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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올림픽 사격 여자 공기권총 10m에서 은메달을 딴 김예지(32·임실군청)가 테슬라 코치아 앰배서더가 됐다. 김예지의 소속사 플필은 1일 “김예지가 국내 최초로 테슬라코리아의 앰배서더로 선정됐다”고 전했다. ‘엄마 사수’인 김예지는 파리 올림픽을 통해 최고의 ‘스타일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시크한 표정으로 총을 겨누는 모습이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은 가운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당장 액션 영화에 섭외해야 한다”고 극찬을 보냈다. 김 선수는 미국 NBC 방송이 선정한 파리 올림픽 10대 화제성 스타로도 선정됐다. 파리 올림픽이 끝난 지 몇 개월 지나지 않아 테슬라의 홍보 모델이 된 김예지는 “나를 알아봐 준 테슬라와 함께하게 돼 정말 기쁘다. 테슬라와 함께 좋은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는 소감을 전했다. 플릴 관계자는 “머스크의 언급으로 김예지와 테슬라가 인연을 맺게 됐다. 지속 가능한 미래와 스포츠를 연결하는 의미 있는 활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예지는 이에 앞서 세계적 명품브랜드 루이뷔통 화보 모델로 나서 스타일리시한 모습을 뽐내기도 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남은 대회는 단 두 개. 방신실(22)은 마지막 두 번의 우승 기회를 살릴 수 있을까. 지난해 특유의 장타를 앞세워 2승을 거두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를 대표하는 선수로 도약한 방신실이 모처럼 우승 기회를 잡았다. 방신실은 31일 제주 제주시 엘리시안CC(파72)에서 열린 KLPGA투어 S-OIL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7개의 버디를 몰아쳤다. 7언더파 65타를 기록한 방신실은 김수지와 함께 공동 선두에 올랐다. 방신실은 올해도 255.97야드로 드라이브 비거리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린 적중률 역시 76.5%로 4위다. 평균 퍼팅이 30.229개로 58위에 약한 편이지만 평균 타수에서는 70.8395개로 11위를 달리고 있다. 전반적인 지표가 이 정도면 우승을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올해 방신실에게는 유독 우승 운이 따르지 않았다. 시즌 개막전이던 3월 하나금융그룹 싱가포르 여자오픈 단독 2위를 시작으로 준우승만 3번을 했다. 3위 한 번 등 톱10에 9번이나 이름을 올렸지만 번번이 우승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직전에 열린 덕산EPC·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에서는 2라운드까지 5타를 잃으며 컷 탈락했다. 하지만 이날 방신실은 모처럼 특유의 장타력을 발휘하며 선두권에 올랐다. 1번홀 첫 드라이버 티샷을 301야드나 날려 버디를 잡아내며 산뜻하게 출발한 방신실은 전반 9개 홀에서 4타를 줄인데 이어 후반에도 3타를 줄였다. 방신실은 “오늘 날씨가 너무 좋았고 그린도 잘 받아주어서 모든 샷을 좀 더 공격적으로 할 수 있었다. 오늘 샷 감각이 좋았기에 많은 버디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좋은 지표에도 불구하고 우승하지 못하고 있다는 질문에 그는 “조급한 마음도 한편으로 들지만 우승 빼고는 나머지 지표들을 보면 잘해나가고 있다. 이번 대회를 포함해 남은 두 대회에서 열심히 해서 꼭 우승을 이뤄보겠다”고 말했다. 가을이 되면 강해지는 김수지(28) 역시 공동 1위에 올라 이번 시즌 두 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김수진은 10월 6일 끝난 메이저대회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엄마 골퍼’ 안선주, 시즌 3승에 빛나는 배소현, 아마추어 이윤서 등 세 명이 6언더파 66타로 한 타 차 공동 3위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대상포인트과 상금 등에서 2위를 달리고 있는 박현경은 4언더파 68타로 공동 16위로 1라운드를 마쳤다. 제주=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고시엔 구장을 안방으로 쓰는 일본 프로야구의 인기 구단 한신 타이거즈가 11월 1일부터 ‘전면 금연’ 정책을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한신은 11일 1일 일본 고치현 아키시에서 열리는 가을 마무리캠프부터 야구와 관련된 모든 장소에서 흡연을 금지한다고 선수들에게 고지했습니다. 전면 금연 대상자는 선수에게만 국한되는 게 아닙니다. 감독과 코치들에게도 해당됩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야구단 프런트 직원들 역시 흡연을 할 수 없습니다. 상대적으로 흡연에 관대했던 일본에서는 무척 이례적인 일입니다. 프로야구 선수가 무슨 담배냐 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을 것입니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는 연초나 전자담배를 피우는 선수가 많지 않습니다. 대신 씹는 담배를 애용하는 선수는 종종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일본이나 한국 프로야구 선수들 중에는 흡연자가 상당히 많습니다. 야구 경기 시작 전후는 물론 경기 중에도 이닝이 바뀌는 짧은 시간에 흡연을 하곤 합니다. 이 때문에 각 구단은 라커룸 근처에 선수들을 위한 흡연 공간을 따로 만들어 두었습니다. 한국 선수들에 비해 일본 선수들 중에는 흡연자가 더 많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예전 한 일본 구단의 스프링캠프 취재를 갔을 때 한 스타 선수는 전력질주 훈련을 마치자마자 건물 뒤편 흡연실로 달려가 맛있게 한 모금을 빨더군요. 그 선수는 현재 한 인기 구단의 감독을 맡고 있습니다. 한신 구단은 예전에도 2군 선수들을 대상으로 금연 정책을 실시한 적이 있습니다. 2군 선수들은 대개 나이가 어린 유망주로 구성되어 있기에 금연 정책이 크게 어색하진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실시되는 전면 금연 정책은 “유니폼을 입고 있는 한 담배를 피워선 안 된다”는 말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홈 구장 뿐 아니라 원경 경기를 가서도 금연 정책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이 때문에 마무리 캠프가 열리는 아키시 측에서는 벌써 구장 내에 설치된 흡연 시설을 모두 철거했습니다. 내년 고시엔 구장에서 열리는 정규시즌 때도 이 규칙은 그대로 적용될 예정입니다. 다만 사복을 입고 있는 때는 예외적으로 흡연이 허용됩니다. 원정 숙소 또는 개인적인 공간까지는 터치하지 않겠다는 것이지요. 한신의 금연 정책에는 새 사령탑으로 임명된 후지카와 규지 감독(44)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후문입니다. 후지카와 감독은 2010년대 초반 한신의 마무리 투수로 활약했던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입니다. 2013년 미국 진출을 위해 팀을 떠난 뒤 오승환(현 삼성)이 뒤를 이어 한신의 마무리 투수가 되었지요. 후지카와 감독은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팀을 떠난 오카다 아키노부 감독(66)의 뒤를 이어 얼마 전 새 사령탑에 올랐습니다. 현지 언론에서는 이번 전면 금연 정책이 후지카와 감독의 1호 개혁 정책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한때 마무리 투수로 한신의 뒷문을 책임졌던 ‘수호신’이 감독이 되어선 선수들과 프런트의 건강을 지킨다는 것이지요. 전면 금연 정책은 선수들의 건강 증진은 물론 최고의 플레이를 펼치기 위한 컨디션 조절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구단은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 선수는 스포니치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기회에 담배를 한번 끊어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한신 뿐 아니라 요즘 일본 야구 구단에서는 ‘금연’이 점점 화두가 되어 가는 분위기입니다. 한신에 앞서 퍼시픽리그의 니혼햄 파이터스와 지바 롯데 마린스가 이미 야구장 내 금연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한신은 센트럴리그에서는 금연에 나선 첫 번째 구단입니다. 12개 팀 중 세 팀이 금연을 시행 중입니다. 아무리 야구를 잘하는 선수가 있다고 해도 위의 세 팀의 유니폼을 입기 위해서는 먼저 담배를 입에 대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생겼습니다. 한국 프로야구 10개 팀 가운데 이 같은 금연 정책을 시행하는 구단은 아직 없습니다. 하지만 향후 금연의 분위기가 점점 확산된다면 언젠가는 한국에서도 전면 금연을 시행하는 팀이 나오지 않을까요.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올 시즌 개막 전 삼성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예상한 전문가는 거의 없었다. 포스트시즌 진출 마지노선인 5강 전력으로 본 전문가도 드물었다. 삼성은 하위권 전력으로 분류됐는데 막상 뚜껑을 열자 예상과는 달랐다. 선발투수 원태인은 ‘커리어 하이’인 15승을 거두며 곽빈(두산)과 다승 공동 1위에 올랐다. 지난겨울 영입한 베테랑 불펜 투수 김재윤, 임창민은 각각 25홀드, 28홀드를 기록하며 필승조 역할을 든든히 했다. 베테랑과 젊은 선수들이 조화를 이룬 타선은 ‘홈런 군단’으로 거듭났다. 10개 팀 중 가장 타자 친화적인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를 안방으로 쓰면서 홈런 185개를 날려 팀 홈런 1위에 올랐다. 투타 조화 속에 전반기를 4위로 마친 삼성은 후반기 들어 순위를 끌어올리며 정규시즌을 2위(78승 2무 64패)로 마쳤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을 전후해 악재가 이어졌다. 정규시즌에서 11승을 거둔 외국인 투수 코너가 어깨 부상으로 ‘가을 야구’ 전력에서 이탈했다. 베테랑 마무리 오승환도 구위가 떨어져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여기에다 주장 구자욱이 LG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도루를 하다 무릎을 다친 뒤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삼성은 플레이오프에서 디펜딩 챔피언 LG를 3승 1패로 물리쳤다. 하지만 정규시즌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KIA를 넘어서기엔 역부족이었다. 외국인 투수 레예스가 분전했지만 코너의 빈자리를 메우기엔 투수가 너무 모자랐다. 원태인도 26일 4차전 도중 어깨 통증을 호소하며 3회에 마운드를 내려갔다. 주전 포수 강민호는 오른쪽 허벅지 뒤 근육 부상으로 28일 5차전에 출전하지 못했다. 삼성으로선 ‘서스펜디드(일시정지) 경기’가 선언된 21일 1차전이 두고두고 아쉬웠다. 삼성은 1-0으로 앞선 6회초 무사 1, 2루 기회를 잡았는데 경기가 중단되면서 좋은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다. 삼성은 이틀 뒤인 23일 속개된 1차전 잔여 경기에서 1-5로 역전패했다. 같은 날 이어 열린 2차전에서도 3-8로 완패했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아쉽게 준우승했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하위권 전력으로 분류됐는데 우리 선수들이 1년간 악착같이 했다. 1년 동안 앞만 보고 열심히 달려준 선수들이 고맙다”고 말했다. 광주=이헌재 기자 uni@donga.com}
KIA가 ‘한국시리즈 불패’를 이어가며 통산 12번째 정상에 등극했다. KIA는 28일 안방인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7-5로 역전승을 거두고 시리즈 전적 4승 1패를 만들면서 정규시즌에 이어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KIA는 전신인 해태 시절부터 올해까지 한국시리즈에 12번 진출해 모두 우승하는 불패 행진을 이어갔다. 해태는 2001년 KIA로 이름이 바뀌기 전까지 9차례 우승했다. KIA는 2009년, 2017년에 이어 세 번째이자 7년 만의 우승을 차지했다. KIA는 또 2014년 KIA챔피언스필드 준공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이 구장에서 우승했다. KIA가 안방 팬들 앞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건 통산 두 번째로 1987년 이후 37년 만이다. 당시 삼성에 이어 정규시즌 2위로 한국시리즈에 올랐던 해태는 대구에서 먼저 2승을 거둔 뒤 광주에서 두 경기를 마저 이기며 우승했다. 2015년까지는 한국시리즈 중립 경기 제도로 인해 9번의 우승을 서울 잠실구장에서 확정했다. 1991년엔 빙그레(현 한화)의 안방인 대전에서 우승했다. 정규시즌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KIA는 시리즈 내내 부상자가 속출한 삼성을 압도했다. 25일 3차전에서 솔로 홈런 4방을 허용하며 한 경기를 내줬을 뿐 나머지 4경기에서는 힘과 힘의 대결에서 모두 이겼다. KIA는 정규시즌에서 팀 타율(0.301)과 평균자책점(4.40) 모두 1위였다.우승을 결정지은 5차전에서도 초반 1-5까지 뒤지던 경기를 뒤집는 저력을 보여줬다. 베테랑 타자 최형우는 3회 적시타에 이어 5회 추격의 불씨를 댕기는 솔로포를 쏘아 올렸다. KIA는 이어진 2사 만루 기회에서 김도영의 밀어내기 볼넷과 삼성 투수 김윤수의 폭투로 동점을 만들었다. 6회 1사 1, 3루에선 포수 김태군의 유격수 앞 내야 안타 때 3루 주자 소크라테스가 결승점을 올렸다. 6-5로 앞선 8회초 불펜 투수들의 제구 난조로 맞은 2사 만루 위기에서 등판한 KIA의 마무리 투수 정해영은 삼성 이재현을 유격수 뜬공으로 잡고 승리를 지켜냈다. 곧 이은 8회말 공격에선 박찬호가 승부에 쐐기를 박는 좌중간 적시 2루타를 터뜨렸다.이번 한국시리즈에서 가장 빛난 별은 ‘작은 거인’ 김선빈(사진)이었다. 김선빈은 한국시리즈 5경기에서 17타수 10안타(타율 0.588), 2타점, 3볼넷, 몸에 맞는 볼 1개로 공격의 선봉에 섰다. 10개의 안타 중 장타가 4개(3루타 1개, 2루타 3개)나 됐다. 출루율(0.636)과 장타율(0.882)을 더한 OPS는 1.518에 이른다. 2017년 한국시리즈 우승 때도 타율 0.357(14타수 5안타)로 활약했던 김선빈은 한국시리즈에서 유독 강한 면모를 뽐냈다. 김선빈은 기자단 투표에서 99표 중 46표(득표율 46.5%)를 받아 팀 동료 김태군(45표·득표율 45.5%)을 한 표 차로 제치고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김선빈은 기아차가 제공한 6400만 원 상당의 EV6 자동차를 MVP 부상으로 받았다. 김태군은 1표 차로 MVP를 놓쳤으나 26일 4차전에서 생애 첫 만루포를 터뜨린 데 이어 이날 5차전에서도 결승타를 때리며 우승에 기여했다. KIA의 외국인 에이스 투수 네일은 1차전 5이닝 무실점에 이어 4차전 5와 3분의 2이닝 호투로 승리 투수가 되며 선발 마운드를 든든히 지켜냈다. 8월 24일 NC 전에서 타구에 맞아 턱관절 골절이라는 큰 부상을 당한 네일은 놀라울 정도의 회복력으로 한국시리즈 마운드에 복귀해 팀의 12번째 우승에 힘을 보탰다. 광주=이헌재 기자 uni@donga.com광주=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KIA가 ‘한국시리즈 불패’를 이어가며 통산 12번째 정상에 등극했다.KIA는 28일 안방인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7-5로 역전승을 거두고 시리즈 전적 4승 1패를 만들면서 정규시즌에 이어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KIA는 전신인 해태 시절부터 올해까지 한국시리즈에 12번 진출해 모두 우승하는 불패 행진을 이어갔다. 해태는 2001년 KIA로 이름이 바뀌기 전까지 9차례 우승했다. KIA는 2009년, 2017년에 이어 세 번째이자 7년 만의 우승을 차지했다. KIA는 또 2014년 KIA챔피언스필드 준공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이 구장에서 우승했다. KIA가 안방 팬들 앞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건 통산 두 번째로 1987년 이후 37년 만이다. 당시 삼성에 이어 정규시즌 2위로 한국시리즈에 올랐던 해태는 대구에서 먼저 2승을 거둔 뒤 광주에서 두 경기를 마저 이기며 우승했다. 2015년까지는 한국시리즈 중립 경기 제도로 인해 9번의 우승을 서울 잠실구장에서 확정했다. 1991년엔 빙그레(현 한화)의 안방인 대전에서 우승했다.정규시즌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KIA는 시리즈 내내 부상자가 속출한 삼성을 압도했다. 25일 3차전에서 솔로 홈런 4방을 허용하며 한 경기를 내줬을 뿐 나머지 4경기에서는 힘과 힘의 대결에서 모두 이겼다. KIA는 정규시즌에서 팀 타율(0.301)과 평균자책점(4.40) 모두 1위였다.우승을 결정지은 5차전에서도 초반 1-5까지 뒤지던 경기를 뒤집는 저력을 보여줬다. 베테랑 타자 최형우는 3회 적시타에 이어 5회 추격의 불씨를 댕기는 솔로포를 쏘아 올렸다. KIA는 이어진 2사 만루 기회에서 김도영의 밀어내기 볼넷과 삼성 투수 김윤수의 폭투로 동점을 만들었다. 6회 1사 1, 3루에선 포수 김태군의 유격수 앞 내야 안타 때 3루 주자 소크라테스가 결승점을 올렸다.6-5로 앞선 8회초 불펜 투수들의 제구 난조로 맞은 2사 만루 위기에서 등판한 KIA의 마무리 투수 정해영은 삼성 이재현을 유격수 뜬공으로 잡고 승리를 지켜냈다. 곧 이은 8회말 공격에선 박찬호가 승부에 쐐기를 박는 좌중간 적시 2루타를 터뜨렸다.이번 한국시리즈에서 가장 빛난 별은 ‘작은 거인’ 김선빈이었다. 김선빈은 한국시리즈 5경기에서 17타수 10안타(타율 0.588), 2타점, 3볼넷, 몸에 맞는 볼 1개로 공격의 선봉에 섰다. 10개의 안타 중 장타가 4개(3루타 1개, 2루타 3개)나 됐다. 출루율(0.636)과 장타율(0.882)을 더한 OPS는 1.518에 이른다. 2017년 한국시리즈 우승 때도 타율 0.357(14타수 5안타)로 활약했던 김선빈은 한국시리즈에서 유독 강한 면모를 뽐냈다.김선빈은 기자단 투표에서 99표 중 46표(득표율 46.5%)를 받아 팀 동료 김태군(45표·득표율 45.5%)을 한 표 차로 제치고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김선빈은 기아차가 제공한 6400만 원 상당의 EV6 자동차를 MVP 부상으로 받았다.김태군은 1표 차로 MVP를 놓쳤으나 26일 4차전에서 생애 첫 만루포를 터뜨린 데 이어 이날 5차전에서도 결승타를 때리며 우승에 기여했다. KIA의 외국인 에이스 투수 네일은 1차전 5이닝 무실점에 이어 4차전 5와 3분의 2이닝 호투로 승리 투수가 되며 선발 마운드를 든든히 지켜냈다. 8월 24일 NC 전에서 타구에 맞아 턱관절 골절이라는 큰 부상을 당한 네일은 놀라울 정도의 회복력으로 한국시리즈 마운드에 복귀해 팀의 12번째 우승에 힘을 보탰다. 광주=이헌재 기자 uni@donga.com광주=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어펜져스’(펜싱+어벤져스)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한국 남자 펜싱 사브르 대표팀은 올해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를 따내며 세계 최강임을 재확인했다. 오상욱이 개인전 금메달을 따냈고, 4명(오상욱 구본길 박상원 도경동)이 출전한 단체전에서는 올림픽 3연패를 달성했다. ‘어펜져스’ 이전 남자 사브르의 전성시대를 열어젖힌 건 파리 올림픽 남자 대표팀 코치로 선수들을 지도한 원우영 코치(42)다. 원 코치는 2006년 토리노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개인전 동메달을 목에 걸며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 이 종목 시상대에 섰다. 2010년 파리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개인전 정상에 올랐다. 역시 아시아 선수 최초의 쾌거였다. 그는 파리 그랑팔레 경기장에서 금메달을 땄는데 올해 파리 올림픽의 경기 역시 같은 장소에서 열렸다. 그리고 2012년 런던 올림픽 남자 단체전에서 오은석 김정환 구본길과 함께 누구도 예상 못 한 깜짝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원 코치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로 펜싱 그랜드슬램(올림픽,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을 달성한 후 2015년 은퇴했다. 이후 소속팀 서울교통공사에서 지도자로 활동하다 2021년 대표팀 코치로 복귀했다. 안정적인 직장을 뿌리치고 다시 선수촌으로 돌아온 그는 “대표팀 코치는 성적이 안 나면 바로 잘리는 자리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선수 때 쌓은 기술과 철학을 후배들에게 직접 전달해 주고 싶었다”고 했다. ‘코치’ 원우영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칼을 썼다. 낮에는 선수들을 지도하면서 펜싱 칼을 잡고, 저녁에는 요리용 주방 칼을 들었다. 펜싱 주요 대회는 대개 유럽에서 열리기 때문에 경기 후 한식을 먹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원 코치가 직접 요리사로 나섰다. 원 코치는 “한국에서 싸 들고 간 김치로 김치찌개를 만들고, 현지에서 구한 닭으로 얼큰한 닭볶음탕을 끓이곤 했다”고 말했다. 대표팀이 다시 소집되기 전까지 그는 밀린 ‘아빠 노릇’을 하고 있다. 초등학교 1학년 첫째와 세 살 난 둘째 아이를 돌보는 게 일과다. 원 코치는 “펜싱은 원포인트 싸움이다. 한 치 앞을 바라볼 수 없을 만큼 치열하다는 얘기다. 그런데 육아 역시 원포인트 싸움이라는 걸 절감하고 있다”며 웃었다. 은퇴한 지 10년 가까이 됐지만 그는 건강관리를 따로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운동량이 많다. 그는 1 대 1일 레슨 형식으로 선수들을 지도하는데 하루에 4∼6명과 실전을 방불케 하는 훈련을 한다. 발목 강화에도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종목 특성상 펜싱 선수들은 발목 인대 부상이 많다. 선수 생활 내내 발목 부상으로 고생했던 그는 “수영 발차기가 발목 강화에 도움이 많이 된다. 쉴 때도 가동 범위가 나오는 데까지 발목을 꺾어 주는 동작을 자주 한다”고 말했다. 선수, 지도자로 많은 것을 이룬 그의 새 목표는 2028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 이어 2032년 브리즈번 올림픽에서도 후배들의 금메달을 돕는 것이다. 그는 “그때가 되면 나도 50세 언저리가 된다. 앞으로 두 번의 올림픽에서 최고의 성적을 거둔 후 다음 목표를 생각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이헌재 스포츠전문기자 uni@donga.com}
한국 남자 펜싱 사브르 대표팀은 ‘어펜져스’(펜싱+어벤져스)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훈훈한 외모에 좋은 체격, 그리고 뛰어난 실력까지 갖추고 있어서다. 어펜져스는 올해 파리 올림픽에서도 금메달 2개를 따내며 세계 최강임을 재확인했다. 오상욱이 개인전 금메달을 따냈고, 4명(오상욱 구본길 박상원 도경동)이 출전한 단체전에서는 올림픽 3연패를 달성했다. 도경동이 2관왕에 오른 오상욱을 향해 “우리는 지금 오상욱의 시대를 살고 있다”고 말하자 오상욱은 “아니다. 우리는 그냥 ‘어펜져스’(어벤져스+펜싱)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답했다. 단체전 우승이 확정된 순간 어펜져스들은 서로를 얼싸안고 환하게 웃으며 기쁨을 만끽했다. 다만 이들을 지도한 원우영 남자 펜싱 사브르 코치(42)만은 옆에서 ‘폭풍 눈물’을 쏟았다. 한 번 터진 울음은 그칠 줄 몰랐다. 경기가 끝난 후에도 한참 동안 그는 눈물을 흘리고 또 흘렸다. 원 코치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눈물이 많아진 것 같다”면서도 “지난 3년간 힘들고 고생했던 순간이 스쳐 지나가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고 했다. 한국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2021년 도쿄 올림픽 때도 금메달을 땄다. 그런데 당시 금메달 멤버 중 김정환과 김준호가 빠지고 박상원과 도경동이 자리를 대신 채웠다. 원 코치는 “멤버 두 명이 바뀌면서 주변에서 부정적인 시선이 적지 않았다. 선수들도 위축되면서 분위기가 많이 가라 앉았다”며 “티를 내지 않으려 오히려 더 강하게 맞섰다. 고맙게도 선수들이 너무 잘해줬다”고 말했다. 파리 올림픽에선 조연이었지만 원 코치는 한국 남자 사브르의 전성기를 이끈 레전드 선수 출신이다. 한국 펜싱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김영호가 남자 플뢰레 개인전에서 첫 금메달을 획득했다. 하지만 이후 별다른 성과를 올리지 못하다가 2012년 런던 올림픽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내면서 본격적인 전성기를 맞았다. 원 코치는 런던 올림픽에서 오은석 김정환 구본길과 함께 누구도 예상못한 깜짝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시에도 네 선수 모두 준수한 외모를 갖추고 있었다. 팬들은 당시 유행했던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 나오는 네 명의 남자 주인공을 빗대 ‘F4(Flower 4)’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어펜져스에 앞서 F4가 있었던 것. F4 중에서도 주인공이었던 원 코치는 “사실 당시 외모 수준이 그 정도는 아니었는데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부담스러웠지만 기분은 좋았다”며 웃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한국 사브르는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유럽세가 워낙 강해 다른 대륙 국가들은 좀처럼 파고들 여지가 보이지 않았다. 원 코치는 “예선 탈락이 기본이었다. 워낙 기술과 체력 차이가 많이 나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캠코더로 상위권 선수들의 영상을 찍어 따라해 보는 것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심판 판정에서도 불이익을 받았다. 찰나의 순간에 따라 승부가 바뀌곤 하는 사브르 종목 특성상 심판 판정이 중요한데 유럽 선수들은 피스트 밖에서는 심판들과 농담을 주고받는 사이였다. 반면 인지도가 없고, 경기에도 잘 나가지 못했던 한국 선수들은 억울한 판정을 당해도 속으로 삼키기 일쑤였다. 당시에는 챌린지(비디오 판도) 제도도 없었다. 이때 SK텔레콤이 구세주로 나섰다. 2003년 대한펜싱협회 회장사를 맡은 SK텔레콤은 남자 사브르 대표팀의 해외 훈련과 국제대회 출전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러시아, 루마니아 등 대회가 열리는 곳이나 훈련 시설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갔다. 원 코치는 “유럽 선수들에게도 고마운 게 선입견 없이 ‘함께 훈련하자’며 손을 내밀어줬다. 유럽도 나라마다, 지역마다 다 특색이 있다. 곳곳을 다니면서 우리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아낌없이 흡수했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투자가 이뤄진 지 3년 만인 2006년 토리노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원 코치는 개인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유럽 선수들이 독식하던 남자 사브르에서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 시상대에 선 것이다. 2010년 파리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개인전 정상에 올랐다. 역시 아시아 선수 최초의 쾌거였다. 당시 그는 파리 그랑팔레 금메달을 땄는데 올해 파리 올림픽에서 한국 사브르 대표팀은 역사적인 그랑팔레에서 금메달 2개를 합작했다. 그는 “아마추어 종목에서 투자와 성과는 비례한다. SK텔레콤의 지원이 없었으면 F4도, 어펜져스도, 한국 펜싱의 전성기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 코치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로 펜싱 그랜드슬램(올림픽,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을 달성한 후 2015년 은퇴했다. 이후 소속팀 서울교통공사에서 코치를 맡으며 올림픽 등 국제대회에서는 TV 해설위원으로도 활동했다. 그러다 2021년 다시 코치가 돼 대표팀으로 복귀했다. 정년이 보장된 안정적인 직장을 뿌리치고 다시 선수촌으로 돌아온 그는 “대표팀 코치는 성적이 안 나면 바로 잘리는 자리라는 걸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잘해 낼 자신이 있었다”며 “내가 선수 때 쌓은 기술과 철학을 후배들에게 직접 전달해주고 싶었다”고 했다. ‘코치’ 원우영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칼을 사용해야 했다. 낮에는 선수들을 지도하면서 펜싱 칼을 잡고, 저녁에는 요리용 주방 칼을 들었다. 월드컵과 그랑프리 대회 등 각종 국제대회에 나갈 때 선수들은 한국 음식을 찾기 마련이다. 대부분의 펜싱 경기는 유럽에서 열리기 때문에 경기를 마친 뒤 한식을 구하기가 그리 쉽지 않다. 그래서 원 코치가 직접 요리사로 나선 것이다. 원 코치는 “외국에 나가면 선수들이 가장 먹고 싶어 하는 게 김치다. 그래서 김치를 잔뜩 싸 들고 가서 김치찌개를 만들어주곤 한다”며 “고추장과 조미료 등을 고루 챙겨가 닭도리탕도 종종 끓인다. 유럽 현지에서도 닭은 구하기가 쉬워 얼큰한 닭도리탕으로 한식의 그리움을 채우곤 한다”고 말했다. 2021년 대표팀 코치 취임 후 올해 파리 올림픽까지 3년 동안 쉼 없이 달려온 그는 요즘 모처럼 ‘코치’가 아닌 ‘아빠’로 살아가고 있다. 초등학교 1학년 첫째와 세 살 난 둘째 아이를 돌보는 게 하루 일과다. 아이들 학원과 어린이집 라이딩부터 청소, 설거지까지 모두 담당한다. 모처럼 가족 여행도 다녀왔다. 대표팀에서 요리사로 활약했던 그는 아이들에게도 종종 식사를 만들어준다. 원 코치는 “흔히 펜싱 경기를 원 포인트 싸움이라고 한다. 한 치 앞을 바라볼 수 없을 만큼 치열하다는 얘기다. 그런데 모처럼 육아를 해보니 육아 역시 펜싱 못지않은 원 포인트 싸움이라는 걸 매일 절감하고 있다”며 웃었다. 하지만 얼마 있으면 그는 다시 펜싱의 원 포인트 싸움으로 돌아가야 한다. 11월 재소집되는 국가대표 선수단 일정에 맞춰 다시 선수들을 지도하게 된다. 은퇴한지 10년 가까이 됐지만 그는 따로 건강을 관리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운동량이 많다. 그는 선수들을 1대 1일 레슨 형식으로 지도하는데 하루에 4~6명과 실전을 방불케 하는 훈련을 한다. 선수당 1시간 가량 훈련을 한다고 가정하면 4~6시간 동안 쉼 없이 칼을 주고 받는 셈이다. 그는 “세계적인 선수들이니만큼 움직임과 스피드가 너무 좋다. 하루 지도를 하고 나면 온몸에 힘이 다 빠질 지경”이라고 말했다. 대신 그는 선수 발목 강화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종목 특성상 펜싱 선수들이 발목을 접질리기 십상인데 그 역시 선수 생활 내내 발목 부상으로 고생을 많이 했다. 지금도 작은 돌덩이를 밟으면 발목이 휙휙 돌아가곤 한다. 그는 “발목 인대 주변 강화에 가장 좋은 건 수영이다. 특히 수영을 할 때 발차기를 많이 하면 도움이 많이 된다”며 “평소 쉴 때도 가동 범위가 나오는 데까지 발목을 꺾어주는 동작을 한다”고 말했다. 선수로 올림픽 금메달을 땄고, 지도자로 제자들의 올림픽 금메달을 도운 그의 목표는 한국 남자 사브르가 세계 최강의 자리를 유지하는 게 힘을 보태는 것이다. 그는 “2028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피과 2032년 브리즈번 올림픽까지 금메달을 따는 게 목표다. 그때가 되면 나도 50살 언저리가 된다. 앞으로 두 번의 올림픽에서 최고의 성적을 거둔 후 다음 인생 목표를 생각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남자 사브르 대표팀의 최고의 장점은 ‘팀워크’라고 했다. 그는 “특히 단체전에서는 팀원들 간의 신뢰가 핵심이다.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면 능력 이상을 발휘할 수 있다. 파리 올림픽 단체전 금메달도 그렇게 나왔다”고 했다. 사브르 대표팀의 팀워크의 단적인 예는 결혼에서도 알 수 있다. 그는 승무원 출신인 김규리 씨와 2015년 결혼했다. 펜싱 선수-승무원 1호 커플이었다. 이후 김준호, 구본길, 김정환이 차례대로 결혼했는데 신부들은 모두 승무원 출신이었다. 원 코치는 “서로 소개를 해주거나 한 건 아닌데 우연히 그렇게 됐다. 모두 이상형을 보는 눈이 비슷한 것 같다”며 웃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10년 차인 지한솔(28)은 올해 초 갑상샘 항진증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갑자기 체중이 4∼5kg 정도 빠지면서 체력이 떨어졌다. 드라이버 비거리는 200야드도 채 나가지 않았다. ‘운동을 계속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나날이 이어졌다. 9월 초까지 출전한 20개 대회에서 9번이나 컷 탈락했다. 5월 E1 채리티오픈에선 1라운드를 마치고 기권했다. 뜻밖의 도움을 준 이들은 후배 골퍼 방신실(20)의 부모님이었다. 지한솔은 “사실 이전까지 크게 인연이 없는 분들이었다. 그런데 식이요법과 운동 등에 관해 조언해 주셨다. 또 병원과 좋은 의사 선생님을 소개해 주셔서 큰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방신실 역시 2년 전 갑상샘 항진증 진단을 받았는데 이를 극복했다. 꾸준한 노력 끝에 정상적인 몸을 회복한 지한솔은 9월 중순부터 다시 선두권 경쟁을 하는 선수로 돌아왔다. 그리고 마침내 27일 경기 용인시 88컨트리클럽(파72)에서 끝난 덕신EPC·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 정상에 올랐다. 올 시즌 첫 승이자 2022년 8월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 이후 2년 2개월 만에 거둔 통산 네 번째 우승이다. 지한솔은 이날 최종 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2개로 2언더파 70타를 쳤다. 최종 합계 14언더파 274타를 기록한 지한솔은 공동 2위 박주영(34)과 이율린(22)을 두 타 차로 제치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우승 상금 1억8000만 원을 받은 지한솔은 시즌 상금을 4억9476만2208원으로 늘리면서 상금 순위 33위에서 19위로 뛰어올랐다. 두 타 차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지한솔은 1번홀(파4)에서 5.6m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순조롭게 출발했다. 8번홀(파5)에서도 버디를 추가했다. 이후 타수를 줄이지 못해 박주영과 이율린 등의 추격을 받았지만 이후 10개 홀에서 모두 파를 세이브하며 선두를 지켜냈다. 지한솔은 “항상 우승하고 싶었는데 그렇게 순탄하지 않았다. 원하던 네 번째 우승을 올해 안에 이뤄서 기분 좋다”며 “시즌 첫 승의 목표를 이뤘으니 시즌 상금 랭킹 10위 안에 드는 걸 새 목표로 삼겠다”고 했다. 유해란(23)은 이날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골프 앤드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이뱅크 챔피언십에서 3위를 했다. 최종 라운드를 공동 선두로 시작한 유해란은 최종 합계 21언더파 267타로 우승자 인뤄닝(중국)에게 두 타가 뒤져 통산 세 번째 우승을 다음으로 미뤘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프로야구 정규시즌 1위 KIA는 안방 광주에서 열린 한국시리즈(7전 4승제) 1, 2차전을 모두 잡으면서 통산 12번째 우승의 9분 능선에 도착했다. 정규시즌에 삼성을 상대로 12승 4패의 우위를 보였던 KIA는 포스트시즌 사상 첫 ‘서스펜디드’(일시 정지) 경기로 23일 재개된 1차전에서 5-1로 역전승한 뒤 같은 날 이어 열린 2차전에서도 8-3 승리를 챙겼다.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한 팀이 1, 2차전을 모두 승리한 20번 중 18번(90%)은 정상에 올랐다. 그중 9번은 4전 전승으로 한국시리즈를 끝냈다. KIA도 전신 해태 시절이던 1987년과 1991년 두 차례 전승 우승을 차지했다. 1987년은 삼성, 1991년은 빙그레(현 한화)가 제물이었다. 2연패를 당한 삼성은 25일 오후 6시 반 대구에서 열리는 3차전에서 승리해야 분위기 반전을 꾀할 수 있다. 삼성은 2013년 한국시리즈 때 두산에 1, 2차전을 먼저 내줬지만 결국 4승 3패로 역전 우승을 한 적이 있다. 한국시리즈를 2연패로 시작하고도 결국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팀은 당시 삼성과 2007년 SK(현 SSG)뿐이다.박진만 삼성 감독은 “우리 팀의 강점인 장타력을 통해 분위기를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올 시즌 팀 홈런 1위(185개)인 삼성은 안방인 대구에서 119개의 홈런을 쏘아 올렸다. 대구에서 열린 LG와의 플레이오프 1, 2차전에서도 8개의 홈런을 날렸다. 이범호 KIA 감독도 “우리 타자들이 (21일) 1차전 시작 때만 해도 실전 감각이 떨어져 있었지만 서스펜디드 게임을 거쳐 타격감을 되찾았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3번 타자 김도영은 23일 재개된 1차전 7회말에 한국시리즈 개인 첫 안타를 신고한 뒤 2차전 때는 홈런포까지 가동했다. 1차전 때 무안타에 그쳤던 4번 타자 최형우와 5번 타자 나성범은 2차전에선 나란히 4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6번 타자 김선빈도 1, 2차전 합계 5타수 3안타(타율 0.600) 2타점의 고감도 방망이를 뽐내고 있다.KIA는 3차전에 외국인 왼손 투수 라우어를 선발 등판시켜 상승세를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2022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밀워키에서 11승(7패)을 거둔 라우어는 KIA가 우승 마지막 퍼즐로 8월에 영입한 선수다. 라우어는 정규시즌 7경기에서 2승 2패, 평균자책점 4.93을 기록했다. 라우어는 한국 무대 데뷔전이던 8월 11일 삼성과 딱 한 번 맞붙어 3과 3분의 1이닝 동안 홈런 2개를 맞으며 4실점 한 적이 있다. 라우어는 그러나 “삼성이 올라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때와 달리 지금은 한국 야구에 대한 적응을 다 마쳤다”며 자신감을 보였다.삼성의 3차전 선발 투수는 레예스다. 정규시즌에 11승(4패)을 거둔 레예스는 LG와의 플레이오프 두 경기에서 모두 승리투수가 되며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레예스는 19일 플레이오프 4차전 등판 이후 닷새 만에 마운드에 오른다. 레예스는 “플레이오프 때도 비 덕분에 (일정이 하루 밀려) 4차전 때 100구 이상 던질 수 있었다. 한국시리즈 때도 비가 내려 쉬는 날이 늘어나 좋았다”라면서 “이번에도 플레이오프 때처럼 팀 승리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26일 오후 2시에 역시 대구에서 열리는 4차전 때는 정규시즌 평균자책점 1위(2.53) KIA 네일과 다승 1위(15승) 삼성 원태인이 1차전에 이어 다시 한 번 ‘에이스’ 맞대결을 벌인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21일 시작한 프로야구 한국시리즈(7전 4승제) 1차전이 우천으로 일시정지(서스펜디드) 경기가 되면서 이범호 KIA 감독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이 경기는 KIA가 0-1로 뒤진 6회초 무사 1, 2루 김영웅(삼성) 타석부터 재개될 예정이었다. KIA는 어떻게든 이 상황을 최소 실점으로 막아야 했다. 1차전뿐 아니라 시리즈 전체 향방을 좌우할 수 있는 이 승부처에서 어떤 투수를 마운드에 올릴지가 숙제였다. 22일에 재개될 예정이던 경기가 그라운드 사정으로 하루 더 미뤄지면서 이 감독의 고민은 더 깊어졌다. 2박 3일에 걸친 고심의 결과는 23일 오후 4시에 밝혀졌다. 이 감독의 선택은 오른손 불펜 투수 전상현이었다. 정규시즌 때 마무리와 셋업맨을 오가며 10승 5패 7세이브 19홀드를 기록한 전상현은 이 감독의 기대에 100% 부응했다. 김영웅은 전상현의 초구에 바로 보내기 번트를 시도했다. 그때 KIA 포수 김태군이 자기 바로 앞에 떨어진 공을 잡아 2루 주자를 3루에서 잡아냈다. 다음 타자 박병호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전상현은 윤정빈에게 볼넷을 내주며 2사 만루 위기를 맞았지만 이재현을 투수 앞 땅볼로 아웃시키며 이닝을 마쳤다. 위기를 무실점으로 넘긴 KIA는 7회말 경기를 뒤집었다. 김선빈의 볼넷과 최원준의 우전 안타로 만든 무사 1, 2루 기회에서 김태군이 보내기 번트를 성공해 1사 2, 3루가 됐다. 이때 삼성 베테랑 구원투수 임창민의 2연속 폭투로 KIA가 2-1 리드를 잡았다. KIA는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소크라테스와 김도영의 연속 적시타로 두 점을 더 달아났다. KIA는 전상현에 이어 등판한 곽도규와 정해영까지 3명의 투수가 4이닝 무피안타 무실점을 합작해 5-1로 승리했다. 전상현은 1차전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기세를 탄 KIA는 1차전 종료 약 한 시간 뒤인 오후 6시 반부터 시작된 2차전에서는 1회부터 삼성 마운드를 무너뜨리며 8-3 완승을 거뒀다.KIA는 1회 삼성 선발투수 황동재를 상대로 5개의 안타와 1개의 볼넷을 집중시키며 5점을 뽑아냈다. 2회에는 정규시즌 38홈런-40도루의 주인공 김도영이 삼성 두 번째 투수 이승민을 상대로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한국시리즈 개인 첫 홈런(1점)을 터뜨렸다. KIA 선발 양현종은 5와 3분의 1이닝 8피안타 2볼넷 5탈삼진 2실점(1자책) 호투로 이 경기 승리투수가 되면서 2차전 MVP에도 선정됐다. 양현종의 한국시리즈 승리는 2017년 두산과의 2차전 완봉승에 이어 7년 만이자 두 번째다. 안방에서 열린 1, 2차전을 쓸어 담은 KIA는 통산 12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에 한층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한국시리즈에서 한 팀이 1, 2차전을 모두 이긴 경우는 20번 있었는데 그중 18번(90%)은 정상에 올랐다. 18번 중 9번은 4전 전승 우승이었다. 이 감독은 “하루에 두 경기를 다 잡을 거라 생각 안 했는데 1차전에 전상현이 중요한 상황에서 끊어줘서 이겨낸 덕에 2차전 때는 좀 더 편하게 경기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1차전 패배가 2차전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1차전 7회말에) 2아웃까지 잡고 폭투로 (점수를) 내줬기 때문에 거기서 분위기를 빼앗겼다”며 “1승 1패가 목표였는데 두 경기를 모두 패해 아쉽다”고 했다. 두 팀의 3차전은 25일 오후 6시 30분 삼성의 안방인 대구에서 열린다. KIA는 라우어, 삼성은 레예스가 선발 등판할 예정이다.광주=이헌재 기자 uni@donga.com광주=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사상 처음으로 ‘서스펜디드(일시 정지) 경기’가 선언됐던 KIA와 삼성의 한국시리즈 1차전이 그라운드 사정으로 하루 더 연기돼 23일 열린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2일 오후 4시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서 재개될 예정이던 KIA와 삼성의 한국시리즈 1차전, 1차전에 이어 열기로 한 2차전을 모두 취소했다. 1차전은 그라운드 사정으로, 2차전은 이날 오후 광주 지역에 예보된 비 때문에 열리지 못했다. 취소된 두 경기는 23일 오후 4시 1차전이, 1차전 종료 후 1시간 뒤 2차전이 열린다. 1차전이 오후 5시 30분 이전에 끝나면 2차전은 오후 6시 30분에 시작한다. 1차전은 삼성이 1-0으로 앞선 6회초 무사 1, 2루 상황에서 김영웅 타석부터 다시 시작한다. 22일 오후 광주에 비가 많이 내리진 않았다. 이날 KBO 관계자는 “전날부터 오늘 오전까지 내린 비로 그라운드를 정비하는 데 최소 3시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돼 1차전 서스펜디드 경기를 오후 4시에 재개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오후 늦게부터는 또 비 예보가 있어 2차전도 순연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21일 1차전 서드펜디드 경기 선언 직후 “선발투수 원태인이 잘 던지고 있었고, 공격도 흐름을 탔는데…”라며 아쉬워했다. 하지만 22일 1, 2차전 취소 결정은 담담히 받아들였다. 경기가 하루 더 밀린 것을 두고는 정규시즌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KIA보다는 플레이오프(PO·5전 3승제)를 거쳐 올라온 삼성에 좀 더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삼성은 LG와의 PO를 19일 4차전에서 끝내고 하루만 쉰 뒤 21일 한국시리즈 일정을 시작했다. 삼성은 15일 PO 2차전에서 도루를 시도하다 무릎 부상을 당한 중심 타자 구자욱이 회복할 시간도 벌었다. 삼성은 선발 마운드 운용에도 숨통이 트였다. 현재 삼성 마운드에서 확실한 선발투수는 정규시즌 다승 공동 1위(15승) 원태인과 외국인 우완 레예스 두 명이다. 한국시리즈 경기가 이틀 연속 미뤄진 덕에 레예스는 5일간 휴식 후 25일 안방 대구에서 열리는 3차전에 등판할 수 있게 됐다. 레예스는 19일 PO 4차전에 선발로 나서 7이닝을 던졌다. 레예스는 한국시리즈 승부가 7차전(30일)까지 이어지면 한 차례 더 등판할 수도 있다. 21일 1차전에 선발로 나서 5이닝 동안 공 66개를 던진 원태인 역시 나흘 휴식 뒤 26일 4차전에 등판할 예정이다. 원태인은 “(1차전) 투구 수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나흘 쉬고 좋은 컨디션으로 4차전을 준비할 수 있게 됐다”며 “시리즈가 7차전까지 간다면 선발과 불펜을 가리지 않고 등판할 수 있을 정도로 몸 상태가 좋다”고 말했다. 이범호 KIA 감독은 이날 “우리 선수들이 1차전에선 긴장한 탓인지 좋은 공을 놓치곤 했다. (서스펜디드 경기 선언으로) 1차전을 사실상 두 번 치르는 것이기 때문에 긴장도가 확실히 덜할 것”이라고 했다. 또 “23일 1차전 잔여 이닝은 불펜 싸움이 될 것으로 본다. 시리즈 분위기에 적응한 우리 타자들이 21일보다는 활발한 타격을 보여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KIA는 21일 1차전 때 5이닝 동안 2안타에 그쳤다.광주=이헌재 기자 uni@donga.com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오진혁(43)이 정들었던 활을 내려놨다. 한국 남자 양궁의 맏형으로 20년간 태극마크를 달았던 그의 마지막 대회는 지난달 열린 회장기대학실업양궁대회였다. 이 대회에서 그는 일반부 단체전 동메달을 땄다. 개인전에선 입상하지 못했지만 마지막으로 쏜 화살을 정확히 10점 과녁에 명중시키며 피날레를 장식했다. 2021년 도쿄 올림픽 남자 단체전 결승전에서 마지막 화살(10점) 시위를 놓은 뒤 “끝”이라고 외쳤을 때와 마찬가지였다. 지난달까지 후배들에게 “형”으로 불렸던 그는 이달부터 “코치님”이 됐다. 지도자 데뷔전도 무난히 치렀다. 지난주 열린 전국체육대회에서 그가 이끈 제주(현대제철)는 남자 일반부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땄다. 소속 선수 남유빈은 남자 일반부 개인전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오진혁은 “뒤에서 지켜보는데 너무 긴장됐다. 차라리 내가 나가서 활을 쏘는 게 훨씬 편하겠다 싶더라”며 웃었다. 그는 대기만성형 선수였다. 올림픽 첫 출전은 31세이던 2012년 런던 대회였다. 런던에서 그는 한국 남자 양궁 선수 최초로 올림픽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의 선수 인생이 바뀐 계기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 탈락이었다. 분명 탈락이었지만 뭔가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았다. 하루의 휴식도 없이 선발전 다음 날부터 다시 활을 잡았다. 2008년 한 해 동안 그는 설날과 추석 당일 딱 이틀만 쉬었다. 나머지 363일은 미친 듯이 활을 파고들었다. ‘이렇게 쏘면 되는구나’ 하는 느낌이 딱 왔다. 오진혁은 “나만의 루틴이 생긴 뒤로는 더 이상 대표 선발전이 두렵지 않았다”며 “경기가 언제 열리더라도 괜찮을 만큼 장비를 챙기고 마음을 다잡았다. 한번 오른 자리에서 내려가기 싫어 더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그는 올림픽에서 금 2개, 동메달 1개를 땄다. 또 2010년 광저우 대회부터 2023년 항저우 대회까지 아시안게임에 4회 연속 출전해 금메달 3개를 목에 걸었다. 오랫동안 그를 괴롭힌 건 부상이었다. 과도한 훈련량 탓에 2011년부터 시위를 당길 때마다 오른쪽 어깨에서 ‘뚝’ 하는 소리가 났다. 2017년 어깨 회전근 4개 중 3개가 끊어져 있다는 병원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오진혁은 “마지막 한 개의 근육이 끊어질 때까지 해 보자”며 다시 사대(射臺)에 섰다. 하나밖에 남지 않은 어깨 근육을 지키기 위해 그는 밴드 운동과 수영으로 보강 운동을 꾸준히 했다. 하체는 웨이트트레이닝과 함께 하루 40분가량의 유산소 운동으로 단련했다. 승부 세계의 스트레스는 낚시로 풀었다. 진천선수촌 생활을 할 때 휴일이면 팀 후배인 김종호와 함께 인근 저수지에서 붕어를 낚았다. 외국 전지훈련을 가서도 틈틈이 낚싯대를 드리웠다. 지도자로 첫발을 디딘 그는 자신이 양궁을 통해 느꼈던 성취감을 제자들도 함께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장기적인 꿈은 진천선수촌장이 되어 선수들과 함께 호흡하는 것이다. 그는 “태릉과 진천선수촌에서 20년간 생활했다. 선수들에게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인지 잘 안다. 언젠가는 선수촌장이 돼 선수들과 함께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싶다”고 했다.이헌재 스포츠전문기자 uni@donga.com}
시위를 떠난 화살은 아직 표적에 닿지 않았다. 그런데 시위를 놓자마자 그의 입에서는 “끝”이라는 한 마디가 나왔다. 찰나의 시간이 흐른 뒤 화살은 정확히 10점 과녁에 꽂혔다. 한국 남자 양궁 대표팀의 금메달을 확정 짓는 한 발이었다. 2021년 도쿄 올림픽 양궁 남자 단체전에서 나온 이 장면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남아 있다. “끝”의 주인공 오진혁(43)이 영원할 것 같았던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한국 남자 양궁의 ‘맏형’ 오진혁은 지난달 말 경북 예천진호양궁장에서 열린 전국남녀양궁종합선수권대회에서 은퇴식을 갖고 33년간 정들었던 활을 내려놨다. 이날 그는 선수로는 뛰지 않고 행사에만 참석했다. 오진혁이 마지막으로 선수로 뛴 대회는 지난달 초 열린 제41회 회장기대학실업양궁대회다. 현대제철 유니폼을 입은 그는 후배 선수들과 함께 일반부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합작했다. 개인전에서는 입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선수로서 마지막으로 쏜 화살을 정확히 10점 과녁에 명중시키며 양궁 인생의 “끝”을 그답게 장식했다. 후배들은 9월달까지만 해도 그를 “형”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10월부터 호칭이 “코치님”으로 바뀌었다. 전달까지 플레잉코치였지만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코치직에 전념하고 있어서다. 지도자 데뷔전도 무난히 치렀다. 지난주 경남 진주 공군교육사령부에서 열린 전국제전에서 그가 이끈 제주(현대제철)는 남자 일반부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합작했다. 소속 선수 남유빈은 남자 일반부 개인전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오진혁은 “뒤에서 지켜보는데 선수 때도 느껴보지 못했던 엄청난 긴장감을 느꼈다. 차라리 내가 나가서 활을 쏘는 게 훨씬 편하겠다 싶더라”며 “그래도 첫 대회부터 선수들이 잘 따라주고, 좋은 성적을 내줘서 너무 고맙다”며 웃었다. 오진혁은 오랜 선수 시절 동안 한국 양궁에 여러 기념비적인 기록을 남겼다. 2012년 런던 올림픽 개인전 금메달이 대표적이다. 올해 파리 올림픽에서 단체전 10연패를 달성한 여자 양궁은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부터 개인전에서도 거의 금메달을 놓친 적이 없다. 하지만 남자 양궁 대표팀은 단체전에서는 강했지만 유독 개인전에만 들어가면 힘을 쓰지 못했다. 박성수(1988년 서울), 정해전(1992년 바르셀로나), 박경모(2008년 베이징) 등 쟁쟁한 선수들도 모두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한국 남자 선수 ‘은메달 징크스’를 처음 깨뜨린 게 바로 오진혁이다. 오진혁이 2012년 런던 대회 처음 금맥을 뚫자 구본찬이 2016년 리우 대회에서 뒤를 이었다. 올해 파리 대회에서는 절친한 후배 김우진이 숙원이던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보다 더 어려운 기록은 최장수 양궁 국가대표 기록이다. 흔히들 한국 양궁 국가대표 되기가 낙타가 바늘구멍 뚫기보다 어렵다고 한다. 그런데 오진혁은 그 어렵다는 한국 양궁 국가대표를 20년 동안 했다. 한국 엘리트 선수들의 요람인 태릉선수촌과 진천선수촌에서도 그만큼 오랫동안 머문 선수는 종목을 불문하기 거의 찾기 힘들다. 그는 “처음엔 멋모르고 덜컥 국가대표가 됐다가 다시 탈락하길 반복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활을 이렇게 쏘면 되겠구나 하는 감이 왔다. 그 감을 놓치지 않기 위해 정말 노력을 많이 했다”며 “한 번 떨어진 경험 때문인지 다시는 내려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주변에서도 ”잘한다, 잘한다“ 응원해 주니 더 열심히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대기만성형 선수였다. 18세이던 1998년 세계주니어선수권 2연패와 함께 반짝 떠오르며 태극마크를 달았지만 이듬해 곧바로 탈락했다. 간혹 8명의 대표 선수 안에 포함되긴 했지만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같은 큰 대회를 앞두고 열린 최종 선발전에서는 번번이 낙방했다. 그는 “국군체육부대(상무)를 다녀와서 어느 실업팀에서든 1, 2년 만 더 선수 생활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던 시절도 있었다”고 했다. 가능성을 본 대회는 2007년에 열린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대표 선발전이었다. 박경모, 임동현, 이창환 등 쟁쟁한 선수들과 경쟁한 끝에 또 탈락했다. 그런데 예전과는 느낌이 달랐다. 뭔가 하면 될 것만 같았다. 하루 휴식도 없이 선발전 다음날부터 다시 활을 잡았다. 2008년 한 해 동안 그는 설날과 추석 등 딱 이틀을 쉬었다. 나머지 363일은 미친 듯이 활을 파고 들었다. ‘이렇게 쏘면 되는구나’ 하는 느낌이 딱 그때 왔다. 자신만의 루틴이 생긴 것이다. 28살이던 2009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다시 대표팀에 복귀한 그는 올해 은퇴하기 전까지 16년 연속 대표팀의 든든한 ‘맏형’으로 활동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개인전 금메달과 단체전 동메달을 땄고, 2021년 도쿄 대회에서는 후배들과 단체전 금메달을 합작했다. 또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부터 2014년 인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2023년 항정우 대회까지 네 대회 연속 출전해 금메달 3개를 땄다. 그는 “다시 대표팀에 복귀한 이후엔 당장 내일 경기를 해도 지장 없을 정도로 장비와 마음의 준비를 철저히 했다. 자신감이 생기면서 이후엔 매년 치르는 국가대표 선발전이 두렵지 않았다”며 “나이를 먹었다고 노력과 배우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좋은 후배들의 장점을 보면 배워서 내 걸로 만들어 가려고 했다”고 말했다. 정작 오랫동안 그를 괴롭힌 건 부상이었다. 과도한 훈련 탓에 2011년부터 시위를 당길 때마다 오른쪽 어깨에서 뚝~ 하는 소리가 났다. 2017년 경에는 오른팔을 들어 올리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통증이 심했다. 정밀 검진 결과 어깨 회전근 4개 중 3개가 끊어져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당장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았지만 오진혁은 “마지막 한 개의 근육이 끊어질 때까지 해 보자”고 마음먹었다. 진통제를 먹어도 통증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는 “참고 쏘다 보니 언젠가부터 통증에 익숙해졌다. 이 정도는 아프거니 하고 쏘는 거다”라며 “가장 힘든 건 쉬었다 다시 쏠 때 찾아오는 통증이다. 그런데 또 쏘다 보면 익숙해지곤 했다”며 웃었다. 그렇게 그는 뒤늦게 찾아온 전성기를 오래오래 유지했다. 하나밖에 남지 않은 어깨 근육을 지키기 위해 그는 보강 운동을 꾸준히 했다. 무게를 드는 웨이트 트레이닝 대신 밴드를 활용한 운동을 많이 했다. 부하가 상대적으로 적은 수영도 어깨 강화에 많이 도움이 됐다. 하체는 웨이트트레이닝과 함께 하루 40분 안팎의 유산소 운동으로 단련했다. 역시 몸에 크게 무리가 가지 않게 빠른 달리기보다는 트레드밀에서 빨리 걷거나 천천히 뛰었다. 피트니스센터에서 사이클도 종종 탔다. 젊은 시절 그는 탄산음료를 좋아했다. 너무 과하게 먹지 않느냐는 지적도 많이 들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는 자연스럽게 탄산음료 섭취를 줄이고 차를 많이 마신다. 육류 위주의 식사에서 야채나 과일 등을 많이 먹는 쪽으로 식성도 바꿨다. 승부 세계의 스트레스를 푼 방법 중 하나는 낚시다. 선수 생활의 후반기 대부분을 보낸 진천선수촌 생활을 할 때 휴일이면 팀 후배인 김종호와 함께 낚시를 다녔다. 그는 바다낚시보다는 민물낚시를 선호한다. 바다낚시는 하루종일 걸리기 일쑤인 반면 민물낚시는 잠깐 짬을 내서도 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태국 등으로 전지훈련을 갈 때도 휴일이면 낚싯대를 빌려 인근 강에서 낚시를 즐기곤 했다. 그는 “잘하진 못해도 열심히 배우고 있다. 떡밥 개는 법, 채비 차리는 법 등을 알아 나가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지도자를 첫발을 내딛은 그는 자신이 양궁을 통해 느꼈던 성취감을 제자들도 함께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는 “첫 올림픽 무대를 밟았을 때는 마치 하체가 사라진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차츰 안정을 찾으면서 말할 수 없는 성취감을 느꼈다”며 “우리 선수들도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 등에서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게 도우려 한다”고 말했다. 장기적인 꿈은 선수촌장 직에 도전하는 것이다. 태릉과 진천에서 선수촌 밥을 20년이나 먹었기에 그만큼 선수들이 느끼는 고충을 많이 알고, 잘 해결해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는 “20년간 세상도 많이 변했지만 선수들의 생각도 많이 변했다. 원활한 소통으로 선수들에게 다가가 선수들이 함께 목표를 이루고 싶은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골프 남자 단체전 금메달리스트 조우영(23)이 한국프로골프(KPGA)투어에서 프로 첫 승을 따냈다. 조우영은 20일 강원 양양 설해원CC(파72)에서 열린 KPGA투어 더 채리티 클래식 최종 3라운드에서 8언더파 64타를 몰아치며 최종 합계 16언더파 200타로 정상에 올랐다. 2위 허인회(37·14언더파 202타)를 2타 차로 제친 조우영은 우승 상금 2억 원을 받았다. 이 대회는 대회 중 내린 폭우로 72홀이 아닌 54홀 경기로 우승자를 가렸다. 조우영은 지난해 4월 골프존 오픈에서 아마추어 선수로는 10년 만에 우승했다. 당시에는 아마추어 신분이라 상금을 받지 못했다. 장유빈(22) 등과 함께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뒤 프로로 전향한 조우영은 지난달까지는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6월 2일 끝난 데상트코리아 매치 플레이에서 준우승한 게 눈에 띄었을 뿐 스트로크 플레이 대회에선 6차례 컷 탈락하는 등 좀처럼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조우영은 이달 초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에서 공동 4위를 했고, 13일 끝난 백송홀딩스·아시아드CC 부산오픈에서는 공동 3위에 오르며 상승세를 탔다. 그리고 선두에 4타 뒤진 공동 11위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이날 페어웨이 안착률과 그린 적중률 모두 100%를 기록하는 컴퓨터 샷을 앞세워 대역전극을 일궈냈다. 조우영은 마지막 18번홀(파5)에서는 10m짜리 롱 버디 퍼트를 홀에 떨어뜨린 뒤 주먹을 불끈 쥐고 포효했다. 일찍 경기를 마친 그는 챔피언조가 경기를 마칠 때까지 1시간가량 기다렸다가 우승 축하 물세례를 받았다. 조우영은 “(올해 2승을 먼저 거둔) 장유빈이 추천해 준 말렛 퍼터(말발굽 모양의 퍼터)로 바꾼 뒤 성적이 좋아졌다. ‘프로’ 조우영으로 1승을 했으니 앞으로 2승, 3승 등 승승장구하겠다”고 말했다. 조우영은 또 “채리티 대회의 취지에 공감해 상금의 30%인 6000만 원을 어린이 환우 치료비로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박보겸(26)은 이날 경기 이천 사우스스프링스CC(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상상인·한경와우넷오픈 최종 4라운드에서 6언더파 66타를 치며 최종 합계 15언더파 273타로 우승했다. 시즌 첫 승이자 통산 2승째. 우승 상금은 2억1600만 원. 경기 파주 서원힐스CC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는 해나 그린(28·호주)이 최종 합계 19언더파 269타로 우승하며 시즌 3승째를 거뒀다. 한국 선수 중에는 최혜진(25)과 성유진(24)이 16언더파 272타로 가장 높은 공동 4위를 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4차전만 이기면 5차전엔 에르난데스가 등판할 수 있다.”(염경엽 LG 감독) “(구)자욱이의 무릎 상태가 하루가 다르게 좋아지고 있다.”(박진만 삼성 감독) 1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LG와 삼성의 프로야구 플레이오프(PO·5전 3승제) 4차전이 우천으로 순연됐다. 삼성이 시리즈 전적 2승 1패로 앞선 상태에서 연기된 이 경기는 19일 오후 2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이번 PO 때는 2차전도 비 때문에 예정보다 하루 뒤인 15일 치러졌다. 포스트시즌 단일 시리즈에서 우천 순연 경기가 두 번 나온 건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선 두 차례는 모두 준플레이오프(준PO) 1차전이 끝난 뒤 연이틀 비가 온 케이스였다. 1996년 준PO 때는 4위 팀 현대가 3위 한화를 잡았고, 2014년에도 4위 LG가 3위 NC를 물리치며 ‘업셋’에 성공했다. KT와의 올해 준PO를 최종 5차전까지 치른 LG에 이번 비는 ‘가뭄 속 단비’나 마찬가지다. 특히 투수진의 핵심으로 활약 중인 에르난데스는 휴식이 절실하던 차였다. 정규시즌 때 선발 투수로 뛰었던 에르난데스는 포스트시즌 들어 중간 계투로 출전하고 있다. KT와의 준PO 5경기에 모두 출전한 에르난데스는 PO 1, 2차전에 휴식을 취한 뒤 3차전 때는 팀이 1-0으로 앞서 가던 6회초 1사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그리고 60개의 공을 던지며 3과 3분의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팀 승리를 지켜냈다. 염 감독은 “비 예보를 믿고 에르난데스를 길게 기용했다. 긴 이닝을 투구해 에르난데스가 오른쪽 어깨 뭉침 증세를 보이고 있다”며 “4차전은 유영찬, 김진성 등 기존 필승조가 해줘야 한다. 에르난데스는 21일 5차전에 제 컨디션으로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도 2차전에서 도루를 하다가 왼쪽 무릎 인대를 다친 주장 구자욱이 복귀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구자욱은 16일 일본으로 출국해 한 재활 전문 병원에서 집중 치료를 받고 18일 귀국했다. 박 감독은 “어제만 해도 걷는 것도 불편하다고 했는데 하루 만에 통증이 많이 줄었다고 한다”며 “선수단에 합류하면 상태를 체크한 뒤 출전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PO 1, 2차전에서 모두 10점씩을 올렸던 삼성은 구자욱이 빠진 3차전 때는 산발 5안타 무득점에 그쳤다. 이번 비는 한국시리즈 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삼성이 4차전에서 승리하면 원래 계획대로 21일부터 KIA와 한국시리즈를 치른다. 승부가 5차전까지 갈 경우 23일이 한국시리즈 시작일이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가 해결사 능력을 보여주며 월드시리즈에 한발 더 다가섰다. 오타니는 17일 뉴욕 메츠와의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7전 4승제) 3차전 방문경기 8회초에 7-0으로 달아나는 쐐기 3점포를 쏘아 올렸다. 다저스는 이날 8-0 완승을 거두고 시리즈 전적 2승 1패로 앞섰다. 1번 지명타자로 출전한 오타니는 4-0으로 앞선 8회초 1사 1, 2루 기회에서 상대 팀 오른손 불펜 투수 타일러 메길의 컷패스트볼(시속 143km)을 걷어 올려 오른쪽 담장 밖으로 날려 보내는 비거리 125m짜리 홈런을 때렸다. 오타니가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홈런을 날린 건 6일 샌디에이고와의 디비전 시리즈 1차전 이후 7경기 만이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오타니의 3점 홈런을 두고 “오타니가 어느 정도 자신감을 쌓았다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이번 시즌 가을야구에서 오타니는 직전 타석까지 주자 없는 상황에서 22타수 무안타를 기록 중이었다. 하지만 8회초 주자 2명을 둔 득점권 상황에선 홈런포로 해결사 면모를 자랑했다. 오타니의 포스트시즌 득점권 타율은 0.833(6타수 5안타)에 이른다. 5안타 중 2개는 홈런이고 타점은 8개다. 다저스 마운드는 선발투수 워커 뷸러(4이닝)를 시작으로 마이클 코페크(1이닝) 라이언 브레이저(1이닝) 블레이크 트라이넨(1이닝) 벤 캐스패리어스(2이닝) 등 5명의 투수가 이어 던지며 메츠 타선을 4피안타 13탈삼진 무실점으로 막고 팀 완봉승을 거뒀다. 두 팀의 4차전은 18일 오전 9시 8분에 열린다. 4차전 선발투수로 다저스 야마모토 요시노부, 메츠는 호세 킨타나가 등판한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가 다시 한번 해결사의 면모를 과시하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월드시리즈에 한 발 더 다가섰다. 오타니는 17일 미국 뉴욕 시티 필드에서 열린 뉴욕 메츠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7전 4승제) 3차전에서 8회초 승부에 쐐기를 박는 대형 3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전날까지 1승 1패를 기록 중이던 다저스는 8-0으로 완승을 거두고 시리즈 전적에서 2승 1패로 앞서갔다. 1번 지명타자로 출전한 오타니는 4-0으로 앞선 8회초 1사 1, 2루 찬스에서 메츠 오른손 불펜 투수 타일러 메길의 2구째 몸쪽 깊숙한 컷패스트볼(시속 143km)을 걷어 올려 오른쪽 외야 상단에 꽂히는 대형 홈런을 때려냈다. 비거리는 125m. 7-0으로 점수를 벌리며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는 홈런이었다. 오타니의 포스트시즌 홈런은 6일 샌디에이고와의 디비전 시리즈 1차전 이후 7경기 만이자 2번째다. 이 경기 전까지 오타니는 포스트시즌 들어 주자 없는 상황에서는 안타를 하나도 치지 못했다. 전날까지 19타수 무안타였다. 다만 득점권 상황에서는 5타수 4안타(타율 0.800), 1홈런, 5타점의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었다. 이날도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들어선 처음 네 타석에서는 3타수 무안타 1볼넷에 그쳤다. 포스트시즌 주자 없는 상황에서의 성적은 22타수 무안타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8회초 1사 1, 2루의 득점권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오타니는 초구 높은 컷패스트볼을 흘려보낸 후 2구째 같은 구종을 잡아당겨 홈런으로 연결시켰다. 포스트시즌에서 오타니의 득점권 성적은 6타수 5안타(0.833) 1홈런, 8타점이 됐다. 미국 현지에서도 오타니의 무서운 득점권 성적이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MLB.com은 “MLB에서 연일 새로운 기록을 쓰고 있는 오타니가 득점권에서도 역사적인 기록을 남겼다. 최근 20번의 득점권 상황에서 무려 17차례나 안타를 때렸다”고 전했다. 다저스는 이날 2회 1사 2, 3루에서 윌 스미스의 내야 안타와 토미 에드먼의 희생플라이로 2점을 먼저 냈다. 6회에는 키케 에르난데스가 4-0으로 달아나는 좌월 투런 아치를 그렸다. 8회 오타니의 홈런에 이어 9회에는 맥스 먼시가 우월 솔로포로 힘을 보탰다. 다저스 마운드는 이날 선발 투수 워커 뷸러(4이닝)를 시작으로 마이클 코페크(1이닝) 라이언 브레이저(1이닝), 블레이크 트레이넌(1이닝) 벤 캐스파이러스(2이닝) 등 5명의 투수가 메츠 타선을 4안타로 꽁꽁 묶으며 팀 완봉승을 거뒀다. 다저스 투수진은 포스트시즌 3경기 연속 팀 완봉승을 거두며 33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다가 이틀 전 메츠와의 2차전에서 7점을 내줬다. 하지만 불과 한 경기 만에; 다시 영봉승 행진을 재개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삼성의 베테랑 포수 강민호(39)는 다른 선수들이 부러워할 만한 야구 인생을 살고 있다. 다른 포지션에 비해 체력 소모가 큰 포수 마스크를 쓰고도 한국 프로야구 정규시즌 통산 최다인 2369경기에 출전했다. 2004년 롯데에서 데뷔한 후 세 차례의 자유계약선수(FA) 계약만으로 191억 원을 벌었다. 올 시즌엔 136경기에 출전해 타율 0.303, 19홈런, 77타점을 기록했다. 내년 시즌을 마치면 네 번째 FA 계약이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20시즌을 뛰는 동안 이루지 못한 게 하나 있다. 바로 한국시리즈 진출이다. 강민호는 한국 야구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9전 전승으로 금메달을 딸 때 주전 포수였다. 하지만 한국시리즈는 우승은커녕 출전해 본 적도 없다. 정규시즌에 2000경기 이상 출전하고도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지 못한 선수는 강민호와 NC의 손아섭(36) 두 명뿐이다. 손아섭은 2058경기를 뛰었다. 강민호는 데뷔 21번째 시즌인 올해 꿈을 이룰 기회를 다시 한 번 잡았다. 삼성은 13일과 15일 안방 대구에서 열린 LG와의 플레이오프(5전 3승제·PO) 1, 2차전을 모두 이겼다. 남은 세 경기에서 1승만 더하면 정규시즌 1위 KIA가 기다리는 한국시리즈에 오른다. 강민호는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나는 강산이 두 번 바뀌는 동안에도 한국시리즈 무대에 서지 못했다”며 “이제 나도 그라운드에서 뛸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고 했다. 팀 후배들 역시 강민호의 이런 마음을 잘 알고 있다. 삼성의 에이스 원태인(24)은 “이번에 반드시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민호 형의 한을 풀어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강민호는 한국시리즈를 눈앞에 두고 멈춘 적이 있다. 롯데에서 뛰던 2011년과 2012년 2년 연속으로 PO에서 패해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다. 두 번 모두 SK(현 SSG)에 2승 3패로 밀렸다. 삼성으로 팀을 옮긴 뒤인 2021년엔 KT와의 정규시즌 1위 결정전에서 패해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놓쳤다. 결국 2위로 나선 PO에서 정규시즌 4위 두산에 패하면서 한국시리즈 진출이 좌절됐다. 롯데 소속이던 2008년 삼성과의 준PO로 포스트시즌을 처음 경험했던 강민호는 이제 삼성 유니폼을 입고 개인 첫 한국시리즈 무대 바로 앞까지 와 있다. 강민호는 올 시즌을 포함해 가을야구에서 준PO 14경기, PO 14경기를 뛰었다. 마흔을 바라보는 강민호는 올해 PO에서도 주전 포수로 투수들을 이끌고 있다. PO 1차전에선 강민호와 호흡을 맞춘 선발투수 레예스가 6과 3분의 2이닝 3실점(1자책)을 기록했고, 2차전에선 원태인이 6과 3분의 2이닝 동안 1실점으로 호투했다. 타석에서 강민호는 1, 2차전에 각각 안타 1개를 때렸다. 강민호는 1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PO 3차전에선 선발투수 황동재(23)와 호흡을 맞춘다. 프로 5년 차로 포스트시즌 경기에 처음 등판하는 황동재를 강민호가 안정감 있게 이끌어야 하는 상황이다. 2패로 벼랑 끝에 몰린 LG는 임찬규(32)가 선발투수로 나선다. 임찬규는 KT와의 준PO 두 경기에 등판해 모두 승리 투수가 됐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삼성의 안방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는 올해 정규시즌에 홈런이 가장 많이 나온 구장이다. 71경기에서 216개의 홈런이 쏟아졌다. 팔각형 구조인 이 야구장은 홈플레이트에서 좌, 우중간 펜스까지 거리가 107m밖에 되지 않아 홈런이 많이 나온다. 삼성 타자들은 정규시즌에 홈구장 이점을 잘 활용했다. 삼성은 정규시즌 팀 홈런 185개로 10개 구단 중 1위를 했는데 안방에서 119개의 홈런을 때렸다. ‘홈런 군단’ 삼성이 15일 LG와의 플레이오프(PO·5전 3승제) 2차전 안방경기에서 홈런 다섯 방을 터뜨리며 10-5로 승리했다. 삼성은 13일 1차전에서도 홈런 3개를 앞세워 10-4로 이겼다. 1, 2차전에서 홈런포 8개로 LG 마운드를 폭격한 삼성은 한국시리즈 진출까지 1승만 남겼다. 5전 3승제로 치러진 역대 PO에서 한 팀이 1, 2차전을 모두 이긴 건 18번 있었는데 이 중 15번(83.3%)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삼성은 3년 차 내야수 김영웅이 포문을 열었다. 정규시즌에 홈런 28개를 날리며 새로운 거포로 떠오른 김영웅은 1-1 동점이던 2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LG 선발투수 손주영의 커브를 받아쳐 우중간 담장 밖으로 날려 보내는 솔로포를 쏘아 올렸다. 1차전 4회 솔로 홈런에 이어 PO 2경기 연속 홈런이다. 김헌곤과 디아즈는 포스트시즌 역대 두 번째로 같은 팀에서 두 선수가 연타석 홈런을 날리는 진기록을 세웠다. 2번 타자 김헌곤은 5회와 7회 연타석 투런 홈런을, 4번 타자 디아즈는 6회와 7회 연타석 솔로 홈런을 날렸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우리 팀 장점인 장타력을 앞세워 승리할 수 있었다. 김헌곤과 디아즈의 연타석 홈런으로 분위기를 확실히 잡고 경기를 이끌어 갔다”고 했다. 삼성 마운드에선 에이스 원태인의 호투가 빛났다. 정규시즌 15승으로 다승 공동 1위에 오른 원태인은 6과 3분의 2이닝 동안 7피안타 2볼넷 3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포스트시즌 개인 첫 승을 따낸 원태인은 2차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6-1로 앞선 7회 2사 만루에서 등판한 오른손 강속구 투수 김윤수는 정규시즌 타점왕인 LG 오스틴을 유격수 땅볼로 잡아내며 위기에서 벗어났다. LG는 9회초 박해민의 솔로포와 김현수의 3점 홈런으로 4점을 따라붙었지만 더 이상의 추격은 없었다. 두 팀의 3차전은 17일 LG 안방인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다. 삼성은 황동재, LG는 임찬규가 선발투수로 나선다. 대구=이헌재 기자 uni@donga.com}