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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도 없는데…. 다음에 만나죠.” 행정안전부 간부 A 씨는 최근 국회를 찾았다가 의원실 앞에서 발길을 돌렸다. 정책 설명을 위해 잡은 면담이 갑자기 취소된 것이다. 올 2월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직무가 정지된 후 종종 겪는 일이라고 했다. A 씨는 “지난해만 해도 실세 부처라며 먼저 챙겨주는 의원도 있었는데 최근엔 장관 직무대행(차관)이 간다고 해도 안 만나준다”며 “부모 없는 심정이 이런 건가 싶다”고 했다. 정부 조직과 지방자치를 담당하는 행안부는 ‘부처 위의 부처’로 불린다. 특히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인 이 장관이 부임하면서 그 위상은 더 높아졌다. 공직사회에선 올해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입주 과정을 놓고 ‘행안부의 파워를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행안부가 기획재정부(5∼9층)를 제치고 로열층(10∼14층)을 차지하자 “이번 정부에선 기재부 위에 행안부가 있다”는 말이 돈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행안부의 자신감 있는 행보를 보기 어려워졌다. 장관 부재가 장기화되면서 공백이 나타나고, 그 영향이 다른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등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특별교부세 교부 지연이 대표적인 사례다. 행안부는 대선 등 정치 이벤트가 없는 해에는 경제 상황을 고려해 매년 3∼5월 조기 특별교부세를 지자체에 나눠 줬다. 지자체엔 민생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단비 같은 돈이었다. 예년 같았으면 이미 교부됐을 시기지만 올해는 최근에야 지자체로부터 신청을 받았다. 지자체 예산 수요를 조율할 장관이 사라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방 경제가 최악인데 교부금을 언제 줄 거냐는 지자체 민원이 폭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생 법안도 상당수가 표류 중이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후속으로 추진되던 국가안전시스템 개편 종합대책 관련 법안 40여 건 중에 통과된 건 단 6건뿐이다. 특히 핵심 법안인 주최자가 불분명한 축제 행사에 대해 지자체장에게 관리의무를 부여하는 재난안전법은 논의조차 안 되고 있다. 행안부의 한 공무원은 “야당이 ‘장관 복귀 후 논의하자’는 식이라 답답하다”고 했다. 행안부발(發) 국정 공백 사례는 그 밖에도 많다. 윤 대통령의 ‘3+1’ 개혁 과제 중 하나인 범부처 과제 ‘정부 혁신’도 표류 중이다. 행안부 장관이 간사 역할을 하는 국민통합위원회,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도 개점휴업 상태다. 한편 헌법재판소의 탄핵소추 절차는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탄핵소추안 국회 의결 후 최종 선고까지 64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92일이 각각 걸렸지만 이 장관은 90일 만인 9일 첫 변론이 시작됐다. 이대로라면 법에 규정된 180일을 모두 채운 8월에나 선고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행안부 장관 부재는 부처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 행안부의 기능 저하는 다른 부처, 지자체 등 국정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 피해가 오롯이 국민의 몫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헌재는 판결을 서둘러야 하고, 정부는 국정 공백을 줄이기 위한 노력에 더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유근형 사회부 차장 noel@donga.com}
“가스 폭발 등 2차 피해로 이어지면 큰일입니다.” 지난달 11일 강원 강릉에서 초대형 산불이 발생했을 때 재난 컨트롤타워인 행정안전부는 화재 진압을 지휘하는 동시에 2차 피해 우려 지역을 점검했다. 그리고 폭발 가능성이 있는 가스회사 등에 산불 피해 지역과의 거리, 불길 확산 속도 등을 실시간 공유했다. 산불 확산 상황을 공유받은 SK가스는 주변 가스충전소와 사업장 등 1574곳에 통보해 밸브 잠금, 용기 이동, 대기 중 가스 버림 등 안전조치를 즉각 취하도록 했다. 그 결과 일부 재산 피해는 발생했지만 가스 폭발 등 2차 피해는 막을 수 있었다. 정부는 이처럼 공공·민간 데이터를 분석해 재난 상황에서 피해가 발생하기 전 선제적으로 관계기관과 업체에 전달하는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각 기관과 업체가 재난 안전 데이터를 얻기 위해 관련 웹사이트를 일일이 방문해야 했지만, 정부가 선제적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으로 진화 중인 것이다. 행안부는 올 3월 기관별로 분산 관리되는 각종 재난 안전 데이터를 재난 유형별로 수집, 연계, 공유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현재 지진과 감염병 등 재난 10종의 데이터와 관련된 시스템을 구축했는데 2024년까지 재난 57종을 다룰 수 있도록 확장할 계획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기관·업체뿐 아니라 국민 개인도 스마트폰을 통해 맞춤형 재난 정보를 제공받고 위험이 다가오기 전 사전 대피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재난 대비를 위해 도시침수지도도 만들었다. 빗물처리시설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폭우가 발생했을 때 피해가 예상되는 침수 범위와 높이를 예측해 관계 기관 등에 전달하는 시스템이다. 현재 홍수에 취약한 읍면동 1654곳 중 607곳(약 37%)을 대상으로 제작을 마쳤으며 2024년까지 모두 제작을 완료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상기후 증가로 국지성 집중호우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산사태 우려가 큰 지역 주민들에게 예측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처음엔 잘못 본 줄 알았어요.” 지난달 20일 오후 11시 반경 충남 금산군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밤늦게 차를 운전해 귀가하던 회사원 이관범 씨(52)는 주차장에 진입하다 차를 세웠다. 주차장 입구 쪽에 세워진 1t 트럭에서 불길이 치솟으면서 주차장 천장으로 번지고 있었던 것. 설상가상으로 트럭 맞은편에는 전기차 충전기가 있었다. 서둘러 불길을 잡지 않으면 주차장 전체로 불이 번질 것으로 보였다. 이 씨는 문득 자신의 승합차 트렁크에 차량용 소화기가 있다는 걸 떠올렸다. 119에 신고한 후 곧바로 소화기를 꺼내 분사를 시작했다. 내심 ‘소화기 한 대로 불이 잡힐까’ 싶었지만 약 1분 만에 불길이 잦아들기 시작했다. 현장에 출동한 금산소방서 관계자는 “차량 화재 골든타임은 불이 난 후 5분이다. 이 씨의 차량용 소화기 덕분에 큰 사고를 막았다”며 감사를 표했다.● “화재 초기 소화기는 소방차 한 대 위력”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해 차량 화재로 인한 사상자는 219명, 재산 피해는 약 641억 원에 달했다. 최근 5년 중 가장 피해가 컸다. 소방청 관계자는 “등록 차량이 늘면서 노후 차량과 전기차 등 신형 모빌리티가 동시에 증가한 탓”이라고 했다. 차량 화재는 초기 대응에 실패할 경우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9월 7명의 사망자를 낸 대전 유성구 현대프리미엄아울렛 화재는 지하주차장에서 시동을 켠 채 정차해 있던 1t 화물차의 배기구가 과열돼 불이 붙으며 시작됐다. 지난해 12월 발생한 경기 과천시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화재 역시 5t 폐기물 운반용 집게 트럭에서 시작된 불이 터널로 번지며 5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소방당국은 화재 초기 진압에 가장 중요한 것이 차량용 소화기라고 지적한다.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의 실험에 따르면 차량 엔진룸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3∼5분 만에 엔진룸 내부 전체로 불길이 번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분이 지나자 엔진룸을 넘어 운전석으로까지 불길이 확산됐다. 한 시간가량 지나면 차량은 전소돼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가 됐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차량용 소화기가 있으면 소방차 현장 도착 전 조기 진화에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 차량용 소화기를 ‘차 안의 최종 보험’이라고 부르는 이유”라고 했다. 소방청에 따르면 7인승 이상 차량에 비치되는 차량용 소화기는 평균 무게 0.7kg, 높이 24cm가량이다. 용량은 일반 분말 소화기(무게 3.3kg, 높이 38cm)의 20%에 불과하지만 진화 능력은 일반 소화기의 3분의 1 이상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최근 나오는 소화기는 소형화·첨단화돼 초기 진화 때 소방차 한 대 이상의 위력을 발휘한다”며 “차량 화재뿐 아니라 일반 건물 화재 상황에서도 약 100㎡ 면적(약 30평)까지 진화가 가능하다”고 했다. 차량용 소화기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분말형 또는 스프레이형을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최근에는 소화기와 탈출용 망치 등으로 구성된 차량용 화재안전키트도 판매되고 있다.● “차량용 소화기 설치 전 차종으로 확대해야” 차량용 소화기의 효과는 이미 다양한 현장에서 입증됐다. 지난해 10월 충남 아산시의 한 도로에서 불이 붙은 트럭을 보고 지나가던 덤프트럭 차주가 자신의 차량용 소화기를 꺼내 진압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덤프트럭 차주의 활약으로 소방차 현장 도착 전 불길이 모두 잡혔고, 화재 차량에 실린 2억 원 상당의 건설 기계도 무사했다. 지난해 5월에는 경남 창원의 완암터널 입구에서 침대 매트리스를 싣고 운행하던 트럭에서 불이 발생했는데, 운전자가 지나가던 탱크로리 운전자로부터 차량용 소화기를 구해 화재를 초기에 진화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차량용 소화기 설치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법에 따르면 7인승 이상 차량은 지금도 차량용 소화기를 의무 설치해야 한다. 실제로 해당 차종은 이미 신차 출고 때 차량용 소화기가 설치된 채로 운전자에게 인도된다. 그럼에도 매년 1만5000대 이상이 정기검사 때 소화기를 설치하지 않았거나, 유통기한이 지난 소화기를 설치했거나, 설치 방법이 기준과 다르다는 이유로 시정권고를 받고 있다. 일부 운전자는 과태료 등 처벌조항이 없다는 이유로 시정권고를 무시하기도 한다. 또 내년 12월부터 차량용 소화기 의무 설치 대상이 5인승 이상 차량으로 확대되는데 여전히 상당수 국민이 이 사실을 모르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차량용 소화기 의무 설치 대상이 바뀐다는 점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면서 동시에 설치하지 않을 경우 처벌 규정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 자동차 정기검사 때 시정권고로 돼 있는 규정을 강화해 의무 설치 대상이 규정을 어겼을 경우 검사에서 통과시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5인승 차량까지 설치 의무가 확대되는 건 다행이지만 여전히 화재 발생 가능성이 높은 2인승 스포츠카 등은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니다”라면서 “대국민 홍보를 강화하는 동시에 중장기적으로 의무 설치 대상을 전 차량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기차, ‘배터리 열폭주’로 진화 10배 힘들어 이동식 침수조 전국 44개뿐설치에 15분 걸려 진화 어려움소방硏, 상방향 방사장치 개발“배터리 불길 16분 만에 잡혀” 최근 전기차 화재 발생이 늘면서 이를 효과적으로 진화하기 위한 소방 당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2017년 1건이던 전기차 화재는 2020년 11건, 2021년 24건, 2022년 44건 등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그런데 소방관 사이에선 “전기차 화재 진화에는 일반 차량 10배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바로 ‘열 폭주 현상’ 때문이다. 내연기관 자동차와 달리 전기차에는 고전압 배터리팩이 장착돼 있다. 불이 붙으면 이 배터리팩에 사용되는 리튬이온배터리에서 열이 치솟으며 열 폭주 현상이 발생한다. 배터리 온도가 1000도까지 오르고,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산소와 가연성 가스가 발생한다. 그러다 보니 물을 뿌려도 불이 되살아나고 공기 공급을 차단하는 질식 소화도 큰 효과를 못 낸다. 최근 소방청은 전기차 화재가 발생할 경우 이동식 침수조를 활용하고 있다. 차량을 수조에 통째로 넣어 하부의 배터리팩을 냉각시키는 방식이다. 그런데 예산 등의 문제로 현재 전국 소방서에 구비된 이동식 침수조는 44개뿐이다. 또 현장에 이동식 수조를 설치하고 물을 채우는 데 10∼15분이 걸려 화재 진화의 골든타임을 놓치기 쉽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차량 아래로 바퀴가 달린 분사장치를 밀어 넣는 방식이 국내외에서 주목받고 있다. 국립소방연구원도 최근 전기차 전용 ‘상방향 방사장치’를 개발하고, 전기차 배터리 30개에 불을 붙이는 방식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불이 나자마자 열 폭주가 시작됐고, 8분 만에 배터리 전체가 불꽃에 휩싸였다. 이때 미리 배터리 밑에 넣어둔 상방향 방사장치를 가동해 물을 뿜었더니 약 16분 만에 불길이 잡혔다. 소방연구원 관계자는 “기존 전기차 화재 시 진화하는 데 7, 8시간까지도 걸렸다. 상방향 방사장치의 효과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다만 상방향 방사장치 역시 한계가 없는 건 아니다. 장치의 부피가 커지면 기존 소방차에 싣기 어려울 수 있다. 소방연구원 관계자는 “올 3월 전국 소방서에 상방향 방사장치 안내서를 배포해 각 서 차원에서 현장 상황에 맞게 준비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 특별취재팀▽ 팀장 유근형 사회부 차장 noel@donga.com▽ 한재희(산업1부) 이축복(산업2부) 신아형(경제부) 윤다빈(국제부) 송유근 전혜진(사회부) 기자 특별취재팀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한재희 기자 hee@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송유근 기자 big@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미국 뉴욕에서 사업을 하는 박영진 씨(55)는 최근 업무 때문에 주민등록등본이 급하게 필요한 일이 생겼다. 하지만 국내 통신사에 가입된 휴대전화가 없는 탓에 온라인으로 본인인증과 인증서 발급이 안 돼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결국 직접 재외공관을 찾아 신청서를 작성했고, 검토 후 서류를 발급받는 데 며칠이 소요됐다. 박 씨는 “해외에 체류하는 경우 서류 한 장 받을 때도 절차가 복잡하고 오래 걸린다”며 불편을 호소했다. 정부는 이 같은 재외국민들의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최근 디지털 영사민원시스템 구축 방침을 밝혔다. 여권정보, 해외체류정보 등을 활용해 재외국민도 본인인증을 할 수 있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국내에 머무는 사람들과 비슷한 수준의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목표다. 이 같은 행정혁신 사례는 행정안전부가 올해 추진 중인 ‘2023년 정부혁신 종합계획’에 담겼다. 정부는 종합계획에 모두가 편한 서비스 정부, 데이터 기반 애자일(Agile) 정부, 소통·협력하는 선제적 정부 등 3대 전략과 9대 중점과제를 포함시켰다. 가장 먼저 나이, 국적, 장애 유무, 장소에 상관없이 누구나 공공서비스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유니버설 디자인’을 공공서비스에 적용하기로 했다. 단순히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차원을 넘어 모든 사람의 편안함을 추구하겠다는 취지다. 예컨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기 위해 지금까지 계단 옆에 경사로를 만들고 자동문을 설치했다면, 앞으로는 아예 공공기관의 문턱을 없애 모든 사람을 배려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인구구조의 변화에 따른 조치이기도 하다. 국내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고령자는 약 900만 명(전체의 17.5%), 장애인은 약 260만 명(5.1%)에 달한다. 행안부 관계자는 “단순 배려의 차원으로는 공공 서비스의 혁신에 한계가 있다. 이제 모두를 포용하고 공존하는 대한민국을 위해 유니버설 디자인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유니버설 디자인의 대표 사례가 국가신분증 표준안 마련이다. 최근 국내 체류 외국인이 크게 늘면서 언어 정보 격차도 커졌다. 지금은 신분증마다 표기 가능 글자 수에 제한이 있다 보니 이름이 긴 외국인은 신분증에 성명의 일부만 표기되는 일이 생긴다. 이 때문에 신분증이 신원 확인 기능을 제대로 못하는 일이 적지 않다고 한다. 행안부 관계자는 “국내 거주 외국인에게도 내국인과 비슷한 수준의 행정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며 “세계 최고 수준의 공공서비스를 지향해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일상에서 변화를 체감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전남 순천시 별량면 구룡리 일대 국도 2호선은 교통 위반 및 사고 발생이 잦다. 감속 등 교통안전 표지판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게 문제다.” 인공지능(AI) 교통사고 예측 시스템인 ‘T-세이퍼’가 과거 주행 데이터를 분석해 내놓은 ‘4월 교통사고 위험 분석 보고서’ 내용이다. T-세이퍼는 해당 지역의 교통사고 데이터, 교통시설 정보, 보행 데이터 등을 결합해 사고 요인을 약 40가지로 분류한 뒤 대안까지 제시해 준다. 한국교통안전공단과 KAIST가 함께 개발한 T-세이퍼는 최근 5년간 사업용 자동차 약 7000대에 부착돼 있던 디지털 운행 기록장치(DTG) 데이터 2억 건을 AI로 분석해 지역별 사고 위험도를 예측하고 있다. T-세이퍼의 예측은 얼마나 정확할까. 기자는 한국교통안전공단과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의 순천 국도 2호선 현장점검에 동행했다. 그런데 점검에선 T-세이퍼가 지적한 문제들이 현장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먼저 감속이 필요해 보이는 교차로와 건널목 등 곳곳에 안전 표지판이 부족했다. 차량 정지선이 횡단보도와 2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급정지도 자주 발생했다. 교차로도 십자가 모양이 아니라 X자형이어서 운전자들이 혼란을 겪을 가능성이 커 보였다. 교통공단 관계자는 “T-세이퍼가 순천 일대 도로의 문제점을 비교적 정확하게 잡아냈다”며 “예전에는 도로 현장점검에 최소 3명이 필요했지만 이제 T-세이퍼가 미리 준 데이터를 기반으로 1명이 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지난해 8월 도입된 T-세이퍼는 실제로 교통사고를 줄이는 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해 T-세이퍼가 도입된 국도 17호선(전남 여수∼순천)의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15%가량 줄었다. 노시웅 전남경찰청 경위는 “지자체에선 교통 업무 담당자가 자주 바뀌는데 T-세이퍼가 단기간에 교통 업무 이해도를 높이는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통공단은 T-세이퍼를 약 10억 원에 해외로 수출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T-세이퍼 개발에 참여한 여화수 KAIST 건설및환경공학과 교수는 “의료비, 차량 복구비, 교통사고 처리비 등 사고 해결 비용이 해외의 경우 건당 약 39억 원 든다는 분석이 있다”며 “T-세이퍼의 사고 예방 기능을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매우 클 것”이라고 말했다. T-세이퍼가 지금보다 더 충실한 역할을 하기 위해선 지방자치단체들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컨대 T-세이퍼가 ‘도로 폭이 좁아 유턴 시 사고 위험이 크다’고 지적할 경우 지자체가 예산을 들여 민간 땅을 매입한 후 도로 폭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장구중 국토교통부 교통안전정책과장은 “AI가 아무리 정확하게 사고를 예측해도 지자체 등의 투자 없이는 한계가 분명하다”며 “진정한 교통안전 강국으로 가기 위해선 보다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특별취재팀▽ 팀장 유근형 사회부 차장 noel@donga.com▽ 한재희(산업1부) 이축복(산업2부) 신아형(경제부) 윤다빈(국제부) 송유근 전혜진(사회부) 기자 특별취재팀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한재희 기자 hee@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송유근 기자 big@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전북 남원시 산동면 대기리에 사는 김광태 씨(51)는 3년 전 어머니를 교통사고로 잃었다. 김 씨는 “어머니가 장을 보고 귀가하면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시속 80km로 달려오는 차량에 치였다”며 “마을에 가로등이 부족해 해가 지면 칠흑같이 어두워진다. 밤에는 목숨을 걸고 횡단보도를 건너야 했다”고 말했다. 더구나 이 마을은 가운데 직선 도로가 관통해 빠르게 달리는 차량이 많다. 또 마을 주민 상당수가 노인이다 보니 반응 속도가 늦어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마을은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보행자가 중상을 입거나 사망한 사고가 3건이나 발생해 한국교통안전공단의 사고다발지점으로 분류됐다.● 스마트 횡단보도 도입 후 속도 14% 줄어하지만 지난해 12월 스마트 인공지능(AI) 횡단보도가 설치되면서 마을 풍경이 완전히 달라졌다. 보행자가 스마트 횡단보도에 진입하면 폐쇄회로(CC)TV가 인지하고 조명이 켜져 횡단보도를 환하게 밝힌다. 운전자가 횡단보도 400m 전에도 보행자를 눈으로 인식할 수 있을 정도다. 운전자를 향해선 초록색 경고등이 켜진다. 경고등은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완전히 통과한 후에야 꺼진다. 일반인보다 걸음걸이가 느린 노인들도 안심하고 횡단보도를 건널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스마트 횡단보도는 보행자 안전 수준을 크게 높였다.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이 지역에 스마트 횡단보도를 도입한 후 차량 평균 주행 속도가 5.4% 줄었다. 횡단보도 전 1km에서 보행자를 인식하고 횡단보도 앞에서 차량이 정지할 때까지의 평균 속도는 14.1%나 감소했다. 유장홍 대기리 이장(72)은 “25t 대형 트럭이 인근 채석장을 드나들어 사고 위험이 컸는데 스마트 횡단보도 설치 후 트럭들이 서행하는 등 효과가 크다”며 “주민들도 마음 놓고 길을 건널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스마트 횡단보도는 AI 기술로 보행자의 움직임을 정교하게 포착한다. 이미 약 20만 장의 사진을 통해 차량과 사람의 움직임을 학습했다. 횡단보도에 공을 굴리거나 물건을 던지면 경고등이 켜지지 않는다. 사람이 없음에도 경고등이 켜져 운전자에게 불편을 주지 않게 한 것이다. 또 AI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 정밀하게 보행자를 인식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마을주민보호구간’ 법제화 필요성도일각에선 국도와 지방도가 통과하는 마을을 ‘마을주민보호구간’으로 법제화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처럼 첨단기술을 활용해 각종 안전장치를 의무화하는 구역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이는 도로변 지방 마을이 도심보다 더 많은 교통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경찰청과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 등에 따르면 도로변 마을의 자동차 평균 주행 속도는 시속 72.3km로 제한속도(시속 60km)보다 높다. 이 때문에 2021년 교통사고 사망자(2916명)의 36.8%(1073명)가 국도와 지방도에서 발생했다. 국도의 경우 차량이 속도를 많이 내기 때문에 교통사고 발생 시 치사율이 7.4%로 전체 평균(2.8%)의 2.6배나 된다. 마을주민보호구간이 법제화되면 해당 지역 교통사고 감소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2015년부터 마을주민보호구간 시범사업을 진행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 제도를 시행한 지역의 교통사고 건수는 평균 24.3%, 사망자 수는 50.1% 감소했다. 임재경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보호구간을 설정한 후 민원이 제기된다는 이유로 다시 해제하는 걸 막기 위해선 법제화를 통해 구속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도 개선과 운전자의 인식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상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첨단 기술이 도입되더라도 부주의한 운전이 이어지면 큰 효과를 내기 어렵다”며 “안전교육을 강화해 운전자가 자연스럽게 보행자의 안전을 먼저 살피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 특별취재팀▽ 팀장 유근형 사회부 차장 noel@donga.com▽ 한재희(산업1부) 이축복(산업2부) 신아형(경제부) 윤다빈(국제부) 송유근 전혜진(사회부) 기자 특별취재팀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한재희 기자 hee@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송유근 기자 big@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올해 예산의 4분의 1을 현금성 복지에 투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예산 중 40% 이상을 현금성 복지에 쓰는 기초지자체도 29곳이나 됐다. 주민들에게 각종 수당이나 지원금 등의 명목으로 나눠주는 현금성 복지 예산은 지자체의 재정 건전성을 악화시키는 주범으로 지적된다.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국회부의장)이 26일 행정안전부와 한국지역정보개발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기초지자체 227곳은 올해 총예산(199조4270억 원)의 약 25%인 50조2786억 원을 현금성 복지에 편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지자체 예산 중 현금성 복지 규모를 분류해 공개한 건 처음이다. 전국 기초지자체 중 현금성 복지 예산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부산진구로 55%(4089억 원)에 달한다. 부산진구 관계자는 “노인과 사회복지 대상자가 많아 현금성 지출의 약 70%가 이들에게 지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진구 외에 부산 북구(51%)와 대구 달서구(51%)도 현금성 복지 예산이 전체의 과반을 차지했다. 부산 연제구(49%)와 사하구(48%), 대구 동구(48%) 등도 현금성 복지 비율이 높은 편이었다. 서울에선 강서구(43%), 은평구(42%), 강북구(41%) 등에서 현금성 복지 예산이 많았다. 전국에서 예산의 40% 이상을 현금성 복지에 사용하는 기초지자체는 29곳에 달했다. 특히 부산은 자치구 16곳 중 13곳, 대구는 자치구 8곳 중 6곳이 현금성 복지 예산 비율 40% 이상이었다.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현금성 복지가 저출산과 인구소멸을 완화하는 데 효과가 제한적이란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며 “사업마다 효과에 대한 적절한 평가가 이뤄지지 않다 보니 줄이기도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복지 사업이 확대되고,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지자체 복지예산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이제라도 국민의 혈세가 한 푼이라도 낭비되지 않게 엄격하게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행안부는 27일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2023년 지방자치단체 예산 중 사회보장적 수혜금(현금성 복지) 편성 현황’을 고시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동종 지자체보다 현금성 복지지출이 높은 지자체는 교부세 산정 시 불이익을 줄 수 있는 근거가 이미 마련돼 있다”며 향후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대구=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기초지방자치단체들이 올해 전체 예산의 4분의1가량을 현금성 복지에 투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예산 중 40% 이상을 현금복지에 쓰는 기초지자체도 29곳이나 됐다. 정우택 국회부의장(국민의힘)이 26일 행정안전부와 한국지역정보개발원에게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27개 기초지자체는 올해 총 예산(199조4270억 원)의 약 25%(50조2786억 원)를 현금복지로 편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 정부가 전체 지자체 예산 중 현금성 복지비를 세목으로 분류해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지자체 예산의 40% 이상을 현금성 지원에 사용하는 곳이 29곳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부산은 16개구 중 13곳, 대구는 8개구 6곳이 현금복지 예산 비율이 40%를 넘겼다. 문재인 정부 시절 복지 사업이 확대되고, 고령화가 진행된 것이 지자체 복지예산 증가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정 부의장은 “국민의 혈세가 한 푼이라도 낭비되지 않게 엄격하게 재정비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지자체전체 예산 중 현금성복지비 비율부산 부산진구55%부산 북구51%대구 달서구51%부산 연제구49%부산 사하구48%대구 동구48%전국 기초지자체 중 현금성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부산진구다. 전체 예산 중 현금성 지출 비율이 전국 기초지자체 중 가장 많은 55%(4089억 원)에 이른다. 기초연금에 2045억 원, 기초수급자 생계급여에 700억 원, 저소득생계지원사업 주거급여에 299억 원이 투입되고 있다. 부산진구 관계자는 “부산 지역 기초지자체 중 인구수도 많고, 노인 등 복지 대상자가 많다”며 “참전유공자 명예수당, 교복구입비 지원, 초등학교 입학 지원금 등 지자체 자체 복지 사업은 37억 원 가량으로 많지 않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부산 북구도 현금성 복지 예산이 전체의 약 51%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북구 관계자는 “정부가 1인 가구 기초연금 최대 금액을 30만7000원에서 32만3000원으로 올리면서 65세 이상 노인 인구비율이 높은 북구도 관련 예산이 대폭 증가했다”고 말했다.복지 지출 비율이 51%인 대구 달서구도 법정 의무경비인 기초생활수급자의 생계비와 주거비, 보육료, 노령연금 등의 대상자가 많아 현금성 복지비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달서구 관계자는 “저소득층 비율이 전국 최고수준이라 관련 예산 편성 비율이 높게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그 밖에는 부산 연제구(49%), 부산 사하구(48%) 대구 동구(48%) 등이 뒤를 이었다. 서울에선 강서구(43%), 은평구(42%), 강북구(41%)가 복지지출 비율이 높았다. 반면 울산, 경기, 강원, 충북, 충남, 전북, 전남, 경북, 경남 등은 현금지출이 전체예산의 40%가 넘는 기초지자체가 한 곳도 없었다.지자체전체 예산 중 현금성복지비 비율경북 울릉군5%인천 옹진군8%강원 인제군8%전남 진도군8%전북 무주군9%전북 장수군9%충남 청양군9%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현금복지가 저출산, 인구소멸을 완화하는데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며 “더 큰 문제는 지자체 사업에 대한 적절한 평가가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행안부는 27일 이 같은 내용의 ‘2023년 지방자치단체 예산 중 사회보장적 수혜금(현금성복지비) 편성현황’을 고시할 예정이다.윤석열 정부는 지자체 재정력 강화를 국정과제로 추진해왔다. 행안부는 지자체의 건전한 재정운영과 현금성 복지사업의 과도한 지출 제한을 위해 ‘지자체 예산편성 운영기준’과 ‘지방교부세법 시행규칙’을 개정했다. 동종 지자체보다 현금성 복지지출이 높은 지자체는 교부세 산정시 불이익을 줄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관계자는 “차후 지자체 사업의 효과성을 점검해 통폐합을 하는 등의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대구=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도로가 통과하는 지방 마을은 교통안전에 너무 취약하다. 스쿨존과 같은 ‘마을주민보호구간’이 필요하다.” 국회교통안전포럼(대표: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의원)은 25일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과 손해보험협회 주관으로 ‘안전한 도로환경조성을 위한 정책세미나’를 열고 이 같은 교통안전 강화방안을 논의했다. 지방의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마을주민보호구간의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동차가 통과하는 마을을 특별구역으로 지정하고, 속도제한표시, 노면 표시 등 각종 안전장치를 의무화하는 방안이다. 국도, 지방도가 통과하는 마을은 교통사고에 더 많이 노출되고 있다. 경찰청 현대해상교통기후환경연구소 등에 따르면 도로변 마을의 자동차 평균주행 속도는 시속 72.3km로 제한속도(시속 60km)보다 높다. 이런 이유 탓에 2021년 교통사고 사망자(2916명)의 36.8%(1073명)가 국도와 지방도에서 발생하고 있다. 특히 국도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때의 치사율은 7.4%로 전체 사고 치사율(2.8%)의 2.7배에 이른다. 포럼 부대표인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은 “지방 마을의 어르신들이 교통안전에 위협을 받고 있다”며 “사고가 발생한 곳에서 또 사고가 발생하는 현재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을주민보호구간 사업이 법제화되면 지방 교통사고 감소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2015년부터 마을주민보호구간 시범사업을 진행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 제도를 시행한 지역의 교통사고 건수는 평균 24.3%, 사망자수는 50.1% 줄었다. 임재경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보호 구간을 설정해도 민원 발생을 우려한 일선 경찰서가 다시 속도 제한을 푸는 사례가 발생하는 등 한계가 있다”며 “법제화를 통해 법적 구속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운전 중 핸드폰 사용 근절방안도 논의됐다.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에 따르면 운전 중 휴대폰을 사용하면 사고발생률이 23배 증가한다. 2019년 미국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중 10%가 휴대폰 사용으로 인한 사고인 것으로 조사됐다. 운전 중 스마트폰 사용은 음주운전보다 위험하다는 분석도 있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에 따르면 시속 40km로 달리는 운전자가 휴대전화를 사용하면 긴급상황에서 정지거리가 45.2m에 이른다. 혈중알콜농도 0.05%인 음주운전자(18.6m)보다 더 길다. 이윤호 안실련 정책본부장은 “우리나라의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범칙금은 일본의 3분의1, 미국의 4분의1인 6만 원에 불과하다”며 “휴대폰 사용을 교통사고특례법상 12대 중과실로 포함시키는 등 더 강한 단속과 벌금 부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 ‘방호울타리’만 설치됐더라면….” 대전 서구 둔산동 스쿨존 내 음주사고로 배승아 양(10)이 세상을 떠난 후 뒤늦게 안타까워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앙선과 인도 부근에 방호울타리가 설치됐다면 음주차량의 돌진을 막을 수 있었을 거란 뜻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재 스쿨존에 주로 도입되는 보행자용 방호울타리로는 막기 힘들었을 것이라면서 첨단 기술로 강도를 높인 신형 스쿨존용 방호울타리를 개발해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신형 스쿨존용 방호울타리 개발해야” 국토교통부의 ‘도로안전시설 설치 및 관리 지침’에 따르면 방호울타리는 크게 보행자용과 차량용으로 나뉜다. 현재 스쿨존에는 주로 무단횡단 방지를 목적으로 한 보행자용 방호울타리가 설치되고 있다. 하지만 보행자용 방호울타리로는 차량의 돌진을 막기 어렵다. 대전 스쿨존 당시 음주운전자는 건너편 상가 경계석과 충돌한 뒤 운전대를 반대로 꺾어 중앙선을 넘은 후 인도로 돌진했다. 당시 시속 42km였는데 이 정도 속도라면 보행자용 방호울타리를 쓰러뜨리고 보행자를 덮칠 수 있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스쿨존 내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선 더 센 충격을 견딜 수 있는 ‘차량용 방호울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국토부 지침에 따르면 가장 낮은 강도(SB1)의 차량용 방호울타리(충격도 60KJ)는 1.5t 차량(쏘나타 차량 평균 무게)이 시속 45km 속도로 45도 각도에서 돌진해도 막을 수 있다. 조준한 삼성교통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차량의 과속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 보행자용 울타리로는 스쿨존 내 보행자의 안전을 담보하기 어렵다. 차량용 방호울타리 수준의 강도를 가진 스쿨존용 방호울타리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첨단 기술과 내구성 좋은 신형 소재를 활용하면 보행자용 방호울타리 설치비용(m당 8만∼10만 원)에서 크게 오르지 않은 선에서 도입이 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 스쿨존 내 방호울타리 설치 의무화 필요 동시에 스쿨존 내 방호울타리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 도로교통법은 스쿨존에 무인 교통단속 장비, 횡단보도 신호기 등의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안전펜스나 방호울타리 등 보행안전장치 설치는 ‘권고’ 사항이다. 법 조항이 없다 보니 각 부처 지침도 제각각이다. 국민안전처가 2015년 내놓은 ‘어린이 노인 및 장애인보호구역 통합지침’은 보행자용 방호울타리 설치를 ‘적극 권고’하고, 무단횡단 방지용 펜스 설치를 ‘우선 고려’하도록 했지만 의무화하진 않았다. 행정안전부 지침에서도 스쿨존 내 무단횡단방지시설(중앙분리대 포함)과 보행자용 방호울타리는 ‘설치 적극 권고’ 사항이다. 반면 국토부의 ‘도로안전시설 설치 및 관리 지침’은 초등학교, 유치원 부근의 통학로에 “반드시 방호울타리를 설치할 것”이라고 규정했다. 경찰 관계자는 “법이 미비한 탓에 스쿨존 내 방호울타리 설치 현황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며 “부처 지침을 넘어 법이나 시행령으로 강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배 양 사고 이후 스쿨존 내 안전을 강화하자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국회 움직임은 여전히 더딘 상황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배 양 사고 발생 12일 만인 20일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도로교통법 개정 관련 논의를 시작했다. 하지만 방호울타리나 볼라드(차량 진입 억제용 말뚝) 등의 의무 설치를 골자로 한 도로교통법 일부개정안은 법안심사소위에도 오르지 못했다. 행안위 관계자는 “비용 문제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지만 국민 공감대가 큰 사안인 만큼 서둘러 관련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과속-신호위반 등 한 번에 단속… ‘AI 카메라’ 도입 추진 초등생 스쿨존 사고 70%가 저학년“통합단속카메라, 사고예방 효과적”“스쿨존 진입 알리는 장치 확충 필요”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내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는 인공지능(AI) 기술이 반영된 ‘스쿨존 통합 단속 카메라 장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스쿨존에서 발생하는 여러 반칙운전을 하나의 장비로 관리 감독하면서 안전 수준을 한층 업그레이드하겠다는 것이다. ‘AI 통합 단속 카메라’는 과속, 신호 위반, 불법 주정차, 정지선 위반, 횡단보도 앞 일시정지 불이행 등을 한 번에 단속할 수 있다. 지난해 관련법 개정으로 스쿨존 내 횡단보도 앞 일시정지 의무화가 시행되면서 수요도 늘고 있다. 통합 단속 카메라 개발사인 지앤티솔루션의 윤희돈 박사는 “다양한 교통환경을 AI 기술로 학습해 올해 말까지 단속 정확도를 99%까지 높일 계획”이라며 “주로 운전자 부주의로 사고가 나는 스쿨존의 교통안전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AI 통합 단속 카메라’가 도입되면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의 사고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5년(2017∼2021년 ) 동안 스쿨존 내 초등학생 사상자 10명 중 7명이 1∼3학년이었다. 단속도 중요하지만 운전자에게 자발적으로 스쿨존 제한속도(시속 30km)를 잘 지키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보완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상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운전자에게 스쿨존은 ‘마음 놓고 속도를 낼 수 없는 공간’이란 인식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며 “스쿨존에 들어섰다는 것을 운전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알리는 장치가 확충돼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스쿨존에 들어서면 자동으로 차량 속도가 제어되는 지능형 기술이 도입될 가능성도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교통 선진국에선 이미 관련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신기술이 개발되고 상용화되면 국내에도 신속하게 도입될 수 있도록 준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 특별취재팀▽ 팀장 유근형 사회부 차장 noel@donga.com▽ 한재희(산업1부) 이축복(산업2부) 신아형(경제부) 윤다빈(국제부) 송유근 전혜진(사회부) 기자 특별취재팀유근형 사회부 차장 noel@donga.com한재희 기자 hee@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송유근 기자 big@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신고….” 최근 서울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에는 한 여성의 신고 전화가 걸려왔다. 하지만 작은 목소리가 간간이 들릴 뿐 신고 내용을 알아듣기 힘들었다. 전화를 받은 상황실 직원은 길게 통화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판단해 곧장 ‘보이는 112시스템’을 가동했고 경찰은 신고자에게 인터넷주소(URL)가 포함된 문자를 보냈다. 신고자가 버튼을 누르자 신고자의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힌 현장 상황이 경찰에 실시간 전송됐다. 이 여성은 곧바로 출동한 경찰에 의해 가정폭력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보이는 112 시스템’은 지난해 1월 도입돼 1만7517건(신고자용)이 현장에서 활용됐다. 가정 폭력, 성폭력, 데이트 폭력 등 위기에 처한 피해자들을 구하는 데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저수지 자살 시도 목격자가 신고했을 때 ‘보이는 112’를 통해 구조에 성공한 사례도 나왔고, 길을 잃은 미성년자가 자신의 위치를 설명하지 못한 경우 이 시스템을 활용해 구조에 성공하기도 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112 시스템 담당자들의 아이디어를 발전시킨 행정 혁신 사례”라며 “서울 관악구, 제주 등에서 실증을 진행했고 효과성이 입증돼 올해부터 전국으로 보급됐다”고 설명했다. 행안부와 한국행정연구원은 19일 행정 혁신 사례를 ‘최초’로 도입하거나 ‘최고’로 잘 운영한 기관 17곳을 선정했다. 행안부는 1∼2월 공모를 통해 후보 사례를 수집하고, 3∼4월 선정위원 서면 평가와 종합 토의를 통해 혁신 사례를 최종 선발했다. 수원시가 2020년 2월 도입한 긴급차량 우선신호 시스템은 최초 사례로 선정됐다. 이 시스템은 긴급상황 발생 시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통해 긴급 차량에 최적의 경로를 제공한다. 또 긴급차량이 교차로에 진입하기 전 자동으로 녹색신호가 부여된다. 시스템 도입 전에는 긴급차량이 1km 이동하는 데 평균 3분 20초가량 걸렸지만, 시스템 도입 후에는 통행시간(1분 27초)이 56% 감소했다. 지난해 636회나 활용됐다. 행안부 관계자는 “공무원의 창의적 아이디어로 시작돼 전국 최초로 상용화됐을 뿐 아니라 타 시도에도 적용할 수 있는 확장성을 갖춘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세계 최초로 도입된 장애인 점자여권 발급(외교부)과 블록체인 방식의 전자 예방접종 증명서(질병관리청), 드라이브 스루 방식의 선별진료소 도입(경북대병원 칠곡분원) 등이 행정혁신 최초 사례로 선정됐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국가직공무원 9급 공개경쟁채용 필기시험의 한국사 문항에서 발생한 오타에 대해 인사혁신처가 복수정답을 인정하기로 했다. 인사처는 17일 온라인 국가고시센터에 한국사 시험 8번의 최종 정답을 기존 ‘2번’에서 ‘복수정답 1·2번’으로 변경한다고 공지했다. 변경 사유는 “오타로 인한 표기 오류”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사처는 “응시자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된 점에 대해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검토 인력 확충, 검토 절차 강화 등 문제 검토 시스템을 다각적으로 보완해 앞으로 시험관리를 더 철저히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오류는 8일 국가직 9급 한국사 시험에서 나왔다. ‘고려시대 문화유산에 대한 설명으로 옳지 않은 것’을 고르는 8번 문제의 당초 정답은 2번 선지의 ‘월정사 팔각 9층 석탑은 원의 석탑을 모방하여 제작하였다’였다. 월정사 팔각 9층 석탑은 원나라가 아닌 송나라의 석탑을 모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1번 선지에서 ‘응진전(應眞殿)’을 ‘웅진전’으로 잘못 쓴 오타가 나왔다. 결론적으로 1번 선지도 옳지 않은 문항이 된 것이다. 다만 인사처는 복수정답 논란이 일었던 같은 한국사 13번 문항의 기존 정답은 ‘4번’을 최종 답안으로 유지했다.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집권하여’ 한 일을 묻는 문제에서 집권의 기준을 5·16 군사정변(1961년)으로 봐야 하는지 박 전 대통령의 대선 당선(1963년)으로 봐야 하는지를 두고 수험생들 사이 갑론을박이 일었다. 인사처는 “논의 끝에 대선인 1963년을 박 전 대통령 집권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유근형기자 noel@donga.com}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경제 현대화와 재정적자 감축을 목표로 (연금) 개혁안을 추진했다. 상대적으로 정치적 아웃사이더였던 그는 대담한 조치를 취했고 상당한 반대에 직면했다. 반면 법조계 출신인 윤석열 대통령은 더 유화적 인물이다. 마크롱과 비슷한 방식으로 연금개혁을 수행할 수 있을지 말하기 어렵다.(중략)” 최근 친분이 있던 연금 전문가 A 씨가 ‘다른 전문가의 의견’이라며 메시지를 보내왔다. 한국과 프랑스의 연금개혁 상황을 비교한 글인데 내용이 상당히 구체적이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진행 중인 연금개혁 논의가 ‘맹탕’이란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고개를 끄덕일 부분이 상당수 있었다. “좋은 글 잘 봤다”고 답하려는 순간 A 씨는 “글쓴이는 인공지능(AI) 챗GPT”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마크롱 대통령처럼 할 수 있을까”라고 질문하자 나온 대답이라고 했다. 정치생명을 걸고 연금개혁을 밀어붙이는 마크롱 대통령의 결기를 윤 대통령에게 기대하면서 질문을 던졌다는 A 씨는 “예상보다 전망이 비관적”이라며 씁쓸해했다. 한국의 연금개혁 상황은 AI의 전망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는 세부 숫자가 빠진 ‘껍데기안’을 발표하고 공을 정부로 돌렸다. 10월에 정부안이 나올 예정이지만 얼마나 구체적인 안이 제시될지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또 정부안이 나온들 내년 총선을 앞둔 국회가 제대로 심의에 착수할지도 의문이다. 총선이 끝나면 얼마나 달라질까. 차기 대권주자들은 표가 안 되는 연금개혁을 다음 정부로 넘길 공산이 커 보인다. 이 같은 폭탄 돌리기는 왜 반복될까. 바로 연금개혁이 그만큼 어렵고 부담스러운 과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각종 이해관계가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얽힌 게 바로 연금 문제다. 다수가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안을 도출하더라도 일부는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 의견도 제각각이다. 집권세력이 지지층만 보고 직진할 수 있는 정책 과제와는 차원이 다르다. 2007년 노무현 정부의 마지막 개혁 이후 16년 동안 보수·진보 정부 모두 이 같은 이유로 개혁을 사실상 포기했다. 같은 실패가 반복되는 걸 두고 ‘다른 해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마크롱처럼 대통령이 정치생명을 걸지 않으면 개혁을 추진하기 어려운 극단적 환경을 바꿔보자는 것이다. 국민연금 보험료율 조정을 건강보험료처럼 매년 정기적으로 하자는 안이 대표적이다. 국민연금 개혁을 몇 년마다 하는 ‘대형 이벤트’가 아닌 금리 조정처럼 경제 상황에 따라 수시로 할 수 있는 구조로 바꾸자는 것이다. 집권 여당이 개혁을 추진하고 야당은 반대하는 그런 ‘정쟁의 장’에서 분리하자는 취지다. 국민들도 조금은 더 일상적으로 개혁 조치를 받아들일 수 있고, 정치권의 짐도 약간은 가벼워지지 않을까. 정치권의 개혁 의지 부족을 비판할 순 있다. 하지만 모든 원인을 정치 탓으로 돌리면 변화는 더 요원해진다. 소득의 약 30%, 직장인은 약 15%를 연금보험료로 내야 하는 미래 세대의 암울한 미래는 바꿔야 한다. 여야 모두 개혁에 나설 환경이 조성된다면 지속가능한 사회에 조금 더 빨리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유근형 사회부 차장 noel@donga.com}
‘전방 주시율 0%.’ 14일 충남 천안 한국자동차연구원의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DMS)’ 시험장. 운전대를 잡고 2, 3초가량 눈을 감자 모니터에 이 같은 경고 메시지가 뜨더니 “삐비빅∼” 하는 경고음이 차내에 울렸다. 옆 모니터도 붉은색으로 변하더니 ‘졸음 경보’ 문구가 나타났다. 인공지능(AI) 카메라가 쏜 적외선이 기자의 눈 움직임을 파악해 졸지 말라고 경고한 것이다. 이 AI 카메라는 이미 인체 모형(더미)을 통해 인간이 졸릴 때 나오는 다양한 신체 움직임을 학습했다고 한다. 잠시 고개를 숙이거나, 옆 창문을 2초가량 응시해도 어김없이 ‘부주의 경보’ 메시지가 날아들어 정신을 번쩍 들게 했다. 이 연구원의 박선홍 주행제어기술부문 실장은 “AI 카메라는 운전자 데이터를 축적하면서 더 정교하게 졸음운전을 포착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늘어나는 졸음 및 주시 태만 사고 비율도로 위 졸음운전은 교통 안전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2022년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 156명 중 76%(119명)이 졸음 및 주시 태만 사고로 숨졌다. 2018년 67%였는데 9%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시속 100km로 달리던 운전자가 3초만 졸면 84m가량을 나아가게 된다”며 “졸음운전은 교통 안전의 최대 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자동차 업계를 중심으로 졸음운전 사고를 막기 위한 첨단 기술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기자가 체험한 DMS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DMS를 선제적으로 도입한 국가에선 이미 교통사고 감소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영국의 교통 전문 매체 ‘트래픽 테크놀로지 투데이’에 따르면 전체 시내버스의 95%에 DMS를 설치한 러시아 모스크바는 2020년 대중교통 사고가 전년 대비 약 30% 줄었다고 한다. 호주 DMS 개발업체 시잉머신은 DMS가 향후 미국 교통사고 사망자를 3분의 1로 줄일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뇌파 등 생체 신호를 활용한 DMS도 개발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세계 첫 뇌파 활용 안전운전 보조 기술인 ‘엠브레인’ 고도화를 진행 중이다. 이어셋 모양의 장치를 착용하면 뇌파를 감지하며 운전자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방식이다. 뇌 활동이 둔화되거나, 집중도가 저하하면 경고음이 울리도록 설계됐다. 옵션에 따라 좌석 진동을 통해 경고하기도 한다. 시범 사업에서 엠브레인을 착용한 버스 운전사들은 부주의 운전 발생 빈도가 평균 25.3%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범 사업에 참여한 버스 운전사 김연학 씨(54)는 “점심 식사 후 오후 1, 2시경 고속도로를 지날 때 가장 졸린데 엠브레인에서 경고음이 울리니 더 안전하게 운전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법 규정 미비로 국내 도입 더뎌전문가들은 졸음운전 방지 관련 국내 기술력은 충분하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국내 도입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제네시스 GV70, GV80에 ‘전방주시경고(FAW)’ 등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을 옵션에 적용한 정도다. 보급이 더딘 이유는 법 규정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 관련 규정이 있긴 하지만 현재는 자율주행(레벨3) 차에만 적용된다. 일반 승용차의 경우 모니터링 시스템 도입 관련 규정이 전혀 없다. 그렇다 보니 완성차 업체도 차 가격 경쟁력 등을 이유로 전면 도입을 꺼리고 옵션에만 적용하는 것이다. 반면 유럽연합(EU)은 지난해 7월 ‘자동차 일반 안전에 관한 법령’을 통해 운전자 졸음 운전 경고 시스템을 2024년 7월 이후 출고되는 신차에 의무적으로 장착하도록 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기술 진화 속도라면 조만간 전 세계 자동차에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이 도입될 날이 머지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엠브레인 등 한국이 우위를 점한 기술이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선제적으로 규정을 만들고 기술 개발 및 보급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형구 자동차안전연구원 국제기준팀장은 “EU가 제안하면 자동차 국제 기준 논의 기구인 ‘UN WP29’가 관련 논의를 곧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 기준에 정부와 산업계의 입장을 반영시키려면 정부도 관심을 갖고 필요한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기술 도입이 본격화되기 전에 개인정보 보호 방안 등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성렬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영상이 녹화되지 않는 방식이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얼굴을 카메라에 노출하는 걸 꺼리는 사람도 있다”며 “기술 고도화 과정에서 개인정보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이 보완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졸음쉼터 241곳… 설치후 졸음운전 사망 42% 감소 2011년 고속도로 도입 이후 확대이용자 99% “졸음 예방에 효과” 10년차 화물차 운전사 오세권 씨(41)는 최근 부산에서 공연장비를 싣고 상주∼영천 고속도로를 달리다 자칫 사고를 낼 뻔했다. 장시간 운전을 하다 자신도 모르게 눈이 감긴 것. 차선을 이탈하면서 평소와 다른 타이어 소리에 놀라 운전대를 바로잡으며 간신히 사고를 피했다. 피곤해 졸음쉼터를 찾았는데, 화물차 자리가 없어 다시 달리기 시작한 게 화근이었다. 오 씨는 “2, 3시간에 한 번씩 졸음쉼터에서 20, 30분 정도 자는 습관이 있는데 앞으로는 더 철저히 지키기로 했다. 잠깐 쉬는 게 졸음운전을 막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한국도로공사 직원 아이디어로 2011년 도입된 졸음쉼터는 현재 전국 고속도로에 241곳까지 늘었다. 그 덕분에 고속도로 내 휴게시설 간 평균 거리는 2010년 22.1km에서 현재 14.5km로 34% 줄었다. 독일(10∼12km) 프랑스(8∼50km)의 도로 휴게시설 간 거리와 비슷한 수준이고, 미국(16∼48km)보다 짧다. 졸음쉼터가 사고 예방에 실질적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많다. 육동형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발표한 ‘고속도로 졸음쉼터의 전략적 설치 방안에 관한 연구’ 논문에서 “졸음쉼터 개설은 약 11.9%의 사고 감소 효과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의 ‘일반국도 졸음쉼터 설치 및 개선 기본계획 수립 연구’에 따르면 졸음쉼터 이용자의 99.1%가 “쉼터가 졸음운전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응답했다. 실제로 쉼터가 생기기 전인 2010년에는 연간 졸음운전 사망자가 119명이었지만, 이후 10년 평균(2011∼2022년) 69명으로 42% 줄었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사망자 수는 많이 줄었지만 아직 졸음운전이 적지 않은 만큼 쉼터 이용을 더 독려하는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할 방침”이라고 했다. 졸음쉼터는 출범 13년째를 맞아 각종 편의시설을 갖추며 진화하고 있다. 규정상 주차면 10면 이하인 소형 졸음쉼터에는 화장실, 여성화장실 비상벨, 방범용 폐쇄회로(CC)TV, 조명시설 등을 갖춰야 한다. 중형(주차면 11∼29면)과 대형(주차면 30면 이상) 시설에는 벤치, 운동시설, 자판기 등이 설치된 곳도 있다. 다만 오 씨 사례처럼 일부 쉼터에 화물차 주차공간이 없거나 부족하다 보니 화물차 운전사들이 이용하기 불편하단 지적도 나온다. 이에 국토부는 지난달 27일 화물차 주차공간을 의무 설치하는 내용의 ‘졸음쉼터의 설치 및 관리지침 전부개정안’을 행정예고한 상태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졸음운전을 방지하기 위한 여러 조치들이 나오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운전자 스스로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라며 “조금이라도 피곤하면 졸음쉼터를 이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 특별취재팀▽ 팀장 유근형 사회부 차장 noel@donga.com▽ 한재희(산업1부) 이축복(산업2부) 신아형(경제부) 윤다빈(국제부) 송유근 전혜진(사회부) 기자 특별취재팀유근형 사회부 차장 noel@donga.com한재희 기자 hee@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송유근 기자 big@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10년 전 교통사고가 크게 나 온몸에 철심을 박고 구사일생으로 살아났어요. 몸도 불편한데 아들 셋 먹여살리겠다고 직접 배달까지 뛰면서 한 푼도 아끼며 살았는데….” 9일 오후 중앙선을 침범한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진 김모 씨(49)의 아버지(78)는 10일 경기 성남시 성남중앙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빈소에서 동아일보 기자를 만나 “하나뿐인 아들을 잃었다”며 탄식했다. 대전 스쿨존에서 배승아 양(10)이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진 지 하루 만에 다시 무고한 희생자가 발생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는 걸 막으려면 교통 선진국처럼 술을 마신 경우 원천적으로 운전을 할 수 없게 만드는 시동잠금장치를 도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경기 하남경찰서와 유족에 따르면 하남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던 김 씨는 9일 오후 6시 39분경 오토바이로 떡볶이 배달을 마치고 돌아오다 하남시 덕풍동 풍산고등학교 인근 왕복 4차로에서 중앙선을 침범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치여 숨졌다. 운전자(31)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37%로 면허 정지 수준이었다. 숨진 김 씨는 장애 5등급 판정을 받고도 자녀 셋을 악착같이 키워낸 가장이었다. 김 씨의 작은아버지(58)는 “힘들게 아들 셋을 키워 둘은 대학 보내고 이제 고등학생 하나 남았다. 너무 힘들어해 배달이라도 그만하라고 했는데 이런 일이 생겼다”고 했다. 교통 안전 관련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서 한국의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2016년 4292명에서 2021년 2000명대(2916명)로 줄었다. 음주운전 사망자도 전체적으로는 감소세지만 음주운전 재범률은 2019년 43.8%에서 2021년 44.8%로 오히려 늘었다. 전문가들은 음주운전 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이려면 시동잠금장치 도입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운전자가 술을 마시면 시동이 걸리지 않게 하는 장치로 대당 250만 원가량만 내면 기존 차량에도 설치할 수 있다. 이 장치는 이미 미국 36개 주에 도입돼 2006∼2018년 음주운전 사망자 수를 19% 줄이는 등 효과를 입증했다. 유럽연합(EU) 국가에선 음주운전 유죄 판결 시 운전 금지 조치와 시동잠금장치 설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하지만 국내 도입 논의는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18대부터 21대 국회까지 매번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14년째 국회 문턱을 못 넘고 있다. 2021년 국민권익위원회도 도입을 권고해 이듬해 경찰청에서 시범사업까지 했지만 입법 무산으로 중단됐다. 권용복 한국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은 “음주운전 전력자부터 시동잠금장치를 의무화하고 점차 확대해 나가면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전체 음주운전을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국회 ‘음주시동 잠금장치’法 14년째 논의중 21대 들어서도 관련 법안 5건 계류1대당 250만원 장치 설치비용 필요尹, 대선때 “설치에 주세 10% 사용”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 국내 도입이 처음 시도된 것은 2009년 국회에 관련 내용을 담은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제출되면서부터다. 음주운전을 3회 이상 해 운전면허가 취소된 사람이 새로 운전면허증을 받은 경우 3년 동안 시동잠금장치가 설치된 차를 운전하도록 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국내 연구 결과가 부족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충분한 사전 연구조사와 국민 의견 수렴을 거쳐 도입 여부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검토 의견을 냈고 이후 뚜렷한 진전 없이 회기가 끝나 폐기됐다. 이어 19, 20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21대 국회에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계류 중인 시동잠금장치 의무화 법안만 5건이나 된다. 14년째 국회에서 논의만 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발의된 법안들은 달라진 사회 분위기를 반영해 초범이나 버스 등에 대해서도 시동잠금장치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행안위 관계자는 “대상자를 음주운전자로 할 건지 아니면 버스 운전자 등으로 할 건지에 대해서도 검토가 필요하고, 대당 250만 원가량 드는 장치 설치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하지만 국민권익위원회가 2021년 진행한 온라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민 95%는 음주운전자에게 시동잠금장치를 일정 기간 의무 설치하는 방안에 찬성했다. 권익위는 이를 바탕으로 경찰청에 음주운전 재범자에 대해 시동잠금장치를 도입할 것을 권고했고 경찰청은 한국교통안전공단과 함께 지난해 제주 지역 일부 렌터카와 배송차량에 대해 시동잠금장치 설치 차량을 시범운행했다. 경찰 관계자는 “시동잠금장치를 본격적으로 도입하려면 국회에서 법이 통과돼야 하는데 국회 행안위 전문위원실에서 설치 의무화 대상자의 기준, 시기, 예산 등을 놓고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 걸로 안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도 지난해 5월 상습 음주운전자를 가중 처벌하는 이른바 ‘윤창호법’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리면서 시동잠금장치 부착을 형벌 강화에 앞서 검토해야 할 수단으로 제시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대선 과정에서 주세의 10%를 시동잠금장치 설치 등에 사용하겠다고 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음주 감지 센서 등 국내 기술은 충분한데 뚜렷한 이유 없이 법안 통과가 수년째 지체되고 있다”며 “안전운전이 꼭 필요한 스쿨버스나 음주운전 전력자 등에 대해서라도 하루빨리 시동잠금장치를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특별취재팀▽ 팀장 유근형 사회부 차장 noel@donga.com▽ 한재희(산업1부) 이축복(산업2부) 신아형(경제부) 윤다빈(국제부) 송유근 전혜진(사회부) 기자특별취재팀유근형 사회부 차장 noel@donga.com한재희 기자 hee@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송유근 기자 big@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전국 산불 진화를 총지휘하는 남성현 산림청장은 최근 일몰만 다가오면 가슴이 옥죄어 온다. 해가 지면 산불 진화의 핵심 전력인 헬기를 투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수십 년 가꿔 온 산림이 밤새 타 들어가도 공격적으로 진화에 나설 수 없는 것이다. 남 청장은 “과거보다 장비가 많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야간에는 진화 능력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그러다 보니 마음 졸이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했다. 도시에 산다면 남 청장의 마음을 이해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올해 산불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금방 알 수 있다. 산림청에 따르면 21일 기준으로 올해만 벌써 산불 315건이 발생했다. 최악으로 평가받는 지난해 같은 기간(303건)보다 늘었다. 이미 축구장 면적의 1080배, 여의도 면적의 2.7배를 태웠다. 예전에는 3∼5월에 산불이 집중됐는데, 지구온난화와 겨울 가뭄의 여파로 1∼2월 산불이 늘고 있다는 점도 걱정거리다. 산불 피해는 계속 늘고 있지만 대비 태세는 충분치 못한 형편이다. 현재 산불 진화에 투입 가능한 헬기는 산림청 48대, 지자체 73대, 소방청 33대 등 150여 대에 이른다. 하지만 야간 산불 진화에 최적화된 장비를 갖춘 헬기(수리온 KUH-1FS)는 단 5대(산림청 1대, 소방청 4대)뿐이다. 수리온을 제외한 헬기들은 야간 작전을 수행하기 힘들다. 자체 물탱크를 탑재한 수리온과는 달리 대부분의 헬기에는 물탱크가 없다. 외부에 주머니를 달고 인근 저수지에서 물을 길어 날라야 한다. 저수지 수면에 최대한 낮게 접근해 수평으로 기체를 유지하면서 물을 채우는 것은 베테랑 조종사에게도 부담스러운 일이다. 물을 뿌릴 때도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물주머니가 전선에 걸릴 수 있고, 뿌리는 과정에서 헬기에 불똥이 튈 우려도 있다. 시야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는 야간에는 어려운 일이다. 2018년 염원하던 수리온 도입이 실현됐지만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야간 산불 진화에 올해 단 한 차례도 투입되지 못한 것이다. 풍속 초속 5m 이하, 사전 지형 탐색을 마친 경우 등 국토교통부의 야간 헬기운항 규정이 까다로운 탓이다. 이대로라면 ‘전투가 한창인데 밤만 되면 작전을 멈춰야 하는’ 상황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초대형 산불이 늘면서 야간 헬기 투입을 늘리고 있는 미국 호주 등과 대조적인 상황이다. 헬기 대신 경사 45도까지 오르는 산불전문진화차 확대 도입과 진화 장비를 산 깊은 곳까지 접근하게 해주는 임도 확충 등도 대안으로 제시된다. 하지만 이 역시 예산 확보 등 현실적 어려움이 적지 않다. 산불 대응 능력 강화는 국방력 증강과 마찬가지로 하루아침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예를 들어 수리온 헬기는 발주부터 도입까지 약 3년 걸리고, 야간 대응이 가능할 정도의 숙련도를 갖추는 데 1∼2년이 더 걸린다. 지금 당장 장비 확충을 결정해도 우리 금수강산을 지키는 데 투입되려면 4∼5년이 걸린다는 뜻이다. 이제라도 미국 호주처럼 초대형 산불이 산림 지역을 넘어 도심지까지 위협하기 전에 산불 장비 고도화 속도를 높여야 한다. 유근형 사회부 차장 noel@donga.com}
운전미숙으로 인한 차량단독 교통사고 사망자 10명 중 3명이 65세 고령운전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교통사고를 분석해 10일 이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운전미숙으로 인한 차량사고 사망자 수의 경우 65세 이상 고령운전자로 인한 발생 사망자 수가 전체의 30%에 달한다고 밝혔다. 51~60세가 21%로 뒤를 이었다. 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고령운전자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2012년 13.3%에서 2021년 24.3%로 11.0%p 높아졌다”며 “고령자 인구 비율이 11.7%에서 17.1%로 5.4%p 높아진 것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 가파른 추세”라고 말했다. 고령운전자의 운전미숙으로 인한 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8일 전북 순창군의 한 조합장 선거 투표소에서는 74세의 운전자가 몰던 1톤 트럭이 운전자의 제동장치와 가속페달 오인으로 인한 운전조작실수로 투표 대기 중이던 인파를 덮쳤다. 지난해 3월 부산에서는 80대 운전자가 몰던 SUV 차량이 버스정류장에 있던 사람을 쳐서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2021년 12월 부산의 한 대형마트에서는 71세 택시기사가 몰던 택시가 5층 주차장에서 떨어져 1명이 숨지고 13명이 다치기도 했다. 공단의 연구결과 고령운전자는 정지상태에서 급출발하거나 조향장치를 급좌회전, 급우회전, 급유턴 등으로 조작할 경우 비고령자 보다 95%의 신뢰수준에서 유의미한 위험행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경우 지난해 5월부터 비상자동제동장치(AEBS)가 장착된 차량에 한해서만 운전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한정 면허’ 제도를 도입했다. 공단 관계자는 “고령자가 이 차량을 구입할 경우 비용을 보조해주고 있는데, 한국도 고령운전자의 교통사고 감소를 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고령운전자 운전면허증 반납제도도 운영되고 있다. 면허증 반납 시 지자체별로 교통카드나 지역화폐로 10~50만원 수준의 혜택을 제공한다. 고령자의 이동성을 보장하기 위해 100원 택시나 수요응답형 대중교통 활성화에도 나서고 있다. 권용복 한국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은 “우리나라도 2025년 초고령사회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고령운전자로 인한 교통사고 예방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공단은 고령자의 특성을 고려한 안전대책을 마련해 더 이상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인공지능(AI)이나 로봇을 시키면 될 일 아닌가.” 인사혁신처가 공무원 임명장을 붓글씨로 적는 필경사(筆耕士)를 새로 뽑는다고 하자 일각에선 이 같은 반응이 나왔다. 대통령 명의의 공무원 임명장을 15년 동안 매년 4000여 장씩 붓과 먹물로 쓰던 김이중 사무관은 최근 개인 사유로 퇴직했다. 후임자 채용을 반대하는 이들은 요즘 시대에 필경사 업무가 굳이 필요하냐고 묻는다. 임명장 문구가 매번 비슷할 텐데, 명인의 필체를 샘플로 만들어 활용하면 된다는 것이다. 김 사무관의 후임자를 뽑고 정년까지 일하게 하려면 예산이 적어도 10억 원 이상은 든다. AI 붓글씨 로봇도 대안으로 꼽힌다. 한국기계연구원이 개발한 로봇 ‘소프트그리퍼’는 직접 벼루에 먹물을 붓고, 붓에 먹물을 묻힌다. 화선지에 먹물이 떨어지지 않도록 먹물을 털기까지 한다. 아직 명필 수준은 아니지만, 향후 일반인의 눈으로는 구별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고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아무리 AI가 정교해진다고 해도 따라가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붓으로 밭을 간다’는 ‘필경’의 본뜻처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손 글씨의 힘이 그렇다. 김 사무관은 30자 남짓의 임명장을 20분가량 걸려 정성스레 썼다고 한다. 밭 갈듯 국정을 비옥하게 가꿔 달라는 마음도 담았을 것이다. 한 글자 한 글자 눌러쓴 대통령 명의의 임명장을 받아들고 초심을 다졌을 관료들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AI가 쓴 임명장을 받고서는 느끼기 어려운 감정이다. 예전에는 필경이 더 중요했다. PC가 보급되기 전 대기업 근처엔 보고서 글씨를 대신 써주는 업체들이 있었다. 개중에서 회장님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씨체를 보유한 업체들이 호황을 누렸다고 한다. 사장단 회의가 몰리는 연말연시에는 업체 섭외를 위한 부서 간 경쟁도 치열했다고 한다. 관가나 기업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손 글씨에 마음이 움직인 경험은 있을 것이다. 삐뚤빼뚤한 글씨로 적힌 ‘국군장병 아저씨께’로 시작하는 위문편지를 받아본 사람이라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롱디(Long Distance의 줄임말·장거리 연애) 중 예고 없이 찾아온 연인의 손 편지를 받아본 사람도 알 것이다. 최근엔 배달음식에 붙은 ‘감사합니다’란 손 글씨 인사만 봐도 조금은 마음이 따뜻해진다. AI 시대에 인간의 역할이 줄어도 가장 인간다운 ‘감정’의 중요성은 계속될 것이다. 미래학자들도 동의하는 부분이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 혼을 담는 작업, 전문가가 아니고는 챙기기 어려운 디테일은 여전히 인간의 영역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최근 챗GPT 등장 이후 ‘AI로 인해 내 직업이 사라지지 않을까’라는 고민을 하는 직장인들이 적지 않다. 지금이라도 ‘지금 하는 일에 영혼을 담고 있는지’를 자문해 보는 건 어떨까. 필경사 논란을 지켜보며 AI 시대의 생존법은 어쩌면 그 뻔한 ‘마음’에 달려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자문해 본다. 좋은 기사를 쓰기 위해 오늘 하루 혼을 다했는가. 한 자 한 자 마음을 담아 글을 써내려갔는가.유근형 사회부 차장 noel@donga.com}
“갑을 관계가 완전히 바뀐 것 같다.” 충청 지역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A 씨의 하소연이다. 정부 예산 확보를 위한 정책계획서 작성을 홍보기획사에 맡기려 했는데 알아보니 최근 비용이 급증한 것은 물론 콧대가 높아져 맡기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10조 원이 지방으로 내려가는 지방소멸대응기금 확보전이 치열해지면서 생긴 현상이라고 했다. 지자체 사이에선 ‘홍보기획사를 잘 만난 지자체가 예산을 더 많이 가져갔다’는 후문까지 도는 실정이다. A 씨는 “1, 2년 전에는 약 3000만 원이면 기획사가 일을 맡아줬는데, 이제 1억 원까지 부르는 곳도 있다”고 했다. A 씨의 푸념을 듣다 보니 우려스러운 대목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중앙정부의 예산 배분은 민간 시장의 입찰과 엄연히 다른 공적 영역이고, 국민의 세금이 투입된다. 그런데 지자체들이 ‘족집게 일타강사’를 모시듯 큰돈을 내고 홍보기획사를 모시러 다니는 것 자체가 정상적인 모습이 아니다. 기획사에 의해 잘 다듬어진 계획서가 실제 예산 배분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면 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또 지자체 공무원들은 정책 수립 역량조차 없는 것인지 되묻게 된다. 웃지 못하는 건 중앙에서 지방으로 내려가는 돈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또 점차 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 도입된 지방소멸대응기금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2031년까지 매년 1조 원씩 총 10조 원을 배분할 계획이다. 매년 각 지자체의 인구감소지수와 투자계획 등을 고려해 등급을 매긴 후 122개 지자체에 돈을 나눠주게 된다. 하지만 막대한 예산 투입에 비해 효과가 어느 정도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자체 중 상당수가 지자체의 숙원 사업을 해결하기 위한 돈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한 인구학자는 “지자체 인구 유출의 핵심은 청년인데, 인구 소멸을 막겠다는 사업 중 상당수는 청년을 직접 겨냥한 것이 아니라 지역 인프라 구축 등 간접적인 것들”이라고 지적했다. 투입된 돈의 효과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도 문제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지자체장들이 각종 수단을 동원해 지방소멸기금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건 비교적 사용처 제한이 적은 ‘돈’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돈으로 인구가 줄어드는 모든 지역의 인구 소멸을 막을 수 있느냐’는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 인구추계에 따르면 2050년 청년인구(19∼34세)는 현재의 절반으로 급감한다. 비수도권 청년이 모두 수도권으로 이동해도 국가 기능이 유지되기 힘들다는 전망도 있다. 이 때문에 전체 지자체를 구하기 위한 ‘N분의 1’식의 예산 배분이 아닌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여성 의원들은 지난달 김건희 여사를 만나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출산위)를 주재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지금이라도 윤 대통령이 저출산위를 직접 주재하며 해법을 찾아보면 어떨까. 극적인 반전은 어렵더라도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무엇이 중요한지 보여주는 시그널이 될 수 있을진 모른다. 유근형 사회부 차장 noel@donga.com}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한 과학적·선제적 조치로 2026년까지 전 세계에서 교통사고 사망자가 가장 적은 교통안전 ‘톱10’ 국가가 되겠다.” 취임 2주년을 맞은 권용복 한국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은 지난달 31일 서울 서초구 공단 스마트워크센터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2년 동안 많은 성과가 있었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적지 않다”며 이 같은 포부를 밝혔다. 권 이사장은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 등을 역임한 관료 출신 인사다. 한국의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2016년 4292명에서 지속적으로 줄어 2021년 2000명대(2916명)를 기록했다. 최근 5년 동안 연평균 감소율이 7.5%에 달한다. 특히 보행자 사망자 수가 약 40% 줄어드는 등 정책적 노력이 결실을 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선진국을 기준으로 볼 때 한국의 교통안전 환경은 아직 상위권이라 평가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2021년 기준으로 교통사고 연간 사망자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6개국 중 22위다. 권 이사장은 2026년까지 연간 사망자 수를 OECD 9위인 1800명대(인구 10만 명당 3.5명)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그는 “스포츠도 초급자 단계를 넘어서면 실력이 빨리 늘기 어려운데 교통안전도 마찬가지”라며 “첨단 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등 사고 예방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는 분들을 더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사고 예방에 AI 첨단기술 도입 권 이사장은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줄이기 위해 첨단 사고예방 장치 도입 및 보급을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것이 음주 상태에서 자동차에 탑승할 경우 시동이 아예 걸리지 않게 하는 ‘음주 잠금장치’다. 현재는 시범사업 중으로 렌터카 50대에만 적용되고 있는데 보급 확대를 검토할 방침이다. 또 교통사고 위험지역 예측 AI ‘T-세이퍼(Safer)’와 위험물질 운송차 졸음운전 감지장치 도입 확대도 추진하기로 했다. 권 이사장은 “일단 도입하면 사고를 막을 수 있는 장치가 많다”며 “국민과 종사자들의 공감을 얻는 게 관건인데 조심스럽게 적용 확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배달 라이더들이 늘면서 이륜차 교통사고가 늘어난 점은 고민거리다. 지난해 상반기(1∼6월) 총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줄었지만 오토바이 등 이륜차 관련 사망자는 오히려 늘었다. 촉박한 배달시간, 무리한 운전습관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배달 종사자 10명 중 4.3명이 교통사고를 경험했다는 통계도 있다. 권 이사장은 “단속 위주의 이륜차 정책만으론 사고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모범배달원 선발, 공익제보단 운영 및 신고 포상금 지급, 도심형 이륜차 안전체험 교육 등을 통한 안전한 배달문화 조성을 유도할 것”이라고 했다.●미래형 모빌리티 안전 확보에 총력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형 모빌리티를 대상으로 안전관리를 강화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공단은 지난해 8월 전기차 안전 향상을 위한 배터리 관리 시스템을 도입했다. 권 이사장은 “그동안 전기차 안전진단 관리 체계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이제 배터리 충전 상태와 방전량, 온도 등 7개 안전항목을 시스템으로 진단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또 공단은 자율주행차 안전을 테스트할 미래혁신센터를 지난해 9월 경기 화성에 구축했다. 이곳에 쌓인 자율주행차 관련 데이터는 기술 보완에 활용될 예정이다. 개인형 이동수단(PM), 드론 등 다양한 모빌리티의 등장도 교통안전을 위협하는 잠재 요소들이다. 이에 공단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인 ‘모빌리티 시대 본격 개막’을 지원하기 위해 ‘미래 모빌리티 추진단’을 출범시켰다. 추진단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활용한 공유 킥보드 위험주행 원인 분석, 공유 킥보드 앱 통합 관리 등 과학적 기법을 활용하며 안전성을 높이는 것에 역점을 두고 있다. 권 이사장은 “기존의 교통 안전 관리 개념에서 벗어나 모빌리티로의 패러다임 전환에 철저히 대비하면서 안전하고 스마트한 모빌리티 시대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