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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수도 베이징의 기온이 300시간 이상 영하에 머물면서 역대 최장 한파 기록을 세웠다. 강추위가 지속되면서 일부 정부 기관과 국영 기업은 건물 난방을 중단하고 재택근무로 전환했다. 25일 베이징일보 등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11일부터 영하로 떨어진 베이징 기온은 300시간 이상 영하권을 유지하다 13일 만인 24일 오후 3시 영상을 회복했다. 300시간 이상 영하의 기온을 유지한 것은 1951년 관련 기록을 집계한 이후 최장 시간이다. 기존에는 1952년 12월 15일부터 25일까지 11일 동안이 최장 기록이었다. 특히 올해에는 최저 기온이 영하 10도 아래로 내려간 경우가 총 9일에 달했다. 이번 추위는 베이징 뿐 아니라 허베이, 톈진, 네이멍구, 허난 등 인근 지역 전체를 강타했다. 베이징일보는 12월 중순 지속적인 찬 공기의 영향으로 베이징과 그 주변 지역의 기온이 평년보다 4∼6도 낮았다고 전했다. 최악의 한파로 베이징과 주변 지역의 난방 능력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분석도 나왔다. 허난성 자오즈오시에서는 22일 발전소 고장으로 난방이 일부 중단됐고, 푸양시와 핑딩산시 등은 22일부터 대부분의 정부 건물과 국영 기업에 난방을 중단하기도 했다. 에너지를 절약해 병원과 학교, 주거용 건물 등 필수시설에 난방을 하기 위해서다.베이징에서는 폭설 여파로 두 대의 지하철 열차가 충돌해 통근자 수십 명이 골절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앞서 21일 베이징시는 극한 한파로 시내 학교에 대해 휴교령을 내리고 시민들에게 집에 머물 것을 당부했다. 또한 고층 건물이나 아파트 옥상 등에 쌓여 있던 눈이나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로 떨어져 행인이 부상을 입는 사례도 여러 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中의 전기차 굴기 “테슬라 잡는다”중국의 ‘전기차 굴기(崛起)’가 무섭다. 중국 가전업체 샤오미마저 최근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를 잡겠다”며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보조금 등 당국의 지원까지 등에 업은 중국 전기차 업계의 성장 비결을 짚어 본다. 》 《“테슬라를 따라잡을 것이다.” 중국의 대표적 가전업체 샤오미는 최근 내년 첫 전기차 출시를 앞두고 이런 포부를 밝혔다. 후발 주자가 업계 1위 회사를 겨냥해 호기로운 각오를 보인 것이지만 최근 중국 전기차의 성장세를 보면 무모한 목표라고 치부하긴 어렵다. 샤오미 외에 세계 최대 통신장비 업체이자 중국 최대 스마트폰 제조사인 화웨이도 전기차 시장에 이미 뛰어들었다. 샤오미와 화웨이가 가세한 중국 전기차 시장은 기존 1위 업체 비야디(BYD), 그리고 ‘중국 전기차 3총사’로 불리는 샤오펑, 니오, 리샹까지 각축을 벌이며 규모가 커지고 있다. 올해와 내년이 중국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는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미국은 중국 전기차에 대한 관세 인상을 검토하는 등 견제에 나섰다. 》● 샤오미, 화웨이 등 IT 업체 가세 2021년 3월 전기차 시장에 진출한 샤오미는 첫 제품인 ‘SU7’과 ‘SU7 맥스’를 내년에 선보일 예정이다. 샤오미 창업자 레이쥔(雷軍·54) 회장은 17일 중국 매체들과의 인터뷰에서 “3년 동안 엔지니어 3400명과 함께 100억 위안(약 1조8000억 원) 이상을 쏟아부어 샤오미의 첫 전기차를 개발했다”면서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를 따라잡을 준비가 됐다”고 선언했다. 레이 회장은 3년 전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 당시 “내 인생 마지막 창업이다. 모든 것을 걸겠다”는 각오를 밝혔는데, 이번에 출시한 첫 전기차에 대해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로부터 영감을 받은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샤오미의 첫 전기차에 대한 시장의 기대도 커지고 있다. 그동안 노트북, 휴대전화, 로봇청소기 등 가전제품을 주로 팔던 샤오미 매장에 전시용 전기차가 일부 등장하자 방문객들이 늘고 있다. 샤오미는 이달에만 신차 300대를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내년 초 정식으로 차량을 공개한다. 내년에 10만 대, 2025년에는 20만 대까지 생산 능력을 갖출 예정이다. 샤오미는 출시 초기에는 구매자들이 차를 받으려면 1, 2년을 대기해야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화웨이도 다양한 방식으로 전기차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특히 중국의 대표적 전기차 제조업체인 싸이리스 등 기존 업체들과 합작해 노하우를 축적해왔다. 화웨이는 싸이리쓰(賽力斯)와 공동으로 만든 브랜드 ‘아이토(AITO)’의 고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인 ‘M9’을 26일 정식 출시한다. 10월에는 싸이리쓰가 중국 충칭에 있는 현대자동차 공장을 인수하기 위해 협상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위청둥(余承東) 화웨이 최고경영자(CEO)는 소셜미디어에 “26일 정식으로 만나게 될 아이토 M9은 6인승 좌석에 3개의 혁신적인 디스플레이가 탑재됐다. 스마트카의 정의를 다시 쓸 것”이라고 직접 나섰다. 아이토 M9의 가격은 50만∼60만 위안(약 9000만∼1억1000만 원) 선에서 책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화웨이는 아이토M9 사전 주문이 몰리며 지난달 말 기준 주문량이 3만3000대를 돌파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화웨이는 기존 내연기관 차량 생산 업체인 중국 체리자동차와도 합작해 공동 전기차 브랜드인 ‘즈제(智界)’를 만들었다. 즈제의 첫 전기차 모델인 ‘즈제S7’은 지난달 9일부터 예약 판매를 진행했고 나흘 만에 주문량 1만 대를 돌파했다. 현재까지 2만 대 이상 주문이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은 3만5182달러(약 4541만 원)∼4만9267달러(약 6359만 원) 수준이다. 화웨이는 ‘즈제S7’의 경우 화웨이의 전기차 충전 기술력을 적용해 5분 충전으로 215km, 15분 충전으로 430km를 주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화웨이는 전기차 충전 시장 진출까지 선언했다. 화웨이 그룹 산하 화웨이 디지털 에너지 유한공사의 허우진룽(侯金龍) 회장은 7일 “내년 중국 340여 개 도시에 10만 개 이상의 초고속 충전기를 설치할 것”이라며 “길이 있는 곳이면 어디서든 화웨이 충전소가 보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불편한 충전, 항속(航續)에 대한 불안, 낮은 가성비가 전기차 선택을 주저하게 만드는 주요 요인”이라며 “고속 충전기가 도시의 반경 1, 2km마다 들어서고 모든 고속도로 휴게소와 주유소에 설치되면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화웨이는 올해 5분 충전으로 200km를 주행할 수 있는 고효율·고전압 전기 구동 플랫폼인 ‘드라이브 원’ 양산에 나섰다”며 “충전 시간을 계속 단축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10년 넘게 이어진 정부 지원 결실 중국은 세제 감면과 보조금 지원 등을 통해 전기차를 포함한 신에너지차 육성에 공을 들여왔다. 올해 1∼11월 중국 내에서 신에너지차 판매는 774만 대로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했다. 올해 연간 판매는 850만 대에 달해 중국 시장 내 점유율이 36%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2035년까지 달성하려던 ‘신에너지차 시장 점유율 50%’ 목표도 10년 빠른 2025년에 달성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신에너지차 시장 선두에는 중국 1위 전기차 업체 비야디가 있다. 비야디는 11월까지 중국 내에서 전기차만 267만 대를 판매했다. 전기차와 기존 내연기관차 판매 업체를 모두 통틀어 중국 내 1위다. 1984년 독일의 폭스바겐이 상하이자동차(SAIC)와의 합자기업인 상하이폭스바겐을 만든 이후 40년 가까이 중국 시장 1위를 유지했지만 전기차를 앞세운 비야디가 폭스바겐을 앞질러 선두에 서게 된 것이다. 시장에서는 비야디가 올해 목표로 삼았던 ‘연간 300만 대 판매’도 달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 전기차 3총사’로 불리는 리샹, 샤오펑, 니오도 선전하고 있다. 리샹은 10월에만 4만422대를 팔아 처음으로 월간 판매 4만 대를 넘어섰다. 11월에도 소폭 상승해 4만1000대를 판매했다. 샤오펑 역시 10월, 11월 연속으로 2만 대 이상을 판매해 최고 판매량을 기록했다. 니오는 11월에 1만5959대를 판매한 것으로 집계됐다. 10월 1만6074대보다 약간 감소했지만 니오 역시 아랍에미리트(UAE)로부터 22억 달러 투자를 유치하는 등 성장 잠재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 전기차 산업이 급성장한 배경에는 ‘내연기관차를 생략하고 전기차로 건너뛰자’는 중국 정부의 전략적 접근이 있다. 중국은 전기차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에서 신규 자동차에 대한 번호판 발급을 최대한 억제했다. 반면 전기차는 번호판을 신속하게 발급했다. 게다가 2009년부터 전기차 제조업체들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해 전기차 가격을 낮춰왔다. 이를 통해 신규 차량 수요자들 대부분이 전기차를 선택하도록 유도했다. 중국은 올해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했는데 비야디가 그동안 지원받은 금액은 70억 위안(약 1조2933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야디의 ‘국내 판매 1위’ 목표 달성은 10년 넘게 지속된 중국의 전기차 육성 정책의 결실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美, 中 전기차 관세 인상 검토 중국 전기차가 급부상하자 미국은 견제에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현지 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조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 전기차에 대한 관세 인상을 검토하고 있으며 내년 초 논의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인 2018년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도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미국산 제품 우대)’ 정책을 펼치며 이 관세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비야디 등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멕시코에 대규모 공장 설립을 추진하며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제재를 피하고 면세 혜택을 누리려 하자 미국 내 우려가 터져 나왔다. WSJ는 “(중국산 전기차 관세 부과는) 내년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맞붙을 가능성이 큰 바이든 대통령이 무역 분야에 대(對)중 강경책을 펼칠 수 있음을 보여주려는 것”이라면서도 “중국과의 관계를 안정화하려는 미국의 노력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했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중국이 공무원, 국영기업 직원들을 대상으로 애플 아이폰, 삼성 갤럭시 등 외국산 휴대전화 금지 조치를 확대하고 있다. 미국과의 패권 갈등 와중에 정보 유출 우려를 방지하고 국민들의 애국심을 고취시키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또 자국산 제품 이용률을 높여 중국 정보기술(IT) 기업을 간접 지원하고 경기를 부양시키려는 의도도 포함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V15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1, 2개월간 최소 8개 성(省)의 국영기업 및 지방정부 부처가 직원들에게 “중국산 브랜드의 전자기기만 사용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보도했다. 8개 성에는 세계 최대 아이폰 제조 공장이 있는 허베이성을 비롯해 소득 수준이 높고 경제가 발달한 남동부 광둥, 저장, 장쑤, 안후이성 등이 모두 포함됐다. 중국 당국은 앞서 올 9월에도 중앙정부 공무원에게 미국 애플의 아이폰을 사용하지 말라는 ‘아이폰 금지령’을 내렸다. 이를 넘어 외국산 휴대전화 전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움직임의 배경에 해외 기술의 영향력을 약화하고 중국 국내 브랜드를 띄우려는 의도가 있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중국은 과거에도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을 발동해 한국 게임의 중국 공급을 막았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보복 성격이 강했지만 그 과정에서 중국 게임산업이 한국 게임업계에 대항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는 분석 또한 제기됐다. 중국이 2021년 3월 군 관계자를 대상으로 미국 전기차 테슬라의 이용 금지령을 내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보 유출을 막는 동시에 중국 토종 전기차 브랜드가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줬다는 것이다. 이런 움직임은 국내 IT 업계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중국 점유율은 2013년 19.7%에 달했지만 2021년 0.6%까지 추락했다. 이후에도 좀처럼 1%대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중국 당국의 외국산 휴대전화 금지령 조치가 이어진다면 점유율 증가가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애플 아이폰에 대한 규제 역시 애플에 소재, 부품을 제공하는 국내 기업에 타격을 줄 수 있다. 국내의 주요 애플 협력사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공급하는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 △카메라 모듈을 납품하는 LG이노텍 △D램 등 메모리 반도체를 납품하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소형 배터리를 공급하는 삼성SDI 등이 있다. LG이노텍의 올 상반기(1∼6월) 보고서에 따르면 애플로 추정되는 단일 고객의 매출 비중이 75.1%에 이른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지난해 기준 연 매출에서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도 애플 비중이 30∼40% 안팎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부품업계 관계자는 “아이폰 매출에서 차지하는 중국 시장의 비중이 높은 만큼 이 시장이 위축되면 국내 협력사도 여파를 피할 수 없는 구조”라고 우려했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앞으로 중국에서 ‘중국 경제 위기’ 관련 발언을 하면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중국 방첩기관인 국가안전부가 중국 경제에 대한 부정적 언급에 대해 “중국 경제가 쇠퇴할 것이라는 ‘인지적 함정’에 빠뜨리려는 시도를 단속하고 처벌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16일 펑파이 등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중국 국가안전부는 전날 위챗(중국판 카카오톡) 공식 계정을 통해 “오늘날 경제 분야는 국가 간 경쟁의 중요한 전장(戰場)이 되고 있다. 이 전장에서 중국 경제를 쇠퇴시키려는 ‘말의 흉계’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가 안전을 위협하는 이 같은 범죄 행위를 단호히 단속하고 처벌 하겠다”고 강조했다. 국가안전부의 이 같은 발표는 12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주재로 열린 중국공산당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경제 선전과 여론 지도를 강화하고 ‘중국 경제 광명론(光明論)’을 강조해야 한다”는 방침이 내년도 정책 계획에 포함된 것에 따른 움직임으로 보인다. 국가안전부는 “중국 경제를 부정적으로 말하는 것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제도를 지속적으로 공격해 중국을 전략적으로 포위하고 탄압하려는 시도”라면서 “이 같은 시도를 하는 자들은 중국이 외국 자본을 배척한다거나 민영기업을 탄압한다는 등의 날조된 이야기를 퍼뜨려 이른바 ‘중국 위협론’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이런 가운데 대만 중앙통신사 등에 따르면 중국 내 최고 금융전문가로 꼽히는 류지펑(劉紀鵬) 정법대 자본금융연구원장의 웨이보(중국 최대 소셜미디어) 계정이 최근 삭제됐다. 그가 중국 자본시장의 병폐를 비판하며 투자를 만류하는 글을 올린 직후 계정이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중국이 공무원, 국영기업 직원들을 대상으로 애플 아이폰, 삼성 갤럭시 등 외국산 휴대전화 금지 조치를 확대하고 있다. 미국과의 패권 갈등 와중에 정보 유출 우려를 방지하고 국민들의 애국심을 고취시키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또 자국산 제품 이용률을 높여 중국 정보기술(IT) 기업을 간접 지원하고 경기를 부양시키려는 의도도 포함됐다는 분석이 나온다.15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1, 2개월간 최소 8개 성(省)의 국영기업 및 지방정부 부처가 직원들에게 “중국산 브랜드의 전자기기만 사용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보도했다. 8개 성에는 세계 최대 아이폰 제조 공장이 있는 허베이성을 비롯해 소득 수준이 높고 경제가 발달한 남동부 광둥, 저장, 장쑤, 안후이성 등이 모두 포함됐다.중국 당국은 앞서 올 9월에도 중앙정부 공무원에게 내린 미국 애플의 아이폰을 사용하지 말라는 ‘아이폰 금지령’을 내렸다. 이를 넘어 외국산 휴대전화 전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이 같은 움직임의 배경에 해외 기술의 영향력을 약화하고 중국 국내 브랜드를 띄우려는 의도가 있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중국은 과거에도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을 발동해 한국 게임의 중국 공급을 막았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보복 성격이 강했지만 그 과정에서 중국 게임산업이 한국 게임업계에 대항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는 분석 또한 제기됐다. 중국이 2021년 3월 군 관계자를 대상으로 미국 전기차 테슬라의 이용 금지령을 내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보 유출을 막는 동시에 중국 토종 전기차 브랜드가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줬다는 것이다.이런 움직임은 국내 IT 업계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중국 점유율은 2013년 19.7%에 달했지만 2021년 0.6%까지 추락했다. 이후에도 좀처럼 1%대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중국 당국의 외국산 휴대전화 금지령 조치가 이어진다면 점유율 증가가 녹록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애플 아이폰에 대한 규제 역시 애플에 소재, 부품을 제공하는 국내 기업에 타격을 줄 수 있다. 국내의 주요 애플 협력사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공급하는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 △카메라 모듈을 납품하는 LG이노텍 △D램 등 메모리 반도체를 납품하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소형 배터리를 공급하는 삼성SDI 등이 있다.LG이노텍의 올 상반기(1~6월) 보고서에 따르면 애플로 추정되는 단일 고객의 매출 비중이 75.1%에 이른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지난해 기준 연 매출에서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도 애플 비중이 30~40% 안팎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부품업계 관계자는 “아이폰 매출에서 차지하는 중국 시장의 비중이 높은 만큼 이 시장이 위축되면 국내 협력사도 여파를 피할 수 없는 구조”라고 우려했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곽도영 기자 now@donga.com}
미국에서 38년간 살며 수도 워싱턴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 중국 문제 전문가로 활동한 리청(李成) 씨는 올 7월 홍콩으로 이주해 홍콩대에서 중국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대학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할 만큼 자타 공인 중국 전문가인 리 씨는 이달 9일 홍콩대 중국·세계 연구센터를 설립했다. 리 씨는 최근 홍콩 매체 ‘홍콩01’ 인터뷰에서 “현재 미국 의사 결정권자들의 중국계 미국인에 대한 불신이 도를 넘고 있다”고 말했다. 미 정부가 중국 관련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중국계 전문가들이 배제되고 있으며 심지어는 아예 접촉을 꺼리는 경우도 있다고 강조했다. 더 심각한 것은 중국계 미국인과 친한 미국인 전문가들도 점점 소외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한 가장 큰 이유는 미중 갈등 격화라면서도 인종차별적 요소와 매카시즘 망령 확산도 중요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리 씨는 “이런 상황에서 사실상 워싱턴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다”며 “앞으로 중국을 바라보는 ‘미국의 눈’이 갈수록 더 왜곡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중국에서는 미국 기업들이 떠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강력한 ‘제로 코로나’ 봉쇄 정책으로 2020년부터 3년간 중국 내 많은 미국 기업이 중국을 떠났다. 지난달에는 대표적인 여론조사 전문 업체 갤럽이 중국을 떠난다는 보도가 나왔다. 갤럽은 베이징과 상하이, 선전 등에 사무소를 두고 있다. 중국에서 영업하는 미국 글로벌 자산운용사와 사모펀드도 탈(脫)중국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올 9월 초 중국 기업 등에 투자해 온 중국펀드를 폐쇄한다고 밝혔다. 앞서 3월에는 세계 2위 자산운용사 뱅가드가 중국에서 철수했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 블랙스톤그룹도 중국에 있는 11개 물류단지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전체 매각액은 100억 위안(약 1조8000억 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매각 추진 소식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미국을 방문해 굴지의 기업인들과 만찬하며 중국을 떠나지 말라, 중국에 투자해달라고 요청하던 시점에 발표됐다. 중국에서 철수하는 외국 자본은 지표로도 확인된다. 올 3분기(7∼9월) 중국 해외직접투자(FDI)는 118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중국 FDI가 적자를 낸 것은 1998년 집계 시작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중국에 투자하는 외국 기업보다 철수한 외국 기업이 더 많아졌다는 뜻이다. 현재도 문제지만 미래도 어둡다는 관측이 나온다. 올해 중국에서 공부하는 미국인 유학생은 단 350명에 불과하다. 2019년 1만1000명에서 급감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에서 반(反)미국 정서가 확산하고 있는 것이 원인 중 하나”라며 “미국과 중국 간의 학술적 협력마저 약화했다”고 분석했다. 미중 갈등 격화는 현재 국제관계와 세계 경제에서 가장 큰 불안 요소다. 당연히 한국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안이다. 미중 갈등이 더 이상 심화되지 않으려면 양국에 서로를 정확히 이해하고 속내를 파악할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하다. 또 양국 갈등이 증폭되지 않도록 충격을 흡수하는 완충지대도 필요하다. 그동안 기업들이 어느 정도 완충 역할을 해왔다. 그런 측면에서 미국과 중국에서 각각 전문가와 기업이 떠나고 있다는 것은 양국 관계 미래에 대한 위험 신호다. 왜곡된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다 어느 순간 한꺼번에 갈등이 폭발할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kky@donga.com}
“대만이 세계 속에서 당당히 인정받을지, 중국에 무시당할지를 선택하라.”(집권 민진당의 라이칭더 대선 후보) “대만의 상당 부분을 중국에 개방하고 대만 기업인이 중국에서 권익을 보장받도록 하겠다.”(제1야당 국민당의 허우유이 후보) 내년 1월 13일 치러지는 대만 총통 선거가 꼭 30일 앞으로 다가왔다. 2024년은 대만은 물론 한국 미국 러시아 인도 멕시코 등 전 세계 약 40개국에서 대선과 총선이 실시돼 지구 인구의 절반인 최소 42억 명이 선거에 참여하는 ‘슈퍼 선거의 해’다. 대만 총통 선거는 이 중 첫 선거일 뿐 아니라 미국과 중국의 패권 갈등이 전쟁을 방불케 하는 와중에 치러지는 일종의 ‘미중 대리전’이어서 각별한 관심을 받고 있다. 대만 내부의 세대, 지역 갈등 또한 상당하다. 이런 복잡한 상황을 반영하듯 집권 민진당의 라이칭더(賴淸德·64) 후보 겸 부총통과 제1야당 국민당의 허우유이(侯友宜·66) 후보 겸 신베이시장은 오차범위 안에서 초접전을 벌이고 있다. 누가 최종 승자가 되건 2위 후보와의 격차가 매우 근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승자는 내년 5월부터 4년 임기를 시작한다.● 라이칭더 vs 허우유이 초접전현재 구도는 ‘2강(强) 1중(中)’ 양상이다. 현지 인터넷 매체 미려도전자보(美麗島電子報)가 12일 발표한 최신 여론조사에 따르면 ‘반(反)중국 친(親)미국’ 성향이 강한 라이 후보의 지지율은 35.1%를 기록했다. ‘중국과의 협력 확대’를 외치는 허우 후보의 지지율은 32.5%로 둘의 격차가 2.6%포인트에 불과하다. 이 여론조사의 신뢰 수준은 95%, 오차범위는 ±2.8%포인트다. 두 후보의 격차가 오차범위 내에 있다. 제2야당 민중당의 커원저(柯文哲·64) 후보는 17.0%를 얻었다. 6∼8일 같은 매체의 조사 때는 라이 후보의 지지율이 37.8%, 허우 후보는 32.6%였다. 당시 5.2%포인트에 달했던 격차가 며칠 만에 절반으로 줄었다. 라이 후보는 대선 과정에서 내내 선두를 지켰지만 나머지 후보와의 격차를 좀처럼 벌리지 못하고 있다. 그는 “대만은 세계 민주주의의 최우수 선수(MVP·Most Valuable Player)”라고 주장할 만큼 반중 성향이 강하다. 민진당 지지세가 강한 남부 등의 고정표가 확실하나 과거 텃밭으로 꼽혔던 젊은층의 이탈 조짐, 최근 고향 집의 불법 건축 논란 등으로 지지율이 30%대에 갇혔다. 커 후보의 선전 또한 라이 후보에게 불리한 양상이다. 특히 젊은층이 라이 후보 대신 커 후보를 선택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중국시보가 13일 분석했다. 민중당은 7일부터 매일 8시간씩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운영하며 젊은층 공략에 나섰다. 롄허보 또한 “민중당이 온라인을 장악했다”고 평했다. 익명을 요구한 타이베이 시민 A 씨(25·회사원)는 소셜미디어 메시징앱을 통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대만을 억압하는데도 국민당의 친중 노선이 과하다. 이에 대한 반감으로 라이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반면 또 다른 시민 차이화 씨(25)는 “라이 후보가 당선되면 중국이 대만에 해를 끼칠 것이 걱정된다. 그래서 커 후보를 찍겠다”고 했다. 허우 후보는 대선 과정에서 줄곧 커 후보와의 야권 단일화를 추진했다. 하지만 최종 후보 선정 방식 등을 둘러싼 이견이 커 지난달 말 단일화가 결렬됐다. 이때만 해도 라이 후보가 낙승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많았지만 허우 후보는 국민당의 주요 지지층인 고령층 등 외 청년층을 적극 공략하며 격차를 야금야금 좁히고 있다. 그가 8일 내놓은 청년층의 주택 구입 지원 정책이 대표적이다. 청년이 생애 첫 주택을 구입할 때 계약금 일부를 면제해주고 1500만 대만달러(약 6억 원)까지 대출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이다.● 中 개입, 판세 영향 줄 남은 변수 중국이 어떤 식으로든 총통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할 것이란 우려가 여전하다. 주펑롄(朱鳳蓮)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대변인은 13일 관련 질문을 받고 “대만 선거는 순전히 중국 내부의 사무에 속한다”고 답했다. 이어 “선거에 관한 어떤 외부 세력의 간섭도 용납하지 않는다”며 미국을 겨냥했다. 최근 주대만 미국대사관 격인 ‘미국재대만협회(AIT)’의 샌드라 우드커크 타이베이 사무처장이 “외부 세력(중국)이 선거를 조작할 목적으로 사이버 공격과 정보 조작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 데 대한 반박 성격이다. 중국의 군사 위협 또한 고조되고 있다. 13일 로이터통신은 중국의 해군과 공군이 대만 해역에서 4차례 합동 기동훈련을 펼쳤다고 전했다. 11일에도 중국 항공모함 산둥함이 이끄는 해군 전단이 대만해협을 통과했다. 10일 중국 쓰촨성에서 발사된 ‘창정-2D’ 로켓은 대만 남서쪽 영공을 통과했다. 젊은 남성 유권자 사이에서는 당장 다음 달부터 군 의무복무 기간이 기존 4개월에서 1년으로 늘어나는 것에 대한 반발도 크다. 라이 후보의 러닝메이트인 샤오메이친(蕭美琴·52) 민진당 부통령 후보는 최근 복무 기간 단축 가능성에 관한 질문을 받고 “대만인이 자신을 지킬 결심을 해야 외부에서도 도움을 준다”고 일축했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홍콩 시민은 이제 선거가 무의미하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10일 치러진 홍콩 구의원 선거의 투표율은 27.5%였다. 1997년 홍콩 반환 후 역대 최저치다. 이번 선거는 ‘애국자에 의한 홍콩 통치’를 기조로 친(親)중국 인사의 출마만 가능하도록 2021년 선거 제도를 개편한 후 처음 치러지는 구의원 선거였다. 그런 만큼 ‘당선자’가 아닌 ‘투표율’이 주목받았다. 투표율이 낮으면 중국에 대한 홍콩 시민의 반감이 상당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를 알고 있는 홍콩 당국은 투표 시간을 연장하고, 사실상 돈까지 뿌려 투표를 독려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중국의 거듭된 민주주의 말살 시도에 홍콩 시민들이 ‘투표 거부’로 분명한 정치적 의사를 나타냈다는 진단이 나온다.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은 “이번 선거는 애국자가 홍콩을 통치한다는 원칙을 구현하는 마지막 퍼즐”이라며 투표율 저조의 의미를 애써 축소했다. 경찰은 최소 6명의 반중 인사를 선거 방해 혐의로 체포하며 계속 반대파를 탄압할 뜻을 분명히 했다.● 무위로 돌아간 투표 독려 시도 11일 홍콩 선거관리위원회는 전날 치러진 제7회 구의원 선거의 최종 투표율이 27.5%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범죄인을 중국 본토로 송환할 수 있는 ‘범죄인인도법’(일명 송환법) 도입 반대 시위로 홍콩 전역에 반중 여론이 거센 가운데 치러진 2019년 선거 때 민주화 열망에 힘입어 투표율이 71.2%에 달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이전 최저치인 1999년 구의원 선거(35.8%)보다도 8.3%포인트가 낮다. 당국은 이번 선거를 앞두고 주민들이 직접투표로 선출하던 지역구 의석을 기존 452석에서 88석으로 대폭 줄였다. 나머지 의석은 간접 선출하거나 당국이 임명하는 자리로 바꿨다. 이로 인해 전체 470석인 구의회가 모두 친중 인사들로 꾸려지게 돼 유권자 관심이 저조할 수밖에 없었다. 민주 진영 인사인 레몬 웡은 영국 일간 가디언에 “친중 유권자조차 모든 후보가 동일한데 왜 투표를 해야 하는지 자문하고 있다. 모두 선거가 무의미하다고 느끼기 시작했다”고 냉소했다. 투표율 저조를 예감한 당국은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각종 수단을 동원했다. 투표 당일에는 전산 고장이라는 석연찮은 이유로 이날 오전 8시 반부터 오후 10시 반까지였던 투표 시간을 11일 0시까지 90분 연장했다. 젊은층에 비해 친중 성향이 강한 노인 유권자를 공략하기 위해 각 요양원에 2만 홍콩달러(약 338만 원)씩 지급해 요양원에서 투표소까지 노인들을 실어나를 미니버스를 마련할 수 있도록 했다. 투표소에서는 투표를 마친 이들에게 ‘투표 감사 카드’도 나눠줬다. 당국이 해당 카드를 투표 여부를 판별할 증거로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소문 속에 온라인에는 이 카드를 500홍콩달러(약 8만4000원)에 팔겠다는 글도 올라왔다.● 멀어지는 일국양제중국은 송환법 반대 시위 후 1997년 홍콩 반환 당시 시민들에게 선언한 ‘일국양제(一國兩制·1국가 2체제)’ 방침을 속속 무효화하고 있다. 2047년까지 50년간 홍콩에는 중국과 다른 체제를 적용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사실상 직접 통치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당국은 2020년 반중 활동에 최대 무기징역이 가능한 국가보안법을 제정했다. 한 해 뒤에는 선거 제도를 개편해 ‘애국자치항(愛國者治港·애국자에 의한 홍콩 통치)’ 원칙을 내세웠다. 이에 따라 모든 선거에서 개별 후보자에 대해 ‘애국’이라는 명분으로 친중 성향인지를 판별하는 후보자 자격심사위원회를 설치하고, 충성 서약도 받는다. 민주 진영 인사가 선거에 나서는 일이 원천적으로 가로막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존 번스 홍콩대 명예교수는 “투표하지 않는 것 말고는 홍콩 시민이 불만을 표출할 방법이 없다”고 진단했다. 27.5%라는 투표율도 그나마 당국이 투표를 독려한 결과라고 꼬집었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중국이 요소 수출을 막은 데 이어 인산암모늄까지 수출을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화학 비료와 소화기 분말의 주원료인 인산암모늄은 중국산 수입 비중이 95%가 넘는다. 중국이 원자재들을 잇달아 수출 제한 목록에 올리면서 이에 따른 영향과 앞으로 중국의 행보에 국내 산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7일 중국 화학비료업계 온라인 플랫폼 중페이왕(中肥網)에 따르면 업계 분석가 자오훙예(趙紅葉)는 전날 중국 당국의 인산암모늄 수출 중단을 기정사실화하는 보고서를 올렸다. 그러면서 “최근 국가발전개혁위원회의 인산암모늄 수출 중단 결정은 시세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인산암모늄 수출 물량이 매우 적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앞서 자오훙예는 중국 요소 관련 기업 15곳이 내년 수출 물량을 축소하기로 합의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후 그의 보고서대로 중국 당국은 한국에 수출하려던 산업용 요소 수출을 보류한 것으로 확인됐다. 中, 이번엔 비료 원료 수출 중단… 정부 “품귀는 없을것” 中 인산암모늄 수출통제 핵심광물 대다수 中 의존 50% 넘어산업계 “리튬-흑연 등은 타격 클것”공급망법, 14개월만에 법사위 넘어 정부 관계자는 “중국에서 수출 통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것으로 안다”며 “진행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고 7일 밝혔다. 올해 수입된 인산암모늄 가운데 중국에서 들여온 물량은 전체의 95% 이상이다. 중국이 인산암모늄 수출 중단에 나선 건 국내 공급 부족 상황 때문으로 알려졌다. 중국 화학비료업계 분석가 자오훙예(趙紅葉)는 이 업계 온라인 플랫폼 중페이왕(中肥網)에 올린 보고서에서 “쓰촨성 같은 일부 지역에서 환경오염 등을 이유로 인산암모늄 생산을 제한하거나 중단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현재 중국 내 인산암모늄은 약간의 공급 부족 상황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인산암모늄 수출 통제가 실행되더라도 요소와는 달리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작을 것으로 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인산암모늄은 국내에서 1년에 8만 t가량 쓰이는데 비축 물량이 4만 t 정도”라며 “국내에도 연간 4만 t 이상을 제조하는 기업이 있다”고 밝혔다. 반년 치 비축 물량을 활용하고 해외 수출 물량을 국내로 돌리는 방식으로 중국의 수출 통제에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농가에선 수출 중단이 장기화되면 ‘비료 대란’이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2021년 요소수 대란 때도 중국은 요소와 함께 인산암모늄의 수출을 제한했다. 정부는 요소 역시 2021년과 같은 품귀 현상은 되풀이되지 않을 것으로 평가했다.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요소) 보급량이 어느 정도 충분하고 10%를 더 주고 (제3국에서) 수입하면 되기 때문에 현실적인 문제로 크게 비화할 것 같지는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산업계에선 국내 기업들의 공급망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에서 예기치 못한 수출 통제가 잇따르고 있다는 데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요소처럼 중국 이외의 국가에서 수입 대체처를 찾기가 비교적 쉬운 원자재 수출 통제에도 심각한 영향을 받는데, 리튬이나 흑연, 갈륨, 게르마늄, 희소금속 등의 경우 타격이 더욱 클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 정일영 의원실에 따르면 산업부가 지정한 10대 전략 핵심광물 가운데 리튬과 흑연, 희소금속 5종(네오디뮴, 디스프로슘, 터븀, 세륨, 란탄)의 지난해 중국 의존도는 각각 64%와 94%, 50%였다. 리튬과 흑연은 2차전지의 양극재·음극재 생산에 필수적이고 네오디뮴 등의 희소금속은 전기차 고성능 모터의 성능을 좌우하는 영구자석에 쓰인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국의 경제 운영 자체가 불안정성을 드러내면서 수출 통제 조치가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 시스템 자체가 급변하고 있기 때문에 특정 국가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공급망은 시급하게 점검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국회에선 정부에 공급망과 관련한 컨트롤타워로 공급망안정화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경제안보를 위한 공급망 안정화 지원 기본법’(공급망 기본법)이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었다. 발의된 지 1년 2개월 만이다. 공급망 기본법은 한국수출입은행에 공급망안정화기금을 설치해 기업의 원자재 수입 국가 다변화와 비축물량 확대를 돕는 내용 등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신설 위원회의 소속을 어떻게 할지 등을 놓고 여야 간에 이견을 보이며 입법이 미뤄지다가 이제야 법사위를 통과했다. 정부 관계자는 “8일 본회의를 통과하면 국무회의를 거쳐 내년 하반기(7∼12월)부터는 법 시행이 가능하다”며 “시급한 공급망안정화기금 등은 이미 실무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에 내년 7, 8월부터는 실제 자금 집행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장기화로 대다수 선진국이 고금리·고물가에 생존하기 위해 긴축에 동조하고 있지만 중국과 일본은 이 같은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 중국은 4분기(10∼12월)부터 1조 위안(약 184조 원) 규모의 국채를 발행해 경기 부양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통상 매년 3월 열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국가 재정을 확정하는데, 이를 중간에 수정하는 사례가 흔치 않기 때문이다. 이번 발행으로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3.8%까지 상승하게 됐다. 정부 차원에서 심리적 저지선으로 여겨온 ‘3%’가 무너지게 된 것이다. 생산자물가 상승률이 13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보이며 경기 침체 공포가 커진 중국은 재정적자 규모를 늘려서라도 경기를 부양시키려 하고 있다. 일본은행은 전 세계 주요 중앙은행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 단기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1990년대부터 이어진 만성 디플레이션(장기간 물가 하락)을 끝내기 위해서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는 지난달 17일 의회에 출석해 “인내심을 갖고 초완화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성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누군가 나서서 전체를 규율하고 방향을 잡아주며 협력을 유도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며 “국가들의 경제 정책도 각자도생으로 가고 있다”고 분석했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중국이 요소 수출을 막은 데 이어 인산암모늄까지 수출을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화학 비료와 소화기 분말의 주원료인 인산암모늄은 중국산 수입 비중이 95%가 넘는다. 중국이 원자재들을 잇달아 수출 제한 목록에 올리면서 앞으로 중국의 행보와 원자재 수출 중단 여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7일 중국 화학비료업계 온라인 플랫폼 중페이왕(中肥網)에 따르면 업계 분석가 자오훙예(趙紅葉)는 전날 중국 당국의 인산암모늄 수출 중단을 기정사실화하는 보고서를 올렸다. 그러면서 “최근 국가발전개혁위원회의 인산암모늄 수출 중단 결정은 시세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인산암모늄 수출 물량이 매우 적기 때문”이라고 밝혔다.앞서 자오훙예는 중국 요소 관련 기업 15곳이 내년 수출 물량을 축소하기로 합의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후 그의 보고서대로 중국 당국은 한국에 수출하려던 산업용 요소 수출을 보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인산암모늄 수출도 곧 현실화될 것으로 관측된다.정부 관계자는 “중국에서 수출 통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것으로 안다”며 “진행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수입된 인산암모늄 가운데 중국에서 들여온 물량은 전체의 95% 이상이다.중국이 인산암모늄 수출 중단에 나선 건 국내 공급 부족 상황 때문으로 알려졌다. 중국 화학비료업계 분석가 자오훙예(趙紅葉)는 이 업계 온라인 플랫폼 중페이왕(中肥網)에 올린 보고서에서 “쓰촨성 같은 일부 지역에서 환경오염 등을 이유로 인산암모늄 생산을 제한하거나 중단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현재 중국 내 인산암모늄은 약간의 공급 부족 상황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정부는 인산암모늄 수출 통제가 실행되더라도 요소와는 달리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작을 것으로 보고 있다. 7일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인산암모늄은 국내에서 1년에 8만 t가량 쓰이는데 비축 물량이 4만 t 정도”라며 “국내에도 연간 4만 t 이상을 제조하는 기업이 있다”고 밝혔다. 반년 치 비축 물량을 활용하고 해외 수출 물량을 국내로 돌리는 방식으로 중국의 수출 통제에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정부는 요소 역시 2021년과 같은 품귀 현상은 되풀이되지 않을 것으로 평가했다.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요소) 보급량이 어느 정도 충분하고 10%를 더 주고 (제3국에서) 수입하면 되기 때문에 현실적인 문제로 크게 비화할 것 같지는 않다”고 밝혔다.그러나 산업계에선 국내 기업들의 공급망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에서 예기치 못한 수출 통제가 잇따르고 있다는 데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요소처럼 중국 이외의 국가에서 수입 대체처를 찾기가 비교적 쉬운 원자재 수출 통제에도 심각한 영향을 받는데, 리튬이나 흑연, 갈륨, 게르마늄, 희소금속 등의 경우 타격이 더욱 클 수 있다는 것이다.실제로 더불어민주당 정일영 의원실에 따르면 산업부가 지정한 10대 전략 핵심광물 가운데 리튬과 흑연, 희소금속 5종(네오디뮴, 디스프로슘, 터븀, 세륨, 란탄)의 지난해 중국 의존도는 각각 64%와 94%, 50%였다.리튬과 흑연은 2차전지의 양극재·음극재 생산에 필수적이고 네오디뮴 등의 희소금속은 전기차 고성능 모터의 성능을 좌우하는 영구자석에 쓰인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국의 경제 운영 자체가 불안정성을 드러내면서 수출 통제 조치가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 시스템 자체가 급변하고 있기 때문에 특정 국가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공급망은 시급하게 점검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한편 이날 국회에선 정부에 공급망과 관련한 컨트롤타워로 공급망안정화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경제안보를 위한 공급망 안정화 지원 기본법’(공급망 기본법)이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었다. 발의된 지 1년 2개월 만이다.공급망 기본법은 2021년 벌어진 요소수 대란 같은 사태를 막기 위해 공급망안정화위원회를 중심으로 공급망 위험 포착과 위험 예방, 위기 대응의 사이클을 체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한국수출입은행에 공급망안정화기금을 설치해 기업의 원자재 수입 국가 다변화와 비축물량 확대를 돕는 내용 등도 포함돼 있다.하지만 신설 위원회의 소속을 어떻게 할지 등을 놓고 여야 간에 이견을 보이며 입법이 미뤄지다가 이제야 법사위를 통과했다. 정부 관계자는 “8일 본회의를 통과하면 국무회의를 거쳐 내년 하반기(7~12월)부터는 법 시행이 가능하다”며 “시급한 공급망안정화기금 등은 이미 실무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에 내년 7, 8월부터는 실제 자금 집행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세종=김도형기자 dodo@donga.com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세계 경제를 이끄는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에서 잇따라 경기 둔화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경기 침체 장기화 전망이 확산되면서 국제유가는 배럴당 70달러 밑으로 하락했다. 6일(현지 시간) 고용정보업체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이 발표한 ‘전미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11월 민간 기업 고용은 전월 대비 10만3000명 증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예상치인 12만8000명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10월(10만6000명)과 비교해도 고용 증가폭이 줄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일자리 창출을 주도했던 레저 및 접객업에서 일자리 7000개가 줄었고, 제조업에서 1만5000개, 건설업에서 4000개가 줄었다. 11월 임금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5.6%로 나타났다. 전달 5.7%보다 증가폭이 줄었고 2021년 10월 이후 최저치다. 넬라 리처드슨 ADP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팬데믹 이후 호황은 끝났고 내년에는 경제 전반적으로 고용과 성장이 더욱 완만해질 것임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도 상황이 비슷하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5일 중국의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중국 지방정부와 국영기업 부채가 늘면서 중앙정부의 재정 지원 부담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중국 재정부는 지난해 말 기준 국가채무가 61조 위안(약 1경1200조 원)으로 국내총생산(GDP)대비 50.4%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지만 WSJ은 숨겨진 부채가 약 7조~11조 달러(약 9100조~1경4400조 원)로 추산된다고 보도했다. G2 경기 둔화 우려로 원유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에 국제유가는 급락했다. 6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내년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 종가는 배럴당 69.38달러로 전날 종가 대비 2.94달러(4.1%) 하락했다. WTI 선물 가격이 배럴당 70달러 밑으로 떨어진 것은 7월 3일 이후 5개월 만이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재고 정리합니다. 50% 할인에 2개 이상 품목 구입 시 10% 추가 할인.’ 지난달 20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외곽 라데팡스 쇼핑몰 레카트르탕. 쇼핑몰 중앙에 있는 남성복 매장 ‘카포랄’ 쇼윈도에 이런 문구가 적힌 대형 광고가 붙었다. ‘블랙 프라이데이’를 불과 나흘 앞두고 있었지만 점심 시간 ‘틈새 쇼핑’을 하는 직장인들조차 보이지 않았다. 매장을 홀로 지키고 있던 사장 발랭탕 장티 씨는 “10년간 이곳에서 장사를 했는데 이제는 정말 버틸 수가 없어서 한 달 뒤 가게 문을 닫는다”고 말했다. 연말 대목에 폐업을 결정한 것이다. 이 매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보다 고객이 30%가량 줄었다. 쇼핑몰 곳곳에 재고 정리와 세일 간판이 걸려 있지만 사정은 비슷하다. 장사가 안 되다 보니 점포 약 100곳 가운데 중앙 2곳을 포함해 총 12곳이 공실로 남아 있다. 여기저기 폐업 안내문도 붙어 있었다. 라데팡스는 파리 서부 외곽의 버려진 장소였지만 1980년대 후반부터 150m 이상의 초고층 빌딩이 10여 채 들어서면서 새로운 상업지구로 탈바꿈했다. 현대식 건물과 쇼핑몰을 찾는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도시 재개발의 모범 사례로 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주변 상권이 침체되기 시작했다. 라데팡스 지역의 공실률은 지난해 15.7%까지 치솟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고금리·고물가로 인해 파리 시민과 관광객 등의 소비가 줄어들면서 도시의 상권이 완전히 무너졌고 부동산 가격은 폭락했다.● 얼어붙은 소비…문 닫는 쇼핑몰 이 같은 현상은 세계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중국 베이징의 랜드마크 상업용 건물인 ‘왕징 소호’에서 가장 유동인구가 많은 타워1의 1층 매장은 3곳 중 1곳꼴로 문을 닫았다. 올 3분기(7∼9월) 베이징 지역의 평균 공실률은 19.5%에 달한다. 왕징 소호의 편의점에 근무하는 점원은 “코로나19 때보다 오가는 사람이 늘었지만 지갑을 여는 사람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의 부동산 시장은 더 차갑게 얼어붙었다. 한때 기업가치 470억 달러에 달했던 공유경제의 아이콘 ‘위워크’의 몰락은 그 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뉴욕 맨해튼의 미트패킹 건물을 비롯해 미국과 캐나다에 밀린 월세, 임대차 계약 관련 소송 비용 등을 포함한 위워크의 부채는 187억 달러에 이른다. 뉴욕에서만 47개 지점을 운영했던 위워크는 35개 지점의 임차 계약 종료를 모색하고 있다. 미국 뉴욕 현지의 부동산 중개업체 관계자는 “갖은 소송전과 공실 등으로 위워크를 임대인으로 두고 있는 건물들의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고금리와 높은 공실률로 인해 주변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는 데 찬물을 부은 격”이라고 말했다. 고금리·고물가에 의한 자산시장의 위기는 이뿐만이 아니다. 미국 뉴욕 크라이슬러 빌딩을 비롯해 글로벌 랜드마크 빌딩을 거느린 오스트리아 부동산·유통 기업 시그나그룹도 지난달 29일 파산 신청을 했다. 앞선 올해 8월에는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가 현실화되면서 아시아 지역의 부동산 업계가 출렁였다.● “부동산 위기, 유동성 잔치 청구서” 각국 소비시장이나 부동산 업체들의 위기는 저금리 시기에 과도한 레버리지를 일으킨 공격적인 차입 경영이 부메랑이 됐다. 고금리·고물가로 인한 소비 위축도 이런 위기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백화점이나 쇼핑몰 등은 수익이 감소하면서 지점 폐쇄 결정이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추가 공실이 발생하고, 주요 도시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 악순환에 빠진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근무가 정착되고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한 소비 패턴이 일상화되면서 도심 공동화 현상이 나타나는 것도 부동산 가격 회복이 더딜 것으로 예상되는 원인 중 하나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금리 시기에 유동성 잔치를 벌인 데 대한 청구서가 날아들고 있다”며 “고금리·고물가의 영향으로 최소한 내년 후반기까지 소비 침체와 함께 상업용 부동산의 위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중국 비료업계가 내년에 요소 수출 총량을 큰 폭으로 줄이기로 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요소 수입의 92%를 중국에 의존하는 한국에 비상등이 켜졌다. 정부는 중국 이외의 국가에서 요소를 들여오는 기업에 보조금을 주는 등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5일 중국화학비료업계 온라인 홈페이지에 따르면 한 업계 전문가는 1일 올린 글에서 “지난달 24일 회의에서 중눙그룹(CNAMPGC)과 중화그룹(Sinochem) 등 주요 요소 비축·무역기업 15곳이 2024년 수출 총량을 94만4000t을 초과하지 않기로 하는 데 동의했다”며 “이런 내용을 담은 2024년 요소 수출 자율 협의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그는 “2024년 1분기(1∼3월)까지 수출에 제한이 있을 것”이라면서 “현재 일부 항구에선 수출 증빙서류를 갖고도 수출을 할 수 없고, 화물이 항구에 쌓여 있거나 항구에서 화물이 회수되는 사례도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1∼10월 중국의 요소 수출량은 339만 t이다. 실제로 내년에 요소 수출 총량을 94만 t대로 줄이면 올해 10월까지 수출한 물량의 28% 수준으로 중국 요소 수출이 감소한다. 올 10월 한국은 산업용 요소의 92%를 중국에서 수입했다. 한국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중국 해관총서는 지난달 30일 중국 현지 기업이 한국의 한 대기업에 수출하려던 산업용 요소 수출을 돌연 보류했다. 한국 외교 당국은 중국 당국이 국내 요소 수급을 우선 해결해야 하는 상황 때문에 통관 보류에 나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최근 한국 측과 접촉해 요소 통관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중국 측이 요소 문제와 함께 한중 간 원활한 공급망 협력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는 기본 입장을 분명히 전해왔다”고 말했다. 요소수 대란 재발 우려로 시장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정부는 6일 요소수 관련 대책회의를 열 계획이다. 회의에선 요소 수입의 대체처 확보 방안, 비축 물량 확대 방안 등 단기 대책이 논의될 예정이다. 정부는 값싼 중국산 요소 외에 베트남, 호주 등에서 들여오는 요소 수입분에는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요소 비축 물량을 확대하는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이 밖에 정부는 7일 열리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경제 안보를 위한 공급망 안정화 지원 기본법’을 통과시켜 중장기적인 공급망 안정 대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해당 법은 한국수출입은행이 운용하는 공급망안정화기금을 설치해 기업의 원자재 수입 국가 다변화와 비축 물량 확대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중국 비료업계가 자국 내 우선 공급을 위해 요소 수출 기업들에 수출 자제를 요청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정부가 내년부터 해외로 나가는 요소 물량을 제한하는 ‘쿼터제’까지 시행할 것으로 전해지면서 요소수 품귀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2021년 요소수 대란 이후 정부가 공급처 다변화 등의 대책을 내놨지만 이를 실행하기 위한 법안은 1년 3개월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똑같은 문제가 되풀이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개월 치 확보”…中선 수출 쿼터제 관측도 4일 정재호 주중 한국대사는 중국 베이징 주재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달 17일 중국 질소비료공급협회가 회원사에 질소 비료(요소 비료의 상위 개념) 수출을 자제하고 중국 국내에 우선 공급할 것을 요청하는 문서를 발표했다”며 “이후 같은 달 30일에 실제 통관 애로사항이 파악됐다”고 밝혔다. 그는 “1일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해관총서(관세청), 상무부, 외교부에 요소 수입 애로를 제기하고 차질 없는 통관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며 “중국 측은 공문 접수 당일에 ‘관련 내용을 파악해 필요한 후속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답변했다”고 전했다. 게다가 중국 정부는 요소 수출 물량을 국가별로 제한하는 쿼터제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한 요소수 수입·유통 기업 관계자는 “중국 비료업체들로부터 수출 쿼터제 관련 내용을 직접 전달받은 적은 없다”며 “다만 2024년부터 쿼터제를 시행한다는 현지 보도들이 최근 나오고 있어서 우리도 일단은 시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정부는 산업통상자원부를 중심으로 ‘정부-업계 합동 요소 공급망 대응 회의’를 열고 대체 수입처를 통한 요소 확보 방안 등을 논의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요소수 통관 지연이 있었지만 정치적 배경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며 “중국 내부적으로 요소 수요가 긴장돼 통관 지연이 일어난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현재 보유한 재고와 중국 외 국가에서 수입할 물량을 합쳐 3개월분의 차량용 요소 재고가 확보됐다고 보고 있다. 화물차 및 정유업계는 “아직 별다른 수급 문제가 일어나진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 비료업계에서는 요소 수출 제한이 길게는 내년 1분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요소수 대란 겪고도 중국 수입 비중 다시 급증” 정부 안팎에서는 2년 전 요소수 대란을 겪고도 확실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면서 요소수 위기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올 9월에도 중국이 비료용 요소 수출을 중단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요소 수급 우려가 불거진 바 있다. 2021년 요소수 대란 이후 정부는 특정국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높은 4000여 개 품목을 대상으로 조기경보시스템(EWS)을 가동하고 200개 품목은 경제 안보 핵심 품목으로 지정하는 등의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요소를 포함한 핵심 품목의 경우 국내 비축 물량과 생산 기반을 확대하고 수입처도 다변화해 공급을 안정화시키겠다는 계획이 실제로는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이다. 공급망안정화위원회를 신설해 경제 안보 관점에서 공급망 관리에 나서는 내용의 ‘경제 안보를 위한 공급망 안정화 지원 기본법’은 지난해 10월 발의됐지만 1년 3개월째 국회에 계류 중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2021년 71% 수준이었던 차량·산업용 요소의 중국 수입 비중은 지난해 67%로 소폭 낮아졌지만 올 1∼10월 다시 91%까지 높아졌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글로벌 공급망 이슈에서 특정 국가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는 상황은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다”며 “가격이 더 비싸더라도 다른 국가에서도 함께 조달하는 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한 정책적, 금융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은 7월에도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는 등 11월 29일(현지 시간)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신냉전 시대를 막기 위해 미중 긴장 완화를 위한 활동을 이어왔다. 시 주석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에게 조전을 보내 애도를 표했고, 가족들에게도 위로의 뜻을 전달했다. 7월 키신저 전 장관의 방중 당시 시 주석은 그를 ‘라오펑유(老朋友·오랜 친구)’라고 부르며 극진히 환대했다. 또 “키신저 전 장관이 100세를 맞아 100번째 중국을 방문한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중국은 키신저 전 장관과 리상푸(李尚福) 당시 국방부장(장관)의 만남도 허락했다. 당시 미국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과 리 부장의 회담을 중국에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거절당한 상황이었다. 중국이 키신저 전 장관을 각별히 여긴다는 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이 미국과 대화를 위해 키신저를 통역사로 받아들였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9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와이탄(外灘) 금융서밋에서도 미중 ‘디커플링(decoupling·경제 분리)’을 우려하며 “양국 모두의 생활 수준을 떨어뜨릴 것”이라면서 “양국은 분리된 길로 가면 안 된다”고 역설했다. 5월에는 영국 이코노미스트와 100세 생일 기념 인터뷰를 하며 “현재 미중 모두 정치적으로 양보할 여지가 별로 없지만 미중 관계를 풀기 위해 미국이 중국 지도자들의 생각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과의 대화를 중시해온 그의 별세 소식에 중국중앙(CC)TV는 30일 키신저 전 장관의 생애를 돌아보는 1분 57초 분량의 영상을 보도했다. CCTV는 “그는 미중 관계 발전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화석(活化石)’”이라고 평가했다. 셰펑(謝鋒) 주미 중국대사는 이날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를 통해 “역사는 미중 관계에 기여한 100세 어르신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며 “키신저는 중국인들의 마음속에 가장 소중한 오랜 친구로 남을 것”이라고 추모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북한의 비핵화를 포함한 한반도 문제에도 깊은 관심을 보였다. 올해 1월 미국 뉴욕을 방문한 정몽준 아산정책연구원 명예이사장과의 오찬에서 “북핵 문제는 한국과 미국이 굳건한 공조를 통해 슬기롭게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 비핵화에 대해서는 “동북아 평화와 안정에 필요하고, 중국에도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고 한다. 그는 하버드대 대학원에서 정치학을 공부하던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한국을 찾아 ‘미국의 전략’이란 보고서를 작성해 윌리엄 엘리엇 백악관 정치고문과 폴 니츠 국무부 정책국장에게 제출했다.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미국이 소련을 상대로 적극 대처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그의 보고서는 공산주의 세력에 대한 미국 정부의 대응 방향을 결정짓는 기초 자료가 됐다. 1973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일본 도쿄 납치 사건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그는 김 전 대통령 구명 조치에 나선 이야기로도 유명하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부동산 경기 침체, 소비 부진, 해외 기업의 탈(脫)중국 조짐 등으로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최근 연일 ‘경제 중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그가 28일부터 3일간 경제 수도 상하이에 머물며 상하이선물거래소, 정보기술(IT) 기업 등을 방문할 것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7일 보도했다. 그간 중국 국가주석은 경제는 총리에게 맡긴 채 외교안보, 국방 등을 담당했다. 시 주석이 이런 관례를 깨고 직접 경제 챙기기에 나선 것은 최근 소비, 생산 등 주요 경제지표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 등으로 중국 진출 주요 해외 기업이 이탈하는 등 중국과 서방 경제의 탈동조화(decoupling) 우려가 커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장기 집권, 반대파 탄압 등에 대한 국내외 비판을 무마하기 위해서라도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것이다.● 2년 만의 상하이 방문 SCMP에 따르면 시 주석의 상하이 방문은 2021년 이후 2년 만이다. 인구 약 2500만 명의 상하이는 테슬라, 제너럴일렉트릭(GE), 월트디즈니 등 미국 대표 기업이 모두 자리했으며 중국 내 최대 외국인 투자 거점이다. 올해는 상하이 자유무역지구(FTZ) 창설 10주년이기도 하다. 시 주석은 27일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10차 집단학습에서 ‘개방 경제 체제’를 강조하며 “대외관계 법률 제도를 개선해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고, 외국인 투자기업의 정당한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모두 서구 기업이 중국 당국에 오랫동안 주문해 온 사항들이다. 최근 일본 미쓰비시자동차가 중국 시장 철수를 발표하고 애플, 델, HP 등 미국 주요 기업이 모두 중국 내 생산기지를 중국 밖으로 옮기며 중국 비중 줄이기에 나선 것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같은 날 열린 정치국 회의에서도 ‘창장경제벨트’의 중요성 또한 거듭 강조했다. 상하이에서 시작해 경제 발전 속도가 더딘 윈난성 등 창장 일대 11개 성(省)과 직할시를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는 구상이다. 시 주석은 2014년에 이 구상을 밝혔지만 아직 많은 진전을 거두지는 못했다. 창장경제벨트 구축을 다시 강조하고 나선 것은 이 일대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통해 경기 부양 동력을 확보하려는 의지로 해석된다.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도 소비가 극도로 위축된 상황에서 정부의 대규모 투자를 통해 경제를 살리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시 주석은 지난달 2012년 집권 후 처음으로 런민은행도 찾았다. 그가 런민은행 수뇌부에게 금리 인하 등 경기 부양책을 주문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제 외 정책 결정은 미뤄 다만 시 주석이 내년 1월 대만 총통 선거, 같은 해 11월 미국 대선 등을 앞두고 경제 외의 다른 정책 결정은 오히려 미루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SCMP는 국가 주요 정책의 우선순위 및 방향이 결정되는 제20기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3중전회)가 연기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중국공산당의 최고 권력기구인 중앙위원회는 5년마다 새로 구성된다. 보통 1·2중전회에서 새 지도부를 선출하고, 3·4·5중전회에서 구체적인 정책을 마련한다. 6·7중전회에선 차기 지도부를 뽑는 다음 당 대회를 준비한다. SCMP는 “3중전회 연기는 해당 회의에서 논의해야 할 의제에 대한 준비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신호”라며 “국내외에서 여러 도전에 직면한 시 주석이 중요 결정을 내릴 3중전회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내년 대만과 미 대선에서 누가 승자가 되느냐에 따라 중국의 미국 및 대만 정책 또한 달라질 수 있으므로 일부러 중요 정책 결정을 미루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부동산 경기 침체, 소비 부진, 해외 기업의 탈(脫)중국 조짐 등으로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최근 연일 ‘경제 중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그가 28일부터 3일간 경제 수도 상하이에 머물며 상하이선물거래소, 정보기술(IT) 기업 등을 방문할 것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7일 보도했다. 그간 중국 국가주석은 경제는 총리에게 맡긴 채 외교안보, 국방 등을 담당했다. 시 주석이 이런 관례를 깨고 직접 경제 챙기기에 나선 것은 최근 소비, 생산 등 주요 경제지표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 등으로 중국 진출 주요 해외 기업이 이탈하는 등 중국과 서방 경제의 탈동조화(decoupling) 우려가 커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장기 집권, 반대파 탄압 등에 대한 국내외 비판을 무마하기 위해서라도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것이다.● 2년 만의 상하이 방문SCMP에 따르면 시 주석의 상하이 방문은 2021년 이후 2년 만이다. 인구 약 2500만 명의 상하이는 테슬라, 제너럴일렉트릭(GE), 월트디즈니 등 미국 대표 기업이 모두 자리했으며 중국 내 최대 외국인 투자 거점이다. 올해는 상하이 자유무역지구(FTZ) 창설 10주년이기도 하다.시 주석은 27일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10차 집단학습에서 ‘개방 경제 체재’를 강조하며 “대외관계 법률 제도를 개선해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고, 외국인 투자기업의 정당한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모두 서구 기업이 중국 당국에 오랫동안 주문해 온 사항들이다. 최근 일본 미쓰비시 자동차가 중국 시장 철수를 발표하고 애플, 델, 휴렛패커드(HP) 등 미국 주요 기업이 모두 중국 내 생산기지를 중국 밖으로 옮기며 중국 비중 줄이기에 나선 것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같은 날 열린 정치국 회의에서도 ‘창장경제벨트’의 중요성 또한 거듭 강조했다. 상하이에서 시작해 경제 발전 속도가 더딘 윈난성 등 창장 일대 11개 성(省)과 직할시를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는 구상이다. 시 주석은 2014년에 이 구상을 밝혔지만 아직 많은 진전을 거두지는 못했다. 창장경제벨트 구축을 다시 강조하고 나선 것은 이 일대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통해 경기 부양 동력을 확보하려는 의지로 해석된다.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도 소비가 극도로 위축된 상황에서 정부의 대규모 투자를 통해 경제를 살리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시 주석은 지난달 2012년 집권 후 처음으로 런민은행도 찾았다. 그가 런민은행 수뇌부에게 금리 인하 등 경기 부양책을 주문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제 외 정책 결정은 미뤄다만 시 주석이 내년 1월 대만 총통 선거, 같은 해 11월 미국 대선 등을 앞두고 경제 외의 다른 정책 결정은 오히려 미루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SCMP는 국가 주요 정책의 우선순위 및 방향이 결정되는 제20기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3중전회)가 연기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중국공산당의 최고 권력기구인 중앙위원회는 5년마다 새로 구성된다. 보통 1·2중전회에서 새 지도부를 선출하고, 3·4·5중전회에서 구체적인 정책을 마련한다. 6·7중전회에선 차기 지도부를 뽑는 다음 당 대회를 준비한다. SCMP는 “3중전회 연기는 해당 회의에서 논의해야 할 의제에 대한 준비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신호”라며 “국내외에서 여러 도전에 직면한 시 주석이 중요 결정을 내릴 3중전회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내년 대만과 미 대선에서 누가 승자가 되느냐에 따라 중국의 미국 및 대만 정책 또한 달라질 수 있으므로 일부러 중요 정책 결정을 미루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중국의 공무원 시험 ‘궈카오(國考)’ 응시자가 사상 최초로 300만 명을 돌파했다. 부동산 시장 침체 등에 따른 경제난, 역시 사상 최고 수준인 청년실업률 등의 여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펑파이 등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2024년도 궈카오 응시자 수는 303만300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응시자(약 260만 명)보다 16.7% 늘었고 평균 경쟁률은 77 대 1에 달했다. 특히 석사학위 소지자 등의 학력 제한이 있으며 단 1명만 뽑는 국가통계국 내 1급 주임 자리에는 3572명이 몰렸다. 정년이 보장되면서 다양한 복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공무원은 중국 젊은층에게 최고의 직장으로 꼽힌다. 특히 최근 몇 년 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여파로 대부분의 민간 기업이 신규 채용 규모를 대폭 줄이는 바람에 공무원 인기가 더 높아졌다. 사회 전반의 교육열 향상에 따른 대졸자 증가도 공무원 시험의 경쟁률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올해 중국의 대졸자는 역대 최다인 1158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올 6월 기준 청년실업률 또한 21.3%로 역시 사상 최고치다. 청년실업에 따른 민심 이반 가능성이 높아지자 당국은 7월부터 청년실업률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3차 발사에 성공하면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북핵 전문가가 주중 한국대사관 주최로 열린 비공개 토론회에서 “북한이 나쁜 것은 맞지만 미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북한이 대남 위협 수위를 높이는 것에 대해선 ‘빈말뿐인 위협’이라며 한국의 대응에 자제를 당부했다. 우르창(吳日强) 중국 칭화대 교수는 25일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관계와 북핵 문제’ 토론회에 참석해 “북한의 빈말뿐인 위협에 한국이 과잉 대응할 필요가 없다”면서 “북한은 나쁜 것은 맞지만 미친 것은 아니다(They are bad, not mad)”라고 주장했다. 우 교수는 중국항공우주과학공업그룹(CASIC)에서 탄도미사일 설계 업무를 담당한 공학 석사 출신으로 현재 중국 명문대인 칭화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핵무기 통제, 우주 안전 및 미중 전략 안정성 문제 등을 주로 연구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는 21일 북한이 3차 정찰위성 발사에 성공해 만리경-1호를 지구 궤도에 안착시킨 지 나흘 만에 열렸다. 우리 정부로서는 중국 전문가들이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알아볼 수 있는 계기였다. 중국 측에서는 우 교수를 포함해 전문가 4명, 한국 측에서는 5명이 참석했다. 한국대사관은 토론회 개최 사실 자체를 공개하지 않았다. 우 교수는 러시아의 기술 지원 가능성에 대해선 “공개적으로 보이는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토론회에 참석한 다른 참석자는 “우 교수 얘기는 물증은 없지만 심증은 많다는 얘기로 들렸다”면서 “중국이 북-러 미사일 협력에 상당히 신경 쓰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중국은 북-러 밀착에 대해 마냥 호의적이지는 않다. 토론회에 참석한 또 다른 중국 측 전문가는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 확대를 주문했다. 장퉈성(張沱生) 중국 국제전략연구기금회 선임연구원은 “한국이 독립된 주권국가로서 전략적 이익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통상 대만 문제를 ‘중국의 핵심 이익’이라고 표현한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