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감정 호텔에는 날마다 다양한 감정이 찾아온다. 감정 호텔의 지배인은 감정들이 잘 지내고 있는지 늘 세심하게 보살핀다. 작은 목소리를 지닌 슬픔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늘 귀 기울이고, 벽이 흔들릴 정도로 소리를 질러대는 분노에게는 가장 큰 방을 내어준다. 분노를 가둬놓으면 죄책감, 우울감 등 온갖 감정으로 변신하는 데다 소리를 맘껏 지르고 나면 금방 훌훌 털고 떠나기 때문이다. 분노가 떠나면 늘 평화가 호텔을 찾는다. 지배인은 모든 것이 버거워지면 감사가 잘 있는지 보러 나간다. 감사는 뭘 해 달라고 조르는 법이 없어 잊어버리기 쉽기 때문이다. 반가운 손님들도 있다. 상처를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는 자신감과 지겨운 일도 즐겁게 해내도록 도와주는 자긍심 등이 대표적이다. 사랑과 기쁨 희망이 찾아오는 날엔 호텔은 웃음이 가득한 마법 같은 곳으로 바뀐다. 어떤 감정이든 따뜻하게 맞이하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지배인의 모습을 보면서 마음속 다양한 감정을 이해하고, 각 감정을 다루는 법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지난달 5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 무대에 오른 연극 ‘와이프’ 공연 도중 객석에 앉은 한 남성 관객이 망원렌즈가 장착된 DSLR 카메라를 꺼내 연속 촬영에 나섰다. 주변 관객들의 주장에 따르면 그 남성은 극중 1인 3역을 맡은 걸그룹 소녀시대 출신 배우 최수영이 옷을 갈아입는 장면에서 특히 집중적으로 촬영했다고 한다. 곧바로 연극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해당 회차 공연을 관람한 관객들이 이른바 ‘관크(관객 크리티컬·관람을 방해하는 무례한 행위)’로 피해를 입었다는 내용의 후기글을 남겼다. 문제의 남성의 행동은 장당 7만7000원(R석)을 지불하고 공연장을 찾은 주변 관객에게 피해만 입힌 게 아니었다. 우선 최수영의 초상권을 침해한 불법 촬영이란 점에서 위법의 소지가 있었고, 공연 중 촬영은 저작권 침해 행위에도 해당된다. 이른바 ‘관크 테러’는 공연장뿐만 아니라 영화관에서도 종종 벌어진다. 2022년 12월 말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 돌비시네마 3D관에선 일명 ‘초장 사태’가 벌어졌다. ‘아바타: 물의 길’을 보러 온 한 관객이 포장 회와 소면 등을 가져와 초장에 찍어 먹는 바람에 초장 냄새가 상영관에 진동한 것. 게다가 “쩝쩝” 요란한 소리를 내며 먹는 바람에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당시 ‘역대급 관크’라며 피해를 호소하는 글이 올라왔다. 이를 두고 누리꾼들 사이에선 ‘영화관에서 어떤 음식까지 취식이 가능한가’를 놓고 논쟁이 벌어지기까지 했다. 2015년 본보에선 ‘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라는 타이틀의 시리즈 기사가 나간 적이 있다. 그해 5월의 주제는 ‘문화 예절’이었다. 당시 문화부 공연 담당 기자로서 공연장 곳곳에서 벌어지는 ‘관크’ 세태를 기사(본보 2015년 5월 8일자 A14면 참조)로 전했다. 블루스퀘어·LG아트센터 등 서울 주요 공연장의 하우스매니저(객석·로비 관리 총괄)들이 전한 관크의 실상은 이랬다. 연말 연초 회식 후 송년회와 신년회 형식으로 단체 관람을 하러 온 회사원들이 종종 저지르는 ‘객석 내 음주 오바이트 관크’, 겨울철 난방을 돌리는 공연장 내에 가죽 롱부츠를 신고 온 관객들이 불이 꺼진 후 부츠를 벗고 관람하면서 주변 관객들이 가죽 및 발냄새로 고통을 호소하는 ‘발냄새 관크’ 등이 있었다. 2012년 뮤지컬 ‘엘리자벳’ 초연 때는 관크로 인한 관객 간 다툼으로 경찰이 출동한 적도 있다. 당뇨병 환자였던 60대 여성 관객이 공연 중 쿠키를 먹었다가 옆자리의 20대 관객이 인터미션 때 직접 항의하는 과정에서 욕설이 난무하는 큰 싸움이 난 것. 결국 경찰이 출동해서야 사건은 마무리됐다. 최근 KBS교향악단 유튜브 채널에 2000년 방영 드라마 ‘태조왕건’의 편집 영상이 인기를 끌었다. ‘궁예-레퀴엠’이란 제목의 34초 분량의 영상이다. 극중 “누구인가? 지금 누가 기침 소리를 내었어?”라는 대사 자막에 ‘공연장’을 덧붙이며 공연장 매너를 꼬집었다. 2주 만에 조회수 64만 회를 넘긴 해당 영상엔 “관크 저격까지 완벽했던 영상”이란 평의 댓글이 다수 달렸다. ‘관크’ 민폐에 대한 대중의 분노와 불편함이 반영된 반응으로 보인다. ‘관크’를 법적으로 제재할 방법도, 그럴 기준도 없는 게 현실이다. 결국은 주변 관객들을 위한 배려 있는 행동을 호소할 수밖에 없다. 세계에서 인정받는 K문화의 수준만큼이나 우리 국민의 문화적 매너의 위치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김정은 문화부 차장 kimje@donga.com}
KX이노베이션이 프로그램 전문제작업체인 이엘미디어컴퍼니 지분 100%를 인수해 방송 콘텐츠 제작사업에 본격 진출한다고 밝혔다.이엘미디어컴퍼니는 슈퍼맨이 돌아왔다(KBS2), 차트를 달리는 남자(KBS joy) 등 공중파 및 케이블 채널에서 인기를 끌었던 프로그램을 공급한 중견 제작사다.또한 배우, 스포테이너(스포츠+엔터테이너) 등의 매니지먼트사업도 활발히 펼치는 제작사로 배우 류수영, 박솔미, 윤현민, 윤소이, 이시원, 왕빛나 등 배우 20여명과 허재, 김병현, 이대은 등 운동선수 출신을 소속으로 두고 있다.KX이노베이션은 이번 이엘미디어컴퍼니 인수를 통해 콘텐츠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다양한 콘텐츠 지식재산권(IP)을 확보해 현재 운영 중인 채널들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한찬수 KX이노베이션 대표는 “이번 인수는 종합미디어 기업으로 나가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콘텐츠 제작 능력을 확보하게 돼 기존 보유 채널들과의 시너지 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KX이노베이션은 지난 2000년부터 방송송출사업을 시작해 현재 80여개 채널 송출 시스템을 구축한 국내 방송송출사업 1위 기업이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동물의 세계에서 어떤 동물은 아주 높이 뛸 수 있고, 어떤 동물은 빨리 달릴 수 있다. 물속 깊은 곳까지 들어갈 수 있는 동물도 있고, 냄새를 잘 맡거나 멀리 볼 수 있는 동물도 있다. 책 속 주인공은 독자들에게 대화를 건네듯 동물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두더지는 눈이 너무 작아서 잘 볼 수 없지만 냄새를 잘 맡는 동물이고, 쇠똥구리는 자기 몸무게의 1141배나 되는 다른 동물의 똥을 쉽게 밀 수 있는 힘센 곤충이라고 설명하는 식이다. 펭귄은 날 순 없지만, 133층 건물 높이를 나는 새만큼 물속 깊이 들어갈 수 있는데, 주인공은 독자들에게 “펭귄은 다른 새들이 결코 맛보지 못한 먹이를 찾아내겠지?”라는 질문을 던진다. 주인공은 각자 잘하는 것을 찾아내는 동물들의 이야기를 전하며 스스로 자신을 만들어 갈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찾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자기 자신만의 강점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다양한 색감으로 그려진 동물들의 모습을 보는 재미도 상당하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모두 다 그저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학전 김민기 대표) 한국 소극장 문화를 상징해 온 ‘학전’이 결국 창립 33주년을 맞는 다음 달 15일 문을 닫는다. “내가 없으면 학전도 없다”는 김민기 대표(73·사진)의 뜻에 따라서다. 22일 학전은 입장문을 내고 “학전 블루 소극장의 운영은 3월 15일 종료된다”며 “학전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예술위원회(문예위)가 어린이와 청소년, 신진 음악인을 위한 김민기 대표의 뜻을 잇되, 학전의 명칭을 사용하지 않는 독자적인 공간으로 운영해 나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앞서 문예위는 3월부터 학전의 건물주와 임대차 계약을 맺고 민간 위탁으로 지원에 나설 계획이었다. 학전 측은 “지난해 12월, 창작공간 활성화 지원사업을 위해 대학로 내 공연장이 필요했던 문예위는 학전 소극장을 학전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계승한 공간으로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학전과의 최종 협의 없이 보도된 내용으로 문예위가 ‘학전 소극장’을 운영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폐관 결정 배경에는 ‘다른 사람의 손에 맡겨서는 학전의 정신이 이어지기 어렵다’는 김 대표의 고심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학전은 24일 종연하는 어린이뮤지컬 ‘고추장 떡볶이’에 이어 28일부터 다음 달 14일까지 33팀의 가수 및 학전 출신 배우들이 펼치는 ‘학전, 어게인 콘서트’로 33년간의 여정을 마무리한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초밥이 옷을 사러 옷 가게를 방문한다. 가게 안에는 연어, 꽁치, 광어, 문어, 계란말이, 새우 등 초밥용 옷이 행어에 일렬로 깔끔하게 걸려 있다. 어떤 옷을 새로 살지 고민하는 초밥에게 점원은 연어옷을 권한다. 하지만 초밥은 자신의 취향인 계란말이를 선택한다. 이번엔 아이스크림이 모자를 사기 위해 모자 가게를 찾는다. “요즘 인기 많은 녹차맛은 어떠세요?”라고 말하는 사장님의 권유를 뒤로하고 아이스크림은 녹차 반, 바닐라 반 모자로 선택한다. 또 다른 친구인 흑심 연필은 머리를 깎으러 미용실을 방문한다. 과감하게 빨간색으로 염색해 연필에서 색연필로 변신에 성공한다. 딸기는 케이크 침대를 사러 나서고, 소시지는 핫도그빵 자동차 등을 사러 나선다. 만두들은 찜통 사우나에 들러 노곤노곤 익어간다. 사진작가이자 미니어처 아티스트인 저자가 익숙한 사물들을 새롭게 바라보며 풀어낸 기발한 상상력이 인상적이다. 사물의 미니어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낸 각 장별 배경 이미지도 보는 재미를 더한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이달 20일부터 다음 달 31일까지 ‘여행가는 달’ 캠페인을 추진한다고 14일 밝혔다. 교통비 최대 50%, 국내 여행상품 40% 할인 등의 혜택이 제공된다. 문체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여행가는 달’ 캠페인을 매년 6월, 연 1회 진행했으나 올해는 내수 활성화를 위해 3월과 6월 연 2회로 확대 시행한다고 밝혔다. 코레일 협력 여행사와 주요 온라인 여행사를 통해 숙박, 체험권 등 관광 관련 상품과 결합 구매 시 KTX 승차권을 최대 주중 50%, 주말과 공휴일에 30%를 각각 할인해준다. 5개 노선 관광열차 승차권도 코레일 애플리케이션·누리집과 현장 발권을 통해 최대 반값에 판매한다. 항공 할인은 지방공항 도착 노선을 이용할 때 적용된다. 최대 1만5000원이 할인되며 8000명 규모다. 이달 29일부터 예약 및 사용할 수 있다. 20일부터 사전 예약을 받는 철도와 렌터카 할인 상품은 다음 달 1일부터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이달 27일부터 3월 31일까지 비수도권의 5만 원 초과 숙박상품을 예약하면 사용할 수 있는 3만 원 할인권 11만 장이 배포된다. 알뜰 국내여행 상품도 눈길을 끈다. 여행상품 특별기획전을 통해 ‘동해안 7번 국도 따라 1박 2일 여행’ ‘남도 미식여행’ ‘봄의 전령 광양 매화, 구례 산수유 여행’ 등 50여 개 국내 여행사의 90여 개 여행상품을 40%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여기는 못자리 농사다. 못자리 농사는 애들을 촘촘하게 키우지만, 추수는 큰 바닥으로 가서 거두게 될 것이다.” 1991년 3월 15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 ‘학전’ 소극장이 개관하던 날, 김민기 대표가 한 말이다. 소극장 문화를 대표해 온 학전은 배울 ‘학(學)’에 밭 ‘전(田)’자를 쓴다. “문화예술계 인재들의 못자리가 되겠다”는 김 대표의 초심을 담아 지어진 이름이다. 학전은 이름값을 증명하듯 배우 설경구, 황정민, 김윤석, 조승우, 이정은, 장현성 등 굵직한 스타들을 낳았다. 가객(歌客) 고(故) 김광석은 학전에서 1000회 공연을 열었고, 1991∼1995년엔 매년 라이브 콘서트도 열었다. 들국화, 안치환, 이소라, 장필순, 윤도현, 성시경, 유리상자, 장기하 등도 학전에서 노래했다. 33년간 대학로를 지켜온 학전이 다음 달 문을 닫는다. 위암 투병 중인 김 대표의 건강 악화와 경영난이 겹친 결과다. 2014년 이미륵상 시상식에서 수상자로 참석한 김 대표를 만난 적이 있다. 그가 1996년 개관한 ‘학전그린소극장’이 경영난으로 문을 닫은 지 1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김 대표에게 수상 축하 인사를 건넨 뒤 공연계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던 중 “대학로의 높은 임차료와 제작비 상승 등으로 한국 연극 대중화의 씨앗이 된 대학로 소극장들의 폐관 소식이 들려와 안타깝다”는 말을 전하자 그는 말없이 한참을 고개만 끄덕였다. 그러곤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한마디 툭 던졌다. “맞아요. 한국 공연계는 늘 척박해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돈이 안 되는 일이어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지.” 헛된 말이 아니었다. 그의 삶을 되돌아보면 김민기는 여느 제작자들과 달리 척박한 공연계에서 돈이 안 되지만 의미 있는 일에 최선을 다했다. 원작자에게 저작권료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던 시절, 그는 1990년대 공연계에서 출연진 ‘서면 계약’, 배우들에게 유료 관객 입장 수익을 나눠 주는 ‘러닝개런티’ 제도를 처음 도입했다. 적자가 나도 30만 원의 개런티를 배우들에게 지급했다. 이 때문에 뮤지컬 ‘개똥이’가 흥행에 실패했을 땐 자신이 소유한 경기도 일산의 아파트를 처분해 배우들에게 개런티를 나눠준 이야기는 유명하다. 학전은 오래전부터 수익이 나오기 어려운 구조였다. “태어나 처음 보는 공연이 좋아야 안목을 갖출 수 있다”는 김 대표의 철학에 따라 학전은 뮤지컬 ‘고추장 떡볶이’ 등 어린이 공연 제작에 힘써 왔다. 어린이 작품들은 작품당 4000만∼5000만 원씩 적자가 났고, 김 대표는 오랜 시간 저작권 수익을 집에 가져가지 못했다. 그럼에도 김 대표는 소외 지역 아이들을 위해 전국의 폐교에 무대를 설치하고 지역 공연을 펼쳤다. ‘누구나 좋은 공연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김 대표의 뚝심 덕분이었다. 다행히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3월부터 학전의 건물주와 임대차 계약을 맺고 민간 위탁으로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학전의 이름을 계속 쓸지에 대해선 김민기 대표와 협의를 해야 하는데, 현재 김 대표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협의를 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학전의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일어나/일어나/다시 한번 해보는 거야’ 학전의 대표 가수 김광석의 노래 ‘일어나’의 노랫말처럼 학전이 다시 한번 힘을 내 일어났으면 좋겠다.김정은 문화부 차장 kimje@donga.com}
‘난 이상해.’ ‘난 문제야.’ 슬프거나 좌절하는 날엔 다정하지도 친절하지도 않은 말이 마음속에 가득 찬다. 하지만 주인공 아이는 그런 말들을 곱씹지 말고 잠시 생각을 멈추고, 자신을 사랑하고 아껴주는 말로 가득 채우라고 말한다. 또 불안하고 화가 날 때 마음속에서 ‘그러면 안 돼’라고 말을 걸어오지만 그럴 때일수록 “나는 사람이야. 어떤 감정이든 느낄 수 있어. 있는 그대로 느낄 거야”라고 스스로에게 말하라고 조언한다. ‘또 실패야’라는 생각이 들 땐 “난 용감해. 몇 번이고 도전할 용기가 있어. 실패가 아니라 목표를 이루는 중인 거야”라는 말을 건네며 마음을 다잡으라고도 한다. 스스로 탓하는 말들을 잠재울 수 있게 “나에게 들려줄 말은 내가 스스로 골라요”라고 말하는 아이를 통해 건강한 마음가짐을 되짚어 보게 된다. 또 어떤 힘든 상황에서든 ‘나를 사랑하는 말로 나를 응원하라’는 아이의 조언에서 왠지 모를 힘을 얻게 된다. 일러스트 형식의 세련된 삽화는 보는 재미를 더한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3월 22일부터 게임 속 확률형 아이템 정보 표시가 의무화된다. 게임 화면뿐만 아니라 홈페이지와 광고물에도 확률형 아이템이 포함돼 있다는 점과 해당 아이템의 획득 확률 등을 반드시 알려야 한다. 정부는 또 게임사가 게임 서비스를 일방적으로 조기 종료하는 이른바 ‘먹튀 게임’으로부터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해 온라인게임·모바일게임 표준약관 개정을 추진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30일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게임산업 정책을 공개했다. 정부는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게임산업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3월 22일부터 확률형 아이템 유형을 △캡슐형 △강화형 △합성형으로 나누고, 게임 이용자가 알기 쉽도록 게임 화면 및 홈페이지 등에 아이템 획득 확률(%)을 의무적으로 표시해야 한다. 현재 확률형 아이템은 구입 후 열어보기 전까지 내용물을 알 수 없다. 이 때문에 원하는 게임 아이템이 나올 때까지 구매하기 쉬워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는 특히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제기된 ‘컴플리트 가챠’(특정 아이템 조합을 완성하면 보상을 얻는 방식)를 합성형으로 분류해 이를 반드시 표기하도록 했다. 정부는 또 게임사가 게임 서비스를 일방적으로 조기 종료하는 이른바 ‘먹튀 게임’으로부터 이용자를 보호하고 해외 게임사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책임을 강화한다. 앞으로 게임사는 온라인게임·모바일게임 표준약관 개정을 통해 게임 서비스를 종료하더라도 최소 30일 이상 환불 전담 창구 운영을 의무화해야 한다. 또한 게임산업법 및 전자상거래법 내 국내 대리인 제도를 도입해 해외 게임사에도 국내 게임사와 같은 이용자 보호 의무를 부여한다. 이와 함께 정부는 게임 이용자가 입은 피해를 좀 더 수월하게 구제받을 수 있도록 전자상거래법에 ‘동의의결제’를 도입한다. 동의의결제는 표시광고법을 위반한 기업들이 본격적인 조사에 앞서 소비자에게 적절한 피해 배상 계획을 제안할 경우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중지하는 제도다. 박세민 공정위 소비자정책국장은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뤄진 사전 브리핑에서 “게임사가 피해를 입은 이용자들과 협의해 보상안을 가지고 오면 공정위가 심의해 의결하게 된다”며 “재판으로 가면 몇 년씩 걸릴 사안을 몇 달 만에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임물관리위원회가 가진 게임물 등급 분류 권한은 단계적으로 민간에 이관된다. 현재 게임산업법에 따르면 국내에 유통되는 모든 게임물은 게임위 또는 자체등급분류사업자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 게임물 등급 분류 자율화가 이뤄지고 나면 게임위는 사후 관리 업무와 일부 아케이드 게임 심의만을 담당하는 등 기능이 대폭 축소된다. 다만 아케이드 게임, 소셜 카지노 게임 등은 게임위의 등급 분류 대상으로 남겨둘 방침이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공원에서 배드민턴을 치던 아빠와 아이가 잠시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한다. “아, 나도 강아지 키우고 싶다.” 아이가 지나가는 말처럼 한마디를 툭 던진다. 아빠는 이런 상황이 익숙한 듯 받아친다. “네 태권도 도복에 똥 싸면 어떡해?” 아이는 복슬복슬한 고양이를, 목이 긴 브라키오사우루스를, 작고 소중한 도마뱀을, 사랑스러운 토끼를 키우고 싶다고 답한다. 아빠는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아이의 질문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아이는 “아빠, 동생은 어때요?”라고 묻는다. 아빠는 동생보단 자신을 닮은 아기를 만나고 싶었다고 고백한다. “그 아기 어디 있어요?”라는 아이의 물음에 아빠는 답한다. “여기.” 아빠는 아이가 어릴 적 강아지처럼 아무 데서나 똥을 싸고, 토끼처럼 밤에 잠을 안 자곤 했지만 아이를 만나 진짜 행복하다고 말한다. 아이와 아빠의 대화에서 자식을 향한 부모의 사랑이 깊게 느껴진다. 또 기존 그림책 작법에서 벗어나 아빠와 아이의 대화 앞에 각자의 얼굴을 그려 넣은 점도 눈길을 끈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정부가 넷플릭스에 버금가는 만화·웹툰 분야 플랫폼을 육성하기 위해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2027년까지 4조 원 규모로 만화·웹툰 산업을 키우고 올가을 만화계의 ‘칸 영화제’와 같은 세계적 축제를 신설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문화체육관광부 유인촌 장관은 23일 서울 종로구 아트코리아랩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만화·웹툰 산업 발전 방향’을 발표했다. 문체부는 2023 웹툰 실태조사에서 ‘해외 진출 시 가장 지원이 필요한 사항’으로 ‘통역 및 번역 지원’이 꼽힌 점을 감안해 올해 관련 예산을 10억 원(지난해 6억 원)으로 확대했다고 밝혔다. 만화·웹툰 제작 지원에 32억6000만 원, 만화·웹툰 지식재산(IP)마켓에 18억 원, 국가대표 웹툰 기업 육성에 15억 원을 책정했다. 또 올해 민관 합동 6000억 원 규모의 자펀드를 활용해 만화·웹툰 기업의 IP사업화를 돕는다. 이 외에도 문체부는 창작·산업·번역 인력 양성 사업을 각각 추진하고, 2027년까지 각 양성 사업을 통합한 ‘만화·웹툰 인재 아카데미’(가칭) 설립을 추진한다. 올해는 기획·제작 PD 등 산업인력 양성 과정을 신설하고 2025년부터 IP 창작 인재를 매년 30여 명씩 배출하는 교육과정도 만든다. 내년에는 웹툰에 특화된 번역가를 양성하는 ‘번역 지원센터’(가칭)도 설립한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초인종 소리에 문 밖에 나간 아이는 덩그러니 놓인 작고 파란 우산 하나를 발견한다. 우산엔 ‘널 위해서’라고 적힌 쪽지 하나가 붙어 있다. 쪽지의 뒷면엔 ‘그래 너 맞아’라고 쓰여 있다. 비가 한 방울도 내릴 것 같지 않지만 아이는 우산을 챙겨 나간다.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지고 아이는 우산을 펼친다. 엄마랑 함께 쓰기에는 너무 작은 우산이었지만 신기하게도 엄마가 겨우 우산 밑으로 몸을 집어넣자 우산이 살짝 커진다. 비는 점점 더 거세게 쏟아지고, 아이의 눈엔 추위에 떨고 있는 한 가족이 보인다. 다소 비좁아 보이지만 아이와 엄마는 그 가족에게 함께 우산을 쓸 것을 권한다. 이번에도 신기한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진다. 우산이 더 커진 것. 길이가 더 길어지고, 더 넓어졌다. 비를 맞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우산 밑으로 모이며 벌어진 마법 같은 일을 그린 작품이다. 포용, 나눔, 공동체의 가치 등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일러스트 형식의 귀엽고 생동감 넘치는 그림은 보는 재미를 더한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숨기지 말고 그대로 표현하세요.” 한국계 이민자의 삶에 밴 현대인의 고독과 분노를 그려내 세계인의 공감을 불러일으킨 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BEEF)’이 ‘방송가의 오스카’라 불리는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에서 15일(현지 시간) 작품상과 감독상, 남·여우주연상 등 8관왕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뒀다. 에미상 시상식 무대에서 ‘성난 사람들’이 수상작으로 언급될 때마다 곱씹게 되는 말이 있었다. 지난해 8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방송영상마켓에서 연사로 나섰던 ‘성난 사람들’의 연출가 이성진 감독의 고백이다. “할리우드가 정말 많이 바뀌었어요. 제가 데뷔했을 때에는 ‘어떻게 하면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글을 쓸까’ 고민했지만 이젠 아니에요. K팝, 드라마, 영화뿐 아니라 한국인의 집단적 경험 자체에 대해 관심이 많아요.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숨기지 말고 그대로 표현하세요.” 2008년 데뷔한 그가 당시 ‘어떻게 하면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글을 쓸까’를 고민했다는 고백엔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한국인이라면 단박에 이해할 수 있는 많은 의미와 설명이 담겨 있다. 고작 16년 전 미국 내 한국계 이민자들의 위상과 마치 ‘유리천장’ 같았던 세계무대 속 한국 콘텐츠의 위치를 가늠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주체가 아닌 ‘객체’로서 주체의 기준에 부합하는 창작 활동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그의 고백과 에미상 8관왕 영예가 맞물리며 같은 ‘뿌리’를 지닌 한국인으로서 감동이 배가됐다. 이 작가가 데뷔한 2000년대만 해도 ‘에미상’ 등 미국 대중문화계의 주요 상은 국내 언론사들에는 큰 기삿거리가 되지 않았다. ‘한국’과 관련된 작품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2005년 국내 언론에서 에미상이 ‘반짝’ 조명된 적이 있는데, 바로 한국 여배우 김윤진이 출연한 미국 ABC TV 드라마 ‘로스트’가 그해 에미상 최우수드라마상 등 2관왕을 차지했다는 뉴스였다. 하지만 한국 작품이 수상의 영광을 얻은 것은 아니었기에 큰 비중으로 기사화되진 않았다. 최근 몇 년 전부터 영화 ‘기생충’, 드라마 ‘오징어 게임’ 등이 아카데미, 골든글로브 등 주요 상을 휩쓸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세계적인 시상식이 열릴 때마다 한국 관련 작품과 배우들이 주요 상의 후보로 이름을 올리면서 국내 언론사 문화부 기자들 역시 자료 조사는 물론이고 기사를 어떻게 쓸지를 계획하고 지면을 구상한다. 더 이상 ‘에미상’ ‘골든글로브’ 등이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가 된 것이다. K콘텐츠의 세계적 위상으로 한국인이 세계 문화 속 ‘객체’에서 조금씩 ‘주체’로 거듭나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드라마 ‘성난 사람들’ 10화의 소제목은 ‘빛의 형상(Figures of Light)’이다. “깨달음은 빛의 형상을 상상하는 게 아니라, 어둠을 알아차림으로써 얻게 되는 것”이라는 스위스 정신과 의사 카를 구스타프 융의 문장에서 따온 것이다. 한국적 콘텐츠가 빛을 보게 된 과정 역시 세계 속 주류로 인정받지 못했던 그간의 어두운 시간을 극복하기 위한 많은 창작진들의 노력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다져진 단단함을 바탕으로 향후 활약 역시 ‘반짝’이 아닌 ‘롱런’으로 이어지길 바라본다.김정은 문화부 차장 kimje@donga.com}
아리는 걱정이 많다. 등굣길에 엘리베이터가 떨어지진 않을지, 개한테 물리진 않을지 늘 걱정이다. 학교에서도 걱정은 이어진다. 울상이 된 아리를 본 문방구 주인 할머니가 아리에게 ‘걱정 엽서’를 건넨다. “걱정거리를 써서 창문에 붙여놓으면 걱정배달부가 가져갈 거야.” 할머니의 조언을 실행에 옮긴 아리는 그날 밤 진짜로 걱정배달부를 만난다. 걱정배달부가 온갖 걱정을 담아 냠냠산으로 간다고 하자 아리도 따라 나선다. 냠냠산엔 와구와구씨가 산다. 와구와구씨는 배달된 걱정거리를 맛있게 먹어 없앤다. 그는 아리의 걱정을 먹던 중 입에서 ‘불안구슬’을 꺼낸다. 그러면서 아리에게 구슬을 건네며 따뜻한 마음으로 불안구슬을 잘 돌봐주라고 말한다. 아리가 따뜻한 마음을 품을 때마다 불안구슬은 투명해진다. 아리는 불안구슬을 돌보며 자신의 마음을 돌보는 법 역시 깨닫게 된다. 누구나 크고 작은 걱정을 안고 살아간다. 아리의 이야기를 통해 스스로를 돌보며 걱정과 불안의 무게를 덜어내는 방법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노란색 꼬마 연필 ‘라이너스’는 머리 위에 ‘어니’라는 지우개를 달고 산다. 미술 도구 그림 대회를 앞두고 라이너스는 연습에 한창이다. 하지만 어니는 라이너스에게 비난의 말을 마구 쏟아내며 그림을 지워댄다. 불신에 찬 어니의 말과 행동에 라이너스도 자신을 믿지 못하게 된다. 결국 라이너스는 그림 그리기를 포기한다. 울적해진 라이너스는 연필깎이라는 ‘동굴’ 속으로 숨는다. 그곳에서 만난 부스러기는 라이너스에게 ‘지우개는 지우게 놔둬. 넌 너만의 길을 찾으면 돼’라고 조언한다. 용기를 얻은 라이너스는 마음껏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그 대신 어니에게는 어니가 잘할 수 있는 일을 부탁한다. 자신이 그린 선을 조금씩 지워 달라고 한 것. 결국 힘을 합친 라이너스와 어니는 ‘대회 1등’을 차지한다. 라이너스와 어니의 이야기는 장점을 알아주고 맞춰가는 협동과 높은 자존감을 통해 부정적인 이야기를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힘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다양한 미술 도구를 활용한 그림도 보는 재미를 더한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나의 컴백을 기다리다 (지쳐) 욕과 함께 원망하는 내용을 남긴 팬의 글을 봤다. 웃었던 기억이 난다. ‘누가 내 욕을 이렇게 살벌하게 써놨지’ 싶었다. 재밌었다.” 매년 봄, 벚꽃이 필 무렵이면 떠오르는 노래 ‘벚꽃엔딩’의 주인공 가수 장범준이 지난해 12월 25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한 말이다. 오랜 공백기를 갖고 있는 그의 컴백을 기다린 한 팬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욕설을 써가며 ‘장범준, (날) 고소해. 경찰서에서 얼굴이라도 보게. 내가 도대체 얼마나 기다려야 하냐’는 내용의 글을 올려 화제가 됐고, 이에 대해 장범준이 내놓은 반응이었다. 장범준은 팬의 거친(?) 요청에 화답하듯 이달 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매주 화·수·목요일에 10회에 걸쳐 평일 소공연을 열겠다고 밝혔다. 2년여 만에 열린 그의 공연이라 티켓은 오픈 10분 만에 전석 매진됐고, 곧바로 암표가 기승을 부렸다. 결국 장범준은 “암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 공연 티켓 예매분을 전부 취소하기로 결정했다”며 콘서트 계획을 잠정 취소했다. 장범준뿐만 아니다. 아이유, 성시경을 비롯해 많은 가수들이 암표와의 전쟁을 이어가고 있다. 아이유는 암표 거래를 신고한 팬에게 티켓을 포상하는 ‘암행어사 제도’를 도입했고, 얼마 전 연말 콘서트를 연 성시경은 1인당 1장만 구매 가능한 현장 판매를 진행하는 등 불법 거래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트로트 가수 임영웅의 소속사 측은 그의 공연이 일명 ‘효도 콘서트’라 불리며 암표시장에서 티켓이 고가로 거래되자 “예매 시작과 동시에 수백만 원에 판다는 공고를 내는 암표상들이 등장해 팬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공연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며 “불법 거래로 간주되는 예매 건에 대해서는 사전 안내 없이 바로 취소시키며 강력하게 대응 중”이라고 밝혔다. 심지어 가짜 표도 등장했다. 연말 SBS 가요대전을 앞두고 조직적인 가짜 표 판매가 일어난 것이 적발돼 현재 경찰이 수사 중이다. 가수와 소속사, 공연 관계사 등이 이렇게 직접 나설 수밖에 없는 데에는 온라인 암표 거래가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온라인을 통한 암표 거래는 제재할 법 규정이 없다. 그나마 오프라인에서 거래한 암표의 경우에 한해 경범죄처벌법 제3조에 따라 20만 원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의 가벼운 처벌에 그친다.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해 올 3월부터 ‘정보통신망에 주문 명령을 자동으로 반복 입력하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입장권 등을 부정 판매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의 개정 공연법이 시행된다. 하지만 가요계에선 “매크로(자동 반복 수행)를 이용한 암표만 처벌해 실효성이 떨어진다”, “일일이 잡아내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3월 대만에선 K팝 걸그룹 블랙핑크의 월드투어 현지 공연 암표 가격이 정가의 45배까지 치솟으며 한화로 약 1734만 원에 거래돼 논란이 일었다. 초고가 암표 문제가 이슈화되면서 지난해 5월 입법원(국회)이 암표 판매에 최대 50배의 벌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암표 거래는 팬심을 악용해 산업구조를 무너뜨리는 불법 행위다. ‘K팝의 본고장’이라는 명예에 누가 되지 않도록 불법 암표 거래에 대한 우리 정부의 엄중한 단속과 처벌이 시급하다. 김정은 문화부 차장 kimje@donga.com}
준우는 매일 아침 유치원 등원길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의 가방 안에는 무엇이 들어 있는지 늘 궁금하다. 친구 도하네 아빠 가방은 엄청나게 크고, 시장에서 만난 할머니의 가방 안에는 할머니가 원하는 모든 것이 들어 있는 것만 같다. 또 중학생 형과 누나의 가방 안에는 어떤 비밀이 담겨 있는지 궁금하다. 책은 그런 준우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더해 매력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각 페이지마다 등장하는 사람들의 가방은 입체 카드처럼 여러 장의 그림이 겹친 일종의 팝업북 형태다. 가방을 열어 보듯 한 장 한 장 가방 그림을 넘겨 보면 안에 든 소지품은 물론이고, 가방의 주인공이 꿈꾸는 무언가가 담겨 있다. 도하 아빠의 큰 가방 그림의 겉장을 넘기면 기타가 나오고 기타가 그려진 종이를 넘기면 도하 아빠가 무대 위에서 기타 연주를 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주인공과 독자가 함께 책 속 가방을 열어 보는 듯해 신선하다. 화려한 색감의 그림도 귀엽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예술과기술융합지원 사업은 새로운 방식으로 자유롭게 예술을 표현할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예술인에게 도전 의식을 갖게 만들죠.” 올해 8월 서울 성동구 한양대 블랙박스씨어터에서 공연된 극단 한양레퍼토리의 관객참여형 연극 ‘버닝필드: 파동, 흘러간 아픔의 기록’의 극본을 쓰고 연출한 우종희 감독(36)의 말이다. 2019년 4월 초대형 산불이 강원 고성과 속초 일대를 휩쓴 사건을 바탕으로 한 ‘버닝필드…’는 현장에 투입된 소방관과 그들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다. ‘버닝필드…’는 이동식 전력통합 무선영상 송수신 및 프로젝션 무대장치 모니터 5대를 통해 산불 발생 당시 촬영된 현장을 생생하게 전했다. 또 관객들에게 무전기를 한 대씩 지급해 소방관들의 무전 대화를 엿듣게 하는 방식으로 화재 현장의 긴박함과 참혹함을 생생하게 느끼게 해 호평을 받았다. 이 작품은 과학 기술을 활용한 예술 창작을 지원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예술과기술융합지원 사업 선정작이다. 2017년부터 시작된 이 사업은 아이디어 기획부터 작품 창작과 후속 지원까지 창작 단계별로 작가 및 단체를 뽑아 후원한다. 올해는 29억1300만 원의 예산을 들여 113건의 작품을 지원했다. 이 사업의 지원을 받아 해외에 진출한 예술가와 작품도 있다. 미디어아티스트 박형준 작가와 이주하 기획자가 작업한 미디어아트 다원 전시 ‘ARTIFICIAL CONCIOUSNESS’(인공 의식)가 대표적이다. 이 작품은 올해 9월 2일부터 10월 8일까지 독일 베를린 ALB(Art Laboratory Berlin)에서 선보였다. 이주하 기획자가 문화예술위원회에서 지원받은 워크숍 ‘비가시성의 노출: 데이터, 렌더링, 코드’의 연계 전시로 기계와 인간, 꿈, 무의식, 인공지능(AI), 영혼 등을 다룬 세 편의 작품이 소개됐다.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은 “과학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예술의 창작 방식과 영역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며 “예술적 역량뿐만 아니라 기술적 역량까지 갖춘 한국 예술가들이 국제 무대에 진출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내성적인 아이 소피는 친구들에게 잘 다가가지 못한다. 어느 날 소피는 늑대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간다. 멋진 옷을 입고 가면 친구들이 친해지고 싶어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친구들은 그런 소피를 보며 비웃는다. 속상한 소피는 집으로 달려와 눈물을 흘린다. 그때, 엄청난 일이 일어난다. 소피는 책에서 본 숲에 와 있고, 눈앞에 아기 늑대와 엄마 늑대가 서 있다. 소피는 늑대들과 놀며 행복을 느낀다. 폭설에 동굴로 몸을 피한 소피와 늑대 앞에 곰이 나타난다. 소피는 곰에게 “저리 가! 너랑은 안 놀아”라고 말하고, 곰은 떠난다. 마음이 불편해진 소피는 곰을 찾아가 동굴로 데리고 온다. 그리고 소피는 남에게 친절을 베풀 때 정말 용감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현실로 돌아온 소피는 용기 내 친구들에게 다가가고, 우정을 나누게 된다. 아이가 수줍은 마음속에 잠들어 있는 용기를 이끌어내는 과정이 찡하게 다가온다. 따뜻한 색감의 그림도 글과 잘 어우러진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