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그동안 결혼이 막연했는데 미리 내 집에 당첨되자마자 결혼식장을 잡고 2세 계획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17일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아파트에서 진행된 장기전세주택Ⅱ(미리 내 집) 입주자 간담회에 참여한 한 예비 신혼부부는 “말 그대로 미리 내 집이 저희에게 ‘주거 사다리’가 되어 준 셈”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자녀를 둘 이상 낳으면 20년 후에 살던 집을 시세 대비 10∼20%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미리 내 집에 입주하게 된 신혼부부 4가구가 참석했다. 이들은 양육과 주거비 부담 등으로 겪었던 고충을 털어놓고 당첨 소감과 에피소드 등을 공유했다. 간담회를 주최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미리 내 집에 당첨된 신혼부부와 함께 올림픽파크포레온을 찾아 입주 예정 주택과 입주자 편의시설 등을 점검하고 결혼과 출산, 양육의 어려움과 건의 사항 등을 청취했다. 오 시장은 “신혼부부를 위한 장기전세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한 지 3개월여 만에 실제 입주자분들을 보니 앞으로도 물량을 늘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앞으로도 물량을 최대한 늘리고 유형도 더 다양하게 해 결혼, 출산 할 용기를 드리겠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시는 올해 5월 ‘저출생 대응 신혼부부 주택 확대 방안’을 통해 아이를 낳고 키우는 동안 집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장기전세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제1호로 올림픽파크포레온 입주자를 300명 모집했다. 당첨자들은 이달 중으로 사전점검을 진행하고 12월 입주할 예정이다. 올해 8월에는 롯데캐슬 이스트폴(광진구 자양동), 힐스테이트이편한세상 문정(송파구 문정동) 등 미리 내 집 6개 단지에 입주할 327가구를 모집했다. 서울시는 2026년부터는 매년 미리 내 집을 4000채 이상 꾸준히 공급할 수 있도록 신축 매입, 임대주택 활용 등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12월 진행될 제3차 미리 내 집 입주자 모집은 신혼부부들이 선호하는 서초·성동구 등에서 400여 채가 공급될 예정이다.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서울 송파구 가락동 옛 성동구치소 자리에 지상 22층, 19개 동 규모의 공공주택이 들어선다. 서울시는 15일 열린 제8차 공공주택통합심의위원회에서 ‘송파창의혁신(옛 성동구치소) 공공주택건설사업’을 조건부 가결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사업은 서울도시주택공사(SH)가 공공주택 2개 용지(4만7440.2m²)에 지하 3층∼지상 22층, 19개 동 규모로 공공주택 1240호를 공급하는 내용이 담겼다. 주택형은 전용면적 49, 59, 84m²로 구성된다. 일부 가구는 무주택자와 신혼부부를 위한 장기전세주택Ⅰ·Ⅱ(미리 내 집)로 공급할 예정이다. 장기전세주택은 자녀를 둘 이상 낳으면 20년 후에 살던 집을 시세 대비 10∼20%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제도다. 저층부에는 도서관, 피트니스센터, 카페 등 주민 편의시설이 들어선다. 이번 사업은 올해 12월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을 거쳐, 내년 상반기(1∼6월)에 착공할 계획이다. 준공은 2028년 하반기(7∼12월)가 목표다.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서울 송파구 가락동 옛 성동구치소 자리에 지상 22층, 19개 동 규모의 공공주택이 들어선다. 서울시는 15일 열린 제8차 공공주택통합심의위원회에서 ‘송파창의혁신(옛 성동구치소) 공공주택건설사업’을 조건부 가결했다고 16일 밝혔다.이번 사업은 서울도시주택공사(SH)가 공공주택 2개 용지(4만7440.2㎡)에 지하 3층∼지상 22층, 19개 동 규모로 공공주택 1240호를 공급하는 내용이 담겼다. 주택형은 전용 49, 59, 84㎡로 구성된다. 일부 세대는 무주택자와 신혼부부를 위한 장기전세주택Ⅰ·Ⅱ(미리 내 집)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장기전세주택은 자녀를 둘 이상 낳으면 20년 후에 살던 집을 시세 대비 10∼20%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제도다. 저층부에는 도서관, 피트니스, 카페 등 주민 편의시설이 들어선다. 서울시는 지난해 2월 공공분야 시범대상지로 이 일대를 선정해 아파트 단지 계획에 다채롭고 개성있는 디자인이 반영될 수 있도록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설계공모 단계서부터 기존 성냥갑 아파트가 아닌 지속 가능한 미래 주거를 위한 다채로운 평형 타입과 단지 배치 등을 고려했다”며 “단지 내외부를 연결하는 공공보행통로와 조경배치로 개방감을 주고 동별 스카이라인을 고려해 다양한 높이와 특색있는 주거 평면을 계획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업은 올해 12월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을 거쳐, 내년 상반기(1~6월) 착공할 계획이다. 준공은 2028년 하반기(7~12월)가 목표다. 한병용 서울시 주택실장은 “무주택 실수요자와 신혼부부들이 장기간 거주하며 자녀 출산까지를 꿈꿀 수 있는 새로운 주거단지가 될 수 있도록 서울시가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청계천과 광화문광장 등에서 운영 중인 서울야외도서관이 성북구 등 4개 구로 확대된다. 서울시는 현재 서울광장, 광화문광장, 청계천에서 열리는 서울야외도서관을 11월 초까지 성북·송파·서대문·구로구 등 4개 자치구에서 확대 운영한다고 15일 밝혔다. 이들 자치구 야외도서관은 각 지역 대표 공간에서 목∼일요일 중 열린다. 별도의 대출이나 반납 절차 없이 현장에 설치된 야외 서가에서 자유롭게 책을 가져다 읽고 다시 꽂아두면 된다. 성북구는 18일부터 11월 3일까지 오동근린공원에서 총 8회 진행한다. 오동숲속도서관 회랑 등에서 숲과 꿀벌 체험, 숲속 음악회 등도 열린다. 송파구는 10월 18일부터 11월 2일까지 석촌호수 서호수변 무대, 가락누리공원, 아시아공원에서 돌아가며 열 계획이다. 태극기 만들기, 컬러드로잉 엽서 만들기 등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서대문구는 한글날인 9일 시범 운영을 시작으로 11월 3일까지 토, 일요일 7차례 야외도서관 행사를 연다. 독립문, 독립공원, 홍제폭포마당 등에서는 팝업존, 빅블록존, 레고·보드게임 체험 이벤트 등이 함께 운영된다. 구로구 안양천 스마트정원에서는 지난달 29일부터 야외도서관이 열리고 있다. 구로구는 이달 10월 26일까지 8회 일정으로 진행할 방침이다. 자연, 가을 시, 여행·캠핑, 모험을 주제로 다양한 연령대가 함께 읽을 수 있는 도서 2000여 권이 준비됐다. 특히 영유아·어린이를 위한 도서 비치와 함께 놀이공간 마련, 맞춤형 문화프로그램 등으로 구성된 ‘책 읽는 키즈카페’도 운영해 가족 단위로 즐길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아울러 공간 구성, 큐레이션, 문화프로그램 기획 등은 자치구별 특색을 살리도록 해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할 예정이다. 자치구별 서울야외도서관과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각 구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어르신, 오늘은 몇 월 며칠인가요? 지금 있는 장소는 어딘지 아세요?” 8일 서울 한 자치구의 치매안심센터에서 관계자가 한 노인을 대상으로 치매 선별 검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날 검사를 받은 노인은 운전면허를 갱신하기 위해 센터를 방문했다. 약 10분 동안 진행된 검사에서는 오늘 날짜를 말하기, 지금 있는 장소 말하기 등 치매 가능성과 관련한 질문과 답변이 오갔다. 센터 관계자는 “이 검사는 간단한 인지기능 평가일 뿐 운전 능력과는 별개”라고 했다. 14일 한국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75세 이상 고령자는 3년에 한 번 운전면허 적성검사를 받아 면허를 갱신해야 한다. 2019년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따른 조치다. 적성검사를 받으려면 우선 병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치매안심센터에서 치매 검사를 필수로 받아야 한다. 운전면허를 갱신하려는 고령자 대다수는 별도의 검사 비용을 받지 않는 지자체 치매안심센터를 이용한다. 문제는 치매 검사만 통과하면 공단에서 실시하는 적성검사에서 최하인 5등급을 받더라도 운전면허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행 제도하에서는 적성검사 결과에 따라 면허를 제한하거나 박탈할 법적 근거가 없다. ● 30명 중 4명이 최하 등급… “운전 자제” 권고뿐같은 날 서울 강서구 강서면허시험장 3층 적성교육장 안. 유모 씨(75)는 도로교통공단에서 시행하는 의무교육을 받기 위해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았다.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이날 진행될 ‘인지 능력 자가진단 검사’에 대해 안내하면서 “이 결과는 면허 갱신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해당 검사 결과는 1∼5등급으로 분류되는데 최하 등급인 5등급을 받더라도 면허를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자가진단 검사는 △교통표지판 판별 △방향표지판 기억 △횡방향동체 추적 △공간 기억 △탐색 등 주행 시 필요한 능력을 판단하는 다섯 가지 검사로 진행된다. 예컨대 서울, 대전, 대구 등을 가는 표지판을 보여준 뒤 간단한 산수를 시키고 이후에 ‘앞선 표지판에서 대전으로 가는 방향’이 어떻게 표시되어 있었는지를 선택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자가진단 검사 5개 항목 중에서 단 하나라도 5등급을 받으면 종합 결과가 무조건 5등급으로 매겨질 정도로 중요도가 높지만 면허 갱신에 영향을 주지는 못한다. 실제로 이날 진행된 자가진단 검사에서 30명 중 4명이 5등급을 받았지만 모두 면허 갱신 대상이 됐다. 이날 유 씨는 ‘공간 기억’ 평가 시 오른쪽 화살표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에 왼쪽이나 직진 화살표를 계속해서 누르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평소 눈이 좋지 않다”며 “모니터로 하니까 빨리 지나가버려서 당황했다”고 말했다. 결국 그는 5등급 판정을 받았다. 검사 결과지에도 “익숙한 도로에서도 목적지까지의 경로를 혼동할 수 있어 위험 상황에 직면할 수 있음”, “운전 시 시야가 매우 협소하여 주변 차량의 움직임을 탐지하기 어렵고, 대응 능력도 매우 저하되어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음” 등의 판정이 나왔다. 도로교통공단은 종합 결과 5등급이 나온 고령자에게 “꼭 필요한 게 아니면 버스나 지하철이나 택시, 가족이 운전하는 차량을 타라”고 권고했다. 적성검사의 실효성이 떨어지게 된 배경에 대해 경찰청 측은 “기존에는 공단에서 직접 인지 검사를 실시했지만 2019년 국민권익위원회가 ‘전문기관의 검사 결과로 인지 능력 진단을 실시하라’고 권고하면서 치매안심센터에서 검사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특별히 신체 및 인지 능력에 이상 징후가 없다면 추가적 시험 없이 면허를 갱신하는 기조가 유지되면서 고령자 면허 관리가 유명무실해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 고령 운전자 사고 급증… “실차 주행 검사 필요” 급격한 고령화로 인해 고령 운전자 사고는 급증하는 추세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는 3만9614건으로 3년 전인 2020년(3만1072건)보다 27.5% 증가했다. 이 때문에 도로교통공단에서 실시하는 ‘주행 인지 검사’ 등에 실질적인 주행 판단 능력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고령 운전자의 주행 능력을 판별할 수 없는 적성검사가 이대로 유지될 경우 도로 위 고위험군을 방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치매 검사와 함께 실제 차량 주행 검사를 병행해 적성검사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장효석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급가속, 급출발할 때나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고령자들이 어떻게 인지하고 행동하는지 평가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치매 검사와 더불어 실차 주행 검사로 차선 변경을 정확하게 하는지,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급정지를 할 수 있는지, 브레이크 밟을 힘이 있는지 등을 평가할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당국은 면허 갱신 조건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조지호 경찰청장은 14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고령자 운전면허 대책은 이동권이 전제된 상태에서 논의될 수 있는 것”이라며 “올해 말에 이와 관련한 연구 용역 결과가 나올 예정인데 이를 참고해 정책적 방향을 결정해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조승연 인턴 기자 동국대 영화영상학과 졸업김민지 인턴 기자 서강대 철학과 수료}
해외에서는 고령자의 운전면허 갱신 시 주행 가능 도로 등을 제한하는 ‘조건부 면허’를 발급하는 방식으로 안전 대책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조건부 면허제 도입을 놓고 ‘노인 이동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주장과 ‘고령자 등 고위험 운전자를 선별해 안전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보험연구원이 8월 발간한 ‘고위험운전자 교통사고 추이 변화와 시사점’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70세 이상 운전자를 대상으로 5년마다 면허를 갱신하도록 했다. 이때 담당 의사나 가족이 고령자의 건강이나 주행 능력에 우려를 표할 경우 운전면허 재심사 후 의료 평가에 따라 추가 주행 능력 평가를 진행한다. 또 거주지 인근에서만 운전이 가능한 ‘제한 면허 제도’를 시행해 고령자 교통사고 위험을 최소화하고 있다. 호주의 75세 이상 운전자는 매년 운전 주행 평가를 받아야 한다. 필요한 경우 면허를 처음 발급받을 때와 유사한 ‘면허 재심사’도 실시한다. 호주 역시 야간 운전 금지, 특정 지역 내에서만 운전 등 제한적인 조건을 둔 면허를 발급하도록 하고 있다. 일본은 71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3년마다 면허를 갱신하도록 했다. 특히 75세 이상 고령자나 법규 위반 경력이 있는 경우 운전기능검사를 치르도록 했다. 2022년부터는 비상자동제동장치, 페달 조작 오류, 급발진 억제 장치 등의 기능을 갖춘 고령자 특화 차량인 ‘서포트카’ 한정 면허도 신설해 운영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조건부 운전면허제 도입 문제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커지고 있다. 앞서 5월 정부는 운전능력 평가를 통한 조건부 면허제 도입을 검토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조건부 면허제’는 신체적 질환 등으로 정규 운전면허 유지가 어려운 운전자가 제한된 운전 시간·거리 등 특정 조건하에서만 운전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하지만 이를 두고 ‘노인 이동권 침해’ 등의 비판이 거세지면서 특정 연령을 대상으로 하지 않겠다며 입장을 선회했다. 경찰청은 고령자뿐만 아니라 운전 능력이 저하된 고위험군의 경우 주행 능력을 평가해 이를 토대로 조건부 면허를 부여받는 방안을 연말까지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내년에는 가상현실(VR)로 운전 능력을 테스트해 볼 수 있는 평가 제도를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조건부 면허제 도입에 대한 고령 운전자들의 반응은 나뉘는 분위기다. 최근 면허를 갱신한 조영규 씨(80)는 “주행 인지 검사에서 낮은 등급을 받으면 재시험을 보도록 하는 제도가 있었으면 좋겠다”며 “사회 전체적인 안전을 위해 안전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반면 허강희 씨(79)는 “나이 먹은 사람이 사고 한 번 내면 전체가 그런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난폭, 과속 운전은 오히려 젊은층에서 더 많은 것으로 안다”며 “면허 갱신 절차도 지금 정도면 충분히 자기 능력을 알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조승연 인턴 기자 동국대 영화영상학과 졸업}
“혼자서 틈틈이 운동하려고 노력하는데 아무래도 같이 하면 더 좋잖아요. 요새 제 생활이 좀 더 활기차진 기분이에요.” 지난달 27일 서울 은평구의 한 공원에서 ‘코어 강화 스트레칭’ 소모임에 참여한 장덕순 씨(63)가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장 씨가 이날 참여한 모임은 서울시가 은평구 보건지소를 활용해 운영하고 있는 ‘서울 건강장수센터’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그는 “은평구 소식지에서 동별로 건강 교육도 받고 운동 소모임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해서 참여하게 됐다”며 “저번에는 구강 교육을 받았는데 배우고 얻어 가는 것들이 많아 만족한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지역 내 의료기관 및 복지관과 협력해 노인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울 건강장수센터’가 주목받고 있다. 시는 다가오는 초고령화 사회에 대비해 지역 돌봄망을 더 촘촘하게 구축하는 등 노인 건강관리를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 보건지소를 ‘건강장수센터’로 활용 14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건강장수센터는 보건지소를 어르신들의 ‘통합 건강관리 지역거점센터’로 활용하는 사업이다. 65세 이상 노인과 건강 취약계층 등을 대상으로 하는데, 구마다 3, 4개 권역별로 센터를 조성한다. 건강장수센터 한 곳당 약 3개 동을 담당한다. 센터는 노인들을 △건강유지군 △정기관리군 △집중관리군 등 총 3단계로 구분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우선 건강유지군에는 ‘장수 헬퍼’를 통해 걷기, 정서 활동 등의 건강 소모임을 지원한다. 장수 헬퍼는 동마다 4명으로, 구청에서 산책 코스 등을 초반에 제공하면 이후 동별 소모임으로 진행된다. 또 구강, 골다공증 등 기초적인 건강 상식을 교육하는 건강교실도 상설적으로 운영한다. 집중관리군에는 ‘방문 통합 건강관리 서비스’가 제공된다. 의사, 간호사, 영양사, 물리치료사 등으로 구성된 ‘건강장수팀’ 의료진이 직접 집중관리군 노인의 자택에 방문한다. 이들은 노인들의 질환 상담 및 복약지도와 함께 운동 치료를 제공하고 필요한 경우 치매 검진이나 심리 지원 등 지역사회 서비스와 연계한다. ● 시 인구의 18%가 65세 이상 노인 시가 이와 같이 ‘보건지소’를 활용하는 방식을 택한 것은 고령 인구에 대비해 보건지소를 거점으로 주민 네트워크를 형성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시의 65세 이상 인구는 172만5801명으로 전체 인구의 17.9%를 차지한다. 시는 2030년이 되면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4.5%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시 관계자는 “초고령화사회 진입을 코앞에 둔 만큼 공공에서 전부 하기 어려운 상황을 대비해 일종의 주민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는 것”이라며 “건강군의 경우 장수 헬퍼들이 건강 소모임도 운영하면서 몸이 불편한 경우 헬퍼들이 어르신 집에 찾아가 안부를 살피고 보건소의 방문간호사한테 전달하는 역할까지 담당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시는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지난달 세계보건기구(WHO)가 주관하는 건강도시상 ‘고령 친화 우수도시’를 수상했다. 시 관계자는 “그간 서울시가 추진해온 지역 기반 고령자 맞춤형 서비스인 ‘서울 건강장수센터’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은평구, 금천구에서 7개 센터를 시작으로 건강장수센터를 2030년 100개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교통 사막’인 우리 동네에서 면허 반납하잖아? 그럼 무면허로 운전하고 다닐 수밖에 없어. 여기선 살기 위해 운전해야 돼.” 6일 강원 양구군 해안면 만대리에서 만난 김기성 씨(63)는 “남한테 민폐 끼치기 전에 면허를 반납하고 싶은 생각은 있다”면서도 이렇게 말했다. 30년 넘게 감자 농사를 짓고 있다는 그는 “면허가 없으면 생업을 이어갈 수 없다”고 토로했다. 내년이면 국민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가운데 고령자 운전 사고는 최근 3년 새 30% 가까이 급증하는 추세다. 이에 대응해 전국 지방자치단체 243곳 중 220곳에서 면허를 포기하면 일정 수준 보조금을 주는 ‘고령자 운전면허 자진 반납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반납률은 1%대에 그치고 있다. 13일 경찰청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조승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운전면허 반납자는 총 11만2896명으로, 반납률 2.4%로 집계됐다. 올 들어 8월까지 반납률은 1.2%로 반 토막 났다. 특히 고령 운전자 비중이 높고 교통 여건은 열악한 충북(0.8%)과 충남(0.9%), 강원, 경북(이상 1.0%) 등은 반납률이 더 낮았다. 윤환기 한국도로교통공단 충북도지부 교수는 “지방 고령자들의 이동권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무작정 운전면허 자진 반납을 독려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지역 내 콜버스와 같은 수요응답형 교통체계(DRT) 등 다양한 형태의 교통수단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읍내 가는 버스 3시간에 1대… 운전면허 없인 장보기도 힘들어”[도로에 드리워진 ‘고령사회 그늘’]〈上〉 시골 ‘교통사막’ 면허반납 저조시내버스 오전 2대, 오후 2대… 언제올지 몰라 마냥 기다려일하는 노인들 갈수록 증가… “농어촌 교통 개선 선행돼야”“몇 달 전 아버지께서 98세 나이로 돌아가셨는데 세상 떠나시기 서너 달 전까지도 직접 운전대를 잡았다. 자식들이 위험하다고 만류해도 늘 ‘너희가 매번 운전해 줄 거 아니면 조용히 하라’며 나무라셨다.”강원 양구군 해안면 만대리에 사는 장성봉 씨(63)는 이같이 말하며 6일 동아일보 취재팀과 함께 ‘차 없는 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개인 소유 차량 없이 이른바 ‘교통 사막’에서 생활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 수 있도록 해준다는 취지였다. 장 씨는 돌아가신 부친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촌에선 운전면허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수차례 단언했다.● 읍내 가는 버스 하루 4대뿐… 놓치면 하 세월이날 장 씨는 점심 식사를 마친 뒤 저녁 장을 보기 위해 자택 인근 마을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장 씨의 자택 인근에는 편의점, 마트 등 도보권의 편의시설이 전혀 없었다. 가장 가까운 하나로마트까지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5분이 채 걸리지 않는 거리지만 걸어서 가면 40분 넘게 걸린다고 했다.주말인 이날 해안면을 운행하는 시내버스는 하루 4대뿐이었다. 출발지인 양구 읍내를 기준으로 오전 6시 40분, 9시 50분, 오후 2시 30분, 6시 10분에 버스가 있었다. 장 씨는 이날 오후 2시 50분 무렵부터 정류장에 앉아 버스를 기다리다가 오후 3시 10분경에야 버스를 탈 수 있었다. 버스 배차 간격이 길고 모바일 앱이나 온라인 등을 통해서도 예상 도착 정보를 확인할 수 없어 일찌감치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버스로 10여 분을 달려 마트 근처 정류장에서 내린 장 씨는 마트에서 떡볶이, 닭발, 냉면 육수 등 저녁으로 먹을 음식들을 산 뒤 재빨리 정류장으로 돌아왔다. 종착지에서 회차한 버스를 다시 타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미 버스는 정류장을 떠난 뒤였다. 장 씨는 “다음 버스는 오후 7시에나 온다”며 “가까운 거리라 택시도 잘 잡히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동네 사람 차를 얻어 타거나 주변에서 시간을 보내며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이날 동네 사람도 만나지 못한 장 씨는 결국 취재팀의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일하는 노인 느는데… “대체 교통수단 늘려야”장 씨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교통연구원이 2022년 발표한 ‘생활서비스 시설 교통접근성 진단’에 따르면 전국 6개 권역 중 수도권(17.30분)을 제외한 5개 권역은 대중교통을 이용해 25분 이내에 종합병원, 판매시설에 가지 못한다. 강원권(45.50분), 호남권(41.95분), 충청권(39.30분), 제주권(29.25분), 영남권(28.60분) 순으로 이동 시간이 긴 것으로 파악됐다. 강원 지역에서 대중교통을 타고 마트에 가려면 수도권 대비 2.6배나 더 많은 시간을 소요해야 한다는 의미다.반면 서울 등 대중교통 인프라가 발달한 대도시는 상대적으로 운전면허를 반납하는 데 부담이 없다는 반응이 많았다. 올해 5월 운전면허를 자진 반납한 박영춘 씨(76)는 매일 아침 편도 12km 거리를 지하철로 25분 만에 다니며 시니어클럽 노인 일자리 활동을 하고 있다. 박 씨는 “나이가 드니 순발력도 떨어지고 복잡한 길이 나오면 걱정돼서 반납했다”며 “지하철과 버스가 워낙 잘돼 있고 급하면 택시도 많이 다니니 자동차세 내고 차량 수리하고 하느니 이게 더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일하는 노인’이 늘면서 고령층이 운전을 해야 하는 상황이 많은 것도 면허 반납의 걸림돌이다. 경북 안동시에서 30년 가까이 개인택시 기사로 일하고 있는 최상기 씨(75)는 “건강이 안 좋아지면 그땐 면허를 반납할 생각이 있지만 아직 신체 능력이 많이 뒤처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집에만 있느니 돈도 벌고 몸도 움직일 겸 당분간은 계속 일할 생각”이라고 말했다.전문가들은 ‘운전 졸업증’ 등의 정책을 통해 면허 반납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는 한편 대체 이동수단을 다양화하는 등 농촌·시골 지역의 교통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상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교통학 전공)는 “일본의 경우 면허 반납 고령자에게 운전 졸업장을 주고 있다”며 “우선적으로 교통 사막 지대를 해소하고, 면허 반납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덜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QR코드를 스캔하시면 ‘교통 사막’ 실태를 전하는 강원 양구군 주민들의 인터뷰 영상으로 연결됩니다.양구=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김민지 인턴 기자 서강대 철학과 수료조승연 인턴 기자 동국대 영화영상학과 졸업영상·사진 양구=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지방자치단체들은 ‘교통 사막 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농어촌 버스 공영제와 택시 보조금 등 기존의 교통 복지 정책은 재정적 부담이 크고 지속 가능성이 낮아 실질적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강원 양구군에 따르면 군은 내년부터 농어촌 버스를 완전 공영제로 운영한다. 지금껏 민영으로 운영돼 왔지만 지속적인 인구 감소 등의 영향으로 운영 중단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양구군 관계자는 “전반적인 인구 감소로 현대운수에 지원하던 보조금이 2020년 9억5900만 원에서 지난해 12억400만 원까지 늘어나고 운수 업체의 재정난이 심해지는 등 더 이상 민영제로는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공영제로 운영하면 최대한 배차 시간을 조정해 주민 불편을 줄이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남 서천군도 교통 복지의 일환으로 2013년 6월 전국 최초로 ‘100원 택시’(희망택시)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마을회관∼면 소재지까지는 차 1대당 100원, 읍 소재지까지는 탑승자 1명당 버스 기본 요금인 1500원을 부담하면 미터기 요금 차액은 군에서 지원하는 제도다. 서천군 관계자는 “관내 버스가 제대로 들어가지도 않는 상황에서 마을 사람이 얼마 살지도 않는 곳에 버스를 추가로 넣을 수 없어 희망택시 운영을 시작했다”며 “마을 사람들이 대부분 병원, 장날에 주로 시내에 나오기 때문에 버스처럼 한번에 다니면 재정적으로도 효율적일 것이라 판단해서 이런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자체들은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재정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충남도 관계자는 “노인 인구가 늘어나다 보니 교통 사업비가 항상 부족한 상황”이라며 “복권기금과 도비, 시군비를 합한 총 예산이 250억 원 정도 되는데 (중앙정부의) 예산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과 교수는 “면허를 반납하면 주는 일회성 지원으로는 교통 오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지방 고령자들의 이동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지방 재정 부담을 다소 완화할 수 있는 대안으로 수요응답형버스(DRT)가 주목받고 있다. 콜택시처럼 부르면 달려오는 일종의 ‘콜버스’ 형태의 서비스로 경기도가 2021년 12월 도입한 ‘똑버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현재 경기 안산시 등 16개 시군에서 206대가 운행되고 있는데, 8월 말 기준으로 누적 417만 명이 이용했다. 안산시 관계자는 “똑버스 도입 전 대부도 간선 노선 버스는 배차 간격이 통상 2∼3시간이었지만 똑버스 호출 시에는 평균 대기 시간이 10분 남짓으로 줄어들게 된다”며 “외곽 지역의 경우에도 대기 시간은 20∼25분 정도로 기존 대비 최대 9배가량 소요 시간이 단축됐다”고 설명했다.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김민지 인턴 기자 서강대 철학과 수료김상윤 인턴 기자 성균관대 사학과 수료}
한국 최대의 디자인 축제인 ‘서울디자인 2024’가 17일 개막한다. 서울시는 서울디자인 2024를 17일부터 27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일대에서 진행한다고 13일 밝혔다. 시가 주최하고 서울디자인재단이 주관하는 서울디자인 2024는 이탈리아 밀라노나 영국 런던의 디자인 행사처럼 서울의 디자인 경향을 소개하는 행사다. 올해 주제는 ‘내일을 상상하다’로 인공지능(AI)이 디자인에 미치는 영향력을 살펴볼 수 있다. 디자인재단 관계자는 “예년의 축제가 디자인 문화행사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올해부터는 산업 기반 박람회로 전환해 최신 디자인 제품과 다양한 담론을 다룰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23일부터는 서울디자인 콘퍼런스도 진행된다. 이 자리에서는 트렌드 분석가 김난도 서울대 교수와 미디어아트 작가인 강이연 KAIST 교수, 이성수 SM엔터테인먼트 최고A&R책임자(CAO) 등 전문가들이 AI를 활용한 디자인 사례와 최신 트렌드에 대해 논의한다. 전시와 콘퍼런스 입장권은 유료이며, 행사 홈페이지에서 예매할 수 있다. 현장 발권도 가능하다. 차강희 서울디자인재단 대표이사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통해 서울이 글로벌 디자인 허브라는 것을 확인하고 AI 기술과 디자인이 미래 산업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체험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올해 1월 ‘김건희를 수사하라’는 진보당 측의 정당 현수막을 철거했던 서대문구와 송파구가 진보당이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패소했다.10일 양 구청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2부(부장판사 고은설)는 지난달 26일 진보당이 서대문·송파구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정당현수막 철거처분 취소소송에서 “구 서울시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조례 제11조의2 제1항 제4호는 헌법과 법률에 위반됨을 확인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냈다.이번 판결은 앞서 7월 행정안전부가 인천·광주·울산·부산시의회의 정당 현수막의 게시 위치와 내용, 개수 등을 제한한 조례가 무효라며 대법원에 낸 조례안 의결 무효 확인 소송에서 승소한 뒤 나온 첫 행정소송 판례다.이번 소송은 진보당이 게시한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다, 김건희를 즉각 수사하라’는 정당 현수막을 서대문구와 송파구가 철거한 것에 대해 올해 1월 진보당이 철거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하며 진행됐다. 당시 양 구청은 서울시 옥외광고물 조례 중 “형법 제309조, 제311조에 따라 특정인의 실명을 표시하여 비방하거나 모욕하여서는 안 된다”는 내용에 근거해 해당 현수막을 철거했다.법원은 양 구청이 철거의 근거로 삼은 서울시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조례 규정이 법령 우위 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앞서 7월 대법원 판결과 같이 정당 현수막에 대한 제한은 법률로써 이뤄져야 한다고 본 것이다.특히 형법상 명예훼손과 모욕에 따라 특정인의 실명을 표시해 비방, 모욕한 경우 철거할 수 있도록 한 조례 조항에 대해 “정당 현수막에 관한 규율은 그 본질상 지방자치단체가 법령의 위임 없이도 조례로 규율할 수 있는 사항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며 “개정 옥외광고물법령보다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는 이 사건 조례 규정은 개정 옥외광고물법령에 위반된다”고 판시했다.구청들은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송파구 관계자는 “정당 현수막에 눈살이 찌푸려지는 내용들이 많다보니 이전까지 민원이 많이 들어왔기에 서울시 조례를 근거로 적극 대응했던 것”이라며 “자치구에서 철거에 나선 이후 비방·욕설이 담긴 현수막이 실제로 줄어드는 효과가 있었는데 다시 이런 현수막들이 난립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서울 서초구(구청장 전성수)는 강남역 등 대로변에 난립한 불법 현수막을 정비했다고 9일 밝혔다. 구는 지난달 14일 강남역 8번 출구(서초구), 1번 출구(강남구)에 있던 불법 현수막 20여 개와 천막 1개를 철거했다. 구는 집회·시위자 없이 현수막만 걸려 있는 경우에는 철거가 가능하다는 변호사의 법률 조언을 받아 8월 시위 현수막 일제 정비 방안을 마련했다. 이후 강남구, 서초경찰서와 함께 행정대집행 사전 절차를 밟았다. 해당 천막과 현수막들은 관할 경찰서에 집회·시위 신고만 한 채 수년간 사실상 비방용으로 사용되어 인근 주민이나 방문객들로부터 철거해 달라는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구 관계자는 “현행법상 경찰에 집회 신고가 접수된 광고물은 구청에 허가나 신고 없이 설치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 이렇다 할 단속 근거가 없었다”며 “이에 법률 조언을 받아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남역 사거리 못지않게 난립했던 서초대로 대법원 정문 주변의 불법 현수막 50여 개도 정비했다. 인원 30여 명과 트럭 등 차량 3대가 행정대집행에 동원됐다. 구는 남은 법원로 주변 집회·시위 현수막도 관계자와 협의를 통해 철거할 계획이다. 구는 집회·신고 접수 단계에서도 대형 천막과 명예훼손 표현이 담긴 현수막은 사전 심사를 강화토록 경찰 등 관계 기관에 건의했다. 또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등 관련 법률 개정을 정부에 건의할 예정이다. 이 외 내곡동 헌인마을 부근(내곡동 1-657)에서 약 20년간 불법으로 운영되던 폐기물 처리시설에 대해서도 시정 계고·명령 등 자진 정비를 통보하는 등 법적 조치를 취했다. 해당 지역은 불법 영업으로 고물상 및 무단투기 쓰레기가 수십 년간 무분별하게 방치돼 도시 미관 저해가 심각한 상황이었다.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이달부터 서울에 거주하는 임산부라면 누구나 잠실수영장, 서울시립미술관 등 시립 문화·체육시설에서 이용료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서울시가 개최하는 주요 문화행사에는 ‘임산부 패스트트랙’이 설치돼 줄 서서 기다릴 필요 없이 바로 입장이 가능해진다. 서울시가 10일 ‘임산부의 날’을 맞아 이 같이 임산부에 대한 지원과 예우를 강화한다고 9일 밝혔다. 시 관계자는 “아이 울음소리가 귀한 저출산 시대에 우리의 미래인 소중한 생명의 탄생을 준비하는 임산부를 배려하는 사회 분위기를 확산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우선 이달부터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체육시설을 이용하는 임산부는 입장료, 사용료, 수강료 등을 무료 또는 감면받을 수 있다. 고척돔구장, 잠실수영장 등의 개인연습 사용료와 프로그램 수강료 50% 할인이 제공된다. 서울월드컵경기장 스타디움 투어 입장료는 전액 면제된다. 서울시립박물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특별전이 열리는 경우 임산부 할인이 제공된다.시가 개최하는 주요 문화행사에 임산부 우선입장제도를 도입한다. 앞서 지난달 27일~29일 노들섬에서 열렸던 ‘2024 서울뮤직페스티벌’에서 임산부 패스트트랙이 시행된 바 있다. 시는 이를 위해 지난달 ‘서울시 임산부 예우를 위한 행사 지침’을 통해 도입 근거를 마련했다. 시 주최행사뿐 아니라 서울시가 명칭을 후원하는 행사에도 주최 측에 임산부에 대한 배려사항을 준수하도록 권고할 계획이다.김선순 여성가족 실장은 “앞으로도 임산부를 위한 정책을 지속 발굴 확대하고, 임산부를 배려하는 문화를 우리 사회 전반으로 확산해나가겠다”고 말했다.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정부가 지난해 9월 일회용컵 보증금제 의무화를 철회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실시하는 매장이 1년 새 절반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오락가락하는 전시행정으로 인해 일회용품 규제 정책들이 사실상 ‘그린워싱’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이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매장은 513곳에서 올해 8월 기준 287곳으로 줄었다. 운영 매장 수가 100개 이상인 커피와 음료, 제과제빵, 패스트푸드 업체가 보증금제 실시 대상인데 이들 중 실제로 참여하는 곳의 비율도 81.8%에서 41.4%로 급감했다. 특히 시범운영 지역인 제주에서의 참여 이탈율이 높았다. 지난해 10월 422곳이었던 보증금제 실시 매장은 올해 8월 226곳으로 30.3% 감소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일회용컵 음료를 구매할 때 보증금 300원을 지불하고,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 전액을 돌려받는 제도다. 2022년 12월부터 제주·세종에서 선도 시행하고 있는데, 최근 3년간 정부 예산 21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당초 정부는 2025년까지 이 제도를 전국에서 의무시행하기로 했지만 지난해 9월 사실상 철회 의사를 발표하며 참여매장들이 혼선을 빚은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환경부는 “전국에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의무화하기에는 사회적 비용 증가 등 무리가 따른다”며 “제도를 백지에서 검토하고 제주 등 지자체 특성에 따라 자율에 맡기는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1년 새 일회용컵 반환율도 급감했다. 지난해 10월 103만3031개 중 76만2945개의 일회용컵이 반납돼 73.9%에 달했던 컵 반환율은 올해 8월 108만6860개 중 56만6347개(52.1%)가 반납되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제주는 지난해 10월 78.3%까지 올랐던 회수율이 점점 떨어져 올해 8월은 54.2%까지 추락했다. 특히 시범지역에서의 일회용품 사용 감량 효과도 미미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보증금제 참여 대상업체에서 사용한 일회용품컵 사용량을 분석한 결과 올해 1~8월 세종의 한 카페에서 사용한 일회용컵은 1만6026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4445개)보다 11%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일회용컵 보증금제와 비슷한 취지로 도입됐던 ‘1000원 다회용컵 보증금 제도’ 역시 참여율이 떨어졌다. 다회용컵 보증제는 1000원을 더 내고 다회용컵에 음료를 담아 구입한 뒤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주는 것으로 서울과 제주 등 지자체 지원을 받아 민간단체인 행복커넥트에서 189억 원을 투입해 시행했다. 서울의 경우 지난해 75곳이었던 참여매장이 올해 18곳으로 76%가량 줄었다. 제주는 참여매장 75곳 전체가 모두 일회용컵 사용 매장으로 선회했다. 소비자가 다회용기 컵을 반납하고 보증금을 돌려받지 않아 발생한 미반환보증금은 39억2500만 원에 달했다. 김 의원은 “환경정책 선진국 중에서도 일회용컵에 보증금을 거는 나라는 단 한 곳도 없다”면서 “보여주기식 전시행정이 아니라 텀블러 할인 지원 확대 등 적은 비용으로도 일회용품 감축을 유도할 방법으로 전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공직 사회에선 스스로 발전하거나 전문성을 쌓을 기회가 없을 거라 느껴져서 빠르게 퇴사했어요.” 수도권에서 7급 공무원으로 근무했던 김모 씨(27)는 7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2022년 입사했던 김 씨는 근무 3개월 만에 공직 사회를 떠나 사기업으로 향했다. 김 씨는 “‘사고만 안 나면 된다’는 보신주의와 경직된 업무 문화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했다. 안정적인 직장을 원해 공직을 택했던 9급 공무원 박모 씨(28)는 처음 월급을 받고 충격을 받았다. 그는 “건강보험료 등을 공제하고 실수령하는 금액은 수당을 다 포함해서 200만 원이 안 된다”며 “민원 등 기피 업무도 많아 공무원을 하고 싶은 요인이 다 사라진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민간 기업에 비해 낮은 급여와 민원 업무와 같은 대민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 경직된 공직 문화 등으로 인한 불만이 커지며 공직을 이탈하는 MZ(밀레니얼+Z)세대가 늘면서 저연차 공무원 퇴직자가 최근 10년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조승환 의원이 인사혁신처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10년간 일반공무원 퇴직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4년 538명이던 재직 기간 1년 미만 공무원의 일반 퇴직자 수는 지난해 3021명으로 급격히 늘었다. 연간 퇴직자 수가 9년 새 5.6배 규모로 급증한 것이다. 같은 기간 1년 이상 3년 미만 재직자의 퇴사는 2348명에서 5630명으로, 3년 이상 5년 미만 재직자의 퇴사는 2410명에서 4917명으로 각각 2배 이상으로 늘었다. 5년 이상 10년 미만 재직한 ‘허리 연차’들의 퇴사도 잇따랐다. 5년 이상 7년 미만 재직자의 퇴사는 2014년 662명에서 지난해 2050명으로 약 3배로 늘었다. 7년 이상 10년 미만 재직자의 경우 2014년 637명에서 2022년에 1000명대를 돌파한 데 이어 지난해 1563명이 공직을 떠난 것으로 파악됐다.쥐꼬리 월급에 민원 스트레스… 경직된 공직문화도 원인1년미만 공무원 퇴직 5.6배로월급 실수령액 200만원도 안돼‘모시는 날’ 등 불합리한 관행 여전“공직문화 바뀌어야 이탈 줄어들것”최근 저연차 공무원들의 퇴사가 급증한 데는 낮은 임금, 민원 업무 등 고강도의 업무 환경, 경직된 공직 문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시 소속의 한 2년 차 주무관은 “격무 부서에 배치됐던 입사 동기가 지난해 초에 갑자기 퇴사했다”며 “입직 초기엔 실수령 200만 원도 안 되다 보니 10년 이상은 다녀야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정도”라고 말했다. 격무에 시달리면서도 일한 만큼 대접을 받지 못한다는 인식도 컸다. 한 중앙부처 소속 5년 차 공무원은 “과마다 초과근무 시간이 할당돼 있어서 그 시간보다 근무를 더 해도 수당을 받을 수 없다”면서 “국정감사, 예산 시즌처럼 업무가 많을 때에는 사실상 무급 봉사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경직된 공직 문화도 저연차 공무원들의 이탈을 가속화하고 있다. 부하 직원들이 순번을 정해 자신이 소속된 부서의 국·과장 등 상사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모시는 날’이나 인사철 떡 돌리기 문화 등 불합리한 관행이 이어지면서 수평적이고 유연한 문화의 사기업으로 이탈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한 주무관은 “전혀 모르는 옆 부서 직원, 상사한테까지 종이 청첩장을 돌리고, 신혼여행을 다녀오면 답례를 해야 하는 문화가 상당히 구시대적으로 느껴졌다”며 “관습같이 남아 있는 공직 문화 중에 ‘꼰대스럽다’고 느껴지는 것이 많았다”고 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인사상 불이익과 공무원을 상대로 한 수사 등도 공직에 대한 열의를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중앙부처 공무원은 “최근에 산업통상자원부 내부에서는 ‘대왕고래 프로젝트’ 피하기에 여념이 없다고 들었다”며 “탈원전, 동해 가스전 시추 등 정권 입맛에 맞는 정책을 상명하복식으로 추진하도록 해 놓고 정권이 바뀌면 그 책임을 공무원한테 돌리니 다들 ‘빠른 탈출이 답’이라고 생각하는 분위기”라고 꼬집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조용한 공직 탈출’을 준비하는 젊은 공무원도 늘어나는 분위기다. 지난해 중앙부처 7급 공무원으로 입사한 이모 씨(31)는 최근 법학적성시험(LEET)을 응시하고 법학전문대학원 진학을 준비하고 있다. 이 씨는 “저연차가 하는 말이면 일단 듣지 않고 상명하복식으로 일을 시키는 문화에 지쳤다”며 “차라리 전문성을 쌓아서 주도적으로 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퇴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행복한 삶을 중요시하는 젊은 세대들의 가치에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불합리한 조직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며 “구태의연한 공직 문화나 업무 배분 방식이 바뀌어야 저연차 공무원들의 이탈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최근 10년 간 저연차 공무원 퇴직자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조승환 의원이 인사혁신처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10년간 일반공무원 퇴직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4년 538명이던 재직 기간 1년 미만 공무원의 일반 퇴직자 수는 지난해 3021명으로 급격히 늘었다. 연간 퇴직자 수가 9년 새 5.6배 규모로 급증한 것이다. 같은 기간 1년 이상 3년 미만 재직자의 퇴사는 2348명에서 5630명으로, 3년 이상 5년 미만 재직자의 퇴사는 2410명에서 4917명으로 각각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중장기 재직자들의 퇴사 건수도 늘었다. 5년 이상 7년 미만 재직자의 퇴사는 2014년 662명에서 지난해 2050명으로 약 3배로 늘었다. 7년 이상 10년 미만 재직자의 경우 2014년 637명에서 2017년 505명으로 퇴직자 수가 일부 감소했지만 2022년에 1000명대를 돌파한 데 이어 지난해 1563명이 공직을 떠난 것으로 파악됐다.상황이 이러다보니 지자체들은 저연차 공무원들의 공직 이탈을 막기 위해 다양한 정책 펼치고 있다. 충북도는 이달부터 ‘충북도 지방공무원 복무 조례 개정안’에 따라 신규와 5년 이내 저연차 공무원에게 연 2일 특별 휴가를 부여하기로 했다. 육아 시간 사용 기간 역시 기존 5세 이하, 24개월 범위에서 8세 이하 36개월 범위로 확대했다. 인천시도 6월 재직 기간 1년 이상 5년 미만 공무원에게 3일의 ‘새내기 휴가’를 부여하기로 결정했다. 인사혁신처 역시 19년 만에 특별휴가 부활을 검토하며, 이를 저연차 공무원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살피겠다고 밝힌 바 있다. 조 의원은 “직무의 성격, 난이도, 책임 수준에 따른 보상이 이뤄지는 직무급제의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며 “민원 업무 같은 기피직무에 대한 처우 개선, 젊은 세대를 위한 휴가와 같은 인사제도 개발 등 전방위적인 개편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최근 4년 8개월간 새마을금고 임직원이 저지른 횡령과 배임, 사기 등 금융사고로 428억 원이 넘는 피해가 난 것으로 집계됐다. 새마을금고와 관련한 금융사고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각 지역금고의 대출을 심사하고 관리하는 새마을금고중앙회(중앙회) 직원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이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 8월까지 전국 새마을금고 임직원이 저지른 금융사고는 68건으로 피해 액수는 428억6200만 원으로 나타났다. 유형별로는 횡령이 52건에 271억7700만 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배임(8건) 86억1300만 원, 사기(6건) 68억7300만 원, 수재(2건) 1억9900만 원의 순이었다. 연도별로 보면 2020년 171억9600만 원, 2021년 30억2600만 원, 2022년 164억9100만 원, 2023년 7억2400만 원으로 변동이 심했다. 올해는 1월부터 8월까지 횡령 사건만 7건이 발생하면서 10억8000만 원의 피해가 있었다. 하지만 대출을 심사하는 새마을금고중앙회 여신지원부 인원은 올해 1분기(1∼3월) 6명에서 3분기(7∼9월) 3명으로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중앙회 지역금융심사부 인원도 지난해 1분기 5명에서 같은 해 4분기(10∼12월) 3명으로 줄었다. 이에 대해 중앙회 관계자는 “지역금융심사부 직원이 여신관리부로 파견을 가서 감소했지만, 실질적인 대출관리 업무를 하는 여신관리부 직원은 오히려 지난해 3명에서 올해 16명으로 늘었다. 대출 업무 관련 역량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양 의원은 “작년 11월 경영혁신안 발표 이후에도 잇따르는 새마을금고의 금융사고는 행안부의 감독체계가 미흡하다는 방증”이라며 “행안부는 지금을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여기고 새마을금고 관리·감독과 내부 통제 강화에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은행이나 제2금융권 등 다른 금융기관과 비슷한 수준으로 새마을금고를 관리·감독할 수 있어야 금융사고가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새마을금고는 일반 은행과 달리 다 독립된 법인이다 보니 관리하는 직원이 턱없이 부족해 임직원이 마음대로 횡령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현재처럼 행안부가 관리·감독하기보단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하도록 개선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3∼5개 국공립·민간·가정어린이집을 하나의 공동체로 묶어 아이들을 함께 돌보는 ‘서울형 모아어린이집’의 충원율이 꾸준이 오르고 있다. 6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형 모아어린이집 사업은 2021년 8개 자치구에서 14개 공동체(58개 어린이집)로 시작해 3년 만에 25개 자치구에서 80개 공동체(326개 어린이집)로 확대됐다. 내년에는 100개 공동체까지 확대된다. 모아어린이집은 기존 어린이집보다 입소 대기 기간이 줄고, 충원율은 꾸준히 오르고 있다. 지난달 기준 모아어린이집 충원율은 전체 어린이집 평균(69.0%)보다 8.6%포인트 높은 77.6%다. 입소 조정(136명)과 반 편성 조정(24건) 등을 통해 입소 대기 기간이 줄인 것으로 풀이된다. 모아어린이집 공동체끼리 자원 공유 사례도 많았다. 놀이터, 텃밭, 강당 등 공유 사례가 90.6%로 가장 많았다. 교재 교구, 물품 등 공동 구매가 85.6%였다. 자료, 교재 교구, 물품 공유‘가 78.9%였다. 절반 이상은 차량도 공유한 적이 있었다. 서울시는 모아어린이집으로 선정된 공동체별로 공동 프로그램 운영비 500만 원을 지원 중이다. 생태 친화 환경 조성을 위해 어린이집별로 50만 원씩 지원하고 있다. 김선순 서울시 여성가족실장은 “서울형 모아어린이집이 저출생 시대에 보육의 새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보육 모델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최근 4년 8개월 간 새마을금고 임직원이 저지른 횡령과 배임, 사기 등 금융사고로 428억 원이 넘는 피해가 난 것으로 집계됐다. 새마을금고와 관련한 금융사고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각 지역금고의 대출을 심사하고 관리하는 새마을금고중앙회 직원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이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 8월까지 전국 새마을금고 임직원이 저지른 금융사고는 68건으로 피해 액수는 428억6200만원으로 나타났다.유형별로는 횡령이 52건에 271억77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배임(8건) 86억1300만원, 사기(6건) 68억7300만원, 수재(2건) 1억9900만원의 순이었다. 연도별로 보면 2020년 171억9600만원, 2021년 30억2600만원, 2022년 164억9100만원, 2023년 7억2400만원으로 등락을 반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올해는 1월부터 8월까지 횡령 사건만 7건이 발생하면서 10억8000만 원의 피해가 발생했다.하지만 대출을 심사하는 새마을금고중앙회(중앙회) 여신지원부 인원은 올해 1분기(1~3월) 6명에서 3분기(6~9월) 3명으로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중앙회 지역금융심사부 인원도 지난해 1분기 5명에서 같은 해 4분기(9~12월) 3명으로 줄었다. 이에 대해 새마을금고중앙회 관계자는 “대출리스크 관리 강화를 위해 지역금융심사부 직원을 여신관리부로 파견했고, 여신관리부 직원은 작년 3명에서 올해 16명으로 증가했다”며 “대출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이 감소한 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양 의원은 “작년 11월 경영혁신안 발표 이후에도 잇따르는 새마을금고의 금융사고는 행정안전부의 감독체계가 미흡하다는 방증”이라며 “행안부는 지금을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여기고, 새마을금고 관리·감독과 내부통제 강화에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전문가들은 은행이나 제2금융권 등 다른 금융기관과 비슷한 수준으로 새마을금고를 관리·감독할 수 있어야 금융사고가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새마을금고는 일반은행과 달리 다 독립된 법인이다보니 관리하는 직원이 턱없이 부족해 임직원이 마음대로 횡령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현재처럼 행안부가 관리·감독하기보단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하도록 개선해 나가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공간복지 대상 수상 지자체주민 쉼터로 거듭난 유휴지와 새롭게 태어난 어르신들의 장기방, 주민 공동체 공간으로 탈바꿈한 군청 건물…. 버려진 공간을 재창조해 주민 복지에 기여한 지방자치단체 10곳이 동아일보와 채널A가 공동 주최한 ‘2024 대한민국 공간복지 대상’을 수상했다. 공간을 통해 ‘더 나은 일상’을 만든 지자체들의 이야기를 살펴봤다.》버려진 공간에 녹지 조성… 주민 모여드는 ‘사랑방’ 됐네공간복지 대상인천 남동구 ‘동네 소규모 정원 쉼터’‘쓸모없는 공간은 없다. 버려진 공간도 녹지가 될 수 있다.’지역 곳곳에 버려진 공간을 주민 친화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인천 남동구가 공간복지 사업을 벌이며 세운 목표다. 남동구는 특히 원도심에 녹지와 주민 휴식 공간이 부족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제 기능을 잃은 공간에 ‘동네 소규모 정원 쉼터’를 조성하는 데 힘을 쏟았다.인천지하철 2호선 모래내시장역 인근에 조성된 모래내 쉼터도 그중 하나다. 왕복 6차선 대로와 만수 복개천이 만나는 곳에 도로로 둘러싸인 이곳은 유동인구가 많은 편이다. 하지만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채 불법 적치물만 쌓이면서 행인들이 눈살을 찌푸리기 일쑤였다. 남동구는 ‘죽은 공간’이 된 240㎡ 규모의 이 공간에 벤치 등 주민 편의시설을 설치하고 다양한 꽃까지 심어 쉼터로 탈바꿈시켰다. 경관 조명까지 설치해 야간 범죄에 대한 우려도 덜어냈다.이 같은 ‘작은 변화’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만수동에 사는 엄인숙 씨(65)는 “그저 복잡하다고만 느껴졌던 곳에 예쁜 꽃과 나무가 있는 작은 공원이 생기면서 동네가 확실히 밝아졌다”며 “이곳을 자주 오가는 어르신들도 쉴 곳이 마땅치 않았는데, 요즘은 ‘사랑방’이 됐다”고 말했다.남동구의 대표적 원도심으로 꼽히는 만수동 만부마을에도 주민들의 사랑방이 생겼다. 오래된 주택이 밀집한 이 마을 안에는 빈집이 철거돼 방치된 공간에 쓰레기 무단 투기까지 이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었다. 이에 남동구는 낡은 주택 사이에 소규모 정원을 만들기로 하고, 언덕이라는 지형 특성을 살려 계단식 정원으로 탈바꿈시켰다.남동구는 이 외에도 간석4동 마을 입구에 덩그러니 방치돼 있던 120㎡ 규모의 버려진 땅을 ‘삼거리쉼터’로 조성했고, 구월3동 먹자골목에 있는 노상주차장 2면을 활용해 번화가 속 특색 있는 쉼터도 만들었다. 특히 이런 공간을 관리하는 데 지역 노인 인력을 활용해 노인 일자리까지 창출하면서 공간복지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남동구는 이 같은 노력과 성과를 인정받아 최근 동아일보와 채널A가 공동 주최한 ‘2024 대한민국 공간복지 대상’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남동구는 앞으로도 버스정류장 옆에 이동 가능한 휴게 쉼터를 조성하고, 횡단보도 앞에 인공 그늘막 대신 자연친화형 그늘목을 조성하는 등 공간복지 사업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박종효 남동구청장은 “지금까지 사업을 통해 ‘쓸모없는 공간은 없다’는 것을 몸으로 느꼈다”며 “앞으로도 방치된 공간을 활용한 휴게공간을 계속해서 만들어 주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철거 위기 장기방을 ‘봄이 머무는 집’으로공간복지 최우수상서울 은평구 ‘은평춘당서울 은평구 불광천 변의 ‘은평춘당’은 ‘봄이 머무는 집’을 표방한 어르신 쉼터다. 약 198㎡(60평) 규모의 은평춘당에는 어르신들이 즐길 수 있는 인공지능(AI) 바둑 로봇과 장기 등이 갖춰진 놀이 공간이 있다.은평춘당은 불광천 변 다리 밑에서 장기와 바둑을 두던 어르신들을 위해 조성됐다. 1990년대 말 어르신들은 불광천 변에 모여 바닥에서 장기를 두기 시작했고 2007년 서울디자인재단 도시 갤러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장기방’이 처음 설치됐다. 하지만 2018년 8월 집중호우로 장기방이 유실된 뒤 구는 어르신들과 장기방 이전을 위한 논의에 나섰다.은평춘당은 이런 논의 끝에 탄생한 어르신들의 여가생활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올해 18회째 ‘은평구 어르신 민속장기대회’가 열렸다. 또 어르신들이 디지털 기기에 익숙해지고 치매 예방 효과를 높일 수 있는 AI 바둑 로봇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이용 인원은 총 4만8279명으로 하루 평균 135명이다. 은평구는 은평춘당을 통해 ‘2024 대한민국 공간복지 대상’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구 관계자는 “철거가 아닌 환경 개선을 통해 어르신의 여가 공간을 재창조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은평춘당이 어르신들의 놀이터이자 은평구민 모두가 쉬어가는 쉼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옛 군청 건물이 주민 공동체 거점이 되다공간복지 최우수상충남 예산군 ‘예산해봄센터’충남 예산군 주교리 ‘예산해봄센터’가 주민 공동체 거점 공간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곳은 2018년 예산군청이 신청사로 이전하면서 남아 있던 구청사 폐건물을 새롭게 활용해 지역 주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된 곳이다. 예산군의 ‘문턱 낮은 공공건물’ 건립 프로젝트로 완성된 이 센터는 2021년 문을 연 이후 현재까지 지역 주민의 소통공간은 물론이고, 문화·교육의 장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4890㎡ 규모로 건립된 센터는 주민공유공간, 문화미디어실, 창업지원실, 다목적실, 공유주방, 주민교육실, 카페테리아 등으로 구성됐다. 일반 주민은 물론 지역사회의 다양한 동아리 등이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는 공간으로도 활용된다. 지난해만 70여 개 단체와 2만6407명이 센터를 이용했다.이용객들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최근 군이 이용객(32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98%가 시설 사용에 만족한다고 답했고, 교통 및 위치 접근성(94%)이 가장 큰 강점이라고 꼽았다. 예산군은 ‘예산해봄센터’ 건립 및 운영으로 ‘2024 대한민국 공간복지대상’에서 최우수상(농림축산식품부장관상)을 수상했다. 예산군 관계자는 “해봄센터 운영 이후 지역개발 사업을 통해 경기 활성화를 이끌어 냈고, 경력 단절 여성 및 청년의 일자리 연계도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예산=이정훈 기자 jh8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