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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의사들이 얼마나 활동하는지 잘 보여 주는 게 중요합니다.” 8일(현지 시간) 오전 네덜란드 중부 위트레흐트시. 의료인력수급추계기구(ACMMP) 회의실에 키스카 욜데르스마 사무국장 등 직원 10명이 캐주얼 복장으로 둘러앉았다. 이들은 동아일보 기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내년에 펴낼 인포그래픽 보고서 내용을 논의했다. 격주로 진행되는 정기 회의인데 정부 측 인사는 찾아볼 수 없었다. ACMMP는 의료 분야 79개 직종의 적정 인력 수를 3년마다 정부에 제언하는 기구다. 정부 예산으로 운영되지만 정부는 운영에 전혀 개입하지 않는다. 사무국은 의사 2명을 포함해 수학, 교육, 데이터 등 다양한 분야의 민간 전문가 15명으로 구성돼 있다. 교육 전문가 엘런 당커르스더 마리 씨는 “정부에서 개입하지 않는 게 매우 중요하다. 그래야 의사 등 직종 종사자들이 중립성을 인정하고 추계 결과를 존중한다”고 했다. 네덜란드의 ACMMP는 유럽에서 의료인력 추계 시스템을 운영하는 19개국 협의체를 주도할 정도로 선진적 모델로 인정받는다. 사무국 직원들은 의사, 간호사 등 직종 분과로 나뉘어 전문가 100여 명과 추계 작업을 진행한다. 총 50가지 변수를 활용하는데 3년 주기 중 2년 이상을 데이터 수집에 할애한다. ‘오래 계획하고, 자주 추계한다’는 것이 사무국의 모토다. 중립성과 객관성을 인정받아 정부와 의사 모두 결과를 존중한다. 일본의 의사수급분과회 역시 후생노동성 산하에 있지만 정부는 논의 과정에 참여하지 않는다. 네덜란드나 일본과 달리 한국은 의사 수 추계 기관이 없다. 의료 공백 직전 정부와 대한의사협회(의협)가 1년간 28차례 만났지만 결론을 못 냈고 결국 정부가 ‘의대 2000명 증원’을 결정했다. 최근에야 네덜란드와 일본 모델을 벤치마킹해 추계위원회 구성을 발표했지만 이미 신뢰가 사라진 의사들은 ‘들러리만 설 것’이라며 참여를 거부 중이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선진국의 의사 추계 및 양성 시스템을 통해 의료 공백의 해법을 찾고자 네덜란드, 캐나다, 미국, 일본 등 4개국을 취재하고 전문가 50여 명을 만났다. 이들 국가는 방식은 다르지만 한국 같은 의정 갈등 없이 필수·지방 의료를 살리기 위해 필요한 만큼 의사를 양성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네덜란드, 의사 수 3년마다 추계… 데이터 수집에만 2년 쏟아〈1〉 ‘의사 수 논의’ 모범 네덜란드팬데믹 가능성-의료기술 발전 등… 50가지 변수 고려해 정원 산출정부, 지원만 하고 간섭은 안해… “기관 독립성-자료 객관성 가장 중요”“의사 등 의료인력을 추계할 때는 최대한 다양한 변수를 활용해야 합니다. 우리가 총 50가지 변수를 사용해 추계를 진행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의료인력수급추계기구(ACMMP) 사무국에서 일하는 통계학자 이베터 판 노르던 씨는 의료인력 추계 과정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다양한 데이터가 있어야 ‘고령화로 의료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단순한 추론 대신 ‘12년 후 어느 지역, 어느 과에 의사 부족이 예상된다’는 것까지 분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ACMMP 사무국에서 만난 전문가들은 ‘기관의 독립성’과 ‘데이터의 객관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래야 추계 결과에 대해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의사, 간호사 단체 등이 모두 납득할 수 있고 정부 정책에도 이견 없이 반영될 수 있다는 것이다. 추계 주기 중 3분의 2 이상을 데이터 수집에 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 개입 없이 독립적으로 추계”1990년대까지만 해도 네덜란드에는 별도의 의료인력 추계 기구가 없었다. 1970년대 초반까지는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정원을 결정했지만 지나치게 많이 뽑는 문제가 생겨 이후 정부에서 정원을 관리했다. 정부에선 다양한 배경을 가진 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추첨제 도입 등의 조치를 취했지만 1990년대 후반 이번에는 의사 공급 부족이 문제가 됐다. ACMMP에서 일하는 엘런 당커르스더 마리 씨는 “정부는 결국 의료인력 수는 전문가들이 모인 전문기관에서 결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해당 직종 종사자, 교육과 수련을 맡은 대학과 병원, 돈을 지급하는 건강보험사 등 세 기관이 모여 합의하는 방식을 고안했다”고 설명했다.‘정부가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은 초기부터 지금까지 지켜지고 있다. ACMMP 이사회는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 전문가 집단, 대학과 병원, 건강보험사에서 9명씩 추천해 총 27명으로 이뤄진다. 그리고 지난해 기준으로 사무국 운영비 36억4600만 원은 모두 정부가 지원했다.사무국에서 10개 분과 전문가들과 함께 진행하는 추계 작업 역시 정부 개입 없이 이뤄진다. 역시 독립기관인 보건의료서비스연구소(NIVEL)와의 교차 검증도 진행된다. 마리 씨는 “정부와의 관계는 국회에서 대정부질의를 할 때 요청이 오면 진행 상황을 공유하는 정도가 전부”라며 “추계 과정은 굉장히 투명하고 명백하게 이뤄진다”고 했다. 의대 2000명 증원이 어떻게 결정됐는지 아직까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한국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2022년 ACMMP는 보고서에서 현재 1만3492명인 주치의 수를 2027년까지 1190명(8.8%), 현재 2만5880명인 전문의 수를 1221명(4.7%) 늘려야 한다고 권고했고 정부는 받아들였다. 주치의는 한국으로 치면 1차 의료기관인 동네병원이다. 다만 의대 정원은 2850여 명으로 유지할 것을 권고했는데 이는 수련 대기 인원이 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한국이 2.6명, 네덜란드는 3.9명이었다. OECD 평균은 3.8명이다.● “추계 위해 2년 이상 다양한 데이터 수집”ACMMP는 의료인력 수급 추계를 할 때 총 50가지 변수를 활용한다. 변수에는 현재 활동 중인 의사 수와 향후 공급될 의사 수, 고령화 등 인구통계학적 변수는 물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같은 신규 전염병 발생 가능성, 기술의 발전 등도 포함된다.하나의 변수에 대해 가능한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해 교차 검증하기 때문에 3년 주기 활동 중 2년 이상이 데이터 수집에 소요된다. 이후 NIVEL과 함께 개발한 모델을 통해 추계를 진행한다. NIVEL 연구원 린다 플린테르만 씨는 “저희의 모델은 유럽에서 가장 뛰어난 모델”이라며 “12년 후 공급과 수요를 일치시키겠다는 목표로 3가지 시나리오를 산정한다”고 설명했다. 12년은 의대에 입학한 학생이 실제 수련을 마치고 전문의 자격을 가질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다.데이터에만 의존할 경우 빠질 수 있는 오류에서 벗어나기 위해 ‘델파이 기법’도 적극 활용한다. 각 협회에서 추천한 전문가 7명으로 익명 패널을 구성해 질문과 답변을 반복하며 데이터를 보정하는 방식이다. 데이터 전문가 에흐버르트 클레버르스 씨는 “데이터로 추정이 어려운 사회문화적 변화, 기술 발전 동향 같은 변수에 대한 합의를 델파이 기법을 통해 이뤄내는 셈”이라고 설명했다.의사들도 ACMMP의 독립성과 객관성을 인정하고 필요한 증원이라면 받아들인다. 아우키어 플라허 네덜란드 의사 노동조합 책임이사는 “네덜란드 의사들은 추계 결과에 대해 집단으로 반발하지 않는다. 오랫동안 함께 추계해 왔기 때문에 잘했을 것이란 신뢰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위트레흐트·나가사키=특별취재팀▽팀장 박성민 기자 min@donga.com▽조유라 김소영 박경민 여근호(이상 정책사회부)}
“가장 중요한 것은 근거에 기반한 논의를 통해 결정을 내리는 것입니다.” 11일 일본 나가사키시의 나가사키항 메디컬센터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가타미네 시게루 전 의사수급분과회장은 2015년 12월∼2022년 1월 의사 수 추계기구 대표를 맡았던 경험을 돌이키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필수·지방의료 공백 문제가 제기됐던 일본은 2008년부터 의대 정원을 점진적으로 늘리는 과정에서 후생노동성 산하에 의사수급분과회를 운영했다. 정부 산하에 있지만 네덜란드와 마찬가지로 정부 측 인사는 논의 과정에 참여하지 않았다. 당시 나가사키대 총장이던 가타미네 전 회장은 “총 22명의 위원이 모여 6년여 동안 40번가량 회의를 했다”며 “22명 중 의사 출신이 13명으로 과반수를 차지했지만 환자 단체와 간호사 단체 출신 위원도 있었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합의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후생노동성은 회의가 열릴 때마다 발언자 명단과 주요 발언이 담긴 회의록을 모두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가타미네 전 회장은 “결정 과정에 대한 근거를 정부가 설명해 주지 않으면 국민들은 결코 수용할 수 없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의대 정원을 2008년부터 점진적으로 늘려 2007년 7625명이던 의대 정원이 올해 9403명이 됐다. 17년 동안 정원을 약 23% 늘린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전국 각지의 의료 수요와 공급량 등을 조사해 미래에 필요한 의사 수를 추계한 의사수급분과회 의견을 적극 수용했다. 의사수급분과회에선 의사 쏠림 현상을 해소할 수 있는 지역의사제 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일본의사협회의 이마무라 히데히토 상임이사는 “일본에서도 한국처럼 한 번에 정원을 60% 이상 늘린다고 했으면 문제가 됐을 것”이라며 “의대 교수들이 늘어난 학생들을 가르칠 시스템이 짧은 시간 안에 갖춰지긴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으냐”고 했다. 다만 현지에서 만난 일본 의사들은 어떤 경우에도 의사가 병원을 떠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마무라 이사는 “일본 사회에서 의사가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의료 현장을 떠난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이해받을 수 없다”고 했다. 가타미네 전 회장도 “반발의 대상은 정부인 만큼 국민이 피해를 입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특별취재팀▽팀장 박성민 기자 min@donga.com▽조유라 김소영 박경민 여근호(이상 정책사회부)}
“지난해 캐나다 수련병원에선 해외 의대 출신을 500명가량 선발했습니다. 내년도 모집에 지원하려면 지금부터 서류 준비를 시작해야 합니다.” 20일 오후 3시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 지하 대강당. 캐나다 퀸스 의대에서 수련을 마치고 현지에서 활동 중인 김우종 가정의학과 전문의가 캐나다 수련병원 레지던트 지원 과정을 설명했다. 설명회에 참석한 전공의(인턴, 레지던트)와 의대생 등은 발표 화면을 스마트폰으로 찍거나 연신 메모를 하며 관심을 보였다. 올 2월 발생한 의료 공백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해외로 눈을 돌리는 의사들이 늘고 있다. 특히 병원을 떠난 전공의나 수업을 거부 중인 의대생 중에서 “해외에서 새 길을 찾고 싶다”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의사·의대생 온라인 커뮤니티 메디스태프가 20일 ‘캐나다에서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주제로 개최한 설명회에는 140명 모집에 신청자가 200명 이상이었다. 행사장에서 만난 김모 씨(29)는 “올해 서울성모병원 레지던트 1년 차로 임용됐다가 사직했다”며 “정부 태도가 당분간 바뀔 것 같지 않아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수련받는 걸 고려 중”이라고 했다. 19일에는 국내 의료 해외진출 컨설팅 업체가 개최한 일본 의료법인 도쿠슈카이 그룹 설명회가 열렸는데 정원 50명 접수가 조기 마감됐다. 도쿠슈카이 그룹은 종합병원 70곳과 의료 시설 300여 개를 보유한 일본 최대 의료법인이다. 캐나다와 일본 외에 미국, 베트남 등으로 눈을 돌리는 젊은 의사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지난해 캐나다 수련병원에선 해외 의대 출신을 500명가량 선발했습니다. 내년도 모집에 지원하려면 지금부터 서류 준비를 시작해야 합니다.”20일 오후 3시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 지하 대강당. 캐나다 퀸즈 의대에서 수련을 마치고 현지에서 활동 중인 김우종 가정의학과 전문의가 캐나다 수련병원 레지던트 지원 과정을 설명했다. 설명회에 참석한 전공의(인턴, 레지던트)와 의대생 등은 발표 화면을 스마트폰으로 찍거나 연신 메모를 하며 관심을 보였다.올 2월 발생한 의료공백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해외로 눈을 돌리는 의사들이 늘고 있다. 특히 병원을 떠난 전공의나 수업을 거부 중인 의대생 중에는 “의정갈등 해소의 실마리가 안 보이는 상황에서 해외에서 새 길을 찾고 싶다”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모습이다.의사·의대생 온라인 커뮤니티 매디스태프가 20일 ‘캐나다에서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주제로 개최한 설명회에는 140명 모집에 신청자가 200명 이상이었다.행사장에서 만난 김모 씨(29)는 “올해 서울성모병원 레지던트 1년 차로 임용됐다가 사직했다”며 “정부 태도가 당분간 바뀔 것 같지 않아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수련받는 걸 고려 중”이라고 했다. 충청권 의대 본과 2학년생인 권모 씨(23)는 “소송에 대한 부담, 의사에 대한 국민의 싸늘한 시선 등 한국에서 의사로 일하는 보람을 느끼지 못할 것 같아 해외 취업을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19일에는 국내 의료 해외진출 컨설팅 업체가 개최한 일본 의료법인 도쿠슈카이 그룹 설명회가 열렸는데 정원 50명 접수가 조기마감됐다. 도쿠슈카이 그룹은 종합병원 70곳과 의료 시설 300여 개를 보유한 일본 최대 의료법인이다. 캐나다와 일본 외에 미국, 베트남 등으로 눈을 돌리는 젊은 의사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대통령실이 내년에 의대생 7500여 명이 동시에 수업을 듣는 상황이 생기더라도 큰 문제 없이 교육이 가능하다고 밝힌 것을 두고 의사단체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올해 휴학계를 낸 신입생 3000여 명이 다음 학기에 돌아오면 증원된 내년 신입생 4500여 명까지 합쳐 예과 1학년은 총 7500여 명이 된다. 의료계에선 “7500여 명이 계속 함께 진급하기 때문에 의대 6년 교육은 물론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수련도 제대로 못 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전공의 대표 “7500명 교육 불가능” 18일 전공의 대표인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의대의 열악한 실습 환경을 거론하며 “7500명은 단언컨대 교육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전날(17일)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7500여 명이 의대 40곳에 분산되는 것이고 실습보다 강의 위주인 예과 1학년 교육 특성을 감안해 분반 등으로 대비하면 교육이 가능하다”고 말한 것에 대한 반박이다. 박 위원장은 “모교인 경북대는 실습 기자재가 부족해 일회용품을 재사용했고, 수술용 실 하나를 들고 너덜너덜해진 모형 위에 아껴가며 연습했다”고 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은 해당 발언을 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로 장상윤 대통령사회수석비서관을 지목하며 “정신분열증 환자의 ×소리”라고 거칠게 비난했다. 다만 비속어에 대한 비판과 정신건강의학과 환자를 비하했다는 논란이 불거지자 “정신건강의학과 환자와 가족, 주치의분들께 부적절한 표현으로 상처를 드린 점 깊이 사죄드린다”는 사과글을 올리기도 했다.● “2.5배로 늘었는데 임상실습 어떻게 하나” 정부는 강의 위주인 예과 1, 2학년은 분반을 적극 활용해 7500여 명 수업을 진행할 방침이다. 추가로 필요한 강의실은 대학 내 유휴 공간을 활용하고, 수업은 교수가 반을 돌면서 같은 수업을 여러 번 하면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의 한 의대 1학년 시간표는 ‘일반생물’, ‘유기화학’, ‘확률과 통계’ 등 이론과 기초소양 과목으로 구성돼 있다. 반면 의료계는 교육 현장을 모르는 주장이라고 반박한다. 상당수 학교가 예과 2학년 때부터 해부학실습 강의를 시작하는 등 기초와 임상 교육을 결합한 통합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오세옥 부산대 의대 교수협의회장은 “예과도 소규모 문제 해결식 수업이 정착돼 있다. 지금도 교수가 부족한데 2.5배로 늘어난 학생을 제대로 교육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본과부터 시작되는 실습의 경우 우려가 더 크다. 이종태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이사장은 “당장 7500명을 데리고 임상실습을 진행할 교수도, 환자도 없다. 상당수가 전공의에 지원할 텐데 수련 요건도 안 된다”고 했다. 김연수 고려대안암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비수도권 의대 증원 폭이 큰데 정작 비수도권 의대 교수들은 수도권이나 2차 병원으로 이직하고 있다. 학생은 늘어나는데 가르칠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자식들에게 손 벌리기 싫으니 뭐라도 해야죠.” 16일 오후 1시경. 서울 중구 무교동 음식문화거리 입구에서 광고 전단을 나눠주던 박모 씨(70)는 “가정주부였는데 아이를 다 키운 후 7년 전부터 전단 배포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남편과 함께 모은 재산이 없는 건 아니지만 수입이 있어야 누구에게 기대지 않고 노후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가 16일 발표한 ‘2023년 노인실태조사’에선 박 씨처럼 노후에 일하면서 자녀에게 의존하지 않고 독립 생계를 유지하는 이들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은퇴 후 대거 노년층에 편입되면서 자산과 교육 수준이 일정 수준 이상이면서 달라진 가치관을 지닌 ‘신(新)노년층’이 등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평균 소득 자산 크게 늘어복지부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가구의 연소득은 2020년 평균 3027만 원에서 지난해 3469만 원으로 14.6% 증가했다. 또 같은 기간 금융 자산은 3213만 원에서 4912만 원으로 52.9%, 부동산 자산은 2억6183만 원에서 3억1817만 원으로 21.5% 늘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조사를 시작한 2008년 이후 노인 소득과 자산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으며 특히 금융 및 부동산 자산 증가 폭은 최근 3년이 가장 컸다”고 했다. 이 조사는 3년 주기로 실시되는데 지난해는 9∼11월 1만78명을 방문 면접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경제적으로 자립한 노인도 늘었다. 복지부가 지난해 9∼11월 65세 이상 1만7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현재 일을 하고 있다’는 비율은 39%에 달했다. 일하는 노인 비율은 2014년 28.9%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신노년층의 등장은 상속에 대한 가치관도 바꾸고 있다. ‘재산을 자신과 배우자를 위해 쓰겠다’는 응답은 24.2%로 2020년(17.4%)보다 6.8%포인트 늘었다. 반면 ‘장남에게 더 주겠다’는 비율은 13.3%에서 6.5%로 반 토막이 났다. 임을기 복지부 노인정책국장은 “베이비붐 세대는 재산을 상속하기보다 본인들이 더 사용하고 대신 자녀에게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가치관을 가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1인 가구 돌봄 강화해야” 건강 상태도 다소 개선됐다. 우울증상 비율은 2020년 13.5%에서 지난해 11.3%로 줄었고, 낙상사고 경험 비율은 같은 기간 7.2%에서 5.6%로 소폭 감소했다. 최근 한 달 동안 외래진료를 이용한 비율도 70.6%에서 68.8%로 줄었다. 스스로를 노인이라고 생각하는 연령은 2020년 70.5세에서 지난해 71.6세로 1.1세 상승했다. 또 노인의 79.1%는 노인 기준을 묻자 ‘70세 이상’이라고 답했다.전문가들은 다만 평균 자산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빈곤층 비율이 유지되고, 1인 가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현상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1인 가구 비율은 32.8%로 2020년 조사 대비 13%포인트 늘어난 반면에 자녀와 함께 사는 비중은 10.3%로 9.8%포인트 줄었다. 그런데 1인 가구의 경우 ‘건강하다’고 답한 비율이 34.2%로 부부 가구(48.6%)에 비해 크게 낮았다. 또 우울감이나 생활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비율도 많게는 2배가량이나 됐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돌봄이 필요한 노인 1인 가구 증가세가 가속화되는 상황”이라며 “가족 돌봄에 의지할 수 없는 경우가 늘어나는 만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돌봄 기능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박경민 기자 mean@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의대 인증 평가를 담당하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의 안덕선 원장이 16일 기자회견에서 정부를 향해 “평가 기관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훼손하는 법 개정 시도를 즉시 중단하라”고 밝혔다. 교육부가 지난달 25일 인증 평가에서 불합격한 의대에 1년 이상 보완할 기간을 주고, 인증기관 공백 시 기존 인증을 연장하는 방향으로 규정을 고치겠다며 입법 예고를 하자 이를 ‘의평원 무력화’ 시도로 보고 철회를 요구한 것이다. 올 2월 의료공백 사태 이후 안 원장이 기자회견을 한 것은 처음이다.● “의평원 무력화 시도 중단하라” 안 원장은 1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교육부가 입법 예고한 ‘고등교육기관 평가·인증 규정 개정안’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사회 보건 향상과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해선 실력 있는 의사가 필수적”이라며 “이를 위해 의대는 제대로 된 교육 여건을 갖추고 검증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개정안은 의학 교육 현장의 혼란을 심화시키고 교육 수준 향상과 배출되는 의료인력의 질 보장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육부의 개정안은 의료공백 사태 등 대규모 재난으로 정상적인 학사 운영이 이뤄지지 않은 경우 불인증 전 1년 이상의 보완 기간을 부여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의평원은 “무조건 보완 기간을 부여하는 건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하고 국민 건강에 위해를 끼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의료계에선 정부가 ‘1년 이상’이란 규정을 악용할 경우 무한정 보완 기간을 늘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개정안은 또 인증기관이 없는 경우 새 인증기관이 인증 평가를 할 때까지 기존 인증이 연장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의평원은 이에 대해서도 “인증제도 적용을 유예하거나 중단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는 것”이라며 “역량과 자질이 미흡한 의료인 배출을 허용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료계에선 해당 조항이 의평원의 인증자격 박탈까지 염두에 둔 규정으로 보고 있다. 안 원장은 “정부는 증원된 의대가 제대로 된 교육 환경을 갖추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점검하고 국민에게 이 정도면 충분하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 인증 평가의 기본 역할”이라며 “정부가 공언한 대로라면 불인증은 있을 수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의평원 인증기관 지정 취소도 검토” 의평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의평원 흔들기가 도를 넘었다고 지적했다. 한재진 의평원 의사전문역량인증단장은 “정원이 2배, 3배로 늘어나는 건 세계 의대 사상 처음일 것”이라며 “(그러다 보니) 의평원 무력화를 위한 압박이 더 거세지고 있다. (조만간) 의평원이 문을 닫고 정부가 관변 의평원을 세울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의평원은 정부가 개정안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대응 방안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양은배 의평원 수석부원장은 “입법 예고 사안에 약 1만5000건의 의견이 접수됐고 규제심사도 거쳐야 한다. 충분히 (철회를) 고려할 거라 본다”고 말했다. 안 원장은 내년도 정원이 10% 이상 늘어나는 의대 30곳에 대한 주요변화평가는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의평원은 이들 대학에 대해 평가 기준을 기존 15개에서 49개로 확대해 향후 6년간 매년 주요변화평가를 진행할 방침이다. 여기서 불인증 판정을 받으면 내년도 신입생 국시 응시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 교육부는 이날 의평원 기자회견에 대해 “의평원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존중한다”면서도 “이번 입법 예고는 인증기관의 공적 책무를 강화하는 제도 개선으로 전체 인증기관에 적용되는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교육부는 의평원 주요변화평가 계획에 대한 사후 심의 결과를 이달 말 의평원에 통보할 예정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심의 결과에 따라 의평원에 권고를 내리거나 보완을 지시할 수 있다”며 “보완 지시를 따르지 않을 경우 인증기관 지정 취소 역시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최근 3년 사이 노인의 평균 소득과 자산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재산을 자녀에게 물려주기보다 본인과 배우자를 위해 쓰겠다는 노인도 늘었다. ‘베이비붐(1955~1963년생) 세대’가 은퇴 후 대거 노년층에 편입되면서 자산과 교육 수준이 일정 수준 이상이면서 달라진 가치관을 지닌 ‘신(新)노년층’이 등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보건복지부가 16일 발표한 ‘2023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 가구의 연소득은 2020년 평균 3027만 원에서 지난해 3469만 원으로 14.6% 증가했다. 또 같은 기간 금융 자산은 3213만 원에서 4912만 원으로 52.9%, 부동산 자산은 2억6183만 원에서 3억1817만 원으로 21.5% 늘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조사를 시작한 2008년 이후 노인 소득과 자산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으며 특히 금융 및 부동산 자산 증가 폭은 최근 3년이 가장 컸다”고 했다.경제적으로 자립하는 노인도 늘었다. 소득 중 자녀 등이 주는 사적이전 소득 비중은 2008년 30.4%에서 8%로 급감했으며 같은 기간 근로 및 사업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39%에서 53.8%로 늘었다. 1인 가구 비중은 32.8%로 13%포인트 늘어난 반면 자녀와 함께 사는 비중은 10.3%로 9.8%포인트 줄었다.신노년층의 등장은 상속에 대한 가치관도 바꾸고 있다. ‘재산을 자신과 배우자를 위해 쓰겠다’는 응답은 24.2%로 2020년(17.4%)보다 6.8%포인트 늘었다. 반면 ‘장남에게 더 주겠다’는 비율은 13.3%에서 6.5%로 반 토막 났다. 임을기 복지부 노인정책국장은 “베이비붐 세대는 재산을 상속하기보다 본인들이 더 사용하고 대신 자녀에게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가치관을 가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조사는 3년 주기로 실시되는데 지난해는 9~11월 1만78명을 방문 면접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노인 1인가구 비율 32.8%… “부부에 비해 생활의 어려움 2배” “자식들에게 손 벌리기 싫으니 뭐라도 해야죠.”16일 오후 1시경. 서울 중구 무교동 음식문화거리 입구에서 광고 전단지를 나눠주던 박모 씨(70)는 “가정주부였는데 아이들을 다 키운 후 7년 전부터 전단지 배포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남편과 함께 모은 재산이 없는 건 아니지만 수입이 있어야 누구에게 기대지 않고 노후생활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일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보건복지부가 16일 발표한 ‘2023년 노인실태조사’에선 박 씨처럼 노후에 일을 하면서 자녀에게 의존하지 않고 독립 생계를 유지하는 이들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과거 세대에 비해 노인들의 소득·교육 수준이 높고 건강도 다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1인가구 비율도 늘어 자칫 돌봄사각지대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10명 중 4명은 ‘일하는 노인’복지부가 지난해 9~11월 65세 이상 1만7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현재 일을 하고 있다’는 비율은 39%에 달했다. 노인 10명 중 4명이 일을 하며 돈을 벌고 있는 것이다. 일하는 노인 비율은 2014년 28.9%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은퇴 후에도 돈을 버는 노인이 늘면서 노인가구의 연 소득은 2017년 2590만 원, 2020년 3027만 원, 2023년 3469만 원으로 6년 만에 33.9%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금융 및 부동산 자산 규모는 3억6729만 원으로 2020년 2억9396만 원에 비해 약 25% 증가했다.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 비율도 늘었다. 스마트폰 보급율은 2020년 56.4%에서 지난해 76.6%로, 컴퓨터 보유율은 2020년 12.9%에서 지난해 20.6%로 증가했다.전반적인 교육 수준도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고등학교 이상을 졸업한 비율은 2008년 첫 조사 때 17.2%에 불과했으나 지난해는 38.2%로 2배 이상이 됐다. 임을기 복지부 노인정책관은 “베이비붐(1955~1963년생) 세대가 은퇴하면서 가구소득 및 금융 및 부동산 자산이 일정 수준 이상이고 교육 수준도 높은 새로운 노년층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1인가구 돌봄 강화해야”건강상태도 다소 개선됐다. 우울증상 비율은 2020년 13.5%에서 지난해 11.3%로 줄었고, 낙상사고 경험 비율은 같은 기간 7.2%에서 5.6%로 소폭 감소했다. 최근 한 달 동안 외래진료를 이용한 비율도 70.6%에서 68.8%로 줄었다.스스로를 노인이라고 생각하는 연령은 2020년 70.5세에서 지난해 71.6세로 1.1세 상승했다. 또 노인의 79.1%는 노인 기준을 묻자 ‘70세 이상’이라고 답했다. 김춘식 씨(87)는 “과거에 비해 노인이 많아진 만큼 노인 연령 기준을 75세 이상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전문가들은 다만 평균 자산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빈곤층 비율이 유지되고, 1인 가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현상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지난해 1인 가구 비율은 32.8%로 2020년 조사 대비 13%포인트 증가했다. 그런데 1인가구의 경우 ‘건강하다’고 답한 비율이 34.2%로 부부가구(48.6%)에 비해 크게 낮았다. 또 우울감이나 생활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비율도 많게는 2배 가량이나 됐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돌봄이 필요한 노인 1인가구 증가세가 가속화되는 상황”이라며 “가족 돌봄에 의지할 수 없는 경우가 늘어나는 만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돌봄 기능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조금만 더 일찍 전화하시지. 지금은 10월 말에나 위고비 처방이 가능해요.” 15일 인천 부평구의 A의원은 “지금 위고비 사전 예약이 밀려 있어 빨라도 24일에나 처방이 가능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 유명 인사들이 투약해 유명해진 비만 치료제 위고비가 국내에 처음 판매된 15일, 환자가 몰리며 벌써부터 품귀 현상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위고비를 처방 받을 수 있는 병원 목록이 담긴 ‘성지’ 리스트가 공유되고, 약값이 저렴하다고 소문난 병의원은 이미 일주일 치 사전 예약이 마감된 상황이다. 위고비 중간 유통을 맡은 쥴릭파마코리아가 이날 오전 9시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위고비 주문 접수를 시작했지만 접속이 몰리면서 오전 10시 30분경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 국내 제약업계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물량이 부족한 상황이다 보니 우리나라에 넘어오는 첫 거래 물량 역시 넉넉지는 않아 병의원 간 경쟁이 치열하다”고 했다. 노보노디스크 및 쥴릭파마코리아는 정확한 첫 거래 물량을 밝히지 않았다. 수요는 많은데 물량은 제한적이다 보니 위고비의 가격은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비급여 의약품으로 출시돼 병의원이 개별적으로 가격을 책정하기 때문이다. 출하 가격은 한 달 치인 1펜당 37만 원대이지만 현재 상대적으로 저렴하다고 입소문이 난 의원도 55만 원에 판매하고 있다. 세종시의 B의원은 “1펜당 88만 원에 처방하고 있다”고 했다. 위고비의 인기가 과열되면서 비만이 아닌 환자에게도 처방이 확산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위고비는 초기 체질량지수(BMI)가 30 이상인 비만 환자에게 처방하도록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A의원의 경우 BMI가 19 이상이면 처방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키 168cm인 만 30세 여성의 경우 체중이 53.7kg 이상이면 위고비 투여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김혜경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의학계에서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다. 미용을 위해 저체중에 가까운 분들이 사용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며 “특히 급속한 체중 감량으로 담석증 같은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식약처는 향후 한 달간 온라인에서의 위고비 불법 유통을 집중 단속할 방침이다. 약국 개설자가 아닌 개인이 위고비를 판매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식약처는 “온라인에서 가짜 약이 거래될 우려가 있고, 약품의 변질과 오염으로 약품 안전성과 효과를 보장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조금만 더 일찍 전화하시지. 지금은 10월 말에나 위고비 처방이 가능해요.”15일 인천 부평구의 A의원은 “지금 위고비 사전 예약이 밀려 있어 빨라도 24일에나 처방이 가능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 유명 인사들이 투약해 유명해진 비만 치료제 위고비가 국내에 처음 판매된 15일, 환자가 몰리며 벌써부터 품귀 현상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위고비를 처방 받을 수 있는 병원 목록이 담긴 ‘성지’ 리스트가 공유되고, 약값이 저렴하다고 소문난 병의원은 이미 일주일 치 사전 예약이 마감된 상황이다.위고비 중간 유통을 맡은 쥴릭파마코리아가 이날 오전 9시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위고비 주문 접수를 시작했지만 접속이 몰리면서 오전 10시 30분경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 국내 제약업계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물량이 부족한 상황이다 보니 우리나라에 넘어오는 첫 거래 물량 역시 넉넉지는 않아 병의원 간 경쟁이 치열하다”고 했다. 노보노디스크 및 쥴릭파마코리아는 정확한 첫 거래 물량을 밝히지 않았다.수요는 많은데 물량은 제한적이다 보니 위고비의 가격은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비급여 의약품으로 출시돼 병의원이 개별적으로 가격을 책정하기 때문이다. 출하 가격은 한 달 치인 1펜당 37만 원대이지만 현재 상대적으로 저렴하다고 입소문이 난 의원도 55만 원에 판매하고 있다. 세종시의 B의원은 “1펜당 88만 원에 처방하고 있다”고 했다.위고비의 인기가 과열되면서 비만이 아닌 환자에게도 처방이 확산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위고비는 초기 체질량지수(BMI)가 30 이상인 비만 환자에게 처방하도록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A의원의 경우 BMI가 19 이상이면 처방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키 168cm인 만 30세 여성의 경우 체중이 53.7kg 이상이면 위고비 투여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김혜경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의학계에서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다. 미용을 위해 저체중에 가까운 분들이 사용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며 “특히 급속한 체중 감량으로 담석증 같은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식약처는 향후 한 달간 온라인에서의 위고비 불법 유통을 집중 단속할 방침이다. 약국 개설자가 아닌 개인이 위고비를 판매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식약처는 “온라인에서 가짜 약이 거래될 우려가 있고, 약품의 변질과 오염으로 약품 안전성과 효과를 보장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정부가 제주에 상급종합병원을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중증환자들이 원정 진료를 받지 않고 도내에서 최종 치료가 가능하도록 ‘지역 완결적 의료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취지다. 15일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에서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29번째 민생토론회에서 보건복지부는 제주권 상급종합병원 지정 계획을 밝혔다. 인구가 적어 서울과 같은 진료권으로 묶여 있는 제주를 별도 권역으로 분리해 상급종합병원을 지정하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부는 제주도와 같은 지역에도 고난도 중증 응급 진료가 가능한 지역 완결적 필수 의료 체계를 위해 의료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며 “제주도에 상급종합병원이 조속히 지정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전국 상급종합병원은 총 47곳으로, 서울에만 14곳이 있다. 서울과 같은 진료권인 제주는 서울 대형병원들과 경쟁해야 해 상급종합병원 지정이 쉽지 않았다. 종합병원만 6곳이 있다. 그동안 제주 정치권과 의료계에서는 도내 상급종합병원 지정이 필요하다고 꾸준히 주장해 왔다. 제주 정주 인구는 약 70만 명으로 진료권 최소 인구 기준 100만 명에 못 미치지만, 연간 관광객만 지난해 기준 1300만명을 기록하는 등 의료 수요가 충분하다는 이유에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제주 도민 약 14만 명이 원전 진료를 받으러 떠났다.관련 비용만 약 2400억 원에 이른다. 상급종합병원은 종합병원보다 높은 수가(건강보험으로 지급하는 진료비)가 적용돼 경영상 이득이 크다. 다만 진료과목 수, 의사와 간호사 수 등 인력과 시설 등에서 지정 기준을 충족해야 해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 일각에선 의료진의 지역 근무 기피로 상급종합병원 지정 및 유지를 위한 인력 수급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최근 출산율이 바닥을 찍고 반등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결혼과 출산 의향이 있는 2030 여성 비율이 늘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통계청은 지난달 올 7월 출생아 수가 2만601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7.9% 늘며 17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는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8월 31일부터 9월 7일까지 25∼49세 남녀 2592명을 조사한 결과 ‘자녀가 있어야 한다’고 답한 25∼29세 여성이 48.1%로 나타났다고 14일 밝혔다. 3월 29일∼4월 3일 조사에서 같은 답을 한 비율은 34.4%였는데 13.7%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30대 여성도 자녀가 필요하다고 답한 비율이 같은 기간 51.7%에서 57.7%로 6%포인트 높아졌다. 전체 답변자 중 ‘자녀가 있어야 한다’고 답한 비율도 61.1%에서 68.2%로 늘었다.자녀가 없는 남녀 중 ‘출산 의향이 있다’는 답변은 32.6%에서 37.7%로 5.1%포인트 늘었다. 특히 결혼했지만 아직 자녀가 없는 이들의 출산 의향은 50.7%로 3, 4월 조사 때보다 8.3%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에 대한 긍정적 인식도 확산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미혼인 30대 여성 중 ‘결혼 의향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60%로 3, 4월 조사 때보다 11.6%포인트 늘었다. 전체 미혼 남녀 중 ‘결혼 의향이 있다’는 답변도 61%에서 65.4%로 4.4%포인트 높아졌다. 저고위 관계자는 “정부의 6월 저출산 대책 발표, 기업의 출산·육아 지원 확대 등의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저출생 극복을 위해 가장 확대해야 할 정책으로는 응답자의 84.4%가 ‘육아기 유연근무 사용 활성화’를 꼽았다. ‘소아의료 서비스 이용 편의 제고’(83.0%), ‘긴급 돌봄 서비스 확대’(81.3%) 등이 뒤를 이었다. 전문가들은 설문 결과만으로 출산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달라졌다고 보긴 어렵다고 지적한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출산 의향이 실제 출산까지 이어지려면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을 국가와 기업이 더 적극적으로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비만 치료제 ‘위고비’가 15일부터 국내 판매를 시작한다.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가 개발한 위고비는 해외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 유명 인사들이 투약해 유명해졌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두통, 구토 등 부작용이 보고된 만큼 비만 환자에 한해 의사 처방에 따라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며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4주 투약에 70만 원대 될 듯”위고비는 식사 후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GLP-1)과 유사한 성분(세마글루타이드)으로 이뤄져 있다. 이 성분이 뇌 시상하부를 자극해 배고픔을 느끼게 하는 신경을 억제하고 포만감을 유발해 식욕을 억제하는 원리다. 원리는 현재 국내에서 가장 많이 처방하는 비만 치료제 ‘삭센다’와 같지만 효과는 더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위고비는 임상시험 결과 68주 동안 투약했을 때 체중이 평균 14.9%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삭센다의 경우 56주 투약 후 체중 감량 효과가 7.5%인 것과 비교하면 2배가량 효과가 높은 셈이다. 또 삭센다가 매일 주사해야 하는 것과 달리 위고비는 주 1회 팔, 복부, 허벅지 등에 주사하면 된다. 이 같은 장점 때문에 위고비는 2021년 미국 출시 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2022년 10월 머스크 CEO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체중 관리 비결에 대한 질문을 받고 “단식과 위고비”라고 답해 화제가 됐다.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와 할리우드 스타 킴 카다시안도 위고비를 애용한 것으로 알려지며 지난해 전 세계 매출 6조 원을 넘었다. 국내에서도 관심이 높아 지난해 4월 식약처 허가를 받은 후 비만클리닉 등에는 “위고비가 언제 출시되느냐”는 문의가 쇄도했다.국내 출시 가격은 4회 투약분이 37만2000원이다. 하지만 이는 병원 및 약국 공급 가격으로 소비자 가격은 삭센다보다 높은 70만 원대에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비급여 항목이라 병원 및 약국마다 가격이 다를 수 있다. 위고비 용량은 0.25mg부터 2.4mg까지 5종인데 매달 조금씩 용량을 높이며 투약하면 된다. 위고비가 출시되면서 국내 비만 치료제 시장도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국내 비만 치료제 시장은 약 1780억 원 규모인데 현재 삭센다가 37.5%를 차지하고 있다. 외국계 글로벌 제약사 관계자는 “위고비의 대항마로 불리며 같은 GLP-1 계열 비만 치료제인 ‘마운자로’가 올해 8월 식약처 허가를 받은 후 위고비 측이 출시를 서둘렀다고 들었다”며 “시장을 먼저 장악하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마운자로의 경우 72주 차 투약 후 22.5% 체중 감소 효과를 보인 바 있다.● “약물 치료 근본 처방 아냐”위고비는 심혈관 치료제로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동시에 두통, 구토, 설사 등의 부작용도 보고되고 있다. 이 때문에 투약 시 의사 처방이 꼭 필요하다. 처방 대상도 제한돼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위고비는 초기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인 성인 비만 환자와 BMI 27∼30이면서 고혈압 등 동반 질환이 1개 이상인 성인 비만 환자에게만 처방할 수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제2형 당뇨병 환자의 경우 저혈당이나 망막병증 등이 발생할 수 있어 신중하게 투여해야 한다”고도 했다. 의사들은 약물 치료로 단기간 효과를 볼 순 있지만 언제까지나 투약을 할 순 없는 만큼 생활습관 개선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박경희 한림대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생활습관을 고치지 않으면 약을 끊은 후 요요 현상 때문에 원래 체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최호천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가정의학과 교수도 “비만 관리를 위해선 올바른 식습관과 꾸준한 활동량 증가가 필수이고 스트레스 관리와 충분한 수면도 중요하다”며 “약물은 보조적인 역할일 뿐”이라고 조언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지난해 수련병원 16곳이 ‘주 1회 휴식’도 주지 않는 등 규정을 위반하며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를 혹사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서명옥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수련병원 220곳 중 수련 규칙을 준수하지 않은 곳은 16곳으로 조사됐다. 위반 사유로는 ‘주 1일 휴일’을 부여하지 않은 곳이 10곳으로 가장 많았다. 또 4주 평균 주당 최대 수련시간(80시간)을 위반한 곳이 9곳, 최대 연속 수련시간 36시간을 넘긴 곳이 8곳이었다. 수련병원 7곳은 4주 평균 야간 당직 3일 초과 금지 규정을 지키지 않았고, 5곳은 수련 간 최소 휴식 시간(10시간)을 부여하지 않았다.하지만 전공의들은 실제 수련환경은 정부 조사보다 더 열악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2022년 대한전공의협의회 실태조사에서 응답자 1984명 중 52%가 “4주 평균으로 주당 80시간을 초과해 일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연차가 낮은 인턴은 75.4%가 같은 답변을 했다. 전공의들은 올 2월 의대 증원에 반대하며 대부분 병원을 떠난 상태다. 이들은 정부에 대한 불신과 함께 정당한 대가를 주지 않고 혹사시킨 수련병원과 의대 교수에 대해서도 불만을 드러내며 의정 협의 테이블에 나오지 않고 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최근 출산율이 바닥을 찍고 반등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결혼과 출산 의향이 있는 2030 여성 비율이 늘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통계청은 지난달 올 7월 출생아 수가 2만601명으로 전년 동원 대비 7.9% 늘며 17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는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8월 31일부터 9월 7일까지 25~49세 남녀 2592명을 조사한 결과 ‘자녀가 있어야 한다’고 답한 25~29세 여성이 48.1%로 나타났다고 14일 밝혔다. 3월 29~4월 3일 조사에서 같은 답한 비율은 34.4%였는데 13.7%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30대 여성도 자녀가 필요하다고 답한 비율이 같은 기간 51.7%에서 57.7%로 6%포인트 높아졌다. 전체 답변자 중 ‘자녀가 있어야 한다’고 답한 비율도 61.1%에서 68.2%로 늘었다.자녀가 없는 남녀 중 ‘출산 의향이 있다’는 답변은 32.6%에서 37.7%로 5.1%포인트 늘었다. 특히 결혼했지만 아직 자녀가 없는 이들의 출산 의향은 50.7%로 3, 4월 조사때보다 8.3%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결혼에 대한 긍정적 인식도 확산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미혼인 30대 여성 중 ‘결혼 의향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60%로 3, 4월 조사 때보다 11.6%포인트 늘었다. 전체 미혼남녀 중 ‘결혼 의향이 있다’는 답변도 61%에서 65.4%로 4.4%포인트 높아졌다. 저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6월 저출산 대책을 발표하고 기업이 출산·육아 지원을 확대하는 등의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저출생 극복을 위해 가장 확대해야 할 정책으로는 응답자의 84.4%가 ‘육아기 유연근무 사용 활성화’를 꼽았다. ‘소아의료 서비스 이용 편의 제고’(83.0%), ‘긴급 돌봄 서비스 확대’(81.3%) 등이 뒤를 이었다.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설문 결과만으로 출산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달라졌다고 보긴 어렵다고 지적한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응답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추세를 보는 게 중요하다”며 “출산 의향이 실제 출산까지 이어지려면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환경을 국가와 기업이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비만치료제 ‘위고비’가 15일부터 국내 판매를 시작한다.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가 개발한 위고비는 해외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 유명 인사들이 투약해 유명해졌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두통, 구토 등 부작용이 보고된 만큼 비만 환자에 한해 의사 처방에 따라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며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4주 투약에 70만 원대 될 듯”위고비는 식사 후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GLP-1)과 유사한 성분(세마글루타이드)으로 이뤄져 있다. 이 성분이 뇌 시상하부를 자극해 배고픔을 느끼게 하는 신경을 억제하고 포만감을 유발해 식욕을 억제하는 원리다.원리는 현재 국내에서 가장 많이 처방하는 비만치료제 ‘삭센다’와 같지만 효과는 더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위고비는 임상시험 결과 68주 동안 투약했을 때 체중이 평균 14.9%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삭센다의 경우 56주 투약 후 체중 감량 효과가 7.5%인 것과 비교하면 2배가량 효과가 높은 셈이다. 또 삭센다가 매일 주사해야 하는 것과 달리 위고비는 주 1회 팔, 복부, 허벅지 등에 주사하면 된다.이 같은 장점 때문에 위고비는 2021년 미국 출시 후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2022년 10월 머스크 CEO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체중 관리 비결에 대한 질문을 받고 “단식과 위고비”라고 답해 화제가 됐다.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와 할리우드 스타 킴 카다시안도 위고비를 애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관심이 높아 지난해 4월 식품처 허가를 받은 후 비만클리닉 등에는 “위고비가 언제 출시되느냐”는 문의가 쇄도했다.국내 출시 가격은 4회 투약할 수 있는 펜 주사기 하나가 37만2000원이다. 하지만 이는 병원 및 약국 공급 가격으로 소비자 가격은 삭센다보다 높은 70만 원대에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비급여 항목이라 병원 및 약국마다 가격이 다를 수 있다. 위고비 용량은 0.25mg부터 2.4mg까지 5종인데 펜 주사기 하나를 한 달 동안 쓰면서 조금씩 용량을 높이며 투약하면 된다.위고비가 출시되면서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도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은 약 1780억 원 규모인데 현재 삭센다가 37.5%를 차지하고 있다. 외국계 글로벌 제약사 관계자는 “위고비 대항마로 불리며 같은 GLP-1 계열 비만치료제인 ‘마운자로’가 올해 8월 식약처 허가를 받은 후 위고비 측이 출시를 서둘렀다고 들었다”며 “시장을 먼저 장악하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마운자로의 경우 72주 차 투약 후 22.5% 체중 감소 효과를 보인 바 있다.●“약물 치료 근본 처방 아냐”위고비는 심혈관 치료제로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동시에 두통, 구토, 설사 등의 부작용도 보고되고 있다. 이 때문에 투약 시 의사 처방이 꼭 필요하다.처방 대상도 제한돼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위고비는 초기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인 성인 비만환자와 BMI 27~30이면서 고혈압 등 동반 질환이 1개 이상인 성인 비만환자에게만 처방할 수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제2형 당뇨병 환자의 경우 저혈당이나 망막병증 등이 발생할 수 있어 신중하게 투여해야 한다”고도 했다.의사들은 약물 치료로 단기간 효과를 볼 순 있지만 언제까지나 약을 투약할 순 없는 만큼 생활습관 개선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박경희 한림대 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생활습관을 고치지 않으면 약을 끊은 후 요요현상 때문에 원래 체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최호천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가정의학과 교수도 “비만 관리를 위해선 올바른 식습관과 꾸준한 활동량 증가가 필수이고 스트레스 관리와 충분한 수면도 중요하다”며 “약물은 보조적인 역할일 뿐”이라고 조언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올해 2월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상당수가 수련병원 복귀 대신 사직을 선택하면서 내년 초 전문의 자격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전공의 수가 올해의 2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내년 신규 전문의 배출이 급감하면서 세부 전공을 이수하는 전임의(펠로) 부족 및 의료 공백 확산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전진숙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내년 초 전문의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레지던트 3, 4년 차는 총 576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병원을 떠나지 않거나 상반기에 복귀한 전공의 1327명 중 수료 연차 마지막 해(전공에 따라 레지던트 3년 차 또는 4년 차)인 전공의 553명과 9월 하반기 수련 때 복귀한 수료 연차 전공의 23명을 더한 것이다. 올해 초 전문의 시험에 2782명이 응시해 2727명(98%)이 최종 합격한 것과 비교해 보면 수료 연차 전공의가 내년도 전문의 시험에 모두 응시하더라도 응시자 수는 전년 대비 20.7%에 불과할 전망이다. 또 내년도 전문의 시험 응시자가 모두 합격하더라도 전문의 배출은 5분의 1로 급감하게 된다. 전문의 시험에 응시 가능한 레지던트를 전공별로 보면 가정의학과가 96명으로 가장 많았고, 내과(91명), 정형외과(61명), 정신건강의학과(40명) 등이 뒤를 이었다. 또 핵의학과가 2명으로 수료 연차 레지던트가 가장 적었다. 전문의 배출 절벽은 필수과에 상대적으로 더 큰 타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산부인과는 수료 연차 전공의가 12명으로 지난해 전문의 시험 응시자(114명)의 10.5%에 불과했다. 신경외과는 12명으로 전년 대비 12.8%, 소아청소년과는 26명으로 전년 대비 19.7%, 응급의학과는 33명으로 전년 대비 19.5%에 그쳤다. 전문의 배출이 급감하면 내년도 전임의 지원자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수도권의 한 상급종합병원장은 “올해는 전임의가 복귀하며 이탈한 전공의 공백을 어느 정도 메워 줬는데, 내년에는 이마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자칫 필수과 세부 전공의 맥이 끊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 대형 병원의 한 필수과 교수도 “젊은 의사들은 전임의나 교수가 되는 것에 회의적인 분위기”라며 “정부는 상급종합병원을 전문의 중심으로 바꾸겠다지만 전문의 배출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했다. 전 의원은 “올해 2월부터 이어진 의료 공백이 내년 의료 붕괴로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의정 대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최근 5년간 전국에서 동네 정형외과가 10곳 늘어날 때 소아청소년과는 1곳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7월 기준으로 전국 의원급 정형외과는 2645곳에 달했다. 이는 2019년 2173곳 대비 472곳(21.7%) 늘어난 것이다. 의사 사이에서 정형외과와 함께 인기 과로 꼽히는 성형외과 역시 같은 기간 1011곳에서 1183곳으로 172곳(17%) 늘었다. 반면 소아청소년과는 같은 기간 2228곳에서 2182곳으로 46곳(2.1%) 줄었다. 의료계에선 “저출산 심화로 수요가 줄고 상대적으로 보상이 적은 탓”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진료과별 매출을 보더라도 소아청소년과는 인기 과의 3분의 1가량에 불과했다. 올 1∼7월 비급여 항목을 제외한 총진료비를 보면 소아청소년과는 1곳당 평균 2억8400만 원이었다. 반면 안과는 같은 기간 평균 8억5600만 원, 정형외과는 평균 6억7700만 원으로 각각 소아청소년과의 3배, 2.4배에 달했다. 한편 성형외과는 급여 매출액이 평균 3200만 원에 그쳤는데 이는 진료과 특성상 비급여 항목 비중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비급여 진료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병원에서 가격을 자유롭게 책정하며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반면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대부분이 급여 항목임에도 수가 지급액이 인기 과와 차이가 컸다. 김 의원은 “미용 의료보다 낮은 보상과 비급여 시장 확대로 필수의료 기피 및 개원가 인기 과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며 “공정한 보상을 위한 제도 개혁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최근 5년간 전국에서 동네 정형외과가 10곳 늘어날 때 소아청소년과는 1곳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7월 기준으로 전국 의원급 정형외과는 2645곳에 달했다. 이는 2019년 2173곳 대비 472곳(21.7%) 늘어난 것이다. 의사 사이에서 정형외과와 함께 인기 과로 꼽히는 성형외과 역시 같은 기간 1011곳에서 1183곳으로 172곳(17%) 늘었다.반면 소아청소년과는 같은 기간 2228곳에서 2182곳으로 46곳(2.1%) 줄었다. 의료계에선 “저출산 심화로 수요가 줄고 상대적으로 보상이 적은 탓”이란 분석이 나온다.실제로 진료과별 매출을 보더라도 소아청소년과는 인기 과의 3분의 1가량에 불과했다. 올 1~7월 비급여 항목을 제외한 총 진료비를 보면 소아청소년과는 1곳당 평균 2억8400만 원이었다. 반면 안과는 같은 기간 평균 8억5600만 원, 정형외과는 평균 6억7700만 원으로 각각 소아청소년과의 3배, 2.4배에 달했다. 한편 성형외과는 급여 매출액이 평균 3200만 원에 그쳤는데 이는 진료과 특성상 비급여 항목 비중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비급여 진료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병원에서 가격을 자유롭게 책정해 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반면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대부분이 급여 항목임에도 수가 지급액이 인기 과와 차이가 컸다. 김 의원은 “미용 의료보다 낮은 보상과 비급여 시장 확대로 필수의료 기피 및 개원가 인기 과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며 “공정한 보상을 위한 제도 개혁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올 2월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상당수가 수련병원 복귀 대신 사직을 선택하면서 내년 초 전문의 자격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전공의 수가 올해의 2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전문의 배출이 급감하면서 세부 전공을 이수하는 전임의(펠로) 공급 절벽이 나타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전진숙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내년 초 전문의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레지던트 3, 4년차는 576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 3월 임용 후 병원을 떠나지 않은 전공의 1327명 중 수료 연차 마지막 해인 레지던트 553명과 9월부터 복귀한 수료 예정 연차 레지던트 23명을 더한 것이다. 올해 초 전문의 시험에는 2782명이 응시해 2727명(98%)이 최종 합격했는데, 응시 가능한 레지던트 모두가 응시해 합격하더라도 전문의 배출이 5분의 1로 급감하게 된다. 전문의 시험에 응시 가능한 레지던트를 전공별로 보면 가정의학과가 96명으로 가장 많았고, 내과 91명, 정형외과 61명, 정신건강의학과 40명 순이었다. 수료 예정 연차 레지던트가 적은 과목은 핵의학과 2명, 방사선종양학과 3명 등이이었다. 전문의 배출 절벽은 필수과에서 더 큰 타격이 될 전망이다. 산부인과는 전문의 시험 응시자가 지난해 114명에서 12명(10.5%)으로 급감하게 됐다. 신경외과는 94명에서 12명(12.8%), 소아청소년과는 132명에서 26명(19.7%)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전문의 배출이 급감하면 내년도 전임의 지원자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수도권의 한 상급종합병원장은 “올해는 전임의가 복귀해 전공의 공백을 어느 정도 메워줬는데, 내년에는 이마저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장기적으로 세부 전공의 맥이 끊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전 의원은 “2월부터 이어진 의료공백이 내년엔 본격적인 의료붕괴로 심화될 것”이라며 “조속히 의정 대화의 물꼬를 터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