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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중국 서북부 간쑤(甘肅)성 둔황시. 도심에서 차로 30분가량 달려가니 사막 한가운데 있는 헬리오스탯(heliostat·태양열 모으는 반사거울)에 눈이 부셨다. 원형으로 둘러 세워진 반사거울들은 중앙에 세워진 타워를 향해 태양 빛을 반사해 냈다. 거울 앞에 서 보니 오후 4시 강렬하게 내리쬐는 사막의 태양 빛에 온몸이 달아오르는 듯했다. 빛이 한데 모아진 타워 꼭대기는 하늘에 떠 있는 태양만큼 강한 빛을 머금고 있었다. 수천 년 동안 이곳을 비추며 척박한 사막을 강요했던 태양이 이제 녹색 혁명을 이끄는 재생에너지원으로 탈바꿈하는 현장이었다.》● 亞 최대 ‘용융염 태양열’ 발전소이곳은 중국 서우항하이테크(首航高科)의 100MW(메가와트)급 ‘용융염’ 타워식 태양열 발전소다. 115m² 크기의 대형 거울 1만2000개가 타워를 중심으로 동심원 형태로 세워져 ‘슈퍼거울 발전소’로 불린다. 발전 용량 기준 아시아 최대 규모로 2018년 12월 첫 운영을 시작했다. 전체 부지 면적이 축구장 450개에 이르러 지상에서는 전체 규모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하늘에서 바라보면 마치 사막에 있는 거대한 해바라기 같은 웅장한 모습이다. 이곳 발전소에 쓰이는 용융염이란 용융(melting)과 염(salt)의 합쳐진 말로 ‘녹아 있는 소금’이란 뜻이다. 약 3만 t(톤)의 용융염이 순차적으로 중앙 타워에 공급되면 반사거울을 통해 모아진 태양열이 용융염을 500도 이상으로 가열한다. 열을 머금은 액체 상태의 용융염은 증기실로 보내져 물을 끓이고, 수증기가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 집열판에서 직접 전기를 생산하는 태양광 발전이나 일반 증기식 태양열 발전은 해가 떠 있는 낮 시간대에만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가열된 용융염은 오랜 시간 많은 양의 열에너지를 머금어 마치 마그마와 비슷한 형태다. 따라서 고온 탱크에 저장해 놓으면 24시간 언제든지 동일한 수준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둔황은 태양열 발전의 최적지로 꼽힌다. 사람이 살지 않고 대부분 평지인 사막에는 대량의 반사거울을 세울 부지 확보가 쉽다. 또 이곳의 일조량은 연간 3258시간으로 중국 내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발전소 관계자는 “연간 계획 발전량은 3.9억 KWh(킬로와트시)로 매년 35만 t에 이르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 풍력 발전에 최적인 사막 바람 사막의 매서운 바람 역시 재생에너지의 훌륭한 자원이다. 다음 날 방문한 간쑤성 주취안(酒泉)시 과저우(瓜州)현은 고속도로 양쪽으로 풍력 발전 터빈과 송전탑이 끝없이 세워져 있었다. 이날 오후 과저우현 타이위안(泰源) 신에너지 유한공사에 도착했을 때 바람은 초속 12m. 대형 건물 하나 없이 평지인 사막이다 보니 제대로 걷기 힘들 정도로 거셌다. 그 엄청난 바람이 110m 높이의 기둥에 매달린 85m 길이의 날개를 쉴 새 없이 돌리고 있었다. 이 회사는 2021년 5월 12억 위안(약 2300억 원)을 투자해 과저우현에 4MW(메가와트)급 풍력 터빈 50개를 설치했다. 연간 발전량은 600GWh(기가와트시)로 해마다 18만 t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축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 과저우현은 전 지역이 하나의 거대한 풍력 발전소와 다름없다. 강원도 전체 면적(약 2만 km²)과 비슷한 과저우현에는 약 5800개의 풍력 터빈이 설치돼 있다. 풍력 발전 덕분에 과저우현을 포함해 주취안시 전체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약 80%에 이른다. 이곳에서 만들어진 재생에너지는 중국 전역으로 옮겨진다. 대륙 서쪽의 사막에서 주로 만들어지지만, 중국 주요 대도시나 공업 도시는 대륙 동쪽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웨이민(張爲民) 사장은 “풍력 발전으로 생산한 전력은 남동부 후난(湖南)성으로 보내진다”며 “풍력 터빈이 생산한 전력의 불완전성을 줄이는 변압기를 자체 개발한 끝에 안정적으로 전력을 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세계에서 재생에너지 분야 선두를 달리는 게 자연 환경의 이점 때문만은 아니다. 2차전지 시장에서 신기술로 떠오르고 있는 바나듐 배터리 연구가 대표적이다. 희귀 금속인 바나듐은 주로 철강재의 강도를 높이는 용도로 사용돼 왔다. 그런데 바나듐을 이용해 배터리를 만들 경우 불이 잘 붙지 않아 화재 위험성이 큰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를 대체하는 신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부피가 커 아직 전기차가 아닌 대형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필요로 하는 발전소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에서 주로 활용된다. 또 배터리에 들어가는 부품 대부분을 재활용할 수 있어 2차전지 폐기물로 인한 환경 문제에서도 자유롭다. 간쑤성 환타이(寰泰)사는 중국의 대표 바나듐 배터리 제조업체다. 간쑤성이 중국에서 바나듐이 많이 매장된 지역인 점을 이용해 채굴부터 정제, 배터리 제조까지 세계 최대 규모의 산업 체인을 구축하고 있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100MW 규모의 풍력 발전소가 완공되면 배터리 개발 연구에 더 많은 시너지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2030년 中 재생에너지 용량, 전 세계 60%” 중국은 오랫동안 ‘세계의 공장’이자 ‘지국 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혀 왔다. 하지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쌍탄소(雙炭)’ 계획 발표 이후로 재생에너지 강국으로 빠르게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시 주석은 2020년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서 2030년까지 탄소배출 정점을 찍고, 2060년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하는 이른바 ‘쌍탄소’ 계획을 밝혔다. 이후 중국은 목표를 빠르게 달성하고 있다. 8월 중국 국무원이 발표한 ‘중국의 에너지 전환’ 백서에 따르면 2023년 중국 전체 에너지 사용량 가운데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26.4%다. 10년 전인 2013년에 비해 10.9%포인트 크게 올랐다. 같은 기간 석탄 발전 비율은 12.1%포인트 줄었다.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여전히 9%에 머물고 있다는 점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수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9일 발표한 ‘재생에너지 2024 보고서’에서 “중국이 2030년까지 목표로 했던 태양광과 풍력 발전 설비 용량 1200GW(기가와트)를 6년 앞당겨 달성했다”고 밝혔다. 또 2030년이면 중국이 세계 재생에너지 설비용량 확장의 6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이런 성과는 중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책 덕분”이라며 “2060년까지 ‘탄소 중립’ 목표를 위해 투자를 더 확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중국 정부가 재생에너지에 과도하게 투자해 과잉 생산을 낳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태양광 모듈의 경우 중국의 전체 생산 능력이 1405GW지만, 세계 태양광 패널 설치량은 약 770GW에 불과하다. 과잉 생산은 세계 태양광 패널의 가격 폭락으로 이어지고 있어 중국 주요 태양광업체들마저 출혈 가격 경쟁을 막자는 합의에 나서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중국은 전기차·배터리·재생에너지를 ‘3대 신(新)성장 동력’으로 삼으며 지속적인 투자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일대일로’ 사업을 통해 아프리카와 동남아 등에 재생에너지 기술을 보급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또 거대한 땅덩어리의 중국이 최근 내륙의 고온 현상, 사막과 남부 지역의 폭우와 홍수 등 이상기후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점도 재생에너지 확장에 집중하는 이유다. 장몐룽(張勉榮) 중국남방전력망 에너지개발연구원장은 19일 한 포럼에서 “고품질의 재생에너지 개발이 기후 변화에 대처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전했다.김철중 베이징 특파원 tnf@donga.com}
“심하게 아플 땐 강한 약을 써야 한다. 자칫 (중국) 경제가 절벽에 떨어질 수 있다.” 류상시(劉尚希) 중국 재정과학연구원 원장이 1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한 말이다. 올 6월 리창(李强) 총리가 중국 경제를 ‘중병에 걸렸다가 회복 단계에 접어든 환자’로 비유하며 “강한 약을 쓸 수 없다”고 말한 것과 정반대다.류 원장의 발언은 당국이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5%’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올 1∼3분기 성장률이 기대보다 저조한 상황에서 연 5% 성장 목표를 반드시 이루기 위해 강력한 경기 부양을 시도하겠다는 뜻을 강조한 셈이다. 이에 따라 중앙은행인 런민은행 또한 21일 사실상의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를 3개월 만에 또 인하했다. 중국이 정책 수단을 총동원하는 이유는 ‘연간 GDP 증가율 5%’ 목표 달성을 위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 3분기(7∼9월) GDP 증가율은 4.6%로 올해 분기 최저치를 기록했다. 1∼9월 누적 GDP 증가율 또한 4.8%에 그쳤다.● 5% 증가율 ‘빨간불’에 유동성 공급이날 런민은행은 5년 만기 LPR을 연 3.60%로, 1년 만기 LPR을 3.10%로 각각 0.25%씩 내린다고 발표했다. LPR은 중국에서 기준금리 역할을 하며 5년 만기는 주택담보대출, 1년 만기는 일반대출의 기준으로 쓰인다. 판궁성(潘功勝) 런민은행장은 앞서 지난달 24일 지급준비율 인하를 포함한 통화완화 정책을 발표하면서 단기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7일물 역환매조건부채권(레포) 금리도 0.2%포인트 낮추겠다고 했다. 이를 통해 LPR도 0.2∼0.25%포인트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고, 약 한 달 뒤인 이날 실제 인하를 단행한 것이다. 인하 폭은 블룸버그통신이 전망한 0.2%포인트를 넘어선 것으로, 판 행장이 말한 최대 인하 폭이었다. 판 행장은 18일에도 “연말까지 지급준비율을 추가로 0.25∼0.5%포인트 인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당국은 17일 우량 부동산업체(화이트리스트)에 올해 안에 1조7700억 위안(약 340조 원)의 은행 대출을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다만 대출 지원만으로는 부동산 침체의 뇌관인 미분양(재고) 주택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또 대출 금리 인하로 유동성을 늘린다고 해도 돈 씀씀이를 크게 줄인 중국인들의 투자 심리를 자극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채 발행 등으로 대규모 재정 투입해야” 기대 관건은 당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얼마만큼의 재정을 투입할 것인지 여부다. 많은 전문가는 당국이 특별 국채 발행 등을 통해 수조 위안대의 대규모 부양책을 내놓아야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질 수 있고, 투자와 소비 또한 늘어날 것으로 본다. 저소득층을 위해 개인 소득세 면제 하한선을 인상하고, 소득 수준별 세율을 낮추는 소비 활성화 대책이 나올 가능성도 거론된다. 시장에서는 이달 말 열릴 예정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 상무위원회에서 특별 국채 발행 규모를 포함한 경기 부양 대책을 확정된 뒤 구체적 수치가 발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통상 전국인대 상무위원회 회의가 열리기 최소 1주일 전에 열리는 위원장 회의가 아직 열리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실제 상무위원회 회의는 11월이 돼야 열릴 것이라고 홍콩 싱다오(星島)일보가 전했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마수드 페제슈키안 이란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등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 중심의 국제 질서에 반대해 온 주요국 정상이 22∼24일 러시아 카잔에서 열리는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 총출동한다.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전쟁, 다음 달 5일 미국 대선 등을 앞두고 반(反)미국 전선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로이터통신 또한 이번 회의에서 미 달러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회원국 간의 지불결제 체제 확립, 회원국 간 재보험사 설립 등이 주요 안건으로 논의될 것으로 점쳤다. 20일 올해 브릭스 의장국인 러시아 대통령실(크렘린궁)은 “이번 브릭스 정상회의에 24개국의 정상급 인사가 참석한다”고 밝혔다. 2006년 창설된 브릭스는 당시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신흥 4개국 체제로 출범했다. 2011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지난해 이란 이집트 아랍에미리트(UAE) 에티오피아가 추가로 가입해 현재 10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특히 반서방 노선을 주도하는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최근 1년간 벌써 네 번째로 회동하게 됐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상포럼에 참석해 시 주석을 만났다. 올 5월 중국을 국빈 방문했으며 두 달 후에는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시 주석을 또 만났다. 두 정상은 최근 “양국 관계가 역대 최고 수준”이라며 협력 강화를 다짐해 왔다. 특히 정상회의 개최국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와중에도 역대 최대 규모의 외교 행사를 준비하겠다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계없이 러시아의 국제적 영향력이 굳건하다는 점을 과시하는 동시에 금융, 무역 등 전방위 분야에서 미국 중심의 기존 국제 질서에 맞서겠다는 뜻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앞서 18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브릭스 비즈니스포럼 연설에서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브릭스 국가의 비중이 37.4%로 주요 7개국(G7)의 29.3%를 넘어섰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제 성장을 통해 브릭스 회원국이 점점 외부 간섭을 덜 받게 된다”며 ‘경제 주권’을 강조했다. 그는 튀르키예 베트남 말레이시아 태국 등 브릭스 가입 및 협력을 원하는 많은 나라가 있다고도 자신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또한 중동 전쟁 등으로 유엔 등 국제기구의 영향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브릭스가 서구 중심의 국제 질서, 특히 미국의 지배에 도전하는 수단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19일 논평했다. 올 6월 3선에 성공한 모디 총리 또한 시 주석 및 푸틴 대통령과 밀착하고 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러시아산 원유의 수입에 부정적인 서방의 제재에 적극 동참하지 않고 있다. 그는 3선 성공 후에도 첫 해외 방문지로 러시아를 택했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마수드 페제슈키안 이란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등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 중심의 국제 질서에 반대해 온 주요국 정상이 22~24일 러시아 카잔에서 열리는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 총출동한다. 우크라이나전쟁, 중동전쟁, 다음달 5일 미국 대선 등을 앞두고 반(反)미국 전선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로이터통신 또한 이번 회의에서 미 달러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회원국 간의 지불결제 체제 확립, 회원국 간 재보험사 설립 등이 주요 안건으로 논의될 것으로 점쳤다.20일 올해 브릭스 의장국인 러시아 대통령실(크렘린궁)은 “이번 브릭스 정상회의에 24개국의 정상급 인사가 참석한다”고 밝혔다. 2006년 창설된 브릭스는 당시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신흥 4개국 체제로 출범했다. 2011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지난해 이란 이집트 아랍에미리트(UAE) 에티오피아가 추가로 가입해 현재 10개국이 참여하고 있다.특히 반서방 노선을 주도하는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최근 1년간 벌써 네번째로 회동하게 됐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상포럼에 참석해 시 주석을 만났다. 올 5월 중국을 국빈 방문했으며 두 달 후에는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시 주석을 또 만났다. 두 정상은 최근 “양국 관계가 역대 최고 수준”이라며 협력 강화를 다짐해 왔다.특히 정상회의 개최국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와중에도 역대 최대 규모의 외교 행사 준비하겠다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계없이 러시아의 국제적 영향력이 굳건하다는 점을 과시하는 동시에 금융, 무역 등 전방위 분야에서 미국 중심의 기존 국제 질서에 맞서겠다는 뜻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푸틴 대통령은 앞서 18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브릭스 비즈니스포럼 연설에서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브릭스 국가의 비중이 37.4%로 주요 7개국(G7)의 29.3%를 넘어섰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제 성장을 통해 브릭스 회원국이 점점 외부 간섭을 덜 받게 된다”며 ‘경제 주권’을 강조했다. 그는 튀르키예 베트남 말레이시아 태국 등 브릭스 가입 및 협력을 원하는 많은 나라가 있다고도 자신했다.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또한 중동 전쟁 등으로 유엔 등 국제기구의 영향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브릭스가 서구 중심의 국제 질서, 특히 미국의 지배에 도전하는 수단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19일 논평했다. 올 6월 3선에 성공한 모디 총리 또한 시 주석 및 푸틴 대통령과 밀착하고 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러시아산 원유의 수입에 부정적인 서방의 제재에 적극 동참하지 않고 있다.그는 3선 성공 후에도 첫 해외 순방지로 러시아를 택했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중국의 3분기(6~9월)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4.6%로 지난해 1분기(4.5%) 이후 6개 분기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당국이 금리 인하 등 연이은 부양책을 내놓고 있음에도 경제 활력이 생각만큼 살아나지 않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간 5%대 성장률’ 목표 달성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는 지적이다.18일 국가통계국은 3분기 GDP가 전년 동기대비 4.6% 증가했다고 밝혔다. 현지 경제매체 차이신(4.4%), 블룸버그(4.5%) 등 내외신 전망치를 약간 웃돌았다. 하지만 올들어 분기 별로는 성장률이 계속 하락세다. 1분기(5.3%), 2분기(4.7%)보다 낮다. 올 1~9월 누적 GDP 증가율은 4.8%로 집계됐다. 연말까지 5% 증가율을 달성하려면 4분기 성장률이 반드시 5% 이상을 기록해야 하는 상황이다. 연 5%대 성장 목표 달성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성장 둔화의 주요 원인인 부동산 시장 부실 우려는 여전하다. 올 9월 주요 70대 도시의 신규 주택 가격은 전년 대비 5.7% 떨어져 2015년 5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다만 9월 산업생산과 소매판매는 각각 전년 동기 대비 5.4%, 3.2%씩 늘어 생산 및 소비 분야의 반등을 기대하게 한다.당국은 추가 부양책 집행의지를 밝혔다. 18일 중앙은행 런민은행의 판궁성(潘功勝) 총재는 “(사실상의 기준 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가 21일 0.2∼0.25%포인트 낮아질 것”이라며 추가 금리 인하를 예고했다. 다만 로이터통신은 금리 인하 이외의 추가 부양책이 없다면 목표 달성이 쉽지 않다며 “성장을 촉진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전했다. 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중국 정부가 자금난을 겪고 있는 우량 부동산업체(화이트리스트)에 올해 안에 1조7700억 위안(약 340조 원)의 은행 대출을 추가 지원하겠다고 18일 밝혔다. 중국이 경기 침체로 당초 목표였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5%’를 달성하기 어려울 거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또 한 번의 경기 살리기 처방을 내놓은 것이다. 중국은 지난달 24일 지급준비율 인하와 이달 8일 인프라 관련 예산 조기 투입 및 국채 발행 확대 방안을 발표하는 등 경기 부양에 적극 나서고 있다. 니훙(倪虹) 중국 주택도시농촌건설부장(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연말까지 화이트리스트 대상 프로젝트 대출(PF) 규모를 4조 위안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부동산 분야 화이트리스트를 선정해 각 은행에 전달했다. 또 은행들이 리스트에 포함된 기업들에 신용대출 등 적극적인 금융 지원을 하도록 지시했다. 16일 기준 화이트리스트 대출 승인액은 2조2300억 위안으로, 올해 남은 기간 동안 1조7700억 위안을 더 투입하는 셈이다. 니 부장은 또 “도시 내 낙후 지역과 노후(위험) 주택 100만 채를 개조하겠다”고도 밝혔다. 35개 대도시를 중심으로 100만 채를 우선 추진할 계획이며 향후 규모를 더 확대할 수 있다는 게 중국 정부의 설명이다. 다만 노후 주택 개조에 어느 정도 자금을 투입할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 밖에 저소득층과 청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보장성 주택 공급을 늘려 올해 말까지 450만 명이 새로 입주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니 부장은 부동산 시장과 관련해 “10월 초 전국 주요 도시의 부동산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는 등 지난 3년간의 조정이 바닥을 치고 올라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대책 역시 시장에서 기대하는 정부의 직접적인 재정 투입과는 거리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투자자들은 중앙 정부가 아닌 은행과 지방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더 많은 자금을 제공하도록 한 조치에 실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경제 전망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18일 발표될 중국의 3분기(7∼9월) GDP 증가율을 4.4%로 예상했다. 블룸버그통신은 4.5%로 전망했다. 이는 올해 2분기(4∼6월) 4.7%보다 낮은 수치로 올해 기준으로 분기별 최저치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11월 5일 미국 대선이 3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기존 ‘2개의 전쟁’ 외에 한반도와 대만 해협에서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우크라이나전쟁, 중동전쟁이 장기화하고 미국의 정권 교체 가능성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북한-중국-러시아-이란이 동시다발적으로 군사 위협을 가하면서 국제 정세가 크게 출렁이고 있다. 14일 중국은 나흘 전 라이칭더(賴淸德) 대만 총통의 건국기념일 연설을 문제 삼아 대만을 겨냥한 대규모 군사 훈련을 실시하고 당일 종료했다. 라이 총통의 취임식 직후였던 올 5월 이후 5개월 만의 군사 훈련으로 압박 강도는 훨씬 강화됐다는 평이다. 이에 미국, 일본 등은 이 훈련을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맞섰다.● 中, 5개월 만에 또 대만 포위 훈련대만을 담당하는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의 리시(李熹) 대변인은 14일 “육해공군 및 로켓군 병력을 투입해 대만 해협과 대만 섬 북부·남부·동부에서 ‘연합 리젠(利劍·예리한 검)―2024B 훈련’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대만 독립 시도를 무산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훈련 완료 발표는 이날 오전 훈련 실시 발표 후 약 13시간 만에 나왔다. 이날 훈련에는 중국군 제1호 항모인 랴오닝함 전단과 해경 편대도 참여했다고 중국 당국은 밝혔다. 이번 훈련은 대만 섬 전체를 둘러싸는 형태라는 점에서 올 5월과 비슷하지만 훈련 지역은 당시 5곳에서 6곳으로 늘었다. 또 중국이 공격 목표로 표시한 대만 도시 또한 타이베이 등 기존 4곳에서 북부 지룽, 남동부 타이둥 등이 추가돼 5월보다 위협 강도가 높아졌다는 평이다. AP통신 또한 대만 국방부를 인용해 중국이 이날 훈련에 군용기 125대를 투입했으며 하루 기준으로는 역대 최다 기록이라고 전했다. 중국 군함 17척도 투입됐다. ‘랴오닝’ 항공모함의 참여도 눈길을 끈다. 랴오닝함이 이끄는 인민해방군 해군 선단은 대만과 필리핀 사이의 바시 해협 인근 해역에 진입했다고 홍콩 밍(明)보 등이 14일 전했다. 대만 쯔유(自由)시보 또한 “대만과 외부를 잇는 해상과 영공을 차단하고, 미국 등 다른 나라의 병력 지원도 차단하겠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랴오닝함은 1998년 중국이 우크라이나에서 도입한 뒤 14년 동안 연구·개조를 거쳐 2012년 선보인 중국 최초의 항모로 꼽힌다. 반(反)중국 성향이 강한 라이 총통은 앞서 10일 국경절 113주년 기념 연설에서 “대만과 중화인민공화국(중국)은 서로 예속되지 않는다”고 했다. 인민해방군 기관지 제팡(解放)군보는 이 발언을 두고 “불장난을 하는 사람은 타버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 또한 “중국이 (라이 총통의) 정기적인 연설에 군사 도발로 대응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자제력을 가지라”고 했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 또한 “어떤 사태에도 대응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겠다”며 미국에 동조했다. 이에 중국 외교부 또한 14일 “대만은 중국의 일부이고 외부 간섭을 용납하지 않는다”며 미국 등에 날을 세웠다.● 한반도 긴장도 고조… 캠벨 내한 ‘아시아 차르’로 불리는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부장관 또한 16일 한국을 방문해 최근 북한의 도발을 둘러싼 대처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 한미일 3국이 중국의 대만 포위 훈련에 대응하는 방안 또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역시 13일 영상 연설을 통해 북한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무기는 물론 인력까지 지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중국 정부가 적극적인 국채 발행을 통해 미분양주택을 해결하고 국영 은행의 자본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추가로 투입된 국채 발행 규모나 시기 등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어 오히려 실망감이 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13일 발표된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전망치보다 낮아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가 커지고 있다.란포안(藍佛安) 재정부장(장관)은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중앙 정부가 지방 정부의 부동산 매입을 지원하고 부채 상환을 돕기 위해 특별 국채를 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란 부장은 중앙정부가 재정 적자를 늘릴 수 있는 여지가 상대적으로 크다며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3.8% 수준인 재정 적자 비율 확대도 예고했다. 재정부는 지방정부가 직접 특별 채권을 발행해 개발이 중단됐거나 문제가 생긴 유휴 토지를 사들이고, 미분양 주택을 구매하도록 독려할 방침이다. 특별 국채로 확보한 자금은 6대 국영 은행들의 핵심 자기자본비율을 높이는데도 쓰일 예정이다. 핵심 자기자본이 늘어나면 대출을 더 확대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지방정부 부채 해결을 위한 방안도 내놨다. 지금까지 발행한 특별 국채 가운데 올해 연말까지 활용 가능한 국채를 포함해 총 2조7000억 위안(약 516조 원)을 지방정부가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중국 현지 매체들은 이 금액이 지방정부의 기존 부채를 낮은 금리의 채권으로 바꿔주는 ‘부채 스와프’에 사용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정작 시장에서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추가 재정 투입 규모는 이번에도 나오지 않았다. 대규모 재정을 투입하려면 전국인민대표회의(전국인대)의 승인이 필요해 이달 말에 열릴 것으로 보이는 전국인대 상무위원회가 끝나야 구체적 수치가 공개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로이터통신은 13일(현지시간) “경기부양책 규모가 나오길 바랐던 투자자들에겐 실망감을 줬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도 이날 발표에서 디플레이션에 대한 언급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소비력 증대에 대한 중국 정부의 절박함이 느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중국 디플레이션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13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9월 중국의 CPI가 전년 동월 대비 0.4% 올랐다. 이는 시장 예상치(+0.6%)를 밑돈 것으로 올해 2월 이후 8개월 연속 0%대 상승에 그쳤다. 9월 PPI도 전 년보다 2.8% 떨어지면서 24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초 2% 대 하락폭을 보였던 PPI는 5~8월 1%대로 낙폭을 줄었지만, 9월 다시 올해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라이칭더(賴淸德) 대만 총통은 10일 대만 건국 113주년을 맞아 “중화인민공화국(중국)은 대만을 대표할 권리가 없다”고 밝혔다. 라이 총통이 올해 5월 취임 이후 강조해온 대만 주권 수호 의지를 재차 천명한 것이다. 라이 총통 연설을 빌미로 중국이 대만을 압박하기 위한 대규모 군사 훈련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미국은 중국을 향해 “(연설이) 군사 행동의 빌미가 될 수 없다”며 자제를 촉구하고 나섰다. 라이 총통은 이날 건국절 기념사에서 “중화민국(대만)은 이미 타이·펑·진·마(臺澎金馬·대만 본섬과 펑후, 진먼, 마쭈)에 뿌리를 내렸고, 중화인민공화국(중국)과 서로 예속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 땅(대만)에는 민주적 자유가 왕성하게 자라며 중화인민공화국이 대만을 대표할 권리가 없다”고 덧붙였다. 중국 정부가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워 국제 무대에서 대만을 국가로 않는 점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라이 총통은 “대만인들이 대대로 민주적이고 자유로운 삶을 수호해왔다”면서 “이것은 대만 사람들의 공통된 꿈이자 국제사회의 공통된 이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만인들이 버틸수록 세계 민주주주의가 더 강해질 것이라며 대만인들의 단결과 국제사회의 지지를 호소했다. 다만 중국과 협력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라이 총통은 “양안(중국과 대만)이 대등하고 존엄한 상태에서 대화와 교류하자는 약속은 변함이 없다”고 했다. 더 나아가 기후변화 대응과 전염병 예방, 지역 안보 수호 등에 중국과 함께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중국은 이날 라이 총통의 연설을 앞두고 연일 대만 정부를 비판해왔다. 중국 대만사무판공실은 차이잉원(蔡英文) 전 대만 총통이 12일 체코 등 유럽국가 방문길에 오르는 것에 대해 “그들이 무슨 말이나 어떤 행동을 하든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는 사실을 바꿀 수 없다”고 9일 밝혔다. 전날인 8일에도 ‘중국은 대만의 조국이 될 수 없다’는 라이 총통의 발언을 거론하며 “고집스러운 ‘대만 독립’ 태도이자 (양안의) 적대감을 고조시키는 사악한 의도”라고 비판했다.대만 안팎에서는 중국이 라이 총통의 건국절 기념 연설을 문제 삼아 대만을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은 라이 총통 취임식이 열린 지 사흘 만인 지난 5월 23일 사실상 대만을 포위하는 ‘연합 리젠(利劍·예리한 검)-2024A’을 진행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9일(현지시간) 미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대만의) 정기적인 연례 기념행사가 (중국의 군사 행동에) 이용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은 (중국과 타이완) 양측에 자제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오랜 규범에 따라 행동할 것을 촉구했다”고 설명했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중국 정부가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란 기대감에 상승 랠리를 이어갔던 중국 증시가 9일 하락세로 돌아섰다. 전날 중국 정부가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2000억 위안(약 38조 원)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내놓자 재정 당국의 의지와 향후 회복세에 대한 회의감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당분간 중국 증시는 정부의 추가 대책 발표 여부에 따라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이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6.62% 하락한 3,258.86으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달 18일 이후 11거래일 만에 종가 기준 하락장을 기록했다. 선전종합지수도 8.65% 떨어졌고, 전날 9.41% 급락했던 홍콩 항셍지수는 이날도 1.47% 내렸다.중국 정부는 지난달 24일 정부가 지급준비율(지준율)과 정책금리를 동시 인하하는 대규모 통화 완화 정책을 내놓았다. 이에 중국 증시는 본격적인 경기 부양책이 쏟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약 1주일 만에 20% 넘게 급등했다. 하지만 8일 정부가 예상보다 소극적인 대책을 내놓자, 투자 심리도 얼어붙은 것이다.현지 매체들은 상장 기업 40여 곳의 주요 주주들이 보유 주식을 매각하는 등 대형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반면 상승 랠리를 기대하며 국경절 연휴 때 새로 주식 계좌를 만든 개인 투자자들은 거래가 가능해진 9일 증시가 하락장으로 바뀌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로이터통신은 “정부가 경기 부양에 대한 신뢰를 주지 못했고, 투자자들은 새로운 신호를 기다리며 멈춰 섰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도 “이달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을 타개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중국 신문판공실은 12일 란포안(藍佛安) 재정부장(장관)이 ‘재정 정책 강화와 경제의 고품질 발전 촉진’에 관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후진타오(胡錦濤) 전 중국 국가주석 재임 시절 권력 서열 2위에 올랐고, ‘6자회담’에도 관여했던 우방궈(吳邦國·사진) 전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한국의 국회격) 상무위원장이 8일 별세했다고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등이 밝혔다. 향년 83세. 1941년 중국 안후이성에서 태어난 우 전 위원장은 칭화대 무선전자학과를 졸업한 기술관료 출신으로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이 이끌었던 ‘상하이방’의 대표적인 인물로도 여겨진다. 또 우 전 위원장은 후진타오 정권이 출범한 2003년 제1차 6자회담 뒤 회담에 복귀하지 않으려는 북한을 설득해 2004년 제2차 6자회담이 열리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중국 정부가 내년도 예산 가운데 1000억 위안(약 19조 원)을 올해 말까지 조기 투입하는 내용을 포함해 총 38조 원 규모의 경기 부양 대책을 8일 발표했다. 지난달 24일 발표한 대규모 통화 완화 정책에 이어 추가 경기 부양책을 내놓은 것이지만, 재정 투입 규모가 최대 수조 위안에 이를 것이란 예상에는 크게 못 미쳤다. 일단 중국 정부가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숨고르기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이번 대책이 오랜 경기 침체를 겪고 있는 중국 내수시장에 반등을 가져오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정산제(鄭柵潔)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주임(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조만간 내년 중앙 예산에 배정된 1000억 위안을 먼저 투입하고, 1000억 위안의 핵심 건설 사업 목록을 발표해 지방정부가 사전 준비에 나서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올해 발행한 초장기 특별국채 1조 위안은 이미 지방정부에 모두 전달했고, 내년에도 초장기 특별 국채를 지속해서 발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중국 정부는 이 밖에 내수 촉진을 위해 대학생 학자금 대출 한도 상향 및 금리 인하, 노인·보육 관련 서비스 확대도 추진하기로 했다. 올해 말 만료 예정인 각종 세금 우대 정책을 연장해 기업 활동을 돕겠다고도 했다. 중국 당국은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5%’라는 목표치 달성에 대한 자신감도 드러냈다. 자오천신(趙辰昕) 부주임은 “올해 1∼3분기(1∼9월) 중국 경제는 여전히 안정적 발전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경제 발전 예상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조건과 능력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경기 부양 대책에 대해 “내년도 재정 지출을 앞당기는 건 급격한 (경제) 반등을 유도하기엔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로이터통신도 “이번 대책이 투자자들을 실망시킨 만큼 중국이 추가로 재정 확대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국경절 연휴(1∼7일) 이후 첫 거래일인 8일 추가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10%가량 급등하며 출발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약한 수준의 경기부양책을 발표하자 상승 폭이 크게 줄어 전 거래일 대비 4.59% 상승으로 장을 마감했다. 홍콩 증시 역시 일부 종목에 대한 과대평가 우려 속에 7% 급락했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중국이 지난달 24일 경기 부양을 위해 대규모 통화 완화 정책을 발표한 데 이어 8일 공공지출 확대 등을 포함한 재정 정책을 발표한다. 중국 정부가 최근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5%’라는 목표치 달성에 빨간불이 켜지자, 유동성 공급에 이어 직접 돈을 풀어 경기 회복의 불씨를 되살리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7일 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에 따르면 중국 거시경제 담당 부처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의 정산제(鄭柵潔) 주임(장관)은 8일 ‘패키지 증량(增量)정책의 시스템적 이행 및 경제 상승 구조 개선’ 등에 대한 기자회견을 연다. 증량정책이란 정부 투자와 국유기업 자금 운용 확대 등을 포함한 확장적 경제정책을 일컫는다. 이에 따라 대규모 국채 발행을 통해 공공 지출을 확대하는 방안 등이 발표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 중앙은행 런민(人民)은행은 지난달 24일 “지급준비율(지준율)을 0.5%포인트 낮춰 1조 위안(약 190조 원)의 유동성을 공급한다”고 밝혔다. 동시에 단기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7일물 역환매조건부채권(레포) 금리를 0.2%포인트 낮추고, 기존 주택담보대출 금리까지 평균 0.5%포인트 낮추겠다고 했다. 이 같은 부양 정책에도 중국에선 내수 부진이 이어지고 있고, 이를 극복하려면 추가 경기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최대 관광 성수기로 꼽히는 국경절 연휴(1∼7일) 동안에도 관광객은 크게 늘었지만, 정작 1인당 지출액은 줄었다. SCMP는 업계 관계자를 인용해 “여행객들이 돈 쓰기를 주저하면서 코로나19 시기보다 더 암울하다”고 전했다.“中경제 위기감… 최대 1900조원 재정확대정책 준비”中, 오늘 경제부양책 발표2, 3분기 연속 4%대 성장 전망속민생지원-인프라 투자 포함될듯중국 정부가 지난달 지준율과 정책 금리를 동시에 낮춘 데 이어 공공 지출 확대에도 나서는 것을 두고 경제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1분기(1∼3월) 5.3%로 목표치를 상회했지만, 2분기(4∼6월)는 시장 전망보다 낮은 4.7%까지 꺾였다. 3분기(7∼9월) 역시 4%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26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주재로 열린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회의에서도 경제 위기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당시 중앙정치국은 “중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 여건)과 잠재력 등은 변하지 않았지만, 동시에 현재 경제 운영에 몇 가지 새로운 상황과 문제가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일반적으로 해마다 4, 7, 12월 회의에서 경제 분야를 다뤄 왔지만, 올해는 9월 회의에서도 경제를 전면에 내세운 것도 위기감을 반영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 회의에선 재정 및 통화 정책을 통해 재정 지출을 늘리고, 정부 투자가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왔다. 8일 발표되는 재정 정책은 대규모 공공 지출 확대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블룸버그통신은 앞서 3일 “중국 정부가 최대 10조 위안(약 1900조 원) 규모의 재정 팽창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중국 정부의 재정 여건을 감안하면 초장기 특별 국채나 지방 특별 채권을 통해 최대 10조 위안까지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또 중산층 이하의 세금 감면과 의료·보육 분야 서비스 강화 등 민생 지원 대책과 대형 인프라 투자 계획이 포함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일 북-중 수교 75주년을 맞아 축전을 주고받았다. 5년 전 수교 70주년 축전에 비해 양국의 친분을 강조하는 미사여구나 우호적 표현이 줄어들어 최근 소원해진 북-중 관계가 반영됐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다만 두 정상은 최근 한 달 새 2차례 축전을 주고받는 등 ‘관리 모드’에 들어갔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관영 신화통신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축전에서 “중조(중북) 관계 발전을 매우 중시한다”면서 “새로운 시기와 형세 아래 중국은 조선(북한)과 함께 전략적 소통·협조를 강화하고 우호 교류 협력을 심화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도 축전을 통해 “조중 친선을 계승·발전시켜 나가는 건 두 나라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양국의 협조 관계가 새로운 시대의 요구에 맞게 발전하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 정상은 북-중 수교 70주년인 2019년에도 축전을 주고받았다. 같은 해 1월 김 위원장이 베이징을 전격 방문했고, 6월에는 시 주석이 평양을 답방하면서 양국 관계가 어느 때보다 친밀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축전에서 김 위원장은 시 주석을 ‘존경하는 총서기 동지’라고 지칭했지만, 이번 축전에선 별다른 수식어를 붙이지 않았다. 시 주석도 ‘중조 우의는 사람들의 마음에 깊이 새겨졌다’ 등 지난 축전 때 썼던 친밀한 표현들을 삼갔다. 중국과 북한이 보낸 축전의 글자 수도 5년 전보다 각각 30%, 38%가량 짧아졌다. 다만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이 지난달 9일 북한 정권수립일에 서신을 교환한 지 한 달 만에 다시 축전을 주고받은 건 북-중 관계가 더 이상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도 있다. 시 주석은 이번 축전에서 “최근 몇 년 동안 김정은 총서기(총비서)와 여러 차례 회담하고 서한·전보 등을 통해 긴밀한 소통을 유지했다”고 적기도 했다. 지난달 축전에선 두 사람의 개인적 인연을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이 이번 달 베이징에서 열릴 예정인 ‘북-중 우호의 해’ 폐막식에 어느 급의 인사를 보낼지가 향후 북-중 관계를 보여주는 지표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중국은 4월 평양에서 열린 북-중 우호의 해 개막식에 공식 서열 3위인 자오러지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을 파견했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7월 말 취재차 만난 한 중국 공무원이 대뜸 “한국이 나라 이름을 바꾸냐”고 물었다. 처음 듣는 말이라고 답하고 헤어진 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인터넷 검색창을 열었다. 한국 언론이나 소셜미디어에는 어떤 관련 보도도 찾을 수 없었다. 그런데 중국 소셜미디어엔 ‘한국이 국호를 한국(韓國)에서 카오루이야(考瑞亞·코리아의 중국식 병음)로 바꾸려고 검토 중’이란 게시물이 버젓이 올라와 있었다. 조회 수도 당시 3억 건을 훌쩍 넘었다.한국을 바라보는 中의 불편한 시선 며칠 만에 이 내용은 가짜 뉴스라는 게 드러났다. 정작 궁금한 건 한국이 나라 이름을 바꾸든 말든 중국인들이 왜 이렇게 큰 관심을 가지는가였다. 해당 내용을 퍼나른 중국인들은 주로 ‘한국이 중국과의 역사적 관계를 끊어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을 떠나려거든 김치국으로 바꿔라’는 비아냥도 많았다. 이런 황당한 가짜 뉴스가 빠르게 퍼진 건 여전히 많은 중국인의 머릿속에 ‘중국은 대(大)국, 한국은 소(小)국 혹은 속국’이란 편견이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과거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과 만나 “한국은 중국의 일부였다”고 말한 게 트럼프 후보의 입을 통해 전해진 적도 있다. 두 달 전의 가짜 뉴스가 다시 떠오른 건 최근 중국의 한 연구소에서 발표한 인식 조사 때문이었다. 조사 결과, 중국인들이 꼽은 가장 ‘비호감’ 국가는 일본(1.68점·5점 만점 기준)이었다. 미국(1.85점)과 인도(2.01점), 한국(2.1점)이 뒤를 이었다. 특히 한국은 지난해 호감도 2.6에서 올해 2.1로 1년 사이 점수가 크게 떨어졌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만주사변 등으로 뿌리 깊은 반감이 존재하고, 미국과는 치열한 패권 경쟁 중이다. 인도는 불과 2년 전에도 중국과 국경을 놓고 충돌해 사상자가 나왔다. 그럼 한국은 왜 이렇게 싫어하는 걸까. 표면적 이유로는 한국이 미국·일본 등과 함께 대(對)중 제재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는 인식을 들 수 있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의 대만해협 관련 발언을 중국 매체들이 확대 재생산해 부정적 이미지를 씌운 탓도 있겠다. 하지만 그 바탕엔 한국이 경제 발전에 이어 스포츠와 문화 등 여러 방면에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것에 대한 불만과 질투가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 국호 변경 같은 가짜 뉴스 외에도 다양한 한국 관련 부정적인 내용이 자주 중국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을 차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반(反)한 감정’이 2016년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이를 빌미로 이뤄진 중국 정부의 한한령(限韓令)에서 커졌다고만 보기는 어렵다. 이후로도 계속되는 동북공정 논란, 중국 내에서 강조되는 애국주의 교육 등이 합쳐진 결과라고 봐야 타당하다. 한중 관계 회복 위해 국민 감정 골 메워야 한국에서도 중국이란 이유로 폄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14억 중국인 가운데 일부 여행객의 비상식적인 행동을 두고 중국인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는 게 대표적이다. 중국은 전기차나 인공지능(AI), 로봇 등의 분야에서 더 이상 ‘메이드 인 차이나’라 깔볼 수 없을 정도로 성장했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에선 중국 기업과 기술을 은연중에 무시하는 태도가 많다. 지난달 초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한중의원연맹 소속 한국 국회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한중 관계 회복을 위해 국민 교류가 활발해야 한다’며 여행 비자 문제 해결 등을 강조했다고 한다. 하지만 양국 국민의 냉담한 기류는 여행객이 늘어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국민 교류뿐 아니라 양국 정부도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김철중 베이징 특파원 tnf@donga.com}
지난달 24일 중국 정부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이 나온 뒤 중국 증시가 급등하면서 억만장자들의 재산이 170조 원 넘게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개인투자자들도 수년 만에 찾아온 증시 랠리에 올라타기 위해 앞다퉈 증권 계좌를 개설하는 등 투자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2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포함된 중국인 54명의 재산 가치가 지난달 24∼30일 무려 19%나 증가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1300억 달러(약 172조1850억 원)에 이른다. 블룸버그통신은 “2016년부터 해당 지수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1주일 만에 최대 증가액”이라고 전했다. 억만장자들의 재산이 불어난 건 이들이 보유한 기업 주식의 가치가 크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중국 생수 1위 업체인 눙푸산취안(農夫山泉) 창업자인 중산산(鍾睒睒) 회장의 재산은 같은 기간 89억 달러가 늘어났다. 마화텅(馬化騰) 텐센트 회장 역시 37억 달러가 증가했으며, 마윈(馬雲) 알리바바 창업주도 20억 달러 가까이 증가했다.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중국 개인투자자들도 증시로 몰리고 있다. 광저우일보 등에 따르면 정부의 부양책 발표 이후 일부 증권사들은 계좌 개설 건수가 200∼250% 증가했다. 중국 증시는 1일부터 국경절 연휴 휴장에 들어갔지만, 고객들의 계좌 개설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증권사들은 24시간 온라인 계좌 개설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일부 오프라인 지점엔 직원들을 투입해 휴일 영업에 나서고 있다. 고객들은 주로 처음 계좌를 만드는 20, 30대이거나 오랫동안 투자를 멈췄다가 다시 계좌를 열려는 고객들이 상당수라고 한다. 펑파이신문은 “주식 투자 대신 (안전 자산인) 금을 사 모으던 젊은이들이 증시가 연일 최고점을 경신하자 다시 주식 시장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고 분석했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중국 스타트업이 차세대 메모리 기술로 꼽히는 스토리지클래스메모리(SCM)를 적용한 최대 용량의 제품을 출시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3일 보도했다. 미국이 반도체 산업에 대한 제재를 이어가고 있지만, 중국이 기술 혁신을 통해서 ‘반도체 자립’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SCMP는 중국 관영 후베이일보를 인용해 “중국의 누메모리(Numemory)가 최근 64GB(기가바이트)의 ‘NM101’ SCM 칩을 내놨다”고 전했다. 해당 업체는 2022년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설립된 메모리반도체 분야 스타트업이다. SCM 칩을 적용한 데이터 서버나 저장장치는 D램(휘발성 메모리)과 같은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다. 새 제품은 MB(메가바이트) 수준의 용량을 제공하는 기존 제품보다 저장 용량을 크게 늘렸고, 10GB의 고화질 영상을 저장하는 데 단 1초밖에 걸리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SCMP는 “중국 메모리칩 회사들이 미국의 방해에도 기술 발전을 어떻게 밀어붙이고 있는지를 보여 준다”고 전했다. 최근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관련 기술 발전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중국 최대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는 최근 자사의 인공지능(AI) 반도체인 ‘어센드910C(중국명 성텅·昇騰910C)’의 샘플을 자국 기업들에 제공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내에서 AI 반도체 선두주자인 엔비디아 제품을 대체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중국 수출이 금지된 심자외선(DUV) 노광장비와 관련해 “자국 장비 2종이 중요한 기술적 도약을 거뒀다”고 발표하기도 했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정신철 중국사회과학원 교수는 10년 넘게 ‘이중 생활’을 해왔다. 평일에는 중국 정부 소속 최대 싱크탱크의 민족학 교수, 주말에는 ‘정음우리말학교’ 설립자이자 교장이다. 중국 지린(吉林)성 출신인 그는 조선족이다. 그가 운영하는 정음우리말학교는 “똑같은 훈민정음을 쓰지만 남한의 한국어나 북한의 조선어가 아닌 중국 조선족의 언어를 가르치려고 한다”고 말했다.》지난달 어느 토요일 이른 아침. 등교 시간에 맞춰 주말학교에서 정 교수를 만났다. 7월 교장직에서 물러났지만, 학생도 학부모도 여전히 ‘교장 선생님’이라 부르는 데 주저함이 없다. 10년 넘게 해왔던 대로 이날도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넸다. 아이들도 떠듬떠듬한 말투로 ‘안녕하세요’라고 답했다. 지각할까 봐 헐레벌떡 뛰어 올라온 한 학생은 무심코 ‘짜오상 하오(早上好·중국어 아침 인사)’라 답했다가 겸연쩍어했다. 조선족이면 한국말이 능통할 것이라 여기지만, 자연스레 소통이 가능했던 건 이미 오래전 일이다. 중국 대도시에 사는 조선족 어린아이들이 한국어로 대화가 가능한 비율은 5∼10%다. “일반 외국인을 가르치는 것과 비슷해요. ‘기역’ ‘니은’부터 다 가르쳐야 해요. 신기한 건 똑같은 중국 한족과 조선족 아이들을 함께 가르쳐보면 조선족 아이들이 훨씬 빨리 배우더라고요. (‘훈민정음 DNA’가 있는 게 아닐까요?) 허허,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동네 서점 창고서 학생 6명으로 시작 주말학교는 우연한 기회에 시작됐다. 2012년 여름 왕징(望京·한국인 밀집 거주지역)의 한 식당에서 만난 한국인 유병수 박사와 뜻이 맞았다. 같은 해 12월 유 박사가 운영하는 한국책 서점의 창고에서 시작하기로 했다. 개강 첫날 수강생은 4명이 고작이었다. 어차피 창고가 작아 더 받기도 어려운 처지였다. 얼마 뒤 2명이 늘어 총 6명을 데리고 3개월 동안 우리말을 가르쳤다. “수강생과 학부모 반응이 좋았어요. 이듬해인 2013년 3월 30명이 모집됐고, 다른 건물을 빌려 주말학교 형태로 정식 학기를 시작했어요. 정식 개학 1년 만인 2014년 가을에는 111명이 등록했어요. 이후 해마다 100명이 넘게 다녀 지금까지 거쳐 간 학생만 2000명이 넘습니다.”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운영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비싼 임대료에 주말에 비는 조선족 단체 회의실이나 사설 학원을 이용했다. 뜻있는 분들이 최소한의 수고비만 받고 교사를 맡아줬다. 설립 몇 해 뒤 조선족 단체를 중심으로 후원회가 만들어졌고, 주중 한국대사관과 재외동포재단의 지원도 이뤄졌다. ‘정음우리말학교’라는 명칭은 정 교수의 아이디어다. 학교 설립 당시 한국대사관 지원을 받으려면 ‘○○ 한글학교’라고 하라는 주변 권유가 있었다. 하지만 정 교수 생각은 달랐다. “처음부터 ‘한국어를 가르치는 외국어 학원’을 차리려고 한 게 아니었어요. 언어를 통해 조선족 뿌리를 찾고, 민족 문화를 가르치자는 취지였거든요. 조선족들은 우리말을 ‘조선어’라고 표현하지만, 북한말 같은 느낌이 들까 봐 고민했죠. 결국 훈민정음의 ‘정음’과 ‘우리말’이란 단어를 붙여쓰기로 했어요. 남한이든 북한이든 조선족이든 ‘우리말’이라고 하면 모두에게 불편부당(不偏不黨)하잖아요.”● 우리말 지키기 어려워진 현실 1958년 중국 지린성 판스현에서 태어난 정 교수는 어린 시절 한글을 열심히 배운 기억이 없다. 당시만 해도 조선족의 97% 이상이 동북3성(헤이룽장성, 지린성, 랴오닝성)에 모여 살았다.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자연스레 우리말을 썼다. 하지만 요즘 동북3성이 아닌 다른 지역 조선족들은 우리말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다. 옌볜 조선족자치주조차 2022년부터 중국어와 한글을 같이 쓸 때는 중국어를 먼저 사용하도록 규정을 바꿨다. “30, 40대 조선족은 우리말을 알아듣거나 말할 수 있어도 읽고 쓰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요. 일반 한족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에게 우리말은 배우기 귀찮은 ‘제2외국어’처럼 느껴지겠죠. 조부모가 함께 살지 않으면 집에서도 우리말을 안 쓰는 조선족들이 많아졌어요.” 중국 사회 분위기도 달라졌다. 마오쩌둥(毛澤東)이 신중국을 건설하고, 옌볜 조선족자치주가 설립된 1950년대 이후 중국은 소수민족 우대정책을 펼쳤다. 당시 조선족 학교가 많이 생겨났고, 가오카오(高考·중국 수능)에서 가산점도 줬다. 하지만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집권 이후 ‘소수민족의 정체성’보다 ‘중화민족 공동체’에 방점을 찍고 있다. “중국 헌법이나 정책은 여전히 소수민족의 언어와 문자를 사용하고 발전시켜야 한다고 돼 있어요. 하지만 분위기가 달라진 건 사실이죠. 입시 정책만 봐도 과거엔 조선족 학생들이 국어(중국어) 과목을 한어(漢語)와 조선어를 절반씩 써서 시험을 치렀는데, 최근에 조선어가 제외돼 가고 있어요.”● “우리말, 조선족 정체성 지키는 수단” 정 교수가 우리말 교육에 필요성을 느낀 건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동북3성에 모여 살던 조선족들은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중국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들을 따라 대륙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조선족이 한중 교류의 첨병 역할을 했지만, 결속력은 점차 줄어들었다. 정 교수는 1999년 ‘중국 조선족 사회의 변천과 전망’이란 주제로 논문을 쓰기 위해 조선족들을 일일이 찾아다녔다. 이때 경험이 조선족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선 우리말 교육 강화가 절실하다는 걸 느끼게 했다. “다른 중국의 소수민족들은 여전히 같은 지역에 모여 사는 경우가 많아요. 중국 서남 지방의 다이(傣)족 거주지를 가보니 젊은 세대들도 마을 밖으로 나오지 않더군요. 자연스럽게 민족 문화를 체득하는 거죠. 하지만 조선족은 사는 지역도 종교도 달라서 언어마저 없어지면 공유할 민족 문화가 없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위기감을 느낀 정 교수는 직접 발 벗고 나섰다. 보고서를 써서 국가민족사무위원회 등 중국 정부기관에 소수민족 학교 설립을 요청했다. 하지만 별 다른 관심을 받지 못했다. 결국 정부 인가가 필요 없는 주말학교를 시작했고, 지금까지 이어왔다. 이후 정음우리말학교를 본뜬 학교들이 다른 도시들에도 생겨나며 2015년 도시우리말학교협의회가 설립됐다. 정 교수가 회장을 맡았고, 정기 교류와 교사 연수를 함께 진행하고 있다. 정 교수는 왜 이토록 ‘조선족의 정체성’을 지키려 노력하는 걸까. 중국에선 자신이 조선족인 걸 밝히지 않으려는 이들도 적지 않다. 어차피 중국 국적으로 사는데 조선족 정체성을 지키는 게 무슨 의미냐고 여긴다. 고민하던 정 교수는 다소 상기된 얼굴로 답을 내놨다. “처한 상황에 따라 출신을 숨기는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인간이라면 내가 어디서 왔는지, 뿌리가 어디인지 찾기 마련이에요. 단일 민족인 한국은 사정이 좀 다르지만 경상도·전라도 이렇게 동향(同鄕)을 찾아서 모이고 하잖아요.”● 단절된 시간만큼 언어도 달라져 언어는 세월의 흐름 속에 변해간다. 똑같은 훈민정음을 쓰지만 한국어와 우리말(조선족 언어)도 차이가 있다. 하물며 조선족도 말투가 다르다. 일제강점기에 이주해 온 출신 지역에 따라 옌볜 사투리는 함경도, 단둥 지역은 평안도, 지린성은 경상도 말투와 닮았다. “한국어와 조선족 언어의 가장 큰 차이는 외래어예요. 한국어는 영어를 모르면 이해하기 어려워요. 예전에 조선족 여성들이 한국에 갔을 때 ‘데이트 한번 하자’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대요. 무작정 ‘까짓거 합시다’라고 답했다가 곤란했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어요.” 반대로 조선족은 중국어 병음을 차용해 쓰는 경우가 많다. 조선족 대화를 듣다 보면 어순도 어미도 우리말인데 한국인이 이해하기 어렵다. “너 오늘 상반(上班·출근의 중국어 병음)했니” 같은 식이다. 요즘 주말학교를 찾는 일부 조선족 학부모들은 우리말(조선족 언어)이 아니라 한국어에 가깝게 가르쳐 달라는 요구를 하기도 한다. 한국에서 만든 교재를 쓰다 보니 조선족 교사들이 이해하지 못해 곤혹스러운 경우도 있다. 하지만 정 교수는 외래어 표현과 두음법칙에서 차이가 있지만, 결국 같은 자음과 모음을 쓴 같은 ‘우리말’이라 믿는다. 그는 ‘언어는 민족의 정수가 담겨 있다’는 뜻을 담아 정음우리말학교 교가를 직접 작사했다. “선조들이 남겨 준 지혜로운 우리말, 민족 향기 풍겨가는 빛나는 유산이라네. 우리 모두 열심히 배우고 배워서 온 세상에 우리말 우리글을 꽃피우리”(정음우리말학교 교가 중에서)정신철 교수△1958년 중국 지린성 판스현 출생△1983년 옌볜대 졸업△1986년 중국사회과학원 대학원 졸업△2000년 중국사회과학원 민족학 교수△2013년 정음우리말학교 교장△2013년 중국조선민족사학회장△2015년 도시우리말학교협의회장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지난달 24일 중국 정부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이 나온 뒤 중국 증시가 급등하면서 억만장자들의 재산이 170조 원 넘게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개인 투자자들도 수년 만에 찾아온 증시 랠리에 올라타기 위해 앞다퉈 증권 계좌를 개설하는 등 투자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2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포함된 중국인 54명의 재산가치가 지난달 24~30일 사이에 무려 19%나 증가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1300억 달러(약 172조1850억 원)에 이른다. 블룸버그통신은 “2016년부터 해당 지수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1주일 기간에 최대 증가액”이라고 전했다.억만장자들의 재산이 불어난 건 이들이 보유한 기업 주식의 가치가 크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중국 생수 1위 업체인 눙푸산취안(農夫山泉) 창업자인 중산산(鍾睒睒) 회장의 재산은 같은 기간 89억 달러가 늘어났다. 마화텅(馬化騰) 텐센트 회장 역시 37억 달러가 증가했으며, 마윈(馬雲) 알리바바 창업주도 20억 달러 가까이 증가했다.분위기가 이렇다보니 중국 개인투자자들도 증시로 몰리고 있다. 광저우일보 등에 따르면 정부의 부양책 발표 이후 일부 증권사들은 계좌 개설 건수가 200~250% 증가했다. 중국 증시는 1일부터 국경절 연휴 휴장에 들어갔지만, 고객들의 계좌 개설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이에 증권사들은 24시간 온라인 계좌 개설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일부 오프라인 지점엔 직원들을 투입해 휴일 영업에 나서고 있다. 고객들은 주로 처음 계좌를 만드는 20, 30대이거나 오랫동안 투자를 멈췄다가 다시 계좌를 열려는 고객들이 상당수라고 한다.펑파이신문은 “주식 투자 대신 (안전자산인) 금을 사 모으던 젊은이들이 증시가 연일 최고점을 경신하자 다시 주식 시장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고 분석했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정신철 중국사회과학원 교수는 10년 넘게 ‘이중 생활’을 해왔다. 평일에는 중국 정부 소속 최대 싱크탱크의 민족학 교수, 주말에는 ‘정음우리말학교’ 설립자이자 교장이다. 이런 ‘양면적인 삶’은 타고났다고 해야 할까. 중국 지린성 출신인 그는 중국의 55개 소수민족 가운데 하나인 조선족인 동시에 한국인과 뿌리가 같은 한민족이다. 그가 운영하는 정음우리말학교도 해외 다른 한글학교와는 달리, 중국 조선족 학생들을 위한 곳이다. 정 교수는 “똑같은 훈민정음을 쓰긴 하지만 남한의 한국어나 북한의 조선어가 아닌 중국 조선족의 언어를 가르치려고 한다”고 말했다.지난달 어느 토요일 이른 아침. 등교 시간에 맞춰 주말학교 건물에서 정 교수를 만났다. 7월 교장직에서 물러났지만, 학생도 학부모도 그를 여전히 ‘교장 선생님’이라 부르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10년 넘게 빠짐없이 해왔던 대로 이날도 교실 앞에서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넸다. 교장 선생님 앞에 선 아이들은 떠듬떠듬한 말투로 간신히 ‘안녕하세요’라고 답했다. 지각할까 봐 헐레벌떡 뛰어 올라온 한 학생은 정 교수 인사에 무심코 ‘자오상 하오(早上好·중국어 아침 인사)’라 답했다가, 자신의 실수를 눈치채고는 겸연쩍어했다. 조선족이면 다 한국말이 자연스러울 것이라 여기지만, 자연스레 소통이 가능했던 건 이미 오래전 일이다. 중국 대도시에 사는 조선족 어린 아이들이 한국어로 대화가 가능한 비율은 5~10%에 불과하다. “일반 외국인을 가르치는 것과 크게 차이 없어요. ‘기역’ ‘니은’부터 다 가르쳐야 해요. 그런데 신기한 건 수준이 똑같은 중국 한족과 조선족 아이들을 함께 가르쳐보면 조선족 아이들이 훨씬 빨리 배우더라고요. (‘훈민정음 DNA’가 있는 게 아닐까요?) 허허,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동네 서점 창고서 학생 6명으로 시작주말학교의 탄생은 우연한 기회에서 비롯됐다. 2012년 여름 왕징(望京·한국인 밀집 거주지역)의 한 식당에서 만난 한국인 유병수 박사와 뜻이 맞았다. 추진력 좋은 유 박사 덕분에 수년 째 고민해오던 우리말학교 설립이 급물살을 탔다. 같은 해 12월 유 박사가 운영하는 한국책 서점의 창고에서 시작하기로 했다. 서점 고객들에게 전단지를 쥐어주는 게 유일한 홍보였다보니, 개강 첫날 수강생은 4명이 고작이었다. 어차피 창고가 작아 더 받기도 어려운 처지였다. 얼마 뒤 2명이 늘어 총 6명을 데리고 3개월 동안 우리말을 가르쳤다.“수강생과 학부모들의 반응이 좋았고, 조선족들을 직접 찾아다녔죠. 이듬해인 2013년 3월 30명이 모집됐고, 다른 건물을 빌려 주말학교 형태로 정식 학기를 시작했어요. 정식 개학 1년 만인 2014년 가을에는 111명이 등록했어요. 이후로 해마다 100명이 넘게 다니다 보니 지금까지 정음우리말학교를 거쳐 간 졸업생만 2000명이 넘습니다.”호기롭게 시작했지만 주말학교 운영은 쉬운일이 아니었다.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워 주말에 비어있는 조선족 단체 회의실이나 사설 학원을 이용했다. 다른 생업에 있는 직장인들이나 학부모 가운데 뜻이 있는 분들이 최소한의 수고비만 받고 교사를 맡아줬다. 학교 설립 몇 해 뒤 조선족 단체를 중심으로 후원회가 만들어졌고, 주중 한국대사관과 재외동포재단의 지원도 이뤄졌다. 한국 유치원용 책을 구해다 쓰던 교재도 재단에서 지원을 받게 되면서 조금씩 숨통이 트였다.‘정음우리말학교’라는 명칭은 정 교수의 아이디어다. 학교 설립 당시 한국대사관으로부터 지원을 받으려면 ‘○○ 한글학교’라고 해야하지 않느냐는 주변 권유가 있었다. 하지만 정 교수의 생각은 달랐다.“처음부터 ‘한국어를 가르치는 외국어 학원’을 차리려고 한 게 아니었어요. 우리 선조들의 언어를 통해 조선족 뿌리를 찾고, 민족 문화를 가르치자는 취지였거든요. 조선족들은 우리말을 ‘조선어’라고 표현하지만, 그렇게 하면 북한말 같은 느낌이 들까봐 고민이 됐죠. 결국 훈민정음의 ‘정음’과 ‘우리말’이란 단어를 붙여쓰기로 했어요. 남한이든 북한이든 조선족이든 ‘우리말’이라고 하면 모두에게 불편부당(不偏不黨)하잖아요.”● 우리말 지키기 어려워진 현실1958년 중국 동북지역의 지린(吉林)성 반석현에서 태어난 정 교수는 어린 시절 한글을 열심히 배운 기억이 없다고 했다. 당시만 해도 조선족의 97% 이상이 동북3성(헤이룽장성, 지린성, 라오닝성)에 모여 살았다.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자연스럽게 우리말을 썼다.하지만 요즘 동북3성을 벗어나 다른 지역에 사는 조선족들은 우리말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다. 옌볜조선족자치주조차 2022년부터 중국어와 한글을 같이 쓸 때는 중국어를 먼저 사용하도록 규정을 바꿨다.“어린 자녀를 둔 30, 40대 조선족 부모의 경우엔 설령 우리말을 알아듣거나 말할 수 있어도 읽고 쓰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요. 더욱이 일반 한족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에게 우리말은 어렵고 배우기 귀찮은 ‘제2외국어’처럼 느껴지겠죠. 조부모가 함께 살지 않으면 집에서도 우리말을 안 쓰는 조선족들이 많아졌어요.”중국 사회의 분위기도 많이 달라졌다. 당초 마오쩌둥(毛澤東)이 신중국을 건설하고, 옌볜조선족자치주가 설립된 1950년대 이후 중국은 소수민족 우대정책을 펼쳤다. 당시 조선족 학교가 많이 생겨났고, 가오카오(高考·중국 수능)에서 가산점도 줬다. 하지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집권 이후 ‘소수민족의 정체성’보다는 ‘중화민족 공동체’에 방점을 두고 있다.“중국 헌법이나 정책에는 여전히 소수민족의 언어와 문자를 사용하고 발전시켜야한다고 돼 있어요. 하지만 분위기가 달라진 건 사실이죠. 입시 정책만 보더라도 과거엔 조선족 학생들이 국어(중국어) 과목을 한어(漢語)와 조선어를 절반씩 써서 시험을 치렀는데, 최근에 조선어가 제외되어 가고 있어요.”● “우리말, 조선족 정체성 지키는 수단”정 교수가 우리말 교육에 필요성을 느낀 건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조선족 사회 내에서 위기감이 퍼지기 시작했다. 동북3성에 모여 살던 조선족들은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중국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들을 따라 대륙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조선족이 한중 교류의 첨병 역할을 했지만, 조선족의 결속력은 점차 줄어들었다. 정 교수는 1999년 ‘중국 조선족 사회의 변천과 전망’이란 주제로 논문을 쓰기 위해 전역의 조선족들을 일일이 찾아다녔다. 이 때 경험은 정 교수에게 조선족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선 우리말 교육 강화가 절실하다는 걸 느끼게 했다. “다른 중국의 소수민족들은 여전히 같은 지역에 모여 사는 경우가 많아요. 중국 서남 지방의 다이(傣族)족 거주지를 가보니 젊은 세대들도 마을 밖으로 나오지 않더군요. 자연스럽게 민족 문화를 체득하며 사는 거죠. 회(回)족은 여기저기 흩어져 살지만 종교(이슬람)라는 공통점이 있고요. 하지만 조선족은 사는 지역도 종교도 달라서 언어마저 없어진다면 함께 공유할만한 민족 문화가 없는 거나 마찬가지예요.”위기감을 느낀 정 교수는 직접 발 벗고 나섰다. 보고서를 써서 국가민족사무위원회 등 중국 정부기관에 우리말 학교 설립을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별 다른 관심을 받지 못했다. 결국 정부 인가가 필요 없는 주말학교를 시작했고, 지금까지 10년 넘게 이어오고 있다. 이후 정음우리말학교를 본 딴 학교들이 베이징이 아닌 다른 도시들에도 생겨나며 2015년 도시우리말학교협의회가 설립됐다. 정 교수가 회장을 맡았고, 각 학교들끼리 정기 교류와 교사 연수를 함께 진행하고 있다.그렇다면 정 교수는 왜 이토록 ‘조선족의 정체성’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걸까. 실제로 중국에선 자신이 조선족인 걸 굳이 밝히지 않으려는 이들도 적지 않다. 어차피 중국 국적으로 사는데 조선족 정체성을 지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여긴다. 잠시 고민하던 정 교수는 다소 상기된 얼굴로 답을 내놨다.“물론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출신을 숨기는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인간이라면 언젠가는 내가 어디서 왔는지, 나의 뿌리가 어디인지 찾기 마련이에요. 단일 민족인 한국은 사정이 좀 다르지만 아직도 경상도·전라도 이렇게 동향(同鄕)을 찾아서 모이고 하잖아요.”● 단절된 시간만큼 언어도 달라져언어는 세월의 흐름 속에 변해간다. 서로 단절된 시간만큼 격차는 더 벌어지기 마련이다. 똑같은 훈민정음을 쓰지만 한국어와 우리말(조선족 언어)도 차이가 있다. 하물며 조선족 안에서도 말투가 다르다. 일제강점기 당시 이주해온 출신 지역에 따라 옌볜 사투리는 함경도, 단둥 지역은 평안도, 지린성은 경상도 말투와 닮았다.“한국어와 조선족 언어의 가장 큰 차이는 외래어예요. 한국인들은 외래어가 익숙할지 몰라도 영어를 모르면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가 너무 많습니다. 예전에 조선족 여성들이 한국에 갔을 때 ‘데이트 한번 하자’는 말을 이해 못했대요. 그런데 무작정 ‘까짓거 합시다’라고 답했다가 곤란한 일이 많았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어요.”반대로 조선족은 중국 사회에서 살다 보니 중국어 병음을 차용해 쓰는 경우가 많다. 조선족 대화를 듣다보면 어순도 어미도 우리말인데 한국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상당하다. “너 오늘 상반(上班·출근의 중국어 병음)했니” 같은 식이다. 요즘 주말학교를 찾는 일부 조선족 학부모들은 우리말(조선족 언어)이 아니라 한국어에 가깝게 가르쳐달라는 요구하기도 한다. 한국에서 만든 교재를 쓰다보니 조선족 교사들이 오히려 단어를 이해하지 못해 곤혹스러운 적도 있다. 하지만 외래어 표현과 두음법칙에서 차이가 있지만, 결국 같은 자음과 모음을 쓴 같은 ‘우리말’이다. 정 교수는 ‘언어는 민족의 정수가 담겨있다’는 자신의 생각을 담아 정음우리말학교 교가를 직접 작사했다. “선조들이 남겨 준 지혜로운 우리말, 민족 향기 풍겨가는 빛나는 유산이라네. 우리 모두 열심히 배우고 배워서 온 세상에 우리말 우리글을 꽃피우리.”(정음우리말학교 교가 중에서)“정신철 교수△1958년 중국 지린성 반석현 출생△1983년 옌벤대학교 졸업△1986년 중국사회과학원 대학원 졸업△2000년 중국사회과학원 민족학 교수△2013년 정음우리말학교 교장△2013년 중국조선민족사학회장△2015년 도시우리말학교협의회장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