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구

이진구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구독 38

추천

2017년부터 ‘이진구 기자의 대화’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딱딱하고 가식적인 형식보다 친구와 카페에서 수다 떠는 듯한 편안한 인터뷰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sys1201@donga.com

취재분야

2025-01-31~2025-03-02
종교67%
문학/출판13%
인사일반10%
역사7%
사회일반3%
  • “가사(袈裟)는 출가자에게 가장 무서운 옷이지요”

    “가사(袈裟)를 수(垂·드리우다)하고만 있어도 공덕이 있다고 하지요. 그러나 불제자에게는 가장 무서운 옷이기도 합니다.”대한불교조계종 가사 명장 무상 대종사는 6일 “가사에 담긴 정신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이렇게 말했다. 가사는 승려가 장삼 위, 왼쪽 어깨에서 오른쪽 겨드랑이 밑으로 걸쳐 입는 법의(法衣)를 일컫는다. 펼쳐 놓으면 평범한 직사각형 천처럼 보이지만, ‘바느질 세 뜸만 떠도 공덕을 쌓는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대단한 정성이 들어간다.속리산 정이품송이 고즈넉하게 서 있는 충북 보은 법주사에서 만난 무상 대종사는 “예전에는 가사에 침이 튀지 않게 마스크로 입을 가리고, 중간에 해우소를 가려면 헌 옷으로 갈아입고 다녀올 정도로 정성을 다해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종단 내 통일된 가사를 보급하는 가사원 도편수를 40년간 맡아온 그는 지난해 9월 조계종 첫 가사 명장에 위촉됐다. 여러 조각의 천을 이어 만드는 가사는 조각의 수에 따라 하품 9·11·13조, 중품 15·17·19조, 상품 21·23·25조의 9품으로 나뉜다. 극락세계 9품을 상징하는데, 25조는 법계가 가장 높은 종정과 대종사에게 수여된다. 무상 대종사는 “조금이라도 구겨진 채 바느질하면 모양이 흐트러지기에 한 장을 이을 때마다 다림질하고 다시 바느질해야 한다”며 “개인 실력과 몇조를 만드느냐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짧게는 10일에서 길게는 20일 정도가 걸리는 지난한 과정”이라고 말했다.60여 년을 천착해 온 일이지만 시작은 참 단순했다. 1960년대 중반 가사 한 벌 얻어볼 요량으로 한 절의 가사불사에 참여해 심부름하다가 당시 최고의 편수인 법장 스님 눈에 들었다고 한다. 많게는 100여 명이 모여 한쪽에선 천을 재단하고, 또 다른 한쪽에선 바느질과 다림질을 하던 시절이었다. 제법 일머리가 있었는지 법장 스님은 이후 가사불사가 있을 때마다 그를 데리고 다녔다. 어느 해인가 가사불사 요청이 왔을 때 그에게 자신이 재단할 때 쓰던 대나무 자(가사 자)를 건네며 맥을 잇게 했다.“그 누구도 가사를 입으면 함부로 행동할 수가 없지요. 설사 싸우더라도 가사를 입고 싸우는 중은 없으니까요. 하하하.”무상 대종사는 “가사를 가리켜 해탈복, 청정의, 복전의(福田衣)라고 부르지만 동시에 인욕(忍慾)과 계율을 상징하는 옷”이라며 “아무리 공덕이 큰 가사를 입었어도 계율을 지키지 못하거나 출가자로서 도리를 다하지 못하면 지옥행이니 수행자에게는 가장 무서운 옷”이라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01-09
    • 좋아요
    • 코멘트
  • 교황청에 사상 첫 여성장관 나왔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을 2주 앞둔 6일(현지 시간) 로버트 매컬로이 추기경(71)을 미국 워싱턴의 차기 대주교로 임명했다. 과거 트럼프 1기 행정부를 비판하고 이민자 인권을 옹호해 온 매컬로이 추기경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강화된 반(反)이민 정책에 맞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가톨릭 전문매체 CNA는 이날 교황청 발표를 인용하며 매컬로이 추기경은 미국 추기경 가운데 가장 진보적인 성향으로 평가받는다고 보도했다. 매컬로이 추기경은 트럼프의 첫 임기 때 미국 캘리포니아주 모데스토에서 “가톨릭 신자들에게 트럼프 반이민 정책의 방해자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봉헌생활회·사도생활단성(수도회성) 장관에 이탈리아 출신인 시모나 브람빌라 수녀(60·사진)를 임명했다. 교황청 장관에 여성이 임명된 것은 역사상 처음이다. 수도회성은 교황청의 중앙 행정기구인 9개 성(省) 중 하나로, 세계 가톨릭교회 안 모든 수녀와 수사의 입회부터 퇴회까지 종교 생활을 책임지는 곳이다. 브람빌라 장관 임명은 가톨릭교회 안에서 여성의 지위가 변화하는 걸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교황은 여성의 교회 참여를 늘리기 위해 2021년 교회법을 개정해 가톨릭교회의 공적 예배인 전례 참여에 성별 구분을 없앴다. 2022년에는 여성을 포함한 평신도들이 바티칸시국의 여러 부서장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바티칸 헌법을 승인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01-0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대통령 앞에서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 설교”

    “교회는 기도하러 온다면, 그 어떤 사람도 받는 곳이니까요.” 7일 서울 성북구 영암교회(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에서 만난 유상진 담임목사는 ‘과거 윤석열 대통령의 교회 방문으로 난처한 일은 없었느냐’는 물음에 이렇게 말했다. 영암교회는 윤 대통령이 초1 때부터 중1 때까지 다닌 곳이다. 윤 대통령은 당선 첫해인 2022년 성탄절 예배와 2023년 10월 29일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도예배를 이곳에서 드렸다. 이 때문에 정치 성향이 다른 신도들로부터 상당한 오해를 받기도 했다. 유 목사는 대통령실에서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도예배 요청이 왔을 때 “현장에서 예배를 드리는 게 옳은 것 아니냐”라는 의견을 냈다고 했다. 영암교회가 이태원 참사와 아무 관계가 없는 데다, 정치적 상황이 어떻든지 희생자 추도는 참사 현장에서 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했기 때문. 유 목사는 “의견은 말했지만 ‘꼭 이곳에서 하고 싶다’고 해 방문을 거절하지는 않았다”라며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설사 그렇다 해도 교회가 기도드리러 오는 사람을 거절할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당시 설교에서 그는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로마서 12장 15절)라는 구절을 인용했다고 했다. 한 나라를 책임지는 지도자라면 희생자와 유가족 옆에 있어야 한다는 뜻을 성경을 빌려 말한 것. 유 목사는 “부목사와 교회 관계자들은 뜨끔하며 놀란 눈치였는데, 대통령이 어떻게 느꼈는지는 잘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어지러운 시국 탓에 교회 안에서도 세대 간, 이념 간 갈등이 벌어지는 상황을 걱정했다. 유 목사는 “지금 우리 사회가 그 어느 때보다 첨예한 갈등을 겪는 원인은 내가 사랑하는 방식만이 옳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라며 “서로 다른 생각으로 불편하더라도 서로 가르는 것을 넘어 더 큰 마음으로 포용할 수 있다면 지금의 어려움도 슬기롭게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01-0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책의 향기]뉴욕서 평양까지 예술 테마 기행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한창일 때,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역학조사관을 지냈던 사람에게 “미국은 왜 감염자 동선을 파악하지 않느냐”라고 물은 적이 있다. 당시 미국은 누적 사망자가 51만여 명에 이를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사망자가 많았지만, 지하철 탑승 시간까지 파악하는 우리와 달리 역학조사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너무 넓어서 조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며 “이 때문에 이동을 통제하고 감염병을 박멸하는 게 아니라, 감염 차단은 노력하되 일상생활이 가능하도록 관리하는 방식으로 대응한다”라고 말했다. ‘공간의 크기’가 국가와 도시의 보건 정책은 물론이고, 팬데믹 기간 시민의 삶과 생활방식, 심지어 생명에도 영향을 미치는 중요 요인이 된 셈이다. ‘공간의 크기’가 인간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면, 수백 수천 년간 인간과 함께해 온 예술은 더 말할 것도 없지 않을까. 아일랜드 국립미술관 관장인 저자는 인간 문명의 집합체인 도시가 그 시대의 문화와 가치관, 인간의 삶을 반영해 온 예술, 그 속에 사는 사람들과 어우러져 어떻게 각각 다른 모습으로 나타났는지를 말한다. 각각 특색 있는 15개 도시를 소개했는데, 평양에 대한 묘사가 눈길을 끈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쓴 건축에 관한 책 중 기념비적 공간에 대한 그의 견해가 있는데, 이것이 지금의 평양을 만드는 토대가 됐다는 것이다. ‘(기념비적) 공간에는 초상화나 조각품과 같은 초점이 있어야 하며, 이를 주변이 압도하지 않아야 한다. 그 뒤로는 주변 건물이나 풍경을 차단하는 배경이 있어야 하며… 이것은 초점에다 주의를 집중시키는 역할을 한다.’(15장 평양: 통제 중) 이런 공간 중 하나가 높이 20m가 넘는 김일성·김정일 부자 동상이 서 있는 평양 만수대기념비 앞이다. 이곳에 온 모든 사람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거대한 두 부자의 동상에만 초점이 맞춰진다. 그 앞에서 수천 수만 명의 사람들이 열광하고 울기까지 한다. ‘도시의 운명을 바꾼 예술의 힘’이란 부제가 소름이 끼친다. 원제 ‘The Power of art’.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01-0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교황 “태아부터 죽음까지 생명존중”… 새해 첫 미사서 ‘낙태 반대’ 메시지

    프란치스코 교황(사진)이 새해 첫 미사에서 신자들에게 생명 존중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전했다. 교황은 1일(현지 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주례한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미사에서 “모든 사람이 태어난 모든 아이를 돌보는 법을 배울 수 있기를 기도한다”며 “태아의 생명, 아이들의 생명, 고통받고 가난하고 늙고 외롭고 죽어가는 사람들의 생명 등 소중한 삶의 선물을 보호하라”라고 말했다. 교황은 또 “수태부터 자연사에 이르기까지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존중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촉구한다”며 “그래야 각자가 자기 삶을 소중히 여기고 모두가 희망을 가지고 미래를 바라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벨기에를 방문한 교황은 재위 중 낙태법 승인을 거부했던 벨기에 5대 국왕인 보두앵 1세 묘를 방문해 낙태법을 ‘살인적인 법’이라고 부르며 “보두앵 국왕이 용기 있는 행동을 했다”며 그를 ‘성자’로 칭송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01-0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교회를 넘어 다음 세대 위해… 북한 사역은 꼭 가야할 길”

    “교회를 넘어 나라와 다음 세대를 위해서라도, 통일을 준비하는 북한 사역은 아무리 힘들어도 꼭 가야 할 길입니다.” 최근 ‘북한 기독교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출간한 양병희 영안교회(대한예수교장로회) 담임목사(사진)는 지난해 12월 28일 인터뷰에서 20여 년이 넘게 북한 사역에 매진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이렇게 말했다. ‘북한 기독교…’는 그가 북한 사역을 시작한 뒤 북한 방문 및 탈북자들의 증언과 자료 등을 토대로 북한 기독교의 현실을 다룬 책이다. 양 목사는 “북한은 신앙의 자유가 없고, 종교인 종교 건물도 체제 선전용으로 활용할 뿐이지만 그 아래에는 변화의 조짐도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중 하나가 성경 소지는 여전히 안 되지만, 성경을 보는 관점이 변한 것. 성경에 대한 정의는 과거 ‘예수교의 허위적이며 기만적인 교리를 적은 책’에서 2000년대에는 ‘주로 기독교에서 종교의 교리를 적은 책’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하나님을 하느님으로, 요한계시록을 묵시록으로 쓰는 정도일 뿐 성경 내용도 거의 동일하다. ‘마른 떡 한 조각만 있고도 화목하는 것이 제육이 집에 가득하고도 다투는 것보다 나으니라’(잠언 17장 1절)라는 구절을 조선기독교연맹에서 편찬한 성경은 ‘집에 진수성찬을 차려놓고 다투는 것보다 누룽지를 먹어도 마음 편한 것이 낫다’로 쓴다. 2002년 조선그리스도교연맹 초청으로 북한을 처음 방문한 양 목사는 “예배 도중 눈물을 흘리던 한 할머니의 모습이 이후 20년 넘는 북한 사역의 길로 나를 이끌었다”라고 말했다. 한 가정예배처소에서 북한 주민 몇 명과 손을 잡고 함께 예배를 드리고 있었는데, 마침 방에 북한 측 인솔자가 없었다고 한다. 그는 “하나님의 사랑을 말하고 있는데, 손을 잡고 있던 한 할머니가 말없이 내 손바닥을 긁으며 눈물을 흘렸다”며 “처벌이 두려워 드러낼 수 없을 뿐 북한 주민 속에도 진짜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는 걸 느꼈다”라고 말했다. 그의 손을 잡은 할머니의 아버지는 광복 전 장로였다고 한다. 이후 그는 북한을 더 잘 알기 위해 고려대에서 북한학을 전공하고, 동북아한민족협의회를 설립해 북한 사역과 지원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영안교회에는 매주 100여 명의 탈북민이 예배에 참석하고 있다. 그가 지금까지 세례를 준 탈북민도 760여 명에 이른다. 2001년 교회 안에 만든 북한선교부는 통일부 출신 목회자를 담당으로 두고 탈북민을 위한 법률, 의료 등 다양한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양 목사는 “우리도 막상 경찰서나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가려면 잘 몰라서 두려운데 탈북민은 오죽하겠느냐”라며 “교회를 통해 탈북민이 우리 사회에 잘 정착할 수 있게 돕는다면 통일시대를 준비하고 앞당기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기독교 박해 상황을 알리고 있는 ‘국제오픈도어선교회’에 따르면 북한에는 약 5만∼10만 명의 기독교인들이 수용소에 투옥되거나 외딴 산간으로 추방당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신앙을 들키면 처벌받는 곳에서 투옥된 사람이 있다는 게 진심으로 믿는 사람이 있다는 증거겠지요.” 양 목사는 “하도 북한 도발에 시달리고 뒤통수를 맞다 보니, 이제는 북한을 돕자고 하면 ‘지원 결과가 핵 개발로 돌아오지 않았느냐’는 말을 하는 사람이 많다”라며 “그런 측면이 분명히 있었지만, 그럼에도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계속돼야 한다”고 호소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01-0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프란치스코 교황, 새해 첫 미사 메시지는 ‘생명 존중·낙태 반대’

    프란치스코 교황이 새해 첫 미사에서 신자들에게 생명 존중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전했다.교황은 1일(현지 시각)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주례한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미사에서 “모든 사람이 태어난 모든 아이를 돌보는 법을 배울 수 있기를 기도한다”며 “태아의 생명, 아이들의 생명, 고통받고 가난하고 늙고 외롭고 죽어가는 사람들의 생명 등 소중한 삶의 선물을 보호하라”라고 말했다. 교황은 또 “수태부터 자연사에 이르기까지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존중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촉구한다”라며 “그래야 각자가 자기 삶을 소중히 여기고 모두가 희망을 가지고 미래를 바라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지난해 9월 벨기에를 방문한 교황은 재위 중 낙태법 승인을 거부했던 벨기에 5대 국왕인 보두앵 1세 묘를 방문해 낙태법을 ‘살인적인 법’이라고 부르며 “보두앵 국왕이 용기 있는 행동을 했다”며 그를 ‘성자’로 칭송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01-02
    • 좋아요
    • 코멘트
  • “정치권 극한 대립으로 화 자초… 그러고도 여전히 치킨게임”

    “정치인들이 국민이 부여한 권력으로 국민을 위태롭게 해서야 되겠습니까.” 지난해 12월 30일 서울 용산 국방부 원광사에서 만난 대한불교조계종 군종특별교구장 법원 스님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쟁으로 군이 사실상 마비된 상태”라며 이렇게 말했다. 조계종 군종특별교구는 육해공군 군법사와 군 사찰 380여 곳의 포교 및 수행 활동 등을 지원하는 곳이다. 2004년 해군 군종 법사(대위)로 전역한 그는 지난해 11월 군종특별교구장에 취임했다. 법원 스님은 “군 인사도 중단되면서 안보를 책임지는 주요 보직들이 공석인 상태”라며 “이럴 때 전쟁이라도 벌어지면 어떻게 될지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육군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직무 정지되면서 고창준 제2작전사령관(대장)이 직무대리를 맡고 있다. 제2작전사령관은 김봉수 육군교육사령관(중장)이 직무대리를 맡는 등 연쇄 공석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이런 현상이 군 전체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워낙 군이 위축돼 있어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법원 스님은 “오죽하면 전국 일선 군 사찰에서 해마다 하는 제야의 타종 행사를 해도 되는지까지 묻고 있다”며 “혹시나 무슨 구설에 휘말릴지 몰라 일선 부대 지휘관들이 성탄절 예배도 안 가는 등 아무것도 안 하려는 분위기라서 물었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그는 비상계엄 직후 가진 첫 법회에서 소통과 화합을 강조하는 ‘화쟁(和諍) 사상’을 중심으로 법문을 했다. 법원 스님은 “결국 따지고 보면 정치권은 자기는 하나도 양보하지 않고 서로 극단으로 치닫다가 이런 참사가 빚어진 게 아니겠느냐”라며 “이런 일을 겪고서도 여전히 깨닫지 못하고 서로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극한의 대립이 화를 자초했는데 여전히 남 탓 공방만 하다가는 우리 사회가 더 심각한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군인은 명예와 사기를 먹고사는 집단입니다. 그런데 지금 장교들조차 따가운 시선 때문에 밖에 나갈 때 군복 대신 사복을 입으려 합니다. 군인이 군복을 부끄러워하면 나라는 누가 지키겠습니까.” 법원 스님은 “문제를 일으킨 군인들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시시비비를 가리되, 그들의 행위 때문에 군과 대다수 올곧은 군인들이 매도돼서는 안 된다”라며 “진상조사는 철저히 하고, 국가 안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없는 만큼 정치권이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지 않게 선을 지키는 슬기를 발휘했으면 한다”라고 당부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01-0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찬바람에도 새봄 준비하는 보리싹처럼…”

    “때로는 바람이 불고 때로는 눈보라가 쳐도 산천의 초목은 힘차게 솟아오를 봄소식을 준비합니다. 삼동 찬바람에도 새봄을 준비하는 보리싹처럼 곳곳에서 찬란한 새봄을 준비하니 봄꽃 향기는 더욱 그윽하고 꽃잎은 더욱 선명할 것입니다.”(대한불교조계종 종정 성파 스님 신년 법어) 을사년 새해를 앞두고 종교 지도자들은 비상계엄 선포 사태로 빚어진 어려운 상황을 국민 모두의 지혜로움으로 극복하고 희망의 새해를 맞자는 송년·신년 메시지를 발표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신년사에서 “모든 다툼을 멈추게 하고 화합의 길로 이끌 수 있는 최선의 안은 소통이라는 통로의 확보”라며 “우리 모두가 다툼은 그치고 어울림으로 함께 사는 길을 향해 갈 수 있도록 사부대중께서는 지혜를 모아 주시길 간곡한 마음으로 축원드린다”라고 밝혔다. 한국불교태고종 종정 운경 스님도 “‘고통을 마주하되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지니라’고 하신 부처님 말씀을 기억하자”라며 “혼란의 시기일수록 우리의 마음이 본래 청정한 자성을 잃지 않도록 깨어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이영훈 대표총회장은 “한국 정치가 백척간두에 선 위기 상황에 이르기까지 무엇을 했는지 참회하며 반성과 기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라며 “서로 비난하고 질책하며 따지다 보면 갈등만 커질 뿐이고 국가공동체는 불행해진다. 이럴 때일수록 서로 격려하고 존중하면서 사랑의 마음으로 손잡아 주자”라고 당부했다.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대표회장 김종혁 목사도 “새해에는 과거의 아픔을 넘어서 새로운 희망과 화합의 길을 모색하는 데 온 국민이 함께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는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라는 제목의 신년 메시지를 통해 “계엄으로 촉발된 어려운 시간은 우리 모두에게 깊은 상흔을 남겼다. 그러나 이런 시련 속에서도 우리는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정 대주교는 “희망은 단순한 낙관이 아니라 시련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믿음이며,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하신다는 확신에서 비롯된다”며 “우리가 보았던 희망의 가능성이 더욱 꽃을 피워, 각자의 이익이 아니라 공동선을 향해 서로 손을 내밀고, 서로가 서로에게 희망의 징표가 되어주는 공동체가 되자”라고 당부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4-12-3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삼동 찬바람에도…봄 꽃 향기는 더욱 그윽할 것”

    “때로는 바람이 불고 때로는 눈보라가 쳐도 산천의 초목은 힘차게 솟아오를 봄소식을 준비합니다. 삼동 찬바람에도 새봄을 준비하는 보리싹처럼 곳곳에서 찬란한 새봄을 준비하니 봄꽃 향기는 더욱 그윽하고 꽃잎은 더욱 선명할 것입니다.”(대한불교조계종 종정 성파 스님 신년 법어) 을사년 새해를 앞두고 종교 지도자들은 비상계엄 선포 사태로 빚어진 어려운 상황을 국민 모두의 지혜로움으로 극복하고 희망의 새해를 맞자는 내용의 송년·신년 메시지를 발표했다.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신년사를 통해 “모든 다툼을 멈추게 하고 화합의 길로 이끌 수 있는 최선의 안은 소통이라는 통로의 확보”라며 “공생을 위한 통합의 길은 제삼자가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다툼은 그치고 어울림으로 함께 사는 길을 향해 갈 수 있도록 사부대중께서는 지혜를 모아주시길 간곡한 마음으로 축원드린다”라고 밝혔다. 한국불교태고종 종정 운경 스님도 “‘고통을 마주하되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지니라’고 하신 부처님의 말씀을 기억하자”라며 “혼란의 시기일수록 우리의 마음이 본래 청정한 자성을 잃지 않도록 깨어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이영훈 대표총회장은 “한국의 정치가 백척간두에 선 위기 상황에 이르기까지 무엇을 했는지 참회하며 반성과 기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라며 “서로 비난하고 질책하며 따지다 보면 갈등만 커질 뿐이고 국가공동체는 불행해진다. 이럴 때일수록 서로 격려하고 존중하면서 사랑의 마음으로 손잡아 주자”라고 당부했다.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대표회장 김종혁 목사도 “우리는 사회적, 정치적 혼란을 겪으며 온 국민이 어려운 시기를 경험했다”라며 “새해에는 과거의 아픔을 넘어서 새로운 희망과 화합의 길을 모색하는 데 온 국민이 함께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는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라는 제목의 신년 메시지를 통해 “갑작스러운 계엄으로 촉발된 어려운 시간은 우리 모두에게 깊은 상흔을 남겼다. 그러나 이런 시련 속에서도 우리는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정순택 대주교는 “희망은 단순한 낙관이 아니라 시련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믿음이며,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하신다는 확신에서 비롯된다”라며 “우리가 보았던 희망의 가능성이 더욱 꽃을 피워, 각자의 이익이 아니라 공동선을 향해 서로 손을 내밀고, 서로가 서로에게 희망의 징표가 되어주는 공동체가 되자”라고 당부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4-12-30
    • 좋아요
    • 코멘트
  • “계엄후 경찰-軍후배들 흔들려… 본연의 자세 지켜야 거듭날 것”

    “비상계엄 선포 사태와 아무 관계 없는 대다수 경찰 후배가 굉장히 힘들어하고 있는 게 안타깝지요. 이런 시련과 아픔이 더 좋은 나라, 더 좋은 사회로 승화시키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23일 서울 서초구 경찰선교회에서 만난 김병철 대표 목사는 “최근 공·사석에서 만난 경찰 후배들이 시국 상황 때문에 심정적으로 무척 힘들어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2004년 서울지방경찰청 형사과장 시절 20명을 살해한 희대의 연쇄 살인마 유영철을 검거한 그는 2011년 울산지방경찰청장(치안감)을 끝으로 은퇴한 뒤 신학대학원에 진학해 2016년 목사 안수를 받았다. 2018년 경찰선교회 대표 목사에 추대된 그는 선교회를 통해 15만 경찰관에 대한 선교와 사회봉사, 순직·부상 경찰관과 범죄 피해자 돕기, 심리 상담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 목사는 “최근 경기남부경찰청 성탄절 행사에 갔는데, 직원들 분위기가 말이 아니게 굉장히 침울해 있었다”고 전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김준영 청장이 비상계엄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변에 200여 명의 경찰을 배치한 것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고 있고, 관련 부서들도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그는 “진실 여부는 수사에서 가려질 테니 거기에 맡기고, 어떤 고난과 시련이 있어도 흔들리지 말고 경찰 본연의 자세를 지킨다면 더 좋은 조직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해줬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그는 비상계엄 사태 때 국회에 투입된 707특수임무단의 전신인 606부대 부사관 출신이기도 하다. 김 목사는 “우리 부대가 적어도 아시아권에서 가장 강력한 대테러 부대인데, 그런 부대가 본연의 임무가 아닌 일에 투입돼 정치적으로 휘말려 비난받고 있으니 후배 부대원들 심정이 말이 아닐 것”이라며 “지금 시대에 안 맞는 일이 벌어진 것은 안타깝지만, 그래도 부대원에 대한 비난은 자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살인마 유영철 외에도 1990년대 ‘범죄와의 전쟁’ 때 무려 1600여 명의 조직폭력배를 검거한 ‘강력계의 전설’이다. 그는 “비록 목사 신분이지만 유영철 같은 흉악범들이 정말로 회개해 개과천선할 수 있는지는 솔직히 의문이고 알 방법도 없다”며 “이 때문에 그들의 범죄성이 튀어나오지 않도록 눌러줄 수 있는 교정 시스템이 필요한데, 그 과정에서 피해자보다 범죄자 인권, 처우만 더 위하는 것이냐는 딜레마에 빠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국가 형사정책이 피해자가 아닌 피의자에 초점을 두다 보니, 피의자 인권·처우는 계속해서 개선됐지만 피해자 구제는 그렇지 못했다는 것. 그 과정에서 피해자는 평생 정신적 고통은 물론이고 신체적 피해로 일자리도 구하지 못해 힘들게 사는데, 비록 교도소지만 가해자가 피해자보다 더 좋은 처우를 받는 아이러니가 비일비재하게 벌어진다. “범죄 피해자를 돕는 제도가 있지만 재판이 거의 끝날 때쯤이나 지급되는 등 가장 필요한 시기에 도움이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범죄자에 대한 교정 시스템 개선은 당연히 필요하지만, 범죄 피해자에 대한 국가 지원도 피해가 발생한 뒤 가장 빠른 시간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시스템이 보완됐으면 합니다.” 김 목사는 “경찰 출신이다 보니 ‘왜 하나님은 저 악인에게 정의를 세우지 않느냐’는 물음을 종종 받곤 한다”며 “그 뜻을 알기는 어렵지만, 우리가 피해자에게 조금 더 관심과 배려를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든다면 그런 억울함도 많이 해소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4-12-2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비상계엄 이후 경찰 후배들이 힘들어하고 있는 현실 안타까워”

    “비상계엄 선포 사태와 아무 관계 없는 대다수 경찰 후배가 굉장히 힘들어하고 있는 게 안타깝지요. 이런 시련과 아픔이 더 좋은 나라, 더 좋은 사회로 승화시키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23일 서울 서초구 경찰선교회에서 만난 김병철 대표 목사는 “최근 공·사석에서 만난 경찰 후배들이 시국 상황 때문에 심정적으로 무척 힘들어하고 있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2004년 서울지방경찰청 형사과장 시절 20명을 살해한 희대의 연쇄 살인마 유영철을 검거한 그는 2011년 울산지방경찰청장(치안감)을 끝으로 은퇴한 뒤 신학대학원에 진학해 2016년 목사 안수를 받았다. 2018년 경찰선교회 대표 목사에 추대된 그는 선교회를 통해 15만 경찰관에 대한 선교와 사회봉사, 순직·부상 경찰관과 범죄피해자 돕기, 심리 상담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 목사는 “최근 경기남부경찰청 성탄절 행사에 갔는데, 직원들 분위기가 말이 아니게 굉장히 침울해 있었다”라고 전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김준영 청장이 비상계엄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변에 200여 명의 경찰을 배치한 것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고 있고, 관련 부서들도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그는 “진실 여부는 수사에서 가려질 테니 거기에 맡기고, 어떤 고난과 시련이 있어도 흔들리지 말고 경찰 본연의 자세를 지킨다면 더 좋은 조직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해줬다”라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그는 비상계엄 사태 때 국회에 투입된 707특수임무단의 전신인 606부대 부사관 출신이기도 하다. 김 목사는 “우리 부대가 적어도 아시아권에서 가장 강력한 대테러부대인데, 그런 부대가 본연의 임무가 아닌 일에 투입돼 정치적으로 휘말려 비난받고 있으니 후배 부대원들 심정이 말이 아닐 것”이라며 “지금 시대에 안 맞는 일이 벌어진 것은 안타깝지만, 그래도 부대원에 대한 비난은 자제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살인마 유영철 외에도 1990년대 ‘범죄와의 전쟁’ 때 무려 1600여 명의 조직폭력배를 검거한 ‘강력계의 전설’이다. 그는 “비록 목사 신분이지만 유영철 같은 흉악범들이 정말로 회개해 개과천선할 수 있는지는 솔직히 의문이고 알 방법도 없다”라며 “이 때문에 그들의 범죄성이 튀어나오지 않도록 눌러줄 수 있는 교정 시스템이 필요한데, 그 과정에서 피해자보다 범죄자 인권, 처우만 더 위하는 것이냐는 딜레마에 빠지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국가 형사정책이 피해자가 아닌 피의자에 초점을 두다 보니, 피의자 인권·처우는 계속해서 개선됐지만 피해자 구제는 그렇지 못했다는 것. 그 과정에서 피해자는 평생 정신적 고통은 물론이고 신체적 피해로 일자리도 구하지 못해 힘들게 사는데, 비록 교도소지만 가해자가 피해자보다 더 좋은 처우를 받는 아이러니가 비일비재하게 벌어진다. “범죄피해자를 돕는 제도가 있지만 재판이 거의 끝날 때쯤이나 지급되는 등 가장 필요한 시기에 도움이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범죄자에 대한 교정 시스템 개선은 당연히 필요하지만, 범죄피해자에 대한 국가 지원도 피해가 발생한 뒤 가장 빠른 시간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시스템이 보완됐으면 합니다.” 김 목사는 “경찰 출신이다 보니 ‘왜 하나님은 저 악인에게 정의를 세우지 않느냐’는 물음을 종종 받곤 한다”라며 “그 뜻을 알기는 어렵지만, 우리가 피해자에게 조금 더 관심과 배려를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든다면 그런 억울함도 많이 해소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4-12-24
    • 좋아요
    • 코멘트
  • “가장 개혁적이어야 할 교회가 사회보다 변화 느려”

    지난달 서울 종로구 향린교회에서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총회장 박상규 목사) 여성 목사 안수 통과 50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장로교는 국내 기독교의 약 60%를 차지하는 가장 큰 교단으로, 기장은 1974년 장로교 계열 교단 중 최초로 여성 목사 안수를 도입했다. 하지만 50년이 지나도록 교계에서 여성에 대한 불평등은 여전한 상태. 2021년 한국 장로교단 중 처음으로 여성 총회장을 지낸 김은경 전 기장 총회장(전북 익산중앙교회 목사)은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가장 개혁적이어야 할 교회가 여전히 여성 목사를 불허하는 곳이 있는 등 오히려 일반 사회보다 변화가 느린 부분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총회장은 “국내 대형 교단 중에는 지금도 여성 목사를 불허하고 있고, 심지어 목사가 되고 싶은 여성은 다른 교단으로 가면 된다고 말하기도 한다”며 “우리 회사는 여성을 안 뽑으니 취업하고 싶은 여성은 다른 회사에 가라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 지적했다. 그는 또 “자신들의 주장을 합리화하기 위해 ‘여자는 교회에서 잠잠하라. 그들에게는 말하는 것을 허락함이 없나니… 여자가 교회에서 말하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라’(고린도전서 14장 34, 35절)라는 사도 바울의 편지 등 성경 구절을 이유로 드는 것도 굉장히 궁색한 변명”이라고 말했다. 당시 상황과 글의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글자 그대로 해석하는 것도 잘못이지만, 목사는 예수 그리스도가 간 길을 따라가겠다고 약속한 사람인데 그 반대의 행동을 하는 것이 과연 맞는 일이냐는 것이다. 김 전 총회장은 “지금은 여성 목사 안수 제도를 도입한 교단이 꽤 늘었지만, 제도가 있어도 현실적으로 여성이 목사, 전도사로 활동하기는 여전히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주요 교단 중 여성 목사가 가장 많은 기장도 여성은 현재 전체 목사의 15.4%(499명)에 불과하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출산·육아도 어려움 중 하나. 그는 “전도사의 경우 보통 계약직으로 일하는데 임신하면 교회에서 보통 계약을 연장하지 않는다”며 “출산 유급 휴가제도 거의 없다 보니 여성 교역자에게는 정말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그는 총회장 재임 중 출산 유급 휴가제 도입을 권고하고, 임신으로 인한 경력 단절이 목사 청빙(請聘)의 차별 조건이 되지 않도록 노력했지만, 교회마다 재정 등 처한 상황이 달라 일률적으로 강제하기는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김 전 총회장은 “목사 안수를 받으려면 10년 가까이 걸리는데, 그 과정에서 임신과 출산을 하게 되면 정말 많은 고민과 갈등이 생긴다”며 “지금 여성 목사 등 교역자로 활동하는 여성들은 정말 열정과 영혼을 갈아 넣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이야기들이 교회 안이 아니라 주로 밖에서만 이뤄지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교회 홈페이지 등에 목사 청빙을 공고할 때 목사 사모의 건강진단서, 신앙고백서를 명시적으로 요구하는 곳이 있습니다. 목사 평가와는 무관한 차별적인 행위인데, 여성 교역자들이 문제를 지적한 뒤부터는 공개적으로 명시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비공개로 청빙할 때는 아직도 그런 문화가 있는 게 사실이에요.” 김 전 총회장은 “성차별 등 교회가 가진 문제점을 교회 안에서 신도들과 함께 이야기해야 교회가 달라질 텐데 그런 자리를 펴주는 곳은 솔직히 많지 않다”며 “예수님과 성경, 교회가 지향해야 하는 본질에서 얼마나 벗어나 있는지 우리 스스로 자문했으면 한다”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4-12-1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가장 개혁적이어야할 교회이지만 여전히 여성 목사 불허하는 곳도 있어”

    지난달 서울 종로구 향린교회에서 한국기독교장로회(이하 기장·총회장 박상규 목사) 여성 목사 안수 통과 50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장로교는 국내 기독교의 약 60%를 차지하는 가장 큰 교단으로, 기장은 1974년 장로교 계열 교단 중 최초로 여성 목사 안수를 도입했다. 하지만 50년이 지나도록 교계에서 여성에 대한 불평등은 여전한 상태. 2021년 한국 장로교단 중 처음으로 여성 총회장을 지낸 김은경 전 기장 총회장(전북 익산중앙교회 목사)은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가장 개혁적이어야 할 교회가 여전히 여성 목사를 불허하는 곳이 있는 등 오히려 일반 사회보다 변화가 느린 부분이 많이 있다”라고 말했다. 김 전 총회장은 “국내 대형 교단 중에는 지금도 여성 목사를 불허하고 있고, 심지어 목사가 되고 싶은 여성은 다른 교단으로 가면 된다고 말하기도 한다”라며 “우리 회사는 여성을 안 뽑으니 취업하고 싶은 여성은 다른 회사에 가라는 것과 뭐가 다르냐”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자신들의 주장을 합리화하기 위해 ‘여자는 교회에서 잠잠하라. 그들에게는 말하는 것을 허락함이 없나니… 여자가 교회에서 말하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라’(고린도전서 14장 34, 35절)라는 사도 바울의 편지 등 성경 구절을 이유로 드는 것도 굉장히 궁색한 변명”이라고 말했다. 당시 상황과 글의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글자 그대로 해석하는 것도 잘못이지만, 목사는 예수 그리스도가 간 길을 따라가겠다고 약속한 사람인데 그 반대의 행동을 하는 것이 과연 맞는 일이냐는 것이다. 김 전 총회장은 “지금은 여성 목사 안수 제도를 도입한 교단이 꽤 늘었지만, 제도가 있어도 현실적으로 여성이 목사, 전도사로 활동하기는 여전히 어려움이 많다”라고 말했다. 주요 교단 중 여성 목사가 가장 많은 기장도 여성은 현재 전체 목사의 15.4%(499명)에 불과하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출산·육아도 어려움 중 하나. 그는 “전도사의 경우 보통 계약직으로 일하는데 임신하면 교회에서 보통 계약을 연장하지 않는다”라며 “출산 유급 휴가제도 거의 없다 보니 여성 교역자에게는 정말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그는 총회장 재임 중 출산 유급 휴가제 도입을 권고하고, 임신으로 인한 경력 단절이 목사 청빙(請聘)의 차별 조건이 되지 않도록 노력했지만, 교회마다 재정 등 처한 상황이 달라 일률적으로 강제하기는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김 전 총회장은 “목사 안수를 받으려면 10년 가까이 걸리는데, 그 과정에서 임신과 출산을 하게 되면 정말 많은 고민과 갈등이 생긴다”라며 “지금 여성 목사 등 교역자로 활동하는 여성들은 정말 열정과 영혼을 갈아 넣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이야기들이 교회 안이 아니라 주로 밖에서만 이뤄지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교회 홈페이지 등에 목사 청빙(請聘)을 공고할 때 목사 사모의 건강진단서, 신앙고백서를 명시적으로 요구하는 곳이 있습니다. 목사 평가와는 무관한 차별적인 행위인데, 여성 교역자들이 문제를 지적한 뒤부터는 공개적으로 명시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비공개로 청빙할 때는 아직도 그런 문화가 있는 게 사실이에요.” 김 전 총회장은 “성차별 등 교회가 가진 문제점을 교회 안에서 신도들과 함께 이야기해야 교회가 달라질 텐데 그런 자리를 펴주는 곳은 솔직히 많지 않다”라며 “예수님과 성경, 교회가 지향해야 하는 본질에서 얼마나 벗어나 있는지 우리 스스로 자문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4-12-15
    • 좋아요
    • 코멘트
  • [책의 향기]지금과는 달랐던 ‘노블레스 오블리주’

    중세 유럽의 ‘귀족’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불의를 참지 않고, 여성과 어린이 등 약자를 먼저 생각하며,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목숨도 바칠 수 있는 멋진 사나이들. 만화 ‘아서 왕과 원탁의 기사’부터 신데렐라, 겨울왕국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만화, 소설, 영화에서 금발의 훈남으로 그리고 있으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당연할 것이다. ‘귀족’ 하면 떠오르는 그런 이미지는 어떻게 생겨났을까. 저자는 오늘날 높은 위치에 따른 사회적 책임이나 의무를 지칭하는, 좋은 의미로 사용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가 원래는 좋고 나쁨을 떠나 동료 귀족들이 그렇게 하니까 싫어도 어쩔 수 없이 따라 하는 태도였다고 말한다. 전장에서 용감하게 싸울 것, 두려워도 결투에 나설 것 등도 있지만 반대로 돈이 없어도 최신 유행복을 입어야 하고, 정기적인 연회를 개최하는 것도 노블레스 오블리주였다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 탓에 한 프랑스 하급 귀족의 경우 신분에 걸맞은 고급 주택을 사고, 자녀 교육비와 생활비, 자신의 관대함을 표현하기 위해 가난한 자들에게 베푸는 자선, 교회를 위한 헌금, 문화생활 등으로 상당한 비용이 들었다고 한다. 영화 ‘킹스맨’ 대사로 유명해진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Manners maketh Man)’도 영국 귀족들의 생활 태도에서 유래된 말이다. 안주인이 자리를 잡을 때까지 앉지 말 것, 의자 뒤에 서서 의자 오른쪽으로 이동해 왼쪽부터 앉을 것, 공식 만찬에서는 기혼 여성만이 티아라를 착용할 수 있으니 이를 보고 기혼과 미혼을 구별할 것 등등 공식, 비공식적으로 모든 사회적 작용을 통제하기 위해 복잡한 규칙과 태도(매너)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평민과 구별했는데 만약 지키지 않으면, 그 대가는 부모의 매 정도로 그치는 것이 아니었다고 한다.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은 진짜였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4-12-1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첫 화살 못 피해도, ‘두 번째 화살’ 맞지 않는 슬기로움 절실”

    “우리 모두, ‘두 번째 화살’은 맞지 않는 슬기로움을 발휘했으면 합니다.” 10일 서울 종로구 조계종 총무원에서 만난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자리에 앉자마자 이 말부터 했다. 이날 인터뷰는 선명상 확산 등 올 한 해 조계종의 활동을 정리하고, 설명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 하지만 진우 스님은 “워낙 상황이 혼란스럽다 보니, 지금처럼 가다가는 자칫 화가 다시 화를 부르는 상황을 낳을 수 있어 먼저 말을 꺼냈다”라며 “여야는 물론이고 국민 모두 흥분을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대응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두 번째 화살은 맞지 말아야 한다고 하셨습니다만…. “누구나 살다 보면 안 좋은 일, 나쁜 일을 겪습니다. 이건 막을 수도, 피할 수도 없는데, 이게 첫 번째 화살이지요. 그런데 첫 번째 화살을 맞고 화가 나서, 흥분해서 막 따지고, 싸우고 하다 보면 그로 인해 또 두 번째 화살을 맞게 됩니다. 자신을 다스리지 못하면 세 번째, 네 번째 화살도 맞겠지요. 지금 우리 사회가 그렇습니다. 이미 벌어진 일은 벌어진 것이고, 그로 인해 다른 화살을 또 맞지 않도록 모두가 정말 슬기로워져야 할 때지요. 정치권, 사회 지도층은 말할 것도 없고요.” ―이미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마음에 안 든다고 전화, 문자 항의를 넘어 집까지 찾아가고, 살해 운운하며 협박하는 게 두 번째 화살이 아니면 무엇이겠습니까. 이렇게 서로 치고받으며 갈등이 증폭되면 그로 인해 또 세 번째 화살을 맞겠지요.” ―올 한 해 종단 차원에서 선명상 확산에 전력을 기울였는데, 이런 일이 벌어지면 마음 다스리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자신의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선명상이 정말 필요한 것 같습니다. 제가 선명상을 개발, 보급해야겠다고 생각한 것도 종단이나 불교계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 행복 프로젝트’로 만들기 위해서였으니까요. 나의 의도와 무관하게, 정말 천재지변처럼 갑자기 발생한 일을 놓고 화를 내고, 따지면 자신만 더 힘들어지지요. 선명상을 통해 마음을 고요히 하고 살피면, 내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그러면 당연히 사안에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겠지요.” ―내년에는 선명상중앙지원센터도 건립한다고요. “서울 성북구 안암동 8000평 부지에 착공할 예정인데, 국내 선명상 허브로 만들려고 합니다. 조계종뿐만 아니라 전국 여러 명상센터를 그물망처럼 연결해서 프로그램을 연구, 개발, 공급하고 총괄하는 역할이지요. 올해 했던 선명상 대회 등 행사는 내년에도 계속되고요.” ―9월 미국 예일대에서 선명상을 강연했는데, 미국 학생들은 무엇을 가장 궁금해하던가요. “미국이나 한국이나 사람 사는 게 비슷해서…. 한 학생이 ‘깨달음을 이루지 못한 사람들은 어떻게 옳고 그름을 구분해야 하느냐’라고 묻더군요.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 범위 내에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지만, 만약 불분명하다고 생각되면 과감히 하나를 선택하고 즉시 잊어버리라’라고 해줬습니다.” ―이해가 쉽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만…. “잘 이해하는 것 같지는 않았어요. 하하하.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는 말이 있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질량보존의 법칙’처럼 어떤 선택을 하든 그로 인한 행복, 괴로움 등 인과적 결과의 총량은 같아요. 단지 어떤 것이 먼저 나타나고, 어떤 것이 늦게 나타나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요. 그래서 어떤 결정을 할 때 고민하지 말고, 잘못 선택했다고 후회할 필요도 없습니다. 선택에 책임을 지면 되는 것뿐이지요.”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4-12-1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두번째’ ‘세번째’ 화살은 맞지 않는 슬기로움이 절실히 필요할 때”

    “우리 모두, ‘두 번째 화살’은 맞지 않는 슬기로움을 발휘했으면 합니다.” 10일 서울 종로구 조계종 총무원에서 만난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자리에 앉자마자 이 말부터 했다. 이날 인터뷰는 선명상 확산 등 올 한 해 조계종의 활동을 정리하고, 설명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 하지만 진우 스님은 “워낙 상황이 혼란스럽다 보니, 지금처럼 가다가는 자칫 화가 다시 화를 부르는 상황을 낳을 수 있어 먼저 말을 꺼냈다”라며 “여야는 물론이고 국민 모두 흥분을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대응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두 번째 화살은 맞지 말아야 한다고 하셨습니다만.“누구나 살다 보면 안 좋은 일, 나쁜 일을 겪습니다. 이건 막을 수도, 피할 수도 없는데, 이게 첫 번째 화살지요. 그런데 첫 번째 화살을 맞고 화가 나서, 흥분해서 막 따지고, 싸우고 하다 보면 그로 인해 또 두 번째 화살을 맞게 됩니다. 자신을 다스리지 못하면 세 번째, 네 번째 화살도 맞겠지요. 지금 우리 사회가 그렇습니다. 이미 벌어진 일은 벌어진 것이고, 그로 인해 다른 화살을 또 맞지 않도록 모두가 정말 슬기로워져야 할 때지요. 정치권, 사회지도층은 말할 것도 없고요.”―이미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마음에 안 든다고 전화, 문자 항의를 넘어 집까지 찾아가고, 살해 운운하며 협박하는 게 두 번째 화살이 아니면 무엇이겠습니까. 이렇게 서로 치받으며 갈등이 증폭되면 그로 인해 또 세 번째 화살을 맞겠지요.”―올 한 해 종단 차원에서 선명상 확산에 전력을 기울였는데, 이런 일이 벌어지면 마음 다스리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자신의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선명상이 정말 필요한 것 같습니다. 제가 선명상을 개발, 보급해야겠다고 생각한 것도 종단이나 불교계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 행복 프로젝트’로 만들기 위해서였으니까요. 나의 의도와 무관하게, 정말 천재지변처럼 갑자기 발생한 일을 놓고 화를 내고, 따지면 자신만 더 힘들어지지요. 선명상을 통해 마음을 고요히 하고 살피면, 내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그러면 당연히 사안에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겠지요.”―내년에는 선명상중앙지원센터도 건립한다고요.“서울 성북구 안암동 8000평 부지에 착공할 예정인데, 국내 선명상 허브로 만들려고 합니다. 조계종뿐만 아니라 전국 여러 명상센터를 그물망처럼 연결해서 프로그램을 연구, 개발, 공급하고 총괄하는 역할이지요. 올해 했던 선명상 대회 등 행사는 내년에도 계속되고요.”―9월 미국 예일대에서 선명상을 강연했는데, 미국 학생들은 무엇을 가장 궁금해하던가요.“미국이나 한국이나 사람 사는 게 비슷해서…. 한 학생이 ‘깨달음을 이루지 못한 사람들은 어떻게 옳고 그름을 구분해야 하느냐’라고 묻더군요.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 범위 내에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지만, 만약 불분명하다고 생각되면 과감히 하나를 선택하고 즉시 잊어버리라’라고 해줬습니다.”―이해가 쉽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만.“잘 이해하는 것 같지는 않았어요. 하하하.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는 말이 있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질량보존의 법칙’처럼 어떤 선택을 하던 그로 인한 행복, 괴로움 등 인과적 결과의 총량은 같아요. 단지 어떤 것이 먼저 나타나고, 어떤 것이 늦게 나타나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요. 그래서 어떤 결정을 할 때 고민하지 말고, 잘못 선택했다고 후회할 필요도 없습니다. 선택에 책임을 지면 되는 것뿐이지요.”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4-12-11
    • 좋아요
    • 코멘트
  • 조계종 중앙종회, 尹대통령 하야 요구

    대한불교조계종 입법, 대의기구인 중앙종회(의장 주경 스님)가 윤석열 대통령의 즉각적인 하야를 촉구했다. 중앙종회는 9일 ‘윤석열 대통령은 즉각 하야해야 한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통해 “대다수 국민이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고 있고, 실질적으로 대통령 직무수행도 불가능한 상태”라며 “윤 대통령은 국가와 국민을 위한 마지막 결단을 내리고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밝혔다. 중앙종회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투표 불성립 이후에 비상계엄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고 내란죄에 해당한다는 혐의로 이미 대통령 본인이 입건되었고, 많은 정부와 군 관계자들이 조사를 받고 있다”라며 “윤 대통령은 국가와 국민을 위한 마지막 결단을 내리고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4-12-09
    • 좋아요
    • 코멘트
  • “부처님 말씀, 판소리에 담았습니다”

    “판소리에 부처님 말씀을 담았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겁니다.” 5일 서울 강남구 불교음악원에서 만난 박범훈 대한불교조계종 불교음악원장(동국대 석좌교수)은 “불교음악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이렇게 말했다. 불교음악원은 조계종이 천 년 넘게 전승된 다양한 불교음악과 창작 찬불가 등을 교육하고, 공연을 통해 알리기 위해 2015년 설립한 곳. 86 아시안게임, 88 서울올림픽, 2002 한일 월드컵 개막식 작곡, 지휘, 음악감독을 맡았던 그는 2015년부터 불교음악원장으로 다양한 불교음악을 대중에 선보이고 있다. ―판소리에 부처님 말씀을 담은 게 불교음악이라고요? “불교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게 1700년 전이에요. 딱히 음악이라고 할 만한 게 없던 시절에 스님들이 불경(佛經)에 음을 입혀 읊은 것이 천 년이 넘게 우리 생활에 스며들면서 향가가 되고, 민요로, 판소리로 발전한 거죠. 국악인 김영임의 회심곡(回心曲) 알지요?” ―‘어머님 전 살을 빌고, 아버님 전 뼈를 받고∼’ 하며 부르는 민요로 알고 있습니다만…. “맞아요. 상여소리나 민요에서 많이 들을 수 있는데 그 회심곡이 원래 불교음악이에요. 대중적인 포교를 위해 알아듣기 쉬운 내용을 민요 선율에 얹어 부른 것이죠. 회심곡을 절에서 하면 불교음악이 되고, 김영임이 부르면 민요가 된 것뿐이에요. 물론 전문적인 불교음악인 범패가 있지만 대부분은 내용만 불교적일 뿐 우리가 아는 국악과 같다고 보면 됩니다. 영산회상도 국악 기악으로 알지만 원래 불교 노래예요. 가사가 실전돼서 지금은 곡만 남아 연주되는 것이죠.” ―불교음악이 서양의 클래식처럼 발전하지 못한 게 아쉽다고 하셨더군요. “클래식이 바흐, 헨델처럼 교회 음악이 모태이지 않습니까. 그러다 모차르트, 베토벤을 거치면서 완전히 독립해 하나의 문화로 발달한 거죠. 조선 시대의 억불정책이 아니었다면 불교음악도 그렇게 발전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음악적인 면보다 교리에 집중한 탓도 있고요. 불교음악을 발전시키는 게 결국 우리 국악을 발전시키고 세계적인 음악으로 만드는 일이지요. ‘범 내려온다’처럼요.” ―다른 나라는 어떻습니까. “일본은 우리처럼 불교음악원이나 국립국악관현악단같이 월급을 주는 단체가 거의 없어요. 그게 참 부럽지요.” ―월급을 안 주는 게 부럽다니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단체를 만들어 월급을 준다는 게 바꿔 말하면 나라가 나서지 않으면 문화 생태계가 유지될 수 없다는 뜻이니까요. 일본은 월급은 안 주지만 전공하는 사람은 우리보다 몇 배가 많아요. 실력만 있으면 대부분 후원회가 있고, 스폰서도 붙어서 사는 데 지장이 없거든요. 일본은 중소기업도 호텔 같은 데서 조찬 모임을 할 때 일본 가야금 연주라도 하나 듣고 시작해요. 그런 문화가 있으니 월급 주는 데 가서 근무할 필요가 없는 거죠. 교수도 안 하려고 하니까요.” ―우리는 교수 되는 것이 큰 목표 아닙니까. “실력만 있으면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속된 말로 다 팔려 가니까 대학원도 잘 안 가요. 미키 미노루라고 세계적인 작곡가가 있는데, 제가 일본 대학(무사시노음대)을 마치고 대학원을 가겠다고 하니까 뭐 하러 가냐고 하시더라고요. 너 교수하려고 그러냐고. ‘되면 좋지요’라고 했더니 그럼 작곡 그만두라고 하는 거예요. 우리하고는 마인드가 다른 거죠.”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4-12-0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불교음악도 클래식처럼 세계적 문화 장르 될 수 있어”

    “판소리에 부처님 말씀을 담았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겁니다.” 5일 서울 강남구 불교음악원에서 만난 박범훈 대한불교조계종 불교음악원장(동국대 석좌교수)은 “불교음악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이렇게 말했다. 불교음악원은 조계종이 천년 넘게 전승된 다양한 불교음악과 창작 찬불가 등을 교육하고, 공연을 통해 알리기 위해 2015년 설립한 곳. 86아시안게임, 88서울올림픽, 2002 한·일 월드컵 개막식 작곡, 지휘, 음악감독을 맡았던 그는 2015년부터 불교음악원장으로 다양한 불교음악을 대중에 선보이고 있다.―판소리에 부처님 말씀을 담은 게 불교음악이라고요.“불교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게 1700년 전이에요. 딱히 음악이라고 할만한 게 없던 시절에 스님들이 불경(佛經)에 음을 입혀 읊은 것이 천 년이 넘게 우리 생활에 스며들면서 향가가 되고, 민요로, 판소리로 발전한 거죠. 국악인 김영임의 회심곡(回心曲) 알지요?”―‘어머님 전 살을 빌고, 아버님 전 뼈를 받고~’ 하며 부르는 민요로 알고 있습니다만.“맞아요. 상여소리나 민요에서 많이 들을 수 있는데 그 회심곡이 원래 불교음악이에요. 대중적인 포교를 위해 알아듣기 쉬운 내용을 민요 선율에 얹어 부른 것이죠. 회심곡을 절에서 하면 불교음악이 되고, 김영림이 부르면 민요가 된 것뿐이에요, 물론 전문적인 불교음악인 범패가 있지만 대부분은 내용만 불교적일 뿐 우리가 아는 국악과 같다고 보면 됩니다. 영산회상도 국악 기악으로 알지만 원래 불교 노래에요. 가사가 실전돼서 지금은 곡만 남아 연주되는 것이죠.”―불교음악이 서양의 클래식처럼 발전하지 못한 게 아쉽다고 하셨더군요.“클래식이 바흐, 헨델처럼 교회 음악이 모태지 않습니까. 그러다가 모차르트, 베토벤을 거치면서 완전히 독립해 하나의 문화로 발달한 거죠. 조선 시대의 억불정책이 아니었다면 불교음악도 그렇게 발전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음악적인 면보다 교리에 집중한 탓도 있고요. 불교음악을 발전시키는 게 결국 우리 국악을 발전시키고 세계적인 음악으로 만드는 일이지요. ‘범 내려온다’처럼요.”―다른 나라는 어떻습니까.“일본은 우리처럼 불교음악원이나 국립국악관현악단같이 월급을 주는 단체가 거의 없어요. 그게 참 부럽지요.”―월급을 안 주는 게 부럽다니요?“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단체를 만들어 월급을 준다는 게 바꿔 말하면 나라가 나서지 않으면 문화 생태계가 유지될 수 없다는 뜻이니까요. 일본은 월급은 안 주지만 전공하는 사람은 우리보다 몇 배가 많아요. 실력만 있으면 대부분 후원회가 있고, 스폰서도 붙어서 사는 데 지장이 없거든요. 일본은 중소기업도 호텔 같은 데서 조찬 모임을 할 때 일본 가야금 연주라도 하나 듣고 시작해요. 그런 문화가 있으니 월급 주는 데 가서 근무할 필요가 없는 거죠. 교수도 안 하려고 하니까요.”―우리는 교수 되는 것이 큰 목표 아닙니까.“실력만 있으면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속된 말로 다 팔려 가니까 대학원도 잘 안 가요. 미키 미노루라고 세계적인 작곡가가 있는데, 제가 일본 대학(무사시노음대)을 마치고 대학원을 가겠다고 하니까 뭐 하러 가냐고 하시더라고요. 너 교수하려고 그러냐고. ‘되면 좋지요’라고 했더니 그럼 작곡 그만두라고 하는 거예요. 우리하고는 마인드가 다른 거죠.”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4-12-08
    • 좋아요
    • 코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