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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최고지도자 야흐야 신와르를 살해한 이스라엘이 그가 지난해 10월 ‘가자 전쟁’이 발발하기 전날 가족들과 함께 도망치는 영상을 공개하고, 시신 이미지가 담긴 전단을 살포하는 등 강도 높은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신와르가 비겁한 인물이었다고 강조하고, 하마스 구성원들의 전투 의지를 꺾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스라엘군은 19일 신와르가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당시 땅굴로 피신하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을 공개했다. 3분 9초 분량의 영상에는 신와르와 그의 가족으로 추정되는 여성 1명, 어린이 2명이 침구와 음식 등을 옮기는 모습이 담겼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신와르는 학살 불과 몇 시간 전에도 자신과 가족의 안위를 지키기에 바빴다”고 비판했다. 또 아비차이 아드라이 이스라엘군 아랍어 대변인은 X에 피신 중인 신와르의 부인이 가방을 들고 있는 CCTV 영상 캡처 사진을 올린 뒤 “신와르의 부인이 3만2000달러(약 4400만 원) 상당의 에르메스 버킨백을 들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가자 주민들은 텐트나 생필품을 살 돈조차 충분치 않은 상황인데, 신와르와 아내의 돈에 대한 특별한 애정이 드러난다”고 비꼬았다.김윤진 기자 kyj@donga.com}
16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최고지도자 야흐야 신와르를 살해한 이스라엘이 그가 지난해 10월 ‘가자 전쟁’이 발발하기 전날 가족들과 함께 도망치는 영상을 공개하고, 시신 이미지가 담긴 전단을 살포하는 등 강도 높은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신와르가 비겁한 인물이었다고 강조하고, 하마스 구성원들의 전투 의지를 꺾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이스라엘군은 19일 신와르가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당시 땅굴로 피신하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을 공개했다. 3분 9초 분량의 영상에는 신와르와 그의 가족으로 추정되는 여성 1명, 어린이 2명이 침구와 음식 등을 옮기는 모습이 담겼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신와르는 학살 불과 몇 시간 전에도 자신과 가족의 안위를 지키기에 바빴다”고 비판했다.또 아비차이 아드라이 이스라엘군 아랍어 대변인은 X에 피신 중인 신와르의 부인이 가방을 들고 있는 CCTV 영상 캡처 사진을 올린 뒤 “신와르의 부인이 3만2000달러(약 4400만 원) 상당의 에르메스 버킨백을 들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가자 주민들은 텐트나 생필품을 살 돈조차 충분치 않은 상황인데, 신와르와 아내의 돈에 대한 특별한 애정이 드러난다”고 비꼬았다.한편 로이터통신 등은 19일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남부에 항복을 신와르의 시신 이미지와 항복 종용 메시지를 담긴 전단도 살포했다고 전했다.김윤진 기자 kyj@donga.com}
다음 달 5일 치러지는 미국 대선이 약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조지아와 노스캐롤라이나주 등 이번 대선의 판세를 가를 주요 경합주에서 사전투표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이 같은 사전투표 열기가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 중 누구에게 유리하게 작용할지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사전투표는 통상 민주당 지지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했지만, 최근에는 공화당도 지지자들에게 사전투표 참여를 강조하고 있다. 또 코로나19 팬데믹 등을 거치며 사전투표에 참여하는 유권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통계사이트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16년 대선에선 5830만 명, 2020년에는 1억145만 명이 사전투표에 참여했다.● 조지아-노스캐롤라이나주 등 사전투표 열기이번 대선의 주요 경합주인 조지아주는 15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사전투표를 실시한다. 주 당국에 따르면 첫날인 15일에만 최소 31만 명이 참여했다. 2020년 대선(약 13만6739명), 2018년 중간선거(약 7만849명) 등 최근 주요 선거의 사전투표 첫날 기록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15일부터 19일 오후까지 5일간 누적으로는 140만 명 이상이 투표를 마친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1일 100세 생일을 맞은 민주당 소속의 지미 카터 전 대통령도 16일 우편투표에 참여했다. 해리스 후보는 19일 조지아주 애틀랜타 유세에서 “(100세인) 카터 전 대통령이 할 수 있으면 여러분도 할 수 있다”며 사전투표 참여를 독려했다.17일부터 사전투표를 시작한 또 다른 경합주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감지된다. 최근 미 남동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헐린’의 상흔이 아직 가시지 않았지만 이날 하루에만 35만 명 이상이 투표에 참여해 역시 사전투표 첫날 기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북부 경합주 미시간주에서도 사전투표 참여 의사를 밝힌 유권자 200만 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투표를 완료했다. 이번 대선의 최대 격전지인 펜실베이니아주에서도 약 80만 명이 사전투표를 진행했다.통상 사전투표는 민주당 지지자가, 공화당 지지자는 현장투표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2020년 대선 결과를 분석한 매사추세츠공대(MIT) 자료에 따르면 당시 민주당원의 60%가 우편투표에 참여했고 공화당원은 32%만 우편투표를 했다. 하지만 사전투표에 참여하는 유권자가 많아지면서 과거 부정적이었던 공화당의 태도도 바뀌었다. 2020년 대선 결과에 불복하며 트럼프 후보는 “우편투표는 사기”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최근 공화당 지지층에 적극 사전투표 참여를 외치고 있다고 정치매체 액시오스는 전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재집권시 대(對)중국 관세 대폭 인상’ 의사를 밝혀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이 “중국이 대만을 봉쇄한다면 중국에 20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라이칭더(賴淸德) 대만 총통이 건국기념일인 10일 “대만과 중국은 서로 예속되지 않는다”고 발언한 것에 반발해 14일 대만을 포위하는 군사훈련을 실시했었다.트럼프 후보는 18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최근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갈등과 관련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어떻게 설득할 지를 질문받자 “당신(시 주석)이 대만에 들어가면 나는 당신에게 세금을 매길 것이다. 미안하지만 관세를 150∼200% 부과하겠다는 뜻”이라고 답했다. 그는 재집권 시 모든 수입품에 최대 20%의 보편 관세를, 중국산 수입품에는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주장해왔다. WSJ은 이날 인터뷰에서 트럼프 후보가 중국과의 무역 단절 가능성도 시사했다고 전했다. 또한 트럼프 후보는 중국의 대만 봉쇄에 대응해 미 군사력을 사용하겠느냐는 질문에는 “시 주석은 나를 존중하고 내가 ‘완전히 미쳤다(f*** crazy)’는 것을 안다”고 답했다. 미국의 군사력을 사용할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트럼프 후보는 2017년 4월 시 주석과 자신의 플로리다주 사저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던 사실을 거론하며 자신과 시 주석이 “매우 강력한 관계”라고 했다. 이어 “그(시 주석)는 좋은 사람이었고 아주 잘 지냈다”고 했다. 트럼프 후보는 자신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도 우호적인 관계라고 강조했다. 자신이 재임 중이었다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기존 주장도 되풀이했다.김윤진 기자 kyj@donga.com}
18세기 생활 양식을 고수하고 사회와 단절된 채 살아가는 미국의 원리주의 개신교 교파 ‘아미시(Amish)’가 미 대선을 3주가량 앞두고 주목받고 있다. 그간 신앙 생활을 중시하며 현실 정치 참여를 지양했던 아미시 공동체에서 최근 변화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대선의 최대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에 거주하는 8만 6000여명의 아미시 교인이 ‘초박빙’ 접전 상황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영국 일간 더타임스 등은 16일(현지 시간) “펜실베이니아주에서 보수 성향의 아미시 유권자 표심을 확보하기 위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 측이 적극적인 구애를 펼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술 문명과 동떨어져 사는 아미시 공동체는 TV 광고 등을 접하지 못하므로, 아미시 정착촌이 있는 ‘랭커스터 카운티’에서 매주 열리는 시장에서 유권자 등록을 홍보하고 트럼프 후보에 투표하도록 설득하는 방식이다. 랭커스터 카운티에서 선거 운동을 벌이고 있는 트럼프 후보 지지 단체인 ‘얼리 보트 액션(Early Vote Action)’은 더타임스에 “매주 화요일 시장에서 15명~20명의 아미시 교인들이 공화당 유권자로 등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단체장인 라이언 색스톤은 “아미시는 올해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우리(공화당)는 그들(아미시)로부터 훨씬 더 많은 열정을 보고 있다”며 “그들은 우리가 지나갈 때마다 엄지를 추켜세운다”고 말했다.2020년 대선 당시 트럼프 후보는 펜실베이니아에서 8만 표 차이로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밀려 고배를 마셨다. 2022년 기준 펜실베이니아주의 아미시 교인 인구는 약 8만6000명으로 알려져 있다. 영 일간 인디펜던트는 “공화당 일각에서는, 트럼프 캠프가 아직 미개척지나 다름없는 8만여 명의 유권자를 끌어올 수 있다면 전세를 유리하게 바꿀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종교 공동체에 개입하지 않는 ‘작은 정부’와 ‘종교적 자유 보장’을 내세워 이들에게 접근하고 있다.아미시 공동체가 올해 트럼프 후보에 투표할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판단하는 배경에는 1월 ‘생우유 판매 금지’ 사건이 있다. 1월 아미시 낙농업자 에이머스 밀러는 저온 살균 공정을 거치지 않은 우유를 판매해 조류인플루엔자 H5N1이 확산하는 데 기여했다는 이유로 주에서 생우유 판매를 금지당했다. 색스톤은 “아미시는 정부가 그들이 원하는 것을 팔 수 있는 권리에 간섭하는 것을 싫어한다”며 정부와의 갈등이 공화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다만 이들이 얼마나 투표장에 나설지, 실제로 대선 결과에 어떠한 영향이 미칠지는 판단하기 쉽지 않다. 아미시 공동체의 투표 경향을 연구해온 엘리자베스타운 대학의 스티븐 놀트 교수에 따르면 매 아미시 교인의 투표율이 꾸준히 증가해 2020년 대선에선 교인 약 7%가 투표에 참여했다. 하지만 펜실베이니아주에 거주하는 아미시 인구의 절반 이상이 18세 미만으로 투표할 수 없는 인구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놀트 교수는 “올해 더 많은 수의 아미시 교인들이 투표할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하지만 정말로, 엄청난 차이를 만들 만한 숫자의 유권자들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더타임스에 전했다.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후보는 펜실베이니아주를 비롯한 경합주에서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과 오차범위 내에서 우위를 다투고 있다. 하버드대 미국정치연구소(CAPS)와 여론조사기관 해리스폴이 11~13일 등록 유권자 314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경합주에서 조기 투표 의향을 밝힌 유권자들 중 트럼프 후보에 투표하겠다는 비율은 48%로 해리스 후보보다 1%포인트 높았다.김윤진 기자 kyj@donga.com}
올해 78세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이 주민들과 소통하는 타운홀 미팅 도중에 약 40분간 춤만 추다 행사를 끝내 그의 정신 건강에 대한 논란에 다시 불을 붙였다. 트럼프 후보는 14일 올해 대선 최대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의 필라델피아 근교 오크스에서 경제를 주제로 한 타운홀 미팅을 진행했다. 미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날 미팅은 시작 약 30분 뒤 실내온도 상승으로 청중 2명이 기절하며 행사가 일시 중단됐다. 트럼프 후보가 “에어컨을 틀어달라”고 요청하자, 사회를 맡은 크리스티 놈 사우스다코타 주지사는 “지금 (정부의) 경제 상황으론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경제를 망쳤다고 비꼰 것이다. 그런데 이때부터 트럼프 후보는 “이제 질문하지 말고 음악이나 듣자”면서 “여기 질의응답 듣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느냐”며 노래를 틀어 줄 것을 요청했다.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아베 마리아’를 시작으로 대선 캠페인에서 주로 써온 ‘Y.M.C.A.’ 등 무려 39분 동안 음악을 틀어놓은 채, 트럼프 후보는 별 다른 말도 없이 춤만 추며 무대에 머물렀다. 이에 대해 소셜미디어에선 “트럼프는 괜찮지 않다(TrumpisNotWell)”는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들이 퍼지는 등 파장이 일어났다. 이에 대해 트럼프 캠프의 스티븐 청 대변인은 “트럼프 후보와 군중 사이에서 아주 특별한 일이 일어났을 뿐”이라며 인지력 우려를 일축했다. 하지만 NYT는 “트럼프는 원래 장내가 정리되면 연설을 재개하곤 했는데, 이번엔 상황을 어떻게 진행시킬지 모르는 듯 불안정한 모습이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트럼프 후보의 타운홀 미팅을 두고 인지력 논란 공세를 퍼부었다. 민주당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정신 건강 논란으로 7월 후보직을 사퇴한 뒤 트럼프 후보의 건강 상태를 쟁점화하는 역공을 펴고 있다.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은 “트럼프가 괜찮길 바란다”며 “그는 계속해서 자신이 (대통령 자리에) 부적합하고 불안정하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후보는 60세인 해리스 후보와 비교되며 인지력 논란이 최근 갈수록 부각되는 모양새다. 로이터통신-입소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는 정신이 예리하고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다”는 질문에 ‘그렇다’는 응답이 지난해 7월 53%였으나, 이달 4∼7일 조사에선 46%로 하락했다.김윤진 기자 kyj@donga.com}
올해 78세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이 주민들과 소통하는 타운홀 미팅 도중에 약 40분 간 춤만 추다 행사를 끝내 그의 정신 건강에 대한 논란에 다시 불을 붙였다.트럼프 후보는 14일 올해 대선 최대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의 필라델피아 근교 오스크에서 경제를 주제로 한 타운홀 미팅을 진행했다. 미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날 미팅은 시작 약 30분 뒤 실내 온도 상승으로 청중 2명이 기절하며 행사가 일시 중단됐다. 트럼프 후보가 “에어컨을 틀어달라”고 요청하자, 사회를 맡은 크리스티 노엠 사우스다코타 주지사는 “지금 (정부의) 경제 상황으론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경제를 망쳤다고 비꼬은 것이다.그런데 이때부터 트럼프 후보는 “이제 질문하지 말고 음악이나 듣자”며 “여기 질의응답 듣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느냐”며 노래를 틀어줄 것을 요청했다.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아베 마리아’를 시작으로 대선 캠페인에서 주로 써온 ‘Y.M.C.A.’ 등 무려 39분 동안 음악을 틀어놓은 채, 트럼프 후보는 별 다른 말도 없이 춤만 추며 무대에 머물렀다.이에 대해 소셜미디어에선 “트럼프는 괜찮지 않다(TrumpisNotWell)”는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들이 퍼지는 등 파장이 일어났다. 이에 대해 트럼프 캠프의 스티븐 청 대변인은 “트럼프 후보와 군중 사이에서 아주 특별한 일이 일어났을 뿐”이라며 인지력 우려를 일축했다. 하지만 NYT는 “트럼프는 원래 장내가 정리되면 연설을 재개하곤 했는데, 이번엔 상황을 어떻게 진행시킬지 모르는 듯 불안정한 모습이었다”고 지적했다.민주당은 트럼프 후보의 타운홀 미팅을 두고 인지력 논란 공세를 퍼부었다. 민주당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정신 건강 논란으로 7월 후보직을 사퇴한 뒤 트럼프 후보의 건강 상태를 쟁점화하는 역공을 펴고 있다.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은 “트럼프가 괜찮길 바란다”며 “그는 계속해서 자신이 (대통령 자리에) 부적합하고 불안정하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고 꼬집었다.트럼프 후보는 60세인 해리스 후보와 비교되며 인지력 논란이 최근 갈수록 부각되는 모양새다. 로이터통신·입소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는 정신이 예리하고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다”는 질문에 ‘그렇다’는 응답이 지난해 7월 53%였으나, 이달 4~7일 조사에선 46%로 하락했다.김윤진 기자 kyj@donga.com}
11월 5일 미국 대선을 3주 앞두고 최근 지지율 정체에 빠진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과 불편한 관계에 처했다고 미국 정치매체 액시오스 등이 13일 보도했다. 해리스 후보 측은 바이든 대통령 측의 대선 유세 공조가 충분하지 않다고 여기고 있고, 바이든 대통령 측 또한 민주당 안팎의 압력에 떠밀려 재선 도전을 포기한 것에 대한 앙금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이다. 액시오스가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 10명을 인용한 결과에 따르면 해리스 후보의 대선 캠프는 백악관의 고위급 참모들이 바이든 대통령의 일정이나 메시지를 해리스 후보에게 유리한 쪽으로 관리하지 않는다는 불만이 크다. 대표적인 예가 11일 해리스 후보가 경합주인 미시간주 플린트에서 유세를 벌이기로 한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워싱턴 백악관에서 “미 고용 상황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는 즉석 기자회견을 개최해 언론의 관심이 분산된 것이다. 또 최근 해리스 후보가 허리케인 ‘밀턴’ ‘헐린’ 등의 피해가 집중된 플로리다주의 공화당 소속 론 디샌티스 주지사와 설전을 벌일 때도 바이든 대통령은 디샌티스 주지사를 “협조적이고 자비롭다”고 칭찬하는 등 엇박자를 냈다. 당시 해리스 후보는 디샌티스 주지사 측에 “돕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거절당해 관계가 악화됐다. 해리스 캠프 관계자는 액시오스에 “백악관에는 대선에 미칠 영향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사람이 없다”고 불만을 토했다.바이든 대통령 측도 서운하긴 마찬가지다. 그의 대다수 참모는 여전히 대통령의 재선 도전 포기를 속상해하고 있다. 일부 참모는 자신들이 해리스 후보의 ‘지원자’로만 남아야 한다는 것에 적응하지 못한 상태다. 또 민주당의 대선 후보가 바뀐 후 바이든 캠프에서 해리스 캠프로 자리를 옮긴 몇몇 보좌진은 바이든 측 참모로부터 ‘배신자’ 취급을 받고 있다. 다만 고위급이 아닌 양측의 중간급 참모진은 잘 협력하고 있다고 액시오스는 전했다. 두 사람만 갈등을 빚은 것도 아니다. 1988년 대선 당시 공화당 대선 후보 조지 부시와 로널드 레이건 당시 대통령, 2000년 대선의 민주당 대선 후보 앨 고어와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의 사례에서 보듯 현직 부통령이 대통령직에 출마할 때는 항상 내부 갈등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해리스 후보의 지지율 정체는 여러 여론조사에서 드러나고 있다. NBC방송이 4∼8일 실시한 전국 지지율 조사에서 두 후보의 지지율은 모두 48%였다. 지난달 같은 조사에서는 해리스 후보가 49%,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가 44%로 5%포인트 앞섰지만 한 달 만에 이 격차가 사라졌다. 같은 기간 ABC방송과 여론조사 회사 입소스의 전국 지지율 조사에서는 해리스 후보의 지지율이 50%로 트럼프 후보(48%)를 2%포인트 앞섰다. 역시 9월 중순 5%포인트 격차에서 좁혀졌다. 특히 대선 승자를 결정할 것으로 보이는 펜실베이니아,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 미시간, 애리조나, 위스콘신, 네바다 등 7개 경합주만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두 후보의 지지율이 49%로 같았다.김윤진 기자 kyj@donga.com}
11월 5일 미국 대선을 3주 앞두고 최근 지지율 정체에 빠진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과 불편한 관계에 처했다고 미국 정치매체 액시오스 등이 13일 보도했다. 해리스 후보 측은 바이든 대통령 측의 대선 유세 공조가 충분하지 않다고 여기고 있고, 바이든 대통령 측 또한 민주당 안팎의 압력에 떠밀려 재선 도전을 포기한 것에 대한 앙금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이다.액시오스가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 10명을 인용한 결과에 따르면 해리스 후보의 대선 캠프는 백악관의 고위급 참모들이 바이든 대통령의 일정이나 메시지를 해리스 후보에게 유리한 쪽으로 관리하지 않는다는 불만이 크다. 대표적인 예가 11일 해리스 후보가 경합주 미시간주 플린트에서 유세를 벌이기로 한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워싱턴 백악관에서 “미 고용 상황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는 즉석 기자회견을 개최해 언론의 관심이 분산된 것이다.또 최근 해리스 후보가 허리케인 ‘밀턴’ ‘헐린’ 등의 피해가 집중된 플로리다주의 공화당 소속 론 디샌티스 주지사와 설전을 벌일 때도 바이든 대통령은 디샌티스 주지사를 “협조적이고 자비롭다”고 칭찬하는 등 엇박자를 냈다. 당시 해리스 후보는 디샌티스 주지사 측에 “돕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거절당해 관계가 악화됐다. 해리스 캠프의 관계자는 액시오스에 “백악관에는 대선에 미칠 영향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사람이 없다”고 불만을 토했다.바이든 대통령 측도 서운하긴 마찬가지다. 그의 대다수 참모는 여전히 대통령의 재선 도전 포기를 속상해하고 있다. 일부 참모는 자신들이 해리스 후보의 ‘지원자’로만 남아야 한다는 것에 적응하지 못한 상태다. 또 민주당의 대선 후보가 바뀐 후 바이든 캠프에서 해리스 캠프로 자리를 옮긴 몇몇 보좌진은 바이든 측 참모로부터 ‘배신자’ 취급을 받고 있다.다만 고위급이 아닌 양측의 중간급 참모진은 잘 협력하고 있다고 액시오스는 전했다. 두 사람만 갈등을 빚은 것도 아니다. 1988년 대선 당시 공화당 대선 후보 조지 H 부시와 로널드 레이건 당시 대통령, 2000년 대선의 민주당 대선 후보 앨 고어와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의 사례에서 보듯 현직 부통령이 대통령직에 출마할 때는 항상 내부 갈등이 발생했다는 것이다.해리스 후보의 지지율 정체는 여러 여론조사에서 드러나고 있다. NBC방송이 4~8일 실시한 전국 지지율 조사에서 두 후보의 지지율은 모두 48%였다. 지난달 같은 조사에서는 해리스 후보가 49%,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가 44%로 5%포인트 앞섰지만 한 달 만에 이 격차가 사라졌다.같은 기간 ABC방송과 여론조사 회사 입소스의 전국 지지율 조사에서는 해리스 후보의 지지율이 50%로 트럼프 후보(48%)를 2%포인트 앞섰다. 역시 9월 중순 5%포인트 격차에서 좁혀졌다. 특히 대선 승자를 결정할 것으로 보이는 펜실베이니아,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 미시간, 애리조나, 위스콘신, 네바다주 등 7개 경합주만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두 후보의 지지율이 49%로 같았다.김윤진 기자 kyj@donga.com}
일본의 원자폭탄 피해자 단체인 ‘일본원수폭피해자단체협의회(니혼히단쿄·日本被團協)’가 올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일본의 노벨 평화상 수상은 비핵 3원칙(핵무기를 만들지도, 갖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원칙)을 선언한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1974년) 전 총리 이후 50년 만이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11일 오전(현지 시간) “핵무기 없는 세계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과 다시는 핵무기를 사용해선 안 된다는 메시지를 알린 공로가 인정됐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내년 원폭 투하 80주년을 앞두고 핵무기가 당시보다 훨씬 늘어나고 파괴력도 커지면서 인류를 위협하는 존재가 됐다는 점도 지적했다.니혼히단쿄는 인류 역사상 유일하게 원폭 피해를 당한 나라에서 관련 피해자들의 생생한 증언을 바탕으로 다양한 비(非)핵 활동을 펼친 점도 인정받았다. 오슬로 평화연구소는 “니혼히단쿄의 활동은 핵무기가 초래한 끔찍한 대가를 상기시킨다”며 “인공지능(AI) 기반 전쟁 시대에 이들의 군축 요구는 미래를 위한 중요한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니혼히단쿄는 원폭 피해 생존자인 ‘히바쿠샤(被爆者·피폭자)’를 대표하는 단체로 1956년 설립됐다.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전범국인 일본은 1945년 8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떨어지며 항복을 선언했다. 전쟁은 끝났지만 인류 역사상 유일한 원폭 투하로 히로시마에서 8만여 명, 나가사키에서 7만5000여 명이 즉사했다. 또 수십만 명이 부상 및 후유증을 겪으며 고통을 겪었다. 일본에서 유일한 전국 규모의 원폭 피해자 단체이며 일본은 물론이고 한국 등에 사는 피해자와 협력해 피해자 권리 구제 활동도 펼쳐 왔다. 미국 등 국제 사회에는 핵무기 폐기와 핵무기 금지 조약 체결 등을 호소해 왔다. 유엔 군축회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회의 등에 참가해 원폭 피해 체험 증언, 전시회 개최, 서명 활동 등을 벌이며 핵무기 반대 운동도 펼쳐 왔다. 미마키 도시유키(箕牧智之) 니혼히단쿄 이사장은 노벨 평화상 수상자 발표 뒤 히로시마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핵 폐기, 항구적 평화 실현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전쟁 후 원폭 고아로 자란 아이들이 많다”며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도 아이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와다 마사코(和田征子) 니혼히단쿄 사무차장은 “핵 공유, 핵 억지론을 논의하려는 일본 정치인들이 생각을 바꿨으면 한다”며 “일본 정부는 핵확산금지조약 당사국 총회에 참가해야 한다”며 일본의 비핵 정책 유지를 촉구했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는 “오랫동안 핵무기 폐기를 위해 노력해 온 단체에 노벨 평화상이 수여돼 매우 뜻깊다”고 밝혔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한강이 노벨 문학상 받을 줄 확신했어요(Il ´etait ´evident que Han Kang recevrait ce prix)!” 10일 오후(현지 시간) 프랑스 번역가 피에르 비지우 씨는 전화가 연결되자마자 감격에 차 숨넘어갈 듯 말하며 기뻐했다. 한강 작가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최경란 주프랑스 한국문화원 팀장과 공동 번역한 그는 질문을 꺼내기도 전에 “수상 소식을 듣고 눈물부터 났다”고 했다. 그는 또 “정말 너무나도 행복하다”는 말을 수차례 반복했다. 비지우 씨와 한 작가의 인연은 무척 특별하다. 지난해 ‘작별하지 않는다’로 프랑스 4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메디치상(외국문학 부문)을 수상했다. 그가 1992년 설립한 출판사 ‘르세르팡아플륌’은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흰’ ‘희랍어 시간’의 프랑스 출간에도 참여했다. 그는 한 작가 작품을 포함해 ‘82년생 김지영’ 등 한국 작품만 15권을 번역했다. 영어권에 비해 한국 문학이 덜 알려진 프랑스 문단에 한 작가의 작품 세계를 소개한 주역인 셈이다.● 출판사 폐업 반복하며 한국 문학 알려비지우 씨는 “세계 문학에서 최고의 상인 노벨 문학상을 한강이 받을 건 분명했다”며 “스웨덴 한림원이 한 작가의 ‘독특한 자질’을 일찍이 알아봐 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한 작가의 독특한 자질이란 뭘까. “내밀한 고통(douleurs intimes)에 대한 탐구와 현대사를 결합한 점이죠. 한강의 강점은 바로 이런 용기, 사람들의 진심을 드러내는 용기에 있어요.” 제주4·3사건을 다룬 ‘작별하지 않는다’나 5·18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소년이 온다’처럼 아픈 현대사를 통해 인간의 고통과 진심을 잘 표현해 냈다는 게 비지우 씨의 설명이다. 비지우 씨는 한 작가의 작품 출판에 참여하다가 문장에 반해 직접 ‘번역할 결심’을 했다고 한다. 그는 “한강의 작품을 번역할 기회를 갖게 된 건 ‘새로운 문’을 여는 것 같았다”며 “그건 한 작가가 우리에게 준 엄청난 선물”이라고 했다. 비지우 씨는 출판사를 열었다가 닫길 반복하며 한 작가의 작품을 프랑스에서 알려 왔기 때문에 이번 성취에 더욱 감격할 수밖에 없었다. 1992년 설립한 출판사 르세르팡아플륌은 2004년 다른 기업에 인수됐고 그도 일자리를 잃었다. 출판 시장이 어려워지며 그의 분신 같던 이 출판사는 또 매물로 나왔고 그가 다시 사들였다. 하지만 결국 재정난에 2019년 다시 문을 닫았다. 그는 여기서 포기하지 않았다. “이제 한국 문학에만 집중하자고 마음먹고 2019년 ‘마탱 칼므(고요한 아침)’란 출판사를 열었지만 시장이 더 어려워지면서 작년에 또 문을 닫았네요.” 어려운 업황 속에서도 한국 문학 번역을 이어간 건 잠재력이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한 작가의 소설은 ‘소년이 온다’라고 한다. ‘흰’은 “재능의 정수(quintessence du talent)가 집약된 매우 까다로운 작품”이라고 정의했다. 한 작가의 작품은 모두 훌륭하나 “독자들이 스스로 선택하고 (그의 작품 세계를) 발견해 가길 바란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한국-프랑스 문단 교류 활발해지길 기대한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 덕에 여타 한국 작가들의 작품들도 프랑스어권에서 큰 호응을 받을 것이란 기대도 내비쳤다. 그는 “한국 문학이 프랑스 및 프랑스어권 국가들에서 ‘빛’을 발할 모든 조건이 갖춰졌다”며 “노벨 문학상 수상이 ‘불꽃’이 돼 빛으로 솟아나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비지우 씨는 ‘제2의 한강’ ‘제3의 한강’이 나오기 위해 한국 문학계에 전하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지금 중요한 건 한국 작가들이 진정성을 유지하는 것”이라며 “한 작가처럼 명성과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상업적 성공을 추구하지 않아야 한다. 독자들을 위한 글을 쓰길 바란다”고 했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한국과 프랑스 문단의 교류가 활발해지길 기대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 작품을 프랑스 독자들에게 많이 알리려면 무엇보다 (프랑스 독자들이) 한국 작가들을 많이 만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강은 지금까지 보편적으로 널리 알려진 작가는 아니었어요. 오랫동안 비밀스럽게 남아 있었죠. 하지만 이제 (노벨 문학상 수상으로) 의심할 여지 없이 그의 팬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습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네타냐후, 전쟁 멈추지 않는 이유는‘가자 전쟁’이 개전 1년을 넘겼다. 막대한 인명 피해 속에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강경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가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전쟁을 멈추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네타냐후는 이스라엘과 자신을 구분하지 않는다. ‘짐은 곧 국가’로 여기는 단계에 이르렀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75)를 다룬 다큐멘터리 ‘비비(네타냐후 총리의 애칭) 파일’을 만든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알렉시스 블룸 감독이 최근 프랑스24 방송에 한 말이다. 지난달 캐나다 토론토 영화제에서 처음 상영된 이 영화는 네타냐후 총리가 프랑스 절대 왕정을 대표하는 ‘태양왕’ 루이 14세 못지않은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역대 최장수 이스라엘 총리다. 1996년 6월∼1999년 7월 첫 집권, 2009년 3월∼2021년 6월 두 번째 집권, 2022년 12월부터 세 번째 집권 중이다. 1948년 이스라엘 건국 후 76년간 네타냐후 한 사람이 17년 1개월간 총리를 지낸 것이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의 창립 편집자인 데이비드 호로비츠는 “네타냐후 총리의 오랜 집권으로 많은 이스라엘 젊은이들은 네타냐후의 동의어가 ‘총리’라고 여긴다”고 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오랜 집권 기간 동안 수많은 논란에 휩싸였다. 반대파 및 팔레스타인에 대한 가혹한 탄압은 물론 두 번째 집권 중인 2019년 11월 비리, 배임, 뇌물수수 혐의로 ‘이스라엘 역사상 최초로 형사 기소된 현직 총리’라는 오명도 얻었다. 그의 부인 사라(66), 아들 야이르(33) 등도 부적절한 처신으로 구설에 올랐다. 지난해 10월 7일에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약 1200명이 숨지고 전쟁까지 발발했다. 1년을 넘긴 이 전쟁으로 인명과 재산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났지만 그는 여전히 총리직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네타냐후 총리는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에 대한 공격에도 나섰다. 한때 크게 떨어졌던 지지율은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여러 논란에도 네타냐후 총리의 입지는 왜 굳건한 걸까. 국제사회의 거듭된 만류에도 그가 폭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아가 네타냐후 총리는 어떤 성장 배경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팔레스타인 테러범에 형 잃고 ‘극우’ 성향 강해져네타냐후 총리는 1949년 ‘시온주의(유대인의 국가 건설을 위한 운동)’ 활동가 겸 역사학자 벤지온 네타냐후의 3남 중 차남으로 태어났다. 벤지온은 세 아들에게 “이스라엘이 주권 국가가 되려면 강한 군대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세 살 위 형 요나탄을 무척 따랐다. 그가 이스라엘군의 최정예 대테러 특수부대 ‘사예레트 마트칼’에 입대한 것도 먼저 이 부대에 입대했던 형의 영향이 컸다. 1976년 7월 ‘정치인 네타냐후’의 행보를 결정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프랑스 파리로 향하던 에어프랑스 항공기가 중간 기착지인 그리스 아테네에서 납치됐다. 팔레스타인 인민해방전선, 독일 적군파 소속인 테러범은 비행기를 아프리카 우간다의 엔테베 공항에 강제 착륙시킨 후 이스라엘 감옥에 수감된 동료들을 석방하라고 요구했다. 이스라엘은 인질 구출을 위해 ‘사예레트 마트칼’ 대원들을 우간다로 급파했다. 이들은 테러범 7명 전원을 사살했고 인질 대부분을 구출했다. 하지만 작전 중 1명의 이스라엘 군인이 숨졌다. 바로 작전을 지휘했던 당시 30세의 젊은 장교 요나탄이었다. 네타냐후 총리는 형의 죽음에 큰 충격을 받았다. 팔레스타인은 ‘절대 화해할 수 없는 적’이라는 생각도 확고해졌다. 당시 하버드대 박사과정 학생이었던 그는 학업을 중단했고, 형의 이름을 딴 테러 연구소를 운영하고 관련 책을 여러 권 집필했다. 이때부터 미국 언론과도 활발히 접촉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서 10대 시절을 보냈고, 매사추세츠공대(MIT)를 졸업했고, 하버드대 대학원에도 다녔던 그는 유창한 영어로 미국 언론에 자신의 생각을 알렸다. 1978년 6월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 보스턴의 공영방송국 WGBH의 TV 토론회에 참석해 “미국은 팔레스타인의 자결권을 지지하면 안 된다”고 강조하는 모습은 아직도 회자된다. 당시 네타냐후 총리는 팔레스타인 국가 설립은 ‘미사여구’에 불과하며 “그들의 진짜 의도는 자신들의 국가를 세우는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강경한 안보관을 바탕으로 그는 총리가 됐고, 총리직을 유지했다. 그는 “요르단강 서안(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의 유대인 정착촌(이스라엘 국민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주며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에 거주하게 만드는 정책)을 확대하겠다” “하마스를 붕괴시키겠다” 등 강경한 안보 공약을 내내 앞세웠다. 또 이를 바탕으로 적잖은 성과를 냈다. 많은 이스라엘 국민들이 “네타냐후가 이스라엘을 강하게 만들었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이유다.● ‘최장수 총리’의 ‘안보 성과 내기’ 욕심 하마스와의 전쟁이 발발한 뒤에도 ‘안보는 네타냐후’란 인식은 이어지고 있다. 물론 전쟁 초기에는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막지 못했다”는 비판이 컸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올 7월 31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하마스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를 암살하고, 지난달부터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에 대한 강도 높은 공격에 나서면서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지지율이 빠르게 반등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이스라엘군이 보인 성과는 상당하다. 지난달 27일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를 암살했고, 3일에는 나스랄라의 사촌 겸 후계자인 하솀 사피엣딘도 살해했다. 나스랄라 암살 이틀 뒤인 지난달 29일 이스라엘 채널12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3%가 “네타냐후 총리가 전쟁에 잘 대처하고 있다”고 답했다. 75세라는 고령에, 지난해 심장병 응급 수술까지 받아 언제 퇴임해도 이상하지 않은 네타냐후 총리는 이 기세를 몰아 ‘하마스와 헤즈볼라를 무력화시킨 총리’, ‘주적 이란에 승리한 총리’로 남겠다는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이스라엘 매체 하아레츠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와의 전쟁 1주년을 맞아 최근 열린 내각 회의에서 이스라엘이 현 전쟁을 부르는 명칭 ‘철의 검(Swords of Iron)’을 히브리어로 ‘굳게 서서’라는 뜻의 ‘코메미유트(Komemiyut) 전쟁’으로 바꾸자고 주장했다. 코메미유트 전쟁은 1948년 건국 당시 독립전쟁을 가리키는 말로 이스라엘 사회에서 특별한 상징성을 지닌다. 이번 전쟁에서의 승리를 건국에 비유한 셈이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은 “하마스와 헤즈볼라를 무력화시킨다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 역사에서 특별한 총리로 기록될 수밖에 없다”며 “네타냐후 총리는 정치적, 개인적 차원에서 모두 큰 성과를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또 “하마스와 헤즈볼라 무력화, 나아가 이란의 영향력 확장 전략을 저지할 수 있는 기회인 만큼 전쟁을 멈추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바이든 레임덕도 폭주 원인 네타냐후 총리가 강경 행보를 계속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배경으로는 올 7월 21일 미국 민주당의 대선 후보직에서 사퇴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사실상 ‘레임덕(권력 누수)’ 상태라는 점이 꼽힌다. 국제사회에서 이스라엘을 제지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국가인 미국의 목소리도 통하지 않는 상황이라는 것.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도 “바이든 대통령은 레임덕 상태”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달 미국 측에 헤즈볼라와의 휴전을 지지한다는 식으로 밝혔지만, 유엔 총회가 열리는 기간에 나스랄라 암살을 감행했다. 미국이 휴전을 선호하고, 확전을 우려한다고 강조하는 상황에서도 자신의 강경 정책을 유지한 것이다. 다음 달 5일 미국 대선에서 당선된 새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의 확전 움직임을 제어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먼저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의 관계는 그리 좋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올 7월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을 방문했을 때 해리스 후보는 네타냐후 총리의 의회 연설에 불참했다. 당시 CNN은 “해리스 후보의 불참은 바이든 행정부와 네타냐후 총리 간의 긴장된 관계를 보여 준다”고 분석했다. 해리스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외교 경험이 부족해 네타냐후 총리를 쉽게 제어하기 힘들 가능성이 높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네타냐후 총리가 오랜 기간 총리로 재임했고 다양한 미국 대통령과 협상하면서 미 정치인들보다 ‘워싱턴 게임(미 정치권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끌고 가는 전략)’에 더 능숙하다고 평가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이 재집권한다면 네타냐후 총리의 강경 기조에는 더 큰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후보는 집권 1기 네타냐후 총리와 내내 친밀한 관계였다. 이란 핵합의 탈퇴, 주이스라엘 미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 이스라엘과 아랍권 국가의 외교관계 정상화 지원 등 철저히 친이스라엘 행보를 보였다. 또 트럼프 후보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는 유대계이며 맏딸 이방카는 쿠슈너와 결혼하며 유대교로 개종했다. 트럼프 후보는 7일 이스라엘의 이란 핵 시설 공격에 대한 질문에 “이스라엘은 (이란을) 공격할 자격이 있다”고 밝히는 등 이스라엘의 강경 대응을 지지해 왔다.● 감옥행 피하려 집권 연장 매진안보적 이유뿐 아니라 네타냐후 총리는 개인적인 이유로도 전쟁을 지속하는 게 유리한 상황이다. 그는 현재 뇌물수수, 사기, 배임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2013년 말∼2014년 봄 친분이 두터운 이스라엘 부호 아르논 밀한의 미국 비자 연장을 위해 존 케리 당시 미 국무장관과 세 차례 통화를 가졌다. 그리고 밀한은 미국 비자 연장에 성공했다. 그 대가로 네타냐후 총리는 밀한에게서 20만 달러 상당의 샴페인·시가·보석 등을 받았다. 2014년에는 이스라엘 최대 일간지 ‘예디오트 아하로노트’ 소유주 아르논 모제스와의 막후 거래를 통해 자신에게 유리한 기사를 싣는 대가로 경쟁지 ‘이스라엘하욤’의 판매 부수를 제한하려는 시도를 했다. 또 2012∼2017년 대형 통신사 베제크에 5억 달러의 규제 완화 혜택을 주는 대가로 베제크 소유 언론사에 정적을 비판하는 기사를 게재하라고 요구했다. 이와 관련된 재판은 2020년 5월 시작됐지만 지난해 10월 하마스와의 전쟁이 발발한 후 사실상 중단됐다. 올 12월 2일 이후 재개된다지만 언제 1심 판결이 나올지조차 알 수 없다. 그가 전쟁을 지속하는 핵심 이유 중 하나는 재판을 최대한 지연하고 구속을 피하려는 의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법 리스크’에 노출돼 있는 네타냐후 총리는 2022년 12월 세 번째 집권 후 아예 ‘사법부 무력화’를 시도했다.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라도 국회 과반(61석)의 동의가 있으면 뒤집을 수 있고, 대법관 추천위원회의 인사 또한 대거 친정부 인사로 채우는 내용의 법안을 마련한 것. 재판에서 최종 유죄가 나올 것에 대비해 미리 ‘셀프 방탄용’ 입법을 했다는 비판이 거셌다. 전국적 반대 시위가 벌어졌지만 법안은 지난해 7월 의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올 1월 대법원이 “민주주의 국가인 이스라엘의 기본을 심각하게 훼손한다”며 파기 결정을 내리면서 법안은 무효화됐다. 이스라엘 전문가들은 네타냐후 총리가 결국엔 검찰과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검찰과의 협상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여론의 도움도 받기 위해 최대한 안보 성과를 만들어내려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프랑스24에 따르면 일부 전문가들은 하마스와의 전쟁을 성공적으로 끝낸 네타냐후 총리가 정계 은퇴를 약속하는 대가로 징역형을 피하는 거래를 시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네타냐후 총리의 가족 또한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부인 사라 여사는 공금으로 사치를 부리다 벌금형을 받았다. 그는 총리 관저 요리사가 있는데도 2010∼2014년 예루살렘의 한 식당에서 연회 음식 35만 셰켈(약 1억2450만 원)어치를 부당하게 주문한 혐의로 2018년 기소됐다. 관저 직원들을 함부로 대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두 사람의 아들인 야이르도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하마스와의 전쟁이 시작된 뒤 해외에 거주하는 많은 이스라엘 젊은이들이 조국을 지키기 위해 귀국했다. 하지만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거주하는 야이르는 현지에서 여전히 호화 생활을 즐기고 있다. 데일리메일 등에 따르면 그는 현재 월세가 5000달러인 마이애미의 고급 아파트에 살고 있다. 데일리메일은 야이르는 자신을 ‘이스라엘의 해리 왕자’라고 표현했을 만큼 응석이 심한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텔아비브대 중동학 박사인 성일광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교수는 “전쟁 중인 상태에서도 이스라엘에선 네타냐후 총리의 개인 비리와 가족 문제가 계속 부각되고 있다”며 “하마스, 헤즈볼라와의 전쟁이 마무리되면 네타냐후 총리의 개인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일본의 원자폭탄 피해자 단체인 ‘원폭피해자단체협의회(히단쿄·被団協)’가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일본의 노벨평화상 수상은 비핵 3원칙(핵무기를 만들지도, 갖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원칙)을 선언한 사토 에이사쿠(佐藤栄作·1974년) 전 총리 이후 50년 만이다.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11일 오전(현지 시간) “핵무기 없는 세계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과 다시는 핵무기를 사용해선 안 된다는 메시지를 알린 공로가 인정됐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내년 원폭 투하 80주년을 앞두고 핵무기가 당시보다 훨씬 늘어나고 파괴력도 커지면서 인류를 위협하는 존재가 됐다는 점도 지적했다.일본 히단쿄는 인류 역사상 유일하게 원폭 피해를 당한 나라에서 관련 피해자들의 생생한 증언을 바탕으로 다양한 비(非)핵 활동을 펼친 점도 인정받았다. 오슬로 평화연구소는 “히단쿄의 활동은 핵무기가 초래한 끔찍한 대가를 상기시킨다”며 “인공지능 기반 전쟁 시대에 이들의 군축 요구는 미래를 위한 중요한 메시지”라고 평가했다.히단쿄는 원폭 피해 생존자인 ‘히바쿠샤(被爆者·피폭자)’를 대표하는 단체로 1956년 설립됐다.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전범국인 일본은 1945년 8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떨어지며 항복을 선언했다. 전쟁은 끝났지만 인류 역사상 유일한 원폭 투하로 히로시마에서 8만여 명, 나가사키에서 7만5000여 명이 즉사했다. 또 수십만 명이 부상 및 후유증을 겪으며 고통을 겪었다.일본에서 유일한 전국 규모의 원폭 피해자 단체이며 일본은 물론 한국 등에 사는 피해자와 협력해 피해자 권리 구제 활동도 펼쳐 왔다. 미국 등 국제 사회에는 핵무기 폐기와 핵무기 금지 조약 체결 등을 호소해 왔다. 유엔 군축회의, 핵 비확산 조약(NPT) 회의 등에 참가해 원폭 피해 체험 증언, 전시회 개최, 서명 활동 등을 벌이며 핵무기 반대 운동도 펼쳐왔다.미마키 도시유키(箕牧智之) 히단쿄 이사장은 노벨평화상 수상자 발표 뒤 히로시마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핵 폐기, 항구적 평화 실현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전쟁 후 원폭 고아로 자란 아이들이 많다”며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서도 아이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와다 마사코(和田征子) 히단쿄 사무차장은 “핵 공유, 핵 억지론을 논의하려는 일본 정치인들이 생각을 바꿨으면 한다”며 “일본 정부는 핵무기 금지 조약 당사국 총회에 참가해야 한다”며 일본의 비핵 정책 유지를 촉구했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는 “오랫동안 핵무기 폐기를 위해 노력해 온 단체에 노벨평화상이 수여돼 매우 뜻깊다”고 밝혔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겸 전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젊은 남성 유권자의 표심을 확보하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부동층이 많은 젊은 유권자층이 이번 대선의 변수로 떠오른 가운데, 트럼프 선거 캠프는 젊은 남성 유권자층이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이 확보한 젊은 여성 유권자의 압도적인 지지를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9일(현지 시간) 트럼프 후보가 팟캐스트, 스포츠 행사 등 젊은 남성에 인기 있는 매체를 활용한 대대적인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캠프는 젊은 남성들에 인기인 팟캐스트 ‘풀 샌드(Full Send)’와 함께 유권자 등록 캠페인 ‘Send the Vote’를 진행 중이다. 미국에선 투표를 위해 유권자 등록이 필수인 만큼, 처음 투표하거나 유권자 등록을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은 젊은 층에 이를 촉진하고 등록 후 투표까지 장려하려는 목적이다.지난달 공개된 하버드대 청년 여론조사에 따르면 18~24세 남성 중 35%가 트럼프 후보를 지지한다고 응답했다. 2020년 대선 당시 실시한 조사보다 5%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ABC뉴스는 전체 유권자 평균과 달리 젊은 유권자층에서는 성별에 따른 지지율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3월 하버드대 조사에서 트럼프 후보가 아닌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 조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하는 청년 여성과 남성의 지지율 격차는 17%포인트였다. 그러나 지난달 조사에서는 해리스 후보를 지지하는 청년 여성의 비율이 남성보다 33%포인트 많아 격차가 두 배 가까이 뛰었다.트럼프 후보가 젊은 남성층에 집중하게 된 것은 2020년 1.6 국회의사당 난입 사태 이후 정계에서 배척받았을 때부터 시작됐다고 폴리티코는 분석했다. 트럼프 캠프는 그가 정계에 복귀하기 전 ‘대중문화 아이콘’으로 이미지 메이킹을 해야 한다고 판단, 비(非)정치적인 모습으로 비주류 미디어에 노출을 늘렸다. 종합격투기 등 남성층이 주로 즐기는 스포츠 대회장에 참석하는 식이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트럼프 캠프는 이달 말 유명 래퍼들이 등장하는 음악 페스티벌을 열어 유권자 등록을 유도하고, 축구 경기장에서도 유권자 등록 부스를 운영할 계획이다. 젊은 남성 시청자를 대상으로 한 선거 광고도 제작 중이다. 지난달에는 앨라배마-조지아 미식축구 경기에 해리스 후보가 과거 성전환 수술 지원을 지지한 것을 비판하는 광고를 방영했다. ‘워크(woke·깨어있음, 진보주의자를 비꼬는 표현)’에 거부감을 느끼는 젊은 남성층을 겨냥한 내용이다.젊은 남성 유권자층에 집중한 선거 캠페인의 효과를 두고는 평가가 엇갈린다. 공화당 전략가 조시 홈스는 워싱턴포스트(WP)에 “(젊은 남성) 인구는 선거에서 실제로 투표하는 비율이 낮지만, 이들을 포착하고 동원할 수 있다면 매우 중요한 유권자층이 될 것”이라며 “개척되지 않은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선거 분석기관 쿡 폴리티컬 리포트의 수석 애널리스트 에이미 월터는 “이들이 투표하지 않으면 트럼프는 전통적인 공화당 지지층을 잃게 되어 매우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김윤진 기자 kyj@donga.com}
“너무나 오래 국가 재정을 지배했던 ‘정신적 사회주의’를 벗어나겠다.”프랑스 극우의 상징인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전 대표의 조카 마리옹 마레샬(35)이 독립적인 극우 정당 ‘정체성과 자유(Identité-Libertés)’를 창당했다. ‘프랑스 최연소 하원의원’ 기록을 가진 마레샬은 젊은 나이와 화려한 외모로 대중적 인기가 높다. 이모인 르펜보다 강경한 극우 색채로 ‘차세대 극우 지도자’라는 평가도 받는다. 그는 “우파 전선의 분열이 아닌 강화”가 목표라며 RN과 협력할 뜻을 밝혔지만, ‘복지 포퓰리즘 반대’ 등 이모와 상반되는 정책 노선을 예고했다. 2027년 대선에 도전하는 RN과 르펜 전 대표에게 강력한 도전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8일(현지 시간) “프랑스 우파를 수십 년간 지배해 온 르펜 가문이 다시 한번 내홍을 겪을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마레샬은 전날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 인터뷰에서 창당 소식을 발표하며 “워크(woke·깨어있음, 진보주의자를 비꼬는 표현), 복지주의, 세금 갈취에 반대하는 정당”를 표방한다고 밝혔다. 그는 강한 친(親) 기업성향을 가진 보수 기독교 신자로 “이슬람화를 거부하고 기독교 유산을 지키겠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 르펜 전 대표는 ‘프랑스 세속주의’를 강조하는 인물로 복지 확장에도 긍정적이다. 연금 수령 연령(청년)을 62세에서 64세로 연장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연금개혁안을 두고도 마레샬은 찬성, 르펜 전 대표는 반대하는 입장이다.마레샬과 르펜 전 대표의 노선 갈등은 과거에도 도마에 올랐다. 2012년 RN의 전신 국민전선(FN) 소속으로 프랑스 역사상 최연소 하원의원에 당선돼 당의 스타로 떠올랐던 마레샬은 2017년 갑작스레 정계 은퇴를 선언해 이모 르펜과의 불화가 원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후 2022년 프랑스 대통령 선거 당시 RN이 아닌 ‘프랑스의 트럼프’로 불리는 강경 극우 논객 에릭 제무르의 흐콩케트(Reconquete·재정복)당에 가입했다. 다만 올 여름에 르펜 전 대표를 지지한다고 밝히며 흐콩케트당에서 나왔다. 더타임스는 “르펜 전 대표와 마레샬 갈등이 가족 간 갈등을 넘어 프랑스 우파 세력의 전략적 차이와 분열을 암시한다”고 분석했다. 마레샬은 극우 세력 집권을 위해선 주류 정당과도 연합하고 협력을 모색해야 한다고 본다. 그는 극우 ‘이탈리아형제당’ 소속으로 연정을 이끄는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를 여러 차례 추켜세운 바 있다. 남편 빈첸조 소포가 멜로니 이탈리아 형제당 소속 유럽의회 의원이라는 점에서 이탈리아 우파 세력과 개인적인 관계가 깊기도 하다. 반면 르펜 전 대표는 RN과 다른 유럽의회 내 우파 세력의 연대를 꺼리며 멜로니 총리도 ‘경쟁자’로서 경계하는 입장이다.마레샬은 자신의 새로운 정당이 이모 르펜과의 갈등을 촉발할 의도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르펜 전 대표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정치적 의견에서 불일치가 있을 뿐이다. 그런 건 어느 가족에서나 있는 일”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더타임스는 마레샬이 르펜 전 대표와 중요한 정책적 입장을 달리 할 것임을 밝힌 만큼 “가족 간의 관계가 더욱 긴장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김윤진 기자 kyj@donga.com}
100년 만의 초강력 허리케인이란 평가를 받는 ‘밀턴’이 9일부터 미국 플로리다주를 관통할 것으로 예상돼 미 전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미국 대선이 3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허리케인 대비 및 피해 복구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며 정치적 논란도 거세지고 있다. 통상 대형 자연재해는 집권 여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커 민주당 측이 공화당의 거센 공격에 날 선 반응을 보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8일 2005년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허리케인 ‘카트리나’에 대한 부실 대응은 공화당의 패배를 불러왔고, 2012년 허리케인 ‘샌디’에 대한 신속한 대처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재선에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헐린’ 피해 여전한데 더 센 ‘밀턴’ 온다 WP 등에 따르면 멕시코만에서 발생한 밀턴은 따뜻한 바닷물의 영향으로 급격히 규모를 키웠고, 현재 속도라면 9일 밤에서 10일 오전 플로리다주 탬파에 상륙할 것으로 관측된다. 미 국립기상청은 “밀턴이 지금 같은 등급과 진로를 유지한다면, 지난 100년 동안 탬파를 강타한 가장 강력한 허리케인이며, 최대 높이 5m의 해일이 덮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달 26일부터 남동부를 강타했던 허리케인 ‘헐린’의 피해가 복구되기도 전에 더 강력한 허리케인이 상륙하는 것이다. 헐린으로 인한 사망자는 약 230명이었다. 대형 허리케인으로 인한 피해가 커지자 대선 레이스에서도 허리케인이 양측의 공방에 단골 소재로 부각되고 있다. NBC는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이 밀턴 대비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지만, 공화당 소속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받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리틀 트럼프’라 불렸던 공화당 잠룡으로, 이번 대선 경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에게 밀려 낙마했다. 해리스 후보는 “비상사태로 위기가 정점에 있는 상황에서 디샌티스가 정치 게임을 하는 것은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술수”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디샌티스 주지사는 즉각 해리스 후보의 발언이 “망상”이라고 반박했다. 또 “조 바이든 대통령 등 비상대책 관계자들과 연락을 잘 취하고 있다. 해리스야말로 허리케인을 정치에 활용하려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허리케인이 미 대선을 흔들고 있다” 해리스 후보가 민감하게 반응한 까닭은 트럼프 후보가 바이든 행정부의 허리케인 대응 능력을 강도 높게 비판해 왔기 때문이다. 트럼프 후보는 허리케인 헐린이 지나간 뒤인 3일 미시간주 유세에서 “해리스가 연방재난관리청 돈 수십억 달러를 불법 이민자 거주 비용에 썼다”고 주장했다. 또 “연방정부와 노스캐롤라이나주의 민주당 주지사가 공화당 사람들은 돕지 않으려고 한다는 보도가 있다”고도 했다. 트럼프 후보는 8일 자신의 트루스소셜에 현 정부의 허리케인 대응이 “미 역사상 최악이며 또 다른 허리케인이 오고 있다”고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했다. 해리스 후보는 같은 날 ABC와의 인터뷰에서 “무책임함과 냉담의 극치”라며 “트럼프는 다른 사람들의 고통에 관심을 두는 기초적인 공감 능력조차 부족하다”고 반격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10일부터 예정됐던 독일, 앙골라 순방을 취소하고 허리케인 대응에 힘을 쏟으며 해리스 후보를 지원 사격하고 있다. 의회 전문매체 더힐은 “밀턴이 상륙도 하기 전부터 워싱턴 정가를 뒤흔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허리케인은 국제 정세에도 영향을 끼쳤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대통령이 순방을 미루자 가장 난처해진 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라고 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독일 방문 때 영국, 프랑스 등 20개국 정상과 우크라이나 방위연락그룹 회의를 열고 우크라이나 지원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추가 지원의 필요성 등을 강조할 계획이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100년 만의 초강력 허리케인이란 평가를 받는 ‘밀턴’이 9일부터 미국 플로리다주를 관통할 것으로 예상돼 미 전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특히 미국 대선이 3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허리케인 대비 및 피해 복구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며 정치적 논란도 거세지고 있다. 통상 대형 자연재해는 집권 여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커 민주당 측이 공화당의 거센 공격에 날 선 반응을 보이고 있다.워싱턴포스트(WP)는 8일 2005년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허리케인 ‘카트리나’에 대한 부실 대응은 공화당의 패배를 불러왔고, 2012년 허리케인 ‘샌디’에 대한 신속한 대처는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에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헐린’ 피해 여전한데 더 센 ‘밀턴’ 온다WP 등에 따르면 현재 가장 강력한 세기인 5등급 허리케인 밀턴이 미 플로리다주로 다가오고 있다. 멕시코만에서 발생한 밀턴은 따뜻한 바닷물의 영향으로 급격히 규모를 키웠고, 현재 속도로라면 9일 밤에서 10일 오전 플로리다주 탬파에 상륙할 것으로 관측된다. 미 국립기상청은 “밀턴이 지금 같은 등급과 진로를 유지한다면, 지난 100년 동안 탬파를 강타한 가장 강력한 허리케인이며, 최대 높이 5m의 해일이 덮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달 26일부터 남동부를 강타했던 4등급 허리케인 ‘헐린’의 피해가 복구되기도 전에 더 강력한 허리케인이 상륙하는 것이다. 헐린으로 인한 사망자는 약 230명이었다.대형 허리케인으로 인한 피해가 커지자 대선 레이스에서도 허리케인이 양측의 공방에 단골 소재로 부각되고 있다. NBC는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이 밀턴 대비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지만, 공화당 소속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받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리틀 트럼프’라 불렸던 공화당 잠룡으로, 이번 대선 경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에 밀려 낙마했다. 해리스 후보는 “비상사태로 위기가 정점에 있는 상황에서 디샌티스가 정치 게임을 하는 것은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술수”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디샌티스 주지사는 즉각 해리스 후보의 발언이 “망상”이라고 반박했다. 또 “조 바이든 대통령 등 비상대책 관계자들과 연락을 잘 취하고 있다. 해리스야말로 허리케인을 정치에 활용하려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허리케인이 미 대선을 흔들고 있다”해리스 후보가 민감하게 반응한 까닭은 트럼프 후보가 바이든 행정부의 허리케인 대응 능력을 강도 높게 비판해 왔기 때문이다. 트럼프 후보는 허리케인 헐린이 지나간 뒤인 3일 미시간주 유세에서 “해리스가 연방재난관리청 돈 수십억 달러를 불법 이민자 거주 비용에 썼다”고 주장했다. 또 “연방정부와 노스캐롤라이나주의 민주당 주지사가 공화당 사람들은 돕지 않으려고 한다는 보도가 있다”고도 했다. 트럼프 후보는 8일 자신의 트루스소셜에 현 정부의 허리케인 대응이 “미 역사상 최악이며 또 다른 허리케인이 오고 있다”고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했다.해리스 후보는 같은 날 ABC와의 인터뷰에서 “무책임함과 냉담의 극치”라며 “트럼프는 다른 사람들의 고통에 관심을 두는 기초적인 공감 능력조차 부족하다”고 반격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10일부터 예정됐던 독일, 앙골라 순방도 취소하고 허리케인 대응에 힘을 쏟으며 해리스 후보를 지원 사격하고 있다. 의회 전문매체 더힐은 “밀턴이 상륙도 하기 전부터 워싱턴 정가를 뒤흔들고 있다”고 평가했다.허리케인은 국제 정세에도 영향을 끼쳤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대통령이 순방을 미루자 가장 난처해진 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라고 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독일 방문 때 영국, 프랑스 등 20개국 정상과 우크라이나 방위연락그룹 회의를 열고 우크라이나 지원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추가 지원의 필요성 등을 강조할 계획이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다음 달 5일 치러지는 미국 대선이 채 30일도 남지 않은 가운데 그간 여러 전국 지지율 조사에서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에게 밀렸던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이 해리스 후보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특히 해리스 후보가 과거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으로 꼽혔던 노동조합 소속 유권자에게 이전 민주당 후보만큼 강한 지지를 얻지 못하면서 대선 판세를 좌우할 북동부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에서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러스트벨트에 속하는 펜실베이니아주와 미시간주는 각각 철강과 자동차 산업의 본산이며 노조의 입김도 세다. 두 주의 전체 유권자 중 노조에 속한 유권자 비율도 14%가 넘는다. 이 두 곳에서 이기지 못하면 해리스 후보의 백악관 입성이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984년 후 노조 지지 가장 저조한 민주 대선 후보야후뉴스와 여론조사회사 유고브가 2∼4일 전국 성인 171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해리스 후보의 지지율은 48%로 트럼프 후보(46%)보다 근소하게 높았다. 지난달 13일 같은 조사에서는 해리스 후보가 50%, 트럼프 후보가 45%를 얻었다. 당시 해리스 후보는 3일 전 트럼프 후보와의 TV토론에서 ‘우세했다’는 평을 얻으며 지지율 상승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약 3주 만에 지지율 격차가 5%포인트에서 2%포인트로 좁혀진 것이다.로이터통신이 여론조사회사 입소스와 4∼7일 전국 성인 127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도 해리스 후보의 지지율은 46%로 트럼프 후보(43%)에게 근소하게 앞섰다. 여기서도 두 후보 간 격차는 지난달 조사(해리스 후보 47%, 트럼프 후보 40%) 때보다 줄어들었다.이번 조사는 1일 팀 월즈 민주당 부통령 후보 겸 미네소타 주지사와 J D 밴스 공화당 부통령 후보 겸 오하이오주 상원의원의 TV토론회가 끝난 직후 이뤄졌다. 당시 밴스 후보는 안정적인 말솜씨를 보였고, 월즈 후보는 별다른 강점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았다.해리스 후보가 주요 노조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도 민주당의 근심거리다. 최근 최대 운수 노조 ‘팀스터스’와 국제소방관협회(IAFF)는 “이번 대선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사실상 해리스 후보 지지를 거부한 셈이다. 지난달 30일 CNN에 따르면 해리스 후보는 노조 가구 유권자 지지율에서 트럼프 후보를 불과 9%포인트 앞섰다. 이는 1984년 이후 민주당 대선 후보가 이 유권자층에서 얻은 가장 낮은 수치다.또 다른 여론조사회사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가 최근 주요 여론조사를 평균한 결과에 따르면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주 등 러스트벨트 3개 주에서 해리스 후보와 트럼프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모두 1%포인트 내외다.의회 매체 더힐 등은 펜실베이니아주 탄광촌 스크랜턴의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난 바이든 대통령과 달리 많은 노조원들이 캘리포니아주 출신의 해리스 후보를 잘 알지 못한다고 진단했다. 또 많은 노조원이 트럼프 후보의 강력한 관세 정책과 불법 이민 규제에 호응한다고 분석했다.● 해리스 “하마스 惡” vs 트럼프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지지”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 발발 1년을 맞은 7일 두 후보는 중동 정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해리스 후보는 1년 전 하마스의 선제공격을 ‘악(惡)’으로 규정하는 성명을 내고 “잔혹하고 역겹다”고 비판했다. 또 하마스가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주민이 하마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하겠다”고 했다.트럼프 후보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번 전쟁에 대해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바이든은 최악의 외교 정책을 갖고 있으며 해리스는 그보다 더 멍청하다”고 했다. 그는 1일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당한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 타격 같은 보복에 나서는 것을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이스라엘은 (이란을) 공격할 자격이 있다”고 두둔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바이든-해리스 행정부의 국경 정책에 집중 공세를 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이 7일(현지 시간) 불법 이민자들이 “나쁜 유전자(bad genes)”를 가졌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후보 측은 “살인자들을 지칭한 것”이라고 반박했으나, 민주당에선 “이민자 혐오를 유발하는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트럼프 후보의 발언은 보수 성향의 라디오 ‘휴 휴잇 쇼’ 인터뷰 중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의 국경 정책을 “공산당식의 제도”라고 비판하는 과정에서 등장했다. 트럼프 후보는 “(해리스는) 열린 국경으로 사람들이 들어오게끔 허용하고 있다. 그중 1만3000명은 살인자였다”고 주장하며 “살인자는 유전적으로 타고 난다. 지금 우리 나라에는 그런 나쁜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후보의 주장은 미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세관집행국(ICE)이 지난달 의회에 제출한 ‘유죄 판결을 받거나 기소된 비시민권자의 수’ 자료를 근거로 한다. 이에 따르면, 7월 21일 기준 비(非)구금상태에서 추방 절차를 진행 중인 비시민권자 중 유죄 판결을 받은 이는 43만 5719명이다. 여기에는 살인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1만3099명이 포함된다. ICE 자료를 토대로 트럼프 후보와 공화당 측은“(바이든-해리스 행정부가) 42만 5000명의 범죄자가 우리 나라에 들어오도록 내버려뒀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그러나 해당 자료는 바이든 행정부 아래 입국한 불법 이민자의 현황을 보여주지 않는다. 국토안보부 대변인은 CBS방송에 “데이터는 수십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지난 40여년 간 입국한 사람들을 포함한다”며 “이들 중 대다수는 현 행정부 이전에 이미 구금 여부가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비시민권자’에는 국경을 불법으로 넘은 불법 이민자 외에도 합법적으로 입국했으나 비자를 초과해 체류한 경우, 또는 특정 범죄로 인해 합법적으로 체류할 권리를 잃은 이민자 등이 모두 포함된다.MSNBC는 “트럼프 후보의 언행이 ‘인종주의’를 주장해 유대인 차별을 주도했던 나치 지도자 히틀러의 표현과 유사하다”고 지적하면서 “(7일 기준) 선거일이 29일 남은 시점에서, 인종 차별적 발언으로 오랫동안 비판받아 온 주요 정당 후보로서는 매우 도발적인 발언”이라고 지적했다.트럼프 후보는 이번 대선의 핵심 의제로 국경 정책을 내세우며 반(反)이민 표심을 결집하기 위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이민자들이 미국의 피를 오염시킨다”고 말해 강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2020년 대선에서도 인종 차별적 발언으로 논란을 샀다. WP에 따르면 트럼프 후보는 당시 백인 거주자가 많은 미네소타주에서 선거 유세를 하던 중 “여러분은 좋은 유전자를 가졌다”며 ‘경주마 이론’을 주장했다. 경주마 이론은 선택적 교배를 통해 우수한 경주마 혈통을 만들 수 있다는 ‘행동 유전학’에서 착안한 것이다.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트럼프 후보의 ‘나쁜 유전자’ 발언을 두고 “혐오스럽고, 역겹고, 부적절하며 우리 나라에선 설 자리가 없는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반면 캐롤라인 레빗 트럼프 대선 캠프 대변인은 “트럼프가 언급한 대상은 ‘살인자’이지 이민자가 아니다”고 반박하며 “언론에서 트럼프 후보를 비판하기 위해 살인자·강간범·불법 범죄자를 옹호하는 것은 역겨운 일”이라는 입장을 내놨다.김윤진 기자 kyj@donga.com}
다음 달 5일 치러지는 미국 대선이 채 30일도 남지 않은 가운데 그간 여러 전국 지지율 조사에서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에게 밀렸던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이 해리스 후보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특히 해리스 후보가 과거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으로 꼽혔던 노동조합 소속 유권자에게 이전 민주당 후보만큼 강한 지지를 얻지 못하면서 대선 판세를 좌우할 북동부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에서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러스트벨트에 속하는 펜실베이니아주와 미시간주는 각각 철강과 자동차 산업의 본산이며 노조의 입김도 세다. 두 주의 전체 유권자 중 노조에 속한 유권자 비율도 14%가 넘는다. 이 두 곳에서 이기지 못하면 해리스 후보의 백악관 입성이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해리스, 1984년 후 노조 지지 가장 저조한 민주 대선 후보야후뉴스와 여론조사회사 유고브가 2~4일 전국 성인 171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해리스 후보의 지지율은 48%로 트럼프 후보(46%)보다 근소하게 높았다. 지난달 13일 같은 조사에서는 해리스 후보가 50%, 트럼프 후보가 45%를 얻었다. 당시 해리스 후보는 3일 전 트럼프 후보와의 TV토론에서 ‘우세했다’는 평을 얻으며 지지율 상승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약 3주 만에 지지율 격차가 5%포인트에서 2%포인트로 좁혀진 것이다.로이터통신이 여론조사회사 입소스와 4~7일 전국 성인 127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도 해리스 후보의 지지율은 46%로 트럼프 후보(43%)에 근소하게 앞섰다. 여기서도 두 후보 간 격차는 지난달 조사(해리스 후보 47%, 트럼프 후보 40%) 때보다 줄어들었다.이번 조사는 1일 팀 월즈 민주당 부통령 후보 겸 미네소타 주지사와 J D 밴스 공화당 부통령 후보 겸 오하이오주 상원의원의 TV토론회가 끝난 직후 이뤄졌다. 당시 밴스 후보는 안정적인 말솜씨를 보였고, 월즈 후보는 별다른 강점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해리스 후보가 주요 노조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도 민주당의 근심거리다. 최근 최대 운수 노조 ‘팀스터스’와 국제소방관협회(IAFF)는 “이번 대선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사실상 해리스 후보 지지를 거부한 셈이다. 지난달 30일 CNN에 따르면 해리스 후보는 노조 가구 유권자 지지율에서 트럼프 후보를 불과 9%포인트 앞섰다. 이는 1984년 이후 민주당 대선 후보가 이 유권자층에서 얻은 가장 낮은 수치다.2020년 대선 당시 이들 유권자가 조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한 비율은 트럼프 후보보다 19%포인트 높았다. 2016년 대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전 국무장관)도 노조 가구 유권자 지지율이 트럼프 후보보다 12%포인트 높았다.또 다른 여론조사회사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가 최근 주요 여론조사를 평균한 결과에 따르면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주 등 러스트벨트 3개 주에서 해리스 후보와 트럼프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모두 1%포인트 내외다.의회 매체 더힐 등은 펜실베이니아주 탄광촌 스크랜턴의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난 바이든 대통령과 달리 많은 노조원들이 캘리포니아주 출신의 해리스 후보를 잘 알지 못한다고 진단했다. 또 많은 노조원이 트럼프 후보의 강력한 관세 정책과 불법 이민 규제에 호응한다고 분석했다.● 해리스 “하마스 惡” vs 트럼프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지지”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 발발 1년을 맞은 7일 두 후보는 중동 정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해리스 후보는 1년 전 하마스의 선제공격을 ‘악(惡)’으로 규정하는 성명을 내고 “잔혹하고 역겹다”고 비판했다. 또 하마스가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주민이 하마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하겠다”고 했다.트럼프 후보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번 전쟁에 대해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바이든은 최악의 외교 정책을 갖고 있으며 해리스는 그보다 더 멍청하다”고 했다. 그는 1일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당한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 타격 같은 보복에 나서는 것을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이스라엘은 (이란을) 공격할 자격이 있다”고 두둔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