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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9억 회분 이상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확보한 미국이 제약업체 화이자와 1억 회분의 백신을 추가 계약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 계약 물량만으로도 내년 상반기까지 집단 면역 달성에 필요한 백신을 갖게 된다. 미국은 다른 종류의 백신에 대한 추가 승인도 검토 중이다. 인도는 아스트라제네카, 유럽은 모더나 백신 승인을 검토하고 있다. 코로나19 변이 확산 등 향후 전망이 불투명해지자 각국이 백신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는 상황이다. 화이자는 내년 7월까지 미국에 1억 회분의 백신을 추가 공급하되 이 중 7000만 회분 이상을 6월까지 공급하기로 했다고 로이터통신이 23일 전했다. 전날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당초 미국 정부는 내년 4∼6월 중에 백신 1억 회분 추가 공급을 요청했고, 화이자는 최소 7000만 회분은 공급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는데 양측이 공급량과 시기를 조율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별도로 이미 미국은 화이자(1억 회)와 모더나(2억 회),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대(3억 회), 존슨앤드존슨(1억 회) 등 총 9억 회분 이상의 백신 공급 계약을 맺은 상태다. 이미 당국의 승인을 받은 화이자와 모더나의 계약 물량은 내년 6월까지 총 3억 회분이다. 만약 화이자와 1억 회분을 추가 공급하는 계약이 성사되면 두 제약사의 백신 공급 물량은 총 4억 회분으로 늘어난다. 1명당 2회 접종이 필요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미국 국민 2억 명이 접종받을 수 있는 분량이다. 뉴욕타임스는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의 접종 대상이 각각 16세, 18세 이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에서 접종 대상은 약 2억6000만 명”이라고 추산했다. 이 중 2억 명이 접종을 받으면 77%에 해당한다. 현재 개발 중인 다른 백신들의 임상 시험에 문제가 생겨 추가 백신 공급이 끊기더라도 집단 면역이 가능한 수준이다. 미 행정부는 화이자와 추가 공급 계약을 위해 국방물자생산법(DPA)을 동원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DPA는 국가 안보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물품을 미 행정부가 민간기업에 생산을 지시 또는 지원해 우선 조달할 수 있도록 규정한 절차다. 트럼프 행정부는 DPA를 적용해 화이자가 백신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를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도록 돕기로 한 것이다. 당초 6·25전쟁 지원을 위해 제정된 것으로, 트럼프 행정부는 코로나19가 확산한 올 4월에도 이를 발동해 마스크와 인공호흡기 생산량을 끌어올린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미국인들의 백신 공급에 문제가 생기면 DPA를 발동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유럽연합(EU) 역시 21일 화이자 백신을 승인하면서 유럽 국가들이 이르면 이번 주말부터 접종에 나설 계획이다. EU는 원래 화이자 백신의 승인 여부를 다음 주에 결정할 예정이었지만 일정을 앞당겼다. EU는 다음 달 초 모더나 백신의 승인 여부도 결정할 계획이다. 백신 접종 국가는 확대되고 있다. 멕시코는 24일부터, 중동의 오만은 27일부터, 쿠웨이트는 다음 주 중 화이자 백신 접종에 돌입할 예정이다. 또 인도는 이르면 다음 주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을 승인하고 조만간 접종을 시작할 예정이다. 영국도 25일 이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승인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 이설 기자}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44·사진)가 러시아 정부 고위 관리로 신분을 속인 후 자신의 암살을 시도했던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독극물팀 요원과 통화해 사건의 전모를 밝혀냈다. 해당 요원으로부터 “속옷 안쪽에 독극물을 묻혀 암살하려 했다”는 발언을 받아낸 것이다. 나발니는 21일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FSB 요원 콘스탄틴 쿠드럅체프와 45분간 통화했다”며 녹음한 내용을 공개했다. 나발니는 ‘암살이 실패한 이유를 상부에 보고해야 한다’며 쿠드럅체프에게 어떤 방식으로 신경작용제 노비초크를 사용했느냐고 물었다. “속옷”이란 답이 나오자 “정확히 어느 부분이냐”고 거듭 물었고 “사타구니 안쪽”이란 답을 얻어냈다. 쿠드럅체프는 또 “나발니를 태운 비행기가 중간에 긴급 착륙했기 때문에 암살에 실패했다”고 말했다. 나발니는 올해 8월 시베리아 톰스크에서 모스크바로 가는 비행기에 탑승했으나, 몸의 이상을 호소해 기장이 비행기를 시베리아 옴스크에 긴급 착륙시켰다. 옴스크로부터 모스크바까지의 비행시간은 3시간이어서 비행기가 도중에 착륙하지 않았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란 의미다. 쿠드럅체프는 증거 인멸을 위해 자신이 옴스크에 간 사실도 실토했다. 나발니가 “속옷 때문에 놀랄 일은 없었겠다”라고 떠보자 “우리가 그곳에 여러 번 갔다”고 답했다. FSB는 즉각 “우리의 명예를 훼손하기 위해 계획된 도발”이라며 “외국 정보기관의 조직적 지원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외교부는 22일 항의의 뜻으로 나발니가 머물고 있는 독일은 물론이고 프랑스, 스웨덴 등 주요 서유럽국 대사를 초치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65)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으면 악어로 변할 수도 있다”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 마스크 착용이나 백신 접종에 거부감을 드러내왔던 그가 황당한 백신 부작용 가능성까지 언급한 것이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17일 화이자-바이오엔테크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맞지 않겠다고 밝히며 “화이자는 계약서에 ‘부작용에 대한 책임이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만약) 백신을 맞고 악어로 변하더라도 그건 당신이 책임질 문제”라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이어 “만약 당신이 초능력자가 되거나, 여성인데 수염이 자라거나, 남성인데 여성스러운 목소리가 나온다고 해도 제약회사와는 관계가 없는 일이 된다”고 했다. 백신 부작용에 대해 제약사가 책임지지 않는 것을 꼬집으며 무리한 비유까지 든 것이다. 브라질에선 16일부터 화이자 백신 접종이 시작됐지만 대통령이 직접 나서 백신 위험성을 퍼뜨리는 모양새가 됐다. 코로나19를 경시하는 발언을 여러 차례 했던 그는 7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회복된 뒤에는 “나는 항체가 있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각국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은 그의 악어 발언과 함께 ‘악어 인간’ 등 다양한 악어 합성 사진을 게재하며 풍자하고 있다(사진). 20일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현재 브라질 내 코로나19 누적 사망자는 18만여 명으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65)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으면 악어로 변할 수도 있다”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 마스크 착용이나 백신 접종에 거부감을 드러내왔던 그가 황당한 백신 부작용 가능성까지 언급한 것이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17일 화이자-바이오엔테크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맞지 않겠다고 밝히며 “화이자는 계약서에 ‘부작용에 대한 책임이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만약) 백신을 맞고 악어로 변하더라도 그건 당신이 책임질 문제”라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이어 “만약 당신이 초능력자가 되거나, 여성인데 수염이 자라거나, 남성인데 여성스러운 목소리가 나온다고 해도 제약회사와는 관계가 없는 일이 된다”고 했다. 백신 부작용에 대해 제약사가 책임지지 않는 것을 꼬집으며 무리한 비유까지 든 것이다. 브라질에선 16일부터 화이자 접종이 시작됐지만 대통령이 직접 나서 백신 위험성을 퍼뜨리는 모양새가 됐다. 코로나19를 경시하는 발언을 여러 차례 했던 그는 7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회복된 뒤에는 “나는 항체가 있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각국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은 그의 악어 발언과 함께 ‘악어 인간’ 등 다양한 악어 합성 사진을 게재하며 풍자하고 있다. 20일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현재 브라질 내 코로나19 누적 사망자는 18만여 명으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러시아의 테니스 스타 마리야 샤라포바(33)가 약혼했다. 상대는 영국 윌리엄 왕세손의 친구인 영국 사업가 알렉산더 길크스(41)다. 샤라포바는 18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길크스와 함께한 사진을 올리며 “우리가 처음 만난 날부터 (길크스의 프러포즈에) ‘예스’라고 답했다”며 “이것은 우리 둘만의 작은 비밀이었다”라고 밝혔다. 길크스 역시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평생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으로부터 배우기를 기대한다”고 글을 올렸다. 두 사람은 2018년 초부터 교제하기 시작해 공개 데이트를 해왔다. 샤라포바는 2004년 윔블던 단식에서 세리나 윌리엄스(미국)를 꺾으며 ‘깜짝 스타’로 떠올랐다. 2006년 US오픈, 2010년 호주오픈, 2012년과 2014년 프랑스오픈을 제패해 여자 선수 가운데 역대 10번째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약혼자 길크스는 온라인 아트 경매사이트 ‘패들8’을 공동창업한 아트 딜러로, 현재 브랜딩 벤쳐 스튜디오 스퀘어드 서클스라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영국 명문 사립 이튼칼리지에서 영국 윌리엄 왕세손, 해리 왕손과 어울리며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그들이 딸을 죽인 날 나도 죽었다.” 납치범의 손에 딸을 잃은 엄마는 ‘복수’를 다짐했다. 집요한 추적과 탐문, 카멜레온 같은 변장술, 대담한 행동력으로 경찰도 건드리지 못하는 잔인한 갱단 조직원 10명을 차례로 찾아내 죗값을 물었다. 15일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영화 ‘테이큰’을 연상케 하는 엄마의 복수극”이라며 사연을 소개했다. 2014년 1월 멕시코 북동부 타마울리파스주 산페르난도에서 20세 여성 카렌 로드리게즈가 마약 카르텔 ‘로타 세타스’에 납치됐다. 엄마인 마리암 로드리게즈는 빚까지 내서 몸값으로 수천 달러를 지불했지만 딸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딸을 찾기 위해 단서를 모으던 로드리게즈는 ‘사마’라는 이름을 떠올린다. 몸값을 요구하는 범인과 통화할 때 누군가가 불렀던 이름이다. 딸의 페이스북 계정에서 사마의 사진을 찾은 그는 두 시간 떨어진 도시에 있는 한 아이스크림 가게로 향했다. 사진 속 사마와 함께 한 여성이 그 아이스크림 가게의 유니폼을 입고 있었기 때문이다. 표적이 언젠가 가게를 찾을 것이라고 확신한 그는 조심스럽게 조사를 시작했다. 빨갛게 머리카락을 염색하고 보건부에서 일하던 시절 입었던 유니폼을 꺼내 입고선 설문조사원으로 위장해 의심을 피했다. 그의 활약으로 경찰에 체포된 사마는 공범들의 정보를 불었다. 체포된 공범 중 18세 크리스티안 곤잘레스가 “배가 고프다”고 하자 로드리게즈는 그에게 치킨과 콜라를 사줬다. 경찰이 이유를 묻자 “아무리 나쁜 짓을 해도 그는 여전히 아이이고 나는 엄마”라고 했다. 그의 친절에 감동한 곤잘레스는 암매장 장소를 실토했고, 경찰은 이곳에서 카렌의 유골을 찾아냈다. 그의 추적은 계속됐다. 갱단 조직원과 연인 관계였던 이웃의 범행 사실을 밝혀냈고, 범인이 달아나려 하자 총구를 들이대고 경찰이 올 때까지 버텼다. 차에서 며칠씩 잠복한 끝에 손수 범인을 덮쳐 경찰에 넘기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NYT)는 이날 “그는 3년 동안 운전사, 자동차 판매원, 베이비시터 등으로 새 삶을 시작하려던 공범 대부분을 사냥했다”고 했다. 하지만 사우다드 빅토리아 교도소에서 2017년 3월 대규모 탈옥이 일어나면서 그의 활약은 막을 내린다. 로드리게즈는 같은 해 5월 이곳에 수감돼 있다가 탈옥한 공범들에게 13발의 총탄을 맞고 50세의 나이로 숨졌다고 NYT는 전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미국 50개 주와 수도 워싱턴의 대선 선거인단 538명이 14일 투표로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를 최종 확정했다. 지난달 3일 대선이 실시된 지 41일 만에 일반 유권자의 투표 결과를 반영한 선거인단의 최종 투표가 마무리됐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집요한 불복 소송전에도 주요 경합주의 선거인단이 단 한 표의 ‘배신 투표’ 없이 바이든 당선인에게 표를 몰아줬다. AP통신에 따르면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 조지아, 애리조나, 네바다 등 6개 경합주 선거인단은 모두 바이든 당선인에게 표를 던졌다. 이로써 대선 이후 각 언론이 집계한 선거인단 306명(바이든) 대 232명(트럼프)의 득표 결과가 그대로 확정됐다. 4년 전 대선에서는 주별 선거 결과에 따르지 않고 다른 후보를 찍은 선거인단이 10명이었지만 이번에는 단 한 명도 이탈하지 않았다. 2016년 대선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306명,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가 232명을 확보했는데 4년 전과 똑같은 수치로 결과만 뒤바뀌었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날 대국민 연설에서 “이제 페이지를 넘길 시간(It is time to turn the page)이자 단결하고 치유할 때”라며 분열된 미국의 단합을 촉구했다. 그는 “위협받고 시험받았던 민주주의는 진실되고 강하며 회복력이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며 “미국의 영혼을 위한 싸움에서 민주주의가 이겼다”고 밝혔다. “팬데믹 혹은 권력 남용 같은 것들조차 그 (민주주의라는) 불꽃을 끄지 못한다”고도 했다. 이어 선거인단 숫자가 명백한 자신의 승리를 보여준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결과를 수용하기를 정중히 제안한다”고 촉구했다. 선거 불복에 대해서는 “민주주의에 대한 전례 없는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미 의회는 내년 1월 6일 상하원 합동회의를 열어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인증하고 승자를 발표한다. 이후 같은 달 20일 새 대통령 취임식이 열린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선거인단 투표가 진행 중일 때조차 “대규모 선거 부정이 있었다”는 트윗을 올리며 불복 방침을 고수했다. 대통령 측은 이날 조지아, 미시간 등 일부 경합주에서 법적 권한이 없는 ‘대안 선거인단’을 임의로 꾸리고 투표를 따로 진행했다. 이들은 모두 집권 공화당 소속이다. 하지만 공화당 내에서조차 “결과를 받아들이자”는 의견이 확산되고 있다. 상원 2인자인 존 튠 원내총무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선거인단이 사안을 마무리했으니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줄곧 침묵을 지켜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또한 뒤늦게 축하를 건넸다. 이날 크렘린궁이 발표한 성명에서 푸틴 대통령은 “바이든 당선인의 모든 성공을 기원한다”며 “세계 안보에 특별한 책임을 지고 있는 러시아와 미국이 세계가 직면한 문제와 도전을 해결하는 데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이설 기자}
누적 확진자와 사망자가 각각 1600만 명, 30만 명을 돌파한 세계 최대 코로나19 감염국 미국에서 14일(현지 시간)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다. 미 정부는 백신 접종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 실행일인 ‘D데이’에 빗대면서 기대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일반인에게 접종이 이뤄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자문기구인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는 12일 미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16세 이상 미국인에게 접종하도록 권고했다. 로버트 레드필드 CDC 국장이 이를 수용해 백신 사용을 최종 승인하면 실제 접종이 가능해진다. 앞서 미 식품의약국(FDA)은 11일 화이자 백신의 긴급사용을 승인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백신 개발 프로그램 ‘초고속 작전’의 최고운영책임자인 구스타브 퍼나 육군 대장은 12일 기자회견에서 “D데이가 제2차 세계대전의 결정적 전환점이 됐듯 우리도 (바이러스와의 전쟁) 종식의 출발점에 섰다”고 밝혔다. 미 정부는 즉각 배포 작업에 착수했다. AP통신에 따르면 13일 오전부터 미시간주 캘러머주 생산시설에서 백신 보관함을 실은 대형 트럭들이 화물기가 대기 중인 장소로 이동했다. 290만 회 분량의 최초 백신 물량은 14일부터 미 전역 50개 주 636개 병원 등에 순차적으로 배송된다. 화이자 백신은 영하 70도 이하의 초저온 상태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화이자는 드라이아이스와 함께 백신을 최대 10일 동안 보관할 수 있도록 특별 보관용기를 만들었다. 배송을 담당하는 UPS와 페덱스는 백신의 위치, 온도, 빛 노출, 움직임 등의 정보를 상시 추적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각 주 정부는 바이러스 노출 우려가 큰 보건 의료 인력, 치명률이 높은 장기요양시설·요양원 거주자 등에게 우선 접종할 계획이다. 또 FDA는 17일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 긴급사용 승인을 논의한다. 하지만 일반 성인들에게까지 백신 접종이 이뤄지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젊은이들이나 기저질환이 없는 사람들은 3월 말이나 4월 초에 접종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빠르면 여름쯤, 확실하게는 가을로 들어서면서 어느 정도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콩도 내년 초부터 백신 접종을 시작하기로 했다. 캐리 람 행정장관은 중국 시노백 백신 750만 도스를 확보했으며 내년 1월 초기 공급분 100만 회분이 도착하는 대로 접종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람 장관은 화이자 백신 750만 회분도 계약했다고 밝혔다. 다만 아직 임상 3상 시험 결과를 공유하지 않은 백신의 안전성 우려도 계속되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페루 국립보건원은 11일 중국 국영 제약사 시노팜 백신 임상시험 참가자 한 명이 백신을 투약받은 뒤 팔을 움직이지 못하는 증상을 보여 실험을 중단했다고 밝혔다.임보미 bom@donga.com·이설 기자}
대만계 미국인인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지명자(45)가 대중 강경정책을 예고했다. 11일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과 함께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타이 지명자는 “미국 노동자의 독창성과 혁신, 전 세계에 미국의 이익을 옹호할 수 있는 자리에 서서 매우 기쁘다”며 “무역 관계의 힘을 빌려 (노동자들의) 커뮤니티가 현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을 콕 집어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중국의 막대한 대미 무역흑자를 시정함으로써 이에 거세게 반발하는 미 노동계의 반발을 무마하고 미국의 국익을 최대화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타이 내정자가 2007∼2014년 USTR에서 근무할 때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관련 분쟁에서 다른 나라들을 규합해 중국에 대항했다는 점을 거론하며 그를 ‘벨벳 장갑 속의 강철 주먹’ 같은 인물이라고 평했다. 겉으로는 부드러워 보이지만 대중 무역협상에서는 강경하고 저돌적으로 임한다는 의미다.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타이 지명자는 올해 8월에도 “미국의 대중 정책은 경제적 접근을 넘어 우리가 누리는 개방적이고 민주적인 삶의 방식을 수호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발언했다. 중국의 무역정책은 물론 사회 전반에도 압력을 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코네티컷주에서 태어났지만 대만에서 이민을 온 부모 밑에서 자란 타이 지명자는 중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 예일대를 졸업하고 하버드 로스쿨에 입학하기 전인 1990년대 중국 광저우의 중산대에서 2년간 영어를 가르친 경험도 있는 중국통이다. 의회 인준을 통과하면 각각 아시아계와 유색인종 여성 최초로 USTR 수장에 오른다. 회견에 동석한 바이든 당선인 또한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을 바로잡겠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핵심 우선순위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역이 바이든 대선 캠프의 구호인 ‘더 나은 재건’을 이루는 데도 꼭 필요하다며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덤핑, 불법 보조금, 강제 기술 이전 등을 시정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이설 기자}
한국이 구매하기로 한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에 대한 미국 식품의약국(FDA) 사용 승인이 내년 중반에야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르면 내년 2월 이 백신을 국내에 도입하기로 한 일정도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 백신 연구를 총괄하는 에이드리언 힐 옥스퍼드대 제너연구소장은 9일(현지 시간) “FDA가 다음 달 나오는 자료를 포함해 백신에 대한 모든 자료를 검토하길 바란다”며 “임상시험이 끝나기를 기다린다면 내년 중반 이후에나 미국에서 백신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NBC방송에서 밝혔다. 아스트라제네카는 FDA 최종 승인을 앞둔 화이자, 모더나와 달리 미국에서 진행 중인 3상 시험을 마치지 못했다. 필요한 참가자 3만 명의 절반 정도만 모집한 상태다. 환자 2명에게 나타난 신경학적 증상이 백신과 무관하다는 증거를 늦게 제출해 일정이 7주 정도 지연됐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영국 등에선 연내 승인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지만 미국에선 임상 결과를 마치기 전까지 연방정부의 허가를 얻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3일 아스트라제네카는 더 적은 용량의 백신을 투여한 그룹의 예방 효과가 더 높았다는 3상 임상시험 중간 결과를 발표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한국 방역당국은 정확한 사실 관계 파악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10일 “FDA 승인이 공식적으로 연기되는 것인지, 그런 우려가 있다는 정도의 수준인지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며 “정확한 사실 확인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각국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구매가 가장 많기에 그런 부분이 FDA에서도 고려될 듯하다”고 덧붙였다.이설 snow@donga.com·전주영 기자}
한국이 구매하기로 한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에 대한 미국 식품의약국(FDA) 사용 승인이 내년 중반에야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르면 내년 2월 이 백신을 국내에 도입하기로 한 일정도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 백신 연구를 총괄하는 애드리안 힐 옥스퍼드대 제너연구소장은 9일(현지 시간) “FDA가 다음달 나오는 자료를 포함해 백신에 대한 모든 자료를 검토하길 바란다”며 “임상시험이 끝나기를 기다린다면 내년 중순 이후에나 미국에서 백신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NBC방송에서 밝혔다. 아스트라제네카는 FDA 최종 승인을 앞둔 화이자, 모더나와 달리 미국에서 진행 중인 3상 시험을 마치지 못했다. 필요한 참가자 3만 명의 절반 정도만 모집한 상태다. 환자 2명에게 나타난 신경학적 증상이 백신과 무관하다는 증거를 늦게 제출하면서 일정이 7주 정도 지연됐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영국 등에선 연내 승인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지만 미국에선 임상 결과를 마치지 전까지 연방정부의 허가를 얻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3일 아스트라제네카는 더 적은 용량의 백신을 투여한 그룹의 예방 효과가 더 높았다는 3상 임상시험 중간 결과를 발표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한국 방역당국은 정확한 사실 관계 파악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10일 “FDA 승인이 공식적으로 연기되는 것인지, 그런 우려가 있다는 정도의 수준인지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며 “정확한 사실 확인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각국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구매가 가장 많기에 그런 부분이 FDA에서도 고려될 듯하다”고 덧붙였다.이설 기자 snow@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바이두가 한국 김치에 대한 설명에서 ‘중국에서 유래했다’는 단정적 표현은 삭제했지만 ‘기원에 대한 논쟁이 있다’고 기술했다. “김치는 삼국시대 중국에서 전래됐다”는 중국 매체의 내용도 인용했다. 최근 한중 간 김치 논란에서 표면적으로는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취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논쟁을 부추기는 이중적 자세를 보인 것이다. 9일 중국 바이두 백과사전에서 한국 김치를 뜻하는 ‘한국 파오차이(韓國 泡菜)’를 검색하면 한글이름 ‘김치’, 영문명 ‘Kimchi’라고 확인된다. 그런데 이날 ‘기원 논쟁’이라는 새로운 항목이 추가됐다. 이 항목에서는 2013년 10월 26일 중국 매체의 보도 내용을 인용해 “김치는 삼국시대 중국에서 전래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면서 바로 아랫부분에는 “2020년 12월 8일 한국의 한 교수(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김치는 중국에서 유래했다’는 주장에 대해 항의한 내용이 언론에 보도됐다”고 기술하고 있다. 이날 중국 매체들은 김치와 파오차이는 다른 음식이라는 점을 부각하면서 논란의 책임은 한국에 넘겼다.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김치와 파오차이를 둘러싼 논란은 번역 오류로 인한 ‘시시한 소동’에 불과하다”며 “단순 번역 오류를 한국의 김치문화 옹호자들이 ‘(중국이) 우리 문화를 훔치려 한다’고 비판하면서 불화가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9일 중국이 절임 채소인 파오차이 제조법을 국제표준화기구(ISO)에 등록한 것을 두고 “한국이 파오차이 종주국이라는 주장은 이미 유명무실하다”며 김치 논란을 촉발시켰던 중국 관영 환추시보도 9일 “김치(Kimchi)는 파오차이와는 다른 음식”이라고 전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 이설 기자}
미국 의회가 주한미군 주둔 규모를 현행 2만8500명으로 유지하는 내용이 포함된 국방수권법안(NDAA) 처리에 합의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4일 보도했다. 조 바이든 당선인의 대선 승리 이후 처음 처리되는 NDAA로, 동맹을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바이든 당선인은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을 시사해 온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반대하며 동맹의 복원을 강조해 왔다. 합의안에는 주한미군 규모를 줄이는 데 예산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이 담겼다. 다만 △미 국가안보 이익에 부합하고 △역내 동맹의 안보를 심각히 훼손하지 않으며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동맹과 적절히 협의한 점을 의회에 입증할 때는 감축이 가능하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임명한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3일 온라인 포럼에서 “미군의 해외 주둔 방식이 선택적이어야 한다”며 한국과 중동 걸프지역의 미군 주둔 방식을 ‘영구 주둔’에서 ‘순환 주둔’으로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에서 북한과 무력충돌이 발생하면 비전투원인 미군 가족이 해를 입을 수 있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한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차기 주한미군사령관에 폴 라캐머라 미 태평양육군사령관(대장·사진)을 지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4일 군 소식통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이런 사실을 지난달 대선 직후 우리 정부에 알려왔다. 주한미군사령관은 한미연합사령관과 유엔군사령관을 겸직한다. 라캐머라 대장은 미 육사(웨스트포인트) 출신으로 아프가니스탄에서 진행된 알카에다와 탈레반 소탕작전 등에 참여했다. 미 18공수군단장과 국제동맹군 사령관(CJTF-OIR)을 맡아 이슬람 무장세력과 이슬람국가(IS) 격퇴 작전을 주도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미 태평양육군사령관에 임명돼 한국과 일본, 괌, 하와이 등 태평양지역의 육군 작전을 총괄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동맹을 중시하는 야전통으로 특수전 등 비정규전과 급변사태 전문가”라고 말했다. 라캐머라 대장은 내년 1월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2∼3월경 인사청문회와 인준 절차를 거쳐 부임할 것으로 보인다. 2018년 11월 취임한 로버트 에이브럼스 현 주한미군사령관은 임기를 마치고 떠나게 된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이설 기자}
“노벨위원회의 수상자 선정 과정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4일 “최근 30년간 노벨평화상 수상자 중 재평가 논란에 휩싸인 인물이 최소 6명”이라며 지난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했지만 최근 반대파 티그라이족 탄압에 나서면서 거센 비판을 받고 있는 아비 아머드 에티오피아 총리(44) 등의 사례를 거론했다. 노벨상 6개 분야 가운데 성과가 구체적인 다른 부문과 달리 평화상은 객관적 평가가 힘든 데다 정치인이 수상한 사례가 많아 정치 성향, 가치관 등에 따른 찬반양론이 종종 제기돼 왔다. 선정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수상자의 이후 활동에 대한 점검 등 꼼꼼한 사후관리가 잇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수상자가 노벨상의 취지에 어긋나게 행동하면 상을 박탈하는 방안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평화상 수상자들의 얼룩진 이면 아머드 총리 사례에서 보듯 평화상 수상자들은 수십 년 전부터 각종 논란에 휩싸였다. 베트남전 종전 협상을 주도한 공로로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97)과 북베트남 지도자였던 레득토(1911∼1990)는 1973년 공동 수상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레득토는 “베트남에 아직 평화가 오지 않았다”며 수상을 거부했다. 전쟁 중 키신저가 캄보디아와 라오스 국경에서 수많은 민간인 피해를 야기한 폭격 작전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선정위원 두 명 역시 키신저의 수상에 반대하며 사의를 표명했다. 키신저 본인은 부인하고 있지만 냉전 시절 미국이 칠레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등을 지원하며 칠레 민주화 세력을 탄압하는 과정에 그가 관여했다는 주장도 있다. 유명 저술가 크리스토퍼 히친스(1949∼2011)는 저서 ‘키신저 재판’에서 “키신저는 전쟁범죄자로 국제 법정에 세워야 한다”며 “키신저를 기소하지 못하면 ‘어떤 거대 권력도 법을 초월할 수 없다’는 원칙이 침해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1994년 수상자인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의장(1929∼2004)도 논란에 휘말렸다. 당시 노벨위원회는 PLO를 합법 정부로 인정한다는 내용을 담은 오슬로 협정이 중동 평화에 기여했다며 그를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대통령, 이츠하크 라빈 이스라엘 총리와 함께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 하지만 아라파트의 반대 세력은 그가 장기간 폭력을 행사해 온 테러리스트에 불과하다며 맹비난했고, 심사위원 한 명 역시 그의 수상에 반대하며 사의를 표했다. 아라파트는 PLO 설립 전 항공기 납치, 주요 시설 파괴 등 대이스라엘 무장 투쟁을 주도했고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수상 이후에는 부인 수하 여사의 호화스러운 생활 등으로 PLO 공금 유용 의혹에 휩싸였다. 군부 독재에 맞서 민주화를 이뤄낸 공로로 1991년 평화상을 수상한 아웅산 수지 미얀마 국가고문(75)의 행보 또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미얀마군은 2017년부터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을 학살하거나 탄압해 70만 명 이상의 난민이 발생했다. 2015년 총선에서 승리하며 집권한 수지 고문은 로힝야족 문제에 침묵하거나 군부를 두둔하는 태도를 보였다. 여전히 미얀마의 실권을 상당 부분 거머쥐고 있는 군부를 의식해야 하는 현실을 감안한다 해도 본인이 평생 목표로 삼은 가치와 배치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국제앰네스티 등 유명 인권단체들이 수지 고문의 수상 자격 박탈을 주장하는 이유다. 이스라엘과 이집트의 평화협정을 이룬 공로로 1978년 공동 수상자가 된 안와르 사다트 전 이집트 대통령(1918∼1981)과 메나헴 베긴 전 이스라엘 총리(1913∼1992)의 수상 역시 논란의 대상이다. 베긴 총리는 1982년 레바논에서 활약하는 팔레스타인 게릴라를 축출한다는 명분으로 레바논 침공을 단행했다. 바로 이때 이스라엘군에 맞서기 위해 등장한 시아파 무장단체가 바로 오늘날까지 중동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비판받는 ‘헤즈볼라’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59)은 뚜렷한 성과가 없는데도 취임 9개월 만인 2009년 10월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평을 얻었다. 위원회는 그가 ‘핵 없는 세상’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핵 감축에 실질적인 성과가 없었는데도 미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란 점에 무게를 두고 평화상을 줬다는 일각의 비판이 제기됐다. 오바마의 집권 마지막 해인 2016년 미 과학자연맹(FAS)은 “지난 8년간 오바마 행정부가 냉전 이후 다른 어떤 미 행정부보다 핵 탄두량을 적게 감축했다. 2015년에는 1970년대 이후 가장 적은 수의 핵무기가 해체됐다”고 비판했다. 1912년 수상자인 엘리후 루트 전 미 국무장관(1845∼1937)은 미국이 필리핀을 점령한 당시 필리핀인 학살을 주도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유엔 창설에 기여한 공로로 1945년 평화상을 받은 코델 헐 전 미 국무장관(1871∼1955) 역시 1939년 나치로부터 도망친 유대인 난민 950명을 나치에 돌려보내 이들이 몰살당하는 데 관여한 점이 드러났다. ○ 악용된 과학 분야 수상자들의 업적 다른 부문 수상자 중에도 자격 미달 비판을 받은 이가 종종 있다. 특히 과학 수상자의 연구 내용이 핵 또는 화학무기 개발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독일 화학자 오토 한(1879∼1968)은 핵분열을 발견한 공로로 1944년 화학상을 수상했다. 한 본인은 핵 개발에 반대했고 군사 목적의 연구를 하진 않았지만 결국 그의 연구가 핵폭탄 제조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918년 화학상 수상자인 또 다른 독일 화학자 프리츠 하버(1868∼1934)가 발명한 암모니아 합성법은 훗날 독가스 개발에 쓰였다. 미 과학자 라이너스 칼 폴링(1901∼1994)은 화학상(1954년)과 평화상(1962년)을 모두 수상했지만 인명살상 무기 개발에 참여한 전력, 옛 소련과의 결탁 의혹 등으로 비판받고 있다. 1976년 경제학상 수상자인 ‘시카고학파의 대부’ 밀턴 프리드먼(1912∼2006), 지난해 문학상 수상자인 페터 한트케(78)는 각각 독재자와 전범을 옹호해 반발을 불렀다. 프리드먼은 칠레 독재자 피노체트와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프리드먼은 1970년대 중반 칠레 경제정책을 자문하면서 피노체트와 인연을 맺었다. 한트케 역시 보스니아 무슬림 인종청소로 악명 높은 전 세르비아 지도자 슬로보단 밀로셰비치(1941∼2006)와 가까운 사이다. 그는 구금 중 숨진 밀로셰비치의 장례식 조사에서 밀로셰비치를 두둔해 전범 옹호 논란에 휩싸였다. 자궁경부암 발병 원인인 인간유두종바이러스(HPV)를 발견해 2008년 생리의학상을 받은 독일의 하랄트 추어하우젠 박사(84)는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의 로비로 수상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가 개발한 백신을 판매해 온 아스트라제네카가 추어하우젠의 수상 전 노벨재단 산하 노벨미디어에 거액을 후원했고, 일부 선정위원이 아스트라제네카의 자문을 맡아 ‘돈으로 노벨상을 샀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DNA 이중나선 구조를 밝혀 1962년 생리의학상을 받은 미 과학자 제임스 왓슨(92)은 2007년 인터뷰에서 “흑인의 지적 능력이 의심스럽다”는 인종차별 발언으로 큰 비판을 받았다. 이후 강연 등이 끊겨 살림살이가 빠듯했던 왓슨은 생활고를 이유로 2013년 노벨상 메달을 경매에 내놨고 한 해 뒤 약 53억 원에 낙찰됐다. 하지만 ‘돈으로 가치를 매길 수 없는 노벨상 수상 증거를 팔아 돈을 번 것이 적절하지 못하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선정 기준 논란 개선 방안은?노벨상 수상자 선정 방식 및 심사 과정 개선, 엄격한 사후 관리 등 노벨상을 운영하는 방식 자체가 대대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스웨덴 한림원이 선정하는 다른 5개 부문과 달리 평화상은 노벨의 유언에 따라 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선정한다. 이 위원회는 노르웨이 의회가 임명하는 위원 5명으로 구성된다. 20세기 초중반만 해도 노르웨이 현역 의원이 대부분이었지만 위원 개인의 정치적 이해관계와 성향이 수상자 선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1977년부터 현역 의원의 위원직 겸직을 금했다. 이에 전직 정치인과 관료, 학자 등이 주로 뽑힌다. 현재 노르웨이 노벨위원회 위원 5명 가운데 3명은 전직 정치인, 나머지 2명은 학자다. 베리트 레이스아네르센 위원장(66)은 전직 법무장관, 토르비에른 야글란 위원(70)은 전직 총리, 안네 엥에르 위원(71·여)은 문화장관 출신이다. 헨리크 쉬세 위원(54)은 철학자, 아슬레 토예 위원(46)은 국제정치학자다. 그러나 여전히 후보 명단, 추천한 이들 등에 관한 정보는 선정 이후 50년 동안 철저히 비밀에 부쳐진다. 심사 과정에서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 외부에서는 알 수 없어 공정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불과 5명이 세계 각국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는 평화상 수상자를 선정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후보 추천자의 자격 범위 또한 지나치게 좁은 범위에서 이뤄진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현재 평화상 후보를 추천할 수 있는 사람은 각국 국가수반, 정부 각료, 국회의원, 국제사법재판소·상설중재재판소 관계자, 역사 사회과학 법 철학 신학 종교학 분야 교수, 전 노벨평화상 수상자, 노르웨이 노벨위원회 전·현직 위원과 고문 등이다. 강대국 장년층 백인 남성의 시각을 반영한 추천이 대부분일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마련된 셈이다. 여성, 젊은층, 개발도상국, 성소수자 등의 시각을 반영할 수 있도록 추천인 자격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벨상 역사를 연구한 리처드 건더먼 미 인디애나대 교수는 NYT에 “노벨상 시상은 항상 여론에 휩쓸리거나 정치적 혹은 민족주의적인 동기와 편견에 지배될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헨리크 우르달 노르웨이 오슬로평화연구소 소장은 “(완료된 업적이 아닌) 진행 중인 과정에 시상하는 행위는 특히 위험하다”고 가세했다. 아직 갈등이 끝나지 않은 분쟁지역 지도자 및 정치인에게 섣불리 평화상을 수여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수상자를 둘러싼 갖가지 논란에도 아직 노벨재단은 이미 수여한 상을 취소하거나 회수한 적이 없다. ‘수상 전까지의 공로만 평가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시대가 바뀐 만큼 이미 수여한 노벨상을 추후 박탈할 수 있는 기준 또한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특히 평화상은 누가 봐도 그 취지에 어긋나는 행동을 했다면 수여된 상을 무효화하거나 회수하는 게 옳다”며 “일정한 기준을 마련하고 수상자가 자격을 유지하고 있는지 정기적으로 재평가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설 snow@donga.com·조종엽 기자}
미국 의회가 주한미군 주둔 규모를 현행 2만8500만 명으로 유지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된 국방수권법안(NDAA) 처리에 합의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승리 이후 처음 처리되는 NDAA로, 동맹을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의소리(VOA)는 4일 상·하원 군사위원회가 4개월 간 협상 끝에 7405억 달러(약 815조 원)의 ‘2021회계년도 NDAA’에 최종 합의했다고 전했다. 합의안에는 주한미군 규모를 줄이는데 예산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이 담겼다. 다만 △미 국가안보 이익에 부합하고 △역내 동맹의 안보를 심각히 훼손하지 않으며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동맹과 적절히 협의한 점을 의회에 입증할 때는 감축이 가능하다. 이 법안은 지난 달 의회가 초당적으로 마련한 ‘주한미군 감축 반대’ 결의안 내용을 반영했다. 바이든 당선인 또한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을 시사해온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반대하며 동맹의 복원을 강조해왔다.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3일 온라인 포럼에서 “미군의 해외주둔 방식이 선택적이어야 한다”며 한국과 중동 걸프지역의 미군 주둔 방식을 ‘영구 주둔’에서 ‘순환 주둔’으로 바꾸자고 주장했다. 한국에서 북한과 무력충돌이 발생하면 비전투원인 미군 가족이 해를 입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지난해 9월 4년 임기의 합참의장에 취임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두 분은 서로가 없는 세상에는 머물고 싶지 않았을 겁니다. (하늘나라에) 조금 먼저 도착한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갈 시간이야!’ 하셨을 거예요.”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돼 거의 동시에 세상을 떠난 70대 노부부의 사연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CNN, NBC 등은 1일 미시간주에 거주하던 레슬리(76), 퍼트리샤 맥워터스(78) 부부가 코로나에 걸려 입원 치료를 받던 중 지난달 24일 숨졌다고 전했다. 1분 이내의 간격으로 숨을 거둔 두 사람의 사망 시간은 오후 4시 23분으로 같았다. 부모를 한꺼번에 잃은 딸 조애나 시스크 씨는 “아름답지만 너무 비극적이다. (두 분은) 로미오와 줄리엣 같다”고 했다. 이어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부고란 사망 원인에 ‘코로나19’라고 밝혔다”며 “간호사였던 어머니가 천국에서도 많은 인명을 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먼저 코로나19에 걸린 퍼트리샤가 병원을 찾았지만 병원에선 ‘집에서 자가 격리를 하라’며 돌려보냈다. 이후 남편 레슬리도 감염되자 두 사람은 다시 병원을 찾았다. 부부는 일주일간 함께 입원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병마를 이기지 못했다. 마지막 순간 두 사람은 각기 다른 병실에 입원 중이었다고 CNN은 전했다. 두 사람은 1973년 4월 결혼한 뒤 47년간 두 딸과 손자 3명, 증손자 6명을 뒀다. 겨울철에 접어들면서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이 빠르게 늘고 있다. 비영리단체 ‘코비드트래킹프로젝트’는 2일 “미국에서 코로나19로 입원한 환자는 10만226명”이라며 “입원 환자가 10만 명을 넘은 것은 처음”이라고 트위터에 밝혔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최근 잇따른 사고로 해체 수순을 밟아온 카리브해의 미국령 푸에르토리코섬의 아레시보 전파망원경이 결국 무너졌다. 미국국립과학재단(NSF)은 1일(현지 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지름 305m에 달하는 아레시보 망원경의 안테나가 붕괴됐다. 지지대 윗부분이 무너지면서 900t가량의 중장비가 140m 아래 접시 위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사고로 인한 부상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망원경은 올 8월 안테나 위에 설치된 케이블이 끊어지며 접시 안테나 일부가 파괴됐다. 지난달에도 비슷한 사고가 일어나자 NSF는 안전을 우려해 해체 결정을 내렸다. 아레시보 망원경은 1963년 설치된 이후 50년 넘게 세계 최대 단일 망원경으로 세계 천문학 연구에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외계행성 연구, 소행성 추적 등에 쓰였고 조디 포스터가 주연한 1997년 미 공상과학(SF) 영화 ‘콘택트’에도 등장했다. 2016년 중국이 지름 500m짜리 전파 망원경 ‘톈옌(天眼·하늘의 눈)’을 만들면서 세계 1위 자리를 내줬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중국이 절임 채소인 파오차이 제조법을 국제표준화기구(ISO)에 등록한 것을 놓고 중국 관영매체가 김치 국제표준을 제정한 것처럼 보도한 것에 대해 영국 BBC가 ‘오보(false report)’라며 중국의 주장을 지적했다. BBC는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김치, 한중 문화 갈등을 발효하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이 한국 전통 음식인 김치 제조법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오보에 한국이 반박하고 나섰다”며 “(김치 논란은) 한국과 중국 간 가장 최근에 벌어진 문화 분쟁”이라고 전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중국 관영매체 환추시보는 파오차이 국제표준을 제정했다고 보도하면서 “중국의 파오차이 산업이 국제 시장에서 기준이 됐다”며 “사실 한국이 ‘파오차이 종주국’이라는 주장은 이미 유명무실하다”고 주장했다. 파오차이와 김치를 같은 음식인 것처럼 표현하고, 파오차이를 국제표준으로 등록한 것에 한국 김치까지 포함되는 것처럼 선전한 것이다. 이에 한국 농림축산식품부는 즉각 2001년 유엔 국제식량농업기구 산하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의 규격에 따라 김치는 국제규격으로 설정됐으며, 파오차이는 김치로 해석할 수 없다고 반박한 바 있다. BBC도 농식품부의 주장을 인용하면서 김치의 특성과 김장문화를 소개했다. “매운 염장 음식인 김치는 중국에서 파오차이라는 이름으로 공급되고 있기는 하지만 같은 이름의 중국 고유 음식이 있다”며 “ISO 문서에는 이번 식품 규격이 ‘김치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적시돼 있는데도 일부 중국 언론은 이와 다르게 보도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매년 김치를 만드는 김장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돼 있다”고 소개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중국이 절임 채소인 파오차이 제조법을 국제표준화기구(ISO)에 등록한 것을 놓고 중국 관영매체가 김치 국제표준을 제정한 것처럼 보도한 것에 대해 영국 BBC가 ‘오보(false report)’라며 중국의 주장을 지적했다. BBC는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김치, 한중 문화 갈등을 발효하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이 한국 전통 음식인 김치 제조법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오보에 한국이 반박하고 나섰다”며 “(김치 논란은) 한국과 중국 간 가장 최근에 벌어진 문화 분쟁”이라고 전했다. 앞서 29일 중국 관영매체 환추시보는 파오차이 국제표준을 제정했다고 보도하면서 “중국의 파오차이 산업이 국제 시장에서 기준이 됐다”면서 “사실 한국이 ‘파오차이 종주국’이라는 주장은 이미 유명무실하다”고 주장했다. 파오차이와 김치를 같은 음식인 것처럼 표현하고, 파오차이를 국제표준으로 등록한 것에 한국 김치까지 포함되는 것처럼 선전한 것이다. 이에 한국 농림축산식품부는 즉각 2001년 UN 국제식량농업기구 산하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의 규격에 따라 김치는 국제규격으로 설정됐으며, 파오차이는 김치로 해석할 수 없다고 반박한 바 있다. BBC도 농식품부의 주장을 인용하면서 김치의 특성과 김장문화를 소개했다. “매운 염장 음식인 김치는 중국에서 파오차이라는 이름으로 공급되고 있기는 하지만 같은 이름의 중국 고유 음식이 있다”며 “ISO 문서에는 이번 식품 규격이 ‘김치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적시돼 있는데도 일부 중국 언론은 이와 다르게 보도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치는 채소를 소금에 절인 뒤 양념과 발효된 해산물을 넣고 항아리에 보관한다”며 “매년 김치를 만드는 김장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돼 있다”고 소개했다. 또 “한국은 김치 수요가 많아 중국에서 수입하지만 한국은 중국의 엄격한 규제로 수출길이 사실상 막혔다”고 덧붙였다. BBC는 최근 이어진 한국과 중국 간 문화갈등 사례도 소개했다. 10월 방탄소년단(BTS)이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한미 관계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밴플리트상을 받으며 “(한미) 양국이 함께 겪었던 고난의 역사”라는 표현을 쓰자 중국 누리꾼들이 “중국의 희생을 무시했다”며 집단으로 반발했다. 11월에는 중국 배우 쉬카이가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한복은 중국 의상’이라는 취지의 글을 올려 논란이 일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부인 질 여사(69)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미 최초의 박사 출신 대통령 배우자이자 노던버지니아 커뮤니티칼리지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그는 줄곧 “백악관에 입성한 후에도 교직을 유지하며 백악관에서 출퇴근하겠다”고 밝혀 왔다. 전무후무한 ‘직업을 지닌 퍼스트레이디’의 탄생을 앞두고 대통령 배우자의 역할과 위상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대통령 배우자는 선출직도 임명직도 아니어서 법이 정한 책임과 권한이 따로 없다. 하지만 세계 최고 권력자와 늘 함께하는 만큼 영향력은 막강하다. 대통령의 정책 결정에 어떤 식으로든 입김을 미치고 미국을 대표하는 외교사절 노릇도 한다. 각자의 개성과 능력으로 뚜렷한 존재감을 남긴 미 퍼스트레이디의 면면을 살펴본다.○ ‘레이디’에서 ‘퍼스트레이디’로미 건국 초기 워싱턴 정계에는 영국 귀족문화의 영향이 짙게 남아 있었다. 당시 대통령 배우자의 호칭은 영국 귀족의 아내를 뜻하는 ‘레이디(Lady)’였다. 초대 조지 워싱턴 대통령의 아내 마사는 ‘레이디 워싱턴’, 제2대 존 애덤스 대통령의 부인 애비게일은 ‘레이디 애덤스’로 불렸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퍼스트레이디’ 용어는 1848년 등장했다. 제12대 재커리 테일러 대통령이 한 연설에서 제4대 제임스 매디슨 대통령의 부인 돌리 여사를 ‘우리 땅의 퍼스트레이디’라 칭한 것이 시초다. 이후 언론이 받아쓰면서 ‘대통령 부인=퍼스트레이디’ 공식이 자리 잡았다. 미 정치사학 전문가인 리사 번스 메릴랜드대 교수는 대통령 배우자의 역할이 ‘여성 공인’(1900∼1929년)→‘정치와 관련 있는 유명인’(1932∼1961년)→‘정치 활동가’(1964∼1977년)→‘정치 참모’(1980∼2001년) 식으로 변해 왔다고 평가했다. 엘리너 루스벨트 여사(1884∼1962)는 그림자 내조에 그쳤던 이전 퍼스트레이디와 달리 사회 운동가, 로비스트, 정책 참모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며 새로운 배우자 상(像)을 제시한 인물로 꼽힌다. 남편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4선 대통령을 지내는 동안 그 역시 뉴딜 정책을 홍보하고 인권과 교육 개혁에 관한 강연 및 기고에 적극 나섰다. 1940년 민주당 전당대회 때는 남편의 대선후보 선출을 촉구하는 연설을 했고, 남편이 타계한 후에는 유엔 인권위원회 위원장을 지내며 1946년 세계 인권선언 작성에 깊이 관여했다. 백악관 내 대통령 부인의 공간은 1901년 처음 등장했다. 제26대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의 부인 이디스 여사(1861∼1948)가 사교 모임을 준비하기 위해 백악관 내 별도 공간을 만들었다. 1970년대 후반 지미 카터 대통령의 부인 로절린 여사(93)가 백악관 동관에 정식 집무실을 마련했고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무보수 명예직… 의상도 사비로 마련 퍼스트레이디는 급여를 받지 않는다. 일정 금액 이상의 선물조차 받지 못하도록 한 미 국가윤리법 때문이다. 미 타임지에 따르면 한때 공화당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 측이 이 규정에 반대했지만 지지 여론이 높지 않아 공론화를 시키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의상, 머리 손질, 화장 등 스타일링에 관한 비용 역시 사비로 마련해야 한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부인 로라 여사(74)가 “의상비가 엄청나게 들어 매우 놀랐다”고 언급했던 이유다.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 미셸 여사(56)가 백악관 안주인 시절 공식석상에서 제이크루, 갭 등 중저가 브랜드의 옷을 즐겨 입은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미국 상품을 널리 홍보하고 서민적 이미지를 심어주려는 목적 외에 엄청난 의상비를 줄이려는 현실적 이유가 있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퍼스트레이디 보좌진 월급, 사회봉사 캠페인 추진 비용 등 공적 업무에 관한 비용은 전액 정부가 지급한다. 퍼스트레이디 업무를 돕는 직원을 처음 채용한 사람은 이디스 여사다. 그는 이저벨라 하그너란 여성을 고용해 사교모임 준비를 맡겼다. 현재 백악관 사회비서관이 하는 업무와 비슷하다. 엘리너 여사는 개인 비서를 처음 뒀고,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부인 재클린 여사(1929∼1994)는 퍼스트레이디를 전담하는 언론 담당 비서관직을 신설했다. 이후 초대 담당 보좌관, 연설문 담당 보좌관, 퍼스트레이디 비서실장, 특별기획국장 등의 자리가 생겨났다. 1990년대 이후 퍼스트레이디를 돕는 직원은 15명 정도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50)는 비서실장 겸 언론 담당 비서관, 소통비서관, 정책비서관, 일정비서관, 주방장, 화훼 디자이너 등 11명을 거느리고 있다.○ 국무회의 참석·해외 순방·인사 등 막후 권력자 20세기 후반의 퍼스트레이디들은 남편의 정치적 동반자 혹은 남편 못지않은 야망 넘치는 정치가 역할을 자처했다. 로절린 여사는 다소 우유부단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카터 대통령과 달리 강단 있고 똑 부러지는 이미지로 유명했다. 백악관 비밀경호국이 그를 지칭하는 이름, 즉 코드네임이 ‘댄서’였을 정도로 활동적인 성격이었다. 우울증, 공황장애, 조현병 등 각종 정신건강 문제를 공개적으로 밝히는 게 쉽지 않았던 1970년대 후반 그는 대통령 정신건강위원회의 명예위원장을 지냈다. “모든 사람들이 단순히 ‘미친 사람’으로 불리는 대신 자신의 정신건강 문제를 스스럼없이 인정하고 정부 지원도 받아야 한다”는 것이 소신이었다. 다만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일부 국무회의에 참석해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받았다. 또한 그는 1977년 남편 대신 미 대표단을 이끌고 중남미로 단독 순방을 떠나 각국 지도자를 만났다. 한 해 뒤에는 바티칸에서 열린 교황 바오로 6세의 장례식에 참석했다. 그 기간 동안 남편이 백악관을 지키고 있었다. 레이건 대통령의 부인 낸시 여사(1921∼2016)의 영향력도 상당했다. 그는 남편이 1976년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패하자 새 참모진을 꾸리는 데 깊이 개입했다. 결국 레이건 대통령은 4년 뒤 대선후보로 선출됐고 백악관 주인이 됐다. 1986년 미국이 적성국 이란에 몰래 무기를 판 사건인 ‘이란-콘트라 스캔들’ 때도 당시 백악관 비서실장이었던 도널드 리건을 사퇴시켜 여론을 진화하라고 종용했다. 당시 레이건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할 때도 그가 적극 건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1985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과 회담 때는 남편에게 ‘산책 회담’을 제안했다. 남편이 알츠하이머로 투병하다 숨지자 알츠하이머 예방 캠페인을 펼쳤다. ○ ‘슈퍼 퍼스트레이디’의 탄생 42대 빌 클린턴 대통령의 부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73)은 석사 학위를 지닌 최초의 대통령 배우자다. 명문 여대 웰즐리대를 졸업하고 남편과 같은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한 그는 백악관 안주인 시절 ‘빌러리’(빌+힐러리)란 신조어를 탄생시킬 만큼 주체적으로 활동해 ‘슈퍼 퍼스트레이디’란 평가를 받았다. 남편 또한 1992년 대선 당시 ‘나를 찍으면 대통령감 하나를 공짜로 더 얻는다’는 소위 ‘투 포 원 프라이스(two for one price)’를 널리 홍보했다. 그는 백악관 동관에 있던 대통령 배우자 사무실을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서관으로 옮겼다. 남편과 마찬가지로 서관에 집무실을 둔 유일한 퍼스트레이디였다. 후임자 로라 여사는 이를 다시 동관으로 옮겼지만 이것만 봐도 클린턴 전 장관의 퍼스트레이디 시절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다. 특히 그는 고용주가 피고용인의 건강보험에 더 많은 돈을 내는 것을 골자로 하는 클린턴 행정부의 건강보험 개혁안 작업도 주도했다. 선출직도, 의료 전문가도 아닌 변호사 출신 퍼스트레이디가 이를 주도한다는 것을 곱지 않게 본 여론으로 한때 인기가 급락했고 법안 통과 역시 실패했지만 남편의 성추문 탄핵 사건으로 인기가 반등했다. 그는 남편 퇴임 후 거물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상원의원(뉴욕), 오바마 1기 행정부의 국무장관을 지냈고 2016년 미 최초의 여성 대통령 후보가 됐다. 그가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어떤 식으로든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 또한 끊이지 않는다. 미셸 여사 역시 프린스턴대와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한 엘리트 법조인이다. 백악관 입성 전 시카고대병원 행정부원장을 지냈고 백악관 안주인이 된 후 아동 비만방지 캠페인 ‘레츠무브’, 빈곤층 여학생 지원 캠페인 ‘렛걸스런’ 등을 진행했다. 남편 퇴임 후 그가 쓴 자서전 ‘비커밍’은 전 세계에서 1400만 부가 팔린 초대형 베스트셀러가 됐다. 정계 입문설을 부인하지만 그가 클린턴 전 장관과 마찬가지로 언젠가는 독자 정치 노선을 걸을 것이란 관측이 끊임없이 제기된다. ○ 주목받았던 세컨드레이디 질 여사처럼 세컨드레이디에서 퍼스트레이디가 된 인물도 있다. 제38대 제럴드 포드 대통령의 부인 베티 여사(1918∼2011)다. 남편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자진 하야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후임자가 되자 그 역시 백악관 안주인이 됐다. 베티 여사는 퍼스트레이디 중 보기 드문 ‘흙수저’다. 부유층 출신이거나 본인의 능력으로 엘리트 계층에 편입한 다른 대통령 배우자와 달리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10대 시절부터 무용수 일을 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다. 알코올의존증자인 보험 판매원 출신 첫 남편과 이혼한 후 촉망받는 하원의원이었던 초혼의 포드 대통령을 만났다. 그가 백악관 안주인이 되자 ‘격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일부 있었지만 자신의 유방암 투병 및 절제 사실을 공개하고 예방 캠페인을 적극 벌여 국민의 호감을 얻었다. 특히 미 전역에서 여권 운동이 활발했던 당시 남녀동등 헌법 개정안(ERA), 여성 낙태권 등을 적극 옹호해 여성계의 고른 지지를 받았다. 타임지는 1975년 그를 ‘올해의 여성’으로 선정했다. 백악관을 떠난 후에는 자신의 약물중독 사실 또한 공개했다. 1982년 캘리포니아주에 약물중독 치료 시설 ‘베티포드 센터’를 설립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낸 딕 체니의 부인 린 여사(79)는 퍼스트레이디 못지않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세컨드레이디로 이름을 떨쳤다. 남편이 부시 정권의 실질적인 최고 권력자로 꼽혔던 것처럼, 그 역시 그림자 내조에 주력했던 로라 여사와 달리 워싱턴 정계에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매디슨 위스콘신대에서 19세기 영국 문학으로 박사 학위를 딴 그는 세컨드레이디가 되기 전 레이건 행정부에서 보건사회복지부 차관을 지냈고 조지 부시(아버지 부시) 행정부에서 문화재청장, 백악관 환경위원장을 지낸 고위 관료 출신이다. 크리스천 베일이 주연한 2018년 영화 ‘바이스’는 남녀의 전통적 성 역할이 뒤바뀐 체니 부부의 관계, 이 부부가 부시 행정부에서 어떻게 사실상의 최고 권력자로 군림했는지를 상세히 묘사했다. 앨 고어 전 부통령의 부인 티퍼 여사(72) 역시 남편의 부통령 시절 활발한 대외 활동을 벌였지만 2010년 이혼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