문자메시지와 연락을 받았는데 이런 정도로 격앙된 회원들을 설득하기에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이 회장이 독립기념관장 후보에 올랐던 독립유공자 후손이 탈락한 것에 대해 반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그간 독립기념관장은 대부분 독립유공자 후손이 임명된 관행과 달리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학자 출신이 임명된 것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그렇지 않다”며 “독립기념관장 후보 심사 과정 전반이 공정하지 못한 것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 측은 임원추천위원회의 서류 심사 및 면접에서 김 관장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만큼 임명을 철회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날 오후 강 장관도 이 회장을 만나 “광복회가 국민 통합에 기여한다는 생각으로 광복절 경축식에 참여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이 회장은 기존 입장을 고수해 평행선을 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광복회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 인근 전쟁기념관 앞에서 “김 관장 임명을 철회하라”며 집회를 열었다. 야당은 공세 수위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독립열사 앞에 부끄럽지 않도록 김 관장 임명을 즉각 철회하고 무리한 인사 강행에 대해 국민께 사죄하라”고 비판했다. 김구 선생 증손자인 민주당 김용만 의원은 독립기념관장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할 방침이다. 반면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인사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찬반 의견이 있을 수 있다”며 “그런데 그것 때문에 광복절 기념식을 보이콧하는 것에 대해서는 공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친한(친한동훈)계인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도 이날 “이 회장이 유령과 싸우고 있다”며 “건국절 제정 운운은 침소봉대도 아닌 날조, 백번 양보해도 궁예의 관심법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독립유공자 후손 단체인 광복회와 일부 독립운동단체들이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정부 주최 광복절 경축식 불참을 선언한 데 대해 대통령실은 “사퇴시킬 명분이 없다”며 맞서고 있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1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뉴라이트 인사인) 김 관장이 자리를 고수하는 한 경축식 불참 방침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갈등이 커지자 대통령실은 정진석 비서실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이 이 회장을 찾아가는 등 광복절 경축식 참석을 위한 막판 설득에 나섰다. ● 尹 “건국절 논쟁 무슨 의미가 있겠냐” 토로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최근 참모들에게 “먹고살기 힘든 국민들에게 건국절 논쟁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왜 지금 불필요한 이념 논쟁이 벌어지는지, 도대체 어떤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앞서 2022년 광복절 경축사 등에서 상하이 임시정부 헌장을 강조하며 우리 정부가 임시정부의 적통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사실상 인정했고 건국절을 추진한 적도 없는데 갑자기 광복회에서 건국절 논란이 불거지자 답답함을 토로했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이 회장이 윤 대통령의 죽마고우인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아버지이자 정치적 멘토였는데도 몽니를 부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지적했다.정 비서실장은 최근 이 회장에게 “건국절은 추진한 적도 없고, 추진할 일도 아니다”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전광삼 대통령시민사회수석비서관도 이 회장을 몇 차례 찾아 경축식 참석을 설득했다고 한다. ● 李 “사퇴해야 해결” vs 용산 “사퇴 불가”이 회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관장이 사퇴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며 “(김 관장이 사퇴하면 경축식에서 발표할) 그간의 갈등을 털어내고 통합하자는 취지의 경축사도 미리 써뒀다”고 했다. 이어 “며칠 전 대통령실로부터 건국절을 추진한 적도 없고, 그럴 계획도 없다는 문자메시지와 연락을 받았는데 이런 정도로 격앙된 회원들을 설득하기에 부족하다”고 덧붙였다.일각에선 이 회장이 독립기념관장 후보에 올랐던 독립유공자 후손이 탈락한 것에 대해 반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그간 관행으로 독립유공자 후손이 관장이 된 것과 달리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학자 출신이 임명된 것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그렇지 않다”며 “독립기념관장 후보 심사 과정 전반이 공정하지 못한 것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 측은 임원추천위원회의 서류 심사 및 면접에서 김 관장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만큼 임명을 철회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날 오후 강 장관도 이 회장을 만나 “광복회가 국민통합에 기여한다는 생각으로 광복절 경축식에 참여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이 회장은 기존 입장을 고수해 평행선을 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광복회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 인근 전쟁기념관 앞에서 “김 관장 임명을 철회하라”며 집회를 열었다.야당은 공세 수위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독립열사 앞에 부끄럽지 않도록 김 관장 임명을 즉각 철회하고 무리한 인사 강행에 대해 국민께 사죄하라”고 비판했다. 김구 선생 증손자인 민주당 김용만 의원은 독립기념관장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할 방침이다. 반면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인사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찬반 의견이 있을 수 있다”며 “그런데 그것 때문에 광복절 기념식을 보이콧하는 것에 대해서는 공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친한(친한동훈)계인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도 이날 “이 회장이 유령과 싸우고 있다”며 “건국절 제정 운운은 침소봉대도 아닌 날조, 백번 양보해도 궁예의 관심법 수준”이라고 비판했다.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신임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김용현 대통령경호처장을 지명했다. 이와 함께 신원식 국방부 장관을 국가안보실장에,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신설되는 외교안보특별보좌관에 내정했다. 지난해 12월 조태용 전 안보실장이 국가정보원장으로 이동하면서 장 안보실장이 임명된 데 이어 외교안보 라인이 7개월여 만에 또다시 개편됐다.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김 후보자는 우리 정부 초대 경호처장으로 군 통수권자의 의중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기에 국방부 장관으로서 적임자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합참 작전본부장 등을 지낸 예비역 육군 중장 출신의 김 후보자는 윤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다. 대선 캠프에서 안보정책을 총괄했고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TF) 경호경비팀장을 맡아 ‘용산 이전’을 주도했다. 지난해 10월 국방부 장관에 지명됐던 신 장관도 10개월 만에 안보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정 비서실장은 “현 국방장관으로서 당면한 안보 현안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한 치의 안보 공백 없이 대통령을 보좌하여 국가안보를 책임질 적임자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장 안보실장은 현 정부 초대 외교안보특별보좌관으로 내정됐다. 장 실장은 ‘상임’ 특보로 5∼10명으로 구성된 팀을 이끌며 원자력발전 및 방위산업 등 전략 과제들을 중점적으로 해결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전해졌다. 긴장 수위가 확 올라간 남북 관계나 중동 정세 불안 등 급변하는 외교안보 환경 변화 등에 대처하고자 외교보다 안보에 방점을 찍은 인사를 이번에 단행했다는 것이 대통령실의 입장이다. 다만 일각에선 11월 5일 미국 대선을 85일 앞둔 상황에서 정통 외교관 출신인 장 실장이 돌연 교체된 것에 대해 의아하다는 반응도 나왔다. 이번 인사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수석대변인은 “회전문 인사의 극치이자 인사 만행”이라고 비판했다. 또 “(김 후보자는) 김규현 변호사가 공개한 녹취록을 통해 ‘임성근 전 사단장 구명의 배후’로 지목됐다”며 “수사 외압의 피의자로 입건되어도 모자랄 사람을 국방부 장관에 앉히겠다니 제정신이냐”고 지적했다. 10개월된 국방장관-7개월 안보실장 교체… “돌려막기 인사”[외교안보라인 돌연 교체]국방장관 김용현-안보실장 신원식尹, 충암고 1년 선배 국방장관 지명… 과거 사석에선 “형님”으로 불러일각 “김용현 장관 지명위한 인사”… 장호진, 교체 당일 오전 통보받아윤석열 대통령이 12일 김용현 대통령경호처장을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신원식 국방부 장관을 국가안보실장 내정자로 지명하면서 군 출신 인사들이 외교안보라인 전면에 배치됐다. 안보실장을 7개월 만에, 국방부 장관을 10개월 만에 교체한 이번 ‘깜짝 인선’과 관련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중동과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치르고 북-러가 새 조약을 체결하는 등 엄중한 국내외 안보 정세가 반영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1년도 안 돼 또 대통령실 안보 수장이 교체되면서 이번 인사가 윤 대통령의 고교 선배인 김용현 신임 국방부 장관 후보자를 배려하는 동시에 장호진 안보실장에 대한 경질성 목적까지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尹, 고교 1년 선배 국방장관 지명 육군사관학교 38기로 임관한 김 후보자는 수도방위사령관과 합참 작전본부장 등 군의 요직을 두루 거친 뒤 2017년 중장으로 예편했다. 윤 대통령은 충암고 1년 선배인 김 후보자를 과거 사석에선 ‘형님’이라고 호칭했지만 김 후보자는 윤 대통령 취임 후 깍듯하게 ‘대통령님’이라고 부르며 2년간 곁을 지킨 것으로 전해졌다. 김 후보자는 이날 지명 발표 후 “국방장관으로 임명되면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 강력한 힘을 기초로 한 확고한 안보 태세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특히 최근 안보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보 전문가를 앞세울 시점이라고 윤 대통령이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여권에선 “결국 윤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인 김 후보자를 위한 인사”라는 반응도 나왔다. 한 여권 인사는 “김 후보자가 국방장관을 오래전부터 희망해 왔다”며 “사실상 집권 후반기에 들어서며 윤 대통령이 (편한 사람을 곁에 두며) 친정 체제를 강화한 것”이라고 했다. 다른 인사는 “장 실장의 친정인 외교 라인에선 이번 인선에 대해 직전까지 몰랐던 것으로 안다”며 “외교 라인 내부에서 뒤통수를 맞았다는 반응까지 나오는 것만 봐도 누굴 위한 인사인지 감이 오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장 실장도 이번 인사에 대해 이날 오전에야 통보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야권을 중심으론 이번 인사가 ‘안보 라인 돌려막기’란 비판도 제기됐다.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에 연루된 김 후보자 등을 돌연 국방부 수장 자리에 앉힌 자체가 그만큼 윤석열 정부에 인재 풀이 좁다는 방증이란 지적이 나온다. ● 외교라인 문책성 인사 해석도 윤 대통령은 이번 외교안보특보 인선 직후에 장 실장에게 방산 수주 등에서 역할을 당부하고, 미 대선 등에 앞서 현장에서 직접 현안도 챙겨 달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번 안보실장 교체가 장 실장에 대한 경질성 의미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외교 소식통은 “최근 북-러가 정상회담을 갖고 새로운 조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일련의 사후 대응 방식을 놓고 안보실장의 책임론이 불거진 것일 수 있다”고 했다. 다른 소식통은 “윤 대통령과 장 실장 간 소통이 아주 매끄럽진 않았다는 말도 나왔다”고 했다. 다만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절대 경질성이나 문책성 인사는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을 대신해 외부로 나가서 세일즈맨 역할을 하는 일을 맡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교가에선 외교안보 수장들의 교체 주기가 지나치게 짧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가안보실장의 경우,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김성한(10개월), 조태용(9개월), 장 실장(7개월)이 모두 1년도 안 돼 물러나면서 연속성이 떨어졌다는 것. 정부 관계자는 “계속된 안보실장 교체가 다른 나라에 어떤 메시지를 줄지 세심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 후보자 △경남 마산 출생(65) △서울 충암고 △육사 38기 △육군 1군사령부 작전처장 △육군 17사단장 △합참 작전본부장 △대통령경호처장 ▼장호진 대통령외교안보특보 △서울 출생(63) △서울 성동고 △서울대 외교학과 △외무고시 16회 △외교통상부 북미국장 △주러시아 대사 △국가안보실장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신임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김용현 대통령경호처장을 지명했다. 이와 함께 신원식 국방부 장관을 국가안보실장에,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신설되는 외교안보특별보좌관에 내정했다. 지난해 12월 조태용 전 안보실장이 국가정보원장으로 이동하면서 장호진 안보실장이 임명된 것에 이어 8개월 만에 외교안보라인이 개편된 것이다.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김 후보자는 우리 정부 초대 경호처장으로 군 통수권자의 의중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기에 국방부 장관으로서 적임자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합참 작전본부장 등을 역임한 예비역 육군중장 출신의 김 후보자는 윤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로 대선 캠프에서 안보정책을 총괄했다.지난해 10월 국방장관에 임명된 신 장관도 10개월 만에 안보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정 비서실장은 “현 국방장관으로서 당면한 안보 현안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한 치의 안보 공백 없이 대통령을 보좌하여 국가안보를 책임질 적임자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장 안보실장은 현 정부 초대 외교안보특별보좌관으로 내정됐다. 윤 대통령이 원자력발전과 방위산업 등 경제안보와 관련된 전략 과제들을 챙기는 해결사 역할을 장 안보실장에게 주문했다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초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급변하는 국제정세와 외교안보 환경 변화에 대처할 필요성을 느끼고 외교안보라인 개편을 구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굳건한 한미 동맹과 한미일 안보협력 등을 위해 안보실 수장에 외교 전문가를 배치해 성과를 냈다면 이제 안보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 대선이 석달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정통 외교관 출신인 장 안보실장이 교체된 것에 대해 외교가를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수석대변인은 “국회의원과 카이스트 졸업생을 ‘입틀막’하면서까지 대통령의 심기 보좌에 힘썼던 경호처장을 국방부 장관에 앉혔다”며 “회전문 인사의 극치이자 인사 만행”이라고 비판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