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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금 스캔들이 불거진 자민당이야말로 악몽에 가깝다.”(쓰지모토 기요미 일본 입헌민주당 대표대행) 27일 일본 중의원 선거(총선)를 앞두고 과반 의석 확보에 빨간불이 켜진 집권 자민당이 야당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자 입헌민주당 등 야당들도 반격에 나섰다. 일본 야당들은 정권 창출에 성공했던 2009년 이래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 고무된 모습이다. 또 지지층 결집을 위해 더욱 강하게 자민당을 몰아붙이는 모양새다. 24일 마이니치신문 여론조사에 따르면 여당(자민·공명)은 기존 279석에서 194∼254석(과반 233석)으로 크게 줄 것으로 예측됐다. 반면 입헌민주당은 기존 98석에서 126∼177석까지 늘 수 있다고 전망됐다. 일본은 2012년 자민당이 정권을 탈환한 뒤 선거철에도 “안정이 필요하다”(여당)거나 “자민당을 심판해 달라”(야당) 정도의 ‘얌전한’ 말들이 오갔다. 자민당 1강 체제가 강력했고,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민주당 정권의 미숙했던 대처에 대한 반감이 워낙 컸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야당이 유권자를 설득할 엄두를 내기 힘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파벌 비자금 추문으로 자민당이 국민적 비판에 시달리며 야당이 모처럼 호기를 맞고 있다. 자민당 역시 과거 여유롭게 선거를 치르던 모습과 달리, 민주당 정권 시절의 실책까지 끄집어내며 야당을 집요하게 공격하고 있다. 다만 ‘막말 전쟁’으로 치달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미국 대선만큼 과도한 비난은 일본 국민 정서상 역풍을 맞을 수 있어 자제하는 분위기다. 24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제1야당 입헌민주당의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사진) 대표는 전날 기타큐슈시 거리 연설에서 “자민당 공천 배제가 엄중한 조치라더니 엉터리였다”며 “(우리에게) 악몽 같은 정권이라더니 (자민당은) 말도 안 되는 거짓말 정권”이라고 비난했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총리가 22일 “악몽 같은 민주당 정권”이라는 표현을 쓰며 2009∼2012년 정권을 잡았던 현 야당을 공격한 것에 대한 반격에 나섰다. 한편 일본공산당 기관지 ‘아카하타’는 “자민당이 비자금 사건으로 공천에서 배제된 후보가 이끄는 당 지부에도 2000만 엔(약 1억8000만 원)을 입금했다”며 “이 돈은 세금에서 조성된 정당 교부금”이라고 보도했다. 자민당 측은 “당에 지급한 활동비일 뿐, 후보에게 준 돈은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노다 대표도 “(비자금 연루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하는 척하더니 실제로는 뒤로 돈(정당 교부금)을 줬다”면서 “유권자에 대한 사기”라며 여당을 비판했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너무 놀랍고 기쁩니다. 한강은 충분히 노벨 문학상을 받을 수 있는 작가입니다.”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진 뒤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가진 ‘한강 작품’ 번역가들은 이같이 밝혔다. 한강의 작품을 세계에 알리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해 온 번역가들이 말하는 한강과 한국 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어둠조차 아름답고 정교하게 담아내“한강의 작품은 소설이지만 그 안에 ‘시’ ‘그림’, 그리고 ‘영화’가 보인다.” 내년 1월 미국에서 출간되는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의 번역가인 페이지 아니야 모리스 씨는 동아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한강의 작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영어 번역가이자 작가이며, 성균관대에서 비교문화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그는 “한강의 특징은 어두운 역사나 내면의 갈등을 다룰 때조차 아름다운 순간을 정교하게 담아낸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번역할 때도 한글로 된 원문을 읽었을 때 느낀 감정을 영어권 독자들도 최대한 비슷하게 느낄 수 있게 하는 데 가장 공을 들였다”고 전했다. 박경리, 장강명, 서장원 작가의 작품을 영어권에 소개한 모리스 씨는 “한강은 굉장히 꼼꼼한 예술가”라며 “늘 이메일로 소통해 오해를 피하고 의도한 바를 정확하게 전달한다”고 평했다. 현대사에 녹여낸 고통에 대한 탐구“한강이 노벨 문학상 받을 것이라고 확신했어요.” 10일(현지 시간) 프랑스 번역가 피에르 비지우 씨는 동아일보와 전화가 연결되자마자 감격에 차 말했다. 그는 한강 작가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최경란 주프랑스 한국문화원 팀장과 공동 번역했다. 지난해에는 이 작품으로 프랑스 4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메디치상(외국문학 부문)도 수상했다. 비지우 씨가 1992년 설립한 출판사 ‘르세르팡아플륌’은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흰’ ‘희랍어 시간’의 프랑스 출간에도 참여했다. 그는 한 작가 작품을 포함해 ‘82년생 김지영’ 등 한국 소설만 15권을 번역했다. 비지우 씨는 “스웨덴 한림원이 한 작가의 ‘독특한 자질’을 일찍 알아봐 줘서 감사하다”고 했다. 그가 말한 ‘독특한 자질’은 내밀한 고통에 대한 탐구와 현대사를 결합한 것이다. 한 작가가 사람들의 진심을 잘 드러내는 용기를 가졌다고도 호평했다.스페인어권서 韓 문학 관심 폭발적“스페인어권 독자들이 소설가 한강의 작품을 좋아할 거란 확신이 있었습니다.” 한국 문학 번역가인 윤선미 한국문학번역원 번역아카데미 교수(59)는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스페인어를 모국어로 쓰는 인구는 전 세계 5억 명으로 중국어 다음으로 많다. 윤 교수는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진 뒤 스페인어권 언론으로부터 한국 문학과 작가에 대해 설명해 달라는 인터뷰 요청이 쏟아졌다”며 “한국 문학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 교수는 2016년 맨부커상을 수상한 한강의 대표작 ‘채식주의자’를 일찍이 2012년 스페인어권(아르헨티나 출간)에 보급했다. 이듬해 한강이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부에노스아이레스 도서전’을 찾았을 때도 현지 독자들은 큰 관심을 보였다. 그는 “가부장제 특유의 보이지 않는 무형의 폭력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해외 여성 독자들이 특히 열광했다”고 평가했다.치열한 역사 가진 나라로서 더 와닿아“베트남 독자들은 한강 작품 속 가부장제와 전쟁의 폭력에 누구보다 공감할 수 있습니다.” 한강의 소설집 ‘채식주의자’(2007년)를 베트남어로 번역한 황하이번 씨(46)는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채식주의자는 2010년 베트남에서 출간되며 처음으로 해외 독자들과 만났다. 베트남은 중국, 프랑스, 미국 등 외세와 맞서며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문학을 발달시켜온 나라다. 황 씨는 “베트남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유교문화권이고 전쟁을 겪은 역사가 닮아 있다”고 말했다. 그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채식주의자를 번역한 것은 두 나라 사이에 공통점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황 씨는 “베트남 사회 전반에 ‘한강 열풍’이 불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진 직후 베트남 주요 언론은 한국 정부가 지난 30년간 관심을 가져온 한국 문학 세계화 전략을 집중 조명했다. 마음 깊은 곳 이야기 끄집어내는 힘“언제나 아픔과 회복을 주제로 하는 한강의 작품에는 신비한 힘이 있어요.” 일본에서 ‘작별하지 않는다’ ‘흰’ ‘희랍어 시간’ 등 한강 작품 5편을 일본어로 번역한 일본 문학계의 유명 한국어 번역가 사이토 마리코(齋藤眞理子·64) 씨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강의 매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자신이 아프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한 채 고통 속에 살아가는 사람이 많잖아요. 그런 사람들이 한강 작품을 읽으면 함께 고민하면서 자신의 아픔을 인정할 수 있죠. 한강의 작품에는 마음 깊은 속에 숨겨져 있는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힘을 가지고 있어요.” 사이토 씨는 “한국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일본 문학 팬들은 한국 작품을 훨씬 많이 읽고 있다”며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에 그 어느 때보다 기뻐하고 있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또한 “세계가 한강 작가를 필요로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세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비자금 스캔들이 불거진 자민당이야말로 악몽에 가깝다.”(쓰지모토 기요미 일본 입헌민주당 대표 대행)27일 일본 중의원 선거(총선)를 앞두고 과반 의석 확보에 빨간불이 켜진 집권 자민당이 야당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자, 입헌민주당 등 야당들도 반격에 나섰다. 일본 야당들은 정권 창출에 성공했던 2009년 이래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 고무된 모습이다. 또 지지층 결집을 위해 더욱 강하게 자민당을 몰아붙이는 모양새다.24일 마이니치신문 여론조사에 따르면 여당(자민·공명)은 기존 279석에서 194~254석(과반 233석)으로 크게 줄 것으로 예측됐다. 반면 입헌민주당은 기존 98석에서 126~177석까지 늘 수 있다고 전망됐다.일본은 2012년 자민당이 정권을 탈환한 뒤 선거철에도 “안정이 필요하다”(여당)거나 “자민당을 심판해 달라”(야당) 정도의 ‘얌전한’ 말들이 오갔다. 자민당 1강 체제가 강력했고,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민주당 정권의 미숙했던 대처에 대한 반감이 워낙 컸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야당이 유권자를 설득할 엄두를 내기도 힘들다는 평가도 나왔다.하지만 파벌 비자금 추문으로 자민당이 국민적 비판에 시달리며 야당이 모처럼 호기를 맞고 있다. 자민당 역시 과거 여유롭게 선거를 치르던 모습과 달리, 민주당 정권 시절의 실책까지 끄집어내며 야당을 집요하게 공격하고 있다. 다만 ‘막말 전쟁’으로 치달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미국 대선만큼 과도한 비난은 일본 국민 정서상 역풍을 맞을 수 있어 자제하는 분위기다.24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제1야당 입헌민주당의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대표는 전날 기타큐슈시 거리 연설에서 “자민당 공천 배제가 엄중한 조치라더니 엉터리였다”며 “(우리에게) 악몽 같은 정권이라더니 (자민당은) 말도 안 되는 거짓말 정권”이라고 비난했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총리가 22일 “악몽 같은 민주당 정권”이라는 표현을 쓰며 2009~2012년 정권을 잡았던 현 야당을 공격한 것에 대한 반격에 나섰다.한편 일본공산당 기관지 ‘아카하타’는 “자민당이 비자금 사건으로 공천에서 배제된 후보가 이끄는 당 지부에도 2000만 엔(약 1억8000만 원)을 입금했다”며 “이 돈은 세금에서 조성된 정당 교부금”이라고 보도했다. 자민당 측은 “당에 지급한 활동비일 뿐, 후보에게 준 돈은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노다 대표도 “(비자금 연루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하는 척하더니 실제로는 뒤로 돈(정당 교부금)을 줬다”면서 “유권자에 대한 사기”라며 여당을 비판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무책임한 사람들에게 일본을 맡길 수 없습니다. 자민당과 공명당이 다시 한 번 일본을 강하고 바른 나라로 이끌겠습니다.” 일본 중의원 선거(총선)를 나흘 앞둔 23일 오후 1시경 이바라키현 미토시 미토역 앞 공원. 도쿄에서 북동쪽으로 120km 떨어진 수도권 끝자락 도시다. 이 지역구에 출마한 집권 자민당 4선 다도코로 요시노리(田所嘉徳)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자민당 총재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총리가 유세 차량에 올라 마이크를 잡았다. 이시바 총리는 이날 이바라키현과 도쿄와 경계를 맞댄 지바현을 돌며 ‘수도권 표심 잡기’에 나섰다. 비가 오다 그치기를 반복하는 궂은 날씨에도 수백 명의 사람들이 공원, 육교, 거리를 메웠다. 이시바 총리는 야당에 대한 비판으로 연설을 시작했다. “야당은 정권 교체가 정치 개혁이라고 합니다. 그러면 어떤 정권을 만들겠다는 겁니까? 어느 당과 힘을 합쳐 어떤 정책을 하려는지 전혀 모릅니다.” 최근 주요 여론조사에서 자민당은 단독 과반은커녕 연립여당 공명당과 합쳐도 과반 의석 확보가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달 1일 취임한 이시바 총리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전날 이시바 총리는 자신의 ‘정치적 정적’이었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자주 쓰던 “악몽의 민주당 정권”이라는 말까지 꺼내 들었다. 강하게 야당을 비난하며 자민당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총리 유세에 앞서 연설을 한 지방 의회 의원도 “야당이 정권 잡으면 일본공산당과 손잡을지 모릅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얼마나 굼떴는지 잊지 않으셨죠”라며 거세게 비난했다. 이시바 총리는 자신의 강점이면서 안정을 추구하는 여당 성향 유권자들에게 먹힐 ‘안보론’으로 지지를 호소했다. “일본을 둘러싼 안보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합니다. 러시아, 중국, 북한, 핵무기를 가진 독재국가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일본의 독립과 평화를 지켜야 합니다.” 앞줄에서 30분 넘게 이시바 총리 등장을 기다리며 유세를 들은 70대 여성은 “비자금 문제가 있다고 하지만 일본을 지킬 수 있는 건 자민당밖에 없다”며 여당을 찍겠다고 했다. 50대 회사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남성은 야당 지지 의사를 내비쳤다. 그는 “물가가 이렇게 올라갔는데 여당은 어떻게 경제를 살릴지 제대로 된 약속 하나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선거에 꼭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역 앞에서 만난 한 청년 남성은 어느 당을 지지하냐고 기자가 묻자 “정치는 관심 없다”며 손사래를 치고 바쁘게 걸어갔다. 이시바 총리는 전날 자민당에 긴급 통지문을 보내 “죽기 살기로 전국을 뛰겠다”며 긴박감을 감추지 않았다. 총 465명을 뽑는 일본 총선 투개표는 27일 치러진다.미토=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무책임한 사람들에게 일본을 맡길 수 없습니다. 자민당과 공명당이 다시 한번 일본을 강하고 바른 나라로 이끌겠습니다.”일본 중의원 선거(총선)를 나흘 앞둔 23일 오후 1시경 이바라키현 미토시 미토역 앞 공원. 도쿄에서 북동쪽으로 120km 떨어진 수도권 끝자락 도시다. 이 지역구에 출마한 집권 자민당 4선 다도코로 요시노리(田所嘉徳)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자민당 총재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총리가 유세 차량에 올라 마이크를 잡았다. 이시바 총리는 이날 이바라키현과 도쿄와 경계를 맞댄 지바현을 돌며 ‘수도권 표심 잡기’에 나섰다. 비가 오다 그치기를 반복하는 궂은 날씨에도 수백 명의 사람들이 공원, 육교, 거리를 메웠다. 이시바 총리는 야당에 대한 비판으로 연설을 시작했다. “야당은 정권 교체가 정치 개혁이라고 합니다. 그러면 어떤 정권을 만들겠다는 겁니까? 어느 당과 힘을 합쳐 어떤 정책을 하려는지 전혀 모릅니다.”최근 주요 여론조사에서 자민당은 단독 과반은커녕, 연립여당 공명당과 합쳐도 과반 의석 확보가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달 1일 취임한 이시바 총리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전날 이시바 총리는 자신의 ‘정치적 정적’이었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자주 쓰던 “악몽의 민주당 정권”이라는 말까지 꺼내 들었다. 강하게 야당을 비난하며 자민당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총리 유세에 앞서 연설을 한 현 의회 의원도 “야당이 정권 잡으면 일본공산당과 손잡을지 모릅니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때 얼마나 굼떴는지 잊지 않으셨죠”라며 거세게 비난했다. 이시바 총리는 자신의 강점이면서 안정을 추구하는 여당 성향 유권자들에게 먹힐 ‘안보론’으로 지지를 호소했다. “일본을 둘러싼 안보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합니다. 러시아, 중국, 북한, 핵무기를 가진 독재국가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일본의 독립과 평화를 지켜야 합니다.” 앞줄에서 30분 넘게 이시바 총리 등장을 기다리며 유세를 들은 70대 여성은 “비자금 문제가 있다고 하지만 일본을 지킬 수 있는 건 자민당밖에 없다”며 여당을 찍겠다고 했다. 50대 회사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남성은 야당 지지 의사를 내비쳤다. 그는 “물가가 이렇게 올라갔는데 여당은 어떻게 경제를 살릴지 제대로 된 약속 하나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선거에 꼭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역 앞에서 만난 한 청년 남성은 어느 당을 지지하냐고 기자가 묻자 “정치는 관심 없다”며 손사래를 치고 바쁘게 걸어갔다. 유세장 주변은 경계가 대폭 강화됐다. 유세 차량과 청중은 10m 이상 거리를 떨어뜨렸다. 현장에는 간이 울타리가 쳐졌고 곳곳에 경찰과 경호 인력이 배치됐다. 유세 차량과 가까운 자리에 들어가려면 가방 검색을 받아야 했다. 이시바 총리는 “이렇게 떨어진 곳에서 여러분들과 얘기하고 싶지 않은데 대단히 죄송하다”고 양해를 구했다. 유세 후 경호원과 함께 맨 앞 청중들과 일일이 악수한 뒤 손을 흔들며 호응을 이끌었다. 이시바 총리는 전날 자민당에 긴급 통지문을 보내 “죽기 살기로 전국을 뛰겠다”며 긴박감을 감추지 않았다. 총 465명을 뽑는 일본 총선 투개표는 27일 치러진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27일 일본 총선에서 집권 자민당이 단독 과반은 물론이고 연립정권을 구성하는 여당 전체로도 과반 의석 확보가 쉽지 않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21일 전국 유권자 약 36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자민당은 선거 전 247석에서 50여 석 줄어들어 200석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여론조사대로라면 자민당은 정권을 탈환한 2012년 중의원 선거 이후 5번째 선거 만에 가장 적은 의석을 갖게 된다. 연립여당인 공명당 역시 기존 32석에서 30석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기존 98석에서 140석 전후로 40석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럴 경우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총리가 내세운 자민·공명 과반 확보 달성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달 1일 취임한 이시바 총리는 정책 추진 동력을 얻기 위해 중의원을 해산하고 27일 조기 총선거를 실시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하지만 자민당 파벌 비자금 스캔들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잦아들지 않는 데다 고물가 지속 등으로 불만이 커지며 고전하는 양상이다. 이시바 총리도 위기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이시바 총리는 비자금 스캔들과 관련해 “다시 한 번 깊은 반성과 새로운 마음으로 부탁하고 싶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자민당은 공명당과 합쳐 과반 확보에 실패하면 다른 군소정당이나 무소속을 끌어들여야 정권 유지가 가능하다. 이럴 경우 이시바 정권의 기반은 더욱 약해질 수 있다. 지지통신이 실시한 이달 여론조사에서 이시바 내각 지지율은 28.0%로 내각 출범 시점을 기준으로 2000년 이후 가장 낮았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그들은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이들의 엄청난 노력은 핵 금기를 확립시키며 지난 80년간 전쟁에서 핵무기가 사용되지 않게 했다.”이달 11일 노벨위원회는 일본 원폭피해자단체협의회(日本被團協·니혼히단쿄)를 올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단체)로 선정하며 이같이 밝혔다. 북한, 러시아 등의 핵무기 사용 위협으로 어느 때보다 핵 위험이 고조되고 있는 국제사회에 ‘핵 확산 방지’라는 메시지를 절실하게 던졌다는 해석이 나왔다.일본 정부가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가해자로서 책임에는 침묵하고 자신들이 당한 핵무기 피해를 강조한다는 비판은 오래전부터 존재해왔다. 하지만 ‘핵무기 없는 세상’을 외치는 니혼히단쿄와 원폭 피해자들의 진정성은 국제사회에서 의심받지 않는다. 일본어로 피폭자를 뜻하는 ‘히바쿠샤(被爆者·Hibakusha)’는 영어로도 그대로 쓰이며 국제 공용어가 됐다. ‘핵은 핵으로 맞서야 한다’는 핵 억지 이론이 힘을 얻고 있는 시대. 세계는 왜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까. 니혼히단쿄를 이끄는 다나카 데루미(田中熙巳·92) 대표위원을 16일 만났다. 도쿄 인근에 사는 그는 히로시마, 나가사키에 거주하는 대표와 함께 니혼히단쿄 대표위원 3인 중 한 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공습경보 울리더니 세상이 새하얘져” 다나카 대표를 만난 건 자택 근처 커피숍이었다. 남색 양복의 왼쪽 가슴에 평화를 염원하고, 원폭 피해자들을 추모하는 상징물인 종이학이 그려진 빨간색 배지를 달고 있었다. “노벨상 수상자를 만나 영광”이라고 인사를 건네자 “나는 평범한 사람”이라며 겸손해했다. 다음은 다나카 대표와의 일문일답. ―수상 소식은 어떻게 접하셨나요. “발표일은 알고 있었어요. 전에는 도쿄 사무실에 모여 TV를 봤는데, 이번에는 임원 4명만 남아 차 마시고 헤어져 버스 타고 집에 돌아왔어요. (니혼히단쿄는 꾸준히 노벨 평화상 후보로 거론돼 왔다.) 혼자 사니 무슨 반찬을 사갈까, 없으면 만들어 먹을까 생각하면서 집에 가는데 휴대전화가 울리더라고요. 노벨 평화상을 받게 됐다고. 집에 와서 TV를 켜니 히로시마에서 하는 기자회견 생중계가 나오더라고요.” ―수상을 실감하십니까. “정말 기뻤죠. 하지만 열심히 활동하셨던 윗세대들은 대부분 세상을 뜨고 없어요. 지금 임원들은 대부분 4, 5세 때 피폭을 경험했어요. 원폭의 참상을 온전히 목격하진 않은 분들이죠.” ―어떻게 원폭을 경험하셨습니까. “79년 전이네요. 13세, 중1 때였습니다. 중학생이면 그래도 세상 보는 눈이 좀 어른스럽잖아요. 너무도 기막힌 기억이라 지금도 생생합니다.” 다나카 대표는 만주, 지금의 중국 선양(瀋陽)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일본군 출신. 옛 일제가 세운 괴뢰국 만주국 관료를 지냈다. 5세 때 아버지가 갑자기 세상을 뜨면서 어머니는 그를 포함한 아이 넷을 데리고 고향인 나가사키로 돌아왔다. 아버지를 좋은 분으로 기억했던 소년 다나카의 꿈은 군인이었다. ―원폭 공격 전 분위기는 어땠습니까. “1945년이 되면서 이미 도쿄는 대공습으로 전부 불타버리고 오사카도, 나고야도, 후쿠오카도 매일같이 공습을 당했죠. 나가사키도 7월 말부터 폭격이 있었어요. 그래도 주택가보단 공장, 조선소에 집중됐죠. 히로시마(1945년 8월 6일 원폭 투하) 얘기를 듣긴 했지만, 자세히는 몰랐어요. 조금 다른 폭탄을 사용했구나 했지만 어떤 건지는 몰랐어요.” ―원폭이 투하되던 날의 기억을 들려주세요. “1945년 8월 9일이었어요. 오전 8시부터 공습경보가 있었어요. 경보가 울리면 방공호로 대피할 준비를 해야 합니다. ‘정말인가’ 싶었는데 1시간쯤 있다가 해제되더라고요. 정찰기가 지나가나 싶어 잠깐 창밖으로 하늘을 쳐다봤는데 구름이 끼어 잘 안 보였습니다. 방으로 돌아오는데, 순간 세상이 새하얗게 변했어요. 카메라 플래시가 터질 때 눈을 갖다 대면 그런 느낌일 겁니다. 2층집이었는데 본능적으로 위험하다고 생각해 1층으로 뛰어 내려가 엎드려 눈을 감고 귀를 막았어요. 그리고 의식을 잃었죠.” 그의 집은 원폭이 투하된 폭심지에서 3.2km 떨어져 있었다. 그는 가벼운 화상만 입고 살았지만 나가사키 도시 전체가 불타면서 대낮에도 하늘이 새카맸다. 길에는 잿더미가 된 수백 구의 시체가 뒹굴었다. “앞만 보고 걷거라.” 친척을 찾으러 길을 나선 어머니는 당부했다. 할머니, 고모, 사촌 등 친척 5명이 원폭으로 숨졌다. 1945년 말까지 나가사키에서 7만4000여 명이 사망했다. ● “참상 본다면 누구도 핵무기 쓸 수 없어” 지울 수 없는 참혹한 기억은 그를 원폭 피해자 운동의 길로 이끌었다. 1954년 미국의 태평양 비키니섬 수소폭탄 실험으로 일본 참치 어선 근로자가 피폭당하고 방사능 물질에 오염된 참치가 대량 폐기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때 시작된 원폭 수소폭탄 금지 운동으로 1956년 니혼히단쿄가 결성됐다. 그해 대학 1학년이었던 그는 여름방학에 나가사키로 돌아가 원폭 금지 대회에 참가했고 히단쿄 활동을 시작했다. ―피해자 활동에 어떻게 참가하게 됐나요. “전후 1952년 샌프란시스코 강화 조약을 체결할 때까지 (연합군) 점령 7년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해서도 안 됐습니다. 주권을 회복했지만 일본 정부는 어떻게 도시를 부흥시킬지만 생각했지, 피폭자는 염두에 두지 않았어요. 피해 보상도 없었고 그대로 버려진 겁니다. 그러던 중 비키니섬 실험이 벌어져 운동을 시작했죠.” ―배상 요구를 넘어 원폭 반대 운동에 집중하셨습니다. “당연히 피폭자들은 병원비를 정부가 부담했으면 했죠. 하지만 비키니섬 실험으로 원폭 반대 서명 운동이 커졌습니다. 무엇보다 그동안 침묵해야 했던 피폭자들이 말을 할 수 있게 됐잖아요. 어떻게든 원폭 실험을 그만두게 하고 싶었던 거죠. 그렇게 핵무기를 없애자는 운동과 피폭자를 구제해 달라는 운동을 함께 했습니다.” 니혼히단쿄의 68년 역사는 글로벌 핵무기 반대 운동 역사와 맥을 같이한다. 피해자들의 요구에 일본 정부는 1957년 ‘원폭 의료법’을 제정해 피폭자 치료비를 국가가 부담했다. 1977년 한국인 손진두 씨가 제기한 ‘외국인에게도 피폭자 건강수첩을 교부해 달라’는 소송을 지원해 일본 대법원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유엔 군축 특별총회를 비롯한 다양한 국제 회의에 참가하며 세계적인 여론 조성에 앞장섰다. 세계 53개국이 서명하며 2017년 유엔에서 채택된 ‘핵무기 금지조약’은 니혼히단쿄 운동의 결실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니혼히단쿄의 핵무기 반대 운동은 최근 주목도가 더 높아졌다. 지난해 5월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끝난 뒤 이들은 “핵 억지가 아니라 핵무기 근절에 나서야 한다”며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다나카 대표는 올 7월 나가사키에서 열린 국제 평화 심포지엄에서 “핵무기가 비인도적이라고 말할 때 여러분은 비인도적이라는 게 어떤 의미인지 실감하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도 우리는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피폭의 고통은 어느 정도인가요. “정말 말로 설명할 수가 없을 만큼 비참하고 끔찍합니다. 방사선은 눈에 보이지 않잖아요. 자신이 어떻게 죽어가는 줄도 모르고 죽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우리는 피폭의 고통을 직접 겪은 사람들입니다. 그런 참상을 보면 누구라도 그런 폭탄을 쓰면 안 된다고 말할 수밖에 없어요.” ―피폭자들에게 핵무기란 무엇입니까. “절대로 사용해선 안 되는 비인도적 무기입니다. 그런 무기는 가져서도 안 된다고 우리는 주장합니다. 노벨 평화상을 받은 건 우리의 그런 주장이 인정받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생각을 세계인들이 공유하지 않으면 인류는 파멸할 거예요. 누군가가 스위치를 잘못 누르지 않는다고 할 수 없어요.” ―하지만 북한, 러시아 등의 핵 사용을 억제하기 위해 핵무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게 현실입니다. “지금 국제정치의 주류죠. 하지만 그런 생각은 말도 안 된다고 저희는 얘기합니다. 핵을 가진다는 것은 쓰겠다는 거잖아요. 핵무기를 쓰면 어떻게 되는지는 우리가 가장 잘 압니다. 안 쓸 거면 필요 없잖아요.” ―그런 생각은 이상주의 아닐까요. “맞아요, 이상주의. 하지만 핵으로 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이상주의입니다. 핵으로 지킬 수 있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어요.” ―일본이 원폭 피해만 강조하고 전쟁 책임을 외면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특히 한국인들은 여러 감정이 교차합니다. “(피해만 강조하는 자세) 그런 게 있지요.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선으로 예전에 침략해 한국을 (일본과) 하나의 나라로 만들어 버렸으니까. 그런 것에 대한 반성을 근본적으로 해야죠. 사죄의 자세를 보이지 않으면 안 됩니다. (지금은) 일본인 중에서도 한국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이 늘었고, 한국 젊은이들도 일본 문화를 좋아한다고 하니 예전에 비하면 나을 것 같아요.” 노벨 평화상 수상이 결정된 11일, 니혼히단쿄 멤버들은 히로시마의 고교생 평화대사들과 함께 수상 장면을 생중계로 보며 기자회견도 함께 했다. 1998년부터 매년 일본 전 지역에서 뽑히는 고교생 20여 명이 니혼히단쿄 등과 함께 유엔 연설, 전국 평화 서명 운동 등을 한다. 피폭자는 줄어들고 있지만, 젊은 세대들이 뒤를 이으며 왕성한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니혼히단쿄 자체적으로도 젊은 세대의 참여를 활성화시키는 것을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로 여기고 있으며 이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노벨 평화상 시상대에 서시겠죠. “누가 연설할지는 정하지 않았습니다. 나이가 있지만, 피폭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체험을 전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요. 다시는 피폭자가 생겨나선 안 됩니다. 또 한 번 핵무기를 사용하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합니다.”다나카 데루미(田中熙巳) 니혼히단쿄 대표위원△1932년 만주(현 중국 선양시) 출생△1938년 아버지 사망 후 일본 나가사키로 이주△1945년 나가사키 원폭 경험△도쿄이과대 물리학과, 도호쿠대 대학원 박사△도호쿠대 공학부 연구원△니혼히단쿄 사무국장, 대표위원△유엔 핵확산방지조약(NPT) 회의 등에서 다수 연설△2024년 니혼히단쿄 노벨 평화상 수상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정권 교체 가능성은 작다. 하지만 집권 자민당 단독 과반 확보는 어려울 수 있다.”일본에서 27일 치러지는 중의원(하원) 총선을 두고 일본 언론들은 선거전 중반 판세를 이렇게 진단하고 있다.취임 한 달도 안 된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총리의 정치적 명운이 달린 이번 총선에서 자민당은 현재 고전하고 있다. 2012년 정권 탈환 뒤 12년 만에 가장 적은 의석 확보에 머무를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마저 나온다. 무엇보다 이시바 총리는 자민당 내 치열한 총재 선거에서 이겨 새 총리로 취임했지만 내각 및 당 지지율이 상승하는 ‘컨벤션 효과’를 제대로 못 누리고 있다. 야당들이 자민당의 파벌 비자금 문제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만약 총선에서 자민당이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 든다면 가뜩이나 당내 비주류인 이시바 총리의 기반은 더욱 약해질 가능성이 높다. 3년 만에 치러지는 ‘정권 선택 선거’인 일본 총선에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다.》● 자민당 파벌 비자금 문제 최대 쟁점 “돈 문제, 정치자금 보고서 미기재, 이런 일이 두 번 다시 없도록 깊이 반성하겠다.” 15일 일본 후쿠시마현 이와키시. 후보자 등록이 시작되며 선거 레이스가 공식적으로 막이 오른 이날, 이시바 총리는 ‘반성’이라는 단어로 첫 거리 연설을 시작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영공 침범을 하고 북한은 거의 매달 미사일을 쏜다. 일본의 독립과 평화를 지켜낼 수 있는 곳은 자민당과 (연립여당) 공명당뿐이다.” 이시바 총리는 자신의 전문 분야인 안보 문제를 꺼내 들며 튼튼한 안보를 원하는 유권자들에게 한 표를 호소했다. 이번 선거는 2021년 10월 이후 3년 만에 치러지는 총선이다. 일본 중의원 임기는 4년이지만 임기를 온전히 채우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일본에서 중의원 해산은 총리 전권 사항이다. 정권의 정치적 입지가 높아지고 여당에 유리하다고 판단되는 시기에 국회를 전격 해산하고 총선을 치르는 게 사실상 관례처럼 여겨진다.이시바 총리도 크게 다르지 않다. 27일 총선 역시 이시바 총리가 꺼내 든 회심의 카드라 볼 수 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총리는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 자민당 유착 문제, 파벌 비자금 스캔들 등으로 추락한 지지율을 회복하지 못한 채 불출마 선언 뒤 퇴진했다. 비자금 문제에 대한 국민적 비판이 특히 높아진 가운데 열린 지난달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이시바 총리는 1차 투표에서 2위를 기록한 뒤, 결선에서 대역전극을 펼치며 우익 성향인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전 경제안보상을 꺾었다. 총리 취임 9일 만인 이달 9일 이시바 총리는 중의원을 해산했다. 새 총리가 선출되면 국민적 기대감이 높아져 일시적으로 지지율이 오르는 효과를 노리고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이번 일본 총선의 최대 이슈는 여전히 자민당 파벌 비자금 문제다. 지난해 12월 자민당 최대 파벌인 보수 강경 아베파 등이 불법 비자금을 조성했고 전현직 장관, 당 간부 등이 깊숙이 관여됐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자민당을 넘어 일본 정치 전반에 대한 신뢰도가 땅에 떨어졌다. 비자금 문제를 둘러싼 개혁이 큰 쟁점으로 부각되며 정치의 신뢰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이번 총선의 주요 관전 포인트다.● ‘보수 성향’ 대표 야당, 공세 강화“새로운 사실이 속속 드러나자, 비자금을 은폐하려 해산했다. 뒷돈, 뒷돈, 뒷돈의 자민당 정치와 결별하자.” 이시바 총리가 후쿠시마에서 마이크를 잡은 15일, 제1야당 입헌민주당의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대표(전 총리)는 도쿄 하치오지시에서 첫 연설에 나섰다. 이곳은 파벌 비자금과 가정연합 스캔들에 동시에 연루된 옛 아베파 거물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전 경제산업상 지역구다. 노다 대표는 자민당 비자금 문제를 최대한 부각시키기 위해 일부러 이곳에서 첫 선거전을 시작했다. 일본에선 1955년 자민당 결성 이래 자민당 이외 정당이 정권을 차지한 게 두 번(총 4년)뿐이다. 일본 야당은 그동안 ‘수권 능력이 부족하다’ ‘정권 교체 의지가 없다’는 비판을 줄곧 받아 왔다. 그간 일본유신회와 국민민주당, 일본공산당 등 이념 성향이 제각각인 일본 야권은 표가 분산돼 거대 여당 자민당과 제대로 겨루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다르다. 아예 슬로건을 ‘정권 교체가 최대의 정치 개혁’이라고 정했다. 또 지난달 보수 성향인 노다 전 총리를 새 대표로 뽑고 분위기 일신에 나섰다. 2021년 총선 당시 진보 성향을 앞세웠던 입헌민주당은 일본공산당과 제휴해 단일화 효과를 노렸지만, 좌파에 거부감이 강한 중도 유권자들이 외면하며 참패했다. 당초 ‘식상한 고인물’이란 평가도 있었지만, 진보적 색채를 내세우지 않고 총리를 지낸 관록이 드러나면서 ‘노다 대표 카드’는 안정 성향의 중도 보수 유권자에게 어필하고 있다. 노다 대표는 “구린 냄새가 나자, 뚜껑을 덮으려고 한다”며 “자민당은 자정 능력을 상실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 비자금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고들고 있다.● ‘자민 단독 과반 어려워’ 전망 잇따라선거를 열흘가량 앞두고 일본의 주요 언론들은 자민·공명 연립 정권의 과반 가능성을 높게 점친다. 일단 현 정권 유지는 가능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복잡하다.중의원 전체 465석 중 해산 전 기준 자민당은 247석(53%), 연립여당 공명당을 합친 여당 전체로는 279석(60%)이다. 이시바 총리는 ‘자민·공명 과반 확보’를 공식 목표로 내세웠지만, 일본 정치권에서는 자민당이 단독 과반(233석) 확보에 실패하면 이시바 정권의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고 본다. 현 상황에서 보자면, 자민당 단독 과반은 장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7일 여론조사를 통한 정세 분석에서 “전체 289개 선거구 중 자민당 승리가 유력한 곳은 30% 정도에 불과하다”며 “과반에 못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요미우리신문도 같은 날 “자민·공명이 합쳐 과반은 확보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자민당이 우위인 선거구는 100곳 안팎”이라며 자민당 단독 과반 유지가 초점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마이니치신문은 “접전 선거구에서 자민당이 승리하면 단독 과반을 유지할 수는 있다”고 전망했다. 비자금 스캔들을 딛고 자민당이 단독 과반 확보에 성공하면 이시바 총리로서는 향후 정권 운영에 유리한 입지를 다질 수 있다. 자민당 내 역학 관계로서도 비둘기파 성향의 온건 보수 세력이 힘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 옛 아베파가 중심인 보수 강경 세력은 비자금 문제 연루에 이어 일부 의원이 공천 배제까지 당한 상황이라 세력 축소가 불가피하다. 하지만 자민당이 과반에 실패하면 이시바 총리 기반 약화를 피하기 어렵다. 최악의 경우 공명당과 합쳐 전체 과반 확보도 못 한다면 일본 정국 전체가 혼돈에 빠질 수 있다. 최근 10년간 ‘자민당 절대 1강’ 체제에선 상상하기 어려웠지만, 현재 일본 정국에서 ‘여당 과반 미달’이 벌어질 가능성이 ‘없다’고 단언하긴 어렵다. 이럴 경우 군소야당을 끌어들이는 대(大)연립 구성으로 정권 유지는 가능하겠지만, 자민당 장악력은 더욱 약해진다. 자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총리가 바뀌었지만, 자민당에 대한 국민적 분위기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며 “야당으로 전락했던 2009년 이후 가장 어려운 선거전을 치르고 있다”고 전했다. 아사히신문은 “이시바 총리가 (비자금에 연루된) 공천 배제 후보를 두둔하는 발언을 하는 것은 (보수 지지자 반발로) 과반이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깔렸기 때문”이라며 “비자금 고름을 짜내는 자세로 지지율을 끌어올릴지에 대한 선거 전략도 제대로 짜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시바 총리, 지지율 딜레마에 빠져비주류로서 ‘당내 야당’을 자처했던 이시바 총리는 취임 뒤 현실과 타협하는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며 지지율이 하락하는 모양새다. 당을 다독이기 위해 발언 및 정책 수위를 조절하면 지지율이 떨어지고, 개혁 목소리를 높이면 당이 반발하는 딜레마에 빠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에 놓였다. 교도통신이 13일 보도한 여론조사에서 이시바 총리 지지율은 42%로 총리로 취임한 이달 1일보다 8.7%포인트나 하락했다. 이시바 총리가 자민당 비자금 스캔들에 연루돼 징계받은 의원 12명을 공천하지 않기로 한 대응에 대해서도 71.6%가 ‘불충분하다’고 응답했다. 이시바 총리로서는 예상보다 빠르게 식어가는 기대감을 최대한 끌어올리며 선거에 임해야 하는 어려운 숙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3년 전 참패를 당했던 입헌민주당은 의석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요미우리신문은 여론조사 등을 토대로 “현재 98석보다 30석 안팎 늘어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럴 경우 향후 대안 세력으로 부상해 수권 가능 여부를 평가받을 기회를 얻게 된다. 다만 당장 자민당 정권을 위협할 만큼 다수 의석을 차지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게 대체적 전망이다. 일본 유권자들로서는 집권 시절(2009∼2012년) 잇따른 실정을 거듭하고 동일본대지진(2011년) 대응에 실패한 현 야당에 대한 시선이 여전히 곱지 않기 때문이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18일 일본 도쿄 주일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조선적 재일동포에게 한국 국적을 가지라고 권유하는 것에 대해 “불편한 얘기이고 압박”이라며 정부를 비판했다. 지난해 기준 2만4305명인 일본의 조선적 재일동포는 친북 단체인 재일조선인총연합회(총련) 소속이거나 ‘분단 조국을 거부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많다. 홍 의원은 “과거 조선적 동포들에게 발급해 주는 여행증명서가 8일 이내 빨리 발급됐는데 지금은 오래 걸린다”며 “여행 증명서 신청하려고 하면 ‘한국 국적으로 하면 안되냐’ 등 여러 불편한 얘기들, 압력을 넣는다는 민원들이 들어온다”고 질타했다. ‘조선적’은 1945년 해방 후 일본 정부가 한반도 출신 일본 거주자들에게 일본 국적을 박탈한 뒤 부여한 자격이다. 국적이 아닌 출신 지역을 뜻한 것이라 법적으로는 무국적자로 취급된다. 1965년 한일 수교 이후 일본에 귀화하지 않은 재일동포는 원칙적으로 대한민국 국민이다. 하지만 일부 동포들은 한국 여권을 발급받길 거부하고 조선적으로 남아 있다.홍 의원 지적대로라면 한반도 유일한 합법 정부인 대한민국 정부가 재일동포에게 한국 국적을 가지라고 권유하는 것이 불편한 압박이 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홍 의원은 본보 기자에게 “대화할 때 그렇게 (한국 국적을 가지라고) 얘기하는 것과 영사국에서 얘기하는 것과는 완전히 의미가 다르다”고 말했다. 한편 박철희 주일 한국대사는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노동자라는 표현을 써야 한다는 지적에 애매한 입장을 밝혔다. 이는 강제동원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부인하는 일본 정부의 입장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라 논란이 됐다. 박 대사는 이날 국감에서 평소 일본 언론 인터뷰 등 일본 측 인사와 만났을 때 ‘강제노동’이라는 표현을 써달라는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대해 “외교적 파장이 어떻게 될지 고려해서…”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평소 언론 기사 등을 보면 박 대사는 강제노동이라는 말을 안 쓴다”며 “당당하게 (강제동원 이란 표현을) 써야 하지 않느냐. 한국인 강제동원 노동자 못 쓰나”라고 추궁하자 “한다고는 말씀드릴 수 없다”고 답했다. 이는 강제동원, 강제징용이라는 표현을 꾸준히 써 온 한국 정부의 입장과는 다르다.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일본 정부 대신 ‘제3자 변제’로 배상금을 지급하는 곳의 명칭도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다. 이후 질의에 나선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도 “한일 청구권 협정 이후 일본이 강제 노동이라는 말을 적극 회피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강제노동이라고 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박 대사는 마지막 발언에서 “강제노동에 대해서는 입장 확실히 밝힌다”며 “한국인 노동자가 동원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고 협상도 그렇게 해왔고 정부 방침이 변함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일본과 북한) 정상 간에 대국적인 판단을 갖고 서로의 생각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사진) 일본 총리가 17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북한 납치 피해자 가족들과 취임 후 첫 면담을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이시바 총리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추진할 의사가 있다는 것을 내비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는 납치 피해자 문제 해결에 대해 “시간과의 싸움”이라며 “어떻게든 해결한다는 생각을 정부도 공유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납북자 가족들이 고령화되면서 조속히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는 뜻을 표명한 것이다. 일본에서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총리가 재임 중 북-일 정상회담 성사 의지를 거듭 드러낸 바 있다. 기시다 전 총리는 국회 질의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북-일 정상회담을 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기시다 전 총리 재임 기간 중 북한 측과 정상회담 추진을 위해 접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해와 올해에는 동남아시아, 몽골 등에서도 비밀리에 수차례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올 1월 일본 이시카와현 노토반도 지진이 발생하자 이례적으로 ‘기시다 후미오 각하’라는 표현을 쓰며 위문 전문을 보내기도 했다. 이후 북-일 정상회담이 진전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 측이 납치, 핵, 미사일 등을 포괄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자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3월 “일본 측과의 어떤 접촉도, 교섭도 외면하고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일본 친북 단체인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의 서충언 부의장 겸 국제국장은 12일 도쿄에서 열린 북-일 평양선언 발표 22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조일(북-일) 관계에서 평양선언의 원점으로 돌아가겠다고 한 새 정권의 향후 동향을 주시하겠다”고 말해 관계 개선 가능성을 내비쳤다. 한편 이시바 총리는 이날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도쿄 야스쿠니신사의 추계 예대제(제사)에 맞춰 공물을 봉납했다. 다만, 이시바 총리는 예대제 기간 참배는 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현직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는 2013년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마지막이었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일본 중의원(하원) 의원을 뽑는 총선거가 15일 후보 등록을 시작으로 12일간의 레이스에 돌입했다. 집권 자민당은 연립여당 공명당과 합해 전체 465석의 과반수인 233석 이상을 얻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은 자민당의 아킬레스건으로 부각돼 온 파벌 비자금 문제를 집중적으로 추궁하며 자민·공명 연립정권 과반수를 무너뜨려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이번 총선이 1일 출범한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정권에 대한 신임을 묻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자민당 단독 과반 확보에 실패할 경우 가뜩이나 기반이 약하고, 지지율도 낮은 이시바 정권에 대한 견제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이시바 정권이 단명(短命)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465명 국회의원 27일 투개표 선출 27일 투개표가 이뤄지는 이번 일본 총선에서는 전국 289개 소선거구(지역구)와 11개 권역 비례대표(176석)를 합쳐 465명의 국회의원을 뽑는다. 9일 중의원 해산 전 기준으로 자민당(258석)과 공명당(32석)은 290석으로 모든 상임위원회 위원장 및 각 상임위 과반 확보가 가능한 ‘절대 안정 다수’를 확보했다. 전국에서 1334명의 후보가 출마한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은 공식적으로는 연립여당 공명당과 합쳐 과반 확보를 목표로 내세웠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자민당 단독으로 과반 확보가 가능할지 여부를 승패 기준으로 보고 있다. 3년 전 총선보다 26석 이상 의석을 잃으면 단독 과반에 실패한다. 당내 비주류로 지지 기반이 약한 이시바 총리는 조기 총선을 통한 국정 운영 주도권 확보를 위해 승부수로 이달 9일 중의원을 해산했다. 일본에서 국회 해산은 총리 전권 사항이다. 이 때문에 총리 취임 직후 국민적 주목도와 지지율이 높아지는 초기에 국회를 해산해 총선을 치르고 선거에서 이겨 국정 운영에 필요한 기반을 다지는 경우가 많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총리도 2021년 10월 취임 후 1개월도 안 돼 중의원을 해산했고, 총선에서 압승해 집권 토대를 다졌다. ● 자민당 절대 1강 압승 흔들릴 수도 총리 취임 후 높아진 인기를 등에 업고 중의원을 해산해 총선에서 승리하는 자민당의 오랜 공식이 이번에도 통할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12월 불거진 ‘파벌 비자금 스캔들’ 이후 자민당에 대한 일본 유권자의 시선은 부정적이다. 자민당에 대한 비판 여론이 ‘새 총리 효과’로 누그러지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많다. 교도통신이 12∼13일 1264명을 상대로 진행한 전화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5.2%가 투표할 때 비자금 사건을 ‘고려하겠다’고 응답했다. 이시바 총리는 민심을 달래기 위해 비자금 스캔들 연루 의원 12명을 공천에서 배제하고 석패율제에 따른 소선거구 출마 후보의 비례대표 중복 입후보를 최대한 배제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이시바 총리에게 반대하는 ‘아베파’ 배제라는 반발이 나왔다. 또 유권자들 사이에선 처분이 너무 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총리 취임 이후 아시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미일 주둔군 지위 협정 개정 등 비주류 시절 강조했던 이른바 ‘이시바표 정책’에 대해 목소리를 낮추면서 신선한 이미지가 오히려 퇴색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실제로 이시바 총리의 취임 뒤 지지율은 하락세다. 교도통신 여론조사에서 이시바 내각 지지율은 42.0%로, 이달 초와 비교해 열흘 남짓 만에 8.7%포인트나 하락했다. 이시바 총리는 선거 판세에 대해 “매우 엄중하다고 인식하고 있다”며 “온 힘을 다해 연립 정권 과반수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자민당 절대 1강 압승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속내를 내비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시바 총리는 15일 후쿠시마현에서 가진 첫 연설에서 “다시는 비자금 문제가 불거지지 않도록 깊은 반성을 하며 선거에 임하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같은 날 입헌민주당의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대표는 도쿄 거리 연설에서 “이번 해산은 비자금 은닉 해산이다. 국민의 분노를 전하기 위해 비자금 연루 의원 선거구를 돌겠다”며 공세에 나섰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일본 중의원(하원)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거가 15일 후보 등록을 시작으로 12일간의 레이스에 돌입했다. 집권 자민당은 연립여당 공명당과 합해 전체 465석의 과반수인 233석 이상을 얻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은 자민당의 아킬레스건으로 부각돼 온 파벌 비자금 문제를 집중적으로 추궁하며 자민·공명 연립정권 과반수를 무너뜨려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일본에서는 이번 총선이 1일 출범한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정권에 대한 신임을 묻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자민당 단독 과반 확보에 실패할 경우 가뜩이나 기반이 약하고, 지지율도 낮은 이시바 정권에 대한 견제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이시바 정권이 단명(短命)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465명 국회의원 27일 투개표 선출27일 투개표가 이뤄지는 이번 일본 총선에서는 전국 289개 소선거구(지역구)와 11개 권역 비례대표(176석)를 합쳐 465명의 국회의원을 뽑는다. 9일 중의원 해산 전 기준으로 자민당(258석)과 공명당(32석)은 290석으로 모든 상임위원회 위원장 및 각 상임위 과반 확보가 가능한 ‘절대 안정 다수’를 확보했다. 전국에서 1200여 명의 후보가 출마한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은 공식적으로는 연립여당 공명당과 합쳐 과반 확보를 목표로 내세웠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자민당 단독으로 과반 확보가 가능할지 여부를 승패 기준으로 보고 있다. 3년 전 총선보다 26석 이상 의석을 잃으면 단독 과반에 실패한다.당내 비주류로 지지 기반이 약한 이시바 총리는 조기 총선을 통한 국정 운영 주도권 확보를 위해 승부수로 이달 9일 중의원을 해산했다. 일본에서 국회 해산은 총리 전권 사항이다. 이 때문에 총리 취임 직후 국민적 주목도와 지지율이 높아지는 초기에 국회를 해산해 총선을 치르고 선거에서 이겨 국정 운영에 필요한 기반을 다지는 경우가 많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총리도 2021년 10월 취임 후 1개월도 안 돼 중의원을 해산했고, 총선에서 압승해 집권 토대를 다졌다. ● 자민당 절대 1강 압승 흔들릴 수도총리 취임 후 높아진 인기를 등에 업고 중의원을 해산해 총선에서 승리하는 자민당의 오랜 공식이 이번에도 통할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12월 불거진 ‘파벌 비자금 스캔들’ 이후 자민당에 대한 일본 유권자의 시선은 부정적이다. 자민당에 대한 비판 여론이 ‘새 총리 효과’로 누그러지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많다. 교도통신이 12~13일 1264명을 상대로 진행한 전화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5.2%가 투표할 때 비자금 사건을 ‘고려하겠다’고 응답했다. 이시바 총리는 민심을 달래기 위해 비자금 스캔들 연루 의원 12명을 공천에서 배제하고 석패율제에 따른 소선거구 출마 후보의 비례대표 중복 입후보를 최대한 배제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이시바 총리에 반대하는 ‘아베파’ 배제라는 반발이 나왔다. 또 유권자들 사이에선 처분이 너무 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총리 취임 이후 아시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미일 주둔군 지위 협정 개정 등 비주류 시절 강조했던 이른바 ‘이시바 표 정책’에 대해 목소리를 낮추면서 신선한 이미지가 오히려 퇴색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실제로 이시바 총리의 취임 뒤 지지율은 하락세다. 교도통신 여론조사에서 이시바 내각 지지율은 42.0%로, 이달 초와 비교해 열흘 남짓 만에 8.7%포인트나 하락했다. 이시바 총리는 선거 판세에 대해 “매우 엄중하다고 인식하고 있다”며 “온 힘을 다해 연립 정권 과반수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자민당 절대 1강 압승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속내를 내비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시바 총리는 15일 후쿠시마현에서 가진 첫 연설에서 “다시는 비자금 문제가 불거지지 않도록 깊은 반성을 하며 선거에 임하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같은 날 입헌민주당의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대표는 도쿄 거리 연설에서 “이번 해산은 비자금 은닉 해산이다. 국민의 분노를 전하기 위해 비자금 연루 의원 선거구를 돌겠다”며 공세에 나섰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한강의 작품은 소설이지만 그 안에 ‘시’, ‘그림’, ‘영화’가 보인다.”(미국 번역가 페이지 아니야 모리스 씨) “언제나 아픔과 회복을 주제로 하는 한강의 작품에는 신비한 힘이 있다.”(일본 번역가 사이토 마리코·齋藤眞理子 씨) “올해 3월 스웨덴어로 출간했을 때 독자 반응이 정말 좋았다. ‘심상치 않다’고 느꼈다.”(스웨덴 번역가 안데르스 칼손 씨) 번역가들은 세계의 문 앞에 선 한국 문학을 가장 먼저 만나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안내를 통해 한국의 이야기가 각 문화권으로 전해진다.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각각 미국, 일본, 스웨덴으로 데려간 번역가들은 모두 “한강의 작품은 노벨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며 “다른 한국 작가들의 작품도 세계에 더 많이 소개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채식주의자’ 영문판을 번역해 한강과 ‘부커상’을 공동 수상했던 영국인 번역가 데버라 스미스 씨(36)는 13일(현지 시간) 별다른 설명 없이 ‘전쟁인데 무슨 잔치’라는 한강의 기존 발언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올렸다. 한강의 취지에 공감하며 본인도 당장은 외부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 모리스, “어두운 역사와 내면 다룰 때도 아름다워” “처음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을 알려준 친구가 ‘이제 너 명예 (한국)시민이 될 수 있어!’라고 카톡을 보냈어요.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보내준 링크를 보고 알았죠. 친구의 농담에서 노벨상이 얼마나 한국에 중요한지 느낄 수 있었어요.” 영어 번역가이자 작가이며, 성균관대에서 비교문화학 박사과정 중인 모리스 씨는 11일 본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처음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의 기쁨을 이렇게 전했다. 그는 “한강의 특징은 어두운 역사나 내면의 갈등을 다룰 때조차 아름다운 순간을 정교하게 담아낸다는 것”이라며 “번역할 때도 한글로 된 원문을 읽었을 때 느낀 감정을 영어권 독자들도 최대한 비슷하게 느낄 수 있게 하는 데 가장 공을 들인다”고 말했다. 박경리, 장강명, 서장원 작가의 작품도 영어권에 소개한 그는 “한강은 굉장히 꼼꼼한 예술가”라며 “늘 이메일로 소통해 오해를 피하고 의도한 바를 정확하게 전달한다”고 밝혔다.● 사이토, “역사 흐름 속에서 나온 뛰어난 작가” 일본에서 ‘작별하지 않는다’, ‘흰’, ‘희랍어 시간’ 등 한강 작품 5편을 일본어로 번역한 사이토 씨는 13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강의 작품에는 마음 깊은 속에 숨겨져 있는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힘이 있다”고 말했다. 사이토 씨는 2014년 박민규의 ‘카스테라’로 번역계에 데뷔했고,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을 번역해 일본에서 한국 문학 붐을 일으키는 데 기여했다. 그는 여러 한국 문학 작품의 배경이 되는 한반도의 아픈 역사에 주목했다. 한강에 대해서도 “역사의 흐름 속에서 나온 뛰어난 작가이지, 결코 고립된 천재가 아니다”라며 “아픈 역사를 겪은 단단함과 그 위에 펼쳐지는 섬세함이 한국 문학의 매력”이라고 평가했다.● 칼손, “끔찍한 사건 묘사하는 부드러운 언어가 특징” 노벨상은 스웨덴 한림원이 시상한다. 그런 만큼, 스웨덴어로 된 현지 출간이 문학상 수상에 직간접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게 중론이다. 한강의 책은 ‘작별하지 않는다’, ‘흰’,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 등 4권이 스웨덴어로 번역됐다. 칼손 씨는 ‘작별하지 않는다’와 ‘흰’을 아내 박옥경 씨와 공동 번역했다. 칼손 씨가 대산문화재단에 기고한 글에 따르면 그는 대학생 때 헌책방에서 김지하의 시집 영어판을 접한 뒤 한국 문학에 매료됐다. 영국 런던대 동양아프리카대학(SOAS) 교수인 그는 스웨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강의 작품을 번역할 땐 끔찍한 사건과 사건을 묘사하는 부드러운 언어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언제나 아픔과 회복을 주제로 하는 한강의 작품에는 신비한 힘이 있어요.”일본에서 ‘작별하지 않는다’ ‘흰’ ‘희랍어 시간’ 등 한강 작품 5편을 일본어로 번역한 사이토 마리코 씨(齋藤眞理子·64)는 13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강의 매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자신이 아프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한 채 고통 속에 살아가는 사람이 많잖아요. 그런 사람들이 한강 작품을 읽으면 함께 고민하면서 자신의 아픔을 인정할 수 있죠. 한강의 작품에는 마음 깊은 속에 숨겨져 있는 이야기를 끄집어 내는 힘을 가지고 있어요.”사이토 씨는 일본 문학계에서 한국어 번역 1인자로 손꼽힌다. 1980년 메이지대 재학 중 동아리에서 처음 한국어를 접한 뒤 1991년 연세대 한국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웠다. 2014년 박민규의 ‘카스테라’로 본격적인 한국 문학 번역가로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2018년 번역한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은 일본에서 30만 부 가량 팔리며 베스트셀러에 등극, 한국 문학 붐을 일으키는 데 일조했다. 그는 “한국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일본 문학 팬들은 훨씬 한국 작품을 많이 읽고 있다.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에 그 어느 때보다 기뻐하고 있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한강의 노벨상 수상에 사이토 씨는 “언젠가 수상할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아직 젊어서 올해 받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어쩌면 내가 죽은 다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며 놀라워했다. 그는 “세계가 한강 작가를 필요로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젊어서 수상하지 못할 것같다고 예상한 내가 늙은 것 같다. 확실히 세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가 처음 번역한 한강 작품은 ‘희랍어 시간’. 2017년 출판사 쇼분사(晶文社)가 한국 문학 시리즈를 기획하면서 그에게 번역을 맡긴 계기가 됐다. ‘희랍어 시간’ 번역 후 한강 작품에 빠진 사이토 씨는 ‘흰’ 번역을 직접 출판사에 제안해 출간했고 이후 ‘노랑무늬 영원’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등도 번역했다. 그는 여러 한국 문학 작품의 배경이 되는 한반도의 아픈 역사에 주목한다. 한강에 대해서도 “역사의 흐름 속에서 나온 뛰어난 작가이지, 결코 고립된 천재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한국은 일본의 식민지 지배, 분단과 전쟁, 군사 독재정권의 인권 탄압 등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어려운 역사를 살아 왔잖아요. 아픈 역사를 겪은 단단함과 그 위에 펼쳐지는 섬세함이 한국 문학의 매력이죠.”일본에 다양한 한강 작품을 번역해 소개했지만, 정작 한강을 만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했다. 그는 “이메일, 온라인 회의를 통해 이야기를 나눴을 뿐”이라면서도 “항상 정중하게 친절하게 답장을 보내 주신다. 깊이 있는 인품에 유머도 겸비한 분”이라고 한강을 기억했다. ‘작별하지 않는다’를 번역하면서 소설의 배경이 되는 제주를 찾았을 때 한강이 직접 작품 배경이 된 지역을 알려주기도 했다. 일본의 한국 문학 번역 1인자로 손꼽히는 그는 다양한 한국 작가에 관심을 갖고 있다. “황정은은 지상에 이런 사람이 살아 있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되는 작가입니다. 배수아는 놀라운 재능이 빛을 발하면서, 어디까지 갈지 따라가 보고 싶어요. 박솔뫼는 가장 편하면서도 사람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실험성이 돋보입니다. 정지돈은, 뭐가 뭔지 잘 모르곘지만 어쨌튼 정말 재밌고 끌리는 작가에요.”일본에서는 요즘 활동하는 젊은 한국 작가들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사이토 씨가 1960~80년대에 활동했던 작가에도 주목하고 있다. 그는 “박완서, 이청준, 이호철, 윤흥길, 최인흥 등의 작품을 번역해 보고 싶다. 구체적 계획도 세우고 있다”며 향후 계획에 대해 귀띔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소설가 한강(54)이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전 세계에 ‘한강 신드롬’이 몰아치고 있다. 국내 서점가는 모처럼 특수를 누리며 아침부터 ‘오픈런’과 ‘품절 대란’이 벌어졌고, 영상 문화에 익숙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한강 책 인증 챌린지’ 행렬을 이어갔다. 외신들이 한강에 대해 “한국의 (프란츠) 카프카”라는 극찬을 쏟아내면서 일본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서점가에도 ‘한강 돌풍’이 불고 있다. 스웨덴 한림원이 노벨 문학상을 발표한 10일 저녁부터 11일까지 한강의 책들은 교보문고, 예스24 등 국내 주요 서점의 베스트셀러 목록을 싹쓸이하며 30만 부 이상 팔려나갔다. 11일 교보문고 홈페이지 베스트셀러 1∼9위는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등 모두 한강의 작품이었고, 예스24의 순위 1∼11위도 모두 한강 작품이 꿰찼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오전에 책이 품절돼 광화문 매장으로 긴급하게 물량을 보냈고, 그마저 다 떨어져 다음 주 월요일 추가 입고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온라인 서점에선 한강의 책 대부분에 ‘예약 판매’ 딱지가 붙었다. 쿠팡에서도 10일 오후 9시경 ‘채식주의자’ 등 주요 작품의 재고가 동나 사전 예약한 작품은 다음 달 1일에야 받아볼 수 있는 상황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한강의 작품이 많게는 3000배 이상 판매가 폭주하고 있다”며 “온·오프라인 서점들이 책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전쟁에 돌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해외 온라인 서점가에서도 ‘한강 돌풍’이 불고 있다. 미국 도서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한 아마존에선 ‘채식주의자’가 문학 1위, 종합 10위에 올랐고, 중국 최대 온라인 서점인 당당왕(當當網)과 독일·프랑스 아마존 사이트에서도 채식주의자는 ‘24시간 동안 가장 많이 팔린 책’ 1위로 등극했다. 독일 아마존에선 해당 순위에서 1위부터 8위까지 모두 한강의 작품들로 채워졌다. 한강의 부친인 소설가 한승원은 11일 오전 전남 장흥 자택에서 기자들과 만나 “(딸이) 러시아, 우크라이나 또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전쟁이 치열해서 날마다 주검이 실려 나가는데 무슨 잔치를 하겠느냐면서 기자회견을 안 하기로 했다더라”고 전했다. 한강은 노벨상 수상과 관련한 기자회견은 갖지 않기로 했으며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리는 노벨상 시상식에서 자세한 소감을 밝히겠다고 했다. 한강은 같은 날 오후 10시경 출판사를 통해 이런 입장을 전하며 “수상 소식을 알리는 연락을 처음 받고는 놀랐고, 전화를 끊고 나자 천천히 현실감과 감동이 느껴졌다”면서 “수상자로 선정해주신 것에 감사드린다. 하루 동안 거대한 파도처럼 따뜻한 축하의 마음들이 전해져 온 것도 저를 놀라게 했다”고 밝혔다. ‘채식주의자’ 美-獨-佛-中 판매 1위… SNS선 ‘한강 책 인증’ 열풍글로벌 ‘한강 신드롬’국내 베스트셀러 1~10위 휩쓸어… 초판 소장하려 중고서점까지 발길日 최대 서점선 특별판매대 마련… 팬 인증 등 MZ세대 ‘챌린지’ 행렬“한강 작가의 책 1권만이라도 구하러 경기 하남에서 왔습니다.” 대학생 김원준 씨(24)는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교보문고 강남점으로 들어서며 이렇게 말했다. 서점은 점심시간을 틈타 한강의 책을 사러 온 직장인들로 이미 인산인해였다. 전날 매진돼 비어 있던 매대에 한강의 책 꾸러미가 배송돼 놓이자 노끈이 풀리기도 전에 매대 옆으로 15m가량 긴 줄이 생겼다. 하지만 새로 진열된 ‘소년이 온다’ ‘흰’ 등 200여 권의 책이 30분도 되지 않아 동나면서 김 씨 등 상당수는 발길을 돌려야 했다.● ‘초판’ 소장하러 중고 서점까지 헌책방으로 발걸음을 돌린 독자들도 많았다. 특히 한강의 ‘초판’ 책을 소장하기 위해 중고 서점을 찾는 시민도 있었다. 대학원생 강혜진 씨(23)는 “노벨상 수상을 계기로 ‘개정판’이 나오기 전 구판을 확보하려고 왔다”며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한강과 동시대에 살고 있다는 증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11일 서점가에 따르면 10, 11일 교보문고와 예스24, 알라딘에서 한강의 책은 30만 부 넘게 판매됐다. 10일 오후 8시부터 11일 오후까지 교보문고에선 10만3000여 부, 예스24에선 11만8000여 부, 알라딘에선 7만 부 이상이 팔렸다. 세 서점의 시장 점유율은 90% 정도 된다.해외 독자들의 반응도 뜨겁다. 일본 도쿄 최대 규모의 기노쿠니야 서점 신주쿠 본점에는 ‘축 노벨 문학상 수상 한강’이라고 적힌 홍보 문구가 내걸린 특별 판매대가 마련됐다. 이날 오전에 ‘채식주의자’ ‘작별하지 않는다’ 등 대표작 번역본은 대부분 팔렸고, 일부 영어 번역본 위주로 남았다. 일부 고객들은 특별 코너를 찾았다가 책을 구하지 못한 채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요시노 유지(吉野祐司) 기노쿠니야 서점 부점장은 “한국 문학은 원래도 일본에서 인기가 높은 편이라 다른 노벨 문학상 발표 때와 비교해 반응이 뜨겁다”고 말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중고 서점으로 알려진 미국 뉴욕 스트랜드 서점은 한강의 책들을 전시한 특별 매대를 설치하고 이를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소개하기도 했다.● ‘한강 책 인증’ SNS 챌린지도한강의 모교인 연세대는 축제 분위기다. 이날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캠퍼스에는 한강의 수상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걸렸고, 도서관에선 학생들의 신청이 몰려 한강의 책 예약이 마감되는 등 ‘대출 경쟁’이 뜨겁게 벌어졌다. 전국의 인문계열 학생들은 ‘문과생의 쾌거’라며 자축하기도 했다. SNS에는 그가 연세대 국문학과를 졸업한 ‘인문학도’라는 점을 강조하며 “금일부로 ‘문송합니다’ 사용 금지”, “문과는 승리한다” 등의 반응이 올라왔다. ‘문송합니다’는 ‘문과라서 죄송합니다’라는 의미로, 인문계 학생들이 취업난을 자조하는 표현이다. 한강에 대한 ‘팬심’이나 한강의 책을 사진으로 찍어 인증하는 ‘SNS 챌린지’ 행렬도 이어졌다. 대학생 이윤재 씨(22)는 “한강의 작품을 누가 더 많이 읽나 SNS로 내기를 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했다. 과거 한강의 작품을 소개하며 “한국에서도 노벨 문학상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한 온라인 글에는 ‘성지 순례하러 왔다’는 댓글이 이어졌다. 한강의 소설 내용 중 본인이 좋아하는 대목을 필사해 SNS에 올리는 독자들도 많았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사지원 기자 4g1@donga.com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일본의 원자폭탄 피해자 단체인 ‘일본원수폭피해자단체협의회(니혼히단쿄·日本被團協)’가 올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일본의 노벨 평화상 수상은 비핵 3원칙(핵무기를 만들지도, 갖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원칙)을 선언한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1974년) 전 총리 이후 50년 만이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11일 오전(현지 시간) “핵무기 없는 세계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과 다시는 핵무기를 사용해선 안 된다는 메시지를 알린 공로가 인정됐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내년 원폭 투하 80주년을 앞두고 핵무기가 당시보다 훨씬 늘어나고 파괴력도 커지면서 인류를 위협하는 존재가 됐다는 점도 지적했다.니혼히단쿄는 인류 역사상 유일하게 원폭 피해를 당한 나라에서 관련 피해자들의 생생한 증언을 바탕으로 다양한 비(非)핵 활동을 펼친 점도 인정받았다. 오슬로 평화연구소는 “니혼히단쿄의 활동은 핵무기가 초래한 끔찍한 대가를 상기시킨다”며 “인공지능(AI) 기반 전쟁 시대에 이들의 군축 요구는 미래를 위한 중요한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니혼히단쿄는 원폭 피해 생존자인 ‘히바쿠샤(被爆者·피폭자)’를 대표하는 단체로 1956년 설립됐다.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전범국인 일본은 1945년 8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떨어지며 항복을 선언했다. 전쟁은 끝났지만 인류 역사상 유일한 원폭 투하로 히로시마에서 8만여 명, 나가사키에서 7만5000여 명이 즉사했다. 또 수십만 명이 부상 및 후유증을 겪으며 고통을 겪었다. 일본에서 유일한 전국 규모의 원폭 피해자 단체이며 일본은 물론이고 한국 등에 사는 피해자와 협력해 피해자 권리 구제 활동도 펼쳐 왔다. 미국 등 국제 사회에는 핵무기 폐기와 핵무기 금지 조약 체결 등을 호소해 왔다. 유엔 군축회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회의 등에 참가해 원폭 피해 체험 증언, 전시회 개최, 서명 활동 등을 벌이며 핵무기 반대 운동도 펼쳐 왔다. 미마키 도시유키(箕牧智之) 니혼히단쿄 이사장은 노벨 평화상 수상자 발표 뒤 히로시마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핵 폐기, 항구적 평화 실현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전쟁 후 원폭 고아로 자란 아이들이 많다”며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도 아이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와다 마사코(和田征子) 니혼히단쿄 사무차장은 “핵 공유, 핵 억지론을 논의하려는 일본 정치인들이 생각을 바꿨으면 한다”며 “일본 정부는 핵확산금지조약 당사국 총회에 참가해야 한다”며 일본의 비핵 정책 유지를 촉구했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는 “오랫동안 핵무기 폐기를 위해 노력해 온 단체에 노벨 평화상이 수여돼 매우 뜻깊다”고 밝혔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일본의 원자폭탄 피해자 단체인 ‘원폭피해자단체협의회(히단쿄·被団協)’가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일본의 노벨평화상 수상은 비핵 3원칙(핵무기를 만들지도, 갖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원칙)을 선언한 사토 에이사쿠(佐藤栄作·1974년) 전 총리 이후 50년 만이다.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11일 오전(현지 시간) “핵무기 없는 세계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과 다시는 핵무기를 사용해선 안 된다는 메시지를 알린 공로가 인정됐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내년 원폭 투하 80주년을 앞두고 핵무기가 당시보다 훨씬 늘어나고 파괴력도 커지면서 인류를 위협하는 존재가 됐다는 점도 지적했다.일본 히단쿄는 인류 역사상 유일하게 원폭 피해를 당한 나라에서 관련 피해자들의 생생한 증언을 바탕으로 다양한 비(非)핵 활동을 펼친 점도 인정받았다. 오슬로 평화연구소는 “히단쿄의 활동은 핵무기가 초래한 끔찍한 대가를 상기시킨다”며 “인공지능 기반 전쟁 시대에 이들의 군축 요구는 미래를 위한 중요한 메시지”라고 평가했다.히단쿄는 원폭 피해 생존자인 ‘히바쿠샤(被爆者·피폭자)’를 대표하는 단체로 1956년 설립됐다.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전범국인 일본은 1945년 8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떨어지며 항복을 선언했다. 전쟁은 끝났지만 인류 역사상 유일한 원폭 투하로 히로시마에서 8만여 명, 나가사키에서 7만5000여 명이 즉사했다. 또 수십만 명이 부상 및 후유증을 겪으며 고통을 겪었다.일본에서 유일한 전국 규모의 원폭 피해자 단체이며 일본은 물론 한국 등에 사는 피해자와 협력해 피해자 권리 구제 활동도 펼쳐 왔다. 미국 등 국제 사회에는 핵무기 폐기와 핵무기 금지 조약 체결 등을 호소해 왔다. 유엔 군축회의, 핵 비확산 조약(NPT) 회의 등에 참가해 원폭 피해 체험 증언, 전시회 개최, 서명 활동 등을 벌이며 핵무기 반대 운동도 펼쳐왔다.미마키 도시유키(箕牧智之) 히단쿄 이사장은 노벨평화상 수상자 발표 뒤 히로시마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핵 폐기, 항구적 평화 실현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전쟁 후 원폭 고아로 자란 아이들이 많다”며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서도 아이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와다 마사코(和田征子) 히단쿄 사무차장은 “핵 공유, 핵 억지론을 논의하려는 일본 정치인들이 생각을 바꿨으면 한다”며 “일본 정부는 핵무기 금지 조약 당사국 총회에 참가해야 한다”며 일본의 비핵 정책 유지를 촉구했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는 “오랫동안 핵무기 폐기를 위해 노력해 온 단체에 노벨평화상이 수여돼 매우 뜻깊다”고 밝혔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가 이달 17~19일 야스쿠니 신사에서 열리는 추계 예대제(제사)에 참배를 보류할 방침을 굳혔다고 교도통신이 11일 보도했다. 이시바 총리는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소극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야스쿠니 신사에 현직 총리가 참배한 건 2013년 12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마지막이었다.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는 재임 중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았으나 공물은 봉납했다. 이시바 총리가 이번에 공물을 봉납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와야 다케시 외상은 정례 브리핑에서 야스쿠니 신사 참배 및 공물 봉납을 예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나카다니 겐 방위상은 “애도의 마음을 바치는 것은 당연하고 참배는 적절히 판단할 것”이라면서도 해당 기간은 해외 출장 중이라 참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우파 정치인들은 매년 봄, 가을 예대제와 제2차 세계대전 패전일인 8월 15일에 맞춰 참배하는 경우가 많다.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상은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하면서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은 10일(현지 시간)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신임 총리와 첫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국민의 입국 절차 간소화 논의에 속도를 내자고 뜻을 모았다. 또 두 정상은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미일 미사일 경보 정보 실시간 공유 체계를 계속 면밀하게 가동시켜 나가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는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이시바 총리와 40분간 회담을 열고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양국 관계의 희망찬 미래상을 제시하고 양국 국민들이 양국 관계 도약을 체감할 수 있도록 총리님과 긴밀하게 협력해 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임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에 이어 (이시바) 총리와도 셔틀외교를 포함한 활발하고 긴밀한 소통을 통해 양국 국민 간 교류를 촉진하고 한일 관계 발전을 굳게 이어 갔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시바 총리는 이에 “오늘날의 전략 환경 내에서 일본과 한국의 긴밀한 공조는 지역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며 “윤 대통령과 기시다 전 총리가 대폭 개선시킨 한일 관계를 계승한 후 발전시켜 나가고자 한다”고 화답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회담 후 브리핑에서 “양국 국민의 연간 1000만 명 방문 시대를 맞아 입국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논의를 가속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두 정상은 회담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 그리고 불법 사이버 활동에 대한 우려도 공유했다. 김 차장은 “윤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는 ‘(북한의) 한반도 긴장 고조에 대한 책임을 한일 양국 그리고 한미일 3국에 전가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하고, 이번 아세안 관련 회의에서 북한과 북한을 지원하는 세력의 엄중한 경고 메시지가 발신되도록 한일 양국이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경제 영역에서는 수소, 암모니아, 퀀텀, 양자 분야에 걸친 첨단 기술 협력과 공동 연구 사업들을 잘 진행해 나가기로 했다. 양국 정상은 한일 관계 개선과 발전에 대한 공감대도 확인했다. 윤 대통령은 “한일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은 대통령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라면서 셔틀외교 유지를 강조했다. 이에 이시바 총리도 “윤 대통령과 기시다 전 총리가 크게 발전시켜 온 한일 관계를 온전히 계승해서 잘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회의장에 5분 먼저 도착한 윤 대통령은 이시바 총리를 기다렸다. 이시바 총리가 도착하자 윤 대통령이 먼저 손을 내밀었고 이시바 총리가 두 손으로 잡으며 반가움을 표했다. 40분간 진행된 회담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다자 정상회의 일정 도중 서로에게 상당한 시간을 들인 자체가 호의적인 신호”라고 말했다. 총리 취임 9일 만에 이뤄진 한일 정상회담은 이시바 총리의 첫 양자 정상회담이었다. 일본에서는 이날 한일 정상회담 및 아세안+3 정상회의를 이시바 총리의 외교 데뷔 무대로 여기며 기대를 드러냈다. 양국 정상이 상대국을 잇달아 교차 방문하는 셔틀외교를 유지해 가기로 한 만큼 올해 이시바 총리의 방한 여부도 주목된다.비엔티안=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27일 일본 국회의원 선거에 나서는 집권 자민당이 지난해 터진 ‘파벌 비자금 스캔들’에 연루된 국회의원 12명을 공천에서 배제하기로 결정했다. 비자금 스캔들을 둘러싼 국민적 비판이 거세다 보니 이들을 공천하면 선거 판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자민당 총재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사진) 일본 총리는 9일 당 선거대책본부회의를 열고 파벌 비자금과 연관이 있는 의원 6명을 총선에서 공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자민당은 앞서 올 4월 당 징계로 ‘당원 자격 정지’ 처분을 받은 6명을 공천에서 제외하기로 해 모두 12명이 공천을 못 받게 됐다. 공천에서 제외된 12명 가운데 11명은 옛 아베파이며, 1명은 아베파와 협력 관계였던 옛 니카이파다. 당 2인자인 모리야마 히로시(森山裕) 자민당 간사장은 “이시바 총리 방침에 따라 각 선거구 상황 등을 자세히 검토한 끝에 내린 결정”이라며 “선거에서 국민에게 다시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모든 후보자가 진지하게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천에서 배제된 의원 대다수가 그동안 자민당 주류였던 보수 강경 옛 아베파 소속이라 향후 당내 분열이 더 증폭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총선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엔 가뜩이나 당내 기반이 약한 이시바 총리의 입지가 더욱 좁아져 정국 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 중의원(하원)은 9일 공식적으로 해산되면서 본격적인 총선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자민당은 이와 별도로 징계 수준이 낮은 비자금 연루 의원은 일단 공천은 하되 비례대표 중복 입후보는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40여 명에 이르는 해당 의원들은 중복 입후보를 받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과 달리 일본은 지역구에 출마하며 비례대표에도 중복 입후보할 수 있다. 석패율제를 실시하는 일본에선 지역구에서 낙선한 중복 입후보자가 아슬아슬하게 떨어지면 비례대표로 구제될 수 있다. 사표(死票)를 줄이기 위한 제도로 도입됐지만, 지역구 당선을 장담하기 어려운 거물급 의원이 국회의원직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한편 비자금 스캔들과 함께 자민당을 흔들었던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 유착 문제도 선거를 앞두고 다시 거론되고 있다. 새로 취임한 마키하라 히데키(牧原秀樹) 법무상은 2005년 이후 가정연합 강연과 집회 등에 참석하며 선거 지원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