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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40대 대기업 팀장이 새벽까지 일하다 한강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과중한 업무에 시달렸다는 전언과 새벽 3시 출입기록 등이 공개돼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한국인의 행복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권에 가깝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직장 문화에 대한 불만이 높은 것은 눈여겨볼 만한 지표다. 객관적으로는 선진국에 진입한 한국에서 여전히 문화 지체 현상이 가장 심한 분야 중 하나가 의외로 직장일 수 있기 때문이다. 소셜 분석을 제공하는 바이브컴퍼니의 썸트렌드에서 최근 1년간(28일 기준) ‘일’이란 단어에 대한 감정어 분석을 해봤다.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 소셜미디어 게시글에 언급된 일이란 단어를 분석하자 긍정(53%) 감정이 가장 높았고 연관어로 ‘좋다’ ‘행복하다’ ‘잘하다’ 등이 나왔다. 하지만 ‘직장’을 넣어보자 지배적 감정이 부정(56%) 감정으로 변했다. 주요 연관어도 ‘괴롭히다’ ‘스트레스’ ‘힘들다’가 주를 이뤘다. 일은 좋아도, 직장은 싫고 힘들다는 것이다. 직장 문화의 문제는 기업의 규모나 유명도와도 별 상관이 없어 보인다. 최근 유독 대기업이나 유명 정보기술(IT) 기업에서 과로, 스트레스, 괴롭힘으로 인한 극단적 선택이 문제가 됐다. 상대적으로 인사나 복지제도가 잘 운영되고 있는 대기업조차 일부 구성원들의 인식이나 일하는 방식은 제도와의 부조화가 심각하다는 뜻이다. 국내 대기업에서 10년간 일한 외국계 임원이 쓴 책 ‘한국인은 미쳤다’는 외부자적 시선에서 강박적 과로 문화, 지나친 성과주의, 가차 없는 감시와 평가 등 한국의 여러 직장 문제를 지적한다. 출간된 지 꽤 된 책인 데다 Z세대 유입 등으로 적어도 외형적으론 조직이 급속히 변했지만, 어떤 지적은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외형만 선진화된 까닭에 조직 내 갈등이 오히려 심해진 측면도 있다. 수평적이지 않은 수평문화, 자율적이거나 유연하지 않은 자율·유연근무 같은 것들은 괴리감과 모순을 심화시킨다. 또 다른 한 축이 이런 갈등에서 파생된 직장 내 괴롭힘이다. 소셜 분석에서 직장과 관련해 가장 많이 언급된 연관어가 ‘괴롭히다’였다. 최근 한 잡포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유형으로 가장 많은 것은 따돌림 및 차별(56.3%), 모욕과 명예훼손 발언(50.8%), 업무 외 강요(37%) 등이었다. 한 시민단체 조사에 따르면 2019년 시행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이후 노골적 폭언 등은 줄었지만, 업무나 식사 배제 등 교묘한 정서적 학대는 늘었다. 올해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21년 한국의 임금근로자들의 월간 총근로 시간은 164.2시간이었다. 주중 활동 시간의 절반에 달하는 이 시간이 만족스러워야 삶의 질이 높아지고, 행복감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직장이 힘든 건 개인적 불행이자 조직과 사회적 차원의 손실이다. 되풀이되는 비극을 막는 한편 ‘잘살지만 불행한 한국인’ 미스터리를 해결할 한 축으로 직장 문화를 다시 들여다볼 때가 됐다.박선희 산업2부 차장 teller@donga.com}
ESG 활동이 기업의 필수 요소가 되면서 친환경을 실천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들은 환경을 위해서라면 좀 더 비싼 제품도 구입할 의향이 있다. 소비 활동에서 제품의 원료, 생산 방식, 포장재 등의 친환경성을 중요하게 고려한다. 최근에는 친환경뿐만 아니라 사회적 책임에 대한 관심도 확대되고 있다. 전경련이 최근 공개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87%가 “사회적 책임의 이행 수준이 높은 기업의 제품을 우선적으로 구매하겠다”고 답했다. 덴마크 프리미엄 매트리스 브랜드 템퍼는 최근 ‘템퍼 폼’만의 독보적인 성능에 안전성과 지속가능성을 강화한 신제품을 선보였다. ‘프로&프리마 매트리스 컬렉션’에는 오코텍스의 ‘MADE IN GREEN’ 라벨이 부착돼 있다. 오코텍스는 유럽, 일본 등 18개 섬유연구기관이 모인 오코텍스협회가 주관하는 유럽의 품질 인증으로 심의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MADE IN GREEN’ 라벨은 유해 물질 테스트를 거친 소재, 친환경 시설 제조, 안전하고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작업장에서 제작된 제품에 부여되는 것으로 오코텍스 스탠더드 100과 오코텍스 스텝(STeP) 2가지 인증을 모두 획득한 제품에 주어지는 높은 수준의 라벨이다. 템퍼 매트리스 신제품에 부착된 QR코드 라벨을 통해 누구나 해당 제품의 여정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기존에 찾아보기 어렵던 수준의 투명성을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것으로 다른 매트리스 제품과 차별화되는 특징이다. 템퍼만의 기능성 역시 업그레이드됐다. ‘프로&프리마 라인’은 누웠을 때 몸에 가해지는 압력 완화 효과를 20% 향상시켜 차별화된 편안함과 지지력을 제공하는 템퍼 폼만의 장점을 강화했다. 이와 함께 기존 컬렉션 대비 10배 높은 통기성으로 수면 내내 2도 더 낮은 시원함을 느낄 수 있는 ‘템퍼 에어폼(TEMPUR Air Foam)’이 적용된 프리미엄 라인인 ‘템퍼 프로 에어 라인’을 추가했다. 2023 프로&프리마 컬렉션은 매트리스의 느낌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도록 폼 매트리스 타입도 ‘소프트’ ‘미디엄’ ‘미디엄 펌’ ‘펌’ 4가지로 변경했다. 새롭게 추가된 ‘펌(Firm)’ 타입은 좀 더 단단한 느낌을 선호하는 고객들을 위한 것으로 선택의 폭을 넓혔다. 템퍼코리아 관계자는 “새로운 컬렉션은 최상의 수면 환경을 제공하는 템퍼 매트리스만의 강화된 기능성과 다양한 취향에 맞춘 제품, 지속가능성 구현을 위한 노력의 3박자를 갖췄다”며 “특히 ‘MADE IN GREEN’ 라벨이 부착된 모든 제품은 사회적 책임을 준수하는 친환경적인 시설에서 철저하게 테스트를 거친 소재로 생산됐다는 것을 보장하는 것으로 앞으로도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환경에서 생산된 프리미엄 제품으로 고객과의 신뢰를 구축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전 세계 K열풍, 한국인의 속내는 K팝, K푸드 등 전 세계적으로 ‘K’ 열풍이 거세다. K의 선전은 한국인의 자긍심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본보가 1850명 설문 조사를 통해 국가 자긍심에서부터 가장 부끄러운 K에 이르기까지 한국인의 속마음을 들여다봤다.》세계적으로 ‘K’ 열풍이 거세다. K팝 인기를 필두로 한 K콘텐츠의 영향력은 K푸드, K뷰티 등으로 급속히 확장되고 있다. K열풍에 힘입어 한국 콘텐츠 산업은 코로나19 기간이었음에도 2019년 126조7000억 원에서 지난해 146조9000억 원 규모로 16%가량 성장했다. ‘오징어 게임’ ‘더 글로리’ 등이 줄줄이 히트를 치면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가 향후 4년간 K콘텐츠에 25억 달러(약 3조3000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것도 K콘텐츠의 달라진 위상과 무관치 않다. 한국 문화와 한국적인 삶에 대한 관심이 이처럼 높아지고 있음에도 정작 ‘K’에 대해 자긍심을 느끼는 한국인은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한국인 5명 중 1명꼴로 ‘한국인인 것이 싫다’고 답했다. 한국인인 것에 거부감을 드러낸 답변은 특히 K팝의 가장 열렬한 소비자이자 수혜자인 이른바 ‘잘파세대’(Z세대+알파세대·10∼20대)에서 가장 높았다. ● 자긍심 낮은 한국인 잘파세대는 ‘빨간불’ 동아일보와 SM C&C 설문플랫폼 틸리언프로가 최근 전국 10∼60대 남녀 1850명을 대상으로 한국인으로서의 인식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한국인인 것이 뿌듯하고 자랑스럽다’고 답한 응답자는 55.2%로 절반을 조금 넘기는 데 그쳤다. 나머지 절반가량(44.8%)은 한국인인 것이 별로 자랑스럽지 않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객관적인 문화·경제적 여건을 감안했을 때 한국인은 전반적으로 자긍심이 낮은 상태라고 진단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물적·심적 자원으로 봤을 때 우리나라는 더 행복해야 한다”며 “압축성장 과정에서의 비교 압박 속에서 부정적 성향이 두드러진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홍진표 성균관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전통적으로 자신에게 엄격한 한국 문화 때문에 스스로의 성취를 폄훼하는 경향이 있다”며 “문화적, 경제적으로 긍정적인 여지가 충분하지만 부정적인 측면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라고 봤다. 응답자 5명 중 1명(22.6%)꼴로는 아예 “한국인인 것이 싫다”고 답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런 부정성이 특히 10∼20대인 잘파세대에서 가장 강하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한국인인 것이 싫다’는 응답은 전체의 22.6%였는데 알파세대인 10대에서는 28.8%, Z세대에서는 29.4%로 눈에 띄게 높았다. ● “한국 사회, 힘들고 복잡하고 피곤한 곳” 잘파세대는 한국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복수 응답)로 입시 및 취업 경쟁 등 혹독한 경쟁(39%), 야근 등 삶 자체가 힘들고 피곤(34.3%), 과시 등 보여주기식 문화(20.3%) 등을 꼽았다. 이모 씨(28·인천 미추홀구)는 “서울에서 대학을 다녔고 공기업에 다니고 있지만 내 삶이 이보다 더 나아지기 힘들다는 생각을 늘 한다”며 “미래가 뚜렷하게 안 보이기 때문에 내 삶에 희망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에 대해 떠올리는 이미지 역시 주로 부정적인 것이었다. 이들이 꼽은 한국의 주요 이미지(복수 응답) 중 상위 5가지는 ‘경쟁적이다’ ‘정신없다’ ‘힘들다’ ‘복잡하다’ ‘피곤하다’였다. 이는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이 가장 높고(60.3%), 한국인인 게 싫다고 응답한 비율(18%)이 가장 낮았던 50대에서 ‘선도적이다’ ‘세련됐다’ 등의 긍정적인 이미지가 상위권에 오른 것과 대비되는 결과다. 특히 20대는 K팝, K드라마, K반도체 등 중에서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K를 꼽아 달라는 질문에서 모든 항목에 대해 전 세대 평균보다 낮은 선택률을 보였다.● K 세계로 뻗어도 “K의 성공과 내 삶 무관”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잘파세대의 세대적 특성에 한국적 특수성이 더해진 결과로 분석했다. 젊은 세대일수록 사회에 대한 불만이 높고 행복감이 떨어지는 것은 국가를 막론한 보편적인 성향이지만, 한국은 압축성장 이후 해결되지 못한 공정성, 양극화 문제 등이 가중되면서 잘파세대의 자긍심이 비교적 낮아졌다는 것이다. 곽금주 서울대 교수는 “한국의 극적인 위상 변화를 체감하면서 자긍심을 느끼는 장년층과 달리 선진국 진입 후 성장한 젊은 세대는 오히려 공정성 등에서의 불만, 반항심 때문에 비판적 성향이 더 큰 측면이 있다”고 했다. 실제로 고도의 경제 성장기를 거치며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의 진입을 지켜본 50∼60대 장년층들은 한국인인 것이 뿌듯하다는 답변이 58.5%에 달해 전 세대 중 가장 높았다. 10∼20대 응답자들은 K의 활약을 자국에 대한 자부심으로 연결시키지 않았다. 대학원생 황모(27) 씨는 “K콘텐츠를 즐겨 보긴 하지만 그것 때문에 한국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가 생기진 않는다”며 “아무리 열심히 해도 재력, 연줄, 집안으로 한계를 뛰어넘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면 미래가 없는 것 같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모 양(14·부산)은 “K팝 성공이 나하고는 상관없다”고 했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집단주의 문화에서 개인주의 문화로 옮겨가고 개인적 성공과 행복을 추구하는 이가 많아지면서 국위 선양이 국가에 대한 자부심으로 연결되는 시대가 지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부 주도하에 애국주의적 관점에서 홍보하는 K에 대한 반감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류웅재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한국 콘텐츠 내에서도 팝, 영화, 드라마 등의 특성이 모두 다른데 정부에서 단일대오를 갖춘 획일화된 방식으로 K란 단어를 확대 재생산하면서 클리셰처럼 반복되는 데 식상함을 느낄 수 있다”며 “애국주의를 강조하는 프레임이 더 이상 먹히지 않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사회적 신뢰도 회복과 행복 계몽 필요” 국가 자긍심은 삶의 만족도와도 밀접한 연관을 갖는다. 한국은 행복 열등국가다. 유엔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의 2022년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들이 스스로 매긴 주관적 행복도 점수는 10점 만점에 5.95점으로 세계 57위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에서는 35위였다. 김석호 서울대 교수는 “국가 자긍심은 개인의 생활과 사회경제적 조건을 국가가 보장해준다는 정책과 제도에 대한 신뢰가 기반이 되고 투명하게 작동한다고 믿을 때 높아진다”며 “결국은 사회적 신뢰 회복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번 설문 결과에서도 다른 세대에 비해 출산, 직장 등 사회적 스트레스가 높은 30∼40대는 ‘현재 삶에 만족한다’는 응답이 33%로 전체 평균(37.7%)보다 낮았는데, 국가 자긍심 역시 51.8%로 전 세대 평균(55.2%)보다 낮게 나왔다. 특히 젊은 세대가 자긍심과 행복감을 갖고 사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압축성장 당시를 지탱하던 가치관이 아니라 행복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과 행복 계몽운동 같은 의식적 노력이 필요한 때라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 사회 내의 문제에만 집중하기보다 외부·객관적 시각에서 우리 사회의 성취를 바라보고, 역사적 이해를 바탕으로 자긍심을 높이려는 노력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지금까지 ‘더 잘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성장의 추동력이 됐다면 이제는 우리가 소홀히 했던 행복에 대한 계몽이 필요한 시대”라며 “우리 사회에서 오랫동안 간과돼 왔던 행복 문화를 확산시키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압도적 지지 받은 ‘K팝’, 혐오감 불러일으킨 ‘K정치’ [토요기획] 세계 휩쓰는 K 열풍, 한국인 속마음은 한국인의 최애·극혐 K 살펴보니 10대 응답자 62% “K팝 자랑스러워”K드라마-반도체-푸드 인기도 높아한국 사람들이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K는 ‘K팝’인 반면에 가장 부끄러워하는 K는 ‘K정치’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K가 붙은 단어 중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단어가 무엇이냐는 질문(이하 복수 응답)에 K팝을 꼽은 응답자가 전체의 47.8%로 가장 많았다. 특히 10대의 경우 K팝을 꼽은 이들이 전체의 62.7%에 달했다. K팝은 최근 비단 엔터테인먼트 업계뿐만 아니라 외교,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떨치고 있다. 미국 외교전문지 디플로맷은 “K팝이 긴장된 국제 정세 속 외교·경제·안보 등 다방면으로 한국의 정치외교적 입지를 넓히는 데 지대한 기여를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BTS는 유엔총회 연설, 백악관 초청 등 민간 국가 홍보 대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K팝에 이어 K드라마·영화(38.5), K반도체(31.5%), K푸드(30.9%) 순으로 응답률이 높았다. 한국을 자랑스럽게 느끼게 하는 요인으로 가장 많이 꼽은 것도 ‘K팝 등 세계적 주목을 받는 콘텐츠의 영향력’(44.9%)이었다. ‘한국 기업들의 선전’(38.3%), ‘의료시스템과 복지’(28.5%), ‘K푸드와 K패션 등 한국 소비재 인기’(27.7%), ‘스포츠 선수 활약’(24.4%)도 많이 꼽혔다. 반면 K가 붙는 가장 부끄러운 단어로는 K정치(52.7%)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K지옥(26.7%), K장남·장녀(21%), K워킹맘(21.3%), K직장인(19.8%) 등이 뒤를 이었다. K정치가 부끄럽다고 답한 이들은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많았다. 50대의 67.9%, 60대의 70.2%가 K정치가 부끄럽다고 답해 장년층일수록 정치에 대한 관심도 높고 불신 역시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부정부패가 높은 사회라는 인식과 사회가 공정하지 못하다는 부정적 인식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부끄러운 K에 ‘K워킹맘’ ‘K직장인’ 등이 다수 포함된 것은 직장과 출산 등에 대한 사회적 스트레스가 반영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일은 좋아도 직장으로 들어가는 순간 그 안의 위계적 문화와 경쟁이 큰 압박감으로 작용하는 구조”라며 “일하는 여성들이 양육 등에서 느끼는 어려움도 이런 부담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명호 단국대 교수는 “직장은 다른 문화에서 일했던 기성세대가 포진해 있어 단번에 문화를 바꾸기 어렵고 세대 갈등도 많을 수 있다”며 “출산, 육아와의 양립이 어려운 직장 문화가 스트레스가 되고 있는 만큼 사회적 인프라를 보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정서영 기자 cero@donga.com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세븐일레븐이 외국계 증권사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 하락 사태로 논란에 휩싸인 가수 임창정의 증류식 소주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10일 “현재까지 보유하고 있는 ‘소주한잔’ 재고가 소진되면 더 이상 판매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세븐일레븐은 지난 2월 임씨와 함께 프리미엄 증류식 소주인 소주한잔을 출시했다. 임 씨가 제품 개발과 디자인 전 과정에 참여한 이 제품은 출시 후 초도물량 10만개가 모두 팔리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최근 임씨가 SG증권 사태에 연루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면서 논란이 됐다. 당초 세븐일레븐은 사태를 지켜본다는 입장이었지만 임씨와 주가 조작 의심 세력과의 연관성이 드러나며 여론이 악화되자 판매 중단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박선희기자 teller@donga.com}
어린이날을 맞아 한 국회의원이 노키즈존을 아예 없애자는 제안을 내놨다. 그 덕분에 툭하면 불거졌던 한국 사회의 노키즈존 찬반 논쟁이 다시 뜨거워졌다. 하지만 이 논쟁은 자꾸 산으로 가고 있다. 혼란을 불러일으키는 용어 정의부터 다시 해보자. 노키즈존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위험성과 유해성 때문에 불가피하게 어린이 출입을 막은 곳과 임의적 판단으로 어린이 출입을 금지시킨 곳이다. 전자가 구별과 보호라면 후자는 차별과 혐오다. 지금 문제가 되는 한국의 노키즈존은 후자다. 어떤 사회적 약자보다도 아이들은 연약하다. 당사자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고 그 침해를 방어하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인종, 성별, 직업으로 차별받지 않는단 시대에 어리다는 이유로 공공장소 출입을 금지당해도 아이들은 자신을 지킬 힘이 없다. 보호자가 대리할 수밖에 없는데 ‘맘충’이란 혐오 표현은 이 문제에 대한 건전한 논의 자체를 차단시킨다. 이른바 PC(Political Correctness·정치적 올바름)의 시대 한국에서 유아와 유아 동반 가족을 향한 공공연한 혐오 표현이 만개해 있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이런 혐오와 적대는 왜 생겼을까. 사실 아동에 대한 차별이 한국 사회에 뿌리 깊게 박힌 인식의 문제 같아 보이는 징후들은 곳곳에 있다. 자녀가 있다고 해서 아동 인권에 다 민감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 아동학대의 80%가 가정에서 일어난다. 고아수출국이란 오명을 소득 3만 달러 시대에 아직도 씻지 못했다는 점은 국가 역시 사실상 아동 인권을 후순위로 방치해두고 있음을 방증한다. 출생아 대비 국제 입양 기준으로 우리나라 국제 입양 송출은 세계 최대 송출국인 중국보다도 많다. 영아 유기 형벌은 솜방망이 수준이다. 갓난아기를 유기해 죽음에 이르게 해도 법정최고형이 징역 2년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집행유예나 벌금형으로 끝난다. 존속 살해의 경우 가중 처벌하지만 자녀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비속 살해는 강화된 처벌이 없다. 아동에 대한 우리 사회 전반의 인식을 보여주는 이처럼 냉혹한 지표들을 보면, 노키즈존 논란이 사실 아동 권리에 대한 후진적 인식이란 훨씬 큰 문제에서 파생된 지류임을 알 수 있다. 우리 사회는 아동 문제를 주로 개인이나 가정의 소관으로 치부해왔다. 노키즈존 논란이 더 큰 공론의 장에서 진지하게 활성화되는 대신, 매번 맘충(혹은 진상부모)과 누리꾼의 대결로 유치하게 끝났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사실 어린이에 대한 차별이야말로 사회와 국가가 긴급성을 갖고 들여다볼 문제다. 합계출산율 0.8명으로 소멸해가는 저출산 국가에서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2021년 한국 어린이청소년행복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2개국 중 꼴찌였다. 아이들을 위해 약간의 불편도 감수하지 못하는 나라, 아이들이 불행한 나라의 미래가 밝을 수 없다. 노키즈존 논란이 전제하고 있는 아동 차별과 유아 동반에 대한 혐오부터 정색하고 다시 들여다볼 때가 됐다.박선희 산업2부 차장 teller@donga.com}
시간을 잡을 수 있을까? 에르메스는 시간을 통제하려 하지 않고 오히려 길들이고 즐긴다. 2023년 에르메스의 시노그라피를 선보인 아티스트 클레멍 비에이유(Clément Vieille)는 방문자들이 에르메스 시간의 속으로 빠져들게 공간을 구성하고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도록 했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 움직이다 보면 마치 기계식 시계 중심부에 있는 것같이 정밀하고 몽환적인 메커니즘에 빠져들게 된다. 이번 시노그래피에 사용된 소재는 2023년 새롭게 선보인 에르메스 H08의 신제품 소재와 같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견고한 소재와 위트 있는 형태의 에르메스 H08은 엄격하면서도 조화로운 미학을 창출한다. 에르메스 2023 와치 앤 원더스(Watches & Wonders)에서 공개된 H08 컬렉션과 함께 아쏘 쁘띠 룬, 슬림 데르메스 쉐발 드 레장드 신제품을 소개한다. 엄격한 기준과 독창성, 에르메스 H08 에르메스 시계의 크리에이티브디렉터 필립 델로탈이 2021년 디자인한 에르메스 H08 시계는 엄격한 기준과 독창성이 함께 어우러진다. 긴장감과 유동성 사이를 넘나들며 강렬한 존재감이 돋보이는 스타일을 갖춘 이 모던한 시그니처 워치는 균형미와 대비가 가득하다. 특히 형태와 소재의 활용을 통해 다채로운 측면을 보여준다. 디테일에 집중하는 섬세함과 정밀한 기술이 어우러지며 우아하면서도 스포티한 특징을 빚어낸다. 라인에서 느껴지는 생동감과 관능미가 고유의 미학을 드러내며 가장자리를 부드럽게 처리한 스퀘어 케이스에 오리지널 폰트를 올린 원형 다이얼 역시 돋보인다. 에르메스 H08은 광물성 텍스처, 깊은 색감, 컬러풀한 터치, 정돈된 기하학적 라인이 공존한다. 스포티한 정신과 도시적 감각을 담아낸 시계 안에 에르메스 하우스가 전개하는 남성 유니버스가 반영돼 있다. 크로노그래프 쿠션 형태는 합성 물질 블록을 깎아내 견고하고 가벼운 착용감을 선사한다. 에르메스 H1837 기계식 셀프 와인딩 무브먼트를 탑재하고 있으며 블랙 다이얼의 입체감이 두드러진다. 에르메스 특유의 짜임을 연상시키는 구조가 특징인 컬러풀한 러버 스트랩을 매치했다. 아쏘 쁘띠 룬(ARCEAU PETITE LUNE)1978년 앙리 도리니(Henri d’Origny)의 상상력으로부터 탄생한 아쏘 시계는 절제미와 독창성을 함께 품고 있다. 70개의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라운드 화이트골드 케이스에 마구인 등자 모양의 러그를 더한 타임리스하면서 독특한 형태를 갖췄다. 태양계를 몽환적으로 해석한 이 피스는 시, 분 디스플레이를 비롯해 10시와 11시 방향 사이에 문페이즈를 갖춘 에르메스의 매뉴팩처 셀프 와인딩 무브먼트 H1837과 쁘띠 룬 모듈의 박동에 맞춰 구동된다. 에르메스 시계 공방에서 제작되는 블루 사파이어 악어가죽 스트랩이 매칭됐다. 슬림 데르메스 쉐발 드 레장드(SLIM D’HERMÉS CHEVAL DE LÉGENDE)2015년 탄생한 슬림 데르메스 시계는 온전함과 균형감이 만들어내는 심플함의 미학을 보여준다. 각진 러그를 갖춘 라운드 케이스가 질주하는 말의 실루엣을 스터드로 완성한 에나멜 화이트골드 다이얼을 감싸고 있다. 베젤에는 52개의 바게트 컷 다이아몬드를 세팅했다. 말 모티브는 2010년 아티스트 브누아 피에르 에머리(Benoit Pierre Emery)가 디자인한 동일한 이름의 스카프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이 모델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장인들의 특별한 손길을 거쳐야 한다. 장인은 손으로 1678개의 로즈골드 비즈나 에나멜 비즈를 하나하나 고정시키고 굽는다. 지름 39.5㎜의 라운드 화이트골드 케이스에 에르메스 H1950 셀프 와인딩 무브먼트가 탑재된다. 각각 에르메스 시계 공방에서 제작한 매트 샹티이 컬러 혹은 부드러운 사파이어 블루 악어가죽 스트랩을 매치했다. 모델별로 24피스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선보인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유니베라(대표 박영주)는 1976년 창업 이래 더 좋은 알로에 원료를 얻기 위해 1980년대 후반부터 혁신적이고 도전적인 경영 마인드로 해외 농장 개척을 시작했다. 알로에는 냉해에 매우 약하다. 연평균 23도 이상인 날이 10개월 이상 돼야 하기 때문에 알로에의 원산지는 대부분 아프리카 등의 열대 지역이다. 현재 알로에는 전 세계적으로 알로에 플랜테이션 벨트(Aloe Plantation Belt) 지역에 몰려 있다. 적도에서 북회귀선 사이에 위치한 지역으로 ‘최상의 알로에 재배지’를 의미한다. 유니베라는 이 벨트에 속한 미국 텍사스, 멕시코 탐피코와 캄페체(유카탄반도에 위치)에서 대규모 알로에 농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환경을 생각하고 지역사회 경제를 감안해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고 인력으로 잡초를 제거, 화학비료가 아닌 천연비료를 통한 유기농법으로 운영하고 있다. 유니베라는 알로에 원료를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세계 40여 개국, 7백여 기업에 공급해 왔으며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하는 세계일류상품에 알로에 부문으로 20년 연속 선정돼(2003∼2022년) 글로벌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유니베라는 알로에를 중심으로 한 건강기능식품과 고기능성 화장품으로 헬스&뷰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유니베라는 1976년 국내 최초로 알로에 시험 재배에 성공한 이후 1993년 국내 최초로 알로에 신약 개발 프로젝트(CAP·Creation ofAloe Pharmaceuticals)를 출범했다. 현재까지 150억 원 이상의 연구비가 투자된 거대 산학 프로젝트다. 이를 통해 단순히 피부에 좋다고 알려진 알로에를 면역세포 생성, 대장암 예방, 항염, 항알레르기 등의 효과가 있음을 밝혀냈다. 유니베라는 제품 및 서비스 개발을 비롯한 고객과의 접점이 이뤄지는 분야에서 소비자 중심 경영을 실천하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데 주력해왔다. 중소기업 최초로 2007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처음 도입한 소비자 중심 경영(Consumer Centered Management) 인증을 받았고 2019년 ‘CCM 우수 인증 기업 명예의 전당’에 선정돼 소비자 지향적 경영 문화 확산과 소비자 권익증진 발전 기여를 인정받았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아모레퍼시픽은 뉴커머스(구 방문판매) 채널의 카운셀러들도 온라인 판매가 가능하도록 커머스몰 서비스를 시범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23년 3월 21일 자로 개정된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에는 ‘후원방문판매의 방식에 방문뿐만 아니라 후원방문판매업자 등이 개설, 운영하는 사이버몰을 통한 전자거래의 방법으로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경우를 포함한다’고 명시했다. 아모레퍼시픽 뉴커머스 채널은 이와 같은 법률 개정에 따라 카운셀러들도 온라인을 통해 판매가 가능하도록 4월 중 커머스몰을 열 계획이다. 아모레퍼시픽의 주요 브랜드인 설화수, 헤라, 아모레퍼시픽, 홀리추얼, 바이탈뷰티 등의 제품을 판매하며 고객들은 비대면 방식으로 구매가 가능하다. 이외에도 2040세대를 타깃으로 새로운 회원 체계 기반의 디지털 사업 모델도 추진할 계획이다. 아모레 카운셀러의 영업 방식도 많이 달라졌다. 기존 오프라인 영업 방식뿐만 아니라 SNS를 활용한 디지털 영업으로 온라인상에서 고객의 피부 고민을 파악하고 맞춤 샘플을 제공하는 등 옴니 카운셀러로 거듭나고 있다. 고객 관리 방식에도 디지털 툴을 활용해 영업 활동 전반에 걸친 디지털 전환이 이뤄졌다. 2040 카운셀러 육성을 위한 뉴아이콘 프로젝트를 기획하며 빠른 사업 전환도 시도하고 있다. 2040 카운셀러를 대상으로 진행 중인 뉴아이콘 프로젝트는 현재 250여 명의 카운셀러가 도전하고 있다. 카운셀러 일에 대한 즐거움, 성장을 위한 실행 지원, 비전을 전하는 이 프로젝트는 지난 3월 뉴아이콘 세미나를 시작으로 약 3개월간 진행될 예정이며 참가한 카운셀러들은 다양한 SNS 채널을 통해 고객과 소통하며 뷰티 인플루언서 역할을 수행한다. 아모레퍼시픽 뉴커머스 디비전장 홍재욱 상무는 “온·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무는 옴니 카운셀러 육성과 뉴아이콘 프로젝트 확대를 통해 시대의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뉴커머스 채널로 거듭날 것”이라며 “2만2000여 명의 아모레 카운셀러의 역량에 디지털을 더해 더욱 경쟁력 있는 뉴커머스 채널을 만드는 것에 집중하겠다”라고 밝혔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2023년 롯데는 헬스 앤드 웰니스, 모빌리티, 지속가능성, 뉴라이프 플랫폼 4가지 테마의 신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물론 인수합병을 통한 시장 지배력 확대와 사업 포트폴리오 재구성을 시도한다. 신동빈 회장이 올해 상반기 VCM에서 “올해는 재도약을 위해 지난 몇 년간 준비했던 노력을 증명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한 만큼 롯데는 올 한 해 미래 성장 동력들을 중심으로 글로벌을 향해 나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정보통신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3(Consumer Electronic Show)에 참가해 신사업 추진 상황을 공개했다. 30여 명이 동시 다중 접속 가능한 초실감형 메타버스뿐만 아니라 롯데면세점, 롯데하이마트, 세븐일레븐과 협력해 각종 상품을 체험할 수 있는 ‘버추얼 스토어’도 선보였다. 롯데정보통신은 CES 참가를 기점으로 다양한 파트너사와 협력 체계를 구축하며 시너지 창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계획이다. 또한 자회사이자 전기차 충전 플랫폼인 ‘이브이시스(EVSIS)’를 활용해 국내 전기차 충전소를 확대한다. 롯데정보통신은 롯데건설 및 도심항공교통(UAM) 인프라 전문 기업인 스카이포츠(Skyports)와 손잡고 국내 버티포트(Vertiport, 수직 이창륙장) 사업을 추진 중이다. 롯데정보통신은 버티포트에 필요한 ICT 시스템의 개발·구축·운용을 담당하며, 롯데건설은 설계와 시공을, 스카이포츠는 버티포트의 디자인을 담당한다. 헬스 앤드 웰니스 테마를 이끌고 있는 롯데바이오로직스는 2030년까지 글로벌 톱 10 바이오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한다. 롯데 화학군은 양극박과 동박, 전해액 유기용매 및 분리막 소재 등 2차전지 핵심 소재 밸류체인을 구축 중으로 미국·유럽 등 친환경 전기차 배터리 소재 해외시장 확대를 통해 글로벌 배터리 소재 선도 기업으로 성장할 계획이다. 롯데 유통군은 기존의 유통 채널별 포트폴리오 관리에서 벗어나 ‘라이프스타일’과 ‘그로서리’라는 큰 주제 아래 더 나은 고객 경험을 창출해 나간다는 계획을 이어간다. 지난해 11월 롯데쇼핑은 국내 온라인 그로서리 시장 공략과 동시에 통합 소싱을 기반한 신선 식품 경쟁력 강화에 나서기 위해 영국의 세계적 리테일 테크 기업 오카도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2030년까지 1조 원을 투자해 자동화물류센터(CFC) 6곳을 구축할 계획이며 첫 번째 자동화 물류센터는 2025년 가동 예정이다. 롯데마트는 차별화, 프리미엄화를 통해 충성 고객들에게 집중한다. 롯데제과는 인도 자회사인 ‘하브모어(Havmor Ice Cream)’사에 5년간 45억 루피(한화 약 700억 원)를 투자할 예정이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K콘텐츠 열풍에 힘입어 K푸드는 세계 최대 소비 시장인 미국에서 선전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라면이나 김치처럼 비교적 잘 알려진 K푸드뿐 아니라 K빵, K만두, K치킨 등 한국 식음료 문화 전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다양한 업체들이 미국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기생충’ ‘오징어게임’ 등이 등장하면서 수혜를 받은 대표적인 K푸드 라면은 북미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품목으로 꼽힌다. 농심은 2019년 영화 기생충에 등장한 ‘짜파구리’ 붐을 계기로 미국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대표 상품인 신라면, 짜파게티 인지도가 오른 데다 현지 수요에 맞춰 작년 2공장이 본격 가동을 시작하면서 2018년 대비 2022년 현지 매출이 4배 뛰었다. 2018년 매출이 가장 큰 해외 법인은 중국이었지만 2019년부터는 미국이 1위로 올라섰다. 미국 등 해외 시장에서의 선전으로 농심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전년 대비 17.5% 증가한 3조1291억 원으로 창립 이후 처음 매출 3조 원을 돌파했다. 특히 농심 미국 법인의 매출은 4억9000만 달러(약 6320억 원)로 전년 대비 24.0% 증가했다. 김치의 경우 대상, 풀무원, CJ제일제당 등 국내 대표 식품업체들이 모두 미국 시장에 진출해 경쟁 중이다. 대상은 지난해 3월 국내 식품기업 중에서는 처음으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현지에 김치 공장을 완공해 가동 중이다. 전통 김치를 비롯해 비건 김치, 백김치, 비트 김치 등 연간 2000t 생산이 가능하다. 풀무원은 작년 말 전북 익산의 수출용 김치 공장 ‘피피이씨글로벌김치’의 지분을 100%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했다. CJ제일제당은 김치를 7대 글로벌 전략제품으로 선정해 수출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작년 상반기 기준 비비고 김치의 미국 수출량은 전년 동기 대비 40% 늘었다. CJ제일제당의 한식 세계화 브랜드 비비고는 미국에서 그 어느 때보다 큰 기회를 맞고 있다. 2019년 역대 최대 규모 인수합병(M&A)인 냉동식품기업 슈원스 인수를 통해 미국 전역에 걸쳐 인프라를 확대했고,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냉동식품 소비 증가로 비비고 만두 판매 역시 급증했다. 인수 이듬해인 2020년 양사의 B2C 유통망 통합 시스템을 구축해 월마트, 크로거, 코스트코 등 미국 주요 유통채널 3만여 점포에 ‘비비고’ 브랜드를 비롯한 아시안 푸드 전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CJ제일제당의 글로벌 식품 사업 규모는 지난해 5조1811억 원이었는데 이 중 미국이 4조356억 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한국 빵이나 치킨도 미국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SPC 파리바게뜨는 미국 가맹 100호점을 돌파했다. 2005년 미국에 처음 진출한 이래 동부와 서부에 걸쳐 120개의 매장을 출점하며 미국 베이커리 시장을 공략해 왔다. 현재 뉴욕 맨해튼 타임스스퀘어, 미드타운, 어퍼웨스트사이드,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 등 현지 주류 상권에서 현지인들에게 인정받으며 안착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에는 미국 ‘프랜차이즈 타임스’에서 선정하는 ‘프랜차이즈 기업 톱 500’에서 25위에 오르는 등 미국 사업 성과가 본격화되고 있다. 2030년까지 미국 전역에 1000개의 매장을 선보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K치킨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미국 진출도 가속화되고 있다. BBQ는 2017년 뉴욕 맨해튼 32번가에 직영 1호점을 연 이후 20여 개 주에서 150여 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bhc치킨도 최근 로스앤젤레스 사우스페어팩스 애비뉴에 북미 1호점 ‘LA 파머스 마켓점’을 열고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유행은 돌고 돕니다. 과거를 향해 주파수를 맞춘 패션계의 레트로 열풍도 끝나지 않습니다. 최근에는 티피코시의 귀환 소식이 온라인을 달구었는데요. 힙합, 레게, 록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이 인기를 끌었던 1990년대, 톡톡 튀면서도 자유분방한 그 감성을 그대로 패션에 접목해 큰 인기를 끌었던 캐주얼 브랜드죠. ‘응답하라 1994’에서 삼천포와 윤진이 커플티를 입고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반도패션이 선보였던 티피코시는 패션업계에 이례적으로 ‘서태지와 아이들’을 모델로 기용하고 김건모 삐삐랜드 등 당대 최고 인기 가수들이 출연한 CF를 방영하기도 했습니다. 한때 전국에 210여 개의 매장을 운영할 정도로 시대를 풍미했던 이 브랜드는 X세대뿐 아니라 중고등학생들에게도 인기였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와 경제위기를 겪으며 규모가 축소됐고, 2008년 문을 닫았지만 레트로 붐에 적극적인 LF가 다시 살려내면서 15년 만에 부활했습니다. LF의 복고 브랜드인 ‘리복’도 재정비해 다시 선보인 바 있는데요. 기존 가지고 있던 테니스 헤리티지를 살린 제품을 잇달아 선보이며 클래식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1990년대 X세대가 즐겨 입던 브랜드의 귀환이나 재론칭은 사실 최근 패션계의 가장 큰 트렌드 중 하나입니다. 코오롱FnC도 최근 스포츠 브랜드 헤드(HEAD)를 재론칭했습니다. 2009년 코오롱FnC가 판권을 사들여 선보이다 2019년 판매를 중단한 브랜드인데요. 돌아온 헤드는 요즘 가장 핫한 스포츠로 떠오르고 있는 테니스 카테고리를 강화했습니다. 글로벌 3대 테니스 라켓 브랜드라는 헤리티지를 살려서 테니스웨어, 라켓을 주력 상품으로 선보입니다. 과거 데님 브랜드로 유명했던 리(Lee)가 재작년 재론칭됐고 패션 브랜드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역시 다시 판매되고 있습니다. 잊혀졌던 브랜드였지만 두 브랜드 모두 재론칭 후 다시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292513=STORM’ ‘보이런던’ ‘닉스’…. X세대와 일부 밀레니얼세대에겐 추억, 젠지에겐 새로움이 된 오래된 브랜드들. 궁극의 새로움을 찾는 이들이 다다르는 곳이 자꾸 과거가 되는 걸 보면, 무심히 살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미래의 씨앗이 숨겨져 있겠죠?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요즘 배달 음식을 주문할 때마다 의문에 빠지는 이들이 적지 않다. 1km 남짓 떨어진 곳에서 주문해도 배달료가 최소 4000∼5000원씩 붙는다. 치킨 한 마리 가격이 2만 원대 중반으로까지 오른 것도 우울한데 배달비까지 붙으면 3만 원이 넘는다. 전화로 치킨을 주문하면 무료로 배달이 됐던 시절이 불과 얼마 전인데, 어디서부터 잘못돼 부담스럽게 오른 음식값에 값비싼 배달료까지 소비자들이 짊어져야 하게 됐을까. 실제로 소셜 분석을 제공하는 바이브컴퍼니 썸트렌드에서 배달비와 관련된 감정어 분석을 해봤더니 재미있는 결과가 나타났다.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 소셜미디어에서 1년간(2022년 3월 11일∼2023년 4월 10일) 배달비와 관련해 언급된 가장 빈번한 감정어는 ‘비싸다’였다. 그래도 최근 1년 치를 분석하면 배달비와 관련해 가장 높은 감정은 긍정 감정(48%)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코로나19 영향으로 외식이 어려웠을 때 앱 클릭 몇 번으로 맛집을 즐길 수 있었던 배달 문화에 호감이 남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비중은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어서 최근 1개월 동안 배달비에 대한 지배적 감정은 부정 감정(55%)이 됐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건 가장 대표적인 감정어가 ‘비싸다’에서 ‘겁나다’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고물가 시대 배달비가 단순히 비싼 걸 넘어 말 그대로 겁나는 수준이 돼 버렸다는 것이 소셜 분석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자연히 배달 앱에 대한 반감도 높아지고 있다. 1년간 ‘배달 앱’으로 분석한 감정어 워드맵의 중심 단어는 ‘가능하다’는 중립어였다. 하지만 최근 1개월간 ‘배달 앱’으로 분석한 감정어 워드맵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는 부정어 ‘욕’이었다. 문자 그대로 ‘욕’ 나올 정도의 반감은 실제 거래액에도 반영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온라인쇼핑 동향에 따르면 올해 2월 배달 등 음식 서비스 거래액은 2조186억 원으로 1년 전보다 2628억 원(11.5%) 줄어들었다. 배달 앱을 지우거나 직접 포장을 택하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2월 국내 주요 배달 앱(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의 월간 이용자 수(MAU)는 2922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586만 명)과 비교해 18.5% 줄었다. 하지만 배달 빈도를 줄인다고 이미 오른 음식값까지 떨어지진 않는다. 최근 가파른 외식물가 인상에 배달 앱의 수수료 구조 역시 부정적 기여를 했다. 배달비는 소비자와 점주가 같이 부담한다. 점주는 여기에 건당 최대 12%에 달하는 중개 수수료까지 내야 한다. 많은 식당이 배달용 음식값을 매장보다 높게 책정해 왔던 이유다. 이 가격이 결국 다시 매장 가격 추가 상승으로 이어졌고, 물가 전반에 악순환으로 작용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음식 배달 시장 규모는 25조6783억 원으로 코로나19 전인 2019년(9조7365억 원)과 비교해 3배 가까이로 뛰었다. 편리했고, 유용했고, 고마워서 폭발적으로 성장했던 배달 문화가 이젠 ‘편리함의 역습’이 돼 돌아왔다. 무섭게 뛴 배달비발(發) 물가 상승을 제한하기 위한 방안은 엔데믹 시대에 맞이한 또 다른 숙제가 됐다. 박선희 산업2부 차장 teller@donga.com}
K팝, K드라마 등 K콘텐츠 위상이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면서, K패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자국 브랜드 소비력이 높아 진입장벽이 높은 일본이지만 K패션은 일본 열도를 파고들었다. 일본 내 K패션의 인기가 두드러지면서, 최근에는 일본 MZ세대 부모를 중심으로 K아동복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세엠케이의 영유아 패션 브랜드 모이몰른이다. 모이몰른은 진입장벽이 높은 일본 의류시장 진출에 성공한 데 이어 매해 높은 매출을 기록, 오프라인 매장을 확대하며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2020년 10월 본격적으로 일본에 진출한 모이몰른은 2년 반 만에 쇼핑몰 라라포트 도쿄베이, 니시노미야 가덴즈, 루쿠아 오사카 등 주요 쇼핑몰 내 매장을 비롯한 16개 거점 매장을 오픈했다. 지난해에는 한큐백화점, 오사카본점 팝업 등 총4개의 팝업매장을 운영했으며, 올해는 채널 파워가 있는 매장을 선별하여 추가적으로 4∼5개 오프라인 매장 확장을 계획 중이다. 실제로 4월 라라포트 쇼핑몰 2개 추가 오픈이 진행되며, 올해 하반기에는 삿포로스텔라플레이스 쇼핑몰 오픈이 확정되었다. 온라인은 자사몰, 조조타운, 라쿠텐패션 등 총 5개 채널에서 운영 중에 있다. 매장이 확대됨에 따라 매출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2022년도 매출은 전년 대비 68% 신장했으며, 같은 해 오프라인 매출은 전년 대비 67% 신장했다. 자사몰과 일본 최대 온라인 쇼핑몰 조조타운, 라쿠텐패션을 포함한 2022년도 온라인 매출은 전년 대비 68% 신장했다. 연간매출의 경우(환율 1100원 기준, 이하 동일) 론칭 첫해인 2020년에 4억 원, 2021년 44억 원, 2022년 74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올해는 연간 100억 원 이상 매출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진출 1년여 만인 2021년 5월에는 패션섬유 전문 유력지 센켄신문 주최 ‘키즈패션상’에서 백화점 부문 화제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1995년에 시작해 올해 26회를 맞은 센켄신문 ‘키즈패션상’은 그동안 나루미야 인터내셔널, 미키쇼우코우, 패밀리아 등 일본 내 상당한 규모를 자랑하는 인기 유아동복 기업들이 받은 상이다. 여기에 한국 브랜드가 이름을 올린 것은 모이몰른이 최초다. 모이몰른이 일본에서 인기를 얻은 핵심 요인으로는 비용 대비 우수한 원단과 스칸디나비아 디자인 등이 꼽힌다. MZ세대 부모를 공략하는 다양한 SNS 활동도 성공 요인이다. 모이몰른 김지영 본부장은 “모이몰른 브랜드는 일본 현지 론칭 이후 지난해에만 30개가 넘는 오프라인 채널에서 오픈 요청이 올 정도로 일본에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며 “아동복에 대한 엄마들의 관심을 파악해 품질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어서 높은 퀄리티를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LG생활건강은 팬데믹과 글로벌 공급망 위기, 세계 경기 둔화 등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도 고객 감동을 목표로 하는 전략과 화장품, 생활용품, 음료 3개 사업부의 견고한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다. LG생활건강은 강점을 가진 럭셔리 브랜드를 필두로 뷰티 사업에 역량을 집중해, 확장 가능성이 큰 글로벌 뷰티 시장을 착실히 개척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최근 K컬처에 대한 관심이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럭셔리 브랜드 숨의 신규 모델로 가수 겸 배우 수지를 발탁하고, 오휘의 모델로 배우 손석구를 기존 모델인 김태리와 함께 기용하는 등 글로벌 확장성을 확보하고 타깃 연령대를 확대하기 위한 리브랜딩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브랜드의 새로운 얼굴들과 함께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글로벌 MZ세대 고객들에게 맞는 브랜드 경험을 제공할수 있도록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국가별로는 중국에서 ‘후’, ‘숨’, ’오휘’ 등 럭셔리 화장품을 꾸준히 육성하고 있으며 이러한 럭셔리 브랜드를 활용해 철저한 ‘고급화 전략’과 ‘VIP 마케팅’ 전략을 지속하고 있다. 궁중럭셔리 화장품 ‘후’는 LG생활건강의 대표 브랜드로 현재 중국 상하이의 ‘빠바이빤(八百伴), ‘지우광(久光)’, 베이징의 ‘SKP’ 등 중국 주요 대도시의 최고급 백화점 200여 곳에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LG생활건강은 글로벌 최대 뷰티 시장인 미국에서의 사업 확장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꼽고 후, 오휘, 빌리프 등 럭셔리 화장품과 닥터그루트, 페리오, 피지오겔 등 데일리 뷰티 브랜드의 북미시장 공략을 전개하고 있다. 올 1월, 북미 지역 사업 강화를 위해 글로벌기업 스타벅스·아마존 출신인 문혜영 부사장을 미주사업총괄로 영입했다. 이를 통해 LG생활건강은 북미 지역의 사업 역량과 운영 체계를 강화하고, 현지 시장과 고객 특성에 맞는 브랜드와 사업 간의 시너지 확보에 적극 나설 예정이다. 앞서 LG생활건강은 2019년 더 에이본의 전신인 ‘더 에이본 컴퍼니(인수 당시 뉴에이본)’ 인수를 시작으로 2020년 피지오겔 아시아·북미 사업권, 2021년에는 미국 하이앤드 패션 헤어케어 브랜드 알틱 폭스(Arctic Fox)를 보유한 보인카와 2022년 ‘K뷰티 헤리티지’ 화장품 브랜드 더크렘샵을 잇달아 인수하며 북미 시장의 유통 채널 다각화 및 현지화를 계속하고 있다. 한편, LG생활건강은 글로벌 뷰티 테크 시장 공략과 디지털화를 위해 북미 시장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이에 지난해 미국 프로페셔널 헤어케어 전문기업 파루크 시스템즈(Farouk Systems, 이하 파루크)와 함께 전문가들이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 맞춤형 염모제 시스템 ‘LG CHI Color Master®’를 개발하고 미국 시장에 첫선을 보였다. LG생활건강은 중장기적인 ESG 전략수립과 혁신적이고 미래지향적인 ESG 경영 활동을 바탕으로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지속 가능 경영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LG생활건강은 세계적 권위의 ‘2022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이하 DJSI)’ 평가에서 5년 연속 DJSI World에 편입됨과 동시에, 국내 화장품·생활용품업계 최초로 ‘개인용품’ 섹터 세계 1위에 선정된 바 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내년에 창립 100주년을 앞둔 삼양그룹은 사업 구조 고도화를 통한 스페셜티 사업과 글로벌 시장 비중 확대를 목표로 하는 중장기 성장전략 ‘비전(Vision) 2025’를 추진 중이다. 그룹 전반에서 △헬스 앤드 웰니스(health & wellness) 산업용 소재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등 첨단산업용 소재 △친환경 소재 사업을 육성 중이며, 비전 2025를 바탕으로 새로운 100년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전략이다. 삼양사의 식품사업은 설탕, 전분당, 밀가루 등 기초 식품 소재를 중심으로 대체 감미료 ‘알룰로스’, 수용성 식이섬유 ‘난소화성말토덱스트린’ 등을 통해 스페셜티 식품 소재 리더십을 확보하고 있다. 알룰로스는 무화과, 포도 등에 들어 있는 단맛 성분으로 설탕과 비슷한 단맛을 내면서 칼로리는 ‘제로’ 수준이어서 차세대 대체 감미료로 불린다. 삼양사는2016년 자체 기술로 알룰로스 상용화에 성공하고 현재는 글로벌 홍보 활동과 거래처 및 유통 파트너십 발굴 등 글로벌 진출 기반 확대에 주력 중이다. 폴리카보네이트를 중심으로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에 주력하던 화학사업은 친환경 소재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삼양사는 소비자 사용 후 재활용한 재생 폴리카보네이트(PCR PC) 원료가 90% 이상 함유된 친환경 폴리카보네이트(PC)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삼양사는 지난해 폐어망 리사이클 소셜 벤처기업 넷스파와 폐어망 재활용 플라스틱 펠릿(pellet)의 공급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넷스파가 폐어망을 재활용해 만든 플라스틱 펠릿을 삼양사에 공급하고 삼양사는 공급받은 펠릿을 활용해 자동차 내외장재로 사용하는 플라스틱 컴파운드(첨가물을 섞어 물성을 개선한 제품)를 생산한다. 이미 국내외 완성차업계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으며 추후가구, 가전, 전기전자 등의 산업 영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삼양이노켐은 지난해 11월 전북 군산에 국내 최초로 ‘이소소르비드’ 생산공장을 준공했다.이소소르비드는 옥수수 등 식물 자원에서 추출한 전분을 화학적으로 가공해 만든 화이트바이오 소재로 BPA(Bisphenol A)와 같은 기존 석유 유래 소재를 대체해 플라스틱, 도료 등의 생산에 쓰인다. 삼양패키징은 친환경 전략 실현을 위해 폐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을 확대했다. 기존에 재활용 페트(PET) 플레이크를 생산하던 시화공장에 2만 1000t 규모의 리사이클 페트칩 생산 설비를 새로 도입해 내년 말부터 본격적인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삼양홀딩스 바이오팜그룹은 혁신 신약 R&D, 글로벌 생산기지 구축, 신규 사업 진출 등을 추진 중이다. 신규 사업인 미용성형 분야 진출도 속도를 내고 있다. 바이오팜그룹은 생분해성 봉합사 관련 기술을 바탕으로 2019년 리프팅용 실 브랜드 ‘크로키’를 출시한 데 이어 2021년에는 필러 브랜드 ‘라풀렌’의 식약처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사업 구조 고도화에 발맞춰 경영 인프라도 진화 중이다. ERP 재구축,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 확산, 일하는 방식 혁신 등 경영의 모든 영역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혁신)이 추진 중이다. 김윤 회장은 신년사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없이는 기업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일하는 방식부터 일하는 마인드 등 변화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기업들의 나눔 활동이 꾸준히 계속되고 있다. 재해를 당한 해외 이재민이나 주변의 소외된 이웃을 돌보는 다양한 사회 공헌 활동으로 경제적 효과뿐 아니라 행복이란 부가가치를 함께 창출하고 있다. 지난 2월 강진으로 극심한 피해를 겪은 튀르키예·시리아 피해 복구를 위해 국내 기업들의 지원이 잇따랐다. SK그룹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100만 달러를 지원했다. 이 지원금은 튀르키예 등 현지에서 구호물품 조달 및 전달, 구호 활동 수행 등으로 활용됐다. 롯데 역시 지진 피해를 입은 튀르키예와 시리아 복구를 위한 국제사회 지원 노력에 동참하면서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구호 기금 50만 달러를 전달했다. 현지에서는 인조대리석 공장을 운영 중인 롯데케미칼 튀르키예 법인이 10만 달러 수준의 구호 성금과 물자를 지원했다. 롯데월드타워는 지진 피해 희생자와 이재민을 위로하기 위해 타워 외벽 미디어 파사드를 활용해 응원과 위로의 메시지 ‘Pray for Turkiye & Syria’를 정기적으로 송출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많은 국내 기업이 이재민을 돕기 위해 기금을 내놨다. 소외 계층을 돕기 위한 손길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모빌리티 제품과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사회 공헌 나눔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올해 1월 현대자동차그룹은 학대 피해 아동들의 치료를 돕기 위해 디지털 테라피 기술을 적용한 이동형 상담 모빌리티 ‘아이케어카(iCAREcar)’를 공개했다. 해당 차량은 글로벌 아동 권리 전문 NGO인 굿네이버스에 11일 기증돼 학대 피해 아동들의 심리 치유와 안정을 돕는 데 사용된다. 지난해 10월 약 7억 원 규모의 기아 레이 복지 차량 30대를 서울시장애인복지시설협회, 한국노인복지중앙회,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 각 10대씩 기증하는 등 이동이 불편한 사회적 약자들의 이동권 향상에도 기여하고 있다. 임직원들의 참여를 독려해 기부 문화를 사내에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도 강화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임직원의 기부금과 ‘매칭(Matching)’해 회사가 함께 ‘기부(Gift)’하는 ‘매칭기프트(Matching Gift)’ 캠페인을 통해 올해 1억3000만여 원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월드비전, 한국컴패션, 유니세프 등 총 109개 단체에 기부했다. 직원과 협력사의 가족 친화적 정책을 강화해 나눔의 가치를 실천하는 기업들도 있다. LG는 협력 회사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며 상생 생태계 조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LG는 지난 1월 설 명절을 앞두고 협력사와 지역사회 상생을 위해 납품 대금을 최대 11일 앞당겨 지급했다.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LG생활건강, LG유플러스, LG CNS 등 8개 계열사는 총 1조2000억 원 규모의 협력사 납품 대금을 설 연휴 전에 지급했다. 포스코는 2020년 경력 단절 없는 육아기 재택근무제 도입 등 직원들의 자녀 돌봄 지원 근무형태를 도입했으며 2022년에는 200만 원의 신혼여행 지원금과 50만 원 상당의 아기 첫만남 선물 제도를 신설하는 등 직원들의 결혼과 출산을 지원하고 있다. 포스코는 가족 출산 친화적 제도가 직원의 만족도와 업무 몰입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보고 다른 그룹사에도 도입하려고 검토 중이다. 이 밖에도 협력사 직원들도 이용할 수 있는 상생형 공동직장어린이집을 개설하고 협력사 직원 자녀들이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전액 장학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기금도 조성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세계적으로 주목받아 온 K팝 인기에 대한 반작용일까. 최근 서구 언론들이 K팝에 불편한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비인간적인 대우와 완벽주의, 가혹한 훈련 기반에서 탄생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얼마 전 CNN과 인터뷰한 하이브 방시혁 의장, 스페인 대표 일간지 엘파이스와 인터뷰한 BTS RM이 공교롭게도 비슷한 질문을 받았다. “K란 수식어가 지겹지 않냐”고도 직설적으로 물었다. 일각에서는 이런 질문에 대해 “무례하다”는 비판이 일었다. 서구 언론의 ‘삐딱한 질문’ 뒤엔 대중문화의 주류 시장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한 K컬처에 대한 견제와 콤플렉스가 깔려 있을 거란 분석도 나왔다. 과연 그럴까. 개인적으로는 이들이 한국인을 지배하는 비판적인 자아상을 정확하게 집어내 질문을 던졌을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숨 막히는 경쟁, 성과 지향적인 문화, 타인과의 비교에 염증이 난 우리 사회 스스로가 ‘헬조선’ ‘K지옥’이란 말을 이미 써왔기 때문이다. “K가 지겹다”는 말 역시 이미 내부에선 오래전부터 나왔다. 세계 속의 K는 브랜드가 됐지만, 정작 한국인들에겐 ‘K직장인’(노동집약적이고 위계적인 직장 생활의 희생양) ‘K장녀’(속박적인 가족 문화의 희생양)에서처럼 자조의 접두어이기도 하다. 막상 밖에서 들으니 기분이 더 나빴던 것일 뿐, 사실 그들의 질문은 우리의 목소리였다. 생각보다 많은 한국인들이 K를 자랑스러워하지 않는다는 점은 여러 지표로도 드러난다. 한국은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에 국민소득 3만 달러의 나라로 성장했지만, 사람들은 무척 지쳐 보인다. 한국의 근로시간은 2021년 기준 연간 1915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5위다. 삶에 대한 만족도도 낮다. 최근 유엔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발간한 세계행복보고서에서 한국인의 행복도는 10점 만점에 5.9점으로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인 34위였다. 자살률은 몇 년째 OECD 국가 1위다. 지난해 서울 합계출산율은 0.59명에 불과했다. 세계를 휩쓰는 K열풍의 어두운 그림자다. 그렇다면 K는 정말 상처투성이 훈장일 뿐일까. 1994년생 RM이 이 질문에 내놓은 답은 인상적이다. 그는 일단 K는 ‘조상들이 싸워 쟁취한 품질 보증서(프리미엄 라벨)’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서양인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한국은 침략당하고 둘로 나누어졌고 70년 전만 해도 아무것도 없던 나라다. 이런 나라가 세계의 주목을 받는 일이 어떻게 가능했겠는가? 정말로 열심히 일했기 때문이다. 이건 뭔가를 해내는 방법이고 K팝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일부다. 부작용도 있지만, 매우 빠르고 강하게 일어나는 모든 일에는 부작용이 있다”고 했다. 우문현답이라며 갈채를 받은 이 대답은 또 한 번의 씁쓸한 행복 성적표를 받아든 시점에서 되새겨볼 만한 가치가 있어 보인다. 세간의 평처럼 ‘한국을 멋대로 평가한 해외 언론에 한 방 먹인 대답’이어서가 아니다. 그보단 여전히 ‘불행한 한국’이란 덫에서 스스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가 함께 되새기면 좋을 격려가 아닐까 싶어서다.박선희 산업2부 차장 teller@donga.com}
롯데마트가 16일 새로운 통합 자체브랜드(PB) ‘오늘좋은’을 론칭한다고 밝혔다. 차별성을 갖춘 상품을 합리적 가격에 제공하는 신규 PB를 통해 ‘그로서리 1번지’라는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전략이다. 고객에게 더 나은 쇼핑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PB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삼은 롯데마트는 지난해 초부터 각 PB 분석과 브랜드 인지도 조사를 병행했다. 그 결과 롯데마트가 집중하고 있는 신선 및 가공식품, 일상용품과 생활잡화 등에서 대표 PB 필요성을 확인했다. 이후 롯데마트와 롯데 중앙연구소가 1년간 협업해 ‘오늘좋은’을 개발했다. ‘오늘좋은’은 기존 롯데마트의 다양한 PB를 통합한 마스터 PB다. 특히 브랜드의 최초 개발 단계부터 ‘효율적이고 편안한 쇼핑을 지향하는 3040 워킹맘’으로 고객 범위를 명확히 했다. ‘트렌디함’, ‘친환경’ 등의 가치를 담아내고, 고도화된 품질관리 프로세스까지 더했다. ‘오늘좋은’이란 브랜드명은 고민 없이 사도 최상의 만족감을 선사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브랜드 로고는 쉼표 모양을 형상화해 디자인했다. 새 PB 출시에 맞춰 롯데마트는 16일부터 ‘헬시 플레저’, ‘제로 트렌드’, ‘믹솔로지’ 등 최신 트렌드 상품을 포함한 100여 개의 ‘오늘좋은’ 상품을 롯데마트와 롯데슈퍼, 롯데마트몰 등에서 판매한다. 정재우 롯데마트 상품본부장은 “합리적인 가격, 최적의 품질, 다양한 트렌드까지 반영한 유통 1번지의 대표 필수 상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롯데 그로서리를 대표하는 PB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지난달 말 열린 제4차 수출전략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고금리 등 복합 위기를 돌파할 방법으로 ‘K콘텐츠 수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할 부문으로 패션, 식품, 관광이 연계된 고부가가치 기반의 K콘텐츠를 꼽았다. 지금까지 K콘텐츠와 관련된 담론에서 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은 해외에서 인기를 끈 영화나 음악 같은 대중문화였다. 하지만 대통령이 언급한 것처럼 K콘텐츠의 경제 효과는 소비재 산업의 수출과 합쳐졌을 때 본격화된다. 한국 문화에 호감을 느낀 소비자들이 지갑을 여는 분야는 결국 식품, 패션, 뷰티, 리빙 같은 소비재 산업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착실히 쌓아온 K브랜드 파워가 실제 경제적 효과로 이어지려면 소비재 산업 수출이 지금보다 더 활성화돼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해외 시장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내고 있는 K푸드의 인기는 주목해볼 만하다. 주요 식품업체들의 해외시장 매출은 이미 내수시장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지난해 CJ제일제당의 글로벌 식품매출 비중은 전체 47%까지로 올라갔다. 오리온은 해외 매출 비중이 67%, 삼양식품은 68%였다. 식품 기업을 더 이상 내수 기업이라고만 치부하기 어려워졌다. 최근 해외 진출 식품 기업들의 특징은 기존의 한류 영향력이 거셌던 동남아나 중동 시장을 넘어 북미나 유럽 등 소비 시장의 주류로 치고 들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K치킨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치킨 프랜차이즈들이나 K빵 등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소비 본류인 미국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K패션이나 K스타일에 대한 해외 시장의 관심 역시 높아지고 있다.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련되고 핫하다는 의미에서 ‘K힙’이란 말도 생겨났다. 하지만 정작 K브랜드 수출의 최전선에 선 소비재 기업의 중요성에 대한 국내 인식은 그간 높지 못했다. 연구개발(R&D) 필요성에 대한 인식도 낮았고, 내수 시장 관점에서 규제만 많았다. 식품업계에선 “아직도 식품 등이 제대로 된 산업 취급을 못 받는다”는 볼멘소리가 계속됐다. 한국에 세계적으로 내세울 만한 세계적 소비재 기업이 없는 것은 이런 인식과도 무관하지 않다. 한국 시가총액 상위 기업에는 소비재 기업이 전혀 없다. 미국 ‘존슨앤드존슨’, 독일 ‘아디다스’, 프랑스 ‘로레알’ ‘루이뷔통’, 영국 ‘유니레버’ 등 선진국의 시가총액 상위 기업에 소비재 기업들이 포함돼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최근 정부가 제조업의 뒤를 이을 차세대 수출 품목으로 소비재를 지목한 건 긍정적 인식 변화다. 연매출 100조 원이 넘는 스위스 식품기업 네슬레는 매출 대부분이 해외에서 발생한다. 세계적 소비재 기업이 있느냐 여부는 한 국가의 문화적 영향력, 브랜드 파워를 측정하는 지표이기도 하다. 한국 문화에도 이런 힘이 있다. 이미 꿈틀대고 있는 K붐을 산업 효과로 본격화하는 첫 단추는 우리부터 K소비재 가능성을 재발견하는 것이다.박선희 산업2부 차장 teller@donga.com}
블랙핑크 제니나 방탄소년단(BTS) 지민 등 K팝 스타들이 샤넬, 디올 같은 명품의 글로벌 앰배서더로 활약하는 것은 이제 뉴노멀이다. 이런 현상엔 두 가지 배경이 있다. 첫째는 한국의 문화적 위상이 커지면서 한국 셀러브리티의 영향력이 더 이상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젊은 시장인 동남아 시장에서의 효과가 크다.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 자체가 명품 시장에서 그만큼 중요해졌단 뜻이다. 한국은 명품업계에서 가장 성장성이 높은 시장 중 한 곳으로 꼽힌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한국인들의 지난해 명품 구입액은 168억 달러(약 20조9000억 원)에 달했다. 1인당 구매 금액은 325달러(약 40만 원)로 세계에서 가장 높았다. 미국, 중국이 각각 280달러와 50달러인 것과 대비된다. 이탈리아의 한 일간지는 최근 “한국은 세계 명품 시장의 별”이라며 “한국은 패션을 선도하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작은 브랜드들도 찾는다”고 보도했다. 세계의 시선이 한국의 명품 시장에 쏠리지만, 사실 한국인의 유난한 명품 사랑에 대해선 전문가들도 똑 부러지는 답을 내놓지 못한다. 과시나 체면 문화는 가장 쉬운 답이지만 불충분하다. 사실 한국인은 특별함, 구별됨, 탁월함에 대한 갈망이 예외적으로 높다. 교육열도 높고 부에 대한 욕망도 크다. 예술, 운동도 평범한 수준에선 만족하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스타일이라고 해서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을까. 디자이너 카를 라거펠트의 말처럼 패션은 옷 자체가 아니라 변화 자체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좋은 시나 시퀀스를 골라내는 안목과 디자인의 고유한 가치를 알아보는 안목이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보긴 힘들다. 자기 파괴적 수준의 지출이 아니라면 명품 사랑 자체를 실용적 잣대로 비판하는 건 무의미하다. 패션도 결국은 미적 경험이기 때문이다. 단지 한 가지 아쉬운 건 아직 우리에게 세계적으로 내세울 만한 패션 브랜드가 없다는 점이다. 소비산업은 결국 문화적 영향력을 기반으로 하는데, 문화란 게 단시간에 뚝딱 만들어지진 않는다. 1800∼1900년대부터 수공업 공방의 유산에서 오늘에 이른 유럽 명품 브랜드를 따라잡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K자가 붙는 다른 모든 분야와 마찬가지로 K패션 역시 이미 꿈틀거리고 있다. 지난달 3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개최된 파리 패션위크에서 한섬의 시스템 등 국내 브랜드에 대한 현지 반응은 이전과는 확연히 달랐다. 모던한 디자인에 독창적 감성을 더한 한국 패션에 이례적으로 유럽 등지의 바이어들이 몰리며 관심을 보였다. 국내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는 ‘K컨템(컨템퍼러리)’으로 불리며 국내 젊은 소비자들을 몰고 다닐 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도 러브콜을 받고 있다. 세계 최대의 명품 소비국이 오명이 아니라 새로운 K웨이브의 전조였다는 걸 K패션이 확인시켜 줄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박선희 산업2부 차장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