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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는 창간 100주년을 맞아 동아미디어그룹(DAMG) 뉴스룸의 향후 방향성을 담은 혁신 전략 보고서 ‘레거시 플러스(Legacy Plus·사진)’를 1일 발간했다. ‘저널리즘&디지털’이라는 부제의 이 전략 보고서는 동아미디어그룹이 미디어 소비자들에게 차별적 가치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새 백년에도 사회의 공기(公器) 역할을 이어나갈 토대가 될 예정이다. 민족 대변지를 자처하며 창간호에 ‘단군’을 명시했던 동아일보는 일제 치하에서 4차례 정간당한 끝에 폐간됐다. 독재 정권하에선 광고 탄압으로 백지광고 사태를 맞았지만 끝까지 저널리즘의 가치를 지켰다. 국내 언론 중 3대 언론상(관훈언론상 한국기자상 삼성언론상 취재보도 부문)을 가장 많이 받은 곳도 동아일보다.○ 동아다운 ‘히어로 콘텐츠’에 집중 한 세기 동안 지켜 온 이 같은 레거시를 미래지향적으로 업그레이드하자는 것이 보고서의 골자다. 제목에도 물려받은 ‘유산(레거시)’에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움(변화와 도전)’을 더한다는 각오를 담았다. 보고서는 가장 먼저 뉴스룸 취재 인력의 20∼30%를 상시적으로 동아의 대표 상품이 될 콘텐츠 생산에 투입하자는 원칙을 제시했다. 부서 기자가 10명이라면 그중 2, 3명은 ‘어디서 본 듯한 뉴스’ 대신 미디어 소비자가 ‘동아’라는 브랜드를 인지할 정도의 ‘탁월한 콘텐츠’를 만들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선택과 집중’을 강화하려면 일하는 방식 역시 달라져야 한다. 업무상 비효율을 제거하고 어떤 행동을 바람직한 것으로 간주할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보텀업(Bottom-up) 방식으로 만들고, 구성원들이 준수할 ‘공유된 규칙’으로 활용하자고 제안한 것도 이 때문이다. 콘텐츠 제작 과정에선 젊은 구성원의 목소리를 과감히 반영하고 외부와의 협업을 통한 오픈 이노베이션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를 통해 미디어 소비자들에게 젊은 감성으로 만든 콘텐츠, 외부의 전문성과 이질적 DNA를 더한 ‘콜라보’ 콘텐츠를 더 많이 선보이게 될 것이다.○ 즐겁고 파격적인 디지털 실험 뉴스 콘텐츠 생산과 소비의 주 무대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PC에서 모바일로 이동하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추세다. 레거시 미디어의 대표 격인 동아일보 역시 100주년을 계기로 디지털에서의 영향력과 브랜드 가치를 지금보다 한 단계 높여야 한다. 보고서는 뉴스룸 외부에 신문 방송 공통의 뉴스 실험실인 ‘D-Light(디라이트) 앨리’(가칭)를 신설하자고 제안했다. 명칭에는 ‘디지털’, ‘동아’의 미래를 밝힌다는 의미와 함께 ‘즐거운’ 실험을 추구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신설 조직을 활용해 지금까지 한국 언론에서 시도되지 않던 파격적이고 다양한 포맷의 저널리즘 콘텐츠를 선보이며 새로운 뉴스 소비자층을 개척하려 한다. 보고서는 “미디어 소비자들로부터 ‘동아가 이런 것도 하느냐’는 말을 듣는 것이 목표”라고 적었다. 권력 감시, 진실 추구, 소외 계층에 대한 휴머니즘 같은 동아 DNA를 시대에 맞게 업그레이드해 다양한 인재가 창의성을 발휘하는 유연하고 열린 조직 문화를 만들어 가자는 제안도 들어 있다. 이 밖에 내부에 ‘밋업(Meet-up)’과 ‘개라지(Garage)’를 만드는 등 스타트업 문화를 뉴스룸에 이식하기 위한 장치들을 제안했다. 동아일보는 창간 당시 인촌 김성수 선생이 29세였고 편집국 기자 대부분이 30세 전후여서 ‘청년 신문’으로 불렸다. 도전과 혁신을 멈추지 않는 청년정신으로 돌아가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새 가능성을 개척하는 것이 지금의 동아 뉴스룸에 주어진 사명이다. ○ 2년여간 사내외 200명 목소리 들어 2018년 초 출범한 동아일보 뉴센테니얼본부는 2년여 동안 사내 구성원은 물론 외부 최고경영자(CEO) 및 저널리즘·미디어 분야 석학부터 대학생까지 각계 인사를 두루 만나 미디어와 저널리즘의 미래, 동아가 나아가야 할 길 등에 대한 견해를 들었다. 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만나거나 의견을 들은 이는 모두 200여 명에 달한다. 지난해 초부터는 전사적인 100주년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면서 동아 저널리즘이 직면한 과제를 100개의 질문나무(Question Tree) 형태로 정리했다. 또 동아 뉴스룸이 지금 꼭 해야 하고, 할 수 있다고 판단한 실행과제(To Do List)들을 발굴해 보고서에 담았다. 동아미디어그룹은 앞으로 보고서 내용을 기반으로 뉴스룸 혁신 작업에 착수한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들겠다는 창간 때부터의 꿈과 의지가 미디어 소비자가 실감할 수준의 혁신적 콘텐츠로 실현될 때까지 동아 뉴스룸의 도전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김성규 sunggyu@donga.com·장원재 기자}
창간기념일에 대외 과시성 행사를 여는 대신 사회 기여 활동을 하는 글로벌 미디어 기업이 적지 않다. 2017년 창간 100주년을 맞은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글로벌 임팩트 데이’를 진행해 직원 260여 명이 전 세계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했다. 미국 본사 직원들은 지적장애인들이 그들의 이야기를 쓸 수 있도록 도왔다. 일부는 뉴욕의 공공 정원을 정비했고, 일부는 학교에 찾아가 태양광 자동차를 만들며 학생들과 시간을 보냈다. 홍콩에서는 저소득층을 위한 음식 배달을 돕는 프로그램을 펼쳤다. 포브스는 당시 기사에서 “행사를 통해 (직원들이) 커뮤니티와의 공통점을 발견했다”고 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100주년이던 1979년 시가(滋賀)현에 면적 150ha의 ‘아사히의 숲’을 조성했다. 종이를 사용하는 신문사인 만큼 ‘숲에 돌려준다’는 의미를 담아 사람과 숲이 만나는 공간을 만든 것이다. 2003년 문을 닫고 지방자치단체에 반환할 때까지 산림욕 페스티벌 등 산림 보전 캠페인 행사와 각종 심포지엄 및 연구가 이 숲에서 진행됐다. 아사히신문은 지난해 140주년을 전후해서는 암, 치매 같은 고령화사회의 고민에 대한 해법을 찾는 심포지엄과 캠페인 등을 전개했다. 요미우리신문은 140주년을 맞은 2014년 ‘요미우리 교육 네트워크’를 만들고 기업과 학교 간의 교류를 통해 교육 발전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제휴 기업과 대학의 전문가, 요미우리신문 기자가 학교를 찾아가 수업을 하고 함께 강연회와 심포지엄 등을 열고 있다. 미 뉴욕타임스는 창간 60주년을 맞은 1911년부터 기금을 조성해 현재까지 3억 달러(약 3670억 원)를 모았다. 비영리단체 등을 통해 소외계층에 전달하는데, 모금한 비용은 전액 기부하고 행정 비용 등은 뉴욕타임스에서 부담한다. 영국 언론사들은 ‘미디어 사회적 책임(CSR) 포럼’을 여는 등 공동체에 대한 기여에 일찍부터 앞장서 왔다. 특히 1922년 설립된 세계 최초의 공영방송 BBC는 최근까지 매년 CSR 리포트를 내고 환경, 자선 등 분야의 활동을 정리해 발표했다.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태평양에서 밀려오는 파도가 마치 산 같더라고요.” “거기에 바람까지 불면 정말 무섭지.” 서울 종로구 신문박물관에서 19일 만난 이재웅 씨(68)와 최준호 씨(40)는 서로를 ‘영웅’이라고 불렀다. 이 씨는 중고교 동창 노영문 씨(68)와 함께 1980년 국산 요트 1호인 ‘파랑새호’를 타고 한국인 최초로 태평양 요트 횡단에 성공했다. 동아일보 창간 60주년 기념사업이었다. 태평양 요트 횡단은 한국 해양인의 오랜 꿈이었다. 동아일보가 후원한 동아갈매기호가 1977년, 78년 시도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대학 시절부터 합판으로 요트를 만들며 함께 꿈을 키운 이 씨와 노 씨는 국산 요트 1호로 태평양을 건너기 위해 미국 바이어에게 ‘무료로 배달해주겠다’고 제안했다. 항해 비용은 사재를 털고 부모님께 빌려 마련했다. 이 씨는 “살아 돌아올 확률이 절반이라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33피트(약 10m)의 일엽편주에 몸을 싣고 시작한 모험은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돛 일부가 파손되는 바람에 항해는 예정보다 20일가량 길어졌다. 보름 만에 무선장비가 고장 나 고국에 소식을 전할 수 없었다. 이 씨는 “돈이 없어 육상용 무선장비를 샀는데 방수 기능이 부족했다”며 웃었다. 두 청년은 바람과 파도, 향수병과 싸우며 생사의 고비를 넘나든 끝에 75일 만에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도착했다. 이 씨와 노 씨는 국민적 영웅이 됐고 1980년 본보 선정 ‘올해의 인물’로 뽑혔다. 영광이 달콤한 것만은 아니었다. 전두환 정권은 5·18민주화운동 등 현안에서 국민의 눈을 돌리기 위해 둘을 활용했다. 이 씨는 “당시 만나는 분들이 광주 얘기를 하며 ‘그래도 자네들 덕분에 위안이 됐다’고 할 때마다 정권이 괘씸했다. 대통령 취임 축하 행사에 초청받고도 안 갔다”고 돌이켰다. 노 씨는 “(영광을) 도둑맞았다”는 말까지 했다. 그럼에도 이들의 모험은 후배들에게 많은 영감을 줬다. 사업 부진과 지인의 연이은 죽음으로 고민에 빠졌던 최 씨는 2014년 초 ‘내가 태어난 날(1980년 8월 7일) 무슨 일이 있었을까’ 하며 옛날 신문을 뒤지다가 파랑새호 도착 소식(8월 6일)을 접했다. 최 씨는 “마치 감전된 것 같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최 씨는 노를 저어 대양을 건너는 ‘오션 로잉’에 도전한 한국인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그해 6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몬터레이를 출발해 하와이에 도착하는 ‘1회 그레이트 퍼시픽 레이스’에 참가했다. 외국인 3명과 함께 43일 동안 노를 저어 13팀 중 1위로 완주했다. 귀국 후 스타트업을 시작한 최 씨는 “힘들어도 꾸준히 노력하면 결국 이룰 수 있다는 걸 몸으로 느꼈다”고 했다. 귀국 후 인터뷰에서 파랑새호 영웅을 만나고 싶다고 했던 최 씨는 이날 소원을 이뤘다. 상기된 표정으로 대화하던 최 씨는 “한국에 이런 대단한 분이 있다는 걸 잘 모른다. 모험가를 더 존중하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이 씨는 “청년들의 도전 없이 한국은 생존할 수 없다. 도전은 젊음의 특권”이라고 강조했다. 둘은 “앞으로도 동아일보가 청년의 모험과 도전을 소개하고 격려해 달라”고 입을 모았다. 미국에 체류 중인 노 씨는 e메일 인터뷰에서 “인생에서 어려움을 만날 때마다 당시 도전을 생각하며 극복할 수 있었다”며 “후배들이 새로운 해양 도전을 해 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남편은 입버릇처럼 ‘월급쟁이는 한 달 먹을 걸 버는 거지, 두 달 먹을 거 벌겠다 하면 안 된다’고 했어요. 경찰 때도, 신문사 다닐 때도 당당하고 강직했죠. 허풍을 떨면 그대로 믿어 버려 농담도 못 했어요.” 10일 충남 천안 자택에서 만난 김선월 씨(82)는 3년 전 세상을 떠난 남편을 떠올리면 답답할 만큼 고지식했던 모습이 기억난다고 했다. 크지 않은 키에 조용한 성격. ‘정직’이 좌우명이었던 남편은 1956년 동아일보에 경찰의 표 바꿔치기를 고발했던 대한민국 첫 부정선거 폭로자 박재표 씨(1932∼2017·사진)다. 그의 삶을 1972년 동아방송(DBS) 다큐멘터리에 출연해 남긴 육성과 가족 인터뷰 등을 통해 재구성했다. 24세 순경으로 전북 정읍에서 근무하던 박 씨는 1956년 8월 도의원 선거 때 투표함을 개표소로 옮기는 일을 맡았다. 임무 중 동료 경찰이 자유당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야당 표를 대거 여당 표로 바꾸는 걸 목격했다. 고민 끝에 사표를 쓰고 서울로 상경해 동아일보를 찾았다. “사회부장님을 만나 환표(換票) 경위를 말씀드렸습니다. 틀림없냐고 해서 지금 사표를 내고 찾아왔다고 했습니다. 점심을 먹고 나오니 신문에 크게 나와 있었어요. (더 이상) 고민은 없고 시원한 마음이 들더군요.”(DBS 다큐멘터리 증언) 8월 29일 기사가 실리자 경찰엔 비상이 걸렸다. 근무지 이탈 등을 이유로 체포령을 내리고 현상금 30만 환과 1계급 특진을 내걸었다. 박 씨가 붙잡히자 경찰은 증언을 조작해 1심에서 실형을 받게 했다. 당시 그는 최후 진술에서 “부모와 선배로부터 거짓말을 하라는 말은 못 들었다. 제가 희생되는 건 좋다. 그러나 옳은 것은 옳은 것”이라고 말했다. 2심에서 무죄 판결로 10개월 만에 석방됐지만 내부고발의 대가는 가혹했다. 경찰과 농림부에서 일하던 형제들은 파면됐고 조카들은 학비를 내기 어려운 처지가 됐다. 박 씨는 어딜 가나 감시 대상이 됐다. “1959년 초 결혼했는데 선거 때만 되면 병역법 위반이라며 잡아가 군대 훈련을 시켰다. 두 번이나 사라져서 아들을 친정에 맡기고 경찰서 등을 돌아다녔다.”(부인 김 씨) 잠시 민주당에 몸담았던 박 씨는 4·19혁명 후 경찰에 복직했다가 5·16군사정변으로 다시 민간인이 됐다. 국수가게를 차리는 등 여러 일을 전전하다 의인(義人)의 처지를 안쓰럽게 여긴 동아일보의 제안을 받아들여 경비원으로 입사했다. 이후 1990년 정년퇴임할 때까지 자재부 등에서 근무했다. “회사에서 가끔 마주쳤는데 ‘용감한 순경이었다’고 하더라. 사내에서도 매사 성실하고 틀림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퇴직 후 천안에서 텃밭을 일군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가 사진을 찍었는데 나중에 영정사진이 됐다.”(전민조 전 동아일보 출판사진부장) “누구보다 일찍 출근하셨고 휴가 간 동료 대신 근무했다는 얘기를 자랑 삼아 하셨다. 돌아가실 때까지 ‘가장 신뢰하는 신문’이라며 동아일보를 보셨다.”(손녀 박선영 CBS PD) 박 씨는 DBS 다큐멘터리에서 당시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옛날 회고라는 건 없습니다. 미련도 없고 (다만) 앞으로 내가 맡은 일을 충실히 할 작정입니다.”천안=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한시가 급한데 동아일보 마크를 단 차량이 눈에 띄었습니다. 무작정 도로로 나가 차를 세웠죠.” 경광숙 전 소방관(63·현 CJ 그룹안전감독관)은 12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사거리에서 1995년 6월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날을 돌이켰다. 당시 도봉소방서 구조대장이었던 그는 서울소방본부 회의 참석 후 교보문고에서 자료를 찾다가 사고 소식을 접했다. 경 전 소방관은 “당장 출동하라는 말에 지하도를 달려 올라갔다. 택시가 안 잡혀 발을 구르던 차에 동아일보 취재차량이 보였다. 신분증을 보이며 사정을 설명하자 취재기자는 두 말 없이 타라고 했다”고 기억했다. 차는 한 번도 안 멈추고 7, 8분 만에 도착했다. 그는 “차에서 긴박하게 본사와 통화하던 기자와는 인사도 못 나눈 채 현장에 뛰어들었다”고 회상했다. 사고 후 한 시간이 채 안 된 현장은 먼지가 자욱했다. 그는 양복 위에 간단한 장비만 걸치고 구조에 나섰다. “밤낮없이 구조하느라 배가 고픈지도 몰랐어요. 물만 마시며 구조하는데 사흘째부터 식사가 들어오더군요.” 당시 수십 명을 구했지만 지금도 못 잊는 장면이 있다. 나흘째 젊은 여성의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잔해를 해치며 가던 중이었다. 정확한 방향을 찾느라 피가 마르던 그의 귀에 “더 이상 못살 것 같아요”라는 가냘픈 목소리가 들렸다. “가족들 생각해 마음을 굳게 먹으라 하고 작업에 속도를 냈는데 한두 시간 후 다시 말을 걸어 보니 답이 없더라고요.” 그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이후엔 구조 대신 시신 발굴이 주 업무가 됐다. 그러다 참사 11일 만에 최명석 씨를 구하며 그와 대원들은 국민적 관심을 받았다. 그는 “고등학교 때 ‘시대의 흐름을 알려면 사설을 보라’는 선생님의 말을 듣고 집에서 보던 동아일보를 열심히 봤다”고 했다. 해병대 제대 후 34년 7개월 동안 소방관의 길을 걸었다. 7층 난간에서 추락해 생사의 기로에 놓이는 위기를 겪으며 인명구조 매뉴얼을 만들었고 교관으로 후배를 길러냈다. 특수구조대에서 일할 때는 조난 등산객을 구하느라 하루에 7번 산을 올랐다. 그는 “등산을 좋아했는데 당시 무리를 해서 무릎이 안 좋아졌다”며 웃었다. 재해 현장을 생생하게 담으려는 취재진과 실랑이를 벌인 적도 적지 않다. 그는 “공공 부문은 사실을 감추려는 속성이 있어 언론의 감시가 꼭 필요하다. 다만 현장 안전라인은 지켜 달라”고 강조했다. 성수대교 붕괴 등 수많은 현장을 경험했지만 삼풍 참사는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기자와 함께 양재 시민의 숲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삼풍 위령비 앞에서 “색소폰을 배워 위령비 앞에서 가끔 불어드린다. 그러면 마음속 답답함도 달랠 수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2014년 민간 부문으로 옮긴 후에도 신문 인터뷰와 방송 출연을 하며 국민 안전의식을 높이려 노력했다. 지난해 말엔 다뉴브강 유람선 침몰 사고 후 현장이 바뀌었는지 직접 확인하러 헝가리도 다녀왔다. 그 경험을 올해 초 동아일보에 기고했다. 그는 “비슷한 사고가 반복되는 것이 안타깝다. 안전은 스스로 챙긴다는 국민의식 개선과 노후 건물의 안전성을 높이는 정부의 책임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동아일보에 바라는 점을 묻자 “저는 ‘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테니 동아일보는 우리 사회의 방향 제시를 제대로 해 달라”고 당부했다.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일본 아사히신문 와타나베 마사타카(渡邊雅隆) 사장이 5일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동아미디어센터를 방문해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과 한일 간 현안을 논의하고 양사의 전통적인 우호 협력 활동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 양사는 한일 양국 간 교류 및 내년 일본 도쿄(東京)에서 열리는 여름올림픽의 취재 보도 활동에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와타나베 사장은 “정치의 세계에는 좋아졌다가 나빠지는 일이 반복되지만 민간 문화 교류는 한번 시작된 것이 갑자기 사라지지 않는다”며 “교류를 이어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 사람들이 주변 시선을 의식하지 않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와타나베 사장의 이번 방문은 제휴사인 동아일보와 아사히신문의 협력 프로그램에 따른 연례행사로 나카무라 시로(中村史郞) 편집담당 임원, 사사키 마나부(佐¤木學) 사장 비서가 동행했다.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언론 정정보도를 의무적으로 신문 1면과 방송 프로그램 시작 때 노출시키고 이를 어길 경우 최대 30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가짜뉴스’에 대한 자의적 판단 논란에 휩싸였던 민주당이 이번에는 자유국가에선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법안으로 언론의 자율성과 편집권을 훼손하려 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민주당 허위조작정보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인 박광온 의원은 27일 보도자료를 내고 최근 매체별로 정정보도문의 위치를 강제하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법(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이 법안은 아무리 사소한 정정보도라도 신문은 1면에, 방송은 보도가 이뤄진 프로그램 시작 시에, 잡지는 본문이 시작하는 첫 페이지에 싣도록 강제하고 있다. 이 법안은 노무현 정부 때 논란 끝에 도입됐던 언론중재법상의 정정보도 청구권을 대폭 확대, 강화한 것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만들어져 2005년 7월 실시된 언론중재법은 정정보도 청구권을 도입하면서 정정보도를 할 경우 ‘동일한 채널, 지면 또는 장소에 동일한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하게 했다. 당시 언론사들은 자체적인 고의나 과실이 없더라도 정정보도 청구권을 인정한 부분에 대해 “언론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반발하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 등을 제기했다. 실제로 미국 등에서는 민사소송을 통해 손해배상을 받는 방식으로 피해를 구제하고 있으며 한국과 같은 정정보도 청구권을 법적으로 제도화하지 않고 있다. 정정보도도 언론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자체적으로 적절한 지면에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치열한 논란 끝에 헌재는 2006년 6월 정정보도 청구권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신문사의 고의나 과실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법적인 조치를 받지 못할 경우 보도가 허위임을 동일한 매체에서 동일한 비중으로 보도 전파하는 것이 적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정정보도의 방법도 원래 보도 이상의 부담을 지우고 있지도 않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번에 발의된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동일한 비중’을 넘어 아무리 사소한 오보라도 신문 1면과 방송뉴스 첫 꼭지로 정정보도를 하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다. 언론인 출신으로 지상파 보도국장과 앵커를 지낸 박 의원이 언론 자유를 확연하게 제약할 수 있는 법안을 발의한 것을 두고 또 다른 정치적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자유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와 여당에 대한 비판 보도가 쏟아지고 있는데 미리 언론에 겁을 주고 취재활동을 위축시키겠다는 의도 아니겠느냐”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최근 민주당 허위조작정보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가짜뉴스 단속에 앞장서기도 했다. 안재형 변호사는 “지금도 충분한 취재를 했지만 오보를 낸 경우 과실이 없어도 정정보도를 할 수밖에 없는데 더 과한 조치로 인해 언론 자유가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언론학회장을 지낸 양승목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사안의 경중을 나누지 않고 일괄적으로 1면에 정정보도를 강제하면 언론의 편집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장원재 peacechaos@donga.com·신규진 기자}
9월 남북 군사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남북 근접 감시초소(GP) 시범철수가 완료된 가운데 전방의 한 사단이 철수 잔해물인 GP 철조망 일부를 정치권 등에 선물용으로 사용한 것으로 뒤늦게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26일 국방부와 육군 등에 따르면 강원도 화천에 있는 육군 7사단은 18일 사단을 찾은 더불어민주당 의원 7명에게 GP 철조망 일부를 넣어 만든 액자를 선물했다. 액자는 한반도 지도, 장병들의 경계 근무 모습 등을 배경으로 7cm 길이의 철조망을 부착해 제작됐다. “이 철조망은 GP 철거 작전 시 7사단 GP에서 사용하던 것이다. 7사단을 방문하신 ○○○ 의원님을 영원히 기억하겠다”는 글도 있었다. 박원호 7사단장은 이 액자를 부대를 찾은 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 김두관 참좋은지방정부 위원장, 권미혁 김정우 김한정 박정 심기준 의원 등 민주당 관계자 9명에게 선물했다. 앞서 12일에는 부대를 방문한 군인공제회 간부에게, 17일엔 대형은행 간부에게 철조망 액자를 선물했다. 액자는 이달 초 부임한 박 사단장의 아이디어로 제작됐다. 지난달 말 7사단 지역 GP가 철거되면서 생긴 철조망 등 각종 잔해물은 부대 역사관 인근에 적재돼 있었다. 이를 본 박 사단장이 일부는 역사관에 보존하되 일부는 재활용해 부대 방문객에게 선물하자고 제안했다는 것. 문제는 국방부가 4일 GP 잔해물의 임의 사용을 금지하는 지침을 육군에 하달했다는 것. GP 잔해물 활용 방안을 검토 중이니 별도 지침이 있을 때까지 훼손하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7사단 측은 육군 규정에 의거해 재활용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육군 규정의 ‘폐기물 관리 및 처리 규정’은 폐기물이 발생할 경우 해당 부대는 적법한 시설에 이를 보관하고 자체 재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육군 관계자는 “4일 내려온 국방부 지침은 사단장에게까지 보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논란이 일자 육군은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해당 부대가 착오로 제작해 증정한 것으로 잔해물 활용을 즉각 중지시켰다”라는 공식 입장을 냈다. 그럼에도 인터넷에는 “정치군인이 진급을 염두에 두고 여당 정치인들에게 선물을 준 것”이라는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민주당 의원들도 즉각 반환하겠다고 밝혔다. 윤 사무총장이 먼저 반납 의사를 밝히며 “다른 의원들에게도 반납하라고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가안보 기강이 총체적으로 해이해지고 있다”며 “해체된 GP는 베를린 장벽과 같은 것이고 우리나라 안보를 상징하는 것인데 군 사단장은 선물액자를 만들고 민주당은 덜컥 받아서 자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손효주 hjson@donga.com·장원재 기자}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지율이 ‘데드크로스’를 찍은 문재인 대통령의 여론 조작용”이라며 여야 5당 원내대표 중 유일하게 26일 남북 철도·도로 연결사업 착공식에 불참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공사 범위와 기간, 소요 예산 등에 대한 추계는 고사하고, 사업 계획도 법적 근거도 없다. 실체가 없는 착공식”이라고 비판했다. 김병준 비대위원장도 “그야말로 착공식을 가불한 셈”이라며 “상장기업 같으면 주가조작 의혹을 받을 일”이라고 거들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나 원내대표의 간접적인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나 원내대표는 회의 모두발언에서 “이 착공식에 대해 저에게 와서 설명한 정부 측 인사가 없다”며 “정부여당의 오만”이라고 했다. 하지만 조 장관은 이날 행사장에서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에게 “(나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세 번 드렸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회의 도중 이 말을 전해 듣고는 “모르는 전화번호(로 온 전화)는 안 받는다. 저한테 (조 장관의) 전화번호가 없고, 전화가 왔는지 모르겠다. 연락을 제대로 안 하시고 정부여당이 일방적으로 착공식 하는 것”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여당은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만 불참한 것은 그야말로 옥에 티”라며 불만을 표했다. 민주당 이재정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한국당은 낡은 색깔론과 반공 이데올로기, 당리당략만을 위한 몽니를 버리고 전향적 입장을 보여 달라”고 했다.홍정수 hong@donga.com·장원재 기자}
올해가 일주일밖에 안 남았지만 연말 정국은 여전히 암담하다. 여야는 유치원 3법과 산업안전보건법 등 현안 법안 처리를 놓고 여전히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선거제도 개혁, 공공부문 채용비리 의혹 국정조사계획서 채택 등도 진전이 더디다. 올해 마지막 임시국회도 빈손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야는 25일 크리스마스 전후 교육위원회와 환경노동위원회를 열고 현안 법안에 대한 막판 조율을 시도한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최우선 과제로 꼽는 사립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 사립학교법, 학교급식법 개정안)’은 사실상 연내 처리가 어려운 상황. 법안을 발의한 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2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법안소위를 6차례나 열었는데 진전이 없다. 26일 교육위 전체회의에서 바른미래당과 공조해 신속 처리 대상(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하지만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어도 상임위 계류기간 최장 330일이 지나야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다. 여야 합의가 안 되면 330일 이후에나 처리할 수 있다는 것.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하청근로자 김용균 씨 사망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도 조속한 처리를 주문한 산업안전보건법은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합의 가능한 부분만 먼저 처리하자”고 해 난항을 겪고 있다. 다만 여야는 특수형태 고용직 노동자와 배달 노동자를 법 적용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에 공감대를 형성했고, 24일과 26일 환노위 소위와 전체회의를 열어 막판 협상에 나선다. 선거제도 개혁은 민주당과 한국당이 적극적이지 않아 약속했던 내년 1월 처리 가능성은 더욱 낮아지고 있다. 공공부문 채용비리 국정조사는 계획서에 담아야 할 범위 등을 놓고 여야 간 이견이 이어지고 있다.장원재 peacechaos@donga.com·홍정수 기자}
대전지검은 12일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불기소 처분하기로 결정했다. 박 의원은 보좌진이 올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불법 정치자금을 요구한 사실을 알고도 이를 방조했다는 의혹으로 지난달 28일 고발을 당해 수사를 받았다. 대전지검이 고발 접수 2주 만에 서둘러 결론을 내린 것은 6·13지방선거 공소시효(6개월)가 13일 끝나기 때문이다. 13일 밤 12시를 넘기면 그동안 선거법 위반으로 수사 또는 내사를 받던 이들은 더 이상 마음을 졸이지 않아도 된다. 가슴을 쓸어내린 박 의원과 달리 법정에 서야 하는 이들도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11일 허위사실 공표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권양숙 여사를 사칭한 여자에게 공천청탁 명목으로 금품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는 윤장현 전 광주시장은 13일 기소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공소시효 만료 직전 기소 여부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숨죽인 채 13일만 지나가길 기다리는 단체장이 상당수”라고 전했다. 지방선거가 끝나면 통상 수천 명이 수사 대상이 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경찰은 선거법 위반 사건 3032건을 접수해 12일까지 1874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문제는 이처럼 선거법 위반 사건이 넘치는데도 정작 선거법의 공소시효는 지나치게 짧다는 것.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건수는 많은데 무리하게 속도를 내다 보면 자칫 수사가 어설프게 흐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선거가 끝나고 6개월만 버티면 된다’는 생각이 불법 선거운동을 조장하는 측면도 있다. 수사당국에서는 “선거가 끝나면 주요 참고인이 해외로 떠나거나 잠적해 수사에 어려움을 겪는 일이 적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독일 등 대다수 국가는 선거사범에 대해 공소시효 규정을 별도로 두고 있지 않다. 일본도 1962년 공직선거법을 고치면서 단기공소시효 규정을 삭제했다. 반면 한국은 선거사범에 대해 공소시효 3개월을 유지하다가 1994년에 6개월이 됐고 이후 24년 동안 이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과학수사 기법이 발전하면서 살인죄 공소시효가 폐지되고(2015년), 성범죄 공소시효 연장이 추진되는 추세와 대조적이다. 이 때문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011년 선거사범 중 매수죄에 한해 2년으로 공소시효를 연장하자는 의견을 국회에 냈다. 하지만 ‘선거 결과를 조기에 확정해 당선자의 업무 수행을 원활하게 해야 한다’는 이유로 제대로 논의조차 안 됐다. 물론 공소시효를 무작정 늘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공소시효가 늘어나면 재판을 하는 동안 당선자가 임기를 절반 이상 채우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기소와 재판을 모두 1년 반 안에 끝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김민호 교수는 “공소시효 기간이 얼마인지 못지않게 수사를 내실화하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원재 peacechaos@donga.com·박성진 기자}
국회가 내년 의원 보수 인상 액수를 둘러싼 혼선으로 만만치 않은 후유증을 겪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7일 일부 매체가 ‘여야가 내년도 의원 세비를 1억6000만 원으로 정했다’고 보도한 것. 2년 연속 이어진 ‘셀프 인상’으로 국회의원 연봉이 2000만 원 오른다는 소식에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인터넷에는 국회를 비판하는 글이 폭주했고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세비 인상분 반납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내년에 의원 보수가 2000만 원 오른다는 보도는 오보로 밝혀졌다. 국회 사무처는 논란이 커지자 “내년 의원 수당은 연 1억472만 원으로 올해보다 182만 원(1.8%) 늘고 활동비(4704만 원)는 그대로라 전체적으론 1억4994만 원에서 1억5176만 원으로 1.2% 늘어난 것”이라고 밝혔다. 처음 오보를 낸 매체는 기사를 정정하고 사과했고,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는 글을 올렸던 박원순 서울시장은 해당 글을 삭제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론은 ‘1.8% 인상도 아깝다’는 쪽으로 돌아갔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18만 명 이상이 ‘셀프 인상을 중단하라’라는 청원에 참여한 상황이다. 정치권에선 “국회에 대한 국민 감정을 그대로 보여준 사건”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 관계자는 “국회 신뢰도가 1.8%로 최하위다 보니 어떤 해명도 안 통했다. 1.8%의 저주”라고 했다.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이른바 ‘낙하산 인사’가 임명된 공공기관들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공공기관에 비전문가를 ‘보은 인사’로 임명한 부작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고속철도(KTX) 강릉선 탈선 사고가 일어난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산하 자회사에는 총 6곳에 13명의 여권 인사가 임명됐다. 오영식 코레일 사장은 취임 초부터 대표적 보은 인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2기 의장 출신인 오 사장은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과 민주통합당에서 16, 17, 19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오 사장은 의원 시절에도 철도 관련 상임위원회 활동을 한 적이 없다. 김정근 이충남 코레일 비상임이사도 지난해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 캠프에 있었다. 코레일 자회사들에도 ‘낙하산 인사’가 포진해 있다. 강귀섭 코레일네트웍스 대표는 정세균 전 국회의장의 보좌관 출신이다. 코레일유통 이덕형 박윤희 비상임이사는 19대 대선 때 각각 선거 캠프와 외곽 조직(‘더불어포럼’)에서 활동했다. 코레일로지스의 김종옥 비상임이사와 권은찬 비상임감사는 서울 지역 구의원, 코레일관광개발 김두진 상임이사는 민주당 경북도당 사무처장 출신이다. 자유한국당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 사장의 문책을 주장하고 나섰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한국당 의원들은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코레일 사장은 전문성 있는 인사가 맡아야 한다. 탈선사고 조사 결과에 따라 김 장관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기 고양시 지하철 3호선 백석역 인근에서 발생한 열수송관 누수사고 현장 보고 때 ‘웃음 보고’로 물의를 일으킨 황창화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도 ‘낙하산 인사’로 분류된다. 황 사장은 한명숙, 이해찬 전 국무총리 비서실 정무수석비서관을 거쳤다. 올 8월 민주당 전당대회 때는 이해찬 후보 캠프 공보업무를 총괄했다. 친형 최규호 전 전북도교육감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다가 최근 자진 사퇴한 최규성 전 한국농어촌공사 사장도 3선 의원 출신이다. 최 전 사장은 고(故) 김근태 민주당 상임고문 계파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회장을 지냈다. 정치권에서는 태양광발전업체를 운영했던 최 전 사장이 수상태양광발전사업을 벌이는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을 맡은 것부터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런 낙하산 인사는 최근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랜드코리아레저(GKL)는 지난달 문 대통령이 몸담았던 ‘법무법인 부산’의 사무장 출신인 송병곤 씨를 상임이사직에 앉혔다. 김현미 장관의 의원실 보좌관을 지낸 백모 씨도 최근 인천공항철도 기획본부장으로 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고야 best@donga.com·장원재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10일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예산안에 포함된 국회의원 세비 인상분 1.8%(연간 약 182만 원)를 사회에 환원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일자리 복지 예산을 깎고 자신들의 배만 불렸다’는 국민 비판을 감안한 조치다. 민주당 홍익표 수석 대변인은 10일 브리핑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사회공헌기금 출연 등의 방식으로 사회에 환원하는 것을 결정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관계자는 “공무원 보수 인상폭이 반영된 것인데 무리하게 올린 것처럼 오해를 산 부분이 있다”면서도 “이르면 11일 의총을 열어 반납을 정식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바른미래당은 세비 인상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전인 4일 일찌감치 ‘기부 방식으로 전액 반환’ 당론을 채택했다. 민주평화당은 10일 오전 “선거제 개혁 추진 야3당(바른미래당 평화당 정의당) 공동 반납을 추진하겠다”고 했으며 정의당도 11일 세비 인상분 반납을 정식 결정하기로 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어려운 경제 상황에 부합하지 않는 것 같다”면서도 “11일 선출되는 신임 원내대표가 잘 결정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국회의원 세비 셀프 인상 철회’를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와 사흘 만에 16만 명 이상이 동의했다.장원재 peacechaos@donga.com·최우열 기자}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국회에 나와 “삭감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던 내년도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 특수활동비 96억5000만 원이 정부안대로 통과됐다. 임 실장은 지난달 13일 국회에 나와 “지난해 선제적으로 올해분 예산 34%를 삭감해 매우 엄격하게 집행하고 있다. 더 줄이기에는 대통령의 활동에 압박과 무리가 따른다”며 여야 의원들에게 정부안 유지를 요청했다. 대통령경호처 특활비도 85억 원으로 올해와 동일하게 편성됐다. 반면 감사원 특활비는 정부안보다 3억1000만 원 삭감된 23억2200만 원으로 통과됐으며 법무부도 공안, 마약 분야 등에서 5억5800만 원이 삭감됐다. 대법원, 공정거래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방위사업청 등 5개 기관 특활비는 정부안대로 전액 폐지됐다. 특활비가 남은 14개 기관 중 삭감 비율이 가장 큰 기관은 84%를 줄인 국회다. 올해 62억7200만 원에서 내년에는 9억8000만 원으로 줄었다. 한편 정부가 편성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부패예방감시단 예산 6억7400만 원은 논란 끝에 전액 삭감됐다. 감시단은 세월호 참사 이후 출범한 한시 조직으로 활동 기한이 계속 연장돼 왔지만 야당은 “기능이 중복된다”며 전액 삭감을 주장했다.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7일 오후 7시 국회 로텐더홀.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하나둘 본회의장에 입장했다. 선거제도 개편 합의 무산에 항의하며 이틀째 단식 중인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이 무거운 표정으로 출입구 앞에서 농성을 하며 이들을 맞았다. 여야는 이날 본회의를 한 차례 연기하며 막판까지 협의를 거듭했다. 하지만 최대 쟁점인 선거제도 개편 합의는 불발됐다. 결국 예산안과 선거제도 개편 연계 처리를 주장해온 야3당(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190건의 법안을 처리하고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조율했다. 앞서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예산안 처리가 예전보다 일주일 가까이 늦었는데 그나마 한국당과 합의해 처리하게 돼 다행”이라며 전날 민주당-한국당 합의를 높게 평가했다. 또 “일자리, 아동수당 등 사회안전망 예산이 많이 반영돼 포용성장의 큰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자평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도 원내대책회의에서 “예산 정국인지 선거법 정국인지 헷갈릴 지경이지만 야당으로서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어 두 사안을 개별 접근했다”면서 “일단 국민 혈세가 단 한 푼이라도 허투루 쓰이는 일이 없도록 면밀히 심사하는 데 주력할 수밖에 없다”고 예산 처리 합의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와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전날 협상장을 박차고 나갔던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를 오전부터 다시 만나 “본회의 처리에 참여해 달라”고 설득했다. 점심을 같이 먹으며 논의했지만 결국 김관영 원내대표는 “선거법에 진전이 아예 없다. 계속 농성하고 본회의장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최종 통보했다. 민주당과 한국당은 당초 오후 4시로 예정돼 있던 본회의를 오후 7시로 미루며 야3당 설득에 공을 들였다. 민주당 홍영표,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각각 로텐더홀을 찾아 손학규 이정미 대표의 단식을 만류했다. 하지만 손 대표는 “나는 단식주의자가 아니고 단식을 안 하고 싶다. (하지만) 일단 시작한 거 해결이 안 되면 그냥 끝을 보려고 한다”며 거부했다. 이 대표는 홍 원내대표에게 “문재인 정부에서 단식농성을 하게 되리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다”고 했다. 평화당 정동영 대표는 이날 청와대 앞에서 피켓을 들고 “문재인 대통령이 오늘이라도 5당 대표를 만나 적폐연대 대신 개혁연대를 하라”며 1인 시위를 벌였다. 한편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는 종합부동산세법 등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된 세법 개정안이 전날 민주당-한국당 합의로 일부 수정이 불가피해지면서 문제가 됐다. 본회의에 곧바로 상정된 부수법안을 고치려면 교섭단체 원내대표가 모두 동의해야 한다. 하지만 바른미래당이 반대해 기재위를 열어 논의를 해야 하게 된 것. 야3당 의원들이 “날치기를 막겠다”며 맞서는 바람에 민주당과 한국당은 본회의가 시작될 때까지 기재위 전체회의를 열지 못해 애를 먹었다. 장원재 peacechaos@donga.com·최우열 기자}
“북쪽이랑 전화가 되면 이렇게 답답하지는 않을 텐데요.”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7일 기자들과 만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과 관련해 ‘북측에 전화는 해봤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남북 정상 간 설치해 운용키로 한 핫라인이 가동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북쪽에서 연락이 왔느냐’는 질문에도 “안 오네요”라고 했다. 연내 답방 요청에 가타부타 말이 없는 북한을 바라보는 청와대의 답답한 기류를 전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도 마찬가지다. 조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합의된 대로 가급적이면 연내 답방하는 방향으로 북측과 협의해 오고 있다”면서도 “기본적으로 (북한이) 합의대로 이행하겠다는 의지는 분명하지만, 북측에서 구체적 답은 주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답방 가능성을 몇 퍼센트로 보느냐’는 질의엔 “구체적으로 표현하기는 쉽지 않지만, 가능성이 있다는 쪽으로 일단 더 보고 있다”고 했다.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마치고 이날 귀국한 강경화 장관도 답방과 관련해 “일단 제가 알기로는 북측에서 특별한 답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 정상이 지난달 30일 정상회담을 갖고 서울 답방이 비핵화 회담을 촉진하는 모멘텀이 될 것이라는 데 공감하면서 답방을 향한 ‘문’을 활짝 열었지만 김정은이 들어오기를 주저하고 있는 것이다. 이날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열린 남북 소장회의에서도 답방 논의는 없었다. 9월 14일 사무소 개소 뒤 남북은 매주 소장회의를 갖기로 했지만 북측 소장인 전종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은 툭하면 회의에 불참해 남측 소장인 천해성 통일부 차관을 바람맞히곤 했다. 하지만 북측이 전날 전종수의 참석을 예고하면서 답방 언급을 기대했지만 철도, 산림 등 사업 논의만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정부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우리 측에 답방 일정을 통보하지 않은 상황에서 전종수가 먼저 관련 사안을 언급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준비 과정을 고려하면 다음 주 답방은 사실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했다. 북측이 시간을 끌면서 워싱턴 조야에서는 연내 답방이 사실상 힘들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6일(현지 시간) 강 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회동에서도 답방 지연에 대한 논의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황인찬 hic@donga.com·장원재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내년도 예산안 처리에 잠정 합의했다. 사상 최대 규모의 일자리예산과 복지예산, 종합부동산세 인상 등을 골자로 한 예산안은 이르면 7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 처리될 예정이다. 2014년 국회선진화법 도입 후 가장 늦은 예산안 처리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와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6일 오전부터 마라톤 협상을 벌였다. 하지만 김관영 원내대표는 선거제도 개편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퇴장했다. 남은 두 원내대표는 오후 3시 잠정 합의를 이뤘다고 발표했다. 최대 쟁점이던 유류세 인하 등으로 인한 세수 결손 4조 원은 올해 안에 국채 4조 원을 조기 상환하고 내년 국채 발행 한도를 1조8000억 원 늘려 반영하기로 했다. 아동수당은 내년 1월부터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만 6세 미만(미취학 아동)까지 월 10만 원을 주고 내년 9월부터는 초등학교 입학 전 아동(최대 생후 84개월)으로 지급 대상을 확대한다. 내년 10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던 250만 원의 출산장려금 지급은 예산 전액 삭감으로 없던 일이 됐다. 여야는 1주택자가 15년 이상 집을 보유할 때 종합부동산세를 50% 깎아주는 장기보유특별공제 조항을 신설하기로 했다. 지금은 1주택자가 5년 이상 보유 시 20%, 10년 이상 보유 시 40%의 세액공제율을 적용하고 있다. 정부에서 3만6000명으로 제출한 공무원 증원안은 3000명을 깎았다. 일자리 예산은 약 6000억 원, 남북협력기금 예산은 약 1000억 원 줄였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장하며 예산안과 선거제도 개편안 연계 처리를 요구해 온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더불어한국당의 탄생’이라며 극렬히 반발했다. 하지만 이들 3당의 의석수를 모두 더해도 49석에 불과해 합치면 재적 절반을 훌쩍 넘기는 민주당(129석)과 한국당(112석)의 예산안 처리를 막기 어렵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이날 합의에 반발하며 단식농성에 돌입했다.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 세종=최혜령 기자}
청와대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답방할 경우 국내외 취재진이 이용할 프레스센터를 설치하기 위해 서울 강남구 코엑스 컨벤션센터 대관을 공식 문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코엑스는 정부가 북측에 답방 기간으로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18∼20일 별다른 이벤트가 없어 현재도 프레스센터 용도로 대관이 가능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소식통은 5일 “청와대가 최근 김 위원장 답방을 전제로 10∼14일 코엑스 컨벤션센터 대관을 공식 문의했다”며 “코엑스 측이 10일만 가능하다고 답해 없던 일이 됐다”고 말했다. 그런데 코엑스 컨벤션센터는 현재 16∼20일 일부 행사장이 비어 있는 상태.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이 성사될 경우 유력한 답방 기간인 18∼20일 대관이 가능한 셈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아직 북측에서 답방에 대한 최종 답신이 없어 (코엑스) 대관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 결정 마감시한이 다가오면서 청와대는 “연내든 연초든 열려 있다”며 북한의 결단을 재차 촉구했다. 청와대는 늦어도 이번 주 안에는 북한이 답을 보내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답방 시 방문을 추진 중인 국회도 덩달아 바빠지고 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김 위원장의 답방에 대비해 당초 17∼25일로 예정됐던 중동 순방을 취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 의장 측은 문 대통령이 평양 방문 때 능라도 5·1경기장에서 연설을 한 만큼 김정은이 국회를 찾아 문 의장을 만나고 본회의장에서 연설하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염두에 두고 있다. 한편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는 이날 자유한국당 백승주 의원이 국회에서 주최한 ‘대한민국 안보의 빛과 그림자’ 토론회 기조연설에서 “정부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꼭 끌어내서 대한한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학습시키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광화문광장에서 ‘김정은 만세’ 소리와 ‘김정은 세습통치 반대’ 목소리가 함께 울려나오는, 자유민주주의 혼성4부 합창단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줘야 한다”고도 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장원재 기자}
이달 말 주 52시간제 계도기간 종료를 코앞에 두고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요구하는 경제 현장의 목소리가 절박해지고 있지만, 여야는 정기국회 종료를 닷새 앞둔 4일까지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했다. 여야는 이날도 서로를 탓하며 주무 상임위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파행을 이어갔다. 자유한국당 환노위원들은 이날 성명을 내고 “여야정 상설협의체에서 합의했는데 문재인 대통령 말 한마디로 국회에서 논의조차 못 했다. 기업을 범법자로 만드는 것을 넘어 성장동력을 질식시키는 것”이라며 여당을 비난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출범식에서 탄력근로제와 관련해 “국회에 시간을 더 달라고 하겠다”고 한 것을 겨냥한 것. 한국당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최장 1년으로 늘리라고 요구하고 있다. 바른미래당도 탄력근로제 확대 논의 없이는 다른 노동 관련 법안 심사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환노위 민주당 간사인 한정애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경사노위가 출범한 만큼 당사자끼리 해결할 수 있도록 기다려 줄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물러서지 않았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도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경사노위에서) 가능한 한 연내에 논의를 끝낼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민주당 일각에선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 탄력근로제 확대를 논의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온다.최고야 best@donga.com·장원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