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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축하합니다! 박수!” 13일(현지 시간) 미국 수도 워싱턴 의사당에서 한 블록 떨어진 ‘캐피톨 힐 클럽’. 공화당 소속 연방 하원의원들이 78세 생일을 하루 앞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 다같이 축하 노래를 불렀다. 로저 윌리엄스 의원은 전날 민주당 의원들과의 야구 시합을 31대 11로 승리로 이끈 야구공과 방망이를 선물로 건넸다. 윌리엄스 의원은 “공화당 의원들이 트럼프에게 승리를 안겨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같은 날 자리를 옮겨 공화당 소속 연방 상원의원들과 또 한 차례의 생일 파티를 했다. 상·하원 주요 인사들이 대거 출동한 이날의 ‘워싱턴 컴백’ 행사는 공화당 대선 후보로서 트럼프의 당 장악력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강성 지지자들이 2020년 대선 결과에 불복해 저지른 2021년 ‘1·6 의사당 난입’ 사태로 그와 거리를 두던 인사들이 3년 만에 아첨하는 듯한 모양새를 보였기 때문이다.AP통신은 “의사당 바로 인근에서 이뤄진 이날 행사는 ‘평화로운 권력 이양’이라는 미국의 전통을 위협했던 전 대통령의 복귀에 대한 상징으로 가득차 있었다”고 평했다. ● 트럼프, 3년 만의 워싱턴 ‘금의환향’1·6 사태 이후 3년 반 만에 워싱턴을 찾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상·하원 의원들과 잇달아 비공개 회동을 했다. 상원의원들도 하원의원들에 이어 회동을 위해 성조기가 그려진 생일 케이크를 준비하고, 숫자 ‘45’(재임 당시 ‘45대 대통령’ 의미)와 ‘47’(재선 성공 시 ‘47대 대통령’ 의미)이 적힌 촛불을 켜며 지지 경쟁을 벌였다.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들에게 ‘성추문 입막음’ 형사재판에서 받은 유죄 평결에 대해 비판했고, 당내 강경파인 맷 개츠 의원은 “하원은 사법당국에 지갑의 힘을 보여주겠다”고 충성 맹세를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각종 혐의를 들춰내는 사법당국에 대해 자금을 삭감하겠다는 얘기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인 미치 매코넬의 3년 반만의 재회도 주목을 받았다. 매코넬 원내대표는 1·6 사태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책임이 있다며 비판해온 대표적 인물이다. 하지만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이 엄청나게 단결했다”라며 연설을 마치자 그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고, 악수를 하고 ‘주먹 인사’를 나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회동에서 각종 논란성 발언도 쏟아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그는 2020년 대선 당시 조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한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에 대해 “날 지지하지 않아 놀랐다”며 “이해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7월 공화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위스콘신주 밀워키를 두고는 ‘끔찍한 도시(horrible city)’라고 비하했다. 이후 논란이 일자 트럼프 캠프 측은 “(밀워키) 범죄와 사기가 얼마나 끔찍한지를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 미 거물 CEO 줄줄이 ‘트럼프 열공’공화당 상·하원의원 회동 사이 워싱턴에서 이뤄진 미 재계 단체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주최 행사에 미 주요 경영진 80여 명이 줄을 서는 모습도 연출됐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CEO, 브라이언 모이니한 뱅크오브아메리카(BoA) CEO 등도 참석했다. CNBC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백악관에 복귀하면 소득세를 포함한 세금을 인하하고 첫 임기 동안 시행했던 경제 정책을 그대로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트럼프 전 대통령은 의원들과의 회동에서도 수입품에 대한 ‘전방위 관세 부과(all tariff policy)’를 통해 미국이 소득세를 없앨 수 있을 것이라는 구상을 내놨다고 CNBC는 전했다. 소득세를 폐지해 물가 인상에 대응하고, 부족한 세수는 수입품 관세 인상을 통해 충당하겠다는 구상으로 보인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2일(현지 시간)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연말까지 한 차례의 금리 인하를 시사했다. 유럽과 캐나다가 금리 인하로 ‘피벗’(정책 전환)에 나섰지만, 미국은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낮추며 고금리 유지에 무게를 뒀다. 연준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7차례 연속 금리를 동결해 미 기준금리를 5.25∼5.50%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연말 금리 중간값은 5.1%(5.0∼5.25%)로 현 금리보다 0.25%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이날 오전 발표된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3.3%로 시장 전망치(3.4%)를 하회하는 등 물가상승률 둔화 시그널이 나왔지만, 연준은 기존 3차례 인하에서 1차례 인하로 인하 전망 폭을 오히려 축소한 것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CPI 지표는 인플레이션 둔화에 진전을 보여줬지만, 한 번 좋은 지표가 나왔다고 바로 움직일 순 없다”고 말했다. 다만 두 차례 인하도 “가능하다”고 덧붙여, 9월 인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진 않았다.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미 기준금리 선물 투자자들은 이날 오전 CPI 발표 직후 9월 인하 가능성을 약 70%까지 내다봤으나 파월 기자회견 이후 60%로 낮췄다. 미 연준이 기준 금리를 연속 동결함으로써, 한국과의 금리 격차는 최대 2.0%포인트를 유지했다. 韓銀도 빨라야 4분기나 내년 금리 내릴듯美, 금리 올 1차례 인하 시사이번 FOMC에서 가장 주목한 지표는 연준 경제전망요약(SEP)의 ‘점도표’다. 점도표는 연준 위원들이 각자의 금리 전망치를 점을 찍어 만든 표를 말한다. 이 중간값을 살펴보면 연준의 향후 정책 금리 향방을 가늠할 수 있다. 이에 따르면 연말 금리 전망치 중간값은 5.1%(5.0∼5.25%)로, 기존 전망(4.6%)에서 0.5%포인트 뛰었다. 하지만 연준 위원들마다 인하 시점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음을 시사했다. 8명은 두 차례 인하, 7명은 1차례 인하, 4명은 ‘올해 인하 없다’를 찍었다. 파월 의장은 인하 시점에 대해 “데이터에 달려 있다”며 구체적 설명을 꺼렸다. 그는 “얼마가 더 나와야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단 식으로는 답하지 않겠다”며 “점도표는 말 그대로 연준 위원들의 생각이고 앞으로 회의와 경제 데이터를 두고 결정이 이뤄질 것”이라 했다. 미국이 연내 기준금리 인하 전망을 기존 3회에서 1회로 축소하면서 한국은행 역시 빨라야 올 4분기(10∼12월), 혹은 내년에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국내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2%)를 웃도는 데다 원-달러 환율도 1300원대 중후반 수준이라 서둘러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한은은 빨라야 올 4분기, 혹은 내년에 금리 인하를 할 여지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미 증시는 애플과 오라클 등 빅테크 랠리에 힘입어 나스닥지수가 신기록을 경신하는 등 순항했다. 다만 향후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의 애나 왕 이코노미스트는 “19명 중 4명이 올해 금리를 인하할 수 없다고 본 건 상당수가 고금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은도 13일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열었다. 박종우 한은 부총재보는 “시장 변동성이 수시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국내외 금융·외환시장 상황을 면밀히 점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올 초만 해도 그는 미국 언론에서 ‘언더도그(underdog·이길 가능성이 없는 약자)’였다. 몇 달 새 그의 입지는 완전히 달라졌다. 미국에 100명뿐인 상원의원 입성이 유력해졌기 때문이다. 한국계 미국인 최초로 연방 상원의원(민주당) 후보로 확정된 앤디 김 하원의원(41·뉴저지주) 얘기다.》4일 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승리한 뒤 김 의원의 상원 도전기를 직접 듣고 싶었다. 하지만 그의 공보 보좌관은 “다음 기회를 기다려 달라”고 답해 왔다. 그 정도로 지금 김 의원은 미국 안팎에서 가장 주목받는 정치인 중 하나다. 이는 단지 그가 첫 한국계 ‘예비’ 상원의원이란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당이 주도하는 정치에 맞서 자신의 방식으로 도전을 거듭하고 있는 김 의원의 스토리에 뉴저지주를 넘어 미 전역에서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한국 사회에 던지는 시사점 역시 적지 않다.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 대표는 “김 의원은 미 주류 정치와 전국적 관심을 뉴저지로 끌고 온 인물”이라며 “한국계로서 상원의원에 다가간 점도 의미가 크지만, 주류의 기존 관행을 깨며 미 정치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는 대목에서도 상징성이 있다”고 평했다.● 당 지도부 권고에 맞서다 뉴저지주 현직 상원의원인 밥 메넨데스는 2006년부터 18년 동안 미 상원을 지키며, 외교위원장까지 오른 민주당 거물 정치인이다. 하지만 지난해 9월 22일 부패 혐의로 기소됐고, 자택에서 나온 금괴는 낡은 정치에 염증을 느끼던 젊은층을 충격에 빠뜨렸다. 김 의원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검찰이 메넨데스 의원을 기소한 지 24시간도 안 돼 메넨데스의 불출마를 촉구하며 11월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소 발표) 그날 밤, 잠을 이루지 못했어요. 민주주의는 유권자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신념에 제 모든 경력을 걸기로 했습니다.” 실제로 김 의원은 당 지도부와 어떤 교감도 없이 소셜미디어에 상원의원 출마를 선언했다. 그의 참모들마저 모두 만류했던 일이다. 상원의원 출마로 하원을 포기하면 애써 일군 지역구를 잃을 수 있었다. 2018년부터 그를 하원의원으로 세 번 뽑아준 뉴저지주 남부 지역구는 원래 공화당 텃밭이었다. 두 달 뒤, 뉴저지주의 주류 정치 가문인 현직 주지사 필 머피의 부인 태미 머피 여사가 출마 선언을 했다. 뉴저지주에서는 50년 동안 내리 민주당 후보가 상원의원으로 당선됐다. 민주당 후보 경선이 본선보다 치열하다는 얘기다. 당 지도부는 김 의원에게 전화해 불출마를 종용했다. 그는 여러 인터뷰에서 “하원 동료들도 내 편을 들지 않아 외로웠다”고 했다. 한국으로 치면 당협위원장인 카운티위원장이 지지하는 후보가 투표용지에서 좋은 자리에 배치되는 뉴저지주의 ‘카운티 라인’ 제도도 그에겐 불리했다. 나머지 이름은 구석에 배치되는데, 이를 춥고 황량하다 해 “시베리아 라인”이라 부를 정도다. 게다가 전체 여론조사에선 김 의원이 우세했지만, 뉴저지주 민주당원들이 포진한 버건 카운티를 비롯해 인구수가 많은 지역 카운티위원장들은 머피 여사를 지지했다. 김 의원은 이런 위기를 적극적인 선거 전략으로 활용했다. ‘금괴 메넨데스+당의 입김+불공정한 투표용지=낡고 부패한 정치’란 공식을 내세웠다. 특히 카운티 라인은 헌법에 어긋난다며 소송을 걸었고, 주요 언론이 그의 도전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다. 결국 3월 머피 여사는 후보에서 사퇴했고, 김 의원은 득표율 75%로 이달 4일 경선에서 승리했다. 아직 메넨데스 의원의 무소속 출마란 변수가 있지만, 11월 5일 미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상원의원 선거에서 김 의원의 당선은 매우 유력한 상황이다.● ‘아메리칸 드림’ 이룬 父… 누나도 천재 학자 “앤디는 정치인이라기보다는 공직자라는 느낌이 강하고 상식적으로 보여요. 또 그는 아메리칸 드림이 무엇인지 알 거라고 확신합니다.” 뉴저지주 버건 카운티에서 뉴욕으로 출근하는 30대 남성 티오 씨는 11월 선거에서 김 의원을 뽑을 거라며 그의 강점을 ‘상식적’이라고 꼽았다. 김 의원도 여러 차례 “망가진 정치에서 우리 아이들이 살게 하고 싶지 않다”며 “고장난 아메리칸 드림을 되살리겠다는 목표로 정치에 뛰어들었다”고 밝혀 왔다. 보스턴에서 태어나 뉴저지 남부에서 자란 김 의원은 이민 2세대다. 아버지 김정한 박사는 미 매사추세츠공대(MIT)와 하버드대를 나온 유전공학 박사이고, 어머니는 간호사였다. 어린 시절 한국 고아원에서 자란 김 박사는 국비 장학생 기회를 잡아 미국에 왔다. 그는 어린 남매를 데리고 워싱턴 의사당을 구경시키며 “네게 모든 것을 선사한 나라(미국)를 사랑하고 가슴에 새기라”고 가르쳤다고 한다. 김 의원은 어린 시절부터 부모의 헌신적인 교육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CBS 인터뷰에서 “부모님은 음악을 배우지 못했지만, 내가 아주 어릴 때부터 음악을 알려주고 싶어 하셨다”며 “7, 8세 때쯤 첼로를 웬만한 어른보다 잘 켠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게 자신감의 원천이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김 의원의 누나인 모니카 김은 저명한 역사학자다. 매디슨 위스콘신대 교수인 그는 6·25전쟁과 미 외교정책의 변화에 대한 연구로 2022년 ‘천재들의 장학금’으로 불리는 미 ‘맥아더 펠로십’으로 선정돼 국내에서도 조명받았다. 남매는 모두 공부를 잘했다. 누나는 예일대를 거쳐 미시간대에서 박사학위를 땄고, 김 의원은 학년 정원이 26명에 불과한 소수 정예 사립대 딥스프링스 칼리지에 입학했다. 대학 시절 9·11테러를 계기로 중동 분야 국제전문가의 길을 택했다. 시카고대로 편입한 그는 노숙자 인권 단체에서 일하며 당시 주 상원의원이던 버락 오바마와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조지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후 ‘로즈 장학생’으로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국제관계학을 공부했다. 부인 라이 씨를 만난 곳도 옥스퍼드였다. 국무부 공무원이 된 그는 2013년 이라크 전문가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 발탁됐다. 31세에 당시 오바마 대통령의 중동 브레인이 된 것이다. 밤낮없는 업무에 지친 그는 휴식기를 가졌다가 ‘힐러리 클린턴 행정부’가 들어서면 다시 백악관에 가길 기대했다고 한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섰고, 2018년 결국 자신도 생각지 못했던 하원 출마로 길을 틀었다. 그는 이를 두고 “내 경력은 ‘우연’이 이끌고 있다”고 했다.● 한국계와 미국인 사이 김 의원은 2020년 대선 결과에 불복한 트럼프 지지자들이 2021년 1월 6일 ‘의사당 난입’ 사태를 벌인 직후 새벽까지 혼자 남아 묵묵히 쓰레기를 치우는 모습이 AP통신에 포착됐다. 그가 ‘공복(公僕·국가의 심부름꾼)’ 이미지를 가진 정치인으로 부상한 결정적인 장면이다. 그때 그가 입었던 양복은 현재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미국사 박물관에 진열돼 있다. 김 의원은 CBS 인터뷰에서 “J크루(중가 브랜드) 연말 세일 때 산 양복”이라며 “평범한 미국인이면 누구라도 할 일인데, 상식적인 일이 관심받는 그런 시기였다”고 했다. 김 의원은 자신이 초등학교 1, 3학년 두 아들의 아버지란 점도 강조한다. 정치도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 도전했다”고 밝혀 왔다. 경선 승리 직후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올린 영상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포켓몬은 차맨더(한국명 ‘파이리’)”라는 내용이었다. 바쁜 일정에도 최소한 토요일 아침은 아이들과 포켓몬 카드 트레이딩 게임을 한다고 한다. ‘한국계’로서 김 의원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 한인사회 일각에선 미국에서 나고 자란 김 의원이 한인들에게 큰 관심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뉴저지주 한인 커뮤니티 관계자는 “뉴저지 주지사 입김 탓도 있었지만, 상당수 한국계 커뮤니티 리더들은 앤디 김 경쟁자였던 머피 여사를 지지했다”고 전했다. 김 의원 자신도 2022년 한인의 미 정치 도전사를 담은 전후석 감독의 다큐멘터리 ‘초선’에서 이민 2세대로서의 고민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 “어릴 때 한국계라는 것을 최소화하고 싶을 때가 있었죠. 흑인도 백인도 아니어서 미국 인종 방정식에서 빠져 있던 저를 그냥 미국인으로 봐주길 바랐어요. 부모님도 제가 식당에서 주문할 때 ‘다시 말해 달라’는 소리를 들을 필요 없는 미국인으로 크길 원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어느 시점부터 내가 한국계 미국인이란 사실을 직시하고, 미국에서 두 번째로 의회에 진출한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했다”고 했다. 2018년 트럼프 행정부가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할 때는 “미 의회에서 유일한 한국계이니 나를 활용하라”고 백악관에 전달했다. 김 의원은 “미 행정부의 중요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위치임에도 ‘(한국계인) 당신을 여전히 신뢰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 같아 불편했다”고 떠올렸다. 김 의원은 상원의원에 도전하며 어느 때보다 한인 유권자들과 적극적으로 만났다고 한다. 1월 13일 미주 한인의 날을 맞아 한인 밀집지역 뉴저지주 포트리의 한인유권자연대 사무실을 찾은 그는 “의회 지도자들이 한인 사회 의견은 듣지도 않고 한반도 미래와 관련한 중요 정책을 논의한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상원에 한인 사회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하겠다”고 강조했다. 앤디 김이 걸어온 길△1982년 미국 보스턴 출생△2000∼2002년 미 딥스프링스 칼리지△2002∼2004년 미 시카고대 정치학 학사△2004∼2010년 영국 옥스퍼드대 국제관계학 석사-박사(‘로즈 장학생’)△2005년 미 국제개발처(USAID) 인턴△2009∼2013년 미 국무부 및 국방부△2013∼2016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2019년∼현재 연방 하원의원(뉴저지주) 3선△2024년 6월 4일 민주당 연방 상원의원 (뉴저지주) 후보 확정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물가 지표 하나 좋게 나왔다고 움직일 수는 없다.”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2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오전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월 대비 0%, 전년대비 3.3%로 시장 전망을 소폭 상회하는 등 물가 둔화 시그널에 대해 “희망적이다”, “긍정적이다”라고 평가했지만 이것만으로 금리 인하를 결정할 수 없다고 설명한 것이다.그렇다고 매파적인 기자회견은 아니었다. 이날 연준 위원들은 올해말 금리 경로를 기존 3차례 인하 전망에서 1차례 인하로 대폭 인하 전망치를 축소했다. 이에 파월 의장은 “점도표는 점도표일 뿐, 금리 인하 타이밍은 그때그때 데이터에 따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황에 따라 인하 횟수가 늘어날 수 있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는 코멘트다. 게다가 인플레이션 상승 우려를 불렀던 뜨거운 5월 비농업 신규고용 지표에 대해서는 “다소 과장 됐을 수 있다”며 고용 시장은 둔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연준 위원들이 연말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높인데 대해서도 “보수적인 수치”라고 말했다.전반적으로 ‘언제, 무엇때문에 인하할지는 아직 가이드 라인을 줄 수 없다’란 메시지라는 총평이다. 금리 인하가 언제 될지, 9월에 가능할지 여전히 불투명한 셈이다. 파월 기자회견과 함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5,400포인트를 넘어섰고, 나스닥지수는 장중 2%에서 상승폭을 줄인 1.53% 가량으로 장을 마쳤다. ●연준 금리 3회에서 1회로 인하 전망 미 연준은 이날 기존 시장 전망대로 기준 금리를 7차례 연속 동결해 5.25~5.50%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과의 금리 격차는 최대 2.0%포인트를 유지했다. 이번 FOMC에서 가장 집중해서 봐야할 지표는 연준 경제전망요약(SEP)의 ‘점도표’였다. 점도표는 연준위원들이 각자의 금리 전망치를 각각 점을 찍어 만든 표를 말한다. 각 점들의 중간값을 살펴보면 연준의 향후 정책 금리 향방을 가늠할 수 있다.연말 금리 전망치 중간 값은 5.1%로 기존 전망(4.6%)에서 0.5%포인트 뛰었다. 올해 말까지 한 차례 인하를 시사한 것이다. 하지만 점도표상 연준 위원들마다 인하 시점에 대한 생각이 매우 엇갈리고 있음을 시사했다. 8명은 두 차례 인하, 7명은 1차례 인하, 4명은 ‘올해 인하 없다’를 찍었다. 이에 따른 19명 위원들의 연말 금리 중간값은 5.0~5.25%로 현 금리보다 0.25%포인트 낮은 수치였다. 대신 내년에 4차례 인하해 2025년 말 금리는 4.0~4.25%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19명 중 15명이 한 두차례 금리 인하를 전망한 것과 관련해 파월 의장은 두 가지 안 모두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연준위원들의 물가 전망은 매파적이었다.이날 발표된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3.3%로 시장 전망치(3.4%)를 하회했지만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올린 것이다. 연준이 선호하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상승률의 올해 말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2.8%로 올렸다. 이미 4월에 근원 PCE 물가지수 상승률이 2.8%를 기록했는데 연말까지 이 수치가 유지될 것으로 본 것이다. 기자회견에서 “이달 말에 이미 근원 PCE 물가지수가 2.6%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왜 물가상승률을 높게 계산했는지, 이 것이 금리 전망에 영향을 미친 것인지”라는 질문이 나오자 파월 의장은 “(지난해 하반기에 물가 상승률이 낮아졌기 때문에) 비교 대상 수치(대조군)가 이미 낮아져 전년 대비 계산으로 높아질 수 있다고 본 계산적 예측”이라며 “보수적으로 가정한 것”이라고 답했다. ●9월? 11월? 인하 시점은 인하 시점에 대해서 파월 의장은 “데이터에 달려 있다”며 구체적 설명을 꺼렸다. ‘오늘 같은 인플레 둔화 진전을 보인 CPI 지표가 나온다면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살아있다고 볼 수 있나’는 질문에 파월 의장은 “얼마가 더 나와야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식으로는 답하지 않을 것”이라며 “점도표는 말그대로 연준 위원들의 생각이고 앞으로의 회의와 경제 데이터를 두고 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만 답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 선물 투자자들은 파월의 기자회견 이후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약 60%로 이날 오전의 70%에 비해 낮췄다. 11월까지 인하 단행 가능성은 약 75%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증시는 애플과 오라클 등 빅테크 랠리에 힘입어 나스닥지수가 신기록을 경신하는 등 순항했다. 다만 시장이 연준의 메시지를 분석하면서 향후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의 애나 왕 이코노미스트는 “19명 중 4명이나 올해 금리를 인하할 수 없다고 본 것은 상당수가 고금리를 오랫동안 유지해야한다고 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강도 긴축에 고통스러운 미국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 없느냐’는 질문에 파월 의장은 “고물가가 계속 유지되는 것이 전체적으로 더 고통스러운 일일 것”이라며 물가 억제 의지를 보였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2일(현지시간) 시장 전망대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뜨거운 관심을 모았던 연말 금리 전망치 중간 값은 5.1%로 기존 전망(4.6%)에서 0.5%포인트 뛰었다. 올해 말까지 한 차례 인하를 시사한 것이다.연준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7차례 연속 금리를 동결해 미 기준 금리를 5.25~5.50%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과 금리 격차는 최대 2.0%포인트로 유지지됐다.이번 FOMC에서 가장 집중해서 봐야할 지표는 연준 경제전망요약(SEP)의 ‘점도표’였다. 점도표는 연준위원들이 각자의 금리 전망치를 각각 점을 찍어 만든 표를 말한다. 각 점들의 중간값을 살펴보면 연준의 향후 정책 금리 향방을 가늠할 수 있다.이날 발표된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3.3%로 시장 전망치(3.4%)를 하회했지만 연준 위원들은 기존 3차례 인하에서 1차례 인하로 전망을 바꿨다. 점도표의 범위 역시 광범위해 연준 위원들 마다 인하 시점에 대한 생각이 매우 엇갈리고 있음을 시사했다. 8명은 두 차례 인하, 7명은 1차례 인하, 4명은 ‘올해 인하 없다’를 찍었다. 이에 따른 19명 위원들의 연말 금리 중간값은 5.0~5.25%로 현 금리보다 0.25%포인트 낮은 수치였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미국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월 대비 변화가 없어 시장 전망치(0.1% 상승)를 하회했다. 미국의 뜨거운 고용 지표에도 물가가 잡혀 가고 있다는 지표가 나옴에 따라 약 5시간여 후에 공개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정문과 연말 금리 전망에 영향을 줄지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미 노동부는 5월 CPI가 전년 대비 3.3% 올랐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전망치(3.4%)와 4월 CPI 상승률(3.4%)에 비해 소폭 내려간 수치다. 전월 대비로도 변화가 없었다. 변동성이 높은 에너지와 식료품을 뺀 ‘근원’ CPI 상승률도 전월대비 0.2%, 전년 대비 3.4%로 각각 시장 전망치(0.3%, 3.5%)를 약간 밑돌았다. 5월 미국 물가상승률이 4월 대비 변화가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휘발유값 하락이었다. 국제 유가 하락세에 영향을 받은 휘발유 지수는 전월 대비 3.6%나 하락했다. CPI 가중치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주거비는 전월 대비 0.4% 올라 4개월 연속 상승하며 휘발유 하락분을 상쇄했다. 항공료, 신차, 의류 지수는 전월 대비 하락했다. 지난주 발표된 5월 미 비농업 신규 고용이 27만2000명으로 시장 전망치(18만5000여 명)를 크게 상회해 인플레이션 상승 압박에 대한 우려가 나왔었다. 하지만 전월 대비 상승률이 0%를 기록한 이번 CPI 지표는 물가가 잡혀가고 있다는 낙관론에 힘을 더했다. 5월 CPI 발표 직 미 뉴욕증시 선물은 일제히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전날 최고치를 경신한 나스닥 지수선물도 CPI 지수 발표 직후 0.85%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 선물 투자자들은 CPI 발표 직후 9월 금리 인하에 베팅을 강화하고 있다. 9월 인하 가능성은 70%, 11월까지 인하 가능성은 80% 가량으로 평가하고 있다. 시장의 이목은 이날 오후에 예정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과 연준 위원들의 점도표 공개에 쏠려 있다. 점도표는 연준 위원들이 각자 생각하는 금리 전망을 말그대로 ‘점을 찍어’ 중간값을 추산하는 지표다. 3월 연준 위원들은 올해 3차례 금리 인하를 예상했는데, 이번 점도표에서는 1차례 혹은 2차례로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인공지능(AI)에 울던 애플이 AI로 주가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전날 ‘애플 인텔리전스’를 선보인 애플 주가는 11일(현지시간) 7.3%급등하며 207.15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애플 역사상 사상 최고치를 경신함에 따라 엔비디아에 빼앗겼던 시가총액 2위 자리도 탈환했다. 나스닥 지수 역시 이날 또다시 최고치를 찍었다. 앞서 애플은 연례개발자대회(WWDC)에서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북 등에 모두 적용될 AI 플랫폼 애플 인텔리전스를 선보였다.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퍼스널 AI’라고 선언하며 개인 맞춤형 AI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듯 아이폰이나 맥북에 저장된 개인 문자나 이메일 사진 등을 데이터로 삼아 AI가 답변을 찾는 각종 기능이 특징이다. 말 귀를 못알아들어 놀림감으로전락했던 음성 비서 ‘시리’가 진짜 개인 비서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발표 첫날 시장의 반응은 미적지근 했다. 주가는 1.9% 하락해 최근 11번의 WWDC 당일 주가 하락 폭의 최고 낙폭을 기록했다. 하지만 월가 애널리스트들이 ‘아이폰의 슈퍼 사이클(초호황기)’을 가져올 것이란 전망을 속속 내놓자 11일 개장과 동시가 주가는 급등하기 시작했다. 쿡 CEO가 주장한 “(기술 엘리트 말고) 나머지를 위한 AI”라는 캐치 프레이즈가 통할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에버코어 ISI 애널리스트 아밋 아리야나니는 “애플은 AI 칩에 수조 원을 지출하지 않고도 생성AI를 제공할 능력을 보여줬다”며 “최신 폰에만 AI 기능을 쓸 수 있도록 해 아이폰 슈퍼 사이클을 부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애플 인텔리전스가 탑재될 운영체제 ‘iOS 18’은 미국에서 영어버전으로 올해 가을, 내년에 다른 언어 버전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 업데이트는 아이폰 15 이상에서만 가능하다. 월가 투자자들은 AI 기능 때문에 신형 아이폰 구매가 늘어날 것으로 본 것이다. 모건 스탠리도 애플이 “가장 차별화된 소비자 디지털 에이전트”로 포지셔닝 하고 있다며 “기기 교체 주기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애널리스트들도 “인텔리전스 폰의 업그레이드 주기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생성AI 모델 경쟁에서 오픈AI가 구글보다 더욱 주도권을 쥐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간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협업으로 기업 시장을 차지했다면 애플과 손잡고 개인용 시장의 필수 모델로 자리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MS도 오랫동안 개인 검색 및 AI 시장 확대를 노려 왔는데 자사 파트너인 오픈AI와 애플과의 협업이 마냥 달갑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인공지능(AI) ‘지각생’ 애플이 오픈AI와 손잡고 AI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에 따라 오픈AI는 기업 AI 시장을 장악한 마이크로소프트(MS)와 개인용 디바이스의 강자인 애플과 모두 협업하며 생성 AI의 지배력을 굳건히 했다. 10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있는 ‘애플 파크’(본사)에서 열린 애플의 ‘연례개발자대회(WWDC)’에서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AI는 무엇보다 당신의 일상과 커뮤니케이션을 이해해야 한다. 애플은 퍼스널 AI 시대를 열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날 행사에는 실리콘밸리 개발자들뿐 아니라 월가 증시 분석가들의 이목이 쏠려 있었다. ‘AI 늦깎이’ 애플은 올해 시가총액 1위에서 MS와 엔비디아에 모두 추월당하는 ‘굴욕’을 겪었기에 애플의 AI 전략에 관심이 높아진 것이다.● 놀림받던 시리, ‘진짜’ 비서 되나 가장 큰 변화는 음성 비서 ‘시리’다. 2011년 탄생 때만 해도 혁신의 상징이었지만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고 오픈AI의 챗GPT에 밀리면서 놀림거리 신세였다. 하지만 이날 애플이 사전 녹화로 보여준 기능은 맞춤형 비서로 불릴 만했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맥북에 담긴 개인의 사진과 문자, 타인과 주고받은 파일, 개인 일정 등을 데이터로 활용해 맞춤형 답변 생성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내가 추천한 책이 뭐였지’라고 물으면 문자나 이메일에서 아내와 대화한 기록을 바탕으로 책을 찾아준다. “주말여행에서 먹었던 음식사진만 찾아줘” “딸 공연시간에 맞추려면 팀 회의를 몇 시에 끝내야 할까” 등 사용자의 대화와 일정, 온라인 검색 등을 통해 답변을 찾아준다. 이모티콘과 AI가 만난 ‘젠모지’도 현장에서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서핑보드를 타는 공룡 이미지’ ‘영웅 같은 우리 엄마’라고 문자로 입력하면 알아서 이미지가 만들어지고 이를 이모티콘처럼 쓸 수 있는 것이다. 아이폰에 없어 사용자 불만이 높았던 기능인 통화 녹음과 실시간 녹취도 가능해진다.● “애플 장점 살렸다” vs “정보보안 위험” 애플은 올해 가을 영어 버전을 시작으로 내년 한국어를 비롯한 다른 언어 버전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미 AI폰을 선보인 삼성전자와의 경쟁은 내년에야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애플은 오픈AI의 기술을 빌린 만큼 자체 AI 기술 수준을 보여주진 못했다. 하지만 개인용 디바이스 기업의 강점을 활용한 아이디어가 돋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 시장조사업체 마켓워치에 따르면 에버코어 ISI의 애널리스트 아밋 다리야나니는 “애플은 AI칩에 수조 원을 지출하지 않고도 생성 AI를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줬다. 최신 폰에만 AI 기능을 넣어 ‘아이폰 슈퍼 사이클(초호황기)’의 시작을 도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X 게시글을 통해 “애플이 운영체제(OS) 단계까지 오픈AI와 통합한다면 내 회사들에서 애플 기기는 금지될 것”이라며 “애플이 (우리의) 데이터를 오픈AI에 넘겨주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전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애플은 이에 대해 챗GPT나 구글 제미나이처럼 데이터센터에서 정보를 처리하지 않고 아이폰 디바이스에서 정보를 처리하기 때문에 보안을 오히려 강화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야심찬 발표에도 애플 주가는 이날 1.9% 하락했다. 경쟁사에서 이미 출시한 서비스가 많아 차별점을 찾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았다. 다우존스 마켓 데이터에 따르면 최근 11년 동안 WWDC 기조연설 당일 기준 최대 낙폭이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인공지능(AI) ‘지각생’ 애플이 오픈AI와 손잡고 AI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에 따라 오픈AI는 기업 AI 시장을 장악한 마이크로소프트(MS)와 개인용 디바이스의 강자 애플과 모두 협업을 하며 생성AI 지배력을 굳건히 했다. 10일(현지시간) 미 동부시간 기준 오후 1시에 열린 애플의 ‘연례개발자대회(WWDC)’에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AI는 무엇보다 당신의 일상과 커뮤니케이션을 이해해야 한다. 애플은 퍼스널 AI 시대를 열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날 행사는 실리콘밸리 개발자들 뿐 아니라 월가 증시 분석가들의 주목을 받아왔다. AI 늦깍이 애플은 올해 시가총액 1위에서 MS와 엔비디아에게 모두 추월당하는 ‘굴욕’을 겪어 왔기에 애플의 AI 전략에 관심이 쏠린 것이다. ● 놀림받던 시리, ‘진짜’ 비서 되나 가장 큰 변화는 음성 AI 비서 ‘시리’다. 2011년 탄생 때만 해도 혁신의 상징이었지만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고 챗GPT에 밀리면서 놀림거리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애플이 사전 녹화로 보여준 기능은 맞춤형 비서로 불릴만 했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맥북에 개인의 사진과 문자, 타인과 주고받은 파일, 개인 일정 등을 데이터로 활용해 맞춤형 답변 생성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내가 추천한 책이 뭐였지?’라고 물으면 문자나 e메일에서 아내와 대화한 기록을 바탕으로 책을 찾아준다. “주말여행에서 먹었던 음식사진만 찾아줘”, “딸 공연시간에 맞추려면 팀 회의를 몇시에 끝내야 할까” 등 사용자의 대화와 일정, 온라인 검색 등을 통해 답변을 찾아준다. 이모티콘과 AI가 만난 ‘젠모지’도 현장에서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서핑보드를 타는 공룡 이미지’ ‘영웅 같은 우리 엄마’라고 문자로 입력하면 알아서 이미지가 만들어지고 이를 이모티콘 처럼 쓸 수 있는 것이다. 아이폰에 없어 사용자 불만이 높았던 통화녹음과 녹취 실시간 작성도 가능해진다. 단 상대방에게 녹음된다는 경고가 자동으로 나온다. ● “애플 장점 살렸다” VS “정보 보안 위험”미국시장 영어 버전으로 올해 가을, 한국어를 비롯한 다른 언어 버전은 내년에 공개될 예정이라 이미 AI폰을 선보인 삼성전자와의 경쟁은 내년에야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애플은 오픈AI의 기술을 빌린 만큼 자체 AI 기술 수준을 보여준 것은 아니었지만 개인용 디바이스 기업 강점을 활용한 아이디어가 돋보였다는 평가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에버코어 ISI의 애널리스트 아밋 다리야나니는 “애플은 AI칩에 수조 원을 지출하지 않고도 생성 AI를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줬다. 최신 폰에만 AI 기능을 넣어 ‘아이폰 슈퍼 사이클’의 시작을 도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X 게시글을 통해 “애플이 운영체제(OS) 단계까지 오픈AI와 통합한다면 내 회사들에서 애플 기기는 금지될 것”이라며 “이는 용납할 수 없는 보안 위반”이라고 밝혔다. 애플 OS를 통해 개인 정보가 오픈AI로 넘어갈 수 있다는 의미다. 반면 애플은 챗GPT나 구글 제미나이처럼 데이터센터에서 정보를 처리하지 않고 아이폰 디바이스 차원에서 정보를 처리하기 때문에 보안을 오히려 강화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애플의 야심찬 발표에도 주가는 이날 1.9%하락으로 마감했다. 다우존스 마켓 데이터에 따르면 최근 11년 동안 WWDC 기조 연설 당일 주가 하락 폭중 가장 최악이었다고 중 최악의 주가 하락폭이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유럽의 기후변화 정책이 성난 민심의 직격탄을 맞았다. 9일(현지 시간) 막을 내린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 정당의 대약진에는 에너지 가격 폭등과 고금리 속에 시행된 고강도 환경 규제에 대한 유권자들의 분노도 작용한 만큼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을 제로로 만들려던 각종 정책의 후퇴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CNBC와 블룸버그통신 등은 유럽의회 선거 결과에 따라 유럽연합(EU)의 탄소중립 프로그램인 ‘그린딜(green deal)’이 실질적 위험해 처해 있다고 전망했다. 그린딜은 2019년 팬데믹 이전 경제가 순항하던 시기에 발표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에너지 위기가 고조되며 반발을 불러왔다. 에너지 가격이 오르는데 화석연료 난방기기를 금지하고, 농업용 연료 보조금을 중단하자 민심이 돌아선 것이다. 2035년 내연기관 차량의 신규 판매를 금지하려는 계획도 폐기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스페인 은행인 방코 빌바오의 잉고 라밍 탄소시장 수석은 블룸버그에 “이번 선거는 그린딜에 대한 현실 점검”이라고 말했다. 씨티은행은 “유럽이 이제 재생에너지에서 원자력 발전 같은 비용 절감형 에너지로 눈을 돌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럽이 미국과 중국처럼 친환경 산업에 보조금을 확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유럽은 그간 보조금으로 전기차나 태양광 같은 친환경 산업을 키우는 정책보다 규제를 강화하는 ‘채찍형’ 정책을 앞세우면서 유권자의 더 큰 반발을 샀다는 평가를 받는다.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도 속속 ‘값비싼’ 친환경 정책에 대한 피로감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공화당 소속 글렌 영킨 버지니아 주지사는 ‘환경 정책에선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캘리포니아 제도를 따라야 한다’는 주(州)법의 해석을 달리해 2035년까지 내연차 신규 판매 금지 조치를 거부한다고 선언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 “전기차 강요는 점점 거센 반발에 부딪힐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럽의 고강도 환경 규제 후퇴는 한국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국무역협회 브뤼셀 지부는 최근 보고서에서 “유럽에 진출한 한국 배터리, 전기차 기업들의 환경 규제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북한과 중국, 러시아가 핵무장 강화라는 현재의 전략을 바꾸지 않으면 미국도 핵무기 배치를 늘릴 수 있다는 백악관 당국자의 경고가 나왔다. 이에 러시아는 미국이 핵무기를 늘리면 자국도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맞불을 놨다. 프라나이 바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군비통제·군축·비확산 담당 선임보좌관은 7일(현지 시간) 군비통제협회(ACA) 연례회의 기조연설에서 “러시아, 중국, 북한 모두 핵무기를 빠른 속도로 확충하고 다양화하면서 군비 통제에 어떤 관심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바디 보좌관은 이어 “적들이 핵무기의 위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를 지속한다면 우리는 억지력과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태세와 역량을 조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아시아와 유럽 등) 동맹국들이 핵 억제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러시아는 즉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반응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외교부 대변인은 8일 스푸트니크통신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전날 러시아의 핵 정책을 담은 ‘교리’에 대해 언급한 사실을 공개하며 “(핵 교리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면 일부 수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푸틴 대통령은 핵무기 사용 조건을 명시한 핵 교리를 수정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이 34조 달러(약 4경7000조 원)에 달하는 재정 적자를 줄여야 한다고 경고했다. 2029년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이 제2차 세계대전 수준으로 높아질 것이란 우려 속에 IMF도 경고에 나선 것이다. 각국이 정부 부채 부담을 어떻게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되돌릴지 다뤄야 할 때라는 점도 강조했다. 기타 고피나스 IMF 수석 부총재는 8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차입을 통해 모든 지출을 충당하려는 유혹은 각국이 피해야 할 일”이라며 “미국은 특히 강력한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재정 적자 규모를 줄일 충분한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IMF는 4월에 발표한 재정모니터 보고서에서 미국의 내년 GDP 대비 재정 적자 비율이 7.1%로, 선진국 평균(2%)의 3배가 넘을 것이라고 예상하며 “미국과 중국의 재정 적자가 세계 경제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도 “미국이 부채를 상환하는 데 연방 세입의 17%를 쓰고 있다”며 “이런 재정 부담은 필요한 지출을 위축시킨다”고 우려했다. 고피나스 부총재는 각국의 재정 지출에 대한 근본적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고령화를 겪고 있는 거의 모든 선진국은 연금 시스템과 의료 지출에 대한 개혁을 “피할 방법이 없다”며 “이는 매우 중요한 일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에 대해서는 오히려 “다음 경기 침체를 증폭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IMF는 자체 연구에서 AI 도입이 선진국에서는 30%, 신흥시장에서는 20%, 저소득 국가에서는 18%의 일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서울의 오피스 공실률은 제로(0)에 가깝더라고요.” 올 2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외신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글로벌 부동산 전문가 마크 노먼 뉴욕대 교수는 “서울에 갔다가 뉴욕과 다른 모습에 놀랐다”고 했다. 현재 뉴욕 맨해튼 오피스 빌딩은 텅텅 비어 있다. 빌딩 주인들이 대출을 제때 갚지 못해 이들에게 돈을 빌려준 금융사도 위험에 처할 수 있는 ‘시한폭탄’ 같은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출근과 재택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근무 형태가 자리 잡아 사무공간이 남아 도는 것이다. 4월 국제통화기금(IMF) 춘계총회에서 열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크리슈나 스리니바산 IMF 아시아태평양국장의 대담에서도 ‘한국 상업부동산의 위험은 없는지’에 관한 질문이 나왔다. 이 총재는 “서울은 유럽이나 미국처럼 코로나19 기간 중 셧다운을 하지 않아 오피스 공실률이 거의 제로”라며 큰 위험이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사무실 텅 빈 뉴욕, 꽉꽉 찬 서울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실제 서울 오피스 공실률은 1분기(1∼3월) 기준 5.4%다. 강남 여의도 성수동이나 A급 오피스는 가득 찼다. 같은 기간 뉴욕 맨해튼 공실률은 18.1%(투자은행 컬리어스 집계)로 사상 최고치다. 서울이 뉴욕에 비해 상업부동산 위험이 덜한 것은 좋은 일이지만 ‘우리는 왜 공실률이 낮은가’란 의아한 마음도 들었다. 마침 뉴욕에서 열린 한국관광공사의 한국 방문 홍보 행사에 등장한 미국 여행사 관계자가 “서울은 최고의 워케이션(휴가지에서 일하는 여행) 장소”라며 칭찬을 늘어놓는 것이 아닌가. 그녀는 “커피숍이나 어디든 와이파이를 비롯해 정보기술(IT) 인프라가 좋아 업무와 관광을 동시에 할 수 있어 고객 만족도가 높았다”고 했다. 서울 직장인들은 만원 지하철에 뛰어드는데, 뉴욕 직장인이 서울에 와서 원격근무를 한다는 사실에 ‘웃프다(웃기고 슬프다)’는 단어가 떠올랐다. 실제 지난해 미 스탠퍼드대가 실시한 34개국 조사에서 한국의 재택근무 일수는 월 1.6일로 최하위였다. 근무형태 변화도 어려운 경직성 재택근무가 무조건 좋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개인별 직무가 명확하지 않아 ‘팀 단위’로 특정 시간에 함께 일해야 할 수도 있고, 제조업처럼 출근이 필수인 곳도 많다. 그럼에도 도입률이 현저히 낮다는 점은 변화가 어려운 한국 사회의 경직성을 반영하는 듯해 씁쓸하다. 출퇴근으로부터 자유로우면 주거비가 좀 더 저렴한 외곽으로 이사할 수 있다. 또 어린 자녀나 아픈 가족을 돌볼 여유가 생겨 경제적 보수보다 유연한 근무형태가 더 중요한 사람들도 있다. 한국의 미국 법인에서도 한국 직원들은 눈치상 출근을, 미국 현지 직원들은 재택근무를 택할 때가 많다고 한다. 한 기업 임원은 이를 두고 우리 사회가 ‘눈에 보이지 않아도 규칙을 제대로 지킬 것’을 믿는 ‘신뢰 자본’이 약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설득력 있는 해석이다. 많은 기업이 저성과자를 잡아내기 위해 우수한 직원까지 모두를 감시망에 넣는 것을 선호한다. 노동법상 정규직 해고가 어려워 근태 감시가 중요하다는 이유를 댄다. 정부나 정치권은 소수의 반칙 기업이 권리를 남용할까 봐 모든 기업의 해고를 어렵게 만들어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강화시켰다.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며 규제를 늘리는 사회에서 근무 형태는 고사하고 다른 변화는 쉬울까. 서울 오피스 공실률 얘기에 마냥 웃을 수 없는 이유다. 김현수 뉴욕 특파원 kimhs@donga.com}
캐나다가 5일(현지 시간) 주요 7개국(G7) 중 처음으로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하루 뒤에는 유럽중앙은행(ECB) 또한 금리 인하에 동참했다. 올들어 스위스, 스웨덴 등도 금리를 내렸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또한 올 하반기(7∼12월) 중 인하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최근 몇 년간 고물가에 대처하기 위해 강도 높은 금리 인상 정책을 단행했던 주요국이 ‘긴축’에서 ‘완화’로 돌아서는 ‘피벗’(통화정책 전환)의 문을 열었다. ECB는 6일 기준 금리를 기존 4.50%에서 4.25%로 0.25%포인트 낮췄다. 2022년 7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내내 인상 기조를 이어갔지만 최근 독일 등 곳곳에서 경기 둔화가 심각해지자 금리를 낮췄다. 캐나다 중앙은행 또한 5일 기준금리를 기존 5.00%에서 4.75%포인트로 0.25%포인트 내렸다. 역시 2020년 3월 이후 4년여 만의 인하다. 세계 주요국 중 ‘나 홀로 성장’을 이어가던 미국 경제도 최근의 소비 부진, 고용 둔화 등으로 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의 인하를 점친다. 주요국의 통화정책 전환 기대감에 5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지수, 나스닥지수 등 미국 증시의 주요 지수는 모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인공지능(AI) 개발 주도권을 쥔 대표 기술주 엔비디아가 상승 랠리를 이끌었다. 엔비디아 주가는 이날 하루에만 5.16% 올랐다. 시가총액 또한 3조100억 달러(약 4119조 원)로 애플을 제치고 마이크로소프트(MS)에 이은 2위를 기록했다. 美, 고용-소비둔화에 9월 금리인하 기대감 커져글로벌 ‘금리 피벗’ 확산일부 “금리 내려도 인플레 전쟁 계속”캐나다 중앙은행과 유럽중앙은행(ECB)이 각각 5, 6일 0.25%포인트 금리 인하를 단행했고, 이달 말 영국중앙은행 또한 인하 대열에 동참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전 세계 금융시장의 관심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행보에 쏠리고 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미 경제지표 호조, 여전히 높은 소비자물가 수준 등을 들어 올해 안에 연준이 금리를 낮출 가능성이 없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1분기(1∼3월)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잠정치가 1.3%로 기존 속보치(1.6%)에 비해 0.3%포인트 낮아지고 고용, 소비지표 등도 둔화하자 금리 인하를 기대하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금리 선물(先物)로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을 점치는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선물 투자자들은 연준이 올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내릴 가능성을 70%로 보고 있다. TD증권 또한 “(미국의 뜨거운) 고용시장을 더 이상 인플레이션의 위험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 인플레가 점진적으로 둔화한다면 연준의 9월 금리 인하를 지지할 만하다”고 평했다. 다만 미국과 EU가 금리를 인하해도 주요국의 인플레이션 전쟁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2.6%로 4월(2.4%)보다 올랐다. 필립 레인 ECB 수석 이코노미스트 또한 ECB가 금리 인하를 단행해도 이것이 인플레에 대한 “승리 선언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닐 카시카리 미국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 또한 “현재의 고금리가 상당 기간 유지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피벗(pivot)‘축을 회전해 방향을 튼다’는 뜻으로 각국 중앙은행이 통화정책 기조를 변경할 때 널리 쓰인다. 최근 미국 캐나다 유럽 등에서 그간의 기준금리 인상 대신 금리를 동결하거나 인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글로벌 인공지능(AI) 칩을 주도하는 미국 엔비디아가 5일(현지 시간) 애플을 제치고 미 시가총액 2위 기업에 올랐다. 엔비디아 시총은 불과 1년 동안 1조 달러(약 1373조 원)에서 3조100억 달러(약 4119조 원)로 불었다. 시총 1위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격차도 약 1400억 달러에 불과하다. 같은 날 유럽 증시에서도 네덜란드의 반도체 노광장비 기업 ASML이 프랑스 명품 브랜드 루이뷔통모에에네시(LVMH)를 제치고 시총 2위로 뛰었다. AI가 전 세계 산업 지형과 금융시장 재편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전일 대비 5.16% 급등한 1224.40달러로 마감했다. 올해 들어서만 주가가 147% 상승했다. 올해 불어난 시총 약 1조8000억 달러는 지난해 한국 국내총생산(1조8394억 달러)과 맞먹는다. 최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AI 칩 기술 개발 주기를 1년으로 줄이겠다”고 선언하면서 AI 가속기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뜻을 밝히자 주가가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때 미 시총 1위 기업이었지만 최근 AI 개발에 뒤처진 애플은 올해 MS, 엔비디아의 추격을 모두 허용하는 굴욕을 겪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엔비디아 시총은 2002년까지는 애플보다 높았다. 당시 두 회사의 시총은 각각 100억 달러 미만에 불과했다. 이후 애플은 아이팟, 아이폰 등으로 세계 정보기술(IT) 시장 판도를 바꾸며 ‘시총 3조 달러’ 클럽을 이끄는 수장으로 군림했다. 하지만 AI 경쟁에서 뒤처져 22년 만에 엔비디아에 역전당했다. 반도체 초미세 공정을 구현하는 EUV 장비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회사인 ASML 주가도 고공행진 중이다. 이 장비는 최첨단 파운드리 반도체 공정의 필수품이자 ‘게임체인저’로 불린다. AI 열풍에 힘입어 EUV 장비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ASML의 시총은 5일 기준 4129억 달러(약 568조 원)를 기록해 LVMH를 제쳤다. 최근 대당 3억5000만 유로(약 5200억 원)에 이르는 극자외선 EUV 노광기를 올해 말까지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에 출하하기로 했다. 유럽 시총 1위는 비만 치료제 ‘위고비’로 유명한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6280억 달러)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제가 상원의원에 도전해보는 것이 어떨까요?” 지난해 9월 23일(현지 시간), 한인 2세인 앤디 김 미국 연방 하원의원(42·뉴저지주)은 참모 6명을 불러 긴급회의를 열고 도전 의사를 드러냈다. 이날은 민주당 중진이자 상원 외교위원장인 밥 메넨데스 의원이 뇌물 수수 혐의로 기소된 다음 날이었다. 참모들은 “아무리 그래도 당 중진의 허락이 먼저”라며 만류했다. 막 기소된 메넨데스 의원이 출마 포기 의사를 밝히지도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의원은 회의 뒤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격 출마 의사를 밝혔다. 당시 상황에 정통한 인사는 “회의가 끝난 뒤 김 의원이 홀로 남더니 출마 선언을 했다”며 “김 의원은 기존 관례를 따르는 것보다 부패한 정치를 개혁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전했다.● 한국계 첫 상원의원 역사 이루나 김 의원은 4일 민주당 뉴저지주 선거구 연방 상원의원 후보 경선에서 승리하며 목표에 한 발 더 가까워졌다. 90.3% 개표 현재 75%로 압도적 지지를 얻었다. 뉴저지주에선 1972년부터 50년 넘게 민주당 후보가 줄곧 상원의원에 당선돼 왔다. 이 때문에 현지에서도 김 의원의 당선 가능성을 상당히 높게 본다. 11월 5일 미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상원의원 선거에서 승리하면 ‘한국계 최초의 연방 상원의원’이란 새 역사를 쓰게 된다. 미 연방 상원의원은 각 주마다 2명씩으로 모두 100명밖에 되지 않는다. 국가의 주요 입법에 깊이 관여하는 강력한 자리다. 2018년 연방 하원의원에 처음 도전했을 때 ‘아시아계 이방인’이라는 비난 공세에 시달렸던 그가 미 주류 사회의 정점으로 들어가게 되는 셈이다. 원래 뉴저지주는 당 지도부가 지지하는 후보순으로 투표용지에 잘 보이게 배열하는 ‘투표 라인’ 관행이 있었다. 그만큼 당의 입김이 센 곳이다. 하지만 김 의원은 당 눈치를 보지 않고 출마 선언을 한 데 이어, 투표 라인 관행에 소송을 제기해 승리했다. 이 사건은 김 의원이 “풀뿌리 민주주의의 돌풍”으로 전국적 관심을 받는 계기가 됐다. 김 의원은 후보 확정 직후 성명을 내고 “우리는 뉴저지 정치를 영원히 바꾸는 강력한 풀뿌리 운동을 이뤄냈다”며 “변화를 위한 에너지를 미 상원으로 가져갈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USAID 인턴 이후 한 발 한 발 20년 뉴저지주 남부에서 태어난 김 의원은 소수 정예 교육기관인 캘리포니아주 딥스프링스 칼리지를 거쳐 시카고대를 졸업했다. 이후 ‘로즈 장학생’으로 선발돼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국제관계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 국제개발처(USAID) 인턴으로 공직에 첫발을 들인 뒤 국무부 중동 전문가로, 버락 오바마 정부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일원으로 차근차근 경력을 쌓았다. 2016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로 정권 교체가 이뤄지자 그는 자신이 나고 자란 뉴저지주로 향했다. 공화당 텃밭인 선거구였지만 ‘민생’을 강조한 그의 진심이 통해 2018년 4000표 차로 당선됐다. 김 의원이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던 계기는 2020년 대선 결과에 불복한 트럼프 지지자들의 2021년 1월 6일 ‘의사당 난입’ 사태 직후였다. 새벽까지 혼자 남아 묵묵히 쓰레기를 치우는 모습이 AP통신에 포착돼, 진정성 있는 민주주의 정치인으로 부상했다. 그는 상원의원 후보 경선을 앞둔 4일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20년 전 의사당 앞에서 찍은 사진과 함께 “정치 명문가 출신도 아니고 (워싱턴에) 한두 번 가족여행 온 게 전부였던 내가 (USAID) 복사실 책상에서 시작해 민주당 상원의원 후보 경선에까지 왔다”고 썼다. 김 의원의 상원의원 입성에 변수가 없는 건 아니다. 메넨데스 의원이 무소속 출마 의사를 내비쳤기 때문이다.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대표는 “김 의원이 당선되면, 1992년 로스앤젤레스 폭동 이후 시도해 온 한인 정계 진출의 꿈이 결실을 맺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제가 상원의원에 도전해보는 것이 어떨까요?”지난해 9월 23일(현지 시간), 한인 2세인 앤디 김 미국 연방 하원의원(42·뉴저지주)은 참모 6명을 불러 긴급회의를 열고 도전 의사를 드러냈다. 이날은 민주당 중진이자 상원 외교위원장인 밥 메넨데즈 의원이 뇌물 수수 혐의로 기소된 다음 날이었다. 참모들은 “아무리 그래도 당 중진의 허락이 먼저”라며 만류했다. 막 기소된 메넨데즈 의원이 출마 포기 의사를 밝히지도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의원은 회의 뒤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격 출마 의사를 밝혔다. 당시 상황에 정통한 인사는 “회의가 끝난 뒤 김 의원이 홀로 남더니 출마 선언을 했다”며 “김 의원은 기존 관례를 따르는 것보다 부패한 정치를 개혁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전했다. ● 한국계 첫 상원의원 역사 이루나김 의원은 4일 민주당 뉴저지주 선거구 연방 상원의원 후보 경선에서 승리하며 목표에 한 발 더 가까워졌다. 90.3% 개표 현재 75%로 압도적 지지를 얻었다. 뉴저지주에선 1972년부터 50년 넘게 민주당 후보가 줄곧 상원의원에 당선돼 왔다. 때문에 현지에서도 김 의원의 당선 가능성을 상당히 높게 본다. 11월 5일 미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상원의원 선거에서 승리하면 ‘한국계 최초의 연방 상원의원’이란 새 역사를 쓰게 된다. 미 연방 상원의원은 각 주마다 2명씩으로 모두 100명 밖에 되지 않는다. 국가의 주요 입법에 깊이 관여하는 강력한 자리다. 2018년 연방 하원의원에 첫 도전했을 때 ‘아시아계 이방인’이라는 비난 공세에 시달렸던 그가 미 주류사회의 정점으로 들어가게 되는 셈이다. 원래 뉴저지주는 당 지도부가 지지하는 후보 순으로 투표용지에 잘 보이게 배열하는 ‘투표 라인’ 관행이 있었다. 그만큼 당의 입김이 센 곳이다. 하지만 김 의원은 당 눈치를 보지 않고 출마 선언을 한 데 이어, 투표라인 관행에 소송을 제기해 승리했다. 이 사건은 김 의원이 “풀뿌리 민주주의의 돌풍”으로 전국적 관심을 받는 계기가 됐다. 김 의원는 후보 확정 직후 성명을 내고 “우리는 뉴저지 정치를 영원히 바꾸는 강력한 풀뿌리 운동을 이뤄냈다”며 “변화를 위한 에너지를 미 상원으로 가져갈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 USAID 인턴 이후 한 발 한 발 20년뉴저지주 남부에서 태어난 김 의원은 소수 정예 교육기관인 캘리포니아주 딥스프링스 칼리지를 거쳐 미 시카고대를 졸업했다. 이후 영국 ‘로즈 장학생’으로 선발돼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국제관계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 국제개발처(USAID) 인턴으로 공직에 첫 발을 들인 뒤 국무부 중동 전문가로 , 버락 오바마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일원으로 차근차근 경력을 쌓았다. 2016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로 정권교체가 이뤄지자 그는 자신이 나고 자란 뉴저지주로 향했다. 공화당 텃밭인 선거구였지만 ‘민생’을 강조한 그의 진심이 통해 2018년 4000표 차로 당선됐다. 김 의원이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던 계기는 2020년 대선 결과에 불복한 트럼프 지지자들의 2021년 1월 6일 ‘의사당 난입’ 사태 직후였다. 새벽까지 혼자 묵묵히 남아 쓰레기를 치우는 모습이 AP통신에 포착돼, 진정성 있는 민주주의 정치인으로 부상했다. 그는 상원의원 후보 경선을 앞둔 4일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20년 전 의사당 앞에서 찍은 사진과 함께 “정치 명문가 출신도 아니고 (워싱턴에) 한두 번 가족여행 온 게 전부였던 내가 (USAID) 복사실 책상에서 시작해 민주당 상원의원 후보 경선에까지 왔다”라고 썼다. 김 의원의 상원의원 입성에 변수가 없는 건 아니다. 메넨데즈 의원의 무소속 출마 의사를 내비쳤기 때문이다.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대표는 “김 의원이 당선되면, 1992년 LA폭동 이후 시도해 온 한인 정계 진출의 꿈이 결실을 맺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인공지능(AI) 칩 출시 주기를 1년으로 줄이겠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2일 “우리는 1년 단위로 움직인다”며 차세대 AI 칩 출시 시기를 2년에서 1년으로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올 3월 공개한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인 ‘블랙웰’이 아직 출하되기도 전에, 2025년 ‘블랙웰 울트라’와 2026년 ‘루빈’ 출시 계획을 밝힌 것이다. 황 CEO는 “컴퓨터가 등장한 지 60년 만에 ‘생성형 AI 빅뱅’이 벌어졌다”며 “물리적 성질을 지닌 생성형 AI 로봇이 다음 주자”라며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포부도 다시 한번 드러냈다.● 차세대 HBM 탑재한 AI 칩 공개 황 CEO는 이날 대만 타이베이 국립대만대 체육관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4’ 기조연설에서 “세계 AI의 주도권은 엔비디아가 쥐고 있다. 모든 것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차세대 AI 칩 로드맵을 공개했다. 특히 그간 2년 주기였던 차세대 ‘AI 가속기’ 개발을 1년으로 줄이겠다고 밝혀 이목을 끌었다. 이른바 AI 가속기는 AI 특화 반도체로 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을 조합해 만든다. 2026년 루빈에는 SK하이닉스의 6세대 HBM ‘HBM4’가 들어갈 계획이다. 황 CEO는 “루빈에는 HBM4 8개가, 루빈 울트라에는 HBM4 12개가 탑재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엔비디아가 차세대 AI 칩 출시 주기를 앞당길 방침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AI 기술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지난달 SK하이닉스도 HBM4 양산 시기를 2026년에서 내년으로 1년 앞당기겠다고 선언했으며, 삼성전자 역시 내년에 HBM4를 양산할 계획이다. 황 CEO는 이 자리에서 “엔비디아가 AI 시대 문을 열었다”며 “기존 컴퓨팅 방식으로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데이터 양을 감당할 수 없고 ‘엔비디아식 가속 컴퓨팅’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자평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젠슨 황이 반도체부터 소프트웨어까지 전부 엔비디아 플랫폼 안에서 돌아가는 시대를 선포한 것”이라고 평했다.● “AI의 다음 물결은 로봇” 황 CEO는 이날 ‘AI 로봇’에 대한 열망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엔비디아는 책상(데스크톱)과 주머니(스마트폰), 데이터센터를 위한 컴퓨터를 만들어왔다”며 “앞으로는 걷거나 바퀴로 굴러가는 컴퓨터(로봇)를 만들겠다”고 했다. 그는 앞서 3월 엔비디아 개발자 행사인 ‘GTC 2024’ 기조연설에서 ‘피지컬 AI’라 할 수 있는 로봇에 대한 포부를 드러냈다. 황 CEO는 “AI발(發) 산업혁명이 시작됐다”며 “소프트웨어는 입력된 명령어에 따라 구동되지만 생성형 AI는 사용자에게 필요할 기술을 스스로 만들어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제조업 공장과 손잡은 사례도 소개했다. 현재 폭스콘은 엔비디아가 개발한 디지털 가상공간 기술인 ‘옴니버스’ 기술을 사용해 원격 제어 및 AI 분석 기능들을 도입한 상태다. 삼성전자도 엔비디아와 협력해 2030년까지 반도체 공정을 첨단화할 계획이다. AI 열풍으로 올해 컴퓨텍스는 ‘세계가 주목하는 AI 박람회’로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1981년 시작된 컴퓨텍스는 아시아 최대 정보기술(IT) 박람회지만, 최근 미국 CES나 유럽 IFA 등에 크게 밀리는 형국이었다. 하지만 ‘AI를 연결하다(Connecting AI)’를 주제로 한 올해는 엔비디아와 인텔, AMD, 퀄컴 등 주요 반도체 기업 CEO가 대거 참여해 위상이 크게 달라졌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지난달 31일 오전 11시경.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뉴욕에서 거주하는 맨해튼 ‘트럼프타워’ 주변은 혼란이 극심했다. 전날 ‘성추문 입막음’ 형사재판에서 34개 혐의에 모두 유죄 평결을 받으며 미 최초의 중범죄 처벌을 받는 전직 대통령이자 대선 후보가 된 트럼프가 공개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밝힌 뒤 지지자와 반대자들이 몰려든 탓이었다. 건물 위로는 방송 헬기가 시끄럽게 떠다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예고하자 주변 상황을 취재하러 헬기까지 동원된 것이다. 현장은 경찰의 삼엄한 경계에도 곳곳에서 고성이 오가며 살벌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방송 취재진을 향해 “편향된 언론”이라며 욕설을 퍼붓는 이들도 있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유죄 평결을 두고 환호와 야유가 쉴 새 없이 뒤섞이는 모습은 ‘사상 최초’ 기록 릴레이를 쓰고 있는 미 대선의 ‘카오스’(혼돈)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트럼프를 감옥에 가둬라(Lock him up)’라고 쓴 팻말을 들고 나온 로버트 존스 씨는 유죄 평결에 크게 고무된 모습이었다. 그는 “미국의 사법 시스템이 살아있다는 걸 느꼈다”며 “뉴요커들이 제대로 평결을 내렸다. 트럼프는 범죄자이고, 이는 11월 대선에 분명하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대학원 진학을 앞둔 23세 제러미 씨는 “항소법원이든 대법원이든 이번 판결이 뒤집힐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미국 20대 남성들은 역사상 가장 보수적인 젊은 세대”라며 “주변 친구들도 대부분 (조 바이든에서) 트럼프로 돌아섰다”고 했다. “올해 대학 졸업생들은 취업도 안 되고 학자금 갚느라 고생인데…”라고도 덧붙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타워 안 로비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바이든이 선거에서 이기질 못하니 법원에서 이기려고 한다”며 “(이번 재판은) 사기이자 조작”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20달러 소액 기부자들이 뜻을 모아 미 역사상 최고의 액수를 기부했다”라고 감사를 표했다. 실제로 트럼프 캠프에 따르면 유죄 평결 뒤 24시간 동안 5280만 달러(약 730억 원)의 후원금이 몰려 들었다. 캠프 측은 “기존 기록보다 2, 3배가량 많은 금액”이라며 “후원자의 30%가량은 새로운 소액 기부자들”이라고 밝혔다. 기자회견이라고 했지만 질문은 받지 않았다.반(反)트럼프 시위대도 현장으로 나왔다. 거리에는 ‘유죄’, ‘주의(Caution): 이 건물에 중범죄자 있음’ 등의 팻말을 든 이들이 넘쳐났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판결이 마음에 안 든다고 ‘조작됐다’고 주장하는 건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난했다.일부 유권자들은 혼탁한 정치 상황 자체를 우려하기도 했다.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왔다는 관광객 애비 씨는 “아직 누구에게 투표할지 결정하지 못했다”면서도 “대선 후보 중 한 명이 범죄자라는 것에 불편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트럼프 유죄 평결 직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선 무당층과 공화당 지지자 일부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서 등을 돌릴 가능성이 엿보였다. 지난달 31일 모닝컨설트 조사에 따르면 지지 정당이 없는 응답자의 49%, 공화당 지지자의 15%가 “트럼프가 대선 후보에서 사퇴해야 한다”라고 답했다. 30, 31일 로이터-입소스 조사에선 공화당 지지자의 약 10%가 “트럼프에게 투표할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응답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오전 11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뉴욕 맨해튼 거주지 ‘트럼프 타워’ 위로 방송 헬기가 날아다녔다. 전날 미국 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중범죄 혐의에 대한 유죄 판결을 받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밝히자 주변 상황을 취재하러 헬기까지 동원된 것이다. 트럼프타워가 위치한 뉴욕 명품 쇼핑거리 5번 애비뉴는 경찰의 삼엄한 경비 속에 수 백 명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죄 판결에 대한 지지와 반대를 표시하며 몰려들었다. 현장 생중계 방송 취재진, ‘항복하지 말라’는 깃발을 들고 나선 트럼프 지지자, ‘감옥에 가라’비판하는 시위대가 뒤섞였다. 곳곳에서 말싸움을 벌이거나 방송 취재진에게 “편향된 언론”이라고 욕설을 던지는 등 분노와 기쁨을 표출하는 현장은 전례 없는 ‘중범죄자’ 대선후보가 나온 미 대선 혼란상을 보여줬다. ‘감옥에 가둬라(Lock him up)’는 사인펜으로 쓴 종이를 들고 나온 뉴욕시민 로버트 존스 씨에게 트럼프 유죄 판결에 대한 생각을 묻자 그는 “어제 뉴스를 보고 미국의 사법 시스템이 살아 있음을 느껴서 매우 기쁘고, 감격스러웠다”며 “조지아주와 플로리다주에도 남은 재판이 있지만 우리 뉴욕시에서 뉴요커들이 제대로 평결을 내렸다. 그는 범죄자이고, 11월 대선에 분명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옆에서 존스 씨의 발언을 듣고 있던 대학생 제레미 씨(23)가 끼어들었다. 그는 “조지아주에서 공정한 재판이 가능하겠나. 특검에 불륜과 부패가 있지 않았냐”고 언급했다. 트럼프 선거 전복 혐의를 수사했던 조지아주 특검이 검사장과의 불륜으로 3월에 사임했던 사건을 말한 것이다. 뉴저지주에서 온 트럼프 지지자 제레미 씨는 친구를 만나러 맨해튼에 왔다가 트럼프 실물을 볼 수 있을까 싶어서 트럼프 타워로 왔다고 말했다. 최근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에 진학할 예정이라는 그는 “결국 항소법원에서든 대법원에서든 (성추문 입막음 문서조작) 유죄 판결은 뒤집어 질 것이다. 사람들은 모두 진실을 알고 있다”며 “우리 20대 남자들은 미국 역사상 가장 보수적인 젊은 세대다. 나라의 시스템이 무너지고 있고, 내 주변 친구들 대부분 트럼프로 돌아섰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 졸업생들은 취업도 안되고 학자금 갚느라 고생인데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이용해 학자금을 나라가 갚아주겠다고 젊은 표를 세금으로 사려 한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죄 판결을 듣고 바이든이 승리했던 2020년 대선 때처럼 기뻤다는 데이비드 윌시(45) 씨는 “이번 선거는 미국 역사상 가장 중요한 대선이 될 것”이라며 “중범죄자 미국 대통령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 출마 자체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11시 20분 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트럼프 타워 안 로비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는 연설을 시작했다. 그는 재판이 “사기(scam)”이고 “조작된(rigged)” 것이라며 “끝까지 싸울 것”을 다짐했다. 밖에서 거대한 앰프로 트럼프의 연설을 듣던 극렬 지지자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질렀다. 뉴욕시의 골칫거리가 된 불법 이민 문제를 거론하며 “불법 이민자들이 럭셔리 호텔에서 잘 때 우리 참전군인들은 노숙자로 길거리에서 자고 있다. 내가 이를 바로잡아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발언에도 박수가 터져 나왔다. 반면 반(反) 트럼프 시위대는 노란색 바탕에 선명한 검정색 글씨로 ‘유죄(guilty)’ 표시로 대선에 출마하지 말라고 외쳤다. 트럼프 유죄 판결이 바이든과 트럼프 각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효과를 낸 것이다. 이날 트럼프 기자회견 이후 조 바이든 대통령도 직접 나서 “어제 뉴욕시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몇마디 하고 싶다”며 “250년을 이어 온 미국 사법 시스템은 존중 돼야 한다. 평결이 마음에 안 든다며 ‘조작됐다’고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고 경박한 일”이라고 비판에 나섰다. 다만 트럼프 타워를 찾아 올만큼 적극적인 지지자나 극렬한 반대 시위자 외에 지나가다 온 미국 관광객들은 고개를 갸웃하기도 했다.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출신이라는 관광객 애비 씨는 “아직 누구를 뽑을지 결정은 못했다. 대선후보가 범죄자라면 솔직히 불편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실제로 트럼프 유죄 평결 직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무당층과 공화당 지지자 일부에서 트럼프에게 등을 돌릴 가능성이 시사됐다. 모닝컨설트가 유죄평결 다음 날인 지난달 31일 실시해 1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무당층 응답자의 49%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후보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답했다. 유죄 평결이 나온 30일과 다음날인 31일 실시한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에서는 공화당 지지 유권자의 10%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투표할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응답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